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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영화사 집


<스탭>

◈ 감독/각본: 최동훈
◈ 캐스팅: 강동원, 김윤석, 임수정, 유해진 外
◈ 제작: 영화사 집


<시놉시스> 

태초에 땅에선 인간과 짐승이 조화로웠고, 하늘 깊숙한 감옥엔 요괴들이 갇혀 있었다. 도력 높은 신선 표은대덕은 신비한 피리를 삼천일 동안 불며, 요괴의 마성을 잠재우고 있었다. 삼천일의 마지막 날 열렸어야 할 감옥문이 그곳을 지키던 미관말직 신선 셋의 실수로 하루 먼저 열리고 말았다. 바로 그 순간, 요괴들의 마성은 다시 깨어났고, 표은대덕의 피리는 사악한 기운에 묻혔다.

요괴들은 모두 피리의 주인이 되고 싶었다. 피리를 빼앗긴 표은대덕은 요괴의 마성에 젖은 체 지상으로 떨어졌다. 마성에 빠진 표은대덕과 요괴들은 지상으로 쫓겨와 인간의 몸에 숨어들었고, 자신이 누군지 그 기억마저도 잃어버렸다. 사람들 사이에선 오직 피리를 가진 자만이 요괴들을 다스릴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자신들의 실수로 피리를 잃어버린 신선 셋은 지상으로 내려와 이름 높은 도사 화담에게 요괴와 피리를 찾아줄 것을 부탁하게 되고, 화담은 이 부탁을 받아 요괴들의 추적에 나서게 되는데... (거의 대부분이 실제 영화의 프롤로그 내레이션을 옮긴 글입니다.)


기대 이하의 스토리텔링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재미를 보여주다.

번에 구정특선으로 감상하게 된 전우치는 이제까지의 한국 판타지 영화 중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영화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은행나무 침대(1996)'의 성공 이후, 한국 영화계는 거액의 제작비를 들여 '귀천도(1996)', '비천무(2000)', '단적비연수(2000)', '천년호(2003)', '아라한 장풍대작전(2004)', '중천(2006)'과 같은 일련의 판타지 무협 액션물들을 잇달아 선보이게 되지만, 거의 대부분이 조악한 완성도와 뒤떨어지는 서사로 인하여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이 와중에 등장한 전우치는 비록 히어로 물로 홍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술과 부적이 사용되고 신선과 요괴가 등장하는 등, 전형적인 오리엔탈 판타지의 형식을 취한 작품으로, 이들 한국적 판타지 영화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전우치 이전의 한국 판타지 영화들은 우선 중국의 무협 액션에 비해 한참 세기가 부족했던 액션연출이나 다른 작품에서 자신이 보여주었던 만큼의 아우라를 보여주지 못한 배우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연기력, 판타지라는 장르에 익숙하지 못했던 감독들의 성향과 엉성한 각본과 같은 여러가지 요인에 의해 대부분이 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보다 더 먼저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판타지라는 장르문학에 대한 편견과 이해력 부족이 먼저라 하겠는데, 이는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에게도 마찬가지의 문제라 하겠다. 이제까지 한국영화 중 성공한 영화 대부분이 현실세계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코미디나 드라마, 혹은 범죄액션물이 대부분이었고, SF나 판타지와 같은 장르 영화는 한국영화로서는 거의 성공한 전례가 없었던 것이 그 반증은 아닐까. 한마디로 만드는 이나 보는 이나 판타지라는 소재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어 있었던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소설이나 코믹스, 온라인 게임 등을 통해 판타지라는 소재가 젊은이들에게 있어서 상당히 대중적인 이슈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이로 인해 발달된 촬영기술과 막대한 제작비가 확보되었음에도 2000년대 들어 제작한 대부분의 판타지 영화들은 흥행 참패라는 처참한 성적을 거둔 것이 이제까지의 상황이다. 그리고 마침내 2009년에 이르러서야 전우치가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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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재구성(2004)', '타짜(2006)' 등을 통해 하이스트 무비와 범죄 드라마의 진수를 보여주었던 최동훈 감독은 2006년 판타지 영화 중천의 각본 작업에도 잠시 참여한 경력이 있다. 수준 이하의 스토리 텔링을 보여준 중천의 각본이 온전히 최동훈 감독의 작품은 아니지만, 이 대목은 확실히 불안감을 자아내게 하는 요소이다. 즉, 흥미진진한 두뇌 싸움을 보여주었던 앞선 두 작품에 비해 판타지라는 이야기 형식이 최동훈 감독에게는 맞지 않는 옷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전우치는 최동훈 감독의 작품 중에서는 가장 미흡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준 작품이다. 오락영화로 만들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단선적인 전개는 둘째치고 그 완성도도 생각만큼 만족스러워 보이지는 않았다. 연출 역시도 그러한데, 피리를 요괴에게 빼앗긴 체 인간계로 떨어진 표은대독의 이야기와 전우치의 등장과 난동, 그리고 화담과 세 신선의 요괴쫓기 에피소드를 시간 순에 맞춰 평이하게 배열하지 않고 각자의 시점에 따라 교차로 진행시킨 서두 부분은 분명 최동훈 감독의 재기가 엿보이는데, 이후의 이야기는 서두와는 달리 그저 평범하게 시간에 따라 흘러가고 있다. 이것은 단조로운 이야기 흐름이 기교있는 연출을 보여줄 여지를 만들지 못하게 한 것이 아닐까도 싶다. (그래도 영화 초반에 주어진 두어가지의 복선이 클라이막스와 결말부분에서 다시금 등장하기는 한다.)

하지만 이런 단조로운 전개에도 불구하고 전우치는 위트가 넘치고 즐겁다.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껄렁껄렁한 강동원의 연기와 언제 어디서나 제 역할을 다해내는 유해진의 코믹 연기는 이 작품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일등 공신이다. 여기에 송영창, 주진모, 김상호로 이어지는 얼빠진 세 신선 역시 감초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 이들로 인해 전우치는 시종일관 유쾌하고 즐거운 분위기가 가득한 오락영화가 되었다. 이전에 비해 훨씬 수준이 높아진 액션연출도 일품이다. 도술을 사용하는 전우치의 액션장면은 꽤 잘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은데, 극장이 아닌 TV로 감상했음에도 불구하고 CG의 이질감을 제외하고는 큰 흠결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좋은 모습이었다. 유쾌한 캐릭터들의 코미디와 박진감 넘치는 액션은 다소 허술한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전우치를 이끌어가는 힘이 되고 있다. 이는 최동훈 감독의 작품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우직한 전개가 아닌가 싶다.

ⓒ (주)영화사 집


하지만 캐스팅이나 캐릭터 설정에 있어서는 일부 미스나 사족이 느껴진다. 많은 미디어에서 지적했듯이, 히로인 역의 임수정의 비중이 너무 미약하여 히로인으로서의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음은 아쉬운 부분이다. 오히려 특별출연한 염정아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느낌인데, 이는 같이 특별출연한 김효진이나 백윤식에 비교하면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비중이 커보인다. 또한, 화담 역의 김윤석 역시 기이하게도 캐릭터와 잘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떤 장면에서는 섬뜩할 정도로 오싹한 연기를 펼치는 듯 싶다가도 어떤 장면에서는 묘한 불협화음이 느껴지는데, 타짜에서 보여준 인상적인 악역의 연기나 이때까지의 그의 필모그라피를 살펴볼 때 이는 의아한 점이라 하겠다. 어쩌면 판타지라는 옷이 김윤석과는 그다지 맞지 않는지도. 반면 특별출연한 천관대사 역의 백윤식은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연기를 선보이는데, 확실히 이런 부분은 연기의 내공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비록 여러가지 아쉬움을 남긴 작품이지만, 동시에 전우치는 여러가지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해학과 위트가 넘치는 유쾌한 도사 영웅의 이야기는 너무 현실적인 영화에만 열중하는 한국의 영화 정서에 좋은 청량제가 되지 않았나 싶다. 전우치를 통해 부디 한국 영화계도 SF나 판타지 같은 장르 영화들이 제작되고 성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주)영화사 집


덧붙임) 백윤식의 아들 백도빈도 이 영화에 출연하는데, 최동훈 감독의 전작 타짜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 부자 동반출연이다. 아버지는 특별출연이지만, 아들은 레벨이 떨어져서 그냥 단역인가.

덧붙임) 개인적으로 백윤식 선생의 왕팬이다. 찌질한 연기부터 중후한 연기까지 작품이나 캐릭터, 출연 비중과는 상관업이 언제나 멋진 연기를 선보이신다는... 게다가 이런 판타지 스타일까지 소화를 해내시다니 사랑합니다.

덧붙임) TV로 흥미진진하게 보려던 찰나, 아드님의 취침 관계로 인하여 부득이 시청이 중단되고 말았다. 집이 좁아서 안방에 TV가 있는데, 이런 연휴나 축구경기가 있는 날이면 아주 쥐약이다. 덕분에 네이버에서 2,000원내고 마저 다봤다는.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주)영화사 집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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