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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극장판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프롤로그가 삽입된 3부작 이야기

AK 커뮤니케이션즈에서 2011년 7월 30일 발간한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하이스트리머'는 건담의 창조자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이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1988)'를 극장에 내놓기 전, 도쿠마 서점의 아니메 잡지 '아니메쥬'를 통해 연재하고 있던 이야기를 모아서 발간된 3부작 소설을 번역한 작품입니다. 이 3부작이 극장용 아니메 역습의 샤아의 베이스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겠죠. 아니메쥬에서 하이스트리머라는 제목으로 연재되던 이 소설은 87년 12월 단행본으로 발간될 때는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라는 타이틀로 발간되었고, 2002년에 발간된 도쿠머 듀얼 문고판 때에는 다시 '기동전사 건담 하이스트리머'로 발간되었다가 다시 2009년의 복각판에서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라는 타이틀로 발간되기도 했습니다. AK에서 발간한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하이스트리머는 그런 면에서 두 타이틀을 모두 수용한 셈이죠. AK의 번역판은 2009년의 복각판을 베이스로 했습니다.

☞ 만화영화 연대기: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1988) (바로가기)


본 소설은 88년 2월 카도카와 서점을 통해 발간된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벨토치카 칠드런'과는 다른 내용으로, 극장용 아니메의 스토리와 거의 일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연유로 인해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과의 연계성이 좀 더 강했던 벨토치카 칠드런에 비해 하이스트리머는 제타 건담과의 연계가 미약한 편이지요. 3부작으로 구성된 소설 중 1권의 이야기는 극장 아니메보다 이전의 시점을 다룬 일종의 프롤로그 성격의 이야기인데요. 샤아의 네오 지온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기 전, 샤아를 쫓아 스위트워터 콜로니를 수색하는 아므로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으며, 커닝엄이나 아료나, 그리고 제다와 같은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있기에 처음 소설을 접할 때는 과연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지 자못 궁금하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등장하는 모빌슈트의 경우도 제간이나 리가지와 같은 익숙한 극장 아니메의 모빌슈트가 아니라 제다라든지 가블과 같은 생소한 모빌슈트가 등장하고 있는데요. 다만 극장 아니메의 시점과 일치하게 되는 2권부터는 이러한 새로운 캐릭터나 새로운 MS가 거의 등장하지 않게 되어 프롤로그 격인 1편과 본편인 2, 3편과의 연관성은 느슨한 느낌입니다. 특히, 커닝엄이나 아료나와 같은 여성들과 연애에 가까운 감정을 교류하던 아므로가 2권부터는 첸과 서로 호감을 갖는 사이로 발전을 하는데, 이런 부분은 확실히 이전의 시리즈에서 보아온 아므로의 캐릭터와는 다른, 여성을 다루는데 있어서 꽤 능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겠지요.

프롤로그이긴 하되 그리프스 전쟁 이후 종적을 감추었던 샤아의 심경변화나 여러가지 것들이 다루어지지 않아 아쉽긴 하지만, 하야토 코바야시나 카미유 비단, 쥬도 아시타 등에 대해 짤막하게라도 언급하고 있어 토미노 감독이 이전 작품들과의 연계에 있어서 아주 무관심하지는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기도 합니다.


2권의 퀘스 파라야의 등장부터 시작되는 극장 아니메에 해당하는 부분의 이야기는 거의 모양새가 유사합니다. 혹시나 싶어 극장판을 재생시키고 소설을 읽어보았는데요. 어떤 부분은 대사도 거의 같을 정도로 유사하기까지 하더군요. 물론, 원작과는 다소 다른 전개도 많이 눈에 띄며, 알파 아지루 같은 초대형 모빌 아머는 소설에서는 아예 등장하지 않습니다. 알파 아지루는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 시킬 목적으로 아니메에 투입된 것으로 판단되는 군요. 특히, '라라아는 나의 어머니가 될 여자였다'라는 등의 망언으로 인해, 극장판에서 크게 비난을 받았던 건담 최고의 인기 캐릭터 샤아의 경우는 극장 아니메에 비해 그 마지막이 좀 더 미화된 느낌이지 않나 합니다. 

삽화 일러스트로 등장한 모빌슈트나 캐릭터 등은 원작과는 크게 다릅니다. 특히, 모빌슈트의 경우는 기존의 모빌슈트를 참고하지 않고 삽화가인 호시노 유키노부의 독자적인 디자인으로 그려졌는데요. MS의 스타일이나 디테일은 아니메에 비해 많이 뒤지는 것이 솔직한 느낌입니다. 다만, 주역 모빌슈트인 뉴건담의 경우는 꽤 독특한 디자인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으며, AK에서 발간한 '건담 웨폰즈 역습의 샤아편 II'에서 이 호시노 유키노부의 독특한 뉴건담 작례를 보다 상세히 만날 수 있습니다.

텍스트로 접한 마지막 샤아와 아므로의 이야기는 제 경우 극장 아니메보다 좀 더 몰입감이 좋았다 생각됩니다. 비주얼을 걷어냈지만 여전히 아므로와 샤아의 마지막은 인상적이었고, 오히려 소설이기에 모빌슈트에 집중하지 않게 되어 보다 더 SF 소설에 가까운 느낌으로 읽을 수 있었다고 할까요. 800페이지가 채 안되는 분량인지라 읽기에는 부담이 없는, 그야말로 라이트 노벨다운 느낌이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좀 더 심도 있고 더 많은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기는 했습니다. 다만, 토미노 감독 본업이 소설가가 아닌데다가 스스로 후기에 밝혔듯이 건담으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가 당시 어마어마 했었기에 이런 바람은 무리라 할 수 있겠네요.

건담 웨폰즈에 소개된 하이스트리머 버전의 뉴 건담.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AK 커뮤니케이션즈 (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 하이 스트리머 - 상 - 8점
토미노 요시유키 지음, 김정규 옮김, 호시노 유키노부 그림/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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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작년보다 커진 부스, 작년보다 적어진 이슈.

담 엑스포는 작년에 이어 이번이 2회째인데요. 이번에도 역시 SICAF 전시회 내에 별도의 부스를 마련하여 열리게 되었습니다. 전체적인 느낌은 작년보다 공간이 커진 동시에, 작년에 비해 볼거리가 부족해 보이지 않았나 하는데요. 사실, 이번 건담 엑스포 개최 시기를 전후로 발표되는 신제품의 수가 적었기 때문에 애초에 이슈는 적을 수 밖에 없었던 전시회이긴 했습니다. MG로는 델타 플러스와 에피온이, HG로는 드라이센과 GM III 정도가 있었으며, 새로운 건담 시리즈의 주역인 건담 AGE의 메가사이즈 버전과 HG 등이 신제품으로 등장했지만, 작년의 RG 퍼스트와 같은 화제를 주지는 못한 듯 싶더군요. MG 더블 오라이저 건담과 RG 스트라이크 건담의 출시 시점과 맞았다면 좀 더 이야기거리가 많은 엑스포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부스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작년에 비해 공간이 넓어진데다가 중앙을 차지하던 전시 테이블이 모두 벽면으로 이동하면서 작년에 비해 쾌적하게 건프라를 감상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입구에는 시리즈별 건프라와, 등급별 건프라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섹션이 한쪽 벽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새로운 등급인 RG가 제법 라인업을 갖추게 된 것이 눈에 띄는군요.


신작 건담 시리즈인 기동전사 건담 AGE의 주역기체인 건담 AGE의 1:48 모형과 1:144 HG 모형. AGE 외에도 지구측 양산형 MS인 제노에이스와, 이성인의 병기인 가프랑도 HG로 출시될 예정입니다. 신제품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메인 이슈가 되지 못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1987년에 출시된, 당시로서는 획기적으로 내부 프레임을 갖추고 있었던 1:72 퍼스트 건담. 우측에는 80년대 초반에 한국에서도 발매된 적이 있는 1:100 건담이 있군요.


금번 신작 MG인 델타 플러스. 백식과 제타 건담의 라인을 계승하고 여기에 카토키 하지메식 스타일링이 더해져 제법 매력적인 모습의 디자인으로 태어났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카토키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만, 백식을 베이스로 했는지라 여전히 그 스타일은 매력적이네요. 맞은 편으로는 드라이센도 보입니다. 델타 플러스와 드라이센을 찍은 사진은 대부분이 다 망가졌고, 겨우 하나 구한 한 장이 이 사진이네요. 


신제품이나 이슈가 적다보니 한쪽 면에는 건프라의 제조과정을 보여주는 섹션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작년에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되는군요.


실제 목업이나 금형, 런너와 같은 것들이 전시되어 건프라 제작의 일부나마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건담 엑스포는 건프라 라인업이나 신제품 소개보다는 국내 모델러들의 작례 전시회에 좀 더 비중이 실려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그냥 제품 소개만으로는 볼거리가 적다보니 이를 채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데요. 일부 작례의 경우는 작년에도 전시되었던 것들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새로운 작례들도 많이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역시 사진들 대부분이 잘못 나와서 건져낸 사진은 얼마 안되는군요.


UCHG 코어파이터. 밀리터리적인 디테일과 스타일 덕에 꽤 작례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디오라마 소재로도 사용되었죠.


크샤트리아에게 밀리터리적 스타일링을 대폭 가미한 작례.


민봉기 건프라월드의 디오라마. 화이트베이스에서 출격 대기중인 건담과 건캐논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망중투한이라는 작품명을 가진 손영석님의 작례. UCHG 라인업의 람바랄 유격대 세트와 M61A5 메인 배틀 탱크 세트 등을 조합하여 만든 작례입니다.


반다이 하비사업부에서도 작례가 나왔네요. 크샤트리아에게 비행형 구프타입의 컨셉을 대입시킨 듯한 모습입니다.


가와구치 명인의 작례도 전시되어 있군요. 코어 파이터에 올라탄 세일러 마스를 묘사한 작례.


PG 스트라이크 프리덤의 압도적인 포스.


UCHG를 활용한 또다른 멋진 디오라마. 이번 디오라마는 코어파이터와 브리핑 세트를 활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추락한 코어파이터의 묘사가 상당하네요.

이밖에도 멋진 작례들이 상당히 많이 전시되어 엑스포의 단조로움을 상쇄해주고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그 중 많은 사진이 못쓰게 되어 소개해드리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네요. 작년과 마찬가지로 건프라 체험 이벤트나 한정판 및 건프라 특가 판매도 열리고 있었는데, 마지막 날이어서 그런지 대체로 한산한 모습이었습니다. 다만, 판매 이벤트의 경우는 이미 많은 제품들이 팔려 나가 대부분이 매진된 상황이더군요.

금번 건프라 엑스포는 작년보다 대체적으로 여유롭고 쾌적한 느낌을 주었습니다만, 볼거리에서는 오히려 작년보다 못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공간이 넓어진 만큼 프라모델들의 전시 밀도가 옅어진 부분도 있고, 작년에 비해 큰 이슈거리가 되는 신제품이 이번 엑스포 시기에는 없다보니 조금 싱거운 느낌이긴 했는데요. 앞으로도 꾸준히 이런 엑스포의 개최를 통해 좀 더 많은 노하우를 습득하여 보다 더 내실 있는 엑스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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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재해석한 오리지널 건담의 부활

ⓒ SOTSU · SUNRISE


'동전사 건담 AGE(2011)'에 이은 또 하나의 신 건담 시리즈는 놀랍게도 건담의 시초인 '기동전사 건담(1979)'을 새롭게 재해석한 코믹스 '건담 디 오리진(이하 오리진)'을 원작으로 한 시리즈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많은 건담팬들이 조심스럽게 그 가능성을 점쳐보거나 바라고 있었던 일이지만 막상 이렇게 현실화가 되니 놀랍기 그지 없네요. 많은 건담 팬들에게는 그야말로 희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 Gundam The Origin Manga to Launch Anime Project, ANN (바로가기)

애니화 소식은 카도카와 서점의 건담 전문지 '월간 건담 에이스'를 통하여 발표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월간 건담 에이스는 바로 창간호부터 오리진을 연재해온 잡지이기도 한데요. 얼마전 반다이에서 6월 25일에 새로운 건담 시리즈를 발표할 계획이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오리진을 말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퍼스트 건담의 메카닉 디자이너 오카와라 쿠니오 역시 새로운 건담 시리즈에 대해 언젠가 잠깐 언급을 했던 적이 있었죠. 그때는 그것이 건담 AGE를 의미하는 줄 알았습니다만, 이제보니 바로 이 오리진을 얘기하는 것이었나 봅니다. 

원작 코믹스는 79년작 건담의 캐릭터 디자이너자 작화감독으로, 아니메를 대표하는 불세출의 작화가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거대 프로젝트입니다. 토미노 요시유키의 원작인 건담을 코믹스화하는 것에 회의적이었던 야스히코는 당사자인 토미노 감독의 격려로 어렵사리 펜을 잡았고 그로부터 10년 만인 올해 마침내 오리진의 완결을 눈 앞에 두고 있다고 합니다. 원작자인 토미노 만큼이나 건담에 큰 영향을 끼친 그이기에 이 오리진은 확실히 여타 건담 관련 소설이나 코믹스와는 격을 달리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반면, 원작 이후 급속도로 거대해진 우주세기의 세계관을 이 오리진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데요. 야스히코 본인은 오리진이 건담의 오리진이자 온리 원(Only One)이다라는 소신을 밝힌 적이 있다고 하는군요. 말 그대로 오리진은 퍼스트 건담의 리메이크일 뿐 우주세기 전체를 꿰뚫는 이야기는 아닌 셈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신 시리즈는 퍼스트 건담 이후 몸집이 불어난 우주세기의 많은 뒷 이야기나 설정을 커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MSV 등을 통해 등장한 조니 라이덴이나 신 마츠나가 같은 인기 캐릭터들을 보는 것 같은 소소한 재미가 이번 시리즈에서는 어려울 것이다라는 것이죠. 하지만, 단순히 코믹스의 내용을 그대로 만화영화로 만들 것이냐는 두고 보아야할 것 같습니다. 30년이 지난 구시대적 SF 설정은 요즘의 추세에 맞춰 바뀌겠지만, MS의 디자인을 포함하여 오리진이 내포한 구시대적 스타일과 가치관을 과연 얼마만큼 현대적인 형태로 각색해내느냐는 시리즈의 성패가 좌우할 키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모든 리메이크작들이 가진 숙명이기도 하지요.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번 오리진 프로젝트는 30여년전보다 압도적으로 세련되어진 신작화로 과거의 건담을 리메이크한다는 기본 뼈대 위에서 몇몇 변주가 가해진 작품으로 태어나지 않을까 합니다. 아마도 전체적인 느낌은 현재 연재중인 '기동전사 건담 UC(2010)'의 스타일과 유사하지 않을까 싶군요.(예를 들면 MS 전투장면과 같은 부분) 아직 연출가나 각본 스탭, 작화 스탭 등 핵심 제작진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오리진은 캐릭터 디자이너였던 야스히코나 메카닉 디자이너였던 오카와라의 느낌을 유지하면서 여러가지 스타일링이 더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무엇보다 샤아 아즈나블이나 세일러 마스와 같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어떻게 현대적으로 묘사될지, 급하게 투입되어 조악한 디자인으로 등장했던 모빌 아머 등은 어떻게 스타일링이 될지 등이 몹시 궁금하네요.

 

다만, 자쿠러님과 같은 분들이 언급했다시피 금번 오리진의 타겟 시청층 설정은 시리즈의 성패를 가늠할 중요한 이슈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올드 팬들을 겨냥하면 작품의 생명력이 짧을 터이고, 신세대 팬을 노리기에는 기본 컨셉 자체가 그들과 맞지 않은 것이 오리진의 난제라 하겠는데요. 여기에 50화에 가까웠던 79년 시리즈나, 코믹스로도 21권이나 되는 방대한 이야기를 어느 정도의 길이로 만들 것이냐 하는 것도 이번 시리즈의 이슈라 하겠습니다. 예전과 같은 50화의 대작 시리즈는 요즘 거의 보기 힘든지라 건담도 예외는 아닌데요. 그렇다고 무리하게 스토리를 줄여 편수를 줄인다는 것은 아무래도 힘들지 않나 싶습니다.

☞ 건담 The ORIGIN 아니메화에 대한 기대와 우려 (바로가기)

ⓒ SOTSU · SUNRISE

그렇다면 결론은 1쿨이나 2쿨 단위로 제작하여 시즌제로 방영하거나, 케이블 TV 등에서 PPV 방식으로 방영하는 방법 등이 있을 수 있겠는데요. 퍼스트 건담의 리메이크라는 상징성을 가진 거대 프로젝트이니 시류를 따르기 보다는 뚝심있는 시스템으로 운영되지는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 봅니다. 적어도 DVD 시장에서만큼은 이름값을 톡톡히 하지 않을까 싶네요. 오리진을 기점으로 우주세기 프라모델들도 다시 새로운 스타일로 출시될 가능성도 있구요.

어찌되었건 이번 오리진 프로젝트는 전설적인 과거의 시리즈를 최신 작화로 볼 수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의미있는 시리즈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이제까지 많은 전설적인 명작들이 리메이크라는 명제를 통해 신작화로 우리에게 찾아왔습니다만, 이번 건담 리메이크는 이제까지 리메이크되었던 작품들의 화제성을 훨씬 뛰어넘는 아우라를 보여주고 있지요. 거기에 건담 에이스는 오리진 이후 후속 시리즈로, 키타즈메 히로유키의 '기동전사 제타 건담'을 연재할 예정이라고 하니, 자칫 하다가는 몇 년 뒤에 제타 건담을 리메이크하겠다는 소식이 들려올지도 모를 일이네요. 어찌되었건 건담의 팬으로서는 행복한 상상들인데요. 이번 오리진의 방영과 발맞춰 부디 한국에서도 영상매체로 건담이 발매되는 기회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합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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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저렴한 가격, 작은 크기에 빼곡히 들어선 우주세기 뒷 이야기

AK 커뮤니케이션즈에서 2011년 6월 14일 발간한 '건담의 상식, 우주세기 모빌슈트 대백과 [지구연방군편]'(이하 모빌슈트 대백과)은 지난 5월에 발간된 '건담의 상식, 일년전쟁 캐릭터 대전집'에 이은 건담의 상식 대백과 2탄으로, AK가 발간한 건담 관련 설정집으로는 다섯번째에 해당하는 서적입니다. 저 옛날 로봇대백과 이후로 이렇게 꾸준하게 아니메 로봇 설정집을 출간하는 출판사가 있었던가요. 이 시도만으로도 국내의 많은 건덕과 오덕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 


모빌슈트 대백과는 후타바샤(쌍엽사, 双葉社)에서 출간한 서적을 AK 커뮤니케이션즈에서 한국어판으로 출간한 서적으로, 다른 건담 관련 설정집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종이질이나 편집 디자인이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안에 담긴 내용은 꽤 방대하고 빼곡한데요. 220여페이지의 분량에 많은 이미지가 삽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텍스트 정보량은 많은 편으로 판단됩니다.  아차, 뒷 페이지의 챕터 소개에는 '우주세기 0087~0088년의 구세대기'가 중복 인쇄되었군요.


AK에서 이전에 출간한 코믹스와 비교해보면 책의 사이즈가 꽤 작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가지 면에서 휴대도 편하고 가벼이 즐길 수 있는 모습인데요. 약속 시간까지 기다리기 지루할 때 이 책을 길에서 꺼내 읽는다면 당신은 건덕임을 인증하신 겁니다. 커버로 책을 감싸고 보신다면 소심한 건덕...일까나요. : )


모빌슈트 대백과인만큼 내용은 모빌슈트의 개론과 각 모빌슈트의 성능 및 해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본문 일러스트는 프라모델 박스 아트로 유명한 모리시타 나오치카씨가 맡아서 어김없이 멋진 일러스트들을 선보이고 있네요. 언급되는 모빌슈트들은 지온공국의 MS를 제외한 연방의 MS들로, TV 시리즈에 등장한 MS 외에 MSV에 등장한 MS까지 거의 대부분의 MS들을 망라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목 그대로 우주세기를 배경으로 한 MS들만이 소개되며, 각 MS 소개마다 페이지 상단의 머리말에 등장하는 작품의 명칭이 기재되어 있구요. 퍼스트 건담부터 역습의 샤아에 이르는 정통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부터 0080, 0083, 08소대와 같은 사이드 스토리, F91과 같은 신작 외에 MS IGLOO나 건담 센티넬, 섬광의 하사웨이의 MS들도 일부 등장하고 있습니다.


스펙과 기체 해설에 그치지 않고 챕터별 MS의 전장에서의 활약을 간략히 소개한 섹션과, 해당 MS의 대표적인 파일럿에 대한 간단한 프로파일이 언급되는 섹션 등 미니북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이것저것 여러가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부분은 각 MS 챕터당 4페이지 정도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가 언급되지는 않고 있구요.


챕터는 크게 RX-78 퍼스트 건담으로부터 시작된 RX-78 계열 건담, RX-75 건탱크 및 RX-77 건캐논 계열 MS, RGM-79 GM 계열 MS, 제타와 더블제타 건담 시대에 해당하는 2세대 건담, 그리고 같은 시대에 해당하는 2세대 MS, 가변모빌 슈트와 역습의 샤아와 최신작 건담 UC에 해당하는 MS, RGM-89 제간 계열 MS와 건담 F-91 이후의 소형 모빌슈트로 나뉘고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연방군 MS에 대한 이야기만 다루다보니 모든 MS들이 소개되지 않았는데요. 이는 후속판으로 지온 계열 MS 대백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되겠군요.


GM의 바이저로 비치는 자쿠의 모습이 인상적인 일러스트. 역시 모리시타 씨의 작품.


챕터 사이에 보너스 챕터로 들어간 우주세기 연표. 말 그대로 간략하게 소개되었습니다. 이 모빌슈트 대백과에는 각 챕터 시작부분에 MS 개론이나 개괄적인 배경해설들이 등장하는데요. 간단한 내용이긴 하지만 건담의 세계와 MS의 역사를 어느 정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줍니다.


최신간이라 그런지 뒷부분에 가면 유니콘 건담과 UC의 MS들도 일부 등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리젤은 언급되어 있는 반면 델타 플러스는 빠져있고, 스타크 제간이 있는 반면 제간 에코즈 타입이 언급되어 있지 않은 것을 보면 이 책이 쓰여질 당시에 아직 건담 UC 에피소드 2편은 출시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이 되는군요.


제간 일러스트. 본 책의 본문 일러스트 중 가장 역동적이고 인상적인 일러스트가 아닌가 합니다.


가장 마지막에는 F-91과 V 건담까지 간략하게 언급되고 있습니다. 다만 V 건담은 단 4페이지만이 할애되어 있군요.

소장가치가 높은 컬렉션은 아니지만, 모빌슈트 대백과는 부담없는 가격으로 건담의 마니악한 설정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책입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이러한 한글판 설정집을 거의 볼 수가 없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가치가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저렴한 가격이니 우주세기 건담의 팬이시라면 한번쯤은 봐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 본 포스트의 사진은 모토로라 ATRIX MB860으로 촬영한 사진입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사진 속 도서의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SUNRISE / ⓒ FUTABASHA / ⓒ AK 커뮤니케이션즈(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건담의 상식 - 8점
야스유키 유타카 외 지음/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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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 신세대와의 조우를 꾀하다 

ⓒ 2011 SUNRISE


문으로 무성하던 새로운 건담 TV 시리즈가 그 실체를 드러내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그 후손으로 이어지는 건담의 이야기, 이제까지의 건담 시리즈와는 다른 성격의 작품으로 태어날 이 건담 시리즈의 타이틀은 '기동전사 건담 AGE'. 올 가을 방영을 목표로 현재 제작 중에 있다고 하는군요.

☞ Level 5 to Help Create Gundam AGE Anime This Fall (바로가기)

현재 일본의 각종 사이트들을 비롯, 한국에서도 신작 건담은 건담팬들에게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다만, 가존 건담 팬들에게는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데요. 왜 그런지는 다음 링크에 걸린 소학관의 만화잡지 '코코로 코믹 매거진'의 해당 페이지를 찍은 사진을 보시면 아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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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新ガンダム「機動戦士ガンダムAGE」、レベルファイブが全面協力でコロコロコミックと連動?情報がネット上に流出 (바로가기)

보시다시피 한눈에 봐도 건담 시리즈가 그동안 지향하고 있던 청소년 이상의 시청층이 아닌,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저연령가 애니메이션임을 짐작하실 수가 있을 겁니다. 본 시리즈의 원안과 기획은 게임 소프트 회사인 '레벨 파이브'가 맡고 있는데요. 레벨 파이브는 최근에 방영되는 TV 아니메 '골판지 전기(ダンボール戦機/2011)'의 원작사이며, 한국에서는 썬더 일레븐으로 유명한 어린이 축구 만화영화 '이나즈마 일레븐(2008)'의 원작을 맡은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잡지에 실린 건담 AGE의 느낌은 척 봐도 이나즈마 일레븐과 골판지 전기의 뉘앙스가 골고루 풍겨나고 있다 하겠습니다. 시나리오는 레벨 파이브의 대표이사 겸 프로듀서, 시나리오 작가인 히노 아키히로(日野晃博)가 맡고 있군요.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그 후손으로 이어지는 삼대에 걸친 이야기와 로봇 스스로 성장하는 AGE 시스템을 탑재한 건담이라는 두가지 소재는 조상의 유산을 이어받아 로봇을 단순한 기계가 아닌 동료 겸 친구로 여기고 함께 싸운다는, 소년만화의 전형적인 패턴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애초에 아동용 애니메이션으로 기획되었다면 이러한 전개가 당연하다 하겠는데요. 수수께끼의 에일리언 가프란과의 싸움을 그리는 점에서는 더블오 극장판 이후 두번째로 외계인과 조우하는 건담 시리즈가 되는 셈이기도 합니다. 물론, 스타일은 더블오와 상이하겠지만요. 아참, 루리웹에서 전해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더블오 건담의 스탭들도 상당수 참여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잡지사진에 모습을 드러낸 건담 AGE의 터치는 어딘지 모르게 더블오 건담의 느낌이 묻어난다 하겠습니다.

☞ [정보] 기동전사 건담 AGE와 관련된 간략 정보들 (바로가기)

개인적으로, 건담 시리즈가 아동용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하는 것에 있어서는 그다지 부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건담 시리즈가 만화영화는 애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선입견을 타파한 상징성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여러번의 시리즈를 거치는 와중에 이제는 그 이상의 다양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거든요. 헤이세이 3연작 중 '기동전사 건담 윙(1995)'부터는 여성들에게도 인기를 얻는 시리즈로 거듭났으며(물론, 퍼스트 당시에도 여성팬은 꽤 있었지만), '턴에이 건담(1999)'과 같이 기존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SF로 그려지기도 했지요. 완성도만 보장된다면 사실 건담이 다양한 형태의 장르로 변신을 시도하는 것이 반드시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과거 우주세기의 팬들이라든지, 시드 이후 신 건담 시리즈의 팬들이라면 이 건담 AGE는 만족스러운 카드는 아니겠지만요. 물론, 저 역시 이 작품을 볼 생각은 없습니다. 연령대가 너무 안맞아서 아무래도 접하기는 힘들 것 같은데요. 얼마전에 시험삼아 골판지 전기를 몇 화 감상해 보았는데, CG를 활요한 깔끔한 작화는 그런대로 볼만했지만 아무래도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라서 저한테는 버겁더라구요.

다만, 한가지 맘에 안드는 것은 건담 AGE의 디자인입니다. 위의 링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대놓고 퍼스트 건담을 모티브로 하고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데요. 새로운 연령층을 공략하는 새로운 건담이니만큼 뭔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했는데, 기대 이하의 모습이네요. 퍼스트 건담을 오마쥬하여 스타일링이 된 건담 AGE의 실루엣은 역시 퍼스트 건담의 오마쥬 디자인이기도 했던 더블오 시리즈의 O 건담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이번 건담 AGE의 디자인은 바로 퍼스트 건담을 창조한 오카와라 쿠니오 옹이 맡았다고 하는데요. 시드부터 계속적으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시는 오카와라 선생의 이번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이제는 후학을 배출하는데 힘쓰셔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번 메카닉 디자인은 '기동전사 V 건담(1993)', '신기동전기 건담 W(1995)', '기동신세기 건담 X(1996)', '턴에이 건담(1999)' 등 후기 건담 시리즈의 메카닉 디자이너로 참여했으며, '마크로스 제로(2003)'의 메카닉 디자이너이기도 했던 이시가키 쥰야(石垣純哉)를 필두로, '기동전사 건담 더블오(2007)', '기동전사 건프라 빌더즈 비기닝 G(2010)'의 에비카와 카네타케(海老川兼武), '코드기어스 반역의 를르슈(2006, 2008)', '기동전사 건담 더블오(2007)'의 테라오카 켄지(寺岡賢司) 등이 맡았다고 하는군요.

어찌되었건 더블오 시리즈의 스탭이 참가하여 외계인과 건담과의 시원스러운 대결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바, 액션연출에서는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도 한 번쯤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아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1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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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노 감독의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 목차>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1988), 逆襲のシャア / Char's Counter Attack


ⓒ SOTSU · SUNRISE


<정보>

◈ 원작/총감독/각본: 토미노 요시유키(富野由悠季)
◈ 보조연출: 카와세 토시후미(川瀬敏文), 타카마츠 신지(高松信司)
◈ 캐릭터 디자인: 키타즈메 히로유키(北爪宏幸)
◈ 메카닉 디자인: 이즈부치 유타카(出渕裕), 사야마 요시노리(佐山善則), 스즈키 마사히사(鈴木雅久), GAINAX
◈ 디자인 협력: 오하타 코이치(大畑晃一)
◈ 작화감독: 키타즈메 히로유키, 오오모리 히데토시(大森英敏), 이나노 요시노부(稲野義信), 이소 미츠오(磯光雄)
◈ 작화감독보: 온다 나오유키(恩田尚之), 고바야시 토시미츠(小林利充), 나카자와 카즈노리(中沢数宣), 시게타 아츠시(重田亜津史)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池田繁美)
◈ 음악/노래: 사에구사 시게아키(三枝成彰) / TM NETWORK
◈ 기획/제작/프로듀서: 야마우라 에이지(山浦栄二) / 이토 아키노리(伊藤昌典) / 우치다 켄지(内田健二)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8.03.12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시놉시스>

하만 칸이 이끄는 네오 지온과 에우고 간의 제1차 네오 지온 항쟁(U.C0088~0089)이 에우고의 승리로 막을 내린 지 4년이 흐른 우주세기 0093년. 그리프스 전쟁 당시 종적을 감추었던 샤아 아즈나블이 돌아왔다. 그는 미네바 자비를 수령으로 받들었던 하만 칸의 네오 지온이 아닌, 지온공화국의 창시자이자 자신의 아버지이기도 한 지온 줌 다이쿤의 유지를 이어가는 새로운 네오 지온을 세우고, 지구 연방에게 선전포고를 하게 되니 이것이 바로 제2차 네오 지온 항쟁의 시작이었다.

전쟁의 재발을 두려워 한 연방의 지도자들은 샤아와 협상을 원하게 되고, 실제 연방과는 전력 면에서 열세였던 네오 지온은 이를 기회 삼아 소행성 기지 액시즈를 연방에게서 인도받은 뒤 이를 지구에 낙하시켜 지구를 더 이상 사람이 살지 못하는 땅으로 만들 계획을 세운다. 이는 어스노이드와 스페이스노이드의 갈등 자체를 없애버리고, 지구의 환경을 지속적으로 오염시키는 인류를 벌하기 위한 샤아의 전략으로, 그로 인해 벌어질 결과는 엄청난 희생을 초래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끔찍한 것이었다.

한편, 미적지근한 연방의 태도와 달리 독립부대 론도벨에 소속된 왕년의 에이스 아무로 레이는 샤아와 네오 지온의 재등장을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자신이 직접 설계에 참여한 사이코뮤 프레임이 적용된 최신형 모빌슈트 ν(뉴) 건담의 개발에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14년 동안 지속되어온 둘의 질긴 인연은 이제 그 최종장을 향해 접어들고 있었다.


<소개>

1987년, '기갑전기 드라고나(1987)'를 끝으로 리얼로봇은 사실상 종언을 고했지만, 건담에게만은 예외였다. 이미 거대한 팬덤과 관련 비즈니스의 폭넓은 성장으로 인해 원작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관성 항행을 계속하고 있던 건담 시리즈는 리얼로봇의 몰락과는 별개로 계속해서 후속작을 만들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처한 것이다. 특히,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에서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붉은 혜성' 샤아 아즈나블이나 중반부 이후 작품에서 모습을 감추었던 '영원한 에이스' 아무로 레이가 후속작인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1986)'에서도 등장하지 않자 팬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했고, 사실상 새로운 인물과 이야기로 분위기를 반전하려던 토미노 감독의 시도 역시 팬들에게는 먹혀들지 않았다. 이로 인해 토미노 감독은 더블 제타 시리즈를 제작하는 도중 우주세기의 모든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새로운 후속 시리즈에 착수하게 되니 이것이 바로 우주세기의 사실상의 종장이라 할 수 있는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1988)'인 것이다.

제목 역습의 샤아는 제타 건담 기획 초기 토미노 감독이 기획하던 소설의 타이틀이기도 하다. 소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퍼스트 건담의 속편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기획 과정에서 메인 스토리의 뼈대가 바뀌면서 이 타이틀은 본작에 이르러서야 빛을 본 것이다. 당시 기획했던 역습의 샤아는 극장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아무로와 샤아가 주인공이자 같은 동료로 활약하는 이야기로 전개될 예정이었다. 사실 이러한 구도는 둘이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을 제외하면 제타 건담에서 그대로 적용된 것이었으나 극장판에 이르러서 우주세기의, 그리고 건담의 진정한 결말을 위해 토미노는 이를 수정하여 아무로와 샤아의 리턴 매치로 이야기 방향을 바꾸게 된다.

메카닉 디자인에 가이낙스가 참여한 것이 이채롭다. 특히, 가이낙스의 창립멤버로 건담과 토미노 감독의 열혈 팬이던 안노 히데아키의 경우는 자신이 건담에 참여하게 된 사실을 무척이나 기뻐했다고 전해지고 있는데, 그러한 기쁨과 달리 스스로가 심혈(?)을 기울여 디자인했던 뉴건담의 러프 디자인은 토미노에게 일언지하에 거절당하고 러프 스케치가 발기발기 찢어지는 치욕을 겪기도 했다. 퍼스트 건담의 그늘에서 탈피하고 싶었던 토미노에게 안노가 그려간 뉴건담의 디자인은 퍼스트 건담과 너무 유사한 디자인이었으니 어찌보면 욕먹을 짓을 했다고 볼 수도.

☞ 안노가 그려간 뉴건담 러프스케치. 엔하위키 '토미노 요시유키' 설명 중 12.14 항목에 링크된 MAFTY님의 포스트. (바로가기)

뉴건담의 디자인 및 등장 MS는 거의 대부분 이즈부치 유타카의 손길을 거쳐갔다. 더블제타 건담부터 건담 시리즈에 합류한 그는 본작을 통해 건담의 역사에 길이 남을 명 MS 디자인을 그려내며 일약 차세대 메카닉 디자이너로 거듭나기도. 이즈부치는 소설판인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벨토치카 칠드런'에 등장하는 주역메카 Hi-ν 건담이나 극장판의 사자비를 대신한 나이팅게일 역시 디자인하여 큰 인기를 얻는다. 그 외에 오하타 코이치나 사야마 요시노리 등 제타와 더블제타에 이어 다수의 디자이너들이 러프 디자인을 그려내고 이를 한 두명이 클린업하는 형식으로 메카닉 디자인이 전개된다.

캐릭터 디자인은 더블제타에 이어 키타즈메 히로유키가 맡아 활약을 펼친다. 제타부터 역습의 샤아에 이르기까지 80년대의 후속 건담 시리즈가 모두 키타즈메의 손을 거치게 된 셈. 키타즈메 외에도 오오모리 히데토시와 온다 나오유키 등 코가와 토모노리 직계의 스튜디오 비보 출신의 애니메이터들이 다수 작화진에 가세하여 건담의 정체성 중 하나인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그늘을 완벽하게 걷어내고 있다. 이런 면에서 역습의 샤아 이후 제작된 '기동전사 건담 F-91(1991)'의 캐릭터 디자인이 야스히코인 것은 원점으로의 회귀라고도 볼 수 있다.

팬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아무로와 샤아의 복귀작이었지만, 그 전개는 그렇게 팬들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보인다. 제타 건담을 통해 라이벌인 아무로와 교감했으며 지온의 반대편에 서서 싸우던 샤아가 다시 지온의 수장으로 돌아오면서 팬들에게는 어리둥절함을 안겨주었다. 그것은 아무로도 마찬가지로, 반연방 소속의 카라바에 몸담고 있던 그가 어떻게 다시 연방의 장교가 되었는지, 그리고 제타 당시 연인이었던 벨토치카의 존재는 사라진체 그 자리를 첸 아기가 차지하고 있는 등 어떤 면에서 제타와 더블제타의 이야기가 대거 삭제된 리부트의 느낌을 주고 있다. 애시당초 굉장히 많은 사전지식을 필요로 하는 이 작품에서 제타 이후 5년 동안 등장하지 않았던 아무로와 샤아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삭제되었기에 건담의 팬조차 조금은 생소한 느낌으로 작품을 감상하게 된다. 여기에 이제까지와는 달리 악의 축으로 돌아서서 모든 인류를 말살하려 하는 샤아의 모습은 그의 아버지인 지온 줌 다이쿤의 사상과도 대치되는 것으로, 어찌보면 스스로 그 당위성을 상실하고 있는 셈이었다.

퍼스트 건담 시절 연인이었던 라라아의 환상에 사로잡힌 체 부관인 나나이 미겔이나 철모르는 뉴타입 소녀 퀘스 파라야의 마음을 이용하는 그의 모습은 샤아의 팬들에게는 큰 반감으로 다가왔다. 사실 다소 비정한 샤아의 이런 모습은 이미 복수를 위해 자신의 친우를 음모에 빠뜨려 숨지게 한 퍼스트 건담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이기도 했으나 이미 샤아를 일종의 신화적인 인물로 생각해오던 당시의 팬들에게는 그다지 원치 않는 모습이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우유부단한 캐릭터에서 패기와 여유로움을 가진 지휘관으로 성장한 아무로 레이는 이전의 입체적인 모습에 비해 오히려 그 개성은 줄어들었다고도 볼 수 있다. 작품의 히로인 격인 퀘스의 경우는 제타의 히로인 포우 만큼이나 불안정하고 변덕스러웠는데, 그녀의 변심과 그녀를 사랑한 브라이트 노아의 아들 하사웨이의 엇갈림과 그로 인해 벌어진 여러 비극은 전형적인 토미노식 파국을 보여주고 있다.

ⓒ SOTSU · SUNRISE

우주세기의 끝을 보려는 토미노의 계획은 본 작품에서 상당히 대담하면서도 그다운 방향으로 진행된다. 샤아가 지구로 추락시킨 거대한 소행성 액시즈를 무모하게도 모빌슈츠로 막아선 아무로와 아무로에게 패해 탈출포트 째 사로잡힌 샤아가 액시즈의 추락을 극적으로 막아내면서 대기권의 고열로 인해 산화해버리는 엔딩은 팬들로서는 충격 자체였다. 이야기의 엔딩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계속되는 우주세기의 재생산을 막기 위해 토미노는 시리즈의 아이콘이기도 한 두 주인공을 아예 우주세기의 역사에서 완벽하게 퇴장시켜 버린 것이다. 아무로와 샤아가 살아 있을 것이라는 일부 팬들의 예상이나 매체들의 추측성 기사와 달리 토미노는 공식석상에서 둘의 죽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기도. 하지만, 몰살의 토미노다운 강수에도 불구하고 건담 시리즈의 재생산은 결코 멈출 수 없는 거대한 소행성의 낙하와도 같이 토미노 자신을 짓누르게 된다.

주제가인 'Beyond the Time'은 TMN이 불러 화제가 되었다. '시티 헌터(1987)'의 엔딩 테마 'Get Wild'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TMN의 13번째 싱글로 싱글 음반 판매랭킹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건담 OST로서, 아니메 OST로서 우주세기의 대미를 장식한 명곡으로 팬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건담 극장판이라는 네임 밸류에 걸맞는 뛰어난 작화와 훌륭한 미술, 완성도 높은 음악으로 우주세기의 대미를 장식하려 했던 뉴건담은 건담 시리즈의 극장 애니메이션 중에서 현재까지도 걸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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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노 감독의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 목차>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 (1986), 機動戦士ガンダムΖΖ / Mobile Suit ZZ Gundam 


ⓒ SOTSU · SUNRISE


<정보>

◈ 원안: 야다테 하지메 (矢立肇)
◈ 원작/총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富野由悠季)
◈ 각본: 엔도 아키노리 (遠藤明範), 스즈키 유미코 (鈴木裕美子)
◈ 콘티/연출: 토미노 요시유키, 타키자와 토시후미 (滝沢敏文), 요코야마 히로유키 (横山広行)
◈ 캐릭터 디자인: 키타즈메 히로유키 (北爪宏幸)
◈ 메카닉 베이스 디자인: 고바야시 마코토 (小林誠), 이즈부치 유타카 (出渕裕)
◈ 메카닉 디자인: 신도우샤 (伸童舎), 아키타카 미카 (明貴美加)
◈ 작화감독: 키타즈메 히로유키, 카나야마 아키히로 (金山明博), 온다 나오유키 (恩田尚之)
◈ 메카닉 작화감독: 우치다 요리히사 (内田順久)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 (池田繁美)
◈ 디자인 협력: 야스히코 요시카즈 (安彦良和), 오카와라 쿠니오 (大河原邦男), 후지타 카즈미 (藤田一己)
◈ 음악/노래: 사에구사 시게아키 (三枝成章) / 아라이 마사히토 (1기 OP/ED), 히로에 쥰 (2기 OP/ED)
◈ 기획/프로듀서: 선라이즈 / 우치다 켄지 (内田健二), 카미야 쥰이치 (神谷寿一)
◈ 제작사: 선라이즈, 나고야 TV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6.03.01 ~ 1987.01.31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47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우주세기 0087년에 시작된 에우고와 티탄즈의 '그리프스 전쟁'은 티탄즈의 패망으로 종결되었지만, 에우고 역시 승리한 것은 아니었다. 리더 격인 크와트로 바지나(샤아 아즈나블) 대위가 실종되고, 에이스 파일럿인 카미유 비단의 정신이 붕괴되었으며, 그 외에 많은 지휘관과 파일럿을 잃은 에우고 역시 큰 타격을 입고 만 것이다. 여기에 그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던 지온공국의 잔당 액시즈가 섭정 하만칸의 강력한 리더쉽 아래 네오지온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그리프스 전쟁 말기부터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게 된다. 티탄즈의 몰락과 함께 그 세력이 크게 약화된 지구연방에게 그동안 세력을 비축한 네오지온은 버거운 존재였다. 

한편, 시로코와의 최종전으로 상처입은 아가마가 사이드 1의 샹그릴라에 입항한다. 티탄즈의 잔당인 야잔 게이블은 에우고의 상징인 제타 건담을 탈취할 계획을 세우고 샹그릴라의 고물상 하청꾼인 샹그릴라 칠드런에게 일을 의뢰한다. 쥬도 아시타를 리더로 하는 샹그릴라 칠드런은 야잔의 의뢰를 받아 제타 건담의 탈취에 성공하지만, 때마침 아가마에게 공격을 감행한 네오지온의 순양함 엔도라와 그 지휘관 마슈마로 인해 쥬도는 뜻하지 않게 후일 '1차 네오지온 항쟁'이라 불리는 거대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는데...


<소개>

ⓒ SOTSU · SUNRISE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이 등장했음에도 프라모델 매출은 반다이의 기대치를 밑돌았다. 여기에 팬들이 원했던 아무로와 샤아의 이야기가 아닌, 카미유라는 새로운 주인공을 내세운 이야기라는 점과 전작보다 훨씬 심각해지고 비극적인 Z 건담의 분위기는 시청률 측면에서도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결국 이러한 여러 요인들이 새로운 건담 시리즈를 다시 제작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가져온 셈이다. 물론 Z 건담이 큰 히트를 했더라도 후속 시리즈는 계속 만들어졌겠지만, 어쨋든 간에 이로 인해 Z 건담이 종영 후 곧바로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기동전사 건담 ZZ(1986)'이 그 바톤을 이어받게 된다.

중간의 휴식기간 없이 바로 다음 주 같은 방송 시간대에 시리즈가 시작된 점으로 미루어보아 이미 Z 건담 제작 중에 ZZ 건담은 기획되고 제작되었던 것을 알 수 있다. Z 건담의 지나치게 어두웠던 분위기가 비판의 대상이 되자 토미노 감독은 건담의 분위기를 대폭 일신하여 보다 명랑한 작품으로 만들고자 했는데, 이는 '무적초인 점보트(1977)' 이후 '무적강인 다이탄 3(1978)'을, '전설거신 이데온(1980)' 이후 '전투메카 자붕글(1982)', '성전사 단바인(1983)' 이후 '중전기 엘가임(1984)'을 연출하면서 비극과 희극을 오고 갔던 토미노의 전형적인 작품 패턴을 답습하는 것이었다. 

Z 건담을 통해 그 역량을 증명한 키타즈메 히로유키가 본 작에 이르러 캐릭터 디자이너로서 전면에 나서게 된다. 이는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그늘을 벗어난 최초의 건담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전작과는 다른 명랑한(?) 작품 분위기와 새로운 캐릭터 디자이너를 내세우면서 전반적으로 ZZ 건담의 캐릭터들은 이전의 현실적인 모습의 캐릭터들에 비해 좀더 아니메 취향의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다. 화려하고 패셔너블한 코스튬, 스타일리쉬한 캐릭터, 더 많아진 미소녀 등장인물은 이를 증명하는 것이라 하겠다. Z 건담 비운의 히로인 포 무라사메의 뒤를 잇는 엘피 플은 어린 소녀로 그려지는데 이는 근래 아니메의 트렌드인 모에 취향을 연상시키며, 루루카나 캬라 슨 등 다양한 외모와 성격을 가진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것은 이전의 건담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이는 어찌보면 이전까지의 토미노 식 인물설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모양새이기도 하다.

Z 건담에서 강판되었던 나가노 마모루가 다시금 메카닉 디자인으로 합류하지만, 또다시 반다이와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체 하차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결국 ZZ 건담에서 마라사이나 디오 등을 디자인했던 고바야시 마코토가 3기의 합체변신이라는 다분히 완구적 특징이 강한 ZZ 건담을, 당시 떠오르는 신예인 이즈부치 유타가가 네오지온의 MS를 맡아 디자인하게 된다. ZZ에서 이즈부치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는지 이후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1988)'에서 이즈부치는 메인 디자이너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된다. ZZ 건담은 코어 파이터 시스템을 부활시키고 합체와 변신 컨셉을 통해 과거 퍼스트 건담의 G 아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으며, 이마 부분에서 고출력의 메가 입자포(우주전함 야마토의 파동포를 연상시키는 컨셉)를 장비하는 등 여러 측면에서 거대로봇의 컨셉을 도입한 흔적이 느껴진다. 이는 명랑한 작품 분위기에 맞춰 리얼로봇이라는 베이스 위에 거대 로봇의 컨셉을 일부 접목시킨 것으로 보인다.

분위기를 일신했으나 반응은 오히려 냉담했다. 샤아의 행방불명, 카미유의 정신붕괴와도 같은 Z 건담의 충격적인 결말이 있은지 일주일 만에 이전과는 상반된 명랑한 분위기와, 완전히 다른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건담 시리즈였으니 Z 건담의 팬들로서는 당연히 괴리감을 느꼈을 듯.(다만 ZZ의 1화는 본편의 시작이 아닌 Z 건담의 총집편이었다.) 쥬도 아시타는 신경질적이고 어두운 카미유에 비해 활기차고 밝은 캐릭터로 매력이 넘쳤으나 건담이라는 테마와는 동떨어진 캐릭터였고, 쥬도의 라이벌로 등장하는 마슈마 제로 역시 장미꽃과 나르시즘에 허우적대는 개그 캐릭터로서 건담이 이제껏 지향해온 테마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다. 시청률은 Z 건담보다 더 악화되었고, 결국 마슈마는 과거 그의 선배 캐릭터인 샤아나 제리드가 그러했듯이 한동안 시리즈에서 퇴장 당하는 수모를 겪게 된다.

ⓒ SOTSU · SUNRISE

결국 중반부에 접어들어 시리즈는 종전의 테마를 다시금 답습하기에 이르른다. 히로인 엘피 플의 죽음과 같이 비극적인 에피소드가 다시 등장했으며, 전장 속에 벌어지는 오해와 갈등, 멸망의 삼중주는 토미노의 폭주를 다시금 연상시키는 듯 싶기도. 다만, 토미노는 20여화 정도가 제작된 시점에서 역습의 샤아 극장판의 제작을 위해 일선에서 물러났고([3] 참조), 후반부는 각본을 담당했던 엔도 아키노리를 중심으로 에피소드별 연출가들의 작품을 마무리하는 형태로 전개되었다. 다만 최종화까지의 콘티는 대부분 토미노의 손길이 닿아 있었기에 그의 영향력을 완벽히 부인할 수는 없었다 하겠다. 후일 토미노는 스스로 ZZ는 자신이 아닌 엔도의 작품이라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급전된 분위기 이후의 ZZ는 리얼로봇의 상징과도 같은 건담에 걸맞는 드라마틱한 전개를 보여주었고, 키타즈메의 캐릭터들은 당시 TV 시리즈로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작화를 보여주어 전반적으로 작품의 퀄리티는 당시 TV 시리즈로서는 톱 클래스에 든다 하겠다. 충격적인 전개와 파멸적인 결말로 치달았던 Z와 달리 벌려놓은 여러 이야기들을 작품 내에서 깔끔하게 정리했는데, 마지막 회에서 그려진 브라이트를 향한 쥬도의 일격은 마치 Z 건담에서 샤아에게 일격을 날린 카미유와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이는 어른들의 과오를 젊은이들이 바로 잡는다는 ZZ의 테마를 상징하는 부분이라고도 볼 수 있으며, 토미노의 작품 대부분은 이렇게 기성세대의 그릇된 가치관과 시스템에 항거하는 젊고 패기 넘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도 하다.

시리즈의 평균시청률은 6.04%로 Z 건담의 6.4%에 못미치는 성적을 거두었다. 타카하시 료스케의 '푸른 유성 SPT 레이즈너(1985)'의 조기종영에 이은 ZZ의 저조한 반응은 건담 시리즈 뿐만 아니라 리얼로봇물 전체가 이제 쇠퇴기에 접어들었음을 증명하는 징조였던 셈이다. 1기 오프닝 제목 '아니메가 아니야(アニメじゃない)'처럼 아니메가 아닌, 그 이상의 인간 드라마를 그리고자 했던 토미노는 자신이 창조한 건담이라는 굴레를 빠져 나오지 못한체 또다시 건담 시리즈의 진정한 종결을 위한 역습의 샤아 제작에 매진하게 된다.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ガンダムΖΖ, Wikipedia Japan
[2] 機動戦士ガンダムZZ (1986), allcinema.net
[3] 기동전사 건담 ZZ, 엔하위키 미러
[4] 기동전사 건담 ZZ (1986), 베스트 아니메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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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노 감독의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 목차>


기동전사 제타 건담 (1985), 機動戦士 Ζ ガンダム / Mobile Suit Z Gundam


ⓒ SOTSU · SUNRISE


 <정보>

◈ 원안: 야다테 하지메
◈ 원작/총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각본: 토미노 요시유키(필명 斧谷稔 사용), 오오노기 히로시, 스즈키 유미코, 카와사키 토모코, 마루오 미호 外
◈ 콘티/연출: 이마가와 야스히로, 세기타 오사무, 카와세 토시후미, 타키자와 토시후미, 이우치 슈지 外
◈ 캐릭터 디자인: 야스히코 요시카즈
◈ 작화감독: 키타즈메 히로유키, 고바야시 토시미츠, 카나야마 아키히로, 야마다 키사라카, 온다 나오유키 外
◈ 메카닉 디자인: 나가노 마모루(중도 하차), 오카와라 쿠니오, 후지타 카즈미, 무라카미 카츠시, 고바야시 마코토 外 
◈ 메카닉 작화감독: 우치다 요리히사
◈ 미술감독: 히가시 쥰이치
◈ 오프닝/엔딩 애니메이션: 우메츠 야스오미
◈ 음악/노래: 사에구사 시게아키, 닐 세다카 / 아유카와 마미 (1기 오프닝, 엔딩), 모리구치 히로코 (2기 오프닝)
◈ 기획/프로듀서: 선라이즈 / 우치다 켄지, 오니시 쿠니아키, 森山涇
◈ 제작사: 선라이즈, 나고야 TV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5.03.02 ~ 1986.02.22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50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지온공화국과 지구연방의 1년 전쟁이 지구연방의 승리로 끝난지 7년 뒤인 우주세기 0087년. 스페이스노이드(우주에서 태어난 인류)들의 재결집을 우려한 지구연방은 전쟁 종료 후 보다 효과적인 지배력 강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지온군의 잔당소탕이라는 명제를 내걸고 지구연방군 출신의 자미토프 하이만의 주도로 창설된 특수부대 티탄즈는 연방 내의 엘리트 집단으로 세력을 공고히 하며 노골적으로 스페이스노이드를 탄압하기 시작한다. 지온의 불순분자를 소탕한다는 목적으로 스페이스 콜로니 사이드1의 30반치에 독가스를 살포하여 콜로니 주민 1,500만명을 학살하는 등, 티탄즈의 행위가 도를 넘어서자 연방의 뜻있는 인물들과 스페이스노이드들은 티탄즈에 대항하여 반지구연방조직 에우고를 결성하게 된다. 이로 인해 실낱처럼 이어지던 어스노이드와 스페이스노이드들의 평화는 깨지고 다시금 전란의 불길이 우주를 불태우기 시작하니 이것이 바로 후세에 그리프스 전쟁이라 알려진 전화의 서막이다.

연방군의 기술사관으로 근무하는 부모를 따라 사이드 7으로 이주한 고교생 카미유 비단은 아버지의 외도와 어머니의 무관심, 그리고 여자같은 자신의 이름에 강한 불만과 컴플렉스를 느끼고 있었다. 어느날 길에서 마주친 티탄즈의 사관 제리드 메사로부터 여자같은 이름이라는 말을 들은 카미유는 충동적으로 치미는 화를 참지 못하고 제리드에게 일격을 가해 티탄즈의 헌병들에게 체포되고, 헌병들에게 가혹한 린치를 당하며 카미유는 티탄즈에 대해 강한 적개심을 품게 된다.

한편, 그린노아에 티탄즈가 비밀리에 제작중인 모빌슈트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에우고는 크와트로 바지나 대위를 그린노아에 침투시킨다. 티탄즈가 개발한 비밀병기 건담 MK II의 존재를 확인한 크와트로. MK II의 시운전을 하던 제리드가 조종미숙으로 지면에 불시착하며 헌병대를 덮치고 혼란한 틈을 노려 카미유는 구금장소를 빠져나와 제리드가 불시착시킨 건담 MK II에 올라탄다. 처음에는 그저 자신을 때린 티탄즈 헌병들에게 복수를 할 목적이었던 카미유는, 크와트로 대위와 조우하면서 엉겁결에 건담 MK II와 함께 에우고로 향하는데...


<소개>

6년만에 방영된 '기동전사 건담(1979)'의 후속작으로, 수많은 논란과 화제를 낳았던 작품. 원작으로부터 7년 뒤의 세계를 다루고 있는 '기동전사 제타 건담(기동전사 Z 건담/1985)'은 7년 사이 무수한 사이드 스토리를 만들어냈던 우주세기의 세계 만큼이나 6년 사이 무수한 제작 비화들이 회자되고 있다. 

건담의 후속편은 이미 '성전사 단바인(1983)'의 방영 중에 논의가 되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전설거신 이데온(1980)'과 '전투메카 자붕글(1982)'을 거쳐 단바인에 이르면서 토미노는 후속 건담에 대한 팬들의 염원, 당시의 로봇물의 프라모델 사업부진에 따른 반다이의 건담 시리즈 재개 요구 등 여러가지 외부적 압력을 받고 있었으며, 그 자신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만한 아이디어가 고갈되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로 인해 83년부터 내부적으로 진행되어가던 후속 건담의 프로젝트는 마침내 84년 2월부터 본격적인 스타트에 들어가게 된다. 이때는 토미노의 '중전기 엘가임(1984)'이 방영을 시작하던 시점이기도 했다.

프로젝트가 겹치면서 Z 건담은 다른 아니메에 비하여 상당히 긴 제작기간을 거치게 된다. 1년짜리 프로젝트였으니 과연 건담 후속작에 걸맞는 대 프로젝트라고나 할까. 게다가 퍼스트 건담을 제작했던 선라이즈의 제1스튜디오가 아닌, 자붕글 이후로 토미노가 둥지를 튼 제2스튜디오가 제작을 맡게 된다. 당시 제 2스튜디오는 엘가임을 제작하던 중으로, 이로 인해 엘가임의 제작에서 토미노의 비중이 축소되면서 작품의 전반적 분위기가 토미노 것과는 많이 달라지게 되었고, Z 건담의 제작은 엘가임과의 이중 작업으로 인해 그 진도가 더딜 수 밖에 없었다.  

1년여의 제작 기간 중 상당기간 공을 들인 것은 바로 메카닉 디자인이었다. 오카와라 쿠니오 혼자서 전담했던 퍼스트와는 달리 Z 건담에는 10명 남짓한 스탭들이 투입되는데, 이는 명실공히 Z 건담이 비즈니스적 기획의도가 십분 반영된 작품이며, 프라모델 사업의 성패를 쥔 작품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특히, 주역메카인 Z 건담의 경우에는 한명의 디자이너가 아닌 여러명의 디자이너들이 서로 아이디어를 내고 의견을 조율하며 만들어낸 디자인으로, 아니메의 메카닉 디자인을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결코 빠지지 않는 걸작 메카닉으로 지금까지 자리하게 된다. 

다만, 복잡한 변형 메커니즘의 도입에 따른 프라모델의 상품화 문제로 인해 초반부의 주역 메카는 퍼스트 건담의 디자인 컨셉을 계승한 건담 MK II가 맡게 된다. 이로 인해 Z 건담은 후반부에 MK II와 극적인 교체를 이루게 되는데, 이는 토미노의 전작 자붕글이나 단바인, 엘가임에 등장한 주역메카의 교체와 동일한 시퀀스이며, 단바인과 엘가임은 Z 건담과 마찬가지로 후반부의 주역기체가 변형기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일련의 과정은 타가하시 료스케 감독에게도 영향을 미쳐 '기갑계 가리안(1984)'에서 그는 가리안에서 합체변형이 가능한 어절트 가리안으로 주역메카를 업그레이드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캐릭터 디자인에서도 파격적인 변화가 눈에 띈다. 건담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일선에서 물러난 체 캐릭터 디자인에만 관여한 것이 그것. 총작화감독 한명이 전체 작화를 조율하지 않고 여러명의 작화감독이 로테이션 형태로 작화를 담당하게 되는데, 특히 토미노 감독의 작품에서 그동안 작화를 맡아오던 또하나의 거물 작화가 코가와 토모노리 대신 그의 제자인 키타즈메 히로유키의 활약이 눈에 띈다 하겠다. 스승인 코가와의 작화기법을 계승하면서, 야스히코의 미형 캐릭터들을 절묘하게 재창조해낸 그의 작화는 퍼스트 건담의 일부 팬들에게는 반감을 사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팬들에게는 큰 인기를 얻게 되었는데, 그로 인해 당시 절정의 인기를 끌던 아니메 잡지 뉴타입의 표지 일러스트의 상당수가 키타즈메의 손에 의해 그려지기도 했다. 키타즈메 외에도 온다 나오유키와 같은 코가와의 제자들이 다수 작화진에 가세하여 전체적인 Z 건담의 형세는 퍼스트의 잔영과 새로운 건담 스타일 사이에 위치하여 야스히코의 스타일을 기반으로 한 혁신에 가까운 모습을 취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에서 압도적인 퀄리티의 2기 오프닝을 그리며 혜성처럼 등장한 우메츠 야스오미의 등장은 또다른 천재 애니메이터의 탄생을 예고하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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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역시 후속작이라고는 하지만 기존의 건담 시리즈와 많은 차별점을 보이고 있다. 전 시리즈의 주인공 아무로가 한참 후에나 등장하며, 또다른 주역인 샤아 아즈나블은 주인공보다 먼저 화면을 장식하지만, 주인공과 같은 편으로 주인공을 보조하는 조역으로 전락한다. 대신 그 자리에는 전편의 아무로보다 더 신경질적이고 히스테릭한 소년 카미유 비단이 주인공을 맡게 된다. 전쟁 드라마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티탄즈와 에우고, 지구연방, 여기에 지온의 잔당 액시즈까지 등장하며 구도는 더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또한 정치이념을 초월하여 거대기업으로 작품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애너하임 일렉트로닉스의 등장까지, 세계관의 구성은 전작보다 더 복잡하고 얽히고 섥힌 인과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아무로와 샤아가 주역이 아닌데다가 로봇물의 수준으로서는 과하게 복잡한 세계관과 갈등관계 등은 Z 건담의 시동에 발목을 걸었다. 평균시청률 6.4%는 퍼스트 건담 수준으로 낮았는데, 퍼스트 건담이 아무런 배경없이 등장한 것임을 감안할 때, Z 건담에 걸었던 팬과 스폰서의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것이라 하겠다. 다만, 프라모델 비즈니스에 있어서는 다른 라인업의 제품보다는 월등한 성적을 보여주었는데, 이러한 프라모델 판매 호조에도 불구하고 반다이 측의 기대치에는 못미쳤다는 소리도 전해지고 있다. 이는 복잡한 변형 메커니즘의 도입과 그로 인해 복잡해진 디테일의 모빌슈트를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제작비 상승으로 인한 마진감소가 원인이라 전해지고 있으며([1] 참조), Z 건담의 모빌슈트들을 원작에 가깝게 묘사하기에는 당시 프라모델 기술력으로는 한계가 있었던 것도 원인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등장하는 수많은 주조역 캐릭터들이 죽어버리는 등, 몰살의 토미노다운 비극적인 결말은 여전하다. 주인공인 카미유가 최종화에서 시로코를 쓰러뜨린 후 자아가 붕괴되면서 폐인이 되어버린다든지, 시리즈 최고의 인기 캐릭터 샤아가 하만 칸의 큐베레이에게 무참히 패배하고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체, 대파된 그의 모빌슈트 백식의 잔해가 떠도는 상태에서 엔딩을 맞이하는 결말은 팬들로서는 충격 그 자체였다. 이는 단순히 비극적인 엔딩을 추구했다기보다는 당시 건담 시리즈에 대한 회의와 스트레스를 토미노 감독이 작품을 통해 풀어낸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도 샤아의 모습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다고도 언급한 바, 최종회에서 생사를 알 수 없이 사라진 샤아의 모습은 건담이라는 세계에서 떠나버리고 싶은 토미노의 바람을 표현한 것은 아닐까.

하지만 실망한 팬들의 분노, 비즈니스적으로 100%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한 반다이의 채근 속에 토미노는 결국 이 작품을 끝으로 건담을 접으려던 애초의 생각을 바꿀 수 밖에 없게 되었다.

☞ <기동전사 Z 건담> 1부: 79년 이후 아니메의 세대교체 by 키웰 (보러가기)
☞ <기동전사 Z 건담> 2부: 퍼스트의 그늘에서 벗어난 작화 Line-up by 키웰 (보러가기)
☞ <기동전사 Z 건담> 3부: 제타에 흐르는 '시대의 눈물' by 키웰 (보러가기)


기동전사 제타 건담 신해석판: 별을 잇는자 (2005) 

ⓒ SOTSU · SUNRISE


<정보>

◈ 원작/감독/각본/총콘티: 토미노 요시유키
◈ 캐릭터 디자인 원안: 야스히코 요시카즈
◈ 캐릭터 작화감독: 온다 나오유키
◈ 메카닉 작화감독: 나카 모리푸미
◈ 작화감독: 무라세 슈코우, 시게타 아츠시, 나카지마 토시히로
◈ 미술감독: 히가시 쥰이치, 카이 마사토시
◈ 음악/노래: 사에구사 시게아키 / Gackt (오프닝, 엔딩 작사/작곡/노래)
◈ 기획/제작: 우치다 켄지 / 요시 타카유키
◈ 제작사: 선라이즈, 스튜디오 지브리 (배경), 가이낙스/매드하우스 (동화)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2005.05.28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건담 시리즈에 대한 짙은 회의와 좌절을 '턴에이 건담(1999)'를 통해 일부분 해소한 토미노는 총집편인 '극장판 턴에이 건담 I 지구광(2002)'과 '극장판 턴에이 건담 II 월광접(2002)'으로 극장까지 다시 건담을 등장시킨다.(다만, 흥행은 대참패) 이는 건담에 대한 토미노의 트라우마가 어느 정도 극복되었음을 의미하며, 동시에 보다 긍정적으로 변화된 그의 작품세계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3년 뒤인 2005년 토미노는 마침내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을 여지없이 작품 속에 표출했던 Z 건담을 달라진 감성에 맞춰 새롭게 해석하는 시도를 선보이니 그것이 바로 기동전사 Z 건담 신해석(신역이라고 대게 부르지만, 좀 일본스러운 표현인 듯 싶어 나름 고쳐보았다.) 3부작이다.

50화에 이르는 방대한 작품이다보니 자연스레 기획은 3부작으로 흘러갔다. 그동안 지지부진 성적을 거두었던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의 극장판인지라 제작비는 충분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전 작품을 신작화로 그리지 않고 구작화를 편집하여 일부 디테일을 수정하면서 신작화를 사이사이 추가하는 형식으로 제작되었다. 사실 구작화라 하더라도 당대 이름난 작화가들이 참여했기에 일부 퀄리티는 최신 TV 시리즈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지만, 열화된 필름 사정으로 인해 선명하지 못한 화질과, 섬세한 캐릭터 디자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퀄리티의 메카닉 작화는 당연히 깔끔하게 그려진 신작화와 비교될 수 밖에 없었으며, 온다 나오유키, 무라세 슈코우, 시게타 아츠시 등으로 새롭게 꾸려진 신작화의 캐릭터 디자인이 구작화와 많은 차이를 드러내는 등 신작화와 구작화 사이의 이질감은 생각 이상으로 크게 도드라졌다.

TV 시리즈의 1화부터 14화까지를 편집한 극장판은 총집편이지만 여러면에서 아쉬움을 보여주었다. 구작화를 사용하는 한계 때문인지 이전 시리즈의 이야기를 그저 축약하기만 하는 단조로운 전개에 그쳤고, 일부 내용 중에서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생략되면서 스토리의 앞뒤가 잘 맞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러닝타임이 95분에 그친 것도 제약사항으로 작용한 듯. 다만, 3부작 중에서는 1부의 이야기가 가장 무리없이 잘 편집되지 않았나 싶다. 특히, 아우도무라를 공격하는 앗시마를 수송기로 저지하고 탈출하는 아무로 레이와, 이를 맞이하는 카미유의 MK II와 샤아의 백식, 그리고 아무로와 샤아의 극적인 재회를 신작화로 그려내면서 감동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1부인 별을 잇는자 편은 토미노의 전작 턴에이 건담 극장판의 흥행참패의 영향으로 인해 역대 건담 극장판의 개봉관수의 반 정도에 불과한 83개의 극장에서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8.6억엔의 수익을 벌어들이며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다.


기동전사 제타 건담 신해석판: 연인들 (2005) 

ⓒ SOTSU · SUNRISE


<정보>

◈ 스탭진: 1편과 동일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2005.10.29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5개월만에 재개된 TV 시리즈의 15화~32화를 편집한 기동전사 Z 건담 신해석판의 극장판 2부. 이제와 돌이켜보면 50화나 되는, 그리고 수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이야기의 진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Z 건담의 경우 100분도 안되는 러닝타임의 3부작 축약은 무리가 있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다. 그나마 신작화로 모두 새로 그린다면 컷의 구성을 새로이 하여 보다 더 유동적인 대처가 가능했으련만, 제작비의 문제로 상당부분이 구작화로 대치되었기에 한계는 더더욱 커졌다. 이러한 이야기 구성의 문제는 신작화와 구작화간의 이질감 차이 이상으로 신해석 극장판의 완성도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되었다.

연인편은 타이틀 그대로 시리즈 최고, 아니 아니메史상 가장 비극적인 히로인 중 한 명인 무라사메 포와 함께 벨토치카 일마, 사라 자비아로프, 레코아 론드, 에마 신 등 Z 건담에 등장하는 수많은 여성들과 남성들의 로맨스를 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15화부터 32화까지의 내용을 98분으로 축약하면서 내용 전개에도 급급한 상황에서 이들의 로맨스를 밀도 있게 묘사하는 것은 구작화를 사용하는 제약 상황을 감안할 때 무척이나 어려운 난제라 하겠다. 연로한 토미노 감독의 나이 또한 이러한 작업들을 세심하게 구성하는데 있어서 또 하나의 한계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쿵푸 팬더의 포와는 전혀 다르다, 잊지말자.)와 카미유의 로맨스가 밀도있게 다루어지지 않은 부분은 이번 2부 최대의 오점으로 보인다. 게다가 원체 이 2부의 이야기 속에는 포우와 카미유의 비극적인 로맨스 외에 벨토치카와 아무로의 에피소드, Z 건담의 등장, 시로코의 활약, 사라 자비아로프와 카츠의 에피소드, 제리드와 마우아의 에피소드, 에우고의 지휘자 브렉스 준장의 죽음과 같은 여러가지 굵직굵직한 에피소드가 다루어지고 있는데, 이로 인해 부제인 연인들이라는 제목과 달리 작품은 사건의 나열에 그치고 있으며, 히로인인 포의 희생이 전반부에 다루어지면서 큰 임팩트를 주는 것에 비해 뒷부분의 전개는 하만과 액시즈의 등장까지 비교적 평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포의 죽음에도 큰 감정적 변화없이 극을 이끌어 가는 카미유의 모습에서는 오히려 연인들이라는 부제가 무색할 정도. 다만, 시리즈의 후반부에 등장하여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는 하만 칸의 포스는 이번 신해석판에서도 명불허전이라 하겠다.

전작의 성공 때문이었는지 개봉관 수를 100여개로 늘려 상영했지만 흥행 수익은 6억엔에 그치며 전편보다 못한 성적을 보였다. 이는 편집된 이야기의 완성도가 기대 이하임을 반증하는 사례라 하겠다.


기동전사 제타 건담 신해석판: 별의 고동은 사랑 (2006) 

ⓒ SOTSU · SUNRISE


<정보>

◈ 스탭진: 1편과 동일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2006.03.04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3부. 33화부터 50화까지를 편집한 내용으로 액시즈의 등장, 티탄즈 집권층의 몰락, 그리고 시로코와 하만과의 최후의 결전 등이 이야기되고 있다. 신작화의 비중이 커져 비주얼 상으로는 좀 더 이질감이 덜했으며, 상당수의 주요 에피소드를 생략하여 이야기의 흐름을 매끄럽게 하였다. 다만, 포의 재등장과 카미유와의 비극적인 이별, 샤아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연설장면, 로자미아 바담의 이야기, 제리드의 최후 등, 상당히 임팩트가 강한 여러 에피소드들이 삭제되면서 결과적으로는 김빠진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3부의 에피소드는 전체적으로 하만 칸이 지배하는 느낌이 강하다. TV 시리즈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보여준 그녀지만 극장판에서는 더더욱 그 포스가 강렬해진 듯. 신작화로 그려지면서 가장 잘 이식된 캐릭터 중 한명이 아닌가 싶다. TV 시리즈에서 강렬한 포스를 자랑하던 시로코는 그 모습이 오히려 쇠퇴된 느낌. 특히 새로운 해석을 통해 그려진 라스트 엔딩에서, 시로코는 Z 건담의 일격에 쓰러지면서 카미유를 폐인으로 만들어 버렸던 원작의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시로코와 함께 샤아의 활약도 더더욱 두드러지지 못했다. 지구권에서의 연설장면도 삭제되었고, 초반부 액시즈와의 조우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지 못한 체 마지막에는 하만 칸에게 고전을 거듭하다가 패퇴하는데, 백식의 잔해를 비춰주며 마무리했던 충격의 TV 시리즈와 달리 이번 극장판에서는 라스트 엔딩을 장식하지 못한다. 다만, 생사가 확인되지 않는 점은 TV 시리즈와 동일하다.

3부의 흥행수익은 2부보다 적은 4.9억엔에 그쳤다. 극장수익 자체로는 기대 이하였으나 신해석판 3부작의 개봉과 발맞춰 등장한 반다이의 신버전 프라모델은 높은 퀄리티로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DVD 등 부가판권의 수입도 나쁘지는 않았다. 이를 통해 TV 시리즈 역시 새롭게 조명을 받는 계기가 되었으며, 결말의 수정으로 인해 후속작인 ZZ 건담의 설정이 부정되었다는 소리에도 불구하고 ZZ 건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또한 사실이라 하겠다.

개인적으로 이번 3부작은 기대에 부응하는 면모와 그 이상으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 되었다. 애초에 TV 시리즈의 종료 후 별도의 총집편 극장판으로 비슷한 시기에 제작되었다면 좋았으련만, 너무도 많은 세월이 흐른 후 등장함으로써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는 안노 감독이 에반게리온을 새롭게 재해석한 극장판을 내놓는 모습과 비교되어 더더욱 씁쓸한데, 에바는 26화의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4부작으로 구성되어 내용 전개상 여유가 있으며, 전체가 신작화로 그려지면서 새로이 묘사될 이야기를 스크린에 완벽하게 이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만약 Z 건담도 그러했다면 비록 팬들이 납득치 못할 결말을 그렸다 하더라도 지금보다는 훨씬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되지는 않았을까 싶다.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Ζガンダム, Wikipedia Japan
[2] 기동전사 Z 건담, 엔하위키 미러
[3] Mobile Suit Zeta Gundam (TV), ANN
[4] Mobile Suit Zeta Gundam: A New Translation (movies), ANN
[5] 다시 흘린 시대의 눈물.. Z 건담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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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TSU · SUNRISE


<스탭>

◈ 감독: 미즈시마 세이지
◈ 각본: 쿠로다 요스케
◈ 제작: 선라이즈


<시놉시스> 

선구자 이오리아 슈헨베르그가 만든 인공지능 베다의 생체단말인 이노베이드 이면서도 그의 의지에 반해 스스로가 인류를 이끌고자 했던 리본즈 알마크가 진정한 이노베이터로 각성한 솔레스탈 비잉의 세츠나 F 세이에이에 의해 격퇴된지 2년 후인 서기 2,314년, 130년 전에 목성으로 떠났던 유인 탐사선 유로파의 잔해가 지구로 접근한다. 거대한 우주선의 지구 추락을 우려한 지구군의 공격에 의해 유로파는 파괴되었지만, 그 파편들은 지구의 곳곳에 흩뿌려지게 된다. 

그러나, 파편이 추락한 주변에서 이상한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자동차와 지하철 등이 무인으로 움직여 사고를 냈던 것. 특히, 이것은 뇌양자파가 일반인들보다 더 높은, 즉 이노베이터로서의 자질을 가진 이들의 주위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솔레스탈 비잉은 이 이상한 현상에 주목, 세츠나와 록온이 지구권으로 돌아가 알렐루야와 소마와 조우하게 된다. 탐사선의 잔해에 붙어 있던 미지의 금속 유기체에 의한 사건임을 파악한 지구 연방정부는 이노베이터의 자질을 가진 이들을 뇌양자파 차단 시설로 급히 옮기고 이 정체불명의 금속체에게 ELS(Extraterrestrial Living metal Shapeshifter)라는 이름을 붙인다. 

한편, 그 시각 목성권에 이변이 발생한다. 목성의 위성 가니메데가 소멸할 정도의 거대한 중력이상이 생기면서 거대한 ELS와 그 군대가 태양계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제 지구 연방과 솔레스탈 비잉은 미지의 생명체와 인류의 존망을 건 사투를 눈앞에 두게 되었는데...


미지의 우주와의 조우, 이노베이터로 각성한 인류의 첫 시련

담 시리즈의 특징이자 정체성이라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의 갈등과 오해, 그리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전쟁과 드라마라 할 수 있습니다. 매번 시리즈가 리부트되고 새로운 건담과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이 기본적인 구도는 바뀌지 않았었죠. 토미노 요시유키가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임했던 턴에이 건담도, 결국은 인간과 인간의 갈등을 테마로 했으며, 새로운 세대의 눈높이에 맞춘 건담 시드 시리즈와 건담 더블오 시리즈 역시 미흡하지만 인간과 인간의 갈등과 드라마를 작품의 축으로 삼았다 하겠습니다. 

2009년 종영되며, 시드 이후 새로운 건담 시리즈로, 우주세기의 그늘을 나름 성공적으로 탈피한 건담 더블오가 2010년에 이르러 새로운 극장판을 공개하게 됩니다. 그것도 총집편 형태가 아닌, 오리지널 극장판으로 말입니다. 이는 91년 개봉되었던 '기동전사 건담 F91(1991)'이후 실로 19년만의 완벽한 오리지널 극장판으로, 더블오 시리즈가 독립된 세계관으로 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왔으며, 동시에 상업적으로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음을 증명하는 하나의 사례라 하겠습니다. 특히, 제타 건담 이후 매번 이루어져 왔던 건담 시리즈의 주역기 교체는 이번 극장판에서도 그대로 이루어져 시즌1과 시즌2에 이어 극장판까지 전 건담 주역기가 교체되면서 프라모델 라인업에 있어서도 만반의 준비를 갖추게 된 것입니다.

19년만에 등장한 오리지널 건담 극장판은 놀랍게도 인간과 인간의 갈등을 다룬 것이 아닌, 인간과 외우주에서 온 이상생명체와의 갈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는 물론 전체 로봇 아니메로 볼 때는 그닥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입니다만, 항상 인간과 인간, 집단과 집단의 갈등을 테마로 내세웠던, 건담의 역사를 뒤돌아보면 상당히 이례적인 이야기라 하겠는데요. (물론, 퍼스트 건담의 최초 기획안은 우주인과의 전쟁을 이야기로 하려 하긴 했지요.) 뉴타입과 시드에 이은 인류의 진화의 테마 이노베이터로 각성을 시작한 인류가 외우주로의 진출을 모색하면서 우연치 않게 미지의 우주생명체와 조우하게 되고, 이를 통해 지구가 아닌 새로운 세상으로 한발을 내딛으려는 인류가 낡은 가치관을 버리고 새로운 가치관을 가진 미래의 존재로 각성하기 위한 첫번째 갈등과 시련을 겪는다라는 주제를, 제작진은 미지의 우주와의 조우라는 소재로 풀어 나가려 했다고 보입니다.


엔터테인먼트와 드라마의 조율에 실패한 19년만의 오리지널 건담 극장판

간형 생명체가 아닌 생체와 비생체에 자유로이 침식이 가능한 금속 유기생명체라는 점에서 더블오에 등장하는 인류의 적 ELS는 위협적이고 대적하기 힘든 존재로 묘사됩니다. 게다가 그 수 역시 지구 연방군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지요. 이는 항상 비슷한 세력을 갖추고 국지적으로 반목과 소요를 거듭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했던 기존의 건담 시리즈와는 다른 전개를 보여줍니다. 압도적인 ELS의 힘 앞에 인류 절멸의 위기에 처한 현실에서 모빌슈트라는 개인용 병기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싸움에 나서는 이야기는 거대한 스케일과 위압감으로 관객을 압도하려 했습니다만, 아쉽게도 풀어나가야할 이야기가 너무 많은나머지 여러 숙제를 안은 체 구멍난 서사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거대한 스케일에, 이제까지 등장한 시리즈의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모두 등장하여 이야기의 한 조각씩을 책임집니다만, 이로 인해 원작을 감상하지 않은 이들은 이야기의 전개를 알 길이 없고, 동시에 2시간이라는 짧은(물론, 극장 아니메로서는 꽤 긴) 러닝타임을 수많은 인물들이 나눠가짐으로 인해 발생하는 필연적인 깊이의 부족은 TV 시리즈에 이어 여전히 서사가 엉성한 더블오의 맹점을 극명하게 드러냅니다. TV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로 무거운 소재를 다룬 방대한 이야기를 짧은 시간에 풀어나가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여러 등장인물들이 각각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려 하니 결국 깊이와 밀도를 모두 상실하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그 결과 위기에서 절정까지는 그럭저럭 얼개를 유지하지만, 세츠나와 퀀터가 등장하여 모든 갈등을 해소하는 절정과 결말에 이르는 부분은 시간에 쫓기듯 부실하고, 결과적으로 직전까지의 전개에 비해 허술하고 허망한 느낌을 줍니다. 뭔가 대단한 여러가지를 잔뜩 풀어넣고 서투르게 중요한 것들만 주섬주섬 해결하게 되는 것이죠.

TV 시리즈에서도 그랬듯이 더블오는 만화영화로서는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루려 했으면서도 드라마 보다는 볼거리에 치중하려하면서 생긴 불협화음을 극장판에서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거기에 너무 많은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극의 흐름을 자꾸 끊어버리고 있지요. 지구연방 소속의 이노베이터 데카르트 대위 같은 경우, 상당히 강렬한 모습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극 중간에 허무하게 퇴장했으며, 몇 컷만 등장해도 되었을법한 사지 크로스로드와 루이스 할레비는 가뜩이나 이야기거리가 많은 극장판의 많은 부분을 침식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지가 극 초반에 관람하는 영화(라 쓰고 용자물이라 읽는다) '솔레스탈 비잉'도 이야기와 그닥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많은 러닝타임을 잡아먹고 있습니다. 이는 명백히 연출 상의 미스라고 부를만 합니다.

거기에 건담 시리즈에서 항상 변하지 않고 등장하는 거대한 레이저 병기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하여 식상함을 안겨주고 있으며, 상상 이상의 스피드로 싸우는 모빌슈트의 모습은 과연 모빌슈트가 필요한 전투일까 싶을 정도로 그저 쏘고 피하고 할 뿐입니다. 일부 팬들의 말마따나 모빌슈트로서의 정체성, 즉 인간형 기동병기 다운 모습이 등장하지 않음으로써 모빌슈트의 매력은 상실되었으며, 그것은 솔레스탈 비잉의 주역 건담 4기도 마찬가지의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오히려 그레함 에이커의 브레이브와 그의 브레이브 편대가 전투기 형태와 MS 형태의 적절한 조합과 연계 전술로 인해 이 작품에서 건담 마이스터들보다 더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군요.

ⓒ SOTSU · SUNRISE



거대한 스케일, 익숙한 전개. 상실된 혁신의 의지

지의 우주인과의 조우는 이미 건담 시리즈와 쌍벽을 이루는 마크로스 시리즈를 통해 끊임없이 다루어져 온 것으로, 특히 더블오 극장판은 그 중에서도 마크로스 시리즈의 84년도 극장판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1984)'와 비교할만 합니다. 많은 등장인물들을 늘어놓지 않고 주요 인물들의 이야기에만 집중하면서 드라마와 로맨스, 볼거리의 균형을 이룬 마크로스 극장판에 비해 더블오 극장판은 너무 많은 등장인물들로 인해 드라마는 빈약하고, 펠트의 로맨스는 애절함이 느껴지지 않으며, MS 전투씬은 자체로서는 현란하고 스피디합니다만, 결말에서는 진부하고 지루하게 전개됩니다. 

형체가 불분명한 압도적인 우주 생명체와의 일전은 곤조의 디지털 TV 로봇물 '반드레드(2000~2001)'을 연상시키는데요. 화끈한 로봇의 액션에서 더블오는 장면장면에서는 10년전의 CG로 완성된 반드레드에 뒤지지는 않습니다만, 서사의 밀도와 짜임새는 오히려 한수 아래의 작품인 반드레드에 비해 부실해 보입니다. 보다 더 높은 관객층을 상정한 듯한 더블오의 이야기가 반드레드의 그것보다 짜임새가 덜한 것은 TV 시리즈로 구성되어 서사의 여유가 생긴 것임을 감안할 때 명백히 더블오의 이야기가 2시간 안에 풀기에는 너무 방대했다는 뜻입니다. 또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제작된 로봇물 중 가장 출중한 완성도와 재미를 보여준 '천원돌파 그렌라간(2007)'의 그것에 비하면 더더욱 세련되지 못합니다. 익숙한 전개 속에 차별화된 볼거리는 그저 현란하게 움직이는 MS의 전투씬 밖에 없었으며, 주인공인 세츠나와 주역기인 퀀터가 미지의 우주생명체와 싸우는 것이 아닌 대화와 소통을 위한 키로 사용되면서 주인공의 활약이 거의 없는 이상한 모양새의 로봇 액션물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로봇물로서 더블오는 지나치게 성숙한 주제의식을 담으려 했던 것이 폐인이라 봅니다. 오히려 반드레드나 그렌라간처럼 압도적인 적을 맞이하여 이노베이터의 힘을 최대한 각성하여 싸우는 세츠나와 솔레스탈 비잉의 모습을 화끈하게 그리는 엔터테인먼트에 치중했으면 더 좋은 완성도와 짜임새를 보여주지 않았을까 합니다. 엔터테인먼트라는 정체성을 가진 체 심오한 드라마와 주제를 연출하려 했습니다만, 연출가의 역량의 부족, 그리고 각본의 허술함은 이러한 두 상반된 요소의 조율에 있어서 실패한 모습을 보였다 하겠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이 작품의 완전한 망작이라 보기에는 그렇습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8억4천만엔의 흥행수입을 올리며 2010년 아니메 흥행랭킹 11위에 오르는 준수한 성적을 보여주었죠. 재미 역시 허술한 짜임새가 거슬리긴 했지만, 극장을 뛰쳐나오거나 모니터를 꺼버릴 정도의 수준은 아닌 것이 사실입니다. 솔직하게 표현하면, 좀 유치하긴 하지만 볼만합니다.

여러 아쉬움 속에서 더블오 시리즈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 듯 합니다. 극장판의 전개로 보아 사이드 스토리를 다룬 스핀오프나 프리퀄 외에 더블오 시리즈의 시퀄이 계속될 여지는 없어 보이는군요. 이야기의 짜임새는 아쉬웠고, 제대로 해명하지 못한 사실들도 많았습니다만, 어찌되었든 가장 깨끗하게 마무리를 지은 시리즈 중 하나라 하겠습니다. 여러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더블오는 새로운 건담 시리즈로서 많은 것을 시도한 작품이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공업 디자인적 컨셉을 도입한 더블오의 MS는 이전까지의 건담 시리즈와는 또다른 매력을 보여주었으며, 미지의 생명체와의 전투를 소재로 하는 등, 새로운 시도들이 인상적이었다 하겠습니다. 이제 건담은 다시 우주세기의 이야기로 바톤이 넘어간 듯 싶지만, 새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건담의 시도는 아직도 멈추지는 않을 듯 싶네요. 그땐 부디 이야기에 있어서도 완성도가 보장된 작품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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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1) 타이틀을 책임지고 있는 건담 더블오는 그 어떤 활약도 하지못한체 타이틀의 의미를 퇴색시키신다는...

덧붙임 2) 엔딩 크레딧이 끝난 뒤에는 무려 이오리아 슈헨베르가가 젋었을 적 모습으로 등장해서 작품의 주제와 테마를 다시 한번 거창한 어조로 설명 해주십니다만, 본편의 서사가 엉망이라 그닥 와닿지는 않습니다.

덧붙임 3) 연극에서 독백을 하듯 자신의 생각을 토해내는 등장인물들은 토미노 요시유키가 처음 만들어낸 씨퀀스로 당시에는 신선하고 극적인 느낌이지만, 30년 가까이 일본 아니메 단골 시퀀스로 자리 잡으면서 이제는 뭔가 극의 리얼리티를 떨어뜨리는 느낌입니다. 뭔가 어설픈 개똥철학을 서로서로 읊조리고 있으니 이야기가 더 유치해지는 듯.  

덧붙임 4) 최초에 ELS와 결전을 벌이는 지구연방합대의 사령관은 김 중장님이랍니다. 멋진 대사를 일어로 날려주시는 걸 보니 제일교포시겠군요. -0-;

덧붙임 5) 퀀터의 진정한 매력은 극장판이 아니라 프라모델로 감상할 수 있을 듯.


<참고 사이트>

[1] 劇場版 機動戦士ガンダム00 -A wakening of the Trailblazer-, Wikipedia Japan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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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노 감독의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 목차>


기동전사 건담 (1979), 機動戦士ガンダム / Mobile Suit Gundam


ⓒ SOTSU · SUNRISE


<정보>

◈ 원작: 야다테 하지메, 토미노 요시유키
◈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아오키 린'이라는 필명으로 주제가 작사)
◈ 각본: 호시야마 히로유키, 마츠자키 켄이치, 아라키 요시히사, 야마모토 유우, 토미노 요시유키
◈ 스토리보드: 토미노 요시유키, 사다미츠 신야, 야마자키 카즈오, 후지와라 료지 外
◈ 연출: 토미노 요시유키, 사다미츠 신야, 후지와라 료지, 코지카 에이키치, 칸다 타케유키
◈ 캐릭터 디자인/총작화감독: 야스히코 요시카즈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
◈ 미술감독: 나카무라 미츠키
◈ 음악/노래: 와타나베 타게오, 마츠야마 유우지 / 이케다 고
◈ 기획/프로듀서: 선라이즈 / 関岡渉, 大熊信行, 渋江靖夫
◈ 제작사: 선라이즈, 나고야 TV, 소츄 에이전시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79.04.07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43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지구인들이 우주에 삶의 터전을 넓히면서 살아가기 시작하며, 서기가 아닌 우주세기를 사용한지 어언 반세기 이상의 세월이 흘렀다. 광활한 우주공간에서 인류는 스페이스 콜로니를 구축하고 이 원통형 거주공간에서 지구와 유사한 환경을 구축하여 살게 되지만, 우주 개척민이라는 지구인들의 차별 속에 스페이스 노이드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지구에 사는 인류인 어스노이드와 달리 참정권과 같은 여러가지 기본적인 권리를 부여받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었다. 이즈음, 지온 줌 다이쿤이라는 사상가는 우주에서 태어난 인류가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 새로운 종으로 진화한다는 뉴타입론에 입각하여 스페이스 노이드의 권리를 외치며 지온공국을 수립하게 된다.

하지만, 지온 줌 다이쿤은 측근이었던 데긴 소도 자비에 의해 암살되고 권력은 자비 가문의 손에 넘어가고 만다. 자비 공왕의 장남 기렌 자비는 곧바로 지온의 독립전쟁을 선포한 다음, 레이더 및 전파병기를 무력화시키는 미노프스키 입자와 일반 병기를 상회하는 기동성을 지닌 인간형 기동병기 모빌슈트 자쿠를 도입하고, 콜로니를 지구에 낙하시키는 과격한 방법을 통해 수적으로 우세에 있던 연방군을 제압하게 된다. 연방군은 뒤늦게 모빌슈트의 위력을 절감하고 V작전을 통해 모빌슈트의 연구개발에 힘쓰지만, 파상적인 지온공군의 공세 앞에 지구마저 침공당하며 열세에 몰리게 된다.

한편, 지구로 진격한 지온군이 낯선 환경 속에 연방군과 고착상태에 놓여있던 우주세기 0079년, 연방군의 모빌슈트 개발계획을 눈치챈 지온의 젊은 전쟁영웅 '붉은 혜성' 샤아 아즈나블 소령은 연방군 세력권인 스페이스 콜로니의 사이드 7으로 3기의 자쿠를 급파하게 된다. 하지만, 호승심에 불탄 지온병사가 수송중이던 연방군의 모빌슈트를 독단으로 공격하면서 사이드 7은 전화의 불길에 휩싸이고 만다. 연방군 모빌슈트 개발계획의 담당자인 템 레이 중령의 아들로 사이드 7에 살고 있던 내성적인 소년 아무로 레이는 피난 중에 지온군의 습격을 받게 되고, 친구인 후라우 보우와 주민들이 포화 속에 고립된 모습을 보는 순간 충동적으로 수송중이던 연방군의 모빌슈트 건담에 올라타게 되는데...


<소개>

리얼로봇이라는 신조어를 등장시킨 최초의 리얼로봇을 표방하는 작품. 이때까지 완구라는 굴레에 갇혀 있던 로봇을 SF라는 관점으로 바라보게 한 작품이며, 동시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로봇 만화영화를 성인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여러가지 현실적이고 다양한 인간 드라마를 보여준 선구적인 작품이다. 물론, 나가하마 타다오에 의해 기존 만화영화보다 수준 높은 드라마를 가진 로봇물이 이미 등장하고 있기는 했으나, 그보다 훨씬 현실적인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 처한 아이들과 수많은 사연을 가진 인물들의 삶과 죽음은 당시 로봇물에 비해 보다 더 높은 연령에 적합한 SF 드라마의 모습이었다.

'무적초인 점보트3(1977)'과 '무적강인 다이탄3(1978)'을 통해 스폰서인 클로버에게 만족할만한 성과를 안겨준 토미노 요시유키는 영화학도였던 자신의 정체성과 특유의 반골기질에 의해 보다 더 현실적이고 치밀한 스토리텔링을 만화영화에 도입하고자 했다. 이는 아마도 너무도 유아적이고 낭만적인 당시 로봇 만화영화의 단순한 전개에 대한 일종의 반감으로 보인다. 이미 나가하마 타다오 밑에서 로봇 만화영화의 성장을 지켜본 토미노는, 로맨틱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나가하마와는 달리, 보다 더 하드하고 비극적인 SF를 추구하고 싶었고, 이러한 비참한 현실 속에서 성장하는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한 것으로 보인다.

정통 SF로 기획된 기동전사 건담은 쥴 베른의 모험소설 '15소년 표류기'와 로버트 A. 하인리히의 SF 소설 '우주의 전사', 그리고 본격 SF 만화영화의 시작을 알린 '우주전함 야마토(1974)'의 컨셉을 활용하여 우주 전쟁 속에 휘말린 소년 소녀들과 모빌슈트라는 인간형 병기, 그리고 스페이스 콜로니로 대표되는 우주세기를 창조하게 된다. 여기에 로봇이라는 요소를 주인공 일행이 움직이는 절대병기라는 개념이 아닌, 수많은 병기 중 하나라는 컨셉으로 접근하게 된다. 물론, 건담은 아직 슈퍼로봇의 잔재를 떨어내지 못하고, 단 1기의 시작품이라는 고유성을 부여받고, 1기로 다수의 모빌슈트를 물리치는 초인적인 활약을 펼치지만, 당시로서는 가장 병기의 모습에 가까운 시도였던 셈이다.

SF적 설정과 함께, 다양하고 현실적인 캐릭터들과 그들의 얽힌 인과관계도 만화영화로서는 일보진전한 컨셉이었다. 이제는 전설이 된 지온군의 에이스 파일럿 샤아 아즈나블은 주인공 아무로 레이를 능가하는 인기 캐릭터로 오랫동안 사랑 받아왔으며, 이 외에도 란 바랄, 가르마 자비, 하몬 랄, 마틸다 중위, 라라아 슨, 류 호세이 등 다양한 인물군상과 그들만의 이야기는 로봇 만화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적 비중을 커지게 했다. 상당수의 팬들이 모빌슈트라는 신개념의 로봇과 치밀하고 방대한 우주세기의 설정에 심취하고 있지만, 건담의 진정한 매력은 로봇 만화영화라는 장르의 한계 속에서 보여준 전쟁 드라마라는 스토리에 있다고 하겠다.

당시의 시청층을 고려하지 않은 이같은 과도한 드라마성과 로봇 만화영화의 전형적인 공식을 깬 건담의 이야기는 첫방 당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거기에 완구판매의 부진까지 겹쳐 건담은 49화를 다 채우지 못한 체, 43화로 종영을 맞게 된다. 하지만, 작품을 열렬히 시청하고 있던 일부 시청자들과 잠재해 있던 건담 팬들의 요청에 의해 시작된 재방송부터 건담은 사회적 현상으로 부활하게 된다. 한 자리수에 불과하던 평균 시청률은 첫번째 재방송에서 가뿐하게 10%를 넘기고 82년도의 재방송에 이르르면 25%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하게 된다.

건담의 뒤늦은 인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점점 크게 번지기 시작했다. 완구 판매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반다이에서 출시한 프라모델은 고연령대의 눈높이에 맞는 작품 컨셉처럼 고연령대의 프라모델 마니아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되며, 건담의 팬들에 의해 시작된 설정 보강작업은 '건담 센츄리'나 'MSV' 등이 나오는 원동력이 되며, 보다 더 건담의 세계를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기폭제로 작용한다. 작품 뿐만 아니라 프라모델과 서적 등으로 미디어 믹스되며 건담은 마침내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건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기동전사 건담 사가' 코너의 첫번째 이야기 '기동전사 건담 (3부작)'을 참고하시길.

☞ 기동전사 건담 (1부) - 건담, 대지에 서다. (보러가기)
☞ 기동전사 건담 (2부) - SF 로봇전쟁 드라마의 서막. (보러가기)
☞ 기동전사 건담 (3부) - 부활하는 하야 거인. 발동, 아니메 세컨드 임팩트! (보러가기)


기동전사 건담 (1981)


ⓒ SOTSU · SUNRISE


<정보>

◈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스탭: TV 시리즈 총집편으로 상세 스탭진은 TV 시리즈와 동일.
◈ 주제가: 타니무라 신지 (작사,작곡) / 야시기타 가진 (노래)
◈ 기획/제작: 이토 마사노리 / 키시모토 요시나리
◈ 제작사: 선라이즈, 소츄에이전시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1.03.14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재방송으로 인해 건담의 인기가 재점화되자 자연스레 극장판의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TV 시리즈를 극장판으로 제작하게 되는 당시의 상당수 작품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건담 역시 자연스레 TV 시리즈의 컷들을 편집한 형태의 작품으로 기획된다. 하지만 총 43화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을 한 편의 극장판으로 압축하기에는 무리가 따랐고, 이로 인해 1화부터 13화까지의 내용만을 압축한 프롤로그 성격의 극장판이 만들어지게 된다. 하지만, 아직 극장판의 성공을 장담하지 못한 제작사측에서는 이번 편의 성공여부를 통해 차기작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이로 인해 후일 3부작이 되는 극장판의 첫번째 편에는 1편이라는 부제는 붙지 않는다.

1편의 상영일인 3월에 앞서 2월 22일에는 신주쿠역에서 특별 이벤트인 '아니메 신세기 선언'이 열리게 된다. 그러나, 일개 만화영화의 이벤트 행사에 무려 만오천여명의 팬들이 몰려들며, 건담의 인기는 마침내 그 실체를 드러내게 된다. 이 자리에는 후일 '중전기 엘가임(1984)'과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의 메카닉 디자이너로, 그리고 '파이브 스타 스토리'의 크리에이터로 명성을 떨치게 되는 선라이즈의 신참 애니메이터 나가노 마모루와 건담에서 라라아의 성우를 맡았던 한 케이코가 샤아와 라라아의 코스튬을 입고 등장하여 팬들의 큰 성원을 얻기도 했다. ([1], [3] 참조) 아니메 신세기 선언이 보여준 건담의 파급력은 만화영화를 넘어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는 후일 오타쿠의 부정적인 측면, 즉 자신의 취미에 과도하게 심취된 나머지 보편적인 사회적 관계를 거부하는 지나치게 맹신적인 팬덤을 양산하게 되는 일본 사회의 한 단면이기도 하지만, 당시로서는 실로 놀라운 기현상이 아닐 수 없었다.


기동전사 건담 II - 슬픈 전사 (1981)


ⓒ SOTSU · SUNRISE


<정보>

◈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스탭: TV 시리즈 총집편으로 상세 스탭진은 TV 시리즈와 동일
◈ 주제가: 아오키 린 (작사) / 이노우에 다이스케 (작곡, 노래)
◈ 제작사: 선라이즈, 소츄에이전시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1.07.11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극장판 1부의 대성공으로 건담 3부작은 온전히 3부작으로 방영이 가능하게 되었다. 당시 TV 시리즈를 감독이 연출한 직후에 총집편 극장판의 경우는 판권을 갖고 있는 방송사와 제작사가 임의로 연출가를 선임하여 편집 방영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미래소년 코난(1978)'의 경우도 방송사인 NHK가 미야자키와의 상의 없이 임의로 편집하여 극장판으로 제작하는 바람에 미야자키가 진노하기도 했는데, 토미노 감독은 이를 염두에 두었는지 애초에 극장판 감독 역시 자신이 맡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게 된다. 이리하여 건담의 극장판은 온전히 토미노 요시유키의 의도대로 편집되어 극장에 상영되었다. 

극장판 2부는 TV 시리즈 16화부터 31화까지를 편집한 작품으로, 코어 부스터와 같은 극장판 오리지널 메카가 등장하는 등, 일부 신작 컷도 눈에 띈다.([3] 참조) 작사가인 아오키 린은 토미노 요시유키의 필명이기도 하다.


기동전사 건담 III - 해후의 우주 (1982)


ⓒ SOTSU · SUNRISE


<정보>

◈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스탭: TV 시리즈 총집편으로 상세 스탭진은 TV 시리즈와 동일
◈ 작화감독: 야스히코 요시카즈
◈ 주제가: 아오키 린 (작사) / 이노우에 다이스케 (작곡, 노래) / 사기쓰 시로 (편곡)
◈ 제작사: 선라이즈, 소츄에이전시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2.03.13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시청률 부진으로 조기종영되었던 TV 시리즈의 이야기를 그린 32화부터 43화까지의 편집판. 병으로 인해 TV 시리즈 후반부에 제작일선에서 물러났던 작화가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TV 시리즈에 사용된 원화를 자신이 일일이 직접 수정하여 그려냄으로써 TV 시리즈의 영상을 기대하여 TV 시리즈를 방영한 뒤 극장을 찾은 건담 팬들에게 깜짝 선물을 안겨주었다. 3편인 해후의 우주편은 극장 아니메의 대표적인 캐쉬 카우라 할 수 있는 도라에몽 극장판 시리즈를 뛰어 넘어 82년도 아니메 흥행랭킹 1위, 전체 극장 흥행랭킹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다.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ガンダム, Wikipedia Japan
[2] Gundam, Wikipedia
[3] 기동전사 건담(機動?士ガンダム) 1981-1982,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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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자쿠의 알파부터 오메가까지를 다룬 오랜만의 로봇대백과(?)

프라 작례집부터 건담 소설과 코믹스에 이르기까지 국내 건프라/건담 마니아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유일의 오아시스 AK 커뮤니케이션즈에서 이번에는 정말 반가운 서적을 하나 출판했습니다. 이름하여 '자쿠 대사전 All about Zaku'.

왜 이 서적이 반가운고 하니 저 옛날 다이나믹 콩콩 대백과 시절의 무판권 로봇 아니메 설정집으로부터 무려 이십수년이 지난 지금, 아니메에 등장한 메카(로봇)에 대한 설정자료집을 서적으로 출간했다는 사실 때문인 것입니다. 그것도 그 옛날과 같은 무판권이 아닌 당당히 판권을 사서 제대로 번역한 책자로 나와줬으니 이 감동은 건담 팬들에게는 특별할 것 같군요. 특히, 로봇 대백과를 알고 있는 올드팬들에게는 더더욱 말입니다.

이번 자쿠대사전은 타카라지마사(寶島社)에서 출시된 'ザク大事典 All about ZAKU'를 번역한 서적으로,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 중에서도 건담의 라이벌로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시리즈의 양대 MS인 자쿠에 대한 이야기만을 전문적으로 다룬, 건담이 등장하지 않는 건담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AK 사장님이 건덕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건담이 등장하지 않은 컨텐츠를 내놓으셨다나 뭐라나... (이거 웃기시려고 자쿠대사전 출시한 걸지도...)

 
표지의 모습입니다. 일러스트는 텐진 히데타카씨의 작품으로, 마크로스 시리즈 프라모델 박스아트로도 유명한 분이죠. 그 외에도 MG 2.0 샤아전용 자쿠 II 라든지, MG 2.0 죠니 라이덴 전용 자쿠 II 고기동형 등의 건프라 박스아트도 그의 작품입니다. 앞선 박스아트들과는 비교하면 표지의 스타일은 약간 느낌이 다르군요.
 
 
 도입부에는 자쿠가 아니메에서 보여준 모습들을 세가지 파트로 나누어서 통계치를 보여줍니다. '자쿠가 당한 기술 Best 10', '자쿠의 용맹한 모습 15연발', '지는 순간 20연발' 등 다양한 자쿠의 모습이 눈길을 끕니다. 특히, 이 자쿠의 여러가지 모습은 퍼스트 건담 한 작품 뿐만 아니라 기동전사 건담 전 시리즈를 통틀어 낸 장면들로 실로 편집진의 오덕 정신(?)을 느낄 수 있다고 하겠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퍼스트 건담의 자쿠 II가 가장 많이 등장한다 하겠습니다.
 
 
캬, 다음 페이지에는 한술 더떠서 건담 전 시리즈의 연표를 자쿠를 초점으로 재조명한 자쿠 흥망성쇠 연표네요. 뭐 놀랍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역시 편집진의 오덕정신에 순간 등골이 오싹... 그나저나 이 연표는 꽤 쓸만합니다. 자쿠의 역사와 시리즈 전체의 역사가 연도별로 정리되어 있어 국내 건담 팬들과 건덕들에겐 좋은 자료가 될 듯.
 
 
자쿠대사전은 총 5장의 챕터와 다수의 특집 페이지, 그리고 특별부록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1장에는 퍼스트 건담 시대인 0079년부터 08소대(0079년), 포켓 속의 전쟁(0080년), 그리고 스타더스트 메모리(0083년)에 이르는 시대(MS IGLOO도 포함)에 등장한 MS-06 자쿠 II를 기본으로 한 다양한 자쿠들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2장에는 그리프스 전쟁(제타 건담)과 제1차 네오지온 항쟁(더블제타 건담), 제2차 네오지온 항쟁(역습의 샤아)에 이르는 시기에 등장한 자쿠의 후계기들에 대한 이야기가 다루어지구요. 3장에는 기동전사 건담 시드와 턴에이 건담 등에 등장한 자쿠들이, 4장에는 자쿠의 일부 파츠가 사용된 여타의 모빌슈트들에 대한 이야기, 5장에는 자쿠의 뒤를 이은 주력 양산기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1장의 자쿠 계보. 다양한 자쿠들이 한 장에 빼곡이 들어찬 뿌듯함이 느껴지는데요. 특이하게도 몇몇 자쿠들은 설정자료가 아닌 스틸 샷으로 등장하는군요. MS-06C나 J는 그렇다쳐도 MS-06K는 설정 일러스트가 있는데 말입니다. 이 밖에 설정 일러스트가 없는 계보들은 모두 MSV에 등장하는 자쿠들로 아쉽게도 이번 대사전에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책 자체가 아니메에 등장한 자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보니 설정 일러스트만 존재하는 MSV 자쿠들은 의도적으로 제외한 것 같군요.
 
 
자쿠 중 가장 유명한 자쿠인 붉은 혜성 샤아 아즈너블의 자쿠 II MS-06S입니다. 메카닉에 관계된 해설 외에도 파일럿과 연계하여 다양한 에피소드와 명장면들을 싣고 있어 딱딱한 느낌의 설정집과는 다른 느낌을 줍니다.
 
 
자쿠 대사전이다보니 다른 MS들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자쿠와 비슷한 외형에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주었던 란 바랄의 구프라든지, 시리즈 중반부와 후반부에 들어 자쿠의 위치를 대신하는 돔과 겔구그는 약간의 페이지를 할애하여 이야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자쿠대사전 All about ZAKU
국내도서>만화
저자 : [우리들이 좋아하는 건담] 편집부
출판 :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2010.10.15
상세보기

뿐만 아니라 같은 양산형이었던 연방군의 MS GM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고 있습니다. 다방면에서 자쿠를 조명하는군요.

 
2장의 자쿠계보. 사실 제타와 더블제타에서 자쿠는 다양하고 매력적인 수많은 MS들에 밀려 빛을 못보게 됩니다. 그나마 더블 제타의 경우에는 평범한 양산기를 넘어서는 강력한 성능의 커스텀기로서 매력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제타에서는 마라사이에 밀렸을 뿐만 아니라 MS 자체로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한 모습이었죠. 그래도 보시는 것처럼 참 다양한 자쿠들이 등장하여 건담 시리즈의 한축이라는 것을 여전히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비운의 자쿠 후계기인 하이잭. 가장 많이 활약하게 되는 초반부에도 그다지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한 체 갈발티 베타와 마라사이 등에게 양산기의 주도권을 넘겨주죠. 마라사이도 자쿠의 후계기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대사전에서는 언급이 안되는군요. 개인적으로 제타 건담 최고의 양산기는 릭 디아스로 꼽고 있습니다만.
 
 
더블제타의 자쿠 III. 자쿠 시리즈를 계승한 정통 자쿠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하이잭에 비해 훨씬 세련된 디자인과 다양한 장비를 내장(스커트의 빔 캐논은 당시로서는 꽤 신선한 컨셉)하는 등,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줬지만 후반부에는 도벤 울프와 같은 기체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게 되지요. 하지만 개량형으로 재등장하면서 파일럿인 마슈마와 함께 후반부에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기도 합니다.
 
 
여기서 잠깐, 아니메에 등장하는 자쿠계열 MS 파일럿 중 유명인사들을 소개하는 페이지가 등자합니다. 붉은 혜성 샤아 아즈나블부터 MS IGLOO의 화이트 오거 앨머 스넬, 08소대의 노리스 팩커드, 시드 시리즈의 이자크 쥴 등 유명 파일럿들이 기술/전략/출세/인망/전공 분야의 수치와 함께 소개됩니다. 재미있게도 이 카탈로그 다음으로는 자쿠에 탔던 조연 파일럿들이 대거 소개되는 챕터가 등장한다는.
 
 
3장에는 건담 시드 시리즈의 쟈프트 주력 양산기 자쿠 워리어를 중심으로 한 비우주세기 건담 시리즈의 자쿠 계열기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제작 도중 메카닉 디자인이 급격히 퍼스트 건담의 메카닉 디자이너 오카와라 쿠니오로 변경되면서 부득이 하게 시드 시리즈의 MS는 대체적으로 좀 성의가 없는 느낌인데요. 이로 인해 F-91이나 V건담에서 선보인 탈 자쿠의 디자인이 다시 자쿠로 원위치하지 않았나 합니다.(물론, 자쿠의 이미지를 이어가려는 상업적인 의도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자쿠와는 좀 다른 디자인을 보여주었던 시드의 양산기 진과 달리 시드 데스티니의 양산기는 이름부터 자쿠 워리어라는 명칭을 사용하며 우주세기의 자쿠를 그대로 오마쥬하게 됩니다.
 
 
호오, 턴에이 건담의 보르자논도 당당히 자쿠대사전에 이름을. 하긴 이름만 제외하고는 자쿠 그 자체지요.
 
 
양산기로서 자쿠와 경쟁했던 즈다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
 

6장에는 자쿠의 자리를 대치한 각 건담 시리즈별 대표 양산기에 대한 소개가 다루어집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더블오 시리즈의 티에렌도 나오는 군요. 개인적으로 티에렌은 비우주세기 시리즈의 양산기 중 가장 멋진 놈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입니다.

전체적으로 자쿠 대사전은 다양한 자쿠 시리즈를 탑승했던 파일럿과 출연했던 작품의 명장면과 매치하여 지루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설정집입니다. 전체적으로 편집 디자인이 좀 난잡하여 가독성이 떨어지는 느낌(확실히 AK가 번역출간한 이제까지의 하비재팬 서적들의 편집디자인에 비해 이쪽은 레벨이 떨어져 보인다는...)이지만, 흥미로운 내용들 때문에 그것이 상쇄되는 느낌이군요. 특히, 마지막 섹션에 기록되어 있는 자쿠 등장 및 격파씬 일람은 모든 건담 시리즈의 에피소드별 등장한 자쿠의 종류와 출현 수, 격파 수, 그리고 간단한 코멘트와 자쿠를 공격한 방법 등을 모두 정리한 그야말로 오덕정신의 집합체라고 할 만한 자료입니다. 서두의 자쿠 연표와 함께 자쿠 마니아들의 내공을 증진하는데 큰 도움이 될지도.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TAKARAJIMASHA / ⓒ SOTSU·SUNRISE / ⓒ SOTSU·SUNRISE·MBS / ⓒ AK 커뮤니케이션즈(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자쿠대사전 - 8점
우리들이 좋아하는 건담 편집부 엮음/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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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간단하면서도 파워풀한 SD 건담 프라모델 가이드


2010년 9월 30일에 발행된 AK 커뮤니케이션즈의 신간, SD 건담 삼국전 프라모델 내비게이션북입니다. SD(Super Deformed)는 2등신의 귀여운 캐릭터형 몸체를 가진 건담들로 아니메와 게임으로 많은 시리즈들이 제작되었으며, 고연령층의 전유물이던 건담을 아동층에게 널리 알린 계기가 된 작품이지요. 특유의 귀여움, 거기에 전국시대나 중국의 삼국지, 중세 판타지 설정들이 가미된 다채로운 세계관으로 원래의 건담 시리즈와는 별개의 매력으로 각광을 받았습니다.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MS들이 병기로서의 모습을 벗어버리고, 장군이나 무사, 기사와 같은 모습으로 재탄생되면서 수많은 프라모델 라인업을 갖고 있기도 한데요. 특히, 다른 프라모델 제품군에 비해 저렴하고 조립이 간단하며, 귀엽고 아기자기한 매력으로 인해 프라모델로서도 많은 사랑을 받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죠.

이번 AK 커뮤니케이션즈의 신간은 TV 시리즈 'SD 건담 삼국전 Brave Battle Warriors'에 등장하는 SD 건담 제품들을 기본으로 하비재팬에서 발간된 동명의 프라모델 가이드북을 번역한 것으로, SD 건프라의 팬들과, 프라모델 입문자들에게 적합한 간단하면서도 있을만한 내용은 다 있는 프라모델 가이드라고 하겠습니다.


목차는 간단합니다. 첫번째 프라모델 가이드는 초급편, 중급편, 상급편으로 나뉘어 간단한 설명이 이루어지고 있구요. 프로모델러들의 SD 건담 작례집, 그리고 SD 건담 삼국전 설정자료집과 카탈로그로 나뉘어집니다. SD 건담스럽게 심플합니다.


특히, 이번 가이드에는 SD 건담 조립에 도움이 될 플라스틱 안전니퍼를 같이 제공하고 있네요. 말그대로 플라스틱 재질이라 SD 건담으로 프라모델에 도전하는 어린이나 여성분들에게도 딱입니다.


조립이 쉽고 간편한 SD 건담이라 이 초급편에서는 일반적인 프라모델 조립 가이드에서 볼 수 있는 조립기술 대신 먹선넣기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먹선 넣기 외에도 건담마커펜을 활용한 부분도색에 대한 설명도 들어가 있어 초급편은 다 만들어진 SD 건담에 일종의 기본적인 마무리 작업을 설명하고 있다고 해야겠습니다.


중급편에 들어가니 여기서 분리한 부품의 게이트 자국을 다듬는 방법이나, 접합선을 없애는 방법과 같은 조립에 대한 가이드가 나오는 군요. 조립 가이드 후에는 캔 스프레이 도색이나 마스킹 방법과 같은 도색강의도 나오니 확실히 중급편다운 기술을 소개하는 듯 합니다.


상급편에 들어가면, 일반 프라모델에서도 상급 기술이라 할 수 있는 퍼티와 프라판을 사용한 제작기술 가이드가 나옵니다. 저가 키트이다보니 SD 건담 제품군은 일부 부품에 비어있는 빈공간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보다 더 정교한 모델로 제작하기 위해서 이러한 빈공간을 메꾸기 위한 상위단계의 기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SD 건담 시리즈는 입문자 뿐만 아니라 이 시리즈를 즐겨 만드는 중급 이상의 모델러들도 있기에 이러한 가이드는 여러가지로 도움이 되는 부분이겠네요.


하비재팬 모델 가이드 북이라면 역시 빠지지 않는 프로모델러들의 작례집. 간단한 키트들이지만 모델러들의 손에 의해 깔끔하고 세련되게 재탄생한 SD 건담들을 볼 수 있습니다. 난이도가 낮은 SD 건담 시리즈들인지라 조금만 연습하면 왠지 모델러들의 작례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이...


서비스 페이지라 할 수 있는 설정자료집. 삼국전에 등장하는 많은 등장인물들의 설정자료와 간단한 설명을 볼 수 있어 이 가이드북을 버라이어티하게 만들어 줍니다. 삼국지의 다양한 무장들이 건담 시리즈에 수많은 MS들과 만나 여러가지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재탄생한 모습들이 인상적이네요. SD 건담 시리즈를 수집하지는 않습니다만, 이 가이드를 보고 나니 왠지 끌립니다. 시험삼아 몇 개 사볼까요.

SD 건담 삼국전 프라모델 내비게이션북은 간단한 작례 가이드와 작례집, 설정자료 등으로 꾸며진 라이트한 프라모델 가이드 북으로, SD 건담의 매력에 빠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프라모델 가이드에 비해 SD 건담 시리즈에 특화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구요. SD 건담 시리즈에 입문하는 분들이나 SD 건담 시리즈 팬들에게는 괜찮은 가이드 북이 되리라 봅니다.

※ 포스트에 촬영된 책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AK Communication (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SD건담 삼국전 프라모델 내비게이션 북 - 8점
Hobby Japan 편집부 엮음/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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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방송으로 부활하는 하얀 거인, 진가를 드러내고 

금에 와서 건담의 첫 방송이 저조했던 원인을 되짚어보면 작품의 완성도면의 문제라기보다는 당시의 시청층에 대해서 제작진 측이 잘못 판단했다고 보는 편이 맞을 듯 싶다. 애초에 드라마틱한 설정과 복잡한 갈등관계가 자리하면서 로봇 액션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아진 것은 고연령층을 대상으로 했음이 분명하다. '우주전함 야마토(1974)' 이후에 고연령층의 아니메 팬 층이 존한다는 것을 인식한 제작진과 토미노 감독은 이들을 타깃으로 삼고 작품을 만들었지만, 문제는 로봇물의 정체성이 원래 저연령층의 전유물이었기에 방영을 시작한 건담을 보고 고연령층의 시청자들은 분명 아동용 로봇물일 것이라는 선입견으로 방영을 거부했을 듯 싶다.

게다가 원 로봇의 시청층인 아이들은 으례 그렇듯 새로운 로봇물이구나 하고 TV 앞에 모여 앉았는데, 왠 사교성 부족하고 멋이라고는 요만큼도 없는 찌질한 소년 주인공이 등장하는데다가 시도 때도 없이 로봇 조종 안하겠다고 응석을 부리고 앉았으니 매회 '합체-전투-위기-필살기-격파'를 반복해오던 당대의 로봇물과는 너무도 다른 흐름에 애시당초 채널을 돌렸을 것이 자명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꾸준히 보아온 일부 고연령대 시청자들과, '붉은 혜성 샤아 아즈나블'이라는 미남자의 등장으로 인해 로봇물임에도 불구하고 열렬한 팬이 되어버린 소녀들은 건담의 종영과 더불어 방송국과 제작사측에 재방송을 강렬히 요청하게 된다. 첫 방영부터가 아닌 방영 중에서야 비로소 건담의 진가를 파악하게 되어 뒤늦게 시청층에 합류한 이들의 경우는 더더욱 재방송을 원했을 터이고, 오프라인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던 당시의 아니메 마니아(요즘같은 인터넷이라는 이기를 꿈도 꿀 수 없었던 당시였다)들은 입소문으로 작품의 진가를 타인에게 전파하며 앞다투어 재방송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다 죽어가던 불씨에 다시금 불이 붙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재방송의 시청층은 바로 토미노 감독과 제작진 측이 애초부터 상정하고 있던 바로 그 연령대의 시청층이었다. 제대로 된 타깃층을 항하여 전파를 탄 건담의 반응은 어떠했겠는가. 그것은 말 그대로 폭발적인 것이었다. 첫 방송 당시 한자리수 시청률에 그쳤던 건담은 첫번째 재방송에서는 10%를 넘기며 뒤늦은 인기를 증명하였고, 완전하게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잡은 82년도의 재방송에서는 25%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였다. 80년 1월 건담의 첫방송이 종영되자마자 서둘러 2월에 '무적로보 트라이더 G7(1980)'을 방영하며, 건담의 실패를 덮어버리려 했던 선라이즈에게도 이것은 분명 예상치 못햇던 일이었을 것이다. 부진을 거듭하다가 예상된 방영횟수도 못채우고 조기종영된 이 괴작(당시의 관점에서는 괴작이었을지도 모른다)이 강렬한 후폭풍을 일으킬지 누가 알았겠는가. 그것은 반년 뒤의 프라모델 열풍과 맞물려 사회적인 현상으로 번지며 마침내 81년 방영된 극장판을 통해 그 진정한 시작을 알리게 된다.

동경에 위치한 반다이 본사 (출처: 위키피디아 재팬)

프라모델, 또다른 신회를 만들어내다

1부에서도 언급했다시피 건담의 스폰서는 완구업체 크로바(클로버)였다. 당시 로봇 아니메는 완구회사와 함께 작품을 기획하고 제작사가 아니메를 만드는 동안, 완구회사는 주역 로봇의 완구를 제작하여 작품의 방영과 함께 로봇 완구를 시장에 내놓는 형태의 시스템을 취하고 있었다. 아니메의 제작비는 스폰서인 완구업체에서 대는 것이었으며, 그에 대한 투자 수익은 판권을 독점한 완구업체의 완구판매를 통해 이루어지는 형태인 것이다. 지금과 같이 DVD부터 각종 캐릭터 상품과 코믹스, 소설과 같은 미디어 믹스의 전개로 상품 루트가 다변화된 것과는 달리 당시의 상품화는 완구업체에 집중되는 단선적인 루트를 갖고 있었고, 때문에 완구업체로서는 시청률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완구의 판매가 중요했다. 실제로 시청률은 저조했으되 완구판매에서는 기대이상의 수익을 올린 작품들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건담은 시청률에도, 완구판매도 모두 실패한 비운의 작품이었다. 콤배틀러 V 이후 정교한 변신 합체 완구로 인해 눈높이가 높아진 아이들에게 별다른 메커니즘이 내장되지 않은 건담 완구는 밋밋하기 그지 없었고, 궁여지책으로 끼워넣은 코어파이터 합체 메커니즘 역시 이전까지의 변신합체 로봇에 비하면 턱없이 심심한 것이었다. 비록 G 아머 시스템에 DX 합체세트까지 등장하면서 조금씩 부진을 만회하기는 했지만, 스폰서 입장에서 건담 완구는 저주에 가까운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작품이 부진에 부진을 거듭하던 중, 선라이즈는 완구판매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건담을 완구가 아닌 프라모델로서 머천다이징하는 방안을 크로바측에 제시하게 된다. 하지만, 이 제안은 크로바에 의해 간단히 거절당하고 만다. 상품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모델을 다른 제품으로 상용화한다는 것이 수지가 맞지않는 비즈니스라고 판단한 듯 싶은데, 이것이 미래의 비즈니스 명운을 좌지우지할 중대한 선택이었음을 그 때의 크로바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건담의 에이전시 업체였던 創通(창통, 일본어로 소츄) 에이전시는 선라이즈와 함께 건담의 저작권을 갖고 있었는데, 선라이즈의 이 사업안을 들고 여러 프라모델 업체에 상품화를 타진하기 시작했다. 로봇완구는 프라모델과는 다른 타깃 시장의 제품으로, 프라모델이 어린이들이 아닌 청소년 이상의 고연령층을 위한 상품이었고, 로봇은 어린이들의 전유물이었던 만큼 상품화 역시 당연히 완구형태로 생각되고 있었다. 하지만, 애초에 고연령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던 건담이기에 상품화 역시 어쩌면 프라모델이 더 적합했을지도 모른다. 뒤늦게서야 선라이즈는 그 사실을 눈치챘던 것일까. 

여러 업체와의 미팅 끝에 마침내 최종 사업자는 우주전함 야마토를 프라모델로 상품화하면서 이제 조금씩 프라모델 업계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던 프라모델 업체 반다이 모형에게로 낙찰되었다. 그리고 건담의 종영 후 반년 정도 지난 후에 마침내 첫번째 건담 프라모델이 시장에 나오게 되니, 재방송으로 인한 뒤늦은 인기와 맞물려 프라모델, 아니 건프라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게 된다. 당대 굴지의 완구회사 크로바와 후발주자 반다이의 운명이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크로바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선라이즈 작품의 로봇들을 완구화하게 되지만, 83년 성전사 단바인의 완구를 끝으로 파산하게 된다)

건담의 뒤늦은 인기점화와 프라모델의 붐 뒤에는 야마토 이후 활성화되기 시작한 아니메 전문잡지들과 일부 마니아들의 힘을 빼놓을 수 없었다. 특히, 월간 OUT에서 출간한 무크지 '건담 센츄리'는 건담 월드에 대대한 세세한 소개와 스탭들과의 인터뷰, 거기에 아니메에서조차 언급되지 않은 각종 설정에 대한 설득력있는 설명으로 마니아들에게 커다란 호평을 얻었으니 그 디테일한 설정은 후일 선라이즈에서조차 이를 인정하고 인용할 정도로 치밀한 것이었다.(모빌슈트의 자세제어 시스템인 AMBAC과 같은 개념이 건담 센츄리에서 등장하게 된다) 건담 센츄리의 발간과 함께 건담의 세계관은 아니메에 존재하지 않는 다양한 설정과 설명이 가해지면서 더더욱 풍성해지고 다양하게 변한다.

거기에 프라모델 라인업의 다양화를 위해 기획된 MSV(모빌슈츠 배리에이션)는 작품에 등장하지 않은 프로토타입의 MS들이 존재한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세세한 설정과 함께 MS 존재의 타당성을 부여하는 작업을 통해 작품의 종영 이후에도 건담의 인기를 (작품과는 별개로) 관성적으로 이어가게 하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MSV를 기반으로 추가 건프라들이 제작되면서 건프라의 생명력은 연장되었고, 팬들은 건담에서 못다한 뒷 이야기의 조각들을 MSV에서 찾아내며 더더욱 건담의 세계에 심취하게 된다. 특히, 일부 파워 모델러들의 경우에는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어 프라모델을 개조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능동적인 참여는 건담 월드를 더더욱 풍성하고 복잡하며, 거대하게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 SUNRISE · SOTSU Agency


아니메 신세기 선언, 마침내 시작된 아니메 세컨드 임팩트

80년에 시작된 엄청난 건담의 인기 후폭풍은 아니메와 아니메 관련 산업 전반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물론, 그 파급력이 본격적인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은 그로부터 몇 년 뒤라고 할 수 있었지만, 적어도 아니메의 시청층이 아이들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그만큼 성숙하고 치밀한 작품관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것, SF 로봇 아니메의 머천다이징 방식이 로봇 완구에만 있지 않다는 여러가지 숙제들이 관계자들에게 주어지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토미노 감독 이하 스탭진들이 애초부터 상업적인 고려없이 오로지 제대로 된 SF 아니메를 만들고 싶은 마음으로 임했던 작품이 이제와서는 가장 성공적인 마케팅 케이스와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시키는 아니메가 되었다는 점이다.

마침내 81년 3월 14일(하얀색의 건담을 위한 것인지 날짜도 화이트데이), TV 시리즈의 초반부를 재편집한 극장판 1부, '기동전사 건담'이 개봉되었다. 특히, 이 극장판의 의의는 이보다 앞선 2월 22일 극장 개봉을 기념하여 개최된 '애니메이션 신세기 선언'에 있었는데, 당시 이 이벤트에 참석하기 위해 모여든 관중의 수는 약 1만 5천명으로, 단순 이벤트 수준의 행사에 이토록 많은 인원이 결집한 것은 마치 5년여전 야마토 극장판을 관람하기 위해 극장 앞에서 길게 줄을 섰던 당시의 상황과 유사한 것이었다. 신세기 선언은 또한 건담의 테마였던 뉴타입처럼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의미하고 있었다. 즉, 당대의 젊은이들이 기성세대와는 다른 가치관을 갖고 그들만의 문화와 아이콘을 갖고 있으며, 그 중의 하나가 아이들의 전유물일 것만 같은 아니메였고, 그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건담이었음을 만천하에 알리는 자리였던 것이다.

극장판 3부작은 대성공이었다. 특히 마지막 3부인 해후의 우주편은 TV 시리즈 후반기에 급작스런 병으로 일선에서 떠났던 불세출의 작화가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돌아와 거의 모든 컷을 다시금 수정하여 신작화로 그려냄으로써 TV 시리즈를 감상하고 극장을 찾았던 수많은 건담 팬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으며, 극장 아니메의 대표적인 캐쉬 카우라 할 수 있는 도라에몽 극장판 시리즈를 뛰어 넘어 82년도 아니메 흥행랭킹 1위, 전체 극장 흥행랭킹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다.

아니메 신세기 선언을 통해 그 존재를 보여준 거대한 팬층(마니아, 혹은 좀더 일본적으로 오타쿠)의 등장은 이후의 아니메가 어떤 형태로 흘러갈지를 암시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앞서 설명한 프라모델을 위시한 다양한 아니메 비즈니스 수단의 등장과 함께 우주전함 야마토 이후 일본 아니메 史를 송두리채 흔들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었다. 후일 역시 90년대 아니메의 지각변동을 일으킨 '신세기 에반게리온(1995)'에서 등장한 거대한 지각변동을 의미하는 임팩트(Impact)라는 현상은 야마토와 에반게리온과 더불어 바로 건담에게 부여하면 가장 적합한 호칭일지도 모른다. 아니메 세컨드 임팩트, 그렇다. 건담에 의해 아니메는 두번째 변혁을 맞이하고 있었다.

ⓒ SUNRISE · SOTSU Agency


에필로그 - 아직도 계속되는 건담의 신화

약, 건담이 재방송되지 못했더라면 어땠을까? 혁신적인 모습과 깊이있는 내러티브에도 불구하고 첫방송에 실패한 이 작품이 그대로 묻혔다면, 아마도 로봇 아니메의 성장은 지금보다는 더디었을 것이다. 로봇물은 여전히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내용으로 제작되고, 80년대 SF 아니메의 폭발적인 성장은 분명히 한템포가 더 늦었을지도 모른다. 불멸의 리얼로봇 아니메로 젊은 아니메 세대가 애니메이터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조차 건담이 없었으면 태어나지 못했을 지도 모르며, 마크로스의 소식을 듣고 대학을 중퇴하고 상경한 안노 히데아키 이하 가이낙스의 핵심인물들도 역시 애니메이터가 되지 않았거나 늦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토미노 감독은 '전설거신 이데온(1980)'의 제작을 포기했을 테고, 그로 인해 90년대 아니메의 또다른 부흥을 일으켰던 에반게리온은 태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건프라는 상품화되지 못했을테고, 반다이는 지금처럼 거대한 회사로 성장하지 못한체 그저 그런 회사로 전락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건담이 모든 아니메의 역사를 대변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건담이 사회적 현상으로 떠오르지 못했더라면 아니메는 그만큼 지금보다는 퇴보한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작품 자체적인 가치와 의의를 넘어서 건담이라는 작품이 후대 아니메와 관련 비즈니스에 끼친 막대한 영향력은 일개 작품의 레벨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반면, 건담이 가져온 혁신은 또다른 편향적인 시각과 가치관을 가져오게 된다. 먼저 SF, 그것도 로봇을 중심으로 80년대 아니메가 과도하게 방향 선회를 하게 된다는 점이다. SF를 향한 아니메의 일관된 사랑으로 인해 수많은 걸작 아니메가 탄생한 것은 분명 좋은 현상이었지만, 소재의 다변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체 SF로 고정된 시각은 결국, 소재고갈과 함께 훗날 아니메의 쇠퇴를 가속화하게 된다. 물론, 중간중간 여러가지 다양한 소재도 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건담으로 인해 시작된 과열된 SF 로봇 아니메의 열기는 이러한 의미 있는 시도들을 크게 부각시키지는 못했다.

프라모델이라는 새로운 상품의 등장으로 인해 건담의 작품으로서의 가치가 위협을 받게 되는 것 역시 내재된 위험요소였다. 분명, 당시의 시점에서는 새롭고 참신한 아이템이었던 로봇 프라모델은 이후 건담 외에는 큰 히트를 일으킬만한 원동력을 찾지 못한 체 건담에게 지나치리만큼 의존하게 되었고, 이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반다이가 건담의 속편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밖에 없는 원인 중 하나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물론, 현재의 반다이는 다양한 수익 다변화와 사업 다각화를 통해 건담의 의존도를 많이 줄였긴 하지만, 80년대 당시 건담은 반다이에게 있어서 하나뿐인 젖줄이었다.)

건담에 지나치리만큼 심취해버린 오타쿠들 역시 건담의 지루한 재생산에 큰 일조를 하게 된다. 특히, 건담에 대한 과도한 애정은 그들로 하여금 그들에 입맛에 맞는 이야기 전개를 제작진 측에 요구하기 시작했고, 새로운 시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그들만의 건담 월드를 만들고 싶어했다. 혁신과 개방의 개념으로 시작했던 건담은 서서히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성격으로 변모했고, 스폰서와 팬들의 과도한 간섭에 의해 크리에이터인 토미노 감독이 자멸하는 결과를 가져오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그러한 영광과 오욕의 역사 속에서도 여전히 건담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상업적인 사정과 과도한 팬덤에 의한 것만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우주세기에 안주하지 않은 체 건담은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간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창조자라 할 수 있는 토미노 감독의 손을 떠난 이후에도 여전히 젊은 세대들에 의해 새로운 항해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심오한 드라마를 버리고 미소녀들이 잔뜩 등장하는 모에 아니메로 변모했다 하더라도, 로봇 아니메를 정통 SF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려 했던 성숙한 시도를 져버리고 슈퍼로봇스러운 모습으로 변모했다 하더라도, 적어도 변화하고 있는 아니메 세대의 트렌드를 반영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계속 변모하고 있는 건담은 신인류라 불리는 뉴타입처럼 진화와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는 점에서 혁신의 여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훗날 건담의 시계가 멈춘다고 하더라도 그 오랜 시간동안의 변혁의 과정을 통해 만화영화는 새로운 틀을 구축하고 발전하리라 기원해본다.


('기동전사 건담(3부) - 부활하는 하얀 거인. 발동, 아니메 세컨드 임팩트!' 끝)

ⓒ SUNRISE · SOTSU Agency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ガンダム, Wikipedia Japan
[2] モビルスーツバリエーション, Wikipedia Japan
[3] ガンダムセンチュリー, Wikipedia Japan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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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 2010 Tony TAKEZAKI / ⓒ SOTSU · SUNRISE / ⓒ 2010 AK 커뮤니케이션즈 (한국어판)

국어판 단행본으로 발매되면서 국내 건담 팬들에게도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 토니 타게자키의 건담 패러디 코믹스, '토니 타게자키의 건담만화 III'이 2010년 8월 30일 출시되었습니다.

☞ 토니 타케자키의 건담만화, 우주세기의 영웅들의 숨겨진 비화(?)를 공개한다! (클릭)

이미 1편 발간시 언급했지만,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그림체를 완벽히 소화해낸 토니 타케자키의 그림체로 인해 패러디 만화이면서도 마치 건담의 사이드 스토리인냥 몰입도가 좋은 것이 토니 타케자키 만화의 장점입니다. 거기에 연방과 지온의 등장인물들이 기상천외하고 엽기적인 개그를 선보이면서, 그 재미를 더하고 있지요.

이번 편은 개인적으로 1편보다 훨씬 더 업그레이드된 재미와 구성으로 더 재미있게 본 느낌입니다. 왠지 토니씨가 연재를 하면서 개그감각이 늘어나는 듯 싶군요. 건프라 사진컷까지 동원하며 많은 컬러 페이지를 삽입했던 2편에 비하면 조금 심심해보일지도 모르지만, 1편보다는 훨씬 많은 3개의 에피소드가 컬러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페이지수는 2편과 비슷하고 1편에 비해서는 얇은 160페이지 정도의 분량입니다만, 개제된 에피소드가 24화에 달하여 19화가 실린 1편이나 16화가 실린 2편에 비해 내용은 더 풍성한 느낌입니다. 

몇가지 에피소드를 살펴보면 먼저 제1화 장미와 황야와 오뎃사의 경우에는 퍼스트 건담에서 엑스트라로 등장했던 한 미소년 병사를 모티브로 하여 그로 인해 화이트베이스의 모든 인물들과 심지어 침투한 란 바랄 이하 지온군 병사, 거기에 검은 삼연성과 마쿠베 소령에 레빌장군까지 모두 미소년가 미중년으로 변모하는 어이없는 시츄에이션을 선보이고 있는데, 마치 모두 미소년 미소녀들만 등장하는 요즘 아니메의 모습과 비슷하여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 2010 Tony TAKEZAKI / ⓒ SOTSU · SUNRISE / ⓒ 2010 AK 커뮤니케이션즈 (한국어판)

모든 등장인물이 꽃미남 꽃중년인 건담은 어떤 느낌일까? 시드나 더블오를 보라.

제2화인 프라우 보우의 야망 편에서는 아무로의 소꿉친구로 실제 건담에서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하는 프라우 보우가 아무로를 대신하여 주인공이 되겠다는 망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마치 변신 마법소녀처럼 속옷차림에서 연방군 군복으로 갈아입고, 여승무원들은 모두 바지를 입지 않은 맨다리로 다니며(앗싸아!), 타이트한 파일럿 슈트 안에는 올누드 차림으로, MS 발진시 느껴지는 G에 신음소리를 내며 괴로워하고, MS가 부서지면 파일럿 슈트도 같이 찢어지는 등 갖가지 응큼한 설정 등이 등장합니다. 이조차도 요즘 아니메에서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여러가지 음흉한 장면들과 비교되는 느낌이군요. (의도한 것은 아닐지 몰라도 이런 설정들은 아니메에서 자주 사용되는 것들이긴 합니다)

ⓒ 2010 Tony TAKEZAKI / ⓒ SOTSU · SUNRISE / ⓒ 2010 AK 커뮤니케이션즈 (한국어판)

뭐라뭐라 했지만, 이런 건담은 한번쯤 보고 싶... 긁적긁적.

토니 타케자키의 건담만화는 일단 이것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색다른 웃음과 마니악한 재미를 선사해 준 작품으로 건담 팬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이 되었을 듯 싶군요. 하지만, 말 그대로 건담 팬들만이 알 수 있는 시츄에이션 개그들, 특히 퍼스트 건담의 장면장면들 패러디한 에피소드가 대부분인지라 퍼스트 건담의 내용을 모르는 분들에게는 웃음 포인트를 잡기가 어려운 작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퍼스트 건담을 아신다면, 이 작품은 그야말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겁니다.

ⓒ 2010 Tony TAKEZAKI / ⓒ SOTSU · SUNRISE / ⓒ 2010 AK 커뮤니케이션즈 (한국어판)

우리는 이런 세이라를 기다리고 있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0 Tony TAKEZAKI / ⓒ SOTSU · SUNRISE / ⓒ 2010 AK 커뮤니케이션즈 (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이미지 스캔시 한국어판 저작권자인 AK 커뮤니케이션즈와 협의 하에 스캔한 것임을 밝혀둡니다.


토니 타케자키의 건담만화 3 - 8점
토니 타케자키 글 그림, 김정규 옮김/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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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 마침내 우주인과 조우하다.


11월 18일에 개봉예정으로 조금씩 그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극장판 건담 더블오 'A Wakening of the Trailblazer'의 일부 내용이 공개되었습니다. 8월 31일자 닛칸 스포츠 21면에 자그맣게 그 내용이 실렸다고 하더군요.

☞ Gundam vs Alien? by Ngee Khiong (클릭)

제목 그대로 우주인과의 전쟁이 다루어질 것 같습니다. 드디어 건담의 세계에 우주인이 등장하는군요, 허허.

벌써부터 올드팬들은 이런 더블오의 전개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로봇과 우주인의 대결하면 슈퍼로봇 아니메에서 익히 사용된 장르이기에 이 상태로라면 리얼로봇이라는 껍데기만 쓰고 있던 요즘의 건담 시리즈들이 본격적으로 슈퍼로봇 장르로 넘어갈 것 같은 모양새라 그런 것 같은데요. 하지만 잘 만들면 황당하지 않은 전개로 기존의 드라마틱한 얼개를 유지하면서 극을 이끌어 나갈 수도 있을 겁니다. 이런 형태의 이야기는 이미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에서 증명된 사례라고 할 수 있죠.

우주인은 많은 SF 아니메에서 그러했듯이 인간형의 우주인이 아닌 자유자재로 형상을 바꿀 수 있는 생명체로 묘사될 것 같습니다. 이 외계생명체가 과연 침략의 목적으로 태양계에 발을 들이고 이를 맞이하여 지구인들이 힘을 합쳐 싸우다가 전력의 열세를 느끼는 순간, 솔레스탈 비잉이 구세주처럼 등장한다... 뭐, 이런 전형적인 시퀀스가 될 지, 아니면 건담 시리즈의 특성답게 좀 더 입체적인 이야기로 전개될지는 두고보아야 하겠습니다.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금속 생명체라는 외계인의 특징으로 미루어보아 이들이 모빌슈츠의 형상으로 모습을 바꾸어 싸울 것 같은 예감도 드는군요.

사실, 이제 인간과 인간의 대립과 갈등을 다루는 건담의 이야기는 꽤 많이 식상해진 느낌입니다. 뉴타입에서 시드로, 다시 이노베이터로 명칭만 바꾸어 등장하는 신인류들의 모습도 그렇고,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반목을 거듭하는 구태의연한 대립관계도 그렇고 말이죠. 원래 더블오 TV 시리즈가 등장했을 때는 뭔가 더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했지만, 어찌보면 극장판에서야 기존 건담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 같군요. 차라리 마크로스와 비슷한 이야기로 애초부터 외계인과의 갈등을 다룬 이야기였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UNRISE · SOTSU Agency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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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뛰어든 소년 소녀들

'무로 레이는 연방군의 기술자인 아버지 템 레이의 극비 프로젝트를 위해 어머니와 헤어지고 지구를 떠나 스페이스 콜로니 사이드 7으로 이주한 평범하고 내성적인 소년이다. 타인과의 교류에 익숙하지 않은 아무로는 연방군의 비밀병기 개발을 위해 항상 집을 비운 아버지 덕에 항상 혼자 지내며 메카닉을 만지는 일에만 몰두하면서 지낸다. 옆집에 사는 소녀 후라우와 스스로 설계한 애완용 로봇 하로만이 친하게 지내는 유일한 친구들.

한편, 지온군이 연방군의 신무기 개발계획을 탐색하기 위해 사이드7에 침투하면서 아무로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전화에 휩싸이고 만다. 피난 중에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본 아무로는, 충동적으로 운반중이던 연방군의 비밀병기 모빌슈트 건담에 탑승하여 익숙하지 않은 조종술로 지온군의 모빌슈트에 맞서게 된다.
'

건담의 첫 스타트는 이전까지의 로봇 아니메들과는 다른 출발을 보여주고 있다. 내성적이고 신경질적인 성격의 소년 주인공 아무로 레이, 게다가 그는 어머니와 오랫동안 떨어져 지냈으며, 일에만 매달리는 아버지 때문에 항상 외톨이인 체로 옆집 소녀만이 유일한 친구인 소년이다. 이런 주인공의 설정은 이제까지 우연하든 우연하지 않든 간에 로봇을 타게 되면서 사명감을 갖게 되는 다른 소년 히어로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주역로봇인 건담 역시 한 과학자의 노력의 결실로 태어난 사유물이나 특정 연구소 혹은 특수부대의 소유물, 또는 미지의 세계나 과거에서 온 불가사의한 유산이었던 그제까지의 로봇들과는 달리 전쟁을 위해 개발한 군의 소유물로 그려지고 있다. 이 군용병기를 우연한 사고로 인해 한 소년이 조종한다는 시작과 그로 인해 소년이 원치않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적군의 습격으로 인해 대다수의 군인들이 죽거나 다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소년들이 전쟁에 가담하는 상황은 아니메로서는 몹시도 현실적인 것이었다. 비록 로봇이 등장하는 만화영화였지만, 그 전개는 이제까지의 로봇 아니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드라마틱하고 현실적인 설정이었던 것이다.

건담이 군 프로젝트의 결과물이고 주인공인 아무로의 아버지가 건담 프로젝트에 참여한 엔지니어라는 사실은 마징가 Z에서 이어져온 '아버지(혹은 할아버지)가 만든 로봇, 조상들의 유산인 로봇을 타고 악과 맞서 싸운다.'라는 설정의 연장인 듯 싶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가지 내포된 의미도 더 있지 않을까 싶은데, '자식을 돌보지 않고 일에만 매진한 부모가 만든 로봇을 우연치 않게 그 자식이 조종하면서 스스로 성장의 도구로 삼는다.'라는 것으로, 기성세대에 대한 반발심을 품은 체 기성 사회에 뛰어든 젊은이가 마침내 그 안에서 스스로 나아갈 길을 찾아낸다라는 뜻으로 해석하면 어떨까 싶다. 이러한 전개는 후일 건담의 후속작인 '기동전사 Z 건담(1985)'에도 그대로 사용되는 설정이며, 아버지와 어머니가 만든 건담 MK II에서 자신이 직접 아이디어를 낸 제타 건담으로 옮겨타는 카미유나 아버지가 만든 건담에서 후일 자신이 직접 설계한 뉴 건담을 타게 되는 아무로의 모습은 성장과 독립이라는 테마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마침내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린 아무로를 포함한 소년과 소녀들은 전쟁의 참상과, 기성 세대들의 불합리함 속에서 갈등하고 성장하게 된다. 내성적인 소년 아무로는 스스로의 처지를 가엽게 여기고 곧잘 신경질을 부리지만, 그것이 곧 어리광이라는 것을 깨달아가기 시작하며, 막 소위에 임관한 새파란 청년 브라이트도 함장이라는 중책 속에서 소년들을 다독이며 혹독한 전투를 수행해가는 과정 속에서 어리숙함을 벗고 어른으로 성장하기 시작한다. 아무로를 보살피는 다정한 소녀 프라우나 얌전한 명문가의 영애 미라이, 지온공국 창시자의 딸로 공국의 반란 속에 신분을 숨긴 체 살아가는 세이라는 어려움 속에서 조용하지만 강인한 여성상을 보여준다. 뺀질거리는 카이와 성실한 하야토 등 다양한 인물군상은 작품의 드라마를 풍성하게 해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서로간의 갈등과 화해 뿐만 아니라 주변인들과의 교감, 나아가서 적과의 교감을 통해 하나의 인간으로 성장하게 된다. 특히 아무로의 경우는 동경하던 여인 마틸다 중위의 희생, 전우이자 든든한 형이었던 류 호세이의 죽음, 거기에 자신의 인생에 크나큰 전기를 마련하는 적장 란바랄의 장렬한 전사, 라이벌인 샤아의 연인이자 같은 뉴타입으로서 공감대를 형성했던 라라아의 죽음 등 셀 수 없는 전우들과 적군의 죽음 속에서 어른으로 성장하게 되는데, 그 과정은 '우주전함 야마토(1974)'나 '은하철도 999(1978)' 등에서 볼 수 있었던 타인의 희생을 통한 삶의 성찰이라는 테마를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건담에서는 이러한 죽음이 교훈을 주는 장치라기보다는 비정한 현실을 깨닫게 하는 장차라는데에서 아이들을 위한 작품이라기 보다는 좀 더 높은 연령층을 상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건담이라는 작품의 세계에서 그려지는 어른들은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삐뚤어진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담고 있는데, 이러한 모습은 마치 방황하는 사춘기의 소년이나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사회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을 표현하는 것과도 같았다. 즉, 교훈을 일깨워주는 과거의 아동용 아니메에서 독립적인 개성과 가치관을 가지려는 청소년들의 생각을 대변한 시각의 전환이 작품에서 행해진 것이다. 죽음과 희생, 그리고 이기적인 어른들의 틈에서 아이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현실을 깨닫고 일어서게 된다.

ⓒ SUNRISE · SOTSU Agency

건담 시리즈에서 특기할만한 점은 바로 여성이다. 그 어느 로봇물보다 여성에 대한 비중이 컸던 이 작품은 주인공이 끊임없이 여성을 동경하고 여성에 의지한다. 가족의 사랑을 받지 못한 외로운 십대의 모성결핍증에서 비롯된 것 같은 이 모습은 이후 토미노 감독의 작품에서 하나의 테마로 자리잡게 된다.


더이상 들러리가 아닌 살아있는 적의 등장, 붉은 혜성

담의 이야기에서 또다른 중요한 또다른 관점은 주인공들이 속해 있는 지구연방군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적군이라고 부를 수 있는 지온공국의 이야기 역시 비슷한 무게를 두고 진행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로봇물이 주인공측의 인물들의 이야기에 많은 비중을 두면서 상대편 측의 이야기에는 소홀했던 반면, 건담은 지온공국의 이야기에 상당한 비중을 쏟으면서 이제까지와는 다른 상대적인 시각을 제공하게 된다.

에피소드 상에서 지온공국의 비중이 높아진 것은 이전처럼 주인공들이 악당을 쳐부수는 로봇물에서의 흔한 전개가 아닌, 사람과 사람의 갈등 속에서 벌어지는 드라마를 의미하고 있었다. 1화에서 사이드 7에 침투한 자쿠의 조종사들이 건담을 탈취하기 위한 호승심을 부리는 것이나 건담의 성능을 보고 경악에 떠는 것 같은 모습은 개성없는 악당 엑스트라가 아닌 하나의 인간적인 모습인 것이다. 이런 장면들은 작품 내내 계속되는데, 지온군이든 연방군이든 이렇게 두려움이나 분노와 같은 다양한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확실히 이전까지는 볼 수 없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건담에서 그 누구보다 인상깊은 상대편 캐릭터는 바로 붉은 혜성이라 불리는 샤아 아즈나블이라는 미남자라고 할 수 있다.

지온공국의 창시자의 아들이었으나 측근인 데긴 소드 쟈비의 배신으로 인해 하루 아침에 집안이 몰락하고 신분을 숨긴체 살아야 했던 캬스발 램 다이쿤(샤아 아즈나블)은 복수를 위해 신분을 숨기고 지온공국의 촉망받는 에이스 파일럿으로 살아간다. 이처럼 주인공과 반대편에 서는 인물의 숨겨진 사연과 내제된 갈등은 작품의 관점을 다양한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친구이자 원수의 아들인 가르마 쟈비를 함정에 빠뜨려 아무로들의 손에 의해 죽게 만들 때 샤아가 보여준 음흉함과 복수의 감정은 오히려 아무로들을 조연급으로 전락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으며, 거기에 가르마를 죽게한 원수를 화이트베이스와 건담의 탓이라 생각한 가르마의 약혼녀 이세리아가 아무로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내용 역시 주인공 위주의 에피소드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방향 전개였던 것이다.

특히, 샤아의 경우는 단순하게 쓰러뜨려야할 적으로서 아무로와 대립하는 것 뿐만 아니라, 파일럿으로서의 개인적인 라이벌 의식(비록 주인공이었지만 일개 파일럿에 불과했던 아무로를 샤아는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 된다는 점 역시 주목할만한 설정이다.), 연인 라라아를 사이에 둔 연적(정확히는 같은 뉴타입으로서 라라아와 공명하는 아무로에 대한 질투)으로서의 갈등처럼 여러 측면에서 대립과 반목을 거듭하게 된다. 즉, 아무로가 샤아의 계속적인 방해 속에 적개심을 키우는 것처럼 샤아 역시 아무로에 의해 여러차례 좌절을 거듭하면서 적의를 키워가는 상대적인 갈등의 양상을 띄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둘의 갈등은 모빌슈트의 격전 중에 아무로에게 당할 위기에 처한 샤아를 대신해 건담의 빔 세이버를 맞고 산화해버리는 라라아의 죽음에 이르러 최고조를 이루게 된다. 아무로가 정의의 편이고 항상 샤아에 의해 좌절과 아픔을 겪는 것 뿐만 아니라 샤아 역시 아무로에 의해 좌절과 슬픔을 겪으면서 복잡한 이해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해를 끼치면서 벌어지는 복잡한 은원관계는 후일 제타 건담의 카미유와 제리드의 관계에서는 더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 애니메이션 인물열전: 아니메의 영원한 페르소나 샤아 아즈나블 (보러가기)

전장이라는 상황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어쩔 수 없이 상처와 아픔을 안겨주는 상황은 아무로와 샤아의 관계에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 화이트베이스를 이탈하여 방황하던 아무로가 지구에서 만난 적장 란 바랄과 그의 부인 하몬 랄의 경우에도 이러한 안타까운 인과관계를 볼 수 있는데, 비록 적장이지만 그에게서 큰 영감을 얻은 아무로가 결국 전장에서 란 바랄을 쓰러뜨리면서 슬픔과 죄책감 속에 한차원 더 성장하는 장면은 드라마틱한 동시에 란 바랄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아무로에게 잘못이 없음을 알고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으로 화이트베이스에 특공을 시도하는 하몬과 화이트베이스와 건담을 구하기 위해 부상을 입은 몸으로 하몬을 막고 스스로를 희생한 류 호세이의 이야기는 가슴 아픈 전장속에서 벌어지는 엇갈리는 인간의 운명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특히, 란 바랄과 하몬의 인물구도는 후일 여러 작품에서 오마쥬되기도 하는데, 대표적으로 선라이즈에서 분사한 본즈의 작품 '교향시편 에우레카 7'에서의 챨스와 레이의 모습을 들 수 있다.)

더이상 적은 생명이나 사고가 없는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주인공처럼 생각하고 갈등하고 화를 내고 겁을 내는 인간인 것이다. 다양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펼쳐내는 건담의 이야기는 분명히 로봇물, 아니 아니메를 성숙한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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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을 가로지르는 엇갈린 운명의 실타래는 만화영화치고는 복잡한 은원관계와 인과관계를 형성하며, 각각의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병기와 로봇 사이의 딜레마

렇게 드라마틱하고 비극적인 이야기와 실로 수많은 사람들의 에피소드와 갈등이 접목되면서 아동 만화영화의 범주를 탈피한 건담이었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슈퍼로봇의 잔재는 여러 면에서 작품의 정체성을 방황하게 하는 요인이었다. 토미노 감독 스스로는 이 작품을 제대로 된 SF 만화영화로 만들고 싶었기에 원래 로봇의 등장 자체를 고려하지 않고 있었지만, 로봇 완구를 판매해야하는 스폰서의 입장에서는 천부당 만부당한 일이기도 했다. 결국 스폰서와 스탭 간의 조율 끝에 탄생한 모빌슈트였지만, 표현 상에서 리얼리티의 파괴를 막을 수는 없었다. 

최초로 이러한 장르(이 당시에는 건담을 리얼로봇이라 부르지 않았다)를 시도한 건담이었기에 참고할 수 있었던 것은 기존의 로봇물일 수 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자연스레 슈퍼로봇스러운 연출을 보여줄 수 밖에 없기도 했다. 빔 라이플과 바주카포와 같은 총기류로 전투를 수행하는 모빌슈트는 일보 진전한 설정이었지만, 건담이 장비한 빔 세이버의 경우에는 명백히 스타워즈의 영향을 받은 설정으로, 병기로서의 로봇과는 거리가 먼 설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애당초 판타지에 가까운 설정인 이 빔 세이버 자체가 제대로 된 SF를 표방한 건담과는 맞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당시 SF에 대한 개념이 그 정도 밖에 발전하지 못했던 환경 탓도 있었으며 또 한편으로는 그만큼 스타워즈의 영향력이 강했음을 입증하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특히, 스타워즈와 블레이드 런너, 그리고 에일리언 시리즈는 일본의 SF 아니메에 있어서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품들로, 수많은 아니메가 이 작품들의 설정을 빌려오기도 했었다.)

애초에 지온공국의 주력기로 등장한 모빌슈트 자쿠는 거의 전 시리즈를 거쳐 아무로와 건담이 상대해야할 모빌슈트로 기획되었지만, 시청률이 지속적으로 추락하자 다양한 적의 등장으로 극의 흥미를 유도하기 위해 여러 종류의 모빌슈트가 등장한 것 역시 슈퍼로봇 장르로의 일부 회귀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없었던 모빌슈트를 급작스럽게 디자인하면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모빌슈트, 또는 병기의 의미가 퇴색된 (슈퍼로봇에서나 봄직스러운) 디자인들이 일부 등장하는 것은 디자인인 측면에서도 슈퍼로봇의 잔재를 떨어내지 못하는 모습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MS들은 후일 수많은 팬들에 의해 제품 형식번호와 설계 배경과 같은 여러가지 의미가 추가되면서 병기로서의 존재의의를 부여받기는 하지만, 일부 모빌아머의 경우는 스토리에 집어넣기 위해 무성의하게 그려진 모습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한계이기도 했다. (특히 기이한 형상을 한 자쿠레로의 경우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오히려 건담이 사회적 현상이 되고난 후에는 이러한 레어한 모빌아머들은 일부 하드코어 마니아들에게 나름의 지지를 받기도 한다.)

병기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절구동부 측면에서 현실감이 떨어지는 메커니즘과 구도를 보여준 것 역시 지금에 와서 보면 리얼로봇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한 측면이었지만, 당대의 현실적인 작화기술을 감안했을 때 79년에 제작된 이 작품에 그 정도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무리한 측면이 있기는 하다. 그 외에도 무중력의 우주공간에서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MS에 대한 이론적인 뒷받침 역시 당시로서는 전무했으며, 이러한 여러 부족함은 후일 제타 건담에 이르러 대부분의 현실성을 확보하게 되기도 한다.

스폰서인 완구업체 크로바의 압박도 병기로서의 로봇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특히, 주역메카로서 상품화를 고려하고 있던 건담에 대한 스폰서의 요구사항은 당시 인기를 끌고 있었던 변신 합체로봇으로서의 기능이었다. 변신 합체라는 컨셉자체가 현실적인 병기의 이미지와 동떨어져 있었던 것이고, 그 때문에 고연령대의 작품을 만들고 싶던 토미노 감독이 애초에 배제한 컨셉이었지만, 첫방의 시청률 추락과 완구판매의 부진이 겹치면서 다급해진 크로바의 압력은 건담에게 이러한 슈퍼로봇의 아이덴티티를 부여시키게 한다. 건담에게 도입되는 코어파이터 시스템은 완구에 변신합체 시스템을 부여하고자 한 스폰서의 아이디어였으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생각했는지, G 아머 시스템을 도입하여 전차나 우주선의 형태로 건담의 일부 파츠를 활용하는 아이디어 등이 제시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짜맞추기식 변신합체 컨셉은 당연히 아이들에게는 먹혀들리가 없었다. 무엇보다 콤배틀러 V나 볼테스 V에서처럼 각 파츠가 또다른 변형을 통해 완벽한 로봇으로 변신합체하는 모습이 아닌, 건담과 G아머의 밋밋한 합체 시스템은 완구적인 가치가 떨어지는 형세였던 것이다.

저연령대를 위한 로봇물을 기대하던 스폰서와 고연령대를 위한 SF 드라마를 상정하던 토미노 감독간의 갈등과 견해차이는 건담에게 있어서 여러 측면에서 기존 로봇물의 범주에 머무를 수 밖에 없는 한계를 보여주었다.

ⓒ SUNRISE · SOTSU Agency



뉴타입의 등장, 그리고 건담의 참패

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던 시청률의 저하와 스폰서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 슈퍼로봇의 잔재는 계속적으로 건담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었다. 특히, 야심차게 등장했던 붉은 혜성 샤아 아즈나블의 경우에는 이러한 시청률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가르마 사후에 등장하지 못하는 불운을 겪기도 한다. 실제,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 샤아를 시리즈에서 배재하고자 하는 논의가 오고가던 중이었지만, 예상 외로 샤아의 퇴장을 반대하는 수많은 팬레터(대부분이 여성팬)가 도착하면서 시리즈 중반에 극적으로 복귀하기도 한다. (이것을 가르마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지고 좌천되었다가 다시 복귀하는 형태로 극의 전개를 부드럽게 이어가게 한 것은 스탭진의 노련미가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샤아의 좌천은 캐릭터의 베이스가 되는 '용자 라이딘(1975)'의 샤킨 왕자의 시리즈 중반 퇴장과 비슷한 원인 때문이었지만, 팬레터의 힘으로 다행히 샤킨의 전철을 밟지는 않았는데, 극중에서나 실제적으로나 건담의 주연급 남자 캐릭터들은 여성들의 비호를 받는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셈이었다.

시청률의 저하를 막기 위해 병기로서의 로봇이라는 이미지를 희석시키면서 다양한 로봇을 출격시켰던 시도 외에 행해졌던 또다른 시도는 바로 뉴타입이라 불리는 신인류의 등장이었다.

극 중에서 이 뉴타입은 보통의 인간이 느낄 수 없는 지각의 한계를 넘어선 인지능력으로 통상보다 빠른 대처력을 보여주는 일종의 초능력이었는데, 이 지각의 한계를 넘어선 이들은 별도의 통신장비 없이도 마치 텔레파시를 주고받듯 서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며, 비록 일면이지만 다가올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신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어찌보면 뉴타입의 등장은 빔 세이버와 함께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제다이의 능력을 연상시키는 측면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즈음의 일본은 초능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던 시기였던터라 이러한 뉴타입의 등장에는 아무래도 여러가지 현실적인 사정이 고려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비록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등장한 설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뉴타입이라는 개념은 다양한 드라마와 새로운 주제를 만들어내는 밑거름이 되었다. 특히, 기존의 올드타입인 인류가 가진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뉴타입의 존재는 '기성세대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의 주인이 되어라'는 청소년들을 향한 토미노 감독의 메시지와 같은 역할을 하였다. 바로 새시대의 주인공인 너희들이 뉴타입이다라는 의미와 같았던 것이다. 또한, 뉴타입으로서 서로 공명하고 시공간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은 전쟁과 미움으로 얼룩진 우주세기의 시대에 있어서 한줄기 광명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뉴타입인 아무로와 끝까지 맞서는 붉은 혜성 샤아 역시 극의 종반에 이르러 뉴타입으로서의 자질을 보이며, 그 역시도 성장하게 되는 점 또한 의미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뉴타입의 이야기는 제타 건담에 이르러서는 강화인간과 그들의 비극으로 진화하며 또다시 새로운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양분이 되기도 한다. (뉴타입의 의미와 그들의 비극은 '기동전사 건담 UC' 1화에서 비스트 재단의 당주인 카디아스 비스트가 소데츠키의 군인인 스베로아 진네만에게 포괄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제껏 당연하듯이 TV 앞에 앉아서 멋진 로봇의 출격을 기다리고 있던 소년들에게 적군을 맞아 멋지게 출격하기는 커녕, 로봇에 안타겠다고 신경질을 부리는 주인공과 얼떨결에 강습용 우주전함의 승조원이 되어버린 어린 소년 소녀들의 모습은 분명 흥미롭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전쟁 드라마적인 전개는 그 때까지의 로봇물이 매회마다 보여주었던 '주인공들의 일상→평화를 위협하는 악당들의 음모→음모를 막기 위해 출격한 주인공과 로봇→악당 로봇과의 사투 그리고 위기→필살기로 마침내 악당을 격파'로 이어지는 로봇물의 공식을 벗어나며 시청자들에게 큰 이질감을 느끼게 하였다. 물론, 요즈음에서야 건담의 전개가 익숙한 이야기 구조일지는 몰라도, 저연령대의 시청자의 비중이 더 높던 당시 아니메의 상황에서는 그 이질감이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 아닌,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비록 뉴타입이라는 개념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향한 청소년의 희망을 제시했지만, 전쟁의 참상과 상처뿐인 승리가 이탈한 시청자들의 마음을 붙잡지는 못했다. 이 와중에 작화감독으로서 작품을 상당 부분을 지탱해가던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병으로 인해 시리즈 후반부터 스탭진에서 제외된 점 역시 라스트 클라이막스의 부담으로 다가왔다. 대내외적인 악조건 속에 스토리는 축소되고 결국 아바오아쿠에서의 결전을 마지막으로 토미노 감독이 표방한 제대로된 SF 아니메를 향한 야심찬 시도는 상처뿐인 실패를 맞이한다. 시청률 참패, 완구판매 부진 등 건담의 끝에는 참담한 결과만이 남게된 것이다. 로봇물에서 SF를 가정한 현실적인 접근, 복잡한 인과관계와 치밀한 세계관이 적용된 전쟁 드라마, 그리고 새시대의 희망과 비전을 제시한 뉴타입의 이야기는 바야흐로 역사 속으로 서서히 묻혀가고 있었다.

('기동전사 건담(2부) - SF 로봇 전쟁 드라마의 서막' 끝. 3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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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ガンダム, Wikipedia Japan
[2] 기동전사 건담 - 제1화 건담 대지에 서다! 外 by 디제, 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UNRISE · SOTSU Agency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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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스탭>

◈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원작: 토미노 요시유키, 야다테 하지메
◈ 제작: 선라이즈


<서문> 

2009년에 30주년을 맞이한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는 이제 아니메를 대표하는 아이콘 중 하나로, 전세계인의 관심을 받는 장르 문화로 성장했습니다. 아니메, 프라모델, 게임, 코믹스, 소설 등 다방면에 걸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그 기나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 이 시리즈는 반다이와 선라이즈에게 막대한 부가가치를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무리한 시리즈 강행으로 인한 수차례의 실패, 크리에이터의 좌절, 팬들의 수많은 질책을 받았던 작품이기도 하지요. 시리즈 자체가 어떻게 보면 아니메의 한축을 지탱하는 역사이자, 작품을 창조해낸 스폰서 반다이, 제작사 선라이즈, 창조자 토미노 요시유키, 야스히코 요시카즈 등의 삶의 기록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본 글은 이런 건담 시리즈의 전반적인 흐름을 연대기 형태로 이야기해보는 건담 연대기의 첫번째 시리즈로서, 퍼스트 건담의 등장배경(과거)과 그 전개(현재), 그리고 파급력(미래)에 대해서 글쓴이의 좁은 소견을 밝혀본 글이 되겠습니다.
 
해당 글을 쓰기에는 너무도 지식이 일천한 관계로 많은 분들의 포스팅과 웹 상의 자료를 참고로 하였으며, 이에 대해 레퍼런스 출처를 밝혔으니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원하시는 분들께서는 해당 레퍼런스를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글은 연대기 형태의 글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경어체가 아닌 반어체로 내용이 진행되오니 읽으시는 분들의 양해를 바랍니다.


레이지버스의 등장과 아니메 세대의 성장

1970년대 중반에 이르러 아니메는 새로운 전기를 맞기 시작한다. 마츠모토 레이지와 니시자키 요시노부의 SF 아니메 '우주전함 야마토(1974)'로부터 시작된 레이지버스(마츠모토 레이지가 창조해낸 세계관과 그 작품을 이르는 명칭)는 '은하철도 999(1978)'에 이르러 정점을 찍으며 아니메의 수준을 한단계 격상시키기에 이르른다. 작품 전반에 이르는 성숙해진 드라마적 전개는 아니메를 시청하던 어린이들이 청소년으로 성장하는 시점에 발 맞추어 그 눈높이를 충족시키면서 상상력과 모험심, 교훈과 재미를 선사하는 아동 만화영화 이상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성숙해진 드라마 외에도 눈길을 끌었던 것은 이전까지의 만화영화에 비해 훨씬 더 치밀해진 설정과 고증이다. 당시의 SF 아니메는 '철인 28호(1963)'를 거쳐 '마징가 Z(1972)', '콤배틀러 V(1976)'로 대표되는 슈퍼로봇 아니메(글에서는 리얼로봇 아니메와의 구분을 위해 슈퍼로봇 아니메로 부르겠음)와 '사이보그 009(1966)'를 거쳐 '갓챠맨(1972)', '캐산(1973)'으로 이어지는 히어로물(여기에는 울트라맨, 가면라이더와 같은 특촬물도 많은 영향을 서로 주고 받았다)로 크게 나뉘어지고 있었는데, 이 모두 과학적인 논리보다는 만화영화적인 관점의 접근방식으로 과학적 근거라는 것이 큰 의의를 가지지 못했던 실정이었다.
 
그러나, 야마토에 이르러 등장한 우주함선이라는 설정은 이전의 SF 아니메가 보여주던 것에 비해 보다 더 과학적인 접근법으로 성장한 청소년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함선 내부의 세심한 디테일, 다시 말해 함교, 조종석, 레이더 관제실, 함포실, 기관부, 의무실 등에 이르는 설정부터 함재기에 이르기까지... 비록 2차대전의 해군 전함이나 군용병기들을 모티브로 삼은 설정이었으나, 그 디테일과 실제성은 기존의 아니메와는 격을 달리한 모습이었던 것이다. 비록 은하철도 999에 이르러서는 기차가 우주를 여행한다는 다소 황당한 설정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레이지버스의 등장은 확실히 기존의 아동용 만화영화보다는 한차원 높은 과학적 설정으로 마침내 '마니아'라는 단어를 아니메에 심어놓기 시작한다. (동시기에 등장했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미래소년 코난' 역시 알렉산더 케이의 '살아남은 사람들'이란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훨씬 구체화되고 논리적인 미래세계와 미래 장비들을 그려냄으로써 성장한 아니메 세대의 눈높이에 맞는 이야기를 그려낸다.)
 
마니아는 단순한 팬을 넘어서 좀 더 해당 장르에 열정적으로 심취한 이들을 뜻한다. 그리고, 이런 열정은 대게 연령대가 높은 이들이 갖게 되는 속성이기도 하다. 즉, 마니아가 생겼다는 것은 아니메의 시청세대가 기존의 (10세 미만) 어린이를 넘어서 10대 청소년에게까지 넓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금의 세대에서야 만화영화를 감상하는 청소년층, 청장년층이 있다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그런 일은 일본에서도 드문 일이었다.) 60년대 후반부터 아니메를 보고 자라 아니메에 익숙해진 아니메 세대가 중,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여전히 아니메를 시청하고 있었고, 레이지버스는 그들의 눈높이에도 맞는 드라마와 과학적 설정으로 마침내 그들을 작품의 마니아로 바꿔놓게 되는 것이다. 이런 마니아의 성장은 79년 방영을 시작하는 한편의 로봇 아니메가 화제작을 넘어 하나의 신세기를 열고, 마침내 문화적 트렌드로 자리잡게 하는 중요한 토양이 된다.

ⓒ 2010 SPACE BATTLESHIP ヤマト製作委員会

2010년에 예정된 야마토 실사 프로젝트 포스터. 아니메史에서 야마토의 위치는 SF 영화史에서 스타워즈에 비견될 만한 것으로, 이 작품을 통해 아니메의 르네상스가 시작되었다 할 수 있다.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 - 로봇도 소년과 같이 성장하다

니메의 변화와 더불어 70년대 중반에 들어 로봇 아니메 장르 역시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다. 이전까지의 로봇 아니메의 전개란 지구를 정복하려는 사악한 악당에 맞서 정의로운 주인공과 그 동료들의 장렬한 전투를 그려낸, 지금으로서는 상당히 단선적인 이야기 공식을 따르고 있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장르인 이상, 그 이상의 갈등 구조를 담아 극을 복잡하게 끌고 갈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도에이와 선라이즈의 합작으로 태어난 '초전자로보 콤배틀러 V(1976)'에 이르러 이 공식은 조금씩 다변화되기 시작하였다.
 
'거인의 별(1968)'과 같은 스포츠 장르의 아니메에서 드라마틱한 연출을 선보였던 나가하마 타다오가 연출을 맡은 콤배틀러 V에서는 악역에게도 사연을 부연하는 좀 더 성숙해진 작품관이 도입된다. 거기에 이전까지의 로봇 아니메의 메카 액션을 한단계 진보시킨 합체 변신과정과 다양한 무기들의 등장으로 마징가를 보고 자랐던 어린이들은 그 이상의 카타르시스를 이 작품에서 찾아내기 시작한다. 아직까지는 과학적 논리에 맞지 않는 설정들이었으나 당시 이런 복잡한 무기 시스템은 실로 센세이셔널한 설정이었던 것이다. 이후 볼테스 V와 투장 다이모스로 이어지는 나가하마 감독의 소위 '낭만로봇 트릴로지'는 명실공히 로봇 아니메를 아니메 최고의 히트 장르로 올려놓기에 이른다.
 
한편, 야마토의 대성공으로 고무된 토에이는 마츠모토 레이지에게도 로봇 아니메를 의뢰하기에 이르는데(선라이즈에 대한 견제의 의미도 있었을 듯 싶다.), 이렇게 하여 등장한  '혹성로봇 당가드 A(1977)'는 비록 레이지의 전작인 야마토나, 도에이의 다른 로봇 아니메에 비해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지만, 마츠모토 레이지의 스타일이 가미된 성숙하고 현실감 있는 전개(완벽한 조종술을 익히기 위해 훈련을 거듭하는 주인공의 일상과 갈등이 작품의 초반 에피소드를 차지)로 이전보다 훨씬 깊어진 로봇 아니메의 접근방식을 보여주었다.
 
반면, 콤배틀러 V보다 1년 먼저 '용자 라이딘(1975)'의 연출을 맡았으나 시청률 저하로 인해 나가하마 감독에게 바톤을 넘겨주고 보조 감독으로 격하되었던 토미노 요시유키 역시 절치부심하여 '무적초인 점보트 3(1977)'를 연출한다. 점보트 3는 이제까지 도에이와 선라이즈의 합작으로 태어난 로봇물과는 달리 선라이즈가 독자적으로 제작한 작품으로, 로봇 아니메의 주도권이 선라이즈로 넘어오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했다. 특히, 이 작품은 흔히들 슈퍼로봇 아니메와 리얼로봇 아니메의 가교역할을 해주는 작품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데, 도무지 어린이들을 위한 로봇 아니메라고는 볼 수 없는 시리어스한 설정과 전쟁의 참혹함,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장렬한 전사로 인해 당시 팬들에게 강렬한 충격을 선사하기에 이른다.
 
주인공 급의 인물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갓챠맨 1기의 콘돌 죠, 플란다스의 개에서 네로와 파트라슈, 그리고 야마토의 오오타 함장의 죽음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으례 커다란 충격과 슬픔을 선사하기 마련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선보이는 등장인물들의 죽음에 성인들도 많은 감정이입이 되는데, 어린이들은 오죽했겠는가. 그것을 토미노는 한 작품에서 주인공을 제외한 다수의 등장인물들을 전사시켜 버리는 파격을 선보였으며, 점보트 3의 엔딩은 악당들을 모두 물리쳐 지구의 위기를 구해낸 주인공의 희열이 아닌, 동료들을 잃고 혼자서 살아남게 된 마지막 생환자의 처절한 슬픔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죽음이라는 키워드가 로봇 아니메라고 불리는 어린이들의 전유물일 것만 같은 작품에 사용되면서 점보트 3는 아이들로 하여금 사회와 현실, 그리고 슬픔과 아픔을 깨달을 수 있게 하는 충격요법과 같은 효과를 주었다. 당시의 정서, 아니 지금의 정서에서 봐도 아동 로봇물에서의 대량학살은 충격요법으로 무마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는 내용이었다. 이건 플란다스의 개에서 네로와 파트라슈가 죽을 때 느낄 수 있는 수준의 슬픔은 결단코 아니었으니까. 어찌보면 당시의 토미노는 로봇 아니메라는 작품을 통해 이미 어른들의 이야기를 그려가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지구를 위해 싸운다는 것이, 로봇을 조종하는 영웅으로 싸운다는 것이 반드시 멋지고 스릴있는 모험만이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달은 순간, 어느덧 아이들은 성장해 있었고, 로봇 역시 성장해 가고 있었다.

ⓒ SUNRISE · SOTSU Agency

슈퍼로봇과 리얼로봇 사이의 가교 역할이자, '몰살의 토미노'의 전조를 알린 '무적초인 점보트 3'.


새로운 시도 - 병기로서의 로봇

보트 3에 이어 '무적강인 다이탄 3(1978)'까지 시청률 사냥에 성공(점보트 3가 성공한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만약, 충격적인 전개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면, - 사실 항의는 많았었다고 전해진다 - 토미노의 재기는 꽤 어려웠을지도 모른다.)한 토미노 요시유키는 세번째 작품에서는 자신의 작품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제작사인 선라이즈 측과 스폰서에게 요청하게 된다. ([3] 참조) 비록, 현재에 이르러서야 마케팅과의 성공적인 융합사례로 손꼽히는 건담 시리즈이지만 초기에는 단순한 크리에이터의 창작 의지가 시초가 된 작품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최근의 건담 시리즈와 초기 건담 시리즈의 태생적 차이점이 자리하게 된다.)
 
건담의 팬들이라면 이제야 많이들 알고 있는 내용이겠지만, 건담의 초기 기획단계는 로봇 아니메가 아닌 SF 우주 전쟁을 테마로 하고 있었다. 그 근간에는 후일 리얼로봇의 태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던, 우주전함 야마토의 잔상이 자리하고 있었는데([1] 참조), 제작사 측에서도 이미 큰 성공을 거둔 야마토의 선례와 이를 통해 전면에 드러난 아니메 세대, 즉 고연령층 아니메 팬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기에 그로 인해 자연스레 야마토의 컨셉이 기획 단계에서 논의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토미노 요시유키와 선라이즈의 기획팀 야다테 하지메는 이 컨셉을 바탕으로 소설 '15소년 표류기'의 이야기 구조를 대입하여 우주 전쟁 속에서 성장하는 소년 소녀들의 모험 이야기를 다룰 생각이었다. 그러나, '거대한 우주 함선에서 프리덤 파이터라는 우주 비행기를 타고 나와 외계인과 싸운다.'라는 설정이 초기 기획안으로 자리잡고 있을 무렵, 스폰서를 맡고 있던 완구업체 클로버가 이의를 제기하게 된다. 스폰서로서 획득한 판권으로 상품화한 로봇 완구의 매출을 비즈니스 로드맵으로 갖고 있던 클로버에게 로봇이 등장하지 않는 작품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투자였던 것이다.
 
로봇을 등장시키고자 하는 클로버의 요구에 대응하여 토미노와 기획팀은 로버트 A. 하인리히의 SF 소설 '우주전사'에 나오는 파워드 슈츠, 즉 장갑복을 입은 병사의 컨셉을 제시하게 된다. (이를 제시한 이는 당시 스튜디오 누에 출신의 SF 작가로 후일 '더티페어'와 '크러셔 죠'를 집필하는 타카치호 하루카였다. [1] 참조) 그러나, 두번째 아이디어도 역시 클로버의 반대에 부딪히고 만다. 파워드 슈츠 역시 그들의 생각하는 로봇과는 거리가 먼 개념으로, 당시 로봇 완구 사업에 편중되어 있던 클로버의 시선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파워드 슈츠와 거대 슈퍼로봇이라는 두 가지 극단적인 의견 사이에서 찾아낸 타협점은 바로 모빌슈트(MS: Mobile Suit)였다. 즉, 기획팀이 제시한 현실적인 병기의 모습과, 스폰서측이 제안한 거대 로봇의 교집합으로 이제까지의 로봇에 비해 훨씬 크기가 작아진 20m가 체 되지 않는 로봇이 디자인된 것이다. 기획팀은 여기에 이르러 소형화가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큰 이 로봇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를 설정으로 부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미노프스키 입자'라는 보이지 않는 물질이었는데, 이 입자는 레이더를 교란하여 전파병기와 전파기기의 사용을 무력화시키는 입자로 이것으로 인해 근거리에서 광학 센서와 육안에 의한 식별 전투가 벌어질 수 밖에 없는 우주시대를 설정한 것이다.
 
☞ 우주항모와 우주전투기로 외계인과 싸우는 설정이나 파워드 슈츠와 같은 초기 기획단계의 개념은 결국, 또다른 걸작 로봇 아니메에 이르러 만개하게 된다. 후일, 기동전사 건담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작이 된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의 설정으로. (물론,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는지의 여부는 글쓴이의 지식 밖의 이야기이다. 다만, 건담과 마크로스 이 두 작품에 모두 스튜디오 누에가 관여하고 있다는 점은 우연이 아닐 듯 싶다.)

미노프스키 입자의 설정은 건담이라 불리는 작품에서 무척이나 중요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 이 정체 불명의 입자에 대한 과학적 근거나 타당성이 아닌, 로봇 간의 전투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한 시도가 기획 단계에서 행해졌다는 것으로서 커다란 의미를 갖는 것이었다. 그것은 이 작품이 이제까지의 SF 아니메와는 달리 '왜?'라는 질문에 나름의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기 위한 시도를 했다는 증거였고, 이전까지의 로봇 아니메와 건담을 구별짓는 중요한 차별요소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된다.
 
MS 디자인은 점보트 3에서부터 선라이즈의 작품에 참여하게 된 타츠노코 프로 출신의 오카와라 쿠니오가 맡았다. 사실, 건담의 디자인은 바로 이 점보트 3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아도 무방한데, 사무라이의 갑옷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이나 라이플을 장비한 로봇이라는 개념은 점보트 3과 겹쳐지는 부분이다. 오카와라는 점보트 3에 이어 무적강인 다이탄 3의 메카닉 디자인을 맡으면서 그 기량을 토미노 감독에게 인정받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에서 '실제 병기에 가까운 이미지로서의 로봇 구현'이라는 토미노 감독이 준 명제가 그의 인생에 커다란 전환점이 되리라는 것은 당시의 그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메카닉 디자이너'라는 전문 분야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최초의 메카닉 디자이너로서 많은 후배 애니메이터들과 팬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게 되는 훗날의 모습을 말이다.

모빌슈트에 영감을 주었던 하인리히의 소설 우주의 전사는 97년 로보캅, 원초적 본능의 폴 버호벤 감독에 의해 SF 블록버스터 '스타쉽 트루퍼스(Starship Troopers)'로 재탄생하게 된다. 하지만, 파워드 슈츠의 개념은 폴 버호벤의 영화보다는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던 블리자드의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테란 해병대에서 더 근접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다.


건담 대지에 서다 - 어른들의 전쟁에 뛰어든 소년과 로봇

차례에 걸친 논의와 협의는 점점 합의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우주전투기와 소년들의 전쟁 이야기를 그릴 이 작품의 가제인 '프리덤 파이터 건보이'는 모빌슈트의 등장으로 인하여 '건보이(Gunboy)+프리덤(Freedom)'의 합성인 건돔(Gundom)을 거쳐 당시 인기를 얻고 있던 남성용 화장품 브랜드 '맨담(Mendam)'의 담(dam)이 추가되어 건담(Gundam)이라는 최종 타이틀로 결정되었다. ([1], [2] 참조)
 
모빌슈트와 미노프스키 입자, 그리고 스페이스 콜로니와 같은 설정 못지 않게 중요했던 것은 등장인물들의 설정이었다. 기획단계에서 논의되었던 15소년 표류기의 컨셉은 그다지 많은 손질이 가해지지 않은 체 작품에 대입되었다. 전쟁의 한가운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뛰어든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는 이제까지의 로봇 아니메와 같이 어느 한 집단이나 국가에 소속되어 있긴 하지만, 집단의 공통된 목표인 적의 타도나 정의의 수호와 같은 목적이 아닌, 우연찮게 휘말린 전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주인공들의 삶과 성장의 이야기로 바뀐다.
 
이것은 이제까지의 전체적인 시점에 비해 상당히 개인적인 레벨의 시점으로 작품의 관점이 바뀌기기 시작하는 전조였는데, 패전 후 경제성장에만 매달리며 국가의 부흥이라는 전체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가져왔던 기성세대 일본인들에 비해 풍요해진 삶으로 인해 개성을 갖게 된 신세대들의 등장과도 맞물리지 않을까 싶다. 동시에 이것은 군대의 상명하복 체제와 같은 기성세대의 보수적인 체제에 대항하는 신세대의 반항정신과 젊음이라는 테마와도 연결된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전에 비해 훨씬 더 생생해진 등장인물들의 이러한 심리와 갈등은 후일 이 작품이 '리얼 로봇'이라 불리게 되는데에 있어 또다른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다. 즉, 리얼이라는 의미가 단순히 병기로서의 로봇이 등장함을 의미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생생한 인간 드라마, 좀 더 현실에 가까운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생각이 작품 속에 드러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나가하마 감독의 낭만 로봇 3부작에서도 이미 시도되었던 상대편의 인물에게도 사연과 당위성을 부여하는 입체적인 인물의 설정은 건담에 이르러서는 훨씬 더 진화된 모습으로 반영된다. 특히, 적국으로 설정된 지온 공국 창시자의 아들로, 아버지를 암살하고 지온 공국의 공왕이 된 데긴 자비와 그의 자식들에게 복수를 다짐하며 신분을 숨긴체 공국의 에이스 파일럿으로 살아가는 '붉은 혜성 샤아 아즈나블'이라는 미남자의 등장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형태의 악역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었다. 거기에 다양한 인물군상이 설정이 붉은 혜성이라는 하나의 인물에 국한되지 않고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많은 등장 인물들에 대입되어, 정말로 살아있는 세계와 같은 인간관계를 이끌어내게 된다. 비로소 주인공들이 살아가는 세계와 사회가 완성된 것이다.
 
캐릭터 디자인은 이미 용자 라이딘부터 선라이즈의 작품들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아온 불세출의 작화가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맡았다. 이러한 히스토리 덕분에 샤아의 디자인은 여러 면에서 라이딘의 프린스 샤킨과 유사한 느낌을 풍긴다. 특히, 젊은 시절 학생운동에 참여했던 야스히코의 전력은 기성 사회에 불만을 품은 주인공의 창조에 꽤 일조를 했다고 보이는데, 단순한 캐릭터 디자인 외에도 스토리 구성이나 콘티 등에도 재능을 보이던 야스히코 였기에 건담이라는 세계와 주인공의 창조에는 토미노 감독 외에 그의 생각도 비공식적으로 상당 부분 반영되었다고 보인다. '토미노(연출, 스토리, 콘티)-야스히코(캐릭터 디자인, 작화감독)-오카와라(메카닉 디자인)'로 구성되는 3인 체제는 건담 월드의 창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핵심 라인업으로 자리잡게 된다.
 
어른들의 이야기가 완성되자 마침내 소년이 일어설 차례가 되었다. 소년은 이제까지의 주인공들과는 다르게 주어진 드라마 속에서 좌절하고 깨달으며, 반항하고 또 적응하며 성장해 갈 것이다. 그것은 주인공인 소년 아무로 레이뿐만이 아니라 그의 라이벌인 샤아, 아무로의 동료들인 전함 화이트베이스의 승무원들, 그리고 아무로가 탑승하게 되는, 이제 막 로봇사에 첫발을 내디딘 건담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79년 4월 7일, 건담은 마침내 대지에 서게 된다.

('기동전사 건담(1부) - 건담, 대지에 서다' 끝. 2부에 계속)

ⓒ SUNRISE · SOTSU Agency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ガンダム, Wikipedia Japan
[2] Gundam, Wikipedia
[3] 기동전사 건담(機動?士ガンダム) 1981-1982,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UNRISE · SOTSU Agency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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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에 대한 경쟁심, 또다른 명작의 탄생으로 이어지다.

ⓒ SUNRISE · SOTSU Agency


이들 아시다시피(아, 물론 일본 만화영화 팬들에게만 한정해서입니다만) 79년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과 선라이즈가 만들어낸 '기동전사 건담'은 첫방영시는 비록 저조했었지만, 재방송과 3부작 극장판 개봉 등을 통해 '리얼로봇'이라는 새로운 스타일의 로봇장르를 아니메史에 등장시키면서 일약 하나의 신드롬을 형성하기에 이르릅니다. 기동전사와 뉴타입의 포스가 어찌나 강력했던지 70년대 후반을 강타하며 아니메의 첫번째 르네상스를 가져오게 했던 마츠모토 레이지의 작품(야마토, 은하철도 999, 캡틴 하록, 천년여왕 등등)들을 완전히 잊혀져 버리게 할 정도의 위력이었던 것이죠.

게다가 당시 로봇 아니메에 있어서 토미노 감독에 버금, 아니 경험적인 면에서는 토미노 감독을 능가하고 있던 낭만로봇 3부작의 대가 나가하마 타다오 감독이 별세하면서 시대는 그야말로 리얼로봇의 시대로 접어들기 직전에 있었던 것입니다. 이는 동시에 선라이즈의 시대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동시에 반다이의 시대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구요.) 하여간에, 선라이즈의 앞길에 회사 이름처럼 마냥 태양이 떠있을 것만 같았던 그즈음, 한 정체불명의 작품이 등장하는 것이었던 겁니다.

그것은 대파란이었습니다. 기동전사 건담을 뛰어넘는 보다 더 현실적이고 드라마틱한 설정, 즉 익히 알고 있는 전투기가 로봇으로 변형하는 현실적이면서도 놀라운 디자인 컨셉, 게다가 인간형, 이족보행형 전투기, 전투기의 3단 형태로 변신하는 완구로서의 매력적인 상업적 가치, 거대한 로봇으로 변신하는 1200m급의 우주 항모와 멋드러진 SF 설정들, 발랄한 소녀가 아이돌 가수로 성장하는 성공 스토리를 담은 당시 아니메에서는 보기 드문 트렌디 드라마적 설정, 남자 주인공과 두 여자 주인공 사이에서 벌어지는 밀고 당기는 삼각 로맨스까지...

선라이즈 외에 이 정도의 드라마틱하고 현실적인 모습의 SF 아니메를 만들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그즈음 태어난 이 작품은 바로 도에이 동화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관록의 제작사 타츠노코 프로덕션의 지휘 하에, 기동전사 건담의 SF 설정에 일부 참여하면서 이미 아니메 업계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기 시작한 창작집단 스튜디오 누에와, 작품의 원안과 주역 메카인 발키리를 디자인해낸 신예 카와모리 쇼지(스토리 원안, 공동감독, 메카닉 디자인), 히라노 토시키(캐릭터 작화감독), 하루히코 미키모토(캐릭터 디자인), 이타노 이치로(액션 작화감독) 등 젊고 실력있는 신예 크리에이터들과 노장 이시구로 노부로 감독이 함께 만들어낸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 였습니다.

ⓒ Big West


이 작품은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기동전사 건담 이후 리얼로봇의 흐름은 '전설거신 이데온(1980)', '태양의 어금니 더그람(1981)'과 같은 작품을 통해 선라이즈에서 계속되고 있긴 했으나, 여전히 로봇 아니메 전체적인 흐름을 좌지우지할 정도는 되지 못한 체 건담에만 머물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오히려 리얼로봇으로 인해 시작된 드라마틱하고 심도 있는 설정이 기존의 슈퍼로봇 아니메에 도입되며 전반적으로 로봇 아니메는 변화의 과도기에 서있었던 시기였었죠. 그러나, 이 마크로스로 인해 이제 흐름은 리얼로봇으로 완전히 뒤바뀌게 됩니다. 건담에서 시작된(실제로는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이지만) 리얼로봇의 도화선은 선라이즈의 작품이 아닌 이 마크로스로 인해 새로운 전기를 맡게 되었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선라이즈 역시 큰 자극을 받았을 겁니다. 그로부터 마치 마크로스를 향한 반격이라도 하듯이 '전투메카 자붕글(1982)', '성전사 단바인(1983)', '장갑기병 보톰즈(1983)', '은하표류 바이팜(1983)', '중전기 엘가임(1984)', '거신 고그(1984)',  '기갑계 가리안(1984)', '기동전사 Z 건담(1985)', '푸른유성 SPT 레이즈너(1985)', '기동전사 ZZ 건담(1986)', '기갑전기 드라고나(1987)'에 이르는 그야말로 리얼로봇의 쓰나미가 몰려오는 것이죠. ('전투메카 자붕글&태양의 어금니 더그람 1983' by 캡슐 참조) 거기에 리얼로봇물은 아니지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더티페어(1985)'같은 SF 미소녀 액션물까지 포함하면 엄청날 따름입니다.

ⓒ SUNRISE · SOTSU Agency (일부는 틀릴 수도 있음)

82년부터 87년까지 시작된 선라이즈의 아니메 쓰나미

마크로스 방영 직후인 83년도와 84년도에 이 12개의 작품 중 무려 반 이상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선라이즈의 마크로스 견제를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이 작품들은 완성도 면에서도 모두 마크로스에 버금가거나 그 이상인 작품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선라이즈의 양적 질적 내공을 가늠할 수 있는 한 단면이기도 하구요. 어떤 면에서는 이러한 선라이즈의 오버히트가 80년대 후반부 일본경제의 버블 붕괴와 그에 따른 아니메 침체기와 맞물려 리얼로봇 아니메의 생명이 사그러드는 결과를 가져온 하나의 원인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만, 하여간 엄청난 대공세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하지만, 로봇 아니메의 메카 선라이즈를 향한 공세는 마크로스에서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80년대 후반부부터 일본 경제의 거품이 꺼지고,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 만들어낸 초대작 아니메들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제작여건이 급도로 악화되기 시작하자 아니메 업계 역시 긴 침체의 늪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특히 80년대의 거의 대부분의 흐름을 좌지우지 했던 SF 장르, 특히 로봇 장르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지요. 리얼로봇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토미노 감독의 차기 건담 시리즈가 모두 흥행에 참패하면서 리얼로봇과 로봇 아니메는 이제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쓸쓸히 퇴장하려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95년, 또 하나의 괴물같은 작품이 등장하고야 맙니다. 케이블과 각종 장비를 통해 제한된 구역에서 에너지 공급이 가능한 상태에서만 운용 가능한 거대 생체병기라는 적절한 리얼리티, 바이오메카니즘과 특촬물의 절묘한 결합,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내성적이고 소심하며 비관적인 소년이 조금씩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성장해 가는 드라마적 구도, 종교적 신비주의를 적절히 혼합시킨 거대한 스케일의 미스테리, 그리고 매력적이고 다양한 미소녀들의 등장...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복합적인 요소들을 하나로 통합하여 만들어진 이 기괴한 작품은 하나의 신드롬까지 형성시키면서 일본 만화영화계를 평정하고야 맙니다.

일개 오타쿠 집단에서 시작하여 '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1987)', '건버스터(1989)',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1990)'로 화제를 몰고 왔던 신생 제작사 가이낙스와 안노 히데아키 감독이 만들어낸 '신세기 에반게리온(1995)'이 바로 그것이었던 것입니다.

© GAINAX / PROJECT EVA / TX


지속적인 건담 시리즈의 실패와 로봇 아니메의 침체기 속에서도 용자물 등으로 로봇 장르에서 여전히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던 선라이즈는 경악하고 말았습니다. 공식석상에서는 오히려 '좋은 자극이 되었다'라는 신사적인 표현을 썼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아마 속으로는 칼을 갈고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바로, 10여년전과 마찬가지로 선라이즈의 엄청난 역공이 시작됩니다.

그것은 말 그대로 파상공세였습니다. '신기동전기 건담 윙(1995)', '기동신세기 건담 X(1996)', '기동전사 건담 MS 08소대 (1996)', '천공의 에스카플로네(1996)', '용자지령 다그온(1996)', '용자왕 가오가이가(1997)', '초마신영웅전 와타루(1997)', '사이버 포뮬러 사가/신(1996/1998)', '브레인 파워드(1998)', '카우보이 비밥(1998)', '가사라키(1998)', '턴에이 건담(1999)', '무한의 리바이어스(1999)', '빅오(1999)', '아르젠토 소마(2000)', '이누야샤(2000)'에 이르는(물론, 이 작품 외에도 좀 더 있습니다만... 일일이 쓰기에도 힘들 정도로 많네요.) 5년에 걸친 장대한 선라이즈 빅 웨이브가 만화영화계를 강타했던 것입니다.

ⓒ SUNRISE · SOTSU Agency (일부는 틀릴 수도 있음)

95년부터 2000년까지 시작된 선라이즈의 아니메 쓰나미


당시 방영되었던 선라이즈의 상당수 작품들은 10여년전과 마찬가지로 굉장히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었는데요. 안타까운 것은 이 파상공세와 함께 다양한 장르를 통해 일련의 실험을 거친 선라이즈가 이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는지 이후에는 상업적 기획의도에 굉장히 충실한 작품들만 속속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향은 선라이즈에서 일단의 크리에이터들이 '본즈'라는 제작사로 독립한 뒤에는 더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듯 합니다. 그리고, 선라이즈의 파상공세와 함께 아니메 시장은 21세기 들어 양적으로 급격하게 팽창하게 됨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들 아시다시피 상업적 양산작품들이 대거 등장하기에 이르르지요.

물론 만화영화, 특히 일본 아니메에 있어서 반드시 로봇 아니메가 주도권을 쥐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만, 로봇으로 인해 시작된 여러가지 가치 있는 상상들이 미래의 실현가능한 기술을 꿈꾸게 한다는 점에서 SF 혹은 로봇 아니메의 가치는 남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먼옛날의 전설처럼 되어버린 마크로스와 선라이즈의 파상공세, 그리고 에반게리온과 선라이즈의 역습과 같은 현상은 2000년대에 들어서는 아쉽게도 재현되지 못했지요. 물론,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가이낙스의 2007년작 '천원돌파 그렌라간'은 과거 로봇 아니메의 향수를 느끼기에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마크로스 탄생 25주년 기념작 마크로스 프론티어, 신세대 건담의 힘을 보여준 기동전사 건담 더블오 시리즈와 건담 30주년을 기념한 기동전사 건담 UC의 시동, 그리고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에반게리온 신극장판은 여전히 로봇 아니메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기동전사 건담이나 마크로스, 그리고 에반게리온과 같이 아니메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어버릴 마스터피스가 나오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기대감을 넘어 이제는 조금 안타까운 느낌입니다.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낼 걸작의 탄생은 아직 이른 이야기일까요? 어쩌면 그것은 로봇 아니메가 아닌 다른 새로운 장르의 시대를 예고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2000년대를 지나 2010년대가 열린 지금, 새로운 아니메의 시대가 시작하기를 기대해 보아도 될까요.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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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록 작은 스케일이었지만 더 나은 모습을 기대하며...

☞ 이 글은 제14회 SICAF 행사 / 건담 엑스포 참관기 (1부)에 이은 글입니다.


건담 엑스포는 크게 입구 겸 더블오 관련 섹션, SD 건담 섹션, MG/HG/신제품 및 모델러들의 작례 전시 섹션, 그리고 건프라 만들어보기 및 제품판매 섹션의 4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좁은 전시 공간에 이것저것 설치되어 있어 비좁고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인데요. 비록 적은 공간이지만 나름 공을 들인 국내 모델러들의 작례들이 소개되어 있어 부족한 컨텐츠를 채워주는 느낌입니다. 위의 사진은 PG 스트라이크 건담에 MS 케이지를 자작한 작례가 되겠습니다.


PG 스트라이크 건담에 자작한 I.W.S.P를 장착한 작례. 아시겠지만, 1:60의 대형 스케일에 저런 부속장비를 자작하는 것은 우주인급의 모델러라고 할만하겠죠. 앞선 PG 스트라이크와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포켓볼을 연상시키는 색상의 HG 앗가이 작례. 독특한 아이디어로 관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습니다.


PG 퍼스트 건담을 리얼 컬러 버전으로 개조한 작례. 컬러링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디테일을 수정한 멋진 작례입니다.


MG 페담 배리에이션. 리얼컬러부터 아니메 컬러, 풀 아머 컬러, G3 컬러까지 전시되어 있습니다. 퍼스트 건담은 특히 여러 배리에이션으로 보유하고 싶은 킷 중의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양산형의 멋을 보여준 MG 짐 시리즈, 그 중에서도 파워드 짐은 0083 MS 특유의 볼륨감이 더해져 멋진 라인을 보여줍니다. 여러 짐 배리에이션이 한번에 모인다면 자쿠 시리즈 부럽지 않은 풍성한 라인업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짐이죠. 여건만 된다면 양산형 MS들은 이렇게 세트로 모아서 집에다 전시해놓고 싶지만 현실은 이런 곳에서 보면서 만족하는 것으로 패스.


양산형 MS의 지존 자쿠. 그 중에서도 이번에 HG로 발매되면서 많은 건프라 마니아들에게 명품이라는 극찬을 받은 HGUC 자쿠 F2의 작례입니다. 디오라마 형태의 작례가 멋진 느낌을 주는군요.

국내에서는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프라모델 제품 전시회였으나, SICAF 행사의 서브 행사로 들어오면서 전반적으로 볼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특히, 반다이 건프라에만 한정된 행사인지라 하비쇼로 보기에도 많이 부족한 행사였구요. 하지만, 이제 첫발을 내디딘 행사이니만큼 이 정도에서 만족해줘야할 듯도 싶습니다. 어찌보면 건담 엑스포나 SICAF나 모두 단독으로 개최되기엔 볼륨이나 관심도가 미약한 만큼 서로 힘을 합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내고자 했던 측면도 있을 듯 합니다.

아내와 아기를 데리고 온 관계로 후다닥 건담 엑스포 관람을 마친 다음에는 잠시 짬을 내어 SICAF도 둘러보았습니다. 아들 녀석을 위해 1층의 캐릭터/라이선싱 페어에 가야했기에 아무래도 SICAF는 거의 수박 겉핡기 식으로 대충 둘러본 감이 있어서 아쉽군요. 전반적으로 1층에 관람객이 몰리는 바람에 3층의 SICAF 쪽은 한산한 편이었습니다. 그나마 관객들이 건담 엑스포 쪽과 게임 관련 부스에 몰리는 바람에 관람은 오히려 여유있게(?) 할 수 있는 분위기 였구요.


전체적으로 SICAF는 근래에 이슈가 되고 있는 3D의 붐을 타고 각종 3D 애니메이션이 활발히 전시되는 분위기 였습니다. 여러가지 3D 애니메이션에 4D 체험관(그림 우측 하단의 버스 모양의 상영관)까지 운영되고 있더군요. 시간상 관람을 못했습니다만, 얼마전 아바타 4D 상영에서도 드러났듯이 아직 4D는 완성도 면에서는 조악한 편이라고 하겠습니다. 3D도 아직 완벽한 완성도를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에 4D는 그냥 재미... 삼아서 정도랄까요.


SICAF의 메인은 허영만 화백 특별전이 되시겠습니다. 아, 사진에 자주 등장하는 녹색 원피스의 여성과 아기는 제 와이프와 아들 놈입니다. 다른 분들도 초상권 문제상 모자이크 처리를 했으니 양해바라구요. 와이프가 사진이 잘 안나온 관계로 섣불리 노출시켰다가 원성을 들을 여지가 있어서 그만 모자이크를... 아하하.

각설하고, 기존의 프로 만화가 외에도 아마추어 만화가 대학생 애니메이션, 웹툰과 같은 여러 작품들과 컨텐츠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시간 문제로 후다닥 넘어간 부분이 많이 아쉽네요. 특히 허영만 특별전은 좀 자세히 보고 싶었건만, 건담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바람에 그만... 한 켠에는 스머프 관련 부스도 있었는데, 2011년에 3D 영화로 다시 찾아온다고 합니다.


중앙에는 한국 애니메이션 특별전이 열리는 부스가 있었습니다. 현재의 애니메이션과 과거의 애니메이션이 모두 어우러진 시공을 초월한 공간이었는데요. 다만, 부스의 스페이스나 기타 여건 상 모든 작품을 망라하기보다는 몇몇 작품만이 골라서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특히, 옛날 애니메이션의 경우에는 가장 인지도가 높은 김청기 감독이 아닌 '마루치 아라치'나 '전자인간 337 '등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임정규 감독의 작품이 메인으로 걸려 있어 굉장히 반가운 마음이었습니다.

이 때의 애니메이션이 디자인에 있어서 많은 표절, 또는 표절의혹으로 인해 현재에 있어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극장 애니메이션에 있어서 풀 애니메이션 기법이 사용되면서 굉장히 높은 퀄리티를 보여준 것 또한 사실입니다. 80년대 들어 한국 애니메이션의 암흑기가 도래하기 전까지 당시 한국 애니메이션에는 예상 외의 완성도를 보여준 작품이 여럿 있었지요.

너무 후다닥 관람을 해버리느라 제대로 된 이야기를 전하지 못해 아쉬움이 있네요. 이어서 방문한 캐릭터/라이선싱 페어의 경우에는 엄청난 인파로 인해 사진은 커녕, 아들 놈 신경쓰느라 제대로 된 관람이 거의 불가능 했습니다. 대원동화의 '뚜바뚜바 눈보리'나 디지아트 프로덕션의 '후토스'(개인적으로 제일 캐릭터들이 맘에 들더군요.), 올리브 스튜디오의 '냉장고 나라 코코몽', 아이코닉스의 '뽀롱뽀롱 뽀로로' 등 걸출한 한국 3D 캐릭터 애니메이션으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는데요. 이 분야에 있어서 국내 제작사의 제작력은 기대 이상인 듯 합니다. 집에 아기가 있다보니 가끔 주말이면 EBS를 통해 이 작품들을 보고 있는데, 외국의 캐릭터들과 비교해서도 밀리지 않는 느낌이네요. 여기에 마로 스튜디오의 '우당탕탕 아이쿠'까지 포함하면 완성도 높은 3D 캐릭터 애니메이션이 대거 등장하고 있는 셈입니다.


입구에서 받은 SICAF 안내책자입니다.


건담 엑스포에서는 위의 전단지를 받았구요. 반다이 건프라 간략 카탈로그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건담 베이스 홍보도 있구요.


건담 엑스포 내의 건프라 매장에서 구입한 MG 페담 G-3 버전입니다. 맘에 드는게 없을 듯 싶어 그냥 갈까 했었는데, 이녀석이 눈에 딱 뜨이더군요. 마침 살까말까 고민중이던 놈이라 낼름 집어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애니메이션 관련행사는 거의 처음 참여해본 듯 싶습니다. 결혼 전에는 회사일에 치여서, 결혼하고나서는 육아와 집안일을 거들다보니 이런 기회를 오랜만에 갖게 되었는데요. 이번 행사를 통해 앞으로는 기회가 생기면 종종 찾아가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들놈도 좋아하겠지만, 저도 무척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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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CAF 내의 독립부스로 건담 엑스포 오픈


제14회 서울 국제 만화 페스티벌(SICAF: Seoul International Cartoon & Animiation Festival)이 7월 21일부터 25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행사는 서울 캐릭터/라이선싱 페어 2010과 같이 열린 행사로, 캐릭터/라이선싱 페어가 메인, 그리고 SICAF가 서브 행사 정도로 볼 수가 있겠습니다. 그 중에서 반다이의 건프라를 다룬 건담 엑스포는 SICAF 내에서 별도의 부스를 차리고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었구요.

사실 이번 참관기는 1부 건담 엑스포, 2부 SICAF로 나뉘어 리뷰를 써볼 요량이었지만, 아내와 아기를 데리고 나온 외출이었기에, 건담 엑스포만 자세히 본 이후부터는 가족들과 같이 왔다갔다 하느라 SICAF 쪽은 제대로 관람을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제 똑딱이 디카께서 이젠 배터리가 금방 닳아버리는 (정확히 말하면, 건담 엑스포에서 너무 오버히트 하는 바람에) 통에 정작 SICAF 쪽에서는 제대로 된 사진을 거의 못찍고 가족 사진 몇 장만 찍고 접을 수 밖에 없었던 지라 부득불 건담 엑스포 참관기를 주로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이럴 때 정말 보급형 DSLR이라도 하나 갖췄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더군요.


입구에는 연방군 코스튬을 한 나레이터 모델이 안내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조금만 더 돈이 투자되서 지온군 복장을 한 나레이터 모델과 페어를 이루어 방문객을 맞이해줬으면 좋았겠건만 불행히도 그런 바람은... 흑.

보시다시피 SICAF 행사의 일부분으로 오프된 건담 엑스포이기에 규모는 상당히 작은 편입니다. 하비쇼 정도의 스케일은 당연히 못되었구요. 그저 반다이의 제품들이 전시되는 코너인데다가 그 마저도 작은 공간에 빼곡하게 들어차는 바람에 관람 여건은 그닥 좋은 편은 못되었습니다. 일찍 움직인 덕에 그나마 조금 여유를 갖고 봤다고나 할까요.

캐릭터/라이선싱 페어와 이 건담 엑스포에 사람이 몰리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SICAF는 더더욱 썰렁해졌습니다. 왠지 한국 애니메이션의 현실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군요.


입구를 들어가면 건담 아니메 작품의 연표와 함께 더블오 관련 상품들이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최신작이고 요즘 아니메 팬들에게 잘 알려진 건담 시리즈이다보니 첫 관문을 장식하고 있네요. 다만 적은 스페이스 내에 입구부터 너무 조밀하게 관련 포스터들이 붙어 있는 덕분에 비좁은 느낌이 듭니다. 사람이 붐비면 제대로 사진 찍기도 곤란했겠군요.


다음 입구에서는 SD 건담 시리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더블오, SD 시리즈 등 확실히 진입장벽이 낮고, 연령대가 낮은 어린이들과 학생들에게 친숙한 제품 라인업이 먼저 노출이 되게 했군요.


자, 그다음부터 건프라 마니아와 건담 팬들을 위한 본격적인 공간이 시작되겠습니다. 의외로 Ex-S 건담이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네요. 부스에는 더블오 건담과, Ex-S 건담, 그리고 뉴 건담의 거대 미니어쳐가 같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사실, 맨 처음 관람객들을 맞이하는 것은 전시부스 중앙에 디스플레이 되어 있는 아마추어 모델러들의 작례 전시입니다만, 실제 이번 건담 엑스포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일본이나 중국에서 열렸던 하비쇼와 마찬가지로 신 브랜드인 RG(Real Grade)와 그 첫번째 제품인 RX-78-2 건담(이하 퍼스트 건담)이 되시겠습니다.

건프라의 역사를 말해주는 퍼스트 건담이기에 RG 뿐만 아니라 최초의 1:144 스케일과 1:100 스케일부터 최근에 출시된 1:48 사이즈 건담까지 모든 퍼스트 건담 라인업(배리에이션 킷 제외하고)이 전시되어 있네요. 말그래도 건프라의 역사로 봐도 무방합니다.


가장 좌측 상단에 위치한 1:144 퍼스트 건담(좌)과 1:100 퍼스트 건담(우). 저 두 제품을 만들던 어린 시절이 벌써 까마득한 옛날 이야기가 되었군요. 그 때는 저 킷들도 지금보다 더 멋있었던 것 같은 기억이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퍼스트 건담 또한 예전에 비해 훨씬 더 세련된 외모로 바뀌어 왔습니다. 옆의 케이스 일러스트도 감회가 새롭네요.


RG 퍼스트 건담은 얼마전 일본에서 열린 시즈오카 하비쇼와 비슷한 구성으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HG와 MG2.0 퍼스트 건담의 부품을 같이 비교 전시하여 RG의 놀라운 기술력을 강조하고 있지요. RG는 예약구매를 한 상태로, 다음 주 말이나 다다음 주 초쯤이면 만져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대가 크네요.

RG 외의 제품들은 모두 옆 벽면의 진열장에 차례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신제품이나 기존 출시제품을 가리지 않고 주욱 늘여놓았기에 보기에는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좀 아쉬운 부분이긴 하죠. 하지만, 건프라 전시회를 코엑스에서 볼 수 있다는 의의만으로 참 괄목할만한 인식의 변화가 있지 않나 합니다.


RG와 함께 이번 여름 최대의 이슈가 된 MG 디오는 진열장 하단에 위치하고 있어 하이라이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공식 사진 등을 통해 기대 이하의 디테일을 보여주어 팬들의 기대치가 많이 떨어진 녀석인데요. 이렇게 실제로 디오를 접한 소감은 우선 존재감만큼은 역시 남다르지 않나 합니다.

비록 디테일이 최신 MG에 비해 밀린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출시된지 많은 시간이 흐른 HG에 비해서는 월등하구요. 압도적인 불륨감에서 뿜어져 나오는 포스는 나름 훌륭하지 않나 싶습니다.


반면, 허리의 동력을 제외한 팔부분이나 다리 내부의 동력선은 예상대로 자쿠 2.0의 동력선 구현이 아닌 통짜부품 형태인 덕에 디테일은 확실히 떨어지는군요. 전체적으로 패널라인이 없는 거대한 외장장갑이다보니 여러 면에서 심심함이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만, 근래의 MG 들이 대부분 아니메 본래의 느낌을 살리는 데 충실한 편이다보니 그런 측면에서는 이해해줘야 할 수 밖에 없을 듯도 합니다. 무엇보다 데칼이 적용되지 않은 모델이기에 데칼작업이 이루어지면 지금과는 또 다른 느낌일 수도 있구요.

물론, 건프라 팬들에게 원성을 듣는 부분은 이런 디테일에도 불구하고 너무 높은 가격대로 출시되었다는 점이지만요. 저도 만엔(국내에서는 13만원 이상)이 넘는, 고가의 가격 덕택에 현재 구입을 망설이고 있는 제품이기도 합니다.


디오 외에도 곧 출시를 앞둔 신작들도 역시 공개되었습니다. 7월에 출시를 앞두고 있는 V2 Dash 건담은 디오와 사이좋게 진열장 가장 밑에 전시되어 있구요.


기동전사 건담 UC에 등장하는 소데츠키의 풀 프론탈 친위대 리더 안젤로 자우퍼의 전용기인 보라색 기라 줄루 커스텀도 눈에 띕니다. 컬러링은 인터넷에 공개된 그대로인데요. 원래 설정색에 비해서는 조금 밝고 가벼운 느낌이 듭니다.


기라 줄루 커스텀 옆에는 역시 곧 출시를 앞두고 있는 HGUC 볼이 눈에 띕니다. 이번 건담 엑스포에서 유일하게 색분할이 되지 않은 제작 중인 모델로 전시된 녀석인데요. 외부 장갑이 통짜가 아닌 부분별로 분할되어 있어 입체감과 디테일이 훌륭한 제품이 되리라 기대가 됩니다.


역시 곧 출시를 앞두고 있는 건담 더블오 극장판 주역기체 건담 콴타. 생각 외로 프로포션이나 디테일이 그저 그래서 좀 아쉬움이 있네요. 이번 엑스포에서 목업 형태의 제품은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건담 UC의 사자비 HGUC 버전이나 더블오 극장판에 등장하는 다른 주역 건담들의 HG는 안타깝게도 전시되지 않았습니다. 이미 출시된 다른 건프라들의 비중을 줄이고 신제품 소개에 좀 더 많은 영역을 할애해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얼마전 출시된 MG 2.0 풀아머 건담. 빈약한 외장갑옷 덕에 볼륨감이 떨어진다는 불평들이 있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기대 이상인 것 같네요.


건담 UC에 등장하는 리젤 양산기 (좌),  리젤 대장기 (우). 리젤은 차기 MG로 현재 계획되어 있지요. 조금 애매한 품질의 HG 리젤에 비해 확실히 업그레이드 된 퀄리티와 완전변형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UC의 HG는 이제 사자비와 델타 플러스가 기대작인 것 같네요.

다음 시간에는 건담 엑스포에 출시된 다양한 작례들과, SICAF 관련 사진 몇장을 갖고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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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개봉예정일은 10월 30일

ⓒSOTSU · SUNRISE


피소드 2 첫번째 트레일러에 이어 두번째 트레일러가 오픈되었습니다. 이전 트레일러가 짧은 30초짜리 버전인 반면, 이번 두번째는 2분 정도의 긴 버전으로 에피소드 2편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트레일러입니다. 넬 아가마에 탑승하게 된 오드리와 바나지, 그리고 그들을 쫓는 샤아의 재래, 풀 프론탈의 이야기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미 퍼스트 건담부터 많은 건담 시리즈에 등장했던 단골 전개이기도 한지라 얼마만큼 다이나믹한 추격씬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것 같습니다.

전편의 유니콘, 크샤트리아, 제간, 스타크 제간, 리젤, 기라 줄루, 로토에 이어 기라 줄루 안젤로 전용기와 마침내 등장하는 시난쥬까지 MS들이 줄줄이 등장하여 확실히 건담 팬들의 눈을 사로잡을 것 같습니다. 트레일러 중간에 등장하는 풀 프론탈의 시난쥬는 넬 아가마 스탭의 '3배 빠른 속도로...'라는 너무도 유명한 대사만큼 놀라운 고성능을 보여줄 것 같군요. 설정상 유니콘과 동일한 사이코뮤 프레임을 쓰는 기체이기에 그 성능이야 두말할 나위는 없겠습니다만.

그 외에 풀 프론탈 친위대 소속의 안젤로 자우퍼와 그의 보라색 기라 줄루 커스텀 기체의 등장, 론도벨의 에이스 파일럿으로 1편에도 잠시 등장했던 리디 마세나스와 그의 애기 리젤의 활약도 기대가 되구요. 넬 아가마에 탑승한 오드리의 운명과 그녀를 구하기 위해 유니콘에 탑승했던 바나지의 이야기가 풀 프론탈과 대면하면서 새로운 전개를 맞이할 듯 싶습니다.

소설로서는 그다지 좋은 평을 듣지 못했던 유니콘의 이야기가 과연 아니메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이미 1편을 통해 많은 기대감을 갖게 한 터라, 올 가을 2편의 출시가 몹시도 기다려집니다. 에피소드 2편은 10월 30일 일본에서 개봉을 시작하며, 11월 12일에 DVD와 BD로 릴리즈될 예정입니다.

☞ 숏버전 트레일러 보러가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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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TSU · SUNRISE


☞ 얼마전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건담 회고전이 열린데다가 토미노 감독까지 방한했고, 금주에는 건담 엑스포까지 열리는데, 이쯤에서 건담 UC도 DVD/BD로 국내에 출시 좀 해줬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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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 2004 Tony TAKEZAKI / ⓒ SOTSU · SUNRISE / ⓒ 2010 AK 커뮤니케이션즈 (한국어판)

2003년부터 월간잡지 '건담 에이스'에 부정기연재되던 토니 타케자키의 코믹스 '토니 타케자키의 건담 만화'를 단행본으로 엮은 '토니 타케자키의 건담만화'가 AK 커뮤니케이션즈를 통하여 한국에도 발간이 되었습니다.

이 코믹스는 흔히들 퍼스트 건담이라 알려져 있는 첫번째 건담의 TV 시리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로 꾸며진 건담 패러디로, 건담 팬들에게는 고정관념을 뒤엎는 웃음을, 건담을 모르는 세대들에게는 가벼이 건담을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작품이 아닐까 싶은데... 책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뭔가 범상치 않은 포스를 느끼게 됩니다.

일단, 표지를 접하는 순간부터 건담팬들은 약간의 의구심을 갖게 됩니다. 토니 타케자키라는 작가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표지에 등장하는 샤아는 아무리봐도 건담의 캐릭터 디자이너 겸 작화감독, 그리고 만화가인 야스히코 요시카즈 선생의 그림체와 너무도 똑같기 때문입니다.

표지뿐만이 아닙니다. 실제 코믹스에 들어가서도 우리는 몇몇 장면을 빼고는 거의 야스히코 요시카즈 선생의 그림이 아닐까 싶은 착각에 종종 빠져들게 됩니다. 토니 타케자키, 바로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그림체를 모작하는데 있어서 정평이 난 이 작가의 솜씨 덕분에 만화는 오리지널 작품과의 놀라운 싱크로로 패러디를 넘어 사이드 스토리가 아닐까 싶은 착각을 줍니다.

ⓒ 2004 Tony TAKEZAKI / ⓒ SOTSU · SUNRISE / ⓒ 2010 AK 커뮤니케이션즈 (한국어판)

장기인 제트스트림 어택으로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중인 검은 삼연성 (아하하...)

첫 번째 에피소드인 검은 삼연성의 에피소드는 그들의 특기인 제트 스트림 어택을 소재로 한 생활개그를 보여주고 있는데, 적절한 상황설정으로 인하여 패러디 만화스러운 재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에피소드의 경우는 웃음 포인트의 갈피를 잡기가 애매한 경우가 왕왕 있는데요. 웃을 듯 말듯한 상황이 이어지다가 크게 터지지 않고 그대로 사그러드는 등, 전반적으로 빵 터지는 웃음을 준다기 보다는 웃음의 폭발력이 약한 느낌입니다. (수십년 동안 일본 코믹스와 아니메를 접해와서 일본  개그가 식상해져서 그런 건지는 모르지만)

그에 비해 캐릭터의 설정이나 표현 등에 있어서는 상당히 마니악한 느낌이 나는데요. 그레이트 데긴 전함을 중요 부위(?)에 달고 등장하는 그레이트 데긴(데긴 공왕이 거대화하여 전함과 함체한 모습)이나 이미 한 번 죽은 시체에 기관총을 난사하는 브라이트, 부하들의 말을 끝맺지 못하게 총으로 모두 사살시키는 도즐 중장 등, 개그와는 상충되는 장면이 등장하여 어리둥절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 2004 Tony TAKEZAKI / ⓒ SOTSU · SUNRISE / ⓒ 2010 AK 커뮤니케이션즈 (한국어판)

흥분한(?) 자쿠와 건담 (어머머...)

반면, 샤아 아즈나블의 경우는 과연 붉은 혜성이라는 명성이 무색하지 않게(?) 이 코믹스에서도 맹활약을 해주시는데요. 몸 개그에, 어리버리 개그, 에피소드 조연 출연까지 몇 몇 웃음 포인트가 애매모호한 에피소드를 무색케 하는 개그를 선보여줍니다. 연방의 에피소드 역시 지온과 비슷한 분량으로 등장해주시는데요. 연방에서는 주인공 아무로가 아닌 브라이트 노아가 커다란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2004 Tony TAKEZAKI / ⓒ SOTSU · SUNRISE / ⓒ 2010 AK 커뮤니케이션즈 (한국어판)

MSV에도 나오지 않은 전설의 MS 사쿠.(이건 뭐...) 본작에서는 기렌도 한 몫 단단히(?) 한다.

 
전체적으로 웃음의 무게는 생각보다 얕은 편이었지만, 야스히코 선생의 그림체를 거의 완벽하게 소화해낸 작가의 솜씨로 인해 패러디 만화임에도 꽤 괜찮은 편입니다. 야스히코 선생 본인조차도 작가 토니의 그림체와 자기 그림체를 분간 못할 경우도 있다고 얘기할 정도인데요. (근래 국내에 출간 중인 야스히코 선생의 '건담 오리진'과 비교하면 좋을 듯) 그런 이유에서인지 책 말미에는 야스히코 선생의 특별기고가 실려 있습니다. 
 
토니 타케자키의 건담만화는 1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두 권이 더 출간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토니 타케자키의 야스히코 선생 빰치는 그림 실력과 그만의 독특한 개그를 보고 싶은 팬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듯 합니다. 단, 흑백 코믹스치고 의외로 높은 가격은 살짝 부담이 될지도.

 

ⓒ 2004 Tony TAKEZAKI / ⓒ SOTSU · SUNRISE / ⓒ 2010 AK 커뮤니케이션즈 (한국어판)

아낌없이 망가져 주는 샤아. 이번 코믹스에서도 남들보다 세 배 더 웃겨주시고 세 배 더 출연을 많이 한다, 믿거나 말거나.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04 Tony TAKEZAKI / ⓒ SOTSU · SUNRISE / ⓒ 2010 AK 커뮤니케이션즈 (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이미지 스캔시 한국어판 저작권자인 AK 커뮤니케이션즈와 협의 하에 스캔한 것임을 밝혀둡니다.


토니 타케자키의 건담만화 - 6점
토니 타케자키 글 그림, 김정규 옮김/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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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트는 '엘렌 실:라 루:멘 오멘티엘보 at NAVER'에 실었던 '애니메이션 인물열전: 아니메의 영원한 페르소나 샤아 아즈나블'을 티스토리로 옮긴 글입니다.

<프로필>


◈ 본명: 캬스발 램 다이쿤 (U.C 0059년 ~ U.C 0093년)

어린 시절 마스가에 입양되었을 당시에는 '에두아르드 마스(Edouard Mass)'라는 이름으로 불리웠으며, 이후 마스가를 나와 0074년 지온의 사관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샤아 아즈나블'이라는 이름을 사용. 1년 전쟁 종결 후, 종적이 묘연(액시즈에 몸을 담고 있었다고 함)하다가 다시 지구권으로 돌아와 에우고의 핵심 일원으로 참여하며 '쿠와트로 버지나'로 이름을 바꿈.

가족관계: 1남 1녀 중 장남.
지온공국의 창시자 지온 줌 다이쿤의 장남으로 태어났으나, 데긴 소도 자비에 의해 아버지가 암살되고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하여 목숨을 부지한다. 여동생인 아르테시아 줌 다이쿤(세일러 마스)(그가 살아 있는 동안) 남아 있는 유일한 혈육.

별명: 붉은 혜성 
붉은 색의 쟈크를 탄 체 고속 강습 공격으로 연방군의 전함을 차례로 격침하는 모습에서 붙여진 별명. 흔히들 샤아가 조종하는 기체는 통상의 3배 속도로 움직인다고 하여 아군에게는 경외의 대상이자 적군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퍼스트 건담에서 샤아가 최초로 등장할 때, 통상의 세 배 속도라고 연방군 오퍼레이터가 친절히 설명.)

사망경위
시신을 목격한 사람도 없고, '기동전사 건담:역습의 샤아'에서조차 그 마지막을 확실하게 묘사하지 않아 불분명하지만, 지구로 낙하하던 액시즈와 함께 그의 평생의 라이벌 아무로 레이와 함께 전사한 것으로 추정, 방년 34세. (혹시나 살아 있지 않을까 하는 팬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원작자인 토미노 감독은 한 대담에서 샤아가 확실하게 죽었다고 단정. 개인적으로는 Z 건담에서 행방불명된 체로 끝나는 것이 제일 낳은 결말이라고 생각 중.)


붉은 혜성의 탄생 전


그의 탄생전, 즉 70년대 초중반의 로봇물에서 악역이란 동전의 앞 뒷면처럼 주인공과 정반대인,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였습니다. 로봇물의 붐을 일으킨 '마징가 Z'의 아수라 백작은 남녀의 모습을 반반 가진 추악한 얼굴과 함께 '마징가 Z 타도'라는 목적에 사로잡힌 광기어린 모습을 보여주며, 마징가 Z의 조종사 카부토 코우지(쇠돌이)의 열혈과는 어떤 의미에서는 동질의 뜨거움으로 가득차 있으면서도 동시에 그와는 정반대의 음흉하고 부정적인 기운을 화면에 온통 뿜어냈습니다. 바꿔 말하면, 아수라 백작의 광기스러움이 극에 달하고 그 음모와 광폭함이 강렬해지면 강렬해질수록 주인공 카부토 코지의 열혈스러운 정의감은 상대적으로 더욱 빛을 발하는 형상이었던 것입니다. (마지막 보스인 헬박사보다는 매회 카부토와 대치하는 아수라 백작이 실질적인 대립각이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 싶군요.)

이렇게 강렬한 악역은 시리즈가 바뀌고 새로운 로봇이 등장하더라도 또다른 형태의 악랄함으로 재무장하고 시청자(어린이들) 앞으로 다가옴으로써 주인공이라는 빛을 더더욱 밝혀주는 어둠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게 됩니다. 그리고, 주인공을 향한 어린이들의 감정이입을 극대화시킴으로써 어린이들은 자신과 주인공을 동일시하며 로봇 아니메의 세계로 흠뻑 빠져 버렸던 것입니다. 어린이들의 만화영화 주인공과의 강렬한 자기 동일시에는 주인공을 돋보이기 위해 온갖 형태의 일그러진 모습을 보였던 그림자 같은 악역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수라 백작(마징가 Z), 암흑대장군(그레이트 마징가), 베가대왕(그렌다이저), 다리우스 대제(대공마룡 가이킹).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그러나, 반복되는 로봇 아니메에서 끊임없이 등장하는 비열하고 사악하며 광기에 찬 악당들의 모습은 세월이 흘러가며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 시작은 바로 이제까지 로봇물을 이끌어 오던 토에이 동화가 아닌, 소에이샤라 불리는 작은 제작사(후일 선라이즈로 사명 개명)로부터였습니다. 데즈카 오사무의 제자로서 '철완 아톰(1967)' 등을 통해 이미 연출가로서의 역량을 인정받고 '바다의 트리톤(1972)'을 통해 TV 시리즈 감독으로서 성공적인 데뷔를 했던, 젊은 애니메이터 토미노 요시유키가 감독을 맡은 '용자 라이딘(1975)'은 기존의 도에이 동화 로봇물의 아성에 도전하기 위한 몇 가지 시도를 하게 되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이전의 악역과는 다른 모습의 악역의 등장이었습니다.

토미노 감독은 악역들이 주인공과 부정적인 측면에서의 대립각을 이루었던 기존의 형세와는 달리, 주인공과 동일선상에서 경쟁을 하게 되는 라이벌 형태로의 구도로 악역 캐릭터를 설정하게 됩니다. 이것은 당시 모험적인 시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주인공을 빛나게 하기 위한 역할 이상의 무엇인가를 부여받지 못했던 악역 캐릭터들에게도 자신만의 얘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은 자칫하면 시청자들이 주인공에 대한 감정이입을 방해할 수 있는 양날의 검이기도 했으니까요. 토미노 감독의 이런 도전적인 설정을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디자인한 캐릭터가 바로 '프린스 샤킨'이었습니다.

이집트의 왕자를 연상시키는 듯한 복장과 가면을 쓴 샤프하고 늘씬한 미남자(?) 샤킨은 기존의 흉폭하고 흉물스러웠던 로봇물의 악역 캐릭터들과는 그 모습에서 확실히 차이를 달리했고, 이전까지의 단순 이분법적인 선악 캐릭터의 구분을 외모에서부터 서서히 모호한 형태로 바꾸어가기 시작합니다. 비록 최초의 시도였기에 샤킨은 외모 이상의 캐릭터적인 측면에서의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여느 악역과 다를 바 없는 성격으로 묘사되었습니다만, 분명 이것은 기존의 로봇물과는 다른 변화의 조짐을 보여주는 전조였던 것입니다.

지만, 이러한 토미노 감독의 시도는 시청률에 민감한 TV 시리즈의 한계에 부딪혀 더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라이딘의 오컬트적인 배경과 묘사는 첨단 과학의 집대성으로 묘사되었던 당시의 슈퍼로봇들과는 색다른 이질감을 주었고, 그것은 제작사 측면에서는 참신함이라기보다는 시청률에 대한 우려감을 심어주었던 듯 싶습니다. 결국 라이딘은 제작을 맡았던 토호쿠 신사가 시청률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하면서 삐꺽거리기 시작했고, 26화를 기점으로 감독의 경질이라는 결과를 가져옵니다.([3] 참조) 그리고 나가하마 타다오 감독 체제(토미노 감독은 감독보조 격하)로 바뀐 이후의 라이딘에서 결국 프린스 샤킨은 거대화된 체 라이딘과 싸우다 장렬한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프린스 샤킨(라이딘), 대장군 가루다(컴배틀러V), 프린스 하이넬(볼테스V), 리히텔 제독(투장 다이모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허나 이러한 사정 속에서도 시청률에서 기대 이상의 선전을 보였던 라이딘을 통해 변화의 물결은 조금씩 큰 파도로 변모하기 시작합니다. 프린스 샤킨의 조기 강판을 결정했던 나가하마 감독은 오히려 차기작 '초전자로보 컴배틀러 V(1976)'에서 미남 캐릭터인 대장군 가루다를 적 캐릭터로 등장시킴으로써, 토미노 감독이 시도했던 악역 캐릭터의 변화를 계승했던 것입니다. 더구나 샤킨이 외모에서만 변화를 보였던 것과는 달리 가루다는 자신의 신념과 임무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제서야 악역 캐릭터는 조금씩 자신만의 이야기를 시청자들에게 들려주기 시작합니다. 주인공 외에 다양한 캐릭터들의 이야기, 즉 다양한 캐릭터 성이 서서히 작품에서 커다란 부분을 형성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나가하마 감독은 컴배틀러 V의 대성공 이후 '초전자머신 볼테스 V (1977)'의 프린스 하이넬, '투장 다이모스 (1978)'의 리히텔 제독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미남 악역 캐릭터들을 화면에 속속 등장시키면서 이후 로봇물에 있어서 새로운 인물구도를 제시하게 됩니다.

그리고 1979년,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과 야스히코 요시카즈 작화감독은 이전까지 등장했던 로봇물의 미남 악역 캐릭터를 집대성하면서 동시에 앞으로 등장할 모든 미남 악역 캐릭터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게 되는 한 사내를 탄생시키게 되는 것입니다.



붉은 혜성의 탄생, 그리고 생애


그가 탄생부터 큰 주목을 받았던 것은 아닙니다. 그의 조상뻘이라고도 볼 수 있는 프린스 샤킨의 첫 글자 '샤아'라는 음절과 샹송가수 샤를르 아즈나브르(Charles Aznavour)에서 이름을 따온 샤아 아즈나블은 자신만큼이나 당시의 작품과는 궤도를 달리했던 로봇물 '기동전사 건담(1979)(이하 퍼스트 건담)'의 TV 시리즈 시청률 부진으로 오히려 작중에서 가르마 쟈비를 죽음에 빠뜨린 후에는 잠시 등장하지 못하는 치욕을 겪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 당시 시청률 부진에 대한 대책으로 그의 조기 퇴장이 제작진 사이에서 제기되기도 했었다는군요. 결국 샤아의 조기 퇴장이라는 위기사태는 샤아의 계속적인 출연을 바랬던 소녀팬들 팬레터를 기점으로 극적인 반전을 이루게 됩니다. [1] 참조) 결국 시청자들의 외면 속에 52화 예정이 43화로 조기종영되면서까지 쓸쓸하게 퇴장했던 건담과 샤아. 이렇듯 그의 등장이 처음부터 모든 이들에게 환영을 받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 쓸쓸한 종결에서부터 신화는 다시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재방송에 대한 요청과 건담 프라모델의 판매 호조 등 어린이가 아닌 만화영화 마니아들의 폭발적인 지지에 힘입어 극장판 3부작으로 방영된 '기동전사 건담 극장판(1981~82)'은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오며, 드디어 일본 만화영화史에 리얼 로봇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탄생을 예고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엄청난 후폭풍과 함께 통상의 3배의 속도로 팬들을 사로 잡아버린 이가 바로 '붉은 혜성' 샤아 아즈나블이었습니다.


주인공을 성장시키기 위한 존재로서의 샤아였지만, 라라아와 아무로와의 만남을 통해 뉴타입의 가능성을 인식하면서 그 역시 성장하게 된다. ⓒ SUNRISE/SOTSU AGENCY

'용자 라이딘'의 샤킨과 흡사한 가면을 쓴 이 신비한 미남자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신분을 숨긴 체 지온공국의 주목받는 청년장교로 성장하면서 주인공인 아무로 레이 일행과는 다른 드라마를 그려갑니다. 그의 복수극은 사이드 7에서 연방군이 비밀리에 제작하던 모빌슈트의 정찰 임무를 통해 새로운 기점을 맡게 되는데, 한 지온군 병사의 호승심과 그로 인한 사이드 7의 인명 피해, 이런 참상을 좌시하지 않던 한 어린 소년이 충동적으로 탑승한 연방군의 비밀 병기 건담의 기동으로 인해 비로소 주인공 아무로 레이의 얘기와 그의 얘기는 오버랩 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퍼스트 건담에서의 샤아의 모습은 이전까지의 악역과는 다른 독특한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악역이 아닌 라이벌로서, 즉 또다른 인격체로서 작품에 등장한 본격적인 캐릭터의 모습이었다는 점입니다. 로봇의 성능보다는 탑승하는 파일럿의 역량을 중시하게 된 퍼스트 건담의 로봇조종 방식은 샤아라는 인물의 압도적인 모빌슈트 조종술과 아무로의 아직은 초보적인 그것을 오버랩 시킴으로써, 샤아를 아무로에게 있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눈 앞의 적으로 묘사합니다. 주인공과 대립을 이루던 이전의 악역들이 총사령관 내지는 총지휘관이라는 직책으로 인해 주인공과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인 대립을 이루었다면 샤아는 처음부터 주인공 일행과 맞닥뜨리고 갈등을 부여하는 '실질적인 라이벌 관계'를 보여주기 시작한 것입니다.

또한, 신념 때문에 갈등(컴배틀러 V의 가루다)하고, 출생으로 인해 갈등(볼테스 V의 하이넬)하고, 자신의 여동생과 적과의 사랑으로 인해 갈등(다이모스의 리히텔)하던 나가하마 감독의 낭만로봇 3부작의 악역 캐릭터들의 모습에서 더 나아가, 샤아는 무섭게 성장하는 주인공 아무로와의 파일럿으로서의 경쟁심, 자신이 사랑했던 라라아가 뉴타입으로서 아무로와 교감하는 것에 대한 질투심, 연방군으로서 자신과 맞서 싸우는 여동생 세일러에 대한 연민, 자신의 원 목표였던 자비가에의 복수 등 좀 더 다양한 갈등 속에 노출됨으로써 주인공 이상의 복잡한 갈등 구조와 드라마를 갖고 작품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그야말로 '반대편의 주인공'이었던 셈입니다.

이렇게 퍼스트 건담으로 일본 만화영화사에서 새로운 조명을 받기 시작한 샤아 아즈나블은 리얼로봇의 전성기이자 아니메 전성기였던 80년대에 이르러 최고의 카리스마로서 만화영화 팬들에게 각인되기 시작합니다. 리얼로봇의 본격적인 러쉬가 시작되는 80년대 초중반, '성전사 던바인(1983)'의 번 버닝스, '중전기 엘가임(1984)'의 갸브레 드 갸브레이, '기갑계 가리안(1984)'의 하이샬랏트 등 다양한 악역, 아니 라이벌 캐릭터들이 주인공과 갈등구조를 끌어나가는, 그야말로 샤아 아즈나블의 계승전쟁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만약, 샤아가 극장판 건담 3부작을 끝으로 (자비가의 복수를 마친 그가 극중에서 조용히 사라졌던 것처럼) 일본 만화영화에서 종적을 감추었다면 그의 카리스마는 더이상 지속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만, 주변은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습니다. 팬들의 속편에 대한 기대는 갈수록 커져만 갔고, 특히나 건담 프라모델을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있던 반다이에게 있어서 새로운 건담 시리즈의 제작과 그에 따른 수많은 프라모델의 출시는 결코 놓칠 수 없는 금맥이었던 것입니다. 결국 전작과는 달리 상업적인 기획 의도(물론, 전작 역시 상업적인 기획의도 반영된 것은 사실이나 애초에 시작 자체는 점보트3와 다이탄3을 히트시킨 토미노 감독과 스탭들이 이번에는 자기가 만들고 싶은 작품을 만들게 해달라는 요구에 의해 시작된 작품이었음)와 주위의 기대를 잔뜩 짊어진 체 샤아는 다시금 우리의 곁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리얼로봇물, 아니 일본 로봇 만화영화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또 하나의 전설 '기동전사 Z 건담(1985)(이하 제타 건담)'으로 말입니다.

훨씬 더 세련된 모습으로 돌아온 제타 건다의 샤아. 당시 천재 애니메이터였던 우메즈 야스오미가 그린 오프닝의 샤아(좌측 상단)는 본편을 몇 단계나 상회하는 최강의 퀄리티를 보여주었었다. ⓒ SUNRISE/SOTSU AGENCY

전편에 이어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디자인하고 기타즈메 히로유키 등이 그려낸 제타 건담의 샤아는 퍼스트 건담의 그와는 몇 가지 차이를 보였는데, 먼저 더이상 주인공과의 경쟁구도를 취하는 라이벌 캐릭터가 아닌, 주인공의 성장을 지켜보고 이끌어주는 '조력자와 관찰자의 역할'로 돌아섰다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이 캐릭터의 역할 조정이 어떤 의미에서는 이 제타 건담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과 선라이즈/반다이의 사업적인 기획의도에 의해 등 떠밀리듯이 제타 건담을 제작한([2], [4] 참조) 토미노 감독이, 이전 시리즈의 잔재였던 샤아를 과감히 주인공 까미유와의 라이벌 구도에서 배제함으로써 이 작품을 이전의 건담과는 다른 모습으로 끌고 나가려 했던 의지의 발로가 아니었을까 하는 점입니다. 그리고 샤아의 자리에는 제리드라는, 샤아와 전혀 다른 스타일의 캐릭터를 등장시켜 '퍼스트 건담'의 과거, 즉 샤아와 아무로의 대결 구도에 집착하는 열성 팬들의 바람과는 다른 전개를 보여주려 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아의 영향력이 얼마나 컸는지를 알 수 있는 사실은, 전 주인공이었던 아무로를 '까미유의 조력자 역할로 설정해도 별 문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로는 한참 후에야 연방군에 의해 무기력하게 연금되어 있는 모습으로 표현했고, 샤아 아즈나블은 1화부터, 그것도 주인공보다 먼저 화면에 등장시킴으로써 건담에 있어서 그 어떤 캐릭터보다도 샤아의 영향력이 강력했음을 토미노 감독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었던 것입니다. (감독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결과론적으로는 말입니다.)

2005년 새롭게 그려진 극장판 '별을 계승하는 자'의 라스트 씬이었던 샤아와 아무로의 재회. 만화영화사에 길이 남을 전설의 두 사내의 만남은 올드팬들에게 있어서는 벅찬 감동 그 자체였다. ⓒ SUNRISE/SOTSU AGENCY

게다가 원래 아무로와 샤아의 대결 구도와 같은 전개를 보여주었어야 할 까미유와 제리드의 그것은 갈수록 관심을 잃어만 가더니, 급기야 까미유가 지구로 향한 중반부에 이르러서는 제리드는 한동안 이야기에서 배제됨으로써, 마치 퍼스트 건담 방영 초기 가르마의 사후 한 동안 모습을 감추었던 샤아와 비슷한 처지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제리드는 결코 샤아처럼 제자리를 찾을 수가 없었고, 오히려 지구에서 다시 만난 샤아와 아무로의 재회 장면은 제타 건담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로 감동을 선사한 씬이 되며, 팬들에게 제타 건담의 진정한 주인공은 역시 까미유가 아닌 아무로와 샤아가 되어야 한다는 이미지만 강렬하게 전하게 됩니다. (여담이지만, 결국 제리드는 까미유와의 라이벌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고 '복수에 불타는 엑스트라 1'으로 전락되어 버린 체, 그 자리를 팹티머스 시로코라는 강렬한 카리스마의 캐릭터가 대치하게 됩니다.)

그러나, 주인공 까미유를 밀쳐 버리고 실질적인 'Z 건담'의 주인공으로서 팬들에게 인정 받으면서도 조력자 이상의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던 역할 상의 한계로 인해, 샤아는 극중 내내 어중간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시로코와 하만 칸에게 실력으로 밀리면서 올드 타입(정확히 말하면 올드타입이라기보다는 뉴타입으로서의 각성이 아직은 덜 된 초보 뉴타입 정도랄까요)으로서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점이나, 지도자와 야전 지휘관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체 어정쩡한 위치에 머물렀던 그의 역량(이것이 감독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게다가 최종화에서 하만 칸의 큐베레이에게 맥없이 무너지는 그의 백식을 보며 열성 팬들은 분통을 터뜨렸고, 이어지는 충격의 결말은 한동안 많은 팬들을 패닉 상태로 몰고 갈 정도였으니까요. 굳이 비교하자면, 에반게리온 TV 시리즈의 결말과 같은 허무감이라고나 할까요. 에바의 마지막을 통해 안노 감독이 '오타쿠들이여, 현실로 돌아오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던 것처럼 토미노 감독 역시 카미유의 정신붕괴와 샤아의 실종을 통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떠밀리듯이 만들어야 했던 제타 건담의 마지막에서 자신의 처참한 심경을 말하고자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제 샤아는 더이상 토미노/야스히코 만의 샤아가 아니었던 것이고, Z 건담을 통해 모든 것을 종결지으려 했던 토미노 감독 역시 다시금 반다이에 떠밀려 '기동전사 ZZ 건담(1986)'을 제작해야 하는 현실에 몰려야 했던 것입니다. 
 


붉은 혜성의 사후


'기동전사 ZZ 건담'의 실패, 그리고 반다이의 계속적인 건담 시리즈의 제작요구, 더이상 후속작을 거부해도 피할 수 없는 챗바퀴 속에 있음을 알게 된 토미노 감독은, 결국 모든 팬들의 염원일지도 모르는 숙명의 대결을 통해 완벽한 건담의 종결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아무로와 샤아의 재대결을 그린 '기동전사 건담 - 역습의 샤아(1988)'였던 것입니다.

이것은 그동안 토미노 감독이 팬들의 강렬한 염원 속에서도 크리에이터로서의 자존심을 걸고 끝끝내 샤아를 부정하면서 새로운 건담, 아니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자 했던 기존의 노선에서 물러나, 오히려 전면적으로 샤아와 아무로의 재대결이라는 팬들의 바람을 수용하면서, 동시에 이제 더이상의 건담은 없기를 바라는 일종의 배수의 진을 치고 만든 작품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이제는 성숙한 지도자의 모습으로 돌아온 영원한 에이스 아무로와 함께, '퍼스트 건담'의 철가면과, 'Z 건담'의 선글라스를 모두 벗어 버리고 온전한 맨얼굴로 팬들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네오지온의 총수 샤아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샤아의 마지막 모습은 기타즈메 히로유키가 새롭게 그려낸 세련되어진 그 외모만큼이나 세련되지는 못했다. ⓒ SUNRISE/SOTSU AGENCY

그러나, 토미노 감독은 결코 팬들의 구미에 맞는 전개를 선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아무로는 무난했었으나) 어느 한 여성에게도 마음을 주지 못한 체 나나이와 퀘스, 그리고 죽은 라라아 사이에서 갈등했던 우유부단함, 30대의 나이에 10대의 퀘스의 마음을 농락했던(그것이 의도한 바가 아니었을지라도) 무책임함, 결국 아무로와의 제대로 된 승부도 내지 못한 체 허망하게 탈출포트 째로 아무로의 뉴건담에게 사로잡히는 무력함 등은,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던 이전의 샤아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네오 지온의 총수라는, 이제까지의 그의 직책 중 가장 높은 자리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자신이 지구로의 추락을 명했던 인공구조물 액시즈의 벽면에 쳐박힌 체, 액시즈를 막으려는 아무로와 많은 이들의 필사의 노력을 바라보면서, 샤아는 결국 만화영화 사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맙니다. 토미노 감독과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창조한 페르소나와 같은 인물, 수많은 열성 팬들을 양산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동시에 지속적인 수익을 바랬던 반다이의 끊임없는 염원에 의해 창조자였던 그들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세기의 캐릭터 샤아는 결국, 팬들의 기대와 토미노 감독의 방황과 갈등 사이에서 그 역시 방황을 거듭하며 영욕의 10년(1979년 퍼스트 건담부터 1988년 역습의 샤아까지)을 끝맺게 됩니다.

아나벨 가토(건담 0083), 젝스 마키스(건담 윙), 라우 르 크루제(시드), 네오 노아로크(시드 데스티니). 좌측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 SUNRISE/SOTSU AGENCY

샤아의 죽음과 함께 리얼로봇물은 새로운 신시대를 향했을까요? 더이상 팬들, 아니 반다이는 건담을 필요로 하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건담이 낳은 최고의 영웅, 일본 만화영화사에 길이 남을 한 사내의 죽음조차도 건담의 분열과 재생산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이후는 우리도 익히 알고 있듯이 수많은 건담들이 그의 주검 위에서 다시금 새로운 샤아의 탄생을 바라며, 한없이 종영과 방영을 거듭하기 시작합니다. 반다이가 포기하지 않는 한 건담은 앞으로도 계속될지도 모릅겠군요. 그리고 그런 계속된 건담 시리즈의 속에서 여전히 샤아를 꿈꾸는 사내들의 등장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혹자는 샤아의 모습을 그대로 흉내내어 철가면을 쓰고 등장하기도 했고, 혹자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선보이며 다른 길을 걸어가기도 했지만, 그들은 모두 샤아의 후예, 그리고 복제들인 것입니다. (실제 토미노 요시유키의 소설 '가이아 기어'에는 그의 기억을 가지고 태어난 복제인간 아프란시아 샤아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1] 참조)

샤아는 건담 시리즈 뿐만 아니라 많은 로봇물, 아니 일본 만화영화에서 하나의 정형화된 캐릭터 구도를 제시했습니다. '퍼스트 건담'에서 보여주었던, 주인공의 그림자가 아닌 주인공과 경쟁하는 라이벌로서 또 하나의 주인공, 그리고 'Z 건담'에서 보여주었던, 주인공을 이끌어 주는 조력자이자 선배로서의 완성된 인격체. 그리고, 그런 위치와 실력에 필적하는 완벽한 미남자라는 정형화된 외모까지도 말입니다. 비록, 철가면을, 선글라스를, 붉은 옷을 입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현재 일본 만화영화의 수많은 캐릭터들은 샤아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덕분에 근래에 들어 그런 캐릭터 만큼 식상한 캐릭터는 없을 정도이지만 말입니다.)

온다 나오유키가 다시 그린 2005년의 샤아와 그의 애기 백식.

비록 로봇장르가 몰락하고 건담이 지루한 재생산을 반복하더라도, 그와 같은 캐릭터가 이젠 너무도 많아서 전혀 새로울 것이 없더라도, 통상의 3배의 속도로 팬들에게 다가왔던 그 별명 그대로 그가 붉은 혜성처럼 강렬한 잔상을 우리에게 남겨놓았던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겁니다.


그리고...

2005년 샤
아는 토미노 감독이 새롭게 재해석한 '기동전사 Z 건담 극장판 3부작(2005~2006)'을 통해 다시금 예전보다 더 세련된 모습으로 우리곁을 찾아 왔습니다. 온다 나오유키(마계도시, 간츠, 에르고 프록시, 블라스레이터의 캐릭터 디자이너)가 새롭게 그려낸 21세기의 샤아(물론, 무라세 슈코 등이 작화에 참여하면서 많은 캐릭터들이 동글동글한 동안으로 변해버려 기존 팬들이 위화감을 느끼기는 했지만)는 야스히코가 디자인하고 키타즈메가 그려냈던 20세기의 샤아만큼이나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누적 관객 800만명이라는 히트를 기록할 정도로 건재함을 과시한 것입니다.



<참고 포스트>

[1] 샤아 아즈나블(캬스발 렘 다이쿤) by 니힐리스트, ARE YOU READY FOR GUNDAM
[2] 기동전사 Z 건담 by 니힐리스트, ARE YOU READY FOR GUNDAM
[3] 슈퍼로봇 이야기 1 <용자 라이딘> by Kewell, Kewell's Factory about Something
[4] 거대로봇 연구서설 - Z 건담편 1 by 백금기사, 백금기사의 舊 연구소
[5] 거대로봇 연구서설 - 역습의 샤아편 by 백금기사, 백금기사의 舊 연구소
[6] 베스트 아니메 (스틸샷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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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TSU · SUNRISE (captured from Official Website)


마침내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와 극장을 통해 공개된 기동전사 건담 유니콘(이하 U.C) 1화.
 
(네, 사실 이 U.C 1화에 대한 감상기가 많은 블로그나 카페에 소개되고 있다는 것은 대부분이 정식적인 루트가 아닌 경로를 통해 감상을 했다는 얘기겠지요. 될 수 있으면 공식적인 루트가 아닌 작품의 감상기는 자제를 하려고 했는데, 간만에 꽤 흥미진진하게 감상했던지라 짤막하게나마 얘기를 해보고 싶어서 그만...)
 
일단 30주년을 터닝 포인트로 삼아 새롭게 시작된 우주세기의 건담의 이야기는 한마디로 말해서,
 
많은 부분에서 합격점이라고 아니할 수 없겠습니다.
 
비주얼 부분에서는 거의 A를 줘도 아깝지 않을 합격점이었습니다. 야스히코 요시카즈 선생 특유의 필체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나름 잘 살려낸 캐릭터 디자인은 '카드캡처 체리'와 같은 클램프의 작품들에서부터 '위치헌터 로빈'과 같은 극화적인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보여주고 있는 다카하시 쿠미코의 작품인데요. 특히, 위치헌터 로빈에서 보여주었던, 리얼한 드라마풍에 어울리는 극화적인 캐릭터 라인을 베이스로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스타일을 잘 적응시킨 모습입니다. 6화 분량의 OVA인지라 일반 TV 시리즈에 비해서는 확실히 높은 퀄리티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듯 합니다. 동화적인 측면에서도 평균 이상의 높은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구요.
 
이러한 작화적, 동화적 완성도는 비단 캐릭터 뿐만 아니라, 건담 아니메에서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MS 전투에서도 돋보입니다. MS의 전투를 360도 전방위 콕핏트 내에서의 시점과 우주공간의 관찰자 시점으로 번갈아 보여주면서 동시에 이를 빠른 시점 전환으로 묘사하여 그 박진감을 더해주고 있구요. 특히, 전반부의 크샤트리아와 제간 편대의 전투 장면은 이번 U.C의 MS전 연출이 어떤 스타일이 될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기준점이 될 듯 합니다.
 
세련되면서도 확실히 업그레이드된 조종석의 그래픽 디스플레이 표현, MS가 선보이는 중량감 넘치는 총격/포격신 등 전체적으로 높은 수준의 묘사는 박진감 넘치는 MS끼리의 백병전 연출을 멋지게 상호보완해주고 있습니다. 과거 '바람의 검심 극장판'이나 '슈발리에' 등에서 선보였던 후루하시 감독의 액션 연출이 이번 U.C의 MS 전에서도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듯 싶군요.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이전의 건담 시리즈의 오마쥬가 여러군데 등장하여 매니아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디제님의 '기동전사 건담 UC(유니콘) - 제1화 유니콘의 날'을 보시면 좀 더 세세한 이야기들을 접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되구요. 특히, 이 작품의 히로인인 그녀(누군지는 머리모양을 보시면 짐작하실 수도 있습니다만, 일단 공식 사이트에서도 그 본명을 소개하지 않고 있기에 밝히지 않겠습니다. 디제님의 블로그를 보시면 누군지는 아시겠지만.)가 가명으로 사용하는 오드리 번은 작중에서 그녀가 마주치는 극장 간판 '로마의 휴일'의 여주인공 故 오드리 햅번의 이름을 오마쥬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게다가 '로마의 휴일(본편에서는 '런어웨이 프린세스'라는 몹시도 그녀에게 어울리는 제목으로 대체가 되었구요.)' 옆에 '4번째 비극'이라는 또다른 영화의 간판 또한, 작품의 전개를 암시하는 또다른 복선이기도 합니다. (일년 전쟁과 그리프스 전쟁, 그리고 네오지온 항쟁에 이은 4번째 전쟁을 암시하는 뜻인 듯.)
 
단, 스토리의 전개에 있어서는 일부분에 있어서 다소 심한 비약이 눈에 띄어 억지스러움이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중반부에 오드리 번의 도움이 되고 싶다며, 지금의 생활은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 외치는 주인공 바나지의 모습은 그가 느꼈던 소외감이 작중에서 그다지 잘 설명되지 않았기에 갑작스럽고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역시, 종반부에 유니콘 건담 앞에서 이루어지는 바나지와 비스트 재단의 당주 카디아스의 대화 역시 급작스럽게 출생의 비밀이 언급되면서 전반적으로 어리둥절한 느낌을 가져다 줍니다. 이런 부분은 러닝 타임의 제약(6부작)이라는 한계 속에서 많은 내용을 축약할 수 밖에 없었던 제작진의 현실적인 문제인 듯 싶네요.
 
또하나, 비스트 재단이 재단 자체적인 목적으로 만들어낸 유니콘 건담은 비록 재단의 모든 역량이 투입된 일급 비밀의 MS이긴 하겠지만, 당주가 직접 MS에 탑승하여 기동 테스트를 한다는 모습은 억지스러운 느낌이 듭니다. 빌 게이츠가 MS의 회장이 된 후에도 윈도우즈  개발을 위해 직접 코딩을 하는 모습처럼 뭔가 설득력이 떨어지는 느낌이랄까요. (원 소설 속에서는 어떤 설명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OVA에서는 좀 어리둥절한 느낌이군요.) 어떤 면에서는 퍼스트 건담의 아무로나 제타 건담의 카미유 모두가 그 부친이 건담의 개발자였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둔 전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원작 소설 자체가 그다지 좋은 평을 듣지 못한 상황에서 아니메로의 이식은 이 정도면 합격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비록, 샤아를 연상시키는 풀 프론탈의 등장이라든지, 소년이 뜻하지 않게 자신에게 닥친 시련 속에서 건담을 타게 되는 시퀀스 등 우주세기의 전형적인 스토리 공식을 따르는 모습은 식상함을 주는 대목이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높은 완성도로 인해 그동안 잠잠해졌던 우주세기의 불씨를 어느 정도 살려주지 않을까 싶은 기대감도 있습니다.
 
샤아나 아무로 같은 건담의 아이콘들이 거의 다 사라진 우주세기가 과연 어느 정도의 관심을 이끌지, 그리고 신세대들에게 어느 정도 어필을 할지 역시 앞으로의 우주세기 시리즈의 연이은 제작을 위한 척도가 될 듯도 싶구요. 제목인 U.C가 우주세기와 유니콘을 모두 의미하는 이니셜이라는 것도 이러한 측면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을 듯 합니다.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1편의 전개를 어느 정도 후속편들이 잘 이끌어 갈지, U.C의 앞으로의 전개에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덧붙임) 작품 초반부에 소데츠키 소속의 수송선 '가란쉐르'에 몰래 탑승한 히로인 오드리가 우주복을 갈아 입는 장면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 만약, 요즘 아니메였다면 저 부분에서 분명 속옷 바람으로 옷을 갈아 입는 장면이 등장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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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사 Z 건담 신 극장판의 MS들을 중점으로 한 3부작 건프라 작례집 '건담 웨폰즈 - 기동전사 Z 건담 신역편'의 마지막, '별의 고동은 사랑' 편(이하 신역 3편)입니다.

사실, 이미 1월에 구입을 한 서적이었습니다만, 개인적인 사정 덕분에 이제서야 리뷰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신역 3편의 발행 직전 발행된 기동전사 건담 UC 편도 있는데, 이 쪽은 신역 3편의 리뷰 이후에 진행하도록 하구요.



무엇보다도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제타 건담의 최신 모델 작례집이니만큼 그 기대가 크지 않을 수 없습니다. 2부까지의 아쉬웠던 점이나 2% 부족했던 모습이 이번 신역 3편을 통해 보완이 이루어지리라는 바람도 크거니와, 실제 극장판 3부에 등장을 시작하는 MS들의 작례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에 여러모로 풍성한 작례집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 역시 갖게 하는 작례집이라할 수 있겠지요.



마침내 등장한 MG v2.0 제타 건담의 작례. 더 이상의 업그레이드는 없을 듯한(물론, 실제 제품 자체로는 몇 가지 수정사항이나 치명적인 약점이 존재하기는 합니다만) 완벽한 모습으로 새롭게 재탄생한 제타 건담을 다시금 프로모델러의 손으로 디테일업한 이번 작례집의 헤드라인입니다.

MG v2.0 제타 건담은 원래의 조금은 짤막했던 제타 건담의 디자인 컨셉을 벗어나 요즘 추세에 맞게 더 길고 슬림한, 여성적이면서도 샤프한 라인업으로 출시되어 기존의 MG나 HGUC, 심지어 PG보다도 더 세련된 라인업을 보여줍니다. 특히,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하면서도 튼튼한 고정성을 자랑하는 웨이브라이더 형태로의 변형 메커니즘 구현 등은 확실히 기존의 MG 제타를 뛰어넘는 하이테크놀러지를 보여주고 있죠.



사진에 보이는 작례는 프로모델러인 키무라 나오키의 작례로서, 특히 MG v2.0의 치명적인 프로포션상의 오류라고 생각되는 애매한 고관절의 위치와 설정보다 너무 작은 프론트 스커트의 크기 등(이 두가지 점으로 인해 MG v2.0 제타 건담은 긴 다리에 상체가 얹혀져 있는 듯한 애매한 느낌을 줍니다. 물론, 전체적인 프로포션의 훌륭함으로 인해 그 부분이 그다지 두드러져 보이지는 않습니다만,)을 보완하여, 프론트 스커트 부분을 원 설정과 가까운 크기로 재구성함으로써 조금 미흡했던 전체적인 프로포션 밸런스를 완벽한 비율로 바꾸어준 듯 싶으며, 적절한 디테일 업과 모서리 및 곡면의 다듬기로 인해 아주 깔끔한 작례로 재탄생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원작의 재현에 충실한 키무라 나오키의 작례를 뒤로 하고 오랜 만에 등장한 개성파 모델러 세이라 마스오의 MG 제타 건담 작례. 세이라 마스오 특유의 현란한 디테일업이 적용되어 흡사 제타 건담 MSV와 같은 수준의 디테일로 재탄생했습니다.

세이라 마스오의 작례까지 포함 거의 3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 MG v2.0 제타건담의 작례에 할애됨으로써 역시 2부와 비슷한 책구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가지 차이점이라면, 그 뒤부터의 작례가 그 다양성과 볼륨 덕에 2부보다 훨씬 풍성해 보인다는 점이겠네요.



특히, 이번 편에는 모처럼 짐 계열의 배리에이션 작례가 3연속으로 등장하여, 볼거리를 풍성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 세 작례는 극장판에서의 등장 장면이 거의 눈치채기 힘들 정도로 짧거나, 주변 엑스트라 급 정도로 묘사되기에 매니아들이 아니고서야 그 등장을 알아채기가 그리 쉽지는 않은 MS들의 것인데요. 원 제타 건담에서는 등장하지 않았으나 후에 0083을 통해 소개되면서 이후 신 극장판에 역으로 사용되는 기체들이기도 합니다.

MG 네모라든지 MG 퍼스트 Ver.Ka, 레진 키트 등을 활용하여 주역기체에 버금가는 완성도와 디테일을 보여주고 있는 신역 3편의 숨겨진 킬러 컨텐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듯.



이번 신역 3편의 헤드라인이 MG v2.0 제타건담이라면, 하이라이트는 아마도 이 작례에게 가는 것이 마땅할 겁니다. MG로 출시가 되지 않은 시로코의 기체 디 오를 1:100의 스크래치 빌드로서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완성도로 탄생시킨 아틀리에 사이 조형 2과의 작례.

개인적으로 MG로 출시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MS 중 1순위로 꼽는 디 오인데요. 한가지 아쉬운 것은 본 작례집에서는 2페이지에 걸친 짧은 작례 소개만으로 끝나버려 앞서 언급했던 하이라이트라는 표현이 무색하기는 합니다.



대신, 이번 신역 3편에는 작 중에서 디 오와 버금가는 포스를 보여주었던 하만 칸의 큐베레이 작례가 세 가지나 등장하여 디 오의 아쉬움을 나름대로 상쇄해주고 있습니다. MG로 출시가 된 젝품이기에 아무래도 앞선 디 오에 비해서는 좀 더 작례가 용이한 녀석이긴 합니다만, 워낙 다른 MS와는 다른 독특한 스타일과 곡면 위주의 구성을 갖고 있는 큐베레이의 특성상 대부분의 작례는 새로운 프로포션으로의 구성이나 디테일 업의 추가보다는 펄 도장과 같은 도색 측면에 신경을 쓴 작례가 많이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3개의 큐베레이 작례가 등장하는 구성이라면 오히려 하나의 작례를 생략하고 디 오 쪽에 좀 더 비중을 실어주거나, 혹은 뒤의 HGUC 작례 중 1부와 2부에서 이미 등장했던 MS를 생략하고 디 오쪽에 좀 더 구성을 실었으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도 있습니다.



단연코 신역 3편 HGUC 파트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완전 변형이 가능한 HGUC 제타 건담의 개조 작례. 완벽한 웨이브라이더 형태로의 변형이 가능하면서 동시에 프로포션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정말 완벽한 꿈의 HGUC 제타 건담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80페이지 하단에 등장한 웨이브라이더 형태로의 연속변환 사진은 입을 다물게 하지 못할 정도의 감흥을 주지 않았나 싶은데요. 어정쩡하게 디테일업에만 주안점을 둔 몇몇 MG 작례보다 훨씬 고난이도의 기술을 요하는 작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디 오 다음으로 MG로 출시되길 개인적으로 바라고 있는 디제의 1:144 작례. HGUC 제품마저도 출시가 안되어 디제 팬인 저로서는 많은 아쉬움을 금할 수가 없는데요. 이번 작례에서 이전의 구판 1:144 키트를 활용하여 멋진 모습으로 재탄생되었습니다 .

사실, 신 극장판에서는 스토리 축약 상 등장하지 못한 디제입니다만, 이번 작례집에서는 특별히 디제에 대한 지면이 할애되어 디제 팬들의 갈증을 조금이나마 채워준 듯 싶군요. 신역 3편은 디제 외에도 바잠이나 바운드 독, 사이코 건담 MK-II와 같이 신 극장판에서는 등장하지 못한 MS들의 작례를 다루어 내용적으로도 굉장히 풍성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작례집의 클라이막스는 PG 제타 건담으로 장식되었습니다. 1:60이라는 엄청난 크기 상 어지간한 개조로는 원 제품과의 차이를 느끼기가 힘든 PG 제타 건담을 전투기의 디테일을 적용한다는 컨셉으로 놀라우리만치 세심하고 리얼한 디테일이 부여된 작례. 특히, 과하지 않은 적절한 웨더링 기법의 적용으로 현실적인 병기의 느낌으로 재탄생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단, 뒤이어 등장하는 다른 모델러의 PG의 작례가 상대적으로 싱거워져 버린 느낌이 들지 않았나 싶은데요. 오히려 이런 경우에는 하나의 작례에 대해 좀 더 많은 사진을 실어주는 형태의 구성이 내용적으로 풍성해 보이지 않나 싶은 아쉬움도 있습니다. 작례 설명에 한 페이지만 할애되다보니 프리뷰적인 느낌이 더 강하군요.



마지막 대미는 무려 더블 제타 건담의 작례. 개인적으로 더블 제타 건담을 등장시킨 마지막은 이번 신역 3편에서 가장 인상적인 구성 중 하나가 아닌가 싶은데요. 비록 출시된 라인업이 적어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엄연히 제타 건담의 후속 시리즈인 더블 제타 시리즈를 상기함으로써 팬들에게 다시금 새로운 기대감(더블 제타 건담의 등장 MS의 작례를 실은 신 건담 웨폰즈의 출간 정도?)을 갖게하는 여운을 준 페이지라 생각이 됩니다.

특히, MG 더블 제타는 백식과 함께 MG v2.0 출시를 바라는 기대 1순위의 제품이기에 조심스레 그 가능성에 희망을 가져봅니다.

전체적으로 이번 신역3편은 기존의 1,2부작의 아쉬운 점을 거의 다 상쇄시킨, 말 그대로 3부작의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해준 작례집이 아닌가 싶습니다. 기대를 뛰어넘는 몇몇 예외적인 작례와 뛰어난 완성도의 작례들이 대거 등장하여 볼거리는 풍성합니다. 기존의 구성에서도 매번 선보였던 스토리 다이제스트나 설정자료집 등은 여전히 이 작례집의 구성을 풍부하게 하고 있구요. (물론, 몇 몇 부분은 사족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있지만.)

다만, 일부 번역에 있어서 너무 일본 원서의 느낌에 충실하게 하려 했던 탓인지, 일본 특유의, 문장이 끝을 맺지 않고 계속해서 나열되는 것과 같은 일본식 표현이 왕왕 등장하고 있는데요. 익숙한 이들에게는 그닥 대단치 않은 문제지만, 아무래도 한국적 정서와는 맞지 않는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편집 레이아웃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좀 더 능동적인 의역을 적용했으면 어땠을까 싶긴 합니다만, 이것은 취향적인 차이도 있거니와 원판 그대로의 표현으로 번역하여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는 쪽과 최대한 우리 쪽의 정서에 맞는 단어와 문장으로 번역하는 것과의 합의점을 찾는 것이 매번 쉬운 것은 아니기에 번역 쪽의 문제는 한글판 건담웨폰즈의 문제점이라기보다는 그냥 한 독자의 아쉬운 소리 정도로 보아도 어떨까 싶습니다.


Gundam Weapons - 기동전사 Z건담 별의 고동은 사랑 3 - 10점
Hobby Japan 편집부 엮음/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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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 웨폰즈 기동전사 제타 건담 신역 1편'에 이어 출간된 '건담 웨폰즈 기동전사 제타 건담 신역 2편, 연인들(이하 신역 2편)'.


주인공 카미유와 샤아의 잠시동안의 지구권 생활, 그리고 카미유에게 또다른 멘토로서 부활한 1년 전쟁의 영웅 아무로와 그의 연인이 되는 벨토치카 일마, 카미유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되는 비운의 히로인 포우 무라사메, 시로코에게 절대적인 신뢰와 사랑을 바치면서도 카츠 코바야시의 순수함에 이끌리는 사라 자비아로프, 샤아가 자신을 이끌어 주길 바랬으나 그의 확실치 못한 태도에 결국 시로코에게로 돌아서는 레코아 론드, 쉽사리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는 헨켄과 그런 그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에마 신 등, 다양한 연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극장판 2편의 등장 MS 들을 위주로 많은 작례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특히, 포우 무라사메의 초거대 MS 싸이코 건담이라든가,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내는 제타 건담, 독특한 변형과 스타일을 보여주었던 시로코의 MS 멧사라나 함브라비, 극장판 마지막에 등장한 하만 칸과 엑시즈의 가자 C 등 새로운 MS에 대한 기대감이 큰 작례집이기도 하지요.


먼저 이번 신역 2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작례는 MG 2.0 건담 마크 투입니다. 신역 1편이 출간 준비중이던 당시 출시된 제품으로, 신역 1편에서는 제대로 된 작례를 실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이번 작례집에서는 MG 2.0 마크 투 특집이라 할 정도로 많은 페이지가 할애되었는데요. 명작 MG 중 하나로 불리워지는 마크 투인만큼 이번 작례집에서도 특별히 큰 개조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포스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에우고 타입의 마크 투보다 팬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은 티탄즈 타입의 마크 투. 검은색과 진청색으로 칠해진 검은 건담의 포스는 최초 TV 시리즈 방영 당시에도 많은 화제를 낳기도 했습니다. 역시 큰 개조 없는 작례만으로 굉장한 포스를 뿜어내고 있지요.

위의 에우고 타입, 티탄즈 타입 마크 투와 함께, 1:100 풀 스크래치 빌드 플라잉 아머 작례, 마크 투의 건프라 강좌까지 포함되어 신역 2편은 총 26페이지에 해당하는 MG 2.0 마크 투의 작례로 시작을 합니다.(스토리다이제스트마저 그 뒤부터 시작.) 이것이 상당히 파격적인 구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어찌보면 1편에 미처 실리지 못한 마크 투 작례가 이번 신역 2편에 이르러 부록으로 먼저 실린 듯한 느낌도 듭니다.


본격적인 신역 2편의 작례는 이 백식부터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마침 표지 사진도 백식) 1편에 비해 훨씬 더 날렵한 프로포션과 세밀해진 디테일의 작례로, 1편의 작례에 비해 좀 더 고급스러워진 느낌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MG 2.0으로 나왔으면 하는 MG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모델이기도.


릭 디아스도 1편의 작례에 비해 보다 중량감있고 병기적인 느낌으로 만들어진 듯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1편의 릭 디아스 작례가 많이 아쉬웠던 터라 몹시 반가운 부분. 이번 편의 릭 디아스는 아무로 레이가 탑승하여 앗시마를 물리친 바로 그 릭 디아스의 구현을 목표로 했다는군요. 아무로의 릭 다이스라 그런지 왠지 포스가 남다릅니다.


마침내 등장한 시리즈의 주역 제타 건담의 작례. 이번 제타 건담의 작례 역시 해당 작례집이 만들어질 당시에 MG 2.0 제타 건담이 출시된 관계로 MG 1.0 제타 건담의 작례만이 실리게 되었습니다. 오래된 모델인지라 프로포션 등 여러 면에서 부족한 MG 1.0 제타건담에 MG 제타 플러스의 부품을 다수 적용하여, 원 제타와는 또 다른 색다른 맛의 작례로 탄생.

다만, 앞선 마크 투의 작례가 너무 많이 실려있는 관계로, 그리고 신역 3편에서 MG 2.0 제타 건담의 비중이 높아지는 관계로 MG 제타 건담의 작례는 이번 하나로 끝나 아쉬움을 안겨주는군요. 개인적으로는 MG GM II나 MG 하이잭의 작례 중 하나를 빼고 제타 건담의 또다른 작례를 하나 정도 더 실었어도 어땠을까 하는 생각입니다만.


명품 키트 중 하나로 불리는 MG 네모의 작례. 역시 신역 1편에서 1:144 키트로 선보인 네모 작례에 대한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는 페이지로, 키트 자체의 디테일은 단순한 편이지만 밸류트 시스템을 위한 자석의 부착 등 세세한 부분에 많은 손이 간 작례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이번 신역 2편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싶은, 1:100 멧사라 풀 스크래치 빌드 작례. 일반 MS에 비해 큰 덩치(전고 30.3m)를 갖고 있기에 1:100 스케일로 풀 스크래치 빌드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텐데 멋진 작례를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이 멧사라는 풀 스크래치 빌드임에도 불구하고 완전변형이 가능한 작례다라는 점에서 그 의의를 둘 수 있겠는데요. MG는 아니더라도 HGUC라도 발매되었으면 싶은 MS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시로코의 MS들은 모두 독특한 매력들이 있지요.

다만, 애니메이션적 모습의 재현에 충실한 작례인지라 디테일 적으로는 조금 심심한 느낌이기도 합니다. 복잡한 디테일보다는 이렇게 단순화된 작례의 멋도 나름대로 있다고 할 수 있겠으나, 색감 또한 가벼워 전체적으로는 그 크기에 비해 중량감이 조금 부족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네요.


MG 1.0 제타 건담 작례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HGUC 제타 건담의 작례. 기본 HGUC와 웨이브 슈터 형태, 그리고 구 1:144를 활용한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제타 건담 등 세가지 작례가 선보여 제타 건담의 부족함을 조금이나마 메워주고 있습니다. 특히, HGUC 제타 건담은 프로포션 자체가 MG 1.0 제타 건담에 비해 월등하여 비록 1:144지만 멋진 느낌을 보여주고 있군요. MG 작례에는 생략된 웨이브라이더 형태의 작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신역 2편의 HGUC 작례의 하이라이트, HGUC 싸이코 건담. 40m라는 거대한 크기 덕분에 HGUC로만 출시되어있는 싸이코 건담을 디테일업을 통해 그 존재감을 더욱 보완한 작례입니다. 이외에도 LED 발광기믹을 도입하여 메가입자포 발사 모습을 재현한 작례도 실려 있는데요. 후자의 작례는 적절한 웨더링 효과로 인해 그 현실감이 더욱 높아보이기도 합니다.


극장판 마지막에 등장하여 3편의 기대감을 높여준 액시즈의 주력 MS 가자 C. 특히, 이전 TV 시리즈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던 하만 칸 전용 가자 C가 등장하여 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만 칸의 가자 C는 레진 키트를 이용한 작례로 원 HGUC와는 조금 다른 독특한 느낌.


신역 3편의 예고편과도 같은 MG 2.0 제타건담의 스트레이트 작례 및 제작기법 강좌. 1편에서도 MG 2.0 마크 투의 간단 소개에 이어 2편에서 여러 페이지를 할애하여 마크 투의 작례가 나온 만큼, 신역 3편도 MG 2.0의 제타 작례가 큰 부분을 할애하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번 신역 2편은 3부작의 두번째라는 어중간한 위치, 그리고 여러 등장인물들의 에피소드와 이야기를 다루느라 하나하나의 깊이가 생각만큼 깊지 못해 아쉬움을 주었던 극장판 신역 2편처럼 전체적으로 거쳐가는 느낌의 작례집이었습니다. MG 2.0 마크 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할당된 것은 좋았으나, 건프라 제작강좌나 플라잉 아머 작례 때문에 실제 실린 작례는 두 가지 뿐이었구요. 결과적으로 마크 투에 할애된 페이지만큼 타 MS의 작례 비중을 줄어들었지요. GM II는 몰라도, MG 하이잭 같은 경우의 작례는 또 실을 필요가 있었나 싶은 생각도 들더군요.(이미 1편에서 많은 작례가 선보였기에)

또한, 신역 1편의 풀스크래치 빌드 앗시마나, MG 프리덤의 프레임을 사용한 1:100 갈발디 베타처럼 강렬한 포스를 보여준 작례가 부족해 보이기도 합니다. 1:100 멧사라 풀스크래치 빌드는 훌륭했지만 확실히 앗시마에 비해서는 밀리는 감이 있지요. 개인적으로는 갸브스레이나 메타스 둘 중의 하나 정도는 1:100의 작례가 나왔다면 어땟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비록 HGUC 작례가 두 가지씩 등장하기는 했지만, MG에 비해서는 역시 HGUC 작례는 부록의 느낌이 강하군요.

하지만 덕분에 3편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MG 2.0 제타 건담이라든가, 비록 HGUC지만 압도적인 포스를 자랑하는 디오, 하만 칸의 큐베레이 등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한 작례들이 가득할 것 같군요.


Gundam Weapons - 기동전사 Z건담 A New Translation편 02 - 8점
Hobby Japan 편집부 엮음/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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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TSU · SUNRISE (captured from Gundam UC Homepage)


2010년 봄 개봉예정인 건담 U.C의 프로모션 영상. 이번 건담 엑스포에서 공개되었던 영상이 마침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하여 네티즌들에게도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아, 그런데 공개는 되었는데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프로모션 영상의 링크가 깨진 듯 싶군요. 결국은 유튜브에 올려진 영상으로 감상을 했는데 말입니다.

일단 비주얼은 기대를 갖을 만 합니다. 6부작의 OVA인지라 자본 및 업무 집중도가 높아서 그런지 작화 퀄리티는 꽤 좋군요. 거기에 캐릭터 디자이너인 타카하시 쿠미코(카드캡터 사쿠라, 동경 바빌론, 위치헌터 로빈 등의 캐릭터 디자이너)가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스타일을 나름 잃지 않으면서도 요즘의 취향에 맞게 캐릭터 디자인을 잘 뽑아내준 듯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위치헌터 로빈을 통해서 이분의 캐릭터 디자인에 큰 신뢰를 보내고 있었기에(이쁘장한 스타일도, 극화적이고 사실적인 스타일도 다 소화가능하구나라고 인정) 꽤 만족스럽다는 생각이구요.

포로모션 영상을 통해 보여진 등장한 제간, 크샤트리아, 유니콘 등의 모습도 꽤 만족스럽습니다. 캐릭터 디자인/메카닉 디자인 및 작화는 일단 합격점이 아닌가 싶군요. 관건은 역시 스토리와 연출이 될 듯 합니다. 바람의 검심 추억편/슈발리에의 후루하시 카즈히로 감독인 이상, 내러티브 전개에는 그닥 문제는 없을 듯 싶은데 재미면에서는 과연 어떨지.

그간 저연령 취향의 엔터테인먼트적 전개와 상업성에 치중해온 신 건담 시리즈들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는 보입니다만.

ⓒSOTSU · SUNRISE (captured from Youtube.com)



☞ 공식 홈페이지 프로모션 영상 (보러가기)
☞ 유튜브 포로모션 영상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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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 웨폰즈의 한글번역판 그 네번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건담 시리즈 중 가장 다양하고 멋진 MS 들이 등장했던 '제타 건담 신 해석판 제1탄, 별을 잇는자(이하 별을 잇는자)'입니다.



물론 제타 건담이 취향이 아니신 건담 팬들이야 이런 도발적인 발언에 별로 동의하실 생각이 없으시겠지만, 퍼스트 건담의 새로운 물결을 이어받아 당시 선라이즈의 최정예 스탭들이 참여했으며, 수많은 메카닉 디자이너들의 협업에 의해 실로 엄청난 수의 다양한 MS들이 출연했던 제타 건담의 아니메에서의 위치만큼은 분명 건담 시리즈 중 가장 최고인 것만큼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이지요.

 

아니메 로봇 디자인 史에 한 획을 그을 제타 건담 뿐만 아니라, 마크 투, 백식, 릭 디아스, 네모, 앗시마, 사이코 건담과 같은 초기 MS들부터 멧사라, 파라스 아테네, 큐베레이, 디오 등에 이르는 후반기 MS까지 각각의 독특하고 개성적인 포스는 시대를 넘어서 수많은 건담 시리즈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런 제타 건담의, 그것도 2005년에 새롭게 해석된 극장판의 MS 디자인을 기반으로 하여 만들어진 이번 건담 웨폰즈 별을 잇는 자 편은 지금까지 출간된 건담 웨폰즈 번역판 중에서는 가장 큰 기대를 갖게 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게다가 이번 별을 잇는자 편은 제목 그대로 새롭게 제작된 제타 건담 극장판 1편에 등장하는 MS들의 작례만을 위주로 다루고 있기에, 자연스레 2편과 3편의 MS들이 등장하는 건담 웨폰즈 제타건담 편의 속편까지도 기대할 수 있는, 건담 팬들로서는 무척이나 설레이는 일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더불어, 2000년도 이후 들어 새롭게 출시된 제품들을 기본으로 한 작례는 분명 이전의 제타 건담 시리즈의 작례와는 다른 프로포션과 디테일을 선사하리라는 기대감 역시 크다고 할 수 있겠죠.

 

극장판 1편에서 신작화를 통해 시대를 뛰어넘은 매력을 보여준 건담 마크 투의 발차기 씬을 재현한 작례부터 만나게 될 다양한 작례에 설레이는 마음을 벌써부터 금할 길이 없습니다. 에구머니나, 너무 흥분했군요.

 


일단 첫 도입부는 극장판 1편의 스토리 요약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극장판의 다양한 컷들은 거의 신작화 위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중간중간 건프라로 해당 씬을 재현한 작례 사진도 끼워져 작례집이라는 자신의 본분을 잊지는 않고 있지요. 원본의 편집 디자인의 구성상 여전히 세로 읽기는 어쩔 수 없는 한글번역판 편집진의 선택이었겠지만, 기왕이면 문단나누기 등으로 조금은 운용의 묘를 발휘했으면 어땟을까 싶은 아쉬움이 들기는 합니다. 세로읽기가 익숙하지 않은 이들의 경우는 읽다가 줄을 놓치는 경우가 왕왕 일어나거든요.

 


자, 드디어 시작된 첫번째 작례는 극장판 1편의 주역기체인 건담 마크 투의 MG 작례입니다. 이 건담 웨폰즈의 일본원판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MG 버전 2.0이 출시되기 전이었기에 (정확히는 버전 2.0이 극장판의 제작에 발 맞추어 출시된 모델이지만, 이번 별을 잇는자 편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해당 작례가 없었기에) 쓰여진 모델은 MG 1.0입니다만, MG 1.0의 어설픈 디테일은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멋지게 변모한 마크 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원한 붉은 혜성 샤아의 또다른 컬러링이라고 해도 잘 어울릴 정도로 샤아와 완벽한 싱크로를 보여주었던 백식의 작례. 붉은 색이 샤아의 퍼스널 컬러라지만, 이 금빛의 백식이 가장 샤아와 어울렸던 MS가 아니었나 생각하는데요. 개인적으로 제타 건담 MS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녀석이기도 합니다. 이번 작례는 금색 맥기로 출시되었던 MG를 기반으로 다시 모델러가 금색 컬러링으로 재도장하여 훨씬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재탄생한 케이스로, 마치 근래에 출시되었던 HD 컬러의 느낌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겠군요.

 

게다가 HGUC에서만 출시된 백식의 메가런쳐를 MG 스케일로 풀스크래치 빌드로 작례해내어 오히려 본체인 백식보다 더 많은 공을 들인 작례이기도 합니다. MG 백식의 단점이라고 생각되는 짧은 목 등도 개수를 통하여 훨씬 좋아진 프로포션으로 탄생되었구요. MG 백식의 작례는 이 외에도 밸류트 시스템을 탑재한 작례도 실려 있습니다.

 


MG 프리덤 건담의 내부 프레임을 기본으로 하여 새롭게 개조된 1:100 갈발디 베타의 작례. 늘씬한 프로포션을 자랑하는 MG 프리덤의 내부 프레임에 1:100으로 출시되었던 구 모델의 외장을 여기에 이식하는 대수술을 거쳐 완벽한 프로포션을 자랑하는 작례로 제탄생한 모습.

 


역시 출간 당시 구판 1:144 모델 밖에 출시되지 않은 네모를 구판을 기본으로 하여 믿기지 않는 프로포션으로 재탄생시킨 1:144 스케일의 네모 작례.

 


다소 실망스러웠던 자쿠의 후계기 하이잭을 대신하여, 훨씬 나아진 모습으로 많은 올드 팬들의 호응을 얻었던 마라사이의 HGUC 작례. 이 녀석은 MG로 한 번 나와도 어떨까 싶은 녀석이긴 한데 말입니다. 사실, 너무나 많은 커스텀 MS들의 등장으로 제타 건담 시리즈에서는 크게 호응을 받는 양산 MS를 보기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릭 디아스나 마라사이, 네모 외에는 그닥 꼽을 만한 녀석들이 없는데, 릭 디아스나 네모는 MG로 나왔으니 마라사이도 한번쯤은 MG로 나와주었으면 어떨까 싶은 바람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번 별을 잇는 자편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 앗시마의 풀 스크래치 빌드 작례. 전 일본 오라자쿠 선수권 기동전사 Z 건담 부문 금상 수상작으로, 이번 별을 잇는 자편에 특별출연 해주셨는데요. 1:100 스케일이지만 실제 앗시마보다 더 큰 스케일로 디자인하여 무려 40cm에 육박하는 엄청난 볼륨감을 자랑하는 녀석입니다.

 

게다가 자체 변형까지 가능한 괴물같은 작례라고 할 수 있는데요. 기존의 앗시마에 비해 더 커진 볼륨감과 울퉁불퉁한 디테일 등이 압도적인 위압감을 자랑합니다. 이 괴물같은 작례를 물리친 대상작은 다음 건담 웨폰즈 연인들 편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하는군요. 대상작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할지 기대가 큽니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MG 2.0을 작례가 아닌 스트레이트 빌드로 알아보는 페이지도 마지막에 추가되어, 다음 편에 등장할 MG 2.0 작례에 대한 기대감을 부추겨 주는군요. 아울러, 마지막 페이지의 건담 웨폰즈 연인들 편의 예고에는 제타 건담의 작례까지 등장하여 2편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부채질 해주고 있습니다.

 

이번 건담 웨폰즈 별을 잇는 자편은 확실히 건담 시리즈의 최고 인기작인 제타 건담편의 작례집 답게 화려하고 풍성한 볼거리로 가득했습니다. 다만, 전 3부작으로 나뉘어진 극장판 시리즈를 기본으로 했기에 작례집 역시 이 하나만으로는 아쉬운 것도 사실입니다. 제타 건담의 등장 MS들을 세 부분으로 나누게 된 만큼 각 파트별 작례는 조금 부족한 감이 있어 이번 별을 잇는자 편의 경우에는 출시된 제품 카탈로그와 같은 홍보용 페이지들도 추가되어 있기도 하죠.

 

그러나, 이 세 편을 다 모은 시점에서는 분명 가장 볼거리가 풍부한 멋진 작례집 3부작이 되리라는 예상을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출시될 2부 3부에 대한 기대감을 더더욱 크게 만들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던 작례집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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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사 건담의 30주년을 맞이하여, 대대적인 건담 관련 이벤트가 열리고 있는 일본에서 또다른 빅 뉴스가 있습니다.

 

토미노 요시유키 옹의 신작 건담?


일단 건담 BIG EXPO에서 이벤트 형태의 단편으로 상영된 이 작품은 현재 "Ring of Gundam"이라고 불리우고 있습니다. 현재 방영 형태나 방영시기 등에 대해서 정확히 정해진 바는 없는 듯 하구요. 제작 스튜디오 역시 선라이즈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로봇' 아니메 스튜디오(카토 쿠니오 감독의 단편작 La Maison en Petits Cubes나, TV 시리즈 나나미 짱 등을 제작한 스튜디오)가 제작을 맡아 3D 애니메이션과 셀 애니메이션이 혼합된 형태로 제작될 듯 합니다. 메카닉 디자인은 역시나 원년 멤버인 오카와라 쿠니오가, 그리고 음악은 칸노 요코가 맡아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의 새로운 건담 시리즈에 큰 힘을 실어줄 듯 합니다.

 

일단 배경은 우주세기로부터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의 이야기가 될 듯 하구요. 달 궤도에 지름 600Km에 육박하는 거대한 링 모양의 인공 구조물이 떠있는 지구권이 그 배경인 듯 합니다. 주인공인 에이지가 'Beauty Memory'라는 것을 지구의 어느 산 속에서 발견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인데, 이 'Beauty Memory'라는 것이 건담 시리즈의 첫 주인공이었더 아무로 레이와 관련이 있는 물건이라고 하는군요.

 

이번 30주년 기념의 실사모형 건담 앞에서 환한 웃음을 지으며, 그동안 가지고 있던 건담에 대한 트라우마를 어느 정도 벗어버린 듯한 토미노 옹이 만든 신작이니만큼 어떤 형태로 전개가 될지 궁금합니다. 또한, 턴에이 건담에서 보여준 탈 건담적인 모습이나 제타 건담 극장판에서 보여준 좀 더 희망적인 메시지들로 보아 이번 건담 시리즈 역시 확실히 그가 전성기를 누리던 70~80년대와는 분명 다른 모습을 띌 것 같군요.

 

이제 초로의 노인이 된 '몰살의 토미노'가 '희망의 토미노'가 되어 보여주는 건담의 세계가 자못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의 세대에게 공감을 얻기는 아무래도 어려워 보이지만 말입니다.)

 

마이니치 신문의 기사: ガンダム,30周年作品の映像公開 富野由悠季原作・総監督で制作

Animation News Network의 기사: Part of Yoshiyuki Tomino's 'Ring of Gundam' Previewed (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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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TSU · SUNRISE (captured from Gundam UC Homepage)


제작 발표 후 한동안 잠잠하던 기동전사 건담 UC가 홈페이지 개편과 함께 새로운 소식을 올렸습니다.

 

기동전사 건담 UC 홈페이지 바로가기

 

일본어 페이지 뿐만 아니라 영문 페이지 역시 만들어서 이전까지와는 다른 글로벌한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군요. 확실히 21세기 들어 일본 아니메의 화두는 세계화인 듯 합니다. 공식적으로 외국인을 위한 홍보활동을 벌이지 않았던 건담 시리즈 조차도 이렇게 영문 페이지로 홍보하는 것을 보면 말이죠.

 

일단 최신 뉴스 측은 일본어 홈페이지만 업데이트 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8월 22일자로 새로이 제작중인 건담 UC 아니메에 관한 소식이 업데이트 되었군요.


우주세기를 배경으로 한, 역습의 샤아 편으로부터 3년 뒤의 이야기인 건담 UC 아니메는 2010년 봄, OVA 형태로 발매될 예정인 듯 합니다. 총 6부작으로 제작된다고 하는군요. 1화는 50분이라고 합니다. 아마 2~6화는 30분 정도의 일반 OVA 분량 정도일 듯 하네요. OVA 발매가 완료된 이후에는 아마도 총집편 형태의 극장판으로 개봉될 듯 합니다.

 

자, 과연 새로운 우주세기의 이야기가 어떤 모습으로 태어날지 자못 궁금하군요. 이제 이쯤되면 건담 시리즈도 어떻게 국내에서 DVD 정도로 정발 좀 되주었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이번 UC가 그 물고를 터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전세계 동시 발매라는데, 한국은 제외되겠군요.)


ⓒSOTSU · SUNRISE (captured from Gundam UC Home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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