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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FOCUS Films LLC.


<스탭>

◈ 감독: 쉐인 에이커
◈ 원작: 쉐인 에이커
◈ 제작: 포커스 필름


<시놉시스> 

기계문명이 극한으로 치달은 인간세상은, 자아를 갖고 폭주한 기계에 의해 전화의 불길에 휩싸인다. 살아남은 인간들은 모두 몰살당하고, 인간들이 사라진 세상은 음산하고 황량한 폐허로 변하고... 전화의 불길이 극한에 다다를 무렵, 한 과학자가 손수 만든 헝겊인형에 자신의 영혼을 나누기 시작한다. 과학자의 영혼을 나누어 받은 헝겊인형들은 생명을 부여 받고 각자의 개성을 지닌 개체로 다시 태어난다. 마지막 헝겊인형에 혼을 불어넣고 마침내 숨을 거두는 과학자. 깨어난 인형은 처음 보는 세상에 당황하게 된다. 과연 무엇을 위해 이들은 태어난 것인가. 마지막 헝겊 인형의 등에는 나인(9)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었는데...


재능있는 젊은 감독의 경이롭고 창의적인 비주얼

독 쉐인 에이커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장편화한 '나인(9)'은, 2005년도 오스카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던 작품을 독특한 감성의 소유자 팀 버튼 감독과, '원티드'를 통해 홍콩 느와르 이상의 화려한 액션연출을 선보인 티무르 베르맘베토프가 제작을 지원하여 장편애니메이션으로 다시 태어난 작품입니다. 이 라인업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젊은 신예감독의 독창적인 비주얼과, 괴기스럽고 동화적인 팀 버튼의 감성, 그리고 티무르 베르맘베토프의 스타일리쉬함이 가미된 멋진 작품이라는 기대를 갖게 합니다. 실제로 트레일러로 보았던 나인(9)은 단편영화의 괴이하고 독특한 비주얼에 더하여 스케일과 다이나믹함, 그리고 디스토피아스러운 배경을 잘 살린 멋진 미술로 전세계 영화팬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던 작품이기도 하지요. 

특히, 나인(9)의 세계는 그 독특함이나 기묘함에 있어서 제작자로 나선 팀 버튼의 컬러와 상당히 궁합이 잘맞는 느낌입니다. 괴기스러우면서도 동화적인 느낌을 즐겨 보여주는 독특한 감성의 소유자 팀 버튼은 자신만의 컬러가 너무나 확고하기에 타인의 작품과 어울리기 힘들지 않을까 했는데, 나인(9)에서 둘의 궁합만큼은 정말 훌륭하지 않나 싶군요. 실제로 팀 버튼은 쉐인 에이커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아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정말 그의 취향에 딱 맞는 스타일인 것 같긴 합니다.

거친 헝겊조각을 꿰메고 엮어서 만든 나인(9)의 인형들은 괴기스럽지는 않지만, 일반적인 인형과는 다른 투박하고 요상한 외모로 인해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거부감을 주기도 합니다. 특히, CG의 세밀하고 차가운 질감으로 인해 더더욱 그런 느낌이 드는데요. 이 작품은 이런 괴상한 비주얼로 인해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연령가(G)가 아닌 초등학생 이상 관람가(PG) 등급을 받기도 했습니다. 황량하게 변해버린 세상과 폐허가 된 도시, 헝겊인형들을 습격하는 각종 기계 등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이라는 형식을 갖추었을 뿐 그 외형은 성인영화에 가까운 비주얼과 형식을 취하고 있죠.

티무르 베르맘베토프가 자칫 지루하고 거북할 수 있는 이 괴상한 동화이야기에 스타일을 부여해준 것도 큰 힘이 아니었나 합니다. 특히 뮤직비디오의 화려함을 연상시키는 영상미학이 이 독특한 작품에 가미되면서 이야기는 활극 형태의 모양새를 갖춰갑니다. 원티드에서도 이미 보여주었던 긴박한 액션 시퀀스 사이 사이에 펼쳐지는 슬로비디오 모션이 이번 나인(9)에서도 등장해주고 있는데요. 이 부분에 있어서는 역시 티무르 감독이 조언을 해주었으리라 짐작이 되는 대목이지요. 덕분에 일부 액션 시퀀스는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박진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람 손만한 크기의 인형들과 기계들의 전투가 이토록 큰 스케일일지는 미쳐 몰랐다고나 할까요.

ⓒ 2009 FOCUS Films LLC.



인류멸망의 근원,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나서는 9개의 작은 인형들

야기는 모든 인류가 멸망한 시점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마지막 생존자인 과학자가 자신의 영혼을 헝겊인형에 나누어주고는 숨이 끊어지는 에필로그를 지나 마침내 9번째 헝겊인형이자 이 작품의 주인공인 나인(9)이 세상에 등장하게 되지요. 나인(9)은 아무것도 모른 채 낯선 세상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자신에게 무슨 사명이 있는지, 무슨 일이 앞으로 기다리는지도 모르고 말이죠. 유약하지만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는 나인(9)의 목소리는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프로도 역할을 맡았던 일라이저 우드가 맡았습니다. 프로도 역시 평범한 호빗으로 거대한 난관을 뚫고 중간계를 세상에서 구해내게 되는데, 이런 전작의 캐릭터는 이 나인(9)과도 잘 맞는 느낌입니다. 단, 나인(9)의 경우에는 짧은 러닝타임 내에 유약한 모습을 벗어나 인류를 멸망시킨 기계와 대적해야한다는 시간 상의 제약이 따르는데요. 결국 이 러닝타임의 차이로 인해 주인공의 심경변화나 영웅적인 모습이 작품에 제대로 드러나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 되고 맙니다.

이 작품은 나인(9)외에도 1번부터 8번까지의 8개의 헝겊인형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모두 각자의 특색과 성격을 지닌 인형들이죠. 고지식한 리더 원(1), 진실을 따라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혁신적인 2인자 투(2), 쌍동이 학자들로 귀여운 아이들을 연상시키는 쓰리(3)와 포(4), 투(2)를 따르는 소심하지만 따뜻한 기술자 파이브(5),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며, 매번 같은 모양의 괴상한 그림만을 그리는 식스(6), 빠르고 강한 여전사 세븐(7), 힘 좋고 충직한 원(1)의 보디가드(8) 등 다채로운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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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9)을 구하려다 투(2)가 기계 괴물에게 끌려가면서 이야기는 마침내 서서히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원(1)의 고지식함에 투(2)를 구하기 위해 파이브(5)와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나인(9), 때마침 등장한 세븐(7)의 도움으로 투(2)를 구하는데 성공하지만, 실수로 잠들어 있던 인류멸망의 원인인 기계가 깨어납니다. 투(2)의 영혼을 흡수하는 거대한 기계, 다시 재앙은 시작되었고, 나인(9)은 세븐(7)들과 함께 자신들이 태어난 이유와 기계의 정체를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기계가 깨어나면서부터 작품의 호흡은 가빠지기 시작합니다. 이제까지는 정적이었다면 여기서부터는 화려한 CG 액션이 등장하면서 동적으로 변하게 되지요. 결국 이야기는 저 거대한 기계에 맞서 싸우는 자그마한 인형들의 사투로 귀결됩니다. 디스토피아적인 세상에서 절대악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는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지만 특이하게 생긴 작은 인형들이 그 주인공으로 나서면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창조적인 디자인과 멋진 미술은 이 색다름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지요. 굉장히 황폐한 느낌의 세상이지만 한차원 높은 비주얼로 인해 세련된 느낌마저 듭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 멋진 비주얼에 비해 스토리는 밀도가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애초에 세상을 멸망시킨 거대한 기계와의 사투가 80분 남짓한 러닝타임에 모두 펼쳐지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입니다. 세계관도 설명해야 하고 평범한 주인공이 세상을 구하기 위해 각성할 시간도 필요한데다가 지루함을 상쇄시키기 위한 멋진 액션장면들도 들어가야 하니까요. 시리즈물로 나가거나 최소 2시간 정도의 러닝타임으로 제작되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느낌이지 않을까 싶은 아쉬움도 있습니다.

ⓒ 2009 FOCUS Films LLC.



경이로운 비주얼과 평이한 줄거리 사이에서 범작으로 그친 작품

국, 이 스토리의 미흡함은 작품의 발목을 잡아 당초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는 아쉬움으로 작품을 완결 짓습니다. 아, 하지만 이야기 자체는 그다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편입니다. 너무 깔끔해서 오히려 평이하다고 느껴지지요. 경이로운 비주얼에 걸맞지 않은 너무 평범한 이야기는 작품의 감동을 반감시키는 악재로 작용합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이 작품의 러닝타임이 좀 더 길었더라면, 그래서 더 많은 이야기거리가 첨가되었다면 이 아쉬운 감정은 놀라운 감동으로 바뀌었을지도 모릅니다. 아직 장편을 연출해본 경험이 없는 신예 감독이기에 아무래도 (걸출한 제작자들 사이에서) 휘둘린 감이 있지 않나 추측도 해보는데요. 오히려 모든 스토리를 완결 지으려는 욕심을 벌이고 구상한 얘기의 일부분만을 이야기하는 선에서 끝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예를 들어 납치당한 투(2)를 구출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 극적으로 그를 구해내면서 그동안에 겪는 갖가지 모험들과 세상이 이렇게 변해버린 것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는 정도까지만 말이죠.

하지만, 이 작품은 분명 그 재기넘치고 신선했던 원래 단편 정도의 감흥은 못주었더라도 애니메이션으로서 상당히 괜찮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경이로운 비주얼이라는 표현이 조금은 과할지는 몰라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비주얼만으로도 이 작품의 가치는 충분하지요. 비록 미흡한 스토리이지만 비주얼의 가치를 완벽히 훼손시킬 정도는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 2009 FOCUS Films LLC.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09 FOCUS Films LLC.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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