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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식장갑 가이버 (1986), 強殖装甲ガイバ / Bio Booster Armor Guyver


ⓒ 高屋良樹 · 徳間書店


<정보>

◈ 원작: 타카야 요시키(高屋良樹)
◈ 감독: 와타나베 히로시(渡辺浩)
◈ 각본: 이부 몬타(伊武紋太) - 아시다 토요오의 필명
◈ 캐릭터 디자인: 인도리 코야(いんどり小屋)
◈ 작화감독: 마쓰시다 하루미(松下浩美)
◈ 미술감독: 아라이 토라오(新井寅雄)
◈ 음악: 난바 타다시(難波正司)
◈ 기획/제작: 반다이 / 아시다 토요오, 가토 나카테루(加藤長輝), 아사카 타카오(浅賀孝郎)
◈ 제작사: 애니메이트 필름, 스튜디오 라이브, 반다이 비주얼, 무빅
◈ 저작권: ⓒ 高屋良樹 · 徳間書店 · BANDAI
◈ 일자: 1986.12.13
◈ 장르: SF, 액션, 히어로
◈ 구분/등급: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시놉시스>

비밀결사 조직 크로노스에서 생체실험을 받고 있던 피험자가 탈출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피험자는 크로노스 소유의 유니트라는 물건을 탈취한 체 도주했는데, 이 유니트는 아주 먼옛날 지구에 방문했던 고도의 문명을 지닌 이성인 강림자가 남긴 유산으로 크로노스의 일급기밀이기도 했다. 크로노스의 조직원들은 유니트를 회수하기 위해 혈안이 된다.

한편, 평범한 고등학생인 후카마치 쇼는 소꿉친구인 미유키를 좋아하지만, 미유키의 마음은 학생회장 마키시마 아키토에게 쏠려 있었다. 섭섭한 마음에 미유키의 오빠인 테츠로와 근처의 호수를 거닐던 쇼는 크로노스의 조직원과 탈출한 피험자의 격투 중에 폭발로 멀리 날아온 유니트를 발견하게 된다. 호기심에 유니트를 만지작 거리던 쇼는 갑자기 살아있는 유기체 처럼 덤벼드는 유니트에게 삼켜져 호수에 빠져 버리고, 때마침 기괴한 괴물로 변신한 크로노스 대원과 나머지 조직원들에게 테츠로가 포위되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하는 순간, 쇼는 유니트가 변화한 이상한 갑옷을 입은 체 호수에서 모습을 드러내는데...


<소개>

토쿠마 서점의 '월간 소년 캡틴'을 통해 1985년부터 현재까지도 연재 중인 타카야 요시키의 초장기 연재만화를 원작으로 한 극장용 아니메. 27년의 장기연재도 연재지만 현재까지 발행된 단행본의 수가 겨우 27권이라는 사실도 놀랍다. 연재가 한참 이뤄지던 1997년, 소년 캡틴이 폐간되면서 2년에 가까운 휴식기를 갖게 되었던 이 작품은 1999년 카도카와 서점의 '월간 에이스 넥스트'를 통해 다시 연재를 시작하지만, 에이스 넥스트마저 2002년 폐간된 후에는 '월간 소년 에이스'에서 연재를 재개하는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기에 이른다.([1],[6] 참조) 하지만 이런 상황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작가의 연재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느리고 더디다. 게다가 코믹스를 본 팬들이라면 알겠지만 곳곳에 재사용 컷들이 무척이나 자주 등장해주고 있다. 세밀한 생체병기를 일일이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이해가 가지만 캐릭터의 얼굴과 같은 컷도 여기저기 틈날 때마다 재사용하는 등, 엄청나게 더딘 연재 속도를 무색케 하는 효율적인(?) 작업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으시다.

ⓒ 高屋良樹 · 徳間書店 · BANDAI

히어로 물에 가까운 모습이지만 그 기저에는 가면 라이더 시리즈에서 이어져온 특촬물스러운 분위기가 깔려 있으며(이는 애초에 소년 캡틴 편집자의 기획의도를 반영한 것이라 한다.), 기기묘묘한 생체병기 조아노이드들이 등장하는 점에서는 여타의 히어로물과는 다른 호러틱한 괴수영화의 뉘앙스가 느껴지고 있다. 초반부만 하더라도 큰 몰입도를 주기에는 다소 밋밋한 스토리로 진행되던 가이버는 3권의 쇼와 아버지와의 골육상잔의 비극을 기점으로 드라마틱한 전개를 보여주더니, 4권에서 마사키가 밝히는 강림자와 크로노스의 충격적인 진실부터는 상당한 몰입감을 선사하게 된다. 

거대한 비밀결사 조직 크로노스가 이야기 진행 중에 지구를 손아귀에 넣는 부분 역시 동일한 장르의 히어로 액션물과는 성격이 다른 흥미있고 심오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전반적으로 마이너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지만, 큰 스케일의 흥미로운 설정(그에 비해 이야기의 밀도나 세기는 다소 떨어짐)과 다양하고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의 등장, 정교하고 세밀한 생체병기 디자인 등 작품 곳곳에서 풍기는 매력은 기대 이상이라 하겠다. 특히, 강림자에 의한 창세기와 그 뒤에 숨겨진 미스테리와 같은 부분은 마이너한 SF 코믹스에서는 기대하지 못했던 심오한 설정이기도.

생체병기의 설정과 디자인은 특촬물스러운 분위기를 적절히 수용하여 굉장히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매 단행본마다 설정 디자인의 일부를 공개하는데, 여기서 등장하는 타카야 요시키가 그려낸 생체병기의 세심한 설정을 엿볼 수 있다. 생체병기인 조아노이드나 조아로드, 그리고 강식장갑인 가이버 외에도 강림자의 우주선이나 크로노스의 거대한 방주, 크로노스 지배의 상징 크라우드 케이트 등 작품의 세계관을 구성하는 굵직굵직한 컨셉은 무척이나 대단한 스케일을 자랑하고 있다. 이것은 이 작품이 단편 OVA 정도로 표현하기에는 그 덩치가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가이버의 첫번째 영상 소프트는 최초에는 OVA로 기획되었나 결국 극장에서 상영되었다. 아시다 토요오 휘하의 스튜디오 라이브의 작화팀 인도리 코야의 가세로 캐릭터 디자인은 아시다 토요오의 스타일이 진하게 베여 있다. 본 작품은 단행본 1권의 내용을 기반으로 했기에 전반적으로 작품의 모양새는 프롤로그에 가까운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하겠다. 아시다 토요오는 본 작품에서 각본과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있다.


강식장갑 가이버 ACT I (1989) 


<정보>

◈ 감독: 이시구로 코이치(石黒光一)
◈ 감수: 타카야 요시키, MAX 와타나베(MAX渡辺)
◈ 구성/각본: 타카야 프로덕션 / 산조 리쿠(三条陸)
◈ 캐릭터 디자인: 오오모리 히데토시(大森英敏)
◈ 미술감독: 히가시 쥰이치(東潤一)
◈ 음악: 코로쿠 레이지로(小六禮次郎)
◈ 기획/제작: 타카시나 미노루(高梨実), 사와노바리 마사키(沢登昌樹) / 카토 나카테루
◈ 제작사: 애니메이트 필름, 반다이 비주얼, 무빅
◈ 저작권: ⓒ 高屋良樹 · 徳間書店 · BANDAI
◈ 일자: 1989.09.25 ~ 1990.02.25
◈ 장르: SF, 액션, 히어로
◈ 구분/등급: OVA (6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소개>

극장판 이후 다시 제작된 6부작 OVA. 다소 어둡고 호러적인 성인취향의 느낌을 주는 작품이기에 당시로서는 OVA가 가장 이상적인 매체라 할 수 있겠다. 원작자인 타카야 요시키가 직접 감수를 맡고, 코가와 토모노리의 제자로 '성전사 단바인(1983)', '중전기 엘가임(1984)', '기갑전기 드라고나(1987)'과 같은 작품에서 작화감독을 맡아온 오오모리 히데토시가 캐릭터 디자인을 맡고 있다. 그 때문인지 캐릭터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같은 코가와의 제자이기도 한 키타즈메 히로유키의 그것과 어딘지 모르는 유사함을 보여주고 있다. 극장판의 설정을 무시한 체 다시금 원작의 1권에 해당하는 이야기부터 내용이 진행되며, OVA 맞게 일부 내용은 축약과 각색이 가해졌다. 생각 이상의 작화 퀄리티와 원작의 분위기에 가까운 시리어스함으로 인해 꽤 기억에 남는 OVA가 되었다.


강식장갑 가이버 실사판 (1991, 1994) 


<정보>

◈ 감독: 스티브 웡(Steve Wang) 外 - 1편 / 스티브 웡 - 2편
◈ 각본: 죠 우 주니어(Joe Woo Jr.) - 1편 / 스티브 웡 - 2편
◈ 1편 캐스팅: 잭 암스트롱(Jack Armstrong), 마크 해밀(Mark Hamill), 비비안 우(Vivian Wu) 外
◈ 2편 캐스팅: 데이빗 헤이터(David Hayter), 캐씨 크리스토퍼슨(Kathy Christopherson)
◈ 프로듀서: 브라이언 유즈나(Brian Yuzna) - 1편 / 스티브 웡 - 2편
◈ 배급: 뉴라인 시네마
◈ 저작권: ⓒ ?
◈ 일자: 1991.03.18 / 1994.04.20
◈ 장르: SF, 액션, 특촬, 히어로
◈ 구분/등급: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소개>

미일 합작의 가이버 실사영화. 가이버라는 작품이 북미에서도 나름의 인지도를 갖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전체적인 느낌은 일본식 특촬물을 미국 스탭들이 제작했다는 느낌을 주며, 중국계 연출가인 스티브 웡이 전담한 2편에 이르면 홍콩 무협액션물과의 공통분모도 느껴진다. 스토리나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는 그다지 뛰어나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전형적인 B급 SF 액션물이지만, 코스튬 디자인에서는 저예산 특촬물을 능가하는 리얼리티를 보여주어 놀라움을 안겨주기도 했다.(물론 스토리는 병맛)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루크 스카이워커를 맡았던 마크 해밀이 조연급으로 출연하면서 화제가 되었는데, 그로 인해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DVD 등에는 마치 주연처럼 표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실사영화의 내용은 으례 대부분의 아니메 원작 북미영화가 그러하듯 원작과는 전혀 다른 미국식 액션어드벤쳐를 표방한 스토리이다.

한편 기대 이상의 인기를 얻어내자 후속편도 제작되기에 이르는데, 1편만큼의 완성도는 아니라 하겠다. 한국의 경우 이 2편 DVD를 1편 DVD처럼 판매하여 1편을 기대하고 DVD를 구입했던 소수의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엘로스도 그 중 한명)

☞ 괴작열전: 가이버 by 페니웨이™ (보러가기)


강식장갑 가이버 ACT II (1992) 


<정보>

◈ 감독: 하시모토 나오토(はしもとなおと), 야마토시 야스오(山吉康夫)
◈ 감수: 타카야 요시키, MAX 와타나베(MAX渡辺)
◈ 구성/각본: 타카야 프로덕션 / 立川元教
◈ 캐릭터 디자인: 오오모리 히데토시
◈ 미술감독: 나카야마 마스오(中山益男), 原田謙一
◈ 음악: 코로쿠 레이지로, 카와무리 에이지(川村栄二)
◈ 기획/제작: 도요타 켄지(豊田賢司), 사와노보리 마사키 外 / 시미즈 오사무(清水修)
◈ 제작사: 히어로 커뮤니케이션즈, KSS, 무빅
◈ 저작권: ⓒ 高屋良樹 · 徳間書店 · ?
◈ 일자: 1992.02.20 ~ 1992.08.21
◈ 장르: SF, 액션, 히어로
◈ 구분/등급: OVA (6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소개>

괜찮은 완성도를 보여준 6부작 OVA에 이은 후속 OVA. 제작사가 교체되고 연출진도 이전 시리즈와는 다르다. 제작과정에서 일부 잡음도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그 때문인지 전반적인 완성도는 기대 이하이며 특히 작화면에서 원 OVA 시리즈에 비해 이질감도 있고, 퀄리티도 떨어진다. 로스트 넘버의 등장과 앱톰의 복수로 이어지는 단행본 5권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강식장갑 가이버 TV (2005) 


<정보>

◈ 감독: 아키야마 카즈히토(秋山勝仁)
◈ 총감수/설정: 타카야 요시키
◈ 시리즈 구성/각본: 타케가미 쥰키(武上純希) / 타케가미 쥰키, 고바야시 야스코(小林靖子)
◈ 캐릭터 디자인: 우마코시 요시히코(馬越嘉彦), 마츠바라 노리히로(松原徳弘)
◈ 작화감독: 이케다 유우지(池田裕治), 사와다 마사토(沢田正人)
◈ 미술감독/미술감수: 시미다 아키오(嶋田昭夫) / 고바야시 시치로(小林七郎)
◈ 음악/노래: 마츠오 하야토(松尾早人) / 레이리, BONNIE PINK
◈ 프로듀서: 스즈키 토모코(鈴木智子), 카타기리 다이스케(片桐大輔)
◈ 제작사: OLM, 강식장갑 가이버 제작위원회
◈ 저작권: ⓒ 高屋良樹 · 徳間書店 · 強殖装甲ガイバー 製作委員会
◈ 일자: 2005.08.06 ~ 2006.02.23
◈ 장르: SF, 액션, 히어로
◈ 구분/등급: TVA (26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소개>

ACT 2로부터 13년만에 재시동된 가이버의 첫 TV 시리즈. ACT2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다시 원작의 1권부터 새로이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리메이크 작이 되었다. 전 26화로 원작의 10권까지 해당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실로 오랜만의 리메이크임에도 불구하고 완성도는 기대 이하로 평가되고 있다. 만들 때마다 매번 1화부터 리부트하면 도대체 언제쯤 뒷 이야기를 그리겠냐 말이다.


<참고 사이트>

[1] 強殖装甲ガイバー, Wikipedia Japan
[2] 強殖装甲ガイバー (1986), allcinema.net
[3] 強殖装甲ガイバー (1989~1990), allcinema.net
[4] 強殖装甲ガイバー II (1992), allcinema.net
[5] 強殖装甲ガイバー GUYVER THE BIOBOOSTED ARMOR <TV> (2005), allcinema.net
[6] 강식장갑 가이버(強殖装甲ガイバー) 1986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7] The Guyver, Wikipedia
[8] Guyver: Dark Hero, Wikipedia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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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인이 있다! (1986), 11人いる! / They were 11


ⓒ 小学館 · KITTY FILM


<정보>

◈ 원작/구성: 하기오 모토(萩尾望都)
◈ 감독: 데자키 사토시(出崎哲), 토미나가 쓰네오(富永恒雄)
◈ 각본: 이마이즈미 토시아키(今泉俊昭), 코이데 카즈미(小出一巳)
◈ 캐릭터 디자인: 스기노 아키오(杉野昭夫)
◈ 작화감독: 시미즈 케이조(清水恵蔵)
◈ 미술감독: 히가시 쥰이치(東潤一)
◈ 음악/노래: 후쿠다 야스히코(福田裕彦) / 카와카미 신이치로(川上進一郎)
◈ 기획/제작: 오치아이 시게카즈(落合茂一) / 타카 히데노리(多賀英典)
◈ 제작사: 키티 필름, 매직버스, 토호 주식회사(배급)
◈ 저작권: ⓒ 小学館 · KITTY FILM
◈ 일자: 1986.11.01
◈ 장르: SF, 드라마, 스릴러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시놉시스>

워프로 인해 먼 은하계까지 진출하게 된 인류는 수세기 사이에 수많은 혹성국가를 형성하며 거대한 세력을 형성했다. 사바계나 세글계와 같은 여러 이성인들과 조우하며 전쟁과 화해를 반복하던 은하계는 성간연맹의 형성과 함께 공존의 시대로 넘어갔으며, 우주시대를 짊어질 새로운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성간연맹이 창설한 코스모 아카데미도 어느덧 120년의 역사를 맞이하게 되었다. 코스모 아카데미는 우주학의 모든 것을 가르치는 그야말로 우주 최고의 교육기관으로 모든 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으며, 코스모 아카데미의 졸업생은 우주의 엘리트로 그 어떤 은하계에서든 그 지위를 보장받게 된다. 3년마다 거행되는 코스모 아카데미의 입학시험에는 전우주에서 어마어마한 수의 지원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테라계 시베리스 출신의 타다토스 렌(이하 타다)도 그들 중 하나.

1차 시험과 2차 시험을 통과한 타다는 이제 마지막 3차 시험만을 남겨놓고 있다 3차 시험은 10명씩 조를 이뤄 아카데미에서 지정한 우주선에서 치루어진다. 타다와 나머지 9명은 우주복으로 갈아입고 지정된 우주선으로 이동을 하게 된다.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은체 버려진 듯한 이 우주선의 이름은 에스페란자 호. 에스페란자호에 도착한 아카데미 응시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분명 10명이 이 우주선에 오는 것으로 되어 있었는데, 도착하고보니 11명의 인원이 있는 것이다. 모두 자신들이 정당한 응시자들이라 주장하는 상황. 과연 초대받지 않은 손님은 누구란 말인가. 3차 시험은 이 에스페란자호에서 53일간 생활하는 것이며,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선내의 붉은색 박스의 스크램블 버튼을 누르는 것 외에는 외부와의 통신은 일절 불가능하다. 그리고 버튼을 누르는 순간 참여자 전원이 시험에서 탈락하게 된다. 타다 일행들은 53일 동안의 긴 시험을 무사히 끝마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초대받지 못한 손님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인가.


<소개>

순정만화의 신으로까지 불리는 거장 하기오 모토의 중편 SF 만화를 원작으로 한 극장 아니메. 원작은 '별책 소녀코믹'에 1975년 9월부터 11월호에 걸쳐 연재된 작품으로, 친구이자 라이벌인 타케미야 케이코의 '지구로(1977)'보다 2년 먼저 순정 만화와 SF의 접목을 시도한 선구적인 작품이다. 그러나 SF적인 요소는 배경으로서의 설정일 뿐 실제로는 미스테리 스릴러의 공식을 취하고 있는 독특한 작품으로 말 그대로 미래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추리물이라는, 만화로서는 이례적이고 매력적인 설정을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지구로보다 먼저 등장한 이 작품은 77년도에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으나 아니메는 오히려 지구로보다 나중인 1986년에 이르러서야 제작된다. 제작사는 키티 필름으로, 당시 자체 스튜디오를 구비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실제 제작은 매직 버스에서 이루어 졌다. 키티 필름의 대표작인 '시끌별 녀석들(1981~1986)'이나 '메존일각(1986~1988)', '란마1/2(1989~1992)' 등이 스튜디오 딘에서 제작된 것과는 다른 선택이었는데, 이로 인해 매직 버스를 설립한 데자키 사토시가 작품의 공동 감독으로 선임되었으며, 데자키 사토시의 동생인 (얼마전 세상을 떠난) 리미티드 아니메 연출의 대가 데자키 오사무의 파트너 스기노 아키오가 본작의 캐릭터 디자인으로 참여하게 된다. 스기노 아키오의 참여는 11인이 있다에 있어서 천군만마와도 같은 것으로, 이미 '에이스를 노려라(1973,1979)'에서 순정만화 캐릭터를 멋지게 셀로 이식한 스기노의 필체는 이 작품에서도 변함없는 아우라를 뽐내고 있다.

에스페란자 호에 도착한 응시생들이 10명이 아닌 11명이 승선한 사실을 알고 놀라는 장면과 함께 등장하는 타이틀롤이 인상적인 인트로는 앞으로 작품이 어떤 색체를 띌 것인가를 잘 보여주는 특색있는 도입부다. 독특한 화면분할과 감각적인 광원효과 등으로 화면 자체를 드라마틱하게 꾸려가는 동생 오사무와 달리 형인 사토시는 정통파 연출가라고 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작품은 담백하면서도 이야기에 중점을 둔 정통 드라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소 밋밋한 연출은 하기오 모토가 창안해낸 서스펜스와 미스테리스러운 이야기로 인해 상쇄되고 있으며, 말 그대로 스토리 텔링이라는 기본기에 충실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각자 하나씩의 비밀을 품고 있는 응시생들, 직관력을 통해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지닌 주인공 타다는 그 능력으로 인해 오히려 다른 이들의 의심을 사게 되며, 스스로도 에스페란자 호에 얽힌 알 수 없는 데자뷰로 인해 혼란스러워 하게 된다. 이러한 갈등과 오해가 얽히고 섥히며 이야기는 상당히 좋은 흡입력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프롤의 묘한 매력도 작품에서 빠져서는 안될 매력 포인트. 다만, 상당히 어두운 무언가를 보여줄 것 같았던 전개에 비해 초대받지 못한 마지막 1명의 정체가 드러나는 결말 부분은 다소 밋밋한 느낌을 준다. 만화영화 치고는 꽤 높은 서스펜스를 선사하고 있지만 죽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갈등의 해소도 몹시 깔끔한 편이라 보는 이들에 따라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원작과는 달리 엔딩 크레딧에는 11명의 에필로그가 그려지고 있다. 여기에 로맨틱한 카와카미 신이치로의 엔딩 테마 '나의 오네스티'까지 흐르니 확실히 엔딩 부분은 오프닝과는 사뭇 다른 뉘앙스인 셈. 전체적으로 긴장감 넘치는 인트로부터 갈등과 미스테리, 그리고 적절한 드라마가 조합된 본편을 지나 모든 갈등을 완벽히 해소한 엔딩으로 흘러가는 전개는 86년도의 작품, 그리고 만화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다지 문제는 없다. 다만, 수많은 미스테리 물들을 접해온 요즘의 관객들이게는 갈등의 여지가 남지 않는 깔끔한 엔딩이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한국에서도 KBS를 통해 11인의 우주용사라는 제목으로 방송되었다. 모두 입시생들인데 우주용사라니 매번 느끼는 거지만 당시의 네이밍 센스는 어떤 면에서는 놀랍기까지 하다. 반면에 만화영화가 어린이들 것이라는 인식과 분위기 속에 어린이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작품의 주제나 의미와는 전혀 다른 제목을 선택하는 당시 방송 제작자들의 고충도 알 듯 싶다.

☞ 11인이 있다 - 서스펜스와 스릴러, 그리고 기본이 있다. (보러가기)


<참고 사이트>

[1] 11人いる!, Wikipedia Japan
[2] 11人いる! (1986), allcinema.net
[3] They Were 11 (movie), ANN
[4] 11인이 있다!(11人いる!) 1986,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小学館 · KITTY FILM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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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더 무비 (1986), Transformer the Movie


ⓒ MCMLXXXVI SUNBOW Productions Inc · HASBRO Inc


<정보>

◈ 감독/보조 프로듀서: 넬슨 신(신능균)
◈ 각본: 론 프리드맨(Ron Friedman)
◈ 오리지널 컨셉 디자인: 플로로 데리(Floro Dery)
◈ 캐릭터/배경 디자인: 가브리엘 호요스(Gabriel Hoyos)
◈ 콘티: 피터 정(Peter Cheung), 김주인, 오정환, 박시옥, 심상일, 데이비드 신, 정수영 外
◈ 총 애니메이션 감독: 모리시타 코죠(森下孝三)
◈ 애니메이션 감독: 죤 패트릭 프리맨(John Patrick Freeman)
◈ 보조  애니메이션 감독: 야마우치 시게야스(山内重保)
◈ 치프 애니메이터
: 츠노다 코이치(角田絋一)
◈ 키 애니메이터: 사사카도 노부요시(佐々門信芳), 백남열 外
◈ 음향감독: 월리 부르(Wally Burr)
◈ 음악/노래: 빈스 디콜라(Vince DiCola) / 라이온 - 주제가
◈ 제작총지휘: 마가렛 로쉬(Margaret Loesch), 리 건더(Lee Gunther)
◈ 프로듀서: 조바칼(Joe Bacal), 톰 그리핀(Tom Griffin)
◈ 제작사/애니메이션 제작
: 마블 프로덕션, 선보우 프로덕션, 하스브로 / AKOM 프로덕션, 도에이 동화
◈ 저작권: ⓒ MCMLXXXVI SUNBOW Productions Inc · HASBRO Inc
◈ 일자: 1986.08.08
◈ 장르: SF, 로봇, 모험,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시놉시스>

거대한 인공행성이 평화로운 로봇 생명체들의 행성 리쏜에 다가오고 있었다. 리쏜에 그대로 충돌하여 중심부로 모든 것들을 빨아들이는 가공할 이 인공행성의 정체는 바로 유니크론이라 불리는 초거대 트랜스포머. 오토봇의 리더에게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매트릭스만이 자신을 파괴할 수 있는 유일한 물체라는 것을 알게 된 유니크론은 오토봇들의 별 사이버트론으로 진로를 바꾸어 서서히 전진하게 된다.

한편, 사이버트론을 디셉티콘에게 빼앗긴 오토봇들은 사이버트론의 위성에 전진기지를 설치하고 디셉티콘에게 반격태세를 갖추고 있는 중이었다. 반격을 위한 에너지 보급이 충분하지 않음을 파악한 오토봇의 리더 옵티머스 프라임은 디셉티콘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극비리에 지구로부터 보급을 지시하지만, 첩자에 의해 이 중요한 기밀이 디셉티콘의 리더 메가트론에게 새어나가고 만다. 오토봇의 보급선이 부족함을 파악한 메가트론은 곧바로 디셉티콘에게 공격명령을 내리게 되는데...


<소개>
 

오토봇의 리더 옵티머스 프라임. ⓒ MCMLXXXVI SUNBOW Productions Inc · HASBRO Inc

1984년 미국에서 방영되어 커다란 인기를 끌었던 트랜스포머 TV 시리즈의 극장용 만화영화. TV 시리즈에서 실질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을 맡았던 도에이 동화와, 한국의 하청업체 AKOM 프로덕션이 주축이 되어 제작한 작품으로, TV 시리즈의 프로듀서였던 넬슨 신이 극장판의 감독을 맡는 등, 핵심 스탭진에 대거 한국 애니메이터들이 참여하여 한국 애니메이션의 저력을 보여준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애초에 트랜스포머는 일본의 완구업체인 타카라가 런칭한 다이아크론과 뉴 미크로맨 브랜드에서 파생된 상품이었다. 1980년과 81년에 각각 런칭한 이 두 브랜드는 일본 내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으나, 리얼로봇의 붐으로 인해 프라모델이 로봇완구의 자리를 대치하고 있던 당시의 상황 속에서 타카라 역시 프라모델 사업에 뛰어들면서 아니메로는 제작되지 못했으며, 그러던 84년 타카라가 미국의 대표적 메이저 완구 브랜드인 하스브로 컴퍼니 측에 두 브랜드를 수출하게 되면서 일대 전기를 맡게 된 것이다. (80년대 중반부에 다이크론과 뉴 미크로맨 브랜드는 한국에서도 판매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중 다이아배틀스 완구는 84 태권브이 완구의 원형이 되기도 하였다.)

하스브로는 이 브랜드를 수입한 뒤, 미국 판매용 브랜드로 새로이 제품을 디자인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인간이 탑승하는 로봇이 아닌, 생명을 가진 변신 로봇으로 컨셉이 바뀌게 된다. 상품화가 완료된 후 제품 홍보를 위한 TV 애니메이션 역시 기획에 들어가게 되는데, 아동용 완구의 특성상 만화영화만한 홍보 수단이 없었기 때문으로 이는 이미 일본의 로봇 아니메 시스템에서 검증된 결과였다. 로봇 애니메이션에 대한 노하우가 없는 미국에서는 제작이 불가능한 상황, 자연스레 애니메이션 제작은 일본에 하청을 주는 것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을 무렵, 신동헌 감독의 제자인 한국계 애니메이터 넬슨 신에 의해 애니메이션 제작은 새로운 국면을 맡게 된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송락현님의 포스트와 페니웨이님의 포스트를 참고하시길.

☞ 트랜스포머 시리즈 by 송락현 (보러가기)
☞ 트랜스포머 특집 #1: 트랜스포머 애니메이션의 시작과 발전 by 페니웨이 (보러가기)

TV 시리즈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넬슨 신과 AKOM 프로덕션은 트랜스포머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특히, 대부분의 콘티를 한국계 애니메이터들이 작업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 할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재미교포로 이제 막 애니메이션계에 발을 들인 신예 피터 정의 실력과 센스는 감독인 넬슨 신을 놀라게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극장판은 일본 로봇 아니메에서도 보기 힘든 다이나믹한 장면 설정과 카메라 워크를 보여주며 TV 시리즈의 퀄리티를 한차원 더 뛰어넘은 영상미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모리시타 코죠나 츠노다 코이치, 사사카도 노부요시와 같은 일본 로봇 아니메의 베테랑들이 참여가 큰 힘이 되어준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지시한 대로 하청작업만을 해오던 한국 애니메이션계의 수준을 감안할 때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내용은 시즌 1과 2가 끝나고 시즌 3이 시작되기 전의 중간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며 일부 주역 캐릭터들이 이 극장판에서 최후를 맡는 등 당시 트랜스포머의 팬들에게는 상당히 충격적인 전개가 눈길을 끈다. 특히, 주인공 격인 오토봇의 리더 옵티머스 프라임(콘보이)의 최후는 당시 아이들에게는 꽤나 놀라운 전개이기도. 옵티머스의 뒤를 이어 핫로드가 로디머스 프라임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라스트 클라이막스는 상당히 인상적인 씬이긴 했으나 옵티머스 프라임의 인기가 워낙 높은 덕에 이 전개는 후일 많은 팬들로부터 격렬한 항의를 듣게 되며 결국은 추후 시리즈에서 옵티머스가 부활하는 것으로 일단락 된다. 덕분에 새로운 주인공 로디머스 프라임의 존재감은 미약해져버리기도.

오토봇의 새로운 리더 로디머스 프라임. ⓒ MCMLXXXVI SUNBOW Productions Inc · HASBRO Inc

극장판에서 첫 등장하는 유니크론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데쓰스타를 연상시키는 압도적인 크기의 인공행성이 초 거대 로봇으로 변신하는 장면은 이제까지의 로봇 아니메를 통틀어 가장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하고 있다. 로봇 아니메 메카 일본에서조차 이 정도의 거대한 로봇이 등장하는 작품은 드문 편. 거대함과 압도적인 위압감 덕분에 이후 후속 시리즈에서도 여러번 재등장하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볼 때 로봇 아니메를 표방하고 있으나 생명체를 지닌 로봇이라는 점에서 미국식 히어로 애니메이션과의 교집합이 더 많은 SF 판타지 히어로물에 가깝다 할 수 있다.

최종 극장판 수익은 약 5백80만 달러로 기대한 만큼의 빅히트를 기록하지는 못했다.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평가절하 되는 부분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 오히려 마이클 베이의 실사영화보다 스토리 완성도나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완성도는 높다고 판단된다. 실사영화의 이야기와 스토리보드를 그대로 86년도 극장판 퀄리티의 만화영화로 구성한다든지 혹은 역으로 86년 극장판을 실사영화 수준의 CG 영화로 만든다고 상상해보면 좋을 듯. 일본에서는 여러가지 알려지지 않은 사정에 의해 개봉되지 않았는데, 이 때문에 시즌 3에서 주인공인 옵티머스 프라임이 사망한 체로 시작되면서 팬들에게 혼선을 주기도.

여러모로 한국 애니메이션계에 한 획을 그을 수도 있는 기회를 준 작품이었으나 결국 시즌 4를 끝으로 AKOM 프로덕션은 제작에서 물러나게 되고 트랜스포머에서 수확한 값진 노하우는 여전히 한국 애니메이션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못한 체 하청 작업에 의존하는 행태는 계속되고 만다. 이는 애니메이터나 애니메이션 업계만의 문제가 아닌 산업 전반과 사회적, 문화적 인식에 문제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참고 사이트>

[1] トランスフォーマー, Wikipedia Japan
[2] トランスフォーマー ザ・ムービー, Wikipedia Japan
[3] The Transformers: The Movie, Wikipedia
[4] Transformers: The Movie (U.S.), ANN
[5] 트랜스포머 더 무비, 위키피디아
[6] 트랜스포머,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MCMLXXXVI SUNBOW Productions Inc · HASBRO Inc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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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감상기에는 부득이하게 작품의 내용과 결말의 일부분이 이야기되고 있으니 작품의 결말을 알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 Makoto Shinkai / CoMix Wave Films


<스탭>

◈ 감독: 신카이 마코토
◈ 원작: 신카이 마코토
◈ 제작: 코믹스 웨이브 필름


<시놉시스> 

초등학교 시절 단짝친구로 지내온 타카기와 아카리. 아카리가 갑작스레 동경에서 멀리 떨어진 북쪽의 토치기로 전학가게 되면서 둘은 행복했던 초등학교 시절을 뒤로 한 체 헤어지게 된다. 중학교에 다니면서 서로 편지로 안부를 주고 받던 둘이었으나, 고교진학을 앞두고 타카기마저 동경에서 멀리 떨어진 남쪽의 카고시마로 전학을 가게 된다. 아카리와의 거리가 더더욱 멀어지는 것을 염려한 타카기는 이사를 떠나기 전 아카리를 만나기 위해 토치기로 갈 것을 결심하게 된다. 세심히 기차시간과 환승역을 살피고 7시에 아카리와 역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뒤 역에 타카기는 기차에 오르지만 갑작스레 폭설이 내리면서 시간은 지체되기만 한다. 아카리가 상처받을 것이 걱정되는 타카기. 하지만 하늘은 이런 타카기의 초조함을 모르는지 연신 눈을 퍼붓고, 결국 열차는 선로 위에 멈춰서고 마는데...


우주에서 하늘로, 그리고 지상으로 옮겨져온 신카이식 사랑이야기

카이 마코토 감독의 '별의 목소리(2002)'부터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2004)', 그리고 이번 '초속 5cm(2007)'에 이르기까지 감독이 이야기하는 테마와 소재는 동일합니다. 피치못할 사정으로 떨어지게 된 남녀의 애틋한 감정과 그리움, 그리고 그것을 통한 성장과 깨달음. 우주라는 머나먼 시공으로 인해 이별하게 된 남녀의 이야기에서부터 영문도 모른 체 혼수상태에 빠져 자신에게 연락을 하지못하는 그녀가 자신을 버린 것이라 생각하며 살아가는 남자 주인공의 이야기를 지나 초속 5cm에서는 전학으로 인해 서로 멀리 떨어져 버린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전작의 이야기들이 외계문명과 우주탐사대(별의 목소리)나 분단된 일본의 사이에 위치한 신비한 탑(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과 같은 판타지스러운 배경과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했던 반면, 이번 작품은 현실적인 배경을 소재로 한 이야기입니다. 판타지나 SF스러운 소재가 사라짐으로써 작품은 이전 작들에 비해 보다 더 이별과 그리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스케일이 작아진만큼 이야기의 디테일은 더욱 농밀해졌으며, 등장인물들의 수가 적어진만큼 주인공들의 감정선은 마음에 더 가까이 와닿습니다. 그로 인해 이제까지의 신카이 감독의 작품 중에서 가장 서정적인 작품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관객에게 주는 인상은 깊습니다.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려져왔던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가 과연 만화영화로 얼마나 설득력있게 그려질 수 있을까요. 이미 진부할대로 진부한 소재의 멜로 드라마가 과연 만화영화로 그려진다고 얼마나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을까요. 게다가 신카이 감독 자신 역시 이 비슷한 소재를 이미 세번이나 스크린에 그려왔기에 영화를 보기 전에 이미 작품에 대한 선입견은 그다지 기대가 높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결국 깊은 여운의 바다로, 그리움의 저편으로 관객들을 이끌어 가게 됩니다.

ⓒ Makoto Shinkai / CoMix Wave Films


마음을 정화시키는 아름답고 깨끗한 미술

속 5cm의 매력을 몇 배로 끌어올려주는 힘은 바로 서정적이면서도 놀랍도록 세밀하고 선명한 배경미술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상당히 정적인 작품으로 장면과 장면간의 호흡이 긴 롱테이크도 많고 캐릭터들의 움직임도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지루한 작품입니다만, 아름다운 배경으로 인해 그러한 지루함은 오히려 아름다운 배경을 천천히 감상하는 여유로움으로 바뀝니다. 벚꽃이 만발한 도입부의 화사한 봄 배경은 마치 눈부신 봄햇살을 받으며 벚꽃구경을 나온 것과 같은 느낌을 줍니다. 광원효과나 원근감을 부여한 것과 같은 각종 그래픽 효과는 서정적인 배경을 더욱 돋보이게 하며, 처음부터 풀 HD 구현을 목표로 했던 작품인지라 그 선명도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훌륭합니다. 극장이나 블루레이로 감상한 관객들이라면 이야기에는 감동하지 못하더라도 아름다운 배경에는 만장일치로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울 수 밖에 없을 겁니다. (포토샵의 엄청난 힘을 느끼는 대목이기도 하지요.)

아름답고 세밀한 것은 배경 뿐만 아니라 사물에도 적용되는 이야기입니다. 칠판을 지우는 모습이나 편지지에 글씨를 쓰는 장면, 열차표에 형광펜으로 노선을 따라 선을 긋는 장면 등에서부터 차창거울에 비춰지는 기차의 실내모습, 오래 써서 천이 헤진 기차 시트 등, 세심한 부분에까지 상당한 묘사가 수반되고 있습니다. 신카이 감독 본인은 이번 초속 5cm의 경우 전작인 구름의 저편... 에 비해 묘사의 밀도를 줄이고 단순화 시킬 수 있는 부분은 단순화했다고 언급하긴 했습니다만, 어지간히 주의깊게 보지 않고서야 두 작품 간의 밀도 차이를 느끼는 것은 힘들 듯 싶군요. 이것은 풀 HD로 제작된 선명한 화질도 한 몫을 하는 듯 싶습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장소는 실제 일본의 장소를 배경으로 하여 이 장소를 가본 일본 관객들에게는 친밀감을 주기도 합니다. 2화의 배경이 되는 다네가지마의 경우는 작품에서처럼 실제로 우주항공 관련 설비들이 위치하고 있다고 하지요. 초속 5cm는 이렇게 실제 세상과의 거리를 좁혀 드라마의 리얼리티를 살리려는 흔적이 엿보입니다. 다만 감독 본인도 이미 밝혔듯이 그런 구도와 조건 안에서 실제 작품은 상상력에 근거한 비주얼로 채워지게 됩니다. 한 여름에 로케한 이와후네 역이 작품에서는 눈덮인 한겨울로 묘사되는 부분 등이 바로 그러한 것으로, 현실적인 배경이면서도 초속 5cm의 세계는 왠지 모를 판타지의 한자락의 느껴진다 하겠습니다. 마치 추억 속에 기억되는 그 옛날의 어느 장소인 것처럼 말입니다.

ⓒ Makoto Shinkai / CoMix Wave Films



사춘기의 사랑을 테마로 한 소년과 소녀의 성장이야기

학으로 인해 멀리 떨어지게된 초등학교 시절의 소꿉친구. 연인 사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이 둘의 이야기는 사실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한 숱한 비련의 연인들에 비해 임팩트도 약하고 신선미도 떨어집니다. 사춘기 시절의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을 어른이 되어서까지 간직하고 지내는 순정적인 남자 주인공의 인생 이야기...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이 밋밋한 스토리가 생각 이상의 진한 여운을 가져다 주는 것은 드라마틱하지 않은 평이함으로 인해 전해지는 공감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누구나 한번쯤 비슷한 상황 겪었을 듯한 그런 현실적인 상황, 그저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평범한 진리로 인해 맺어지지 못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잔잔하고 긴 롱테이크와 세심한 감정 표현으로 고급스럽게 그려집니다. 평범한 사랑이야기는 아름다운 배경으로 인해 눈이 시리도록 절절하게 느껴지고, 서로에게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주인공들의 나약함은 관객들에게 그들과 같이 안타까워하고 그리워하도록 만들어 줍니다. 이것은 절제된 감정을 배경과 상황으로 은유적으로 묘사해낸 연출의 힘이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의 풋풋한 사랑을 간직한 체 아이에서 소년으로,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이 애틋한 감정이 추억으로 변해가는 성장이라는 테마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비록 안타까운 그리움이 가득하지만 그 끝은 마냥 슬프지만은 않은 일말의 희망과 전진을 엿볼 수 있습니다. 2화에서 끝내 타카기에게 고백하지 못한 체 그와의 거리를 느끼고 절망한 카나에가 타카기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우주로 향해 쏘아올려진 로켓의 장관 역시 현재의 슬픔과 괴로움에 안주하지 않고 내일과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긍정적인 가치관의 은유적 표현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물론, 이토록 답답한 주인공들의 모습은 연애감정의 표현에 소극적인 일본적 감성의 표현이기도 한지라 우리의 관점에서 공감을 못하거나 답답해하는 부분도 있기는 합니다만.)

ⓒ Makoto Shinkai / CoMix Wave Films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

카기와 아카리의 풋풋한 헤어짐과 애틋한 재회, 타카기를 짝사랑하는 카나에의 슬픈 순애보, 타카기의 방황과 추억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연작단편 형태로 구성한 것은 꽤 세련되고 멋진 전개가 아닌가 합니다. 각 편 사이에 벌어진 여러 이야기를 새로운 에피소드의 시작으로 잘라낸 것은 마치 연극의 무대 전환과도 같은 여운을 안겨준다고 하겠는데요. 세심하고 아름다운 배경과 세련되면서도 절제된 이러한 연출방식으로 인해 초속 5cm는 평범한 소재를 고급스러운 드라마로 변주해내게 됩니다.  

정적이면서 절제된 이야기는 3화의 클라이막스에 다다르면 갑자기 급반전하게 됩니다. 일본인들에게 익숙하고 유명한 야마자키 마사요시의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가 흐르면서 이제까지의 고요한 전개와는 달리 뮤직비디오처럼 수많은 이야기들을 빠른 속도로 화면에 풀어놓습니다. 이것은 이제까지 절제되어왔던 감정을 노래와 함께 쏟아내는 듯, 조용하면서도 격정적이고 드라마틱합니다. 혹자에겐 다소 생뚱맞은 불친절한 전개가 아닌가 하는 불평도 들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이 라스트는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많은 설명 없이도 전해지는 그리움과 회한, 아쉬움과 애틋함이 녹아든 음악의 라스트에 이르러 그려진 극적인 조우와 신기루 같은 이별은 긴 여운을 남기며 마지막 엔딩을 향해 흐릅니다. 어찌보면 초속 5cm는 이 라스트의 드라마틱한 뮤직 비디오를 위한 한 편의 긴 프롤로그였는지도 모릅니다.

초속 5cm는 소심하면서도 평범했던 어느 남녀의 풋풋한 시절을 아름답고 정갈한 터치로 그려낸 미셀러니(경수필)와도 같은 작품입니다. 깊이 있는 메시지나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추억을 생각하게 하는 공감과 평안함이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당신이 언젠가 해보았음직한, 그리고 고단한 삶으로 인해 잊고 지내던 풋풋한 사랑의 추억. 그 여운은 초속 5cm의 느린 속도로 다가오지만 그 파문은 마음 속에서 오랜동안 물결치고 있을 겁니다.

ⓒ Makoto Shinkai / CoMix Wave Films



☞ 초속 5cm DVD 리뷰 (바로가기)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Makoto Shinkai / CoMix Wave Films에게 있습니다.

※ 이 리뷰는 알라딘 이 달의 TTB 리뷰 2011년 4월차에 선정된 글입니다.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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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의 극장 아니메 시리즈>

1. 루팡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 (1979)
2.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1984)
3. 명탐정 홈즈 (1984)
4. 천공의 성 라퓨타 (1986)
5. 이웃집 토토로 (1988)
6. 마녀 배달부 키키 (1989)
7. 붉은 돼지 (1992)
8. 원령공주 (1997)
9.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2001)
10. 하울의 움직이는 성 (2004)
11. 벼랑위의 포뇨 (2008)
12. 바람이 분다 (2013)

천공의 성 라퓨타 (1986), 天空の城ラピュタ / Castle in the Sky 


ⓒ 二馬力 · 徳間書店


<정보>

◈ 원작/감독/각본: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 작화감독: 탄나이 츠카사(丹内司)
◈ 미술감독: 야마모토 니죠(山本二三), 노자키 토시로(野崎俊郎)
◈ 원화두목: 카나다 요시노리(金田伊功)
◈ 원화: 마에다 마히로(前田真宏), 코사카 키타로(高坂希太郎), 콘도 카츠야(近藤勝也), 나쿠라 야스히로(名倉靖博)
◈ 음악/노래: 히사이시 조(久石譲) / 이노우에 마즈미(井上杏美)
◈ 프로듀서: 타카하타 이사오(高畑勲)
◈ 기획/제작: 야마시타 타츠미(山下辰巳), 오가타 히데오(尾形英夫) / 토쿠마 야스요시(徳間康快)
◈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
◈ 저작권: ⓒ 二馬力 · 徳間書店
◈ 일자: 1986.08.02
◈ 장르: 모험,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시놉시스>

어두운 밤 한 척의 비행선이 하늘을 날고 있다. 정부 비밀조사단 소속의 이 비행선에는 묘령의 소녀가 갖혀 있었는데, 조사단 소속의 한 남자에게 무언가를 말하라는 위협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한편 이 비행선을 공적(하늘의 도적) 도라 일당이 습격한다. 이들의 목적은 예의 그 소녀. 혼란을 틈타 소녀는 자신을 위협하던 그 남자의 옷주머니에서 펜던트를 빼앗은 뒤 비행선에서 탈출을 시도한다. 해적과 조사단의 사이에서 위태하게 비행선 벽에 매달려 있던 소녀는 발을 헏디디는 바람에 그만 비행선에서 떨어져 지상으로 추락하고... 엄청난 속도로 추락하는 소녀는 이내 정신을 잃고 말지만,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만다. 소녀의 목에 걸린 펜던트가 강렬하도록 눈부신 푸른 빛을 내뿜자 소녀는 이내 그 빛에 감싸이면서 낙하하는 속도가 줄어들어 마치 깃털이 땅위로 내려앉듯 천천히 하강하게 된 것이다.

한편, 광산마을에서 견습기계공으로 사는 씩씩한 고아소년 파즈는 저녁 야식을 준비하러 바깥에 나오는 순간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하늘에서 왠 푸른 빛에 감싸인 무언가가 내려오는 것을 본 것이다. 푸른 빛에 다가간 파즈는 이내 그것이 한 소녀임을 알아보게 된다. 떨어지는 소녀를 붙잡은 파즈. 펜던트의 빛이 서서히 꺼지자 깃털처럼 가볍던 소녀가 갑자기 본래의 무게를 되찾고 만다. 가까스로 소녀를 구한 파즈. 과연 이 소녀는 누구이며, 펜던트가 가진 비밀은 무엇일까.


<소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에 이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번째 극장 아니메. 토쿠마 서점의 출자로, 85년 6월에 창립된 애니메이션 제작회사 스튜디오 지브리의 첫번째 극장 아니메로써, 후일 지브리의 신화의 서막을 연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하늘에 떠있는 신비의 도시 라퓨타를 무대로 하여 판타지와 스팀펑크가 공존하는 매력적인 세계가 일품이며, 하늘을 향한 동경, 기술 문명주의에 대한 경고, 유럽식 목가생활의 정겨운 묘사, 페미니스트적인 캐릭터 설정 등 나우시카에 이어 미야자키식 스타일을 다시 한 번 정립한 작품이다. 다만, 메시지에 좀 더 치중했던 나우시카와 달리 라퓨타는 어드벤쳐에 중점을 둔 미야자키식 오락물을 표방하고 있다. 이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첫작품으로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어야 한다는 토쿠마 서점의 기획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걸리버 여행기에 등장하는 하늘을 나는 섬 라퓨타를 모델로 하고 있으나, 하늘을 나는 섬이라는 컨셉 외에는 걸리버 여행기와 큰 유사한 점은 없다. 오히려 캐릭터나 일부 전개는 미야자키의 전작 '미래소년 코난(1978)'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다. 라퓨타로 가는 열쇠와 그 비밀을 간직한 소녀 시타는 태양 에너지의 비밀을 알고 있는 라오 박사의 손녀 라나를 연상시키며, 시타와 함께 험난한 모험에 뛰어든 소년 파즈는 역시 라나를 지켜주는 괴력의 소년 코난을 생각나게 한다. 여기에 라퓨타를 손에 넣으려하는 무스카는 인더스트리아의 행정국장 레프카를, 공적인 도라 일당은 다이스 선장과 바라쿠다호의 선원들과 비교된다. 라스트에 라퓨타를 손에 넣은 무스카에 대항하여 맨몸으로 싸우는 파즈의 모습은 거대 비행선 기간트를 손에 넣은 무스카와 기간트에게 맨몸으로 대적하는 코난과 유사하다.

어드벤쳐로서의 완성도는 상당히 높다. 스팀펑크적인 설정들이 적용된 도라 일당의 비행기와 비행선 타이거모스는 이전까지 보여준 미야자키의 메카닉과는 또다른 서민적인(?) 맛이 살아 있는데, 특히 겉으로는 모두가 두려워하는 공적이지만 실상은 비행선 안에서 빨래하고 요리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그들의 모습은 인간적이면서도 코믹한 매력이 있다. 타이거모스의 여자두목 도라의 경우는 미야자키의 모친을 모티브로 했다는 이야기가 있으며, 후일 이들 공적의 모습은 미야자키의 '붉은 돼지(1992)'에서 다시 한 번 등장할 뿐만 아니라 '라스트 엑자일(2003)', '교향시편 에우레카 7(2005)', '망념의 잠드(2008)' 등을 통해 다른 형태로 여러번 오마쥬되기도 한다. 

☞ 하늘의 로망 공적, 그 흔적을 찾아서 (바로가기)

히로인인 시타는 나우시카와는 달리 좀 더 수동적이고 여성적인 이미지로 그려지고 있는데, 이는 전작 코난의 라나나 '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1979)'의 클라리스로 이어지는 미야자키식 히로인의 또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특히 본작에서 어린 소녀인 시타에게 이성으로서의 감정을 느끼는 공적들의 모습에서는 왠지 모르게 미야자키의 로리타적 취향이 느낄 수 있다고 하겠다. 이와 함께 라스트에 펼쳐지는 무차별한 인명살상 장면 역시 전 연령가 가족 만화영화로서는 다소 적절치 못한 장면이 아닌가 싶은데, 직접적인 살상장면의 묘사는 없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대량살상 장면은 후일 미야자키가 감독한 뮤직비디오 'On Your Mark(1995)'에서도 다시 한 번 엿볼 수 있다.

고대 초문명의 비밀을 간직한 소녀, 그리고 그녀를 도와주는 정의감 넘치는 소년, 그들을 쫓는 비밀 조직 등 라퓨타의 일련의 테마는 안노 히데아키의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1990)'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는 애초에 TV 시리즈로 제작할 목적으로 미야자키가 NHK에 제출했던 기획안이 실현되지 못하자 이를 미야자키가 라퓨타의 스토리 원안으로 가져다 쓴 것을 십수년이 흐른 뒤 자사에 남아있던 미야자키의 기획안을 바탕으로 NHK가 가이낙스에게 작품을 의뢰했기 때문이었다. 

ⓒ 二馬力 · 徳間書店

엔터테인먼트와 교훈적 측면에서 적절한 밸런스를 갖춘 수작이지만 흥행은 기대 이하로 저조했다. 라퓨타가 벌어들인 흥행수익 5.83억엔([4] 참조)는 지브리 역대 흥행성적 중 가장 낮은 것이기도. 이는 당시 미야자키나 스튜디오 지브리의 네임밸류가 그만큼 대중들에게는 생소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낮은 흥행성적과는 달리 애프터 마켓에서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게 되는데, 1988년의 니혼 TV 방송에서는 12.2%의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1989년의 금요 로드쇼에서는 22.6%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TV 재방송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비디오 소프트 시장에서도 선전하며 지금까지도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 셀러로서 자리매김하게 된다. 여기에 제41회 마이니치 영화 콩쿨 오후지 노부로 상, 제9회 월간 아니메쥬 아니메 그랑프리 작품상, 제4회 일본 아니메 페스티벌 아니메 대상/아톰상/미술부분 최우수 상 등 86년도의 숱한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나우시카에 이어 다시 한 번 작품성을 인정받기에 이른다. 여기에 키네마 준보 86년도 베스트 10 일본 영화 8위/독자선정 일본영화 2위에 오르는 등, 저조한 흥행성적과 달리 평단과 관객은 라퓨타의 진가를 인정해준 셈이었다.([1] 참조)

일본 내에서의 극찬을 받으며 89년에는 스트림라인 픽쳐스를 통해 영국에서, 2003년에는 디즈니를 통해 미국에서 개봉되었다. 미국 개봉당시에는 원제인 라퓨타가 스페인어로 창녀를 의미한다는 지적이 있어 'Castle in the Sky'로 제목이 변경된다. 2004년 4월30일에는 CJ를 통해 한국에서도 개봉되었으나 흥행성적은 그다지 신통치 못했다. 영화의 완성도나 모든 면에서 탑클래스의 수작임에는 분명하지만 왠지 모르게 극장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던 비운의 작품이기도 하다.


<참고 사이트>

[1] 天空の城ラピュタ, Wikipedia
[2] 天空の城ラピュタ(1986), allcinema.net
[3] 천공의 성 라퓨타, 엔하위키 미러
[4] 천공의 성 라퓨타(天空の城ラピュタ) 1986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二馬力 · 徳間書店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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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다리아 (1986), 童話めいた戦史 ウインダリア / Windaria


ⓒ あいどる · カナメプロダクション


<정보>

◈ 원작/각본: 후지카와 케이스케(藤川桂介)
◈ 감독: 유야마 쿠니히코(湯山邦彦)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이노마타 무츠미(いのまたむつみ)
◈ 메카닉 디자인: 코하라 쇼헤이(小原渉平), 토요마스 타카히로(豊増隆寛), 사토 토모히코(佐藤智彦)
◈ 애니메이션 코디네이터: 카게야마 시게노리(影山楙倫)
◈ 미술감독: 카츠마타 게키(勝又激)
◈ 레이아웃: 하야시 타카푸미(林隆文), 모우리 카즈아키(毛利和昭)
◈ 메인 애니메이터: 이노마타 무츠미, 카게야마 시게노리, 모우리 카즈아키, 무라나카 히로미, 고바야시 토시미츠, 고다 히로아키 外
◈ 음악/노래: 유키 사토시(門倉聡) / 아라이 아키노(新居昭乃)
◈ 기획/제작: 오노데라 슈이치(小野寺脩一), 나가오 아키히로(長尾聡浩)
◈ 제작사: 카나메 프로덕션(カナメプロダクション), Idol(あいどる)
◈ 저작권: ⓒ あいどる · カナメプロダクション
◈ 일자: 1986.07.19
◈ 장르: 드라마, 로맨스,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북쪽의 왕국 파로와 남쪽의 왕국 이사의 중간에 위치한 작은 마을 윈다리아. 이곳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은 붉은 빛을 발하는 새가 되어 하늘로 승천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이즈는 심성이 고운 아내 마린과 함께 윈다리아 마을에서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었으나, 파로와 이사의 전쟁이 발발하자 마린의 근심을 뒤로 한 체 출세를 위해 거대한 전쟁의 소용돌이에 뛰어들게 된다.

한편, 파로의 왕자 지르와 이사의 공주 아사나는 서로가 깊이 사랑하는 사이. 둘은 양국의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동분서주하지만, 운명을 결국 둘을 전쟁터로 이끌게 된다. 전장에서 서로가 적으로 만나는 지르와 아사나. 한편, 이사의 편에서 싸우던 이즈는 출세와 탐욕에 눈이 멀어 파로의 스파이가 되고 만다. 마린은 잊어버린체 사치와 향락에 젖어버린 이즈. 그러나 그의 선택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데...


<소개>

일본을 대표하는 미형 캐릭터 디자이너 이노마타 무츠미의 아름다운 캐릭터가 빛을 발한 작품으로, 카나메 프로덕션의 첫번째 극장 아니메가 되겠다. 카나메 프로덕션의 'BIRTH(1983)'는 극장 개봉작이긴 하지만, 이는 OVA로 제작된 작품을 극장에서 개봉한 사례(이런 사례 중에서는 BIRTH가 첫번째에 해당)인지라 온전한 극장용 아니메로는 윈다리아가 그들의 첫 작품인 셈이다. '환몽전기 레다(1985)'를 통해 유명세를 탄 이노마타 무츠미의 캐릭터는 윈다리아에 이르러 더더욱 세련되고 미형적인 모습으로 재탄생한다. 전형적인 눈 크고 입 작은 일본식 미형 캐릭터지만, 무츠미의 캐릭터는 그렇고 그런 여느 아니메 캐릭터의 수준을 넘어서는 미학적인 포스가 느껴진다. 동시대에 그 정도의 아우라를 지닌 캐릭터를 그릴 수 있는 여성 디자이너는 '오렌지로드(1987)'의 다카타 아케미 정도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이는 둘 모두 소설 삽화와 일러스트로도큰 인지도를 얻고 있는 것도 한 몫을 한다 하겠다.)

TV 시리즈 한 편과 서너 편의 OVA가 고작인 소규모 제작사 카나메 프로덕션으로서 당시 극장용 아니메의 도전은 상당한 모험이 뒤따르는 것이었다. 극장 아니메 제작을 위해 카나메 프로덕션은 '마징가 Z(1972)'부터 '우주전함 야마토(1974)', '은하철도 999(1978)' 등 숱한 히트 아니메의 각본을 집필해온 소설가 겸 방송작가인 후지카와 케이스케에게 각본을 부탁했으며, 그로 인해 중세 유럽 판타지 풍의 배경 위에 스팀펑크 적인 메카닉이 등장하는 신비로운 세상과, 엇갈리는 두 쌍의 남녀 커플 간의 애틋한 사랑, 그리고 비극적인 드라마가 조합된 한 편의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만들어지게 된다.

ⓒ あいどる · カナメプロダクション

애초에 윈다리아는 3편의 옴니버스 형태로 카나메 프로덕션 내에서 3개의 팀으로 나뉘어 각 에피소드를 담당하는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1] 참조), 결국에는 1편의 극장용 아니메로 완성된다. 윈다리아는 바로 이 3개의 에피소드 중 세번째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감독은 유야마 쿠니히코로 이노마타 무츠미와의 세번째 감독&작화감독 콤비작이기도 하다.(물론, 이전 아시 프로덕션 때의 몇몇 작품에서도 같이 작품에 참여한 적은 있다.) 이미 '요술 공주 밍키(1982)'를 통해 드라마틱한 결말을 보여주었던 유야마 감독은 본작에서 또 한번 드라마틱하면서도 비극적인 로맨스를 연출하게 된다. 여기에 무츠미의 아름다운 캐릭터가 더해져 감정의 이입이 더더욱 극대화되었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비극적인 로맨스를 표방하고 있지만, 마니아적인 색체를 갖고 있는 카나메 프로덕션의 취향은 완전히 억제되지 않아, 중간중간 등장하는 독특한 형태의 메카닉에서 이러한 욕구들이 분출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전체적으로 작품의 내용 전개와는 큰 상관이 없는 이러한 메카닉 소품의 등장은 역시 제작사의 취향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주인공 이즈 역은 아무로 레이의 성우 후루야 토오루가 맡았는데, 후일 이노마타 무츠미가 삽화를 맡은 후지카와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 '우주황자(1989)' 극장 아니메에서도 다시 한 번 주인공 역으로 캐스팅 되기도 한다. 80년대를 대표하는 완성도 높은 극장 아니메를 만들면서 위상을 드높인 카나메 프로덕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몇 년 뒤 역사 속으로 묻히고 만다.


<참고 사이트>

[1] ウインダリア, Wikipedia Japan
[2] ウインダリア, allcinema.net
[3] 윈다리아, 엔하위키 미러
[4] 윈다리아(ウインダリア) 1986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あいどる · カナメプロダクション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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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온 (1986), アリオン / Arion


ⓒ 安彦良和 · THMS


<정보>

◈ 원작/감독/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야스히코 요시카즈 (安彦良和)
◈ 각본: 야스히코 요시카즈, 타나카 아키코 (田中晶子)
◈ 미술감독: 카네코 히데토시 (金子英俊)
◈ 디자인 협력: 야마기시 료코 (山岸凉子)
◈ 작화감독 보좌: 타카하시 쿠미코 (高橋久美子), 오오하시 요시미츠 (大橋誉志光)
◈ 원화: 시오야마 노리오 (塩山紀生), 카미무라 사치코 (神村幸子), 카나야마 아키히로 (金山明博), 치기라 코이치 (千明孝一), 토키테 츠카사 (土器手司) 外  
◈ 음악/노래: 히사이시 조 (久石譲) / 고토 쿄코 (後藤恭子)
◈ 구성: 카와마타 치아키 (川又千秋)
◈ 기획/제작: 토쿠마 서점 (徳間書店), 선라이즈 / 오가타 히데오 (尾形英夫), 나카가와 히로노리 (中川宏徳), 야마다 테츠히사 (山田哲久)
◈ 제작사: 선라이즈, 토호 (배급)
◈ 저작권: ⓒ 安彦良和 · THMS
◈ 일자: 1986.03.15
◈ 장르: 모험,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앞을 못보는 어머니 데메테르와 함께 살고 있는 밝고 명랑한 소년 아리온. 사실 아리온은 풍요의 여신으로 불리웠던 어머니 데메테르와 바다의 신 포세이돈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모종의 이유로 두 모자는 제우스의 감시 아래 인간 세상과 떨어져 신계(神界)에서 조용히 살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날 무섭게 생긴 한 사나이가 아리온과 데메테르를 찾아온다. 데메테르에게 세상으로 나올 것을 권유하는 정체불명의 사나이. 데메테르는 단호하게 이를 거절하지만, 사나이는 데메테르의 눈을 낫게 해주는 약초를 찾자며 아리온을 속여 인간계로 도망친다. 이 사나이의 정체는 하데스. 제우스의 형으로 동생 제우스와 포세이돈에게 하늘과 바다를 빼앗기고 저승을 다스리는 신세로 전락한 하데스는 이에 앙심을 품고 포세이돈의 아들인 아리온을 이용해 제우스를 암살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소개>

토쿠마 서점의 만화잡지 '류'에서 연재되고 있던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 '크러셔 죠(1983)'에 이은 야스히코의 두번째 극장 아니메이며, TV 시리즈 '거신 고그(1984)'를 포함하면 그가 세번째로 감독을 맡은 작품이다. 앞선 두 작품에 이어 이번에도 원작과 감독, 각본, 캐릭터 디자인, 작화감독에 이르는 원맨쇼를 펼친 작품이다. 당시의 애니메이터, 아니 현재까지 일본의 모든 애니메이터를 통틀어 이 정도의 원맨쇼를 펼칠 수 있는 인물은 야스히코 외에 미야자키 하야오와 신카이 마코토가 유일하며, 상업용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한정하면 미야자키와 야스히코가 유일하다.

당시 카도카와 서점과 극장 아니메 시장에서 격돌하고 있던 도쿠마 서점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를 통해 미야자키의 잠재력을 깨달은 뒤 85년 스튜디오 지브리를 설립해 미야자키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여전히 카도카와와 맞서기에는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는지 또 한명의 스타 플레이어를 영입할 계획을 세우는데, 그가 바로 야스히코 요시카즈인 것이다. 야스히코는 83년 크러셔 죠를 통해 카도카와가 제작한 '환마대전(1983)'과 극장시장에서 맡붙은 경험이 있었다.(결과는 환마대전의 승리) 이로 인해 도쿠마 서점은 미야자키와 야스히코라는 최고의 원투펀치를 갖추게 된 셈이다. (물론, 당시 미야자키의 네임밸류는 야스히코만큼이 아니었다. 야스히코가 스타 작화가였다면 미야자키는 이제 막 이름을 알린 중고 신인이라고나 할까)

다만 이미 선라이즈에 둥지를 튼 야스히코이기에 애니메이션 제작은 선라이즈가 담당하게 되었고, 야스히코의 대작 극장 아니메 제작을 위해 선라이즈 유수의 애니메이터들이 대거 참여하게 된다. 작화감독 보좌를 맡은 타카하시 쿠미코는 '기동전사 건담 UC(2010)'의 캐릭터 디자이너 겸 작화감독으로 현재까지도 야스히코와 인연을 맺고 있으며, '태양의 송곳니 다그람(1981)'과 '장갑기병 보톰즈(1983)' 등에서 총작화감독을 맡은 시오야마 노리오, '시티 헌터' 시리즈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게 되는 카미무라 사치코, '무적로보 트라이더 G7(1980)', '최강로보 다이오쟈(1981)'의 총작화감독 카나야마 아키히로, 후일 '라스트 엑자일(2003)'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치기라 코이치, '더티 페어' 시리즈의 캐릭터 디자이너 토키테 츠카사 등 한 작품의 작화감독 급 인재들이 대거 원화맨으로 참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후일 '카우보이 비밥' 시리즈를 통해 아니메 일류 캐릭터 디자이너로 성장하게 되는 카와모토 토시히로가 동화 파트에 이름을 올리는 등([3] 참조), 스탭 구성은 엄청난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이는 모두 야스히코 요시카즈라는 당대 최고의 작화가의 밑에서 일하고 싶다는 애니메이터들의 바람에 의한 것이기도 했다.

ⓒ 安彦良和 · THMS

극장 아니메의 영상미는 당대 톱클래스에 드는 것이었다. 실제로 아리온 극장판의 퀄리티는 지금의 아니메와 견주어도 크게 손색이 없으며, 일부 컷은 오히려 능가하기까지 한다. 야스히코가 직접 캐릭터 디자인에 관여했기에 원작의 캐릭터는 완벽하게 스크린에 이식되었으며, 장면구성은 부드럽고 유려하다. 이 모든 것을 혼자해낸 것 만으로도 야스히코의 필력은 당대 최고였음을 증명하는 것이라 하겠다. 다만, 뛰어난 영상미에 비해 스토리는 흡입력이 떨어진다. 그리스의 신화를 모티브로 한 신화적 대서사시이지만 일부 이야기 흐름은 매끄럽지 못하고 갑작스런 전개들이 눈에 띈다. 신화 속 영웅들이 등장하는 작품이지만 영웅으로서의 위압감이 느껴지지 않는 부분도 있다. 특히 하데스의 경우에는 저승의 왕이라 하기에는 너무 초라한 모양새로 신화적 품격이 떨어지는 느낌을 준다. 일본 내 흥행수익은 총 5억 5천만엔으로 그해 영화랭킹 20위([3] 참조)에 위치하며 절반의 성공을 거둔다.

아리온과 대적하는 아폴론은 건담 시리즈에서 브라이트 노아의 성우를 맡았던 스즈오키 히로타카가, 아폴론의 누이 아테나는 제타 건담의 레코아 론드를 맡았던 카츠키 마사코, 헤라클레스는 도즐 자비 역을 맡았던 고우리 다이스케가 캐스팅 되는 등, 건담 시리즈의 목소리와 비교되는 부분은 건담의 팬들에게는 나름의 즐거움을 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히사이시 조의 장엄한 음악이 멋진 비주얼과 훌륭한 앙상블을 이루는데, 히사이시 조가 미야자키의 작품의 단골 음악감독이기에 음악을 접하는 순간 왠지 모르게 미야자키의 작품이 연상되는 데자뷰를 느낄 수도 있다. 일주일 먼저 개봉된 '세기말 구세주 전설 북두의 권(1986)' 극장판에는 주인공 아리온이 까메오로 출연하기도 하는데, 이는 두 작품이 같은 배급사인 토호를 통해 상영되면서 제작진의 센스가 가미된 것으로 보인다. (북두의 권 극장판에는 '뱀파이어 헌터 D(1985)'의 주인공 D도 까메오로 등장한다.)

아리온은 야스히코 자신에게 있어서도 그가 직접 원작을 맡고 작화를 그린 최초의 작품이기도 하다. 스스로 원작 코믹스를 집필하고 이를 극장 아니메로 만들어 직접 감독에 각본과 같은 여러 주요작업을 담당했다는 점에서 아리온은 미야자키의 나우시카와 같은 궤적을 그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참고 사이트>

[1] アリオン, Wikipedia Japan
[2] ネオ・ヒロイック・ファンタジア アリオン, allcinema.net
[3] 아리온(アリオン) 1986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安彦良和 · THMS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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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알 (1985), 天使のたまご / Angel's Egg



<정보>

◈ 원안: 오시이 마모루 (押井守), 아마노 요시타카 (天野喜孝)
◈ 감독/각본: 오시이 마모루
◈ 캐릭터 디자인/미술설정 (아트 디렉션): 아마노 요시타카
◈ 작화감독: 나쿠라 야스히로 (名倉靖博)
◈ 미술감독/레이아웃 감수: 고바야시 시치로 (小林七郎)
◈ 음악: 칸노 요시히로 (菅野由弘)
◈ 기획/제작: 야마시타 타츠미 (山下辰巳), 오가타 히데오 (尾形英夫) / 도쿠마 야스요시 (徳間康快)
◈ 제작사: 스튜디오 딘
◈ 저작권: ⓒ 현재 저작권 불명
◈ 일자: 1985.12.22
◈ 장르: 컬트, 판타지
◈ 구분/등급: OVA,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시놉시스>

기묘한 기계구조물과 체스판처럼 생긴 대지 위에 용도를 알 수 없는 긴 기계장치를 짊어진 한 남자가 서있다. 저 멀리 거대한 구모양의 구조체가 땅으로 착지하려 한다. 요란한 기적 소리를 내뿜으며, 셀 수 없이 많은 조각상을 가진 거대한 구조체는 커다란 굉음과 자욱한 먼지를 일으키며 땅에 내린다. 가운데에 빛나는 푸른 색의 반원이 마치 거대한 눈과도 같다.

한 소녀가 눈을 뜬다. 침대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걸어가는 소녀. 소녀가 일어나자 이불 속에 감춰진 거대한 타조알 크기의 알이 모습을 드러낸다. 바깥의 경치를 감상하던 소녀는 이내 옷을 챙겨입고, 침대 위의 알을 소중하게 안은 체 길을 떠난다. 소녀가 떠난 언덕 위에 거대한 방주 모양의 실루엣이 아른거린다.

소녀는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그리고 소녀가 품고 있는 알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소개>

후일 '아니메의 철학자'라 불리게 되는 오시이 마모루의 네번째 연출작이자 그가 연출한 최초의 OVA인 '달로스(1983)'에 이은 자신의 두번째 OVA. 아니메의 철학자라 불리는 그의 별명에 가장 걸맞는 작품 중의 하나로, 초현실적인 작품세계와 몽환적인 영상, 모호한 주제의식 등으로 지금까지도 문제작으로 거론되는 작품이다. '시끌별 녀석들 2 Beautiful Dreamer (1984)'에서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던 오시이의 철학적 사색은 이 작품에서 폭발되었으며, 이후 다시 현실과의 접점을 찾은 듯한 모습이다.(물론, 현실과의 접점을 찾은 뒤에도 그의 작품은 여전히 난해하고 사색적이다.)

사실 천사의 알은 초현실적인 컬트 장르의 작품이 아닌, 코믹하고 가벼운 분위기의 작품으로 기획되었다고 한다. 천사의 알을 위해 오시이는 타츠노코 프로 시절 같이 일해왔으며, 당시 애니메이션 업계를 떠나 있던 아마노 요시타카를 영입하게 되는데, 그가 그려온 캐릭터 디자인을 본 순간 오시이는 자신의 기획안을 수정하기로 맘먹게 된다. 애니메이터 시절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그의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인 캐릭터들이 오시이 안에 잠재되어 있던 어떤 것을 꿈틀거리게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스폰서인 도쿠마 서점으로서는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물론, 다행히도(?) 그들은 애니메이션 제작 당시에는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다.) 당시 아마노는 자신이 삽화 일러스트를 했던 키쿠치 히데유키의 '뱀파이어 헌터 D(1985)' OVA 쪽도 참여하고 있었는데, 뱀파이어 헌터 D의 제작난항으로 인해 천사의 알에 올인하게 된다. 덕분에 뱀파이어 헌터 D는 영상미 쪽에서는 아쉬운 작품이 되었지만.

초현실적이고 컬트적인 오시이의 작품세계를 완성시키는 작품의 비주얼리스트들은 단연 아니메 업계 최강의 아티스트들로 구성되었다. 작품의 방향성을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어준 아마노 요시타카가 캐릭터 디자인을 포함한 아트 디렉션을, '고깔모자의 메모루(1984)'에서 귀여우면서도 서정적인 캐릭터들을 선보였던 나쿠라 야스히로가 작화를, 여기에 아니메 최고의 미술감독 고바야시 시치로가 미술을 담당한 천사의 알은 단연 아니메 중에서 독창적인 비주얼을 선보이고 있다. 그야말로 초현실적인 작품세계에 어울리는 구성이라 할 수 있다. 일설에 의하면 안노 히데아키 역시 이 작품에 참여했으나 상상을 초월하는 작업량에 기겁하여 얼마 안가 뛰쳐나왔다고 전해지고 있다.([2] 참조) 

철학적이고 사색적인 대사들을 엄청나게 읊어대는 근래의 오시이 작품에 비해 성우들의 대사량은 아니메 최고 수준으로 적다. 초반부와 종반부에는 거의 대사가 없다시피하며, 소녀와 정체모를 청년 둘이 만나서 잠시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서만 대사가 나오는데, 이마저도 무척 짧은 편이다. 여기에다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작품들을 연상시키는 숨막힐 정도로 긴 일부 롱테이크 샷,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전개는 무척이나 불편하다. 관객을 고려하지 않는 오시이 감독의 작품 성향 그 극단에 다다른 작품이라 하겠다. (어제 밤에 보다가 몇 번을 졸았는지 모른다.)

노아의 방주, 타천사 루시퍼, 천사와 악마의 대화를 연상시키는 시퀀스는 기독교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따왔으나 주제의식 자체는 종교적이라고 단정짓기에는 어려우며, 주제의식을 논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는 작품이다. 애초에 오시이 감독 역시 무엇을 이야기 하려는가보다는 알 속에 무엇이 있었을까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하는데([1] 참조), 그 역시 어떤 답안이 있다기 보다는 그저 관객의 상상과 사색에 맡기려한 의도가 엿보이는 작품이라 하겠다. 

불친절하고 지나치게 사색적인 작품색깔 덕에 오시이 감독에게 한동안 감독 제의가 들어오지 않게 한 원인을 제공한 작품이기도 하다. 물론, 이는 오시이 본인의 의지이기도 했지만, 캐릭터 디자인 하나로 감독의 작품 기획안을 바꿔버리게 했다는 점에서 아마노의 일러스트가 가진 포스를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라고 하겠다.


<참고 사이트>

[1] 天使のたまご. Wikipedia Japan
[2] 押井守, Wikipedia Japan
[3] 天使のたまご (1985), allcinema.net
[4] 천사의 알(天使のたまご) 1985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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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몽전기 레다 (1985), 幻夢戦記 レダ / Fantastic Adventure of Yohko


ⓒ 1985 TOHO · KANAME Production


<정보>

◈ 원안: 카나메 프로덕션 (カナメプロダクション)
◈ 감독: 유야마 쿠니히코 (湯山邦彦)
◈ 각본: 타케가미 쥰키 (武上純希), 유야마 쿠니히코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메인 애니메이터: 이노마타 무츠미 (いのまたむつみ)
◈ 메카닉 디자인: 토요마스 타카히로 (豊増隆寛)
◈ 미술감독: 시모카와 타다미 (下川忠海)
◈ 음악/노래: 사기쓰 시로 (鷺巣詩郎), 마카이노 코지 (馬飼野康二) / 아키모토 리오 (秋本理央)
◈ 기획/프로듀서: 후지와라 마사미치 (藤原正道), 카나메 프로덕션 / 나가오 아키히로 (長尾聡浩)
◈ 제작사: 카나메 프로덕션
◈ 저작권: ⓒ TOHO · KANAME Production
◈ 일자: 1985.12.21 (극장개봉일)
◈ 장르: SF, 모험,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OVA,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평범한 여고생 아사기리 요코는 짝사랑하는 남자가 있다. 자신의 마음을 담은 피아노 곡을 완성한 그녀는 카셋트 테잎에 그 음악을 녹음하여 워크맨으로 들으면서 그에게 다가가지만, 용기가 없어 결국 그냥 그를 지나치고 만다. 그 순간, 갑작스레 이상한 공간 속으로 빨려들어가버린 요코.

알 수 없는 공간에서 요코는 레다의 심장을 노리는 정체불명의 남자의 추적을 따돌리고 가까스로 지상에 도착한다. 본적이 없는 이상한 생물들이 돌아다니는 세상. 요코는 이곳에서 말하는 개 린감을 만나 이곳이 지구와는 다른 차원의 세계 아샨티라는 것을 알게 된다. 혼란스러운 마음에 워크맨으로 음악을 듣던 요코는 순간적으로 다시 원 세계로 돌아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워크맨의 음악을 듣는 것을 멈추자 다시 아샨티로 돌아온 요코.

음악이 자신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열쇠가 아닐까 생각하는 순간, 갑작스레 들이닥친 기계병사들에게 워크맨을 빼앗기고 만다. 이들은 바로 일전에 레다의 심장을 노리고 그녀를 붙잡으려했던 제르의 수하들. 쫓기는 요코와 린감은 마침내 제르의 병사들에게 포위되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맡는다. 뒷걸음 치다가 우연하게도 거대한 꽃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요코. 순간 기묘한 빛이 꽃을 감싸고 요코는 비키니 갑옷을 입은 여전사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데...


<소개>

토호가 제작비를 담당하고 소규모 제작사 카나메 프로덕션이 제작한 OVA 아니메. 카나메 프로덕션은 아시 프로덕션의 젊은 애니메이터들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제작사로, '프라레스 산시로(1983)', 'BIRTH(1984)' 등을 제작한 신예 제작사이다. 환몽전기 레다는 프라레스 산시로에서 함께 작업한 아시 프로덕션의 유야마 쿠니히코가 감독을 맡았고 여기에 카나메 프로덕션의 멤버 이노마타 무츠미가 산시로에 이어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을 담당했다. 여성 캐릭터 디자이너로서는 이례적으로 남성 아니메 마니아들의 취향에 잘 어울리는 그림체를 선보였는데, 이는 무츠미가 '우주전사 발디오스(1980)', '전국마신 고쇼군(1981)', '마경전설 아크로펀치(1982)'와 같은 일련의 로봇 아니메에서 작화를 맡아왔기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순정만화스러운 크고 아름다운 눈과 미형의 얼굴, 적당히 선정적이고 세련된 의상 디자인 등, 무츠미의 캐릭터는 이후 수많은 아니메에서 독보적인 매력을 보여주게 된다.
 
카나메 프로덕션의 전작인 BIRTH에 참여한 일본 애니메이터계의 대부 카나다 요시노리의 영향 탓인지 이 작품에서도 '카나다버스'라 불리는 카나다 특유의 역동적인 작화구도가 종종 선보인다. 다만, 전반적으로 액션의 비중의 그리 큰 작품은 아니라 몇 장면에 그치고 있다. 짧은 러닝 타임 덕에 작품의 서사는 깊이가 떨어지고, 드라마틱한 클라이막스나 강렬한 액션도 부족한 편. 다만, 미소녀, 메카, 판타지로 이어지는 오타쿠적 코드의 적절한 조합으로 인해 반응은 무척 좋았다. 초창기 OVA 중에서 손에 꼽히는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아니메 자체의 매력보다는 히로인 요코의 매력이 크게 어필한 작품이라 하겠다.

OVA 제작과 동시에 미디어 믹스의 일환으로 소설판도 동시에 등장한다. 소설은 인기 호러 소설가 키쿠치 히데유키에게 맡기게 되는데, 이 결과 키쿠치 히데유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뱀파이어 헌터 D(1985)' OVA의 극장개봉시 동시 상영되기도. 소설판의 일러스트는 역시 이노마타 무츠미가 맡았다. 또한 동시기의 베스트셀러 OVA인 '메가존 23(1985)'에서 인상적인 음악을 선보인 사기쓰 시로가 이 작품에서도 음악을 맡아 초창기 양대 베스트셀러 OVA의 음악을 모두 제작하는 저력을 보여준다. 

레다의 인기는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후속 아류작들의 탄생을 부추긴다. 카나메 프로 스스로도 곧바로 '꿈차원 헌터 판도라(1985)'를 제작했으며, 이후에도 여러 작품들이 나오지만 결국 레다만큼의 인지도는 얻지 못한체 조용히 잊혀져 버린다. 후속편에 대한 팬들의 염원으로 속편 제작을 발표했던 카나메 프로덕션은 OVA 시장의 포화로 인해 경영난을 겪다가 1988년 결국 부도를 냈고, 이로 인해 후속 프로젝트는 백지화되고 만다.

ⓒ TOHO · KANAME Production



<참고 사이트>

[1] 幻夢戦記レダ, Wikipedia Japan
[2] 幻夢戦記レダ (1985), allcinema.net
[3] Leda - The Fantastic Adventure Of Yohko (OAV), ANN
[4] 환몽전기 레다(幻夢戦記レダ) 1985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TOHO · KANAME Production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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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헌터 D (1985), 吸血鬼ハンターD / Vampire Hunter D


ⓒ 菊地秀行 · 朝日ソノラマ


<정보>

◈ 원작: 키쿠치 히데유키 (菊地秀行)
◈ 감독: 아시다 토요오 (芦田豊雄)
◈ 각본: 히라노 야스시 (平野靖士)
◈ 캐릭터 디자인 원안: 아마노 요시타카 (天野喜孝) 
◈ 캐릭터 디자인인도리 코야 (いんどり小屋, 스튜디오 라이브 공동 팬네임)
◈ 작화감독
: 마쯔시다 하루미 (松下浩美)
◈ 미술감독: 마쯔다이라 사토시 (松平聡)
◈ 음악/노래: 코무로 테쯔야 (小室哲哉) / TM Network
◈ 제작: 사토 토시히코 (佐藤俊彦)
◈ 제작사: 아시 프로덕션 (葦プロダクション)
◈ 저작권: ⓒ 菊地秀行 · 朝日ソノラマ
◈ 일자: 1985.12.21 (극장개봉일)
◈ 장르: 액션, 판타지, 호러
◈ 구분/등급: OVA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시놉시스>

먼 미래인 서기 12,090년, 핵전쟁이 휩쓸고 간 세계는 귀족이라 불리는 뱀파이어의 지배하에 들어가게 된다. 인간들은 그저 귀족들의 먹을거리로 전락하고 수많은 괴물들과 악마들이 지상 위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불멸의 존재로, 강대한 과학력까지 손에 넣은 뱀파이어들은 나날이 번창해가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 그들은 서서히 타락하고 쇠퇴하기 시작했고, 그들 밑에서 노예로 살아오던 인간들의 힘은 다시 강성해지기 시작했다. 인간들의 반격에 의해 귀족의 힘은 현저히 약해졌고, 그 세력이 상당히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강력한 힘을 지닌 귀족은 사람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였다. 귀족들을 물리치기 위해 사람들은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뱀파이어 헌터를 고용하기 시작했는데, 그중에서도 귀족과 인간의 혼혈인 담피르(Dhampir: 뱀파이어남자와 인간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을 일컫는 단어.)는 귀족과 같은 힘을 지니고 있는 존재로, 그 몸에 흐르는 귀족의 피 덕분에 같은 편인 인간들에게도 경멸과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도리스는 남동생과 단둘이서 국경도시 근처에서 농장일을 하며 살고 있는 강인한 소녀. 어느날 괴물을 사냥하던 도중 도시 일대를 지배하는 강력한 귀족 리 백작의 눈에 띄어 백작의 신부의 낙인이 찍히고 만다. 누구도 그녀를 도와줄 수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 도리스는 결국 귀족과 인간의 혼혈인 담피르 헌터를 고용하여 리 백작을 처단하기로 맘 먹는다. 그녀의 의뢰로 담피르 헌터 중 한명인 D가 도시로 찾아오게 되는데...


<소개>

1983년 1월부터 아사히 신문출판을 통해 발간된 키쿠치 히데유키의 장편 호러소설을 원작으로 한 OVA 아니메. 현대 호러문학을 정립한 하워드 필립 러브크래프트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후대의 작가들이 정립한 크툴후 신화(Cthulhu Mythos)를 기반으로 한 작품(키쿠치 본인도 러브크래프트의 열렬한 팬이다.)으로, 뱀파이어와 인간의 혼혈족인 담피르의 숙명을 갖고 태어난 인물 D의 활약을 소재로한 다크 히어로 판타지 액션물이다. 서기 10,000년대라는 먼 미래를 시간대로 하고 있으나 배경묘사는 20세기 초반에 가까워 보이며, 스파게티 웨스턴(비슷한 표현인 마카로니 웨스턴은 일본에서 유례한 단어)적인 묘사가 많다.

원작은 키쿠치 히데유키의 히트 소설로서도 유명하지만 동시에 아마노 요시타카의 일러스트로 더 큰 화제를 몰고 온 작품이기도하다. 타츠노코 프로에서 캐릭터 디자이너로 활약하던 아마노는 82년 타츠노코를 독립하여 애니메이터가 아닌 일러스트레이터로 변신을 시도하게 되었는데, 그 첫 테이프를 끊은 작품이 바로 이 뱀파이어 헌터 D인 것이다. 만화영화에서 보여주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마치 정통미술을 배운 미술학도의 삽화인 듯 고급스럽고 몽환적이며, 괴기스러우면서도 탐미적인 그의 일러스트는 커다란 인기를 끌며 이 작품을 베스트셀러 소설의 반열에 올리는데 큰 일조를 하게 된다.

아니메의 기획은 생각보다 난항이 있었다고 한다. 이 작품에 흥미를 가지고 있던 아시 프로덕션이 아니메 의사를 키쿠치에게 전했지만, 로봇물과 마법소녀물 등으로 이름이 난 아시 프로덕션이 자신의 호러 판타지를 아니메로 만들기에는 적합치 않다는 생각을 가진 키쿠치가 좀처럼 제작허가를 내주지 않은 까닭이었다. 결국, 감독으로 내정되었던 아시다 토요오가 파일럿 필름까지 만들어가는 열정을 보인 덕분에 키쿠치는 어렵사리 제작을 허락하게 되지만, 그동안 제작 스케쥴이 변경되면서 캐릭터 디자인을 맡을 예정이었던 아마노 요시타카가 프로젝트에 참가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3] 참조)

원작이 된 1권의 소설표지. ⓒ 菊地秀行 · 朝日ソノラマ

그로 인해 캐릭터 디자인은 아시다 감독의 스튜디오 라이브 작화팀에게 돌아가게 된다. 인도리 코야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스튜디오 라이브의 작화팀은 아마노의 캐릭터를 기반으로 캐릭터를 디자인하였는데, 일부 캐릭터들은 아시다 토요오나 스튜디오 라이브가 참여했던 일련의 작품들인 '은하표류 바이팜(1983)'이나 '초수기신 단쿠가(1985)' 등의 캐릭터와 유사함을 느낄 수 있다.

그동안 인기 캐릭터 디자이너로 알려진 아시다 토요오는 84년 '북두의 권(1984)' TV 시리즈를 통해 이전까지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하드하고 고어스러운 작품을 연출하게 되는데, 그로 인해 직후에 감독으로 참여한 이 뱀파이어 헌터 D OVA는 많은 컷에서 북두의 권의 영향을 받은 부분이 드러나기도 한다. 호러 판타지적인 분위기에 북두의 권의 영향을 받은 고어 액션이 첨가되면서 본 작품은 상당히 하드한 액션이 돋보이는 다이나믹한 작품으로 태어나게 된 것이다. 아시다 감독은 북두의 권의 주인공인 켄시로를 엑스트라 캐릭터로 등장시키는 서비스도 선보이는데, 비슷한 시기에 개봉을 눈 앞에 둔 '북두의 권(1986)' 극장판에서는 반대로 D를 엑스트라 캐릭터로 등장시키기도 한다.

화끈한 액션 덕분이었는지 연말 OVA 판매랭킹에서는 2위를 차지하기도. 북미 시장에서는 일본보다 더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원작 소설과 아마노 요시타카의 일러스트 역시 북미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된다. TM Network 소속으로, 후일 일본 JPOP계의 거물 프로듀서로 이름을 날리게 되는 24살의 젊은 코무로 테쯔야가 처음으로 음악감독을 담당한 작품으로서도 유명하다. 이 작품을 필두로 TM Network의 아니메 히트송 행진이 이어지게 되기도. 전반적으로 흥미진진한 호러 판타지 작품이지만, 아마노가 하차한 덕분에 생긴 캐릭터 디자인의 이질감으로 인해 아시다 토요오의 뱀파이어 헌터 D라는 인상이 더 강한 작품이 아닌가 한다.



뱀파이어 헌터 D: Bloodlust (2000) 

ⓒ 2001 FILMLINK International · 菊地秀行 · 朝日ソノラマ · バンパイアハンターD製作委員会


<정보>

◈ 감독/각본/콘티: 카와지리 요시아키 (川尻善昭)
◈ 캐릭터 디자인: 미노와 유타카 (箕輪豊)
◈ 작화감독: 미노와 유타카, 아베 히사시 (阿部恒), 하마사키 히로츠구 (浜崎博嗣)
◈ 미술감독: 이케하타 유우지 (池畑祐治)
◈ CG 테크니컬 감독: 마에다 츠네오 (前田庸生)
◈ 음악: 마르코 드 암브로시오
◈ 제작/프로듀서: 야마모토 마타이치로 (山本又一朗) / 마루야마 마사오 (丸山正雄) 外
◈ 제작사: 매드하우스, 필름링크 인터내셔널, DR MOVIE
◈ 저작권: ⓒ 2001 FILMLINK International · 菊地秀行 · 朝日ソノラマ · バンパイアハンターD製作委員会
◈ 일자: 2000.08.25
◈ 장르: 액션, 판타지, 호러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원작의 된 4권의 소설표지. ⓒ 菊地秀行 · 朝日ソノラマ

원작자인 키쿠치 히데유키의 절친으로, 다수의 키쿠치의 소설을 아니메로 만들었던 카와지리 요시아키가 감독한 극장용 아니메. 당시 카와지리는 북미 시장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북미에서 인기가 높은 뱀파이어 헌터 D와, 마찬가지로 북미에서 인지도가 높은 아니메 감독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몹시 기대가 되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애초부터 북미시장을 목표로 한 작품으로, 최초 녹음에 외국인 성우가 기용되는 등 미일 합작 프로젝트로 진행되었다. 이로 인해 북미에서 먼저 개봉한 작품이기도 하다.

85년도 OVA와는 달리 카와지리 요시아키 특유의 스타일과 아마노의 미학적인 감각을 잘 살려낸 캐릭터 디자인이 일품이다. 중성적인 매력을 자랑하는 미남자 D의 모습을 잘 살려낸 디자인으로, OVA의 D가 황야의 무법자에 가까운 코스튬이었다면, 극장판의 D는 미래지향적인 코스튬이 인상적이다. 이는 '수병위인풍첩(1993)'부터 카와지리 작품에 참여해온 미노와 유타카의 결과물이다. 이야기는 원작의 3부에 해당하는 妖殺行편을 모티브로 삼고 있는데, 카와지리 요시아키가 직접 감독에 각본, 콘티까지 1인 3역을 수행하고 있다.

미학적으로는 OVA보다 한단계 상승했으며, 카와지리 요시아키 작품다운 뛰어난 퀄리티를 보여주었으나, 특유의 요사스러움이라든지 클라이막스의 스케일은 전작만 못한 편이다. 하드고어의 대가로 이름 높은 카와지리의 작품인데, 이제까지 중 가장 보기 무난한 작품이라 할까. 이는 아무래도 미일 합작 애니메이션으로 북미 시장을 공략하면서 로컬라이징을 염두에 둔 미국 제작진 측의 요청에 의해서가 아닐까 싶다. 한마디로 아니메 특유의 스타일이 약화되고 북미 애니메이션의 성격이 강해진 것이다. 다만, 원작의 스파게티 웨스턴적인 배경묘사는 이러한 취지에는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하겠다.

☞ 뱀파이어 헌터 D Bloodlust (2000), 돌아온 전설의 뱀파이어 헌터 (클릭)


<참고 사이트>

[1] 吸血鬼ハンターD, Wikipedia Japan
[2] 뱀파이어 헌터 D, 엔하위키 미러
[3] 뱀파이어 헌터 D(吸血鬼ハンターD) 1985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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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각기동대 Solid State Society 3D 극장판과 함께 상영예정

출처: XI Avant 공식 홈페이지 ⓒ KAMIYAMA KENJI / Production I.G


번 '공각기동대 SAC Solid State Society 3D' 극장개봉(개봉일은 3월 26일)에 발맞춰 카미야마 켄지가 새 애니메이션을 하나 선보인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신작 아니메가 아닌 NTT 도코모의 프로모션용 영상으로, 3분 30초짜리 단편 아니메라고 하는군요. 제목은 'XI Avant (크롯시이 아방)'.

NTT 도코모의 LTE(Long Term Evolution) 서비스인 XI 서비스의 프로모션 일환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근미래의 세계를 무대로 어떤 남자를 추적하는 임무를 받은 주인공 타카무라 카오루가 XI 휴대폰을 사용하여 활약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LTE 서비스를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드리면, 3세대 이동통신의 핵심기술인 HSDPA(고속 하향 패킷 접속) 방식보다 향상된 무선데이터 패킷 통신 규격을 말하는 것으로, 쉽게 말해 4세대 이동통신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시면 되겠는데요.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HD급 동영상의 실시간 재생 등을 위해 4세대 이동통신이 요즘 IT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으며, XI Avant는 바로 이런 트렌드에 맞춰 NTT 도코모가 서비스하는 4세대 이동통신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 아니메인 셈입니다.

작품에서 선보이는 XI 휴대폰. ⓒ KAMIYAMA KENJI / Production I.G

아마도 이는 카미야마 감독의 전작 '동쪽의 에덴(2009)'의 영향이 어느 정도 미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동쪽의 에덴에서 카미야마 감독은 휴대폰을 사용하여 세상을 움직이는 '세레손'과 증강현실 화상검색 엔진 '동쪽의 에덴' 시스템을 선보이며, 다가올 스마트폰 시대의 모습을 아니메로 훌륭하게 묘사했던 적이 있었죠. 여기에 동쪽의 에덴에서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던 모리카와 사토코와 사사키 아츠코가 이번 XI Avant에서도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을 맡아, 영상을 접하는 순간 동쪽의 에덴의 기시감이 꽤 진하게 느껴지는 작품이 될 듯 합니다.

☞ XI Avant 프로젝트 페이지 (바로가기)

공식 홈페이지의 프로모션 영상은 깔끔하고 감각적인 카미야마/프로덕션 I.G 식 비주얼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각기동대 SAC부터 동쪽의 에덴에 이어 이번 작품에도 엠블렘이 등장하고 있군요. 전작과 마찬가지로 어떤 주제의식이나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작 TV 시리즈나 극장 아니메가 아니라 조금 아쉽기는 합니다만, 카미야마 감독의 신작을 기대하고 있던 분들에게는 약간의 갈증을 해소해줄 수 있는 영상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물론,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접하기가 힘들 듯 합니다. XI Avant는 3월말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후, 공각기동대 SAC 3D 극장판 개봉시 선행영상으로 극장에서 상영될 것으로 보입니다. 극장에서 상영되는 기간은 4월 2일부터입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KAMIYAMA KENJI / Production I.G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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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리어 88 (1985), エリア88 / Area 88


ⓒ DAI PRO · 小学館


<정보>

◈ 원작: 신타니 카오루(新谷かおる)
◈ 감독: 토리우미 히사유키(鳥海永行)
◈ 각본: 사카이 아키요시(酒井あきよし)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오카다 토시야스(岡田敏靖)
◈ 미술감독: 나카무라 미츠키(中村光毅)
◈ 음악/노래: 닛타 이치로(新田一郎) / MIO, 키타하라 시마(北原志真/오가와 미유키)
◈ 기획/프로듀서: 우사미 야스시(宇佐美廉) / 누노카와 유지(布川ゆうじ)
◈ 제작사: 스튜디오 피에로, PROJECT 88
◈ 저작권: ⓒ DAI-PRO · 小学館
◈ 일자: 1985.07.20 (극장 개봉일자)
◈ 장르: 드라마, 전쟁
◈ 구분/등급: OVA (3화),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시놉시스>

중동의 아슬란 왕국이 내전 상태에 돌입한다. 정부군과 반정부군으로 나뉘어진 아슬란은 전쟁을 거듭하고 있었는데, 전투기 파일럿이 부족한 정부군은 공군력을 대부분 용병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용병들이 계약을 하고 이 비행부대에 입대하면, 부대를 나가기 위해서는 3년 동안의 복무기간을 마친 뒤 살아서 전역하거나 위약금 150만 달러를 물어야 한다. 무단으로 도망친 용병은 정규군에 의해 추격 후 사살된다. 사막 한 가운데 있는 이 비행부대에서 탈출한다 하더라도 사막 한가운데서 군의 추적을 따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아출신으로 어려서부터 함께 자라온 절친 카자마 신과 칸자키 사토루. 일본 굴지의 항공회사 야마토 항공의 견습 파일럿이 된 둘은 비행기 파일럿이 되기 위한 꿈을 키워가고 있었다. 천부적인 조종실력을 가진 신은 그 실력을 인정받아 장래가 촉망되는 파일럿으로 성장해 갔고, 우연한 기회에 알게된 야마토 항공 사장의 딸 츠구모 료코와 사랑에 빠지며 더없이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신의 천부적인 재능과 료코와의 관계를 질투한 칸자키는 바에서 신이 만취한 틈을 타 용병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 만든다. 칸자키의 음모에 의해 신은 영문도 모른체 아슬란 왕국 휘하의 용병 비행부대, 그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지역에서 작전을 펼치는 에어리어 88로 끌려가게 되는데...


<소개>

소학관의 만화잡지 '빅코믹'(79년 '만화군'에서 빅코믹으로 재창간)에서 1979년부터 1986년까지 연재된 신타니 카오루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OVA 아니메. 치밀한 항공기 묘사, 순정만화의 주인공처럼 매력적인 캐릭터, 비극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한 이야기로 동잡지에 연재되고 있던 청춘만화의 거장 아다치 미치루의 '미유키' 함께 빅코믹의 간판 코믹스로 큰 인기를 끌게 된다. 원작이 연재되는 와중에 제작된 아니메는 원작만큼이나 뛰어난 완성도로 평단과 팬들의 극찬을 받으며 제4회 일본 아니메 대상 최우수 OVA상과 음악상을 수상, 그 진가를 공인받았다. 

85년 당시에 전투기들의 공중전은 셀 애니메이션으로서는 몹시도 그려내기 힘든 작업이었을 것이다. '독수리 5형제(1972)'에서 이미 아동 아니메 수준을 뛰어넘는 진지한 공중전을 묘사한 토리우미 히사유키가 에어리어 88의 감독으로 참여한 것은 그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토리우미 히사유키 뿐만 아니라 토리우미 히사유키가 타츠노코 출신들과 함께 세운 스튜디오 피에로가 제작사로 참여하며, 독수리 5형제에서 함께 작업한 사카이 아키요시도 각본에 참여한다.

현실 속의 군용기의 구현은 생각 이상으로 어려웠다. 당시만 하더라도 이들 군용기의 제원은 군사기밀에 속했으며, 실제로 보는 것은 더더욱 힘들었기 때문. 이로 인해 프라모델 제작에 사용된 해당 군용기의 제원을 바탕으로 디자인 작업이 이루어졌으며, 각국의 퇴역한 파일럿에게 고증과 감수를 받는 형태로 모자란 부분을 보충했다고 전해진다.([5] 참조) 이 덕분인지 일부 항공기는 디테일과 설정에 있어서 실제 모델과는 차이를 보이기도. 다만, 극의 진행에 있어서 큰 문제가 되는 부분은 아니었다 하겠다.

ⓒ DAI-PRO · 小学館

전투기의 공중전은 단연 이 작품의 백미 중 하나이다. 수작업으로 셀 애니메이션을 그리던 당시의 제작환경을 비교했을 때 그 역동적인 카메라 워크와 다이나믹한 컷 구성은 그야말로 혀를 내두를 정도로 훌륭하다. 일본 아니메에서 공중전 연출의 대가를 꼽을 때, 미야자키 하야오와 오시이 마모루, 그리고 토리우미 히사유키를 꼽는 이유를 여실히 증명한 작품인 셈이다. (토리우미 히사유키는 오시이 마모루의 스승이기도 하다.) 실제 전투기의 공중전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허구적인 연출들이 다수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드라마틱한 공중장면의 묘사로 인해 이러한 오류가 그닥 느껴지지 않는 것이 이 때문이라면 과찬일까. 

멋진 공중전 연출과 함께 에어리어 88의 가치를 지금까지 빛내게 하는 요소는 역시 흡입력있는 이야기라 하겠다. 친구의 배신으로 인해 연인과 창창한 미래를 눈 앞에 두고 지옥과도 같은 전장으로 끌려간 주인공 신의 이야기는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모티브로 했음을 쉽사리 느낄 수 있다. 실제 코믹스에서는 외인부대를 나온 카자마 신이 비명횡사한 밤바라 국의 대통령의 유산을 물려받아 자신을 파멸에 빠뜨린 칸자키에게 복수하는 등,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이야기 구조를 따르고 있다. 원작의 이야기는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 된다.

하지만 아니메의 전개는 이것과 다르게 각색되는데, 외인부대를 나온 신이 평범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체 결국 료코와의 재회를 앞에 두고 괴멸 위기에 처한 에어리어 88과 그의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돌아가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압도적인 반정부군의 공세 속에 차례로 무너지는 에어리어 88의 전우들과, 료코를 뒤로 한 체 사지로 날아가는 신의 모습으로 끝을 맺는 라스트 씬은 꽤 진한 여운을 남겨준다. 허무함이 가득한 이 엔딩은 아니메 중에서도 특히 인상적인 엔딩으로 팬들의 입에 회자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1989년 KBS를 통해 '지옥의 외인부대'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었다. 일본 아니메를 무리하게 한국적인 설정으로 옮겨오면서 여러가지 설정상의 미스가 발생하게 되지만, 국내에서 TV 시리즈로 방영된 아니메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성우의 싱크로가 완벽한 작품으로 인상이 깊게 박혀 있는 작품이다.


에어리어 88 (2004)


ⓒ 新谷かおる · 88製作委員会

<정보>

◈ 감독: 이마가케 이사무(今掛勇)
◈ 연출협력: 타카하시 료스케(高橋良輔)
◈ 시리즈 구성: 오오노기 히로시(大野木寛)
◈ 캐릭터 디자인: 코우지나 히로시(神志那弘志)
◈ 메카닉 디자인: 사토 미치아키(佐藤道明)
◈ 작화감독: 코우지나 히로시, 쿠라타 아야코(倉田綾子)
◈ 미술감독: 스즈키 아키라(鈴木朗)
◈ 음악/노래: 미야케 카즈노리(三宅一徳) / Angels (OP 연주), 테라다 케이코 (ED)
◈ 제작사: 그룹 타크, 88 제작위원회, TV 아사히
◈ 저작권: ⓒ 新谷かおる · 88製作委員会
◈ 일자: 2004.01.09 ~ 2004.03.26
◈ 장르: 드라마, 전쟁
◈ 구분/등급: TVA (12화) / 고교생 관람가 (R)


<소개>

그룹 타크가 제작을 맡은 2004년판 에어리어 88은 원작에 충실한 구성을 취하는 것을 제작방향으로 삼았다. 다만, 각색 과정에서 TV 시리즈만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등, 일부 이야기는 원작의 전개와는 차이가 있다.

캐릭터 디자인은 기대 이하다. 원작의 스타일을 재해석하는 것에도 실패했고, 전작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보여주었다. CG로 그려진 전투기의 묘사는 깔끔하지만 공중전의 연출 수준은 오히려 셀 애니메이션으로 그려진 OVA에 미치지 못한다. 비극적이고 허무한 OVA의 스토리에 비해 드라마틱함이 부족한 것도 큰 미스. 기대 이하의 완성도로 인해 시리즈는 더이상 지속되지 못하고 12화에서 끝을 맺는다. 동시에 원작에서 통쾌한 복수극을 펼치는 신의 이야기도 더 이상 그려지지는 못한다.


<참고 사이트>

[1] エリア 88, Wikipedia
[2] 에어리어 88, 위키피디아
[3] エリア88 (1985~1986), allcinema.net
[4] 에어리어 88, 엔하위키 미러
[5] AREA 88(エリア88) 1985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테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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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티 페어 (1985), ダーティペア / Dirty Pair


ⓒ 高千穂遙 · スタジオぬえ · SUNRISE / ⓒ ADV Films (for U.S Edition)


<정보>

◈ 원작: 타카치호 하루카
◈ 감독: 타키자와 토시후미 (1~13화), 가시마 노리오 (14화~26화)
◈ 각본: 이토 카즈노리, 호시야마 히로유키, 이노우에 토시키, 시마다 미치루, 히라노 야스시 外
◈ 연출/콘티: 카세 미츠코, 아미노 테츠로, 미즈타니 타카야, 키쿠치 카즈히토
◈ 캐릭터 디자인: 토키테 츠카사
◈ 메카닉 디자인/유니폼 디자인: 아쿠츠 쥰이치 / 호소노 후지히코
◈ 작화감독: 토키테 츠카사, 오오누키 켄이치
◈ 미술감독: 나카무라 미츠키, 미우라 사토시
◈ 음악/노래: 키모리 토시유키 / 나카하라 메이코
◈ 기획/프로듀서: 선라이즈 / 요시 타카유키, 하츠카와 노리오
◈ 제작사: 선라이즈, 반다이 비주얼, 니혼 TV
◈ 저작권: ⓒ 高千穂遙 · スタジオぬえ · SUNRISE
◈ 일자: 1985.07.15 ~ 1985.12.26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TVA (24화), OVA (25, 26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시놉시스>

22세기의 우주, 크라렛타 삼중성의 사건 이후 은하계 내에서 벌어지는 분쟁들을 해결하기 위해 세계복지 연합회 WWWA 산하의 분쟁해결기관 트러블 컨설턴트 '토라콘'이 창립된다. 토라콘 소속의 해결사로 은하계 각지의 분쟁을 해결하는 임무를 맡은 케이와 유리는 속칭 '러블리 엔젤'이라는 코드 네임으로 불리고 있는 여성 2인조 해결사. 인상적인 과격하고 덜렁거리는 붉은 머리의 육감적인 톰보이 케이와, 청순하고 여성스러운 외모와는 달리 가끔 폭주를 일삼는 호색녀 유리는 사건 해결을 위해서는 별 하나 쯤 파괴하는 것은 우습지도 않게 생각하는 무서운 아가씨들이다.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일을 크게 만드는 그녀들은 러블리 엔젤이 아닌 속칭 '더티 페어(Dirty Pair)'라 불리며, 은하계의 골치덩어리 해결사로 악명을 떨치고 있었는데...


<소개>

스튜디오 누에의 SF 작가 타카치호 하루카가 1980년부터 연재한 SF 소설을 바탕으로, 선라이즈가 제작한 작품. 스튜디오 제도로 운영되는 선라이즈는 당시 타카하시 료스케가 제 3스튜디오에서 '푸른유성 SPT 레이즈너(1985)'를 준비 중에 있었으며, 토미노 요시유키가 제 2스튜디오에서 선라이즈의 간판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을 제작 중에 있었다. 선라이즈의 대표적인 감독들과 스탭들이 모두 투입된 와중에 여력이 있는 팀은 '거신 고그(1984)'를 제작한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제 4스튜디오 인력들이었다.

사실, 더티 페어의 소설판 일러스트를 야스히코가 작업했던 관계로 여러모로 이 작품이 애니메이션화 한다면 당연히 야스히코가 캐릭터 디자이너의 물망에 올랐을 터이다. 실제로 야스히코는 1983년, 더티페어보다 먼저 발간되었던 타카치호의 소설 '크러셔 죠(1977)'를 아니메 감독 데뷔작으로 선택한 전례가 있었다. 하지만, 더티 페어의 캐릭터 디자인은 프로듀서 야스히코가 아닌 거신 고그 제작 당시 작화감독으로 야스히코 밑에서 일을 했던 토키테 츠카사에게 넘어가게 된다. 거신 고그를 통해 선라이즈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토키테 츠카사는 국제영화사에서 선라이즈로 자리를 옮긴지 두 작품 만에 캐릭터 디자인을 맡게된 것이다.

성인 취향의 극화적인 스타일을 보여주었던 야스히코와 달리, 토키테는 귀여운 미소녀의 얼굴과 육감적인 몸매를 매칭한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 디자인을 선보였고, TV 아니메는 스페이스 오페라의 성격을 띈 원작에 코미디가 가미된 유쾌한 버디물로 거듭나게 된다. 당시 선라이즈의 1급 애니메이터들이 기동전사 제타 건담과 레이즈너, 아리온 등으로 분산되어 있음을 감안할 때, 거의 2진급이라 할 수 있는 나머지 애니메이터들로 만들어 낸 이 작품은 기대 이상의 완성도와 호응을 이끌어 내게 된다.

단, 각본은 '시끌별 녀석들(1981)', '마법천사 크리미마미(1983)'의 이토 카즈노리, '기동전사 건담(1979)', '태양의 송곳니 다그람(1981)', '은하표류 바이팜(1983)'의 호시야마 히로유키, '가면 라이더' 시리즈로 대표되는 특촬물부터 영화, 드라마, 아니메까지 폭넓은 영역에서 활동하는 이노우에 토시키, 시마다 미치루 등 관록의 각본진이 포진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토 카즈노리와 호시야마 히로유키, 이노에우 토시키, 시마다 미치루 등은 모두 시끌별 녀석들의 각본진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는데, 그것 때문인지 작품에서 드러나는 개그 취향은 어딘지 모르게 시끌별 녀석들의 그것과 동일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더티 페어는 여성 버디물에 있어서 거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작품으로, 후일 수많은 여성 버디물의 이정표를 제시하게 된다. 여성 버디물 뿐만 아니라, 로봇이 등장하지 않는 선라이즈표 애니메이션이라는 또 하나의 대안 역시 제시하며, 이후 '시티 헌터' 시리즈를 거쳐 '카우보이 비밥(1998)'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영향을 미치게 된다.(비밥의 히로인인 페이 발렌타인의 의상은 다분히 더티 페어의 오마쥬라 할 수 있다.) 또한 메카닉과 미소녀라는 오타쿠 적인 코드를 TV 시리즈 아니메에 성공적으로 이식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TV 시리즈는 마니아적인 표현이 완화되었지만 후일 OVA 등에서는 이 아쉬운(?) 부분이 대폭 만회하게 되기도.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토키테 츠카사는 이로 인해 인기 애니메이터로 순식간에 명성을 쌓게 되며, 이후 80년대를 주름잡는 캐릭터 디자이너의 한명으로 위세를 떨치게 됨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최종화인 25, 26화는 TV 시리즈가 아닌 OVA '더티 페어, 러블리 엔젤보다 사랑을 담아(1987)'로 발매된다.


더티 페어의 대승부 - 놀란디아의 수수께끼(1986) 


ⓒ 高千穂遙 · スタジオぬえ · SUNRISE

<정보>

◈ 감독/콘티/연출: 오쿠와키 마사하루
◈ 각본: 이토 카즈노리
◈ 캐릭터 디자인: 토키테 츠카사
◈ 작화감독: 시미즈 케이조, 코바야시 유카리
◈ 미술감독: 후지 유우코
◈ 음악/노래: 쿠니모토 요시히로 / 마키 카나코
◈ 프로듀서: 하세가와 토오루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高千穂遙 · スタジオぬえ · SUNRISE
◈ 일자: 1986.08.02 (극장개봉일)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OVA,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소개>

TV 시리즈 최종화 편집 OVA보다 먼저 제작된 단편 OVA. TV 시리즈에 비해 보다 더 오타쿠적, 성인적 취향에 근접한 작품이다. 우선 몸길이가 비교적 짧아 귀여운 소녀들로 보이던 TV 시리즈와는 달리, 실제 성인여성을 연상시키는 성숙한 체형으로 그려진 것이 그것. 이로 인해 과감한 의상 디자인이 더더욱 돋보이는 효과를 가져오며 마니아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게 된다. 올누드 씬까지 등장했으니 더티 페어의 남성팬들이라면 그야말로 환호 그 자체. OVA로 제작되어 공존의 히트를 기록한 뒤, 86년 극장판으로 공개 되기도 하였다.

다만, 빅히트를 기록한 OVA와 달리 OST는 상당히 레어 타이틀로 알려져 있는데, 별도로 앨범이 발매되지 않고 VHS 비디오로 발매시 합본으로 발매된 카세트 테잎이 유일하며, 이후 CD나 다른 매체로 발매되지 않아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희귀한 컬렉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더티 페어 (1987) 


ⓒ 高千穂遙 · スタジオぬえ · SUNRISE

<정보>

◈ 원작/기획 코디네이터: 타카치호 하루카
◈ 감독: 마시모 코이치
◈ 연출: 야타베 카즈요시
◈ 각본: 호시야마 히로유키
◈ 캐릭터 디자인: 토키테 츠카사
◈ 메카닉 디자인/협력: 미야타케 카즈타카 / 아키타카 미카
◈ 몬스터 디자인: 아사리 요시토
◈ 설정 감수: 모리타 시게루, 사토 미치아키
◈ 미술감독: 미야마에 미츠하루
◈ 오프닝 애니메이션: 모리모토 코지
◈ 음악/노래: 시구마 켄조 / 마츠바라 미키
◈ 기획/제작: 선라이즈 / 이토 마사노리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高千穂遙 · スタジオぬえ · SUNRISE
◈ 일자: 1987.03.14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고교생 관람가 (R)


<소개>

87년 개봉된 더티 페어의 극장판은 일단 달라진 더티 페, 아니 러블리 엔젤의 위상을 느낄 수 있다. 우선 제 4스튜디오에서 제 1스튜디오로 제작 스튜디오가 옮겨진 것이 그것.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대작 극장 아니메 아리온 이후 제 1스튜디오의 다음 극장 아니메가 바로 이 더티 페어 극장판인 것이다. 연출은 마시모 코이치. 타츠노코 프로 시절 오시이 마모루, 니시쿠보 미즈호, 우에다 히데히토와 함께 타츠노코의 4대 천왕이라 불리던 마시모 코이치는 후일 여성 버디물의 대표적인 연출가로 알려지게 되는데, 여성 버디물의 시초인 더티 페어와 여성 버디물의 대가의 만남이라는 점 역시 주목할만하다 하겠다. 이외에도 스튜디오 누에의 간판 메카닉 디자이너 미야타케 카즈타카가 참여하는 등, 선라이즈의 대표작으로서 부족함이 없는 진용을 갖추고 있다.

이 작품에서 또 하나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모리모토 코지의 몽환적인 오프닝 애니메이션이다. 마치 007 영화의 인트로를 보는 듯한 관능적이고 몽환적인 영상은 극장 아니메로서의 품격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으로, 후일 독보적인 스타일의 아니메 뮤직 비디오를 제작하며 명성을 쌓아가는 모리모토 코지의 출발점이 되기도 하였다. 


더티 페어 (1987) 


ⓒ 高千穂遙 · スタジオぬえ · SUNRISE

<정보>

◈ 원작/다이얼로그: 타카치호 하루카
◈ 감독: 야타베 카즈요시
◈ 각본: 호시야마 히로유키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토키테 츠카사
◈ 메카닉 디자인: 이시즈 타이지
◈ 미술감독: 오카다 토모아키
◈ 음악/노래: 키모리 토시유키, 다나카 고헤이 / 모리카와 미호 (오프닝)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高千穂遙 · スタジオぬえ · SUNRISE
◈ 일자: 1987.12.21 ~ 1988.04.21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OVA (10화) / 고교생 관람가 (R)


<소개>

극장판의 성공 이후 OVA로 리부트 된 더티 페어 시리즈. TV 시리즈로부터 불과 2년 사이에 단편 OVA과 극장 아니메, 그리고 다시 10화 분량의 OVA로 제작되면서 더티 페어의 인기와 위상을 가늠해 볼 수 있다. 특히 이 시기는 리얼 로봇 아니메의 쇠퇴로 인해 선라이즈의 위세가 크게 위축되던 시기였기에 비로봇 아니메로서 더티 페어가 이전보다 더 중요한 위치에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당시 선라이즈는 TV에서 '시티 헌터(1987)'와 '미스터 아짓코(1987)' 등 비로봇 아니메를 히트시키고 있었는데, 더티 페어 시리즈는 그로 인해 OVA를 통해 마니아들을 공략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즈음 선라이즈는 로봇 아니메 전문 제작사에서 보다 더 넓은 작품 스펙트럼을 갖는 제작사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었는데, 이 일련의 시도는 더티 페어가 촉발한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더티 페어 모략의 005편 (1990) 


ⓒ 高千穂遙 · スタジオぬえ · SUNRISE

<정보>

◈ 감독/콘티: 타키자와 토시후미
◈ 연출: 타카마츠 신지
◈ 각본: 스즈키 요시타케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토키테 츠카사
◈ 메카닉 디자인: 이시즈 타이지
◈ 설정감수: 모리타 시게루
◈ 미술감독: 오카다 토모아키
◈ 음악/노래: 오카다 토오루 / 야마우치 요코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高千穂遙 · スタジオぬえ · SUNRISE
◈ 일자: 1990.01.25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OVA (1화) / 고교생 관람가 (R)


<소개>

90년에 1화로 발매된 OVA. 소설 속에 등장하는 범죄조직 루시퍼가 아니메에서 처음 등장한다.([1] 참조)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발매된 것으로 보아 기존의 팬을 위한 서비스적 성격을 띈 작품으로 볼 수 있다.


더티 페어 플래쉬 (1994) 


ⓒ 高千穂遙 · スタジオぬえ · SUNRISE

<정보>

◈ 감독: 스나가 츠카사 (1기), 모치즈키 토모미 (2, 3기)
◈ 각본: 스나가 츠카사 外 (1기), 고부 후유노리, 모치즈키 토모미 (2, 3기)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키무라 타카히로
◈ 메카닉 디자인: 미야타케 카즈타카
◈ 음악: 카와자키 쥰이치, 미조구치 하지메 (2기), 미야기 준코 (3기)
◈ 노래
MANA (1기 OP/ED), 마츠모토 리카 (2기 OP/3기 ED), 코우다 리코 (3기 OP/2기 ED)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高千穂遙 · スタジオぬえ · SUNRISE
◈ 발매일자:
   - 1기: 1994.10.21 ~ 1994.06.23
   - 2기: 1995.06.01 ~ 1995.10.01
   - 3기: 1995.12.21 ~ 1996.04.25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OVA (6화/5화/5화) / 고교생 관람가 (R)


<소개>

94년에 리부트된 더티 페어 시리즈는, 그동안 원작의 설정을 사용해왔던 원 시리즈와는 달리 별도의 아니메 용으로 제작된 독립된 스토리이다. 설정과 이야기 뿐만 아니라 캐릭터 디자인 역시 토키테 츠카사에서 새로운 인물로 교체되었다. '배리어블 지오'. '바이퍼' 시리즈와 같이 성인용 게임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후일 '용자왕 가오가이거(1998)', '베터맨(1999)', '신혼합체 고단나(2003)' 등을 거쳐 '코드기어스, 반역의 를르슈(2006)'로 유명세를 떨치는 키무라 타카히로가 캐릭터 디자인으로 참여했는데, 키무라 특유의 슬림하고 육감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작품이지만 동시에 원 시리즈와는 다른 이질적인 디자인으로 인해 원작 팬들로부터는 반감을 사기도 했다. (팬들의 생각과는 달리 원작자인 타카치호는 전혀 새로운 스타일로 이 이야기를 그려가기를 원했다고 전해진다.)

원작팬들의 외면을 받았지만 시리즈 자체의 반응은 좋았던 것 같다. 3기까지 총 16화가 제작되었으며, 2기부터는 '오렌지 로드, 그날로 돌아가고 싶어(1988)'와 '바다가 들린다(1993)' 등 잔잔한 드라마를 주로 연출해온 모치즈키 토모미가 감독을 맡게 된다. 감독 뿐만 아니라 坂本郷라는 필명으로 각본 작업에 참여하기도.


<참고 사이트>

[1] ダーティペア, Wikipedia Japan
[2] ダーティペア (1985), allcinema.net
[3] ダーティペア (1987), allcinema.net
[4] ダーティペア (1987), allcinema.net 
[5] ダーティペア FLASH (1994), allcinema.net
[6] ダーティペア FLASH 2 (1995), allcinema.net
[7] ダーティペア FLASH 2 (1995), allcinema.net
[8] ダーティペアの大勝負 ノーランディアの謎 (1986), allcinema.net
[9] ダーティペア ラブリーエンジェルより愛をこめて (1987), allcinema.net
[10] ダーティペア 謀略の005便 (1990), allcinema.net
[11] 더티페어의 대승부(ダーティペアの大勝負) 1986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12] 더티페어(ダーティペア) 1987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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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RNER BROS


<스탭>

◈ 감독: 잭 스나이더
◈ 원작: 케쓰린 래스키
◈ 제작: 워너 브라더스


<시놉시스> 

가면 올빼미(타이토)인 소렌은 호기심 많고 상상력이 풍부한 어린 올빼미이다. 그의 아버지 녹투스가 들려준 가훌의 가디언의 전설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 세상 어딘가에 있는 위대한 가훌의 나무에 사는 가디언들은 메탈비크가 이끄는 순수혈통의 올빼미들에 의해 올빼미 왕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 나타나 그들을 물리치고 올빼미 왕국을 구원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들은 올빼미 왕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 다시 그 모습을 드러내리라는 예언과 함께 전설적인 존재로 자리잡고 있다.

가디언의 전설에 매혹당한 소렌과 여동생 에글렌틴과 달리, 맏형인 클러드는 상상력이 풍부한 소렌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 어느 날 부모들이 집을 비운 사이, 나는 연습을 하던 소렌과 클러드는 익숙치 않은 날개짓으로 인해 그만 땅으로 떨어지게 된다. 높은 나무 위에 있는 그들의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들짐승들에게 습격당할 위기에 처한 그들. 필사적으로 날개짓을 하던 소렌과 클러드에게 사나운 테즈메이니아데빌이 갑자기 덥쳐든다. 절체 절명의 순간, 갑자기 하늘에서 날아온 두 마리의 칡부엉이에 의해 납치된 소렌과 클러드. 그들은 소렌과 클러드를 위협하며 어디론가 그들을 끌고 간다. 하늘에서 만난 그들의 무리들은 모두 어린 올빼미와 부엉이를 납치해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고, 무리 속에서 만난 엘프 올빼미 길피와 함께 소렌과 클러드는 먼 옛날 가디언들에게 패한 메탈 비크의 왕국으로 끌려가게 되는데...


성인용 액션물의 귀재와 가족용 어드벤쳐 애니메이션의 조우

쓰린 래스키의 장편 판타지 소설 '가훌의 가디언'을 모티브로 한 가디언의 전설은 인간이 주인공이 아닌, 올빼미들이 주인공이 되어 그들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전쟁과 모험을 판타지적인 터치로 그려낸 대하 판타지 영화입니다. 총 15권에 달하는 방대한 연재분량. 이는 원작소설의 방대한 스케일과 거대한 서사를 짐작케 하는 대목인데요. 이로 인해 이번 가디언의 전설은 전체 15권 중 1권부터 3권에 해당하는 내용을 가져와 축약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어찌보면 향후 영화의 흥행여부에 따라 뒤의 이야기를 속편으로 제작하겠다는 암묵적인 기획도 있었을 듯 싶군요.

그동안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해리 포터' 시리즈가 큰 성공을 거둔 이후, 판타지 영화는 트렌드인냥 단편이 아닌 2~3부작으로 많은 작품들이 기획되어 왔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이 1부가 막을 내린 시점에서 이미 실패작으로 판가름이 났고, 이후 후속 시리즈가 만들어지지 못하게 되지요. 판타지 영화 중, 특히 PG급 판타지 영화로서 해리 포터 시리즈 이후 후속 시리즈가 등장한 작품은 '나니아 연대기'시리즈가 유일하며, PG-13 등급 판타지는 반지의 제왕 이후 제대로 된 작품을 꼽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후속작들의 연이은 실패 속에 어느덧 판타지 영화는 2000년대 초반의 화려한 시간을 뒤로 한 체 침체기에 접어들게 되지요.

자, 이런 즈음에 R 등급 성인 액션물에서 주목할만한 모습을 보여준 한 인물이 PG급 판타지 영화인 이 가디언의 전설의 감독으로 낙점되니 그가 바로 '300(2006)'과 '왓치맨(2009)'를 통해 감각적이고 스타일리쉬하면서도 고어적이고 만화영화적인 영상 씨퀀스로 우리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비주얼리스트 잭 스나이더 입니다. 사실, 잭 스나이더가 판타지 영화의 감독으로 내정된 시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상당한 기대를 표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스토리텔러로서의 능력은 아직 검증될 필요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말랑말랑한 오락영화보다는 색깔있는 성인용 오락물을 만든다는 점에서 보다 더 세련된 판타지 영화를 기대해봄직했었기 때문인데요. (물론, 이 초반의 판단미스는 가디언의 전설이 PG 등급이라는 것을 몰랐던 것이 원인도 되었습니다만)

과연 R등급 성인액션물의 비주얼리스트가 만든 대중적 판타지 영화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었을지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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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디테일로 다가오는 CG와 특유의 영상미학

선 언급하고 넘어가야할 점은, 이 작품이 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입니다.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묘사된 CG와 압도적인 디테일로 인해 이 작품은 접하는 순간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을 잠시 잊어버리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데요. 세심하게 표현된 올빼미들의 묘사와 하늘을 가로지르는 스피디한 비행장면, 그리고 실감넘치는 배경묘사는 실제로 애니메이션이라는 생각이 그다지 들지 못하게 만드는 사실감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올빼미가 말을 하고 있다는 것에서 아, 만화영화구나 라고 느낄 수 있다라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요. 올빼미의 섬세한 묘사는 현재의 CG 수준이 어디까지 도달해 있는지를 우리에게 인상적으로 각인시켜주고 있으며, 바람에 흩날리는 털의 세심한 변화라든지 새들끼리의 전투장면에서 사방으로 흩날리는 깃털의 묘사 등 자세한 곳에까지 현실적인 묘사를 놓치지 않고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적절한 장면에서 슬로우 비디오로 극적인 연출효과를 부여하는 잭 스나이더 특유의 CF적 연출 스타일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놀라우리만치 사실적인 묘사, CF영화의 한장면을 보는 듯한 세련된 연출 등, 어떤 면에서 가디언의 전설은 PG 등급의 영화에는 그닥 많이 사용되지 않는 다양한 영상 기법들이 대거 투입되고 있습니다. 잭 스나이더 감독의 전작인 300과 왓치맨에서 보여준 영상기법이 거의 그대로 사용되는 셈인데요. 다만 다른 점이라면, 전작에서 보여준 고어적이고 선정정인 표현이 거세된 것이 유일하다 하겠습니다. 말 그대로 잭 스나이더식 비주얼이 그 표현수위만 낮춘 셈이죠.

DVD로 감상을 한터라 3D로 제작된 가디언의 전설의 영상미를 직접 느낀대로 표현할 수 없음은 유감입니다. 다만, DVD의 SD급 화질로도 감탄할만한 영상미를 보여준 바, 블루레이나 3D 영상으로는 분명 그 이상의 시각적 유희를 느낄 수 있음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몇몇 지인분들에 의하면 스피디한 비행씬이 많이 등장하는데다가 디테일이 너무 세밀하여 3D 영화로 감상했을 때 오히려 시각적 피로감을 느낀다는 이야기도 들리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디언의 전설은 '아바타(2009)' 이후 가장 완성도 높은 3D 영상을 보여준 작품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듯 합니다. 다만 실사와 CG가 혼합된 아바타와 달리, 가디언의 전설은 오로지 CG로만 제작된 애니메이션이고, 실사에 가까울 정도로 세밀한 묘사로 인해 그 시각적인 부담감은 다른 작품에 비해 비교적 큰 것 역시 사실이 아닐까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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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서사구조, 스토리와 비주얼의 부조화

점에 가까운 영상미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판타지 애니메이션으로 영화사에 한획을 긋는 데는 실패한 작품입니다. 사실 북미 흥행은 제작비의 절반수준을 약간 넘기면서 사실상 참패를 하게 되었는데요. (물론, 글로벌 수익으로는 1억4천만불을 벌어들이면서 어느 정도 명성을 회복하게 됩니다.)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영상미를 가진 이 감탄스러운 애니메이션이 기대 이하의 호응을 얻은 것은 영상미에 미치지 못하는 이야기의 완성도가 그 원인이라 하겠습니다. 사실 잭 스나이더 감독이 그동안의 필모그라피에서 보여준 스토리텔러로서의 모습은 물음표라 하겠습니다. 전작인 300이나 왓치맨이 모두 라이트노벨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거대한 서사를 가진 가훌의 가디언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스토리 구성의 난이도가 낮은 편이었거든요. 게다가 그 스케일도 작았구요.

반면, 가훌의 가디언은 비록 첫 3권까지의 내용을 가져와 이야기로 구성한다고 해도 꽤 방대한 양에 해당합니다. 적어도 2시간에 가까운 분량으로 작업이 되었어야 했을지도 모를 이 장대한 이야기는 영화로 옮겨지면서 단 96분으로 이야기가 축소되게 됩니다. 판타지 영화의 성공작으로 꼽히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평균 180분 정도의 러닝타임(확장판에서는 200분을 넘어가는 쿨럭;)을, 해리 포터 시리즈가 평균 140~150분의 러닝타임을 갖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는 무척 짧은 상영시간이라 할 수 있지요. 심지어 나니아 연대기 역시 2부가 110여분이고 1부와 3부는 140분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원작인 가훌의 가디언의 이야기가 결코 이들 판타지 흥행 3대 시리즈의 원작과 비교하여 떨어지지 않는 스케일과 서사를 갖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는 명백히 스토리 구성 상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스토리텔러로서 아직 검증이 필요한 신예 감독에게 이처럼 거대한 서사를 갖고 있는 작품을 다른 판타지 영화들보다 적은 시간 안에 영화로 재구성하는 것은 분명 어려운 작업이었을 겁니다. (물론, 각본 작업은 스나이더 본인이 아닌 존 오로프와 존 콜리 등이 맡고 있습니다만) 이로 인해 원작의 이야기는 상당부분 축소되고 각색되어 특색없는 뻔한 이야기로 다시 재탄생하게 됩니다. 러닝타임의 제약을 갖게 되면서 원작에서 큰 호평을 받았던 올빼미의 생태구조에 대한 뛰어나고 사실적인 묘사 역시 거의 작품에서 표현되고 있지 않지요. 결국, 영화는 그저 압도적인 영상미를 감상하는 것 외에 뚜렷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가 힘든 작품이 되고 맙니다. '놀라우리만치 먹음직스러운 데코레이션에 감명 받아 한 스푼을 떠서 입에 넣는 순간, 맛은 있으되 눈으로 보고 기대했던 그 만큼은 아니라는 실망감이 드는 요리를 먹고 있는 심정'이 어쩌면 가디언의 전설을 감상하고 난 가장 적절한 표현은 아닐까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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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로서의 한계를 보여준 잭 스나이더

PG 등급의 영화로서도 평이한 권선징악의 스토리 외에도 평이한 캐릭터 역시 이 작품의 매력을 반감시킵니다. 짧은 러닝타임으로 인해 캐릭터에 대한 묘사가 부족한 부분도 있는데다가 너무나 사실적으로 올빼미들을 묘사하면서 PG 등급의 영화로서는 캐릭터에 대한 감정이입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고 하겠군요. 즉, 너무 사실적인 올빼미라 귀엽다거나 이쁘다거나 이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모습은 R등급에 가까운 비주얼인데, 내용은 PG등급의 이야기이니 사실적인 비주얼을 기대하고 간 성인관객들은 실망하고, 가족 판타지 오락영화로 생각하고 간 가족관객들은 기막히긴 하지만, 너무 사실적이어서 징그러운 비주얼에 쉬이 감정이입이 되지 않습니다. 이는 R등급 비주얼리스트로서 잭 스나이더의 첫번째 도전이 실패로 끝났음을 보여주는 아쉬운 대목이라 하겠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잭 스나이더 감독의 가디언의 전설은 로버트 져메키스 감독의 '베오울프(2007)'과 비교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백 투 더 퓨처' 시리즈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흥행 감독 로버트 져메키스는 자신이 세운 이미지무버스 디지털 회사의 퍼포먼스 캡쳐 기술을 활용하여 실사에 가까운 CG와 성인등급의 표현묘사를 앞세운 R 등급 판타지 애니메이션 베오울프를 선보였으나 흥행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하게 되지요. 만약, 베오울프의 이야기를 잭 스나이더가 연출하고, 가디언의 전설을 로버트 져메키스가 맡았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요? 물론, 그저 추측과 상상에 불과할 뿐입니다만, 가디언의 전설은 확실히 스나이더와는 맞지 않는 궁합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디언의 전설은 올빼미판 반지의 전쟁이라고 불릴만큼 판타지로서는 높은 수준의 비주얼로 인해 어느 정도의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특히, 여러분이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판타지 영화의 팬이라면 가디언의 전설을 볼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는 것은 장담할 수 있을 듯 싶군요. 다만, 여건이 되신다면 (블로그 이웃이신 영화 파워블로거 페니웨이님 말마따나) 블루레이급의 화질로 감상하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분명 기대 이상의 감동을 얻으실 겁니다. 영화 결말 부분은 원작의 이야기 구조로 인해 속편을 암시하는 듯한 모양새로 결말을 맺게 됩니다만, 속편을 볼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가 아닐까 싶군요.

ⓒ WARNER BROS


☞ 개인적으로 PG-13 등급에, 110분 정도만 러닝타임을 줬어도 이 작품은 꽤 괜찮은 애니메이션 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런 면에서 쉐인 에커의 '나인(2009)'과 함께 그 스토리가 너무나 아쉬운 작품이네요.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WARNER BROS에게 있습니다.

※ 이 리뷰는 알라딘 이 달의 TTB 리뷰 2011년 3월차에 선정된 글입니다. (클릭)


가디언의 전설 - 6점
잭 스나이더 감독, 짐 스터게스 외 목소리/워너브라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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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존 23 Part I (1985), メガゾーン23 / Megazone 23


ⓒ あいどる · AIC


<정보>

◈ 원작/감독: 이시구로 노보루
◈ 각본: 호시야마 히로유키
◈ 콘티: 이시구로 노보루, 이타노 이치로, 우메츠 야스오미, 히라노 토시키
◈ 캐릭터 디자인: 히라노 토시키, 하루히코 미키모토 (이브)
◈ 메카닉 디자인/감수: 아라마키 신지, 카기누마 히데키, 미야오 가쿠 / 쿠마다 마사요시
◈ 작화감독: 히라노 토시키, 하루히코 미키모토, 이타노 이치로, 카기노우치 나루미
◈ 미술감독: 나카무라 미츠키
◈ 음악/노래: 사기쓰 시로 / 미야사토 쿠미, 타케우치 유카
◈ 기획/제작: 스즈키 토시미치 / 스다 히데아키, 오노데라 수이치
◈ 제작사: 아트랜드, 아트믹, ㈜あいどる, 빅터 음악산업
◈ 저작권: ⓒ あいどる · AIC
◈ 일자: 1985.03.09 (OVA 발매) / 1985.03.23 (극장개봉)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 구분/등급: OVA, 극장판 / 미성년자 관람불가 (NC-17)


<시놉시스>

대규모 전쟁으로 인해 황폐화된 먼 미래의 지구. 인류는 거대한 도시형 우주선을 만들어 황폐화된 지구에서 탈출, 우주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게 되었다. 메가존 23이라 불리는 도시형 우주선도 그 중 하나. 메가존 23을 제어하는 거대한 인공지능 컴퓨터 바하무트는 도시형 우주선의 내부에 인류가 가장 동경하던 시대인 20세기의 도시환경을 구축하고 거주하는 인류의 정신을 조작하여 자신들이 도시형 우주선이 아닌 20세기의 지구에 살고 있다는 환상을 일괄적으로 심어놓게 된다. 실제로 뉴스에서 벌어지는 모든 소식과 이야기는 바하무트에 의해 가공된 것이며, 외국여행 역시 그저 바하무트의 정신조작으로 심어진 기억일 뿐이다. 이들 도시형 우주선은 지구관리 시스템이라는 프로그램에 의해 지구를 떠난 지 500년이 지나 귀환하도록 설정되어 있었으며, 재생 중인 지구에 무단으로 귀환하는 도시형 우주선을 파괴할 목적으로 달 표면에는 지구 방위 시스템 ADAM이 건설된다.

그로부터 500여년의 세월이 흘러 메가존 23의 지구귀환이 다가오던 무렵, 화성으로 이주한 인류의 후예 데쟈루구가 메가존 23을 습격하게 된다. 메가존 23의 자치군은 외계의 습격을 맞아 싸우면서 도시형 우주선과 바하무트의 정신조작의 진실을 깨닫게 되고, 자치군의 젊은 장교 BD는 이러한 상황 속에 바하무트를 무력화시키고 데쟈루구를 물린 뒤, 스스로가 메가존 23의 지배자가 되려 하고 있었다. 군은 대 데쟈루구용 병기로 바하무트가 가진 테크놀로지를 이용, 바이크에서 인간형 로봇으로 변형이 가능한 다목적 병기 가란드를 개발한다. 

하지만, 이 가란드에는 군이 모르는 비밀이 숨겨져 있었는데, 그것은 가란드에 메가존23의 아이돌 가수로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는 토키마츠리 이브, 즉 EVE와 소통이 가능한 7G 오퍼레이터를 위한 기능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EVE는 실제 인간이 아닌 바하무트가 만들어낸 가상의 존재로, 무작위로 7G 오퍼레이터로 선택된 인물에게 질문을 던져 최종적으로 인류의 지구귀환 여부를 결정하는 일종의 AI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우연치 않게 이 가란드가 BD의 손을 떠나 민간인 소년 야하기 쇼고에게 넘어가게 되는데...

<소개>

'기갑창세기 모스피다(1983)'와 함께, 마크로스의 후속 시리즈로 기획된 '초시공세기 오거스(1984)'와 '초시공기사단 서던크로스(1984)'는 빅히트를 기록한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의 컨셉을 이어받은 후속작들임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하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그 인기를 이어가는데는 실패하고 만다. TV 시리즈의 속성상 완구/프라모델 비즈니스와 연계가 생명이었던 이 작품들은 완구/프라모델 분야에서 저조한 실적을 거두면서 스폰서의 눈총을 받을 수 밖에 없었고, 운 나쁘게도 동시간대에 방영된 타방송국의 인기 프로그램을 능가할 대중적인 코드도 부족했었다. 즉, 당시 TV 시리즈로서는 마니악한 작품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모스피다의 기획에 참여했던 아트믹의 대표이자 프로듀서인 스즈키 토시미치는 이 진일보한 SF 세계관에 큰 인상을 받는다. 그는 이 마니악한 설정이 대중성은 떨어질지라도 마니아들에게는 큰 어필을 할 수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당시 아니메 시장은 질적, 양적인 팽창으로 인하여 그 몸집이 비대해지던 시기였다. 동시기에 당대 VHS 비디오를 주도하던 빅터 음악산업(이하 음산, 후일 빅터 엔터테인먼트)과 베타 비디오를 주도하던 소니는 자사의 비디오 플레이어의 대중화를 위해 서로 경쟁적으로 사업을 팽창하고 있었는데, 이를 위해서는 영상 컨텐츠의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기도 했다. 이러한 업계의 의지로 인해 아니메는 오리지널 비디오 애니메이션(OVA)라는 새로운 대안시장을 탄생시키게 된다.([5] 참조) 스즈키의 기획은 바로 OVA라는 매체에 정확히 부합되는 것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컨텐츠에 적극 구매의사를 밝히는 마니아들에게 이 하드한 SF 로봇물은 분명 좋은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크로스나 모스피다와 같은 하드 SF 로봇물로 방향을 잡으면서 아트믹은 마크로스와 모스피다에서 활약한 젊은 인재들을 대거 영입하게 된다. OVA는 극장 아니메에 비하여 소규모의 자본이 투입되는 프로젝트였기에 몸값이 비싼 중견 애니메이터보다는 커리어를 쌓고 싶은 의욕 넘치는 젊은 애니메이터들에게 안성맞춤이었다. 또한, 비디오라는 매체의 특성상 TV 시리즈나 극장 아니메보다 표현과 이야기의 자유도가 용이했기에 도전을 원하는 젊은 애니메이터들에게도 적합한 제작방식이기도 했다. 그로 인해 마크로스 시리즈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했던 젊은 애니메이터들이 대거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된다. '이타노 써커스'로 메카 액션에 새로운 지평을 연 이타노 이치로, 마크로스의 캐릭터 디자인으로 스타덤에 오른 하루히코 미키모토, 마크로스 시리즈에서 작화감독으로 활약한 히라노 토시키, 카기노우치 나루미, 여기에 모스피다에서 인상적인 라이딩 아머를 디자인한 아라마키 신지 등이 속속 아트믹의 휘하로 모여들게 된다.

여기에 '기동전사 건담(1979)'을 위시한 선라이즈의 다수의 로봇물에서 각본을 쓴 관록의 호시야마 히로유키와, 마크로스 시리즈에서 신진 애니메이터들을 효과적으로 컨트롤한 노장 이시구로 노보루의 가세로 진용은 신구의 조화를 이룬 탄탄한 모양새를 갖추게 된다. 보다 더 치밀해진 하드한 SF 스토리, 메카닉 마니아들의 욕구를 자극하는 매력적인 메카닉, 여기에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소녀와 에로틱 코드가 결합된, 마니악하면서도 상업적인 의도가 전면에 깔린 걸작 OVA가 탄생하니 이것이 바로 '메가존 23(1985)'이다. 

황폐해진 지구를 치유하기 위해 도시형 우주선 메가존에 탑승하여 지구를 떠도는 인류의 미래는 픽사의 최신작 '월 E(2008)'의 서사구조와도 상당히 유사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우주선의 메인 컴퓨터가 인간을 양육하는 절대적인 컨트롤 타워로 등장하는 부분도 마찬가지. 물론 이 설정은 몇몇 소설과 영화에서 다루어온 부분으로, 새롭고 혁신적이지는 않은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월 E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메가존 23은 만화영화로서는 상당히 이른 시기에 이를 영상화한 작품이라 하겠다. 거기에 사람들의 정신을 조작하여 그들은 자신을 우주선에 사는 먼 미래의 인류가 아닌 1980년대의 사람으로 인식하고 산다는 점은 꽤 독창적인 발상이라 하겠다. 이렇게 시스템에 의해 인류가 무의식적으로 통제당하는 설정은 후일 '매트릭스' 시리즈와 매트릭스에 영향을 받은 일부 SF 영화들이 보여준 것과 같은 방향성을 보여준다.

컴퓨터가 관리하는 통제된 사회, 실제 현실을 깨닫지 못하고 조작된 삶을 살고 있는 인류 등, 고급스러운 SF 설정 외에도 사이버 아이돌 이브의 등장은 이 작품의 가치를 빛나게 하는 또 하나의 요소이다. 아이돌 가수라는 점에서 이브는 마크로스의 린 민메이에 영감을 받았음이 분명하며, 히라노 토시키가 디자인한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이브는 하루히코 미키모토가 디자인하여 다른 캐릭터들과는 틀린 가상의 캐릭터라는 정체성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이브는 단순한 사이버 가수가 아닌 인류의 생존권을 쥐고 흔드는 가상 프로그램으로 작품의 중요한 열쇠가 될 뿐만 아니라 후일 메가존 시리즈의 상징적인 캐릭터로 자리매김한다. (사이버 아이돌이라는 컨셉은 후일 카와모리 쇼지가 연출하는 '마크로스 플러스(1994)'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 이브는 린 민메이와 함께 하루히코가 창조해낸 캐릭터로서 오랫동안 사랑받게 되며, 신인가수 미야사토 쿠미를 이브의 성우로 기용함으로써 민메이의 성우였던 이이지마 마리가 가수로서도 대성공했던 마크로스의 성공사례를 재현하게 된다. 명 작곡가 사기쓰 시로가 쓴 일련의 삽입곡들 역시 큰 사랑을 받는다.

아라마키 신지가 디자인한 바이크 변형 메카 가란드의 디자인은 전작 모스피다의 라이딩 아머 모스피다만큼 정교하며, 토시키와 나루미의 캐릭터들도 이브 못지 않은 매력을 보여준다. 특히, OVA의 상업적 기획의도로 인해 삽입된 주인공 쇼고와 히로인 유이의 베드씬은 이 작품을 감상할 성인 마니아들의 좋은 눈요깃거리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에로틱 씬의 삽입은 비디오 판매 자체가 상업적 성공의 잣대인 OVA에 있어서 일종의 안전장치로 작용하게 되는데, 이렇게 마니아들의 성적 욕구를 비즈니스에 이용하는 아니메의 시도는 후일 수많은 성인용 포르노 아니메의 양산을 가져오는데 단초를 제공하지 않나 싶다.

당시 비디오 타이틀로서는 비교적 고가인 13,800엔으로 발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메가존 23은 2만 6천장이라는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리며 85년도 일본 비디오 시장에 가장 많이 팔린 비디오로 이름을 올린다.([5] 참조) 이러한 판매호조는 곧 극장상영으로 이어져 메가존 23은 마니악한 SF 장르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상업성을 갖춘 작품으로 평가받게 된다. 각본을 쓴 호시야마 히로유키는 제3회 일본 아니메 대상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며 진일보한 작품의 SF 설정 역시 평단의 인정을 받게 된다. 이를 통해 메카닉과 미소녀의 결합이라는 일본 아니메 특유의 스타일은 당분간 아니메를 특히, OVA 시장을 주도하게 된다.


메가존 23 Part II, 비밀을 주.세.요 (1986) 


ⓒ あいどる · AIC


<정보>

◈ 원작/총감수: 이시구로 노보루
◈ 감독/메카닉 작화감독: 이타노 이치로
◈ 구성/각본: 야마다 카츠히사 / 호시야마 히로유키
◈ 콘티: 이타노 이치로, 야마다 카츠히사, 하세가와 야스오 外
◈ 캐릭터 디자인: 우메츠 야스오미, 하루히코 미키모토 (이브)
◈ 메카닉 디자인: 아라마키 신지
◈ 작화감독: 우메츠 야스오미, 카도카미 요코 (이브 작화감독)
◈ 미술감독: 아라이 카즈히로
◈ 원화: 유키 노부테루, 모리모토 코지, 오오모리 히데토시, 우루시하라 사토시 外
◈ 음악/노래: 사기쓰 시로 / 미야사토 쿠미
◈ 기획/제작: 스즈키 토시미치 / 스다 히데아키, 오노데라 수이치
◈ 제작사: AIC, 아트믹, ㈜あいどる, 빅터 음악산업
◈ 저작권: ⓒ あいどる · AIC
◈ 일자: 1986.04.26 (극장개봉) / 1986.05.30 (OVA 발매)
◈ 장르: SF, 드라마, 액션
◈ 구분/등급: OVA, 극장판 / 미성년자 관람불가 (NC-17)


<소개>

OVA로의 도전적인 시도가 크게 성공하자, 곧이어 두번째 메가존 프로젝트가 발동하게 된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AIC가 참여하면서 제작 규모가 전작에 비해 크게 상승하게 된다. 두번째 시리즈는 우선 전작에 비하여 여러면에서 파격적인 인사가 단행되는데, 우선 노장 이시구로 노보루가 감독이 아닌 총감수의 직책으로 일선에서 물러나고 대신, 이타노 이치로가 자신의 첫 연출데뷔를 이 작품을 통해 이루게 된다. 또한, 파트 1에서 콘티스탭으로 활약하던 신예 우메츠 야스오미가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으로 파격적으로 데뷔하게 된다. 이로 인해 시리즈는 전작이 보여준 아니메 스타일을 일신, 마치 미국적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극화체의 스타일로 변모한다.

애초에 해외시장을 염두에 두었던 작품이었기에 이러한 파격적 결단은 좋은 반응을 가져오게 된다. 실제로 메가존 23 파트 2는 해외에서도 높은 인기를 끌었으며, 현재까지도 우메츠 야스오미에 대한 인기는 북미 등에서 매우 높은 편이다. 이외에도 유키 노부테로, 모리모토 코지, 오오모리 히데토시, 우루시하라 사토시와 같이 젊고 유능한 작화가들이 대거 참여하여 작화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유키 노부테루는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낸 천재 작화가 우메츠 야스오미와 비견될 정도의 작화력을 가진 대기만성형의 인재로, 훗날 일본을 대표하는 캐릭터 디자이너이자 작화감독으로 성장하게 된다. 반면, 이번 작품을 통하여 첫 연출수업을 통과한 이타노 이치로는 이후 여러편의 OVA를 통해 감독에 도전하지만 메가존 23 파트2 이상의 성과를 내지는 못하면서 절정의 작화력에 비해 연출부분에서는 한계를 드러내기도. 이는 후일 감독으로 데뷔하는 본 시리즈의 메카닉 디자이너 아라마키 신지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이것이 바로 엘로스가 구입했던 지 아니메 특별부록. ⓒ あいどる · AIC / 近代映画社

우메츠 야스오미의 작화는 이 작품이 가진 마니아적 매력을 극대화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기존의 아니메 스타일과는 너무도 다른 뚜렷한 이목구비와 강렬한 명암, 사실적인 묘사는 성인취향의 애니메이션에 적합한 모습이었다. 이와 함께 하루히코가 디자인한 이브도 새로운 변화를 맡는데, 파트 1의 이브가 민메이와 유사한,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였던 반면, 파트 2의 이브는 보다 더 관능적이고 여성적인 매력을 드러내었다. 파격적인 작화의 변화는 전작의 등장인물이었던 쇼고나 유이, 그리고 BD에도 영향을 미쳐, 너무도 다른 외모의 변화 때문에 파트 1과의 매치가 잘 안되는 현상을 가져오기도.

이 작품 역시도 성인층 마니아를 공략한 OVA인 이상 필수적으로 서비스 컷이 삽입된다. 이 OVA가 특히나 마니아들 사이에서 전설적인 작품으로 회자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서비스 컷인 쇼고와 유이의 베드씬 때문이었는데, 전작의 베드씬을 넘어서는 수준의 선정성에 우메츠 야스오미의 절정의 작화력이 더해지면서, 리미티드 아니메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실사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여주어 당시 마니아들을 충격과 열광(?)에 빠뜨리게 된다. 그러나, 이 절정의 작화 덕에 후일 우메츠 야스오미는 성인 아니메의 대가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기도. 

문제의 베드씬은 북미판에서는 삭제되어 출시되었으며, 당시 국내에서 일본서적 전문 서점 등을 통해 유통된 메가존 23 설정집 '지 아니메 특별편집 메가존 23 Part II'의 경우, 베드씬을 일일이 캡쳐한 스틸 샷 페이지 통체를 검은 매직으로 칠해 판매하는 만행(?)을 벌여 국내 오덕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당시 거금 8만원을 주고 엘로스가 구입하여 애지중지 아끼던 이 서적은 책을 빌려간 뒤 자기 책도 아니면서 다른 사람에게 대여해주신 죽마고우의 선행으로 인하여 현재는 행방불명되어버린 상태이다.) 


메가존 23 Part III, 이브의 각성/해방의 날 (1989) 


ⓒ VICTOR Entertainment


<정보>

◈ 원작: 아라마키 신지
◈ 감독: 아라미키 신지, 야타가이 켄이치
◈ 각본: 아리이 에무
◈ 캐릭터 디자인: 키타즈메 히로유키, 하루히코 미키모토 (이브)
◈ 프로덕션 디자인: 유메노 레이
◈ 작화감독: 키타즈메 히로유키, 기타지마 노부유키
◈ 메카닉 작화감독: 仲盛文 (전편), 오바리 마사미 (후편)
◈ 작화감독보: 온다 나오유키 (전편), 키타지마 노부유키 (후편)
◈ 미술감독: 히가시 쥰이치
◈ 음악/노래: 우라타 케이시 / 타카오카 사키
◈ 기획/제작: 스즈키 토시미치, 아지미 토시오 / 스다 히데아키
◈ 제작사: AIC, 아트믹, 빅터 음악산업
◈ 저작권: ⓒ VICTOR Entertainment
◈ 일자: 1989.09.28 (1편 OVA 발매) / 1989.11.25 (극장개봉)
◈ 장르: SF, 드라마, 액션
◈ 구분/등급: OVA, 극장판 / 고등학생 관람가 (R)


<소개>

3년 뒤에 재부팅한 메가존 23의 세번째 시리즈. 이미 지구에 성공적으로 귀환한 메가존 23, 그리고 신천지에서 새로운 운명을 시작한 쇼고와 유이의 이야기 등 전작의 종결 시점으로부터 수백년 후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속편이다. 1편의 히라노 토시키, 2편의 우메츠 야스오미에 이어 이번 3편은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1987)'과 '역습의 샤아(1988)' 등을 통해 당대 최고의 인기 캐릭터 디자이너로 각광받고 있는 키타즈메 히로유키가 맡게 된다. 적어도 작화면에서 메가존 23 시리즈는 그야말로 당대 최고의 필력과 인기도를 자랑하는 아니메 캐릭터 디자이너가 참여한 작품인 셈이다. 그만큼 메가존 23이 OVA史에서 차지하는 네임밸류는 대단한 것이었다.

깔끔한 캐릭터 디자인은 그야말로 명불허전이었으며, 일부 작화 퀄리티는 현재의 수준과 비교해도 그다지 퀄리티 차이를 못느낄만큼 대단하다. 특히, 당대 최고의 캐릭터 디자이너로 일세를 풍미하는 키타즈메의 스타일이 더해진 이브의 스타일은 사랑스러운 파트 1의 이브와, 관능적인 파트 2의 이브와는 다른, 소녀적이면서도 아이돌 스타스러운 스타일을 맘껏 뽐내고 있다. 전작과는 다른 숏컷의 머리도 매력 포인트.

다만, 이 시리즈는 앞선 두 시리즈에 비하여 작화 퀄리티가 들쭉날쭉한 아쉬움이 있다. 일부 컷은 놀라울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주다가도 몇몇 컷에서는 기대 이하의 완성도를 보여주기도. 이는 작화감독이 키타즈메 외에 기타지마 노부유키가 참여하는 이중 작화감독 체제의 원인이 아닌가 싶으며, 1편에 비해 2편의 작화적 완성도가 다소 더 떨어져 보인다. 1편의 작화감독 보조에, 당시 키타즈메의 뒤를 이은 스튜디오 비보의 또하나의 인재 온다 나오유키가 참여했던 것은 1편과 2편의 작화적 완성도의 차이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

메가존 23 파트2와 파트3에 참여한 작화가들은 기묘하게 공통적인 라이프사이클을 보여주고 있다. 파트 2의 우메츠 야스오미는 20대이던 80년대 당시 절정의 작화력을 보여주다가 80년대말 이후 갑작스레 자취를 감춘 뒤 90년대 중반에 들어서 다시 활동을 재개했으나 예전과 같은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한 반면, 당시 원화맨으로 참여하며 이름이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유키 노부테루는 90년대 중반 이후 성장을 계속하여 이제는 아니메의 대표적인 작화가로 성장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파트 3의 키타즈메 또한 80년대의 절정의 인기를 유지하지 못한체 쇠퇴를 거듭, 현재는 아니메 업계에서 그 소식을 접하기 힘든 반면, 그의 아류로 인식되던 온다 나오유키는 성장에 성장을 거듭, 현재는 키타즈메를 뛰어넘은 미형 캐릭터 디자이너로 그 이름을 드높이고 있다. (제타 건담 원 시리즈의 작화감독이 키타즈메인 반면, 제타 건담 신역판의 작화감독은 온다라는 사실 역시 위상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메가존 23은 이들 불세출의 애니메이터들이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젊고 패기있던 시절에 그려진 의미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파트1의 이브(상), 파트2의 이브(중), 파트(3)의 이브.



<참고 사이트>

[1] メガゾーン23, Wikipedia Japan
[2] Megazone 23 (OAV), ANN
[3] Megazone 23 Part II (OAV), ANN
[4] Megazone 23 Part III (OAV), ANN
[5] 메가존 23(メガゾーン23) 1985, 1986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워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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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노 감독의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 목차>


기동전사 제타 건담 (1985), 機動戦士 Ζ ガンダム / Mobile Suit Z Gundam


ⓒ SOTSU · SUNRISE


 <정보>

◈ 원안: 야다테 하지메
◈ 원작/총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각본: 토미노 요시유키(필명 斧谷稔 사용), 오오노기 히로시, 스즈키 유미코, 카와사키 토모코, 마루오 미호 外
◈ 콘티/연출: 이마가와 야스히로, 세기타 오사무, 카와세 토시후미, 타키자와 토시후미, 이우치 슈지 外
◈ 캐릭터 디자인: 야스히코 요시카즈
◈ 작화감독: 키타즈메 히로유키, 고바야시 토시미츠, 카나야마 아키히로, 야마다 키사라카, 온다 나오유키 外
◈ 메카닉 디자인: 나가노 마모루(중도 하차), 오카와라 쿠니오, 후지타 카즈미, 무라카미 카츠시, 고바야시 마코토 外 
◈ 메카닉 작화감독: 우치다 요리히사
◈ 미술감독: 히가시 쥰이치
◈ 오프닝/엔딩 애니메이션: 우메츠 야스오미
◈ 음악/노래: 사에구사 시게아키, 닐 세다카 / 아유카와 마미 (1기 오프닝, 엔딩), 모리구치 히로코 (2기 오프닝)
◈ 기획/프로듀서: 선라이즈 / 우치다 켄지, 오니시 쿠니아키, 森山涇
◈ 제작사: 선라이즈, 나고야 TV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5.03.02 ~ 1986.02.22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50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지온공화국과 지구연방의 1년 전쟁이 지구연방의 승리로 끝난지 7년 뒤인 우주세기 0087년. 스페이스노이드(우주에서 태어난 인류)들의 재결집을 우려한 지구연방은 전쟁 종료 후 보다 효과적인 지배력 강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지온군의 잔당소탕이라는 명제를 내걸고 지구연방군 출신의 자미토프 하이만의 주도로 창설된 특수부대 티탄즈는 연방 내의 엘리트 집단으로 세력을 공고히 하며 노골적으로 스페이스노이드를 탄압하기 시작한다. 지온의 불순분자를 소탕한다는 목적으로 스페이스 콜로니 사이드1의 30반치에 독가스를 살포하여 콜로니 주민 1,500만명을 학살하는 등, 티탄즈의 행위가 도를 넘어서자 연방의 뜻있는 인물들과 스페이스노이드들은 티탄즈에 대항하여 반지구연방조직 에우고를 결성하게 된다. 이로 인해 실낱처럼 이어지던 어스노이드와 스페이스노이드들의 평화는 깨지고 다시금 전란의 불길이 우주를 불태우기 시작하니 이것이 바로 후세에 그리프스 전쟁이라 알려진 전화의 서막이다.

연방군의 기술사관으로 근무하는 부모를 따라 사이드 7으로 이주한 고교생 카미유 비단은 아버지의 외도와 어머니의 무관심, 그리고 여자같은 자신의 이름에 강한 불만과 컴플렉스를 느끼고 있었다. 어느날 길에서 마주친 티탄즈의 사관 제리드 메사로부터 여자같은 이름이라는 말을 들은 카미유는 충동적으로 치미는 화를 참지 못하고 제리드에게 일격을 가해 티탄즈의 헌병들에게 체포되고, 헌병들에게 가혹한 린치를 당하며 카미유는 티탄즈에 대해 강한 적개심을 품게 된다.

한편, 그린노아에 티탄즈가 비밀리에 제작중인 모빌슈트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에우고는 크와트로 바지나 대위를 그린노아에 침투시킨다. 티탄즈가 개발한 비밀병기 건담 MK II의 존재를 확인한 크와트로. MK II의 시운전을 하던 제리드가 조종미숙으로 지면에 불시착하며 헌병대를 덮치고 혼란한 틈을 노려 카미유는 구금장소를 빠져나와 제리드가 불시착시킨 건담 MK II에 올라탄다. 처음에는 그저 자신을 때린 티탄즈 헌병들에게 복수를 할 목적이었던 카미유는, 크와트로 대위와 조우하면서 엉겁결에 건담 MK II와 함께 에우고로 향하는데...


<소개>

6년만에 방영된 '기동전사 건담(1979)'의 후속작으로, 수많은 논란과 화제를 낳았던 작품. 원작으로부터 7년 뒤의 세계를 다루고 있는 '기동전사 제타 건담(기동전사 Z 건담/1985)'은 7년 사이 무수한 사이드 스토리를 만들어냈던 우주세기의 세계 만큼이나 6년 사이 무수한 제작 비화들이 회자되고 있다. 

건담의 후속편은 이미 '성전사 단바인(1983)'의 방영 중에 논의가 되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전설거신 이데온(1980)'과 '전투메카 자붕글(1982)'을 거쳐 단바인에 이르면서 토미노는 후속 건담에 대한 팬들의 염원, 당시의 로봇물의 프라모델 사업부진에 따른 반다이의 건담 시리즈 재개 요구 등 여러가지 외부적 압력을 받고 있었으며, 그 자신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만한 아이디어가 고갈되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로 인해 83년부터 내부적으로 진행되어가던 후속 건담의 프로젝트는 마침내 84년 2월부터 본격적인 스타트에 들어가게 된다. 이때는 토미노의 '중전기 엘가임(1984)'이 방영을 시작하던 시점이기도 했다.

프로젝트가 겹치면서 Z 건담은 다른 아니메에 비하여 상당히 긴 제작기간을 거치게 된다. 1년짜리 프로젝트였으니 과연 건담 후속작에 걸맞는 대 프로젝트라고나 할까. 게다가 퍼스트 건담을 제작했던 선라이즈의 제1스튜디오가 아닌, 자붕글 이후로 토미노가 둥지를 튼 제2스튜디오가 제작을 맡게 된다. 당시 제 2스튜디오는 엘가임을 제작하던 중으로, 이로 인해 엘가임의 제작에서 토미노의 비중이 축소되면서 작품의 전반적 분위기가 토미노 것과는 많이 달라지게 되었고, Z 건담의 제작은 엘가임과의 이중 작업으로 인해 그 진도가 더딜 수 밖에 없었다.  

1년여의 제작 기간 중 상당기간 공을 들인 것은 바로 메카닉 디자인이었다. 오카와라 쿠니오 혼자서 전담했던 퍼스트와는 달리 Z 건담에는 10명 남짓한 스탭들이 투입되는데, 이는 명실공히 Z 건담이 비즈니스적 기획의도가 십분 반영된 작품이며, 프라모델 사업의 성패를 쥔 작품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특히, 주역메카인 Z 건담의 경우에는 한명의 디자이너가 아닌 여러명의 디자이너들이 서로 아이디어를 내고 의견을 조율하며 만들어낸 디자인으로, 아니메의 메카닉 디자인을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결코 빠지지 않는 걸작 메카닉으로 지금까지 자리하게 된다. 

다만, 복잡한 변형 메커니즘의 도입에 따른 프라모델의 상품화 문제로 인해 초반부의 주역 메카는 퍼스트 건담의 디자인 컨셉을 계승한 건담 MK II가 맡게 된다. 이로 인해 Z 건담은 후반부에 MK II와 극적인 교체를 이루게 되는데, 이는 토미노의 전작 자붕글이나 단바인, 엘가임에 등장한 주역메카의 교체와 동일한 시퀀스이며, 단바인과 엘가임은 Z 건담과 마찬가지로 후반부의 주역기체가 변형기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일련의 과정은 타가하시 료스케 감독에게도 영향을 미쳐 '기갑계 가리안(1984)'에서 그는 가리안에서 합체변형이 가능한 어절트 가리안으로 주역메카를 업그레이드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캐릭터 디자인에서도 파격적인 변화가 눈에 띈다. 건담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일선에서 물러난 체 캐릭터 디자인에만 관여한 것이 그것. 총작화감독 한명이 전체 작화를 조율하지 않고 여러명의 작화감독이 로테이션 형태로 작화를 담당하게 되는데, 특히 토미노 감독의 작품에서 그동안 작화를 맡아오던 또하나의 거물 작화가 코가와 토모노리 대신 그의 제자인 키타즈메 히로유키의 활약이 눈에 띈다 하겠다. 스승인 코가와의 작화기법을 계승하면서, 야스히코의 미형 캐릭터들을 절묘하게 재창조해낸 그의 작화는 퍼스트 건담의 일부 팬들에게는 반감을 사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팬들에게는 큰 인기를 얻게 되었는데, 그로 인해 당시 절정의 인기를 끌던 아니메 잡지 뉴타입의 표지 일러스트의 상당수가 키타즈메의 손에 의해 그려지기도 했다. 키타즈메 외에도 온다 나오유키와 같은 코가와의 제자들이 다수 작화진에 가세하여 전체적인 Z 건담의 형세는 퍼스트의 잔영과 새로운 건담 스타일 사이에 위치하여 야스히코의 스타일을 기반으로 한 혁신에 가까운 모습을 취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에서 압도적인 퀄리티의 2기 오프닝을 그리며 혜성처럼 등장한 우메츠 야스오미의 등장은 또다른 천재 애니메이터의 탄생을 예고하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 SOTSU · SUNRISE

이야기 역시 후속작이라고는 하지만 기존의 건담 시리즈와 많은 차별점을 보이고 있다. 전 시리즈의 주인공 아무로가 한참 후에나 등장하며, 또다른 주역인 샤아 아즈나블은 주인공보다 먼저 화면을 장식하지만, 주인공과 같은 편으로 주인공을 보조하는 조역으로 전락한다. 대신 그 자리에는 전편의 아무로보다 더 신경질적이고 히스테릭한 소년 카미유 비단이 주인공을 맡게 된다. 전쟁 드라마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티탄즈와 에우고, 지구연방, 여기에 지온의 잔당 액시즈까지 등장하며 구도는 더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또한 정치이념을 초월하여 거대기업으로 작품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애너하임 일렉트로닉스의 등장까지, 세계관의 구성은 전작보다 더 복잡하고 얽히고 섥힌 인과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아무로와 샤아가 주역이 아닌데다가 로봇물의 수준으로서는 과하게 복잡한 세계관과 갈등관계 등은 Z 건담의 시동에 발목을 걸었다. 평균시청률 6.4%는 퍼스트 건담 수준으로 낮았는데, 퍼스트 건담이 아무런 배경없이 등장한 것임을 감안할 때, Z 건담에 걸었던 팬과 스폰서의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것이라 하겠다. 다만, 프라모델 비즈니스에 있어서는 다른 라인업의 제품보다는 월등한 성적을 보여주었는데, 이러한 프라모델 판매 호조에도 불구하고 반다이 측의 기대치에는 못미쳤다는 소리도 전해지고 있다. 이는 복잡한 변형 메커니즘의 도입과 그로 인해 복잡해진 디테일의 모빌슈트를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제작비 상승으로 인한 마진감소가 원인이라 전해지고 있으며([1] 참조), Z 건담의 모빌슈트들을 원작에 가깝게 묘사하기에는 당시 프라모델 기술력으로는 한계가 있었던 것도 원인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등장하는 수많은 주조역 캐릭터들이 죽어버리는 등, 몰살의 토미노다운 비극적인 결말은 여전하다. 주인공인 카미유가 최종화에서 시로코를 쓰러뜨린 후 자아가 붕괴되면서 폐인이 되어버린다든지, 시리즈 최고의 인기 캐릭터 샤아가 하만 칸의 큐베레이에게 무참히 패배하고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체, 대파된 그의 모빌슈트 백식의 잔해가 떠도는 상태에서 엔딩을 맞이하는 결말은 팬들로서는 충격 그 자체였다. 이는 단순히 비극적인 엔딩을 추구했다기보다는 당시 건담 시리즈에 대한 회의와 스트레스를 토미노 감독이 작품을 통해 풀어낸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도 샤아의 모습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다고도 언급한 바, 최종회에서 생사를 알 수 없이 사라진 샤아의 모습은 건담이라는 세계에서 떠나버리고 싶은 토미노의 바람을 표현한 것은 아닐까.

하지만 실망한 팬들의 분노, 비즈니스적으로 100%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한 반다이의 채근 속에 토미노는 결국 이 작품을 끝으로 건담을 접으려던 애초의 생각을 바꿀 수 밖에 없게 되었다.

☞ <기동전사 Z 건담> 1부: 79년 이후 아니메의 세대교체 by 키웰 (보러가기)
☞ <기동전사 Z 건담> 2부: 퍼스트의 그늘에서 벗어난 작화 Line-up by 키웰 (보러가기)
☞ <기동전사 Z 건담> 3부: 제타에 흐르는 '시대의 눈물' by 키웰 (보러가기)


기동전사 제타 건담 신해석판: 별을 잇는자 (2005) 

ⓒ SOTSU · SUNRISE


<정보>

◈ 원작/감독/각본/총콘티: 토미노 요시유키
◈ 캐릭터 디자인 원안: 야스히코 요시카즈
◈ 캐릭터 작화감독: 온다 나오유키
◈ 메카닉 작화감독: 나카 모리푸미
◈ 작화감독: 무라세 슈코우, 시게타 아츠시, 나카지마 토시히로
◈ 미술감독: 히가시 쥰이치, 카이 마사토시
◈ 음악/노래: 사에구사 시게아키 / Gackt (오프닝, 엔딩 작사/작곡/노래)
◈ 기획/제작: 우치다 켄지 / 요시 타카유키
◈ 제작사: 선라이즈, 스튜디오 지브리 (배경), 가이낙스/매드하우스 (동화)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2005.05.28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건담 시리즈에 대한 짙은 회의와 좌절을 '턴에이 건담(1999)'를 통해 일부분 해소한 토미노는 총집편인 '극장판 턴에이 건담 I 지구광(2002)'과 '극장판 턴에이 건담 II 월광접(2002)'으로 극장까지 다시 건담을 등장시킨다.(다만, 흥행은 대참패) 이는 건담에 대한 토미노의 트라우마가 어느 정도 극복되었음을 의미하며, 동시에 보다 긍정적으로 변화된 그의 작품세계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3년 뒤인 2005년 토미노는 마침내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을 여지없이 작품 속에 표출했던 Z 건담을 달라진 감성에 맞춰 새롭게 해석하는 시도를 선보이니 그것이 바로 기동전사 Z 건담 신해석(신역이라고 대게 부르지만, 좀 일본스러운 표현인 듯 싶어 나름 고쳐보았다.) 3부작이다.

50화에 이르는 방대한 작품이다보니 자연스레 기획은 3부작으로 흘러갔다. 그동안 지지부진 성적을 거두었던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의 극장판인지라 제작비는 충분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전 작품을 신작화로 그리지 않고 구작화를 편집하여 일부 디테일을 수정하면서 신작화를 사이사이 추가하는 형식으로 제작되었다. 사실 구작화라 하더라도 당대 이름난 작화가들이 참여했기에 일부 퀄리티는 최신 TV 시리즈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지만, 열화된 필름 사정으로 인해 선명하지 못한 화질과, 섬세한 캐릭터 디자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퀄리티의 메카닉 작화는 당연히 깔끔하게 그려진 신작화와 비교될 수 밖에 없었으며, 온다 나오유키, 무라세 슈코우, 시게타 아츠시 등으로 새롭게 꾸려진 신작화의 캐릭터 디자인이 구작화와 많은 차이를 드러내는 등 신작화와 구작화 사이의 이질감은 생각 이상으로 크게 도드라졌다.

TV 시리즈의 1화부터 14화까지를 편집한 극장판은 총집편이지만 여러면에서 아쉬움을 보여주었다. 구작화를 사용하는 한계 때문인지 이전 시리즈의 이야기를 그저 축약하기만 하는 단조로운 전개에 그쳤고, 일부 내용 중에서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생략되면서 스토리의 앞뒤가 잘 맞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러닝타임이 95분에 그친 것도 제약사항으로 작용한 듯. 다만, 3부작 중에서는 1부의 이야기가 가장 무리없이 잘 편집되지 않았나 싶다. 특히, 아우도무라를 공격하는 앗시마를 수송기로 저지하고 탈출하는 아무로 레이와, 이를 맞이하는 카미유의 MK II와 샤아의 백식, 그리고 아무로와 샤아의 극적인 재회를 신작화로 그려내면서 감동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1부인 별을 잇는자 편은 토미노의 전작 턴에이 건담 극장판의 흥행참패의 영향으로 인해 역대 건담 극장판의 개봉관수의 반 정도에 불과한 83개의 극장에서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8.6억엔의 수익을 벌어들이며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다.


기동전사 제타 건담 신해석판: 연인들 (2005) 

ⓒ SOTSU · SUNRISE


<정보>

◈ 스탭진: 1편과 동일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2005.10.29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5개월만에 재개된 TV 시리즈의 15화~32화를 편집한 기동전사 Z 건담 신해석판의 극장판 2부. 이제와 돌이켜보면 50화나 되는, 그리고 수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이야기의 진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Z 건담의 경우 100분도 안되는 러닝타임의 3부작 축약은 무리가 있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다. 그나마 신작화로 모두 새로 그린다면 컷의 구성을 새로이 하여 보다 더 유동적인 대처가 가능했으련만, 제작비의 문제로 상당부분이 구작화로 대치되었기에 한계는 더더욱 커졌다. 이러한 이야기 구성의 문제는 신작화와 구작화간의 이질감 차이 이상으로 신해석 극장판의 완성도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되었다.

연인편은 타이틀 그대로 시리즈 최고, 아니 아니메史상 가장 비극적인 히로인 중 한 명인 무라사메 포와 함께 벨토치카 일마, 사라 자비아로프, 레코아 론드, 에마 신 등 Z 건담에 등장하는 수많은 여성들과 남성들의 로맨스를 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15화부터 32화까지의 내용을 98분으로 축약하면서 내용 전개에도 급급한 상황에서 이들의 로맨스를 밀도 있게 묘사하는 것은 구작화를 사용하는 제약 상황을 감안할 때 무척이나 어려운 난제라 하겠다. 연로한 토미노 감독의 나이 또한 이러한 작업들을 세심하게 구성하는데 있어서 또 하나의 한계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쿵푸 팬더의 포와는 전혀 다르다, 잊지말자.)와 카미유의 로맨스가 밀도있게 다루어지지 않은 부분은 이번 2부 최대의 오점으로 보인다. 게다가 원체 이 2부의 이야기 속에는 포우와 카미유의 비극적인 로맨스 외에 벨토치카와 아무로의 에피소드, Z 건담의 등장, 시로코의 활약, 사라 자비아로프와 카츠의 에피소드, 제리드와 마우아의 에피소드, 에우고의 지휘자 브렉스 준장의 죽음과 같은 여러가지 굵직굵직한 에피소드가 다루어지고 있는데, 이로 인해 부제인 연인들이라는 제목과 달리 작품은 사건의 나열에 그치고 있으며, 히로인인 포의 희생이 전반부에 다루어지면서 큰 임팩트를 주는 것에 비해 뒷부분의 전개는 하만과 액시즈의 등장까지 비교적 평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포의 죽음에도 큰 감정적 변화없이 극을 이끌어 가는 카미유의 모습에서는 오히려 연인들이라는 부제가 무색할 정도. 다만, 시리즈의 후반부에 등장하여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는 하만 칸의 포스는 이번 신해석판에서도 명불허전이라 하겠다.

전작의 성공 때문이었는지 개봉관 수를 100여개로 늘려 상영했지만 흥행 수익은 6억엔에 그치며 전편보다 못한 성적을 보였다. 이는 편집된 이야기의 완성도가 기대 이하임을 반증하는 사례라 하겠다.


기동전사 제타 건담 신해석판: 별의 고동은 사랑 (2006) 

ⓒ SOTSU · SUNRISE


<정보>

◈ 스탭진: 1편과 동일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2006.03.04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3부. 33화부터 50화까지를 편집한 내용으로 액시즈의 등장, 티탄즈 집권층의 몰락, 그리고 시로코와 하만과의 최후의 결전 등이 이야기되고 있다. 신작화의 비중이 커져 비주얼 상으로는 좀 더 이질감이 덜했으며, 상당수의 주요 에피소드를 생략하여 이야기의 흐름을 매끄럽게 하였다. 다만, 포의 재등장과 카미유와의 비극적인 이별, 샤아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연설장면, 로자미아 바담의 이야기, 제리드의 최후 등, 상당히 임팩트가 강한 여러 에피소드들이 삭제되면서 결과적으로는 김빠진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3부의 에피소드는 전체적으로 하만 칸이 지배하는 느낌이 강하다. TV 시리즈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보여준 그녀지만 극장판에서는 더더욱 그 포스가 강렬해진 듯. 신작화로 그려지면서 가장 잘 이식된 캐릭터 중 한명이 아닌가 싶다. TV 시리즈에서 강렬한 포스를 자랑하던 시로코는 그 모습이 오히려 쇠퇴된 느낌. 특히 새로운 해석을 통해 그려진 라스트 엔딩에서, 시로코는 Z 건담의 일격에 쓰러지면서 카미유를 폐인으로 만들어 버렸던 원작의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시로코와 함께 샤아의 활약도 더더욱 두드러지지 못했다. 지구권에서의 연설장면도 삭제되었고, 초반부 액시즈와의 조우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지 못한 체 마지막에는 하만 칸에게 고전을 거듭하다가 패퇴하는데, 백식의 잔해를 비춰주며 마무리했던 충격의 TV 시리즈와 달리 이번 극장판에서는 라스트 엔딩을 장식하지 못한다. 다만, 생사가 확인되지 않는 점은 TV 시리즈와 동일하다.

3부의 흥행수익은 2부보다 적은 4.9억엔에 그쳤다. 극장수익 자체로는 기대 이하였으나 신해석판 3부작의 개봉과 발맞춰 등장한 반다이의 신버전 프라모델은 높은 퀄리티로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DVD 등 부가판권의 수입도 나쁘지는 않았다. 이를 통해 TV 시리즈 역시 새롭게 조명을 받는 계기가 되었으며, 결말의 수정으로 인해 후속작인 ZZ 건담의 설정이 부정되었다는 소리에도 불구하고 ZZ 건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또한 사실이라 하겠다.

개인적으로 이번 3부작은 기대에 부응하는 면모와 그 이상으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 되었다. 애초에 TV 시리즈의 종료 후 별도의 총집편 극장판으로 비슷한 시기에 제작되었다면 좋았으련만, 너무도 많은 세월이 흐른 후 등장함으로써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는 안노 감독이 에반게리온을 새롭게 재해석한 극장판을 내놓는 모습과 비교되어 더더욱 씁쓸한데, 에바는 26화의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4부작으로 구성되어 내용 전개상 여유가 있으며, 전체가 신작화로 그려지면서 새로이 묘사될 이야기를 스크린에 완벽하게 이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만약 Z 건담도 그러했다면 비록 팬들이 납득치 못할 결말을 그렸다 하더라도 지금보다는 훨씬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되지는 않았을까 싶다.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Ζガンダム, Wikipedia Japan
[2] 기동전사 Z 건담, 엔하위키 미러
[3] Mobile Suit Zeta Gundam (TV), ANN
[4] Mobile Suit Zeta Gundam: A New Translation (movies), ANN
[5] 다시 흘린 시대의 눈물.. Z 건담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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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小学館 · KITTY FILM


<스탭>

◈ 원작: 하기오 모토
◈ 감독: 데자키 사토시, 토미나가 츠네오
◈ 제작: 키티 필름


<시놉시스> 

워프로 인해 먼 은하계까지 진출하게 된 인류는 수세기 사이에 수많은 혹성국가를 형성하며 거대한 세력을 형성했다. 사바계나 세글계와 같은 여러 이성인들과 조우하며 전쟁과 화해를 반복하던 은하계는 성간연맹의 형성과 함께 공존의 시대로 넘어갔으며, 우주시대를 짊어질 새로운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성간연맹이 창설한 코스모 아카데미도 어느덧 120년의 역사를 맞이하게 되었다. 코스모 아카데미는 우주학의 모든 것을 가르치는 그야말로 우주 최고의 교육기관으로 모든 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으며, 코스모 아카데미의 졸업생은 우주의 엘리트로 그 어떤 은하계에서든 그 지위를 보장받게 된다. 3년마다 거행되는 코스모 아카데미의 입학시험에는 전우주에서 어마어마한 수의 지원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테라계 시베리스 출신의 타다토스 렌(이하 타다)도 그들 중 하나.

1차 시험과 2차 시험을 통과한 타다는 이제 마지막 3차 시험만을 남겨놓고 있다 3차 시험은 10명씩 조를 이뤄 아카데미에서 지정한 우주선에서 치루어진다. 타다와 나머지 9명은 우주복으로 갈아입고 지정된 우주선으로 이동을 하게 된다.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은체 버려진 듯한 이 우주선의 이름은 에스페란자 호. 에스페란자호에 도착한 아카데미 응시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분명 10명이 이 우주선에 오는 것으로 되어 있었는데, 도착하고보니 11명의 인원이 있는 것이다. 모두 자신들이 정당한 응시자들이라 주장하는 상황. 과연 초대받지 않은 손님은 누구란 말인가. 3차 시험은 이 에스페란자호에서 53일간 생활하는 것이며,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선내의 붉은색 박스의 스크램블 버튼을 누르는 것 외에는 외부와의 통신은 일절 불가능하다. 그리고 버튼을 누르는 순간 참여자 전원이 시험에서 탈락하게 된다. 타다 일행들은 53일 동안의 긴 시험을 무사히 끝마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초대받지 못한 손님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인가.


순정만화의 새지평을 연 거장 하기오 모토의 SF 미스테리 스릴러

'구로(1977)'로 순정소녀만화에 SF라는 소재를 접목시켰던 거장 타케미야 케이코와 함께 로맨스에 국한되어 있던 순정만화의 장르를 확대시킨 거장 하기오 모토의 동명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11인이 있다'는 시놉시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순정만화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긴장감 넘치는 서두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범은하계로 삶의 영역을 확장한 인류, 그리고 이러한 은하계에서 가장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명문 학교. 천문학적인 경쟁률을 뚫고 이곳에 입학하기 위해 모인 각양각색의 인종들이 한 오래된 우주선 속에서 53일간의 생존 테스트를 받는 마지막 시험에 참여하고, 놀랍게도 이 폐쇄된 공간에 초대받지 않은 한명이 참여했다는 사실을 알게되는 동시에 타이틀이 등장하는 서두는 상당히 깊은 인상을 심어줍니다. 그동안의 순정만화가 이쁘고 화사한 남녀들이 등장하여 청춘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이 주된 패턴이었다면 이 작품은 순정만화의 전형적인 패턴을 넘어선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품이 발간된지 무려 40년이 지나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수많은 순정만화가 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1인이 있다는 그 소재의 신선함과 구성에 있어서 결코 최근의 인기 순정만화에 뒤지지 않습니다. 순정만화의 범주로 한정하기에는 작품의 그릇이 커보이기까지 하는데요. 하기오 모토를 가리켜 '소녀만화의 신'이라 가리키는 것이 결코 허언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걸작은 스크린으로 옮겨져서도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감독인 데자키 사토시는 아니메 최고의 스타일리스트인 데자키 오사무의 형으로, '거인의 별(1968)'이나 '어택 No.1(1969)', '캡틴(1980)'과 같은 스포츠 계열 작품에서 연출이나 각본을 맡아왔었는데요. 이번 작품에서는 후배인 토미나가 츠네오와 함께 공동으로 11인이 있다를 감독하게 됩니다. 비록 데자키 오사무와 같은 현란하고 실험적인 영상기법은 없습니다만, 11인이 있다는 원작의 매력을 스크린에 잘 옮겨놓은 수작입니다. 구성도 깔끔하며, 흡입력도 좋습니다. 거기에 동생 데자키 오사무의 작화 파트너인 스기노 아키오 작화감독이 참여한 작화라인은 하기오 모토의 스타일을 아니메에 성공적으로 이식하게 됩니다.

특히, 본 작품의 히로인(이랄까요. 왜 단정짓지 않는지는 스포일러임으로 본 리뷰에서는 밝히지 않겠습니다.)으로 등장하는 프롤베리체리 프롤은 보이시한 매력과 풍성한 금발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상큼한 미모로 이 어두운 작품에 한줄기 천사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되지요. 스기노의 캐릭터들은 언제나 그렇듯이 화사함과 그로테스크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매력이 있는데요. 이러한 독특한 작풍은 이번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좋은 상성을 보여주는 듯 싶습니다.   

순조롭게 우주선으로 항해하던 10명에서 갑자기 11명으로 늘어나는 장면. 하지만 이부분은 신경쓰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게 된다. ⓒ 萩尾望都 · 小学館 · KITTY FILM



수수께끼의 한명, 우주선에 감추어진 미스테리, 각자의 숨겨진 사연들

관력이라는 특출난 능력을 가진 주인공 타다, 그런 그의 직관력으로도 나머지 10명은 전혀 거짓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로 인해 스스로가 의심을 받게 되는 상황, 여기에 왠지 가면 갈수록 상황은 타다에게 안좋은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거기에다가 직관력이라 하기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처음 방문한 이 에스페란자 호의 이곳저곳을 소상하게 알고 있는 타다. 다른 수험생들의 의심 속에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고장난 우주선은 궤도를 이탈하여 태양으로 접근합니다. 여기에 이 우주선이 과거 치료가 불가능한 전염병이 발병했던 곳임을 타다의 기억을 통해 알게 되는 멤버들, 선내의 온도가 40도가 넘어가면 전염병의 병균이 다시 활동을 시작하는 상황, 과연 이들은 시험을 포기하고 붉은색 박스의 버튼을 눌러 아카데미로부터 구조를 요청해야만 하는걸까요. 어떻게 해서든 이 난관을 극복하고, 불청객을 찾아내서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까요.

여러가지 난관이 속속 그들 앞에 등장하는 급박한 상황, 뭔가 머리속을 맴도는 타다의 이상한 기시감, 하나 둘씩 뭔가를 숨기고 있는 멤버들, 그리고 점점 의심의 눈초리는 타다로 향하고... 이 모든 것들은 서스펜스와 미스테리로서 작품의 긴장감과 몰입감을 최고조로 이끌어 줍니다. 별다른 엔터테인먼트적인 장치나 연출이 없이, 화려한 영상 기법이 동원되지 않고서도 11인이 있다는 순전히 이야기의 힘으로 관객들에게 강렬한 흡입력을 보여줍니다. 순정만화에 SF와 미스테리를 접목시켰다는 새로운 시도도 시도지만, 하기오 모토의 이 작품은 실로 스토리에 충실한, 기본기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높은 완성도의 기본기로 인해 별다른 장치 없이도 작품은 흥미롭고 인상적입니다.

러닝타임이 다 끝나고 난 뒤에 '야, 좋은데?'라는 말을 거리낌없이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 이것이 흠이면 흠일 수도 있지만 이 작품은 이야기 진행 내내 등장인물들과 관객을 조여오는 서스펜스와 미스테리에 대한 해답이 결말부분에 너무도 말끔히 정리됩니다. 여운 없이 작품의 마무리는 정말 깔끔한데요. 엔딩 크레딧과 함께 보여지는 등장인물들의 뒷이야기는 그래서 그 깔끔함 속에 약간의 여운을 남겨준다 하겠습니다.

과연 이 다양한 인물들 중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은 누구일까. ⓒ 萩尾望都 · 小学館 · KITTY FILM



이야기의 힘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작품

록 결말이 앞선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게 밝고 순정만화스러워서 조금 당혹스러운 측면이 있지만, 그로 인해 엔딩곡인 '나의 오네스티'의 감미로운 멜로디와는 오히려 잘 매칭되는 느낌입니다. 너무 깔끔하긴 하지만 이야기 전체의 흐름이 흐트러지지는 않는다고 할까요. 어두운 서스펜스물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모두 각자의 꿈을 가진 건전한 청년들이라는 점에서 이 작품 속에는 밝음과 어두움이 공존하는 느낌을 줍니다. 실제로 이들 11명은 불청객의 등장과 각종 돌발상황으로 날카로워진 상황에서도 식당에서 서로에게 음식과 소스를 던지고 뿌려대며 즐거운(?) 난동을 부리기도 하지요.

개인적으로는 작품을 보면서 음울한 결론과 밝은 결론의 두 가지를 예상하고 있었는데요. 결국 이야기는 제가 예상했던 두번째로 흘러가게 되어 예측이 맞은 즐거움도 함께 했던 감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만화영화치고는 꽤 잘짜여진 이야기 구조와 드라마로 인해 근래에 본 작품 중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작품이라 할 수 있겠군요. 이야기의 힘, 11인이 있다는 그 기본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히로인(?)이 될지도 모르는 프롤의 눈부신 미소. ⓒ 萩尾望都 · 小学館 · KITTY FILM



<참고 사이트>

[1] 11人いる!, Wikipedia Japan
[2] 11인이 있다!(11人いる!) 1986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萩尾望都 · 小学館 · KITTY FILM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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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구세주전설 북두의 권 (1984), 世紀末救世主伝説 北斗の拳 / Fist of the North Star


ⓒ 武論尊 · 原哲夫 / NSP · TOEI Animation


<정보>

◈ 원작: 부론손 - 글, 하라 테츠오 - 그림
◈ 총감독: 아시다 토요오
◈ 각본: 우에하라 쇼조, 토다 히로시, 오하시 유키요시 外
◈ 연출: 우메자와 아츠토시, 이시다 마사히사 外
◈ 캐릭터 디자인: 스다 마사미
◈ 작화감독: 스다 마사미, 사이토 히로노부 外
◈ 미술감독: 나카무라 미츠키 - 1기, 사카모토 노부토 - 2기
◈ 음악/노래: 아오키 노조무 / 크리스탈 킹, 코도모 밴드, TOM★CAT
◈ 기획/제작: 타카미 요시오, 岡正, 中屋喜伸 / 스가와라 요시로
◈ 제작사: 도에이 동화, 후지 TV
◈ 저작권: ⓒ 武論尊 · 原哲夫 / NSP · TOEI Animation
◈ 일자: 1984.10.11 ~ 1988.02.18
◈ 장르: 무협, 액션
◈ 구분/등급: TVA (1기-109화, 2기-43화) / 고등학생 이상 관람가 (R)


<시놉시스>

핵전쟁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199x년의 지구. 문명은 파괴되고 자연은 훼손되었으며,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멸망의 위기에 직면하였지만, 인류는 가까스로 살아남게 된다. 황량해진 대지에는 물과 음식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으며, 이에 얼마남지 않은 자원을 둘러싸고 약육강식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혼돈과 약탈, 세계는 폭력의 시대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이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설의 암살권 북두신권의 계승자 켄시로는 암살권의 계승자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정이 많은 남자로 연인 유리아를 친구이자 라이벌인 남두성권의 고수 신에게 빼앗기고 치명상을 입고 만다. 실력으로서는 앞서는 켄시로였으나 친구라는 사실에 차마 살수를 쓰지 못한 것. 신은 켄시로의 가슴에 손가락으로 구멍을 내며 유리아에게 사랑을 강요한다. 켄시로를 살리기 위해 유리아는 신에게 사랑을 맹세하고, 신에 의해 가슴에 일곱개의 치명상을 입은 켄시로는 황야에 버려지고 만다. 그로부터 수년 뒤, 사랑하는 사람을 되찾기 위해, 그리고 복수를 위해 북두신권의 전승자가 사지에서 돌아오는데...


<소개>

슈에이샤의 만화주간지 '주간소년점프'에서 1983년부터 1988년까지 연재되면서, 주간소년점프의 신화를 열게 한 기념비적인 작품. 당시 신예였던 하라 테츠오와 부론손이 주간소년점프의 호리에 노부히코의 아이디어에 의해 그리게 된 이 만화는, 당시 인기코드였던 러브 코메디와는 정면으로 대치되는, 마초적이고 하드고어스러운 표현이 가득한 남성취향의 작품으로, 우려와는 달리 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했으며, 연재가 한참 진행 중이던 1984년말에는 라이벌 잡지인 '주간 소년 선데이'(당시 터치 시리즈의 아다치 미츠루나 시끌별 녀석들의 타카하시 루미코 등의 인기에 힘입어 83년도에 228만부의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었다.)를 제치고 400만부라는 경이적인 판매기록을 세우게 된다. 단행본으로 발간되어서도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리게 되는데, 전세계적으로 1억부를 돌파한 코믹스는 북두의 권이 최초가 된다. 토리야마 아키라의 '드래곤 볼'이 나오기 전까지 코믹스의 모든 기록을 새롭게 쓴 화제의 작품이었던 셈이다.

당시 슈에이샤와 함께 여러 편의 애니메이션을 성공적으로 런칭했던 도에이 동화는, 빅히트를 기록하는 이 작품을 연재 중에 전격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기에 이른다. 이로 인해 84년 10월 마침내 이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지상최대의 암살권 북두신권의 전승자가 TV 화면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찾아가게 된다.

인기 소년 코믹스라고는 하지만, 북두의 권은 급소를 공격하여 인체를 훼손시키거나 날카로운 공격으로 신체를 절단하는 등, 고어에 가까운 잔혹한 묘사가 난무하는 작품이었다. 아무리 표현의 자유에 너그러운 일본이라 할지라도 공중파 TV로 이것을 여과없이 방영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TV 시리즈의 총감독을 맡은 인물은 이례적으로 '요술공주 밍키 (1984)'의 캐릭터 디자이너 아시다 토요오였는데, 귀엽고 예쁘장한 캐릭터들을 주로 디자인했던 그는 이제까지 자신의 필모그라피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북두의 권을 연출을 맡으면서 잔혹한 장면을 실루엣으로 처리하고, 여기에 투과광 기법과 같은 효과로 단순함을 커버했으며, 원작에는 없었던 죽기전 단말마의 비명과 같은 음향효과를 애드립으로 넣게 하는 등, 독창적인 시도를 통해 성공적으로 TV 시리즈로 이식시키는 노련함을 보여주게 된다.

여러가지 표현의 순화를 거쳤지만 그래도 당시 TV 시리즈로서는 과도한 폭력성을 보여준 북두의 권은 목요일 19:00~19:30이라는 골든타임대에 방영되면서 최고시청률 23.4%, 평균 시청률 16.1%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게 된다.([2] 참조) 남성적 취향의 줄거리에, 혐오스러운 캐릭터, 황량하고 메마른 세계관으로 점철된 작품이었지만, 이러한 절대악과 같은 세상에서 압도적인 무공으로 악당들을 단죄하는 켄시로와, 절대강자의 이미지로 가슴 깊이 인상을 새기는 권왕 라오우, 사랑과 우정을 위해 비극적인 희생을 받아들인 비운의 캐릭터 레이 등, 매력적인 인물들로 인해 단순하지만 강렬하고 깊은 매력을 시청자들에게 심어주게 된 것이다.

멜 깁슨이 주연했던 영화 '매드맥스(1981)'의 영향을 받아 오토바이와 버기카 등이 주요 운송수단으로 사용되고, 스킨 헤드를 한 폭주족을 연상시키는 폭력집단이 약탈과 착취를 일삼는 등, 세계관은 디스토피아적이다. 각종 흉기로 무장한 괴한들을 상대로 신기의 권법을 펼치는 켄시로는 코스튬은 매드 맥스에 영향을 받았으나 전체적인 캐릭터는 이소룡의 영향을 받은 것이 한눈에도 확 느껴진다. (특히, '아다다다!'를 외치면서 북두백렬권을 상대의 몸에 난타하는 켄시로의 모습은 이소룡 그 자체) 여기에 일본의 배우 겸 가수인 마츠다 유사쿠(카우보이 비밥의 주인공 스파이크의 모델이기도 한 인물)의 성격도 초창기에 모티브로 삼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외모에서는 이소룡과 실베스터 스탤론을 결합시킨 듯한 이미지가 느껴진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던 원작 코믹스는 라오우의 죽음으로 대단원의 마무리를 지으려 했으나, 이 정도의 인기작을 그대로 종료시켜줄리가 만무한 소년 점프 편집부의 압력으로 인해 연재가 계속된다. 이로 인해 TV 시리즈 역시 109화를 끝으로 1기 시리즈를 마무리 짖고 곧이어 2기를 진행하게 된다. 2기에서는 원두황권과 천제의 이야기, 그리고 수라국으로 넘어가 북두류권의 전승자들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추가로 더 연재가 되었던 라오우의 아들 류와의 여행 이야기는 만화영화화 되지 않았다.

북두의 권의 전세계적 인기는 그저 보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북미에서는 실사영화로 제작되어 95년에 공개되었는데, 위키피디아 재팬에 따르면 실제 제작은 도에이와 토호쿠 신사가 공동으로 제작했다고 전해지며, 미국판 위키에 따르면 제작 스튜디오가 First Look Studio인 것으로 보아 미일 공동제작으로 보인다. 실제 유리아 역에는 일본인 배우인 와시아 이사코가 캐스팅 되기도. 이외에 B급 액션물 전문배우인 게리 다니엘스, 메이저 영화에서도 조연급으로 활약한 말콤 멕도웰이나 크리스 펜 등이 출연하고 있다. 한다미로 B급 비디오 물인 셈.

정식으로 판권을 사들인 북미 B급 액션물 외에 무판권 실사판도 존재하고 있다. 대원동화가 제작하고 왕룡 감독이 제작한 한국판 북두의 권이 바로 그것. 아동용 특촬물로 다운그레이드 된 한국판 북두의 권은 거의 괴작에 가까운 전개와 퍼포먼스로 보는 사람들을 충격으로 몰아가기도. 이 비디오는 후일 일본의 모프로에서 공개되어 출연자들의 경악과 대폭소를 자아내기도 하는데, 어찌보면 참으로 씁쓸하면서도 웃을 수 밖에 없는 일이라 하겠다. 일설에는 홍콩에서 만든 또다른 북두의 권 실사판이 존재한다고 하며, 엔하 위키에서 따르면 그 충격과 공포는 한국판 북두의 권을 능가한다고 전해진다. 어떤 면에서 이러한 무판권 실사영화들이 원작보다 더한 포스를 발한다고 해야할 듯.

☞ 괴작열전: 북두신권 - 양키센스로 탄생한 실사판 '북두의 권' by 페니웨이 (보러가기)
☞ 괴작열전: 북두의 권 - 한국 무협액션 영화의 결정체? by 페니웨이 (보러가기)


세기말 구세주전설 북두의 권 극장판 (1986)


ⓒ 武論尊 · 原哲夫 / NSP · TOEI Animation


<정보>

◈ 감독: 아시다 토요오
◈ 각본: 타카쿠 스스무
◈ 작화감독: 스다 마사미
◈ 미술감독: 타나카 모토유키
◈ 음악/노래: 핫토리 카츠히사 / 코도모 밴드
◈ 제작총지휘: 이마다 치아키
◈ 제작사: 도에이 동화
◈ 저작권: ⓒ 武論尊 · 原哲夫 / TOEI Animation
◈ 일자: 1986.03.08
◈ 장르: 무협,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미성년자 관람불가 (NC-17)


<소개>

TV 시리즈가 한참 연재중이던 86년에 공개된 극장용 북두의 권. TV 시리즈와는 다른 각도에서 원작을 해석한 스핀오프이다. 일부 에피소드의 창작은 있어도 원작의 줄거리를 거의 그대로 따라갔던 TV 시리즈와 달리 극장판 북두의 권은 스탭진의 독자적인 해석과 재배치에 의해 일부 인상적인 장면이 다른 곳에 사용되고, 캐릭터의 삭제 역시 눈에 띈다. 특히 켄시로의 둘째 사형으로 전체 이야기에 있어서 큰 역할을 담당하던 토키는 아예 배재되어 있다. 

전체 줄거리는 켄시로가 유리아를 신에게 빼앗기고, 라오우가 스승 류켄을 쓰러뜨리고 권왕으로 태어나는 초반부부터 켄시로가 라오우가 첫대결을 펼치는 원작의 1부 격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켄시로가 신에게 유리아를 뺏기는 에피소드를 초반부에 배치하는 등, 이야기의 진행순서는 극장판에 맞게 각색되어 있다. 특히, 이 극장판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원작에서 묘사된 타격에 의한 인체 훼손과 같은 고어적인 장면을 TV 시리즈와는 달리 적나라하게 표현한 점이라 하겠다.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잔혹하고 과격한 이 장면에 대해 일부 팬들이나 평단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이쁘장한 캐릭터들을 그려오던 아시다 토요오의 연출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선정적이었던 것이다. 

사실, 아시다 토요오는 이보다 앞선 85년 키쿠치 히데유키의 공포소설을 원작으로 한 '뱀파이어 헌터 D(1985)'를 감독하는데, 이 작품을 보면 북두의 권에서 보여진 잔혹한 묘사와 유사한 장면들이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아시다 토요오가 당시 북두의 권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음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다. 뱀파이어 헌터 D에서는 지나가는 행인으로 켄시로가 잠시 등장하는 서비스를 보여주는데, 북두의 권 극장판에서도 지나가는 행인으로 D가 등장하기도 한다. 

잔인하고 과격적인 묘사로 인해 강렬한 충격을 선사했지만, 사랑하는 이를 빼앗기고 친구에게 배신당한 남자가 세상의 악을 물리치며 전진하는 이야기의 짜릿함은 여전히 유효하다. 무겁고 중후한 몸짓, 과묵한 표정, 폭발적이고 살인적인 무공 등, 실로 북두의 권의 정체성을 움직이는 영상물로 기막히게 재현해낸 것. 특히, 코도모 밴드의 'Heart of Madness'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라오우와 마지막 일전을 벌이는 남두수조권의 레이의 모습과, 라오우를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켄시로의 모습이 번갈아 펼쳐지는 씬은 명장면 중 하나(개인적으로 손가락안에 꼽는 명장면)이며, 라스트에 펼쳐지는 라오우와 켄시로의 일대 결전은 원작 만화의 그것에 비해 보다 더 파괴적이고 큰 스케일의 영상미를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겉멋만으로는 세계최강인 셈.

개봉 당시의 극장판과 이후 영상 소프트화 되는 극장판에는 일부 차이가 존재한다. 우선 잔혹한 씬들이 모두 어두운 톤으로 처리되거나 안개효과 등을 가미하여 표현을 순화시킨 것이 그것. 또한 최초 극장판의 경우, 라오우와 켄시로의 라스트 대결은 정신을 잃고 쓰러진 켄시로와, 가까스로 몸을 일으킨 라오우가 켄시로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하기 직전에 링이 이를 제지하는 반면, 개정된 극장판에서는 켄시로가 정신을 잃지 않고 라오우와 같이 마지막 일격을 주고 받으려는 순간 링이 이를 제지하는 씬으로 교체된다. 실제 원작에서는 켄시로가 이 대결에서 정신을 잃고 먼저 쓰러지지는 않는다.

과장된 신체비율로 극적인 효과를 부여하기도 했으나 이것이 여성캐릭터에게까지 이전되면서 시리즈 최고의 청순가련 미녀인 유리아가 그만 덩치 좋은 보디빌더와 같은 체형으로 등장하여 팬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선사했다. 그녀의 나체씬에서 많은 오덕들이 떡 벌어진 그녀의 어깨에 그만 할말을 잃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기도, 믿거나 말거나.


신 북두의 권 (2003)


ⓒ 武論尊 · 原哲夫 / 新・北斗の拳製作委員会


<정보>

◈ 감독: 와타나베 타카시
◈ 각본: 호리에 노부히코, 토다 히로시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소토자키 하루오
◈ 메카닉 디자인/메카 작화감독: 카와하라 토미히로
◈ 미술감독: 히가시 쥰이치-1화, 쿠와바라 사토루-2,3화
◈ 키 애니메이터: 안도 마사히로, 하야마 쥰이치, 키노시타 유키 다니구치 모리야스
◈ 음악/노래: 타카나시 야스하루 / Gackt 
◈ 프로듀서: 福田佳与
◈ 제작사: ACGT, 新・北斗の拳製作委員会
◈ 저작권: ⓒ 武論尊 · 原哲夫 / 新・北斗の拳製作委員会
◈ 일자: 2003.07.24 ~ 2004.05.28
◈ 장르: 액션, 무협, 판타지
◈ 구분/등급: OVA (총 3화) / 미성년자 관람불가 (NC-17)


<소개>

무려 15년만에 다시 등장한 북두의 권의 영상물(물론, 실사판 괴작영화들은 제외하고). 부론손과 하라 테츠오가 96년에 연재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 OVA로서 원작의 이야기 이후 홀로 여행을 떠나는 켄시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CG 기술을 활용하여 각종 메카닉에 CG 효과를 도입하는 시도를 보였으나 개인적으로는 CG는 사족에 가깝다 하겠다. 다만, 깔끔한 신작화로 등장한 새로운 캐릭터들은 원 시리즈와는 다른 현대적 매력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비현실적인 원작의 캐릭터 비율(엄청나게 발달된 상체와 가늘고 긴 하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체형)에 비해 현실적인 비율로 캐릭터를 그린 것은 좋았으나, 마치 레슬러나 보디빌더를 연상시키는 거구의 켄시로가 마냥 맘에 들지는 않는 느낌이다. 권법가라기 보다는 그냥 몸짱스러운 느낌이다.

이미 세계관에 등장하는 캐릭터들로서는 적수가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켄시로를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다보니 이야기는 맥빠지고 싱거운 느낌이다. 여기에 작위적일 정도로 비극적이거나 감상적인 씬을 등장시켜 이야기의 매력을 반감시키고 있다. 이는 원작에서도 계속적으로 있어왔던 문제(특히, 라오우의 죽음 이후 등장하는 후반부 에피소드들은 과도한 감정씬의 남용으로 이야기의 몰입을 심하게 방해했다는 생각이다)로, 새로운 시리즈에서도 여전히 고질적인 병폐로 작용하고 있다. 새시대에 걸맞는 감성의 이야기를 쓰기에 부론손의 스타일은 이제 너무 고루한 느낌도 든다.


창천의 권 (2006)


ⓒ 武論尊 · 原哲夫 / 蒼天製作委員会


<정보>

◈ 감독: 야마구치 미히로
◈ 시리즈 구성/각본: 이마가와 야스히로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츠바타 요시아키
◈ 미술감독: 쿠와바라 사토루
◈ 음악/노래: 마르코 드 암브로시오, 코지마 히사나오, 토쿠나가 아히키토 / 아이우치 리나-오프닝, doa-엔딩
◈ 프로듀서: 호리에 노부히코
◈ 제작사: 창천 스튜디오, 창천 제작위원회, TV 아사히
◈ 저작권: ⓒ 武論尊 · 原哲夫 / 蒼天製作委員会
◈ 일자: 2006.10.04 ~ 2007.03.14
◈ 장르: 무협, 액션
◈ 구분/등급: TVA (26화) / 고등학생 이상 관람가 (R)


<소개>

부론손이 감수를 맡고 하라 테츠오가 독자적으로 창안해낸 북두의 권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이야기. 프리퀄이라 하지만 30~40년전의 이야기로, 실제 북두의 권 시리즈와 크게 연결이 되지는 않는다. 북두신권 62대 전승자인 카스미 켄시로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참고로, 켄시로는 64대 전승자이다. 

생김새는 켄시로와 동일하지만 과묵한 켄시로와는 달리 유쾌하고 자유분방한 성격의 카스미 켄시로가 중국의 암흑가와 일전을 벌이는 화끈한 액션물이다. 북두신권이 세 유파인 유가권과 조가권 손가권 등이 등장하는 등, 북두신권의 이전 역사를 새롭게 조명했으며, 전반적으로 원작의 디스토피아적인 판타지 무협과는 다른, 느와르 액션물의 형세를 취하고 있다. 평상시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어둠 속에 은밀히 활약하는 카스미 켄시로의 모습에서 히어로적인 모습도 느껴진다 하겠다. 다만, 여전히 고리타분 감상주의로 인해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부분은 북두의 권 시리즈와 크리에이터의 한계라 할 수 있을 듯.


진 구세주전설 북두의 권 (2006~2008)


ⓒ 1983 武論尊 · 原哲夫 / NSP, ⓒ 2006 2007 2008 NSP


<정보>

1부 라오우전, 순애의 장
    감독: 이마무라 타카히로 / 캐릭터 디자인: 아라키 신고, 카가와 히사시, 사토 치하루 / 미술감독: 사카모토 노부토
2부 유리아전
    감독: 우에다 히데히토 / 캐릭터 디자인: 이시가와 테츠야 / 미술감독: 사카모토 노부토
3부 라오우 전 격투의 장
    감독: 히라노 토시타카 / 캐릭터 디자인: 사토 마사키 / 미술감독: 요시하라 슌이치로
4부 토키전
    감독: 시즈노 코유분 / 캐릭터 디자인: 하야마 쥰이치 / 미술감독: 쿠와바라 사토루
5부 켄시로전
    감독: 히라노 토시타카 / 캐릭터 디자인: 사토 마사키 / 미술감독: 요시하라 슌이치로
◈ 각본: 호리에 노부히코, 마나베 카즈히코 外
◈ 음악/노래: 카지우라 유키 / 카미키 아야, 크리스탈 킹, B'z, FictionJunction KAORI, GARNET CROW
◈ 제작총지휘: 호리에 노부히코
◈ 제작사: 톰스 엔터테인먼트, 노쓰 스타 픽쳐스 (North Start Pictures; NSP)
◈ 저작권: ⓒ 1983 武論尊 · 原哲夫 / NSP, ⓒ 2006 2007 2008 NSP
◈ 일자: 2006.03.11 ~ 2008.10.04
◈ 장르: 액션, 무협,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판 (총 5부작) / 미성년자 관람불가 (NC-17)


<소개>

새롭게 리부트된 북두의 권 극장판은 5부작이라는 장대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북두의 권 이야기 중 가장 밀도 있고 드라마틱한 구성을 보여준 초반부부터 라오우의 죽음까지의 이야기 중에서 남두봉황권의 전승자 성제 사우저와의 대결을 다룬 1부, 원작의 중간에 회상장면으로 등장했던 유리아와 켄시로, 라오우 등의 최초 만남을 다룬 2부, 남두오차성의 등장과 켄시로와 라오우의 마지막 대결을 이야기하는 3부, 토키의 최후를 다룬 4부, 신에게 유리아를 빼앗긴 켄시로가 링과 바토를 만나기 전까지의 이야기를 다루는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시간 순서는 엉클어져 있으며, 5부의 경우는 원작에서 다루지 않은 오리지널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그 외에도 라오우를 사모하는 여인 레이나나, 토키의 마지막을 지켜주는 사라 등 오리지널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메마른 남자들의 이야기에 멜로라인을 더해주고 있다.

신 북두의 권 이후로 다시 북두의 권의 오늘을 만든 인물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호리에 노부히코가 각본에 참여하고 있으며, 제작총지휘까지 맡는 등,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전반적으로 작화나 이야기 등에서 원작의 느낌을 잘 살려낸 작품이라 평할 수 있으나, 원체 과도한 감상주의와 작위적인 설정이 난무하는 북두의 권의 성격상, 스토리텔링의 완성도는 그다지 좋은 점수를 주기가 애매하다.


북두의 권 라오우 외전, 하늘의 패왕 (2008)


ⓒ 2006 長田悠幸 · 武論尊 · 原哲夫 / ⓒ 2008 天の覇王製作委員会


<정보>

◈ 원안/원작: 브론슨, 하라 테츠오 / 오사다 유오코우
◈ 감독: 아베 마사시
◈ 시리즈 구성/각본: 오노기 히로시
◈ 캐릭터 디자인: 마라푸지 히로타카
◈ 총작화감독: 코시이시 아카츠키
◈ 작화감독: 박대열, 서정덕, 우사다 요시오 外
◈ 미술감독: 이서구
◈ 음악: KAZIN, elsa / jealkb, mina☆muse
◈ 제작총지휘: 호리에 노부히코
◈ 제작사: 사테라이트, 하늘의 패왕 제작위원회
◈ 저작권: ⓒ 2006 長田悠幸 · 武論尊 · 原哲夫 / ⓒ 2008 天の覇王製作委員会
◈ 일자: 2008.10 ~ 2008.12
◈ 장르: 무협, 액션
◈ 구분/등급: TVA (13화) / 고등학생 이상 관람가 (R)


<소개>

북두의 권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오사다 유오코우가 독자적으로 진행시킨 스핀오프. 제목 그대로 켄시로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가 아닌 라오우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이다. 라오우가 북두신권 전승자로서의 길을 버리고 패업에 나서는 동안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원작과 동일한 시간대를 다루고 있으나 원작에서는 다루어지지 않은, 권왕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라오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008년의 극장판 제1부 순애의 장에서 등장했던 소우가와 레이나 등 새로운 캐릭터들이 이어서 출현하고 있으며, 작화 스타일도 기존과는 차이가 매우 커서 원작의 팬들에게는 아무래도 괴리감이 느껴지는 모습이라 하겠다. 작화 퀄리티도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스핀오프로서 이야기 전개는 오히려 원작인 만화보다도 더 밀도가 있다는 소리가 있다. (엔하위키 참조)


<참고 사이트>

[1]  北斗の拳, Wikipedia Japan
[2]  世紀末救世主伝説 北斗の拳, Wikipedia Japan
[3]  世紀末救世主伝説 北斗の拳 (映画), Wikipedia Japan
[4]  小説・北斗の拳-呪縛の街-, Wikipedia Japan
[5]  真救世主伝説 北斗の拳, Wikipedia Japan
[6]  蒼天の拳, Wikipedia Japan
[7]  天の覇王 北斗の拳ラオウ外伝, Wikipedia Japan
[8]  Fist of the North Star (TV), ANN
[9]  북두의 권, 엔하위키 미러
[10] 진구세주전설 북두의 권, 베스트 아니메
[11] 북두의 권(北斗の拳) 1986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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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의 극장 아니메 시리즈>

1. 루팡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 (1979)
2.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1984)
3. 명탐정 홈즈 (1984)
4. 천공의 성 라퓨타 (1986)
5. 이웃집 토토로 (1988)
6. 마녀 배달부 키키 (1989)
7. 붉은 돼지 (1992)
8. 원령공주 (1997)
9.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2001)
10. 하울의 움직이는 성 (2004)
11. 벼랑위의 포뇨 (2008)
12. 바람이 분다 (2013)

명탐정 홈즈 (1984), 名探偵ホームズ / Sherlock Hound 


ⓒ RAI · TMS


<정보>

◈ 원작/원안: 아서 코난 도일, 마르코 파곳, 지 파곳
◈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1~6화) / 미쿠리아 쿄스케 (7~26화)
◈ 연출/콘티: 미야자키 하야오, 하야카와 케이지, 오쿠다 세이지
◈ 시리즈 구성/각본: 야마자키 케이지, 시마자키 마유미 / 아라키 요시히사, 카타부치 스나오, 이토 츠네히사 外
◈ 캐릭터 디자인: 콘도 요시후미
◈ 작화감독: 콘도 요시후미, 키타하라 타케오, 타나카 헤이하치로, 코사카 키타로 外
◈ 미술감독: 야마모토 니죠, 카게야마 진
◈ 음악/노래: 하네다 켄타로 / 다 카포
◈ 프로듀서: 타카하시 요시미츠
◈ 제작사: 도쿄무비신사, RAI, REVER
◈ 저작권: ⓒ RAI · TMS
◈ 일자: 1984.03.04 (극장판) / 1984.11.06 ~ 1985.05.20 (TVA)
◈ 장르: 모험, 세계명작, 스팀펑크, 우화, 코미디
◈ 구분/등급: 극장판, TVA (26화)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날카로운 추리력과 관찰력을 지닌 명탐정 셜록 홈즈와, 그의 절친한 친구인 의학박사 왓슨은 베이커가의 허드슨 부인의 하숙집에 기거하면서 사건의 의뢰를 받고 있다. 기발한 발명품으로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는 모리어티 교수와 그의 두 어벙한 조수 토드, 스마일리가 사건을 벌일 때마다 홈즈와 왓슨은 항상 그들의 음모와 범죄를 막아내지만, 모리어티 일당은 항상 아슬아슬하게 체포되지 않고 탈출한다. 홈즈와 왓슨이 TV 시리즈를 위해 제작사 측으로부터 모리어티 교수를 체포하지 말라는 암묵적 요청을 받은 것으로 추정... 어흠.


<소개>

이탈리아 국영방송 RAI가 기획한 홈즈의 이야기를 일본의 아니메 제작사 도쿄무비신사와 합작하여 만든 작품. 실제 제작은 이탈리아의 경우 RAI의 하청을 받은 REVER사가, 일본 측은 도쿄무비신사 산하의 텔레콤 애니메이션이 맡았다. 도쿄무비신사는 81년도에 프랑스의 DIC 엔터테인먼트와의 합작으로 '우주전설 율리시즈 31(1981)'을 제작한 바가 있는데, 이들 사례를 보듯 다른 제작사에 비해 외국 합작 애니메이션의 사례가 많은 편이라 하겠다. 

이탈리아 측 스탭으로는 파곳 형제가 참여하여 시리즈의 얼개를 만들어 냈으며, '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 성(1979)'를 통해 도쿄무비신사로 이적한 미야자키 하야오가 연출을 담당하게 되었다. 여기에 후일 미야자키의 후계자로 지목받기도 했던 비운의 애니메이터 콘도 요시후미가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를 맡고, '미래소년 코난(1978)' 이후 미야자키와 호흡을 자주 맞춰온 야마모토 니죠(후일 지브리 대표 미술감독 중 한명), '초시공 요새 마크로스(1982)'의 음악감독 하네다 켄타로 등 일류급 인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이로 인해 홈즈의 영상미는 현재의 애니메이션의 그것과 비교해도 그다지 뒤지지 않는 뛰어남을 보여주고 있다. 캐릭터를 개로 만들도록 제안한 것은 이탈리아 측의 요청이었다고 전해지며, 이것에 대해 미야자키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해지는데, 이미 도에이 동화시절부터 자주 동물의인화 캐릭터 애니메이션에 참여한 그의 이력을 생각해보면 이같은 그의 반대는 작품을 접근하는 그의 의식변화로 볼 수 있지 않을까도 싶다. 미야자키는 동물 캐릭터들이 출현하는 유아용 작품이 아닌 명탐정의 유쾌한 모험이 가득한 전연령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생각은 아니었을까.

6화까지 진척중이던 명탐정 홈즈는 돌연 이탈리아 측 사정으로 인해 제작이 무기한 지연되게 된다. 일본판 위키피디아에는 제작 중에 코난 도일 유족과의 저작권 문제가 불거졌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탈리아 측이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당시 '리틀 니모(1989)'의 제작 의뢰를 받게 된 텔레콤 애니메이션 측이 제작을 중단했기 때문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명탐정 홈즈는 82년도에 전면 제작이 중단되고 만다. 이대로 묻혀질 작품이었지만 사태는 의외의 곳에서 해결조짐을 보였다. 텔레콤 애니메이션을 퇴사한 미야자키가 토쿠마 서점의 지원으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를 개봉하는 와중에 토쿠마 서점이 발간한 잡지 아니메쥬에서 명탐정 홈즈의 소식을 간간히 소개하던 인연으로 인해 그제까지 제작되었던 에피소드를 극장용으로 편집하여 나우시카와 동시 개봉하는 형태로 84년 3월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었던 것이다.

ⓒ 二馬力 · 徳間書店 · 博報堂


작품의 반응은 의외로 좋았던 듯 싶다. 이로 인해 홈즈가 다시 제작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으니 말이다. 당시 텔레콤 애니메이션 측 역시 리틀 니모의 지지부진한 제작지연의 문제를 겪고 있었는데, 이로 인해 다시금 명탐정 홈즈의 제작으로 스탭들이 복귀하게 된다. 다만, 미야자키는 이미 텔레콤 애니메이션을 퇴사한 관계로 후임 연출가에는 도쿄무비신사가 제작했던 '루팡 2기(1977)'에서 연출과 콘티를 맡았던 미쿠리야 쿄스케가 맡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탭진을 보면 미야자키 하야오가 9화와 10화에서 연출과 콘티를 맡게 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 작품에 대해 미야자키도 나름의 애착을 갖고 있었기에 퇴사 후에도 잠시 도움을 주었던 것은 아닌가 추측해 볼 수 있다. 특히, 미야자키가 연출과 콘티를 맡은 4화와 10화는 명탐정 홈즈의 에피소드 중에서도 완성도 높은 에피소드로 회자되고 있다.

모리어티 교수와 두 명의 어벙한 조수가 기발한 발명기계로 사건을 벌일 때마다 홈즈와 왓슨이 이를 해결하는 구도는 추리물이라기보다는 어드벤쳐물이라 할 수 있다. 전설적인 추리물을 유쾌한 어드벤쳐물로 변주한 미야자키의 감각은 최근에 개봉된 가이 리치 감독의 '셜록 홈즈(2009)'보다 오히려 뛰어나지 않나 싶다. 특히, 매번 홈즈에게 패퇴한 체 다음을 기약하며 초라하게 도망가는 모리어티 일당의 모습은 흡사 타츠노코의 '얏타맨(1977)'에 등장하는 도론보 3인조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모리어티 교수가 사용하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기계들에서는 스팀펑크적인 메카닉 취향을 느낄 수 있는데, 이런 것들은 모두 미야자키의 다른 작품들에서 그 편린을 찾을 수 있는 것들이다.

제작 당시 미야자키는 다른 캐릭터는 모두 개로 의인화 해도 허드슨 부인만은 인간으로 그리길 희망했다고 전해진다. 여기에 그녀의 활약상도 단순한 하숙집 여주인으로서의 주변인물이 아닌 보다 적극적인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다. 이는 미야자키의 페미니즘 적인 색깔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 <명탐정 홈즈>(1984년): 전설의 멍멍이 홈즈, 혹은 번개 by 키웰 (보러가기)


ⓒ RAI · TMS



<참고 사이트>

[1] 名探偵ホームズ, Wikipedia Japan
[2] Sherlock Hound (TV), ANN
[3] 명탐정 홈즈, 베스트아니메
[4] 박창선의 애니산책 <명탐정 홈즈>, 씨네 21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RAI · TMS 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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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의 극장 아니메 시리즈>

1. 루팡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 (1979)
2.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1984)
3. 명탐정 홈즈 (1984)
4. 천공의 성 라퓨타 (1986)
5. 이웃집 토토로 (1988)
6. 마녀 배달부 키키 (1989)
7. 붉은 돼지 (1992)
8. 원령공주 (1997)
9.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2001)
10. 하울의 움직이는 성 (2004)
11. 벼랑위의 포뇨 (2008)
12. 바람이 분다 (2013)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1984), 風の谷のナウシカ / Nausicaa Valley of the Wind


ⓒ 二馬力 · 徳間書店 · 博報堂


<정보>

◈ 원작/감독/각본/캐릭터 디자인: 미야자키 하야오
◈ 작화감독: 코마츠바라 카즈오
◈ 미술감독: 나카무라 미츠키
◈ 음향감독: 시바 시게히루
◈ 주요 애니메이터: 카나다 요시노리, 나카무라 타카시, 카가와 메구미, 코사카 키타로, 오하라 히데카즈, 안노 히데아키, 와타나베 타카시
◈ 음악: 히사이시 조
◈ 기획: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제작위원회
◈ 프로듀서: 타카하타 이사오, 하라 토오루
◈ 제작총지휘: 토쿠마 야스요시, 콘도 미치타카
◈ 제작사: 탑 크래프트, 토쿠마 서점
◈ 저작권: ⓒ 二馬力 · 徳間書店 · 博報堂
◈ 일자: 1984.03.11
◈ 장르: SF, 드라마, 모험,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시놉시스>

거신병이 온 세상을 폐허로 만든 불의 7일 전쟁이 있은지 1,000년이 지난 지구, 폐허가 된 지구의 자연에는 부해라 불리는 곰팡이 숲이 급속도로 번지기 시작한다. 부해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독가스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의 터전은 좁아지게 되고, 여기에 부해를 지키는 거대한 곤충 오무의 존재는 인간들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었다. 자연은 인간을 적으로 간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편, 바다에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으로 인해 부해의 독가스로부터 안전하게 살 수 있었던 바람 계곡은 주어진 삶에 만족하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사람들로 구성된 작은 부족 공동체였다. 바람 계곡의 공주 나우시카는 그 중에서도 자연과 교감이 가능한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태어난 소녀로,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부해의 자연과 오무마저도 친구로 생각하며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마을에 군사대국 토르메키아의 거대 비행선이 거대 곤충들의 습격을 받고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비행선에서 생존자를 찾던 나우시카와 마을 사람들은 토르메키아와 전쟁 중인 페지테의 공주와 함께 거대한 알을 발견하게 된다. 1,000년전에 세상을 멸망시킨 거신병의 알이라며 이 알을 없애달라는 마지막 유언과 함께 숨지는 페지테의 공주. 평화롭게 살아가던 바람계곡의 사람들은 이로 인해 세상의 운명을 책임지는 거대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는데...


<소개>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이름을 일개 애니메이터가 아닌 크리에이터로서 각인시킨 첫번째 작품이며, 스튜디오 지브리 탄생의 시초를 알린 기념비적인 작품. 물질 만능주의에 대한 비판과 환경주의, 반전사상, 그리고 미야자키 일생의 테마인 하늘에 대한 동경 등, 후일 미야자키의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소재들이 이 작품에 응집되어 있다. 그가 연출가로서 첫번째 이름을 알렸던 '미래소년 코난(1978)'의 주제의식을 이어받되 보다 더 판타지적이면서도 페미니즘적인 사상(혹자는 로리타 취향이라 부르기도 한다.)이 묻어난 작품이 되었다.

'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 성(1979)'을 통해 닛폰 애니메이션에서 도쿄무비신사 산하의 텔레콤 애니메이션으로 소속을 옮긴 미야자키 하야오는 탈일본적인 색체를 추구하는 텔레콤 애니메이션의 제작방향에 맞추어 이탈리아와 합작으로 '명탐정 홈즈(1983)'의 연출을 맡지만, 저작권 협상 문제로 제작이 지연되는 와중 텔레콤 애니메이션이 미일 합작 애니메이션 '리틀 니모(1989)'의 제작을 위해 시리즈를 하차하면서 명탐정 홈즈의 연출에서 손을 떼게 된다. 그러나, 모종의 이유로 리틀 니모의 제작에서도 하차한 미야자키는 이후, 텔레콤 애니메이션 측에 자신의 기획하고 있는 여러가지 작품의 아이디어를 제공하지만 채택되지 않게 되자, 1982년 11월 텔레콤 애니메이션을 퇴사하고 만다. (리틀 니모는 이후에도 여러 제작상의 난항에 의해 지연을 거듭하다가 1989년에 이르러서야 일본에서 개봉되었고 미국에서는 92년에 개봉되었지만, 흥행에서 참패하게 된다.)

당시 미야자키는 토쿠마 서점이 발간하는 아니메 잡지 아니메쥬에 자신의 만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82년 1월부터 연재하고 있던 중으로, 미야자키의 잠재력을 알아본 아니메쥬의 편집팀 스즈키 토시오의 권유로 토쿠마 서점의 자회사 다이에 영화에 영화 기획안을 제공하지만 간단하게 거절된 뒤 나우시카의 연재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아니메 쥬의 편집장인 오카다 히데오는 이런 미야자키에게 나우시카의 아니메화를 제안하게 되고, 단편 애니메이션, OVA와 같은 몇가지 안을 거쳐 마침내 극장 아니메로의 제작이 결정된다. 이는 자사의 영화 컨텐츠를 확보하고 싶었던 토쿠마 서점의 의지에 편집장이었던 오쿠다 히데오의 끈질긴 설득으로 인해 이뤄진 일이었다.

별도의 아니메 제작사를 확보하지 못했던 토쿠마는 나우시카의 제작을 위해 외주 제작사를 물색하게 된다. 당초 미야자키는 자신이 구상한 세계관을 구현하기 위해 기존의 아니메와는 다른 작화스타일을 구사하며, 자신이 몸을 담았던 적도 있는 닛폰 애니메이션이나 텔레콤 애니메이션을 염두에 두었지만, 최종적으로 제작 스튜디오는 당시 '라스트 유니콘(1982)' 등 유럽 애니메이션의 제작을 주로 맡아오던 소규모 제작사 탑 크래프트가 맡게 된다. 비록, 탈일본적인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구사할 수 있는 탑크래프트였지만, 인력구성이나 노하우는 닛폰 애니메이션이나 텔레콤 애니메이션에 비해 많이 부족했던 상황, 이 와중에 당대 최고의 작화감독 코마츠바라 카즈오와 최고의 작화가 카나다 요시노리, 일본의 3대 미술감독 중 한명인 나카무라 미츠키들이 참여하면서 제작진의 모양새는 급격히 탑 클래스의 외형을 갖추게 된다. 여기에 스즈키 토시오의 설득으로 인해 프로듀서로 타카하타 이사오, 후일 미야자키의 최고의 파트너가 되는 일본 최고의 작곡가 히사이시 조까지 가세하면서 든든한 체제를 구축한 나우시카는 마침내 83년 스타트라인에 들어서게 된다.

ⓒ 二馬力 · 徳間書店 · 博報堂


아마겟돈과 같은 인류 최후의 전쟁으로 인해 지구가 멸망의 위기에까지 직면하고 문명의 퇴보와 자연의 대변화가 발생하게 되는 묵시록적인 서두는 전작 미래소년 코난과 유사하다. 여기에 특유의 다이나믹한 장면전환과 거대한 스케일의 액션, 풀애니메이션에 근접한 세심한 움직임, 뛰어난 배경예술, 클래식한 음악 등 나우시카의 그것은 확실히 일본 아니메보다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을 지향하고 있다. 유럽 애니메이션 등에서 활약한 탑크래프트 스탭들의 이국적인 작화는 좀 더 고풍스럽고 고전적인 정취를 뽐내는데, 인트로씬의 고전적인 일러스트는 탑크래프가 참여했던 영·미·일 합작 애니메이션 라스트 유니콘의 인트로씬과 비슷한 느낌을 안겨준다. 이 독특한 인트로는 차기작 '천공의 성 라퓨타(1986)'에서도 비슷한 형태로 사용된다.

인간이 망쳐놓은 자연을 지키는 거대 곤충 오무는 이 작품에서 이야기로서나 비주얼로서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재이다. 특히, 절지동물처럼 생긴 큰 오무가 몸의 각 마디를 오무렸다 폈다하면서 이동하는 장면을 셀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한 부분은 실로 뛰어난 작화력을 뽐내고 있다. 지금처럼 CG로 손쉽게 구현이 가능한 시대가 아닌, 수작업 셀 애니메이션의 시대에 일일이 각 마디를 셀로 분할하여 입체적인 느낌을 강조한 이 씬은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이 보여주는 셀 애니메이션의 진정한 저력이기도 하다. 라스트의 거신병씬 역시 미야자키 작품 중에서도 보기 힘든 박진감과 괴기스러움을 보여주는데, 특히 이 씬은 당시 신참 애니메이터였던 안노 히데아키의 작품으로 화제가 되기도. 단, 인물의 작화에서 안노는 취약함을 드러내 미야자키에게 꾸지람을 듣기도 했는데, 이후에도 안노는 걸출한 메카닉 작화와는 달리 인물 작화에 있어서는 거의 낙제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 안노 히데아키, 애니메이터로서의 흔적을 찾아서 (클릭)

라스트 씬에서 펼쳐지는 나우시카의 희생과 '푸른 옷의 사람의 전설'이 실체를 드러내는 장면은 히사이시 조의 음악과 함께 감동적인 씬으로 기억된다. 전설 속의 인물의 재림을 확인한 바람계곡의 노파가 감격에 겨워 전설을 읊는 장면은 마치 메시아의 부활을 의미하는 듯 종교적이고 장엄하기까지 하다. 반면 이러한 종교적 전개는 작품의 감동의 대미를 장식하는데 있어서는 일품이었으되 압도적인 자연의 분노 앞에서 한 소녀의 희생으로 모든 걸 일단락 지은 낭만적인 허술함 역시 엿보인다 하겠다. 또한 자연과 인간의 공존보다는 인간이 자연을 멸망시키는 암적인 존재로 묘사되는 이분법적인 전개 역시 다소 아쉬운 부분, 이는 원작 자체가 아니메화를 염두에 두지 않고 만든 장대한 구조인지라, 원작의 프롤로그만을 아니메로 각색하면서 일어난 약간의 아쉬움이라 보면 어떨까 싶다. 실제로 미야자키 하야오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종료 후에도 틈틈히 나우시카의 원작을 진행시켜 완결을 보게 되는데, 그 원작의 방대함과 깊이란 애니메이션의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비록, 흥행에 있어서는 기록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한 나우시카이지만, 평단에서는 이례적인 극찬이 쏟아지게 되며, 제2회 일본 아니메 대상에서 작품상과 음악상 수상, 키네마 준보 84년 일본영화 베스트 10 중 7위, 제39회 마이니치 영화 콩쿨 오후지 노부로 상 수상, 일본 SF 대회 성운상 미디어 부분 1위, 제7회 월간 아니메쥬 애니메이션 그랑프리 작품상 등 숱한 시상식에서 작품의 진가를 인정받게 된다. 나우시카를 통해 미야자키의 작품에 대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확인한 토쿠마 서점은 이를 계기로 미야자키 하야오, 타카하타 이사오, 하라 토오루를 중심으로 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85년 설립하게 되니 이것이 바로 이후 일본 아니메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되는 스튜디오 지브리인 것이다.

ⓒ 二馬力 · 徳間書店 · 博報堂



<참고 사이트>

[1] 風の谷のナウシカ, Wikipedia Japan
[2]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엔하위키 미러
[3] 바람계곡의 나우시카(風の谷のナウシカ) 1984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二馬力 · 徳間書店 · 博報堂 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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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DHOUSE


<스탭>

◈ 원작/감독/각본/캐릭터 디자인: 콘 사토시
◈ 제작: 매드 하우스


<시놉시스> 

도박으로 패가망신하고 거리로 나온 중년 아저씨 긴과, 중년 호모 하나, 그리고 가출 소녀 미유키는 집을 나와 하루하루를 밖에서 연명하는 홈리스(Homeless;노숙자)들이다. 여느 때와 같이 어김없이 크리스마스는 다가오고, 쓰레기를 뒤지던 셋은 바구니 안에 버려진 한 아기를 발견하게 된다. 평소에 엄마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하나는 아기를 키우겠다고 고집부리며 키요코라 이름을 붙여주지만, 귀찮은 일에 얽매이기 싫은 긴과 미유키는 이를 탐탁치 않게 여긴다. 박스로 만든 자신들의 거처에서 그렇게 티격태격 하루를 보낸 그들은 하나의 고집으로 키요코를 키우는 대신, 아기를 버린 부모를 찾아주기로 하지만 그들의 앞에는 뜻밖에도 여러가지 모험들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쓰레기더미에 버려진 아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조명해보는 드라마

제가 동경대부인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은 막장 인생을 살아가던 3인의 노숙자들이 우연치 않게 쓰레기더미에서 발견한 아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고 서로 간의 애정을 확인하게 된다는 가족 드라마적인 전개를 만화영화적인 방식으로 풀어간 작품입니다. 많은 곳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이 작품은 존 포드 감독의 '3인의 대부(1948)'를 모티브로 한 작품인데요. 웨스턴 무비였던 3인의 대부에 비해서는 한국에서도 개봉되어 인기를 끌었던 프랑스의 가족 코미디 '세 남자와 아기바구니(1985)'와 오히려 더 가까운 느낌의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렇듯 세상과 담을 쌓은 3명의 주인공이 우연치 않게 발견한 아기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전개는 사실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진부한 소재인 것이 사실이죠.

하지만 전작인 '퍼펙트 블루(1998)'에서도 그러했듯이 콘 사토시는 이 진부한 가족 코미디스러운 소재를 가지고 실사 영화에 근접한 비주얼로 재현함 동시에, 만화영화적 상상력을 곁들이고 독특한 블랙 코미디와 미스테리적 구성을 더함으로써 진부한 레시피로 놀라울만치 맛깔스러운 식감을 연출해내는 신기를 선보이게 됩니다. 이리하여 콘 사토시의 장기라 할 수 있는 현실과 비현실의 절묘한 오버래핑이 전혀 사용되지 않은 정직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은 콘 사토시의 필모그라피 중에서 단연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사실 다해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게 그의 필모그라피입니다만) 인상적인 작품이 된 것입니다.

현실과 환상의 절묘한 중첩은 사라졌지만, 작품의 배경과 오프닝 스탭 타이틀을 중첩시키는 등, 특유의 감각은 여전히 살아 있다. ⓒ MADHOUSE



실사영화를 지향하는 정교한 만화영화적 표현

화영화는 전작에 이어서 여전히 실사영화에 근접하는, 아니 실사영화를 지향하는 세밀하고 디테일한 묘사를 보여줍니다. 도시의 밤거리와 겨울 정경의 실감나는 배경묘사는 퍼펙트 블루나 천년여우에 이어서도 여전한데요. 이는 미술감독으로 아니메 업계에 입문한 사토시 감독의 이력을 알게 되면 납득이 가는 부분이라고 하겠습니다. 특히, 과도할 정도로 세밀한 배경의 묘사는 흡사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의 작품들이 선보인 그것과 동질의 느낌을 선사합니다. 이런 면에서 콘 사토시의 작품에서는 극사실주의적인 냄새가 풍기기도 합니다. (오토모 가츠히로는 사토시가 신인시절 이 업계에 발을 들이게 한 인물 중 한명이기도 합니다.)

치밀할 정도의 세심한 배경과 사실적인 인물묘사를 지향하면서도 콘 사토시의 작품에서는 애니메이션만의 특징인 판타지가 살아있습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할 법한 일들이 태연스럽게 이 극사실적인 만화영화에서 등장하는 것이죠. 이는 현실과 환상을 오고 가는 그의 특색있는 연출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이 작품에서도 수시로 사용되고 있는데요. 클라이막스에 등장하는 극적인 치요코의 구출장면은 이 작품에서 애니메이션만의 장기를 살려낸 대표적인 장면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 외에도 비탈길에서 자동차에 깔려 구조를 바라는 야쿠자 보스의 고군분투라든가, 실로 다양한 표정을 선보이는 여장남자 하나의 그로테스크한 표정들은 극사실주의라는 제한조건 속에서 만화영화의 장기를 십분 살리는 다양하고 코믹한 표현들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실사영화를 지향하지만 발 하나는 애니메이션에 담근 체 완전하게 넘어가지 않는 듯한 사토시의 작품세계는 그로 인해 오히려 사실주의라는 껍데기를 쓴 낭만주의적 색체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특히, 이 작품은 우연적인 만남으로 인한 전개의 반전과 스토리의 진전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는데요. 폭설로 운행을 멈춘 전철에서 맞은 편 전철에 서있는 아빠를 마주하게 된 가출소녀 미유키나, 목숨을 구해준 야쿠자 보스를 따라간 보스의 딸 결혼식에서 자신을 도박에 빠뜨리게 한 원수(게다가 보스의 사위 될 인물)를 마주한 긴, 보스를 저격한 저격범에 의해 납치된 미유키를 구하기 위해 택시를 탔던 하나가 클라이막스에서 납치된 갓난아기 키요코를 되찾으려고 택시를 탔는데, 그 택시가 바로 미유키를 구할 때 탔던 택시라든지, 편의점에서 죽치고 있는 노숙자 트리오를 못마땅하게 여긴 취객과 싸움이 붙어 잠시 거리로 나왔는데, 그 사이 눈길에 미끄러진 구급차가 편의점을 들이받는 것과 같은 우연 등은 진부하면서도 작품의 재미를 살려주는 클리셰로써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게 됩니다.

뒷배경으로 등장하는 가게 유리창에 붙여진 메모리즈, 퍼펙트 블루, 천년여우는 모두 사토시 감독의 전작이다. ⓒ MADHOUSE



진부한 가족영화를 재기 넘치는 드라마로 변주해낸 콘 사토시의 걸작

부한 가족 코미디가 될 수도 있었던 이 작품을 아기를 키우는 세 노숙자의 이야기로 풀어가지 않고 아기의 어머니를 찾기 위해 긴 여정을 떠나는 노숙자들의 로드 무비로 변주해낸 사토시 감독의 선택은 탁월했다 하겠습니다. 그로 인해 소재의 진부함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시각으로 이 작품을 바라볼 수 있게 하고 있지요. 사토시 감독 특유의 블랙 유머 역시 이 작품을 맛깔스럽게 하는 요소입니다. '천년여우(2001)'를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환각적이고 어두운 느낌을 선보인 사토시 감독이지만 이 작품에서만큼은 그런 유머감각이 십분 살아 있습니다. 그로 인해 사토시 감독의 작품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특유의 미스테리스러운 전개는 이 작품에서도 잠시 그 모습을 보여줍니다. 클라이막스를 둘러싸고 등장하는 갓난아기 치요코의 출생의 비밀이 잔잔하고 독특한 웃음을 주던 이 작품의 분위기를 갑작스레 다이나믹하게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 그것인데요. 이런 가족 영화에서 라스트에 이르러 급박한 전개로 전환되는 것이 그다지 참신한 전개는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이 작품은 그 부분에 있어서 능숙하고 세련됩니다. 추격씬 역시 적절한 코미디와 액션을 결합하여 사실주의의 한도 내에서 애니메이션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해주고 있지요. 

특히, 앞서도 언급했던 현실과 환상의 절묘한 오버래핑이라는, 사토시만의 장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서 오로지 드라마와 코미디라는 정공법만으로 이 정도의 완성도를 이끌어낸 사토시 감독의 저력은 실로 놀랍다 하겠습니다. 캐릭터나 자극적인 요소가 전혀 없이 평법하고 진부한 소재를 가지고 완성해낸 이 작품은 다시 한 번 만화영화에서 스토리와 미술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한 작품이라 하겠지요. 이 두 분야에서 모두 뛰어난 재능을 보유하고 있던 사토시 감독의 죽음은 그래서 더더욱 아쉽다 하겠습니다.

배경으로 등장하는 반가운(?) 삼계탕집의 모습. 특유의 극사실주의에 의해 만화영화를 넘어서는 표현력을 보여주는 사토시 작품만의 특색이 살아있다. ⓒ MADHOUSE



<참고 사이트>

[1] 東京ゴッドファーザーズ, Wikipedia Japan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MADHOUSE에게 있습니다.

※ 이 리뷰는 알라딘 이달의 영화 리뷰 2011년 2월차에 선정된 글입니다.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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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가제트 시리즈 (1983~2005), Inspector Gadget 


ⓒ DIC · FR3 · FIELD


<정보>

◈ 원작: 앤디 헤이워드 (Andy Heyward), 쟝 샬로핀 (Jean Chalopin), 브루노 비앙키 (Bruno Bianchi)
◈ 각색: 쟝 샬로핀
◈ 감독: 브루노 비앙키, 히루마 토시유키 外 
◈ 각본: 피터 사우더 (Peter Sauder), 엘레노어 부리안-모르 (Eleanor Burian-Mohr), 마이크 오'마호니 (Mike O'Mahoney)
◈ 음악: 슈키 레비 (Shuki Levy), 하임 사반 (Haim Saban)
◈ 총지휘: 앤디 헤이워드, 쟝 샬로핀, 카타야마 테츠오
◈ 제작사: DIC Entertainment, Nelvana 스튜디오, 도쿄무비신사, AIC, Cuckoo's Nest 스튜디오, FR3 (방영)
◈ 저작권: ⓒ DIC · FR3 · FIELD
◈ 일자: 1983.09.12 ~ 1986.02.01
◈ 장르: 모험, 코메디
◈ 구분/등급: TVA (시즌2/86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시놉시스>

중절모에 버버리코트를 트레이드 마크로 하는 형사 가제트는 보통 형사와는 다른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온몸에 각종 특수장치가 내장된 기계인간인 것. 다리에 달린 용수철로 높이 뛸 수도 있고, 머리에 달린 프로펠러로 비행도 가능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제트가 다른 형사들과 다른 점은 형사로서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어눌한 판단력과 억세게도 좋은 운이라 할 수 있다. 매번 가제트가 사건현장에서 사고를 치면, 조카인 천재소녀 페니와 페니의 애완견으로 변장의 귀재(?)인 브레인이 사건을 마무리 해낸다. 이 완벽한(?) 3인조의 호흡에 의해 악당 크로우 박사는 매번 헛물을 켜게 되는데...


<소개>

'우주선장 율리시즈(1981)'를 제작한 프랑스의 DIC 엔터테인먼트와, 캐나다의 Nelvana 스튜디오가 기획과 제작을 하고, 일본의 도쿄무비신사와 대만의 Cuckoo's Nest 스튜디오가 애니메이션을 맡았으며, 프랑스의 FR 3와 미국의 Field 커뮤니케이션이 방영을 맡은 다국적 애니메이션으로, 사고뭉치 로봇형사의 이야기를 그린 빅 히트작이다. 사고뭉치 실수투성이 얼간이 형사라는 점에서는 핑크팬더 시리즈의 쟈끄 끌로소 경감을 연상시킨다. 매번 엉뚱한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천재 조카와 애완견의 도움으로 어떻게든 사건을 해결하는 가제트는 항상 자신이 사건을 해결하는 줄 아는 유쾌한 나르시스트로 묘사된다. 여기에 매번 이 엉성한 형사에게 무릎을 꿇는, 어찌보면 가제트보다 더 모자란 악당 클로나, 매번 5분의 시간제한을 가진 폭탄 지령서를 가제트에게 건네주지만, 항상 폭발직전 그 지령서를 건네받고 자폭해버리는 큄비 반장(그리고 항상 삶아남는다) 등, 시리즈는 완벽하게 개그적인 시퀀스를 따르고 있다.

시리즈의 기본적인 기획은 DIC 엔터테인먼트의 전 CEO인 앤디 헤이워드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이를 바탕으로 쟝 샬로핀과 브루노 비앙키가 가세하여 구체화 한 뒤, 쟝 샬로핀의 각색을 거쳐 애니메이션을 위한 이야기로 완성된 것이다. 캐나다의 Nelvana 스튜디오가 코 프로덕션(프로덕션 전단계 작업)에 합세하면서, 시즌 1의 이야기의 각본과 스토리보드, 디자인과 녹음 등이 Nelvana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선녹음이 끝난 뒤, 후 작화작업은 율리시즈를 통해 DIC와 함께 작업했던 일본의 도쿄무비신사가 맡게 된다. 이로 인해 일부 디자인이나 장면구성에서는 왠지 모를 아니메적 정취가 느껴지기도 한다. 스포츠카 형태로 변하는 경찰차 가제트모빌이나, 가제트의 조카인 소녀 페니의 생김새 등은 서양 애니메이션보다는 일본 아니메의 스타일이 언뜻 엿보인다. 몇몇 에피소드에는 대만의 Cuckoo's Nest 스튜디오가 애니메이션을 맡았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손만 등장하는 악당 클로나, 비밀스럽게 지령을 주고 받는 큄비 반장과 가제트, 그리고 온몸에서 특수한 장비가 나오는 가제트의 기능 등은 얼핏 보아도 007 시리즈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이 007스러운 요소를  희화화 시키면서 잔잔한 재미를 주고 있는 셈. 여기에 누가 보아도 그 정체를 알 수 있는 애완견 브레인의 변장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든지, 그 변장을 조카인 페니만 한눈에 알아채는 점 등은 가제트 시리즈의 캐릭터들이 페니만 빼고는 몽땅 다 바보임을 증명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MBC에서 방영된 컴퓨터 형사 가제트가 가장 유명하다. 특히, 가제트의 성우를 맡은 배한성씨의 연기는 원작의 성우 돈 아담스를 능가하는 싱크로로 일약 배한성=가제트가 될 정도로 자신의 대표적인 필모그라피가 되고 만다. 또한, 메인 테마 역시 오랫동안 사랑받는 스테디 셀러가 될 정도로 인상적인 멜로디를 들려주었다. 멜로디의 친숙함 때문인지 엽기 정치가 허경영의 노래 '콜미'에 사용되어 표절이냐 샘플링이냐의 논란을 낳기도 했다.


후속 시리즈 (1992~2005) 


형사 가제트는 83년 TV 시리즈 외에도 각종 TV 스페셜과 스핀오프 시리즈, 속편 등이 존재하고 있다.

1. 형사 가제트 크리스마스를 구하다 (Inspector Gadget saves Crhistmas, 1992)

크리스마스 TV 스페셜로 제작된 작품. 클로에 의해 사로잡힌 산타클로스를 구하기 위한 가제트와 페니들의 모험이 그려지고 있다. 왠일인지 에미상 후보에까지 올랐다고 한다. 가제트가 혼신의 내면 연기를 선보인 것일까나.


2. 가젯 보이 (Gadget Boy and Heathers, 1995)

소년판 가제트의 모험을 다룬 스핀오프. 어눌한 성격의 형사 가제트와는 정반대의 영특하고 장난기 가득한 소년 가제트의 모험 이야기가 되겠다. 캐릭터의 구성은 원작과 비슷하게 구성되어 있다. 소년 가제트를 돕는 요원 헤더는 페니를, 로봇강아지 G-9는 브레인을, 가제트의 상사인 스토롬볼리 반장은 큄비 반장을, 악당 스파이드라는 클로를 연상시킨다. 26화의 1시즌으로 제작되었으나 98년에 두번째 시즌인 'Gadget Boy's Adventure in History Episodes'가 26화 분량으로 방영되었다.


3. 형사 가제트의 견학 (Inspector Gadget's Field Trip, 1996)

실사영상과 결합하여 교육용 시리즈로 제작된 스핀오프. 가제트가 아이들에게 세계각지의 명소를 소개해주는 형태의 작품으로 전 26화가 제작되었으며, 히스토리 채널을 통해 방영되었다. 교육시장에까지 진출한 가제트의 활약이 눈부시다.


4. 형사 가제트, Gadget's Greatest Gadget (1999)

45화 '집시들의 왕자', 69화 '케이프맨이 오다', '가제트의 잡동사니' 편을 편집하여 가제트가 이를 회상하는 듯 해설하는 작품. 비디오 애니메이션으로 출시되었다.


5. 형사 가제트의 최후의 사건 (Inspector Gadget's Last Case, 2002)

새롭게 그려진 가제트의 비디오 애니메이션. 기존과는 달라진 캐릭터 디자인으로 눈길을 끈다. 가제트와 그의 가제트모빌에 중점을 둔 작품으로 원 시리즈에서 가제트를 보좌하던 페니와 브레인의 역할이 축소되었다. 성우는 원 시리즈의 돈 아담스에서 모리스 라마쉬로 교체되었다. 모리스 라마쉬는 원시리즈에서 큄비 반장의 성우를 맡았었는데, 'Gadget's Greatest Gadget' 편부터 이후의 시리즈는 모리스가 계속 가제트의 성우로 활약하게 된다. . 


6. 돌아온 형사 가제트 (Gadget and Gadgetnis, 2003)

2002년에 출시된 'Inspector Gadget's Last Case' 편과 동일한 디자인으로 2001년부터 제작된 새로운 스핀오프 TV 시리즈. 다만, 제작사정으로 인해 2003년에 이르러서야 유럽에서 방영을 시작했다. 가제트 외에도 가제트의 형상을 한 새로운 로봇 캐릭터인 디짓과 피젯이 등장한다. 원제의 가제트니스는 바로 이 디짓과 피젯을 의미하는 것. 원시리즈의 브레인과 큄비반장은 시리즈에서 거의 등장하지 않으며, 가제트는 형사가 아닌 WOMP(World Organization of Mega Power)라는 특수조직의 요원으로 등장한다. 시리즈의 전개 방식은 원시리즈와 동일한 형식을 따르고 있다.  


7. 형사 가제트의 최대의 사건 (Inspector Gadget's Biggest Caper Ever, 2005)

시대의 트렌드에 맞춰 CG로 제작된 가제트 이야기. 페니는 어린 소녀에서 10대 중후반으로 성숙했고, 큄비 반장과 브레인이 오랜만에 시리즈로 복귀했으며, 가제트도 원래대로 형사로 등장한다. 페니의 나이를 감안했을 때, 이는 전작인 Inspector Gadget's Last Case 편이나 Gadget and Gadgetnis와는 다른 설정상의 오류라 할 수 있다. 형사였다가 WOMP라는 조직의 일원이 되었다고 상정한다면, 이번 시리즈의 페니의 나이가 전작보다 더 어렸어야 했을테니 말이다.  


실사영화 (1999, 2003) 


ⓒ WALT DISNEY Pictures

1. 형사 가제트 (1999)

원작자 중 한명인 앤디 헤이워드가 각본을 맡고, '라이온 킹'에서 주인공 사자 심바의 목소리 역할을 맡기도 했으며, '섹스 앤 더 시티'의 히로인 사라 제시카 파커의 남편이기도 한 연기파 배우 매튜 브로데릭이 주연을 맡은 첫 가제트 실사영화. CF 감독 출신의 신예 데이빗 캘로그가 연출을 맡으면서 가족영화로서의 장점을 살리지 못한 체 특수효과만 무성한 무미건조한 작품이 되고 말았다. 재미도 감동도 모두 잡지 못하며 평단의 혹평을 들었으나 원작의 네임밸류 덕인지 흥행에서는 나름의 성공을 거두게 된다.


ⓒ WALT DISNEY Pictures

2. 형사 가제트 2 (2003)

속편은 극장개봉이 이루어지지 않은체 비디오 용으로 제작되었다. 가제트와 같은 기계몸을 가진 여성용 로봇 G2가 등장하여 가젯과 승부를 벌인다는 전형적인 속편스러운 전개를 보여주었다. 주인공은 매튜 브로데릭에서 프렌치 스튜워트로 바뀌었다. 저래뵈도 메튜 브로데릭은 A급이 아닌가. 


<참고 사이트>

[1] Inspector Gadget, WIkipedia
[2] Inspector Gadget spinoff incarnations, Wikipedia
[3] Inspector Gadget(film), Wikipedia
[4] 형사 가제트,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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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 동화의 디즈니다우면서도 픽사스러운 재해석  

ⓒ WALT DISNEY Pictures


'이 스토리(1995)'의 대성공 이후, 픽사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전면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인어공주(1989)'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던 세계명작동화의 디즈니식 재해석, 그리고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라는 두가지 테마는 한동안 세계 애니메이션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습니다. 동화적인 감성에 비해 재기발랄한 CG 애니메이션은 과거의 것들을 고리타분하고 전형적인 전개로 만들만큼 참신하고 신선했었죠. CG 애니메이션의 대성공은 북미에서 셀 애니메이션의 입지를 더더욱 좁게 했고, 디즈니/픽사의 대항마라 할 수 있는 드림웍스까지 등장하면서 이제 북미 애니메이션하면 과거 세계명작 동화 스타일의 셀 애니메이션이 아닌, 신세대의 감각에 맞는 CG 애니메이션으로 인식될 정도로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특히, 요즘의 세대에 있어서 과거 디즈니의 셀 애니메이션은 그야말로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이거나 듣기만 했지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옛 이야기가 되어버린 셈이죠. 이제 3D 기술까지 접목되면서 애니메이션은 더더욱 2차원의 세계를 벗어나 3차원으로 진입하고 있는 중이라 하겠습니다.

픽사와 드림웍스의 전쟁이 한참 진행중이던 2009년, 토이스토리를 통해 CG 애니메이션 시대를 열었던 존 라세터가 프로듀서를 맡고 인어공주로 디즈니의 제2의 전성기를 열었던 론 클레멘츠/존 머스커가 연출을 맡은 '공주와 개구리(2009)'가 준수한 흥행성적을 거두면서, 디즈니만의 가정적이고 고전적인 스타일은 다시금 부활의 날개를 펴는 듯 보였습니다. 특히, 공주와 개구리는 픽사의 연타석 흥행 속에서도 꾸준히 '노틀담의 꼽추(1996)', '헤라클레스(1997)', '뮬란(1998)', '타잔(1999)' 등의 셀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내며 명예회복을 노리던 디즈니가 한동안 그 의지를 접었던 셀 애니메이션으로 거둔 성적이라는 점에서 아직도 고전적인 셀 애니메이션이 세계시장에서 의미가 있음을 증명한 하나의 사례가 아닐까 싶은데요. 그리고 2010년 말, 고전적인 셀 애니메이션의 스타일과 신세기를 열어가는 3D CG 애니메이션의 매력이 하나로 합친 작품이 등장했으니 그것이 바로 '탱글드(2010)', 그림 형제의 동화 '라푼젤'을 원작으로 한 디즈니의 최신작이 되겠습니다.

ⓒ WALT DISNEY Pictures

이미 북미와 유럽에서 2010년 11월에 개봉되어 현재까지 약 4억 달러, 북미에서만 2억 달러에 가까운 수익을 벌어들이면서 히트를 기록했는데요. 특히, 이 작품은 이제까지의 창작 CG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세계명작동화를 모티브로 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픽사 스타일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디즈니 스타일의 감성이 보다 더 많이 녹아들어간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다는 아닌듯 싶은데요. 출구가 없는 높은 탑에 갇혀 홀로사는 긴 머리카락의 소녀는 청아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원작의 히로인과는 달리, 호기심 많고 쾌활한 소녀 라푼젤이 되었으며, 그녀의 목소리에 반하여 위험을 무릎쓰고 탑에 오르는 원작의 왕자는 유쾌하고 넉살좋은 왕국 최고의 도둑 라이더가 되었습니다. 원작의 우울하고 비극적인 멜로물의 분위기 역시 이에 맞춰 보다 더 코믹하고 역동적인 어드벤쳐 물로 탈바꿈 한 듯 싶은데요. 전체적으로 이러한 작품의 스타일은 디즈니보다는 픽사의 스타일에 더 가까운 듯 싶습니다. 즉, 디즈니의 고전적 감성을 픽사 스타일로 재해석한 새로운 느낌의 작품이라 할 수 있는 것이죠.

사실, 90년도 중반부터 시작된 디즈니와 픽사의 밀월관계를 감안하면 이런 스타일의 작품은 진작에 한번쯤은 나와줬어야 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러, 디즈니와 픽사가 합병이 된 후에나 등장한 것을 보면 이제까지 픽사가 만든 애니메이션이 그 만큼 디즈니의 감성을 배제하고 독자적인 노선을 간 것이라는 증명이라 할 수 있지 않나 싶네요. 그러나, 이러한 픽사식 변주는 사실 이 탱글드가 처음은 아니라 하겠습니다. 과거 '몬스터 주식회사(2001)'나 '인크레더블(2004)'를 통해서도 픽사는 고전적인 가치들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시도를 하고는 했었죠. 디즈니와는 정반대의 입장을 취했던 드림웍스의 파격적인 시도에 비해서는 다소 얌전하긴 하지만 픽사의 스타일은 그렇기에 오히려 대중에게 더 많은 호응을 얻는 듯 싶습니다. 온건파 개혁주의자 같은 픽사의 모습으로 디즈니의 고전적인 스타일이 21세기의 입맛에도 알맞을 정도로 잘 옮겨진 듯도 싶구요.

자, 한국에서는 2010년 2월에 개봉 예정에 있는데요. 전통적인 한국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 그리고 세계적인 추세로 미루어 볼 때 탱글드(한국 개봉명은 원작의 이름은 라푼젤 그대로입니다.)의 성공은 거의 확실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군다나 이번 탱글드의 음악은 돌아온 애니메이션 음악의 거장 알란 맨킨이 맡았는데요. 과거 인어공주부터 포카 혼타스까지 이어졌던 그의 마법이 이번에도 또 한 번 인정을 받을지 역시 기대된다 하겠습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WALT DISNEY Pictures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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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TSU · SUNRISE


<스탭>

◈ 감독: 미즈시마 세이지
◈ 각본: 쿠로다 요스케
◈ 제작: 선라이즈


<시놉시스> 

선구자 이오리아 슈헨베르그가 만든 인공지능 베다의 생체단말인 이노베이드 이면서도 그의 의지에 반해 스스로가 인류를 이끌고자 했던 리본즈 알마크가 진정한 이노베이터로 각성한 솔레스탈 비잉의 세츠나 F 세이에이에 의해 격퇴된지 2년 후인 서기 2,314년, 130년 전에 목성으로 떠났던 유인 탐사선 유로파의 잔해가 지구로 접근한다. 거대한 우주선의 지구 추락을 우려한 지구군의 공격에 의해 유로파는 파괴되었지만, 그 파편들은 지구의 곳곳에 흩뿌려지게 된다. 

그러나, 파편이 추락한 주변에서 이상한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자동차와 지하철 등이 무인으로 움직여 사고를 냈던 것. 특히, 이것은 뇌양자파가 일반인들보다 더 높은, 즉 이노베이터로서의 자질을 가진 이들의 주위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솔레스탈 비잉은 이 이상한 현상에 주목, 세츠나와 록온이 지구권으로 돌아가 알렐루야와 소마와 조우하게 된다. 탐사선의 잔해에 붙어 있던 미지의 금속 유기체에 의한 사건임을 파악한 지구 연방정부는 이노베이터의 자질을 가진 이들을 뇌양자파 차단 시설로 급히 옮기고 이 정체불명의 금속체에게 ELS(Extraterrestrial Living metal Shapeshifter)라는 이름을 붙인다. 

한편, 그 시각 목성권에 이변이 발생한다. 목성의 위성 가니메데가 소멸할 정도의 거대한 중력이상이 생기면서 거대한 ELS와 그 군대가 태양계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제 지구 연방과 솔레스탈 비잉은 미지의 생명체와 인류의 존망을 건 사투를 눈앞에 두게 되었는데...


미지의 우주와의 조우, 이노베이터로 각성한 인류의 첫 시련

담 시리즈의 특징이자 정체성이라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의 갈등과 오해, 그리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전쟁과 드라마라 할 수 있습니다. 매번 시리즈가 리부트되고 새로운 건담과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이 기본적인 구도는 바뀌지 않았었죠. 토미노 요시유키가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임했던 턴에이 건담도, 결국은 인간과 인간의 갈등을 테마로 했으며, 새로운 세대의 눈높이에 맞춘 건담 시드 시리즈와 건담 더블오 시리즈 역시 미흡하지만 인간과 인간의 갈등과 드라마를 작품의 축으로 삼았다 하겠습니다. 

2009년 종영되며, 시드 이후 새로운 건담 시리즈로, 우주세기의 그늘을 나름 성공적으로 탈피한 건담 더블오가 2010년에 이르러 새로운 극장판을 공개하게 됩니다. 그것도 총집편 형태가 아닌, 오리지널 극장판으로 말입니다. 이는 91년 개봉되었던 '기동전사 건담 F91(1991)'이후 실로 19년만의 완벽한 오리지널 극장판으로, 더블오 시리즈가 독립된 세계관으로 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왔으며, 동시에 상업적으로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음을 증명하는 하나의 사례라 하겠습니다. 특히, 제타 건담 이후 매번 이루어져 왔던 건담 시리즈의 주역기 교체는 이번 극장판에서도 그대로 이루어져 시즌1과 시즌2에 이어 극장판까지 전 건담 주역기가 교체되면서 프라모델 라인업에 있어서도 만반의 준비를 갖추게 된 것입니다.

19년만에 등장한 오리지널 건담 극장판은 놀랍게도 인간과 인간의 갈등을 다룬 것이 아닌, 인간과 외우주에서 온 이상생명체와의 갈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는 물론 전체 로봇 아니메로 볼 때는 그닥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입니다만, 항상 인간과 인간, 집단과 집단의 갈등을 테마로 내세웠던, 건담의 역사를 뒤돌아보면 상당히 이례적인 이야기라 하겠는데요. (물론, 퍼스트 건담의 최초 기획안은 우주인과의 전쟁을 이야기로 하려 하긴 했지요.) 뉴타입과 시드에 이은 인류의 진화의 테마 이노베이터로 각성을 시작한 인류가 외우주로의 진출을 모색하면서 우연치 않게 미지의 우주생명체와 조우하게 되고, 이를 통해 지구가 아닌 새로운 세상으로 한발을 내딛으려는 인류가 낡은 가치관을 버리고 새로운 가치관을 가진 미래의 존재로 각성하기 위한 첫번째 갈등과 시련을 겪는다라는 주제를, 제작진은 미지의 우주와의 조우라는 소재로 풀어 나가려 했다고 보입니다.


엔터테인먼트와 드라마의 조율에 실패한 19년만의 오리지널 건담 극장판

간형 생명체가 아닌 생체와 비생체에 자유로이 침식이 가능한 금속 유기생명체라는 점에서 더블오에 등장하는 인류의 적 ELS는 위협적이고 대적하기 힘든 존재로 묘사됩니다. 게다가 그 수 역시 지구 연방군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지요. 이는 항상 비슷한 세력을 갖추고 국지적으로 반목과 소요를 거듭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했던 기존의 건담 시리즈와는 다른 전개를 보여줍니다. 압도적인 ELS의 힘 앞에 인류 절멸의 위기에 처한 현실에서 모빌슈트라는 개인용 병기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싸움에 나서는 이야기는 거대한 스케일과 위압감으로 관객을 압도하려 했습니다만, 아쉽게도 풀어나가야할 이야기가 너무 많은나머지 여러 숙제를 안은 체 구멍난 서사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거대한 스케일에, 이제까지 등장한 시리즈의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모두 등장하여 이야기의 한 조각씩을 책임집니다만, 이로 인해 원작을 감상하지 않은 이들은 이야기의 전개를 알 길이 없고, 동시에 2시간이라는 짧은(물론, 극장 아니메로서는 꽤 긴) 러닝타임을 수많은 인물들이 나눠가짐으로 인해 발생하는 필연적인 깊이의 부족은 TV 시리즈에 이어 여전히 서사가 엉성한 더블오의 맹점을 극명하게 드러냅니다. TV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로 무거운 소재를 다룬 방대한 이야기를 짧은 시간에 풀어나가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여러 등장인물들이 각각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려 하니 결국 깊이와 밀도를 모두 상실하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그 결과 위기에서 절정까지는 그럭저럭 얼개를 유지하지만, 세츠나와 퀀터가 등장하여 모든 갈등을 해소하는 절정과 결말에 이르는 부분은 시간에 쫓기듯 부실하고, 결과적으로 직전까지의 전개에 비해 허술하고 허망한 느낌을 줍니다. 뭔가 대단한 여러가지를 잔뜩 풀어넣고 서투르게 중요한 것들만 주섬주섬 해결하게 되는 것이죠.

TV 시리즈에서도 그랬듯이 더블오는 만화영화로서는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루려 했으면서도 드라마 보다는 볼거리에 치중하려하면서 생긴 불협화음을 극장판에서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거기에 너무 많은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극의 흐름을 자꾸 끊어버리고 있지요. 지구연방 소속의 이노베이터 데카르트 대위 같은 경우, 상당히 강렬한 모습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극 중간에 허무하게 퇴장했으며, 몇 컷만 등장해도 되었을법한 사지 크로스로드와 루이스 할레비는 가뜩이나 이야기거리가 많은 극장판의 많은 부분을 침식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지가 극 초반에 관람하는 영화(라 쓰고 용자물이라 읽는다) '솔레스탈 비잉'도 이야기와 그닥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많은 러닝타임을 잡아먹고 있습니다. 이는 명백히 연출 상의 미스라고 부를만 합니다.

거기에 건담 시리즈에서 항상 변하지 않고 등장하는 거대한 레이저 병기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하여 식상함을 안겨주고 있으며, 상상 이상의 스피드로 싸우는 모빌슈트의 모습은 과연 모빌슈트가 필요한 전투일까 싶을 정도로 그저 쏘고 피하고 할 뿐입니다. 일부 팬들의 말마따나 모빌슈트로서의 정체성, 즉 인간형 기동병기 다운 모습이 등장하지 않음으로써 모빌슈트의 매력은 상실되었으며, 그것은 솔레스탈 비잉의 주역 건담 4기도 마찬가지의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오히려 그레함 에이커의 브레이브와 그의 브레이브 편대가 전투기 형태와 MS 형태의 적절한 조합과 연계 전술로 인해 이 작품에서 건담 마이스터들보다 더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군요.

ⓒ SOTSU · SUNRISE



거대한 스케일, 익숙한 전개. 상실된 혁신의 의지

지의 우주인과의 조우는 이미 건담 시리즈와 쌍벽을 이루는 마크로스 시리즈를 통해 끊임없이 다루어져 온 것으로, 특히 더블오 극장판은 그 중에서도 마크로스 시리즈의 84년도 극장판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1984)'와 비교할만 합니다. 많은 등장인물들을 늘어놓지 않고 주요 인물들의 이야기에만 집중하면서 드라마와 로맨스, 볼거리의 균형을 이룬 마크로스 극장판에 비해 더블오 극장판은 너무 많은 등장인물들로 인해 드라마는 빈약하고, 펠트의 로맨스는 애절함이 느껴지지 않으며, MS 전투씬은 자체로서는 현란하고 스피디합니다만, 결말에서는 진부하고 지루하게 전개됩니다. 

형체가 불분명한 압도적인 우주 생명체와의 일전은 곤조의 디지털 TV 로봇물 '반드레드(2000~2001)'을 연상시키는데요. 화끈한 로봇의 액션에서 더블오는 장면장면에서는 10년전의 CG로 완성된 반드레드에 뒤지지는 않습니다만, 서사의 밀도와 짜임새는 오히려 한수 아래의 작품인 반드레드에 비해 부실해 보입니다. 보다 더 높은 관객층을 상정한 듯한 더블오의 이야기가 반드레드의 그것보다 짜임새가 덜한 것은 TV 시리즈로 구성되어 서사의 여유가 생긴 것임을 감안할 때 명백히 더블오의 이야기가 2시간 안에 풀기에는 너무 방대했다는 뜻입니다. 또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제작된 로봇물 중 가장 출중한 완성도와 재미를 보여준 '천원돌파 그렌라간(2007)'의 그것에 비하면 더더욱 세련되지 못합니다. 익숙한 전개 속에 차별화된 볼거리는 그저 현란하게 움직이는 MS의 전투씬 밖에 없었으며, 주인공인 세츠나와 주역기인 퀀터가 미지의 우주생명체와 싸우는 것이 아닌 대화와 소통을 위한 키로 사용되면서 주인공의 활약이 거의 없는 이상한 모양새의 로봇 액션물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로봇물로서 더블오는 지나치게 성숙한 주제의식을 담으려 했던 것이 폐인이라 봅니다. 오히려 반드레드나 그렌라간처럼 압도적인 적을 맞이하여 이노베이터의 힘을 최대한 각성하여 싸우는 세츠나와 솔레스탈 비잉의 모습을 화끈하게 그리는 엔터테인먼트에 치중했으면 더 좋은 완성도와 짜임새를 보여주지 않았을까 합니다. 엔터테인먼트라는 정체성을 가진 체 심오한 드라마와 주제를 연출하려 했습니다만, 연출가의 역량의 부족, 그리고 각본의 허술함은 이러한 두 상반된 요소의 조율에 있어서 실패한 모습을 보였다 하겠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이 작품의 완전한 망작이라 보기에는 그렇습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8억4천만엔의 흥행수입을 올리며 2010년 아니메 흥행랭킹 11위에 오르는 준수한 성적을 보여주었죠. 재미 역시 허술한 짜임새가 거슬리긴 했지만, 극장을 뛰쳐나오거나 모니터를 꺼버릴 정도의 수준은 아닌 것이 사실입니다. 솔직하게 표현하면, 좀 유치하긴 하지만 볼만합니다.

여러 아쉬움 속에서 더블오 시리즈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 듯 합니다. 극장판의 전개로 보아 사이드 스토리를 다룬 스핀오프나 프리퀄 외에 더블오 시리즈의 시퀄이 계속될 여지는 없어 보이는군요. 이야기의 짜임새는 아쉬웠고, 제대로 해명하지 못한 사실들도 많았습니다만, 어찌되었든 가장 깨끗하게 마무리를 지은 시리즈 중 하나라 하겠습니다. 여러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더블오는 새로운 건담 시리즈로서 많은 것을 시도한 작품이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공업 디자인적 컨셉을 도입한 더블오의 MS는 이전까지의 건담 시리즈와는 또다른 매력을 보여주었으며, 미지의 생명체와의 전투를 소재로 하는 등, 새로운 시도들이 인상적이었다 하겠습니다. 이제 건담은 다시 우주세기의 이야기로 바톤이 넘어간 듯 싶지만, 새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건담의 시도는 아직도 멈추지는 않을 듯 싶네요. 그땐 부디 이야기에 있어서도 완성도가 보장된 작품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 SOTSU · SUNRISE


덧붙임 1) 타이틀을 책임지고 있는 건담 더블오는 그 어떤 활약도 하지못한체 타이틀의 의미를 퇴색시키신다는...

덧붙임 2) 엔딩 크레딧이 끝난 뒤에는 무려 이오리아 슈헨베르가가 젋었을 적 모습으로 등장해서 작품의 주제와 테마를 다시 한번 거창한 어조로 설명 해주십니다만, 본편의 서사가 엉망이라 그닥 와닿지는 않습니다.

덧붙임 3) 연극에서 독백을 하듯 자신의 생각을 토해내는 등장인물들은 토미노 요시유키가 처음 만들어낸 씨퀀스로 당시에는 신선하고 극적인 느낌이지만, 30년 가까이 일본 아니메 단골 시퀀스로 자리 잡으면서 이제는 뭔가 극의 리얼리티를 떨어뜨리는 느낌입니다. 뭔가 어설픈 개똥철학을 서로서로 읊조리고 있으니 이야기가 더 유치해지는 듯.  

덧붙임 4) 최초에 ELS와 결전을 벌이는 지구연방합대의 사령관은 김 중장님이랍니다. 멋진 대사를 일어로 날려주시는 걸 보니 제일교포시겠군요. -0-;

덧붙임 5) 퀀터의 진정한 매력은 극장판이 아니라 프라모델로 감상할 수 있을 듯.


<참고 사이트>

[1] 劇場版 機動戦士ガンダム00 -A wakening of the Trailblazer-, Wikipedia Japan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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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e and Ice (1983) 


ⓒ 2011 BAKSHI Productions


<정보>

◈ 감독: 랄프 박시 (Ralph Bakshi)
◈ 각본: 게리 콘웨이 (Gerry Conway), 로이 토마스 (Roy Thomas)
◈ 작화 감수: 마이클 스베이코 (Michael Svayko)
◈ 레이아웃: 존 스파레이 (John Sparey)
◈ 배경 레이아웃: 팀 칼라한 (Tim Callahan)
◈ 촬영감독/실사촬영: 프란시스 그럼맨 (Francis Grumman)
◈ 실사 제작 감수: 제프리 체르노프 (Jeffrey Chernov)
◈ 편집: A 데이빗 마샬 (A. David Marshall)
◈ 음악: 윌리엄 크래프트 (William Kraft)
◈ 제작: 랄프 박시, 프랭크 프라제타 (Frank Frazetta)
◈ 총괄 프로듀서: 리차드 세인트 존 (Richard St. John), 존 W 하이드 (John W. Hyde)
◈ 보조 프로듀서: 린느 벳 (Lynne Bett)
◈ 제작사: Producer Sales Organization, 20세기 폭스 (배급)
◈ 저작권: ⓒ 2011 BAKSHI Productions
◈ 일자: 1983.08.27
◈ 장르: 모험,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캐스트>

◈ 란: 랜디 노튼 (Randy Norton)
◈ 티그라: 씬시아 리크 (Cynthia Leake)
◈ 다크울프: 스티브 샌더 (Steve Sandor)
◈ 네크론: 션 한논 (Sean Hannon)
◈ 줄리아나 여왕: 에일린 오닐 (Eileen O'Neill)


<시놉시스>

아주 먼 옛날, 마지막 위대한 빙하시대. 북쪽에는 강대한 여왕 줄리아나가 있었다. 그녀의 야망은 자신의 왕국을 전세계로 뻗어나가게 하는 것. 줄리아나는 군대를 모으고, 자신의 아들 네크론에게 강력한 마법을 가르친다. 네크론의 힘에 의해 줄리아나의 얼음궁전 아이스피크(Icepeak)는 살아있는 것처럼 주변을 얼리면서 계속 확장하게 되고, 그 강대한 위력 앞에 주변의 마을과 땅은 얼음 속에 묻힌체 초토화된다. 줄리아나와 네크론의 군세는 파이어킵(Firekeep) 왕국까지 다다르게 되고, 네크론은 파이어킵의 왕 제롤에게 항복을 권유하는 사신을 보내지만, 이는 줄리아나의 계략이었다. 사신들이 제롤왕의 시선을 끄는 동안 아이스피크의 원시인 병사들이 제롤의 딸 티그라 공주를 납치하고, 그녀를 인질로 삼아 파이어킵을 정복할 목적이었던 것이다.

병사들에게 끌려가던 티그라는 방심의 틈을 타서 탈출에 성공한다. 이제 낯선 원시의 땅에 홀로 남겨지게 된 티그라, 추적의 손길은 서서히 그녀에게 다가오고 티그라는 필사적으로 그들에게서 도망치게 된다. 한편, 네크론에 의해 멸망당한 북쪽 마을의 생존자 란 역시 홀로 낯선 땅을 방황하던 중 길을 잃고 방황하던 티그라를 만나게 되는데...


<소개>

1983년에 제작된 랄프 박시의 판타지 만화영화. 실사로 촬영한 영상을 바탕으로 셀 애니메이션을 덧 그린 뒤 이를 촬영하는 로토스코핑 기법을 도입하여 실사에 가까운 부드러운 영상을 구현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직전년도에 그가 만든 '아메리칸 팝(1981)' 역시 로토스코핑 기법을 사용한 작품이기도. 랄프 박시는 '위자드(1977)'나 '반지의 제왕(1978)' 등 판타지 만화영화를 계속 만들어온 인물로, 반지의 제왕의 경우에는 '라스트 유니콘(1982)'의 원작자인 피터 S 비글이 각본작업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돈 코스카렐리 감독/마크 싱거(미니시리즈 V의 주인공) 주연의 '비스트마스터(1982)'나 존 밀리우스 감독/아놀드 슈왈체네거 주연의 '코난 더 바바리안(1982)' 등이 히트하면서 랄프 박시는 이러한 원시시대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만화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친구이자 판타지/SF 일러스트레이터인 프랭크 프라제타가 랄프의 아이디어에 힘을 실어주고, 마블 코믹스의 코난 시리즈를 집필했던 게리 콘웨이와 로이 토마스가 각본에 참여하였다. 이로 인해 고대시대의 영웅들이 활약하는 판타지 만화영화를 위한 라인업이 구성된 셈이다. 실제로 작품의 분위기는 코난 시리즈의 그것과 거의 대동소이하며, 불과 며칠 뒤에 TV를 통해 방영되어 큰 인기를 끌게 되는 'He-Man and the Masters of the Univers(히맨, 1983)'의 비주얼과 상당부분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로토스코핑 기법이 적용된 유려한 인체의 움직임은 단연코 이 작품에서 돋보이는 부분이다.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그제까지의 만화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실감나는 액션이 가능하게 된 것. 특히, 검과 도끼를 사용하는 바바리안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묘사한 부분은 이 작품의 압권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세상을 지배하려는 얼음왕국의 네크론이 보여주는 압도적인 마법과 원시시대의 신비로운 괴물들로 스케일 큰 판타지를 보여주었고, 육감적인 몸매를 보여주는 반라의 히어로와 히로인이 등장하는 등, 전체적인 작품의 분위기는 미국 만화영화로서는 드문 성인취향의 느낌을 보여주고 있다.

뛰어난 영상미에도 불구하고 액션 어드벤쳐로서의 가치는 떨어지는 느낌이다. 전개가 길고 클라이막스까지의 구성은 엉성하여 오락영화로서의 매력은 뛰어나다고 할 수 없는 편. 애초에 오락 영화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작품의 호흡이 느려지면서 안타깝게도 지루한 느낌을 주고 있다. 주인공 란보다는 그의 조력자인 다크 울프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해결사라는 점에서도 히어로와 히로인이 작품 전체를 지배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다크 울프가 시리즈를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 문제에 처했을 때 어디선가 갑작스레 등장한 히어로처럼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구조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식의 이야기구조로, 성인풍의 작품으로서는 다소 동떨어지는 서사구조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에는 당시 막 애니메이션계에 입문한 피터 정이 레이아웃 아티스트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거의 전 컷을 로토스코핑으로 제작해낸 집념의 작품이지만, 제작비의 절반을 겨우 넘어서는 흥행수익을 거두면서 사실상 흥행에서는 참패하게 된다.

주인공 란(좌)과 조력자 다크울프(우). 다크울프는 흡사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반오크/반오거인 렉사르를 연상시킨다. ⓒ 2011 BAKSHI Productions

네크론의 부하에게 잡혀가는 티그라 공주. 보기엔 아슬아슬하지만 의외로 질긴 소재다. 절대 벗겨지거나 찢어지지 않는다. ⓒ 2011 BAKSHI Productions



<참고 사이트>

[1] Fire and Ice, Ralph Bakshi / Films
[2] Fire and Ice (1983 film), Wikipedia
[3] Fire and Ice (1983), IMDB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1 BAKSHI Productions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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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ITO Production · TMS · FILMLINK


<스탭>

◈ 감독: 데자키 오사무
◈ 원작: 사이토 타카오
◈ 제작: 도쿄무비신사


<시놉시스> 

세계적인 부호 레오나르드 도슨의 아들인 로버트 도슨의 암살 의뢰를 받은 전설적인 스나이퍼 듀크 토코. 의뢰받은 일은 한치의 오차나 실수도 없이 반드시 수행해 내고야 마는 지상 최고의 킬러인 그의 암호명은 고르고 13이다. 도슨 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이루어지는 역사적인 순간, 도슨 회장의 앞에서 로버트는 고르고 13의 저격에 의해 그만 즉사하고 만다.

로버트 도슨의 암살 이후, 그는 또다시 정체가 알려지지 않은 신흥 마피아의 보스 닥터Z의 암살 의뢰를 받는다. 불가능하리라 여겨졌던 닥터Z의 암살에 성공한 고르고13에게 돌연 습격이 시작된다. 기적적으로 살아난 고르고13은 닥터 Z 암살의뢰인을 찾아가지만, 이미 그는 고문을 당하고 숨을 거둔 뒤였다. 숨쉴 겨를도 없이 몰아치는 암살자들의 습격과 군대 수준의 화력을 앞세운 공격. 고르고 13의 일거수 일투족은 하나도 빠짐없이 정체불명의 적에게 노출되어 있었다. 과연 고르고 13은 누구에게 습격을 당하는 것일까. 사방에서 밀려드는 강력한 적들을 하나 둘 물리치며, 고르고 13은 그 의문을 풀어나가기 시작하는데...


아니메라마, 하드보일드 액션으로 부활하다

'일의 죠(1970)', '에이스를 노려라(1973)', '보물섬(1978)', '베르사이유의 장미(1979)'와 같은 70년대의 명작 애니메이션을 관통하는 연출가 데자키 오사무의 특징은 (영상미학의 대가라 불리는 그의 불세출의 연출력을 제외하고) 만화영화임에도 성인들이 즐길 수 있는 인간 드라마에 있다 하겠습니다. 밑바닥 인생에서 세계 챔피언으로 우뚝선 뒤 자신의 젊음을 하얗게 불태웠던 풍운의 권투선수 죠, 수많은 라이벌과의 경쟁을 통해 진정한 테니스 에이스로 성장해 가는 소녀 오카 히로미, 악당임에도 불구하고 소년의 가슴에 사나의 로망을 아로 새겨넣었던 외다리 사나이 캡틴 실버, 여자로 태어나 운명을 극복하고 불꽃 같은 삶은 살다가 간 오스칼 프랑소와에 이르기까지... 그가 연출하는 만화영화의 등장인물은 드라마틱한 이야기 속에서 실사영화 이상의 생동감으로 팬들을 사로잡고, 이야기를 이끌어 갑니다. 데자키 감독의 작품들이 모두 시대를 넘어서 지금까지 사랑받고 인정받는 이유는 바로 만화영화의 범주를 넘어선 드라마틱한 인간 드라마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데자키의 스승 테즈카 오사무가 창립한 무시 프로덕션은 일본 만화영화의 두가지 방향성을 제시했었습니다. 하나는 디즈니에 필적하는 만화영화를 만들자는 것으로, 이는 전통적인 풀 애니메이션 기법으로는 압도적인 제작력을 가진 디즈니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판단 하에 테즈카 오사무로 하여금 리미티드 기법이라고 하는 일본 아니메 고유의 제작기법을 낳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성인들도 즐길 수 있는 고품격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는 실험적 도전이었습니다. 이제는 성인 만화영화의 본산으로 불리는 일본 만화영화로서도 당시 이 시도는 상당히 이례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목표 아래 만화영화의 일본식 발음인 아니메이숀과 드라마의 합성인 '아니메라마'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무시 프로덕션의 아니메라마 3부작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던 것입니다.

'천일야화(1969)', '클레오파트라(1970)', '슬픔의 벨라돈나(1973)'로 이어지는 아니메라마 3부작은 영상예술로 승화된 비주얼과 이야기로 성인 만화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습니다만, 지나치게 앞서간 작가주의와 무리한 재정투입으로 인해 무시 프로덕션의 도산을 야기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는 무시 프로덕션의 수많은 후학들에게 큰 경험과 교훈, 그리고 나아갈 길을 제시하게 되었지요. 무시 프로덕션 출신으로 현재에 이르러 명장으로 칭송받는 스기이 기사부로, 린 타로, 토미노 요시유키, 타카하시 료스케 등의 감독들이 연출한 작품들은 모두 만화영화의 범주를 넘어선 깊이 있는 드라마로 일본 아니메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렸던 작품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이는 이번에 이야기할 데자키 오사무와 그의 작품에게도 마찬가지로 해당되는 이야기이구요. 앞서 이야기한 70년대 그의 명작들은 하나같이 아니메라마가 지향했던 성인들도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라는 테마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데자키만의 영상미학이 가미되어 시대를 넘어서도 하나같이 칭송받고 있지요.

그렇다면, 사이토 타카오가 창조해낸 희대의 스나이퍼로 일본 성인만화에 큰 족적을 남긴 전설적인 인물 고르고 13은 과연 아니메라마의 계승자이자 영상미학의 대가인 데자키 오사무의 손에 의해 어떻게 만화영화로 태어나게 되었을까요. 강렬한 하드보일드 액션과 아니메의 스타일리스트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이 작품은 큰 기대를 가질만 합니다.

ⓒ SAITO Production · TMS · FILMLINK



폭력과 섹스를 고급화시킨 데자키의 영상미학의 절정

록 이제까지의 필모그라피가 거의 대부분 성인취향의 작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데자키의 작품은 80년대에 들어와 좀 더 과격하게 변모합니다. 직전년도에 연출한 '스페이스 어드벤쳐 코브라(1982)' 역시 테라사와 부이치의 동명 SF 하드보일드 액션물을 원작으로 한 성인취향의 액션 영상을 선보였는데요. 이전과는 달리 육감적인 여성미의 강조와 잔인한 폭력씬으로 인해 드라마성이 강조된 이제까지의 데자키 작품에 비해 자극적인 느낌을 주었다 하겠습니다. 물론, 내일의 죠나 보물섬 등에서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 장면을 연출해온 데자키 감독입니다만, 코브라는 몽환적인 연출로 인하여 액션장면에서는 호흡이 느려지고, 이야기는 허공에 뜬 느낌을 주었지요.

이듬해에 나온 고르고 13은 그런 면에서 분명 코브라에 비해 템포도 빠르고 긴장감도 배가되었습니다. 고르고 13에게 암살당하는 인물들의 공포에 질린 표정은 다소 과장된 표정으로 죽음의 문턱에 선 인간의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해 냅니다. 여기에 특유의 하모니 기법은 정과 동을 오가는 작품의 분위기에서 매순간마다 강렬한 하이라이트를 선사하게 되지요.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 회심의 결정타를 날리는 순간에 어김없이 화면은 정지되며 극화체의 일러스트가 화면을 대신합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이 연출은 실로 데자키 감독의 작품들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해내는 기가 막힌 수법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역동적인 액션장면 사이사이에 등장하여 역동성을 오히려 배가시키는 실로 데자키만의 필살기라고 할 수 있지요.

원작과 마찬가지로 성적인 표현에서도 이 작품은 도전적인 장면들을 선보입니다. 천일야화에 이어 만화영화에 베드씬을 그려넣는 파격을 선보인 것이죠. 스기노 아키오에 의해 그려진 육감적인 여성들은 실로 만화영화로서는 놀라울 정도의 관능미를 뽐내고 있습니다. 고르고에게 남편을 살해당한 비련의 여인 로라가 암살자 스네이크에게 능욕당하는 장면은 괴기스럽고 몽환적으로 표현되었으며, 고르고와 조력자 리타와의 정사장면 역시 어두운 음영과 실루엣으로 고혹적으로 표현해 냅니다. 이러한 선정적 묘사는 과거 아니메라마 3부작 정도는 아닐지더라도 노골적인 컷을 상당히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묘사하고 있지요. 

감각적인 화면분할은 동시간대에 벌어지는 긴박한 상황묘사를 실로 기막히게 표현해 냅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기법이지만 이러한 화면분할을 통해 고르고 13은 스파이 액션 영화로서의 진면목인 서스펜스의 느낌을 잘 살려냅니다. 오디오의 시간대와 비디오의 시간대를 달리하는 연출방식, 중요한 장면을 반복해서 다른 각도에서 보여주는 등, 작품은 만화영화로서는 절정의 테크닉과 수많은 시도를 보여줍니다. 여기에 (동문지간인 린타로 감독 역시 즐겨 사용하는) 투과광 기법과 입사광 기법까지 선보이는 등, 고르고 13은 하드보일드 액션 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데자키의 모든 영상미학이 집결된 영상미학의 결정체가 되고 있습니다.

이는 3년 뒤에 자신의 영상미학을 모두 쏟아낸 린 타로 감독의 사무라이 액션물 '카무이의 검(1985)'과도 비교된다 하겠습니다. 움직이는 그림에서 보다 더 고도의 기법이 적용될 여지가 많은 만화영화의 특성상 두 거장은 액션물을 연출하면서 실로 절정의 영상미학을 담아냈다고 하겠습니다.

ⓒ SAITO Production · TMS · FILMLINK



세계최초의 CG 도입, 과유불급으로 인해 실패한 시도

화영화로서 시도할 수 있는 최고의 영상연출을 화면에 쏟아부은 것 외에도 고르고 13은 아니메史의 한획을 그을 또하나의 영상적 시도를 선보이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세계 최초로 만화영화에 컴퓨터 그래픽을 도입한 것인데요. 당시 컴퓨터 그래픽은 디즈니가 제작한 '트론(1982)'과 같은 실사영화에 등장했을 뿐 전세계적으로 영화나 만화영화에서 시도한 사례가 없었습니다.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사 디즈니조차도 절반의 성공에 그친 체 막을 내려야 했던 CG를 불과 1년 뒤에 만화영회에 전격 도입한 데자키 오사무와 제작진의 시도는 실로 엄청난 모험이었던 셈이죠.

직전년도의 극장판 코브라에서도 4채널 돌비 입체 음향 시스템을 일본 영화 최초로 도입했던 데자키 감독은 이번에도 영상예술에 있어서 선구적인 시도를 보여준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그의 도전적인 모험은 안타깝게도 불발로 그치게 됩니다. 당시의 CG는 지금보다도 훨씬 많은 자본과 기술을 요하는 작업이었기에, 이로 인해 작품에서 오프닝 씬(그나마 여기서도 Full CG가 아닌 실사 스톱모셥과의 조합으로 제작)과 라스트의 헬기 전투 씬 외에는 거의 사용되지 못했던 겁니다. 게다가 조악한 당시의 CG 기술로는 지금과 같은 셀과 CG의 결합을 시도할 수 없었으며, 질감의 표현 역시 셀로 그려진 아니메 컷과 너무도 이질적인 느낌을 주었던 탓에 전체적으로 영상 속에서 너무 튀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물론, 이 조악한 CG가 컷에 많이 사용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작품의 전체적 완성도에 있어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습니다만, 세계 최초로 CG를 도입한 야심찬 시도라는 의의에 부합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던 것입니다. 포스터의 COMPIX(COMputer와 PICture의 조합어.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한 만화영화라는 의의를 부각하기 위한 신조어라 볼 수 있을 듯)라는 홍보가 무색한 이 모습은 결과적으로 관객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는 부작용만 낳았습니다.

획기적으로 시도한 CG의 아쉬움 외에도 과도한 원작의 재해석은 원작의 팬들에게는 외면을 받게 됩니다.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액션물이지만 너무도 판타지스럽게 표현된 데자키의 영상미학은 사실적이고 냉소적인 암살자 고르고의 이미지와는 맞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잔인한 폭력묘사와 선정적인 장면 역시 극장 애니메이션으로서는 흥행의 저해요소이기도 했을 겁니다. 대중적인 공감대를 형성해야 성공할텐데 고르고 13은 여기저기 마니악한 측면이 눈에 띈 작품이라고 해야 겠지요. 여러가지 흥행의 저해요소는 결국 놀라운 영상미로 무장된 이 걸작에게 흥행참패라는 굴욕적인 결과를 가져다주게 됩니다. 전년도의 코브라에 이은 고르고 13의 흥행 패배는 70년대를 풍미했던 데자키 오사무로 하여금 도미를 결심하게 되는 하나의 원인을 제공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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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아니메의 진수를 보여준 안타까운 걸작

록 최초의 시도라는 의의 외에는 작품에서 사족이 되었던 CG 기술이나 성인 등급의 과격한 표현 수위로 인해 대중적 호응을 얻지 못한 고르고 13이었지만, 데자키 오사무의 모든 영상미학이 담겨진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 작품은 단순한 성인용 액션 만화영화 이상의 작품성과 아우라를 갖추고 있습니다.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들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실사영화를 무색케 하는 각종 영화적 연출기법과 시퀀스로 인해 아니메의 영상 레벨을 한차원 끌어올린 작품이라고 할 수가 있지요.

또한 이 작품은 과거 아니메라마에서 보여주었던 판타지스러운 연출기법들에 의해 하드보일드 액션물이라는 특성에도 불구하고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을 가져다 주는데요. 바로 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하드보일드 액션과 판타지스러운 연출기법의 조합이 80년대 들어 사실주의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팬들의 취향과 궤를 달리하며 인기몰이에 실패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예술적이고 실험적인 영상 테크닉을 지양하고, 화끈한 액션물에 충실한 연출방식을 선보였다면, 고르고 13은 원작의 팬들 뿐만 아니라 작품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작품의 상업적인 성공여부나 장르적 특징과는 어울리지 않는 영상적 시도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선보인 데자키의 모든 영상 테크닉이 전부 녹아져 있으며, 거기에 더불어 CG라는 당시로서는 실로 선구적인 시도로 인해 세월이 흘러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와 의의를 지닌다고 하겠습니다. 선정성과 폭력성이라는 두 키워드에 의해 성인용 아니메의 정체성을 가지게 된 고르고 13은 영상적 표현기법에 있어서도 성인용 아니메라는 모습을 띄고 있습니다. 성인 아니메의 걸작을 만나고 싶다면 고르고 13은 놓치지 말아야할 작품 중 하나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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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사이트>

[1] 고르고 13 (1983~2008) by 엘로스, 별바다의 서고
[2] 出﨑統, Wikipedia Ja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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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비틀기는 동화가 아니라 히어로 코믹스?

ⓒ DREAMWORKS Animation LLC.


2010년 11월에 북미에서 개봉한 드림웍스의 신작 애니메이션 메가마인드가 2011년 1월 13일 한국에서 개봉할 예정입니다. 이번 메가마인드는 '마다가스카(2005)'의 감독 겸 각본가로, 마다가스카 시리즈에서 스키퍼의 목소리 연기 뿐만 아니라, '몬스터 vs 에일리언(2009)'에서도 목소리 연기로 참여한 성우겸 애니메이터인 톰 맥그라스가 감독을 맡았습니다. 톰 맥그라스는 마이클 조단과 벅스 바니 투톱의 실사 합성 애니메이션 '스페이스 잼(1996)'에서는 애니메이터로, 실사영화 '캣츠 앤 독스(2001)'에서는 스토리보드로 참여하는 등 다채로운 경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지구로 불시착한 외계인 메가마인드는 그만 교도소로 불시착하여 범죄자들의 손에 키워지게 됩니다. 그와 비슷한 시기에 지구에 불시착한 메트로맨은 슈퍼맨처럼 교과서적인 영웅으로 길러지게 되지요. 여기서 우리는 초인 영웅과 악당의 전형적인 대결 구도를 예상하게 됩니다. 비록 메가마인드라는 악당 캐릭터가 주인공일지언정 덜떨어진 코믹스러운 악당이 진짜 영웅과 대결하면서 벌어지는 코믹스러운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은 예상을 해보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메가마인드는 시작부터 기존의 애니메이션과는 진행 방향이 다른 듯 싶습니다. 메가마인드의 계략에 히어로인 메트로맨이 초반부에 맥없이 패배하기 때문이죠. 이제 세상은 악당 메가마인드의 독무대가 됩니다. 이 예기치 못한 전개 속에서 악당 메가마인드가 주인공이 된 이야기 전개는 히어로 애니메이션으로서 이례적인 전개를 보여줄 것으로 보입니다.

드림웍스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 작품은 특유의 전통 비틀기가 눈에 띕니다. 이미 '슈렉 시리즈'를 통해 디즈니의 전통적 캐릭터와 스토리를 비틀었던 드림웍스는 이후로도 전통적인 디즈니/픽사의 전개와는 항상 반대방향의 행보를 보였는데요. 괴물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한 설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디즈니적 시퀀스로 이어졌던 '몬스터 주식회사(2001)'와 달리 파격적인 캐릭터 설정으로 큰 화제가 되었던 '슈렉(2001)'이나, 열대어 아빠의 아들 찾기 모험으로 돋보였던 해양 어드벤쳐 '니모를 찾아서(2003)'와 대비되는 육식을 하지 못하는 소심한 상어의 이야기를 다룬 '샤크 테일(2004)', 순정파 쓰레기 처리 로봇의 인류 구원 프로젝트 'WALL-E(2008)'와 달리 쿵푸 마스터가 되고 싶은 국수집 뚱보 팬더의 요절복통 이야기를 다룬 '쿵푸 팬더(2008)' 등 드림웍스의 캐릭터들은 우스꽝스러워도 사랑스럽고 가족적인 디즈니의 캐릭터와는 달리 엽기적이고 파격적인 모습을 항상 보여왔습니다. 이번 메가마인드 역시 은퇴한 슈퍼 히어로 가족의 모험을 다룬 디즈니/픽사의 '인크레더블스(2004)'와는 같은 히어로 애니메이션이면서도 전혀 다른 모습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되는군요.

재미있는 것은 현재 드림웍스를 이끌고 있는 제프리 카젠버그가 과거 디즈니에서 '인어공주(1989)', '미녀와 야수(1991)', '알라딘(1992)', '라이온 킹(1994)'를 연이어 히트시키면서 디즈니의 동화적 감성을 90년대에 다시금 부활시킨 일등 공신이라는 것인데요. 디즈니에서 토사구팽 당한 그가 스티븐 스필버그 등과 드림웍스를 창립한 후, 디즈니 스타일로 도전한 일련의 애니메이션의 실패 이후 절치부심하여 제작한 디즈니 비꼬기 작품인 슈렉이 대성공을 거둔 이후 드림웍스의 작품방향이 왠지 '전통적 애니메이션에 대한 반기' 같은 느낌을 준다는 것입니다.

이제 드림웍스는 디즈니/픽사에 대항할 수 있는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사라는 위치 뿐만 아니라 작품 방향성마저 디즈니의 그것과는 사뭇 반대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2006년 디즈니가 픽사를 인수한 후,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스타일은 디즈니의 보수적 감성이 더 많이 느껴지는 모습으로, 전작인 'UP(2009)'에 이어 작년 말에 선보인 '탱글드(2010)'는 전통적인 디즈니적 시놉시스에 픽사의 현대적 터치가 녹아든 작품이 되었는데요. 북미에서 비슷한 성공을 보인 메가마인드와 탱글드가 과연 한국 시장에서는 어떤 반응을 얻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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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기병 보톰즈 (1983), 装甲騎兵ボトムズ / Armored Troopers Votoms


ⓒ SUNRISE


<정보>

◈ 원안/원작: 야다테 하지메 / 다카하시 료스케
◈ 감독: 다카하시 료스케
◈ 연출: 카세 미츠코, 토모부키 아미, 야다베 카츠요시 外
◈ 각본: 스즈키 요시타케, 요시카와 소지, 토리우미 진조
◈ 콘티: 요시카와 소지, 마츠노 타이키, 타키자와 토시후미 外
◈ 캐릭터 디자인/총 작화감독: 시오야마 노리오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
◈ 미술감독: 東絛俊寿
◈ 음악/노래: 이누이 히로키 / TETSU
◈ 프로듀서: 하세가와 토루
◈ 제작사: 선라이즈, TV 도쿄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83.04.01 ~ 1984.03.23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52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아스트라기우스 은하를 양분하는 길가메스와 발라란트 진영은 원인도 모른체 100여년간 지루한 전쟁을 반복해오고 있었다. 국지전으로 시작했던 사소한 전쟁이 은하계에 급속히 번져 200개의 행성이 전화의 불길에 휩싸이는 거대한 전쟁으로 번지고만 것이다. 종전의 소문이 지친 전장 사이로 조심스럽게 들려오던 어느날, 길가메스 군 메르키아 방면 군에 소속된 키리코 큐비 상사는 모종의 임무를 띈 작전에 참여하여 목적지도 모른체 강습함을 타고 우주를 날고 있었다. 강습함의 미사일 공격 직후 어느 기지로 침투한 키리코의 장갑기병(AT) 부대는 거기서 응전하는 아군을 목격하게 된다. 키리코 큐비의 군대는 아군을 공격하고 있던 것이다. 영문도 모른체 아군을 제압한 키리코, 작전의 목적을 묻는 그에게 지휘관은 그저 명령에 복종할 것을 요구한다. 의문을 품은체 키리코는 경계 근무에 선다.

한편, 살아남은 기지 생존자의 기습을 가까스로 피해낸 키리코는 생존자의 포격으로 뚫려버린 벽 너머에서 캡슐형태의 장치를 목격한다. 알 수 없는 호기심에 캡슐을 열어보는 그는 캡슐 속에 잠들어 있는 나신의 여인을 발견하게 된다. 눈을 뜨고 아무런 감정없이 키리코를 바라보는 여인. 때마침 키리코의 동료들이 캡슐 주의에 당도하고, 여전히 의문을 품은체 키리코는 정찰임무에 나서지만 순간 기지가 폭발하면서 키리코와 그의 장갑병은 그만 우주로 튕겨나가고 만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정체불명의 장소에 결박된 키리코. 이번에도 그는 영문도 모른체 작전의 목적을 말하라는 의문의 인물에게 심문을 받게 된다. 키리코를 심문하는 이는 길가메스 군의 롯치나 대위로 결백을 주장하는 키리코를 그는 무참하게 고문한다.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심문을 견뎌낸 키리코는 방심의 틈을 타 탈주에 성공하게 되지만, 자존심에 상처받은 롯치나 대위는 키리코가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다고 확신하게 되는데...

과연, 키리코는 이 지옥의 전장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인가. 그에 누명을 씌운 사건의 전모는 도대체 무엇일까, 그리고 그가 보았던 캡슐 속의 여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길가메스와 발라란트의 전쟁은 휴전을 맞았지만, 키리코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소개>

'태양의 송곳니 더그람(1981)'을 통해 본격적인 리얼로봇의 이야기를 펼친 다카하시 료스케는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선배 토미노 요시유키가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창안해낸 '리얼로봇'의 세계를 보다 더 현실적이고 세심하게 묘사하고자 했다. 즉, 군용병기로서의 의미를 가진 로봇에 맞는 본격적인 전쟁 드라마를 그리고 싶었던 것이다. 동시기에 토미노가 '전설거신 이데온(1980)'이나 '전투메카 자붕글(1982)' 등으로 리얼로봇 보다는 SF에 가까운 아니메를 만들 즈음, 그는 리얼한 전쟁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일련의 시도를 행하게 된다. 이전보다 더 병기에 가까운 로봇을 만들기 위해 작품의 주역 메카라 할 수 있는 스코프 독 이하 장갑기병의 크기를 4m 정도의 크기로 제한했고, 돔 형태에 카메라 렌즈를 부착한 실로 밀리터리적인 느낌에 충실한 이미지의 로봇물이 탄생시키니 이것이 바로 다카하시 료스케의 대표작이자 리얼로봇 궁극의 완성작이라 할 수 있는 '장갑기병 보톰즈(1983)'인 것이다.

크로바와 반다이를 스폰서로 삼았던 토미노 감독와 달리 타카하시 감독은 완구업체 타카라와 손을 잡게 된다. 건담 기획 당시스폰서인 크로바는 파워드 슈츠라는 장갑복 개념의 메카닉에 난색을 표했으나, 타카라는 4m 밖에 안되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이라 할 수 있는 장갑기병의 컨셉을 받아들여 상품화에 착수한다. 3개의 렌즈를 상황에 따라 회전시키는 장갑기병의 모습은 1화 방영 당시 상당한 호평을 받았고, 건담과 같은 커스텀 기체가 아닌 완벽한 대량생산형 기체로 장갑기병이 등장하며, 주인공조차 시리즈의 대부분을 이 양산형 기체에 탑승하여 활약하게 된다. 이는 직전년도에 방영을 시작한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와 함께 '군용병기로서의 로봇'이라는 이미지에 가장 부합하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 SUNRISE

제목의 VOTOMS는 'Vertical One man Tank for Offence & Maneuver'의 약자로 공격과 작전을 위한 세로형 1인 탱크라는 뜻을 가진 본작의 주역메카인 장갑기병(AT: Armored Troopers)를 의미하는 것 외에도 밑바닥이라는 뜻의 영어 Bottoms의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1] 참조) 이것은 병사들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활약한 장갑기병 탑승자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며, 전쟁의 비극 속에 몰락해버린 주인공과 주변 사람들을 일컫는 의미라고도 할 수 있다. 키리코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해설은 전쟁 다큐멘터리적인 느낌을 물씬 느끼게 해주는데, 키리코의 성우는 코미디언 고다 호즈미가 맡아 기대 이상의 호응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특히, 이 작품은 리얼로봇의 대표작임에도 불구하고 양산형 군용병기라는 장갑기병의 이미지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로봇이 핵심적인 테마가 아닌 그저 하나의 소품에 불과한 작품이기도 하다. 키리코의 여정 중에 그저 상황에 따라 이용하는 병기라는 점에서 장갑기병은 일반 영화에서 주인공이 운전하는 자동차나 애용하는 총 이상의 의미가 아니었던 것이다. 리얼로봇 아니메임에도 불구하고 로봇 중심이 아닌 드라마 중심으로 극이 전개되는 점에서 이 작품은 현실적인 전쟁의 이야기를 다룬 진짜 리얼로봇이라는 평을 팬들로부터 듣게 된다.

전쟁 드라마라고는 하지만, 전쟁의 중심에서 활약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전쟁의 막바지에 치달을 무렵 정체불명의 작전에 참가했다가 누명을 쓴 주인공이 생존을 위해 탈출한 뒤 거대한 비밀에 맞서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반적인 로봇 만화영화와는 다른 전개로, 보다 높은 연령대를 타깃으로 했던 리얼로봇의 다른 작품과 비교해도 그 서사는 영화적인 시퀀스를 가지고 있다. 특히, 전쟁이라는 큰 사건 속에서 아픔을 통해 성장하는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던 그때까지의 리얼로봇 아니메와는 달리 이미 정신적으로 성장한 주인공(하지만 키리코는 18세)이 자신을 누명에 빠지게 한 현실과 거대한 음모에 맞서 싸워간다는 전개는 성인용으로 적합한 이야기로서, 여기에 퍼펙트 솔져(PS)로 인공적으로 태어난 히로인 피아나와 인간성이 결여된 키리코의 운명적인 사랑 역시 시리즈를 관통하는 테마이다.

성인취향의 작품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캐릭터 디자인은 '무적강인 다이탄3(1978)'을 통하여 캐릭터 디자인으로 데뷔한 시오야마 노리오가 맡았다. 시오야마는 더그람에서도 작화감독으로 활약하며 이후 '기갑계 가리안(1984)'에 이르기까지 타카하시 감독과 함께 명콤비를 과시하게 된다. 한편, 이 작품에 작화감독 스탭으로 참여한 타니구치 모리야스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키리코를 그려내 시오야마 팬들의 원성을 듣게 되지만, 각 작화감독의 개성을 존중해주는 시오야마의 배려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했다는 일화가 전해지기도 했다. 이후, '푸른 유성 SPT 레이즈너(1985)'의 캐릭터 디자인으로 타니구치가 데뷔하면서 레이즈너의 캐릭터와 보톰스의 캐릭터는 어떤 면에서 서로 유사한 스타일을 보여주기도 한다.

어둡고 우울한 남성취향의 드라마로, 로봇의 비중이 크지 않았던 로봇 만화영화라는 점에서 시청률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다만, 밀리터리 색체를 완벽하게 받아들인 완구와 프라모델이 큰 히트를 기록하면서, 스폰서의 별다른 간섭없이 52화의 장편으로 마감하게 된다. 전작인 더그람도 그렇고, 이번 보톰스도 그렇듯이 다카하시 감독의 작품은 시청률 면에서는 저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폰서의 비즈니스 성적이 원활했기에 크리에이터의 뜻대로 작품을 마무리 짖게 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반면,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 못하는 지나치게 시리어스한 드라마는 타카하시 작품의 맹점이기도 했다. 실제로 이후에 제작되는 타카하시의 작품들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데 실패한 체 조기종영의 쓴 아픔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보톰스는 토미노 감독이 만든 건담의 우주세기, 단바인의 바이스톤 월드와 함께 방대한 세계관과 이야기를 담고 있는 다카하시 감독의 대표작으로, 이후로도 지속적인 시리즈가 등장하게 된다. TV 시리즈를 총집편으로 편집한 '장갑기병 보톰즈 Vol 1(1985)'과 '장갑기병 보톰즈 Vol 2(1985)'가 발매된 이후, '우도(1986)'편, '쿠멘(1986)'편, '산사(1988)'편, '쿠엔토(1988)편'으로 TV 시리즈의 일부분을 총집편으로 편집한 OVA가 출시된다.


장갑기병 보톰즈 The Last Red Shoulder (1985)


ⓒ SUNRISE

<정보>

◈ 감독: 타카하시 료스케
◈ 각본: 요시카와 소지
◈ 콘티: 카세 미츠코, 야타베 카츠요시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시오야마 노리오
◈ 메카닉 작화감독: 요시다 토오루
◈ 미술감독/미술설정: 미야마에 미츠하루 / 오카다 카즈오 外
◈ 음악: 이누이 히로키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85.08.21 (OVA 발매일) / 1986.08.02 (선라이즈 아니메 페스티벌 개봉일)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OVA (1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TV 시리즈를 종결 지은 후에도 보톰스는 TV 스페셜 형태로 몇 편이 제작되기에 이른다. 이 작품은 TV 스페셜 '우도' 편과 '쿠멘' 편 사이의 시간대의 에피소드를 다룬 이야기로 TV 시리즈의 초반부의 시점과 시간대과 겹쳐지는데, 두번째 퍼펙트 솔져인 입실론의 탄생과 키리코와 입실론의 조우, 레드 숄더의 창시자 페일젠의 최후 등을 이야기로 다루고 있다. OVA로 제작된 후, 이듬해인 86년 8월 선라이즈 아니메 페스티벌에서 극장판으로 개봉된다. 제목의 레드 숄더는 제 24 메르키아 방면군 전략기갑병단 특수임무반 X-1 부대의 별칭으로, 주인공인 키리코 큐비가 TV 시리즈의 시점 전에 몸을 담고 있던 기갑부대를 의미한다. 제3회 일본 아니메 대상에서 최우수 OVA 상 수상.


장갑기병 보톰즈 BIG BATTLE (1986)


ⓒ SUNRISE

<정보>

◈ 감독: 타카하시 료스케
◈ 각본: 하마 마사노리
◈ 콘티: 타키자와 토시후미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시오야마 노리오
◈ 미술: 오카다 카즈오
◈ 음악: 이누이 히로키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86.07.05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OVA (1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TV 시리즈의 쿠엔토 에피소드 이후부터 최종화에서 키리코와 피아나가 동면에 들어가기 전의 시간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납치된 피아나를 구출하기 위해 발라란트에 단신으로 뛰어든 키리코와 발라란트가 독자적으로 창조해낸 퍼펙트 솔져 네바와의 결전이 작품의 주된 이야기이다. 각본을 쓴 하마 마사노리는 TV 시리즈와는 무관한 인물로, 보톰즈의 외전격인 라이트노벨 '청기사 베르제르가의 이야기(1984)'를 쓰기도 했다. 본작에 등장하는 광기에 찬 퍼펙트 솔져 네바는 흡사 타카하시 감독의 후속작인 레이즈너에 등장하는 악당 고스테로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장갑기병 보톰즈 Red Shoulder Document - 야망의 뿌리 (1988)


ⓒ SUNRISE

<정보>

◈ 감독: 타카하시 료스케
◈ 각본: 요시카와 소지
◈ 콘티: 타키자와 토시후미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시오야마 노리오
◈ 미술감독: 미야마에 미츠하루, 오카다 카즈오
◈ 음악: 이누이 히로키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88.03.19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OVA (1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보톰즈의 세번째 OVA는 TV 시리즈 이전의 에피소드를 다룬 프리퀄이다. 키리코가 악명높은 레드 숄더 부대에 처음 배속되는 시점의 이야기로, 레드 숄더의 창시자 페일젠과 키리코의 악연이 처음 시작되는 작품이다. 살인병기로 길러진 키리코와 키리코의 과거의 이야기가 다루어지는 이야기 구조는 마치 영화 '제이슨 본' 시리즈의 제이슨 본과 그가 소속했던 '트레드스톤'과의 악연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기갑엽병 메로우링크 (1988), 機甲猟兵メロウリンク


ⓒ SUNRISE

<정보>

◈ 감독: 칸다 타케유키
◈ 시리즈 구성: 타카하시 료스케
◈ 연출: 이마니시 타카시, 와타나베 신이치로 外
◈ 각본: 스즈키 요시타케, 야마구치 히로시, 히라노 야스시 外
◈ 콘티: 타키자와 토시후미, 이마니시 타카시, 타카마츠 신지 外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타니구치 모리야스
◈ 메카닉 작화감독: 요시다 토오루
◈ 미술감독: 平川英治
◈ 음악: 이누이 히로키
◈ 제작사: 선라이즈, VAP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88.11.12 ~ 1989.04.28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OVA (12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키리코 큐비를 주인공으로 하는 보톰즈 시리즈와는 세계관만 같을 뿐 공유되는 부분이 없는 별도의 스핀오프. 누명을 쓰고 탈주병이 된 메로링크가 자신과 자신의 동료들의 원수를 갚기 위해 여행을 하는 내용으로, 장갑기병을 상대하여 대 AT용 라이플 하나만을 들고 맨몸으로 싸우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인간이라는 한계를 지닌 체 각종 지형과 상황을 이용하여 4m 크기의 장갑기병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메로링크의 복수극은 기대 이상의 재미를 준다. SF의 세계관이라지만 장갑기병 외에는 거의 SF적인 요소가 등장하지 않는, 밀리터리적 색체가 강한 작품으로 마니악한 느낌을 주는 하드 액션 아니메라 하겠다. 감독은 토미노 요시유키, 타카하시 료스케와 함께 선라이즈 리얼로봇 아니메의 3대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칸다 타케유키가 맡았다. 타카하시 감독의 그것과는 또다른 밀리터리 리얼로봇의 세계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장갑기병 보톰즈 빛나는 이단 (1994), 赫奕たる異端


ⓒ SUNRISE

<정보>

◈ 총감독: 타카하시 료스케
◈ 감독/콘티: 이마니시 타카시
◈ 각본: 요시카와 소지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시오야마 노리오
◈ 메카닉 작화감독: 요시다 토오루
◈ 디자인 웍스/서브메카 디자인: 이즈부치 유타카 / 사야마 요시노리
◈ 미술: 와키 타케시, 오카다 토모아키, 니시카와 마스미
◈ 음악: 이누이 히로키
◈ 제작사: 선라이즈, 유멕스, 무비프로 모터서비스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94.03.21 ~ 1995.01.21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OVA (5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TV 시리즈 최종화에서 키리코와 피아나가 동면에 들어간지 32년 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 동면에서 깨어난 뒤, 또다시 거대 종교결사에 의해 쫓기면서 헤어진 피아나를 찾는 키리코의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다. TV 시리즈에 등장했던 롯치나 대위가 키리코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일로 여생을 보내는 초로의 노인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짧은 수명을 가진 퍼펙트 솔져라는 숙명을 가진 비운의 히로인 피아나는 결국 이 작품을 통해 키리코의 품안에서 최후를 맞는데, 이 전개는 팬들 뿐만 아니라 제작스탭으로부터도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게 된다. ([3] 참조)


장갑기병 보톰즈 페일젠 파일스 (2007), ペールゼン・ファイルズ


ⓒ SUNRISE

<정보>

◈ 감독: 타카하시 료스케
◈ 각본: 요시카와 소지, 스즈키 요시타케
◈ 연출/콘티: 타케우치 카츠요시, 야마구치 타게시 外
◈ 총 작화감독: 타케우치 카츠요시
◈ 미술감독: 스즈키 슌스케
◈ 음악: 시누이 히로키 (이전 시리즈의 음악이 BGM으로 사용), 마에지마 야스아키
◈ 제작사: 선라이즈, Answer 스튜디오
◈ 저작권: ⓒ SUNRISE
◈ 일자: 2007.10.26 ~ 2008.08.22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OVA (12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빛나는 이단'편 이후 한동안 동면에 들어갔던 보톰즈 시리즈는 타카라가 2005년 원더페스티벌에서 보톰즈 컨텐츠의 부활을 선언하면서 다시 재시동에 들어가게 되었다. (타카라, '보톰즈 부활' 선언 by ZAKURER™. 바로가기) 그로부터 2년 뒤, 전 12화의 OVA로 등장한 작품이 바로 '페일젠 파일스'편이다. 새로운 시대에 맞춰 장갑기병은 3D CG로 묘사되고 있다. 부제 페일젠 파일스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레드 숄더의 창시자 페일젠의 파일과 관련된 이야기로 TV 시리즈보다 앞선 시간대의 프리퀄이다. 시점으로 보면 OVA '레드 숄더 다큐먼트, 야망의 뿌리'편과 TV 시리즈 사이의 시간대를 다루고 있다. 박진감 넘치는 장갑기병의 CG 만으로도 보톰즈의 팬들에게는 큰 의의를 가지며 새롭게 그려진 신작화는 과거와는 다른 깔끔함으로 눈길을 끈다.


장갑기병 보톰즈 환영편 (2010)


ⓒ SUNRISE

<정보>

◈ 감독: 타카하시 료스케
◈ 시리즈구성: 스즈키 요시타케
◈ 총 작화감독: 타케우치 카즈요시
◈ 미술감독: 노무라 마사노부
◈ 음악: 시누이 히로키 (이전 시리즈의 음악이 BGM으로 사용), 마에지마 야스아키
◈ 제작사: 선라이즈, Answer 스튜디오
◈ 저작권: ⓒ SUNRISE
◈ 일자: 2010.03.26 ~ 2010.10.27 (OVA 발매일) / 2009.01.17 (극장 개봉일)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OVA (6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OVA 빛나는 이단 편 뒤의 이야기를 다룬 보톰즈의 후일담 겸 현재까지 출시된 보톰즈 세계관의 가장 나중 시점의 이야기. TV 시리즈에서 키리코와 함께 했던 코코나와 바닐라가 결혼 후, 사라진 키리코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야기이다. 키리코를 사모하고 있었으나 피아나와 키리코의 관계를 인정한 코코나가 자신의 곁에 있던 바닐라와 결혼하는 전개는 마치 '북두의 권'의 켄시로(키리코)와 유리아(피아나), 그리고 링(코코나)과 바토(바닐라)의 관계를 연상시킨다. 타카하시 감독은 보톰즈 외에도 '푸른 유성 SPT 레이즈너(1987)'의 주인공 에이지나 누나인 쥬리아, 르카인과 고스테로 등의 인물 설정에 북두의 권의 스타일을 상당수 반영시키는 등 식지 않는 북두의 권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장갑기병 보톰즈 케이스;어바인 (2010), Case;IRVINE


ⓒ SUNRISE

<정보>

◈ 감독: 이가라시 시쇼
◈ 각본: 사토 타쿠야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히사유키 히로카즈 
◈ 메카닉 디자인/작화감독: 오카와라 쿠니오, 테라오카 켄지 / 前田淸明 (마에다 ??)
◈ 미술감독: 카토 야츠타다
◈ 음악: 이케 요시히로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SUNRISE
◈ 일자: 2010.11.06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OVA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페일젠 파일스' 편과 '환영' 편으로 재시동한 보톰즈 부활 프로젝트는 2010년 시작된 보톰즈 페스티벌을 통해 각기 다른 세 개의 애니메이션을 선보이게 되는데, 첫번째로 등장한 작품이 바로 이 '케이스;어바인'이다. 장갑기병 기술자로 놀라운 조종기술을 숨긴체 장갑기병 지하 결투장에서 돈을 받으면서 일부러 지는 역할을 자처하던 어바인이 페이간과 진정한 대결을 벌이게 된다는 이야기는 원 TV 시리즈와는 전혀 연관이 없는 스핀오프로, 기존 시리즈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원작자인 타카하시 감독 스스로도 이 작품에 대해 일절 관여를 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감독인 이가라시 시쇼는 이 작품이 거의 첫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신인이지만,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2005)'로 유명한 각본가 겸 연출가 사토 타쿠야나 '사이버 포뮬러' 시리즈와 '마이 히메' 시리즈의 캐릭터 디자이너 히사유키 히로카즈 등 쟁쟁한 스탭들이 눈에 띈다. 특히, 메카닉 디자인의 테라오카 켄지는 '코드 기어스 시리즈'와 '공각기동대 SAC 시리즈'의 메카닉을 디자인한 인물로서, 현실적인 병기로서의 장갑기병의 이미지를 잘 살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장갑기병 보톰즈 파인더 (2010)


ⓒ SUNRISE

<정보>

◈ 감독: 시게타 아츠시
◈ 각본: 세키지마 마요리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하야마 쥰이치
◈ 메카닉 디자인: 시게타 아츠시, 후쿠치 히토시, 오카와라 쿠니오
◈ 몬스터 디자인: 안도 켄지
◈ 미술감독: 타니구치 쥰이치
◈ 음악: 이와모토 마타루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SUNRISE
◈ 일자: 2010.12.04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OVA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두번째로 등장한 보톰즈 파인더는 기존의 보톰즈 세계관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다룬, 이제까지 등장한 보톰즈 시리즈 중 가장 이채로운 색체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판타지에 가까운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이제까지의 보톰즈가 전쟁 드라마였다면 이 작품은 보다 가볍고 상쾌한 액션 어드벤쳐의 형식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밝은(?) 전개는 이제까지의 보톰즈와는 사뭇 이질적인 느낌이겠지만 신선한 시도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싶다. 감독이자 메카닉 디자인을 맡은 시게타 아츠시가 '오버맨 킹게이너(2002)'의 작화감독으로 참여한 이력 때문인지 새롭게 디자인된 장갑기병의 모습에는 왠지 킹게이너의 흔적이 느껴지기도 한다. 기존의 보톰즈 시리즈에 비해 좀더 로봇 아니메의 느낌에 충실한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갑기병 보톰즈 다시 외톨이 (2011), 孤影再び


ⓒ SUNRISE

<정보>

◈ 총감독: 타카하시 료스케
◈ 각본/콘티: 이케다 마사시
◈ 캐릭터 디자인: 시오야마 노리오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
◈ 스페셜 디렉터/총작화감독: 타케우치 카즈요시
◈ 미술감독: 노무라 마사노부
◈ 음악: 이누이 히로키, 오다 테츠로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SUNRISE
◈ 일자: 2011.01.08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OVA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세번째 시리즈는 보톰즈 시리즈의 정체성을 잇는 내용으로 타카하시 료스케가 직접 연출을 맡았다. 히로인 피아나의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결말 속에 막을 내렸던 '빛나는 이단' 편 이후 세상을 떠도는 키리코와 '빛나는 이단'편에 이어 등장한 테이타니아, 그리고 바닐라와 코노나의 딸 스테비아 등이 등장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보톰즈 시리즈의 가장 마지막 시간대를 다룬 '환영' 편 이전의 키리코의 행적이 그려지고 있다.


<참고 사이트>

[1] 装甲騎兵ボトムズ, Wikipedia Japan
[2] 機甲猟兵メロウリンク, Wikipedia Japan
[3] 装甲騎兵ボトムズ 赫奕たる異端. Wikipedia Japan
[4] 装甲騎兵ボトムズ ペールゼン・ファイルズ, Wikipedia Japan
[5] 装甲騎兵ボトムズ 幻影篇, Wikipeida Japan
[6] 装甲騎兵ボトムズ 孤影再び, Wikipedia Japan
[7] Armored Trooper Votoms (TV), ANN
[8] Armored Trooper Votoms: The Last Red Shoulder (OAV), ANN
[9] Armored Trooper Votoms: Big Battle (OAV), ANN
[10] Armored Trooper Votoms: Red Shoulder Document - Roots of Treachery (OAV), ANN
[11] Armored Trooper Votoms: The Heretic Saint (OAV), ANN
[12] Armored Trooper Votoms: Pailsen Files (OAV), ANN
[13] Armored Trooper Votoms Case;Irvine (OAV), ANN
[14] Votoms Finder (OAV), ANN
[15] Sōkō Kihei Votoms: Koei Futatabi (OAV), ANN
[16] 보톰즈 공식 홈페이지
[17] 장갑기병 보톰즈, 엔하위키 미러
[18] 장갑기병 보톰즈&은하표류 바이팜 1986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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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년대를 대표하던 동화 아니메, 40여년만에 부활.

ⓒ TATSUNOKO Pro / A ONE Entertainment (Korean Edition)


'수리 5형제(1972)', '신조인간 캐산(1973)', '허리케인 포리머(1974)', '우주의 기사 테카맨(1975)' 등으로 일본 히어로 아니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전통의 제작사 타츠노코 프로덕션이 70년대에 내놓았던 명작 동화 애니메이션이 마침내 2011년 극장 애니메이션으로 돌아옵니다. 1970년에 방영한 TV 시리즈로부터 무려 41년, 그리고 74년에 방영된 속편으로부터는 37년만의 일입니다. 그러니까 당시 하치를 보면서 자란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결혼을 해서 낳은 아기들이 보면 딱 좋은 타임에 리메이크 애니메이션으로 등장한 것이죠. 실로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저희 아들도 한 두살만 더 먹었으면 데리고 가서 볼만하겠군요, 하하.

히어로 아니메의 본가라 불리는 타츠노코이지만 '곤충이야기 고아 하치(1970)'와 '개구리 왕눈이(1973)', '곤충이야기 新 고아 하치(1974)', '이상한 나라의 폴(1976)'과 같이 한국의 올드팬들에게도 큰 잔상을 남긴 동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온 관록의 제작사이기도 하지요. 이 하치의 대모험 역시 1974년 KBS를 통해 방영된 추억의 애니메이션이라 하겠습니다. 말벌의 습격으로 엄마와 헤어져 외딴 곳에 홀로 남게 된 어린 꿀벌 해치가 수많은 모험과 갖은 역경을 거쳐 마침내 꿈에 그리던 엄마의 품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는 닛폰 애니메이션의 히트작인 '엄마찾아 삼만리(1976)'과도 유사한 시퀀스 입니다만, 꿀벌과 수많은 곤충들의 의인화로 인하여 동화 애니메이션의 정수를 보여준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91화는 긴 연재로 시리즈가 종영된 후에도 74년 속편을 거쳐 89년에도 리메이크 되는 저력을 보여주었죠.

ⓒ TATSUNOKO Pro

축처진 눈에 마치 멍이 든 것처럼 까만 눈주위, 거기에 빨간 코는 개구리 왕눈이만큼이나 희화화 되었던 캐릭터는 이번 극장판을 통하여 보다 더 귀엽고 깜찍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이번 작품의 캐릭터 디자인은 원작의 쿠리 잇페이가 아닌 그림책 작가로, 이상한 나라의 폴에서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던 가와이 노아(필명 시모모토 아키코)가 맡아 새로운 세대의 트렌드에 맞으면서 동시에 타츠노코의 디자인 스타일을 이어주고 있습니다. 못난이에 가까웠던 원작의 해치가 동정심을 유발하는 캐릭터였다면, 새로운 해치는 좀 더 똘똘하고 귀여워 보여 당찬 캐릭터라는 느낌을 주는군요.

감독은 아미노 테츠로가 맡았습니다. 제작스탭으로 애니메이션계에 입문한 그는 '전국마신 고쇼군(1981)'이나 '은하표류 바이팜(1983)', '초수기신 단쿠가(1985)',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 등에서 콘티를 맡으면서 아시 프로덕션과 선라이즈의 SF 로봇 애니메이션에서 주로 활약한 인물인데요. 선라이즈의 극장 아니메 '배트 앤 테리(1987)'을 통해 감독으로 데뷔한 그는 '기동전사 SD 건담(1988)'을 시작으로 SD 건담 시리즈로 애니메이션 팬들에게는 익숙한 이름이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마크로스 7(1994)'이나 최신작 '브레이크 블레이드(2010)' 등 근래에도 로봇 만화영화에 무게 중심이 실린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이런 그가 이번 극장판의 감독이라는 점에서 어찌보면 보다 더 다이나믹하고 액션 어드벤쳐적인 요소를 띈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은 예상을 해보게 됩니다.

한국에서는 2011년 1월 개봉예정이라고 합니다. 추운 겨울날 그 옛날의 추억을 떠올리며 자신의 아이들과 극장을 향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 싶군요. 동화적 감성과 신나는 모험이 어우러진 가족 오락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해치의 대모험은 40년만의 리메이크작 이상의 의의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미야자키의 노쇄가 눈에 띄게 보이는 시점에 미야자키의 뒤를 이을 만한 차세대 주자나 작품들이 아직 등장하지 않은 시점에서 이러한 동화 애니메이션의 등장은 포스트 미야자키, 혹은 포스트 지브리가 되고자 하는 아니메의 새로운 춘추전국시대를 의미하지는 않을까요.

☞ 꿀벌 하치의 대모험 예고편 보러가기, CGV (클릭)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TATSUNOKO Pro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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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합금 로보트 쏠라 원.투.쓰리 (1982)


ⓒ 서울동화


<정보>

◈ 감독/제작: 김청기
◈ 각본/구성: 조항리
◈ 원화: 마현덕
◈ 동화: 김종진, 김종광, 서문진 外
◈ 선화/채화: 장혜란, 정미희 / 최희숙, 이명선 外
◈ 배경: 강세건, 정경숙
◈ 음악/노래: 정민섭 / 정여진
◈ 기획: 김춘범
◈ 제작사/협찬: 서울동화 / 보물섬, 어깨동무, 꿈나라
◈ 저작권: ⓒ 서울동화
◈ 일자: 1982.12.??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서기 3001년의 우주. 사이콘별은 마스터를 리더로 하는 로봇 반란군에 의해 점령되고 소수의 인간들이 우주로 탈출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유일한 희망 지구를 찾아 우주를 떠돌던 중 마스터의 군대에게 발각되어 공격당하는 사이콘 별의 생존자들. 에너지가 고갈된 우주선에는 오직 한명만이 탑승할 수 있는 구명선이 있을 뿐이다. 제비뽑기로 탈출할 수 있는 1명을 고르는 사이콘 별 사람들. 제비뽑기로 뽑힌 인물은 금발의 여인 피가로이다. 피가로는 눈물을 흘리며 자기 대신 아들 에스퍼를 구명선에 태워 떠나보내게 된다. 마스터 군대에 의해 산산조각나는 우주선. 홀로 우주를 떠도는 에스퍼는 마침내 은하계의 푸른 별 지구에 도착하게 되는데...


<소개>

82년 '슈퍼 태권브이(1982)'를 통해 일본 로봇 아니메의 제작 시스템인 완구 스폰서/애니메이션 제작사의 협업이라는 시스템을 시험해본 뽀빠이 과학과 김청기 감독은 같은 해 겨울, 또다른 애니메이션을 준비한다. 불과 6개월이라는 시간에 로봇 만화영화의 주역 메카 완구가 출시될 수 있었던 것은 안타깝게도 발전된 한국의 완구 기술 때문이 아닌, 일본에서 직접 완구 금형을 가져와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제작방식은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긴 했으나, 아직까지 개발도상국 수준에 머물러 있던 당시의 한국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이기도 했고, 저작권 측면의 고려 역시 당시로서는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기도 했다.(당시 한국의 의식수준은 마치 현재의 중국 수준과 비슷했다. 사회적인 시스템 자체가 열악한 시절에 벌어진 헤프닝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열악한 여건 속에 완구 스폰서가 개입된 두번째 로봇 만화영화가 바로 초합금 로보트 쏠라 원투드리(당시에는 쓰리가 아니라 드리였다. 노홍철처럼 번데기 발음이 정착되지 않았던 시절의 이야기...이다)이다.

'전투메카 자붕글(1982)'의 완구를 태권브이 완구로 리패키징했던 뽀빠이 과학은 이번에는 패키징에 좀 더 업그레이드를 더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상이한 두 제품을 하나의 제품으로 패키징하는 것이었다. 3대의 로봇이 주역메카인 이 작품에서 쏠라 원과 투는 '육신합체 갓마즈(1981)'에서 갓마즈의 왼쪽 팔이 되는 '타이탄'과 왼쪽 다리가 되는 ''를, 솔라 쓰리는 특촬물 '로봇8쨩'의 '로봇8쨩'을, 그리고 쏠라 원투쓰리의 모함으로 맹수의 얼굴 형상이 인상적인 우주선은 특촬물 '태양전대 썬발칸(1981)'의 '재규어 발칸'을 가져다 사용하게 된다. 만화영화에서는 이들 도용작의 메카닉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다 쓰지 않고 여러가지로 독자적인 해석을 시도하려 했지만 디자인 도용에 있어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쏠라 투의 경우에는 모체가 된 타이탄 외에도 갓마즈의 오른쪽 다리가 되는 신과 디자인이 겹치는 듯한 느낌을 주며, 쏠라 원이나 투는 가슴부분은 동일한 디자인이지만 얼굴이나 팔 다리는 원래 갓마즈와는 차이가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 쏠라 원,투,쓰리의 완구는 갓마즈의 것이 그대로 패키징 된 것이기에 색상이나 디자인에서 만화영화와는 많은 차이가 느껴진다. 더군다나 갓마즈의 팔과 다리를 모티브로 했기에 쏠라 원과 투의 완구는 실제 작품과는 달리 둘의 크기에서 큰 차이를 보여주기도. 로봇 디자인 뿐만 아니라 주인공 에스퍼의 어머니로 등장하는 피가로의 경우 '은하철도 999(1978)'의 히로인 메텔과 거의 동일한 코스튬으로 등장한다. 여러 작품에서 디자인을 도용하다보니 일일이 이를 찾아내는 것도 의외로 많은 시간이 필요할 정도.

잘못된 인식 속에 구축된 스폰서/제작사간의 제작 시스템으로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는 부끄러운 오점이 많이 담겨진 작품이었지만, 김청기 감독 특유의 로봇 어드벤쳐 스타일은 이 작품에서도 유효하다. 적어도 로봇 만화영화에 있어서 김청기 감독의 연출력은 당대 한국 만화영화 연출가 중에서는 독보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물론, 냉정한 관점에서 당시 한국 만화영화 대부분이 밀도가 몹시 떨어지는 스토리와 각본을 보여주는 것이 사실이다.) 이전과는 달리 3대의 로봇이 활약하는 시퀀스도 한국 만화영화 중에서는 처음 등장한 시도였으며, 조금은 높아진 연령대를 고려한 듯한 서비스 컷의 등장도 눈에 띈다. 히로인인 미나의 위험을 감지한 주인공 에스퍼가 속옷만 입고 자는 그녀 방에 난입하는 씬 같은 경우는 당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진 작품만을 제작하던 한국 만화영화로서는 파격적인 설정이다. 금발의 푸른눈을 지닌 외계인 미소년 에스퍼를 주인공으로 삼은 설정 역시 씩씩하고 남자다운 동양소년을 주인공으로 세웠던 이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10년에는 디지털로 복원되어 롯데 시네마와 메가박스 등에서 개봉되기도 하였다. 이미 오랜 세월이 흐른데다가 조악한 완성도로 인해 극장 애니메이션에 특히 인색한 한국 극장시장에서 완벽하게 흥행에 실패하기는 했지만 DVD로 제작되는 등, 과거의 만화영화들이 새시대에 맞춰 새옷을 입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인 일이 아닐까 싶다. 원본 필름을 제대로 보관하지 않아 유실되거나 우여곡절 끝에 해외에서 복사본 필름을 구해와 작업을 한 여타의 만화영화들과는 달리 쏠라 원투쓰리는 원본을 보관했던 관계로 디지털 리마스터링이 보다 용이했다. 한국 만화영화 주제가의 대모 정여진이 부른 주제곡은 세월이 흘러서도 변치않는 아우라를 보여주고 있다.

ⓒ 서울동화



<참고 사이트>

[1] 초합금 로보트 쏠라 123, 네이버 영화
[2] 추억의 애니메이션 '쏠라원투쓰리' 재상영, 한국일보
[3] 쏠라 원 투 쓰리 개봉! 그리고 감상편 by 탁상, 탁상의 먹고 사는 이야기
[4] 초합금 로보트 쏠라 원 투 쓰리(1982) by 잠뿌리, jampuri님의 블로그
[5] [완구]쏠라원투드리 - 뽀빠이과학 (1989) by 어른왕자, 에그머니
[6] [리뷰]초합금로보트 쏠라 원.투.쓰리 DVD by lennono, lennono님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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