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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유니콘 (1982), Last Unicorn


ⓒ Peter.S.Beagle / Granada International


<정보>

◈ 원작/각본: 피터.S.비글 (Peter.S.Beagle) 
◈ 감독: 아써 랜킨 쥬니어 (Arthur Rankin Jr.), 쥴스 배스 (Jules Bass)
◈ 음악: 지미 웹 (Jimmy Webb)
◈ 애니메이션 제작: Topcraft Studio
◈ 제작사: ITC Entertaiment, Rankin/Bass Production
◈ 저작권: ⓒ Peter.S.Beagle / Granada International (inherited from ITC Entertainment)
◈ 일자: 1982.11.19
◈ 장르: 드라마, 모험,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캐스트>

◈ 유니콘 아말띠아(Amalthea): 미아 패로우(Mia Farrow)
◈ 마법사 슈멘드릭(Schmendrick): 알란 아킨(Alan Arkin)
◈ 리르(Lir) 왕자: 제프 브리지스(Jeff Bridges)
◈ 해거드(Haggard) 왕: 크리스토퍼 리(Christopher Lee)
◈ 몰리 그루(Molly Grue): 타미 그림스(Tammy Grimes)


<시놉시스>

숲 속에서 홀로 거닐던 유니콘은 어느 날, 자신이 마지막 유니콘이며 다른 유니콘들은 어디론가 다 사라져 버렸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다른 유니콘들의 행방을 찾기 위해 숲을 나와 여행을 시작하는 유니콘. 정신나간 나비에게서 붉은 황소를 쫓아가라는 말을 듣고 인간세계로 나오지만 순수함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유니콘의 뿔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녀(유니콘)를 단순히 백마로 착각한다. 유니콘을 알아본 마녀 포르투나에 의해 사로잡혀 구경거리로 전락해 버린 유니콘은 슈멘드릭이라 불리는 젊은 마법사의 도움으로 무사히 탈출하여, 슈멘드릭과 여행 도중 만난 몰리와 함께 붉은 황소와 다른 유니콘들을 찾기 위한 여행을 계속하게 된다.

여행 도중 결국 붉은 황소와 맞닥뜨린 유니콘. 붉은 황소의 무시무시한 기세 앞에 그녀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게 되고, 다급한 상황에서 슈멘드릭이 읊은 마법주문은 예상 외의 결과를 낳아 유니콘을 아리따운 여인으로 변모시키게 되는데... 그녀는 과연 다시 본모습을 찾고, 그녀들의 동족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소개>

피터 S. 비글의 원작소설을 만화영화로 각색한 작품. 이미 78년도에 만화영화 '반지의 제왕(1978)'의 각본작업에 참여했던 미국의 소설가 비글과, 유럽의 여러 만화영화의 하청작업으로 경력을 쌓아가고 있던 일본의 소규모 제작사인 탑크래프트가 미국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Rankin/Bass 프로덕션의 지휘 아래 영국의 제작사인 ITC 엔터테인먼트의 제작지원을 받아 완성시킨 다국적 판타지 애니메이션으로, 동서양의 느낌이 절묘하게 녹아들어가 있는 독특한 느낌의 작품이다. 탑크래프트는 이미 72년부터 Rankin/Bass 프로덕션의 하청을 받아 'Kid Power(1972)', 'Frosy's Winter Wonderland(1976)', 'The Hobbit(1977)', 'The Stingiest Man in Town(1978)', 'The Flight of Dragons(1982)'와 같이 일련의 유럽 TV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오게 되는데, 이러한 유럽 애니메이션에 대한 노하우는 후일 아니메史에서 중요한 변곡점 중 하나로 작용하게 된다.

성우진에서도 당대 톱클래스의 배우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어 무게감에 있어서도 디즈니의 대작 만화영화에 비해 전혀 밀리는 감이 없다. 우디 알렌의 전부인이자 '악마의 씨(1968)', '위대한 게츠비(1974)', '한 여름밤의 섹스 코미디(1982)'의 명배우 미아 패로우, '캐치-22(1970)', '지참금 2백만불(1979)', '가위손(1990)'의 알란 아킨, 근래 들어서도 '아이언 맨(2008)'이나 '트론 레거시(2010)' 등으로 변함없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제프 브리지스, '반지의 제왕 3부작'의 백색 마법사 사루만과 '스타워즈 시리즈'의 두크 백작으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리 등 쟁쟁한 캐스팅이 눈길을 끈다. 유니콘 역의 미아 패로우가 촬영당시 이미 37세의 비교적 높은 연령으로 순수하고 맑은 유니콘과는 괴리감이 있긴 하지만 감상에는 큰 무리가 없다 하겠다.

미국식 명쾌한 만화영화와는 조금 다른 느낌의 고전적인 전개와, 비글의 원작을 잘 살려낸 이국적인 탑 크래프트 애니메이터들의 캐릭터 디자인은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독특한 아름다움과 추억을 팬들에게 선사하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한국에서도 명절 특선으로 몇차례 방영되어 이질적이고 독특한 비주얼로 인해 강렬한 잔상을 남겨준 작품으로, 특히 작품의 주인공인 유니콘이 슈멘드릭의 실수(?)로 인하여 인간여성으로 변한 뒤의 모습은 왠만한 디즈니의 공주들을 능가하는 기품과 품격, 그리고 우아함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특히, 실제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던 탑 크래프트 스튜디오는 후일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1982)'의 핵심 제작진으로 미야자키의 무국적 세계관을 실로 완벽하게 화면으로 이식하면서 유럽 애니메이션의 제작을 통해 갈고 닦은 노하우를 십분 발휘하게 되며, 바로 이들을 주축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가 탄생하게 됨은 주지의 사실이기도 하다.

82년 극장개봉 이후 잊혀져 가던 이 작품은 유럽에서 DVD로 발매되면서 다시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했고 여세를 몰아 25주년 기념판으로 미국에서 다시금 DVD로 발매되어 좋은 평을 얻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원작자인 비글이 현 저작권자인 Granada International 측과 저작권료 문제로 법정싸움에 휘말려 있다는 점이다. 비글은 2000년도 이후, 이 작품의 DVD나 부가판권에 대한 일체의 수입을 Granada International 측으로부터 받은 것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2008년까지도 해당 저작권 문제는 명쾌하게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다.
 
☞ 라스트 유니콘, 독특한 매력의 이국적 판타지 (바로가기)

ⓒ Peter.S.Beagle / Granada International



<참고 사이트>

[1] The Last Unicorn (film), Wikipedia
[2] トップクラフト, Wikipedia Japan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Peter.S.Beagle / Granada International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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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시공요새 마크로스 (1982), 超時空要塞マクロス / The Super Dimension Fortress Macross


마크로스 크로스오버 라이브 포스터ⓒ 1982, 1984 BIG WEST / ⓒ 2007 BIG WEST / MACROSS F 製作委員會 · MBS


<스탭>

◈ 원작: 스튜디오 누에
◈ 총감독: 이시구로 노보루
◈ 시리즈 구성: 마츠자키 켄이치
◈ 각본: 마츠자키 켄이치, 이시구로 노보루, 카와모리 쇼지, 토미타 스케히로
◈ 캐릭터 디자인: 하루히코 미키모토
◈ 메카닉 디자인: 미야타케 카즈타카, 카와모리 쇼지
◈ 메카닉 작화감독: 이타노 이치로
◈ 음악/노래: 하네다 켄타로 / 이이지마 마리 (린 민메이 성우)
◈ 제작사: 빅웨스트, 아트랜드, 아니메 프렌드, 타츠노코 프로
◈ 저작권: ⓒ BIG WEST
◈ 방영일자: 1982.10.03
◈ 장르: SF, 드라마, 로맨스,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서기 1999년, 도시규모의 거대한 외계인 우주선이 지구에 불시착한다. 지구통합군은 외계인의 기술력을 기본으로 삼아 이 거대한 우주선을 지구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개조하여 마크로스라 명명하고, 다가올 우주인과의 전투를 대비하게 된다.

그로부터 10년 후, 민간인 파일럿인 소년 이치죠 히카루는 마크로스의 진수식을 구경하기 위해 남 아타리아 섬에 오게 된다. 진수식이 막 시작될 무렵, 갑작스레 시작된 외계인 젠트라디군의 공격, 지구통합군은 젠트라디군을 맞아 곧바로 전투에 돌입하게 되고, 진수식을 구경나온 시민들은 급히 거대전함 마크로스 안으로 피신하게 된다.

통합군의 신형 전투기 VF-1 발키를 타고 젠트라디군과 맞서 싸우던 히카루는 우연치 않게 진수식을 구경온 화교 소녀 린 민메이를 구출하게 되고, 마크로스는 젠트라디 군의 공격을 피신하기 위해 대기권을 이탈을 시작한다. 점점 더 강력해지는 젠트라디군의 공세에 결국 마크로스는 폴드(공간이동)을 시도하게 되지만, 시스템 이상으로 인해 폴드는 절반의 성공을 거둔체 마크로스와 히카루들은 미지의 우주공간으로 튕겨나가 버리게 된다.

과연, 마크로스의 승무원과 민간인들은 정처없는 우주공간 속에서 젠트라디군의 공격을 막아내고 지구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소개>

리얼로봇 장르의 태동을 알린 기동전사 건담에 이어 건담을 보고 자란 젊은 세대들의 힘으로 완성해 낸, 리얼로봇 장르의 또다른 마스터피스. 전투기가 로봇으로 변하는 건담보다 더 리얼해진 병기로서의 설정, 거대한 우주항모 마크로스와 젠트라디 군과의 박진감 넘치는 우주 전쟁과 멋진 전투씬, 히카루, 민메이, 미사로 이어지는 3인의 젊은 남녀의 엇갈리는 멜로 드라마, 미소녀 아이돌이라는 컨셉을 아니메에 멋지게 이식한 민메이의 노래와 사랑스러운 모습 등 다채로운 색깔을 보여줌으로써 많은 팬들에게 강렬한 충격을 선사한다.

특히, 이 작품은 (비록 타츠노코 프로라는 거대 제작사가 힘을 받쳐주고는 있지만), 카와모리 쇼지, 하루히코 미키모토, 이타노 이치로와 같은 젊은 애니메이터들이 주축이 되어 제작된 작품으로, 마침내 아니메 세대가 시청자와 팬의 입장에서 벗어나 크리에이터의 입장에서 만들어 냈다는 가치를 갖게 된다. 극장판 역시 안노 히데아키를 비롯, 마에다 마히로, 사다모토 요시유키 등 후일 가이낙스의 핵심인물들이 되는 젊은이들이 대거 참여하여 신구 애니메이터의 조화를 멋지게 이루어 내면서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1] 참조)

스튜디오 누에의 활약 역시 돋보인다. 이미 기동전사 건담의 기획 등에 참여하며, 제작사가 아닌 창작 크리에이터 집단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던 스튜디오 누에는 이 마크로스의 기획에까지 참여하며, 명실상부 SF 아니메를 대표하는 크리에이터로서 그 명성을 날리게 된다. 특히, 미야타케 카즈타카의 멋진 메카 디자인들은, 약관의 카와모리 쇼지가 디자인한 변형 전투기 발키리와 더불어 아니메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다. 이후 아트랜드, AIC 등과 함께 스튜디오 누에가 참여한 걸작 SF 아니메들이 80년대 아니메의 전성기를 수놓게 됨은 주지의 사실이다.

젊은 애니메이터들의 참여에 따른 경험미숙에서일까, TV 시리즈의 경우는 작화 퀄리티가 들쑥날쑥하여 팬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반면 후일 '이타노 써커스'라 불리게 되는 메카닉 작화감독 이타노 이치로의 유도 미사일 발사장면은 마니아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얻으며 전설적인 작화기술로 남게 된다. (현재 이렇게 자신의 이름이 붙은 아니메 연출기법은 얼마전 작고한 故 카나다 요시노리의 '카나다 버스'와 이타노 이치로의 '이타노 써커스'가 유일.)

들쑥날쑥한 작화수준과 미흡한 제작 진행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성공과 그에 따른 업계와 팬들의 반응은 엄청난 것이었다. 미국의 TV 제작배급사인 Harmony Gold는 마크로스의 판권을 사들여 84년 '로보텍(Robotech)'라는 제목으로 미국 내에 방영을 시작하게 된다. 로보텍이라는 제목은 '기갑창세기 모스페다' 외에도 초시공 시리즈라 명명되는 일련의 마크로스의 후속작에까지도 이어져 똑같은 제목으로 미국에 방영되기도. 특히, 건담으로 당시 아니메 세계에서 로봇물을 주도하고 있던 선라이즈의 경우는 마크로스에 대한 견제(?)로 83년부터 연속으로 엄청난 수의 리얼로봇 아니메를 제작해내는 폭주를 시도한다. 이러한 양상은 후일 에반게리온의 등장과 90년대 후반의 선라이즈의 폭주와도 묘한 데자뷰를 갖고 있기도 하다.

☞ 마크로스와 에반게리온의 데자뷰... 반복된 선라이즈의 폭주 (보러가기)

그제까지의 아니메 중에서 미소녀와 로봇이라는 마니아들의 상이한 코드를 가장 성공적으로 융합시킨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극장판: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 (1984) 


마크로스 극장판 포스터ⓒ BIG WEST

<스탭>

◈ 총감독: 이시구로 노보루
◈ 감독/스토리 구성/각색: 카와모리 쇼지
◈ 캐릭터 디자인 및 작화감독: 하루히코 미키모토
◈ 메카닉 디자인: 미야타케 카즈타카, 카와모리 쇼지
◈ 작화감독: 이타노 이치로, 히라노 토시키
◈ 주요 애니메이터: 마에다 마히로, 모리모토 코지, 안노 히데아키, 야마가 히로유키, 유키 노부테루, 이즈부치 유타카 등
◈ 음악/노래: 하네다 켄타로 / 이이지마 마리
◈ 프로젝트 기획: 요시다 켄지, 오오니시 요시마사
◈ 제작사: 빅웨스트, 타츠노코 프로
◈ 저작권: ⓒ BIG WEST
◈ 개봉일자: 1984.07.07
◈ 장르: SF, 드라마, 로맨스,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외계의 전투종족 젠트라디군의 공격으로 지구를 떠나 망명의 길에 오른 우주통합군 소속 거대 전투함 마크로스. 수천명의 시민과 군인들이 생활하고 있는 작은 도시인 마크로스는 현재 지구로 귀환하고 있는 중이다. 마크로스의 슈퍼아이돌이자 인기여가수인 린 민메이는 마크로스의 지구인들에게 있어서는 유일한 삶의 낙. 민메이의 콘서트가 한창이던 어느날, 젠트라디 군의 습격이 시작되면서 마크로스는 다시금 전화의 불길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스컬소대 소속의 이치죠 히카루 중위의 발키리 편대가 젠트라디군과 전투를 벌이던 와중, 일단의 젠트라디 병사들이 마크로스 함내에 침투하게 된다. 그들이 불시착한 곳은 우연치 않게도 민메이의 콘서트 장, 지구군의 병기 발키리에 육박하는 거대한 몸을 가진 전투종족 젠트라디는 남자들만으로 구성되어 있는 종족으로, 여자들만으로 구성된 멜트란디 종족과 오랜 세월 대립중이다. 추락한 젠트라디 병사들은 여자와 남자가 같은 곳에 어울려 있는 민메이 일행의 모습에 크게 놀라게 되는데...


<소개>

82년 방영을 시작하여 83년에 성공적으로 종영한 마크로스는 마침내 이듬해 극장용 아니메로 다시 제작되게 된다. TV 시리즈 이후 혹은 이전의 내용을 다루는 것이 아닌 원 스토리를 축약하고 재구성하는 스핀오프 형태로 방향을 잡았으며, 대신 완전히 새로운 작화로 작품을 일신하게 된다. TV 시리즈 자체의 퀄리티가 높지 않았음을 감안할 때 극장판을 위해서는 신작화로 갈 수 밖에 없었을 듯 싶다.

84년 당시 제작된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으리만치 놀라운 작화 퀄리티는 마크로스 극장판의 가치를 지금까지도 높게 평가하게 되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그 영상적 완성도는 십수년 후, 에반게리온 이후 시작된 고퀄리티 작화의 작품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으며, 최근의 CG 아니메와 비교해도 그닥 떨어지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다. 풀프레임 애니메이션이 아닌, 게다가 세밀한 묘사가 수반되어야 하는 SF 로봇 아니메에서 그 영상적 완성도는 아니메史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특히, 이번 극장판은 TV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사랑과 노래라는 테마를 더더욱 부각시켜 SF 로봇 아니메임에도 메인 테마는 멜로물에 더욱더 근접한 드라마틱한 전개를 보여준다. 민메이의 콘서트 장면이나 민메이와 히카루의 데이트, 속칭 '민메이 어택'이라 명명되는 클라이막스에서의 주제가와 우주전쟁과의 기막힌 매치업은 로봇 아니메 중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하게 음악과 액션씬을 융합시키며 아니메 사상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로 인식된다. 

엔딩테마 '천사의 그림물감'이 흘러나올 때는 스탭롤과 함께 민메이들의 미래의 모습을 담은 뮤직비디오 형식의 영상이 사용될 예정이었지만, 제작 여건상 스탭롤만이 올라가는 일반적인 엔딩으로 마무리되었다. 이 기획은 87년도 OAV 'Flash Back 2012(이하 플래쉬백)'에 사용되며, 이후 출시되는 마크로스 극장 아니메 매체에는 이 플래쉬백에 사용된 영상이 추가된 엔딩으로 교체된다.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Flash Back 2012 (1987) 


마크로스 플래시백 DVD 표지ⓒ BIG WEST

<스탭>

◈ 감독/구성: 카와모리 쇼지
◈ 캐릭터 디자인 및 작화감독: 하루히코 미키모토
◈ 음악: 하네다 켄타로
◈ 노래: 이이지마 마리
◈ 주요 스탭: 기타쿠보 히로유키, 이이다 후미오
◈ 제작사: 아니메 프렌드, 타츠노코 프로
◈ 저작권: ⓒ BIG WEST
◈ 출시일자: 1987.06.21
◈ 장르: 뮤직비디오
◈ 구분/등급: OVA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애초에 극장판의 엔딩 스탭롤에 배경 영상으로 사용되어 뮤직비디오 스타일의 에필로그로 보여줄 기획이 무산되면서, 기존의 TV 시리즈와 극장판, 그리고 캐릭터 디자이너였던 하루히코 미키모토의 일러스트를 편집하여 뮤직비디오 형태로 제작된 작품.

앞서 선보이려 했던 에필로그 형태의 뮤직비디오 영상은 이 플래쉬백에서의 인트로와 엔딩을 장식하는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사용되었다.

압도적인 작화퀄리티를 보여주었던 극장판의 영상미에서 한발 더 나아가 87년도 당시로서는 거의 극한에 이르른 작화 퀄리티는 다시금 팬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얻으며 편집된 뮤직 비디오 스타일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마크로스를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되었다. 인트로와 엔딩에 사용된 천사의 그림물감 뮤직 비디오는 극장판에서의 종결 이후 민메이를 중심으로 한, 주인공들의 뒷 이야기가 담겨 있으며, 새로운 발키리나 우주 이민선 메가로드의 등장 등, 여러가지 흥미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플래쉬백에 등장한 거대 이민선 메가로드는 이후 '마크로스 프론티어(2007)'에서 다시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거대이민선 메가로드에 몸을 싣고 우주 저편으로 사라져버린 린 민메이처럼 그녀의 목소리와 노래를 통해 스타덤에 올랐던 이이지마 마리 역시 마크로스를 끝으로 조용히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지기 시작한다.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II: Lovers Again (1992) 


마크로스 II 포스터ⓒ BIG WEST

<스탭>

◈ 감독: 야타가이 켄이치
◈ 스토리 컨셉/각본: 토미타 스케히로 外
◈ 캐릭터 디자인: 하루히코 미키모토
◈ 메카닉 디자인: 오하타 코이치, 후지타 카즈미 外
◈ 오프닝 애니메이션: 오바리 마사미
◈ 음악: 사기쓰 시로
◈ 제작사: AIC
◈ 저작권: ⓒ BIG WEST
◈ 방영일자: 1992.05.21
◈ 장르: SF, 드라마, 로맨스,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OVA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전작 마크로스로부터 80년이 흐른 뒤의 세계를 묘사하고 있는 작품으로, 몇몇 부분에서 이전 시리즈의 흔적을 찾을 수 있지만, 작품의 시대 배경상 그다지 큰 연관을 지을 수는 없는 작품이다.

초시공 시리즈로 일컬어지는 마크로스 이후의 일련의 시리즈(오거스, 서던 크로스)들이 그다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상황에서 마크로스 10주년을 기념하여 진정한 마크로스의 후속 시리즈를 표방하며 등장한 작품이었지만, SF 아니메가 거의 몰락한 당시의 시대적 정황, 그리고 마크로스의 핵심이라할 수 있는 카와모리 쇼지와 스튜디오 누에가 빠진 반쪽짜리 제작진 등, 전작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진 스탭진 구성과, 후속시리즈로서 전작의 테마를 그대로 답습하는 시대의 변화를 감안하지 못한 시나리오 등 전반적으로 아쉬운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명작곡가 사기쓰 시로의 참여가 그나마 위안을 주는 편.


마크로스 플러스 (1994) 


마크로스 플러스 포스터ⓒ BIG WEST / MACROSS PLUS Project

<스탭>

◈ 총감독/원안/스토리보드/메카닉 디자인: 카와모리 쇼지
◈ 감독/스토리보드: 와타나베 신이치로
◈ 각본: 노부모토 케이코
◈ 캐릭터 디자인: 마사유키
◈ 작화감독: 모리모토 코지, 모리야마 유지, 아오노 아쯔시
◈ CG 감독: 카타아마 미츠노리
◈ 스페셜 애니메이터: 이타노 이치로
◈ 키 애니메이터: 안노 히데아키, 카와모토 토시히로, 카츠라 켄이치로 外
◈ 음악: 칸노 요코
◈ 제작사: 아시 프로덕션
◈ 저작권: ⓒ BIG WEST / MACROSS PLUS Project
◈ 개봉일자: 1994.08.25
◈ 장르: SF, 드라마, 로맨스, 리얼로봇, 액션
◈ 구분/등급: OVA,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마크로스 II의 참여를 고사한 카와모리 쇼지가 2년 뒤 만들어 낸 마크로스의 후속작. 와타나베 신이치로를 감독으로 세우고 그 자신은 총감독으로 전체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으나, 원작부터 스토리보드, 메카닉 다지인에 이르기까지 전분야에 걸쳐 참여하며,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특히, 이 작품을 통해 감독으로 데뷔한 와타나베 신이치로나 극본을 맡은 노부모토 케이코, 음악을 맡은 칸노 요코 등은 후일 '카우보이 비밥 (1998)'의 스탭들로 다시 뭉치게 된다. 이 작품에서의 인연 때문인지 카와모리 쇼지 역시 후일 카우보이 비밥의 제작에 관여한다.

부진한 시청률로 시청자들의 뇌리에 잊혀졌던 마크로스 II와 달리 이 작품은 하루히코 미키모토라는 마크로스의 또다른 핵심멤버가 불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타노 이치로의  수준높은 메카닉 액션연출과 칸노 요코의 멋진 음악, 그리고 이전의 마크로스와는 또다른 색다른 이야기 전개로 성공을 거둔다. 특히, 컴퓨터 아이돌 샤론의 등장은 마크로스의 영향력 하에서 마크로스 스탭들에 의해 탄생된 OVA 시대의 걸작 메가존 23 시리즈와도 연계되는 측면이 있다.

이전까지의 마크로스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 디자인과, 우주인과 지구인의 전쟁이라는 마크로스 원래의 테마가 아닌 삼각관계 속에 얽힌 숨겨진 비화나 AI(인공지능)의 폭주와 같은 소재를 다룸으로써 후속작이면서도 마치 별개의 작품인냥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CG 등이 적극적으로 사용된 작품이지만, 당대 기술력의 한계로 그것이 발키리를 포함한 메카닉 연출씬에 적극적으로 묘사되지는 못한다. 이러한 아쉬움은 십여년 뒤 마크로스 제로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완성된 모습을 보여준다.

비록 항공기 CG 전투씬을 보여줄 수는 없었지만 에드워드 공군기지까지 답사하면서 현실적인 항공기의 움직임과 모습을 담으려 했던 카와모리 쇼지와 이타노 이치로 등의 힘으로 탄생된 항공기 전투씬은 전작에 이어 여전히 명불허전의 탁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네다 켄타로(원작 음악), 사기쓰 시로(마크로스 II 음악)에 이어지는 칸노 요코의 참여와 모리모토 코지, 모리야마 유지 등이 만들어낸 몽환적인 콘서트 씬 또한 음악을 메인 테마로 내세우는 마크로스만의 특징을 잘 살린 멋진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마크로스 7 (1994) 


마크로스 7 DVD 표지ⓒ BIG WEST


<스탭>

◈ 원안/감수: 카와모리 쇼지
◈ 감독: 아미노 테츠로
◈ 스토리 구성: 토미타 스케히로 外
◈ 캐릭터 디자인 원안: 하루히코 미키모토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카츠라 켄이치로
◈ 메카닉 디자인: 미야타케 카즈타카, 카와모리 쇼지 外
◈ 오프닝 애니메이션: 오바리 마사미
◈ 제작사: 아시 프로덕션
◈ 저작권: ⓒ BIG WEST
◈ 방영일자: 1994.10.16
◈ 장르: SF, 드라마, 로맨스, 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마크로스 플러스와 동시에 기획되어 TV 시리즈로 제작된 작품. 카와모리 쇼지와 스튜디오 누에가 참여했다는 점에서 92년작 마크로스 II보다는 보다 더 정통적인 마크로스의 후속 시리즈로 봐야할 듯 싶다. 이야기 배경도 원작으로부터 약 30여년 뒤의 이야기로, 원작의 등장인물들이 나온다는 점에서 80년 뒤의 세계를 묘사했던 마크로스 II가 시퀄이라는 의의를 무색케 했다.

하루히코 미키모토가 캐릭터 원안에는 참여했지만, 실제 작품에서는 다른 애니메이터가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을 맡았기에 이 작품 역시 하루히코의 느낌이 그다지 묻어나지는 않는다. 액션연출을 맡아왔던 이타노 이치로의 불참도 아쉬운 부분.

특히, 이 작품은 병기로서 현실적인 모습을 중시하던 이전의 메카닉 디자인에서 벗어나 용자 시리즈마냥 입과 코를 지닌 발키리의 디자인이 등장하고 음악 연주로 발키리가 기동하는 등, 여러모로 원작과는 다른 파격적인 모습을 선보이며 찬반양론에 휩싸였던 작품이기도 하다. 이것은 전작과는 항상 다른 패턴을 선보이려 하는 카와모리 쇼지의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시도에 의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기존 팬들에게는 큰 원성을 듣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시리즈 자체의 인기는 좋았던 편이어서 마크로스 시리즈로서는 이례적으로 극장판 '은하가 나를 부른다(1995)', OVA 시리즈인 '마크로스 7 Encore'와 '마크로스 7 Plus', '마크로스 7 다이너마이트' 등, 마크로스 7만의 별도의 후속작이 생기게 된다. (베스트 아니메 참조)

원 시리즈에서 통합군과 멜트란디 군의의 천재 파일럿으로 각각 등장했던 조연급의 맥시밀리언과 밀리아의 딸 밀레느가 이 작품의 여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마크로스 제로 (2002) 


마크로스 제로 표지ⓒ BIG WEST / MACROSS ZERO 製作委員會


<스탭>

◈ 감독/원안/스토리보드/메카닉 디자인: 카와모리 쇼지
◈ 각본: 오오노기 히로시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사이토 타쿠야
◈ 메카닉 디자인: 이시가키 쥰야
◈ 프로덕션 디자인: 미야타케 카즈타카
◈ 스페셜 애니메이터: 이타노 이치로
◈ 음악: 하이시마 쿠니아키
◈ 제작: 사테라이트
◈ 저작권: ⓒ BIG WEST / MACROSS ZERO 製作委員會
◈ 츨시일자: 2002.12.21
◈ 장르: SF, 드라마, 로맨스,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OVA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마크로스 탄생 20주년을 기념하여 제작된 OVA. 원작 시리즈의 프리퀄로서 원작보다 1년 앞선 시점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원 시리즈에서 멋진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던 로이 포커가 이 작품에 등장하면서 원 시리즈와의 끈을 이어가고 있으며, 십여년 전 기술적 제약으로 마크로스 플러스에서 구현하지 못했던 3D CG 전투장면이 마침내 추가되어 박진감 넘치는 발키리 전투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이 놀라운 항공 전투장면의 묘사는 비슷한 시기에 제작되었던 곤조의 '바람의 요정 유키카제'와 더불어 아니메에서 한차원 높은 3D CG의 완성도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음악이라는 마크로스의 주요 테마는 원작의 아이돌 가수에서 인공지능 사이버 가수(마크로스 플러스), 그리고 그룹 사운드(마크로스 7)를 거쳐 본작에서는 원주민 무녀의 샤머니즘적인 노래로 바뀌어 새롭게 묘사되고 있다. 원주민과 전투기 파일럿의 사랑 이야기는 구태의연한 감이 있지만, 압도적인 CG 영상미가 백미인 본작의 성격상 큰 의의를 부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남녀 간의 아기자기한 멜로 드라마와 CG 효과를 십분 살린 강조된 액션씬, 통합군과 반통합군 간의 갈등구조, 새사람으로 일컬어지는 외계문명의 전설이 모두 밀도 있게 다루어지기에는 5화라는 길이는 짧다는 생각이 든다.


마크로스 프론티어 (2007) 


마크로스 F 극장판 포스터ⓒ 2007 BIG WEST / MACROSS F 製作委員會 · MBS


<스탭>

◈ 총감독/원안/발키리 디자인: 카와모리 쇼지
◈ 감독: 키쿠치 야스히토
◈ 시리즈 구성: 요시노 히로유키
◈ 캐릭터 디자인: 에바타 리사, 타카하시 유이치
◈ 메카닉 디자인: 이시가키 쥰야, 타카쿠라 타케시
◈ 컨셉 디자인: 미야타케 카즈타카
◈ 음악: 칸노 요코
◈ 제작사: 사테라이트
◈ 저작권: ⓒ 2007 BIG WEST / MACROSS F 製作委員會 · MBS
◈ 방영일자: 2007.12.23
◈ 장르: SF, 드라마, 로맨스,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마크로스 7의 이야기로부터 14년 뒤의 이야기를 다룬 시퀄로서 마크로스 탄생 25주년을 기념하여 제작되었다. 플래쉬백에서 등장했던 거대 우주이민선 메가로드와 유사한 우주 이민선 마크로스 프론티어를 타고 새로운 인류의 보금자리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사랑, 전쟁을 그리고 있다. 카와모리 쇼지는 총감독으로 물러나 있지만, 여전히 원안부터 발키리 디자인에 이르는 멀티플레이어로서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마크로스 제로에 이어 높은 수준의 3D CG 기법이 메카액션 연출에 적용되어 팬들이 기대치를 높였고, 에바타 리사가 디자인한 아이돌 셰릴 놈은 민메이부터 이전까지 등장했던 마크로스의 히로인과는 다른 도도하고 성숙한 매력을 보여주었다. 

각본을 맡은 요시노 히로유키의 스타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2000년대 아니메의 트렌드인 미소녀와 모에성이 상당히 짙은 작품으로 메카와 미소녀, 그리고 음악이라는 시리즈의 3대 테마를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 시리즈들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원작의 스타일과 달리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던 마크로스 7보다 더 이질적이라고 할 수 있을 듯. (이것이 항상 같은 패턴을 반복하지 않는다는 신조를 가진 카와모리 쇼지의 작품관 때문인지, 아니면 시청률과 현재의 트렌드를 고려한 기획단계에서의 마케팅적 접근방법에 의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입체적이고 관능적인 셰릴에 비해 너무 미약하게 설정된 란카의 캐릭터는 이 시리즈의 치명적인 미스 중 하나. 보호본능을 자극해야할 캐릭터가 팬들에게 외면을 받은 것은 시리즈의 테마라 할 수 있는 삼각 멜로라인의 형성을 불안하게 가져가는 결과를 가져왔다. 상대적으로 셰릴의 포스는 무척이나 강해서 민메이에 버금갈 정도는 아니라하더라도 상당한 인지도를 보여줬는데, 베스트 콤비인 칸노 요코와 사카마토 마야의 환상적인 음악과 보이스의 환상적인 궁합 또한 셰릴을 더더욱 돋보이게 한 요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마크로스 프론티어는 2009년 극장판으로도 제작되었다.


<참고 사이트>

[1]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2] The Super Dimension Fortress Macross (TV), ANN
[3] The Super Dimension Fortress Macross: Do You Remember Love? (movie), ANN
[4] The Super Dimension Fortress Macross: Flashback 2012 (OAV), ANN
[5] The Super Dimension Fortress Macross II: Lovers, Again (OAV), ANN
[6] Macross 7, ANN
[7] Macross Plus (OAV), ANN
[8] Macross Zero (OAV), ANN
[9] Macross Frontier (OAV), ANN
[10] 超時空要塞マクロス, Wikipedia Japan
[11] 超時空要塞マクロス_愛・おぼえていますか, Wikipedia Japan
[12] 超時空要塞マクロス Flash Back 2012, Wikipedia Japan
[13] The Super Fortress Macross, Wikipedia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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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어드벤쳐 코브라 (1982), Space Adventure コブラ


ⓒ BUICHI TERASAWA · TMS


<정보>

◈ 원작: 테라사와 부이치
◈ 감독: 데자키 오사무
◈ 각본: 테라사와 부이치, 야마자키 하루야
◈ 작화감독: 스기노 아키오
◈ 미술감독/미술감독보: 고바야시 시치로 / 오가 카즈오
◈ 음악/노래: 쇼지 오사무 / 마츠자키 시게루, EVE
◈ 프로듀서/제작: 이케우치 타츠오 / 카타야마 테츠오, 후지오카 유타카
◈ 제작사: 도쿄무비신사
◈ 저작권: ⓒ BUICHI TERASAWA · TMS
◈ 방영일자: 1982.07.08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고교생 관람가 (R)


<시놉시스>

먼 미래의 지구, 평범한 샐러리 맨인 존슨은 반복되는 생활에 염증을 느끼던 중, 집안 일을 도와주는 가사 로봇의 권유로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트립 무비'라는 곳을 찾아가게 된다. 가상현실 속에서 존슨은 멋진 우주해적이었다. 아름다운 아마로이드 레이디와 함께 우주를 유랑하는 무법자인 그의 앞에는 항상 모험이 끊이질 않았다. 낭만적인 정통파 해적이기에 이권을 위해 악행을 일삼는 거대한 해적집단 우주해적 길드와는 사이가 좋지 않아 잦은 충돌이 있었다. 그러나, 길드의 수많은 위협 속에서도 전 우주에 하나만 존재하는 사이코 건을 왼팔에 장착한 그를 제거할 수는 없었다. 점점 더 조여오는 길드의 포위망과 쫓고 쫓기는 생활에 지친 그는 결국, 자신의 생활에 염증을 느낀 나머지 얼굴을 바꾸고 기억을 지운체 평범한 생활로 돌아가게 된다. 그의 이름은 코브라, 바로 전설의 우주해적이다.

꿈 속으로만 그려오던 흥분되는 모험 속에 흠뻑 빠진 존슨은 귀가하던 중 차로를 가로 지르던 한 사내를 미쳐 못보았다가 황급히 피하면서 사고를 낸다. 놀라 차에서 내린 존슨은 자신의 차에 치일뻔한 그가 왠지 가상현실 속에서 만난 우주해적 길드의 일원과 닮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무의식적으로 아는 체를 한다. 그리고 사내의 안색이 변하는 순간, 존슨은 무엇인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내는 정말로 우주해적 길드의 일원이었던 것. 존슨을 향해 사내의 레이저 총이 불을 뿜으려는 순간 존슨 역시 무의식적으로 왼팔을 뻗게 된다.

존슨의 왼팔에서 레이저 빔이 발사되고 사내는 일격에 쓰러지고 만다. 그의 왼손이 없어지고 대신 팔전체에 총이 달려 있는 것이 아닌가! 패닉 상태에 빠진 존슨은 황급히 집으로 돌아와 정신을 수습하려 하지만, 자꾸만 이상한 기억이 떠오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기억이 몇 년 전까지만 머물러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거울을 응시하다가 그 옆의 이상한 장치를 작동시키는 순간, 숨겨진 벽장이 열리면서 나타나는 매그넘 권총과 의수. 수년 동안 잊고 살아왔던 옛날의 기억이 존슨의 머리 속에서 서서히 생각나기 시작하는데... (본 줄거리는 원작 코믹스의 내용으로 극장판의 내용은 원작과는 조금 다르다.)


<소개>

'주간 소년점프'에 연재된 테라사와 부이치의 대표적인 고전 SF 명작. 1978년부터 연재를 시작한 이 작품은 동시기의 대표적인 우주해적 캡틴 하록과는 거의 반대선상에 놓여진 SF 해적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지극히 일본적이고 비장하며 무거운 하록과는 달리, 코브라는 너무도 미국적이고 유쾌하며 가벼운 해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마치 몽키 펀치의 루팡 3세의 유쾌한 도적 루팡 3세와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를 섞어놓은 듯한 주인공이 스타워즈 같은 세계에서 벌이는 SF 어드벤쳐라고 보는 것이 이 작품을 요약하기 적당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코믹스의 그림체는 기존의 일본식 만화체를 탈피하여 극히 서양적인 느낌이 강렬하다. 타이트한 코브라의 복장이나 등장 히로인들의 육감적이고 뇌쇄적인 의상 등은 서양의 코믹스에서 볼법한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어떤 위기에서도 유머러스함을 잃지 않는 유쾌한 사나이 코브라의 캐릭터 또한, 서양의 액션 히어로들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야기 또한 심각한 주제의식이나 교훈을 전달하기보다는 성인취향의 하드보일드 액션 스타일로, 몹시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하겠다. 곱슬머리 금발에 주먹코를 가진 우스꽝스럽게 생긴 코브라는 잘생긴 남자 주인공이 절대적인 일본 만화영화에서 이례적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비슷한 스타일의 작품인 루팡3세의 루팡과도 동일한 접근법이다.

'내일의 죠(1972)', '보물섬(1978)', '베르사이유의 장미(1979)' 등에서 독창적인 연출기법을 통해 스타일리쉬한 연출의 대가로 널리 알려진 데자키 오사무가 연출을 맡은 극장판은 이제까지의 데자키식 연출기법이 십분 녹아든 데자키식 코브라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원작자인 테라사와 부이치가 직접 각본에 참여하여 원 코믹스의 에피소드 중 첫번째 에피소드인 로얄 3자매와의 에피소드를 각색하여 독자적인 오리지널 스토리로 제작되었으며, 4채널 돌비 시스템과 3D 입체 애니메이션 기법을 도입([5] 참조)하는 등, 이 극장판에 투입된 스탭들의 노력은 실로 대단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그 완성도에 비해 흥행성적은 그리 뛰어나지 못했는데, 원체 서양적이고 성인취향적 느낌이 강한 원작인지라 많은 일본 팬들에게는 그리 어필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 싶으며,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영상미에 비해 스토리 자체는 액션 어드벤쳐치고는 조금 싱거운 느낌이 있는 것도 한 몫을 하지 않았나 싶다. 개인적으로는 데자키 오사무의 스타일이 십분 살아있는 고급스러운 SF 어드벤쳐물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극장판에서는 가수이자 배우 겸 탤런트인 마츠자키 시게루가 직접 코브라를 연기하고 주제가까지 부르고 있다.


스페이스 코브라 (1982) 


ⓒ BUICHI TERASAWA · TMS

<정보>

◈ 감독: 데자키 오사무
◈ 각본: 야마자키 하루야, 미키 코스케, 테라다 켄지 
◈ 콘티: 데자키 오사무, 코다마 켄지, 松島ゆうじ, 中西久男 外
◈ 작화감독: 스기노 아키오, 오츠카 신지
◈ 메카닉 디자인: 무라카미 카츠시
◈ 오프닝 애니메이션: 모리모토 코지
◈ 미술감독: 미즈타니 토시하루 (이시가키 츠토무로 교체)
◈ 음악/노래: 하네다 켄타로, 오노 유우 / 마에노 요코 (엔딩)
◈ 기획/제작: 카타야마 테츠오, 쿠보타 에이치
◈ 제작사: 도쿄무비신사, 후지 TV
◈ 저작권: ⓒ BUICHI TERASAWA · TMS
◈ 방영일자: 1982.10.07 ~ 1983.05.19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TVA (31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극장판이 개봉된 지 3개월 뒤에 제작된 TV 시리즈. 원작의 성적 표현을 많이 자제하여 보다 낮은 연령대의 시청자들이 볼 수 있도록 각색이 된 작품이다. 스토리 전개는 극장판 보다 더 원작에 충실하게 전개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캡틴 하록이 '내 청춘의 아르카디아호(1982)'를 극장에서 개봉한 후, '무한궤도 SSX (1982)'를 방영했듯이, 코브라 역시 극장 개봉 후 TV 시리즈가 방영된다. 우주해적, SF 모험이라는 공통적 테마를 지닌 작품으로서 우연치 않게 비슷한 전개가 이루어진 셈이다.

극장판의 스탭진이 그대로 참여하여 스타일에 있어서는 극장판과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좀더 몽환적인 비주얼을 선보였던 극장판에 비해 TV 시리즈는 원작의 느낌에 충실한 정공법적인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극장판이 데자키 오사무의 스타일에 보다 더 가까운 형태였다면, TV 시리즈는 원작자인 테라사와 부이치의 스타일에 더 근접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보통 원작을 그대로 연출하지 않고 항상 자기식의 해석을 즐겨했던 데자키의 스타일로서는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데자키 특유의 하모니 기법과 같은 연출 스타일은 여전히 유효하다.

메카닉 디자인에는 초합금 시리즈로 유명한 포피의 전설적인 완구 디자이너 무라카미 카츠시가 참여하여 상품화를 전제로 수정이 가해지게 된다. 이로 인해 터틀호가 뱀(혹은 기차)과 같은 형태의 모드로 변형하는 완구적 메커니즘이 가해지기도. 코브라의 성우는 극장판의 마츠자키 시게루가 아닌, 알랑 드롱의 더빙 성우로 유명한 노자와 나치가 맡게 된다. 그 전에는 루팡 3세로 잘 알려진 야마다 야스오가 물망에 오르기도 하지만, 코브라 캐릭터 자체가 루팡과 겹쳐지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미지가 같다는 우려에 의해 노자와가 최종 낙점되기에 이른다.([2] 참조) 노자와는 후일 2008년부터 시작되는 신 코브라 시리즈에서 다시 코브라를 맡게 되지만, 건강 악화로 인해 2010년 TV 시리즈의 코브라에는 참여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2010년 10월에 폐암으로 사망하게 된다.


코브라: 더 사이코건 (2008) 


<정보>

◈ 원작/감독/각본/콘티: 테라사와 부이치
◈ 캐릭터 디자인/총작화감독: 시미즈 케이조
◈ 미술감독: 코바야시 시치로
◈ 음악/노래: 이케 요시히로 / 요코 타카하시
◈ 제작: 길드 프로젝트, 매직버스
◈ 저작권: ⓒ BUICHI TERASAWA · A-GIRL RIGHTS · GUILD PROJECT
◈ 일자: 2008.08.29 ~ 2009.02.27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OVA (4화) / 고교생 관람가 (R)


<소개>

코브라 탄생 30주년을 맞이하여 테라사와 부이치가 직접 감독과 각본, 콘티까지 맡으며 노익장을 과시한 작품. 더 사이코건과 타임 드라이브까지 총 6부작의 OVA를 만들어 내었다. 이 중에서 사이코 건 4부작은 테라사와가 직접 감독을 맡은 작품으로 82년 TV 시리즈의 노자와 나치(코브라 역)와 사카키바라 요시코(레이디 역)를 그대로 기용하여 원 시리즈의 팬들에게도 오랜만에 감동을 전해주게 된다. 깔끔한 작화에 CG까지 더해져 이전 시리즈의 투박함을 많이 벗어버린 코브라이지만 디자인 자체가 아니메의 일반적인 스타일과 다른 미국의 고전 SF에 기반한 것들인데다가 캐릭터 역시 아니메의 트렌드인 모에 취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관계로 신세대 팬들에게는 크게 어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코브라: 타임 드라이브 (2009) 


ⓒ BUICHI TERASAWA · A-GIRL RIGHTS · GUILD PROJECT

<정보>

◈ 원작/감수: 테라사와 부이치
◈ 감독/연출/콘티: 시미즈 케이조
◈ 제작: 길드 프로젝트, 매직버스
◈ 저작권: ⓒ BUICHI TERASAWA · A-GIRL RIGHTS · GUILD PROJECT
◈ 일자: 2009.04.24 / 2009.06.26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OVA (2화) / 고교생 관람가 (R)

<소개>

4부로 마감한 싸이코 건에 이어 출시된 2부작. 시간여행을 소재로 하고 있으며, 그동안 베일에 쌓여있던 코브라의 파트너 아마로이드 레이디의 과거가 등장하는 등, 올드팬들에게는 큰 흥미를 주고 있다. 이번 2부작에서는 테라사와가 원작과 감수만을 맡고 더 사이코 건에서 작화감독을 맡았던 시미즈 케이조가 감독을 맡아 활약하게 된다.


코브라 디 애니메이션 (2010) 


ⓒ BUICHI TERASAWA · A-GIRL RIGHTS · GUILD PROJECT

<정보>

◈ 감독: 시미즈 케이조
◈ 연출: 노시타니 미츠타케(熨斗谷充孝), 나카지마 토요아키, 오카오 타카히로 外
◈ 시리즈 구성/각본: 코이데 카즈미 / 우에다 코지, 末長光代
◈ 콘티: 시미즈 케이조, 오오쿠보 마사오, 마에지마 켄이치 外
◈ 캐릭터 디자인: 시미즈 케이조, 야마모토 케이코, 마스이 잇페이
◈ 작화감독: 야마모토 케이코, 코바야시 유카리
◈ 미술감독: 코우노 지로
◈ 음악/노래: 이케 요시히로 / Sasja Antheunis, 마츠자키 시게루
◈ 제작사: 길드 프로젝트, 매직버스, BS11 디지털
◈ 저작권: ⓒ BUICHI TERASAWA · A-GIRL RIGHTS · GUILD PROJECT
◈ 방영일자: 2010.01.02 ~ 2010.03.27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TVA (13화) / 고교생 관람가 (R)


<소개>

6부의 OVA를 끝으로 코브라는 TV 시리즈로 다시 등장한다. 건강 악화로 시리즈를 하차한 노자와를 대신하여 타임 드라이브에서 젊은 시절의 코브라 역을 맡았던 우치다 나오야가 코브라를 맡게 되는데, 능청스럽고 익살스러운 코브라의 이미지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기도 하다. 또한, TV 시리즈에 등장하는 원 시리즈의 비운의 히로인이었던 도미니크 로얄을 닮은 시크릿 역할에는 가수 겸 성우인 사카모토 마아야가 캐스팅 된다. 원래 TV 시리즈는 데자키 오사무가 맡기로 되어 있었으나 제반 사정에 의해 다시 타임 드라이브에서 감독을 맡았던 시미즈 케이조가 감독을 맡게 된다. 21세기를 맞이하여 과거의 스타일 그대로 유지한체 깔끔한 작화로 그려졌다는 점에서 가치를 둘 수 있지만 루팡 3세의 대중적 인기에 비해서 코브라는 일본 팬들에게는 마니악한 취급을 받는 듯 싶다.


<참고 사이트>

[1] コブラ (漫画), Wikipedia Japan
[2] コブラ (アニメ), Wikipedia Japan
[3] SPACE ADVENTURE コブラ (1982), allcinema.net
[3] Space Adventure Cobra - The Movie, ANN
[4] Space Adventure Cobra (TV), ANN
[5] 스페이스 어드벤쳐 코브라(SPACE ADVENTURE コブラ) 1982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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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duction REED


마법의 프린세스 밍키모모 (1982), 魔法のプリンセスミンキーモモ / Minky Momo


ⓒ Production REED

<정보>

◈ 원안/구성: 슈도 타케시 
◈ 총감독: 유야마 쿠니히코 
◈ 연출: 유야마 쿠니히코, 니시무라 쥰지, 야마다 유조 外
◈ 각본: 슈도 타케시, 츠즈이 토모미, 츠지야 토키오, 토다 히로시 外
◈ 콘티: 유야마 쿠니히코, 코지마 마사유키, 니시무라 쥰지 外
◈ 캐릭터 디자인: 아시다 토요오, 미사키 아노, 핫토리 아유미 
◈ 작화감독: 타나카 타모츠, 와타나베 히로시, 柴崎計, 上條修 外
◈ 미술감독: 아라이 토라오
◈ 오프닝 애니메이션: 와타나베 히로시
◈ 음악/노래: 타카다 히로시 / 코야마 마미
◈ 기획/프로듀서: 사토 토시히코 / 오오노 미노루, 카토 히로시 外 
◈ 제작사: 아시 프로덕션, 요미우리 광고사
◈ 저작권: ⓒ Production REED
◈ 일자: 1982.03.18 ~ 1983.05.06
◈ 장르: 드라마, 모험, 변신마법소녀
◈ 구분/등급: TVA (63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시놉시스>

먼 옛날과 지구에 있었던 꿈의 나라 페나리나사는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잃어가기 시작하면서부터 서서히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사랑을 되찾아준다면 페나리나사는 다시 지구로 돌아갈 수 있기에, 페나리나사의 왕과 왕비는 자신의 하나뿐인 딸 밍키를 인간세상으로 내려보낸다. 수행원인 세마리 동물들과 함께 한 평범한 가정의 딸로서 살아가게 된 밍키. 그녀는 목걸이에 달린 요술봉을 사용하여 성인 여성으로 변신하여 갖가지 직업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 과연 이 능력을 가지고 밍키는 사람들에게 잃어버린 꿈과 희망을 되찾아 줄 수 있을까, 또한, 우주 저편으로 사라지는 고향 페나리나사를 다시금 지구로 돌아오게 할 수 있을까.


<소개>

마법소녀물과는 전혀 연관이 없던 아시 프로덕션이 최초로 시도한 마법소녀물이자 도에이 동화 외에 다른 제작사가 제작한 최초의 마법소녀물. 도에이 동화가 주도하던 마법소녀물의 주도권이 '마법천사 크리미마미(1983)'로 대표되는 마법소녀물의 본가 스튜디오 피에로로 넘어오기 직전 제작된 작품으로, 크리미마미와 함께 SF가 대세이던 80년대에 마법소녀물을 부활시켰으며, 또한 가장 대표적인 마법소녀물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는 작품이다.

애초에 스폰서인 포피에 의해 소녀들을 위한 완구판매를 목적으로 기획된 작품이었지만, 원안을 맡았던 슈도 타케시와, 감독인 유야마 쿠니히코가 합작하여 마법소녀물로서는 독특한 에피소드와 다양한 시도를 선보인 이례적인 작품이 되었다. 포피는 기획 회의 당시 타케시에게 '명작은 필요없고, 30분짜리 CM으로 만들어 달라'고 얘기한 것으로 유명하다. ([1] 참조) 

꿈의 나라 페나리나사에서 내려온 공주 밍키가 인간의 아이로 지내면서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마법을 사용해 성숙한 여성으로 변신한다는 컨셉은 이제까지의 마법소녀들과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독특한 헤어스타일과 파격적인 분홍색의 머리칼은 밍키를 다른 마법소녀들과는 무척 다른 존재로 인식되게 하였다. 거기에 변신 장면에서 등장하는 전라의 노출씬은 비록 뒷모습만을 비춰주고 있었지만 당시로서는 밍키의 헤어 스타일만큼이나 센세이션했던 장면으로, 일본 내에서조차 로리타 컴플렉스라는 논란을 낳기도 하였다.

그러나, 밍키가 지금까지도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은 인상적인 헤어 스타일이나 파격적인 누드 변신장면이 아닌, 마법소녀물의 범주를 넘어선 다양한 이야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괴도 아르센 루팡이나 007 시리즈, 웨스턴 무비를 소재로 한 어드벤쳐 스타일의 에피소드부터 스포츠, 탐험, 공포, SF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장르의 향연은 마법소녀물이라 부르기 무색할 정도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분명 그전까지의 마법소녀물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소녀 팬 뿐만 아니라 청소년층과 성인층까지도 볼 수 있는 작품으로 거듭나게 된다. 특히, 미지의 섬에 안치된 유적의 봉인을 풀자 3단 변신 합체 로봇이 되어 이를 타고 악당들과 싸우는 에피소드는 마법소녀물로서는 파격에 가까운 이야기라 아니할 수 없다.

소년들까지도 열광할만한 어드벤쳐 뿐만 아니라 서정적이고 로맨틱한 에피소드들도 돋보인다. 쇼팽의 야상곡으로 유명한 유령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살아 생전 유일한 벗이었던 한 소녀를 죽어서까지 잊지 못하는 유령의 이야기를 감미로운 피아노곡과 함께 풀어낸 명 에피소드였으며, 변신소녀로 변한 밍키가 펜던트를 떨어뜨리면서 만나게 된 한 애니메이터 청년과의 이루어질 수 없는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 또한 순정 멜로물로서 부족함이 없는 에피소드였다. 이것은 슈도 타케시 뿐만 아니라 츠즈이 토모미나 츠지야 토키오 같은 실력있는 각본가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마법소녀물로서 지나치게 많은 것을 담아내려 했던 밍키는 결국 스폰서에 의해 중도하차라는 압력을 받게 된다. 42화에서 전격 종영이 예정되었던 밍키는 막판에 극적으로 4화가 더 연장되는데, 이로 인해 실로 드라마틱하면서도 비극적인 밍키의 라스트가 그려지게 되는 것이다. 43화에서 밍키와 애니메이터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로 분위기를 센티멘탈하게 끌고 나간 후, 45화에 이르러 밍키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변신 요술봉이 파괴되는 실로 파격적인 이야기가 비극을 위한 예열 단계에 들어가게 된다. 마침내 최종화에서 그려진 밍키의 충격적인 죽음은 지금까지도 팬들의 입에서 회자되는, 소녀용 아니메로서는 실로 비극적이고 드라마틱한 결말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충격적인 라스트 후 밍키는 극적으로 부활하게 되는데, 이것은 당시 포피가 기획했던 완구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작품을 모색하던 중 특별한 대안을 찾지못하자 종영을 앞둔 밍키를 연장방영하고 여기에 이 완구를 홍보하자는 스폰서의 상업적인 결정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밍키는 죽음에서 다시 환생하여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아 페나리라사를 마침내 지구로 돌아오게 되었으나([7] 참조), 이미 이야기가 일단락된 밍키의 후반부 17개의 에피소드는 이전만큼의 매력을 발휘하지는 못한체 그저 번외의 이야기로 인식되고 만다. 

마법소녀물로서 밍키가 보여준 것은, 소녀팬들 뿐만 아니라 전연령층을 공감하게 할 수 있는 다양한 드라마의 시도였다. 또한, 다양한 직업을 가진 성숙한 여성으로서 변신하여 어려운 난제들을 풀어감으로써 아이들에게 어른이 되는 것에 대한 동경을 심어준 작품이기도 했다. 마법소녀물의 순정만화적 정체성을 드라마적인 범위로 넓힌 셈이다. (유야마 쿠니히코와 슈도 타케시는 이후에도 포켓몬 시리즈를 통해 또 한번 명콤비의 위력을 과시하게 되는데, 밍키와는 사뭇 다른 스타일을 보여준다.) 한국에서는 시리즈가 거의 종결될 즈음인 83년 3월부터 KBS를 통해 방영되어 '달려라 하니'로 유명한 성우 주희가 밍키를 맡아 특유의 수다스럽고 발랄한 목소리로 큰 사랑을 받게 된다.

☞ 요술공주 밍키에 관한 괜찮은 리뷰 보러가기: <요술공주 밍키>(ミンキーモモ)(1992) by 키웰

ⓒ Production REED




마법의 프린세스 밍키모모, 꿈속의 윤무 (1985)


ⓒ Production REED

<정보>

◈ 원작/각본: 슈도 타케시
◈ 감독: 유야마 쿠니히코
◈ 캐릭터 디자인: 아시다 토요오
◈ 작화감독: 와타나베 히로시
◈ 음악/노래: 타카다 히로시 / 시가 마리코
◈ 제작: 아시 프로덕션
◈ 저작권: ⓒ Production REED
◈ 일자: 1985.08.03
◈ 장르: 드라마, 모험, 마법소녀
◈ 구분/등급: OVA, 극장판 / 초등생이상 관람가 (PG)


<소개>

우여곡절 끝에 시리즈를 마감한 밍키는 그 후에도 식지않은 팬들의 사랑 속에 마침내 OVA로 제작된다. 피터팬을 모티브로 한 페타라는 소년이 다스리고 있는 하늘에 떠있는 신비한 섬 '아이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어른이 되지 않는 동화속의 주인공 피터팬과 어른으로 변신하여 사람들에게 꿈을 찾게 해주는 마법의 나라 공주 밍키와의 대비가 눈에 띈다. 이는 동화와 같은 동심의 세계에 빠져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는 피터팬 증후군처럼, 성장과 책임을 두려워하는 아이들에게 일종의 메시지를 던지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극장에서도 개봉되는데, 마침 동시에 '마법천사 크리미마미 롱 굿바이(1985)'가 극장개봉 되면서 '요술공주 밍키 vs 마법천사 크리미마미 극장대결전(1985)'이라는 3분 정도의 단편도 동시에 상영되어 희대의 두 마법소녀가 한 작품에 같이 출연하는 즐거움을 선사하게 된다. 단편작의 연출은 크리미마미 TV 시리즈에서 연출스탭을 맡았던 모치즈키 토모미가 맡았다.


마법의 프린세스 밍키모모, 꿈을 안아줘요 (1991)


ⓒ Production REED

<정보>

◈ 원안/구성: 슈도 타케시
◈ 감독: 유야마 쿠니히코
◈ 각본: 슈도 타케시 外
◈ 캐릭터 디자인: 아시다 토요오, 와타나베 히로시
◈ 작화감독: 와타나베 히로시, 호리우치 오사무, 하시모토 타카시 外
◈ 음악/노래: 하세가와 토모키 / 코모리 마나미
◈ 기획/제작: 시마무라 카즈오 / 사토 토시히코
◈ 제작: 아시 프로덕션, 요미우리 광고사
◈ 저작권: ⓒ Production REED
◈ 일자: 1991.10.02 ~ 1992.12.23
◈ 장르: 드라마, 모험, 마법소녀
◈ 구분/등급: TVA (62+3화) / 초등생이상 관람가 (PG)


<소개>

하늘의 요술나라 페나리나사의 공주 밍키모모가 아닌, 바다의 요술나라 마리나라사의 공주 밍키모모를 주인공으로 한 새로운 TV 시리즈. 시기상으로 전작에 비해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 방영된데가, 이미 원 시리즈의 46화에서 밍키가 충격적인 죽음으로 이야기가 절정에 이르른체 상당부분 결말이 지워졌기에 새로운 밍키의 이야기는 이전처럼 큰 임팩트를 주지 못했다.(하지만 62화까지 방영된 것으로 보아 인기가 없지는 않았다 하겠다. 이는 관련 캐릭터 상품의 판매가 어느 정도 호조였기에 가능한 상황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전작에서 인간으로 환생한 밍키가 등장하여 새로운 밍키에게 멘토로서의 역할을 하는 등 기존의 밍키 팬들에게는 흥미로운 부분도 많은 듯. 마침내 임무를 완수하고 꿈의 나라가 지구로 돌아온다는 전개가 아닌, 결국 꿈의 나라는 지구에서 멀어진다라는 현실적인 결말과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과 소망을 갖고 살아가는 밍키의 이야기는 전작에 이어 여전히 드라마적 구성이 돋보인다 할 수 있다.

마리나라사의 밍키는 히야시바라 메구미가 맡고, 페나리나사의 밍키는 원래 성우인 코야마 마미가 맡아 좋은 대비를 주고 있다. 한국에서도 SBS를 통하여 1993년 3월부터 방영되었으나 큰 인기를 끌지는 못한체 조용히 잊혀지게 된다.


MINKY MOMO IN 꿈에 걸린 다리 (1993)


ⓒ Production REED

<정보>

◈ 원안/각본: 슈도 타케시
◈ 감독: 유야마 쿠니히코
◈ 캐릭터 디자인: 아시다 토요오, 와타나베 히로시
◈ 작화감독: 호리우치 오사무
◈ 미술감독: 아라이 토라오
◈ 음악: 하세가와 토모키
◈ 제작: 아시 프로덕션
◈ 저작권: ⓒ Production REED
◈ 일자: 1993.??.??
◈ 장르: 드라마, 마법소녀
◈ 구분/등급: OVA / 초등생이상 관람가 (PG)


<소개>

밍키가 마법을 쓰지 않고 다리의 전설을 믿는 소년을 위해 동분서주한다는 내용으로, 마법소녀물이라기보다는 밍키라는 주인공을 등장시킨 별도의 스핀오프 드라마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히야시바라 메구미가 성우를 맡은 것으로 미루어보아 페나리나사의 밍키가 아닌 마리나라사의 밍키가 주인공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MINKY MOMO IN 여행자들의 역 (1994)


ⓒ Production REED

<정보>

◈ 원안/각본: 슈도 타케시
◈ 감독: 유야마 쿠니히코
◈ 작화감독: 와타나베 히로시
◈ 음악: 하세가와 토모키
◈ 제작: 아시 프로덕션
◈ 저작권: ⓒ Production REED
◈ 일자: 1994.??.??
◈ 장르: 드라마, 모험, 마법소녀
◈ 구분/등급: OVA / 초등생이상 관람가 (PG)


<소개>

꿈에 걸린 다리에 이은 두번째 OVA. 페나리라사의 밍키와 마리나라사의 밍키가 모두 등장한다. 전작 OVA가 다리를 무대로 하였다면, 이번은 기차역이 무대이다. 만남과 이별의 장소라는 점에서 두 무대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전작에 비해서는 보다 판타지적인 요소가 강화된 작품이라 하겠다.

ⓒ Production REED

 

<참고 사이트>

[1] 魔法のプリンセスミンキーモモ, Wikipedia Japan
[2] 魔法のプリンセスミンキーモモの映像作品一覧, Wikipedia Japan
[3] MINKY MOMO in 夢にかける橋 (1993), allcinema.net
[4] MINKY MOMO in 旅立ちの駅 (1994), allcinema.net
[5]  Fairy Princess Minky Momo (TV), ANN
[6] Magical Princess Minky Momo, Wikipedia
[7] 요술공주 밍키, 위키백과
[8] 밍키 모모 vs 크리미마미 - 극장의 대결전 1985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Production REED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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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메카 자붕글 (1982), 戦闘メカ ザブングル / Combat Mecha Xabungle


ⓒ SOTSU · SUNRISE


<정보>

◈ 원안/원작: 야다테 하지메 / 토미노 요시유키, 스즈키 요시타케
◈ 총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연출: 카시마 노리오, 후지와라 료지, 카세 미츠코, 세키타 오사무 外
◈ 각본: 스즈키 요시타케, 이토 츠네히사, 아라키 요시히사, 요시카와 소지 外
◈ 콘티: 토미노 요시유키, 타키자와 토시후미, 야마자키 카즈오 外
◈ 캐릭터 디자인/총작화감독: 코가와 토모노리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 이즈부치 유타카 (게스트 메카닉 디자인)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
◈ 음악/노래: 마카이노 코지 / 쿠시다 아키라 (오프닝/엔딩), MIO (삽입곡)
◈ 프로듀서: 森山涇, 普入弘, 나카가와 히로노리
◈ 제작사: 선라이즈, 나고야 TV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2.02.06 ~ 1983.01.29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 구분/등급: TVA (50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시놉시스>

황량한 혹성 조라. 혹성의 지배계급인 이노센트가 정한 3일법에 의해 범죄를 저지르고도 3일 동안만 범죄 혐의를 피할 수 있으면 무죄가 되는 이곳은 무법지대나 다름없는 세상이다. 이 3일법에 의해 자신의 부모를 살해하고 무죄를 선고받은 팀프 샤론에게 복수하기 위해 지론 아모스는 3일법을 무시하고 그를 추적한다. 이 세계에서 평민계급인 시빌리언은 이노센트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한다. 사실 시빌리언은 황량한 혹성을 다시 사람이 살 수 있는 대지로 만들기 위해 이노센트들이 창조해낸 유전자 조작 인간들. 돔 안의 세계에서만 살고 있는 이노센트와 달리 황량한 혹성의 환경에서도 적응이 가능한 시빌리언들은 이제까지 이노센트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지론과 같은 특이한 종이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사태는 점점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려 하고 있었다.


<소개>

희대의 문제작이었던 '전설거신 이데온(1981)'에 이은 토미노 요시유키의 차기작. 아동용 로봇물에서 지나치게 우울한 설정과 엔딩을 보여주었던 '무적초인 점보트3(1977)'에 이어 유쾌한 하드보일드 액션 로봇물인 '무적강인 다이탄3(1978)'을 선보이고, '몰살의 토미노'라는 악명을 안겨준 문제작 이데온 뒤에는 이 자붕글을, 우울한 판타지 로봇물 '성전사 단바인(1983)' 뒤에는 유쾌한 스페이스 판타지 로봇물인 '중전기 엘가임(1984)'을, 그리고 주인공이 정신줄을 놓아버리고 시리즈 최고의 인기 캐릭터를 졸전 끝에 행방불명 시켜버린 '기동전사 제타건담(1985)' 뒤에는 건담의 모든 패턴을 바꾸려 했던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1986)'을 선보이는 등 토미노 요시유키는 항상 직전작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작품을 차기작으로 만들어내고는 했다. 이 자붕글 역시 이데온과는 전혀 다른 유쾌함과 기존의 패턴을 벗어나는 파격을 선보인 작품이다. 어찌보면 반골정신이 강한 토미노 감독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아닌가 싶다.
 
서부극이라는 컨셉을 대입하고 활극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등, 로봇물로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스타일의 작품으로, 작품의 분위기도 밝은 코미디 터치로 그려지고 있다. 이노센트와 그에 의해 창조된 유전자 조작 인류인 시빌리언의 구도는 무척 무거운 주제를 내포하고 있으며, 과거의 유적들로 볼 때 혹성 조라는 핵전쟁으로 멸망해버린 지구의 먼 미래의 모습이라 추정되는 등, 세계관 자체는 토미노 감독의 작품답게 무겁고 암울하지만, 작품에 앞서 성까지 계명하고 아무도 죽지않는다는 홍보를 할 정도(이것이 토미노 감독의 의지인지 제작사의 권유에 의한 것인지는 불명)로 이야기는 우울한 것과는 거리가 있으며 결말도 미래지향적이다.

주역메카인 자붕글의 경우는 변신 기능이 탑재된 몹시도 슈퍼로봇스러운 형태를 띄고 있는데, 건담과 이데온을 거치며 스폰서로 토미노와 지속적으로 인연을 쌓은 완구 업체 크로바의 아이디어가 적극 반영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토미노 감독이 골치 아픈 스폰서와의 논쟁을 피하기 위해 이데온에 이어 스폰서의 생각을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스폰서의 과도한 작품 간섭은 분명 작가주의를 저해하는 요소이기도 했지만, 그로 인해 로봇 만화영화를 계속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된다는 점에서 이를 마냥 나쁘게 볼 수 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특히, 한국의 완구업체인 뽀빠이 과학의 경우는 이러한 스폰서-제작사 간의 기획단계부터의 협의 시스템에 큰 감명을 받게 되고 이를 최초로 한국의 만화영화 제작 시스템에 도입하게 되는데, 바로 이것이 세간에는 태권브이 표절의 결정판으로 알려진 '슈퍼 태권브이(1982)'인 것이다. 당시 슈퍼 태권브이는 자붕글의 완구를 가져와 얼굴만 태권브이의 것으로 교체하여 판매하게 되는데, 이는 악의적인 의도라기 보다는 당시 자체완구를 만들 여력이 전무한 상황에서 표절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없이 행해진 해프닝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지금의 시점에서 이는 명백한 표절행위이다.)

주인공 지론은 시리즈 중간에 자붕글에서 워커 갤리어로 메카를 바꿔 타게 되는데, 이는 당시 로봇물로서는 파격적인 모습이었다. 주역메카가 시리즈 중간에 교체되는 것은 이례적이었던 것이다. 이것은 슈퍼로봇의 모습을 한 자붕글 외에는 모두 기계에 가까운 메카가 등장하는 작품의 세계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토미노 감독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었는데, 후일 단바인이나 엘가임, 제타 건담 등에서 계속적으로 이같은 주역메카의 교체가 시도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특히, 제타 건담의 경우는 주역메카의 프라모델 제작일정이 늦춰지는 바람에 부득이하게 중반부에 이르러서 메카가 교체된다는 형태로 이야기가 수정되기도 한다. 이것은 후일 주역메카의 교체가 스폰서의 비즈니스적 사정이나 스케줄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거대한 함선에서 로봇 형태로 변신하는 아이언기어는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보다 먼저 거대 전함이 로봇으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캐릭터 디자인은 이데온에 이어 코가와 토모노리를 기용하면서 토미노의 작품에서 하나의 정체성(라이딘부터 건담까지 그는 계속 야스히코와 일해왔다. 아, 다이탄3은 제외)이기도 했던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그늘을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코가와 토모노리와의 호흡은 차기작인 단바인까지 계속되며, 이후에는 코가와의 제자인 기타즈메 히로유키가 그 바톤을 이어받게 된다. (제타 건담에서는 캐릭터 디자인은 야스히코가, 작화감독은 기타즈메와 온다 나오유키를 비롯한 여러 인물들이 맡게 되면서 구 파트너와 신 파트너의 조화를 이루게 된다.) 둥글둥글한 자붕글의 캐릭터 디자인은 이제까지 미남 주인공이 거의 등장하지 않았던 토미노의 작품 중에서도 이례적으로 독특함을 자랑하고 있는데, 일설에는 토미노마저도 이 이질적인 캐릭터 디자인에 대해 혹평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데온부터 자붕글에 이르기까지 토미노가 선보인 로봇 장르는 엄밀히 표현하면 이제와서는 '리얼 로봇'이라 일컬어지는 장르적 특색과는 다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데온과 자붕글 모두 슈퍼로봇물에 가까운 변신 합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오히려 토미노는 리얼 로봇의 구축보다는 기존의 것과는 다른 새롭고 참신한 작품을 만들어내려 했음을 짐직할 수 있다. 그리고 이후로도 토미노 감독의 새로운 도전은 단바인과 엘가임으로 계속지만 결국 팬과 스폰서의 압력에 의해 제타 건담으로 다시 리얼 로봇의 세계로 복귀하게 된다.

83년에는 7월에는 기존의 TV 판에 신작컷을 추가한 편집 극장판 '자붕글 그래피티(1983)'가 개봉되기도 하였다. '태양의 송곳니 더그람 극장판(1983)'과 함께 개봉되었으며, 일부 조연 캐릭터를 죽지 않게 만드는 등 TV 시리즈의 결말과는 다른 전개를 보여주었다.

ⓒ SOTSU · SUNRISE



<참고 사이트>

[1] 戦闘メカ ザブングル, Wikipedia Japan
[2] 전투메카 자붕글, 엔하위키 미러
[3] 전투메카 자붕글&태양의 어금니 더그램 1983 by 캅셀, CAPSULE 블로그: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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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송곳니 다그람 (1981), 太陽の牙ダグラム / Fang of the Sun, Dougram


ⓒ SUNRISE


<정보>

◈ 원안/원작: 야다테 하지메 / 다카하시 료스케, 호시야마 히로유키
◈ 감독: 칸다 타케유키 / 다카하시 료스케
◈ 연출: 요코야마 유이치로, 미우라 마사노리, 야다베 카츠요시 外
◈ 각본: 호시야마 히로유키, 와타나베 유지, 토미타 스케히로 外
◈ 콘티: 타카하시 료스케, 요코야마 유이치로, 타키자와 토시후미 外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요시카와 소지 / 시오야마 노리오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
◈ 미술감독: 나카무라 미츠키
◈ 음악/노래: 후유키 토오루 / 아사다 마모루
◈ 기획/프로듀서: 야마우라 에이지, 沼本清海 / 이와사키 마사미
◈ 제작사: 선라이즈, TV 도쿄 (방송)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81.10.23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75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스타페라스 성계의 혹성 데로이아는 지구에 의해 개척된 이래 생산되는 식량과 광물을 지구로 보내는 식민 혹성국가가 되었다. 그로부터 130년의 세월이 흘러 데로이아를 개척하기 위해 지구에서 온 이주민의 후예들은 지구와는 다른 빈곤한 삶과 차별 대우로 인해 점점 지구에 대한 애정이 사라지고, 자신들을 핍박하고 업수이 여기는 지구인들에 맞서 독립을 꿈꾸게 된다. 이들은 스스로를 지구인이 아닌 데로이아인으로 부르게 된다.

한편, 지구연방 평의회 의장 도난 카심과 평의회 의원들이 지구연방군 제8군 소속의 폰 슈타인 대령의 부대에 의해 납치되고, 이들에 의해 데로이아 독립을 선언하는 일대 사건이 발생한다. 민심은 데로이아의 독립을 지지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으로 나뉘고, 도난의 아들 그린 카심은 아버지를 구출하기 위해 구출부대에 자원하게 된다. 극적으로 아버지를 구출하는 그린.

하지만, 이것은 모두 카심 의장의 계략이었다. 이 사건을 통해 데로이아의 독립을 지원했던 세력을 색출하고 데로이아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하기 위함이었던 것. 권력의 비열함에 눈을 뜬 그린은 고뇌하던 중, 데로이아 독립운동을 벌이는 지도자 데이비드 사마린 박사를 만나게 되는데...


<소개>

리얼로봇물의 거장 다카하시 료스케의 첫번째 로봇 아니메 연출작이자 그의 첫번째 리얼로봇 아니메. '기동전사 건담(1979)'에서 시작된 리얼로봇의 흐름을 이은 두번째의 본격적인 리얼로봇 작품이다. (이데온은 하드한 SF 드라마로서의 모습은 충분했지만, 엄밀히 말해서 리얼로봇물이라 부르기는 힘들다.) 원제인 '太陽の牙 ダグラム'에서 牙(키바)는 보통 동물들의 송곳니나 앞니가 변하여 길게 튀어나온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쉽게 생각하면 멧돼지의 튀어나온 이빨이라 생각하면 된다. 보통 이것을 한국어로는 '엄니'라 부르나, 엄니가 와전되어 한국에서는 어금니로 더 많이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정확한 한국식 제목은 태양의 엄니 다그람이라 할 수 있으나 어머니가 생각날 우려가 있는지라 본 포스팅에서는 태양의 송곳니로 바꿔 표현하고 있다.(쩝;)

'용자 라이딘(1975)'나 '초전자로보 콤배틀러 V(1976)' 등에서 콘티를 맡았을 뿐 로봇 만화영화에 대한 경험이 전무했던 다카하시 료스케는 '리본의 기사(1967)'와 같은 초창기 무시 프로덕션의 작품에서부터 연출경력을 쌓아온 인물로, 애초에는 로봇 만화영화에 관심이 없었지만 선배이자 라이벌 관계(?)라 할 수 있는 토미노 요시유키가 건담을 통해 로봇과 드라마의 접목을 시도하자 이를 능가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다그람의 기획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당시 로봇물의 경험이 전무하다시피한 그는 라이딘과 건담 등에서 연출을 맡았으며, '우주대제 갓시그마(1980)'의 초반부까지 총감독을 맡아 자신보다는 로봇물의 경험이 풍부했던 칸다 다케유키와 함께 공동으로 이 시리즈를 이끌어가게 된다. 이 둘이 토미노 요시유키와 함께 선라이즈의 3대 리얼로봇 거장이 됨은 주지의 사실이다. 

다그람의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전쟁 드라마의 형태를 띄고 있다. 핍박받는 식민지 민중의 독립운동, 이를 저지하기 위한 지구연방의 정치술수, 그리고 지구연방 평의회의장의 아들로 아버지에 반기를 들고 데로이아 군의 편에 서서 독립운동에 앞장서는 주인공 그린 등, 전체적인 구도는 기동전사 건담의 지구연방과 지온공화국을 연상시키고 있다. 구세대에 맞서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신세대의 모습 역시 대동소이한 점. 다만, 드라마적 구성과 밀리터리적 요소는 건담의 그것을 능가하고 있다. 병기로서의 컨셉을 대입했으나 슈퍼로봇의 잔재를 떨어버리지 못한 건담과 달리, 다그람은 그 모습부터 군용기계를 연상시키는 투박한 모습과 로봇을 일개 병기로 취급하면서 극에서 로봇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리얼로봇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겠다. (물론, 병기로서의 현실적 효용성이나 논리적인 전개에서는 여전히 만화영화의 한계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75화라는 방영편수는 선라이즈 로봇물 사상 가장 긴 편수로 기록되고 있다. 당시 니혼 TV에서 방영되고 있던 '육신합체 갓마즈(1981)'가 미형 캐릭터 마그를 앞세워 여성팬까지 확보하며 큰 인기를 끈 반면, 다그람은 이야기나 설정, 캐릭터 모든 면에서 어둡고 진지한 노선을 보여주고 있었기에, 이것은 작품 자체의 인기나 높은 시청률이라고 보기보다는 스폰서인 타카라가 출시한 프라모델이 인기를 끌며, 제작진의 연출 방향에 별다른 터치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싶다. 오카와라 쿠니오가 디자인한 로봇형태의 병기 콤뱃아머는 얼굴 전면이 군용헬기의 콕핏트 형태로 디자인되어 사람이나 괴물의 얼굴을 형상화한, 그래서 반드시 로봇의 얼굴에 눈이 존재했던 이제까지의 로봇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여기에 4족 보행병기 등, 프라모델로서는 더할 나위없는 매력을 보여준 메카들이 다수 디자인 되는데 이는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가 등장하기 전까지 가장 밀리터리적 스타일이 강한 디자인으로 기억된다. 83년 7월 TV 시리즈를 편집한 극장판으로 제작되며 이것은 타카하시 료스케 단독 연출로 토미노 요시유키의 '전투메카 쟈붕글 극장판'과 함께 개봉되었다.

ⓒ SUNRISE



<참고 사이트>

[1] 太陽の牙 ダグラム, 선라이즈 공식 홈페이지
[2] 太陽の牙 ダグラム, Wikipedia Japan
[3] 태양의 엄니 다그람, 엔하위키 미러
[4] 전투메카 자붕글&태양의 어금니 더그램 1983 by 캅셀, CAPSULE 블로그: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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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지버스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시리즈>


신죽취물어 천년여왕 (1981), 新竹取物語 1000年女王 / Queen Millennia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정보>

◈ 원작: 마츠모토 레이지
◈ 감독: 니시자와 노부타카
◈ 연출: 니시자와 노부타카, 카사이 오사무, 카와다 타케노리 外
◈ 각본: 후지카와 케이스케, 타구치 시게미츠, 야마우라 히로야스
◈ 캐릭터 디자인/총작화감독: 카네모리 요시노리
◈ 메카닉 디자인: 이타바시 카즈미
◈ 미술감독: 츠지다 이사무
◈ 음악/노래: 우자키 류도, 아사카와 토모유키 / 하라 다이스케 (오프닝), 이시카와 마나미 (엔딩)
◈ 기획: 츠지야 토모죠, 요코야마 켄지, 코미나토 요우이치
◈ 제작사: 도에이 동화, 후지 TV
◈ 저작권: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 일자: 1981.04.16
◈ 장르: SF, 드라마, 모험
◈ 구분/등급: TVA (42화) / 초등학생 이상 관람가 (PG)


<시놉시스>

1,000년을 주기로 태양계를 찾아오는 유성이 1999년 9월 9월 9시 9분 9초에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엄청난 사실을 발견한 천문대는 대혼란을 우려해 사실을 당분간 숨기기로 한다.

천문대의 소장 아마모리 교수를 백부로 둔 하지메는 별을 관측하는 것이 취미로, 전자철공소(?)를 운영하는 아버지에게 천체망원경을 만들어 달라고 졸라 보지만, 천문대의 주문제작일로 바쁜 하지메의 아버지는 아들의 부탁을 들어줄 겨를이 없어 보인다. 마침내 완성된 천문대의 주문제작 부품. 그러나, 아마모리는 이것이 범상치 않은 위험한 물건임을 직감하게 된다. 한편,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던 하지메는 정체불명의 괴한이 집에서 뛰어 나가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의심할 겨를도 없이 들려오는 아버지의 외침. 곧이어 집은 하지메의 눈앞에서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산산조각 나고 만다. 폭발에 휘말려 정신을 잃는 하지메.

아마모리가 만든 부품은 무엇일까, 그리고 괴한의 정체와 폭발과는 과연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1999년 9월 9일 9시 9분 9초에 지구에 근접하는 저 유성은 하지메에게 닥친 시련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가. 이 모든 것은 하지메가 백부의 천문대에서 일하는 유키노 야요이를 만나면서부터 시작되려 하고 있다.


<소개>

개인적으로는 TV 시리즈의 똘망똘망한 천년여왕을 더 좋아라 한다.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1980년 산케이 신문에서 연재를 시작하여 정확하게 1,000 페이지로 연재를 완결한 작품. 후지 산케이 그룹 차원의 지원으로 산케이 신문에서 코믹스가 연재되고 후지 TV에서 TV 시리즈로 방영되었다. 당시 유행하던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과 같은 종말론과 맞물려 일본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많은 화제를 불러온 작품이기도 하다. ([4] 참조) 연재 당시에는 천년여왕의 외모가 메텔과 무척 흡사하였으나 TV 시리즈로 제작되면서 은하철도 999와의 차별화를 위해 동그란 눈을 가진 앳띄고 귀여운(?) 여인으로 다시 디자인된다. 마츠모토의 여성 캐릭터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아이라인이었는데, 개인적으로 TV 시리즈의 천년여왕은 그 눈이 매력적이지 않았나 생각된다.

부제인 신죽취물어(新 竹取物語)는 대나무에서 태어난 신비한 절세미녀 가구야히메가 지상에서 많은 일을 겪고 달로 돌아간다는 일본의 유명한 설화 죽취물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레이지버스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우주해적 캡틴하록(1978)'이나 '은하철도999 (1978)'보다 늦게 나온 작품이지만, 레이지버스 중에서는 가장 처음의 시간대에 위치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시작당시만 하더라도 레이지버스와의 교집합 측면이 그다지 두드러진 작품은 아니었으나 후일 메텔과 천년여왕의 관계가 등장하고 에메랄다스와의 이야기까지 추가되는 '메텔 레전드(2000)'나 '우주교향시 메텔(2004)'과 같은 최근 작품에 의해 그 세계관을 더 밀접하게 공유하게 된다.

지구와 충돌하는 혜성 라메텔의 천년여왕 유키노 야요이가 지구를 라메텔 성의 소유로 하기 위해 정체를 숨긴체 지구인들과 같이 생활하는 과정에서 지구와 지구인을 깊이 사랑하게 되고, 마침내 라메텔 성을 배반하고 지구인들을 구원하기 위해 앞장선다는 내용은 다분히 다크 히어로적인 측면을 갖고 있다. 천년여왕의 정체가 초반부에는 시청자에게 밝혀지지 않은체 또다른 수수께끼의 인물 천년도적이 등장하고 하지메와 천문대의 인물들이 천년도적을 적으로 인식하고 행동하는 전개는 다분히 서스펜스적 측면을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지구의 종말이라는 최대의 위기와 함께 역사의 뒷편에서 벌어지는 정체불명의 인물들과 사건들을 평범한 소년 하지메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작품인 셈이다.

당대의 인기작가 마츠모토 레이지 원작에 거대 미디어 그룹이 전면 지원에 나선 흥미로운 내용의 대작이었으나, 방영당시는 이미 '기동전사 건담(1979)'의 파급력이 아니메 전반에 걸쳐 진행되던 단계인지라 사이언스 픽션(SF)보다는 스페이스 판타지(SF)에 가까운 마츠모토식 스토리텔링은 과거처럼 큰 환영을 받지는 못했다. 이로 인해 52화로 예정되어 있던 TV 시리즈는 계획과는 달리 42화로 종결된다.

한국에서는 83년 MBC를 통해 방영되었으나, 일본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의 성격에 의해서인지 최종화까지 완결을 보지 못한체 종영되었다가 후일 명절을 통해 간간히 방영되며 어렵사리 완결까지 방영을 마치게 된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은하철도 999와 마찬가지로 김국환이 주제가를 맡아 불렀는데, 역시 원곡을 능가하는 애절한 멜로디와 창법으로 은하철도 999와 함께 한국 애니메이션 주제가에 한획을 그을만한 명곡이 아니라 할 수 없다.

천년여왕 Vol.1+2 합본 박스세트 (10disc) - DVD
DVD>애니메이션
배급 : 니시자와 노부타카
출시 : 2010.11.29
상세보기


천년여왕 극장판 (1982)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정보>

◈ 원작/기획/구성: 마츠모토 레이지 
◈ 감독: 아케히 마사유키
◈ 각본: 후지카와 케이스케
◈ 작화감독: 야마구치 야스히로
◈ 메카닉 작화감독: 카나다 요시노리
◈ 미술감독: 츠노다 코이치
◈ 음악/노래: 키타로 / 데라 세타카 (별하늘의 엔젤퀸)
◈ 제작 총지휘: 이마다 치아키
◈ 제작: 1000년여왕 제작위원회, 도에이 동화 (협력)
◈ 저작권: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 일자: 1982.03.13
◈ 장르: SF, 드라마, 모험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학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총집편 형태가 아닌 오리지널 극장판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작품으로, TV 시리즈와는 다른 별도의 스탭진에 의해 완성된 작품이다. 다큐멘터리 '실크로드'의 세계적인 전자음악가 키타로에 유명 팝가수 닐 세다카의 딸 데라 세다카가 주제가를 부르고, '1000년 여왕 선발대회'라는 이벤트까지 여는 등, 내외적으로 후지 산케이 그룹이 총력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다.([3] 참조) 게다가 같은 날에는 '기동전사 건담 III - 해후의 우주(1982)'이 개봉하여 천년여왕 극장판과의 일대 빅매치를 준비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흥행에서는 기동전사 건담에 밀리고 말았지만, 10억엔의 수입을 올리며 역대 일본 극장 만화영화 수입랭킹 92위에 해당하는 성적으로 그런대로 성공적인 마무리를 지었다. 동시에 이는 레이지버스의 몰락을 의미하는 전조이기도 했는데 실제로 같은 해 여름에 개봉된 캡틴 하록의 극장판 '내 청춘의 아르카디아호(1982)'는 저조한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이후 레이지버스 극장판이 '은하철도 999 이터널 판타지(1999)'까지 17년 동안 극장 만화영화로 제작되지 못하는 수모를 겪게 하기도 한다. (니시자키 요시노부 주도 하에 진행된 야마토 극장판은 레이지버스와는 별개의 작품으로, 비록 레이지가 원작에 참여하긴 했지만, 설정과 기획부터 모두 니시자키 요시노부에 의한 창작물이다. 물론, 저작권에 있어서는 둘의 공동창작물로 인정 받고 있다.)

극장판 개봉에 즈음해서는 천년여왕 유키노와 메텔과의 관계를 마츠모토가 공식적인 설정으로 설명하기도 하였다. 그동안 둘이 동명이인이 아니냐는 팬들의 추측에 대하여 마츠모토 레이지는 천년여왕과 메텔은 모두 프로메슘 여왕의 딸이라는 공식입장을 밝혔던 것이다. 거기에 더불어 여해적 퀸 에메랄다스와 메텔을 친구로 공식 설정하는 등, 그동안 입소문으로만 무성했던 레이지버스의 인간관계를 명시하면서 레이지버스를 둘러싼 여러 논란을 일단락시키게 된다. 허나, 2000년 들어 등장한 작품 메텔 레전드를 통해, 프로메슘이 곧 유키노 야요이이고 둘의 딸이 메텔과 에메랄다스라는 설정번복으로 다시 한 번 팬들에게 논란거리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레이지버스 전체 스토리 맥락상 후자의 설정이 보다 더 자연스럽지 않나 하는 생각이지만, 에메랄다스를 자매로 설정하면서 은하철도 999 TV 시리즈와의 모순점이 발생하는 등, 또다른 설정의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참고 사이트>

[1] 新竹取物語 1000年女王, Wikipedia Japan
[2] 꿈의 방랑자 Queen Millenia 홈페이지
[3] 1000년 여왕 1982 by 캅셀, 캡슐☺블로그: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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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의 호수 (1981), 世界名作童話 白鳥の湖 / Swan Lake


ⓒ TOEI Animation

<정보>

◈ 원작/각색: 중세 독일 전설, 러시아 민화 / 이가라시 유미코
◈ 감독: 야부키 키미로
◈ 각본: 후세 히로카즈
◈ 캐릭터 디자인: 이가라시 유미코
◈ 작화감독: 노다 타쿠오
◈ 미술감독: 츠지 타다나오
◈ 지휘/연주: 스테판 솔테츠 / 빈 교향악단
◈ 기획/제작: 아리가 켄 / 이마다 치아키
◈ 제작사: 도에이 동화
◈ 저작권: ⓒ TOEI Animation
◈ 일자: 1981.03.14
◈ 장르:  드라마, 세계명작,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너무도 유명한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가 울려퍼지면, 안개가 낀 숲 속의 호수에서 백조의 무리가 등장한다. 그 중에는 왕관을 머리에 쓴 신비로운 백조가 있었는데...

한편, 숲에서 말을 달리던 지크프리드 왕자와 그의 수하들은 호수에서 말에게 물을 먹이던 중 왕관을 쓴 신비로운 백조를 발견하게 된다. 많은 백조들이 왕관을 쓴 백조를 에워싸고 왕자는 백조의 신비로운 매력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이상한 올빼미가 나타나자 백조들은 겁에 질려 흩어지기 시작하고, 이 와중에 왕자의 부하가 그 백조에게 화살을 겨누는 순간 놀랍게도 부하는 돌로 변하고 만다. 불길한 예감을 느끼면서도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에 사로잡히는 지그프리드 왕자. 과연 신비로운 백조의 정체는 무엇일까?

한편, 왕궁으로 돌아간 지크프리드 왕자는 22살의 생일을 맞아 결혼을 하라는 왕비의 강요를 받고 방황하게 되는데... 그의 머리속에는 아까의 백조가 머리 속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소개>

'백조의 왕자(1977)', '엄지공주(1978)', '숲은 살아있다(1980)'에 이은 도에이 세계명작동화 시리즈 제4탄이자 도에이 동화 창립 25주년을 기념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전까지의 세계명작동화 시리즈와는 달리 '캔디 캔디(1976)'의 여류만화가 이가라시 유미코가 원작을 각색하였는데, 이러한 영향으로 인해 작품의 비주얼이나 스토리 모두 세계명작동화이면서도 순정만화적 스타일이 도드라지는 작품이 되었다. 또한, 전작 숲은 살아있다의 레닌그라드 교향악단에 이어 이번에는 빈 교향악단이 연주를 맡아 차이코프스키의 동명 발레곡을 연주하여 작품의 품격을 높여주었다.

아름다운 원작의 이야기가 비교적 잘 극장판으로 각색되었지만, 짧은 상영시간과 아동 만화영화라는 한계 덕인지 지크프리드 왕자가 공주를 사랑하게 되는 초반의 전개가 너무 급하게 진행되어버리는 바람에 짜임새는 조금 헐거운 편이라고 하겠다. 거기에 비극적인 원작의 결말이 해피엔딩으로 바뀌면서 드라마적 구성은 좀 약해진 편이다. 세계명작동화 시리즈가 만약 90~100분 정도의 러닝타임만 갖고 있더라도 보다 더 밀도 있는 이야기가 되었을지도 모를텐데 이런 부분은 아쉽다고 하겠다.

다람쥐 커플이 작품의 관찰자 시점으로 이야기를 바라보는 부분은 디즈니적 설정으로 흥미로운 구성이기도 했지만, 반면에 짧은 러닝 타임 속에서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한 분량을 그만큼 줄인 사족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물론, 이러한 다람쥐 캐릭터의 등장은 작품의 관객층인 어린이들에게는 보다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클리셰로 볼 수도 있지만, 결국 드라마 전체로는 이야기가 분산된 느낌이 든다. 물론, 아동 만화영화의 눈높이에서 이 작품은 당시로 따지면 훌륭한 수준인 것이 사실이다.

순정만화풍의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역대 세계명작동화 시리즈 중 가장 미려한 캐릭터가 탄생하지 않았나 싶다. 소녀와 숙녀의 매력을 동시에 지닌 금발의 오데뜨 공주는 개인적으로 일본 아니메 여성 캐릭터 중에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는 캐릭터이기도. 25주년 기념작이라는 의의에 걸맞게 일본 영화사상 최초의 PCM 디지털 녹음방식에, 당대 인기여우인 타케시타 케이코의 기용 등 여러가지 화제거리를 갖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개봉 직전 제작한 셀화 3,000매가 도난 당하는 희대의 사건이 발생하여 실제보다 개봉이 늦어지기도 하였다. ([2], [3] 참조)

ⓒ TOEI Animation



<참고 사이트>

[1] Swan Lake (movie), ANN
[2] 世界名作童話 白鳥の湖, Wikipedia Japan
[2] 백조의 호수(白鳥の湖) 1981 by 캅셀, CAPSULE 블로그: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TOEI Animation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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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007 은하특공대 (1980) 


ⓒ 김삼, 케이 프로덕션

<정보>

◈ 원작: 김삼 (007 우주에서 온 소년)
◈ 감독: 임정규
◈ 각본: 이광조
◈ 원화: 황지현, 장휘섭
◈ 동화: 홍정표, 박동권
◈ 미술: 곽병선, 박경호
◈ 특수효과: 한규훈
◈ 음악/노래: 정민섭 / 정여진
◈ 제작/총지휘: 김진태 / 서경중
◈ 제작사: 케이 프로덕션, 소년 동아일보사 (후원)
◈ 저작권: ⓒ 김삼, 케이 프로덕션
◈ 일자: 1980.12.??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외계에서 UFO가 지구로 불시착한다. UFO에서 탈출한 금발의 여인이 두개의 거대한 알을 안고 폭풍우 속으로 사라지자, 뒤쫓아온 두대의 UFO에서 내린 외계인 군인들이 그녀를 추적한다, 그들의 눈길을 피해 도주하던 절체절명의 순간 품속에서 한 개의 알을 떨어뜨려 버리는 여인. 알이 언덕을 굴러 시야밖으로 사라지지만, 추적자들 때문에 숨은 장소에 빠져나올 수 없는 여인은 슬픔의 눈물만을 흘릴 뿐이다.

한편, 여인의 품속에 빠져나온 알은 길가에 버려져 있다가 한 늙은 농부에게 발견된다. 거대한 알에 놀라 농부가 다가가는 순간 빛을 뿜으며 금이 가기 시작하는 알. 놀란 농부의 눈앞에서 알의 껍질을 깨고 잘생긴 남자아이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농부는 너무도 이쁜 아기를 자신이 거둬들이게 되고 '찬드라'라는 이름을 지어주게 된다. (어찌된 영문인지 이 아기의 본명도 찬드라라고 한다. 훌륭하지 않은가)

세월이 흘러 12년 뒤, 찬드라가 살고 있는 농장에서 연이어 닭이 없어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의 범인은 그 옛날 알을 품고 지구로 도망쳐온 외계의 별 올리브 성의 여왕 올리브의 딸로, 찬드라처럼 또다른 알에서 태어난 실비아. 실비아는 지구인에게서 얻어온 닭이라 어머니에게 속여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었다. 수수께끼의 남매들이 서로를 모른체 살고 있는 이 시골에 어느날 유명한 소년탐정 007이 동생 또순이와 함께 휴가차 방문하게 되는데...


<소개>

1965년부터 소년 동아일보에 연재된 김삼 화백의 만화 소년 007 시리즈 중 '007 우주에서 온 소년'을 원작으로 한 임정규 감독의 극장 만화영화. 한국 만화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일본 만화영화의 영향을 받았던 당시 많은 극장 만화영화들과는 달리 독창성을 확보한 작품이다. 특히, 김삼 화백의 007은 당시 한국 만화영화로서는 드물게 우주를 무대로 활약하는 소년 특수요원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거대한 스케일과 독창적인 세계관이 빛나는 작품이라 하겠다. 1980년대말의 성인만화들을 통해 뇌쇄적인 눈빛과 육감적인 라인의 여성캐릭터로 유명한 김 화백이지만, 그의 대표작이 SF 모험물이라는 것은 지금의 만화팬들에게는 상당히 신선한 모습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극장판의 연출은 '마루치 아라치(1977)', '전자인간 337(1977)', '별나라 삼총사(1979)', '삼총사 타임머신001(1980)' 등을 통해 당대의 만화영화 감독 중 가장 탈 일본적인 색체와 아이디어를 선보인 임정규 감독이 맡았다. 김삼의 원작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표준적인 만화영화 스타일로 캐릭터들이 탄생한 것은 개인적으로는 아쉬웠으나, 원체 극화체에 가까운 김삼의 캐릭터를 만화영화로 인식하기에는 아무래도 당시의 작화력으로는 무리가 있었을 듯 싶으며, 오히려 그런 면에서 만화영화의 캐릭터 디자인은 적절한 선택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잃어버린 알에서 태어난 찬드라가 농장주인에게서 자신의 출신도 모른체 키워지다가 산속에서 숨어사는 자신의 친모와 여동생과 재회하는 장면은 당시 한국의 만화영화에서는 보기드문 드라마틱한 연출을 보여주었다. 농장의 닭을 훔치다 잡힌 찬드라의 동생 실비아와, 딸을 구하기 위해 인간을 공격한 엄마, 그리고 엄마의 공격에 할아버지를 잃은 찬드라가 복수심에 눈이 멀어 자신의 친모를 공격하는 장면은 안타까운 오해가 엇갈리는 드라마적 구성이 눈에 띄였지만, 러닝 타임과 아동 만화영화라는 한계 때문에 밀도 있게 진행되지 못하고 스토리의 비약이 심해 이야기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러한 드라마적 흠결은 후일 한국의 많은 만화영화들이 저평가되는 또하나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당시 아이들이 보는 만화영화라는 인식 덕분에 스토리텔링은 대부분이 이렇게 허술하기 그지 없었다고 하겠다. 

기존의 SF 모험 만화영화에 첩보영화 007의 컨셉을 도입한 작품색은 기존의 아동용 만화영화에 좀 더 여러가지 매력을 부여했다고 보여진다. 다만, 역시 아동용 만화영화라는 한계로 인해 첩보물이나 추리물과 같은 특색보다는 그저 SF 활극의 수준으로 다운그레이드 된 점은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중간에 뜬금없이 또순이와 황소의 투우씬이 등장하는 등, 여전히 당시 한국 만화영화의 개연성 없는 디즈니식 시퀀스가 가미되고 있는 점 또한 아쉽다. 전체적으로 원작에 비해 느슨해진 작품이지만, 로봇 외에는 거의 독자적인 설정과 디자인을 적용하는 등, 여러가지 의의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런 면에서 로봇 만화영화는 당시 한국에서는 너무 이른 도전이 아니었는가 싶기도 하다. 가장 오리지널리티가 높은 작품을 만들어온 임정규 감독조차 메카닉 디자인에서는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데, 이것은 당시 후진국에서 겨우 개발도상국으로 진입하고 있던 한국의 역량부족에서 온 총제적인 문제였다고 보는게 맞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절대적인 재정과 인력부족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독자적인 한국 만화영화를 만들어내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하던 임정규 감독은 이 작품을 끝으로 돌연 만화영화계를 떠나게 되는데, 이는 당시 5공화국이 만화영화를 정치홍보의 수단으로 사용하면서 작품의 방향성을 강제적으로 결정하면서 벌어진 사태였다. 만화영화의 꿈을 위해 이 수모를 감내했던 여타 만화영화 감독들과는 달리, 임정규 감독은 이러한 현실에 염증을 느끼고 정든 한국을 뒤로 하고 미국행을 선택했던 것이다. 김청기 감독과 함께 한국 만화영화를 대표하던 연출가 임정규 감독의 퇴장은 뒤이어 찾아온 80년대 한국 극장 만화영화의 암흑기를 예고하고 있었다.


소년 007 지하제국 (1981) 


ⓒ 김삼, 금융영화제작소

<정보>

◈ 감독: 정수용
◈ 각본: 지상학
◈ 원화: 오종선
◈ 동화: 장정근
◈ 배경: 최용대
◈ 음악/노래: 정민섭 / 정여진
◈ 제작/총지휘: 문무 / 김철종 
◈ 제작사: 금융영화제작소, 소년문화일보 (후원)
◈ 저작권: ⓒ 김삼, 금융영화제작소
◈ 일자: 1981.??.??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소개>

이듬해에 제작된 소년 007의 두번째 극장 만화영화. 역시 김삼의 소년 007을 원작으로 했다. 각본에는 '로보트 태권브이(1976)'의 지상학이 참여했는데, 실제로 이 작품은 애초에 지하세계의 이야기를 다룰 로보트 태권브이의 4탄 제작이 무산된 후, 태권브이에 사용될 이야기를 김삼의 원작에 적절히 혼합한 작품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주인공인 007을 제외하는 캐릭터들은 모두 새로운 인물로 채워져 있다. 전편에 등장했던 또순이라는 여자 캐릭터는 이름은 같지만, 생김새는 전혀 다른 캐릭터로 등장했으며, 007 행세를 하는 가짜 007이 등장하는 등, 액션 모험극으로서는 전작에 비해 더 나아진 모습이라는 평도 있다. 다만, 적측의 보스 캐릭터가 '신조인간 캐산(1973)'의 브라이킹 보스를 연상시키는 등, 여전히 디자인에 있어서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참고 사이트>

[1] 한국 극장 애니메이션 1967-2006 by 송락현, CAPSULE 블로그
[2] 소년 007 은하특공대 (1980)와 지하제국(1981) by 블루, 태권브이의 꿈
[3] 소년 007과 은하특공대 (1980) by 잠뿌리, 뿌리의 이글루스
[4] <고전 시리즈> 소년007 지하제국(1981) by 키웰, Kewell's Factory about Something
[5] [추억의 만화] 007 우주에서 온 소년 by 이규옹, 토마스모어의 영화방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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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전사 발디오스 (1980), 宇宙戦士バルディオス / Space Warrior Baldios


ⓒ Production REED · TOKUMA Shoten


<정보>

◈ 원작/구성: 사카이 아키요시
◈ 감독: 히로카와 카즈유키
◈ 각본: 사카이 아키요시, 토리우미 진조, 츠즈이 토모미, 슈도 타케시 外
◈ 캐릭터 디자인: 카미조 오사무 
◈ 메카닉 디자인: 사토 켄, 카메가키 하지메
◈ 작화감독: 카미조 오사무, 타나카 타모츠, 이이노 히로시 外 
◈ 미술감독: 아라이 토라오
◈ 음악/노래: 하네다 켄타로 / 이세 코이치
◈ 기획/제작: 사토 토시히코, 쯔보타 시게오 / 쯔보타 주죠 
◈ 제작사: 아시 프로덕션, 국제영화사, TV 도쿄
◈ 저작권: ⓒ Production REED (舊 ASHI Production)
◈ 일자: 1980.06.30
◈ 장르: SF, 드라마, 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31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고도의 과학문명을 자랑했으나 방사능에 오염되어 지표가 아닌 지하에서 살아가고 있는 S-1 행성. 방사능 오염과 식량부족으로 인해 민심은 극도로 흉흉해져 있었다. 대기 정화장치를 개발하여 환경을 복구하자는 온건파와 군사력을 앞세워 이주가능한 타행성을 침략하자는 주화파로 나뉘어져 대립을 계속하던 중, 주화파의 수장 가틀러의 심복 아프로디아의 계략에 의해 황제가 암살당하는 이변이 발생한다. 황제 암살의 혐의는 온건파의 핵심인물 레이건 박사의 아들 마린 레이건에게 씌워지게 되고, 레이건 박사 또한 정화 시스템의 개발에 성공했으나 정권을 독차지한 가틀러에 의해 살해당한다. 반대파를 숙청한 가틀러는 흉흉한 민심을 강력한 철권통치로 휘어잡고 타행성 침략을 위해 출격한다. 우주를 떠돈 끝에 그들이 발견한 행성은 바로 지구.

아버지를 잃고 황제암살의 누명을 쓴 청년 과학도 마린은 가까스로 지구로의 탈출에 성공한다. 가틀러가 이끄는 알데바론군의 침략을 받은 지구는 투항한 마린을 스파이로 단정하여 심문을 하지만, 마린이 이를 끝끝내 부인하고 S-1 행성의 과학기술을 이전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그를 받아들이게 된다. 여전히 지구인들의 차별적인 시선 속에 마린은 자신이 전수한 기술을 토대로 만들어진 거대로봇 발디오스를 타고 자신을 버린 조국 S-1과의 일전에 돌입하게 된다.

한편, 마린이 탈출하면서 사랑하던 자신의 동생 미랑을 살해했음을 알게된 아프로디아 역시 마린에게 복수의 총구를 겨누게 되는데... (줄거리는 엔하위키 자료 참조)


<소개>

타츠노코 프로 출신으로 '타임보칸 시리즈'를 기획했던 사카이 아키요시가 원작하고. 역시 타츠노코에서 CM 제작과 저작권 영업 등을 맡고 있던 사토 토시히코, 카토 히로시 등이 분사하여 설립한 아시 프로덕션이 제작한 아시 프로덕션의 두번째 로봇 아니메. '기동전사 건담(1979)'로 인해 심화된 인간 드라마가 로봇 만화영화에 적극적으로 이식되는 리얼로봇 풍조가 로봇 아니메에 일대 터닝 포인트를 일으킨 시점에 등장한 작품으로, 동시기에 방영된 토미노 요시유키의 '전설거신 이데온(1980)'과 함께 시리어스한 전개,  비극적인 드라마, 그리고 충격적인 전개를 보여준 숨겨진 걸작 SF 로봇물이다.

극작가 출신으로 이미 '과학닌자대 갓챠맨 시리즈'나 '신조인간 캐산(1973)' 등에서 각본을 맡아 드라마적인 감성을 SF 만화영화에 성공적으로 이식했던 사카이 아키요시와, 만화영화 뿐만 아니라 드라마와 영화 등에서도 활약한 일본의 유명 여류 극작가 츠즈이 토모미, '요술공주 밍키(1982)'나 '포켓몬스터 시리즈'로 유명한 슈도 타케시 등이 포진한 각본 스탭은 이 작품의 드라마적 완성도를 짐작케 한다. 특히, 압도적으로 우울한 작품의 분위기와 비극적인 결말은 3단 합체라는 전형적인 슈퍼로봇의 형식을 띈 이 작품의 정체성과 타겟 시청층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 되고 있다.

고향별에서 누명을 쓰고 버림받은 이성인이 지구의 편에서 싸우는 이야기는 이미 'UFO 로봇 그렌다이저(1975)'나 '그로이저 X(1976)' 등, 여러 로봇물에서 사용되어온 흔한 설정이지만, 발디오스에서는 주인공 마린이 지구인들에게 인정받지 못한체 차별을 당하는 비극적인 구조로 차별화를 꾀했다. 이는 만화영화로서는 상당히 성숙하고 시리어스한 전개였지만, 동시에 시리즈의 분위기를 전체적으로 어둡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혹성로보 당가드 에이스(1977)'에서 지구를 배신했다는 누명을 쓴 아버지를 둔 타쿠야, '초전자머신 볼테스 V(1977)'에서 지구 침공군인 보아잔별 출신으로 밝혀지는 고우 형제, '무적초인 점보트3(1977)'에서 비알성인의 후예들인 진 일가 역시 주인공이면서도 그들의 과거와 출신성분에 의해 주변인물들에게 오해와 천대를 받는데, 이러한 설정 들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에서도 발디오스의 드라마틱한 설정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S-1 행성과 알데바론군과 지구와의 관계는 이 작품의 중요한 극적 장치로, 발디오스의 암울함 작품세계를 매듭짓는 충격적인 진실이기도 한데, 이 설정은 SF영화의 걸작인 프랭클린 J 샤프너의 'XXXXXXXXXX'에서 보여진 것이기도 하다.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어 작품의 제목을 삭제했지만, 감독의 이름으로 유추는 가능하게 했다. 발디오스를 보실 분들이라면 찾아보지 마시길) 이러한 시리어스한 전개 위에 마린에게 황제암살범이라는 누명을 씌운 알데바론군의 사령관 아프로디아와의 아프로디아의 하나 뿐인 동생을 살해한 마린과의 비극적 로맨스는 작품의 드라마틱함을 배가시켜주고 있다고 하겠다. 적과의 로맨스는 이미 '투장 다이모스(1978)'이나 '기동전사 건담(1979)'에서 등장한 적이 있지만, 서로에게 직접적인 상처를 입힌 원수지간의 남녀가 증오의 마음을 간직하면서도 서로에게 연정을 품게 된다는 내용은 만화영화로서는 보기드문 극적 장치가 아닌가 싶다.

다만, 이러한 시리어스함과 드라마 중심적인 전개는 필연적으로 로봇물로서의 재미와 정체성을 급감시켰다. 이로 인해 충격적인 S-1과 지구와의 관계라든지, 마린과 아프로디아의 로맨스들이 모두 제대로 결말이 지워지지 못한체 이야기는 지구의 멸망이라는 비극적인 최후와 함께 조기종영이라는 결말로 끝을 맺게 된다. 실제 내용은 39화까지로 이미 각본과 콘티까지 완성이 되어 있었으나, 압도적인 우울함과 시청률의 부진, 거기에 완구판매의 부진까지 겹치며 31화로 시리즈는 막을 내리고 만 것이다. 후에 LD, DVD나 재방송분에는 미방영된 이야기가 포함되었으며, 실로 충격적인 비극의 대미를 장식하는 전개로 극장판의 이야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주전사 발디오스 (1981)


ⓒ Production REED

<정보>

◈ 총감독: 토리우미 히사유키
◈ 작화감독: 아시다 토요오 
◈ 음악/노래: 하네다 켄타로 / TONY
◈ 제작사: 아시 프로덕션, 국제영화사
◈ 저작권: ⓒ Production REED (舊 ASHI Production)
◈ 일자: 1981.12.19
◈ 장르: SF, 드라마, 로봇,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비록, 충격적인 설정과 비극적인 드라마로 로봇 만화영화로서의 매력을 상실한 발디오스였지만, SF 드라마로서는 대단한 역작이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발디오스는 조기종영을 아쉬워한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의하여 극장판 아니메로 제작되기에 이르른다. 비인기 조기종영작이 극장판으로 제작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발디오스의 팬층이 두텁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이 극장판은 특히, TV 시리즈에서는 여러가지 이야기 전개로 인해 비중있게 묘사하지 못한 마린과 아프로디아와의 로맨스에 초점을 맞춰 보다 더 드라마적인 작품으로 거듭나게 된다.

극장판의 감독은 과학닌자대 갓챠맨 시리즈의 감독 토리우미 히사유키가 맡았고, 아시다 토요오가 작화감독을 맡아 미형 캐릭터 라인을 더더욱 강조했으며, 일본의 유명 패션브랜드 NICOLE의 설립자 겸 패션디자이너 마츠다 마츠히로의 의상 디자인이 더해져 마린과 아프로디아의 비극적인 로맨스를 더더욱 돋보이게 하였다. 제복과 안경을 착용했을 때는 차갑고 냉정한 지휘관이었다가 제복과 안경을 벗었을 때는 눈부신 녹색머리의 미녀로 변하는 아프로디아의 모습은 원수로서 적대했던 마린을 사랑하게 되는 비극적 히로인의 모습과도 너무나 잘 매치되는 모습이다.

발디오스나 이데온은 모두 비극적이고 하드한 SF 로봇 만화의 걸작으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은 비운의 작품이었다. 두 작품 모두 조기종영의 아픔 속에 기동전사 건담이 몰고 온 리얼로봇의 바람을 타고 극장판으로 제작되지만, 발디오스는 건담 극장판의 흥행 폭풍 속에 극장에서조차 큰 조명을 받지 못하면서 끝끝내 비운의 작품으로 잊혀지게 된 것이다. 아시 프로덕션은 발디오스 이후 '전국마신 고쇼군(1981)'을 히트시키며, 로봇 아니메 도전 3수 만에 대표적인 히트작을 갖게 되고, 이후로도 '특장기병 돌바크(1983)', '초수기신 단쿠가(1986)', '머신로보(1986)'로 이어지는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로봇월드를 구축하며 의미있는 행보를 계속하게 된다.

ⓒ Production REED


☞ 발디오스에 관한 괜찮은 리뷰 보러가기: <우주전사 발디오스>(1980) by 키웰
☞ 발디오스에 관한 괜찮은 리뷰 하나 더 보러가기: 아니메 집중분석 10 [우주전사 발디오스] by 바이칸


<참고 사이트>

[1] 宇宙戦士バルディオス, Wikipedia Japan
[2] 우주전사 발디오스, 엔하위키 미러
[3] 우주전사 발디오스(宇宙戦士バルディオス) 1981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 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Production REED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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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거신 이데온 (1980), 伝説巨神 イデオン / Space Runaway Ideon


ⓒ SUNRISE


<스탭>

◈ 원작: 토미노 요시유키, 야다테 하지메
◈ 총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스토리보드: 토미노 요시유키, 타키자와 토시후미 外
◈ 연출: 타키자와 토시후미 外
◈ 캐릭터 디자인/총작화감독: 코가와 토모노리
◈ 작화감독: 다니구치 모리야스 外
◈ 메카닉 디자인: 서브마린
◈ 미술감독: 나카무라 미츠키
◈ 음악: 스기야마 코이치
◈ 제작: 선라이즈, 소츄 에이전시, TV 도쿄
◈ 저작권: ⓒ SUNRISE
◈ 방영일자: 1980.05.08
◈ 장르: SF, 드라마, 로봇, 액션
◈ 구분/장르/등급: TVA (39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인류의 타행성에 대한 식민지화가 한참이던 서기 2300년, 코스모 유키를 필두로 한 고고학자 집단이 안드로메다 성운의 솔로 행성에 탐사차 도착한다. 그들은 솔로에서 미지의 문명과 조우하고 거대한 우주선 솔로와 이데온이라 불리는 거대한 3개의 병기를 발굴하게 된다. 지구인들이 이데온의 복구에 힘을 쓰는 동안, 버프 크란이라 불리는 휴머노이드 에일리언 역시 거신전설을 쫓아 솔로 행성에 발을 들여 놓는다. 갑작스런 이성인과의 조우, 그리고 엇갈린 오해 속에 두 종족간의 전투는 벌어지고, 거대 로봇으로 변신한 이데온에 의한 버프 크란의 패퇴는 지구인과 버프 크란에게 예기치 못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소개>

'기동전사 건담 (1979)' 직후 만들어진 토미노 감독의 로봇물. 후일 조이드 시리즈로 유명세를 타게 되는 토미가 스폰서가 되어 현실적인 병기로서의 건담이 아닌 삼단변신 합체를 보여주는 슈퍼로봇물의 외형을 갖게 되었다. 아마도 건담의 실패 이후 다시 토미노에게 기존의 공식을 따른 로봇물을 제작하라는 의도였던 같은데, 그 외형과는 달리 내용물은 하드한 SF로서 기동전사 건담을 뛰어넘는 시리어스함에 점보트 3의 충격적인 결말을 넘어서는 일본 만화영화史에 길이남을 문제작이 되었다.

스폰서의 의지대로 완구적 성격이 짙은 삼단변신 합체의 컨셉을 그대로 작품에 도입한 토미노 감독이었지만, 스토리텔링에 있어서는 자신의 스타일을 그대로 녹여내었다. 외계인과 지구인의 갈등과 대립이라는 테마에, 건담에 이어 이번에도 어느쪽도 옳은 편이 아니다는 현실적인 모습을 담아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호함을 통해 양측이 상생의 길을 모색한다는 긍정적인 전개가 아닌, 종국에는 모두 파국을 맞는다는 충격적인 전개로 이야기는 흘러갔다. 시리어스한 드라마에 시종일관 우울한 색체로 인해 로봇물에서 드물게 암울한 작품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또한, 이데온의 작품색에 맞는 비주얼을 선보이기 위해 그동안 토미노의 작품에서 단골 작화감독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던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아닌, 극단적인 명암효과와 사실적인 작화로 이름 높은 코가와 토모노리를 영입하였는데, 당대 미형 캐릭터의 묘사에 있어서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있던 야스히코와 대치되는 코가와의 독특한 캐릭터 라인은 작품의 성공과는 별개로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꽤 높은 지지를 얻어냈고, 결국 '전투메카 자붕글(1982)'과 '성전사 단바인(1983)'에 이르기까지 작화감독으로 이름을 올리게 되며, '중전기 엘가임(1984)'와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에 가서는 그의 제자 기타즈메 히로유키가 그 바톤을 이어받게 되니, 작화 면에서 이데온은 토미노 작품의 터닝 포인트이기도 한 셈이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지나치리지만치 암울하고 어두웠으며, 무거운 주제를 내포하고 있었다. 강대한 에너지 '이데'를 얻기 위해 반목과 갈등을 거듭하는 인류와 버프 크란의 대립은 누가 더 낫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추악한 면들을 보여주고 있었고, 그 사이에 끼어버린 유우키 이하 주인공들조차 뚜렷한 답을 제시하지 못한 체 제어가 불가능한 이데온에 탑승하여 버프크란의 공격을 피하기 바빳으니 여전히 아이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던 당시의 로봇 아니메에 있어서 이데온의 이야기는 재미도 감동도 느끼지 못할 만큼 난해한 것들이었다. 게다가 '무적초인 점보트 3(1977)'에서 그 전조를 보여주었던 캐릭터들의 비극적인 대량 살상은 그 난해함만큼이나 우울하기 짝이 없다.

이러한 전개는 당연히 스폰서의 불만을 사 방영 내내 토미노와의 갈등을 야기하게 되었고, 기대에 못미치는 완구의 판매실적(디자인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했다. 단, 극 중에서 묘사되는 그 파괴력은 모든 로봇물 중에서도 손가락에 꼽을 만큼 무시무시했다.)까지 겹치면서 조기종영이라는 결단이 내려지게 된다. 갑작스런 종결로 인해 마지막 화에서는 제대로 된 설명이 체 되지 않은 체 파국의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고, 기동전사 건담의 후폭풍에 휘말린 체 이데온은 쓸쓸히 무대에서 내려오게 된다.


전설거신 이데온 극장판: 접촉편, 발동편 (1982)


ⓒ SUNRISE

<스탭>

◈ 원작/총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감독: 타키자와 토시후미
◈ 캐릭터 디자인/총작화감독: 코가와 토모노리
◈ 메카닉 디자인: 히구치 유이치
◈ 미술감독: 나카무라 미츠키
◈ 음악감독: 스기야마 코이치
◈ 제작: 선라이즈
◈ 저작권: ⓒ SUNRISE
◈ 개봉일자: 1982.07.10
◈ 장르: SF, 드라마, 로봇, 액션
◈ 구분/장르/등급: 극장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기동전사 건담의 후폭풍은 건담의 재평가와 함께 극장판의 제작이라는 전기를 맞게 된다. 이 시기는 이데온의 TV 시리즈가 방영되는 시점이었는데, 비슷한 시기에 상영된 건담의 첫번째 극장판이 '아니메 신세기 선언'과 같은 사회적인 현상으로 번지면서 그 영향은 같은 형태로 조기종영된 이데온에게까지 미치게 된다. 하여 미처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한 최종화의 내용과 TV 시리즈의 앞부분을 총집편 형태로 재편집한 극장판 이데온의 기획이 마침내 발동하게 된다.

난해한 내용 덕분에 편집 축약에는 큰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에 건담과 마찬가지로 몇부작 형태로 제작하려 했던 이데온이었으나 건담보다 더 어둡고 우울한 내용 덕분에 결국 3시간짜리 장편 1부작으로 탄생하게 되니 이것이 바로 TV 시리즈의 암울함과 난해함의 대미를 장식한 전대미문의 극장판 '전설거신 이데온, 접촉/발동편'이다.

조기종영으로 인해 서둘러 마무리되었던 39화의 결말은 원래의 4부로 재구성되었다. 결론적으로 모든 인류가 절멸한다는 것에 있어서는 동일한 결론으로 가고 있지만, 그 멸망에 이르는 과정을 보다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점에서 극장판의 충격은 전율 그 자체였다. 무엇보다 당대의 만화영화, 아니 지금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전멸을 이야기하는 만화영화는 좀체로 보기가 힘들다. (이데온과 같은 시기에 방영된 '우주전사 발디오스(1980)'나, 이데온의 영향을 받은 신세기 에반게리온 등을 제외하고는) 종말론이 대두하던 90년대 말이나 현재의 몇몇 재난영화에서 이러한 이야기가 종종 등장하고는 하지만, 블록버스터급의 비주얼 묘사에만 그치는 헐리웃들의 영화에 비해 이데온의 종말론은 만화영화임에도 불구하게 강렬한 잔상을 남기게 되었고, 이로 인해 토미노에게는 '몰살의 토미노'라는 악명이 주어지게 된다.

극장을 찾은 수많은 소년들을 충격에 빠뜨린 이데온의 결말은 그로부터 십오년 뒤 또다른 형태의 인류 멸망의 발동을 알리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안노 히데아키의 신세기 에반게리온 극장판 'Death&Rebirth / End of Evangelion(1997)'이다. 에바의 극장판은 총집편과 라스트 에피소드의 재해석편으로 구성된 2부작이라는 형식에서조차 이데온의 모습을 연상시키는데, 시청률 부진으로 조기 종영된 것이 아닌, 정상적인 결말(물론, 에바 TV 시리즈의 결말은 그 전개의 충격에 비해 너무도 이상한 형태의 결말에 이르르지만)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엔딩을 새롭게 쓴 것은 아무리봐도 애초에 이데온을 염두에 두고 있었음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하지만, 정작 토미노 본인은 이러한 안노 감독의 행동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으며, 이로 인해 둘의 사이가 소원해지게 되는 결과를 맞이했으니, 현실에서조차 이데온은 사제지간의 파국의 전조를 알린 셈이다.


<참고 포스트>

[1] Sunrise Official Site
[2] Space Runawat Ideon, Wikipedia
[3] 伝説巨神イデオン, Wikipedia Japan
[4] Densetsu Kyojin Ideon(TV), ANN
[5] 전설거신 이데온 1982 by 캅셀, 캡슐☺블로그: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6] 전설거신 이데온,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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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로 (1980), 地球へ… / Toward the Terra


ⓒ 竹宮惠子 · 朝日ソノラマ · TOEI


<정보>

◈ 원작: 타케미야 케이코(竹宮惠子)
◈ 감독: 온치 히데오(笠井由勝)
◈ 애니메이션 연출: 카사이 요시카즈(恩地日出夫)
◈ 각본: 온치 히데오, 시오다 치구사(塩田千種)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스다 마사미(須田正己)
◈ 메카닉 디자인: 스다 마사미, 히오 아키라(ひおあきら)
◈ 미술감독: 츠지다 이사무(土田勇)
◈ 음악/노래: 사토 마사루(佐藤勝) / 다 카포(ダ・カーポ)
◈ 기획/제작: 아리가 타케시(有賀健), 타미야 타케시(田宮武) / 이마다 치아키(今田智憲)
◈ 제작사: 도에이 동화
◈ 저작권: ⓒ 竹宮惠子 · 朝日ソノラマ · TOEI
◈ 일자: 1980.04.26
◈ 장르: SF, 드라마, 모험,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시놉시스>

지금으로부터 수천년 후의 미래, 인류는 고도로 발달된 과학문명을 이룩했지만, 스스로가 모성 지구를 멸망시키고 있다는 생각에 우주로 진출하여 지구가 회생할 시간을 주기로 결정한다. 다른 혹성에 정착한 인류는 컴퓨터에 의해 자신들의 모든 생활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뒤, 자연적인 출산을 거부하고 정자와 난자를 무작위로 골라내어 컴퓨터 관리 하에 인공수정과 배양을 거친 뒤 태어난 아이들을 무작위로 선정된 양부모에게 맡기는 새로운 출산·양육 시스템을 구축한다. 양부모 밑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14세가 되는 해, 각 행성을 관리하는 메인 컴퓨터 마더의 적성검사를 거쳐 성인으로 인정받게 되면 그전까지의 기억이 모두 소거되고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새로운 지식을 주입받아 각자의 적성에 맞는 전문 교육을 받게 된다. 컴퓨터에 의해 완벽히 통제되는 세상, 통칭 SD(Superior Dominance)의 시대인 것이다.

허나, 모든 이들이 마더의 적성검사를 통과하는 것은 아니었다. 인공적인 방법으로 태어난 아이들 중 극히 일부분은 컴퓨터의 세뇌 시스템에 저항하는 특별한 정신력과 초능력을 보유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이들은 부적격자로 낙인찍혀 체제로부터 제거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제거 대상의 인간들 중 시스템의 삼엄한 경계망을 뚫고 탈옥에 성공한 이들도 있었다. '뮤'라 불리는 이들 규격외 인간들은 강대한 초능력을 지닌 최초의 뮤 솔져 블루의 지휘 아래 인류의 고향이자 그들의 안식처가 될 지구로 돌아가려는 원대한 계획을 꿈꾸게 된다. 그로부터 300여년 후, 자신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달은 블루는 이 원대한 계획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인 새로운 솔져를 찾고 있으니 그가 바로 죠미 마키스 신, 인간의 육체적인 능력과 뮤의 정신적인 능력을 겸비한 14세의 소년이었다.


<소개>

'월간만화소년'에 타케미야 케이코가 1977년부터 1980년에 걸쳐 연재한 순정 SF 만화. 순정만화의 도식화된 공식을 버리고 장대한 SF 대하 드라마적 이야기를 도입하여 순정만화의 부드러움과 소년만화의 모험적 요소를 모두 지닌, 코믹스의 범주를 넘어서는 대작 SF로 탄생하게 된다. 지구로는 탁월한 SF 드라마로 78년 제9회 성운상(일본의 유명한 SF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순정만화가가 소년만화지에 연재한 최초의 이례적인 케이스이기도 했다. 타케미야 케이코는 친구이자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하기오 모토(萩尾望都)와 함께 오이즈미 살롱에 출입하는 순정만화가들의 모임인 '꽃의 24년조'를 이끌고 있었는데, 하기오 모토와 함께 순정만화가의 틀을 넘어서는 다양한 장르들을 시도하며 지구로 외에도 다수의 명작들을 양산, 후대의 순정만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 日本 소녀만화 잡지사 1970-80 ② 황금기를 장식한 순정만화 by 캅셀 (보러가기)

70년대 후반 순정만화계에 신선한 센세이션을 던진 이 작품은 결국 극장 만화영화로 기획된다. 제작사는 도에이 동화. 전년도에 큰 성공을 거둔 '은하철도 999(1979)' 극장판의 여세를 이어가기 위한 도에이의 대작 극장 아니메로 바로 이 지구로가 낙점되었던 것이다. 감독은 만화영화 연출가들을 제치고 이례적으로 실사영화 감독인 온치 히데오가 낙점되었다. 실사영화 감독으로서는 제법 유명한 인물이었으나 문제는 아니메 연출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에 있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그레이트 마징가(1974)', '캔디 캔디(1976)' 등에서 연출을 맡았던 카사이 요시카즈가 애니메이션 연출로서 그를 서포트하게 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구도는 작품의 완성도를 낮추는 악재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캐릭터 디자인은 'SF 서유기 스타징가(1978)', '과학닌자대 갓챠맨 F(1979)'부터 '북두의 권(1984)'을 거쳐 2000년대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스다 마사미가 맡았다. 그로 인해 카리나 같은 캐릭터의 경우에는 어딘가 모르게 스타징가의 오로라 공주와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며,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갓챠맨과 같은 극화풍의 터치가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원작인 순정만화풍의 터치와는 너무 다른 느낌이다보니 원작팬에게는 그다지 어필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부분은 원작의 캐릭터를 만화영화에서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 모습으로 이식했던 은하철도 999와는 대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원작 캐릭터와의 이질감 역시 작품의 마이너스 요인으로 영향을 미친다.

캐릭터의 이질감과 더불어 단선적인 스토리 전개도 몹시 아쉽다. 인간측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키이스에게 숨겨진 출생의 비밀이나 키이스와 피시스와의 충격적인 관계들이 그냥 아무런 반전이나 갈등 없이 그대로 주변인물들의 상황 설명으로 넘어가는 부분은 상당히 농밀한 원작의 드라마 구도를 무미건조하게 바꾸어 버렸다. 대작 SF 드라마를 극장 아니메로 옮겨 오면서 방대한 내용을 다 담아내려 한 것도 무리수로 작용했는데, 극장 아니메로서는 무척 긴 러닝 타임인 119분이 할당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모든 이야기를 다 풀어내기에는 무리가 있었으며, 그로 인해 일부 장면들의 서사는 매끄럽지 못하고 뚝뚝 끊기는 느낌을 준다. 앞선 스토리의 단선적인 전개도 어찌보면 이 시간상의 문제에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듯. 원작과는 달리 주인공인 죠미와 카리나의 사이에서 나스카 칠드런의 리더인 토니가 태어나는 등, 몇몇 설정의 각색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그로 인해 나아진 점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스토리나 캐릭터 묘사 등 많은 부분에서 아쉬운 결과를 남기게 된 작품이었지만, SF 드라마로서 수준급에 이르는 원작의 아우라로 인해 장대한 SF 드라마로서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수준급의 미술과 촬영 기법 등으로 당대의 대작 극장 아니메의 격에 맞는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라 하겠다.


지구로 (2007)


ⓒ 竹宮惠子 · MBS · SKY Perfect Well Think · ANIPLEX


<정보>

◈ 감독: 야마사키 오사무(ヤマサキオサム)
◈ 각본: 네모토 토시죠(根元歳三), 모리타 시게루(森田繁), 오오노기 히로시(大野木寛), 이즈부치 유타카(出渕裕) 外
◈ 캐릭터 디자인: 유키 노부테루(結城信輝)
◈ 컨셉 디자인: 이즈부치 유타카
◈ 메카닉 디자인: 마츠모토 히데유키(松本秀幸), 야나세 타카유키(柳瀬敬之), 이시즈 ?(石津泰志)
◈ 작화감독: 미야마에 신이치(宮前真一), 와타나베 노부히로(渡辺伸弘), 타케노리 요코(高乗陽子) 外
◈ 미술감독: 요시하라 쥰이치로(吉原俊一郎)
◈ SF 고증: 사카이 미츠야스(堺三保)
◈ 음악: 타카나시 야스하루(高梨康治)
◈ 음악: UVERworld, 타카하시 히토미(高橋瞳), 가토 미리야(加藤ミリヤ), CHEMISTRY
◈ 제작사: 마이니치 방송, 스카이 퍼펙트 커뮤니케이션 Wellthink, ANIPLEX, 미나미마치 부교소(南町奉行所), 도쿄 키즈
◈ 저작권: ⓒ 竹宮惠子 · MBS · SKY Perfect Well Think · ANIPLEX
◈ 일자: 2007.04.07 ~ 2007.09.22
◈ 장르: SF, 드라마, 모험, 액션
◈ 구분/등급: TVA(24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소개>

ⓒ 竹宮惠子 · MBS · SKY Perfect Well Think · ANIPLEX

무려 27년만에 다시 만들어진 지구로의 리메이크는 TV 시리즈로 제작이 결정되었다. '전국기담 요도전(1988~1989)', '박앵귀(2010~2011)' 등을 연출한 야마사키 오사무가 감독을 맡고 유키 노부테루가 캐릭터 디자인을, 이즈부치 유타카가 컨셉 디자인을 맡아 고전 SF 명작을 멋진 신감각의 SF 드라마로 재단장했다. 특히, 순정만화의 미형 주인공을 재해석하여 그려낸 유키의 캐릭터 디자인은 이 시리즈의 가치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킨 부분으로, 그가 그려낸 솔져 블루나 키이스 어니언, 토니 등은 원작 이상의 아우라를 가진 캐릭터로 거듭나게 된다.
 
원작과 극장판에서만 하더라도 민간복장을 한 유랑인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었던 뮤들은 TV 판에 이르러서는 흡사 '스타 트렉(1966)'에 등장하는 엔터프라이즈 호의 승무원들과 같은 아우라가 느껴지기도. 캐릭터 디자인 뿐만 아니라 코스튬에 있어서도 확실히 80년대 극장판에 비해서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CG로 그려진 우주항모의 디자인 역시 미려하고 아름다우며, 뮤의 모선은 '샹그릴라(신비롭고 아름다운 산골짜기라는 뜻으로 제임스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1933)'에서 사용)'라는 명칭이 별도로 부여되는데, 이는 모선의 아름답고 거대한 형상과 무척 잘 어울리는 네이밍 센스라 하겠다.

기본적으로 원작의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갔으나 의외로 많은 부분에서 각색이 이루어졌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솔져 블루의 최후로, 원작이나 극장판에서는 비교적 일찍 시리즈를 퇴장했지만 TV 시리즈에서 죠미를 능가하는 인기 캐릭터로 거듭남에 따라 그 최후 역시 훨씬 나중으로 미뤄지며 보다 더 장렬하게 묘사된다. 물론 이러한 전개는 역으로 시리즈의 주인공인 죠미와 키이스의 아우라를 약화시키는 약점이 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극의 구성은 무난하며 흐름도 괜찮은 편이다. 특히, 극장판에서 단선적인 전개로 흘러갔던 많은 이야기들이 보다 입체적인 구조로 바뀐 부분은 환영할만 하다.

이밖에도 인간에 비하여 허약 체질로 태어난 뮤들이 TV 시리즈에서는 그러한 부분을 찾아보기 힘들게 그려졌다거나, 블루의 상징이기도 한 보청기가 보청기라기보다는 그저 솔져의 증표로만 그려진 점 등은, 인간과 뮤의 차별점이 초능력 외에는 없지 않나 싶은 인상을 주기도 했다. 또한 혹성 나스카에서 수많은 동족들을 잃은 뒤 보고 듣고 말하는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죠미는 TV 시리즈에서는 그 사건 후에도 아무런 장애 없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데, 전반적으로 인간에 비해 많은 약점을 드러냈던 뮤들이 TV 시리즈에 와서는 오히려 인간보다 월등한 존재로 묘사되는 듯한 뉘앙스가 풍기고 있다 하겠다. 라스트에 죠미에게서 인류의 미래를 부탁받는 토니의 모습에서는 흡사 뮤가 인류를 이끄는 새로운 리더들로 부상하는 듯한 느낌도 준다.

원작의 뛰어난 주제와 스토리 텔링을 비교적 잘 살려낸 작품으로 매력적인 디자인과 함께 기대 이상의 완성도로 태어난 작품이라 하겠다.


<참고 사이트>

[1] 地球へ…, Wikipedia Japan
[2] 地球(テラ)へ…(1980), allcinema.net
[3] 地球へ…(2007), allcinema.net
[4] Toward the Terra (movie), ANN
[5] 지구로, 엔하위키 미러
[6] 지구로...(地球へ…) 1980,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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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의 극장 아니메 시리즈>

1. 루팡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 (1979)
2.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1984)
3. 명탐정 홈즈 (1984)
4. 천공의 성 라퓨타 (1986)
5. 이웃집 토토로 (1988)
6. 마녀 배달부 키키 (1989)
7. 붉은 돼지 (1992)
8. 원령공주 (1997)
9.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2001)
10. 하울의 움직이는 성 (2004)
11. 벼랑위의 포뇨 (2008)
12. 바람이 분다 (2013)

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 (1979), ルパン三世 カリオストロの城 / Lupin III The Castle of Cagliostro


ⓒ モンキー パンチ · TMS


<정보>

◈ 원작: 몽키 펀치
◈ 감독/콘티: 미야자키 하야오
◈ 각본: 미야자키 하야오, 야마자키 하루야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오츠카 야스오
◈ 미술감독: 고바야시 시치로
◈ 음악/노래: 오오노 유지 / 바비
◈ 프로듀서/제작: 카타야마 테츠오 / 후지오카 유타카
◈ 제작사: 도쿄무비신사, 텔레콤 애니메이션 필름 (협력), 토호 (배급)
◈ 저작권: ⓒ モンキー パンチ · TMS
◈ 일자: 1979.12.15
◈ 장르: 모험,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G)


<시놉시스>

세계적인 괴도 루팡 3세와 그의 파트너인 세계최고의 명사수 지겐 다이스케는 모나코 국영 카지노의 금고에서 거액의 현금을 강탈한 뒤 경찰들의 추적을 유유히 따돌리고 사라진다. 막대한 현금에 환호는 두 남자. 그러나 지폐를 자세히 살펴본 루팡은 이것이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위조지폐라는 사실을 알아내게 된다.

루팡은 위조지폐의 출처를 쫓던 와중 유럽의 자그마한 나라인 칼리오스트로 공국까지 다다르게 되는데, 이 와중에 우연치 않게 웨딩 드레스를 입고 도망치는 묘령의 소녀를 구하게 된다. 그녀는 바로 칼리오스트로 대공 가문의 후계자인 클라리스 칼리오스트로. 하지만, 클라리스는 곧이어 나타난 칼리오스트로 백작 휘하의 부하들에게 다시 납치되고 말고... 칼리오스트로 백작은 공국의 칼리오스트로 대공의 급서 이후 섭정으로 공국을 다스리는 인물로, 클라리스와 강제로 혼인하여 대공의 지위를 물려받으려 하고 있었다.

클라리스를 구하기 위해 루팡은 친구이자 지상 최고의 검객 고에몽을 부른다. 클라리스를 구하러 간 이들 3인조는 칼리오스트로 백작이 나라를 집어삼키려는 야심 외에도 한가지 비밀을 더 갖고 있음을 알게 되는데...


<소개>

모리스 르블랑의 걸작 추리소설의 주인공 괴도 루팡을 모델로 삼아 몽키 펀치(필명. 본명은 카토 카즈히코)가 1969년부터 '만화액션'에 연재한 하드보일드 액션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루팡 3세 시리즈의 두 번째 극장판. 첫번째 극장판인 '루팡 3세, 루팡 vs 복제인간(1978)'이 배급수익 9억1천만엔이라는 기대 이상의 흥행을 이끌어내자 이에 고무되어 다음 해에 전격적으로 다시 제작된 극장용 만화영화이다.

애초에 몽키 펀치가 그린 원작 시리즈는 성인취향의 작품으로, 하드보일드한 전개와 성적인 묘사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전형적인 007 시리즈의 공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TV 시리즈로 제작되면서 조금씩 순화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71년도에 방영을 시작한 TV 시리즈 1기의 후반부부터 미야자키 하야오와 타카하타 이사오 등이 연출에 참여(참여 당시는 익명으로 참여했다고 전해짐. [1] 참조)하면서 시리즈는 원작과는 달리 성인뿐만 아니라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즐거운 모험물 형태로 서서히 컨셉이 바뀌기 시작하게 된다. 그 후 루팡3세는 77년도에 방영된 2기를 통해 큰 인기를 얻게 된다.

두 번째 극장판인 이 작품은 TV 시리즈 2기의 멤버들이 아닌 1기 시리즈에서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오츠카 야스오와, 1기 후반부에 작품에 참여하며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준 미야자키 하야오가 감독으로 낙점된다. 이로 인해 TV 시리즈 2기와 2기를 바탕으로 제작된 첫번째 극장판의 설정이 아닌 첫번째 TV 시리즈의 설정이 가미되었다. 루팡의 재킷 색인 녹색(1기)과 빨간색(2기, 첫번째 극장판)은 후일 '루팡 3세 GREEN vs RED(2008)'에서 그린 재킷과 레드 재킷을 입고 등장하는 수많은 가짜 루팡들을 위한 소재로도 사용된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연출을 맡은 극장판은 이제까지의 루팡과는 그 스타일이 다른, 미야자키식 어드벤쳐의 진수를 보여준 작품이 되었다. 초반부의 차량 도주씬이나 칼리오스트로 백작의 수하들과 루팡들이 벌이는 일대 왁자지껄한 액션연출은 특유의 역동적인 화면구성과 큰 스케일의 액션, 그리고 유쾌하고 건전한 모험극을 보여주었는데, 이러한 모습은 미야자키의 전작 '미래소년 코난(1978)'에서 이미 한번 선보인 것들로, 후일 미야자키 하야오의 수많은 작품을 관통하는 하나의 스타일로 정형화된다.

작품의 히로인인 클라리스의 경우는 미야자키의 전형적인 여성상을 보여준 인물로, 소녀같은 외모에 여성미를 감춘 대표적인 청순가련형의 히로인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미래소년 코난의 라나부터 루팡 3세의 클라리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1984)'의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터(1986)'의 시타 등 이후 계속적으로 등장하는 이러한 미야자키의 여성 캐릭터는 미야자키가 로리타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하는 대목으로, 그것 때문인지 루팡 시리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불멸의 히로인 미네 후지코는 이제까지의 작품 중에서 가장 미약한 활약을 보여주기도. 게다가 미야자키의 미네 후지코는 미야자키식 해석에 의해 이번 작품에서 에로티시즘이 모두 거세된 카메오로 등장하였으니 어차피 후지코가 메인 히로인이었다 하더라도 원작의 팬들에게는 그다지 어필하지 못했으리라 예상된다. 미네 후지코의 이런 모습은 개인적으로는 무척(?) 아쉬운 부분이다.

개봉 당시의 수익은 전작에 미치지 못했다. 이로 인해 미야자키는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전까지 한동안 극장 만화영화에 얼굴을 내밀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기대에 못미쳤던 극장흥행 결과와 달리 TV 재방송이나 특별 상영회 등에서는 커다란 인기를 얻게 된다. 이러한 뒤늦은 인기는 예상을 뒤엎는 것이어서 후일 루팡 시리즈를 모르는 이들조차 이 작품을 기억할 정도로 루팡 3세 시리즈 중 가장 대중적인 인지도를 갖는 작품이 되었다. 인지도 뿐만 아니라 완성도 면에서도 이 작품은 역대 루팡 극장판 중 가장 뛰어난 것으로 후대에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 작품에서 보여준 미야자키의 콘티는 이후 아니메 제작현장에서 하나의 모범 교과서로 평가받게 된다.

ⓒ モンキー パンチ · TMS


<참고 사이트>

[1] ルパン三世, Wikipedia Japan
[2] ルパン三世 カリオストロの城, Wikipedia Japan
[3] 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 엔하위키 미러
[4] 루팡3세 - 카리오스트로의 성 (ルパン三世 · カリオストロの城) 1979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モンキー パンチ · TMS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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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나라 삼총사 (1979) 


ⓒ 선우 프로덕션

<정보>

◈ 감독: 임정규
◈ 촬영: 조민철
◈ 원화: 정수용
◈ 배경: 김영구
◈ 선화: 서용희
◈ 주제가: 김도향
◈ 기획/총지휘: 이장호 / 강한영
◈ 제작사/협력: 선우 프로덕션 / 문화방송, 경향신문, 해태제과
◈ 저작권: ⓒ 선우 프로덕션 (現 선우 엔터테인먼트)
◈ 일자: 1979.07.21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절친한 세 친구인 호세와 땅딸이, 그리고 꺽다리. 방학을 맞이하여 별자리를 관측하던 셋은 어느날 지구에 불시착한 우주선을 관측하고 이를 도와주게 된다. 우주선에는 어린이 왕국의 루루 공주 일행이 타고 있었는데, 자신들을 도와준 호세 일행에게 보답하기 위해 그들을 우주 저편의 어린이 왕국으로 초대하게 된다.
어린이 왕국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어느날, 박쥐성의 카이젤 일당이 습격하여 루루 공주를 납치하고 만다. 그들은 루루 공주를 인질로 삼아 어린이 왕국을 뻬앗을 음모를 세우고 있었고, 삼총사들은 루루공주를 이들의 손에서 구출하기 위해 은하호를 타고 박쥐성으로 향하게 되는데... (임정규 감독-별나라 삼총사 by 불수호난행, 처음처럼)


<소개>

선우 프로덕션에서 기획한 '꿈나라 만화극장' 시리즈의 제1탄. '마루치 아라치(1977)'와 '전자인간 337(1977)'을 통해 연출가로서도 성공적인 데뷔를 한 임정규 감독이 연출을 맡고, '별들의 고향(1974)'으로 혜성같이 영화계에 등장하여 평단과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심은 영화감독 이장호가 기획하여 화재가 된 작품이다. 당시 그는 대마초 흡연혐의로 인해 76년부터 79년까지 감독직을 박탈당했었는데, 이 작품은 바로 그 시기에 이장호 감독이 감독이 아닌 기획자로 참여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당시 문공부는 대마관리법에 의해 대마초를 피운 대중예술인들의 자격을 박탈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었다.)

별나라 삼총사는 로봇과 히어로물로 양분되어 있던 당시 SF 만화영화의 흐름에서 우주선을 타고 모험을 한다는 어드벤쳐 형태의 구조를 지닌 최초의 작품이다. 비록, 로봇이나 슈퍼 히어로 등이 배재되었지만, 탄탄한 구성에 의해 이야기의 짜임새는 지금에 와서도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은하계 저편의 어린이 왕국으로 모험을 떠난 지구의 세 어린이들이 공주님을 구하기 위해 우주의 악당들과 겨룬다는 내용은 정통 SF라기 보다는 디즈니의 영향을 받은 스페이스 판타지 어드벤쳐라 할 수 있다. 같은 해에는 김청기 감독의 '은하함대 지구호(1979)'나 송정률 감독의 '날아라 우주전함 거북선(1979)'과 같은 일련의 스페이스 어드벤쳐 형태의 작품들이 연이어 제작되는데, 그중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높은 작품성을 지닌 작품을 꼽으라고 하면, 단연코 이 작품을 들 수 있다.

여러가지 독창적인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우주선 디자인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우주전함 야마토(1974)'의 야마토와 '캡틴 하록(1978)'의 아르카디아호를 일부 차용한 디자인은 당시 SF 디자인에 대한 열악한 인식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사례이다. 지금에서야 여러가지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이지만, 당시 디자인에 대한 인식은 만화영화에 대한 그것 못지 않게 낮았던 것이다. 다만, 이 작품은 SF 디자인에서만 일부 도용이 눈에 뜨일 뿐 오히려 캐릭터 디자인이나 전체적인 측면에서는 일본 아니메의 스타일을 탈피하려한 시도가 눈에 띄며, 줄거리도 독창적인 것이기에 후대에도 후한 평가를 받는다고 해야겠다.

CM송의 대부 김도향이 부른 주제가도 인상적이다. 풍부한 성량과 특유의 소울풀한 감성은 당대 한국 만화영화 음악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음색으로, 어린이가 아닌 대중가수의 참여로 인해 작품의 품격도 덩달아 상승되지 않았나 싶다.


삼총사 타임머신 001 (1980) 


ⓒ 선우 프로덕션

<정보>

◈ 감독: 임정규
◈ 각본: 지상학
◈ 촬영: 조민철
◈ 원화: 윤영상, 정수용
◈ 배경: 김영구
◈ 선화: 서용희
◈ 음악: 정민섭
◈ 총지휘: 강한영
◈ 제작사: 선우 프로덕션
◈ 저작권: ⓒ 선우프로덕션
◈ 일자: 1980.01.12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소개>

별나라 삼총사에 이은 꿈나라 만화극장 제2탄이자 삼총사의 속편 시리즈. 스페이스 판타지의 정체성을 지닌 작품이지만, 시간여행을 테마로 내세우면서 전작보다 과학적인 설정에 신경을 쓴 흔적이 엿보인다. 미래의 인간들이 현재와 다른 생리적 특징을 갖고 있다거나, 시간여행시 특수 우주복을 입어야 한다는 등, 여러 면에서 성숙해진 작품의식을 엿볼 수 있다.

여러가지 과학적 배경을 설명하며 작품의 구성은 전작에 비해 탄탄해졌으나, 그로 인해 길어진 내러티브만큼 어드벤쳐로서의 흥미도는 반감되었고, 결국 재미있는 활극을 기대한 어린이들의 눈높이에는 맞지 않는 작품이 되었던 것 같다. 이후, 꿈나라 만화극장은 세번째 시리즈로 '15소년 우주표류기(1980)'을 선보이며 별나라 삼총사 시리즈는 막을 내리게 되고, 임정규 감독은 김삼 화백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소년 007 은하특공대(1980)'의 감독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참고 사이트>

[1] 별나라 삼총사, 베스트아니메
[2] 한국 극장 애니메이션 1967~2006 by 송락현, CAPSULE 블로그
[3] 별나라 삼총사 by 송락현, CAPSULE 블로그
[4] 개인작업 DVD-삼총사 타임머신 001 by lennono, lennono의 놀이터
[5] 별나라 삼총사 Space of 3 Musketeers, 1979, 씨네 21
[6] 삼총사 타임머신 001(1980) by 잠뿌리, 뿌리의 이글루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선우 프로덕션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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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노 감독의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 목차>


기동전사 건담 (1979), 機動戦士ガンダム / Mobile Suit Gundam


ⓒ SOTSU · SUNRISE


<정보>

◈ 원작: 야다테 하지메, 토미노 요시유키
◈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아오키 린'이라는 필명으로 주제가 작사)
◈ 각본: 호시야마 히로유키, 마츠자키 켄이치, 아라키 요시히사, 야마모토 유우, 토미노 요시유키
◈ 스토리보드: 토미노 요시유키, 사다미츠 신야, 야마자키 카즈오, 후지와라 료지 外
◈ 연출: 토미노 요시유키, 사다미츠 신야, 후지와라 료지, 코지카 에이키치, 칸다 타케유키
◈ 캐릭터 디자인/총작화감독: 야스히코 요시카즈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
◈ 미술감독: 나카무라 미츠키
◈ 음악/노래: 와타나베 타게오, 마츠야마 유우지 / 이케다 고
◈ 기획/프로듀서: 선라이즈 / 関岡渉, 大熊信行, 渋江靖夫
◈ 제작사: 선라이즈, 나고야 TV, 소츄 에이전시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79.04.07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43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지구인들이 우주에 삶의 터전을 넓히면서 살아가기 시작하며, 서기가 아닌 우주세기를 사용한지 어언 반세기 이상의 세월이 흘렀다. 광활한 우주공간에서 인류는 스페이스 콜로니를 구축하고 이 원통형 거주공간에서 지구와 유사한 환경을 구축하여 살게 되지만, 우주 개척민이라는 지구인들의 차별 속에 스페이스 노이드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지구에 사는 인류인 어스노이드와 달리 참정권과 같은 여러가지 기본적인 권리를 부여받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었다. 이즈음, 지온 줌 다이쿤이라는 사상가는 우주에서 태어난 인류가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 새로운 종으로 진화한다는 뉴타입론에 입각하여 스페이스 노이드의 권리를 외치며 지온공국을 수립하게 된다.

하지만, 지온 줌 다이쿤은 측근이었던 데긴 소도 자비에 의해 암살되고 권력은 자비 가문의 손에 넘어가고 만다. 자비 공왕의 장남 기렌 자비는 곧바로 지온의 독립전쟁을 선포한 다음, 레이더 및 전파병기를 무력화시키는 미노프스키 입자와 일반 병기를 상회하는 기동성을 지닌 인간형 기동병기 모빌슈트 자쿠를 도입하고, 콜로니를 지구에 낙하시키는 과격한 방법을 통해 수적으로 우세에 있던 연방군을 제압하게 된다. 연방군은 뒤늦게 모빌슈트의 위력을 절감하고 V작전을 통해 모빌슈트의 연구개발에 힘쓰지만, 파상적인 지온공군의 공세 앞에 지구마저 침공당하며 열세에 몰리게 된다.

한편, 지구로 진격한 지온군이 낯선 환경 속에 연방군과 고착상태에 놓여있던 우주세기 0079년, 연방군의 모빌슈트 개발계획을 눈치챈 지온의 젊은 전쟁영웅 '붉은 혜성' 샤아 아즈나블 소령은 연방군 세력권인 스페이스 콜로니의 사이드 7으로 3기의 자쿠를 급파하게 된다. 하지만, 호승심에 불탄 지온병사가 수송중이던 연방군의 모빌슈트를 독단으로 공격하면서 사이드 7은 전화의 불길에 휩싸이고 만다. 연방군 모빌슈트 개발계획의 담당자인 템 레이 중령의 아들로 사이드 7에 살고 있던 내성적인 소년 아무로 레이는 피난 중에 지온군의 습격을 받게 되고, 친구인 후라우 보우와 주민들이 포화 속에 고립된 모습을 보는 순간 충동적으로 수송중이던 연방군의 모빌슈트 건담에 올라타게 되는데...


<소개>

리얼로봇이라는 신조어를 등장시킨 최초의 리얼로봇을 표방하는 작품. 이때까지 완구라는 굴레에 갇혀 있던 로봇을 SF라는 관점으로 바라보게 한 작품이며, 동시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로봇 만화영화를 성인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여러가지 현실적이고 다양한 인간 드라마를 보여준 선구적인 작품이다. 물론, 나가하마 타다오에 의해 기존 만화영화보다 수준 높은 드라마를 가진 로봇물이 이미 등장하고 있기는 했으나, 그보다 훨씬 현실적인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 처한 아이들과 수많은 사연을 가진 인물들의 삶과 죽음은 당시 로봇물에 비해 보다 더 높은 연령에 적합한 SF 드라마의 모습이었다.

'무적초인 점보트3(1977)'과 '무적강인 다이탄3(1978)'을 통해 스폰서인 클로버에게 만족할만한 성과를 안겨준 토미노 요시유키는 영화학도였던 자신의 정체성과 특유의 반골기질에 의해 보다 더 현실적이고 치밀한 스토리텔링을 만화영화에 도입하고자 했다. 이는 아마도 너무도 유아적이고 낭만적인 당시 로봇 만화영화의 단순한 전개에 대한 일종의 반감으로 보인다. 이미 나가하마 타다오 밑에서 로봇 만화영화의 성장을 지켜본 토미노는, 로맨틱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나가하마와는 달리, 보다 더 하드하고 비극적인 SF를 추구하고 싶었고, 이러한 비참한 현실 속에서 성장하는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한 것으로 보인다.

정통 SF로 기획된 기동전사 건담은 쥴 베른의 모험소설 '15소년 표류기'와 로버트 A. 하인리히의 SF 소설 '우주의 전사', 그리고 본격 SF 만화영화의 시작을 알린 '우주전함 야마토(1974)'의 컨셉을 활용하여 우주 전쟁 속에 휘말린 소년 소녀들과 모빌슈트라는 인간형 병기, 그리고 스페이스 콜로니로 대표되는 우주세기를 창조하게 된다. 여기에 로봇이라는 요소를 주인공 일행이 움직이는 절대병기라는 개념이 아닌, 수많은 병기 중 하나라는 컨셉으로 접근하게 된다. 물론, 건담은 아직 슈퍼로봇의 잔재를 떨어내지 못하고, 단 1기의 시작품이라는 고유성을 부여받고, 1기로 다수의 모빌슈트를 물리치는 초인적인 활약을 펼치지만, 당시로서는 가장 병기의 모습에 가까운 시도였던 셈이다.

SF적 설정과 함께, 다양하고 현실적인 캐릭터들과 그들의 얽힌 인과관계도 만화영화로서는 일보진전한 컨셉이었다. 이제는 전설이 된 지온군의 에이스 파일럿 샤아 아즈나블은 주인공 아무로 레이를 능가하는 인기 캐릭터로 오랫동안 사랑 받아왔으며, 이 외에도 란 바랄, 가르마 자비, 하몬 랄, 마틸다 중위, 라라아 슨, 류 호세이 등 다양한 인물군상과 그들만의 이야기는 로봇 만화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적 비중을 커지게 했다. 상당수의 팬들이 모빌슈트라는 신개념의 로봇과 치밀하고 방대한 우주세기의 설정에 심취하고 있지만, 건담의 진정한 매력은 로봇 만화영화라는 장르의 한계 속에서 보여준 전쟁 드라마라는 스토리에 있다고 하겠다.

당시의 시청층을 고려하지 않은 이같은 과도한 드라마성과 로봇 만화영화의 전형적인 공식을 깬 건담의 이야기는 첫방 당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거기에 완구판매의 부진까지 겹쳐 건담은 49화를 다 채우지 못한 체, 43화로 종영을 맞게 된다. 하지만, 작품을 열렬히 시청하고 있던 일부 시청자들과 잠재해 있던 건담 팬들의 요청에 의해 시작된 재방송부터 건담은 사회적 현상으로 부활하게 된다. 한 자리수에 불과하던 평균 시청률은 첫번째 재방송에서 가뿐하게 10%를 넘기고 82년도의 재방송에 이르르면 25%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하게 된다.

건담의 뒤늦은 인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점점 크게 번지기 시작했다. 완구 판매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반다이에서 출시한 프라모델은 고연령대의 눈높이에 맞는 작품 컨셉처럼 고연령대의 프라모델 마니아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되며, 건담의 팬들에 의해 시작된 설정 보강작업은 '건담 센츄리'나 'MSV' 등이 나오는 원동력이 되며, 보다 더 건담의 세계를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기폭제로 작용한다. 작품 뿐만 아니라 프라모델과 서적 등으로 미디어 믹스되며 건담은 마침내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건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기동전사 건담 사가' 코너의 첫번째 이야기 '기동전사 건담 (3부작)'을 참고하시길.

☞ 기동전사 건담 (1부) - 건담, 대지에 서다. (보러가기)
☞ 기동전사 건담 (2부) - SF 로봇전쟁 드라마의 서막. (보러가기)
☞ 기동전사 건담 (3부) - 부활하는 하야 거인. 발동, 아니메 세컨드 임팩트! (보러가기)


기동전사 건담 (1981)


ⓒ SOTSU · SUNRISE


<정보>

◈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스탭: TV 시리즈 총집편으로 상세 스탭진은 TV 시리즈와 동일.
◈ 주제가: 타니무라 신지 (작사,작곡) / 야시기타 가진 (노래)
◈ 기획/제작: 이토 마사노리 / 키시모토 요시나리
◈ 제작사: 선라이즈, 소츄에이전시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1.03.14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재방송으로 인해 건담의 인기가 재점화되자 자연스레 극장판의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TV 시리즈를 극장판으로 제작하게 되는 당시의 상당수 작품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건담 역시 자연스레 TV 시리즈의 컷들을 편집한 형태의 작품으로 기획된다. 하지만 총 43화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을 한 편의 극장판으로 압축하기에는 무리가 따랐고, 이로 인해 1화부터 13화까지의 내용만을 압축한 프롤로그 성격의 극장판이 만들어지게 된다. 하지만, 아직 극장판의 성공을 장담하지 못한 제작사측에서는 이번 편의 성공여부를 통해 차기작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이로 인해 후일 3부작이 되는 극장판의 첫번째 편에는 1편이라는 부제는 붙지 않는다.

1편의 상영일인 3월에 앞서 2월 22일에는 신주쿠역에서 특별 이벤트인 '아니메 신세기 선언'이 열리게 된다. 그러나, 일개 만화영화의 이벤트 행사에 무려 만오천여명의 팬들이 몰려들며, 건담의 인기는 마침내 그 실체를 드러내게 된다. 이 자리에는 후일 '중전기 엘가임(1984)'과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의 메카닉 디자이너로, 그리고 '파이브 스타 스토리'의 크리에이터로 명성을 떨치게 되는 선라이즈의 신참 애니메이터 나가노 마모루와 건담에서 라라아의 성우를 맡았던 한 케이코가 샤아와 라라아의 코스튬을 입고 등장하여 팬들의 큰 성원을 얻기도 했다. ([1], [3] 참조) 아니메 신세기 선언이 보여준 건담의 파급력은 만화영화를 넘어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는 후일 오타쿠의 부정적인 측면, 즉 자신의 취미에 과도하게 심취된 나머지 보편적인 사회적 관계를 거부하는 지나치게 맹신적인 팬덤을 양산하게 되는 일본 사회의 한 단면이기도 하지만, 당시로서는 실로 놀라운 기현상이 아닐 수 없었다.


기동전사 건담 II - 슬픈 전사 (1981)


ⓒ SOTSU · SUNRISE


<정보>

◈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스탭: TV 시리즈 총집편으로 상세 스탭진은 TV 시리즈와 동일
◈ 주제가: 아오키 린 (작사) / 이노우에 다이스케 (작곡, 노래)
◈ 제작사: 선라이즈, 소츄에이전시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1.07.11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극장판 1부의 대성공으로 건담 3부작은 온전히 3부작으로 방영이 가능하게 되었다. 당시 TV 시리즈를 감독이 연출한 직후에 총집편 극장판의 경우는 판권을 갖고 있는 방송사와 제작사가 임의로 연출가를 선임하여 편집 방영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미래소년 코난(1978)'의 경우도 방송사인 NHK가 미야자키와의 상의 없이 임의로 편집하여 극장판으로 제작하는 바람에 미야자키가 진노하기도 했는데, 토미노 감독은 이를 염두에 두었는지 애초에 극장판 감독 역시 자신이 맡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게 된다. 이리하여 건담의 극장판은 온전히 토미노 요시유키의 의도대로 편집되어 극장에 상영되었다. 

극장판 2부는 TV 시리즈 16화부터 31화까지를 편집한 작품으로, 코어 부스터와 같은 극장판 오리지널 메카가 등장하는 등, 일부 신작 컷도 눈에 띈다.([3] 참조) 작사가인 아오키 린은 토미노 요시유키의 필명이기도 하다.


기동전사 건담 III - 해후의 우주 (1982)


ⓒ SOTSU · SUNRISE


<정보>

◈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스탭: TV 시리즈 총집편으로 상세 스탭진은 TV 시리즈와 동일
◈ 작화감독: 야스히코 요시카즈
◈ 주제가: 아오키 린 (작사) / 이노우에 다이스케 (작곡, 노래) / 사기쓰 시로 (편곡)
◈ 제작사: 선라이즈, 소츄에이전시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2.03.13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시청률 부진으로 조기종영되었던 TV 시리즈의 이야기를 그린 32화부터 43화까지의 편집판. 병으로 인해 TV 시리즈 후반부에 제작일선에서 물러났던 작화가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TV 시리즈에 사용된 원화를 자신이 일일이 직접 수정하여 그려냄으로써 TV 시리즈의 영상을 기대하여 TV 시리즈를 방영한 뒤 극장을 찾은 건담 팬들에게 깜짝 선물을 안겨주었다. 3편인 해후의 우주편은 극장 아니메의 대표적인 캐쉬 카우라 할 수 있는 도라에몽 극장판 시리즈를 뛰어 넘어 82년도 아니메 흥행랭킹 1위, 전체 극장 흥행랭킹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다.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ガンダム, Wikipedia Japan
[2] Gundam, Wikipedia
[3] 기동전사 건담(機動?士ガンダム) 1981-1982,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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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섬 (1978), 宝島 / Treasure Island


ⓒ TMS


<정보>

◈ 원작: 로버트 L 스티븐슨
◈ 감독: 데자키 오사무
◈ 연출: 타케우치 요시오, 타카야시키 히데오
◈ 각본: 야마자키 하루야, 시노자키 요시미
◈ 콘티: 사키마쿠라, 紺屋行男, 今切洗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스기노 아키오
◈ 미술감독: 고바야시 시치로
◈ 오프닝 애니메이션: 오오하시 마나부
◈ 음악/노래: 하네다 켄타로 / 마치다 요시토 (주제가)
◈ 기획: 吉川斌
◈ 제작사: 도쿄무비신사, 니혼 TV, 매드하우스 (협력)
◈ 저작권: ⓒ TMS
◈ 일자: 1978.10.08
◈ 장르: 모험, 액션
◈ 구분/등급: TVA (26화)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영국의 작은 해변마을 블랙힐의 애드머럴(제독) 벤보우 여관을 엄마와 함께 꾸려가고 있는 씩씩하고 용감한 13살의 소년 짐 홉킨스. 비바람이 몰아치던 어느날 밤, 빌리 본즈라는 선원이 여관에 투숙한다. 그가 투숙하고 얼마 안있어서 검은 개라 불리는 사나이가 빌리 본즈를 쫓아 여관을 찾아온다. 격투 중에 검은 개는 도망가고 빌리는 그만 쇼크로 쓰러지고 만다. 짐에게 자신의 옷상자 열쇠를 맡기는 빌리. 그 속에는 빌리가 말한 중요한 서류가 있었다. 외다리에게서 그 서류를 지켜달라며 숨을 거두는 빌리.

짐은 아버지의 친구였던 마을의 지주 트릴로니와 의사 리브시 선생에게 서류를 보여준다. 이들은 이것이 전설적인 해적 플린트가 숨겨놓은 보물이 있는 섬을 가리키는 지도임을 알게 된다. 트릴로니는 바로 보물섬으로 떠날 채비를 갖추게 되고, 짐 역시 이 흥분되는 모험에 동참하게 된다. 떠나기전 서류 하나를 망원경 주점의 외다리 주인에게 전하라는 심부름을 받게 된 짐. 빌리가 두려워 한 인물이 외다리라는 것을 알고 있던 짐은 그 외다리와 망원경 주점의 외다리가 동일인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마침내 외다리를 만나게 된 짐. 사나이의 이름은 실버, 존 실버였다.


<소개>

로버트 L 스티븐슨이 어린이 잡지에 연재했던 어린이용 해양모험 소설을 '내일의 죠(1970)', '에이스를 노려라(1973)'의 스타일리쉬 연출가 데자키 오사무가 TV 시리즈로 제작한 작품. 데자키 오사무의 스승인 테즈카 오사무도 65년 스티븐슨의 원작을 바탕으로 의인화된 만화영화 '신 보물섬(1965)'을 연출한 적이 있으니 스승과 제자의 손을 모두 거친 작품이라 하겠다. 물론, 두 작품 간의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하모니 기법이라 불리는 동화에서 순간적으로 정지된 일러스트 컷으로 장면을 전환시키는 극적인 기법과, 감각적인 화면분활, 영상반복, 투과광 기법 등으로 아니메 연출가 중 가장 스타일리쉬한 연출기법을 선보였던 영상 아티스트 데자키 오사무는 연출 뿐만 아니라 스토리 텔링에 있어서도 원작의 노선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닌 항상 그만의 독특한 재해석으로 유명한데, 특히 그 재해석이 원작과는 또다른 재미와 매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실로 비주얼과 스토리 모두에서 탑 클래스의 거장이라 할 수 있다.(개인적으로는 만화영화 감독 중에서 가장 처음 좋아하게 된 인물도 데자키 오사무 되시겠다.) 이 보물섬 역시 바로 이 데자키 오사무식 재해석이 가미되어 원작 이상으로 바다의 로망을 잘 살린 명작 만화영화라 할 수 있다.

원작에서는 단순한 악역이었던 외다리 선원 실버에게 악역 이상의 설정과 매력을 부여함으로써 내일의 죠의 죠나 베르사이유 장미의 오스칼 등과 함께 데자키 오사무의 필모그라피를 이야기 하는데 있어서 빠질 수 없는 대표적인 캐릭터이자 페르소나로 승화시키게 된다. 비록 주인공과 대적하게 되는 해적이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력과 강인함, 그리고 사나이 다운 그의 매력은 짐 뿐만 아니라 TV를 시청하는 모든 소년들이 동경하는 남자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이 실버는 비슷한 시기에 방영했던 마츠모토 레이지의 '우주해적 캡틴 하록(1978)'의 캡틴 하록과 함께 소년들이 동경하는 이상적인 어른 남성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도 당대의 작품들과 다른 방향을 보여주게 된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짐 홉킨스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어른들일 정도로 작품의 주시청층인 아이들 또래의 캐릭터 비중이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멋진 이야기가 일품인 작품이었는데, 이러한 모습은 당대의 만화영화 중에서는 캡틴 하록을 제외하고는 보기 힘든 이례적인 설정이었다. 비록 어린이들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이런 이야기 구조는 기존의 어린이용 만화영화에 비해서는 상당히 성숙한 극화적 느낌을 주는 것으로 유럽적인 비주얼과 함께 이국적이고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겠다. 

오프닝 영상은 후일 '로봇 카니발(1987)'의 에피소드 연출로 알려진 오오하시 마나부가 맡았는데, 명작 오프닝 애니메이션 중 하나로 평론가들이 꼽는 작품이기도 하다.([2] 참조) 동화적인 색감과 연출, 거기에 명작곡가로 이름 높은 하네다 켄타로의 데뷔곡 '보물섬'이 어우러진 영상미는 지금 보아도 항해를 떠나기전의 두근거림이 느껴지는 멋진 영상이 아닐까 싶다. 한국판 오프닝은 지금에 와서는 다른 만화영화 주제가에 비하여 레어한 물건이 되긴 했지만, 역시 소년들이 꿈꾸는 모험의 로망이 살아 있는 곡으로 기억되고 있다. (기억하기로는 일본판 오프닝의 번안곡이 아닌 독자적인 곡으로 기억된다. 생각나는 가사를 읊어보면 '가자, 가자. 꿈에 본 섬으로~ 바람 타고 물결 넘어 바다로 가아자~...' 정도 된다.) 

라스트 엔딩은 만화영화 사상 잊혀지지 않는 명장면 중 하나이기도 하다. 세월이 흘러 건장한 뱃사람이 된 짐 홉킨스가 우연히 아프리카의 어느 항구에서 늙어버린 실버를 만나는 장면은, 사나이를 동경하던 소년이 어느새 사나이 만큼의 나이가 되어 늙고 병약한 자신의 우상을 만나는 실로 극적인 엔딩을 보여주고 있다. 감격스런 상봉 속에 말없이 팔씨름으로 모든 것을 주고 받은 둘. 떠나는 실버를 향한 짐 홉킨스의 마지막 한마디는 이 작품이 실버의, 실버에 의한, 실버를 위한 작품임을 다시금 우리에게 되새겨 준다.

있었다구, 역시... 나의, 나의 실버가!

ⓒ TMS



백경전설 (1997), 白鯨伝説 / Hakugei: Legend of the Moby Dick


ⓒ Tezuka Production

<정보>

◈ 원작: 데자키 오사무, 스기노 아키오 
◈ 감독: 데자키 오사무
◈ 각본: 데자키 오사무, 우에다 코지 外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타카야 히로토시, 사토 마사키
◈ 미술감독: 코노 지로
◈ 음악/노래: 안도 마사히로, 이즈미 히로타카 / 오치아이 히로히토 (주제가)
◈ 기획/제작: 마츠타니 타카유키
◈ 제작사: 테즈카 프로덕션, 이미지케이, 소니뮤직
◈ 저작권: ⓒ Tezuka Production
◈ 일자: 1997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TVA (26화) / 전연령가 (G)

<소개>

'디어 브라더(1991)'로 '스페이스 코브라(1982)' 이후 8년 만에 성공적으로 TV 시리즈 아니메로 복귀한 데자키 오사무가 6년만에 내놓은 두번째 복귀 TV 시리즈. 그의 필모그라피에서 가장 큰 위치를 차지하는 캐릭터 중 하나인 실버 선장의 캐릭터를 모티브 삼아 H 멜빌의 소설 '백경'의 이야기를 SF 어드벤쳐에 접목시킨 작품이다. 그의 단짝이자 멘토라 할 수 있는 스기노 아키오가 작화감독으로 참여하지 않은 관계로 캐릭터 디자인과 비주얼은 이전의 데자키 감독의 작품과 비교하면 이질적이라 할 수 있지만, 압도적인 퀄리티로 인해 TV 시리즈를 능가하는 비주얼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제작여건에 있었는데, 방송사인 NHK와의 마찰과 높은 퀄리티의 비주얼을 유지하기 위해 총집편과 재방영으로 에피소드 중간중간을 채우면서([1] 참조) 방영기간이 늘어지게 되었고, 결국 26화로 원래의 이야기에 비해 조기종영되는 아픔을 겪게 된다. 이후 데자키 감독은 또다시 TV 시리즈의 연출에서 한동안 손을 떼게 되었고, 8년여만인 2005년에 이르러서야 '눈의 여왕(2005)'으로 다시금 TV 시리즈에 복귀하게 된다.


<참고 사이트>

[1] 宝島, Wikipedia Japan
[2] 보물섬(宝島) 1987 by 캅셀, CAPSULE 블로그: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3] 白鯨伝説, Wikipedia Japan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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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지버스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시리즈>


은하철도 999 (1978), 銀河鉄道999 / Galaxy Express 999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정보>

◈ 원작: 마츠모토 레이지
◈ 총감독: 니시자와 노부타카
◈ 연출: 아키히 마사유키, 유야마 쿠니히코, 사카타 유우 外
◈ 각본: 야마우라 히로야스, 후지카와 케이스케, 요시다 요시아키
◈ 캐릭터 디자인: 아라키 신고, 코가와 토모노리
◈ 총 작화감수: 코가와 토노모리 (1~63화 / 74~88화), 코마츠바라 카즈오 (64~73화)
◈ 미술설정: 우라타 마타지
◈ 음악/연주/노래: 아오키 노조무 / 콜롬비아 심포닉 오케스트라 / 사사키 이사오
◈ 기획: 벳쇼 타카하루, 요코야마 켄지, 小湊洋市
◈ 제작사: 도에이 동화, 후지 TV
◈ 저작권: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 일자: 1978.09.14
◈ 장르: SF, 드라마, 모험
◈ 구분/등급: TVA (113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시놉시스>

은하계의 행성들이 우주를 달리는 특급열차 은하철도로 연결되어 있는 서기 2221년의 세상. 부유한 이들은 자신의 몸을 기계화한 속칭 기계인간이 되어 메가로폴리스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고 사는 반면, 기계인간이 되지 못한 가난한 진짜 인간들은 메가로폴리스 외곽의 빈민가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 가난한 인간들에게도 신분상승을 위한 하나의 희망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무료로 기계인간의 몸을 준다는 꿈의 행성 안드로메다. 다만, 이 안드로메다로 향하는 은하철도는 오로지 메가로 폴리스에서 출발하는 은하철도 999로, 이 999의 승차권 역시 가난한 이들에게는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빈민가에 살고 있는 철이(호시노 테츠로)와 철이의 엄마는 눈 내리는 어느날 밤 길을 가던 도중 나타난 기계백작의 일행의 습격을 받는다. 산 사람을 사냥하여 박제하는 것을 취미로 삼고 있는 끔찍한 기계백작에게 철이의 엄마는 그만 목숨을 잃게 되고, 어머니를 잃은 슬픔에 오열하던 철이는 정신을 잃고 한 여인에게 구조된다. 어머니를 닮은 아름다운 외모에 눈부시도록 긴 금발머리를 가진 여인 메텔은 철이에게 자신과 동행하는 조건으로 은하철도 999에 탑승시켜 주겠다는 제안을 하게 되고... 어머니의 몫까지 행복하게 살기 위해 기계의 몸을 갖기로 한 철이는 마침내 메텔과 함께 안드로메다로 향하는 긴 여정에 오르게 되는데... 


<소개>

마츠모토 레이지의 가장 큰 출세작이자 레이지버스의 정점에 올라있는 작품. 이 작품을 통해 마츠모토 레이지는 드디어 니시자키 요시노부의 품을 떠나 진정한 인기작가로 발돋움 했고, 레이지버스라는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하게 된다. '우주해적 캡틴 하록(1978)'과 함께 애니메이션을 위해 기획되었으나 역시 하록과 비슷한 이유(로봇 아니메가 아닌 SF 만화영화가 과연 TV 시리즈로 아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이유)로 한동안 애니메이션화되지 못했던 이 작품은, '우주전함 야마토 극장판(1977)'의 폭발적인 인기를 등에 업고 전면적으로 TV 시리즈로 기획된다.

기계화된 몸을 갖고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는 특권계급과, 원래 인간의 몸으로 기계인간들에게 핍박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로 나뉘어진 양극화된 시대배경은 당시 만화영화로서는 상당히 수준높은 설정이었다. 기계문명에 심취한 인간들의 말로를 그리는 것 뿐만 아니라 물질적인 부에 심취하여 인간성을 잃어가는 현대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는 사회풍자적인 면면도 눈에 띈다. 이러한 부조리함 속에서 자신의 처지를 극복하기 위해 그들과 같은 기계의 몸이 되기를 결심한 철이가 안드로메다로 향하는 여정에서 수많은 이들의 삶을 체험한 후 성장하여 스스로의 의지로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이야기는 이제까지의 레이지 작품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주제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행을 통해 성장하는 주인공 철이를 보살피는 작품의 상징이자 레이지버스의 상징인 메텔의 존재는 이제까지의 어떤 SF 애니메이션의 여주인공보다도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는데, 특히 동시기의 캡틴 하록이나 실버 선장이 아이들의 이상적인 남성상이자 아버지상이었다면, 메텔은 그와 반대로 이상적인 여성상이자 어머니상의 모습을 보여준 캐릭터라 할 수 있다. 따뜻하고 사려깊은 성격, 눈부신 미모, 그리고 베일에 쌓인 신비로운 모습 등 메텔은 레이지버스의 여성상을 집대성한 인물로, 당시 청소년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 것이다.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성장하는 당시의 아니메 세대에 있어서 메텔이라는 여성 캐릭터의 등장은 실로 적절한 타이밍이었으며, 만화영화가 어린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는 것을 입증한 레이지버스의 작품을 통해 메텔이나 하록과 같은 성인 캐릭터들은 70년대 후반부 들어 부쩍 그 존재감을 발휘하게 된다.

작품의 성숙하고 깊이있는 스토리텔링 외에 999가 보여준 매력은 레이지버스라 일컬어지는 레이지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다른 작품들과 999와의 접점에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에피소드였다. 시리즈 중반에 까메오로 출현하게 되는 여해적 에메랄다스와 메텔의 이야기나, 철이에게 큰 영감을 주고 홀연히 자취를 감추는 사나이의 로망 캡틴 하록, 그리고 전 우주에 4자루 밖에 없다고 전해지는 전사의 총에 관한 이야기 등, 매력적인 이야기들로 인해 작품에 대한 상상력의 나래를 더더욱 펼 수 있는 여러가지 이야기거리를 만들어 주었다. 특히, 아름다운 겉모습 속에 감춰진 메텔의 진짜 정체에 관해 시청자들의 큰 궁금증을 유발하게 만드는 암시와 에피소드가 자주 등장하는데, 현재까지도 메텔의 정체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체 팬들로부터 다양한 이야기거리를 만들어내는 이슈가 되고 있다.

또한, 메텔의 수영복 씬이나 누드 씬 등 당시 일본 TV 만화영화에서도 상당히 이례적인 장면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비록 코믹스에 비해 상당히 순화되기는 했어도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는 어린이 만화영화에서 성적 상상력을 자극시킨 작품이라는 일부의 비평에 있어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편이기도 하다. (물론, 레이지의 이러한 묘사는 나가이 고의 노골적이고 반사회적인 그것에 비하면 얌전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성숙한 여인으로서의 매력에 필연적으로 따라오게 되는 성적 판타지의 대상으로서도 메텔은 오랫동안 청소년들에게 회자되어온 것이다.

첫 회 시청률이 15.5 %로 시작하여 최고 시청률이 22.8%에 달하는 등, 작품은 첫 방영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레이지가 참가한 작품으로 'SF 서유기 스타징가(1978)'에 이어 연속적인 성공이었는데, 특히 본격적인 레이지버스의 작품으로서는 은하철도 999가 첫 히트작인 셈이다.(하록 선장은 지금의 유명세와는 달리 시청률은 그닥 좋지 못했다.) 은하철도 999가 레이지버스의 대표작이자 그 신호탄이 되었던 셈이다.

한국에서는 2년 뒤인 81년 MBC를 통해 방영하게 된다. 식목일 특집으로 방영('푸른하늘 은하수'라는 기가막힌 네이밍 센스로 방영. 아마, 당시 방영한 에피소드는 1편과 12편인 화석의 전사편을 연결하여 방영한 것으로 기억된다.)한 것이 기대 이상의 인기를 얻자 반년 뒤인 10월부터 일요일 아침에 정식으로 방영되었다. ([6] 참조) 당시 이 999를 보기 위해 아이들은 일요일 아침에도 불구하고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으며, 종교행사를 가야하는 일부 아이들 중에는 999를 보는 것으로 인해 부모님과 일대 신경전이 벌어질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도.

(다음 내용은 페니웨이님의 은하철도 999 블루레이 리뷰에 실린 내용을 참고로 하여 수정하였습니다.)
한국의 최초 방영은 81년 식목일 특집으로 방영되었다는 설이 그동안 위키피디아를 비롯한 여러 경로를 통해 정설처럼 전해져왔으나, '페니웨이™의 In This Film'의 운영자 페니웨이님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이는 정확한 근거가 없는 이야기로 보여진다. 실제로 엘로스도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를 통해 경향신문, 동아일보, 매일경제의 81년 4월 5일 방송편성표를 보았으나 은하철도 999는 커녕 아예 만화 프로그램이 편성되어 있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신문을 통해 은하철도 999가 방영되었다는 흔적은 81년 10월 4일이 현재로선 최초로 보인다. 다만 글쓴이의 경우, 에피소드 12,13화인 화석의 전사편을 1화 뒤에 바로 본 기억이 남아 있는데, 페니웨이님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MBC는 10월 4일 은하철도 999 1, 2화를 연속방영한 뒤, 일주일 뒤인 11일에 화석의 전사편을 방영하게 된다. 아마 엘로스의 기억은 이것에서 연유한 것으로 짐작된다. 은하철도 999의 정규방송은 82년 1월 2일부터 다시 시작된다. 현재로선 식목일 방영설이 설득력이 없는 정보라 할 수 있다.

☞ [블루레이] 은하철도 999 극장판 박스셋 - 안녕, 내 청춘의 환영이여 by 페니웨이 (바로가기)

한국판의 방영 초기 주제가는 '눈물실은 은하철도'로 번안곡이 아닌 독자적인 곡이었는데, 애절한 멜로디와 김국환의 절절한 창법이 어우러져 엄마를 잃고 먼 여행을 떠나는 소년의 감정을 실로 기막히게 표현해낸 원 주제가 이상의 아우라를 들려주었다. 다만, 주제가가 지나치게 우울하다는 지적에 의해 이 곡은 일본 주제가의 번안곡으로 바뀌어졌으며,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은하철도 999의 주제가가 되시겠다. 비록 번안곡이었지만 이 곡 역시 김국환의 목소리와 완벽한 싱크로를 선보이며, 만화영화 주제가로서 영원히 사랑받는 곡이 되었다. 하지만, 이 곡에 얽힌 뒷 사연은 그리 개운치만은 않았으니 궁금하신 분은 [6]에 링크되어 있는 한국판 위키피디아 내용을 참고하시길.

☞ 애니메이션 인물열전: 소년시절의 연인, 청춘의 환상 메텔 (보러가기)


은하철도 999 극장판 (1979)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정보>

◈ 원작/감수: 마츠모토 레이지 / 이치카와 콘 (영화감독)
◈ 감독: 린 타로
◈ 각본: 이시모리 시로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코마츠바라 카즈오
◈ 미술감독: 무쿠오 타카무라
◈ 음악/노래: 아오키 노조무 / 고다이고
◈ 기획/제작 총지휘: 아루가 켄, 타카미 요시오 / 이마다 치아키 
◈ 제작사: 도에이 동화
◈ 저작권: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 일자: 1979.08.04
◈ 장르: SF, 드라마, 모험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은하철도 999의 극장판은 이례적으로 TV 시리즈와 동시에 기획되었으며, TV 시리즈의 총집편이 아닌, 별도의 이야기로 진행되었다. 이것은 당시 극장판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케이스로, 도에이 동화의 A형 극장판이 막을 내리고 일본 오리지널 아니메와 TV 시리즈가 그 바톤을 이어받은 후, 대부분의 극장판은 모두 TV 시리즈의 총집편이거나 스페셜 시리즈의 형태를 지닌 부가적인 작품에 그치고 있었던 것에 비해, 이 999 극장판은 극장 상영을 위해서 별도로 기획되고 제작된 작품인 것이다. 내용 자체는 TV 시리즈의 도입부와 결말을 비슷하게 따라가고 있지만, 달라진 캐릭터 디자인과 새로운 인물들의 등장과 함께 TV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었다.

극장판의 감독은 린 타로가 맡았다. 캡틴 하록을 통해 도에이의 이마다 치아키 사장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그는, 이 999에서 TV 시리즈가 아닌 극장판 감독으로 낙점받게 된다. 또한, 캡틴 하록에서 린 타로와 멋진 하모니를 보여주었던 작화감독 코마츠바라 카즈오와 미술감독 무쿠오 타카무라를 모두 기용함으로써 대작 극장판에 어울리는 위용의 스탭진을 갖추게 된다. 원작 스토리를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항상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구성하는 린 타로는 이 극장판에서도 자신의 작품 세계를 유감없이 드러내는데, 먼저 10대 초반의 어린 나이로 설정되었던 TV 시리즈의 철이를 10대 후반의 청소년으로 설정하고(게다가 외모도 보다 더 사람에 가깝게... 바꾸어 주셨다.), 거기에 자신이 연출했던 캡틴 하록의 주인공 하록과 아르카디아호를 카메오로 참여시켜 극적인 효과를 부여하는 등, 원작자인 레이지보다 더 레이지버스의 캐릭터들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게 된다.

TV 시리즈와 동시에 기획되어 TV 시리즈가 완결되기도 전에 개봉된 이 극장판은 TV 시리즈나 원작보다 먼저 자신만의 결말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원작자인 마츠모토와의 또다른 충돌이 우려되기도 하였으나 결과적으로는 무난하게 넘어갔다. 어찌보면 TV 시리즈는 최대한 원작의 분위기대로 연출하고, 극장판은 감독의 의견이 적극 반영된 실험적인 결과물이 나오길 바랬던 도에이 수뇌부의 기획이었을 듯 싶기도. 이러한 시도는 대단한 성공으로 귀결되는데, 79년 개봉당시 16억5천만엔이라는 흥행수입을 벌어들이며, 실사영화를 모두 제치고 그해 일본영화 흥행랭킹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게 된다. 만화영화가 실사영화를 누른 것은 이 999가 최초였으며, 이것은 야마토 극장판과 함께 레이지버스의 이야기가 성인들에게도 공감될 정도의 내러티브를 갖추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린 타로의 스승이었던 테즈카 오사무가 지향했던 또하나의 목표, 즉 성인들도 즐길 수 있는 만화영화인 '아니메라마'라는 고지에 린 타로는 999로서 도착한 것이었다. (테즈카 오사무는 디즈니 수준의 만화영화와 함께 영화 수준의 만화영화라는 두가지 명제를 꿈꾸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일본의 유력한 영화잡지 키네마 준보에서 그해 베스트 17위로 꼽는 등, 999 극장판은 만화영화의 범주가 아닌 영화의 범주에서 평론가들과 관객들에게 인정받게 된다. 그리고, 원작자의 네임밸류에 따라 작품을 평가하던 당시의 만화영화 풍토에서 린 타로는 최초로 만화영화 감독의 네임밸류로 작품을 가늠하게 되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게 된다. 즉, 최초로 일반인들이 알게 된 애니메이션 연출가가 되는 것이다.

라스트 엔딩 역시 일본 만화영화사상 잊혀지지 않는 명엔딩 중 하나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철이에게 이별의 입맞춤을 하고 떠나는 메텔. 기적 소리를 울리며 아련하게 떠나가는 999를 바라보며 나레이션이 들려온다. (TV 시리즈의 에피소드별 엔딩에서도 항상 들려오는 이 나레이션 역시 개인적으로는 한국판 나레이션 쪽이 더 느낌이 좋다는데 점수를 주고 싶다.) 

'이제 젊은이의 추억을 싣고 기적이 운다. 이제 젊은이의 추억을 싣고 기차는 간다.
하나의 여행이 끝나고 다시 하나의 새로운 여행이 시작된다. 
안녕, 메텔. 안녕, 은하철도 999.

안녕, 내 어린 시절아.'


이어서 시작되는 고다이고의 엔딩 테마는 기막힌 싱크로로 극장판의 대미를 장식한다. 소년들의 연인이며 우리 청춘의 환상인 메텔의 퇴장과 함께 마침내 시대는 80년대로 넘어가게 된다.


은하철도 999, 유리의 클레어 (1980)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정보>

◈ 감독: 니시자와 노부타카
◈ 작화감독: 코마츠바라 카즈오
◈ 음악/노래: 아오키 노조무 / 사사키 이사오
◈ 제작사: 도에이 동화
◈ 저작권: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 일자: 1980.03.15
◈ 장르: SF, 드라마, 모험
◈ 구분/등급: 특별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TV 시리즈 초반부에 등장한 은하철도 999의 승무원 클레어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단편 스페셜. 도에이 만화축제 중에 개봉되었다. 영원한 생명을 얻어 온몸이 유리로 변한 클레어의 가슴 아픈 이야기는 단편 에피소드였음에도 은하철도 999의 주제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후 이 이야기는 뮤지컬로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당시 클레어역에는 강수지가 그 역할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안녕, 은하철도 999 - 안드로메다 종착역 (1981)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정보>

◈ 원작/구성: 마츠모토 레이지
◈ 감독: 린 타로
◈ 각본: 야마우라 히로야스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코마츠바라 카즈오 
◈ 미술감독: 무쿠오 타카무라
◈ 원화: 카나다 요시노리, 야마구치 야스히로, 키노시타 유키 外
◈ 음악/노래: 쇼지 오사무 / 메리 맥그리거 
◈ 기획/제작 총지휘: 아루가 켄, 타카미 요시오 / 이마다 치아키 
◈ 제작사: 도에이 동화
◈ 저작권: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 일자: 1981.08.01
◈ 장르: SF, 드라마, 모험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첫번째 극장판 이후 2년만에 다시 찾아온 두번째 극장판은 메텔과 헤어진 철이의 다음 이야기로 은하철도 999의 진정한 엔딩을 장식하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당시 방영을 시작한 천년여왕과 메텔과의 관계, 여해적 퀸 에메랄다스와 메텔의 관계, 기계제국의 탄생배경 등, 이제까지 레이지버스에서 숱하게 제기되었던 문제점이 이 극장판에서 그 전모를 드러낸다.

메텔의 어머니인 프로메슘이 천년여왕인 야요이의 어머니이기도 하다는 설정은 당시 많은 팬들에게 화제를 몰고 왔다. 또한, 이제까지 그 존재가 언급되지 않았던 철이의 아버지 파우스트의 등장으로 메텔이 철이를 데리고 안드로메다의 여행길에 오른 당위성을 설명하려는 등, 레이지버스에서 제기되어왔던 설정상의 오류를 바로 잡으려한 흔적이 엿보인다. 그러나, 애초에 뚜렷한 설정이 잡히지 않은체 작품이 진행된 데다가 여러 감독의 손을 거치면서 설정의 일부가 재해석되는 등의 이유로 인해 여전히 설정 상에는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존재하고 있다.

전편을 능가하는 퀄리티와 많은 의문점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 두번째 극장판의 흥행수입은 11억 5천만엔으로 흥행에는 성공하였으나 전편만은 못했다. 그것은 이미 80년도에 기동전사 건담이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극장판이 개봉되는 등 아니메의 환경이 급변한 현실을 보여준 사례가 아닐까 싶다. (이 극장판의 개봉 한달 전인 7월부터 건담의 두번째 극장판이 개봉되고 있었다.) 그러나, 높은 완성도와 작품자체가 갖고 있는 명성으로 인해 건담의 후폭풍 속에서도 선전을 펼쳤으며, 이듬해인 3월에 개봉된 '천년여왕(1982)'에서도 여전히 녹슬지 않은 명성을 보였던 레이지버스는 같은 해 7월 '내 청춘의 아르카디아호(1982)'의 흥행참패로 한동안 극장가에서 그 모습을 보이지 못하게 된다.

90년대 들어 다시 은하철도 999 이야기가 재개되지만 시간 상으로는 이 극장판이 가장 나중의 일을 다루고 있기에 현재까지는 은하철도 999의 결말을 다룬 작품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은하철도 999 이터널 판타지 (1998)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정보>

◈ 원작/총설정: 마츠모토 레이지
◈ 감독: 우다 코노스케
◈ 각본: 타케가미 쥰키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카가미 타카히로
◈ 미술감독: 유키 신조
◈ 음악/노래: 타나카 고헤이 / ALFEE
◈ 제작사: 도에이 동화
◈ 저작권: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 일자: 1998.03.07
◈ 장르: SF, 드라마, 모험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두번째 극장판인 '안녕, 은하철도 999' 이후 무려 17년만에 등장한 은하철도 999의 후속편. 시간상으로는 안드로메다에 도착한 철이가 메텔과 헤어진 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두번째 극장판과 같은 시간대의 이야기이지만, 이 이터널 판타지는 TV 시리즈의 엔딩을 이어간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캐릭터 디자인도 극장판이 아니라 TV 시리즈의 그것과 동일하다.

극장판이지만 한 시간 정도의 분량으로 제작하여 몇 부작으로 개봉할 요량이었던 것 같다. 다만 문제는 흥행에 있었는데, 제작사인 도에이 동화의 기대치보다 훨씬 못미치는 저조한 흥행성적으로 인해 이 작품은 더 이상의 이야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1부로 제작이 종결되고 만다. 이후, 도에이 동화는 한 때 자신들의 대표적 타이틀이기도 한 레이지버스의 제작에서 손을 떼게 되고(추측이지만, 까질한 레이지 옹이 도에이와 결별을 선언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후 레이지버스는 도에이 동화의 손을 떠나 다른 안식처를 찾게 된다.


메텔 레전드 (2000), メーテルレジェンド / Maetel Legend


ⓒ MATSUMOTO LEIJI · TSUBURAYA Creative · ART Collection House · AVEX

<정보>

◈ 원작/총설정/감수: 마츠모토 레이지
◈ 감독: 요코다 카즈요시
◈ 각본: 카미오 무키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시마즈 이쿠오
◈ 메카닉 디자인: 이타바시 카츠미
◈ 미술감독: 阿部泰三郎
◈ 음악: 아마노 마사미치
◈ 제작사: 베가 엔터테인먼트, 츠부라야 영상
◈ 저작권: ⓒ MATSUMOTO LEIJI · TSUBURAYA Creative · ART Collection House · AVEX
◈ 일자: 2000.X.X
◈ 장르: SF, 드라마, 모험
◈ 구분/등급: OVA (2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이터널 판타지의 흥행참패로 한동안 주춤했던 은하철도 999의 부활 프로젝트는 21세기의 시작과 더불어 다시 불이 붙기 시작했다. 레이지버스의 세계관의 중심에 있는 은하철도와 메텔의 이야기, 그 중에서도 메텔의 과거는 설정상에 많은 오류를 갖고 있었고, 레이지는 새로이 시작된 은하철도 부활 프로젝트를 통해 바로 이 레이지버스의 오류를 바로잡기를 원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새로이 시작된 은하철도의 이야기가 바로 메텔의 어린 시절을 다룬 메텔 레전드이다.

이 작품은 이제까지 은하철도 999의 주소재라 할 수 있는 은하철도와 주인공 철이를 배제하고 메텔과 에메랄다스를 주인공으로 한 프리퀄 형태의 작품이다. 이로 인해 타이틀 자체도 메텔 레전드로 붙여지게 된다. 메텔과 그녀의 언니인 에메랄다스가 아직 어린 나이일 때 어머니인 프로메슘과 함께 라메텔에서의 생활을 다룬 이 작품은 말 그대로 그녀의 어머니인 프로메슘이 어찌하여 기계인간이 되었고, 메텔의 어린 시절은 어떠했는지를 다루는 이야기라 하겠다. 특히, 에메랄다스를 메텔의 언니로, 프로메슘이 바로 천년여왕이라는 파격적인 설정을 선보이게 된다. 이것은 이전 시리즈에서의 설정을 레이지 스스로 뒤엎은 결과로, 이전 시리즈에서 천년여왕과 메텔은 프로메슘의 딸이며, 에메랄다스는 메텔과 친구 관계였었다.

천년여왕의 원 성우인 한 케이코가 프로메슘 역을 담당하는 등, 올드팬들에게는 반가운 점도 있지만, 비주얼 등에서는 이질감이 느껴지는데다가 유려한 선이 사라진 투박한 터치로, 작품 외적으로도 아쉬운 점이 눈에 띈 작품이다.


은하철도 이야기 (2003), 銀河鉄道物語 / Galaxy Railways


ⓒ 松本零士/プラネット・銀河鉄道管理局

<정보>

◈ 원작/총설정/디자인: 마츠모토 레이지
◈ 감독: 니시모토 유키 (1기)
    토미나가 츠네오 (2기)
    오오바 히데아키 (OVA)
◈ 각본: 소노다 히데키 (1기)
    야마다 야스노리 (2기) / 
    하세가와 나호코 外 (OVA)
◈ 캐릭터 디자인: 키자키 후미노리, 타케다
    이츠코 (1기) / 칸노 아키라 (2기)
    치바 미치노리 外 (OVA)
◈ 메카닉 디자인: 와타나베 코지 (1기) /
    미네기시 타츠미 外 (2기) /
    이시노 사토시 外 (OVA)
◈ 미술감독: 우미노 요시미 (1기, 2기) /
    水谷利治 (OVA)
◈ 음악: 아오키 노조무
◈ 기획/제작: 콘 히로시
◈ 제작사: BS FUJI, 은하철도 관리국 (1기) /
    CBC, 은하철도 이야기 프로젝트 (2기) /
    COMMON WEALTH Entertainment (OVA)
◈ 저작권: ⓒ 松本零士/プラネット・銀河鉄道管理局 (1기) / ⓒ 松本零士/銀河鉄道物語プロジェクト (2기)
◈ 일자: 2003.10.04 (1기) / 2006.10.04 (2기) / 2007.01.24 (OVA)
◈ 장르: SF, 드라마, 모험
◈ 구분/등급: TVA & OVA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마츠모토 레이지의 만화가 데뷔 50주년 기념으로 만들어진 작품. 이번에는 은하철도 999의 메인 소재인 은하철도와 그 시스템을 가져오되 중심인물인 철이와 메텔 등을 모두 제외시키고 새로운 인물들의 이야기로 꾸려가는 스핀 오프 형태의 작품이 되었다. 그러나, 메텔과 철이를 제외하면서 오히려 구태의연한 이야기가 아닌 신선한 등장인물들에 의한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인 점은 원 시리즈와는 별개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1기는 26화까지 방영되었으며, 3년 뒤인 2006년에 다시 26화 분량의 2기가 방영되었다. 이듬해인 2007년에는 총 4화의 OVA로 발매되기도 했다.


우주교향시 메텔 (2004), 宇宙交響詩メーテル / Space Sympony Maetel


ⓒ MATSUMOTO LEIJI · SHOGAKAN · TSUBURAYA Entertainment

<정보>

◈ 원작/총설정/감수: 마츠모토 레이지
◈ 감독: 마사키 신이치
◈ 시리즈 구성/각본: 카미오 무기
◈ 캐릭터 디자인: 마스나가 케이스케
◈ 메카닉 디자인: 이타바시 카츠미, 타무라 카츠유키
◈ 음악: 하카세 타로
◈ 기획/제작: 콘 히로시
◈ 제작사: 츠부라야 엔터테인먼트, 조이 스퀘어, AVEX
◈ 저작권: ⓒ MATSUMOTO LEIJI · SHOGAKAN · TSUBURAYA Entertainment 
◈ 일자: 2004.08.06
◈ 장르: SF, 드라마, 모험
◈ 구분/등급: TVA (13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OVA '메텔 레전드'의 속편격인 작품. 메텔 레전드가 어떻게 하여 프로메슘이 기계인간이 되었는지를 다루었다면, 이번 편에서는 프로메슘이 서서히 인간성을 잃고 사악한 기계인간으로 변하는 과정과, 메텔이 은하철도 999를 타게 되는 이유, 그리고 철이를 데려오게 되는 이유 등을 이야기한 작품이다.

그동안 까메오로만 줄곧 얼굴을 내밀던 하록과 토치로, 그리고 메텔의 언니로 그 비중의 훌쩍 커진 에메랄다스 등이 등장하여 그들의 과거의 인연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흥미롭다 하겠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하록은 애꾸눈이 아니라든지 천년여왕 방영시 이미 죽음을 맞이한 천년여왕의 어머니 라레라의 등장이라든지 여러 부분에서 또다른 설정상의 오류를 만들어내고 있다.

해설을 맡은 나이 든 메텔 역을 메텔의 원년 성우인 이케다 마사코가 맡은 것은 팬들에게 있어서는 또다른 매력일 듯 싶다. 애잔한 선율과 함께 레이지버스의 캐릭터들이 총출동하는 드라마틱한 오프닝 영상은 추억과 현재를 이어주는 묘한 감동을 선사하지 않았나 싶다.


<참고 사이트>

[1] 銀河鉄道999, Wikipedia Japan
[2] 銀河鉄道999_(アニメ), Wikipedia Japan
[3] メーテルレジェンド, Wikipedia Japan
[4] 銀河鉄道物語, Wikipedia Japan
[5] 宇宙交響詩メーテル 銀河鉄道999外伝, Wikipedia Japa
[6] 은하철도 999, 위키피디아
[7] 은하철도 999(銀河鉄道999) 1979 1981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8] 은하철도 999 - 유리의 클레어(銀河鉄道999 ガラスのクレア) 1980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9] 은하철도 999,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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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소년 코난 (1978), 未来少年コナン / Future Boy Conan


ⓒ NIPPON ANIMATION CO., LTD


<정보>

◈ 원작: 알렉산더 케이 (살아남은 사람들)
◈ 감독/시리즈 구성: 미야자키 하야오
◈ 연출: 미야자키 햐아오 (1~26화), 타카하타 이사오 (9, 10화), 하야카와 케이지 (11~26화)
◈ 콘티: 미야자키 하야오, 다카하타 이사오, 하야카와 케이지, 이시구로 노보루, 토미노 요시유키
◈ 각본: 나카노 아키라, 요시오카 소우지, 胡桃哲
◈ 캐릭터 디자인/메카닉 디자인/장면설정/디자인: 미야자키 하야오, 오오츠카 야스오
◈ 작화감독: 오오츠카 야스오
◈ 미술감독: 야마모토 니죠
◈ 음악/노래: 이케베 신이치로 / 카마타 나오즈미, 야마지 유코
◈ 기획/제작: 사토 쇼지 / 모토하시 코이치
◈ 제작사: 닛폰 애니메이션, NHK
◈ 저작권: ⓒ NIPPON ANIMATION CO., LTD
◈ 일자: 1978.04.04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TVA (26화) / 전연렁가 (G)


<시놉시스>

2008년 지구. 인류는 핵무기를 능가하는 초자력무기를 개발하고 최종전쟁에 돌입한다. 전화의 불길은 전 지구를 덮치고, 수많은 인간들이 희생되며 인류의 문명은 멸망의 위기에 놓이게 된다. 강력한 초자력 무기의 힘은 자연에까지 그 영향을 미쳐, 지각이 변동하고, 해수면이 상승하여 수많은 도시와 나라를 덮치고 만다. 진노한 자연이 휩쓸고 지나간 뒤에 살아남은 극소수의 인간만이 자신들의 과오를 뒤늦게 깨닫게 된다.

대재앙으로부터 수십년 뒤, 외딴 무인도에 한소년과 노인이 살아가고 있다. 소년의 이름은 코난, 대재앙 후에 태어난 코난은 자연 속에서 자라온 순수하고 정의감 넘치는 강한 소년이다. 이 무인도는 대재앙 당시 로켓을 타고 지구권 밖으로 피난을 갔던 이들이 대재앙 후 지구에 불시착한 곳으로, 이제는 코난과 대재앙 이전의 시대에 살고 있던 코난의 할아버지 밖에 살고 있지 않은 곳이다. 

어느날, 바다 속의 옛 도시에서 쓸만한 도구를 찾으러 잠수했다가 상어를 잡고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돌아가던 코난은 바닷가에 갈매기들이 떼지어 모여있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호기심에 가까이 가보니 해변가에 왠 소녀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것이 아닌가. 소녀를 깨우는 코난. 정신이 든 소녀는 코난이 메고 있는 상어를 보고 놀라 다시 기절하고 만다. 이 소녀는 과연 누구이며, 코난과 할아버지만 사는 바다 한 가운데 외딴 섬에 도대체 어떻게 오게 된 것일까.


<소개>

미야자키 하야오 자신의 첫 TV 시리즈 연출작. 세계명작동화 시리즈로 이름높은 닛폰 애니메이션에서 이례적으로 제작한 어드벤쳐 드라마로, 역시 이례적으로 보수적인 NHK의 전파를 타고 방영된 만화영화이기도 하다. 코난은 NHK가 방영한 첫 애니메이션이다. ([1] 참조)

도에이 동화시절부터 그 역량을 인정받아온 미야자키 하야오이지만, 이 때까지는 디자인, 레이아웃, 원화와 같은 애니메이터의 범주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연출가로 변신하게 되는 첫 테이프를 끊은 작품이자 그의 출발점인 셈이다. 특히, 연출 외에도 시리즈 구성, 콘티, 디자인, 설정과 같은 전방위의 작업을 도맡아 하다시피 하며, 그만의 작품세계를 마음껏 뽐내게 된다. 초보 연출가에게 이정도의 작업을 모두 맡겼던 것은 역시 미야자키 하야오의 재능이 범상치 않았음을 당시 주변의 스탭들이 모두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며, 동시에 이 작품의 네임 밸류나 기대치가 그리 크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후에도 미야자키는 자신의 작품에서 대부분 원작과 각본에 디자인, 그리고 연출까지 소화하게 되는데, 타인의 결과물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완벽주의자로서의 그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애초에 사이버펑크적인 색체를 띈 어두운 원작의 분위기는 미야자키 하야오에 의해 전면 재수정되어 밝고 건강한 모험 활극으로 재편성되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색이 그대로 드러나는 면면이라 할 수 있다. 원작은 라나의 고향인 하이하바를 미국으로, 그리고 레프카가 지배하는 인더스트리아를 소련으로 묘사하는 등 냉전주의 시대의 이분법적 시각이 묻어난 작품이라고 전해지지만([1] 참조), 이를 싫어한 미야자키에 의해 자연에 동화되어 살아가는 전원적인 인간과 자연을 이용하고 파괴하는 산업화 시대에 길들여진 인간들의 대결구도로 바뀌졌고, 그의 평생의 테마인 환경주의의 가치관 역시 대입되어 있다.

첫 연출작에 이러한 주제의식을 어드벤쳐와 멋지게 결합한 미야자키의 감각은 지금 보아도 명불허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야생 속에서 자라 무기라고는 작살 하나만 갖고 있는 소년 코난이 괴력으로 인더스트리아의 첨단 무기를 든 어른들을 모두 물리치며, 최종화에서는 과학문명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거대 비행요새 기간트를 홀몸으로 쳐부수는 장면은 왠만한 로봇 아니메를 능가할 정도로 박력이 넘치는 씬들로 가득하다. 서정적인 배경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 어드벤쳐 양쪽을 모두 선보이면서도 어느 한 쪽도 부족함이 없는 미야자키의 작품은 이 때에도 거의 완성된 단계나 다름 없었다고 하겠다.

특히, 이 방대하고 긴 이야기가 26부라는 비교적 짧은 러닝 타임 내에서 참으로 오밀조밀하게 펼쳐지는 점은 놀랍다고 하겠는데, 이것은 당시의 TV 만화영화의 일반적인 패턴인 1회 에피소드 형식의 작품이 아니라, 하나의 테마를 26화 내내 연속으로 끌고 가는 방식이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상세보기

거의 미야자키의 원맨쇼라 할 수 있는 작품이지만, 오오츠카 야스오와 같이 초창기 미야자키 작품의 작화감독으로 명성을 떨치는 애니메이터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중간에는 타카하타 이사오나 이시구로 노부루 같은 거장들도 참여하여 연출과 콘티를 일부 맡게 되는데, 특히 일부 콘티에서는 기동전사 건담의 아버지 토미노 요시유키가 참여하기도 했다. 당시 토미노는 초스피드의 콘티 실력으로 업계에 정평이 나있었는데, '엄마찾아 삼천리(1976)' 등과 같은 닛폰 애니메이션 작품에 콘티로 참여했던 경력이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이번 콘티에도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야자키의 눈에는 토미노의 날림(?) 콘티가 성에 안찼던 모양인지 토미노가 그린 콘티는 제작전 미야자키에 의해 전면 수정이 가해지게 된다.

이와 관련된 일화는 특별히 이웃 블로거인 키웰님의 포스팅을 인용해보기로 하겠다.

'...(중략)... 토미노가 방랑의 콘티맨이라는 명성을 휘날릴 때 (결코 잘 그려서가 아니라 무지막지한 스피트로 콘티를 완성한다는 양적인 관점에서의 유명세였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미래소년 코난>(未来少年コナン)의 콘티도 그에게 흘러들어갔었다. 그리고 손이 안보일만큼 휘날려 완성한 콘티들이 미아쟈키 감독에게 도착한 후, 토미노의 콘티들은 전부 해체되어버렸다. 토미노의 콘티를 본 미야자키 하야오가 전면 재수정으로 새롭게 수정해버렸던 것이다. 물론 수정된 콘티의 퀄리티야 이루말할 수 없을만큼 훌륭했겠지만, 중요한 건 토미노의 흔적이 하야오 감독에 의해서 완전히 사리질만큼 뒤바뀌어졌다는 점이었고 그로 인하여 본인이 느꼈을 스스로에 대한 자책과 실망감은 그를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자존심은 사실 묵살된 것이나 다름 없었고 차라리 스텝롤에서 토미노의 이름이 사라지는 편이 더 나았다. (그러나 실제 스탭롤에서 이름이 지워지지 않았더랬다.)'


놀라운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자체는 그리 높지 않았다. 관동지역에서의 평균 시청률은 8%이고 기간트와의 일전을 다룬 25화에서는 최고 시청률 14%를 기록했는데, 이것은 동시대간대 TBS와 니혼 TV에서 방영된 인기 퀴즈쇼 등의 영향으로 풀이되고 있다.([1] 참조) 작품 자체는 큰 히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으나 당시 애니메이터들 사이에서만 이름을 알려져 있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름 석자(이 양반은 한자로 이름이 세글자다)가 알려지는데는 부족함이 없었던 작품이었다. 78년 10월 TV 시리즈가 종영한 후, 79년 9월에 극장판이 방영되지만, 이것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참여한 것이 아닌 니혼 라디오 방송국의 기획한 TV 시리즈 편집 극장판으로 실제 미야자키의 의도와는 다르게 작품이 구성되어 마찰을 빗기도 했다. 미야자키가 직접 편집한 극장판은 '거대 기간트의 부활'이라는 제목으로 84년도에 방영하게 된다. ([3] 참조) 

한국에서는 82년도에 방영되어 일본 내의 반응을 넘어서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이후 수없이 재방송되는 등, 은하철도 999 등과 함께 오랫동안 회자되고 있는 명작이다. 특히, 코난의 한국판 주제가는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명곡으로 기억되고 있다.

ⓒ NIPPON ANIMATION CO., LTD / ⓒ Dokuma Shoten



미래소년 코난 II - 타이가도 어드벤쳐 (1999)


ⓒ NIPPON ANIMATION CO., LTD

<정보>

◈ 원작/캐릭터 디자인/레이아웃 체크: 사카마키 사다히코
◈ 감독: 하야카와 케이지
◈ 각본: 미츠이 히데키, 우에다 코지
◈ 작화감독: 사카마키 사다히코, 소도메 고이치로, 사토 요시하루 外
◈ 미술감독: 森元茂
◈ 음악: 淡海悟朗
◈ 프로듀서: 타나카 노부아키
◈ 제작사: 닛폰 애니메이션, TBS
◈ 저작권: ⓒ NIPPON ANIMATION CO., LTD
◈ 일자: 1999.10.09
◈ 장르: 모험
◈ 구분/등급: TVA (24화) / 전연렁가 (G)

<시놉시스>

제목 상으로는 미래소년 코난의 속편으로 보이지만 실제 내용상으로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그나마 연관이 있는 것은 감독인 하야카와 케이지가 미래소년 코난에 연출로 참여한 것과 닛폰 애니메이션이 제작했다는 정도. 미래소년 코난의 인기에 편승한 아류작 정도로 보이며, 14회부터는 오프닝 타이틀에서 아예 미래소년 코난 II라는 부제가 빠졌다고 전해진다. 물론, 이후 미디어의 패키지에서는 그대로 사용되지만. 고고학자 아버지를 둔 소년 타이의 모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4] 참조)


<참고 사이트>

[1] 未来少年コナン, Wikipedia Japan
[2] 미래소년 코난, 엔하위키 미러
[3] 미래소년 코난(未来少年コナン) 1979 1984 by 캅셀, CAPSULE 블로그: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4] 未来少年コナンII_タイガアドベンチャー, Wikipedia Japan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NIPPON ANIMATION CO., LTD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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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서유기 스타징가 (1978), SF 西遊記 スタージンガー / Starzinger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정보>

◈ 원작/감수: 마츠모토 레이지 / 이시카와 에이스케 (SF 서유기 원작자)
◈ 총감독: 세리카와 유고
◈ 연출: 세리카와 유고, 모리시타 코죠, 후쿠시마 카즈미, 미야자키 카즈야 外
◈ 각본: 타무라 타츠오, 토미타 스케히로, 마지마 미츠루
◈ 캐릭터 디자인: 스다 마사미
◈ 작화감독: 스다 마사미, 우치야마 마사유키, 스즈키 야스히코 外
◈ 미술감독: 이토 이와미츠
◈ 음악/주제가: 키쿠치 슌스케 / 사사키 이사오 (노래)
◈ 기획: 벳쇼 타카하루 外 
◈ 제작사: 도에이 동화, ADK, 후지 TV
◈ 저작권: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 일자: 1978.04.02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TVA (73화)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머나먼 미래, 은하계는 지금 스페이스 몬스터에 의해 대혼란에 빠져 있다. 스페이스 몬스터는 원래 평화로운 보통 생명체였으나 은하계 중심에서 전파되는 갤럭시 에너지가 약화되면서 괴물로 변한 것이다. 이는 갤럭시 에너지의 원천으로 지구에서 3만 광년이나 떨어진 은하계의 중심 대왕성의 여왕이 노쇄하여 힘을 잃었기 때문으로, 갤럭시 에너지를 부활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여왕과 같은 힘을 지닌 인물이 여왕의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다. 지구의 키티 박사는 여왕을 대신할 인물로 몰락한 달왕국의 공주 오로라를 지명하고, 태양계를 지킬 막중한 임무를 지고 오로라 공주는 대왕성으로 향할 것을 결심한다.

하지만, 악명 높은 스페이스 몬스터들이 활개치는 우주는 연약한 여성에게는 너무나 위험한 곳이다. 이에 키티 박사는 돗지 조교수가 만들어낸 최강의 사이보그 손오공(일본명 장쿠고)을 그녀의 호위로 삼으려 한다. 강력한 사이보그이지만 은하계 최고의 말썽꾼이자 망나니인 손오공은 키티 박사에 의해 달의 폐허에 유폐되어 있는 상황. 손오공을 만나기 위해 오로라 공주는 퀸 코스모스와 함께 달로 향하지만, 스페이스 몬스터들의 습격으로 위기에 처하게 된다. 손오공이 갖혀 있는 에너지 감옥 앞에 가까스로 도착한 오로라, 그녀의 아름답고 가녀린 모습에 마음이 움직인 손오공은 과연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오로라를 구해낼 수 있을 것인가.


<소개>

마츠모토 레이지 원작의 스페이스 모험 판타지. 애초부터 TV 시리즈로 기획된 이야기로, 마츠모토 레이지의 세계관을 의미하는 속칭 레이지버스에는 포함되지 않는 별도의 작품이다. 작품의 성격도 선굵고 비장미 가득한 레이지의 일련의 작품에 비해 아동용 모험 드라마의 성격이 강하다. 이 작품 역시 마츠모토 레이지의 캐릭터만을 빌려온 도에이 동화의 기획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우주해적 캡틴하록(1978)'이 방영을 한지 불과 한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후지 TV를 통해 전파를 탄 작품으로, 당시 마츠모토 레이지의 캐릭터가 만화영화계에 큰 이슈임을 증명하는 하나의 사례가 아닐까 싶다. 같은 해 8월에는 극장에서 '안녕, 우주전함 야마토 - 사랑의 전사들(1978)'이 개봉되고, 9월에는 '은하철도 999(1978)'가 방영을 시작하게 되니 TV에는 온통 마츠모토 레이지의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있던 셈이다. 이것은 레이지가 실제 제작진이 아닌 원작자로서 대부분의 작품에 참여하는 형태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작품은 이러한 작품들 중에서도 '혹성로보 당가드 에이스(1977)'와 함께 레이지의 색체가 그리 크지 않은 작품이다. 아동용 모험 액션물의 성격을 띈 것 자체가 마츠모토 레이지의 스타일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데, 이런 이유에서인지 레이지 자신은 이 작품을 그다지 달가워 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실제 원작은 이시카와 에이스케의 'SF 서유기'이지만, 이것도 거의 모티브만 따왔을 뿐 이야기는 별개의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로봇 아니메에서 도에이의 영향력이 생각 외로 저조해지는 70년대 말에 도에이가 마츠모토 레이지의 네임밸류를 적극 활용하여 여러 장르를 시도하는 과정 중에 생긴 도에이식 히어로 액션물로 볼 수도 있다. (서유기를 모티브로 한 스타징가 다음 작품이 아서왕의 전설을 모티브로 한 '원탁의 기사 이야기, 불타올라라 아서(1979)'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서유기를 모티브로 삼고 있는데, 살생을 원치않는 자애롭고 인자한 삼장법사를 청순가련의 여인 오로라 공주로 바꾸어 캐릭터성을 대폭 강화하였다. 비록 이 오로라 공주의 캐릭터는 현재의 관점에서는 수동적이고 평면적인 캐릭터이지만, 레이지의 특유의 가련하고 신비한 여성 캐릭터로 인해 신비감이 극대화된, 남성의 로망으로 자리하게 된다. 작품 내에서 손오공과 저팔계, 사오정이 꼼짝 못하는 것이 이해가 갈 정도. 가녀린 몸매, 긴 금발머리와 깊고 푸른 큰 눈, 거기에 남자들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짦은 미니스커트까지 입었으니 꼼짝할 수 있는 남자들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일단, 엘로스는 꼼짝 못했다.)

손오공은 실제 작품에서는 장쿠고로, 한국어로 풀이하면 장공오라는 이름인데, 오공이라는 이름을 거꾸로 썼음을 알 수 있다. 저팔계는 돈팔계, 사오정은 사정오 등 신선하지는 않지만 네이밍에서도 나름 신경쓴 흔적을 볼 수 있다. 이들 삼인이 각자의 1인용 비행정을 타고 우주를 누비며 스페이스 몬스터들과 싸우는 전형적인 스페이스 판타지 액션물이라는 설정은 로봇 아니메는 아니였지만 캐릭터적 매력은 충분했던 셈이다. 특히, 손오공의 아스트로봉(여의봉)이나 스타크로(근두운), 오로라 공주 일행의 모선인 퀸 코스모스 등 완구로서의 매력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고 보여진다.

이 시기에는 공교롭게도 닛폰 TV에서 드라마 서유기가, TBS에서는 인형극 서유기가 방영되는 등 ([1] 참조), 일본 내에서 서유기의 인기가 큰 시기였던 터인지라 인기작가인 레이지의 캐릭터에 스페이스 판타지가 결합된 스타징가는 좋은 반응을 얻게 된다. 스토리 자체가 드라마성보다는 액션과 모험에 중점을 둔 아동용 작품이다보니 다른 작품에 비하여 진입장벽이 높지 않았던 것도 하나의 이유인 듯.

기대 이상의 인기로 인해 64화를 마지막으로 대왕성의 여정이 끝난 스타징가는 '스타징가 II'라는 이름으로 다시 2기가 방영을 시작한다. 2기라고는 하지만, 65화부터 73화까지 9화만 방영된 형태이기에 정확히는 연장방영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지 않나 싶다. 아마도 당시 은하철도 999가 방영되는 상황이었기에 스타징가를 굳이 더 제작할 이유가 없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2기에서는 손오공이 울트라맨처럼 거대화되어 싸우는 등, 나름의 변화노선도 가해지고 있다.

손오공 일행과 오로라 공주 외에도 손오공의 라이벌인 남장여자 전사 베라미스도 강렬한 매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베라미스의 경우는 수동적이고 매번 도움만을 받던 오로라 공주와는 달리 능동적이고 강인한 현대적인 여성상을 보여주었는데, 그 마지막마저 드라마틱하여 일부 팬들 중에는 스타징가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로 꼽기도 한다. 베라미스나 오로라 공주는 주인공인 손오공과의 로맨스 라인이 살짝 드러나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모험 액션물의 성격을 가진 작품이다보니 이러한 것들이 크게 부각되지는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다시 한 번 멋지게 리메이크 해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작품들 중 다섯손가락 안에 꼽는 작품이기도.

국내에서도 방영되어 큰 인기를 끌었는데, 진주햄 소시지의 캐릭터로 등장하는 등 로봇 아니메 못지 않은 인기를 보여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소시지의 브랜드명은 작품의 원제인 스타징거였던 것으로 기억이...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 스타징가에 관한 괜찮은 리뷰 보러가기: SF서유기 스타징가(SF西遊記スタージンガー)(1978) 오로라 공주와 별나라 손오공 by 키웰


<참고 사이트>

[1] SF西遊記スタージンガー, Wikipedia Japan
[2] SF西遊記・スタージンガー, Toei Animation
[3] Starzinger, Wikipedia
[4] Science Fiction Saiyuki Starzinger (TV), ANN
[5] SF 서유기 스타징가(SF西遊記スタージンガー) 1979 by 캅셀, CAPSULE 블로그: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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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지버스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시리즈>


ⓒ MATSUMOTO LEIJI · VAP · NTV

 

우주해적 캡틴하록 (1978), 宇宙海賊キャプテンハーロック/ Captain Harlock


ⓒ MATSUMOTO LEIJI, TOEI Animation


<정보>

◈ 원작: 마츠모토 레이지
◈ 감독: 린 타로
◈ 각본: 우에하라 쇼조, 야마자키 하루야
◈ 캐릭터 디자인: 코마츠바라 카즈오
◈ 작화감독: 코마츠바라 카즈오, 쿠보타 마사시, 키쿠치 세이지 外
◈ 미술설정: 무쿠오 다카무라 
◈ 음악/연주/삽입곡: 요코야마 세이지 / 콜롬비아 심포닉 오케스트라 (연주) / 미즈키 이치로 (노래)
◈ 기획: 타미야 타케시, 小泰洋市 
◈ 제작사: 도에이 동화, TV 아사히, 스튜디오 누에 (제작협력)
◈ 저작권: ⓒ MATSUMOTO LEIJI, TOEI Animation
◈ 일자: 1978.03.14
◈ 장르: SF, 드라마, 모험, 액션
◈ 구분/등급: TVA (42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시놉시스>

서기 2977년, 고도의 과학문명과 지나칠 정도로 풍요로운 환경에 취한 지구는 오래 전의 도전정신을 잊어버린체 향락과 유흥에 빠진 인간들의 별로 변모하였다. 바로 이 지구에 어느 날 정체불명의 거대한 구체가 외계로부터 추락하게 된다. 이 구체는 지구의 과학으로는 밝혀낼 수 없는 미지의 것으로, 타다시 박사는 이것이 외계문명 마존의 것임을 알아내고 이들이 지구를 침략하기 위해 왔음을 지구 정부에 알리려 하지만, 이를 흘려들은 지구 정부의 무관심 속에 타다시 박사는 마존의 침략자들에 의해 암살당하고 만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타다시 박사의 아들 다이바 타다시는 부폐한 지구 정부를 대신하여 인류 구원의 마지막 희망을 위해 자유로이 우주를 떠도는 해적, 캡틴 하록과 그의 우주선 아르카디아호를 찾아가게 되는데...


<소개>

1978년 방영을 시작한 마츠모토 레이지의 본격 스페이스 판타지 드라마. 그의 출세작인 '우주전함 야마토(1974)'가 사실상 프로듀서인 니시자키 요시노부의 원맨쇼의 소산물이며, '혹성로봇 당가드 에이스(1977)'의 경우 도에이 동화가 대부분을 기획한 작품에 숟가락만 얹은 것임을 감안할 때, 본격적인 그의 작품은 바로 이 캡틴 하록이 처음이라 할 수 있다. 야마토가 사회적 현상으로 떠오른 77년도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어린이용 로봇 만화영화가 아니메의 주테마임을 감안할 때 이 시기에 등장한 마츠모토 레이지의 새로운 스페이스 판타지는 이들과는 다른 지향점을 가지고 있었다.

애초에 TV 시리즈로 기획을 염두에 둔 레이지의 작품이었지만, 첫 시작은 코믹스로부터였다. 그것은 당시 도에이의 시선이 로봇물로 고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 사례가 아닐까 하는데, 비록 마츠모토 레이지가 떠오르는 기대주이긴 하지만 로봇이 등장하지 않는 SF 드라마가 아이들에게 먹힐 것인지는 의심스럽다라는 도에이의 시각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을까. 그러나 77년 3월에 방영된 로봇물 당가드 에이스에 뜬금없이 마츠모토 레이지를 끼워넣은 것이나 77년 8월에 개봉한 야마토 극장판의 파급력을 뒤늦게 깨닫고 자신들의 전국 배급망으로 서둘려 야마토 극장판을 재상영한 뒤, 1년 뒤에 야마토의 두번째 극장판 제작에 참여하게 되는 것은 바로 로봇물만을 바라보던 도에이의 생각이 이 때부터 변화했다고 볼 수 있다.

TV 시리즈 연출은 린 타로 감독이 맡았는데, 그가 비록 도에이 동화에서 애니메이션을 시작한 인재이지만, 중간에 테즈카 오사무를 따라 도에이를 떠난 이였다는 점에서 연출가 선정도 나름 이채로웠다. 린 타로 감독으로서는 '제타 마르스(1977)'에 이어 다시금 도에이와 조우한 것으로, 바로 이 린 타로와 하록과의 만남은 후일 마츠모토 레이지의 작품들이 '레이지버스'라는 이름 하에 전 일본인이 사랑하는 작품세계로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된다. 또한, 린 타로 자신도 레이지의 작품을 통해 일류 연출가로서 그 이름을 전 일본인들에게 각인시키게 된다.

부폐하고 게으른 지구인들과 달리 우주인의 침략에 홀로 맞서는 아르카디아호의 선원들과 캡틴 하록의 모습은 당시 소년들에게는 가장 이상적인 어른 남성의 모습으로 비춰졌다. 특히, 이제까지 소년 만화영화의 주인공들이 대부분 비슷한 또래거나 조금 나이가 많은 소년,소녀들에 한정되어 있던 반면, 캡틴 하록의 경우는 시청층과의 세대차이가 느껴지는 성인 남성이었고 이러한 시점의 차이로 인해 소년 만화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캡틴 하록은 이전과는 다른 어른스러운 느낌이 묻어나고 있다. 특히, 흔들거리며 느릿느릿 걷는 하록 특유의 걸음걸이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은 당시 소년들에게 동경의 대상으로서, '보물섬(1978)'의 실버 선장과 함께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자랑하게 된다. 

전후 패전의식에 사로잡힌 무기력한 일본의 기성세대를 부폐한 지구인에 빗대고 일본의 미래를 짊어진 어린이들과 젊은이들을 하록과 아르카디아호의 선원으로 풍자한 설정이 눈에 띄지만, 야마토에 이어 카미카제 특공과 같은 비장미를 강조하는 등, 그 성격에 있어서는 역시 보수적 한계를 드러낸 작품으로도 볼 수 있다.

마존과의 싸움을 그린 이 작품에서 린 타로 감독은 원작의 스토리를 그대로 진행하는 대신 자신만의 설정을 가미하여 드라마틱함을 배가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하록의 친구로서 이제는 세상에 없는 작고한 친구 토치로에게 숨겨둔 딸 마야가 있다는 설정이다. 이 마야는 하록이 지구인과 지구에 염증을 느껴 우주를 방황하는 하록이 지구를 버리지 못하는 하나의 이유이기도 한데, 어린 소녀를 위해 목숨을 거는 어른의 모습을 통해 따뜻한 부성애를 보여주며 하록의 인간적인 매력을 배가시키게 된다. 마야를 구하려다 지구인들에게 붙잡혀 사형을 당하려는 순간 하늘에서 등장하는 아르카디아호의 위용은 당시로서는 소년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명장면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스토리 변경은 원작자인 마츠모토와의 충돌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금에 와서야 레이지버스의 한축을 당당히 버티고 있는 하록이지만 방영 당시 시청률은 생각보다는 좋지 못했다. 역시 선굵은 남성적 판타지가 아이들에게는 그다지 어필하지 않았음을 예상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한 팬들로부터는 큰 지지를 받았다. 특히, 제1화 시사화에서 당시 도에이 동화의 사장이었던 이마다 치아키가 큰 감명을 받았다고 전해지며, 린 타로에 대한 이러한 그의 첫인상은 반년 뒤 '은하철도 999 극장판(1979)'을 린 타로가 연출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모티브가 되었다.


우주해적 캡틴하록, 아르카디아호의 비밀 (1978) 


ⓒ MATSUMOTO LEIJI, TOEI Animation

<정보>

◈ 감독: 린 타로
◈ 작화감독: 코마츠바라 카즈오
◈ 제작: 이마다 치아키
◈ 제작사: 도에이 동화
◈ 저작권: ⓒ MATSUMOTO LEIJI, TOEI Animation
◈ 일자: 1978.07.22
◈ 장르: SF, 드라마, 모험,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TV 시리즈의 재편집판 형태의 극장판으로 아직 TV 시리즈가 완결되지 않은 중에 나온 일종의 팬서비스적인 형태의 극장판이라고 할 수 있다. 총 상영시간도 34분 정도로 스페셜 TV 시리즈의 성격이 강하다. 이로부터 불과 두 주 뒤인 8월 5일 '우주전함 야마토, 사랑의 전사들(1978)'이 방영되면서 레이지버스의 인기는 본격적으로 불을 붙이기 시작한다.


내 청춘의 아르카디아호 (1982), わが青春のアルカディア


ⓒ MATSUMOTO LEIJI, TOEI Animation

<정보>

◈ 원작/기획/구성: 마츠모토 레이지
◈ 제작총지휘: 이미다 치아키
◈ 감독: 카츠마타 토모하루
◈ 메카닉 캐릭터 담당: 쯔노다 코이치
◈ 메카닉 디자인: 이타바시 카츠미, 스튜디오 누에 (아르카디아 디자인 협력)
◈ 작화감독: 코마츠바라 카즈오
◈ 음악/연주: 키모리 토시유키 / 신일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기획: 아루가 켄, 타카미 요시오
◈ 제작사: 도에이 동화
◈ 저작권: ⓒ MATSUMOTO LEIJI, TOEI Animation
◈ 일자: 1982.07.28
◈ 장르: SF, 드라마, 모험,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78년도의 TV 시리즈 하록에 이어 새롭게 시작되는 82년도 TV 시리즈 '내 청춘의 아르카디아호-무한궤도 SSX'의 프리퀄적 성격을 갖고 출발한 이 작품은, 하록이 아르카디아호의 선장이 되기 전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레이지버스 팬들에게는 자못 흥미로운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이전 TV 시리즈에서 독자적인 해석으로 새로운 하록을 만들어 냈고, 은하철도 999 극장판으로 레이지버스 신화의 방점을 찍는데 큰 역할을 했던 린 타로 감독 대신 노장 카츠마타 토모하루 감독을 기용하고 마츠모토 레이지 본인이 기획과 구성을 담당한 만큼 이번 작품은 좀 더 마츠모토 레이지의 색깔이 심화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덕분일까, 이 작품은 시종일관 비장함과 진지함으로 가득하다. 마치 연합군에 패배해 백기를 들었던 일본 제국주의 시절의 모습을 담아내려 한 듯한 느낌이 곳곳에 드러나고 있는데, 아이러니한 것은 점령군 일루미다스 군과 그에 저항하는 하록 이하 지구인들의 모습이 왠지 일본 제국주의 시절 그들에게 항거하던 한국인이나 중국인들과의 모습과도 일치한다는 점이다.

여러모로 마츠모토 레이지의 보수적인 색체가 깔려 있던 탓인지 시대가 급변하기 시작한 80년대에 이르러 그의 작품세계는 이전만큼 큰 어필을 하지 못한 체 생각 외로 저조한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거기에 레이지버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린 타로 감독마저도 도에이를 떠나 카도카와 서점 휘하 아르고스 프로젝트 팀에 합류하는 등, 여러가지 상황 속에 레이지버스의 작품들은 이 극장판 이후로 (동시에 기획되었던 TV 시리즈 무한궤도 SSX를 제외하고는) 10여년 동안 아니메로 만들어지지 못하게 되었으며, 더불어 후속으로 기획되고 있던 퀸 에메랄다스조차 백지화되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8] 참조)


내 청춘의 아르카디아호 - 무한궤도 SSX (1982) 


ⓒ MATSUMOTO LEIJI, TOEI Animation

<정보>

◈ 원작: 마츠모토 레이지 (1화 각본 담당)
◈ 감독: 카츠마타 토모하루, 사사키 마사미츠
◈ 각본: 야마우라 히로야스, 호시야마 히로유키
◈ 작화감독: 아라키 신고, 코마츠바라 카즈오, 토미자와 유조 外
◈ 메카닉 디자인: 이타바시 카츠미, 스튜디오 누에 (아르카디아 디자인 협력)
◈ 음악/주제가: 키쿠치 슌스케 / 미즈키 이치로
◈ 프로듀서: 타카미 요시오, 松島忠 
◈ 제작사: 도에이 동화, TBS 계열
◈ 저작권: ⓒ MATSUMOTO LEIJI, TOEI Animation
◈ 일자: 1982.10.13
◈ 장르: SF, 드라마, 모험, 액션
◈ 구분/등급: TVA (22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극장판의 참패 이후 약 석달 정도 뒤에 시작된 TV 시리즈로, 극장판 이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시간 상으로 보아 극장판과 동시에 기획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흥행에 실패한 극장판의 속편격인 이야기를 그렸을 리는 없었을 듯 싶다. 극장판이 지나치게 어둡고 비장한 성인취향의 느낌으로, 그것에 의해 흥행이 실패한 것으로 판단한 제작진 측은 TV 시리즈는 보다 밝은 스페이스 어드벤쳐 형식으로 풀어가게 된다.

하지만, 이미 82년도는 로봇 아니메, 그것도 기동전사 건담의 영향을 받은 성인 취향의 하드 SF 로봇물이 득세하기 시작한 시기로, 이미 레이지버스의 보수적이고 낭만적 스페이스 판타지는 그 추진력을 잃은 뒤였다. 평균 시청률은 5% 대에 머물렀으며, 결국 22화를 끝으로 조기종영이라는 안타까운 끝맺음을 맞게 된다. 

이 작품은 이전 시리즈와 설정에 있어서 여러가지 미스매치를 보여주었는데, 토치로와 에메랄다스가 가까워지는 에피소드가 다루어진 이번 시리즈는 서로가 연인이 되지 못한 체 애틋한 감정만을 느끼는 상황에서 토치로를 사망시킴으로써, 첫 시리즈에서 린 타로가 등장시킨 토치로와 에메랄다스의 딸 마야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극장판에 등장시킨 하록의 기함 아르카디아호와 첫 시리즈의 아르카디아호가 함수 디자인에 차이가 있는 것에 대해서는 비록 설정상의 문제이긴 하지만, 작품 내에서 그것을 매끄럽게 이어주는 시도는 보여주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린 타로 감독의 설정을 모두 부정하고 마츠모토 레이지가 하록의 세계관을 재부팅시킨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


하록사가, 니벨룽겐의 반지 - 라인의 황금 (1999) 


ⓒ MATSUMOTO LEIJI, SHINCHOSHA / BANDAI VISUALl, 81 PRODUCE

<정보>

◈ 원작/총설정: 마츠모토 레이지
◈ 감독: 타케우치 요시오
◈ 각본: 히요시 메구미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모토하시 히데유키
◈ 메카닉 디자인: 이타바시 카츠미 (원안), 호리 토시유키
◈ 미술감독: 혼다 오사무
◈ 음악/연주: 와다 카오루 / 모스크바 국제 심포니 오케스트라
◈ 제작사: 반다이 비주얼, 81 프로듀스, BEE 미디어, 스튜디오 캬부, 츠부라야 프로덕션
◈ 저작권: ⓒ MATSUMOTO LEIJI, SHINCHOSHA / BANDAI VISUALl, 81 PRODUCE
◈ 일자: 1999.?.?
◈ 장르: SF, 드라마, 모험, 액션
◈ 구분/등급: OVA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90년대 말에 다시금 피어오르기 시작한 레이지버스의 부활의 불씨를 타고 제작된 레이지버스의 네번째 부활작. (첫번째는 '화성여단 다나사이트', 두번째는 '은하철도 999 - 이터널 판타지', 세번째는 '퀸 에메랄다스') 레이지버스의 작품이 대부분 그러하듯 이 작품 역시 전작의 이야기들과는 스토리 상의 연관을 맺기가 어려운 스핀오프의 성격의 작품이다. 이제까지 은하철도 999의 카메오로 단골 출연한 하록이지만, 이번에는 그가 주인공인 이 작품에 메텔과 에메랄다스가 카메오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원작은 북구 유럽의 신화를 모티르로 한 바그너의 악곡 '니벨룽겐의 반지'이다. 선굵은 드라마를 선보이는 하록의 테마에 니벨룽겐의 반지는 좋은 궁합이 아닐까 싶지만, 결과적으로 드라마적으로도 오락적으로도 만족스럽지 못한 지루한 작품이 되고 말았다. 특히, 이야기의 주역인 하록과 아르카디아호가 너무 수동적인 모습을 보인데다가 타다시와 같은 젊은 캐릭터들의 드라마가 더 강조되고 있다. 즉, 주인공으로서 하록의 드라마가 그다지 그려지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캐릭터 디자인이나 메카닉 디자인에서도 역시 과거의 모습을 재현하는데도, 세련된 현대적 스타일의 재해석에도 모두 실패한 애매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코스모 워리어 제로 (2001) 


ⓒ LEIJI MATSUMOTO/PROJECT ZERO


<정보>

◈ 원작/총설정/감수: 마츠모토 레이지
◈ 감독: 닥터 시리얼 니시오카
◈ 캐릭터 디자인: 마스나가 케이스케
◈ 메카닉 디자인: 이타바시 카츠미, 타무라 카츠유키
◈ 총작화감독: 야마테라 코이치
◈ 미술감독: 토바시 마코토, 아베 타이자부로
◈ 음악: Geminiart High Quality
◈ 제작사: 베가 엔터테인먼트, AT-X, MEDIA NET, 츠부라야 프로덕션
◈ 저작권: ⓒ LEIJI MATSUMOTO/PROJECT ZERO
◈ 일자: 2001.07.06
◈ 장르: SF, 드라마, 모험, 액션
◈ 구분/등급: TVA (13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근 20년 만에 만들어진 하록의 TV 시리즈는 하록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다룬 프리퀄 이야기가 되었다. 하지만, 하록이 주인공이라기 보다는 하록을 쫓는 워리어스 제로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으로 프리퀄이면서도 동시에 스핀오프의 성격을 가진 작품이라 볼 수 있다. 82년도에 제작된 하록의 젊은 시절을 다룬 극장판 '내 청춘의 아르카디아호'와 '무한궤도 SSX'의 설정을 완전히 무시하고 새로이 그려진 작품으로, 기계인간과 같은 은하철도 999의 세계관까지 등장하며, 자연스레 메텔과 하록의 과거 사연을 다루는 등 크로스오버적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2004년에 제작되는 '우주교향시 메텔(2004)'과 함께 새로이 재해석되고 재구성된 레이지버스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고 하겠다.


건 프론티어 (2002) 


ⓒ MATSUMOTO LEIJI / Project GUN FRONTIER

<정보>

◈ 원작/설정/총감수: 마츠모토 레이지
◈ 감독: 젠 소이치로
◈ 시리즈 구성: 닥터 시리얼 니시오카
◈ 캐릭터 디자인: 마스나가 케이스케, 나카타 미호
◈ 미술감독: 도바시 마코토
◈ 음악/주제가: 모토쿠라 히로시 / GRAND ZERO (노래)
◈ 제작사: 베가 엔터테인먼트, AT-X, TV 도쿄 미디어넷
◈ 저작권: ⓒ MATSUMOTO LEIJI / Project GUN FRONTIER
◈ 일자: 2002.03.28
◈ 장르: 모험, 액션, 크로스오버
◈ 구분/등급: TVA (13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하록과 토치로를 서부의 세계에 데려다 놓은, 독특한 설정의 스핀오프 작품. 애초에 하록과 토치로 같은 레이지의 남성 캐릭터들이 서부시대의 총잡이들을 모티브로 삼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러한 발상의 전환은 신선하면서도 납득이 되는 측면이 있다. 게다가 작품 내내 과묵하다 못해 지루하기까지 한 하록의 캐릭터를 껄렁한 캐릭터로 재해석하는 듯, 오히려 원작의 하록과는 다른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우주해적 캡틴하록, Endless Odyssey (2003) 


ⓒ MATSUMOTO LEIJI · VAP · NTV

<정보>

◈ 감독: 린 타로
◈ 캐릭터 디자인/총작화감독: 유키 노부테루
◈ 메카닉 디자인: 오조네 마사미, 야마다 카츠야
◈ CG 수석 디자이너: 오자키 타카하루
◈ 미술감독: 池田尚
◈ 음악: 핫토리 타카유키
◈ 제작사: 매드하우스
◈ 저작권: ⓒ MATSUMOTO LEIJI · VAP · NTV
◈ 일자: 2003.10.07
◈ 장르: SF, 드라마, 모험, 액션
◈ 구분/등급: TVA (22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그동안 무게감이 떨어지는 스탭들에 의해 계속되고 있던 레이지버스의 부활 프로젝트에 마침내 원년멤버인 거장 린 타로가 투입되었다. 특히, 이 작품에는 린 타로와 함께 원 시리즈에서 작화를 맡았던 70년대의 명작화감독 코마츠바라 카즈오의 대를 잇는 명작화감독 유키 노부테루도 함께 투입되어 팬들에게는 큰 기대감을 안겨주었다. 이제까지 새로이 등장한 하록 시리즈들이 모두 팬 서비스 형태의 스핀오프였다면, 이번 시리즈야말로 진정한 속편의 의미를 지닐지도 모를 일이었다. 시점 자체도 원 TV 시리즈에 등장한 마존과의 전투 다음을 그리고 있다.

전작에 이어 이번에도 린 타로가 독자적인 설정을 대입하면서 21세기 들어 새로이 재구성된 레이지버스의 설정이 이번 시리즈에서 완전히 무시된다. 이로 인해 원작자인 마츠모토 레이지와의 격렬한 논쟁이 재현되는데, 이번에도 린 타로의 고집에 레이지가 굴복하면서 사건은 일단락 되지만, 대신 레이지가 작품에 완전히 손을 떼면서 그의 작품이 아닌 린 타로의 작품으로 평가받게 된다. 실제로 작품의 서두에 레이지가 직접 '린 타로에 의해 재해석된 작품'이라는 코멘트를 실은 자막이 등장하는데, 왠지 레이지의 분한 마음이 느껴지는 문구처럼 보이기도 한다. 결국, 이러한 문제로 인해 TV 시리즈로 진행되던 프로젝트는 난항을 겪고 1년 정도 제작이 지연되게 된다. 작품의 방영 역시 TV가 아닌, OVA 출시가 이뤄지고 난 후에 TV로 방영되는 이례적인 형식을 취하게 되기도. ([6] 참조)

마존과의 전투 후 홀연히 자취를 감춘 하록과, 뿔뿔이 흩어졌던 아르카디아호의 선원들이 다시금 뭉쳐 새로운 적에 맞서 싸운다는 이야기이지만, 초자연적인 존재와의 대결이라는 구도를 취하면서 오히려 드라마 자체가 지루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화끈한 우주 함대전과 같은 동적인 이야기가 아닌, 신과 같은 존재에 대항하는 하록들의 강인한 정신을 강조하는 정적인 전개로 탈바꿈하면서 내러티브가 늘어지게 된 것. 또한, 레이지의 세계관을 무시한 작품이지만, 린 타로가 연출한 첫 시리즈인 78년도 TV 시리즈와의 설정과도 모순점이 발생하는 등(대표적인 것이 원시리즈에서 사망한 타다시 박사와 그로 인해 아르카디아 호에 탑승하는 타다시의 이야기가 다시 재현되고 있는 것), 하록의 팬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유키 노부테루에 의해 다시 해석된 고혹적인 레이지 스타일의 여성 캐릭터와 깔끔하고 멋진 작화, 그리고 중후한 연출은 하록 시리즈에 걸맞는 완성도를 보여준 작품이 아닐까 싶다.

유키 노부테루가 다시 그린 아르키디아호의 홍일점 유키 케이와 얏타란 부장. (ⓒ MATSUMOTO LEIJI · VAP · NTV)

CG 실사영화로도 제작소식이 알려진 캡틴 하록. 헐리웃이 아닌 일본에서 제작되고 있다.


☞ 애니메이션 인물열전: 우주해적 캡틴 하록... 벗이여 별바다로 떠나자 (보러가기)

<참고 사이트>

[1] 宇宙海賊キャプテンハーロック, Wikipedia Japan
[2] わが青春のアルカディア, Wikipedia Japan
[3] わが青春のアルカディア 無限軌道SSX, Wikipedia Japan
[4] ニーベルングの指環 (松本零士), Wikipedia Japan
[5] コスモウォーリアー零, Wikipedia Japan
[6] SPACE PIRATE CAPTAIN HERLOCK, Wikipedia Japan
[7] 우주해적 캡틴 하록(宇宙海賊キャプテンハーロック) 1978 by 캅셀, CAPSULE 블로그: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8] 내 청춘의 아르카디아(わが青春のアルカディア) 1982 by 캅셀, CAPSULE 블로그: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우주 해적 캡틴 하록 전편 박스세트 (7disc) - 6점
린 타로 감독, 마츠모토 레이지 원작/기타 (D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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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인간 337 (1977) 


ⓒ 블루미디어


<정보>

◈ 감독: 임정규
◈ 각본: 지상학
◈ 구성: 김일남
◈ 원화: 홍형선
◈ 배경: 오응환
◈ 음악/주제가: 정민섭 / 지구어린이 합창단 (노래)
◈ 기획/제작: 김일환 / 김상용, 박용우
◈ 제작사: 삼도필름
◈ 저작권: ⓒ 블루미디어
◈ 일자: 1977.12.08
◈ 장르: SF, 액션, 히어로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장동한 박사는 33억7천만원 개발비를 들여 전자인간 337을 만들어낸다. 전자인간 337은 마루치를 모델로 해서 만들어졌는데, 5만 제곱미터 내의 모든 소리를 감지할 수 있는 청력, 3만 마력의 파워를 지니고 태권도를 비롯한 모든 무술을 구사할 수 있으며, 방탄/방화 기능이 내장된 망토를 갖추고 투명 상태로 적진에 침투할 수 있는 고성능 사이보그이다. 

한편, 칸트별의 과학자 마로 박사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인공지능 로봇 티탄과 세실은 자신의 창조자인 마로 박사를 사로잡고 칸트별을 전복시켜 로봇제국을 세우게 된다. 그들은 다음 목표로 지구를 노리지만, 지구에 전자인간 337이 있음을 알게 된 이들은 전자인간 337을 제거할 음모를 꾸미게 되는데...


<소개>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1977)'에 이은 임정규 감독의 히어로 액션물 제2탄. 마루치 아라치의 세계관을 그대로 계승하되 그 주인공이 마루치 아라치가 아닌 전자인간 337로 바뀐 일종의 스핀오프 격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작품 내에서 마루치와 아라치의 활약이 337에 못지 않게 배정되어 있어서 더블 캐스팅에 가까운 느낌이라고 하겠다. 전자인간 337의 이름은 제작비가 33억 7천만원이 들었다는 설정에서 따온 것으로 보이는데, 제작년도인 77년도는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494원 정도의 고정환율이 적용되었으므로 33억 7천만원은 미화로 약 690만 달러에 해당한다. 이런 사실로 미루어보아 당시 인기리에 방영중이던 미드 '6백만불의 사나이'의 영향도 어느 정도 받았음을 추정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미국식 히어로의 컨셉을 빌려와 한국적 설정에 맞게 변형시킨 사례로 보인다. 디자인 컨셉을 상당수 일본 만화영화에서 차용하던 당시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례적인 모습이라 하겠다. 일부에서는 DC 코믹스의 히어로 호크맨과의 디자인 유사성을 이야기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 디자인적인 공통점은 그다지 없지 않나 싶다. 마루치 아라치라는 현실적인 히어로에서 강력한 능력을 지닌 오리지널 인조인간 히어로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한국 히어로 만화영화의 한 획을 그을 수도 있을 작품이었다.

상세보기

단, 이 작품은 크게 히트한 전작 마루치 아라치의 속편 격이라는 성격과 매력적인 337이라는 캐릭터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관객동원 3만2천명으로 흥행에는 크게 성공하지 못하고 고배를 마시게 된다. 정확한 원인을 짚어내기는 어렵지만 전반적으로 서론이 너무 길어지면서, 히어로 액션물임에도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인 액션장면들이 등장했다는 점이 아이들의 흥미를 끌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이 아닌가 싶다. 전편인 마루치 아라치의 경우, 전반부의 설명이 누락되어 스토리텔링의 완성도가 떨어졌지만, 초반부터 액션장면을 추가하면서 전체적으로 액션의 비중이 커진 반면, 337은 초반부에 아름이가 아라치와 상상의 세계를 노니는 장면과 같은 부분에 너무 많은 분량을 할애하는 등 서론에 너무 비중을 준 나머지 한시간 남짓한 작품에서 다른 이야기를 펼칠 시간이 부족해졌다. 한마디로 초반까지는 지루한 느낌을 준 셈이다.

하지만 로봇에 의해 생명체가 지배 당한 로봇제국과 마로 박사, 그리고 그의 아들 아름이의 설정은 비록 어린이 만화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꽤 잘 짜여진 구조를 보여주었으며, 마지막에 이루어지는 반전 역시 극의 단순함을 커버해주는 장치라 할 수 있다. 만약, 액션의 비중을 높이고, 마루치와 337로 나뉘어진 주인공 구도를 좀 더 잘 안배했더라면 더 멋진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물론, 64분 밖에 안되는 시간에 이 모든 것을 잘 안배해 담아내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1시간 30분 정도만 되었어도 어쩌면 한국 만화영화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을지도 모를 작품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이번 편에서는 아라치가 제법 많이 활약을 보이고 있어 흐뭇하다. 참 성숙한 소녀가 아닌가. 아하하...)

주제가의 매력은 사실 로보트 태권브이나 마루치 아라치의 주제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멜로디도 뛰어나고 따라 부르기도 쉽다. 메인 싱어없이 지구 어린이 합창단이 주제가를 불러, 합창의 묘미를 살려 주었는데, 실제로 응원에서는 단골로 쓰이는 것이 바로 337 박수이기도 하다. 여러가지 정황으로 보아 337박수는 전자인간 337이 만들어지기보다 먼저 등장한 것으로 보이며, 이후에 전자인간 337이 이 337 박수를 모티브로 삼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337 박수는 일제시대 교육의 잔재로 최근에 들어서야 밝혀졌다. 당시 스탭진들이야 꿈에도 몰랐던 사실이겠지만 덕분에 일말의 씁쓸함이 느껴지는 주제가라 하겠다. 피겨 경기 같은 곳에서는 절대 치지 마시라.

ⓒ 블루미디어


☞ 포스팅을 위해 아래 참고사이트의 KMDB에서 VOD 시청을 했는데, 제법 볼만하다.


<참고 사이트>

[1] 속편열전: 전자인간 337 by 페니웨이, In This Film
[2] 전자인간 337 (1977.12.08. 극장판), 야누쓰의 메카닉스
[3] 전자인간 337, 한국영상자료원 KMDB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블루미디어에게 있습니다.


전자인간 337 - 6점
임정규 감독/블루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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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 (1977) 


ⓒ 김진희 / 블루미디어

 
<정보>

◈ 감독: 임정규
◈ 각본: 민병권
◈ 구성: 김일남
◈ 원화: 홍형선
◈ 배경: 오응환
◈ 촬영감독/촬영: 조민철 / 조복동
◈ 음악/주제가: 정민섭 / 지구어린이 합창단
◈ 기획/제작: 김일환 / 김삼용 
◈ 제작사: 삼도필름
◈ 저작권: ⓒ 김진희 / 블루미디어
◈ 일자: 1977.07.27
◈ 장르: 무협, 액션, 히어로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태권도 사범인 양사범과 연인인 장선생은 등산중 길을 잃어버리게 된다. 둘은 산 속을 헤매던 도중 한 동굴을 발견하게 되고, 거기에서 야생 모습으로 살고 있는 마루치와 아라치를 발견하게 된다. 스승이자 보호자였던 할아버지를 정체불명의 파란 해골에게 잃어버린 후, 홀로 살고 있던 두 소년 소녀를 가엽게 여긴 양사범과 장선생은 둘을 거둬들이기로 한다. 양사범의 지도 하에 마루치와 아라치는 태권도를 배우게 되고, 그동안 야생에서 쌓아온 실력에 체계적인 지도를 받은 둘은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게 된다. 마침내 태권도 선수권 대회에 출전하게 되는 마루치.

발로막차 선수(발로 막 차지는 못하더라)와의 결승전이 한참 진행될 무렵, 정체불명의 괴한이 뛰어들어 발로막차를 쓰러뜨리고 마루치에게 덤벼든다. 승부를 우세하게 끌고 가던 마루치는 그만 괴한의 암수로 인해 중상을 입는다. 괴한은 바로 파란해골 13호가 이끄는 비밀조직 파란해골단의 공격대원. 과연 파란해골단이 꾸미는 음모는 무엇이며, 마루치와 그의 할아버지는 어째서 그들의 습격을 받게 된 것일까.


<소개>

신동헌 감독의 '홍길동(1967)'에 이은 한국의 오리지널 히어로 액션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브이(1976)'와 '로보트 태권브이 2탄 우주작전 (1977)'에서 원화를 담당하며 그 실력을 인정받은 임정규 감독의 첫 연출작이다. 임정규 감독은 한일합작 애니메이션인 '황금박쥐(1968)'를 통해 만화영화계에 입문한 뒤, 한국 초창기 애니메이션의 메카 세기상사가 제작한 '우주의 왕자 황금철인(1968)', '보물섬(1969)', '왕자호동과 낙랑공주(1971)', '번개아텀(1971)', '괴수대전쟁(1972)'과 같은 작품에서 원화를 맡아온 대표적인 애니메이터 출신 연출가이다.([3], [4] 참조) 그가 참여한 작품의 상당수가 그러했듯이 그의 출세작이라 할 수 있는 '마루치 아라치(1977)'와 '전자인간 337(1977)' 역시 히어로 액션물을 표방한 작품으로, 김청기 감독이 한국 토종 로봇 애니메이션을 이끌온 한국의 나가하마 타다오(로망 로봇 시리즈 3부작으로 마징가 Z 이후 일본 로봇만화영화의 틀을 만든 인물)라면, 임정규 감독은 히어로 애니메이션을 이끌어온 한국의 요시다 타츠오(타츠노코 프로의 설립자 겸 만화가로, 독수리 5형제, 신조인간 캐산 등을 만들어냄)라 부르면 어떨까 싶다.

특히, 임정규 감독은 로봇 디자인이라는 장벽에 막혀 결국 아니메의 아이디어를 차용하는 우를 범했던 김청기 감독과는 달리, 최대한 오리지널 디자인과 스토리로 승부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마침 MBC 라디오에서 인기리에 방영중이던 어린이 라디오 드라마 마루치 아라치를 원작으로 한국만의 오리지널 아니메를 만들어내게 되니, 바로 이 작품이 70년대 한국 만화영화계에서 로보트 태권브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는 마루치 아라치인 것이다.

한국 만화영화사에서 마루치 아라치의 위치는 태권브이의 그것에 비견될 만큼 특별한 것인데, 홍길동 이후 10여년 가까이 제작되어온 당시 한국 만화영화가 홍길동 외에는 특별한 오리지널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한 체, 전래 동화나 일본 아니메(번개 아텀은 철완 아톰을, 태권브이는 마징가 Z를 모티브로 삼았음)의 컨셉을 도입한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던 당시, 최초의 오리지널 캐릭터로 만화영화를 제작했다는 점이 그것이라 하겠다. 또한, 전후의 궁핍한 시대 속에서 막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을 통해 잘 살아보자는 의지를 불태우던 당시의 한국인들에게 한국의 국기인 태권도를 통한 자긍심의 고취라는 민족적 관점에서도 마루치 아라치의 의의는 높았던 셈이다.

상세보기

인기 라디오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덕분에 라디오의 고정팬층을 그대로 극장에 흡수할 수 있었던 것은 흥행을 보증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마루치 아라치가 기록한 서울 관객 16만명 동원은 태권브이 1탄의 기록에는 조금 못미쳤지만, 동시기에 개봉했던 태권브이 3탄 수중특공대의 기록인 5만5천명을 능가하는 것으로([1] 참조), 당대 최고의 한국 극장 애니메이션과의 맞대결에서 압승을 거둔 셈이었던 것이다.

단, 마루치 아라치도 평화로운 자연의 풍경과 동물들의 한가로운 모습을 인트로 씬으로 구성하며, 당시 한국 만화영화가 자주 사용하는 의미없는 디즈니 따라하기 공식을 벗어나지는 못하는 아쉬움을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중간에 마루치를 구하는 인어 소녀 유리의 등장은 히어로 액션물인 작품의 정체성과는 대비되는 조금 생뚱맞은 모습이기도. 그 밖에 왜 파란 해골 13호가 마루치와 아라치를 키운 할아버지를 헤쳤는지, 그리고 왜 파란해골 13호의 오른팔인 팔라팔라가 세계 태권도 대회장에 참석하여 마루치를 보고는 그의 제거를 명령했는지에 대한 일부 설명이 누락되는 등, 드라마적으로는 부족한 모습을 보여준 것도 사실이다.

독창적인 이 작품에도 일부 아니메의 영향이 눈에 띄긴 하는데, 일단 악당역을 맡은 파란해골 13호는 아무래도 임정규 감독의 데뷔작인 황금박쥐의 외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며, 놀랍게도 아라치의 판치라(속옷이 살짝 비치는) 액션이  등장하는 파격 연출이 등장하기도... (어이쿠, 뭔 소리. 이건 그냥 웃자고 한 소리다, 아하하. 아, 안 웃기네.)

마루치 아라치는 이후 겨울방학을 맞이하여 같은 해에 개봉된 전자인간 337에도 주연급 캐릭터로 등장했으며, 88년에는 올림픽 개최를 맞이하여 MBC TV를 통해 TV 시리즈로 리메이크 되기도 했다.

작품의 스틸 이미지가 아닌, 컨셉 아티스트로 보이는 일러스트.



<참고 사이트>

[1] 고전열전: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 by 페니웨이, In This Film
[2]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 MOVIEMINI.net
[3] '태권V' 훈이와 깡통로봇은 친척?, 오마이뉴스
[4] 한국 극장 애니메이션 (1967~2006) by 캅셀, 캡슐 블로그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김진희 / 블루미디어에게 있습니다.


마루치 아라치 - 8점
임정규 감독/블루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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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RI HIROSHI/SKY CRAWLERS Committee


<스탭>

◈ 감독: 오시이 마모루
◈ 원작: 모리 히로시
◈ 제작: 프로덕션 I.G


<시놉시스> 

번의 전쟁 후 평화가 찾아온 근 미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은 전쟁을 일종의 쇼로 만들어 전문기업으로 하여금 전쟁을 대행토록 한다. 이러한 가식적인 평화 속에 사람들은 TV 속에 벌어지는 전쟁을 그저 남의 일처럼 여기게 된다. 전쟁은 로스톡社과 라우테른社 간의 대결로 치닫고 있었는데, 라우테른社의 전설적인 파일럿 '티쳐'는 모든 파일럿들에게 공포이자 경외의 대상으로 여기지고 있다.

한편, 로스톡社의 유럽전선 기지 우리스로 배속된 신참 파일럿 칸나미 유이치. 이전의 기억이 없는 그는 영원히 늙지 않는 소년의 모습을 한 킬드레이다. 킬드레는 전쟁을 쇼로 만든 이 세계에서 사람들을 대신하여 전쟁을 수행하는 인간이면서도 인간과는 다른 존재, 영원한 전쟁을 위해 늙지 않는 소년 소녀들이다. 우리스 기지에 배속되어 기지 책임자에게 전입신고를 하는 유이치. 기지 책임자이자 킬드레 출신인 쿠사나기 스이토와 칸나미 유이치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노센스 이후 4년만에 돌아온 오시이 마모루의 신작

작인 공각기동대의 속편 '이노센스(2004)'를 통해 오시이 감독스러운 색체의 극단적인 절정과 그로 인한 거부감(아마 이러한 평가를 감독 자신은 즐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시이 감독은 그의 영화는 1만명 정도의 관객이 좋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죠. 1편의 영화를 100만명이 1번씩 보든 만명이 100번씩 보든 같다고 생각하는 그인데요. 실제로 오시이 감독의 마니아들이라면 그의 작품을 대부분 몇 번씩은 감상했을 겁니다. 그게 당연합니다, 뭔 말인지 모르겠든요.)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던 오시이 마모루. '공각기동대(1995)'를 통해 그를 알게 된, 그의 작품에 다소 생소한 팬들이라면 오시이 마모루의 이런 모습은 어김없이 불편함과 지루함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상업용 대중예술로서의 만화영화, 모든 사람이 공감하며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만화영화라는 관점에서 오시이 감독의 작품들은 늘 규격 외의 것들이었죠. 실상 그에게 세계적 명성을 가져다 준 공각기동대도 일본 내 첫 개봉시에는 참혹할 정도로 관객의 외면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가 2008년, 마침내 새로운 작품을 들고 우리의 곁으로 찾아왔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는 그보다 늦은 2010년에 이르러서야 개봉(현재 개봉 중이지만 언제 극장가에서 내려갈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 중이지만, 어찌되었건 마침내 4년만에 찾아온 오시이 감독의 다소 불편할지도 모르는(?) 신작이 바로 오늘 이야기할 '스카이 크롤러(2008)'입니다.

언제나 인간의 정체성과 존재의 의문에 대한 철학적인 고찰로 '아니메의 철학자'로 불리는 그의 이번 신작은 과도한 난해함으로 인해 '현학적이고 잘난척 하는 것 같다'라는 혹평을 들었던 이노센스 직후의 작품(물론, 그 사이 어썰트 걸이라는 실사영화가 있지만)이라는 점에서 여러가지 기대와 우려를 갖게 합니다. 과연 오시이 마모루는 전작의 비평을 거울삼아 이번에는 좀더 대중친화적인 작품으로 찾아올 것인지, 아니면 이제껏 그래왔듯이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를 어김없이 펼쳐갈지가 말이죠. 기대 속에 베일을 벗은 스카이 크롤러는 과연 오시이 감독의 작품다움에도 불구하고 이전과는 다른, 메마름 속에 한줄기 서정적인 감성을 보여준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 MORI HIROSHI/SKY CRAWLERS Committee


늙지 않는 소년들인 킬드레와 티쳐가 작금의 일본시대의 젊은이와 기성세대를 비유한 것 때문일까요, 아니면 압도적인 영상미의 CG 공중전에서 느껴지는 시원해진 기분 때문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쿠사나기와 칸나기 유이치의 잔잔한 멜로라인 덕분일까요. 하늘을 수놓는 비행기들의 거친 엔진음 사이로 퍼지는 애잔한 카와이 켄지의 음악과 함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압도적인 영상미로 그려진 쓸쓸하고 메마른 창공

입부에 펼쳐지는 장쾌하고 실감 넘치는 프로펠러 전투기들의 공중전은 스카이 크롤러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상징입니다. 이러한 압도적인 전투기들의 공중전은 참으로 오랜 만에 느껴보는데요. 짧게는 곤조의 '전투요정 유키카제(2001)'나 '라스트 엑자일(2003)'에서부터 길게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붉은 돼지(1992)'와 '천공의 성 라퓨타(1986)', 그리고 故 토리우미 히사유키의 '에어리어 88(1985)'과 '독수리 5형제(1972)'에 이르기까지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하겠습니다. 실제로 오시이 마모루는 토리우미 감독의 제자로 독수리 5형제를 통해 연출로 데뷔했으니, 스카이 크롤러는 공중전 연출의 장인이었던 스승의 스타일을 계승하면서, 동시에 또다른 비행씬의 대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라 하겠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도 현재 붉은 돼지 속편을 준비하고 있다는 루머가 들리고 있지요.)

토리우미 히사유키가 에어리어 88에서 보여주었던 실감 넘치는 공중전의 묘사는 제자인 오시이 마모루의 작품에서도 그대로 계승 발전되었습니다. 밀리터리 마니아인 오시이 감독의 정체성에 CG에 대한 폭넓은 이해력, 그리고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주의자의 모습이 반영된 놀라운 퀄리티의 영상미는 좌중을 압도하는데요. 전작인 아발론이나 이노센스에서 보여준 실사와 아니메의 결합(아발론에서는 실사를 아니메처럼 촬영하고, 이노센스에서는 아니메를 실사처럼 촬영하는 시도를 함. 결국 두 번 모두 미완성에 그치지긴 하지만...)이라는 실험적 연출기법을 뒤로 하고 이번에는 보다 사람들이 보기 편한 CG로 대중적인 접근을 취했다고 보여집니다. 실제로 공중전 외에는 2D 작업과 셀 애니메이션의 활용으로 이노센스에서 느껴졌던 거부감을 상당부분 줄인 것으로 추측되는군요.

결국, 영상미에 있어서 전작의 실험정신과는 다른 대중적인 느낌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너무도 섬세하고 정확한 장면구성과 움직임 덕에 비주얼은 여전히 우리에게 압도적인 느낌을 줍니다. 즉, 기막히게 멋지지만 너무도 완벽한 나머지 불편함이 느껴진다는 말인데요. 마니아의 경우라면 몰라도 일반 관객들에게 있어서는 그 영상만으로도 어려움을 느끼게 하는, 극사실주의적인 색체를 어김없이 보인다 하겠습니다. 

이런 스카이 크롤러의 완벽한 영상미학은 공중전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게 됩니다. 굳이 미야자키 하야오와 비교한다면, 미야자키 하야오의 하늘이 로맨티스트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반면, 오이시 마모루의 하늘은 차가우리만치 냉정한 이성주의자의 그것이라고나 할까요. 전자와 후자의 퀄리티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듯 싶군요. 단지 취향의 차이일 뿐, 오시이 감독의 영상미는 확실히 그만의 정체성을 보란듯이 화면 가득 빛내고 있습니다.

ⓒ MORI HIROSHI/SKY CRAWLERS Committee



영원한 젊은 속에 시들어가는 피터팬, 킬드레

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들은 '킬드레'라고 불리는 어린 소년 소녀들입니다. 나이를 먹지않는, 정상적으로 태어났다기 보다는 무언가 인공적인 방법에 의해서 태어난 존재인 킬드레. 전쟁이라는 인류 최대의 인공적 재앙을 쇼로 만들고, 그것을 아이들의 모습을 한 킬드레가 대신한다는 스카이 크롤러의 설정은 다분히 충격적이면서도 수많은 아니메에서 볼 수 있는 설정의 심오한 변주곡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작품 내에서 킬드레는 풍요로운 물질 만능주의 시대에 길들여져 어른이 되기를 싫어하는 현재의 젊은이들을, 그들과 맞서게 되는 정체불명의 격추왕 '티쳐'와 전쟁회사에 속한 어른들은 삐뚤어진 사회를 구축한 기성세대를 상징하는 비유로, 확실히 엔터테인먼트의 성격을 띈 아니메에 자주 등장하는 어린 소년 소녀 전사들과는 그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고 하겠지요.

스카이 크롤러는 이러한 킬드레의 모습을 비행기를 몰고 신기의 조종술로 적군들을 쓰러뜨리는 멋진 피터팬의 모습이 아닌, 자신의 어린 시절 또는 부모의 기억과 같이 정상적인 인간들이 가져야할 추억을 제거당한 체 매일매일 반복되는 전쟁 쇼 속에서 매말라가는 소년들의 모습으로 묘사함으로써 보통의 아니메와는 다른 쓸쓸한 분위기를 이끌어 냅니다. 미성년자인 이들이 애연가인냥 연신 담배를 피워대거나,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콜걸과 잠자리에 드는 모습은 십대의 탈선이나 방황, 혹은 주인공들을 멋지게 보이기 위한 클리셰라기보다는 반복되는 전장과 잃어버린 자아라는 공허감을 메우기 위한 그들의 소리없는 아우성인 듯 위화감과 애처로움이 느껴지는 장면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러한 그들의 모습이 감정이 없는 듯한 메마른 표정과 함께 시종일관 잔잔하게 묘사되면서 작품의 분위기는 심연 속에 어두운 무언가가 존재하는 잔잔한 바다와 같은 형상을 띄게 됩니다.

특히, 이야기의 한 축이라 할 수 있는 우리스 기지의 지휘관 쿠사나기 스이토의 경우는, 킬드레로서는 상당히 오랫동안 생존하며 사랑을 하고 이별을 겪었으며, 그리고 아이를 키우고 있는, 마치 어른과 킬드레의 경계선 상에 위치한 인물로, 작품의 화두를 던지는 역할을 한다고 하겠는데요. 불안한 심리상태와 알 수 없는 공허감 속의 그녀는 인간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있는 킬드레가 인간다움을 갖기 시작하는 과정의 모습이며, 동시에 어른이 되기를 싫어하는 젊은이들이 마침내 사회에 첫발을 들인 그 시점의 모습과도 같은 것으로, 그녀를 통해 주인공인 칸나기는 킬드레로서의 자신의 존재에 물음표를 던지게 되고, 마침내 그 운명에 맞서기 위해 티쳐에게로 향하게 됩니다.

칸나기의 잊혀진 과거 역시 작품의 중요한 이야기거리입니다. 이 소재는 약간의 미스테리적인 형식을 취하면서 관객들에게 가벼운 수수께끼를 던져주게 되는데요. 이것이 그리 난해한 것은 아니지만 작품 내에서 명확하게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상으로 그럴 것이다라는 모호한 답을 남긴 체 긴 여운을 주고 있습니다.. 사실, 전부터 그래왔지만 오시이 마모루의 작품에는 깔끔한 결말이란 없습니다. 마치 무대의 조명이 서서히 꺼지면서 페이드인 하듯, 결말은 서서히 관객의 마음 속에서 꺼져가듯 사라지죠. 이러한 이야기는 명확함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더없는 허무함과 공허감을 안겨줍니다.

ⓒ MORI HIROSHI/SKY CRAWLERS Committee


전체적으로 무겁게 깔려 있는 분위기 속에 새로온 신참 동료의 신문 접는 모습을 보며 칸나기는 자신이 잃어버렸던 무언가를, 그리고 킬드레로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어렴풋이 깨닫게 됩니다. 깊은 심연에 가라앉아 있던 무언가가 마침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쿠사나기와 칸나기의 인연은 현재에서 벗어나 과거와 미래를 향하기 시작합니다. 


긴 여운의 결말... 그리고 오늘 밤은 별에 안기어

라울 정도의 스펙타클한 공중전과 답답할 정도로 가슴 아프고 숨막히는 킬드레의 이야기는 묘한 부조화를 던져줍니다. 오시이 감독 스스로는 자신을 상업 만화영화 감독이라고 칭하고 있지만, 실상 그가 보여준 작품들의 스펙트럼은 상업영화라는 표현이 무색한 난해한 작품들이 대부분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시이표 작품들은 하나같이 그 비주얼에서 상업적인 형식을 띄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가 연출한 작품 중에 유일하게 비주얼에서도 상업적이지 않았던 작품은 '천사의 알(1985)'이 아닐까 싶군요. 그러나 그러한 상업적인 비주얼 위에 풀어놓는 오시이 표 이야기는 언제나 끊임없는 자아와 정체성의 되물음이라고 하겠습니다. 실로 부조화스러운 작품들 그 자체랄까요.

다만, 스카이 크롤러는 그런 오시이 특유의 현학적 이야기와 상업적 극사실주의 속에서 한줄기 로망의 빛이 스치고 지나간 듯한 느낌의 작품입니다. 격정적이지는 않지만 위험한 것처럼 아슬아슬한 쿠사나기와 칸나기의 애정선은 작품의 주제, 즉 성장하지 않는 젊은이들의 고뇌와 정체성을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열쇠처럼 빛난다고 할까요. 너무나 메마른 느낌의 이 작품 속에서 펼쳐지는 둘의 관계는 오히려 뜨겁지 않기에 애잔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감정이 메마른 쿠사나기가 칸나기에게 조금씩 마음을 보이는 이런 광경은 사실 오시이 감독의 작품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기도 하구요. (공각기동대나 패트레이버에서도 그랬지만, 오시이 감독의 작품에서 러브스토리는 드라마가 아닌 팩트 그 자체로 묘사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마침내 칸나기는 티쳐에게로 기수를 돌립니다. 메마른 킬드레들의 가슴에 넓고 푸른 창공은 아름답지만 차가운 요람이자 묘지입니다. 때마침 엔딩에 흐르는 아야카의 '오늘 밤도 별에 안기어(今夜も星に抱かれて)'은 너무도 작품의 엔딩과 잘맞는 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치 러닝타임 내내 참고 참았던 감정이 녹아내리듯 흘러나오는 음악 속에 장면은 서서히 페이드 아웃되고 이야기는 끝을 맺습니다.

ⓒ MORI HIROSHI/SKY CRAWLERS Committee


아, 엔딩 스탭롤이 다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뜨지 마시길. 엔딩곡이 너무도 아름답기도 하지만 그 끝에는 또다른 시작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 사이트>

[1] スカイ・クロラシリーズ, Wikipedia Japan
[2] 스카이 크롤러 スカイ クロラ, 2008, 씨네 21

[3] <스카이 크롤러> 오시이 감독의 수작 애니메이션, 무비조이
[4] ‘스카이 크롤러’ 오시이 마모루 감독, 존재, 그 이상의 주제는 없다!, 무비위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MORI HIROSHI/SKY CRAWLERS Committee에게 있습니다.

※ 이 리뷰는 알라딘 이달의 영화 리뷰 2010년 11월차에 선정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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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의 왕자 (1977), 世界名作童話 白鳥の王子 / The Wild Swans  


ⓒ TOEI Animation

<정보>

◈ 원작: 안데르센 동화 '들판의 백조'
◈ 감독: 니시자와 노부타카
◈ 각색: 류 토모에
◈ 작화감독/작화감수: 츠노다 코이치 / 아베 타카시
◈ 미술감독: 치바 히데오
◈ 음악: 코모리 아키히로
◈ 기획/제작: 아리가 켄, 旗野義文 / 이마다 치아키
◈ 제작사: 도에이 동화
◈ 저작권: ⓒ TOEI Animation
◈ 일자: 1977.03.19
◈ 장르: 드라마, 세계명작동화,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사냥 중 숲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왕은 길을 헤매던 중 한 마녀를 만나게 된다. 길을 빠져나오는 조건으로 마녀는 자신의 딸 그레타를 아내로 맞이할 것을 청하고, 마침 홀몸인 왕은 그레타를 데리고 숲을 빠져나오게 된다.

한편 왕에게는 6명의 왕자와 엘리사라는 1명의 공주가 있었다. 위험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그는 오직 요술 공만으로 찾아갈 수 있는 숲속 비밀의 집에 아이들을 키우고 있었다. 왕이 자신보다 아이들을 더 끔찍히 여기는 사실을 안 그레타는 질투심에 불타오른다.

모두가 잠든 밤, 요술의 공을 찾아낸 그녀는 이것을 사용하여 숲속 비밀의 집에 도착한다. 마법의 옷감을 던져 11명의 왕자를 백조로 만들어 버린 그레타. 절체절명의 순간, 백조로 변한 왕자가 엘리사에게 던진 그레타의 마법의 옷감을 가로채고, 엘리사는 숲속의 집에서 가까스로 탈출하여 도망길에 오르게 된다. 오빠들을 그리워하며 정처없는 유랑의 길을 떠난 엘리사, 추운 겨울날 어느 동굴에서 그토록 그리워하던 오빠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밤이면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가 해가 뜨면 다시 백조가 된다. 오빠들과 함께 짧지만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엘리사. 

겨울이 끝나고 백조의 모습으로 먼 여행길에 오르게 되는 오빠들은 자신들이 사람이 될 한가지 방법을 알려준다. 그것은 손에 닿기만 해도 따가울 정도의 가시나무 엉겅퀴를 짖이겨 그 실로 옷을 만들어 자신들에게 입히라는 것. 이 고통의 작업을 거쳐야만 오빠들을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는 말에 용기를 내는 엘리사.  

하지만, 여기에는 한가지 조건이 더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조끼를 완성하여 오빠들에게 입힐 때까지 몇 년이 걸려도 절대 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 혹시라도 말을 하게 되면 오빠들은 모두 죽는다고 한다. 과연 그녀는 이 불가능할 것 같은 조건을 모두 지켜내고 오빠들을 구할 수 있을 것인가.


<소개>

안데르센 동화를 원작으로 새롭게 각색하여 만들어진 세계명작동화 1탄. 그림 형제의 '여섯마리의 백조'와 동일한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는 이 고전 전래동화가 새롭게 시작된 도에이 동화의 세계명작동화의 1번 타자로 선정되었다. 한동안 버려 두다시피 했던, 도에이 애니메이션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세계명작을 모티브로 한 극장판 만화영화가 '세계명작동화'라는 부제를 달고 다시 등장하게 된 것은, 도에이의 75년작 '인어공주(1975)'를 통해 세계명작동화도 일본인의 입맛에 맞는 로컬라이징을 통해 충분히 상업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었다. (인어공주(にんぎょ姫) 1975 by 캅셀 참조)

하지만, 그 외에도 당시 도에이 동화에서 A형 극장판을 주도하던 모리 야스지, 타카하타 이사오, 미야자키 하야오와 같은 인재들이 대거 도에이 동화를 이탈하여 닛폰 애니메이션에서 '세계명작극장' 시리즈를 주도하며 인기를 이어간 것 역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은데, 특히 본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 엘리사의 어릴 적 모습이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1974)'의 주인공 하이디의 모습과 상당히 비슷한 점(헤어스타일부터 옷 스타일까지)이 이를 시사하지 않나 싶다.

못된 왕비에 쫓겨난 어여쁜 공주가 결국 고난을 이겨내고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는 지극히 동화적이고 뻔한 결말의 작품이지만, 오빠들의 저주를 풀 수 있을 때까지 엉겅퀴 가시로 옷을 뜨면서 한마디도 말을 할 수 없는 엘리사의 설정은 꽤나 드라마틱하다. 시시각각 그녀에게 누명이 씌워지고 마녀로 몰려 화형장까지 끌려가는 그 순간까지도 묵묵히 오빠들을 위한 조끼를 짜는 그녀의 안타까운 장면에서부터 극적으로 조끼를 입고 인간으로 되돌아온 오빠들과의 감격적인 상봉까지 이르는 클라이막스는 멋진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이 라스트 장면은 지금봐도 참으로 인상적인 장면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듯 싶다.

다만, 인트로의 비약이 너무 심해서 드라마적 완성도는 기대에 못미치지 않았나 싶다. 아동용을 타깃으로 한데다가 한시간 정도의 러닝타임으로 제작되다보니 아무래도 일부 내용을 불가피하게 삭제한 듯 싶다고 생각된다. 많은 부분이 생략되면서 엘리사의 비극적인 초반부가 축약된 것이나 그들을 잃어버린 아버지의 슬픔 등이 그려지지 못한 부분도 아쉽다. 이러한 부분들이 살아 있었다면 보다 더 드라마틱한 작품이 되었겠지만, 이 정도로도 아동용 작품으로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겠다. 엘리사가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설정 덕분에 주인공 성우가 상당 기간 동안 입을 다물어야 하는 해프닝 아닌 해프닝이 생겼는데, 한가지 의문은 도대체 왜 글자를 사용해 소통하지 않았냐는 것으로, 아마도 문자가 없는 나라거나 왕족이지만 불쌍하게도 문맹이거나 둘 중의 하나인가 싶다. 역시 애들에게는 엄마가 있어야... (실상은 동화인데 너무 따지는게 엘로스가 문제다)

한국에서도 명절특집으로 몇차례 방영되어 당시의 아이들에게 큰 감동과 여운을 남긴 작품이다.


<참고 사이트>

[1] 세계명작동화 - 백조의 왕자 (世界名作童話 · 白鳥の王子) by 캅셀, CAPSULE: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2] 世界名作童話 白鳥の王子 (1977), allcinema.net
[3] The Wilde Swans, Wikipedia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TOEI Animation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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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트 태권 브이 (1976)


ⓒ (주)로보트 태권브이


<정보>

◈ 감독: 김청기
◈ 제작: 유현목
◈ 각본: 지상학
◈ 기획: 김일환
◈ 원화: 임정규 外
◈ 촬영: 김복동
◈ 효과: 김벌레
◈ 배경: 오응환
◈ 음악/주제가: 최창권 / 최호섭 (최창권 음악감독의 아들)
◈ 제작: 서울동화, 유프로덕션
◈ 저작권: ⓒ (주)로보트 태권브이
◈ 일자: 1976.07.24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세계적인 로봇 권위자로 김박사의 동료이기도 했던 카프 박사는 왜소하고 못생긴 외모 때문에 뛰어난 두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에게 멸시와 천대를 받아왔다. 세계 물리학자 모임에서 망신을 당한 카프 박사는 외모 지상주의(?)의 세계에 앙심을 품고 복수를 맹세하며 자취를 감추게 된다.

그로부터 수년 뒤, 각종 격투기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과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이 납치되는 의문의 실종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게 된다. 세계 태권도 대회에 출전했던 김박사의 아들 훈이의 결승전상대 리챠드 쇼도 그 중 하나. 이 일련의 사건에 과거 자신의 동료인 카프 박사가 연루되어 있지 않을까 하고 김박사는 의심하게 된다. 때마침 붉은제국이라는 정체불명의 조직이 이들 실종사건의 배후에 있음이 알려지게 된다. 지구 정복을 꿈꾸는 붉은 제국은 과연 카프 박사와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한편, 김박사는 강력한 거대 로봇 태권브이의 완성을 서두르려 하고 있다. 김박사가 개발에 몰두하고 있을 무렵, 카프 박사의 딸이라며 메리라는 소녀가 찾아오게 된다. 그녀에 말에 의하면, 카프 박사가 자신이 개발한 인조인간 말콤의 손에 살해당하고 지금 말콤이 붉은제국을 이끌고 있다는 것. 김박사는 메리를 거둬들이게 되지만, 동료 윤박사의 딸인 훈이의 여자 친구 영희는 훈과 가까워지는 메리가 못마땅하기만 하다. 실상 그녀의 정체는 붉은 제국의 스파이이자 사이보그. 훈과 영희에 의해 정체가 들통난 메리는 탈출에 성공한 후, 붉은제국 군대를 이끌고 태권브이의 설계도를 탈취하기 위해 기습을 시도한다. 격투 끝에 훈이들은 붉은제국의 부하들을 물리치지만, 김박사가 그만 적에게 치명상을 입고 만다.

오열하는 훈이를 향해 최후의 힘을 다해 태권브이의 완성을 알려주고 숨을 거두는 김박사. 마침내, 태권브이가 붉은제국의 야욕에 맞서 일어설 때가 되었다.


<소개>

신동헌 감독의 '홍길동(1967)', 그리고 후속작인 '호피와 차돌바위(1967)' 이후로 다시 암흑기에 접어든 한국 만화영화의 부흥을 일으킨, 한국 만화영화의 최대 히트작이자 대표 아이콘. 로봇 만화영화의 종주국인 일본 외에 유일하게 거대로봇 장르에 도전한 한국의 첫 SF 로봇 만화영화로서, 서울에서만 동원관객 약 13만명이라는 당시로서는 메가톤급 히트를 기록하면서 실사영화를 제치고 76년도 흥행순위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통하게 된다. 만화영화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전무한, 아니 대중 문화 전반에 있어서 아직 초보단계에 있던 70년대의 한국 사회에 있어서 이 현상은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니라 할 수 없다. 마치 '우주전함 야마토(1974)'와 '기동전사 건담 극장판(1981)'이 일본 사회에 강렬한 충격을 안겨준 것과 대동소이한 일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태권 브이는 로봇 만화영화에 있어서 최초로 전문적인 격투기 기술을 선보인 로봇으로서, 인간과 거의 흡사한 동작으로 태권도를 구사하여 한국적인 로봇이라는 자긍심을 심어주었다. 특히, 일부 작화에 있어서 로토스코핑 기법(실사촬영 후 이를 베이스로 그림을 그려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합성하는 기법)을 활용하여 섬세하고 다이나믹한 태권도 동작을 구현해 내었으며, 짧은 제작기간과 영세한 제작비에 의해 뱅크샷이 여러번 사용되는 아쉬움 속에서도 주요 장면에서는 풀 애니메이션에 근접한 작화기술을 보여주며 어떤 면에서는 리미티드 기법의 일본 로봇 아니메를 능가하는 컷들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이러한 것은 일본 만화영화 기법과 미국 만화영화 기법이 뒤섞인 한국 만화영화만의 스타일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으며, 이 외에도 태권브이의 태권 동작을 구현해내기 위해 직접 훈이의 정신이 태권브이와 연결되는 설정 역시 로봇 만화영화로서는 상당히 진일보한 설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일본 아니메에서 발기술과 같은 섬세한 무술동작을 거대한 로봇이 해내는 것은 그로부터 2년 뒤 '투장 다이모스(1978)'에서 였다.)

줄거리에 있어서는 못생긴 외모로 인해 세상을 증오하게 되는 카프 박사나 사이보그로서 자신의 적인 주인공 훈을 사랑하게 되는 메리 등, 드라마틱한 인간관계가 강조된 작품이다. 특히, 태권 브이가 시리즈 중반 이후에나 출격하는 전개임에도 당시 아동 만화영화로서는 상당히 밀도 있는 스토리와 극적인 전개로 인해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는 잘 안배된 구성을 보여주었다. 음악에 있어서도 최창권 음악감독이 만들고 그의 어린 아들 최호섭이 직접 부른 주제가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였으니, 만화영화 뿐만 아니라 만화영화 최초의 OST라는 의의 등 여러 면에서 한국 만화영화의 큰 족적과 함께 새로운 앞날을 제시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태권 브이는 그 밝은 면 만큼이나 어두운 부분 또한 공존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30년이 넘은 지금에서도 태권브이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게 만드는 마징가 Z의 표절작이라는 꼬리표이다. 거대로봇 장르는 일본 만화영화 밖에 없던 시절(물론, 지금도 거의 그렇지만)에 만화영화 후진국인 한국이 로봇 만화영화를 만든다면 어쩔 수 없이 그 레퍼런스는 일본 만화영화일 수 밖에 없었다. 당시의 일본 로봇 만화영화는 '마징가 Z(1972)', '그레이트 마징가(1974)', '겟타로보(1974)', 'UFO로봇 그렌다이저(1975)', '강철 지그(1975)'와 같이 다이나믹 프로와 나가이 고의 것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거의 같은 디자인 컨셉(겟타로보나 강철 지그는 좀 다르지만)을 가진 이 작품들의 로봇 디자인을 참고하면서 벌어진 표절 혹은 도용의 문제는 '의도적'이라기 보다는 '상상력의 빈곤과 역량의 부족'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을 듯 싶다. 76년도에는 '대공마룡 가이킹(1976)'이나 '초전자로보 배틀러 V(1976)'와 같은 비 다이나믹 계열의 작품도 등장하지만 제작 시점으로 보았을 때, 태권 브이 제작진이 참고할 수 있는 것은 마징가 류의 작품들 뿐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애초에 작품의 가제도 '마징가 태권'이었다고 전해지는데, 지금으로 치면 말도 안될 이 타이틀 역시 의도적인 표절이라기 보다는 (접착용 메모지를 '포스트 잇'이라는 3M의 브랜드명으로 무의식적으로 부르는 것처럼) 당시 로봇하면 무조건 마징가라고 생각했던 시대적 문제였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이것이 마징가 표절의 결정적인 증거라고 볼 수도 있지만, 표절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작품에 표절작의 이름을 거는 것도 넌센스는 아닐까. 물론 이것은 그만큼 표절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는 뜻도 되겠지만 말이다. 결국, 이러한 상상력의 빈곤과 역량의 부족은 후일 태권 브이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가장 큰 악재로 작용하기도 하였으며, 표절에 대한 절대적인 의식 부족은 국내 만화영화 시장의 계속되는 고전 속에서 피치못할 표절에서 의도적인 표절로 서서히 그 모양새를 바꾸어가게 된다.

캐릭터 설정에 있어서도 논란의 여지는 있다. 깡통로봇이라는 캐릭터의 등장 역시 고철 등을 사용해 만들어진 마징가 Z의 사이드 킥(이라고 명명하는 것이 옳은지는 조금 의문이지만 하여튼) 보스보롯트의 설정에 상당히 영향을 받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태권 브이를 개발하고 살해당하는 훈의 아버지 김박사나 김박사의 친구로 태권브이의 광자력 빔 발사장치를 개발하는 윤박사와 그의 딸 영희 등 캐릭터의 설정은 마징가 Z와 한치도 어긋남이 없다. (재미있는 것은 극중 윤박사는 마징가 Z의 등장인물인 유미 교수의 한국방영시 이름 윤박사와 같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태권브이는 마징가 Z, 그것도 한국방영판 마징가 Z를 참조했다는 이야기가 되려나.) 이쯤되면 훈이, 영희, 철이라는 지금으로서는 너무도 뻔한 네이밍 센스는 제작진의 상상력 부족을 탓하기 보다는 당시의 열악한 사회 분위기 속에 만들어진 웃지못할 에피소드로 봐줘야 될 듯도 싶다. (당시 초등학교인 국민학교 교과서에 최초로 등장하는 이름이 철이와 영희였던 걸로 기억된다.)

인트로씬에 등장하는 평화로운 자연의 풍경, 그리고 동물들의 일상묘사와 중간에 등장하는 메리와 훈이의 뮤지컬스러운 상상씬 역시 디즈니 만화영화의 일부 시퀀스와 같다며 후대에 이의가 제기되기도 하지만, 이 부분은 디즈니 만화영화가 당시 모든 아동만화영화의 바로미터였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 실제로 데즈카 오사무조차 자신의 연출작 '불새 2772, 사랑의 코스모스 존(1980)'에서 이와 거의 유사한 씬을 뜬금없이 작품 중간중간에 끼워넣어 주시고 있다. 이 디즈니적 센스는 작품을 가리지 않고 80년대 초반까지 한국 극장 만화영화에 등장하는 단골 씬으로 자리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권 브이가 후세에 부끄러운 오점만으로 남을 수 없는 이유는, 당시의 제작 여건상의 한계와 함께 문화적 인식 부족이라는 70년대의 사회적 현실을 감안해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징가 Z는 75년 9월 한국에서 방영되어 아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는데, 마징가 Z가 한국에서 종영한 76년 2월부터 불과 5개월 만에 태권브이가 스크린에 등장했을 때 극장을 찾은 그 어떤 어린이의 부모들도, 하물며 언론들까지 로봇의 표절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것은 창작자든 일반인이든 간에 표절(혹은 도용)에 대한 당시의 절대적인 인식 부족을 의미하는 하나의 사례이다.

일본 문화 자체가 국내에 유입되는 것이 금지된 당시의 폐쇄적인 상황과 만화영화를 유해한 것으로 인식하는 시대 분위기 속에서 마징가 Z 방영으로부터 불과 1년도 체 안되는 시간 안에 거대로봇물의 노하우가 전무한 스텝들, 그것도 일본 만화영화보다 더 영세한 인력구조(태권브이에 참여한 스탭 수는 약 60명) 안에서 이 정도의 작품을 만들어 낸 것에 대해서는 인정해줘야할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다시 말하면, 로봇 디자인과 일부 컨셉의 표절 혹은 도용이라는 결과로 인하여 불모지에서 우리만의 만화영화를 만들어보고자 했던 스텝들의 의도와 노력과 같은 과정을 인정하지 않은 체 이 작품을 폄훼하는 것은, 한국 고유의 로봇물이라는 이유와 추억만으로 이 작품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는 것만큼이나 편향적인 생각은 아닐까.

작품의 표절과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밖에 없었던 한국 만화영화史의 어두운 면은 반성하되, 불모지에서 우리만의 만화영화를 키우고자 했던 애니메이터들의 노고와 좌절, 그리고 작품의 의의에 대해서는 인정해주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로보트 태권 브이 2탄 우주작전 (1976)

ⓒ (주)로보트 태권브이

<정보>

◈ 감독: 김청기
◈ 각본: 조항리
◈ 원화: 임정규, 김주인 外
◈ 효과: 김벌레
◈ 음악: 최창권
◈ 제작: 서울동화
◈ 저작권: ⓒ (주)로보트 태권브이
◈ 일자: 1976.12.13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소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태권 브이는 1편이 개봉된 7월부터 불과 5개월 만에 속편을 발표하게 된다. 이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5개월만에 극장 만화영화를 제작한다는 것은 만화영화 선진국인 미국이나, (당시 만화영화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있던) 일본에서조차 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 놀라운 제작속도는 한국 만화영화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사례라기보다는, 겨울방학 특수를 노린 스폰서의 불가능에 가까운 요구를 오로지 태권 브이 하나만 믿고 달려온 스탭들이 어쩔 수 없이 수용하면서 생긴 결과라고 보는 것이 더 맞을 듯 싶다. 

영세한 제작비와 살인적인 스케줄 속에서 나온 것임을 감안할 때 작화의 완성도는 놀랍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로 인해 많은 정성을 요하는 전투 장면에서는 뱅크 샷이 계속적으로 사용될 수 밖에 없었지만, 태권 브이의 영상미는 당시의 열악한 제작여건을 감안하면 준수한 수준이었다. 또한, 전편에 이어 SF 로봇 만화영화에 디즈니적 시퀀스나 동화적 감성을 대입하였는데, 2편의 악의 축인 녹의 여왕의 설정이 마치 디즈니 동화의 마법사 여왕처럼 보이거나, 팅커벨 같은 요정의 모습으로 부활한 메리가 클라이막스에서 사람으로 환생하는 장면 등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물론, 이러한 설정들은 디즈니의 하청작업 등을 통해 습득한 노하우를 그저 관성적으로 대입한 것으로 보이지만, 덕분에 1편에 이어 로봇 만화영화라는 아니메적 스타일과, 판타지 동화라는 디즈니적 스타일이 혼재하는 독특한 느낌의 로봇물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작은 요정 캐릭터가 로봇물에 등장하는 설정은 일본의 로봇 아니메 '성전사 단바인(1983)'이나 '중전기 엘가임(1984)'에 등장하는 '화우'라는 요정 캐릭터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 작품의 요정 소녀와  태권브이의 메리와의 상관 관계는 전무하다.)

☞ 속편열전: 로보트 태권브이 우주작전 - 사라진 태권 브이의 전설을 찾아서 by 페니웨이 (바로가기)


로보트 태권 브이 3탄 수중특공대 (1977)

ⓒ (주)로보트 태권브이

<정보>

◈ 감독: 김청기
◈ 총지휘: 전태규
◈ 제작: 유현목
◈ 각본/구성: 지상학 / 조항리
◈ 기획: 김춘범
◈ 원화: 김주인 外
◈ 효과: 김벌레
◈ 음악: 최창권
◈ 제작: 서울동화
◈ 저작권: ⓒ (주)로보트 태권브이
◈ 일자: 1977.07.20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소개>

3편 역시 2편의 방영으로부터 불과 7개월만에 상영을 시작하게 된다. 방학특수를 노린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러한 제작방식은 치명적인 문제점이 존재하게 되는데, 바로 프리프로덕션(Pre-Production: 기획단계를 거쳐 각본, 설정, 디자인 등을 수립하고 색채설정과 콘티에 이르는 만화영화 제작의 사전작업을 의미)을 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애초에 애니메이터들과 몇몇 뜻있는 이들에 의해 한국의 SF 만화영화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태권브이였지만, 메카닉 디자인이나 캐릭터 디자인을 위한 절대적인 역량과 시간이 부족한 상태에서 전편이 커다란 성공을 거두자 태권브이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외면한 체, 계속적인 수익의 창출을 위해 마치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연속으로 속편을 제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참가한 스탭들의 탓이라기보다는 프리프로덕션에 대한 개념이 전무한 상황에서 스폰서나 극장 측에서 개봉일정을 잡고, 그 때까지 작품을 완성하지 않으면 상영이 곤란해지는 어쩔 수 없는 현실에 기인하고 있다.(또는, 그 일정에 맞추기 위해 제작진 스스로가 무리를 자처했던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어찌되었건 두 입장 모두 돈이라는 문제에 직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애초에 새롭고 독창적인 디자인을 위해 신경을 쓸 여력은 어디에도 없었으며, '어떻게든 작품을 완성시키고 흥행에 성공하다보면 나중에는 우리의 목소리가 반영된 좀 더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미래를 꿈꾸며 스탭들 대부분이 묵묵히 살인적인 스케줄을 견디며 작업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원화 작업과 동화 채색, 촬영과 녹음 같은 실제 제작 작업만으로도 벅찬 시기에 디자인에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겠는가. 방법은 이미 검증된 일본 만화영화 디자인의 표절이나 일부 도용 외에는 없었을 것이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제작된 태권브이 3편은 개봉과정에서 또다른 복병을 만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1, 2편에서 원화를 담당하며 그 실력을 인정받았던 임정규가 삼도필름으로 자리를 옮겨 제작한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1977)'였다. 거의 반년 단위의 살인적 제작 스케줄 속에 창작의 추진력을 잃어버린 3탄과 임정규 감독의 지휘하에 한국식 히어로 액션물을 표방한 마루치 아라치와의 대결은 결국 마루치 아라치의 판정승으로 끝나게 되고, 태권 브이의 비상은 3탄에서 멈춘 체 잠시 동안의 숨고르기에 들어가게 된다. 


로보트 태권 브이와 황금날개의 대결 (1978)

ⓒ (주)로보트 태권브이

<정보>

◈ 감독: 김청기
◈ 각본: 조항리
◈ 기획: 김상호
◈ 제작: 박상호
◈ 촬영: 이성휘
◈ 효과: 김벌레
◈ 음악: 최창권
◈ 제작: 서울동화
◈ 저작권: ⓒ (주)로보트 태권브이
◈ 일자: 1978.07.26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소개>

77년 여름 마루치 아라치와의 대결에서 패한 김청기 감독은 역시 이듬해인 1월 방학 시기에 맞추어 태권브이가 아닌, 히어로 액션물 '황금날개 1,2,3(1978)'을 개봉시켜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낸다. 고무된 스탭진은 같은 해 여름 바로 황금날개 1,2,3과 로보트 태권브이를 한 작품에 등장시키는 크로스오버 작품 '로보트 태권 브이와 황금날개의 대결(1978)'을 개봉시키게 되는데, 이것은 도에이 동화가 선보인 일련의 마징가 군단의 크로스오버 작품과 같은 기획의도를 갖고 있었다. 히트작의 주인공과 그 주역메카가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는 일은, 당시의 아이들에게는 실로 흥분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다만, 여기서도 역시 고질적인 디자인 표절의 문제는 꺼지지 않고 등장하게 되는데, 이미 마징가의 디자인을 도용한 태권 브이와 함께, '마그네로보 가킨(1976)'의 이미지와 흡사한 황금날개 3호 청동거인, 그리고 '신조인간 캐산(1973)'의 캐산과 가킨의 주인공 호죠 타케루의 전투복을 믹스매치한 황금날개 1호, 마지막으로 '바벨 2세(1973)'의 퓨마형 로봇 로뎀에서 영향을 받은 듯한 황금날개 2호 등 온갖 아니메의 설정이 골고루 차용된 황금날개의 모습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니라 할 수 없다. 전체적으로 황금날개 1,2,3은 바벨 2세를 모티브로 삼아 여러 아니메의 다양한 디자인을 가져다가 혼합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것은 디자인 도용 혹은 표절에 가까운 모양새이지만, 반년 정도의 제작기간과 프리프로덕션이 전무한 상황에서 하나의 작품의 디자인을 도용하는 것이 아닌, 여러 작품의 디자인을 가져와 혼합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조금 달라진 제작진의 마인드를 읽을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시도가 조금 더 탄력을 받았더라면 어쩌면 몇 작품 뒤에는 보다 더 오리지널 캐릭터를 창조해낼 수 있는 여력이 생겼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79년의 12.12 사태 80년의 5.18 사태를 거치며 사회적 분위기는 급속히 냉랭해졌고, 이러한 대외적 여건 속에 만화영화 역시 정부의 지시에 의한 반공 만화영화 만들기라는, 정부의 선전용 도구로 전락하게 된다. ([3] 참조)


날아라 우주전함 거북선 (1979)

<정보>

◈ 감독: 송정률
◈ 기획: 정태규
◈ 각본: 지상학
◈ 제작: 유현목, 송재홍
◈ 효과: 손효신
◈ 저작권: ⓒ MBC 영상사업단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소개>

포스터부터 우주전함 야마토의 잔재가 물씬 풍기는 이 작품은 태권 브이의 후속작이나 스핀오프는 아니다. 지구의 오염을 구하기 위해 탈레스 별로 떠난 우주전함들이 정체불명의 공격으로 연이어 실패하자 우주전함 거북선이 못다한 임무를 수행한다는 시놉시스 역시 야마토의 이야기와 대동소이하다. 포스터부터 스토리 구조까지 작품의 이야기는 야마토의 그것과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이 작품의 백미는 스토리나 영상미가 아닌 클라이막스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우주전함의 부품으로 사용된 태권브이가 극적인 순간에 우주선에서 사출되어 태권브이로 합체된다는 것이다. 기대하지 않았던 태권브이의 등장에 당시의 극장 안은 아이들의 환호성으로 가득차게 된다.(물론, 엘로스도 그 중 하나였다) 한국 만화영화 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반전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슈퍼 태권 브이 (1982)

ⓒ (주)로보트 태권브이

<정보>

◈ 감독/제작: 김청기
◈ 각본: 조항리
◈ 기획: 김춘범
◈ 배경: 강세건
◈ 음악: 최창권
◈ 제작: 서울동화, 뽀빠이과학 (협찬)
◈ 저작권: ⓒ (주)로보트 태권브이
◈ 일자: 1982.07.30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소개>

5공화국 정부의 주도에 의해 똘이 대장군과 같은 반공 만화영화 제작에 몰두하던 김청기 감독은 어떻게 해서든 다시금 SF 로봇만화영화를 부활시키고 싶었지만, 벌어들인 제작비를 다시 차기작에 올인하고 다시 벌어들인 제작비를 차기작에 올인하는 과정에서 태권브이를 제작할 여력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시피 했다. 특히, 70년대보다 훨씬 더 벌어진 일본 만화영화와의 격차와 일본산 TV 만화영화의 국내 지상파 방영은 아이들로 하여금 한국의 극장 만화영화를 멀리 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쳇바퀴처럼 돌고 도는 제작 스케줄 속에 프리프로덕션과 같은 필수적인 작업을 등한시하며 기획력을 상실한 한국 만화영화로서는 당연한 귀결이었다. 열심히만 한다고 알아주는 것이 아닌 것이다.

이즈음 완구회사인 뽀빠이 과학이 김청기 감독에게 달콤한 제안을 하게 된다. 일본에서 수입한 로봇 완구를 프로모션해야 하는데, 태권브이의 제작비를 지원할테니 태권브이의 디자인을 수입한 로봇완구와 같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SF 만화영화의 부흥을 꿈꾸던 김청기 감독에게 이 제안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고, 결국 이 완구를 기반으로 하여 제작된 4번째 정통 시리즈이자 태권브이 멸망의 전조를 알린 작품이 바로 슈퍼 태권브이였다. (김청기 감독이 먼저 뽀빠이 과학에게 태권브이의 스폰서를 요청했을 수도 있다. 누가 먼저가 되었건 이 완구를 태권브이의 디자인에 사용한 것은 비즈니스적인 결정이었다고 보여진다.)

당시 만화영화를 만들 제작비가 부족했던 김청기 감독은 뽀빠이 과학에게 한가지 제안을 하기에 이르른다. 애니메이션 제작비를 전액 뽀빠이 과학이 지원해주는 대신 뽀빠이 과학의 완구로서 태권 브이를 판매하자는 것. 그 직전에 일본의 완구회사를 방문하여 스폰서인 완구 회사가 로봇을 디자인하고 그에 따라 작품이 만들어지는 일본 로봇 아니메의 제작현장을 목격하며 큰 인상을 받았던 당시 뽀빠이 과학의 신현환 사장은 이 제안에 응하여 태권 브이의 완구제작에 착수하지만, 독자적인 금형과 캐릭터를 갖추지 못한 당시 한국 완구업계의 상황과 저작권 및 지적재산권에 대한 무지했던 당시의 인식 속에 뽀빠이 과학은 일본의 한 로봇완구의 금형을 들여와 여기에 태권브이의 얼굴을 붙여 로봇 완구를 제작하게 되고, 바로 이 로봇 디자인을 토대로 김청기 감독은 작품을 제작하게 되니, 이것이 태권브이의 4번째 정통 시리즈이자 태권브이 멸망의 전조를 알린 슈퍼 태권브이였다. (애초에 썼던 부분이 일부 사실과 다른 관계로 꾸브와제님의 포스팅을 참고로 다시 수정합니다.)

☞ 뽀빠이 과학, 한국 애니메이션 장난감의 첫발을 쏘아 올리다 by 꾸브와제, 테마파크 파라다이스 (바로가기)

태권브이의 원조가 된 로봇 완구는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의 82년작 '전투메카 자붕글(1982)'의 주력 메카 자붕글이었다. 국내에서는 거의 인지도가 없다시피한 이 작품의 완구와 태권브이와의 결합을 생각하면서 시작된 이 작품은, 태권브이 뿐만 아니라 상대편 메카에 앗가이나 구프와 같은 퍼스트 건담의 모빌슈트부터 자붕글의 거대 이동로봇 요새인 아이언 기어가 여과없이 등장하는 등, 70년대에 비해 한발짝도 나아지지 않은 한국 만화영화의 현실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1편의 로토스코핑 기법이나 풀 애니메이션에 근접했던 일부 움직임이 모두 사라진 태권브이는 말그대로 우스꽝스러운 탈을 쓴 광대에 불과했으며, 그나마의 창의성마저 사라진 기대 이하의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건담류의 메카를 도용한 모습은 왠지 김청기 감독의 직전년도 작품 '혹성로봇 썬더에이(1981)'에서 이어져 온 듯 싶다. 즉, 김청기 감독도 당시에 건담을 의식하고 있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70년대에 태권브이를 보면서 자란 아이들이 청소년으로 성장하고 일본 만화영화를 TV와 무판권 설정집으로 접하면서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것이다.(일부는 태권브이의 표절사실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더이상 태권브이에 열광하지 않는 아이들을 향한 태권브이의 처절한 몸부림은 그러나 여기에서 그치지 않게 된다.


84 로보트 태권 브이 (1984)

ⓒ (주)로보트 태권브이

<정보>

◈ 감독/제작: 김청기
◈ 기획: 김춘범
◈ 각본/각색: 양정기/조항리
◈ 작화감독: 김주인
◈ 배경: 강세건
◈ 음악: 최창권
◈ 제작: 서울동화, 뽀빠이과학 (협찬)
◈ 저작권: ⓒ (주)로보트 태권브이
◈ 일자: 1984.08.03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소개>

2년 뒤 다시금 뽀빠이 과학과 김청기 감독의 밀월이 시작되었다. 이것으로 보아 당시 슈퍼 태권브이로 인한 뽀빠이 과학의 매출은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태권브이 얼굴을 한 자붕글 완구는 엘로스도 샀던 기억이 난다. 그전 또는 그후에는 원래 얼굴을 한 동일한 자붕글 완구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이번에 제안한 프로모션용 로봇 완구는 이전까지와는 좀 다른 물건이었으니, 그것은 바로 아니메가 오리지널이 아닌 완구 자체가 오리지널인 일본 완구업체 타카라의 브랜드 '다이아아크론'이었던 것이다.

☞ 트랜스포머의 원조 '다이아크론'을 아십니까 by 무희, 무희의 주절주절 포스 (보러가기)
☞ 트랜스포머: 하스브로 + 타카라 이야기 by 워드나, 워드나의 던전 (보러가기)

다이아크론 브랜드의 한 제품인 3단 합체 다이아배틀스를 수입한 뽀빠이 과학은 역시 전처럼 태권브이의 머리만을 교체하여 만화영화로 인한 매출을 노리고 있었는데, 이러한 기획의도 속에 탄생한 작품이 바로 태권브이 최후의 애니메이션 판인 '84 태권브이'가 되겠다. 로봇 만화영화의 스폰서가 로봇 완구업체이고 스폰서가 만든 완구의 판매를 위해 만화영화는 극중 로봇의 구매욕구를 자극할 수 있게 최대한 멋진 액션을 선보이는 것은 당시 로봇 만화영화의 기본 공식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남의 제품을 수입해서 허가없이 제품을 수정한 뒤, 이것을 홍보하기 위한 만화영화를 제작한다는 점에서 80년대에 있어서도 인식의 진전은 거의 없었다고 봐야겠다.

그러나, 이번에는 태권브이의 디자인에 이전보다 좀 더 독자적인 스타일이 더해진다. 당시의 투박한 금형기술로 만들어진 다이아배틀스 완구(물론, 당시에는 기가 막힌 완성도였다. 역시 이것도 오리지널 완구와 태권브이 머리가 달린 제품을 모두 구입했던 기억이...)는 아무래도 그대로 만화영화에 이식하기에는 곤란한 점이 있었고, 그로 인해 3단 변신이라는 컨셉 외에는 거의 새로운 형태의 디자인이 적용되어 이제까지의 태권브이 중에서는 오히려 가장 독창적인 디자인의 메카로 거듭나게 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디자인은 시대에 뒤쳐지거나 디테일이 부족했으며, 분리합체 메커니즘은 조악한 수준이었다. 등에 달린 날개의 경우는 희한하게도 모티브가 된 다이아배틀스보다는 전작인 슈퍼태권브이의 오리지널 자붕글의 날개와 거의 흡사하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도 표절 또는 도용의 흔적은 완벽히 지워지지 않았다. 극중 악역으로 등장하는 훈의 친구인 현의 사이보그 모습은 '우주해적 코브라(1982)'에 등장하는 해적 길드의 보스 크리스탈 보이의 디자인의 완벽한 표절이다. 여러가지 측면에서 전작인 슈퍼 태권브이보다는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콘티의 엉성함은 76년도 원작의 명성을 무색케 할 정도였다.

이러한 악재 속에 마침내 태권브이의 시계는 84년을 끝으로 멈추고 말았으며, 결국 '스페이스 간담 브이(1984)'라는 희대의 괴작을 만들어내며 스스로의 명성을 허물기 시작(이전까지 작품의 메카디자인 표절했음에도 디자인에 여러가지 다른 시도를 하려한 흔적이 있다면, 스페이스 간담 브이는 완벽하게 발키리를 그대로 표절한 작품)한 김청기 감독은 85년작인 '똘이와 제타로보트(1985)'를 끝으로 만화영화의 제작에 손을 띄게 된다.


로보트 태권 브이 90 (1990)

<정보>

◈ 감독/제작: 김청기
◈ 각본: 조항리, 채동근
◈ 기획: 김춘범
◈ 촬영: 정운교
◈ 음악/주제가: 남우영 / 김흥국
◈ 출연: 이승형, 강민경, 남궁원, 장덕수, 이재은 外
◈ 저작권: ⓒ (주)로보트 태권브이
◈ 일자: 1990.07.28
◈ 장르: SF, 로봇, 액션, 특촬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소개>

만화영화에서 물러난 후에도 인기개그맨 심형래와 특촬 히어로물을 결합시킨 우뢰매 시리즈로 여전히 활발한 창작활동(이 시기에 김청기 감독은 한국 영화계의 한 획(?)을 긋게 되는 박중훈 주연의 초괴작 '바이오맨(1988)'을 연출하기도 했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B급 감독의 포스가 느껴지고 있었다.)을 벌이던 김청기 감독은 돌연 90년, 오랜세월 동안 동면에 들어간 태권브이를 소재로 다시금 작품을 만들게 된다. 당시의 한국 극장 만화영화 시장은 완전히 사장된 체로 기나긴 잠에 빠진 뒤였다. 이 즈음에 다시 부활한 태권브이의 소식은 기대와 우려가 반반 섞인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뚜껑을 연 태권브이는 한가닥의 기대는 커녕 모두를 충격에 빠뜨리게 하는 괴작의 모습이었다. 그동안 저예산의 특촬물을 촬영하면서 쌓은 김 감독의 노하우는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합성이라는 독특한 제작방식을 선보인 이 태권브이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였다. 캐스팅 파워가 떨어지는 상태에서 엉성한 연기와 열악한 특수효과는 오히려 작품의 독이 되었고, 만화영화 씬에 등장하는 태권브이는 디자인에 있어서 여러 고심을 한 흔적에도 불구하고, 실사부분의 낮은 완성도에 맞물려 큰 빛을 발휘하지 못한다. 

결국, 이 작품은 과거 태권브이를 기억하는 청장년 세대에게도, 우뢰매를 보면서 커온 당시의 어린이들에게도 모두 인정받지 못하며 철저하게 외면받은 체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만다. 김청기 감독 역시 이후로 계속 우뢰매 시리즈를 통해 근근히 창작활동을 병행하게 되지만, 과거 한국 만화영화계를 이끌 것으로 기대되던 인재는 B급 특촬물의 제작 속에 어느덧 과거의 명성과 총기를 잃고 서서히 사람들에게서 잊혀지기 시작한다.

☞ 괴작열전: 로보트 태권브이90 by 페니웨이, 페니웨이™의 In This Film (보러가기)


<참고 사이트>

[1] 로보트 태권브이, 위키피디아
[2] 로보트 태권브이, 네이버영화
[3] 한국만화영화40년사① 뿌리내리지 못한 나무, 캡슐 블로그
[4] 태권V, 엔하위키 미러
[5] 로보트 태권브이, 화려한 등장과 몰락까지 by Mullu, NEOSTAR.NET 
[6] 로버트 태권V와 황금날개의 대결 by 디제, 오리지널 태권V의 마지막 출연작, 디제의 애니와 영화이야기
[7] 날아라! 우주전함 거북선-최고의 반전을 선사하다 by 페니웨이, 페니웨이™의 In This Film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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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畑事務所・TNHG


<스탭>

◈ 감독: 타카하타 이사오
◈ 원작: 타카하타 이사오
◈ 제작: 스튜디오 지브리


<시놉시스> 

마지역에서 다카가 숲과 스즈카 숲으로 나뉘어 살던 너구리들은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점차 숲이 없어지면서 존속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들 너구리들은 사람들이 안보일 때는 두발로 서서 다니며, 변신술과 같은 도술을 부릴 수 있는 이들이었지만, 자연을 바꿔버리는 인간들의 힘에 위기의식을 느끼게 된다. 마침내 평성 31년(평성, 일어로 헤이세이는 현재 일왕의 연호로 1988년부터 시작함. 평성 31년이면 서기로 2019년을 의미), 너구리들은 인간들에게서 자신의 삶의 터전을 지켜내기 위해 분연히 일어서기로 한다. 인간들에 맞서기 위해 너구리 장로들이 내놓은 계획은 바로 오랫동안 금지되어 있던 변신술의 부활과 인간연구 5개년 계획이었는데...


지브리의 또하나의 심장, 다카하타 이사오의 걸작 판타지

튜디오 지브리하면 대게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와 그의 주옥같은 작품들을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들은 세심한 설정, 아름다운 배경, 서정적인 음악, 거대한 스케일, 신나는 모험, 반전의식과 환경주의가 담긴 메시지, 하늘을 향한 로망, 그리고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 등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는 소재들로 가득하지요. 하지만, 스튜디오 지브리에는 미야자키에 버금가는 또하나의 거장이 자리하고 있음을 아니메를 많이 보아온 팬들이라면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일본 아니메史를 이야기 하는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거장 감독 중의 한명, 다카하타 이사오가 있음을 말입니다.

사실, 다카하타 이사오는 스튜디오 지브리가 세워진 직후에는 연출이라는 자신의 본업보다는 제작 쪽에 주로 몸을 담으면서 지브리의 안살림을 챙겨왔습니다. 그러나 다카하타와 미야자키가 처음 조우한 60년대의 도에이 동화 시절을 지나 세계명작동화로 그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되는 닛폰 애니메이션 시절까지는 오히려 다카하타가 연출을 맡았고, 후배인 미야자키는 그를 도와 설정 등에 관여했던 적이 더 많았지요. 이 때까지 그가 연출했던 작품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태양의 왕자 호루스의 모험(1968)', '팬더와 아기팬더(1972)',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1974)', '엄마찾아 삼만리(1976)', '빨간머리 앤(1979)', '첼리스트 고슈(1982)' 등 주옥같은 작품들로 가득합니다. 흥행적인 면에서 미야자키가 앞서 있다고 하지만 작품의 네임밸류만 놓고 보자면 둘은 거의 쌍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죠.

이런 그가 스튜디오 지브리에 안착하면서부터는 자신의 작품 활동 수를 줄이고 후배인 미야자키를 전면에 내세운 체 자신은 스튜디오 내의 궂은 일을 도맡게 됩니다. 그의 필모그라피가 상당부분 세계명작동화에 기반한 현실적이고 소소한 드라마(물론, 데뷔작인 태양의 왕자 호루스의 모험은 상당한 스케일의 판타지 드라마입니다만)였던 반면, 미야자키의 작품들은 대게 판타지적이고 모험이 가득한 이야기들이라는 점은 둘의 스타일이 같은 소스(세계 명작동화 스타일)에서 기반하고 있지만,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가 지브리에서 연출한 전작 '반딧불의 묘(1988)'와 '추억은 방울방울(1991)'은 이러한 현실주의적인 성격에 더해 그동안 선보였던 유럽식 배경을 벗어나 일본적인 색체를 물씬 풍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죠. 미야자키가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이국의 모험'을 그린다면, 다카하타 감독은 '현실적이고 소소한 일상의 드라마'에 능숙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둘의 성격적 차이는 지브리의 작품 스펙트럼을 폭넓게 하는 하나의 강점이라고 할 수도 있구요.

그런 그가 94년 변신술을 사용하는 너구리가 주택개발사업으로 삶의 터전을 빼앗길 위험에 처하자 인간에 맞서 싸운다는 '현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일상의 모험'을 다룬 재미있는 작품을 들고 나왔습니다. 바로 이번에 소개할 '헤이세이 너구리 대전쟁, 폼포코(이하 폼포코)'입니다.

ⓒ 畑事務所・TNHG



인간을 풍자하는 재주많고 유쾌한 너구리들의 생활

야기는 동경의 타마지역 신도시 개발사업이 시작되면서부터입니다. 주택공급 사업의 일환으로 산을 깎아 계단형태로 아파트 단지를 세우려는 개발계획이 발표되면서 두 무리로 나뉘어 서로 다투던 너구리 무리들은 삶의 터전을 빼앗길 위기에 봉착하게 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너구리들은 두발로 서서 걸어다닐 수 있으며, 사람처럼 말도 하고, 심지어는 도술을 사용하여 자유자재로도 변신할 수 있는 영험한 동물이라는 것인데요. 이들은 인간들의 도시개발계획에 맞서 자신들의 터전을 지켜내고자 인간들을 파악하기 위한 인간연구계획과 한동안 금기시 해왔던 변신술을 부활시켜 인간들에 맞서기로 결정합니다. 실로 너구리들의 반란, 아니 너구리들의 역습인 것이죠.

여기서 주목할만한 것은 너구리들이 절대 인간처럼 사악하거나 계산적이지 않은, 천성적으로 낙천적이며 놀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입니다. 비록 인간들에게 자신들의 평화가 빼앗길 위기에 처한 너구리들이지만, 심각한 고민은 그리 오래가지 않습니다. 인간들을 향한 대응방식이 결정되자 바로 모든 일이 해결된 것처럼 기뻐하는 너구리들의 모습은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한심하게 보일지도 모릅니다만, 천진스럽고 낙천적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면모를 느끼게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누구를 해코지하거나 다치게 하려는 공격적인 방식보다는 '원만하게 잘 해결되면 그걸로 좋지 아니한가'라는 순진한 너구리들의 방식은 자신들에게 닥친 위기상황을 실로 유쾌하게 희화화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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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그들 무리중에도 강경파가 있어 공사장에 진입하는 트럭을 도랑으로 떨어뜨리고 운전을 방해하여 절벽에 추락시키는 것과 같은 과격한 행동을 일삼지만, 이마저 낙천적인 그들의 성격 때문에 유야무야 되어버리고 맙니다. 인간들을 아예 멸망시켜버리자는 초강수를 계획하다가도 햄버거 때문에 인간들 일부는 살려둬야 한다며 웃음으로 마무리 지어버리는 너구리들의 모습은 가벼운 미소를 짓게 만들죠.

특히, 초반에 변신술을 익히는 그들의 일상은 타카하타 감독의 숨겨진 개그가 빛을 발하는 대목인데요. 변신술을 완벽하게 익히지 못해 하반신이나 상반신은 그대로 너구리인체로 변신하거나 아예 변신술을 하지 못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선생님 앞을 지나가는 어설픈 너구리들의 모습은 보는 이에게 폭소를 자아내게 합니다. 너구리들의 변신술은 게다가 한계가 있는데요. 막대한 체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변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스태미너 드링크를 수시로 복용해야 한다는 재미있는 제한까지 둡니다. 인간으로 변신한 뒤 한계가 다다른 너구리들은 눈밑에 진한 다크써클이 생기면서 점차 지쳐가다가 체력이 다하면 너구리로 변하고 맙니다. 이러한 설정은 실로 디테일함과 재기가 넘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로 다채로운 너구리들의 매력은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는 너구리들의 모습으로 또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사람들 앞에서는 우리들이 익히 알고 있는 동물 너구리의 모습으로, 너구리들의 세계에서는 인간처럼 웃고 떠들고 걸어다니는 환상 속 너구리로, 패기를 잃어버린 비관적인 모습일 때는 더더욱 만화적인 형태의 너구리(기획단계에서 논의되었던 스기우리 시게루의 만화 '백팔백 너구리'의 너구리를 컨셉으로 한 것)로 변하면서 상황에 따라 다채롭게 변모하게 되는데요. 너구리들을 감정과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시키는 이러한 연출방식은 리얼리즘과 판타지를 자유자재로 오고가는 이 작품의 성격과도 기막히게 맞아떨어진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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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 변신하기 위한 너구리들의 특훈장면. 미숙한 너구리들의 변신장면은 기발한 웃음을 선사한다.


개발 지상주의를 향한 비판, 현실주의가 살아있는 동화

포코가 코믹 판타지의 형태를 띄고 있으면서도 비슷한 다른 작품들에 비해 돋보이는 것은 지브리의 테마인 환경주의를 보다 더 사실주의적인 관점에서 묘사했다는 것을 하나의 원인으로 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거대한 판타지의 세상 속에서 환경주의를 묘사했던 미야자키와는 달리, 다카하타 이사오는 변신 너구리들의 판타지스러운 세상을 사실주의가 가득한 인간의 세상 한 가운데 떨어뜨려 놓음으로써 보다 더 이 메시지를 피부에 와닿게 하는 수법을 보이고 있는데요. 덕분에 이 작품은 판타지적인 연출이 돋보임에도 불구하고, 물과 기름처럼 판타지와 사실주의가 양립하는 기묘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만약, 이 작품이 변신 너구리들의 생활이 삭제된 체 인간의 관점에서 진행되었다면, 무분별한 개발사업으로 피폐해지는 자연의 모습과 이로 인해 살곳을 잃고 인간세상으로 먹을 것을 찾아나온 야생 너구리들의 이야기라는 지극히 다큐멘터리적인 이야기가 되었을 겁니다. 이 얼개를 유지하면서 여기에 생각하고 말하는 인간적인 너구리들을 등장시켜 다큐와 동화가 공존하는 보기드문 스타일의 풍자 판타지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상반된 두 스타일을 한 작품에 융화시키는 것은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실로 두 가지 장르에 모두 정통한 연출가만이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모습일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은 타카하타 감독이기에 가능한 모습인 것이구요.

덕분에 지브리 작품의 거의 공통적인 테마라 할 수 있는 환경주의는 더더욱 설득력있는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그 결말 역시 현실과 동화의 오묘한 결합을 보여주고 있지요. 결국, 너구리들은 삶의 터전을 빼앗기지만, 그것은 배드 엔딩이라고 볼 수 많은 없습니다. 너구리들은 인간들로 변신하여 인간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택하지요. 변신하지 못하는 너구리들은 그들대로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비록 쓰레기통을 뒤지고, 인간들에게 음식을 구걸하는 비참한 신세로 변하지만 말입니다.

이런 식의 결말은 낭만주의적인 미야자키의 스타일에 비해서는 굉장히 현실주의적인 관점을 보여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타카하타의 작품은 미야자키의 작품에 비해 더 성숙한 느낌이 묻어나지요. 성숙함은 동심의 결여를 의미하지만, 폼포코에서는 유쾌한 너구리들로 인해 마냥 현실적이지만은 않습니다. 현실적인 드라마라는 레시피에 판타지라는 소스를 뿌린 맛나는 요리처럼 폼포코는 담백한 현실과 달콤한 판타지가 공존하며 인간(현실)과 자연(판타지)가 상생하기 위한 물음을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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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작품 최초로 실사장면이 삽입된 컷. 맛있는 튀김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타카하타 감독이 직접 지시를 한 장면으로, 촬영 후 튀김은 모두 스탭들의 뱃속으로 들어갔다는 후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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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작품 최초로 CG를 도입한 도서관 장면. 이 장면은 작품 내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짧은 컷이었지만, 이를 위해 CG 경험이 전무한 지브리는 외주로 이 장면을 구현했다고 한다. 지브리에서 CG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작품은 3년후에 제작된 '원령공주(1997)'.
 

소소하고 잔잔한 서민적인 이야기 

포코는 다카하타 감독의 작품 중에서도 재기발랄함과 독특함이 넘쳐나는 작품입니다. 물론 '이웃의 야마다 군(1999)'과 같은 작품에서 다카하타 감독은 지브리적 스타일을 버리고 또다른 변신을 시도했지만, 사회성과 오락성을 절묘하게 조합시킨 본 작품의 매력은 역시 다카하타 감독의 작품 중에서도 유난히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지브리로 옮겨와 연출한 작품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친화도를 갖고 있기도 하구요. 한국의 극장에서 상영된 그의 유일한 작품으로, 반응도 좋았습니다.

특히, 이 작품은 일본적이면서도 향토적인 느낌을 가져다주는 굉장히 서민적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물론, 한국에서는 이러한 모습이 왜색이라는 부정적인 시각과 맞물릴 수도 있지만, 유쾌하고 우화적이면서 소시민적인 취향에 잘맞는 이 작품의 느낌은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에 더 많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습니다.

작품의 결말은 유쾌하면서도 해피엔딩이 아니며, 실패했음에도 슬픈 엔딩이 아닌 여운이 남는 결말을 보여주었지만, 전형적인 결말이었기에 해학적이면서도 기발했던 시작에 비해서는 김이 빠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기승전결이 굉장히 뚜렷한 드라마틱한 작품이라기보다는 소소하고 잔잔한 재미를 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도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과 대비되는 타카하타 감독만의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영화는 드라마틱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 이 작품 역시 영화같은 드라마틱함이 아닌 잔잔한 물결과 같은 선택을 했다고 하겠습니다.

아쉬운 것은 미야자키 감독보다도 6살 연상인 타카하타 감독의 신작을 이제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일 겁니다. 미야자키의 대를 이을 인재가 없는 것 역시 아쉬운 일이지만, 잔잔하고 서민적인 휴머니스트 거장의 대를 이을 전수자가 없다는 것 역시 지금의 아니메에서 무척이나 안타까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 畑事務所・TNHG

클라이막스의 요괴대작전에는 지브리의 인기 캐릭터들인 토토로와 키키, 붉은 돼지가 특별출연 해주셨다. 좀처럼 볼 수 없는 타카하타 감독의 서비스라고나 할까.


<참고 사이트>

[1] 헤이세이 너구리 전쟁 폼포코 (1994) by 엘로스
[2] 비극적인 환경파괴의 연대기,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by 김봉석, 씨네21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畑事務所・TNHG에게 있습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애니메이션 영화 리뷰 모아요~]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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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방송으로 부활하는 하얀 거인, 진가를 드러내고 

금에 와서 건담의 첫 방송이 저조했던 원인을 되짚어보면 작품의 완성도면의 문제라기보다는 당시의 시청층에 대해서 제작진 측이 잘못 판단했다고 보는 편이 맞을 듯 싶다. 애초에 드라마틱한 설정과 복잡한 갈등관계가 자리하면서 로봇 액션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아진 것은 고연령층을 대상으로 했음이 분명하다. '우주전함 야마토(1974)' 이후에 고연령층의 아니메 팬 층이 존한다는 것을 인식한 제작진과 토미노 감독은 이들을 타깃으로 삼고 작품을 만들었지만, 문제는 로봇물의 정체성이 원래 저연령층의 전유물이었기에 방영을 시작한 건담을 보고 고연령층의 시청자들은 분명 아동용 로봇물일 것이라는 선입견으로 방영을 거부했을 듯 싶다.

게다가 원 로봇의 시청층인 아이들은 으례 그렇듯 새로운 로봇물이구나 하고 TV 앞에 모여 앉았는데, 왠 사교성 부족하고 멋이라고는 요만큼도 없는 찌질한 소년 주인공이 등장하는데다가 시도 때도 없이 로봇 조종 안하겠다고 응석을 부리고 앉았으니 매회 '합체-전투-위기-필살기-격파'를 반복해오던 당대의 로봇물과는 너무도 다른 흐름에 애시당초 채널을 돌렸을 것이 자명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꾸준히 보아온 일부 고연령대 시청자들과, '붉은 혜성 샤아 아즈나블'이라는 미남자의 등장으로 인해 로봇물임에도 불구하고 열렬한 팬이 되어버린 소녀들은 건담의 종영과 더불어 방송국과 제작사측에 재방송을 강렬히 요청하게 된다. 첫 방영부터가 아닌 방영 중에서야 비로소 건담의 진가를 파악하게 되어 뒤늦게 시청층에 합류한 이들의 경우는 더더욱 재방송을 원했을 터이고, 오프라인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던 당시의 아니메 마니아(요즘같은 인터넷이라는 이기를 꿈도 꿀 수 없었던 당시였다)들은 입소문으로 작품의 진가를 타인에게 전파하며 앞다투어 재방송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다 죽어가던 불씨에 다시금 불이 붙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재방송의 시청층은 바로 토미노 감독과 제작진 측이 애초부터 상정하고 있던 바로 그 연령대의 시청층이었다. 제대로 된 타깃층을 항하여 전파를 탄 건담의 반응은 어떠했겠는가. 그것은 말 그대로 폭발적인 것이었다. 첫 방송 당시 한자리수 시청률에 그쳤던 건담은 첫번째 재방송에서는 10%를 넘기며 뒤늦은 인기를 증명하였고, 완전하게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잡은 82년도의 재방송에서는 25%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였다. 80년 1월 건담의 첫방송이 종영되자마자 서둘러 2월에 '무적로보 트라이더 G7(1980)'을 방영하며, 건담의 실패를 덮어버리려 했던 선라이즈에게도 이것은 분명 예상치 못햇던 일이었을 것이다. 부진을 거듭하다가 예상된 방영횟수도 못채우고 조기종영된 이 괴작(당시의 관점에서는 괴작이었을지도 모른다)이 강렬한 후폭풍을 일으킬지 누가 알았겠는가. 그것은 반년 뒤의 프라모델 열풍과 맞물려 사회적인 현상으로 번지며 마침내 81년 방영된 극장판을 통해 그 진정한 시작을 알리게 된다.

동경에 위치한 반다이 본사 (출처: 위키피디아 재팬)

프라모델, 또다른 신회를 만들어내다

1부에서도 언급했다시피 건담의 스폰서는 완구업체 크로바(클로버)였다. 당시 로봇 아니메는 완구회사와 함께 작품을 기획하고 제작사가 아니메를 만드는 동안, 완구회사는 주역 로봇의 완구를 제작하여 작품의 방영과 함께 로봇 완구를 시장에 내놓는 형태의 시스템을 취하고 있었다. 아니메의 제작비는 스폰서인 완구업체에서 대는 것이었으며, 그에 대한 투자 수익은 판권을 독점한 완구업체의 완구판매를 통해 이루어지는 형태인 것이다. 지금과 같이 DVD부터 각종 캐릭터 상품과 코믹스, 소설과 같은 미디어 믹스의 전개로 상품 루트가 다변화된 것과는 달리 당시의 상품화는 완구업체에 집중되는 단선적인 루트를 갖고 있었고, 때문에 완구업체로서는 시청률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완구의 판매가 중요했다. 실제로 시청률은 저조했으되 완구판매에서는 기대이상의 수익을 올린 작품들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건담은 시청률에도, 완구판매도 모두 실패한 비운의 작품이었다. 콤배틀러 V 이후 정교한 변신 합체 완구로 인해 눈높이가 높아진 아이들에게 별다른 메커니즘이 내장되지 않은 건담 완구는 밋밋하기 그지 없었고, 궁여지책으로 끼워넣은 코어파이터 합체 메커니즘 역시 이전까지의 변신합체 로봇에 비하면 턱없이 심심한 것이었다. 비록 G 아머 시스템에 DX 합체세트까지 등장하면서 조금씩 부진을 만회하기는 했지만, 스폰서 입장에서 건담 완구는 저주에 가까운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작품이 부진에 부진을 거듭하던 중, 선라이즈는 완구판매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건담을 완구가 아닌 프라모델로서 머천다이징하는 방안을 크로바측에 제시하게 된다. 하지만, 이 제안은 크로바에 의해 간단히 거절당하고 만다. 상품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모델을 다른 제품으로 상용화한다는 것이 수지가 맞지않는 비즈니스라고 판단한 듯 싶은데, 이것이 미래의 비즈니스 명운을 좌지우지할 중대한 선택이었음을 그 때의 크로바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건담의 에이전시 업체였던 創通(창통, 일본어로 소츄) 에이전시는 선라이즈와 함께 건담의 저작권을 갖고 있었는데, 선라이즈의 이 사업안을 들고 여러 프라모델 업체에 상품화를 타진하기 시작했다. 로봇완구는 프라모델과는 다른 타깃 시장의 제품으로, 프라모델이 어린이들이 아닌 청소년 이상의 고연령층을 위한 상품이었고, 로봇은 어린이들의 전유물이었던 만큼 상품화 역시 당연히 완구형태로 생각되고 있었다. 하지만, 애초에 고연령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던 건담이기에 상품화 역시 어쩌면 프라모델이 더 적합했을지도 모른다. 뒤늦게서야 선라이즈는 그 사실을 눈치챘던 것일까. 

여러 업체와의 미팅 끝에 마침내 최종 사업자는 우주전함 야마토를 프라모델로 상품화하면서 이제 조금씩 프라모델 업계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던 프라모델 업체 반다이 모형에게로 낙찰되었다. 그리고 건담의 종영 후 반년 정도 지난 후에 마침내 첫번째 건담 프라모델이 시장에 나오게 되니, 재방송으로 인한 뒤늦은 인기와 맞물려 프라모델, 아니 건프라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게 된다. 당대 굴지의 완구회사 크로바와 후발주자 반다이의 운명이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크로바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선라이즈 작품의 로봇들을 완구화하게 되지만, 83년 성전사 단바인의 완구를 끝으로 파산하게 된다)

건담의 뒤늦은 인기점화와 프라모델의 붐 뒤에는 야마토 이후 활성화되기 시작한 아니메 전문잡지들과 일부 마니아들의 힘을 빼놓을 수 없었다. 특히, 월간 OUT에서 출간한 무크지 '건담 센츄리'는 건담 월드에 대대한 세세한 소개와 스탭들과의 인터뷰, 거기에 아니메에서조차 언급되지 않은 각종 설정에 대한 설득력있는 설명으로 마니아들에게 커다란 호평을 얻었으니 그 디테일한 설정은 후일 선라이즈에서조차 이를 인정하고 인용할 정도로 치밀한 것이었다.(모빌슈트의 자세제어 시스템인 AMBAC과 같은 개념이 건담 센츄리에서 등장하게 된다) 건담 센츄리의 발간과 함께 건담의 세계관은 아니메에 존재하지 않는 다양한 설정과 설명이 가해지면서 더더욱 풍성해지고 다양하게 변한다.

거기에 프라모델 라인업의 다양화를 위해 기획된 MSV(모빌슈츠 배리에이션)는 작품에 등장하지 않은 프로토타입의 MS들이 존재한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세세한 설정과 함께 MS 존재의 타당성을 부여하는 작업을 통해 작품의 종영 이후에도 건담의 인기를 (작품과는 별개로) 관성적으로 이어가게 하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MSV를 기반으로 추가 건프라들이 제작되면서 건프라의 생명력은 연장되었고, 팬들은 건담에서 못다한 뒷 이야기의 조각들을 MSV에서 찾아내며 더더욱 건담의 세계에 심취하게 된다. 특히, 일부 파워 모델러들의 경우에는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어 프라모델을 개조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능동적인 참여는 건담 월드를 더더욱 풍성하고 복잡하며, 거대하게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 SUNRISE · SOTSU Agency


아니메 신세기 선언, 마침내 시작된 아니메 세컨드 임팩트

80년에 시작된 엄청난 건담의 인기 후폭풍은 아니메와 아니메 관련 산업 전반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물론, 그 파급력이 본격적인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은 그로부터 몇 년 뒤라고 할 수 있었지만, 적어도 아니메의 시청층이 아이들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그만큼 성숙하고 치밀한 작품관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것, SF 로봇 아니메의 머천다이징 방식이 로봇 완구에만 있지 않다는 여러가지 숙제들이 관계자들에게 주어지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토미노 감독 이하 스탭진들이 애초부터 상업적인 고려없이 오로지 제대로 된 SF 아니메를 만들고 싶은 마음으로 임했던 작품이 이제와서는 가장 성공적인 마케팅 케이스와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시키는 아니메가 되었다는 점이다.

마침내 81년 3월 14일(하얀색의 건담을 위한 것인지 날짜도 화이트데이), TV 시리즈의 초반부를 재편집한 극장판 1부, '기동전사 건담'이 개봉되었다. 특히, 이 극장판의 의의는 이보다 앞선 2월 22일 극장 개봉을 기념하여 개최된 '애니메이션 신세기 선언'에 있었는데, 당시 이 이벤트에 참석하기 위해 모여든 관중의 수는 약 1만 5천명으로, 단순 이벤트 수준의 행사에 이토록 많은 인원이 결집한 것은 마치 5년여전 야마토 극장판을 관람하기 위해 극장 앞에서 길게 줄을 섰던 당시의 상황과 유사한 것이었다. 신세기 선언은 또한 건담의 테마였던 뉴타입처럼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의미하고 있었다. 즉, 당대의 젊은이들이 기성세대와는 다른 가치관을 갖고 그들만의 문화와 아이콘을 갖고 있으며, 그 중의 하나가 아이들의 전유물일 것만 같은 아니메였고, 그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건담이었음을 만천하에 알리는 자리였던 것이다.

극장판 3부작은 대성공이었다. 특히 마지막 3부인 해후의 우주편은 TV 시리즈 후반기에 급작스런 병으로 일선에서 떠났던 불세출의 작화가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돌아와 거의 모든 컷을 다시금 수정하여 신작화로 그려냄으로써 TV 시리즈를 감상하고 극장을 찾았던 수많은 건담 팬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으며, 극장 아니메의 대표적인 캐쉬 카우라 할 수 있는 도라에몽 극장판 시리즈를 뛰어 넘어 82년도 아니메 흥행랭킹 1위, 전체 극장 흥행랭킹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다.

아니메 신세기 선언을 통해 그 존재를 보여준 거대한 팬층(마니아, 혹은 좀더 일본적으로 오타쿠)의 등장은 이후의 아니메가 어떤 형태로 흘러갈지를 암시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앞서 설명한 프라모델을 위시한 다양한 아니메 비즈니스 수단의 등장과 함께 우주전함 야마토 이후 일본 아니메 史를 송두리채 흔들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었다. 후일 역시 90년대 아니메의 지각변동을 일으킨 '신세기 에반게리온(1995)'에서 등장한 거대한 지각변동을 의미하는 임팩트(Impact)라는 현상은 야마토와 에반게리온과 더불어 바로 건담에게 부여하면 가장 적합한 호칭일지도 모른다. 아니메 세컨드 임팩트, 그렇다. 건담에 의해 아니메는 두번째 변혁을 맞이하고 있었다.

ⓒ SUNRISE · SOTSU Agency


에필로그 - 아직도 계속되는 건담의 신화

약, 건담이 재방송되지 못했더라면 어땠을까? 혁신적인 모습과 깊이있는 내러티브에도 불구하고 첫방송에 실패한 이 작품이 그대로 묻혔다면, 아마도 로봇 아니메의 성장은 지금보다는 더디었을 것이다. 로봇물은 여전히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내용으로 제작되고, 80년대 SF 아니메의 폭발적인 성장은 분명히 한템포가 더 늦었을지도 모른다. 불멸의 리얼로봇 아니메로 젊은 아니메 세대가 애니메이터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조차 건담이 없었으면 태어나지 못했을 지도 모르며, 마크로스의 소식을 듣고 대학을 중퇴하고 상경한 안노 히데아키 이하 가이낙스의 핵심인물들도 역시 애니메이터가 되지 않았거나 늦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토미노 감독은 '전설거신 이데온(1980)'의 제작을 포기했을 테고, 그로 인해 90년대 아니메의 또다른 부흥을 일으켰던 에반게리온은 태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건프라는 상품화되지 못했을테고, 반다이는 지금처럼 거대한 회사로 성장하지 못한체 그저 그런 회사로 전락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건담이 모든 아니메의 역사를 대변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건담이 사회적 현상으로 떠오르지 못했더라면 아니메는 그만큼 지금보다는 퇴보한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작품 자체적인 가치와 의의를 넘어서 건담이라는 작품이 후대 아니메와 관련 비즈니스에 끼친 막대한 영향력은 일개 작품의 레벨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반면, 건담이 가져온 혁신은 또다른 편향적인 시각과 가치관을 가져오게 된다. 먼저 SF, 그것도 로봇을 중심으로 80년대 아니메가 과도하게 방향 선회를 하게 된다는 점이다. SF를 향한 아니메의 일관된 사랑으로 인해 수많은 걸작 아니메가 탄생한 것은 분명 좋은 현상이었지만, 소재의 다변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체 SF로 고정된 시각은 결국, 소재고갈과 함께 훗날 아니메의 쇠퇴를 가속화하게 된다. 물론, 중간중간 여러가지 다양한 소재도 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건담으로 인해 시작된 과열된 SF 로봇 아니메의 열기는 이러한 의미 있는 시도들을 크게 부각시키지는 못했다.

프라모델이라는 새로운 상품의 등장으로 인해 건담의 작품으로서의 가치가 위협을 받게 되는 것 역시 내재된 위험요소였다. 분명, 당시의 시점에서는 새롭고 참신한 아이템이었던 로봇 프라모델은 이후 건담 외에는 큰 히트를 일으킬만한 원동력을 찾지 못한 체 건담에게 지나치리만큼 의존하게 되었고, 이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반다이가 건담의 속편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밖에 없는 원인 중 하나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물론, 현재의 반다이는 다양한 수익 다변화와 사업 다각화를 통해 건담의 의존도를 많이 줄였긴 하지만, 80년대 당시 건담은 반다이에게 있어서 하나뿐인 젖줄이었다.)

건담에 지나치리만큼 심취해버린 오타쿠들 역시 건담의 지루한 재생산에 큰 일조를 하게 된다. 특히, 건담에 대한 과도한 애정은 그들로 하여금 그들에 입맛에 맞는 이야기 전개를 제작진 측에 요구하기 시작했고, 새로운 시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그들만의 건담 월드를 만들고 싶어했다. 혁신과 개방의 개념으로 시작했던 건담은 서서히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성격으로 변모했고, 스폰서와 팬들의 과도한 간섭에 의해 크리에이터인 토미노 감독이 자멸하는 결과를 가져오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그러한 영광과 오욕의 역사 속에서도 여전히 건담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상업적인 사정과 과도한 팬덤에 의한 것만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우주세기에 안주하지 않은 체 건담은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간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창조자라 할 수 있는 토미노 감독의 손을 떠난 이후에도 여전히 젊은 세대들에 의해 새로운 항해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심오한 드라마를 버리고 미소녀들이 잔뜩 등장하는 모에 아니메로 변모했다 하더라도, 로봇 아니메를 정통 SF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려 했던 성숙한 시도를 져버리고 슈퍼로봇스러운 모습으로 변모했다 하더라도, 적어도 변화하고 있는 아니메 세대의 트렌드를 반영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계속 변모하고 있는 건담은 신인류라 불리는 뉴타입처럼 진화와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는 점에서 혁신의 여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훗날 건담의 시계가 멈춘다고 하더라도 그 오랜 시간동안의 변혁의 과정을 통해 만화영화는 새로운 틀을 구축하고 발전하리라 기원해본다.


('기동전사 건담(3부) - 부활하는 하얀 거인. 발동, 아니메 세컨드 임팩트!' 끝)

ⓒ SUNRISE · SOTSU Agency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ガンダム, Wikipedia Japan
[2] モビルスーツバリエーション, Wikipedia Japan
[3] ガンダムセンチュリー, Wikipedia Japan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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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 마침내 우주인과 조우하다.


11월 18일에 개봉예정으로 조금씩 그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극장판 건담 더블오 'A Wakening of the Trailblazer'의 일부 내용이 공개되었습니다. 8월 31일자 닛칸 스포츠 21면에 자그맣게 그 내용이 실렸다고 하더군요.

☞ Gundam vs Alien? by Ngee Khiong (클릭)

제목 그대로 우주인과의 전쟁이 다루어질 것 같습니다. 드디어 건담의 세계에 우주인이 등장하는군요, 허허.

벌써부터 올드팬들은 이런 더블오의 전개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로봇과 우주인의 대결하면 슈퍼로봇 아니메에서 익히 사용된 장르이기에 이 상태로라면 리얼로봇이라는 껍데기만 쓰고 있던 요즘의 건담 시리즈들이 본격적으로 슈퍼로봇 장르로 넘어갈 것 같은 모양새라 그런 것 같은데요. 하지만 잘 만들면 황당하지 않은 전개로 기존의 드라마틱한 얼개를 유지하면서 극을 이끌어 나갈 수도 있을 겁니다. 이런 형태의 이야기는 이미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에서 증명된 사례라고 할 수 있죠.

우주인은 많은 SF 아니메에서 그러했듯이 인간형의 우주인이 아닌 자유자재로 형상을 바꿀 수 있는 생명체로 묘사될 것 같습니다. 이 외계생명체가 과연 침략의 목적으로 태양계에 발을 들이고 이를 맞이하여 지구인들이 힘을 합쳐 싸우다가 전력의 열세를 느끼는 순간, 솔레스탈 비잉이 구세주처럼 등장한다... 뭐, 이런 전형적인 시퀀스가 될 지, 아니면 건담 시리즈의 특성답게 좀 더 입체적인 이야기로 전개될지는 두고보아야 하겠습니다.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금속 생명체라는 외계인의 특징으로 미루어보아 이들이 모빌슈츠의 형상으로 모습을 바꾸어 싸울 것 같은 예감도 드는군요.

사실, 이제 인간과 인간의 대립과 갈등을 다루는 건담의 이야기는 꽤 많이 식상해진 느낌입니다. 뉴타입에서 시드로, 다시 이노베이터로 명칭만 바꾸어 등장하는 신인류들의 모습도 그렇고,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반목을 거듭하는 구태의연한 대립관계도 그렇고 말이죠. 원래 더블오 TV 시리즈가 등장했을 때는 뭔가 더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했지만, 어찌보면 극장판에서야 기존 건담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 같군요. 차라리 마크로스와 비슷한 이야기로 애초부터 외계인과의 갈등을 다룬 이야기였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UNRISE · SOTSU Agency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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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탭>

◈ 감독: 故 콘 사토시
◈ 원작: 타케우치 요시카즈
◈ 제작: 매드하우스


<시놉시스> 

여성 3인조 아이돌 그룹 챰(Cham). 팬들이 모인 야외 콘서트 장에서 인기곡을 부르고 난 후, 리더이자 팀내 최고의 인기인인 키리고에 미마가 팬들 앞에서 챰을 나와 독립하겠다는 발표를 한다. 소속사 사장인 타도코로로부터 수명이 짧은 아이돌 가수에서 생명력이 긴 연기자로서의 변신을 제안받았기 때문이다. 챰의 매니저로 한 때 가수 출신이기도 했던 루미는 이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지만, 미마는 이미 연기자로의 전업을 결심한 상태이다.

비록 인기 아이돌 가수라고는 하지만, 연기자로서의 변신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몇 마디 대사가 고작인 미니 시리즈의 역할은 기대 이하로 미미했고, 연기자 변신을 시도한 그녀에 대한 팬들의 원망인 듯 팩스를 통해 저주를 퍼붓는 문구가 보내지더니, 급기야 화약이 담긴 팬레터가 보내져와 소속사 사장이 부상을 입기도 한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팬들이 자주 언급하는 미마의 방이 궁금했던 미마는 그것이 팬 사이트의 이름인 것을 알고 루미의 도움을 받아 익숙하지 않은 솜씨로 컴퓨터를 사용해 미마의 방에 접속하게 된다.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팬 사이트가 있다는 것을 안 미마는 신기해 하지만, 이내 사이트에 쓰여진 일기가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세심히 알고 있다는 사실에 소스라치게 놀라고 만다.

쉽지 않은 연기자의 길, 팬들의 원성과 스스로에 대한 불확실 속에 점점 멀어지는 아이돌의 과거, 누군가 자신을 엿보고 있는 것 같은 불안감, 조금씩 한계에 다다르던 어느날 미마에게 수정된 시나리오가 도착한다. 그것은 그녀의 강간 장면이 추가된 새로운 대본이었는데...


새내기 감독의 새내기 답지 않은 작품

'펙트 블루(1998)'는 2010년 8월 24일 췌장암으로 인해 급작스럽게 세상을 하직한 故 콘 사토시 감독의 유작이자 그의 첫번째 감독 연출작이기도 한 작품입니다. 첫 연출작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연출과 섬세한 묘사, 그리고 완성도 높은 비주얼로 인해 강렬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특히, 불안정한 주인공의 심리와 더불어 펼쳐지는 현실과 환상의 중첩은 오로지 콘 사토시만이 해낼 수 있는 전매특허로, 아니메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도 했지요.

애초에 실사영화로 제작을 모색하고 있던 타케우치 요시카즈의 소설은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중도에 아니메로 제작방향을 선회하게 되면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특히, 사이코 스릴러를 표방하고 있는 작품의 소재가 실사영화에서는 식상할 정도로 자주 등장한 소재이지만, 만화영화에서는 거의 전례를 찾아볼 수가 없다는 점은 기회와 위기를 모두 지닌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었는데요. 아무도 해본 적이 없기에 독창적이고 독특한 작품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아니메 팬들에게는 생소한 이 장르가 과연 얼마나 어필할 것인지, 그리고 무엇보다 아니메로 사이코 스릴러를 얼마만큼 실감나게 표현할 것인지가 큰 걸림돌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매드하우스(애니메이션 제작)와 오토모 가츠히로(스페셜 어드바이저)가 힘을 실어주면서 작품은 서서히 구색을 갖춰가기 시작합니다. 감독으로는 당시 연출경력이 전무한 콘 사토시가 선임되는데요, 콘 사토시는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고 코믹스를 연재하던 중 매드하우스에 입사하여 '노인 Z(1991)', '패트레이버 2(1993)'를 거쳐 '메모리즈(1995)'의 첫번째 에피소드 '마그네틱 로즈'에서 각본과 배경미술감독을 역임하면서 이제 막 주목받는 애니메이터로 떠오르기 시작할 무렵이었습니다.

이 모험적인 프로젝트에 연출 새내기가 감독으로 선임되었다는 것은 어찌보면 이 작품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하게 합니다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실험적이고 모험적인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기존의 감독이 아닌 참신한 새 인물을 물색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드는군요. 그리고 이러한 선택은 작품 개봉 후 성공적인 결정이었음이 밝혀지게 됩니다. 콘 사토시는 원작을 넘어서는 완성도로 그 기대와 도전에 부응하게 됩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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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커와 연쇄살인, 평범한 소재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

기 아이돌에서 연기자로서의 변신을 꾀하는 주인공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스토커 팬에 의해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이 낱낱이 노출되고, 아이돌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노출씬을 찍으면서 정체성에 방황하게 되는 와중에 벌어지는 주변인물들의 연쇄살인은 이렇게 하나의 문장으로 압축해보았을 때도 알 수 있듯이 평범하고 단선적인 전개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미 수없는 실사영화를 통해 비슷한 소재의 이야기가 다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외국의 드라마에서도 몇번은 다루어졌을 법한 소재이기도 하지요. 실제 이 작품에서 주인공인 미마가 출연하는 미니 시리즈 역시 이러한 사이코 스릴러를 다룬 작품이라는 것도 왠지 모를 소재의 평범함을 느끼게 해주는 측면도 있습니다. 통속극에서조차 자주 쓰이는 소재, 그러나 이 평범한 소재는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전혀 다른 옷을 입고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게 됩니다.

전반적으로 극의 초반은 연기자로 노선을 변경한 아이돌 미마의 갈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서서히 현실의 무게를 느끼는 미마, 그리고 그로 인해 조금씩 스트레스와 신경쇠약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는 그녀의 모습은 앞으로 벌어질 파국의 전조를 알리고 있지요. 게다가 발단을 지나 전개 부분에 이르르면,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이 낱낱이 드러나는 팬 사이트 '미마의 방'의 등장으로 인해 불안감이 더더욱 가중됩니다. 98년도에는 아무래도 인터넷의 보급이 지금만큼 활성화 되어있지 않은 시대, 이러한 시대에 인터넷 상에서 벌어지는 연예인의 인신공격이나 악성댓글을 연상시키는 이 장면은 꽤 선구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미마의 방의 등장으로 인해 그녀의 불안감이 고조되었을 무렵, 마침내 위기가 시작됩니다. 아이돌인 그녀를 이용해 시청률을 높여볼 심산으로 극본가가 강간 장면을 극에 넣게 되는 것이죠. 거기에 사진가에 의해 전라 누드 촬영까지 강요당하면서, 그녀의 혼란은 극에 달하고 그와 함께 그녀를 괴롭히는 스토커의 분노 역시 극한을 치닫게 됩니다. 비로소 시작된 연쇄살인, 사이코 스릴러 치고는 느즈막히 첫번째 사건이 발발하는 이 작품은 이렇게 초반에는 미마의 심리묘사와 주변상황의 전달에 상당히 치중하는 편입니다. 극 초반부터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강렬한 자극을 주는 여타의 사이코 스릴러에 비해서는 상당히 드라마적인 전개이기도 한데요. 그러나, 이러한 심도 있는 심리묘사를 통해 이 작품은 만화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실사영화를 넘어서는 내러티브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리무중의 연쇄 살인사건은 미마의 환상 속에서도 벌어집니다. 환상이 깨어나면 똑같은 사건이 현실에서 발생하는 것이죠. 게다가 극의 다른 한쪽에서는 누군가가 미마의 흉내를 내기 시작합니다. 미마는 환각에 빠진 상태에서 살인을 벌인 것일까요? 그렇다면 미마를 괴롭히는 그 스토커와 팬 사이트 미마의 방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게다가 미마의 흉내를 내는 정체불명의 또다른 미마까지 등장하게 되면서 이 인물이 과연 현실의 인물인지 아니면 미마의 환상인지에 대한 인물인지에 대한 미스테리까지 끼어듭니다. 위기를 지나 절정으로 흘러갈수록 이야기의 호흡은 거칠어지고 수수께끼는 또다른 수수께끼를 낳게 됩니다.

ⓒ 1997 Madhouse Inc · REX Entertainment Co., LTD.



환상과 현실의 혼란스러운 중첩, 방황하는 주인공과 빠져드는 관객

작품이 단선적인 전개임에도 불구하고 복잡다단한 느낌을 주는 것은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콘 사토시의 전매특허라고 부를 수 있는 현실과 환상의 교차편집에 있습니다. 특히 그것이 어디가 현실이고 어디가 환상인지를 관객 뿐만 아니라 주인공마저도 혼란스럽게 해버림으로써 이야기 내내 관객은 이 복잡한 이야기의 실타래가 어디서 풀어질까하는 궁금증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것은 극도의 혼란한 정신세계에 빠진 미마 역시 마찬가지지요. 미마의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가중될수록 현실과 환상은 더더욱 농밀하게 서로 얽히기 시작합니다.

또한, 극중에서 미마가 출연하게 되는 사이코 스릴러 드라마 '더블 바인드'마저 스토리의 전개가 미마의 현실과 유사해지면서 환상과 현실 속에서 혼란해하는 미마의 모습과 드라마 속에서의 미마의 모습이 다시 한 번 뒤섞인 절묘한 오버래핑을 보여줍니다. 마치 세 개의 이야기가 서로 물리고 물리는 뱀과 같은 형상, 이 현실과 환상의 이중 삼중 구조는 얼마전 극장 개봉을 시작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셉션(2010)'을 떠올리게 하는 측면이 있는데요. 물론, 그동안 다양한 아니메에서 현실과 환상을 오고가는 이야기와 연출이 선보인 것이 사실입니다만, 마치 꿈에서 깨어나듯이 정신을 차리면 현실 속, 정신을 들고 보니 꿈 속 혹은 드라마 촬영 속이라는 퍼펙트 블루의 이야기 전개는 확실히 인셉션의 그것과도 닮은 부분이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교차편집은 후일 그의 또다른 대표작인 '천년여우(2001)'에서는 더더욱 능숙해지고 복잡해지며, TV 시리즈인 '망상대리인(2004)'에서는 더더욱 난해하게 얽히고 섥히게 됩니다만, 그 정도면에 있어서는 퍼펙트 블루가 적당하다고 보여지며, 천년여우가 가장 최적이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망상대리인이나 파프리카에 이르르면 식상해짐과 동시에 지나칠 정도로 복잡한 교차 편집에 살짝 거부감을 느낄 정도랄까요.

이렇게 적당한 현실과 환상의 혼합은 작품의 단조로움을 복잡하고 치밀한 스릴러로 탈바꿈시키게 됩니다. 그리고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와 맞물려 실사영화 이상의 미스테리함을 관객에게 선사하게 되는 것이죠.

ⓒ 1997 Madhouse Inc · REX Entertainment Co., LTD.



실사의 사실감과 만화영화의 상상력을 성공적으로 융합한 작품

펙트 블루는 만화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인 묘사와 감정 표현이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만화영화의 형태를 빌린 실사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동안 수많은 성인용 만화영화(물론, 야하다는 의미가 아닌 진정한 성인용이라는 의미에서, 물론 이 작품에서는 강간장면이나 누드씬과 같은 에로틱한 장면이 등장하기는 하지만)가 아니메에 등장해 왔지만, 이토록 완벽한 성인 만화영화는 몇몇 감독의 만들어내는 작품 외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토록 사실적인 만화영화를 만들면서 만화영화만이 표현해낼 수 있는 환상적인 묘사를 기가 막히게 혼합시킴으로써 작품의 단조로움과 식상함을 극적으로 상쇄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 만화적인 묘사가 만화영화다운 느낌을 주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의 리얼리티를 고스란히 유지하면서 몽환적이고 미스테리한 느낌만을 심어주었다는 점에서 여타의 만화영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게 되는 것입니다. 만화영화적인 상상력이 작품에 적극적으로 표현되지만 리얼리티와 현실감이 사그라들지 않는 콘 감독의 스타일은 이후에도 그의 작품에서 여러번 보여지게 되지요.

비록 콘 사토시 감독의 새로운 작품을 더는 볼 수가 없게 되었지만, 분명 퍼펙트 블루는 다양한 작품들이 넘쳐나는 아니메 속에서도 기억될만한 독특한 작품일 것입니다. 독창적인 이 연출 스타일이 그만의 스타일로 끝나버린 것이 아쉽기만 할 뿐이네요.

ⓒ 1997 Madhouse Inc · REX Entertainment Co., LTD.



<참고 사이트>

[1] 퍼펙트 블루, 베스트 아니메
[2] パーフェクトブルー, Wikipedia Japan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1997 Madhouse Inc · REX Entertainment Co., LTD.에게 있습니다.

※ 이 리뷰는 알라딘 이달의 TTB 리뷰 2010년 9월차에 선정된 글입니다. 


퍼펙트 블루 : 아웃케이스 없음 - 10점
곤 사토시 감독/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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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뛰어든 소년 소녀들

'무로 레이는 연방군의 기술자인 아버지 템 레이의 극비 프로젝트를 위해 어머니와 헤어지고 지구를 떠나 스페이스 콜로니 사이드 7으로 이주한 평범하고 내성적인 소년이다. 타인과의 교류에 익숙하지 않은 아무로는 연방군의 비밀병기 개발을 위해 항상 집을 비운 아버지 덕에 항상 혼자 지내며 메카닉을 만지는 일에만 몰두하면서 지낸다. 옆집에 사는 소녀 후라우와 스스로 설계한 애완용 로봇 하로만이 친하게 지내는 유일한 친구들.

한편, 지온군이 연방군의 신무기 개발계획을 탐색하기 위해 사이드7에 침투하면서 아무로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전화에 휩싸이고 만다. 피난 중에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본 아무로는, 충동적으로 운반중이던 연방군의 비밀병기 모빌슈트 건담에 탑승하여 익숙하지 않은 조종술로 지온군의 모빌슈트에 맞서게 된다.
'

건담의 첫 스타트는 이전까지의 로봇 아니메들과는 다른 출발을 보여주고 있다. 내성적이고 신경질적인 성격의 소년 주인공 아무로 레이, 게다가 그는 어머니와 오랫동안 떨어져 지냈으며, 일에만 매달리는 아버지 때문에 항상 외톨이인 체로 옆집 소녀만이 유일한 친구인 소년이다. 이런 주인공의 설정은 이제까지 우연하든 우연하지 않든 간에 로봇을 타게 되면서 사명감을 갖게 되는 다른 소년 히어로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주역로봇인 건담 역시 한 과학자의 노력의 결실로 태어난 사유물이나 특정 연구소 혹은 특수부대의 소유물, 또는 미지의 세계나 과거에서 온 불가사의한 유산이었던 그제까지의 로봇들과는 달리 전쟁을 위해 개발한 군의 소유물로 그려지고 있다. 이 군용병기를 우연한 사고로 인해 한 소년이 조종한다는 시작과 그로 인해 소년이 원치않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적군의 습격으로 인해 대다수의 군인들이 죽거나 다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소년들이 전쟁에 가담하는 상황은 아니메로서는 몹시도 현실적인 것이었다. 비록 로봇이 등장하는 만화영화였지만, 그 전개는 이제까지의 로봇 아니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드라마틱하고 현실적인 설정이었던 것이다.

건담이 군 프로젝트의 결과물이고 주인공인 아무로의 아버지가 건담 프로젝트에 참여한 엔지니어라는 사실은 마징가 Z에서 이어져온 '아버지(혹은 할아버지)가 만든 로봇, 조상들의 유산인 로봇을 타고 악과 맞서 싸운다.'라는 설정의 연장인 듯 싶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가지 내포된 의미도 더 있지 않을까 싶은데, '자식을 돌보지 않고 일에만 매진한 부모가 만든 로봇을 우연치 않게 그 자식이 조종하면서 스스로 성장의 도구로 삼는다.'라는 것으로, 기성세대에 대한 반발심을 품은 체 기성 사회에 뛰어든 젊은이가 마침내 그 안에서 스스로 나아갈 길을 찾아낸다라는 뜻으로 해석하면 어떨까 싶다. 이러한 전개는 후일 건담의 후속작인 '기동전사 Z 건담(1985)'에도 그대로 사용되는 설정이며, 아버지와 어머니가 만든 건담 MK II에서 자신이 직접 아이디어를 낸 제타 건담으로 옮겨타는 카미유나 아버지가 만든 건담에서 후일 자신이 직접 설계한 뉴 건담을 타게 되는 아무로의 모습은 성장과 독립이라는 테마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마침내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린 아무로를 포함한 소년과 소녀들은 전쟁의 참상과, 기성 세대들의 불합리함 속에서 갈등하고 성장하게 된다. 내성적인 소년 아무로는 스스로의 처지를 가엽게 여기고 곧잘 신경질을 부리지만, 그것이 곧 어리광이라는 것을 깨달아가기 시작하며, 막 소위에 임관한 새파란 청년 브라이트도 함장이라는 중책 속에서 소년들을 다독이며 혹독한 전투를 수행해가는 과정 속에서 어리숙함을 벗고 어른으로 성장하기 시작한다. 아무로를 보살피는 다정한 소녀 프라우나 얌전한 명문가의 영애 미라이, 지온공국 창시자의 딸로 공국의 반란 속에 신분을 숨긴 체 살아가는 세이라는 어려움 속에서 조용하지만 강인한 여성상을 보여준다. 뺀질거리는 카이와 성실한 하야토 등 다양한 인물군상은 작품의 드라마를 풍성하게 해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서로간의 갈등과 화해 뿐만 아니라 주변인들과의 교감, 나아가서 적과의 교감을 통해 하나의 인간으로 성장하게 된다. 특히 아무로의 경우는 동경하던 여인 마틸다 중위의 희생, 전우이자 든든한 형이었던 류 호세이의 죽음, 거기에 자신의 인생에 크나큰 전기를 마련하는 적장 란바랄의 장렬한 전사, 라이벌인 샤아의 연인이자 같은 뉴타입으로서 공감대를 형성했던 라라아의 죽음 등 셀 수 없는 전우들과 적군의 죽음 속에서 어른으로 성장하게 되는데, 그 과정은 '우주전함 야마토(1974)'나 '은하철도 999(1978)' 등에서 볼 수 있었던 타인의 희생을 통한 삶의 성찰이라는 테마를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건담에서는 이러한 죽음이 교훈을 주는 장치라기보다는 비정한 현실을 깨닫게 하는 장차라는데에서 아이들을 위한 작품이라기 보다는 좀 더 높은 연령층을 상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건담이라는 작품의 세계에서 그려지는 어른들은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삐뚤어진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담고 있는데, 이러한 모습은 마치 방황하는 사춘기의 소년이나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사회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을 표현하는 것과도 같았다. 즉, 교훈을 일깨워주는 과거의 아동용 아니메에서 독립적인 개성과 가치관을 가지려는 청소년들의 생각을 대변한 시각의 전환이 작품에서 행해진 것이다. 죽음과 희생, 그리고 이기적인 어른들의 틈에서 아이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현실을 깨닫고 일어서게 된다.

ⓒ SUNRISE · SOTSU Agency

건담 시리즈에서 특기할만한 점은 바로 여성이다. 그 어느 로봇물보다 여성에 대한 비중이 컸던 이 작품은 주인공이 끊임없이 여성을 동경하고 여성에 의지한다. 가족의 사랑을 받지 못한 외로운 십대의 모성결핍증에서 비롯된 것 같은 이 모습은 이후 토미노 감독의 작품에서 하나의 테마로 자리잡게 된다.


더이상 들러리가 아닌 살아있는 적의 등장, 붉은 혜성

담의 이야기에서 또다른 중요한 또다른 관점은 주인공들이 속해 있는 지구연방군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적군이라고 부를 수 있는 지온공국의 이야기 역시 비슷한 무게를 두고 진행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로봇물이 주인공측의 인물들의 이야기에 많은 비중을 두면서 상대편 측의 이야기에는 소홀했던 반면, 건담은 지온공국의 이야기에 상당한 비중을 쏟으면서 이제까지와는 다른 상대적인 시각을 제공하게 된다.

에피소드 상에서 지온공국의 비중이 높아진 것은 이전처럼 주인공들이 악당을 쳐부수는 로봇물에서의 흔한 전개가 아닌, 사람과 사람의 갈등 속에서 벌어지는 드라마를 의미하고 있었다. 1화에서 사이드 7에 침투한 자쿠의 조종사들이 건담을 탈취하기 위한 호승심을 부리는 것이나 건담의 성능을 보고 경악에 떠는 것 같은 모습은 개성없는 악당 엑스트라가 아닌 하나의 인간적인 모습인 것이다. 이런 장면들은 작품 내내 계속되는데, 지온군이든 연방군이든 이렇게 두려움이나 분노와 같은 다양한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확실히 이전까지는 볼 수 없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건담에서 그 누구보다 인상깊은 상대편 캐릭터는 바로 붉은 혜성이라 불리는 샤아 아즈나블이라는 미남자라고 할 수 있다.

지온공국의 창시자의 아들이었으나 측근인 데긴 소드 쟈비의 배신으로 인해 하루 아침에 집안이 몰락하고 신분을 숨긴체 살아야 했던 캬스발 램 다이쿤(샤아 아즈나블)은 복수를 위해 신분을 숨기고 지온공국의 촉망받는 에이스 파일럿으로 살아간다. 이처럼 주인공과 반대편에 서는 인물의 숨겨진 사연과 내제된 갈등은 작품의 관점을 다양한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친구이자 원수의 아들인 가르마 쟈비를 함정에 빠뜨려 아무로들의 손에 의해 죽게 만들 때 샤아가 보여준 음흉함과 복수의 감정은 오히려 아무로들을 조연급으로 전락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으며, 거기에 가르마를 죽게한 원수를 화이트베이스와 건담의 탓이라 생각한 가르마의 약혼녀 이세리아가 아무로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내용 역시 주인공 위주의 에피소드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방향 전개였던 것이다.

특히, 샤아의 경우는 단순하게 쓰러뜨려야할 적으로서 아무로와 대립하는 것 뿐만 아니라, 파일럿으로서의 개인적인 라이벌 의식(비록 주인공이었지만 일개 파일럿에 불과했던 아무로를 샤아는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 된다는 점 역시 주목할만한 설정이다.), 연인 라라아를 사이에 둔 연적(정확히는 같은 뉴타입으로서 라라아와 공명하는 아무로에 대한 질투)으로서의 갈등처럼 여러 측면에서 대립과 반목을 거듭하게 된다. 즉, 아무로가 샤아의 계속적인 방해 속에 적개심을 키우는 것처럼 샤아 역시 아무로에 의해 여러차례 좌절을 거듭하면서 적의를 키워가는 상대적인 갈등의 양상을 띄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둘의 갈등은 모빌슈트의 격전 중에 아무로에게 당할 위기에 처한 샤아를 대신해 건담의 빔 세이버를 맞고 산화해버리는 라라아의 죽음에 이르러 최고조를 이루게 된다. 아무로가 정의의 편이고 항상 샤아에 의해 좌절과 아픔을 겪는 것 뿐만 아니라 샤아 역시 아무로에 의해 좌절과 슬픔을 겪으면서 복잡한 이해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해를 끼치면서 벌어지는 복잡한 은원관계는 후일 제타 건담의 카미유와 제리드의 관계에서는 더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 애니메이션 인물열전: 아니메의 영원한 페르소나 샤아 아즈나블 (보러가기)

전장이라는 상황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어쩔 수 없이 상처와 아픔을 안겨주는 상황은 아무로와 샤아의 관계에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 화이트베이스를 이탈하여 방황하던 아무로가 지구에서 만난 적장 란 바랄과 그의 부인 하몬 랄의 경우에도 이러한 안타까운 인과관계를 볼 수 있는데, 비록 적장이지만 그에게서 큰 영감을 얻은 아무로가 결국 전장에서 란 바랄을 쓰러뜨리면서 슬픔과 죄책감 속에 한차원 더 성장하는 장면은 드라마틱한 동시에 란 바랄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아무로에게 잘못이 없음을 알고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으로 화이트베이스에 특공을 시도하는 하몬과 화이트베이스와 건담을 구하기 위해 부상을 입은 몸으로 하몬을 막고 스스로를 희생한 류 호세이의 이야기는 가슴 아픈 전장속에서 벌어지는 엇갈리는 인간의 운명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특히, 란 바랄과 하몬의 인물구도는 후일 여러 작품에서 오마쥬되기도 하는데, 대표적으로 선라이즈에서 분사한 본즈의 작품 '교향시편 에우레카 7'에서의 챨스와 레이의 모습을 들 수 있다.)

더이상 적은 생명이나 사고가 없는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주인공처럼 생각하고 갈등하고 화를 내고 겁을 내는 인간인 것이다. 다양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펼쳐내는 건담의 이야기는 분명히 로봇물, 아니 아니메를 성숙한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 SUNRISE · SOTSU Agency

전장을 가로지르는 엇갈린 운명의 실타래는 만화영화치고는 복잡한 은원관계와 인과관계를 형성하며, 각각의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병기와 로봇 사이의 딜레마

렇게 드라마틱하고 비극적인 이야기와 실로 수많은 사람들의 에피소드와 갈등이 접목되면서 아동 만화영화의 범주를 탈피한 건담이었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슈퍼로봇의 잔재는 여러 면에서 작품의 정체성을 방황하게 하는 요인이었다. 토미노 감독 스스로는 이 작품을 제대로 된 SF 만화영화로 만들고 싶었기에 원래 로봇의 등장 자체를 고려하지 않고 있었지만, 로봇 완구를 판매해야하는 스폰서의 입장에서는 천부당 만부당한 일이기도 했다. 결국 스폰서와 스탭 간의 조율 끝에 탄생한 모빌슈트였지만, 표현 상에서 리얼리티의 파괴를 막을 수는 없었다. 

최초로 이러한 장르(이 당시에는 건담을 리얼로봇이라 부르지 않았다)를 시도한 건담이었기에 참고할 수 있었던 것은 기존의 로봇물일 수 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자연스레 슈퍼로봇스러운 연출을 보여줄 수 밖에 없기도 했다. 빔 라이플과 바주카포와 같은 총기류로 전투를 수행하는 모빌슈트는 일보 진전한 설정이었지만, 건담이 장비한 빔 세이버의 경우에는 명백히 스타워즈의 영향을 받은 설정으로, 병기로서의 로봇과는 거리가 먼 설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애당초 판타지에 가까운 설정인 이 빔 세이버 자체가 제대로 된 SF를 표방한 건담과는 맞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당시 SF에 대한 개념이 그 정도 밖에 발전하지 못했던 환경 탓도 있었으며 또 한편으로는 그만큼 스타워즈의 영향력이 강했음을 입증하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특히, 스타워즈와 블레이드 런너, 그리고 에일리언 시리즈는 일본의 SF 아니메에 있어서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품들로, 수많은 아니메가 이 작품들의 설정을 빌려오기도 했었다.)

애초에 지온공국의 주력기로 등장한 모빌슈트 자쿠는 거의 전 시리즈를 거쳐 아무로와 건담이 상대해야할 모빌슈트로 기획되었지만, 시청률이 지속적으로 추락하자 다양한 적의 등장으로 극의 흥미를 유도하기 위해 여러 종류의 모빌슈트가 등장한 것 역시 슈퍼로봇 장르로의 일부 회귀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없었던 모빌슈트를 급작스럽게 디자인하면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모빌슈트, 또는 병기의 의미가 퇴색된 (슈퍼로봇에서나 봄직스러운) 디자인들이 일부 등장하는 것은 디자인인 측면에서도 슈퍼로봇의 잔재를 떨어내지 못하는 모습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MS들은 후일 수많은 팬들에 의해 제품 형식번호와 설계 배경과 같은 여러가지 의미가 추가되면서 병기로서의 존재의의를 부여받기는 하지만, 일부 모빌아머의 경우는 스토리에 집어넣기 위해 무성의하게 그려진 모습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한계이기도 했다. (특히 기이한 형상을 한 자쿠레로의 경우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오히려 건담이 사회적 현상이 되고난 후에는 이러한 레어한 모빌아머들은 일부 하드코어 마니아들에게 나름의 지지를 받기도 한다.)

병기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절구동부 측면에서 현실감이 떨어지는 메커니즘과 구도를 보여준 것 역시 지금에 와서 보면 리얼로봇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한 측면이었지만, 당대의 현실적인 작화기술을 감안했을 때 79년에 제작된 이 작품에 그 정도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무리한 측면이 있기는 하다. 그 외에도 무중력의 우주공간에서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MS에 대한 이론적인 뒷받침 역시 당시로서는 전무했으며, 이러한 여러 부족함은 후일 제타 건담에 이르러 대부분의 현실성을 확보하게 되기도 한다.

스폰서인 완구업체 크로바의 압박도 병기로서의 로봇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특히, 주역메카로서 상품화를 고려하고 있던 건담에 대한 스폰서의 요구사항은 당시 인기를 끌고 있었던 변신 합체로봇으로서의 기능이었다. 변신 합체라는 컨셉자체가 현실적인 병기의 이미지와 동떨어져 있었던 것이고, 그 때문에 고연령대의 작품을 만들고 싶던 토미노 감독이 애초에 배제한 컨셉이었지만, 첫방의 시청률 추락과 완구판매의 부진이 겹치면서 다급해진 크로바의 압력은 건담에게 이러한 슈퍼로봇의 아이덴티티를 부여시키게 한다. 건담에게 도입되는 코어파이터 시스템은 완구에 변신합체 시스템을 부여하고자 한 스폰서의 아이디어였으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생각했는지, G 아머 시스템을 도입하여 전차나 우주선의 형태로 건담의 일부 파츠를 활용하는 아이디어 등이 제시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짜맞추기식 변신합체 컨셉은 당연히 아이들에게는 먹혀들리가 없었다. 무엇보다 콤배틀러 V나 볼테스 V에서처럼 각 파츠가 또다른 변형을 통해 완벽한 로봇으로 변신합체하는 모습이 아닌, 건담과 G아머의 밋밋한 합체 시스템은 완구적인 가치가 떨어지는 형세였던 것이다.

저연령대를 위한 로봇물을 기대하던 스폰서와 고연령대를 위한 SF 드라마를 상정하던 토미노 감독간의 갈등과 견해차이는 건담에게 있어서 여러 측면에서 기존 로봇물의 범주에 머무를 수 밖에 없는 한계를 보여주었다.

ⓒ SUNRISE · SOTSU Agency



뉴타입의 등장, 그리고 건담의 참패

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던 시청률의 저하와 스폰서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 슈퍼로봇의 잔재는 계속적으로 건담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었다. 특히, 야심차게 등장했던 붉은 혜성 샤아 아즈나블의 경우에는 이러한 시청률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가르마 사후에 등장하지 못하는 불운을 겪기도 한다. 실제,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 샤아를 시리즈에서 배재하고자 하는 논의가 오고가던 중이었지만, 예상 외로 샤아의 퇴장을 반대하는 수많은 팬레터(대부분이 여성팬)가 도착하면서 시리즈 중반에 극적으로 복귀하기도 한다. (이것을 가르마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지고 좌천되었다가 다시 복귀하는 형태로 극의 전개를 부드럽게 이어가게 한 것은 스탭진의 노련미가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샤아의 좌천은 캐릭터의 베이스가 되는 '용자 라이딘(1975)'의 샤킨 왕자의 시리즈 중반 퇴장과 비슷한 원인 때문이었지만, 팬레터의 힘으로 다행히 샤킨의 전철을 밟지는 않았는데, 극중에서나 실제적으로나 건담의 주연급 남자 캐릭터들은 여성들의 비호를 받는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셈이었다.

시청률의 저하를 막기 위해 병기로서의 로봇이라는 이미지를 희석시키면서 다양한 로봇을 출격시켰던 시도 외에 행해졌던 또다른 시도는 바로 뉴타입이라 불리는 신인류의 등장이었다.

극 중에서 이 뉴타입은 보통의 인간이 느낄 수 없는 지각의 한계를 넘어선 인지능력으로 통상보다 빠른 대처력을 보여주는 일종의 초능력이었는데, 이 지각의 한계를 넘어선 이들은 별도의 통신장비 없이도 마치 텔레파시를 주고받듯 서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며, 비록 일면이지만 다가올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신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어찌보면 뉴타입의 등장은 빔 세이버와 함께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제다이의 능력을 연상시키는 측면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즈음의 일본은 초능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던 시기였던터라 이러한 뉴타입의 등장에는 아무래도 여러가지 현실적인 사정이 고려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비록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등장한 설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뉴타입이라는 개념은 다양한 드라마와 새로운 주제를 만들어내는 밑거름이 되었다. 특히, 기존의 올드타입인 인류가 가진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뉴타입의 존재는 '기성세대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의 주인이 되어라'는 청소년들을 향한 토미노 감독의 메시지와 같은 역할을 하였다. 바로 새시대의 주인공인 너희들이 뉴타입이다라는 의미와 같았던 것이다. 또한, 뉴타입으로서 서로 공명하고 시공간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은 전쟁과 미움으로 얼룩진 우주세기의 시대에 있어서 한줄기 광명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뉴타입인 아무로와 끝까지 맞서는 붉은 혜성 샤아 역시 극의 종반에 이르러 뉴타입으로서의 자질을 보이며, 그 역시도 성장하게 되는 점 또한 의미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뉴타입의 이야기는 제타 건담에 이르러서는 강화인간과 그들의 비극으로 진화하며 또다시 새로운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양분이 되기도 한다. (뉴타입의 의미와 그들의 비극은 '기동전사 건담 UC' 1화에서 비스트 재단의 당주인 카디아스 비스트가 소데츠키의 군인인 스베로아 진네만에게 포괄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제껏 당연하듯이 TV 앞에 앉아서 멋진 로봇의 출격을 기다리고 있던 소년들에게 적군을 맞아 멋지게 출격하기는 커녕, 로봇에 안타겠다고 신경질을 부리는 주인공과 얼떨결에 강습용 우주전함의 승조원이 되어버린 어린 소년 소녀들의 모습은 분명 흥미롭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전쟁 드라마적인 전개는 그 때까지의 로봇물이 매회마다 보여주었던 '주인공들의 일상→평화를 위협하는 악당들의 음모→음모를 막기 위해 출격한 주인공과 로봇→악당 로봇과의 사투 그리고 위기→필살기로 마침내 악당을 격파'로 이어지는 로봇물의 공식을 벗어나며 시청자들에게 큰 이질감을 느끼게 하였다. 물론, 요즈음에서야 건담의 전개가 익숙한 이야기 구조일지는 몰라도, 저연령대의 시청자의 비중이 더 높던 당시 아니메의 상황에서는 그 이질감이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 아닌,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비록 뉴타입이라는 개념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향한 청소년의 희망을 제시했지만, 전쟁의 참상과 상처뿐인 승리가 이탈한 시청자들의 마음을 붙잡지는 못했다. 이 와중에 작화감독으로서 작품을 상당 부분을 지탱해가던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병으로 인해 시리즈 후반부터 스탭진에서 제외된 점 역시 라스트 클라이막스의 부담으로 다가왔다. 대내외적인 악조건 속에 스토리는 축소되고 결국 아바오아쿠에서의 결전을 마지막으로 토미노 감독이 표방한 제대로된 SF 아니메를 향한 야심찬 시도는 상처뿐인 실패를 맞이한다. 시청률 참패, 완구판매 부진 등 건담의 끝에는 참담한 결과만이 남게된 것이다. 로봇물에서 SF를 가정한 현실적인 접근, 복잡한 인과관계와 치밀한 세계관이 적용된 전쟁 드라마, 그리고 새시대의 희망과 비전을 제시한 뉴타입의 이야기는 바야흐로 역사 속으로 서서히 묻혀가고 있었다.

('기동전사 건담(2부) - SF 로봇 전쟁 드라마의 서막' 끝. 3부에 계속)

ⓒ SUNRISE · SOTSU Agency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ガンダム, Wikipedia Japan
[2] 기동전사 건담 - 제1화 건담 대지에 서다! 外 by 디제, 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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