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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SUMMER WARS FILM PARTNERS.


<스탭>

◈ 감독: 호소다 마모루
◈ 각본: 오쿠데라 사토코
◈ 제작: 매드하우스


<시놉시스> 

학 올림피아드에 나갈 뻔(?)할 정도로 발군의 수학 실력을 가지고 있는 코이소 켄지는 고교 2년생으로, 동급생인 사쿠마와 함께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아르바이트에 한창이다. 그 아르바이트란, 요즘 일상생활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정도로 각광받고 있는 가상현실 시스템인 OZ의 시스템 유지보수에 관계된 일이다. 컴퓨터로 한창 작업 중이던 어느날, 같은 학교의 히로인이자 교내 남학생들의 우상인 나츠키 선배가 찾아와 한가지 아르바이를 제안한다. 그 아르바이트란 다름이 아니라 나츠키와 함께 시골에 있는 그녀의 외증조 할머니 댁에 내려갔다 오는 것.

평소에 그녀를 흠모하고 있던 켄지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여 함께 고향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하지만, 이 아르바이트에는 한가지 숨겨진 내막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켄지가 나츠키의 약혼녀인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것. 게다가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동경대 출신의 유학생으로 위장을 해야 한단다. 신랑감을 데려오라는 엄격한 외증조 할머니의 엄명을 거역할 수 없었던 나츠키가 궁여지책 끝에 생각해낸 아이디어에 켄지는 울며 겨자먹기로 남친 행세를 하게 되고... 당황한 켄지를 그녀의 가족들이 따뜻하게 맞이해준다.

나츠키의 고향집에서의 정감 넘치는(?) 저녁이 끝난 어느날 밤, 잠을 못이루는 켄지에게 갑자기 문자메시지 하나가 전송된다. 발신인을 알 수 없는 엄청난 수의 배열을 본 켄지는 특유의 수학실력을 발휘하여 암호를 풀고, 답장을 날리게 된다. 뿌듯해하며 잠드는 켄지. 그러나, 그것은 거대한 사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는데...


호소다 마모루의 연타석 홈런, 시대가 바뀌기 시작하다

2007년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평단과 관객의 극찬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 그의 등장은 단순하게 인기 감독 한명의 등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섬세하고 감각있는 연출과 호소력 있는 드라마는 일본 아니메가 그토록 찾고 있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뒤를 이을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그가 시달녀 연출 직전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연출 중에 있었고, 도쿠마 서점의 경연진 교체와 함께 석연치 않은 강판을 당했으며, 시달녀를 통해 스튜디오 지브리와 '게드 전기'에 멋지게 한방(물론, 개봉관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게드 전기'가 흥행에 있어서는 훨씬 큰 수익을 거둬들였지만, 팬과 평단은 만장일치로 호소다 감독에게 손을 들어줌)을 먹였던 터인지라 그 의의는 남달랐다고 하겠습니다. 바로 미야자키의 바톤을 이어받은 새로운 후계자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 말입니다.

이러한 팬들의 과도한 기대 속에 그로부터 2년 뒤 호소다 마모루의 두번째 작품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여름 극장가에 잘 어울릴 것 같은 한여름의 전원을 배경으로 한 가족들의 이야기와, 젊은 세대에게 익숙한 휴대폰과 컴퓨터, 그리고 네트워크와 가상현실이 어우러진 디지털 세상 OZ를 결합한 새로운 이야기의 제목은 바로 '썸머 워즈' 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썸머 워즈는 다시금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연출력을 팬들에게 확인시키면서 그를 여름 극장가의 기대주이자 미야자키 하야오의 자리를 메워줄 인물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확인시켜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섬세한 연출, 서정성과 어드벤쳐를 동시에 보여주는 다양한 재미는 확실히 미야자키의 전매특허 중 하나라고 하겠는데요. 과연 썸머워즈를 통해 그는 진정 아니메를 대표하는 연출가로 떠오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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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감어린 현실과 마법같은 가상현실을 오가는 두가지 맛의 이야기

교 2년생이며, 평범한 일본의 핵가족 환경 속에 살아오던 순진한 소년 켄지가 수많은 친족들이 한 집에 모인 나츠키의 외증조 할머니 사카에 여사댁으로 들어오는 여정은 그에게 있어서 문화적 충격입니다. 켄지는 아버지가 지방출장으로 집을 비우신데다가, 어머니마저 일에 바쁜 전형적인 맞벌이 가족의 외동 아들로, 이시대 청소년들의 외로움을 대변하고 있는 소년인데요. 그런 소년에게 있어서 수많은 친척들과 아이들이 모인 왁자지껄한 나츠키의 가족은 시끄럽지만 정신없고 어색하지만 한편으로는 푸근한 느낌입니다. 즉, 사람냄새가 난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푸근해지는 느낌을 받는 것은 켄지만이 아닙니다. 도시 생활에 익숙해진 나츠키네 식구들 역시 이 외증조 할머니 댁의 귀경을 통해 안식과 휴식을 얻는 셈이지요. 그리고, 그것은 작품을 관람하고 있는 관객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새 잊고 사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 가족의 소중함을 이 작품은 밑바탕에 깔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마지막에 큰 힘을 발휘하는 것 역시 바로 이 가족의 힘인 것이죠.

작품의 또다른 배경이자 가상현실 시스템인 OZ는 가족적인 현실의 분위기와는 또다른 세상입니다. 가상현실에 접속하여 일상생활에 관계된 모든 것을 해갈 수 있는 OZ 시스템은 미래의 편리한 세상을 의미하는 동시에, 그런 세상이 가져다 줄 몇 가지 부작용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보안의 문제가 생겼을 경우 속절없이 무너지는 시스템의 취약성은 네트워크 시스템의 크나큰 약점이기도 하지요. 특히, 근래 등장한 스마트폰과 함께 우리들 역시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편리한 세상으로의 진화를 꿈꾸고 있습니다만, 그와 동시에 보안이 뚫리는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수많은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심각한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아킬레스 건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바로 디지털/네트워크라는 신기술에 대한 부작용을 이 작품에서는 또다른 이슈로 다루고 있지요.

이 작품은 이처럼 현대인에게 너무도 익숙한 생활패턴과 생활아이템이 자칫 위기에 닥쳤을 경우, 이것을 고전적인 가족간의 단합과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 해결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것을 현실과 가상현실의 두 갈래 이야기로 나누어 진행하는 것이죠. 처음에는 별개였던 두 이야기는 조금씩 같은 점을 향해 치닫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현실 속의 대가족은 마침내 가상현실에서도 서로 힘을 합치게 됩니다. 마치 팀 플레이를 하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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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드라마스러운 전개, 맛깔스럽되 특별하지는 않은 이야기

지의 실수로 인해 뚫린 보안시스템과 속칭 '러브머신'이라 불리는 정체불명의 해킹 프로그램이 전 세계의 시스템을 마비시키자, 이것은 곧 현실상의 문제로 다가옵니다. 더불어 사카에 여사의 90세 생신을 준비하고 있는 나츠키 네 식구들에게는 또다른 문제가 닥치죠. 90세 생신 축하를 위해 많은 이벤트를 준비했건만 가문의 남자들이 OZ에서 기인한 각종 사회 기반 시설의 오동작으로 인해 회사를 뜨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수도 시스템이 마비되고, 곳곳에 교통 정체가 시작되며, 거짓 화제경보가 여기저기 발생합니다. 시스템의 거의 모든 것을 OZ에 맡기고 있는 작품의 세계에서 OZ의 이상은 곧 세계의 이상입니다.

게다가 이 '러브머신'이라 불리는 해킹 AI가 다름 아닌 나츠키네 가족들의 일원이면서도 식구들에게 따돌림을 받는 불청객 와비스케란 인물이 만들어낸 프로그램이란 것이 알려지면서 유서깊은 '진노우치 가문'인 나츠키의 가족들은 할머니의 생신잔치가 잘못되는 것 이상의 위기에 닥치게 됩니다. 할머니의 장녀이자 집안의 안주인이기도 한 마리코 여사만이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여전히 사카에 여사의 생신 준비가 차질이 생기는 것에 대한 걱정만 할 뿐이지요. 그러나, 할머니의 건강을 체크하기 위해 OZ에 연결한 건강상태 전송 시스템이 OZ의 고장과 더불어 이상 상황을 발생시키면서 할머니의 신변에도 위협이 닥치게 됩니다. 이제 OZ의 문제는 나츠키들에게도 커다란 문제로 다가오는 것이죠.

OZ에서 벌어진 전 세계적인 위협과, 진노우치 가문에 닥친 가족적인 갈등은 결국 온 가족과 이방인이었던 켄지가 힘을 합쳐 해결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묘사되는 가상현실의 방대한 모습과 컴퓨터 아바타 간의 힘있는 액션씬은 전체적인 작품의 분위기와는 또 다른 흥미로움을 보여줍니다. 스케일 큰 가상세계와 아바타들간의 격투 외에도 현실에서 나츠키 가족들이 보여주는 일상의 디테일도 역시 압권이죠. 이러한 것들이 아무래도 호소다 감독을 미야자키의 후계자로 생각하게끔 만드는 하나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호소다 감독의 그것은 좀 더 코믹하고 젊은 세대다운 생명력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대미를 장식하는 인공위성 궤도 수정하기 씬은 상당한 긴박감을 선사하는데요. 이런 수준의 연출은 확실히 범상한 연출력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에 비해 갈등을 풀어나가는 모습과 결과는 시달녀에 비해 구태의연하고 여운이 없어 평범한 느낌을 줍니다. 가족 드라마로서 멋진 전개와 깔끔한 결말을 보여주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너무 전형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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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다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준 작품

실 속의 이야기와 가상현실의 이야기를 적절히 섞어가며 가족의 힘, 그리고 가치를 보여준 썸머워즈는 확실히 높은 완성도를 가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정도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 호소다 감독 역시 그저 그런 범재라고 할 수 없음은 확실한 것 같구요. 분명 앞으로의 여름 극장가를 책임질 차세대 주자인 동시에, 아니메를 이끌어갈 차세대 기대주 중 하나라고 해도 무리가 없는 듯 합니다. 능숙하고 세심한 디테일과 그 속에서 보여지는 개그는 몹시 만화적이면서도 인간적입니다. 그와 함께 CG를 통해 보여준 발군의 액션감각 역시 앞으로 연출할 장르의 스펙트럼이 넓을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하구요.

반면, 이번 썸머워즈는 가족 사이에서 벌어진 갈등 자체가 상당히 익숙한 전개인데다가 캐릭터의 매력 또한 시달녀만 못하여 전반적으로 임팩트가 그리 크지 못한 것이 사실이기도 합니다. 히로인인 나츠키의 경우는 클라이막스 이전까지 그닥 큰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구요. 켄지 역시 워낙 내성적인 성격으로 인해 개성 넘치는 다양한 가족에게 둘러 쌓이면서 주인공임에도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너무 많은 대가족 덕분에 캐릭터 별로 비중을 두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것일까요. 비중을 떠나 주연급 캐릭터의 입체적인 성격 부족은 다소 진부한 극의 스토리를 더 평면적으로 보이게 하고 있습니다. 

썸머워즈는 호소다 감독의 장기와 범상치 않은 연출가로서의 자질을 보여준 작품인 동시에 호소다 감독의 한계를 보여준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연출가로서는 훌륭한 실력과 감각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스토리 텔링에서는 아직 내공이 부족하다고 할까나요. 하지만 아직 호소다 감독의 성장은 진행중이기에 여전히 우리는 그의 차기작을 기대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연 다음에는 얼마만큼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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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 이번 썸머워즈에 등장하는 가상현실 시스템인 OZ는 공교롭게도 현재 LG 텔레콤의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인 OZ와 같은 이름입니다. 둘다 모바일과 인터넷을 사용하여 현실에서 하던 여러가지 일을 대신해주는 편의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비슷하군요.

근래 많은 아니메가 그러하듯 이번 썸머워즈에서도 다수의 한글이 작 중에 등장합니다. OZ의 시스템에서 등장하는 세계의 각종 언어에 한글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예전에 비해 한국에 대한 인식이 나아진 것일까요. 적어도 요즘의 아니메가 과거와는 달리 세계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음은 분명한 듯 해보입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09 SUMMER WARS FILM PARTNERS.에게 있습니다.

※ 이 리뷰는 알라딘 이주의 TTB 리뷰 2010년 8월차에 선정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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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리뷰할 타이틀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썸머워즈 DVD 입니다. 이 작품으로 호소다 감독은 이제 여름철 극장 아니메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듯 싶네요. 시달녀의 성공이 얻어걸린 것이 아니다라는 것 역시 이 작품으로 증명한 듯 싶구요. 물론, 작품의 주제의식이나 전개는 구태의연한 측면이 있어서 아직 오리지널 아니메를 만들어내는 역량에는 의문점이 남긴 하지만 단연 현재 아니메에서는 떠오르는 기대주라 하겠습니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요? 저같은 가난한 AV 마니아를 배려해서인지 블루레이로는 출시되지 않았나 봅니다, 믿거나 말거나.


패키지 리뷰

머워즈 DVD 역시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 이어 CJ 엔터테인먼트 측에서 제작과 공급을, 아트서비스 측에서 판매를 맡았습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CJ가 만든 타이틀의 패키지는 깔끔하고 정갈합니다. 오랫동안 식품업계에서 비즈니스를 한 때문일까요... 네, 뭐... 그런데 꼭 뭔가가 하나 부족하다는 특징이 있네요. 시달녀에 이어 이번 썸머워즈도 한 두가지 아쉬운 점이 있군요.


익숙한 썸머워즈의 포스터 일러스트입니다. 본 편의 캐릭터 디자이너인 사다모토 요시유키가 그린 일러스트죠. 


뒷면에는 작품에 등장하는 가상현실의 아바타 캐릭터들이 사다모토의 일러스트와 비슷한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하마다 마사루, 오카자키 미나, 아카자키 요시오(응? 둘이 형제나 부부려나요) 삼인의 캐릭터 디자인인데요. 현실과 가상을 오가는 작품처럼 DVD 타이틀도 앞뒤로 다른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내부 케이스의 모습입니다. 쥬얼 케이스에 역시 깔끔한 사다모토의 일러스트가 표지를 장식하고 있군요.


뒷면의 구성입니다. 캐스트와 스탭진 명단은 그대로 일어를 가져다 썼네요. 뭔가 시간에 쫓겨 대충한 듯한 느낌입니다. 몇 %가 부족한 고급스러움, CJ의 스타일인 것 같네요. 뒷면의 상영시간 표시에는 295분이라고 되어 있는데, 아마도 오타이겠죠? 썸머워즈는 1쿨짜리 TV 아니메는 아닐테니 말입니다.


디스크는 총 2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왠 걸. 북클릿이 빠져있네요. 한국에 출시되는 아니메 DVD의 경우 상당수가 북클릿이 빠져 있었습니다만, 좀 아쉽네요. 이정도 급의 타이틀이라면 단 몇장으로 구성된 북클릿이라도 갖춰주는 것이 좋을 텐데 말입니다. 염가판도 아니고 재판본도 아닌 초판본인데 좀 아쉽습니다.


빠진 구성과 부실한 마감처리가 아쉬운 고급스러운 패키지 구성입니다, 흠흠.


패키지 리뷰

스크의 구성은 본편 디스크와 커멘터리 디스크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본편 디스크에는 다른 부가 영상이 실려 있지는 않은 대신, 호소다 감독과 캐스팅 성우들의 커멘터리를 작품과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별도의 메뉴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출발 비디오 여행' 같은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는 방식이죠. (물론, 다른 DVD 타이틀에서도 이런 형식의 커멘터리는 볼 수 있습니다.)

오디오는 5.1채널과 2.0채널 사용자 모두를 위해서 두 가지 방식을 모두 지원하고 있습니다. 화면비율은 16:9이군요.


커멘터리 디스크에는 예고편 영상과 제작보고 무대인사 영상, 그리고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 참가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카미키 류노스케나 나나미 사쿠라바와 같은 신예 탤런트들을 기용했네요. 특히, 남자주인공인 카미키 류노스케는 여자애라고해도 믿을만큼 선이 곱군요. (반한 건 아닙니다.)

©2009 SUMMER WARS FILM PARTNERS.


화질에는 큰 문제가 없는 듯 합니다. AV 마니아라고 하기에는 너무 내공이 부족한 블로거인지라 언급하는 것이 부끄럽습니다만, 적어도 노이즈나 인터레이스 같은 현상은 없는 듯 하군요. 단, HD 급에 서서히 길들여지기 시작하는 요즈음 SD급의 DVD 화질은 이제 서서히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인 듯 합니다.

전체적으로 좋은 패키지이지만 앞서도 말했듯이 몇 가지 디테일에 있어서 부족함을 드러낸 타이틀이기도 합니다. 감상 자체에는 큰 무리가 없지만 말이죠. 아쉬운 것은 BD로는 출시가 안되어 블루레이로 수집하시는 분들에게는 아쉬움이 있을 듯 싶습니다. 전작인 시달녀의 경우도 DVD로만 출시되었기에 아마 이번 썸머워즈도 BD로의 출시는 힘들지 않을까 합니다.


썸머워즈 (2Disc) - 8점
호소다 마모루 감독, 사쿠라바 나나미 외 목소리/CJ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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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 TOKIKAKE Film Partners


<스탭>

◈ 감독: 호소다 마모루
◈ 원작: 쯔쯔이 야스타카의 소설 '시간을 달리는 소녀'
◈ 제작: 매드하우스


<시놉시스> 

고등학교 2학년의 명랑 여학생 콘노 마코토. 같은 반의 남학생 츠다 코스케, 마미야 치아키는 같이 야구를 즐기는 절친한 친구들이다. 두 명의 남자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고교생활을 보내는 그녀의 오늘 일진은 사고와 이변의 연속이다. 지친 마음으로 쪽지시험지를 선생님의 책상에 갖다놓으러 과학실을 들린 마코토, 칠판에 누군가가 쓴 'Time waits for no one'이라는 문구가 오늘따라 신경 쓰인다. 과학실에 시험지를 놓고 나가려는 찰나, 아무도 없던 실험실 안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지고... 조심스레 과학실을 둘러보던 마코토는 무언가 자그마한 물체가 땅바닥에 굴러가는 것을 보게 된다. 떨어진 물건을 주우려는 찰나, 갑작스레 나타난 정체불명의 그림자에 놀란 마코토는 뒤로 넘어지게 되고, 그 순간 갑자기 주위가 돌변하면서 과학실은 순식간에 전혀 다른 차원의 세계를 향하여 마구 달리기 시작한다. 마코토는 이상한 나라로 빨려가는 것일까? 두려움과 놀라움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찰나, 시간과 공간은 다시 과학실로 돌아오고 마코토는 땅바닥에 사정없이 내동댕이 쳐지고 마는데...



청춘의 시간을 소재로 한 발랄한 시간여행

2007년 여름 개봉한 '시간을 달리는 소녀(이하 시달녀)'는 많이들 아시다시피 1965년작인 쯔쯔이 야스타카의 동명 인기소설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원작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그동안 드라마와 영화로 수없이 리메이크 되어온 인기작이기도 한데요, 원작을 접해본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시달녀의 극장판 아니메는 원작을 애니메이션화한 것이 아닌 원작과는 다른 20년 뒤의 세계를 이야기하는 스핀오프 작품이 되겠습니다. 원작의 주인공이었던 카즈코는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 소녀인 콘노 마코토의 이모로서 살짝 얼굴을 내밀고 있군요. 원작의 팬들에게는 살짝 아쉬운 부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타임 리프(Time leap), 즉 시간을 건너뛰는 능력을 가지게 된 한 소녀의 변해버린 일상과 변해가는 인간관계 속에서 펼쳐지는 소소한 갈등, 사춘기 소녀의 번민과 성장을 담은 이 작품은 10대 소년, 소녀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답게 무거운 분위기보다는 전반적으로 밝고 경쾌한 느낌으로 진행됩니다. 방황하는 10대의 고뇌보다는 평범한 소녀가 얻게된 특별한 능력과 경험을 통해 삶에 대한 깨달음, 시간과 관계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아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러한 테마를 소녀 특유의 발랄함과 코믹함, 참신한 구도와 카메라 워크, 그리고 유려한 배경과 서정적인 음악으로 마무리해가는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10대 소년, 소녀들 뿐만 아니라 온 가족들이 보기에도 무난한 가족 영화의 성격을 띈 대중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 2006 TOKIKAKE Film Partners



코믹하고 능란한 화면연출, 호소다의 역습

연출을 맡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시달녀와 2009년 연출하게 되는 섬머워즈로 인해 이제는 여름 극장가의 차세대 기대주로 큰 명성을 얻고 있지만, 작품을 맡을 당시만 하더라도 디지몬 어드벤쳐 극장판과 원피스 극장판 등을 연출하면서 이제 막 연출계에 발을 내민 신예에 불과했더랬습니다. 그로서는 바로 이 시달녀를 통해 비로소 연출가로서의 입지를 굳혔다고 할 수도 있겠는데요. 특히, 그는 시달녀의 연출을 전후로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바로, 스튜디오 지브리의 차세대 기대주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감독으로 파격 기용된 것이 그것이라 하겠는데요. 

'귀를 기울이면'을 통해 놀라운 역량을 보여주었던 지브리의 늦깍이 기대주 콘도 요시후미 감독의 갑작스런 요절 후, 미야자키 하야오의 뒤를 이을 차세대 주자를 발굴하기 위해 애쓰던 스튜디오 지브리는 사내에서의 인재 발굴 외에 외부 인재의 영입 역시 고려하게 됩니다. 그리고 호소다 감독이 그 기대주로 낙점되어 당시 스튜디오 지브리의 차기작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연출을 담당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순조롭던 호소다 감독의 앞날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스폰서이기도 한 도쿠마 서점의 경영진 교체로 위기를 맞게 됩니다. 새로운 경영진은 작업중이던 호소다 감독을 도중에 강판시키고 미야자키 감독을 내세우게 되는데요. 한마디로 호소다 감독은 새 경영진이 내세운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되고 만 것입니다. 그 후, 프리랜서로 전전하던 그가 지브리의 라이벌 격이라 할 수 있는 매드하우스에서 맡게 된 작품이 바로 이 시달녀 인 것입니다. (당시 새로운 경영진은 검증이 안된 신인의 작품보다는 검증된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이 아무래도 비즈니스적으로 안전하다 판단한 것 같습니다. 대외적인 네임밸류도 있고 말이죠.)

호소다 감독을 버렸던 지브리의 선택은 이 시달녀를 통해 잘못된 판단이었음이 사실로 드러나게 됩니다. 섬세하고 사실적인 일상의 묘사와 잔잔하고 코믹넘치는 이야기들은 지브리가 이제껏 많은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서정적이고 세심한 묘사에 비견될 만큼 정교함을 자랑합니다. 게다가 굳이 아니메 팬이나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쉽고 재미있게 접할만큼 진입장벽이 낮은 대중적인 코드를 갖고 있구요. 아니메의 특징을 십분 살리되 모든 관객층에게 어필할 수 있으며, 잔잔한 감동마저 선사하는 이 작품은 미야자키의 스케일은 갖고 있지 못했지만, 섬세함과 서정성, 코믹과 감동을 모두 표현하면서 이제까지 지브리의 작품들이 보여주었던 스타일에 근접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것은 배경미술로 참여한 야마모토 니죠와 오가 카즈오 등이 지브리의 수많은 작품에 참여한 베테랑 미술감독이었다는 점에서 지브리의 작품들과도 어느 정도 비슷한 분위기를 보여준 것도 원인이라고 할 수 있겠구요.)

비록 최초 개봉관 수가 일본에서도 다섯 군데 밖에 안되었던 지라 같은 시기에 개봉한 게드 전기에게 흥행성적에 있어서는 비록 밀렸지만, 평단과 관객의 호응은 게드 전기를 능가하는 이변을 연출하며, 호소다 감독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됩니다. 

마침내 호소다의 역습이 시작된 것입니다.

ⓒ 2006 TOKIKAKE Film Partners



시간을 되돌리는 것의 무거움, 소녀의 성장

이야기는 시간을 건너뛰는 능력을 갖게 된 평범한 10대 소녀의 유쾌한 '능력 남용하기'로 시작됩니다. 우연치 않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여고생 마코토는 처음에는 난데없이 갖게 된 능력에 반신반의했으나, 곧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로 이를 요긴(?)하게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먹고 싶은 요리를 먹고 다시 그 전으로 되돌아와 요리를 또 먹거나, 노래방에서 신나게 논 다음 시간을 되돌려 다시 노래방에서 신나게 노는 등...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갖게 된 주인공과 이를 악용하려는 악당들과의 쫓고 쫓기는 모험 정도로 진행되어도 좋을 법한 이 소재는 이렇게 평범하고 소박한 시간 되돌리기 놀이에 열중하는 소녀의 이야기 속에서 관객들에게 잔잔한 재미와 웃음을 선사합니다. 매번 시간을 되돌리기 위해서 전력으로 뛰어 시간을 건넌 다음 땅바닥에 데굴데굴 구르는 마코토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 하는데요, (미리 겪었기에) 앞으로 닥칠 위험이나 사고를 예측하는 마코토의 한 발 앞선 행동은 이런 관객들의 웃음처럼 마냥 즐겁기만 합니다. 세상 사는 걱정은 이제 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잘못되면 다시 시간을 되돌리면 그만이니까요.

그러나, 아무 문제도 없을 것만 같았던 그녀의 일상은 절친한 친구인 치아키의 사랑 고백으로 서서히 그늘이 지게 됩니다. 치아키의 고백이 부담스러운 그녀는 으례 그렇듯 시간을 되돌립니다. 그러나 되돌려도 되돌려도 치아키의 고백은 피할 수가 없습니다. 마치, 요즘 방영하고 있는 KBS 2TV의 개그 콘서트의 한 프로처럼 말이죠. (어쩌면 이 프로가 시달녀에게 영감을 얻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결국, 그녀는 아예 시간을 더 건너뛰어 그와의 자리를 피해버리고 맙니다.

피하고 싶은 일들을 위해 시간을 되돌리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시간을 되돌리는 것이 무언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이모인 카즈코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시간을 되돌렸다면 누군가는 손해를 봤지 않았겠냐'는 말처럼 그녀의 편의를 위해 임의로 바꿔버린 시간 속에서 누군가는 상처입고, 누군가는 인생이 바뀌어 버리는 것을 그녀는 알아가기 시작하는 것이죠. 경험 속에서 성장해가는 우리들처럼 소녀는 조금씩 삶의 무게를 느끼기 시작하게 됩니다.

치아키의 고백을 없던 것으로 하면서 쿄스케와 치아키, 그리고 마코토의 우정은 (그녀가 바랬던 것처럼) 예전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서먹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치아키는 같은 반에서 그를 짝사랑 해오던 마코토의 친구와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합니다. 쿄스케마저 흠모하는 여학생이 나타나게 되지요. 자신을 위해서 시간을 되돌리는 것의 무게를 깨달은 마코토는 이번에는 친구인 쿄스케와 그를 짝사랑하는 후배 카호를 위해 시간을 되돌립니다, 그와 그녀가 잘되기 위해 몇번씩 몇번씩 말이죠. 그러나 그렇게 되돌린 시간마저 모두를 행복하게 해줄 수는 없었습니다. 전혀 다른 방향에서 터지기 시작하는 비극, 소녀는 시간을 되돌리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를 마침내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치아키의 고백을 피하던 자신과 멀어지는 치아키를 바라보면서 자신의 진짜 마음 역시 알아버리게 됩니다.

ⓒ 2006 TOKIKAKE Film Partners



Time waits for no one...

'시간은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마코토가 시간을 건너뛰는 능력을 얻게 되는 과학실의 칠판에 써져 있던 이 문구는 작품의 전체적인 주제를 표현하는 문구입니다. 아름답고 즐거웠던 누군가의 학창시절, 젊은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소중한 시간들입니다. 이것은 과거에 대한 향수 뿐만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중요성까지 의미합니다. 시간의 소중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 다시 되돌려 느끼려 해도 느낄 수가 없는 인생의 한번 뿐인 경험인 것입니다. 이 작품에서처럼 되돌릴 수 있다해도 이제 다 알아버린 우리에게 시간은 아무것도 해줄 것이 없습니다. 되돌아왔다 해도 과거의 시간은 우리를 떠나고 이제는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우연하게 얻게 된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과 그로 인한 사건 속에서 소녀는 (당연하게도)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성장하게 되지요. 작품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젊은 시절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동시에, 자신의 행동이 가져다 주는 결과의 무거움 역시 우리에게 상기시켜 줍니다. 우리는 작품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한 소녀의 미래를 기대하게 됩니다. 치아키와의 이별 후 새로운 친구들과의 야구 시합에서 보여준 달라진 그녀의 모습은 바로 성장하는 그녀의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감독의 의도 같기도 합니다.

친구라고만 생각해던 그의 고백을 피하기 위해 무의미하게 시간을 되돌리면서 시간의 무거움을 느낀 그녀는 동시에 치아키를 향한 자신의 마음 역시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지우기 위해 시간을 되돌린 것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도 깨닫게 되지요. 시간을 되돌리기 전 자신에게 수줍게 고백하던 그 강가에서 그를 떠나보내며 우는 소녀의 대성통곡은 자신에 대한 회한과 그에 대한 애틋함이 뒤섞여 보는 사람을 짠하게 해줍니다. 소소한 소녀의 에피소드에서 우리는 마코토와 마찬가지로 시간의 무게, 추억의 아름다움, 타인의 감정을 배려하는 깊은 마음씨를 역시 깨닫게 되는 것이죠.

이 작품으로 호소다 감독의 장래를 예단할 수는 없습니다. 이미 섬머워즈를 통해 그 가능성이 단발성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러나, 분명 이 작품은 수많은 일본 아니메 중에서도 자신만의 매력을 맘껏 보여준 맛깔스러운 작품인 것 만큼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그녀는, 제목과는 달리 더 이상 달리지 않을까요. 라스트에서 보여준 그녀의 전력질주처럼 아마도 그녀는 시간을 되돌리는 과거로의 질주가 아닌 미래를 향한 힘찬 스퍼트를 내딛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아마 우리도.

ⓒ 2006 TOKIKAKE Film Partners



<참고 사이트>

[1] The Girl Who Leapt Through Time (movie), Anime News Network
[2] 時をかける少女_(アニメ映画), Wikipedia Japan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06 TOKIKAKE Film Partners에게 있습니다.

※ 이 리뷰는 알라딘 이주의 영화리뷰 2010년 6월 3주차에 선정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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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2007년에 발매가 되었으나, 차일피일 구입을 미루다가 잊고지내던 차, 썸머워즈 DVD 발매소식과 함께 불현듯 생각이 나, 구입한 시간을 달리는 소녀 DVD(이하 시달녀, CJ 엔터테인먼트 제작)입니다. 시기상으로는 발매된지 몇년이나 지난 제품이지만, 때마침 극중 배경과 일치하는 초여름인데다가 곧 발매를 앞둔 섬머워즈 DVD의 전야제 개념으로 늦은 리뷰를 해보려 합니다.


패키지 리뷰

저, 이번에 구입한 패키지는 2007년에 초판된 스틸북과 필름컷이 포함된 디지팩 한정판이 아닌, 2009년 8월에 재판된 일반판이 되겠습니다. 일반판이라고는 하지만, CJ 엔터테인먼트라는 거대기업에서 제작한 타이틀이니만큼 무판권이나 제작여건이 열악한 중소 DVD 제작사에서 출시한 일반판 DVD에 비해서는 비교적 좋은 패키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먼저 깔끔한 형태의 외장 커버입니다. 시원스러운 블루 계열 텍스트와 화이트 배경은 패키지를 더욱 깔끔하게 느껴지게 합니다.


실제 DVD 케이스의 디자인. 사다모토 요시유키의 대표적인 시달녀 일러슽트가 커버 전면을 시원하게 장식하고 있습니다. 투명 케이스가 확실히 정답. 일반 불투명 검은 케이스였다면 에러였을 텐데 말입니다.


내부에는 3장의 디스크와 일러스트 몇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디지팩 한정판에서 필름컷과 스틸북이 빠진 구성인데, 가격차이는 2,000원이 조금 안되는군요. 필름컷과 스틸북이 날림이었나 봅니다. ;;;; 일러스트 모음이 위와 같이 케이스 내에 끼워져 있을 경우에는 케이스가 완전하게 닫히지 않고, 가운데 부분이 조금 벌어지는 것은 옥의 티로군요. 일러스트를 케이스에 넣지 않고 외장 커버에 넣으면 괜찮긴 합니다.


2번 3번 디스크의 라벨. 2번 디스크는 커멘터리, 3번 디스크는 콘티와 음성해설이 들어간 본편 영상입니다.


일러스트 모음을 뺀 케이스 내부. 투명 쥬얼 케이스이니 만큼 커버의 내측에도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심플하면서도 깔끔한 디자인.


배경 일러스트 모음. 이례적으로 캐릭터 디자이너인 사다모토 요시유키의 일러스트가 아니라 시달녀의 배경미술 감독인 야마모토 니죠의 일러스트가 실려 있습니다. 의외이긴 하지만 사실 업계에서의 명성이나 경력 등은 야마모토 니죠가 사다모토를 훨씬 앞서긴 하지요.

저 유명한 스튜디오 지브리의 미술감독으로서 미야자키 햐아오 감독과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과 함께 숱한 지브리의 명작들을 만들어낸 그인데요. 이번 시달녀의 성공 역시 그의 유려한 배경미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브리의 게드전기와 맞붙었던 2006년 개봉 당시, 지브리의 걸출한 배경미술 감독들이 가세한 게드 전기의 미술적 완성도와 비교해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지요. (물론, 시달녀 역시 야마모토 니죠 외에도 오구라 히로마사나 오가 카즈오 같은 톱 클래스의 배경미술 감독이 합세하여 레전드급 배경스탭 진용을 보여줬습니다만.)


일러스트의 뒷면에는 해당 일러스트에 대한 해설이 들어가 있습니다. 사실 이 일러스트 모음은 비록 필름컷과 스틸북의 대용으로 포함되긴 했지만 야마모토 감독의 일러스트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는데요. 아쉬운 것은 이렇게 낱장 형태로 딸랑 몇 장만 제공된지라 그 가치가 조금 떨어지는 느낌은 있습니다 .

일반판의 한계를 간직하고는 있지만, 고급스럽고 깔끔한 디자인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겠네요.


DVD 리뷰

끔하고 심플한 느낌의 패키지에 비하여 DVD 내부에서는 몇 가지 부분에서 아쉬움이 눈에 띕니다. 먼저 디스크 1의 DVD 메뉴의 경우는 텍스트의 색이 번지거나 흐릿하여 뭉그러지는 느낌인데요. 깔끔한 메뉴 구성에 비해서 이 부분은 기대에 못미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 2006 TOKIKAKE Film Partners


위의 메뉴는 디스크 1의 구성입니다. 재생, 챕터 선택, 설정, 스페셜 피쳐, 그리고 스탭진으로 구성됩니다. 스페셜 피쳐는 예고편과 뮤직비디오, TV CF 등으로 구성되어 있구요. 스탭진 목록(캡쳐한 영상에는 없습니다.)의 경우에는 하얀색 배경에 번짐이 심하고 해상도가 떨어지는 듯한 텍스트로만 스탭들을 표시하고 있어 고급스러운 패키지에 비해서 너무 조악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 2006 TOKIKAKE Film Partners


디스크 2와 디스크 3의 메뉴 구성. 배경 톤이 디스크 1에 비해 조금 어두워져 상대적으로 텍스트의 번짐이 심하지 않습니다. 디스크 2의 경우에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커멘터리와 시사회의 뒷 이야기 등이 실려 있는데요. 커멘터리는 시달녀의 여러가지 연출의도를 알 수 있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해설을 볼 수가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커멘터리가 그러하듯 지루한 감은 있습니다. 마니아나 만화영화 팬이 아니고서야 끝까지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지도.

반면, 시사회 뒷 이야기는 여러가지 생생한 모습이 담겨져 있어 재미있게 볼 수 있었는데요.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건담의 캐릭터 디자이너로 일본 애니메이터들의 우상이기도 한 야스히코 요시카즈 선생이 시사회장을 찾은 장면이었습니다. 야스히코 선생이 호소다 감독에게 사인을 요청하자 너무나 감격한 호소다 감독이 어쩔줄 몰라 하는 장면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공감이 가는 부분이더군요. (마이클 조단을 우상으로 받들었던 소년이 NBA 최고 플레이어가 되어 마이클 조단에게 칭찬받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나 할까요.)

ⓒ 2006 TOKIKAKE Film Partners


본편의 영상은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훌륭하긴 하지만, 압도적인 선명도나 화질을 보여준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사실, 이렇게 서정적인 미술을 보여주는 작품의 경우 반드시 선명하고 깔끔한 화질이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흔히들 (불법으로) 보는 DivX 영상에 비해서도 월등한 퀄리티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지요.

사운드의 경우도 돌비 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고는 있습니다만, 열악한 저희집 사운드 여건상 만족스러운 리뷰를 해볼 수가 없겠습니다. 사운드 쪽은 아쉽지만 좀 더 높은 내공의 AV 전문가 분들의 글을 참고하시도록 하구요.

DVD 리뷰인지라 본편의 내용에 대한 리뷰는 여기서는 다루지 않을 생각입니다. 시달녀의 리뷰는 나중에 애니 리뷰에서 다시 다룰 예정인데요. 간략하게나마 작품에 대해 소개를 드리면, 미야자키 하야오의 후계자로 낙점받으며 지브리에 성공적으로 입성했던 호소다 감독이 지브리 경영진 교체 이후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제작도중 강판당하고 나서, 프리랜서로 전업하여 만든 작품으로, 같은 해 개봉되었던 지브리의 차세대 기대주 미야자키 고로 감독(미야자키 감독의 아들)의 '게드 전기'와의 대결에서 초기에는 개봉관 수를 적게 확보했기에 흥행에서 밀리는 듯 싶었으나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어 롱런을 한 작품이지요.

비록 흥행에서는 어느 정도 선전을 했으나 평단의 혹평을 들었던 게드 전기에 비해 관객과 평단 모두의 호평 속에 게드 전기를 K.O 시키며 호소다 마모루를 극장 아니메의 떠오르는 블루칩으로 만들어 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를 앞세운 도쿠마 서점과 스튜디오 지브리가 오랫동안 쌓아온 극장 아니메 시장에서의 아성을 카도카와 서점과 매드하우스가 오랜만에 무너뜨린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의의를 찾을 수 있구요.

앞서도 언급했던 지브리의 대표적인 미술감독 야마모토 니죠들의 가세로 서정적이고 깔끔해진 배경과 사다모토 요시유키의 매력적인 캐릭터, 단순화된 선과 컬러링으로 심플함과 정갈함을 극대화시킨 작화, 호소다 만의 신선하고 재미있는 카메라 워킹과 연출 등 모든 면에서 아니메의 장점을 유감없이 보여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간단한 작품소개를 끝으로 시달녀 DVD의 리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국내에 정발된 아니메 DVD 중에서는 상급의 패키지를 갖춘 타이틀이 아닐까 합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일반판 (3disc) - 8점
호소다 마모루 감독, 이시다 타쿠야 외 목소리/아트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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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SUMMER WARS FILM PARTNERS. / CJ 엔터테인먼트 (한국판 DVD)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최신히트작 썸머워즈가 한국판 DVD로 마침내 발매됩니다.

블루레이로의 출시는 아직 미정입니다만, DVD가 나온 이상 곧 발매가 되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제작은 극장배급을 맡았던 CJ 엔터테인먼트가 맡았으니 아니메 DVD로는 괜찮은 패키지가 될 듯 한데요. CJ로서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 '도쿄 마블 초콜릿' 이후 세번째로 출시하는 아니메 타이틀이 되는 셈이군요.

현재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제외하고 극장 아니메로 전연령대의 관객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두드러지는 활약을 보여주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작품이기에 DVD로서도 소장할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 이어 이번에도 재미있으면서도 말초적이지 않고, 넓은 관객층을 고려하였으되 상투적이지 않은 이야기가 마음에 드는군요. 전작에 비해서는 못하다는 평도 있지만, 그렇다고 소장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는 작품은 아닙니다.

패키지는 2장의 디스크로 본편과 호소다 감독의 인터뷰가 실린 디스크 1과 예고편과 성우 인터뷰, 그리고 호소다 감독의 로카르노 국제 영화제에서의 인터뷰가 실린 디스크 2로 구성된다고 합니다. 셔플먼트에 대한 정보는 아직 불명인데, 전작인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디스크 3장으로 구성된 DVD 패키지인 것에 비하면 다운그레이드된 느낌이 들긴 합니다. (가격은 같은데 말이죠.)

발매예정일은 6월 17일로 되어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 여름을 맞이하여 발매 되는군요. 일부러 여름에 맞춰 출시하려고 CJ는 1년이 지나서야 DVD를 제작한걸까요. 믿거나 말거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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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SUMMER WARS FILM PARTNERS. / CJ 엔터테인먼트 배급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검색)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2007년 큰 호응을 얻었던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2년만에 다시 새로운 작품을 들고 여름 극장가를 찾아왔습니다. 여름에 딱 어울리는 그 제목은 '썸머 워즈(Summer Wars)'.
 
일본에서는 8월 1일에 개봉을 했고, 국내에서는 오는 8월 13일 개봉예정이라는군요. 이전작인 '시간을 달리는 소녀(이하 시달녀)'가 그 명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소규모로 개봉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썸머 워즈는 확실히 규모도 커지고 프로모션도 전에 비할 바가 아닌 듯 합니다. 호소다 마모루와 그의 작품의 입지가 이제 예전과는 달라졌음을 확실히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군요.
 
주요 스탭들은 전작인 시달녀와 거의 동일합니다. 특히나, 캐릭터 디자인을 사다모토 요시유키가 다시 맡아, 호소다 마모루-사다모토 요시유키의 특급 듀오가 이번에도 큰일을 낼 것 같은 포스를 뿜어주고 있군요. 각본의 오쿠데라 사토코, 작화감독인 아오야마 히로유키도 모두 시달녀에 참여했던 이들이죠. 야마모토 니죠 대신 미술을 맡은 다케시게 유우지 배경감독 역시 시달녀에서 배경미술스탭으로 참여하였으며, 액션 작화감독인 니시다 타쯔죠 역시 시달녀의 원화스탭이었습니다. 제작사 또한 시달녀의 제작을 맡았던 전통의 명문 제작사 매드 하우스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달녀에서부터 이번 썸머워즈에 이르기까지 처음 맞닥뜨리게 되는 느낌은 지브리 특유의 풍부한 감성과 아기자기함이랄 수도 있겠는데요. 이러한 느낌을 주는 것은 바로 이 두 작품의 배경미술이 철저히 지브리적 스타일을 갖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듯 합니다. 시달녀의 배경미술 감독이었던 야마모토 니죠와 이번 썸머워즈의 배경미술 감독인 다케시게 유우지가 모두 지브리 소속의 대표적인 배경미술 감독이기 때문인데요. 거기에 가이낙스의 아이덴티티 중 하나인 사다모토 요시유키의 캐릭터가 움직이면서 시달녀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꽤나 상큼하면서도 풍부한 느낌이 가득한 작품이 되리라는 기대를 갖게 합니다. 더불어 펼쳐지는 가상현실과 CG의 독특한 영상미가 풍성하면서도 색다른 맛을 보여줄 듯 하군요.
 
사실 이 스탭진의 구성은 참 재미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가이낙스의 대표주자인 사다모토 요시유키와, 도에이 동화 출신의 감독으로 한 때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미야자키의 후계자 중 하나로 지목되기까지 했던 호소다 마모루, 그리고 도에이 A 스튜디오와 일본 애니메이터의 아버지 모리 야스지의 스타일을 이어가는 스튜디오 지브리와, 데즈카 오사무와 무시 프로덕션의 유지를 가장 많이 이어받은 매드 하우스... 신구의 조합과 라이벌 간의 합심은 이제 일본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에 천작하기 보다는 글로벌한 관점에서 모든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일본 스타일 아니메를 만들어가보고자 하는 그들의 시도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썸머 워즈가 이번에도 큰 성공을 거둔다면, 호소다 마모루의 입지는 얼마만큼 커질까요. 과거 그를 내쳤던 스튜디오 지브리는 땅을 치고 울까요? 호소다 마모루식 스타일의 아니메는 과거 미야자키의 그것과는 다른 스타일이지만, 보편적인 감성의 테두리 안에서 재미와 감동을 간직하고 풍부한 미술과 색감으로 일본 아니메만의 맛을 낸다는 점에서 미야자키의 뒤를 이을만 해보이기도 합니다. 아직은 미야자키 만큼의 스케일과 디테일함을 겸비하지 못했지만, 아니 미야자키의 스타일을 어느 한명이 모두 이어가기는 이제 불가능할지도 모르지요. 그렇다면, 미야자키 스타일을 이어갈 수 있는 많은 후배 애니메이터들 중에서 호소다 마모루의 존재감은 이번 썸머 워즈를 기점으로 더더욱 커질런지도 모르겠습니다.

©2009 SUMMER WARS FILM PARTNERS. / CJ 엔터테인먼트 배급 (이미지 출처: 썸머워즈 한국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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