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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노 감독의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 목차>


기동전사 건담 F91 (1991), 機動戦士ガンダムF91 / Mobile Suit Gundam F 91


ⓒ SOTSU · SUNRISE


<정보>

◈ 원안: 야다테 하지메(矢立肇)
◈ 원작/감독: 토미노 요시유키(富野由悠季)
◈ 각본: 이토 츠네히사(伊東恒久), 토미노 요시유키
◈ 캐릭터 디자인: 야스히코 요시카즈(安彦良和)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大河原邦男)
◈ 작화감독: 키타하라 타케오(北原健雄), 무라세 슈코우(村瀬修功), 고바야시 토시미츠(小林利充)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池田繁美)
◈ 음악/노래: 카도쿠라 사토시(門倉聡) / 모리구치 히로코(森口博子)
◈ 제작/프로듀서: 야마우라 에이지(山浦栄二) / 나카가와 히로노리(中川宏徳)
◈ 제작사: 선라이즈, 나고야 TV, 반다이, 쇼치쿠, 소츠 에이전시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91.03.16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줄거리>

제2차 네오지온 항쟁으로부터 30년이 흐른 우주세기 0123년, 지온의 잔당마저 와해되면서 우주는 한동안 전란이 없는 평화로운 시대가 계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오랜동안의 평화로 인해 지구연방은 다시 나태와 부정부패로 얼룩지게 되고, 이러한 지구연방에 반기를 들고 고결한 귀족이 우주를 다스려야 한다는 코스모 귀족주의를 내건 로나 가문의 당주 마이처 로나와 신흥기업 붓흐 콘체른, 그리고 이들의 지원을 받은 사병조직 크로스 본 뱅가드가 주축이 되어 코스모 바빌로니아 제국이 세워지게 된다.

우주세기 0123년 3월, 마이처 로나의 사위이자 크로스 본 뱅가드의 사령관인 카롯조 로나의 양아들 도렐 로나 대위가 이끄는 모빌 슈트 부대가 스페이스 콜로니 프론티어 IV를 급습한다. 갑작스런 크로스 본 뱅가드의 습격에 연방의 수비부대는 속절없이 무너지고, 이곳에 살고 있던 평범한 소년 시북 아노와 그의 친구들 역시 전화에 휘말리게 된다. 차례로 파괴되는 연방의 MS들 속에 시북은 엉겁결에 연방이 개발하고 있던 신형 MS 건담 F91에 탑승하게 되는데...


<소개>

'용자 엑스카이저(1990)'에서 전술했다시피, 나고야 TV의 토요일 밤 5시 반을 책임지고 있던 선라이즈 표 로봇 애니는 '기갑전기 드라고나(1987)'를 끝으로 한동안 사라졌다가 엑스카이저에 이르러서야 극적인 부활을 이루게 된다. 이는 반다이의 건프라에 의해 뒷전으로 밀렸던 전통의 완구 회사 타카라의 회심의 역습이기도 했으니, 경쟁사라 할 수 있는 반다이 역시 마냥 이것을 바라볼 수 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리얼 로봇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건담이라는 브랜드는 팬들에게 지워지지 않는 문신과도 같았으며 이것은 반다이에게도 비즈니스적으로 마찬가지의 상황, 결국 용자 시리즈가 촉발시킨 로봇 아니메의 부활은 반다이에게로 하여금 건담 시리즈를 리부트는 시키는 동기를 부여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것이 바로 건담 시리즈의 세번째 극장용 아니메인 '기동전사 건담 F91(1991)'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1986)' 이후로 한동안 동면에 들어갔던 건담 TV 시리즈를 다시금 기획한다는 것은 반다이로서도 조심스러운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건담 시리즈는 이전과 달리 치밀한 사전 기획과 미디어 믹스가 전개되는데, 우선 건담 F91의 세계관을 팬들에게 좀 더 잘 이해시키고 관련 건프라 브랜드의 프로모션을 겸하기 위한 의도로, '기동전사 건담 F90'의 세계관을 1990년 여름부터 코믹스로 공개하게 된다. 건담 F90에서 주목할만한 것은 바로 건담 시리즈의 핵심 설정이라 할 수 있는 인간형 기동병기 모빌슈트의 크기가 대폭 축소되어 20m를 넘어섰던 전고가 15m 크기로 축소된 것이라 하겠다. 좀더 작고 세밀한 프라모델이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반다이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1/100 크기의 건프라가 1/144 크기와 별 차이가 없어지자 당시 기술력으로는 프라모델의 디테일과 기믹 구현에 있어서 마이너스 요인이 되었고, F90, F91 시리즈에서는 1/144 브랜드가 사라지는 결과도 가져오게 됨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기에 건담 F90 외에도 건담 F91은 한가지 안전장치를 더 두게 되는데, 그것은 건담을 바로 TV 시리즈로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극장용 아니메로 초반부의 이야기를 선공개한 후, 반응을 보고 뒷 이야기를 TV 시리즈를 기획하자는 것이었다. 이러한 기획 방향은 지금에 와서 보면 명백한 자신감 부족이라 할 수 있다. 작품 자체가 아예 낯설은 작품이라면 모를까, 건담 시리즈는  이미 아니메 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고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아니메다. 이것을 굳이 극장용 아니메로 만들고 추이를 본다는 의미는 건담이라는 브랜드 자체에 반다이 스스로도 확신을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사례는 아니었을까.

어찌되었든 이 기획을 실행하기 위해 반다이는 역습의 샤아 이후 한동안 휴식기를 갖고 있던 토미노 요시유키를 감독으로 기용하고, 마찬가지로 '비너스 전기(1989)' 이후 아니메 업계를 떠나 코믹스에만 전념하고 있던 야스히코 요시카즈를 다시 불러들여 캐릭터 디자인을 맡겼으며, 메카닉 디자인 역시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 이후 등장한 나가노 마모루, 코바야시 마코토, 후지타 카즈미, 이즈부치 유타카 등이 아닌 오리지널 시리즈의 디자이너인 오카와라 쿠니오를 복귀시키는 등 건담 시리즈의 리부트를 위한 최정예 멤버들을 소집하게 된다. 다만, 작화에 있어서는 야스히코가 캐릭터 디자인만을 맡으면서 신진들이 투입되었고, 이 때 참여한 무라세 슈코우는 건담 F91을 시작으로 '기동전사 V 건담 (1993)', '신기동전기 건담 W(1995)' 등 후기 건담 시리즈를 대표하는 작화가로 성장하게 된다.


이야기는 기존의 건담 시리즈와는 연관이 거의 없는 30년 후의 이야기이다. 토미노 스스로도 아무로와 샤아의 대결로 압축되었던 과거의 건담 이야기를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건담 시리즈를 다시 시작할 동기부여가 되었을 터. 그만큼 건담 시리즈로 받아온 토미노의 스트레스는 큰 것이었는데, 이 때문인지 지온이나 뉴타입 등 과거 건담의 단골 설정들이 대거 삭제되고 새로운 설정들로 대체되며, 주인공 역시 히스테릭하고 정신적 문제를 갖고 있던 이전의 주인공과는 달리 시북 아노라는 비교적 평범하고 무난한 성격의 인물이 맡게 된다. 극장 아니메의 이야기가 비록 프롤로그적 성격을 갖고 있지만, 많은 등장인물들이 죽어나가던 토미노의 이야기와 달리 어느 정도 해피 엔딩 형태로 마무리되는데, '무적초인 점보트3(1977)'부터 역습의 샤아에 이르기까지 토미노의 작품 패턴이 '새드 엔딩-해피 엔딩'을 반복하고 있음을 상기하면 역습의 샤아 이후 만들어진 건담 F91의 엔딩은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물론, 이는 다음의 작품이 지극히 암울하게 되리라는 의미기도 하지만. 실제로 V 건담을 상기해보면 이 가정이 사실임을 알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새로운 건담 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의 윤곽이나 몇몇 설정이 기존의 건담 시리즈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건담 설계자인 주인공 시북 아노, 서로가 사랑하는 두 남녀 주인공이 적대한 두 세력으로 나뉘어져 있는 현실, 가면을 쓴 주인공의 라이벌 격 악역 등, F91은 새로운 건담 시리즈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기존의 시리즈에서 별달리 나아간 점이 없다. 극장용 아니메가 건담 F91 세계관의 프롤로그적 성격을 띈 이야기이다 보니 기승전결의 한계를 갖고 있는데, 여기에 설정마저 기존 건담과 그리 달라진 것이 없으니 전체적으로 이야기는 지루한 양상을 띄고 있다. 2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구겨 넣으면서 스토리 흐름이 무너진 것도 또 하나의 악재다.

한가지 더 짚고 가야할 것은, 거대한 이야기를 만들고 심오한 인간 드라마를 구축하는데 있어서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토미노이지만, 그에게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가진 드라마틱한 장면 구성이나 섬세한 연출력, 린 타로 혹은 데자키 오사무가 보여준 현란한 영상기법이 없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그의 작품은 볼거리가 부족하다는 이야기인데 TV 시리즈 등으로 어느 정도 이야기가 진행이 된 기존의 건담 시리즈라면 큰 문제가 없었지만, 새롭게 시작된 건담 시리즈에서, 그것도 TV 시리즈가 아닌 극장 아니메에서 관객들을 사로잡을 만한 볼거리와 이야기거리를 보여주기에는 제아무리 토미노라도 역부족은 아니었을까. 반다이의 자신감 없는 기획과 참신하고 매력적인 이야기를 보여주지 못한 토미노의 연출 미스는 결과적으로 야심차게 시작된 건담 F91의 주요 실패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극장용 아니메 답게 작화의 퀄리티는 뛰어난 수준이며, 오랜만에 야스히코의 캐릭터(물론 그가 직접 그리지는 않았지만)를 건담 시리즈에서 볼 수 있다는 의의도 있다. 건담 시리즈에 등장하는 상대측 모빌슈트의 트레이드 마크인 모노아이 타입의 마스크를 버리고, 독일군 방독면 형태의 마스크를 채용한 것도 나름 신선한 시도. 이 시도는 F91이 실패하면서 2년 뒤 V 건담에서 다시 한 번 사용되지만, V 건담마저 실패하면서 모노아이 디자인의 유무가 건담 시리즈의 성패에 있어서 하나의 징크스처럼 작용하게 된다. 다만, 건담 F91의 참패에도 불구하고 91년부터 건담 시리즈는 다시금 부활의 날개를 펴게 되는데, 그것은 건담 F91과 비슷한 시기에 기획된 선라이즈의 또다른 건담 시리즈 때문이었다.

ⓒ SOTSU · SUNRISE · 講談社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ガンダムF91, Wikipedia Japan
[2] 機動戦士ガンダムF91 (1991), allcinema.net
[3] 기동전사 건담 F91,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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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극장판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프롤로그가 삽입된 3부작 이야기

AK 커뮤니케이션즈에서 2011년 7월 30일 발간한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하이스트리머'는 건담의 창조자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이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1988)'를 극장에 내놓기 전, 도쿠마 서점의 아니메 잡지 '아니메쥬'를 통해 연재하고 있던 이야기를 모아서 발간된 3부작 소설을 번역한 작품입니다. 이 3부작이 극장용 아니메 역습의 샤아의 베이스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겠죠. 아니메쥬에서 하이스트리머라는 제목으로 연재되던 이 소설은 87년 12월 단행본으로 발간될 때는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라는 타이틀로 발간되었고, 2002년에 발간된 도쿠머 듀얼 문고판 때에는 다시 '기동전사 건담 하이스트리머'로 발간되었다가 다시 2009년의 복각판에서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라는 타이틀로 발간되기도 했습니다. AK에서 발간한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하이스트리머는 그런 면에서 두 타이틀을 모두 수용한 셈이죠. AK의 번역판은 2009년의 복각판을 베이스로 했습니다.

☞ 만화영화 연대기: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1988) (바로가기)


본 소설은 88년 2월 카도카와 서점을 통해 발간된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벨토치카 칠드런'과는 다른 내용으로, 극장용 아니메의 스토리와 거의 일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연유로 인해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과의 연계성이 좀 더 강했던 벨토치카 칠드런에 비해 하이스트리머는 제타 건담과의 연계가 미약한 편이지요. 3부작으로 구성된 소설 중 1권의 이야기는 극장 아니메보다 이전의 시점을 다룬 일종의 프롤로그 성격의 이야기인데요. 샤아의 네오 지온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기 전, 샤아를 쫓아 스위트워터 콜로니를 수색하는 아므로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으며, 커닝엄이나 아료나, 그리고 제다와 같은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있기에 처음 소설을 접할 때는 과연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지 자못 궁금하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등장하는 모빌슈트의 경우도 제간이나 리가지와 같은 익숙한 극장 아니메의 모빌슈트가 아니라 제다라든지 가블과 같은 생소한 모빌슈트가 등장하고 있는데요. 다만 극장 아니메의 시점과 일치하게 되는 2권부터는 이러한 새로운 캐릭터나 새로운 MS가 거의 등장하지 않게 되어 프롤로그 격인 1편과 본편인 2, 3편과의 연관성은 느슨한 느낌입니다. 특히, 커닝엄이나 아료나와 같은 여성들과 연애에 가까운 감정을 교류하던 아므로가 2권부터는 첸과 서로 호감을 갖는 사이로 발전을 하는데, 이런 부분은 확실히 이전의 시리즈에서 보아온 아므로의 캐릭터와는 다른, 여성을 다루는데 있어서 꽤 능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겠지요.

프롤로그이긴 하되 그리프스 전쟁 이후 종적을 감추었던 샤아의 심경변화나 여러가지 것들이 다루어지지 않아 아쉽긴 하지만, 하야토 코바야시나 카미유 비단, 쥬도 아시타 등에 대해 짤막하게라도 언급하고 있어 토미노 감독이 이전 작품들과의 연계에 있어서 아주 무관심하지는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기도 합니다.


2권의 퀘스 파라야의 등장부터 시작되는 극장 아니메에 해당하는 부분의 이야기는 거의 모양새가 유사합니다. 혹시나 싶어 극장판을 재생시키고 소설을 읽어보았는데요. 어떤 부분은 대사도 거의 같을 정도로 유사하기까지 하더군요. 물론, 원작과는 다소 다른 전개도 많이 눈에 띄며, 알파 아지루 같은 초대형 모빌 아머는 소설에서는 아예 등장하지 않습니다. 알파 아지루는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 시킬 목적으로 아니메에 투입된 것으로 판단되는 군요. 특히, '라라아는 나의 어머니가 될 여자였다'라는 등의 망언으로 인해, 극장판에서 크게 비난을 받았던 건담 최고의 인기 캐릭터 샤아의 경우는 극장 아니메에 비해 그 마지막이 좀 더 미화된 느낌이지 않나 합니다. 

삽화 일러스트로 등장한 모빌슈트나 캐릭터 등은 원작과는 크게 다릅니다. 특히, 모빌슈트의 경우는 기존의 모빌슈트를 참고하지 않고 삽화가인 호시노 유키노부의 독자적인 디자인으로 그려졌는데요. MS의 스타일이나 디테일은 아니메에 비해 많이 뒤지는 것이 솔직한 느낌입니다. 다만, 주역 모빌슈트인 뉴건담의 경우는 꽤 독특한 디자인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으며, AK에서 발간한 '건담 웨폰즈 역습의 샤아편 II'에서 이 호시노 유키노부의 독특한 뉴건담 작례를 보다 상세히 만날 수 있습니다.

텍스트로 접한 마지막 샤아와 아므로의 이야기는 제 경우 극장 아니메보다 좀 더 몰입감이 좋았다 생각됩니다. 비주얼을 걷어냈지만 여전히 아므로와 샤아의 마지막은 인상적이었고, 오히려 소설이기에 모빌슈트에 집중하지 않게 되어 보다 더 SF 소설에 가까운 느낌으로 읽을 수 있었다고 할까요. 800페이지가 채 안되는 분량인지라 읽기에는 부담이 없는, 그야말로 라이트 노벨다운 느낌이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좀 더 심도 있고 더 많은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기는 했습니다. 다만, 토미노 감독 본업이 소설가가 아닌데다가 스스로 후기에 밝혔듯이 건담으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가 당시 어마어마 했었기에 이런 바람은 무리라 할 수 있겠네요.

건담 웨폰즈에 소개된 하이스트리머 버전의 뉴 건담.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AK 커뮤니케이션즈 (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 하이 스트리머 - 상 - 8점
토미노 요시유키 지음, 김정규 옮김, 호시노 유키노부 그림/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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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노 감독의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 목차>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1988), 逆襲のシャア / Char's Counter Attack


ⓒ SOTSU · SUNRISE


<정보>

◈ 원작/총감독/각본: 토미노 요시유키(富野由悠季)
◈ 보조연출: 카와세 토시후미(川瀬敏文), 타카마츠 신지(高松信司)
◈ 캐릭터 디자인: 키타즈메 히로유키(北爪宏幸)
◈ 메카닉 디자인: 이즈부치 유타카(出渕裕), 사야마 요시노리(佐山善則), 스즈키 마사히사(鈴木雅久), GAINAX
◈ 디자인 협력: 오하타 코이치(大畑晃一)
◈ 작화감독: 키타즈메 히로유키, 오오모리 히데토시(大森英敏), 이나노 요시노부(稲野義信), 이소 미츠오(磯光雄)
◈ 작화감독보: 온다 나오유키(恩田尚之), 고바야시 토시미츠(小林利充), 나카자와 카즈노리(中沢数宣), 시게타 아츠시(重田亜津史)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池田繁美)
◈ 음악/노래: 사에구사 시게아키(三枝成彰) / TM NETWORK
◈ 기획/제작/프로듀서: 야마우라 에이지(山浦栄二) / 이토 아키노리(伊藤昌典) / 우치다 켄지(内田健二)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8.03.12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시놉시스>

하만 칸이 이끄는 네오 지온과 에우고 간의 제1차 네오 지온 항쟁(U.C0088~0089)이 에우고의 승리로 막을 내린 지 4년이 흐른 우주세기 0093년. 그리프스 전쟁 당시 종적을 감추었던 샤아 아즈나블이 돌아왔다. 그는 미네바 자비를 수령으로 받들었던 하만 칸의 네오 지온이 아닌, 지온공화국의 창시자이자 자신의 아버지이기도 한 지온 줌 다이쿤의 유지를 이어가는 새로운 네오 지온을 세우고, 지구 연방에게 선전포고를 하게 되니 이것이 바로 제2차 네오 지온 항쟁의 시작이었다.

전쟁의 재발을 두려워 한 연방의 지도자들은 샤아와 협상을 원하게 되고, 실제 연방과는 전력 면에서 열세였던 네오 지온은 이를 기회 삼아 소행성 기지 액시즈를 연방에게서 인도받은 뒤 이를 지구에 낙하시켜 지구를 더 이상 사람이 살지 못하는 땅으로 만들 계획을 세운다. 이는 어스노이드와 스페이스노이드의 갈등 자체를 없애버리고, 지구의 환경을 지속적으로 오염시키는 인류를 벌하기 위한 샤아의 전략으로, 그로 인해 벌어질 결과는 엄청난 희생을 초래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끔찍한 것이었다.

한편, 미적지근한 연방의 태도와 달리 독립부대 론도벨에 소속된 왕년의 에이스 아무로 레이는 샤아와 네오 지온의 재등장을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자신이 직접 설계에 참여한 사이코뮤 프레임이 적용된 최신형 모빌슈트 ν(뉴) 건담의 개발에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14년 동안 지속되어온 둘의 질긴 인연은 이제 그 최종장을 향해 접어들고 있었다.


<소개>

1987년, '기갑전기 드라고나(1987)'를 끝으로 리얼로봇은 사실상 종언을 고했지만, 건담에게만은 예외였다. 이미 거대한 팬덤과 관련 비즈니스의 폭넓은 성장으로 인해 원작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관성 항행을 계속하고 있던 건담 시리즈는 리얼로봇의 몰락과는 별개로 계속해서 후속작을 만들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처한 것이다. 특히,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에서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붉은 혜성' 샤아 아즈나블이나 중반부 이후 작품에서 모습을 감추었던 '영원한 에이스' 아무로 레이가 후속작인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1986)'에서도 등장하지 않자 팬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했고, 사실상 새로운 인물과 이야기로 분위기를 반전하려던 토미노 감독의 시도 역시 팬들에게는 먹혀들지 않았다. 이로 인해 토미노 감독은 더블 제타 시리즈를 제작하는 도중 우주세기의 모든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새로운 후속 시리즈에 착수하게 되니 이것이 바로 우주세기의 사실상의 종장이라 할 수 있는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1988)'인 것이다.

제목 역습의 샤아는 제타 건담 기획 초기 토미노 감독이 기획하던 소설의 타이틀이기도 하다. 소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퍼스트 건담의 속편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기획 과정에서 메인 스토리의 뼈대가 바뀌면서 이 타이틀은 본작에 이르러서야 빛을 본 것이다. 당시 기획했던 역습의 샤아는 극장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아무로와 샤아가 주인공이자 같은 동료로 활약하는 이야기로 전개될 예정이었다. 사실 이러한 구도는 둘이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을 제외하면 제타 건담에서 그대로 적용된 것이었으나 극장판에 이르러서 우주세기의, 그리고 건담의 진정한 결말을 위해 토미노는 이를 수정하여 아무로와 샤아의 리턴 매치로 이야기 방향을 바꾸게 된다.

메카닉 디자인에 가이낙스가 참여한 것이 이채롭다. 특히, 가이낙스의 창립멤버로 건담과 토미노 감독의 열혈 팬이던 안노 히데아키의 경우는 자신이 건담에 참여하게 된 사실을 무척이나 기뻐했다고 전해지고 있는데, 그러한 기쁨과 달리 스스로가 심혈(?)을 기울여 디자인했던 뉴건담의 러프 디자인은 토미노에게 일언지하에 거절당하고 러프 스케치가 발기발기 찢어지는 치욕을 겪기도 했다. 퍼스트 건담의 그늘에서 탈피하고 싶었던 토미노에게 안노가 그려간 뉴건담의 디자인은 퍼스트 건담과 너무 유사한 디자인이었으니 어찌보면 욕먹을 짓을 했다고 볼 수도.

☞ 안노가 그려간 뉴건담 러프스케치. 엔하위키 '토미노 요시유키' 설명 중 12.14 항목에 링크된 MAFTY님의 포스트. (바로가기)

뉴건담의 디자인 및 등장 MS는 거의 대부분 이즈부치 유타카의 손길을 거쳐갔다. 더블제타 건담부터 건담 시리즈에 합류한 그는 본작을 통해 건담의 역사에 길이 남을 명 MS 디자인을 그려내며 일약 차세대 메카닉 디자이너로 거듭나기도. 이즈부치는 소설판인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벨토치카 칠드런'에 등장하는 주역메카 Hi-ν 건담이나 극장판의 사자비를 대신한 나이팅게일 역시 디자인하여 큰 인기를 얻는다. 그 외에 오하타 코이치나 사야마 요시노리 등 제타와 더블제타에 이어 다수의 디자이너들이 러프 디자인을 그려내고 이를 한 두명이 클린업하는 형식으로 메카닉 디자인이 전개된다.

캐릭터 디자인은 더블제타에 이어 키타즈메 히로유키가 맡아 활약을 펼친다. 제타부터 역습의 샤아에 이르기까지 80년대의 후속 건담 시리즈가 모두 키타즈메의 손을 거치게 된 셈. 키타즈메 외에도 오오모리 히데토시와 온다 나오유키 등 코가와 토모노리 직계의 스튜디오 비보 출신의 애니메이터들이 다수 작화진에 가세하여 건담의 정체성 중 하나인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그늘을 완벽하게 걷어내고 있다. 이런 면에서 역습의 샤아 이후 제작된 '기동전사 건담 F-91(1991)'의 캐릭터 디자인이 야스히코인 것은 원점으로의 회귀라고도 볼 수 있다.

팬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아무로와 샤아의 복귀작이었지만, 그 전개는 그렇게 팬들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보인다. 제타 건담을 통해 라이벌인 아무로와 교감했으며 지온의 반대편에 서서 싸우던 샤아가 다시 지온의 수장으로 돌아오면서 팬들에게는 어리둥절함을 안겨주었다. 그것은 아무로도 마찬가지로, 반연방 소속의 카라바에 몸담고 있던 그가 어떻게 다시 연방의 장교가 되었는지, 그리고 제타 당시 연인이었던 벨토치카의 존재는 사라진체 그 자리를 첸 아기가 차지하고 있는 등 어떤 면에서 제타와 더블제타의 이야기가 대거 삭제된 리부트의 느낌을 주고 있다. 애시당초 굉장히 많은 사전지식을 필요로 하는 이 작품에서 제타 이후 5년 동안 등장하지 않았던 아무로와 샤아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삭제되었기에 건담의 팬조차 조금은 생소한 느낌으로 작품을 감상하게 된다. 여기에 이제까지와는 달리 악의 축으로 돌아서서 모든 인류를 말살하려 하는 샤아의 모습은 그의 아버지인 지온 줌 다이쿤의 사상과도 대치되는 것으로, 어찌보면 스스로 그 당위성을 상실하고 있는 셈이었다.

퍼스트 건담 시절 연인이었던 라라아의 환상에 사로잡힌 체 부관인 나나이 미겔이나 철모르는 뉴타입 소녀 퀘스 파라야의 마음을 이용하는 그의 모습은 샤아의 팬들에게는 큰 반감으로 다가왔다. 사실 다소 비정한 샤아의 이런 모습은 이미 복수를 위해 자신의 친우를 음모에 빠뜨려 숨지게 한 퍼스트 건담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이기도 했으나 이미 샤아를 일종의 신화적인 인물로 생각해오던 당시의 팬들에게는 그다지 원치 않는 모습이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우유부단한 캐릭터에서 패기와 여유로움을 가진 지휘관으로 성장한 아무로 레이는 이전의 입체적인 모습에 비해 오히려 그 개성은 줄어들었다고도 볼 수 있다. 작품의 히로인 격인 퀘스의 경우는 제타의 히로인 포우 만큼이나 불안정하고 변덕스러웠는데, 그녀의 변심과 그녀를 사랑한 브라이트 노아의 아들 하사웨이의 엇갈림과 그로 인해 벌어진 여러 비극은 전형적인 토미노식 파국을 보여주고 있다.

ⓒ SOTSU · SUNRISE

우주세기의 끝을 보려는 토미노의 계획은 본 작품에서 상당히 대담하면서도 그다운 방향으로 진행된다. 샤아가 지구로 추락시킨 거대한 소행성 액시즈를 무모하게도 모빌슈츠로 막아선 아무로와 아무로에게 패해 탈출포트 째 사로잡힌 샤아가 액시즈의 추락을 극적으로 막아내면서 대기권의 고열로 인해 산화해버리는 엔딩은 팬들로서는 충격 자체였다. 이야기의 엔딩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계속되는 우주세기의 재생산을 막기 위해 토미노는 시리즈의 아이콘이기도 한 두 주인공을 아예 우주세기의 역사에서 완벽하게 퇴장시켜 버린 것이다. 아무로와 샤아가 살아 있을 것이라는 일부 팬들의 예상이나 매체들의 추측성 기사와 달리 토미노는 공식석상에서 둘의 죽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기도. 하지만, 몰살의 토미노다운 강수에도 불구하고 건담 시리즈의 재생산은 결코 멈출 수 없는 거대한 소행성의 낙하와도 같이 토미노 자신을 짓누르게 된다.

주제가인 'Beyond the Time'은 TMN이 불러 화제가 되었다. '시티 헌터(1987)'의 엔딩 테마 'Get Wild'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TMN의 13번째 싱글로 싱글 음반 판매랭킹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건담 OST로서, 아니메 OST로서 우주세기의 대미를 장식한 명곡으로 팬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건담 극장판이라는 네임 밸류에 걸맞는 뛰어난 작화와 훌륭한 미술, 완성도 높은 음악으로 우주세기의 대미를 장식하려 했던 뉴건담은 건담 시리즈의 극장 애니메이션 중에서 현재까지도 걸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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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노 감독의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 목차>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 (1986), 機動戦士ガンダムΖΖ / Mobile Suit ZZ Gundam 


ⓒ SOTSU · SUNRISE


<정보>

◈ 원안: 야다테 하지메 (矢立肇)
◈ 원작/총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富野由悠季)
◈ 각본: 엔도 아키노리 (遠藤明範), 스즈키 유미코 (鈴木裕美子)
◈ 콘티/연출: 토미노 요시유키, 타키자와 토시후미 (滝沢敏文), 요코야마 히로유키 (横山広行)
◈ 캐릭터 디자인: 키타즈메 히로유키 (北爪宏幸)
◈ 메카닉 베이스 디자인: 고바야시 마코토 (小林誠), 이즈부치 유타카 (出渕裕)
◈ 메카닉 디자인: 신도우샤 (伸童舎), 아키타카 미카 (明貴美加)
◈ 작화감독: 키타즈메 히로유키, 카나야마 아키히로 (金山明博), 온다 나오유키 (恩田尚之)
◈ 메카닉 작화감독: 우치다 요리히사 (内田順久)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 (池田繁美)
◈ 디자인 협력: 야스히코 요시카즈 (安彦良和), 오카와라 쿠니오 (大河原邦男), 후지타 카즈미 (藤田一己)
◈ 음악/노래: 사에구사 시게아키 (三枝成章) / 아라이 마사히토 (1기 OP/ED), 히로에 쥰 (2기 OP/ED)
◈ 기획/프로듀서: 선라이즈 / 우치다 켄지 (内田健二), 카미야 쥰이치 (神谷寿一)
◈ 제작사: 선라이즈, 나고야 TV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6.03.01 ~ 1987.01.31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47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우주세기 0087년에 시작된 에우고와 티탄즈의 '그리프스 전쟁'은 티탄즈의 패망으로 종결되었지만, 에우고 역시 승리한 것은 아니었다. 리더 격인 크와트로 바지나(샤아 아즈나블) 대위가 실종되고, 에이스 파일럿인 카미유 비단의 정신이 붕괴되었으며, 그 외에 많은 지휘관과 파일럿을 잃은 에우고 역시 큰 타격을 입고 만 것이다. 여기에 그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던 지온공국의 잔당 액시즈가 섭정 하만칸의 강력한 리더쉽 아래 네오지온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그리프스 전쟁 말기부터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게 된다. 티탄즈의 몰락과 함께 그 세력이 크게 약화된 지구연방에게 그동안 세력을 비축한 네오지온은 버거운 존재였다. 

한편, 시로코와의 최종전으로 상처입은 아가마가 사이드 1의 샹그릴라에 입항한다. 티탄즈의 잔당인 야잔 게이블은 에우고의 상징인 제타 건담을 탈취할 계획을 세우고 샹그릴라의 고물상 하청꾼인 샹그릴라 칠드런에게 일을 의뢰한다. 쥬도 아시타를 리더로 하는 샹그릴라 칠드런은 야잔의 의뢰를 받아 제타 건담의 탈취에 성공하지만, 때마침 아가마에게 공격을 감행한 네오지온의 순양함 엔도라와 그 지휘관 마슈마로 인해 쥬도는 뜻하지 않게 후일 '1차 네오지온 항쟁'이라 불리는 거대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는데...


<소개>

ⓒ SOTSU · SUNRISE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이 등장했음에도 프라모델 매출은 반다이의 기대치를 밑돌았다. 여기에 팬들이 원했던 아무로와 샤아의 이야기가 아닌, 카미유라는 새로운 주인공을 내세운 이야기라는 점과 전작보다 훨씬 심각해지고 비극적인 Z 건담의 분위기는 시청률 측면에서도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결국 이러한 여러 요인들이 새로운 건담 시리즈를 다시 제작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가져온 셈이다. 물론 Z 건담이 큰 히트를 했더라도 후속 시리즈는 계속 만들어졌겠지만, 어쨋든 간에 이로 인해 Z 건담이 종영 후 곧바로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기동전사 건담 ZZ(1986)'이 그 바톤을 이어받게 된다.

중간의 휴식기간 없이 바로 다음 주 같은 방송 시간대에 시리즈가 시작된 점으로 미루어보아 이미 Z 건담 제작 중에 ZZ 건담은 기획되고 제작되었던 것을 알 수 있다. Z 건담의 지나치게 어두웠던 분위기가 비판의 대상이 되자 토미노 감독은 건담의 분위기를 대폭 일신하여 보다 명랑한 작품으로 만들고자 했는데, 이는 '무적초인 점보트(1977)' 이후 '무적강인 다이탄 3(1978)'을, '전설거신 이데온(1980)' 이후 '전투메카 자붕글(1982)', '성전사 단바인(1983)' 이후 '중전기 엘가임(1984)'을 연출하면서 비극과 희극을 오고 갔던 토미노의 전형적인 작품 패턴을 답습하는 것이었다. 

Z 건담을 통해 그 역량을 증명한 키타즈메 히로유키가 본 작에 이르러 캐릭터 디자이너로서 전면에 나서게 된다. 이는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그늘을 벗어난 최초의 건담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전작과는 다른 명랑한(?) 작품 분위기와 새로운 캐릭터 디자이너를 내세우면서 전반적으로 ZZ 건담의 캐릭터들은 이전의 현실적인 모습의 캐릭터들에 비해 좀더 아니메 취향의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다. 화려하고 패셔너블한 코스튬, 스타일리쉬한 캐릭터, 더 많아진 미소녀 등장인물은 이를 증명하는 것이라 하겠다. Z 건담 비운의 히로인 포 무라사메의 뒤를 잇는 엘피 플은 어린 소녀로 그려지는데 이는 근래 아니메의 트렌드인 모에 취향을 연상시키며, 루루카나 캬라 슨 등 다양한 외모와 성격을 가진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것은 이전의 건담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이는 어찌보면 이전까지의 토미노 식 인물설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모양새이기도 하다.

Z 건담에서 강판되었던 나가노 마모루가 다시금 메카닉 디자인으로 합류하지만, 또다시 반다이와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체 하차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결국 ZZ 건담에서 마라사이나 디오 등을 디자인했던 고바야시 마코토가 3기의 합체변신이라는 다분히 완구적 특징이 강한 ZZ 건담을, 당시 떠오르는 신예인 이즈부치 유타가가 네오지온의 MS를 맡아 디자인하게 된다. ZZ에서 이즈부치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는지 이후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1988)'에서 이즈부치는 메인 디자이너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된다. ZZ 건담은 코어 파이터 시스템을 부활시키고 합체와 변신 컨셉을 통해 과거 퍼스트 건담의 G 아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으며, 이마 부분에서 고출력의 메가 입자포(우주전함 야마토의 파동포를 연상시키는 컨셉)를 장비하는 등 여러 측면에서 거대로봇의 컨셉을 도입한 흔적이 느껴진다. 이는 명랑한 작품 분위기에 맞춰 리얼로봇이라는 베이스 위에 거대 로봇의 컨셉을 일부 접목시킨 것으로 보인다.

분위기를 일신했으나 반응은 오히려 냉담했다. 샤아의 행방불명, 카미유의 정신붕괴와도 같은 Z 건담의 충격적인 결말이 있은지 일주일 만에 이전과는 상반된 명랑한 분위기와, 완전히 다른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건담 시리즈였으니 Z 건담의 팬들로서는 당연히 괴리감을 느꼈을 듯.(다만 ZZ의 1화는 본편의 시작이 아닌 Z 건담의 총집편이었다.) 쥬도 아시타는 신경질적이고 어두운 카미유에 비해 활기차고 밝은 캐릭터로 매력이 넘쳤으나 건담이라는 테마와는 동떨어진 캐릭터였고, 쥬도의 라이벌로 등장하는 마슈마 제로 역시 장미꽃과 나르시즘에 허우적대는 개그 캐릭터로서 건담이 이제껏 지향해온 테마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다. 시청률은 Z 건담보다 더 악화되었고, 결국 마슈마는 과거 그의 선배 캐릭터인 샤아나 제리드가 그러했듯이 한동안 시리즈에서 퇴장 당하는 수모를 겪게 된다.

ⓒ SOTSU · SUNRISE

결국 중반부에 접어들어 시리즈는 종전의 테마를 다시금 답습하기에 이르른다. 히로인 엘피 플의 죽음과 같이 비극적인 에피소드가 다시 등장했으며, 전장 속에 벌어지는 오해와 갈등, 멸망의 삼중주는 토미노의 폭주를 다시금 연상시키는 듯 싶기도. 다만, 토미노는 20여화 정도가 제작된 시점에서 역습의 샤아 극장판의 제작을 위해 일선에서 물러났고([3] 참조), 후반부는 각본을 담당했던 엔도 아키노리를 중심으로 에피소드별 연출가들의 작품을 마무리하는 형태로 전개되었다. 다만 최종화까지의 콘티는 대부분 토미노의 손길이 닿아 있었기에 그의 영향력을 완벽히 부인할 수는 없었다 하겠다. 후일 토미노는 스스로 ZZ는 자신이 아닌 엔도의 작품이라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급전된 분위기 이후의 ZZ는 리얼로봇의 상징과도 같은 건담에 걸맞는 드라마틱한 전개를 보여주었고, 키타즈메의 캐릭터들은 당시 TV 시리즈로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작화를 보여주어 전반적으로 작품의 퀄리티는 당시 TV 시리즈로서는 톱 클래스에 든다 하겠다. 충격적인 전개와 파멸적인 결말로 치달았던 Z와 달리 벌려놓은 여러 이야기들을 작품 내에서 깔끔하게 정리했는데, 마지막 회에서 그려진 브라이트를 향한 쥬도의 일격은 마치 Z 건담에서 샤아에게 일격을 날린 카미유와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이는 어른들의 과오를 젊은이들이 바로 잡는다는 ZZ의 테마를 상징하는 부분이라고도 볼 수 있으며, 토미노의 작품 대부분은 이렇게 기성세대의 그릇된 가치관과 시스템에 항거하는 젊고 패기 넘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도 하다.

시리즈의 평균시청률은 6.04%로 Z 건담의 6.4%에 못미치는 성적을 거두었다. 타카하시 료스케의 '푸른 유성 SPT 레이즈너(1985)'의 조기종영에 이은 ZZ의 저조한 반응은 건담 시리즈 뿐만 아니라 리얼로봇물 전체가 이제 쇠퇴기에 접어들었음을 증명하는 징조였던 셈이다. 1기 오프닝 제목 '아니메가 아니야(アニメじゃない)'처럼 아니메가 아닌, 그 이상의 인간 드라마를 그리고자 했던 토미노는 자신이 창조한 건담이라는 굴레를 빠져 나오지 못한체 또다시 건담 시리즈의 진정한 종결을 위한 역습의 샤아 제작에 매진하게 된다.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ガンダムΖΖ, Wikipedia Japan
[2] 機動戦士ガンダムZZ (1986), allcinema.net
[3] 기동전사 건담 ZZ, 엔하위키 미러
[4] 기동전사 건담 ZZ (1986), 베스트 아니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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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노 감독의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 목차>


기동전사 제타 건담 (1985), 機動戦士 Ζ ガンダム / Mobile Suit Z Gundam


ⓒ SOTSU · SUNRISE


 <정보>

◈ 원안: 야다테 하지메
◈ 원작/총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각본: 토미노 요시유키(필명 斧谷稔 사용), 오오노기 히로시, 스즈키 유미코, 카와사키 토모코, 마루오 미호 外
◈ 콘티/연출: 이마가와 야스히로, 세기타 오사무, 카와세 토시후미, 타키자와 토시후미, 이우치 슈지 外
◈ 캐릭터 디자인: 야스히코 요시카즈
◈ 작화감독: 키타즈메 히로유키, 고바야시 토시미츠, 카나야마 아키히로, 야마다 키사라카, 온다 나오유키 外
◈ 메카닉 디자인: 나가노 마모루(중도 하차), 오카와라 쿠니오, 후지타 카즈미, 무라카미 카츠시, 고바야시 마코토 外 
◈ 메카닉 작화감독: 우치다 요리히사
◈ 미술감독: 히가시 쥰이치
◈ 오프닝/엔딩 애니메이션: 우메츠 야스오미
◈ 음악/노래: 사에구사 시게아키, 닐 세다카 / 아유카와 마미 (1기 오프닝, 엔딩), 모리구치 히로코 (2기 오프닝)
◈ 기획/프로듀서: 선라이즈 / 우치다 켄지, 오니시 쿠니아키, 森山涇
◈ 제작사: 선라이즈, 나고야 TV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5.03.02 ~ 1986.02.22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50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지온공화국과 지구연방의 1년 전쟁이 지구연방의 승리로 끝난지 7년 뒤인 우주세기 0087년. 스페이스노이드(우주에서 태어난 인류)들의 재결집을 우려한 지구연방은 전쟁 종료 후 보다 효과적인 지배력 강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지온군의 잔당소탕이라는 명제를 내걸고 지구연방군 출신의 자미토프 하이만의 주도로 창설된 특수부대 티탄즈는 연방 내의 엘리트 집단으로 세력을 공고히 하며 노골적으로 스페이스노이드를 탄압하기 시작한다. 지온의 불순분자를 소탕한다는 목적으로 스페이스 콜로니 사이드1의 30반치에 독가스를 살포하여 콜로니 주민 1,500만명을 학살하는 등, 티탄즈의 행위가 도를 넘어서자 연방의 뜻있는 인물들과 스페이스노이드들은 티탄즈에 대항하여 반지구연방조직 에우고를 결성하게 된다. 이로 인해 실낱처럼 이어지던 어스노이드와 스페이스노이드들의 평화는 깨지고 다시금 전란의 불길이 우주를 불태우기 시작하니 이것이 바로 후세에 그리프스 전쟁이라 알려진 전화의 서막이다.

연방군의 기술사관으로 근무하는 부모를 따라 사이드 7으로 이주한 고교생 카미유 비단은 아버지의 외도와 어머니의 무관심, 그리고 여자같은 자신의 이름에 강한 불만과 컴플렉스를 느끼고 있었다. 어느날 길에서 마주친 티탄즈의 사관 제리드 메사로부터 여자같은 이름이라는 말을 들은 카미유는 충동적으로 치미는 화를 참지 못하고 제리드에게 일격을 가해 티탄즈의 헌병들에게 체포되고, 헌병들에게 가혹한 린치를 당하며 카미유는 티탄즈에 대해 강한 적개심을 품게 된다.

한편, 그린노아에 티탄즈가 비밀리에 제작중인 모빌슈트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에우고는 크와트로 바지나 대위를 그린노아에 침투시킨다. 티탄즈가 개발한 비밀병기 건담 MK II의 존재를 확인한 크와트로. MK II의 시운전을 하던 제리드가 조종미숙으로 지면에 불시착하며 헌병대를 덮치고 혼란한 틈을 노려 카미유는 구금장소를 빠져나와 제리드가 불시착시킨 건담 MK II에 올라탄다. 처음에는 그저 자신을 때린 티탄즈 헌병들에게 복수를 할 목적이었던 카미유는, 크와트로 대위와 조우하면서 엉겁결에 건담 MK II와 함께 에우고로 향하는데...


<소개>

6년만에 방영된 '기동전사 건담(1979)'의 후속작으로, 수많은 논란과 화제를 낳았던 작품. 원작으로부터 7년 뒤의 세계를 다루고 있는 '기동전사 제타 건담(기동전사 Z 건담/1985)'은 7년 사이 무수한 사이드 스토리를 만들어냈던 우주세기의 세계 만큼이나 6년 사이 무수한 제작 비화들이 회자되고 있다. 

건담의 후속편은 이미 '성전사 단바인(1983)'의 방영 중에 논의가 되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전설거신 이데온(1980)'과 '전투메카 자붕글(1982)'을 거쳐 단바인에 이르면서 토미노는 후속 건담에 대한 팬들의 염원, 당시의 로봇물의 프라모델 사업부진에 따른 반다이의 건담 시리즈 재개 요구 등 여러가지 외부적 압력을 받고 있었으며, 그 자신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만한 아이디어가 고갈되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로 인해 83년부터 내부적으로 진행되어가던 후속 건담의 프로젝트는 마침내 84년 2월부터 본격적인 스타트에 들어가게 된다. 이때는 토미노의 '중전기 엘가임(1984)'이 방영을 시작하던 시점이기도 했다.

프로젝트가 겹치면서 Z 건담은 다른 아니메에 비하여 상당히 긴 제작기간을 거치게 된다. 1년짜리 프로젝트였으니 과연 건담 후속작에 걸맞는 대 프로젝트라고나 할까. 게다가 퍼스트 건담을 제작했던 선라이즈의 제1스튜디오가 아닌, 자붕글 이후로 토미노가 둥지를 튼 제2스튜디오가 제작을 맡게 된다. 당시 제 2스튜디오는 엘가임을 제작하던 중으로, 이로 인해 엘가임의 제작에서 토미노의 비중이 축소되면서 작품의 전반적 분위기가 토미노 것과는 많이 달라지게 되었고, Z 건담의 제작은 엘가임과의 이중 작업으로 인해 그 진도가 더딜 수 밖에 없었다.  

1년여의 제작 기간 중 상당기간 공을 들인 것은 바로 메카닉 디자인이었다. 오카와라 쿠니오 혼자서 전담했던 퍼스트와는 달리 Z 건담에는 10명 남짓한 스탭들이 투입되는데, 이는 명실공히 Z 건담이 비즈니스적 기획의도가 십분 반영된 작품이며, 프라모델 사업의 성패를 쥔 작품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특히, 주역메카인 Z 건담의 경우에는 한명의 디자이너가 아닌 여러명의 디자이너들이 서로 아이디어를 내고 의견을 조율하며 만들어낸 디자인으로, 아니메의 메카닉 디자인을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결코 빠지지 않는 걸작 메카닉으로 지금까지 자리하게 된다. 

다만, 복잡한 변형 메커니즘의 도입에 따른 프라모델의 상품화 문제로 인해 초반부의 주역 메카는 퍼스트 건담의 디자인 컨셉을 계승한 건담 MK II가 맡게 된다. 이로 인해 Z 건담은 후반부에 MK II와 극적인 교체를 이루게 되는데, 이는 토미노의 전작 자붕글이나 단바인, 엘가임에 등장한 주역메카의 교체와 동일한 시퀀스이며, 단바인과 엘가임은 Z 건담과 마찬가지로 후반부의 주역기체가 변형기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일련의 과정은 타가하시 료스케 감독에게도 영향을 미쳐 '기갑계 가리안(1984)'에서 그는 가리안에서 합체변형이 가능한 어절트 가리안으로 주역메카를 업그레이드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캐릭터 디자인에서도 파격적인 변화가 눈에 띈다. 건담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일선에서 물러난 체 캐릭터 디자인에만 관여한 것이 그것. 총작화감독 한명이 전체 작화를 조율하지 않고 여러명의 작화감독이 로테이션 형태로 작화를 담당하게 되는데, 특히 토미노 감독의 작품에서 그동안 작화를 맡아오던 또하나의 거물 작화가 코가와 토모노리 대신 그의 제자인 키타즈메 히로유키의 활약이 눈에 띈다 하겠다. 스승인 코가와의 작화기법을 계승하면서, 야스히코의 미형 캐릭터들을 절묘하게 재창조해낸 그의 작화는 퍼스트 건담의 일부 팬들에게는 반감을 사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팬들에게는 큰 인기를 얻게 되었는데, 그로 인해 당시 절정의 인기를 끌던 아니메 잡지 뉴타입의 표지 일러스트의 상당수가 키타즈메의 손에 의해 그려지기도 했다. 키타즈메 외에도 온다 나오유키와 같은 코가와의 제자들이 다수 작화진에 가세하여 전체적인 Z 건담의 형세는 퍼스트의 잔영과 새로운 건담 스타일 사이에 위치하여 야스히코의 스타일을 기반으로 한 혁신에 가까운 모습을 취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에서 압도적인 퀄리티의 2기 오프닝을 그리며 혜성처럼 등장한 우메츠 야스오미의 등장은 또다른 천재 애니메이터의 탄생을 예고하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 SOTSU · SUNRISE

이야기 역시 후속작이라고는 하지만 기존의 건담 시리즈와 많은 차별점을 보이고 있다. 전 시리즈의 주인공 아무로가 한참 후에나 등장하며, 또다른 주역인 샤아 아즈나블은 주인공보다 먼저 화면을 장식하지만, 주인공과 같은 편으로 주인공을 보조하는 조역으로 전락한다. 대신 그 자리에는 전편의 아무로보다 더 신경질적이고 히스테릭한 소년 카미유 비단이 주인공을 맡게 된다. 전쟁 드라마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티탄즈와 에우고, 지구연방, 여기에 지온의 잔당 액시즈까지 등장하며 구도는 더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또한 정치이념을 초월하여 거대기업으로 작품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애너하임 일렉트로닉스의 등장까지, 세계관의 구성은 전작보다 더 복잡하고 얽히고 섥힌 인과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아무로와 샤아가 주역이 아닌데다가 로봇물의 수준으로서는 과하게 복잡한 세계관과 갈등관계 등은 Z 건담의 시동에 발목을 걸었다. 평균시청률 6.4%는 퍼스트 건담 수준으로 낮았는데, 퍼스트 건담이 아무런 배경없이 등장한 것임을 감안할 때, Z 건담에 걸었던 팬과 스폰서의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것이라 하겠다. 다만, 프라모델 비즈니스에 있어서는 다른 라인업의 제품보다는 월등한 성적을 보여주었는데, 이러한 프라모델 판매 호조에도 불구하고 반다이 측의 기대치에는 못미쳤다는 소리도 전해지고 있다. 이는 복잡한 변형 메커니즘의 도입과 그로 인해 복잡해진 디테일의 모빌슈트를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제작비 상승으로 인한 마진감소가 원인이라 전해지고 있으며([1] 참조), Z 건담의 모빌슈트들을 원작에 가깝게 묘사하기에는 당시 프라모델 기술력으로는 한계가 있었던 것도 원인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등장하는 수많은 주조역 캐릭터들이 죽어버리는 등, 몰살의 토미노다운 비극적인 결말은 여전하다. 주인공인 카미유가 최종화에서 시로코를 쓰러뜨린 후 자아가 붕괴되면서 폐인이 되어버린다든지, 시리즈 최고의 인기 캐릭터 샤아가 하만 칸의 큐베레이에게 무참히 패배하고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체, 대파된 그의 모빌슈트 백식의 잔해가 떠도는 상태에서 엔딩을 맞이하는 결말은 팬들로서는 충격 그 자체였다. 이는 단순히 비극적인 엔딩을 추구했다기보다는 당시 건담 시리즈에 대한 회의와 스트레스를 토미노 감독이 작품을 통해 풀어낸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도 샤아의 모습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다고도 언급한 바, 최종회에서 생사를 알 수 없이 사라진 샤아의 모습은 건담이라는 세계에서 떠나버리고 싶은 토미노의 바람을 표현한 것은 아닐까.

하지만 실망한 팬들의 분노, 비즈니스적으로 100%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한 반다이의 채근 속에 토미노는 결국 이 작품을 끝으로 건담을 접으려던 애초의 생각을 바꿀 수 밖에 없게 되었다.

☞ <기동전사 Z 건담> 1부: 79년 이후 아니메의 세대교체 by 키웰 (보러가기)
☞ <기동전사 Z 건담> 2부: 퍼스트의 그늘에서 벗어난 작화 Line-up by 키웰 (보러가기)
☞ <기동전사 Z 건담> 3부: 제타에 흐르는 '시대의 눈물' by 키웰 (보러가기)


기동전사 제타 건담 신해석판: 별을 잇는자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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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 원작/감독/각본/총콘티: 토미노 요시유키
◈ 캐릭터 디자인 원안: 야스히코 요시카즈
◈ 캐릭터 작화감독: 온다 나오유키
◈ 메카닉 작화감독: 나카 모리푸미
◈ 작화감독: 무라세 슈코우, 시게타 아츠시, 나카지마 토시히로
◈ 미술감독: 히가시 쥰이치, 카이 마사토시
◈ 음악/노래: 사에구사 시게아키 / Gackt (오프닝, 엔딩 작사/작곡/노래)
◈ 기획/제작: 우치다 켄지 / 요시 타카유키
◈ 제작사: 선라이즈, 스튜디오 지브리 (배경), 가이낙스/매드하우스 (동화)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2005.05.28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건담 시리즈에 대한 짙은 회의와 좌절을 '턴에이 건담(1999)'를 통해 일부분 해소한 토미노는 총집편인 '극장판 턴에이 건담 I 지구광(2002)'과 '극장판 턴에이 건담 II 월광접(2002)'으로 극장까지 다시 건담을 등장시킨다.(다만, 흥행은 대참패) 이는 건담에 대한 토미노의 트라우마가 어느 정도 극복되었음을 의미하며, 동시에 보다 긍정적으로 변화된 그의 작품세계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3년 뒤인 2005년 토미노는 마침내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을 여지없이 작품 속에 표출했던 Z 건담을 달라진 감성에 맞춰 새롭게 해석하는 시도를 선보이니 그것이 바로 기동전사 Z 건담 신해석(신역이라고 대게 부르지만, 좀 일본스러운 표현인 듯 싶어 나름 고쳐보았다.) 3부작이다.

50화에 이르는 방대한 작품이다보니 자연스레 기획은 3부작으로 흘러갔다. 그동안 지지부진 성적을 거두었던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의 극장판인지라 제작비는 충분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전 작품을 신작화로 그리지 않고 구작화를 편집하여 일부 디테일을 수정하면서 신작화를 사이사이 추가하는 형식으로 제작되었다. 사실 구작화라 하더라도 당대 이름난 작화가들이 참여했기에 일부 퀄리티는 최신 TV 시리즈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지만, 열화된 필름 사정으로 인해 선명하지 못한 화질과, 섬세한 캐릭터 디자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퀄리티의 메카닉 작화는 당연히 깔끔하게 그려진 신작화와 비교될 수 밖에 없었으며, 온다 나오유키, 무라세 슈코우, 시게타 아츠시 등으로 새롭게 꾸려진 신작화의 캐릭터 디자인이 구작화와 많은 차이를 드러내는 등 신작화와 구작화 사이의 이질감은 생각 이상으로 크게 도드라졌다.

TV 시리즈의 1화부터 14화까지를 편집한 극장판은 총집편이지만 여러면에서 아쉬움을 보여주었다. 구작화를 사용하는 한계 때문인지 이전 시리즈의 이야기를 그저 축약하기만 하는 단조로운 전개에 그쳤고, 일부 내용 중에서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생략되면서 스토리의 앞뒤가 잘 맞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러닝타임이 95분에 그친 것도 제약사항으로 작용한 듯. 다만, 3부작 중에서는 1부의 이야기가 가장 무리없이 잘 편집되지 않았나 싶다. 특히, 아우도무라를 공격하는 앗시마를 수송기로 저지하고 탈출하는 아무로 레이와, 이를 맞이하는 카미유의 MK II와 샤아의 백식, 그리고 아무로와 샤아의 극적인 재회를 신작화로 그려내면서 감동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1부인 별을 잇는자 편은 토미노의 전작 턴에이 건담 극장판의 흥행참패의 영향으로 인해 역대 건담 극장판의 개봉관수의 반 정도에 불과한 83개의 극장에서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8.6억엔의 수익을 벌어들이며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다.


기동전사 제타 건담 신해석판: 연인들 (2005) 

ⓒ SOTSU · SUNRISE


<정보>

◈ 스탭진: 1편과 동일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2005.10.29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5개월만에 재개된 TV 시리즈의 15화~32화를 편집한 기동전사 Z 건담 신해석판의 극장판 2부. 이제와 돌이켜보면 50화나 되는, 그리고 수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이야기의 진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Z 건담의 경우 100분도 안되는 러닝타임의 3부작 축약은 무리가 있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다. 그나마 신작화로 모두 새로 그린다면 컷의 구성을 새로이 하여 보다 더 유동적인 대처가 가능했으련만, 제작비의 문제로 상당부분이 구작화로 대치되었기에 한계는 더더욱 커졌다. 이러한 이야기 구성의 문제는 신작화와 구작화간의 이질감 차이 이상으로 신해석 극장판의 완성도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되었다.

연인편은 타이틀 그대로 시리즈 최고, 아니 아니메史상 가장 비극적인 히로인 중 한 명인 무라사메 포와 함께 벨토치카 일마, 사라 자비아로프, 레코아 론드, 에마 신 등 Z 건담에 등장하는 수많은 여성들과 남성들의 로맨스를 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15화부터 32화까지의 내용을 98분으로 축약하면서 내용 전개에도 급급한 상황에서 이들의 로맨스를 밀도 있게 묘사하는 것은 구작화를 사용하는 제약 상황을 감안할 때 무척이나 어려운 난제라 하겠다. 연로한 토미노 감독의 나이 또한 이러한 작업들을 세심하게 구성하는데 있어서 또 하나의 한계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쿵푸 팬더의 포와는 전혀 다르다, 잊지말자.)와 카미유의 로맨스가 밀도있게 다루어지지 않은 부분은 이번 2부 최대의 오점으로 보인다. 게다가 원체 이 2부의 이야기 속에는 포우와 카미유의 비극적인 로맨스 외에 벨토치카와 아무로의 에피소드, Z 건담의 등장, 시로코의 활약, 사라 자비아로프와 카츠의 에피소드, 제리드와 마우아의 에피소드, 에우고의 지휘자 브렉스 준장의 죽음과 같은 여러가지 굵직굵직한 에피소드가 다루어지고 있는데, 이로 인해 부제인 연인들이라는 제목과 달리 작품은 사건의 나열에 그치고 있으며, 히로인인 포의 희생이 전반부에 다루어지면서 큰 임팩트를 주는 것에 비해 뒷부분의 전개는 하만과 액시즈의 등장까지 비교적 평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포의 죽음에도 큰 감정적 변화없이 극을 이끌어 가는 카미유의 모습에서는 오히려 연인들이라는 부제가 무색할 정도. 다만, 시리즈의 후반부에 등장하여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는 하만 칸의 포스는 이번 신해석판에서도 명불허전이라 하겠다.

전작의 성공 때문이었는지 개봉관 수를 100여개로 늘려 상영했지만 흥행 수익은 6억엔에 그치며 전편보다 못한 성적을 보였다. 이는 편집된 이야기의 완성도가 기대 이하임을 반증하는 사례라 하겠다.


기동전사 제타 건담 신해석판: 별의 고동은 사랑 (2006) 

ⓒ SOTSU · SUNRISE


<정보>

◈ 스탭진: 1편과 동일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2006.03.04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3부. 33화부터 50화까지를 편집한 내용으로 액시즈의 등장, 티탄즈 집권층의 몰락, 그리고 시로코와 하만과의 최후의 결전 등이 이야기되고 있다. 신작화의 비중이 커져 비주얼 상으로는 좀 더 이질감이 덜했으며, 상당수의 주요 에피소드를 생략하여 이야기의 흐름을 매끄럽게 하였다. 다만, 포의 재등장과 카미유와의 비극적인 이별, 샤아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연설장면, 로자미아 바담의 이야기, 제리드의 최후 등, 상당히 임팩트가 강한 여러 에피소드들이 삭제되면서 결과적으로는 김빠진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3부의 에피소드는 전체적으로 하만 칸이 지배하는 느낌이 강하다. TV 시리즈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보여준 그녀지만 극장판에서는 더더욱 그 포스가 강렬해진 듯. 신작화로 그려지면서 가장 잘 이식된 캐릭터 중 한명이 아닌가 싶다. TV 시리즈에서 강렬한 포스를 자랑하던 시로코는 그 모습이 오히려 쇠퇴된 느낌. 특히 새로운 해석을 통해 그려진 라스트 엔딩에서, 시로코는 Z 건담의 일격에 쓰러지면서 카미유를 폐인으로 만들어 버렸던 원작의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시로코와 함께 샤아의 활약도 더더욱 두드러지지 못했다. 지구권에서의 연설장면도 삭제되었고, 초반부 액시즈와의 조우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지 못한 체 마지막에는 하만 칸에게 고전을 거듭하다가 패퇴하는데, 백식의 잔해를 비춰주며 마무리했던 충격의 TV 시리즈와 달리 이번 극장판에서는 라스트 엔딩을 장식하지 못한다. 다만, 생사가 확인되지 않는 점은 TV 시리즈와 동일하다.

3부의 흥행수익은 2부보다 적은 4.9억엔에 그쳤다. 극장수익 자체로는 기대 이하였으나 신해석판 3부작의 개봉과 발맞춰 등장한 반다이의 신버전 프라모델은 높은 퀄리티로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DVD 등 부가판권의 수입도 나쁘지는 않았다. 이를 통해 TV 시리즈 역시 새롭게 조명을 받는 계기가 되었으며, 결말의 수정으로 인해 후속작인 ZZ 건담의 설정이 부정되었다는 소리에도 불구하고 ZZ 건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또한 사실이라 하겠다.

개인적으로 이번 3부작은 기대에 부응하는 면모와 그 이상으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 되었다. 애초에 TV 시리즈의 종료 후 별도의 총집편 극장판으로 비슷한 시기에 제작되었다면 좋았으련만, 너무도 많은 세월이 흐른 후 등장함으로써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는 안노 감독이 에반게리온을 새롭게 재해석한 극장판을 내놓는 모습과 비교되어 더더욱 씁쓸한데, 에바는 26화의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4부작으로 구성되어 내용 전개상 여유가 있으며, 전체가 신작화로 그려지면서 새로이 묘사될 이야기를 스크린에 완벽하게 이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만약 Z 건담도 그러했다면 비록 팬들이 납득치 못할 결말을 그렸다 하더라도 지금보다는 훨씬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되지는 않았을까 싶다.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Ζガンダム, Wikipedia Japan
[2] 기동전사 Z 건담, 엔하위키 미러
[3] Mobile Suit Zeta Gundam (TV), ANN
[4] Mobile Suit Zeta Gundam: A New Translation (movies), ANN
[5] 다시 흘린 시대의 눈물.. Z 건담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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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전기 엘가임 (1984), 重戦機 エルガイム / Heavy Metal L-Gaim


ⓒ SOTSU · SUNRISE


<정보>

◈ 원안/원작: 야다테 하지메 / 토미노 요시유키
◈ 총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연출/콘티: 토미노 요시유키, 이마가와 야스히로, 세키타 오사무 外
◈ 시리즈 구성/각본: 와타나베 유우지 / 와타나베 유우지, 토미타 스케히로 外
◈ 캐릭터 디자인/메카닉 디자인: 나가노 마모루
◈ 총 작화감독/작화감독: 코가와 토모노리 / 키타즈메 히로유키, 오오모리 히데토시 外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
◈ 음악/노래: 와카쿠사 케이 / MIO (첫번째 오프닝), 아유카와 마미 (두번째 오프닝)
◈ 프로듀서: 나카가와 히로노리, 森山涇, 大西邦明
◈ 제작사: 선라이즈, 나고야 TV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4.02.04 ~ 1985.02.23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판타지
◈ 구분/등급: TVA (53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올드나 포세이달이 지배하는 다섯개의 행성으로 이루어진 펜타고나 월드. 변방의 행성 코암 별의 두 소년 다바 마이로드와 미라우 캬오는 다바의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수제 헤비메탈(Heavy Metal: 장갑전투병) 엘가임과 헤비메탈 캐리어(Carrier: 수송차량) 웍스를 타고 청운의 꿈을 안은 체 도시로 상경하는 중이다. 미야마 리린이 이끄는 도적단의 일원이 다바 일행을 노리고 습격했지만, 다바의 능숙한 검술로 두목 미야마 리린이 부상을 입은 체 도망가게 되고, 핸섬하고 늠름한 다바에게 호의를 품게 된 도적단의 소녀 판네리아 암은 미야마 리린이 재차 습격할 것을 경고하게 된다. 기습공격을 감행한 미야마들을 맞이하여 엘가임으로 멋지게 격퇴해낸 다바 일행, 전투 중 중상을 입은 도적 한명이 수표를 건네주며 이를 죽음의 상인이라 불리는 아만다라 카만다라에게 전달해줄 것을 부탁하게 되는데...


<소개>

'성전사 단바인(1983)'에 이은 토미노 감독의 또다른 리얼로봇물. 스타워즈를 연상시키는 스페이스 판타지스러운 스타일은 단바인과는 또다른 판타지적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헤비메탈이라 불리는 새로운 개념의 메카닉 디자인과 선라이즈의 신진들이 대거 투입된 캐릭터 디자인은 후일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을 거쳐 80년대 후반기의 선라이즈를 책임지는 핵심으로 자리잡게 된다. 엘가임이 기획 중이던 당시 이미 기동전사 제타 건담의 기획에 들어가 있던 토미노 감독은 이로 인해 이 작품의 상당수 컨셉을 신인 애니메이터로서 작품의 캐릭터 디자인과 메카닉 디자인을 맡게되는 나가노 마모루에게 위임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이 작품은 토미노 감독의 작품 중에서도 상당히 이질적이고 역동적인 느낌이 들어나는 작품이 되었다. (동시에 그만큼 힘을 빼고 만든, 즉 조금 대충 만든 작품이 된 측면도 있다.)

제1스튜디오부터 제10스튜디오까지 총 10개의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압도적인 제작력을 자랑하는 선라이즈에서 토미노 요시유키와 '기동전사 건담(1979)'들의 핵심 스탭들은 대부분 제1스튜디오에 포진되어 있었다. 그로 인해 건담 이후 '전설거신 이데온(1980)', '태양의 송곳니 더그람(1981)', '장갑기병 보톰즈(1983)'과 같은 선라이즈의 대표작들은 모두 제1스튜디오에서 제작되어 왔던 것이다. 하지만 토미노 요시유키는 '전투메카 자붕글(1982)' 이후로 제2스튜디오에서 작품을 제작하기 시작했으며, '성전사 단바인(1983)'과 엘가임을 등 이후 대부분의 작품들을 제2스튜디오에서 만들어내게 된다. 이것은 자붕글 이후 토미노의 작품 방향성이 이전과는 다름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첫번째로 변한 것은 대대적인 작화 라인의 교체였다.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이끄는 제1스튜디오와 달리 제2스튜디오는 독특한 음영과 극화적인 그림체를 자랑하는 코가와 토모노리가 이끌고 있었다. 자붕글과 단바인에 이어 엘가임에서도 작화감독을 맡은 코가와였지만, 이 작품의 실제 작화는 코가와의 것이라기보다는 그의 제자들인 키타즈메 히로유키나 오오모리 히데토시 등의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특히 스승인 코가와의 기법을 발전시켜 자신만의 미형 캐릭터를 창조해낸 키타즈메의 필력은 어떤 면에서는 코가와보다 더 유려하고 매력적이었고, 이로 인해 엘가임의 일러스트의 상당수는 바로 이 젊은 인재 키타즈메의 손에 의해 그려지기도 하였다. 엘가임에서 키타즈메의 활약은 눈부신 것이어서 이후 제타 건담으로 명성을 높인 그는 후일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1986)'과 '역습의 샤아(1987)'를 통해 야스히코 요시카즈를 넘어(?) 선라이즈의 스타 캐릭터 디자이너로 거듭나게 된다.

하지만 엘가임에서 키타즈메보다 더더욱 두각을 나타낸 인물은 바로 캐릭터 디자인 원안과 메카닉 디자인, 여기에 스토리 컨셉의 상당 부분을 창안해낸 천재 애니메이터 나가노 마모루였다. 이제까지의 투박하고 전사다운 로봇과는 전혀 다른 조형미와 디테일을 갖춘 나가노의 헤비메탈들은 단바인의 오라 배틀러만큼이나 독특한 스타일을 자랑했는데, 특히 로봇의 기본 뼈대가 되는 무버블 프레임(Movable Frame)이나 버스터 런쳐, 360도 전방위 스크린과 같은 진일보한 개념들은 후일 제타 건담의 모빌슈트에 그대로 적용된다. 실제로 나가노는 제타 건담의 메카닉 디자인 스탭으로 참여하여 릭 디아스나 갈발디 베타, 백식(하쿠시키) 같은 여러 MS 들의 디자인 컨셉을 제공하게 된다.

젊은 인재들이 대거 참여한 만큼 스토리는 다분히 토미노의 작품세계와는 다소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반적으로 우울한 모습을 보여온 토미노의 캐릭터들에 비하여 엘가임의 캐릭터들은 밝고 긍정적이었으며, 여성 캐릭터들은 활기차고 성적 매력이 넘친다. 여기에 개그적인 요소도 상당히 많이 등장하여 작품의 분위기는 전쟁과 죽음의 어두운 면이 드러나는 시리어스한 SF라기 보다는 밝고 건강한 SF 어드벤처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특히, 펜타고나 은하계를 지배하는 포세이달군과 다바 등을 중심으로 한 저항군과의 대결구도,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다바, 여기에 헤어진 여동생 크와상 오리비와의 비극 등은 스타워즈 시리즈와 상당히 닮은 구석이 있다. (실제로 나가노는 스타워즈 시리즈에 큰 인상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요정 캐릭터 리리스 화우는 단바인의 요정 캐릭터 챰 화우와 생김새도 비슷하고 이름도 유사하여 두 시리즈 간의 연관성을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실제로 토미노는 엘가임의 세계관을 단바인의 세계관과 연결시킬 목적이었으나 워낙에 자신의 의도와는 다른 형태로 나아가는 나가노 마모루의 상상력 때문에 결국 이 의도를 포기하게 된다. 이후 펜타고나 월드는 나가노에 의해 보다 더 진화되고 발전하게 되었으며, 이것이 후일 나가노 마모루의 역작이자 괴작으로 자리하게 되는 '파이브 스타 스토리(FSS)'가 되는 것이다. (FSS를 통해 여성형 안드로이드 파티마와 같이 엘가임에서 미쳐 채택되지 못했던 나가노의 아이디어가 대거 채용된다.)

키타즈메 히로유키의 표지 일러스트가 인상적인 소설판 엘가임. ⓒ ソノラマ文庫 · SOTSU · SUNRISE



<참고 사이트>

[1] 重戦機 エルガイム, Wikipedia Japan
[2] Heavy Metal L-Gaim (TV), ANN
[3] 중전기 엘가임, 베스트 아니메
[4] 중전기 엘가임,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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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NRISE / SOTSU Agency


성전사 단바인 (1983), 聖戦士ダンバイン / Aura Battler Dunbine


ⓒ SOTSU · SUNRISE / ADV Films(Eng Edition)

<스탭>

◈ 원작: 야다테 하지메, 토미노 요시유키
◈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연출/콘티: 토미노 요시유키, 이우치 슈지, 이마가와 야스히로, 스즈키 이쿠, 세키타 오사무, 키쿠치 카즈히토 外
◈ 각본: 토미타 스케히로, 와타나베 유지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코가와 토모노리
◈ 메카닉 디자인: 미야타케 카즈타카, 이즈부치 유타카 (게스트 디자이너)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
◈ 음악/노래: 츠보노 카즈히로 / MIO(MIQ), 코이데 히로미
◈ 기획: 나카가와 히로노리, 모리야마 토루, 오니시 쿠니아키
◈ 제작: 선라이즈, SOTSU, 나고야 방송국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3.02.05 ~ 1984.01.21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판타지
◈ 구분/등급: TVA (49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바다와 대지 사이에 존재하며, 영혼이 휴식과 수련을 하는 신비로운 세계 바이스톤 웰, 이곳은 현재 영주 드레이크가 이끄는 군대에 의해 전화의 불길에 휩싸여 있다. 현세에서 넘어온 쇼트 웨폰과 제트와 같은 기술자들에 의해 오라력에 의해 움직이는 곤충형 인간병기 '오라 배틀러'를 개발한 드레이크 영주는 이 오라 배틀러를 이용하여 바이스톤 웰의 지배를 꿈꾸고, 바이스톤 웰 세계의 인간들보다 훨씬 강한 오라력을 지닌 현세의 인간들을 소환하여 성전사로 삼아 침공의 선두를 맡긴다.

한편, 부모의 무관심 속에 반항심에 가득차 삐뚤어진 사춘기를 보내고 있던 소년 쇼 자마는, 모터 사이클을 몰던 도중 갑작스런 사고를 맡게 된다. 사고와 동시에 바이스톤 웰로 소환되버린 쇼, 쇼를 소환한 드레이크 영주는 그에게 성전사의 지위를 주고 자신을 도와줄 것을 부탁한다. 지구의 생활에 미련이 없던 쇼는 드레이크의 제안을 받아들여 바이스톤 웰 침공의 선두에 서게 되고, 마침내 바이스톤 웰의 전란 속에 몸을 맡기게 된다.


<소개>

기동전사 건담을 통해 '리얼로봇'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한 토미노 감독이 전설거신 이데온과 전투메카 자붕글에 이어 선보인 네번째 리얼로봇 작품. 당시 리얼로봇 장르는 같은 무시 프로덕션 문하의 동문이자 선라이즈의 동료이기도 한 다카하시 료스케 감독의 역작 '태양의 어금니 다그람(1981)'과 이듬해 스튜디오 누에를 주축으로 한 젊은 애니메이터들의 힘으로 리얼로봇 장르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불세출의 명작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 등으로 인하여 전성기에 진입하고 있던 즈음이었다. 이러한 리얼로봇의 강대한 흐름 속에 등장한 토미노 감독의 후속작이 바로 이 성전사 단바인이다.

리얼로봇의 구도를 취하고 있으나, 이 작품은 바이스톤웰이라는 이(異)차원의 세계와 중세유럽 풍의 시대배경, 그리고 곤충형태의 생체병기 오라 배틀러라는 특이한 설정으로 인해 당시만해도 아니메에서는 보기드물었던 중세 판타지의 세계관을 적극 도입한 최초의 퓨전 판타지 로봇물이기도 했다. 일설에 이런 작품의 기획 배경에는 82년도부터 잡지 아니메쥬에 연재를 시작하고 있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코믹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의식했단 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많이들 알다시피 토미노 감독은 미야자키 감독에게 일종의 컴플렉스 내지는 경쟁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미 여러번의 작품을 거쳐 로봇물에 드라마틱한 설정을 적용하는데 탁월한 감각을 보여준 토미노 감독스럽게 이번 작품의 전개 역시 몹시도 드라마틱하고 시리어스하다. 최초에는 적의 편에서 서서 싸우다가 뒤에서야 진실을 깨닫고 전향하게 되는 주인공의 결정도 당시 로봇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 이러한 드라마틱한 작품색에 전설거신 이데온을 통해 야스히코 요시카즈와 함께 선라이즈의 양대 작화감독으로 이름을 알리게 되는 코가와 토모노리의 캐릭터 디자인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거기에 SF 창작집단으로 이미 기동전사 건담의 기획단계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었던 스튜디오 누에의 메카닉 디자이너 미야타케 카즈타카가 디자인한 생체병기 오라 배틀러의 디자인은 혁신과 조형미를 동시에 갖춘 아니메 사상 가장 유니크한 메카닉 디자인 중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이 독특한 메카닉 디자인은 그 독특함 만큼이나 상품화가 힘들어 스폰서였던 클로버 측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로 인해 주역 메카인 단바인이 후반기에 들어 변형이 가능하고 생체병기의 느낌이 많이 거세된 빌바인으로 교체되며, 팬들의 원성을 듣기도. 당시 신예였던 메카닉 디자이너 이즈부치 유타카가 이 작품에서 게스트 디자이너로 참여하기도 하는데, 이후 84년작 '기갑계 가리안(1984)'에서도 미야타케 카즈타카와 공동으로 메카닉 디자인을 맡기도 한다. 이즈부치는 후일 '역습의 샤아(1988)'의 뉴건담과 '기동전사 건담 0080(1989)'의 메카닉 디자인을 맡으며 선라이즈의 작품에 깊이 관여하게 된다.

작중에서 작은 요정으로 등장하면서 마스코트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참 화우는 이듬해 토미노 감독의 작품 '중전기 엘가임(1984)'의 요정 리리스 화우로 다시 태어나 생명력을 유지하게 된다. 그리고 감독 자신도 공헌했듯이 나우시카를 뛰어넘는 작품이 되고 싶었던 단바인의 세계관은 그 방대한 설정을 모두 이 시리즈에 풀어내지 못한 체 다시 후일을 기약하게 된다.

ⓒ SUNRISE / SOTSU Agency / ADV Films(Eng Edition)

ADV Films에 의해 북미에 출시되면서 최근에 다시 그려진 일러스트.


성전사 단바인 OVA (1988)


ⓒ SOTSU · SUNRISE

<스탭>

◈ 원작/감수: 토미노 요시유키
◈ 감독: 타키자와 토시후미
◈ 각본: 고부 후유노리
◈ 캐릭터 디자인: 하타이케 히로유키
◈ 메카닉 디자인: 이즈부치 유타카
◈ 작화감독: 다니구치 모리야스
◈ 제작: 선라이즈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8.02.25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판타지
◈ 구분/등급: OVA (3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TV 시리즈의 이야기 이후 700년 뒤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원 시리즈의 주인공 쇼 자마의 환생인 시온 자바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원 시리즈에서 게스트 메카닉 디자이너를 맡았던 이즈부치 유타카가 메인 메카닉 디자이너를 맡아 혁신적이고 유려한 곤충형 로봇인 오라 배틀러에 고급스러움을 가미한 디자인으로 새롭게 그려냈다. 이러한 형태의 고급스러운 메카닉 스타일링은 후일 이즈부치 유타카가 메카닉 디자인을 맡은 기갑계 가리안 TV 시리즈와 OVA 시리즈에서의 기갑병 디자인 변화와 유사하다.

ⓒ SUNRISE / SOTSU Agency

이즈부치 유타카에 의해 고급스럽게 스타일링된 새로운 주역기 써바인.


바이스톤 웰 이야기, 가제이의 날개 (1996)


ⓒ TOMINO YOSHIYUKI · Garzey's Wing Production Committee

<스탭>

◈ 감독/각본/스토리보드: 토미노 요시유키
◈ 캐릭터 디자인: 오누키 켄이치
◈ 음악: 사기쓰 시로
◈ 제작: J.C.Staff, BMG Japan
◈ 저작권: ⓒ TOMINO YOSHIYUKI · Garzey's Wing Production Committee
◈ 일자: 1996.??.??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판타지
◈ 구분/등급: OVA (3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기동전사 V 건담의 실패와 오랫동안 팬들과 스폰서로부터 끊임없는 건담의 재생산을 요구받으며 피폐해질 때로 피폐해진 토미노 감독이 20여년의 세월을 바친 선라이즈를 잠시 떠나있던 시절 만든 작품. 

바이스톤 웰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토미노 감독의 소설 가제이의 날개를 기본으로 하여 제작된 OVA 작품으로, 재미있는 것은 바이스톤 웰의 세계관이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시리즈 내내 오라 배틀러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 로봇물에 지칠대로 지쳐버린 토미노 감독의 심중이 표현된 것 같은 느낌인데, 실제 원작의 경우 오라 배틀러가 등장하지 않은체 토미노 감독의 만들어낸 바이스톤 웰의 세계관을 근거로 한 판타지 소설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린의 날개 (2005)


ⓒ SUNRISE · BANDAI Visual · BANDAI Channel

<스탭>

◈ 총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각본: 토미노 요시유키, 타카야마 지로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쿠도 마사시
◈ 메카닉 디자인: 시노하라 타모츠, 사쿠라 타쿠미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
◈ CG 디자이너: 카타야마 아유키
◈ 비주얼 컨셉: 오카마
◈ 음악: 히구치 야스오
◈ 제작: 선라이즈, 반다이 비쥬얼, 반다이 채널
◈ 저작권: ⓒ SUNRISE · BANDAI Visual · BANDAI Channel
◈ 일자: 2005.12.16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판타지
◈ 구분/등급: ONA (6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가제이의 날개로부터 거의 10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 제작된 토미노 감독의 또다른 바이스톤 웰 이야기. 역시 그가 직접 집필한 소설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했으며, 기존의 TV 시리즈나 OVA, 극장상영이 아닌 반다이 채널의 인터넷을 통한 스트리밍 방식으로 제공되었다. ONA(Original Network Animation)이라 불리기도 한다.

곤충형 로봇인 오라 배틀러의 구현은 CG 기술의 접목에 의해 더더욱 생체병기로서의 모습에 충실해졌다. 몸체 일부의 기관들이 마치 살아 있는 생물의 것인냥 움직이는 부분은 단바인의 올드팬들에게는 꽤 감격적인 모습이었을지도. 바이스톤 웰에서 넘어온 호우죠 국의 사람들의 경우에는 이전과는 달리 중세 유럽의 스타일이 아닌 일본 전국시대의 복식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 블리치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던 쿠도 마사시, 기동전함 나데시코의 사쿠라 타쿠미, 가면라이더 시리즈의 시노하라 타모츠의 디자인도 현대적인 감각과 잘 맞는 느낌을 주고 있다.

단, 21세기의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는 토미노식 연출방식은 엔터테인먼트 측면에서는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는 듯 싶으며, 원작의 경우에는 오라 배틀러가 등장하지 않고 있으나 아니메로 제작되면서 오라 배틀러를 등장시켜 전작이었던 가제이의 날개와는 묘한 대조를 이룬다.

ⓒ SUNRISE / BANDAI Visual / BANDAI Channel



<참고 사이트>

[1] Aura Battler Dunbine (TV), ANN
[2] 聖戦士ダンバイン, Wikipedia Japan
[3] New Story of Aura Battler DUNBINE, Wikipedia Japan 
[4] リーンの翼, Wikipedia Japan
[5] Aura Battler Dunbine, Wikipedia
[6] Garzey's Wing, Wikipedia
[7] The Wings of Rean, Wikipedia
[8] 거대로봇 연구서설 - 단바인 편 by 백금기사, 백금기사의 舊 연구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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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메카 자붕글 (1982), 戦闘メカ ザブングル / Combat Mecha Xabungle


ⓒ SOTSU · SUNRISE


<정보>

◈ 원안/원작: 야다테 하지메 / 토미노 요시유키, 스즈키 요시타케
◈ 총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연출: 카시마 노리오, 후지와라 료지, 카세 미츠코, 세키타 오사무 外
◈ 각본: 스즈키 요시타케, 이토 츠네히사, 아라키 요시히사, 요시카와 소지 外
◈ 콘티: 토미노 요시유키, 타키자와 토시후미, 야마자키 카즈오 外
◈ 캐릭터 디자인/총작화감독: 코가와 토모노리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 이즈부치 유타카 (게스트 메카닉 디자인)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
◈ 음악/노래: 마카이노 코지 / 쿠시다 아키라 (오프닝/엔딩), MIO (삽입곡)
◈ 프로듀서: 森山涇, 普入弘, 나카가와 히로노리
◈ 제작사: 선라이즈, 나고야 TV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2.02.06 ~ 1983.01.29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 구분/등급: TVA (50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시놉시스>

황량한 혹성 조라. 혹성의 지배계급인 이노센트가 정한 3일법에 의해 범죄를 저지르고도 3일 동안만 범죄 혐의를 피할 수 있으면 무죄가 되는 이곳은 무법지대나 다름없는 세상이다. 이 3일법에 의해 자신의 부모를 살해하고 무죄를 선고받은 팀프 샤론에게 복수하기 위해 지론 아모스는 3일법을 무시하고 그를 추적한다. 이 세계에서 평민계급인 시빌리언은 이노센트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한다. 사실 시빌리언은 황량한 혹성을 다시 사람이 살 수 있는 대지로 만들기 위해 이노센트들이 창조해낸 유전자 조작 인간들. 돔 안의 세계에서만 살고 있는 이노센트와 달리 황량한 혹성의 환경에서도 적응이 가능한 시빌리언들은 이제까지 이노센트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지론과 같은 특이한 종이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사태는 점점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려 하고 있었다.


<소개>

희대의 문제작이었던 '전설거신 이데온(1981)'에 이은 토미노 요시유키의 차기작. 아동용 로봇물에서 지나치게 우울한 설정과 엔딩을 보여주었던 '무적초인 점보트3(1977)'에 이어 유쾌한 하드보일드 액션 로봇물인 '무적강인 다이탄3(1978)'을 선보이고, '몰살의 토미노'라는 악명을 안겨준 문제작 이데온 뒤에는 이 자붕글을, 우울한 판타지 로봇물 '성전사 단바인(1983)' 뒤에는 유쾌한 스페이스 판타지 로봇물인 '중전기 엘가임(1984)'을, 그리고 주인공이 정신줄을 놓아버리고 시리즈 최고의 인기 캐릭터를 졸전 끝에 행방불명 시켜버린 '기동전사 제타건담(1985)' 뒤에는 건담의 모든 패턴을 바꾸려 했던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1986)'을 선보이는 등 토미노 요시유키는 항상 직전작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작품을 차기작으로 만들어내고는 했다. 이 자붕글 역시 이데온과는 전혀 다른 유쾌함과 기존의 패턴을 벗어나는 파격을 선보인 작품이다. 어찌보면 반골정신이 강한 토미노 감독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아닌가 싶다.
 
서부극이라는 컨셉을 대입하고 활극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등, 로봇물로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스타일의 작품으로, 작품의 분위기도 밝은 코미디 터치로 그려지고 있다. 이노센트와 그에 의해 창조된 유전자 조작 인류인 시빌리언의 구도는 무척 무거운 주제를 내포하고 있으며, 과거의 유적들로 볼 때 혹성 조라는 핵전쟁으로 멸망해버린 지구의 먼 미래의 모습이라 추정되는 등, 세계관 자체는 토미노 감독의 작품답게 무겁고 암울하지만, 작품에 앞서 성까지 계명하고 아무도 죽지않는다는 홍보를 할 정도(이것이 토미노 감독의 의지인지 제작사의 권유에 의한 것인지는 불명)로 이야기는 우울한 것과는 거리가 있으며 결말도 미래지향적이다.

주역메카인 자붕글의 경우는 변신 기능이 탑재된 몹시도 슈퍼로봇스러운 형태를 띄고 있는데, 건담과 이데온을 거치며 스폰서로 토미노와 지속적으로 인연을 쌓은 완구 업체 크로바의 아이디어가 적극 반영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토미노 감독이 골치 아픈 스폰서와의 논쟁을 피하기 위해 이데온에 이어 스폰서의 생각을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스폰서의 과도한 작품 간섭은 분명 작가주의를 저해하는 요소이기도 했지만, 그로 인해 로봇 만화영화를 계속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된다는 점에서 이를 마냥 나쁘게 볼 수 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특히, 한국의 완구업체인 뽀빠이 과학의 경우는 이러한 스폰서-제작사 간의 기획단계부터의 협의 시스템에 큰 감명을 받게 되고 이를 최초로 한국의 만화영화 제작 시스템에 도입하게 되는데, 바로 이것이 세간에는 태권브이 표절의 결정판으로 알려진 '슈퍼 태권브이(1982)'인 것이다. 당시 슈퍼 태권브이는 자붕글의 완구를 가져와 얼굴만 태권브이의 것으로 교체하여 판매하게 되는데, 이는 악의적인 의도라기 보다는 당시 자체완구를 만들 여력이 전무한 상황에서 표절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없이 행해진 해프닝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지금의 시점에서 이는 명백한 표절행위이다.)

주인공 지론은 시리즈 중간에 자붕글에서 워커 갤리어로 메카를 바꿔 타게 되는데, 이는 당시 로봇물로서는 파격적인 모습이었다. 주역메카가 시리즈 중간에 교체되는 것은 이례적이었던 것이다. 이것은 슈퍼로봇의 모습을 한 자붕글 외에는 모두 기계에 가까운 메카가 등장하는 작품의 세계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토미노 감독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었는데, 후일 단바인이나 엘가임, 제타 건담 등에서 계속적으로 이같은 주역메카의 교체가 시도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특히, 제타 건담의 경우는 주역메카의 프라모델 제작일정이 늦춰지는 바람에 부득이하게 중반부에 이르러서 메카가 교체된다는 형태로 이야기가 수정되기도 한다. 이것은 후일 주역메카의 교체가 스폰서의 비즈니스적 사정이나 스케줄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거대한 함선에서 로봇 형태로 변신하는 아이언기어는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보다 먼저 거대 전함이 로봇으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캐릭터 디자인은 이데온에 이어 코가와 토모노리를 기용하면서 토미노의 작품에서 하나의 정체성(라이딘부터 건담까지 그는 계속 야스히코와 일해왔다. 아, 다이탄3은 제외)이기도 했던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그늘을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코가와 토모노리와의 호흡은 차기작인 단바인까지 계속되며, 이후에는 코가와의 제자인 기타즈메 히로유키가 그 바톤을 이어받게 된다. (제타 건담에서는 캐릭터 디자인은 야스히코가, 작화감독은 기타즈메와 온다 나오유키를 비롯한 여러 인물들이 맡게 되면서 구 파트너와 신 파트너의 조화를 이루게 된다.) 둥글둥글한 자붕글의 캐릭터 디자인은 이제까지 미남 주인공이 거의 등장하지 않았던 토미노의 작품 중에서도 이례적으로 독특함을 자랑하고 있는데, 일설에는 토미노마저도 이 이질적인 캐릭터 디자인에 대해 혹평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데온부터 자붕글에 이르기까지 토미노가 선보인 로봇 장르는 엄밀히 표현하면 이제와서는 '리얼 로봇'이라 일컬어지는 장르적 특색과는 다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데온과 자붕글 모두 슈퍼로봇물에 가까운 변신 합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오히려 토미노는 리얼 로봇의 구축보다는 기존의 것과는 다른 새롭고 참신한 작품을 만들어내려 했음을 짐직할 수 있다. 그리고 이후로도 토미노 감독의 새로운 도전은 단바인과 엘가임으로 계속지만 결국 팬과 스폰서의 압력에 의해 제타 건담으로 다시 리얼 로봇의 세계로 복귀하게 된다.

83년에는 7월에는 기존의 TV 판에 신작컷을 추가한 편집 극장판 '자붕글 그래피티(1983)'가 개봉되기도 하였다. '태양의 송곳니 더그람 극장판(1983)'과 함께 개봉되었으며, 일부 조연 캐릭터를 죽지 않게 만드는 등 TV 시리즈의 결말과는 다른 전개를 보여주었다.

ⓒ SOTSU · SUNRISE



<참고 사이트>

[1] 戦闘メカ ザブングル, Wikipedia Japan
[2] 전투메카 자붕글, 엔하위키 미러
[3] 전투메카 자붕글&태양의 어금니 더그램 1983 by 캅셀, CAPSULE 블로그: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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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거신 이데온 (1980), 伝説巨神 イデオン / Space Runaway Ideon


ⓒ SUNRISE


<스탭>

◈ 원작: 토미노 요시유키, 야다테 하지메
◈ 총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스토리보드: 토미노 요시유키, 타키자와 토시후미 外
◈ 연출: 타키자와 토시후미 外
◈ 캐릭터 디자인/총작화감독: 코가와 토모노리
◈ 작화감독: 다니구치 모리야스 外
◈ 메카닉 디자인: 서브마린
◈ 미술감독: 나카무라 미츠키
◈ 음악: 스기야마 코이치
◈ 제작: 선라이즈, 소츄 에이전시, TV 도쿄
◈ 저작권: ⓒ SUNRISE
◈ 방영일자: 1980.05.08
◈ 장르: SF, 드라마, 로봇, 액션
◈ 구분/장르/등급: TVA (39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인류의 타행성에 대한 식민지화가 한참이던 서기 2300년, 코스모 유키를 필두로 한 고고학자 집단이 안드로메다 성운의 솔로 행성에 탐사차 도착한다. 그들은 솔로에서 미지의 문명과 조우하고 거대한 우주선 솔로와 이데온이라 불리는 거대한 3개의 병기를 발굴하게 된다. 지구인들이 이데온의 복구에 힘을 쓰는 동안, 버프 크란이라 불리는 휴머노이드 에일리언 역시 거신전설을 쫓아 솔로 행성에 발을 들여 놓는다. 갑작스런 이성인과의 조우, 그리고 엇갈린 오해 속에 두 종족간의 전투는 벌어지고, 거대 로봇으로 변신한 이데온에 의한 버프 크란의 패퇴는 지구인과 버프 크란에게 예기치 못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소개>

'기동전사 건담 (1979)' 직후 만들어진 토미노 감독의 로봇물. 후일 조이드 시리즈로 유명세를 타게 되는 토미가 스폰서가 되어 현실적인 병기로서의 건담이 아닌 삼단변신 합체를 보여주는 슈퍼로봇물의 외형을 갖게 되었다. 아마도 건담의 실패 이후 다시 토미노에게 기존의 공식을 따른 로봇물을 제작하라는 의도였던 같은데, 그 외형과는 달리 내용물은 하드한 SF로서 기동전사 건담을 뛰어넘는 시리어스함에 점보트 3의 충격적인 결말을 넘어서는 일본 만화영화史에 길이남을 문제작이 되었다.

스폰서의 의지대로 완구적 성격이 짙은 삼단변신 합체의 컨셉을 그대로 작품에 도입한 토미노 감독이었지만, 스토리텔링에 있어서는 자신의 스타일을 그대로 녹여내었다. 외계인과 지구인의 갈등과 대립이라는 테마에, 건담에 이어 이번에도 어느쪽도 옳은 편이 아니다는 현실적인 모습을 담아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호함을 통해 양측이 상생의 길을 모색한다는 긍정적인 전개가 아닌, 종국에는 모두 파국을 맞는다는 충격적인 전개로 이야기는 흘러갔다. 시리어스한 드라마에 시종일관 우울한 색체로 인해 로봇물에서 드물게 암울한 작품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또한, 이데온의 작품색에 맞는 비주얼을 선보이기 위해 그동안 토미노의 작품에서 단골 작화감독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던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아닌, 극단적인 명암효과와 사실적인 작화로 이름 높은 코가와 토모노리를 영입하였는데, 당대 미형 캐릭터의 묘사에 있어서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있던 야스히코와 대치되는 코가와의 독특한 캐릭터 라인은 작품의 성공과는 별개로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꽤 높은 지지를 얻어냈고, 결국 '전투메카 자붕글(1982)'과 '성전사 단바인(1983)'에 이르기까지 작화감독으로 이름을 올리게 되며, '중전기 엘가임(1984)'와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에 가서는 그의 제자 기타즈메 히로유키가 그 바톤을 이어받게 되니, 작화 면에서 이데온은 토미노 작품의 터닝 포인트이기도 한 셈이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지나치리지만치 암울하고 어두웠으며, 무거운 주제를 내포하고 있었다. 강대한 에너지 '이데'를 얻기 위해 반목과 갈등을 거듭하는 인류와 버프 크란의 대립은 누가 더 낫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추악한 면들을 보여주고 있었고, 그 사이에 끼어버린 유우키 이하 주인공들조차 뚜렷한 답을 제시하지 못한 체 제어가 불가능한 이데온에 탑승하여 버프크란의 공격을 피하기 바빳으니 여전히 아이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던 당시의 로봇 아니메에 있어서 이데온의 이야기는 재미도 감동도 느끼지 못할 만큼 난해한 것들이었다. 게다가 '무적초인 점보트 3(1977)'에서 그 전조를 보여주었던 캐릭터들의 비극적인 대량 살상은 그 난해함만큼이나 우울하기 짝이 없다.

이러한 전개는 당연히 스폰서의 불만을 사 방영 내내 토미노와의 갈등을 야기하게 되었고, 기대에 못미치는 완구의 판매실적(디자인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했다. 단, 극 중에서 묘사되는 그 파괴력은 모든 로봇물 중에서도 손가락에 꼽을 만큼 무시무시했다.)까지 겹치면서 조기종영이라는 결단이 내려지게 된다. 갑작스런 종결로 인해 마지막 화에서는 제대로 된 설명이 체 되지 않은 체 파국의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고, 기동전사 건담의 후폭풍에 휘말린 체 이데온은 쓸쓸히 무대에서 내려오게 된다.


전설거신 이데온 극장판: 접촉편, 발동편 (1982)


ⓒ SUNRISE

<스탭>

◈ 원작/총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감독: 타키자와 토시후미
◈ 캐릭터 디자인/총작화감독: 코가와 토모노리
◈ 메카닉 디자인: 히구치 유이치
◈ 미술감독: 나카무라 미츠키
◈ 음악감독: 스기야마 코이치
◈ 제작: 선라이즈
◈ 저작권: ⓒ SUNRISE
◈ 개봉일자: 1982.07.10
◈ 장르: SF, 드라마, 로봇, 액션
◈ 구분/장르/등급: 극장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기동전사 건담의 후폭풍은 건담의 재평가와 함께 극장판의 제작이라는 전기를 맞게 된다. 이 시기는 이데온의 TV 시리즈가 방영되는 시점이었는데, 비슷한 시기에 상영된 건담의 첫번째 극장판이 '아니메 신세기 선언'과 같은 사회적인 현상으로 번지면서 그 영향은 같은 형태로 조기종영된 이데온에게까지 미치게 된다. 하여 미처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한 최종화의 내용과 TV 시리즈의 앞부분을 총집편 형태로 재편집한 극장판 이데온의 기획이 마침내 발동하게 된다.

난해한 내용 덕분에 편집 축약에는 큰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에 건담과 마찬가지로 몇부작 형태로 제작하려 했던 이데온이었으나 건담보다 더 어둡고 우울한 내용 덕분에 결국 3시간짜리 장편 1부작으로 탄생하게 되니 이것이 바로 TV 시리즈의 암울함과 난해함의 대미를 장식한 전대미문의 극장판 '전설거신 이데온, 접촉/발동편'이다.

조기종영으로 인해 서둘러 마무리되었던 39화의 결말은 원래의 4부로 재구성되었다. 결론적으로 모든 인류가 절멸한다는 것에 있어서는 동일한 결론으로 가고 있지만, 그 멸망에 이르는 과정을 보다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점에서 극장판의 충격은 전율 그 자체였다. 무엇보다 당대의 만화영화, 아니 지금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전멸을 이야기하는 만화영화는 좀체로 보기가 힘들다. (이데온과 같은 시기에 방영된 '우주전사 발디오스(1980)'나, 이데온의 영향을 받은 신세기 에반게리온 등을 제외하고는) 종말론이 대두하던 90년대 말이나 현재의 몇몇 재난영화에서 이러한 이야기가 종종 등장하고는 하지만, 블록버스터급의 비주얼 묘사에만 그치는 헐리웃들의 영화에 비해 이데온의 종말론은 만화영화임에도 불구하게 강렬한 잔상을 남기게 되었고, 이로 인해 토미노에게는 '몰살의 토미노'라는 악명이 주어지게 된다.

극장을 찾은 수많은 소년들을 충격에 빠뜨린 이데온의 결말은 그로부터 십오년 뒤 또다른 형태의 인류 멸망의 발동을 알리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안노 히데아키의 신세기 에반게리온 극장판 'Death&Rebirth / End of Evangelion(1997)'이다. 에바의 극장판은 총집편과 라스트 에피소드의 재해석편으로 구성된 2부작이라는 형식에서조차 이데온의 모습을 연상시키는데, 시청률 부진으로 조기 종영된 것이 아닌, 정상적인 결말(물론, 에바 TV 시리즈의 결말은 그 전개의 충격에 비해 너무도 이상한 형태의 결말에 이르르지만)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엔딩을 새롭게 쓴 것은 아무리봐도 애초에 이데온을 염두에 두고 있었음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하지만, 정작 토미노 본인은 이러한 안노 감독의 행동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으며, 이로 인해 둘의 사이가 소원해지게 되는 결과를 맞이했으니, 현실에서조차 이데온은 사제지간의 파국의 전조를 알린 셈이다.


<참고 포스트>

[1] Sunrise Official Site
[2] Space Runawat Ideon, Wikipedia
[3] 伝説巨神イデオン, Wikipedia Japan
[4] Densetsu Kyojin Ideon(TV), ANN
[5] 전설거신 이데온 1982 by 캅셀, 캡슐☺블로그: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6] 전설거신 이데온,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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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노 감독의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 목차>


기동전사 건담 (1979), 機動戦士ガンダム / Mobile Suit Gundam


ⓒ SOTSU · SUNRISE


<정보>

◈ 원작: 야다테 하지메, 토미노 요시유키
◈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아오키 린'이라는 필명으로 주제가 작사)
◈ 각본: 호시야마 히로유키, 마츠자키 켄이치, 아라키 요시히사, 야마모토 유우, 토미노 요시유키
◈ 스토리보드: 토미노 요시유키, 사다미츠 신야, 야마자키 카즈오, 후지와라 료지 外
◈ 연출: 토미노 요시유키, 사다미츠 신야, 후지와라 료지, 코지카 에이키치, 칸다 타케유키
◈ 캐릭터 디자인/총작화감독: 야스히코 요시카즈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
◈ 미술감독: 나카무라 미츠키
◈ 음악/노래: 와타나베 타게오, 마츠야마 유우지 / 이케다 고
◈ 기획/프로듀서: 선라이즈 / 関岡渉, 大熊信行, 渋江靖夫
◈ 제작사: 선라이즈, 나고야 TV, 소츄 에이전시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79.04.07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43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지구인들이 우주에 삶의 터전을 넓히면서 살아가기 시작하며, 서기가 아닌 우주세기를 사용한지 어언 반세기 이상의 세월이 흘렀다. 광활한 우주공간에서 인류는 스페이스 콜로니를 구축하고 이 원통형 거주공간에서 지구와 유사한 환경을 구축하여 살게 되지만, 우주 개척민이라는 지구인들의 차별 속에 스페이스 노이드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지구에 사는 인류인 어스노이드와 달리 참정권과 같은 여러가지 기본적인 권리를 부여받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었다. 이즈음, 지온 줌 다이쿤이라는 사상가는 우주에서 태어난 인류가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 새로운 종으로 진화한다는 뉴타입론에 입각하여 스페이스 노이드의 권리를 외치며 지온공국을 수립하게 된다.

하지만, 지온 줌 다이쿤은 측근이었던 데긴 소도 자비에 의해 암살되고 권력은 자비 가문의 손에 넘어가고 만다. 자비 공왕의 장남 기렌 자비는 곧바로 지온의 독립전쟁을 선포한 다음, 레이더 및 전파병기를 무력화시키는 미노프스키 입자와 일반 병기를 상회하는 기동성을 지닌 인간형 기동병기 모빌슈트 자쿠를 도입하고, 콜로니를 지구에 낙하시키는 과격한 방법을 통해 수적으로 우세에 있던 연방군을 제압하게 된다. 연방군은 뒤늦게 모빌슈트의 위력을 절감하고 V작전을 통해 모빌슈트의 연구개발에 힘쓰지만, 파상적인 지온공군의 공세 앞에 지구마저 침공당하며 열세에 몰리게 된다.

한편, 지구로 진격한 지온군이 낯선 환경 속에 연방군과 고착상태에 놓여있던 우주세기 0079년, 연방군의 모빌슈트 개발계획을 눈치챈 지온의 젊은 전쟁영웅 '붉은 혜성' 샤아 아즈나블 소령은 연방군 세력권인 스페이스 콜로니의 사이드 7으로 3기의 자쿠를 급파하게 된다. 하지만, 호승심에 불탄 지온병사가 수송중이던 연방군의 모빌슈트를 독단으로 공격하면서 사이드 7은 전화의 불길에 휩싸이고 만다. 연방군 모빌슈트 개발계획의 담당자인 템 레이 중령의 아들로 사이드 7에 살고 있던 내성적인 소년 아무로 레이는 피난 중에 지온군의 습격을 받게 되고, 친구인 후라우 보우와 주민들이 포화 속에 고립된 모습을 보는 순간 충동적으로 수송중이던 연방군의 모빌슈트 건담에 올라타게 되는데...


<소개>

리얼로봇이라는 신조어를 등장시킨 최초의 리얼로봇을 표방하는 작품. 이때까지 완구라는 굴레에 갇혀 있던 로봇을 SF라는 관점으로 바라보게 한 작품이며, 동시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로봇 만화영화를 성인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여러가지 현실적이고 다양한 인간 드라마를 보여준 선구적인 작품이다. 물론, 나가하마 타다오에 의해 기존 만화영화보다 수준 높은 드라마를 가진 로봇물이 이미 등장하고 있기는 했으나, 그보다 훨씬 현실적인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 처한 아이들과 수많은 사연을 가진 인물들의 삶과 죽음은 당시 로봇물에 비해 보다 더 높은 연령에 적합한 SF 드라마의 모습이었다.

'무적초인 점보트3(1977)'과 '무적강인 다이탄3(1978)'을 통해 스폰서인 클로버에게 만족할만한 성과를 안겨준 토미노 요시유키는 영화학도였던 자신의 정체성과 특유의 반골기질에 의해 보다 더 현실적이고 치밀한 스토리텔링을 만화영화에 도입하고자 했다. 이는 아마도 너무도 유아적이고 낭만적인 당시 로봇 만화영화의 단순한 전개에 대한 일종의 반감으로 보인다. 이미 나가하마 타다오 밑에서 로봇 만화영화의 성장을 지켜본 토미노는, 로맨틱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나가하마와는 달리, 보다 더 하드하고 비극적인 SF를 추구하고 싶었고, 이러한 비참한 현실 속에서 성장하는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한 것으로 보인다.

정통 SF로 기획된 기동전사 건담은 쥴 베른의 모험소설 '15소년 표류기'와 로버트 A. 하인리히의 SF 소설 '우주의 전사', 그리고 본격 SF 만화영화의 시작을 알린 '우주전함 야마토(1974)'의 컨셉을 활용하여 우주 전쟁 속에 휘말린 소년 소녀들과 모빌슈트라는 인간형 병기, 그리고 스페이스 콜로니로 대표되는 우주세기를 창조하게 된다. 여기에 로봇이라는 요소를 주인공 일행이 움직이는 절대병기라는 개념이 아닌, 수많은 병기 중 하나라는 컨셉으로 접근하게 된다. 물론, 건담은 아직 슈퍼로봇의 잔재를 떨어내지 못하고, 단 1기의 시작품이라는 고유성을 부여받고, 1기로 다수의 모빌슈트를 물리치는 초인적인 활약을 펼치지만, 당시로서는 가장 병기의 모습에 가까운 시도였던 셈이다.

SF적 설정과 함께, 다양하고 현실적인 캐릭터들과 그들의 얽힌 인과관계도 만화영화로서는 일보진전한 컨셉이었다. 이제는 전설이 된 지온군의 에이스 파일럿 샤아 아즈나블은 주인공 아무로 레이를 능가하는 인기 캐릭터로 오랫동안 사랑 받아왔으며, 이 외에도 란 바랄, 가르마 자비, 하몬 랄, 마틸다 중위, 라라아 슨, 류 호세이 등 다양한 인물군상과 그들만의 이야기는 로봇 만화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적 비중을 커지게 했다. 상당수의 팬들이 모빌슈트라는 신개념의 로봇과 치밀하고 방대한 우주세기의 설정에 심취하고 있지만, 건담의 진정한 매력은 로봇 만화영화라는 장르의 한계 속에서 보여준 전쟁 드라마라는 스토리에 있다고 하겠다.

당시의 시청층을 고려하지 않은 이같은 과도한 드라마성과 로봇 만화영화의 전형적인 공식을 깬 건담의 이야기는 첫방 당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거기에 완구판매의 부진까지 겹쳐 건담은 49화를 다 채우지 못한 체, 43화로 종영을 맞게 된다. 하지만, 작품을 열렬히 시청하고 있던 일부 시청자들과 잠재해 있던 건담 팬들의 요청에 의해 시작된 재방송부터 건담은 사회적 현상으로 부활하게 된다. 한 자리수에 불과하던 평균 시청률은 첫번째 재방송에서 가뿐하게 10%를 넘기고 82년도의 재방송에 이르르면 25%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하게 된다.

건담의 뒤늦은 인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점점 크게 번지기 시작했다. 완구 판매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반다이에서 출시한 프라모델은 고연령대의 눈높이에 맞는 작품 컨셉처럼 고연령대의 프라모델 마니아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되며, 건담의 팬들에 의해 시작된 설정 보강작업은 '건담 센츄리'나 'MSV' 등이 나오는 원동력이 되며, 보다 더 건담의 세계를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기폭제로 작용한다. 작품 뿐만 아니라 프라모델과 서적 등으로 미디어 믹스되며 건담은 마침내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건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기동전사 건담 사가' 코너의 첫번째 이야기 '기동전사 건담 (3부작)'을 참고하시길.

☞ 기동전사 건담 (1부) - 건담, 대지에 서다. (보러가기)
☞ 기동전사 건담 (2부) - SF 로봇전쟁 드라마의 서막. (보러가기)
☞ 기동전사 건담 (3부) - 부활하는 하야 거인. 발동, 아니메 세컨드 임팩트! (보러가기)


기동전사 건담 (1981)


ⓒ SOTSU · SUNRISE


<정보>

◈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스탭: TV 시리즈 총집편으로 상세 스탭진은 TV 시리즈와 동일.
◈ 주제가: 타니무라 신지 (작사,작곡) / 야시기타 가진 (노래)
◈ 기획/제작: 이토 마사노리 / 키시모토 요시나리
◈ 제작사: 선라이즈, 소츄에이전시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1.03.14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재방송으로 인해 건담의 인기가 재점화되자 자연스레 극장판의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TV 시리즈를 극장판으로 제작하게 되는 당시의 상당수 작품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건담 역시 자연스레 TV 시리즈의 컷들을 편집한 형태의 작품으로 기획된다. 하지만 총 43화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을 한 편의 극장판으로 압축하기에는 무리가 따랐고, 이로 인해 1화부터 13화까지의 내용만을 압축한 프롤로그 성격의 극장판이 만들어지게 된다. 하지만, 아직 극장판의 성공을 장담하지 못한 제작사측에서는 이번 편의 성공여부를 통해 차기작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이로 인해 후일 3부작이 되는 극장판의 첫번째 편에는 1편이라는 부제는 붙지 않는다.

1편의 상영일인 3월에 앞서 2월 22일에는 신주쿠역에서 특별 이벤트인 '아니메 신세기 선언'이 열리게 된다. 그러나, 일개 만화영화의 이벤트 행사에 무려 만오천여명의 팬들이 몰려들며, 건담의 인기는 마침내 그 실체를 드러내게 된다. 이 자리에는 후일 '중전기 엘가임(1984)'과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의 메카닉 디자이너로, 그리고 '파이브 스타 스토리'의 크리에이터로 명성을 떨치게 되는 선라이즈의 신참 애니메이터 나가노 마모루와 건담에서 라라아의 성우를 맡았던 한 케이코가 샤아와 라라아의 코스튬을 입고 등장하여 팬들의 큰 성원을 얻기도 했다. ([1], [3] 참조) 아니메 신세기 선언이 보여준 건담의 파급력은 만화영화를 넘어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는 후일 오타쿠의 부정적인 측면, 즉 자신의 취미에 과도하게 심취된 나머지 보편적인 사회적 관계를 거부하는 지나치게 맹신적인 팬덤을 양산하게 되는 일본 사회의 한 단면이기도 하지만, 당시로서는 실로 놀라운 기현상이 아닐 수 없었다.


기동전사 건담 II - 슬픈 전사 (1981)


ⓒ SOTSU · SUNRISE


<정보>

◈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스탭: TV 시리즈 총집편으로 상세 스탭진은 TV 시리즈와 동일
◈ 주제가: 아오키 린 (작사) / 이노우에 다이스케 (작곡, 노래)
◈ 제작사: 선라이즈, 소츄에이전시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1.07.11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극장판 1부의 대성공으로 건담 3부작은 온전히 3부작으로 방영이 가능하게 되었다. 당시 TV 시리즈를 감독이 연출한 직후에 총집편 극장판의 경우는 판권을 갖고 있는 방송사와 제작사가 임의로 연출가를 선임하여 편집 방영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미래소년 코난(1978)'의 경우도 방송사인 NHK가 미야자키와의 상의 없이 임의로 편집하여 극장판으로 제작하는 바람에 미야자키가 진노하기도 했는데, 토미노 감독은 이를 염두에 두었는지 애초에 극장판 감독 역시 자신이 맡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게 된다. 이리하여 건담의 극장판은 온전히 토미노 요시유키의 의도대로 편집되어 극장에 상영되었다. 

극장판 2부는 TV 시리즈 16화부터 31화까지를 편집한 작품으로, 코어 부스터와 같은 극장판 오리지널 메카가 등장하는 등, 일부 신작 컷도 눈에 띈다.([3] 참조) 작사가인 아오키 린은 토미노 요시유키의 필명이기도 하다.


기동전사 건담 III - 해후의 우주 (1982)


ⓒ SOTSU · SUNRISE


<정보>

◈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스탭: TV 시리즈 총집편으로 상세 스탭진은 TV 시리즈와 동일
◈ 작화감독: 야스히코 요시카즈
◈ 주제가: 아오키 린 (작사) / 이노우에 다이스케 (작곡, 노래) / 사기쓰 시로 (편곡)
◈ 제작사: 선라이즈, 소츄에이전시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2.03.13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시청률 부진으로 조기종영되었던 TV 시리즈의 이야기를 그린 32화부터 43화까지의 편집판. 병으로 인해 TV 시리즈 후반부에 제작일선에서 물러났던 작화가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TV 시리즈에 사용된 원화를 자신이 일일이 직접 수정하여 그려냄으로써 TV 시리즈의 영상을 기대하여 TV 시리즈를 방영한 뒤 극장을 찾은 건담 팬들에게 깜짝 선물을 안겨주었다. 3편인 해후의 우주편은 극장 아니메의 대표적인 캐쉬 카우라 할 수 있는 도라에몽 극장판 시리즈를 뛰어 넘어 82년도 아니메 흥행랭킹 1위, 전체 극장 흥행랭킹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다.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ガンダム, Wikipedia Japan
[2] Gundam, Wikipedia
[3] 기동전사 건담(機動?士ガンダム) 1981-1982,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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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강인 다이탄 3 (1978), 無敵鋼人ダイターン3 / Daitarn 3


ⓒ SOTSU · SUNRISE


<정보>

◈ 원작: 야다테 하지메, 토미노 요시유키
◈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각본: 아라키 요시히사, 호시야마 히로유키, 요시카와 소지 外
◈ 스토리보드: 오노야 미노루, 사다미츠 신야, 히로카와 카즈유키 外
◈ 캐릭터 디자인: 시오야마 노리오, 오쿠니 이치카즈(小国一和)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
◈ 작화감독: 토미자와 카즈오, 야마자키 카즈오, 가토 시게루 外
◈ 미술: 메카맨
◈ 오프닝 애니메이션: 카나다 요시노리
◈ 음악/노래: 와타나베 타케오, 마츠야마 유지 / 후지와라 마코토 (오프닝)
◈ 기획/제작: 선라이즈 /
◈ 제작사: 선라이즈, 소츄 에이전시, 나고야 TV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78.06.03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TVA (40화)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화성에 기반을 둔 메가노이드 종족은 화성 개척을 위해 사이보그가 된 사람들로, 메가노이드의 총수인 돈 자우저는 전인류의 메가노이드화를 목표로 지구 침공을 개시한다. 메가노이드에 의해 부모를 잃고 지구로 피신한 하란 재단의 젊은 총수 하란 반죠는 이들 메가노이들과 맞서기 위해 스스로 거대로봇 다이탄 3에 탑승한다. 충실한 집사인 게리슨과 육감적인 금발 미녀인 비서 타치바나 뷰티가 반죠의 뒤를 지원해주는데다가 여기에 인터폴 출신의 지적인 미녀 산죠 레이카가 메가노이드를 조사하던 중 반죠의 도움을 받으며 가세한다. 부잣집 도련님에 그녀를 따르는 두 명의 미녀, 거기에 이것저것 뒤를 봐주는 충직한 집사까지 무엇하나 부러울 것 없는 반죠이지만, 메가노이드와 그의 과거에는 어두운 과거가 숨겨져 있었는데...


<소개>

'무적초인 점보트 3(1977)'에 이은 선라이즈의 두번째 자체제작 로봇물이자 토미노 요시유키의 세번째 로봇물. 점보트 3부터 다이탄 3, 그리고 '무적로보 트라이더 G7(1980)'으로 이어지는 무적로보 시리즈의 2번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점보트 3와 마찬가지로 타이틀에 3이라는 숫자가 대입되었는데, 콤바트라 V나 볼테스 V가 5기 합체에 5인이 조종한다는 점에서 V라는 로마숫자를 타이틀에 넣은 것과 같은 의도로 보면 될 것 같다. 하지만 3기 합체에 3인 조종방식의 점보트 3에 비해 다이탄 3은 3기 합체도, 3인 조종도 아닌 합체 기능이 제거된 하란 반죠 1인이 조종하는 거대로봇이다. 다만 비행기와 탱크, 로봇 형태의 3가지 형태로 변신이 가능하다.

전작에서 궤멸과 몰살의 전조를 보이며 로봇물에서 이례적으로 비극적인 결말을 보여준 토미노이지만, 이번에는 왠일인지 상당히 밝은 형태의 활극으로 승부를 걸었다. 아무래도 점보트 3에 대한 반작용의 결과로 보이지만, 역시 토미노답게 그 기저에는 비극적인 노선이 깔려 있다. 하란 반죠와 대적하게 되는 메가노이드의 수장 돈 자우저와 그의 오른팔 코로스가 하란 반죠의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설정, 거기에 괴력을 가진 하란 반죠의 실제 정체가 인간이 아닌 메가노이드가 아닌가 하는 의문점 등 여러가지 설정이 깔려 있지만 실제 작품 내에서는 이것을 명쾌하게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부모를 잃고 악당들과 맞서 싸우는 부자짓 도련님, 거기에 각종 전투보조 업무를 수행하고 메카닉에도 일가견이 있는 집사라는 설정은 아무리봐도 배트맨의 컨셉을 가져왔다고 보여진다. 여기에 타치바나 뷰티와 산죠 레이카라는 매력적인 미녀 캐릭터의 등장은 여러모로 007 시리즈의 본드걸을 연상시키기도. 로봇물이지만 이런 점에서 성인 액션물의 요소를 차용한 코믹하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여타의 로봇물과는 또다른 느낌을 선사하고 있다고 봐야 하겠다.

메카닉 디자인은 오카와라 쿠니오가 맡았다. 타츠노코 프로에 몸을 담고 있던 그는 타츠노코에서 나와 나카무라 미츠키와 함께 디자인 오피스인 메카맨을 설립하고 '합신전대 메칸더 로보(1977)'에서 메카닉 디자인을 맡으며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이번 다이탄 3를 통해 마침내 선라이즈와 조우하게 된다. 이듬해 '기동전사 건담(1979)'를 통해 메카닉 디자이너로서 큰 명성을 떨치게 되니 선라이즈를 선택한 오카와라 쿠니오로서는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셈이라 하겠다. 메카맨 오피스는 볼테스 V와 점보트 3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미술작업으로 참여하고 있었기에 선라이즈와 이전부터 인연이 있어왔던 셈. 나카무라 미츠키도 후일 기동전사 건담의 배경미술 감독으로 큰 유명세를 떨치게 된다.

전반적으로 유쾌하고 매력적인 다이탄 3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높은 시청률과 호조의 완구판매라는 결과로 다가왔다. 이에 마침내 토미노 요시유키는 스폰서인 클로버에게 이번에는 자신의 뜻대로 작품을 연출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게 된다. 바야흐로 로봇아니메와 아니메에 일대 지각변동을 일으킬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솔직히 이건 좀 의도적으로 올렸.... ⓒ SOTSU · SUNRISE

ⓒ SOTSU · SUNRISE / ⓒ Tokuma Shoten



<참고 사이트>

[1] 無敵鋼人ダイターン3, Wikipedia Japan
[2] Invincible Steel Man Daitarn 3, Wikipedia
[3] Muteki Kojin Daitarn 3 (TV), ANN
[4] 무적강인 다이탄 3, 엔하위키 미러
[5] 로봇대백과 사전 3 [무적강인 다이탄 3] by 바이칸, 바이칸의 비주얼아일랜드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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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초인 점보트 3 (1977), 無敵超人ザンボット3 / Zambot 3


ⓒ SOTSU · SUNRISE


<정보>

◈ 원작: 스즈키 요시타케, 토미노 요시유키
◈ 총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각본: 고부 후유노리, 아라키 요시히사, 요시카와 소지 外
◈ 연출/스토리보드: 토미노 요시유키, 사다미츠 신야, 히로카와 카즈유키 外
◈ 캐릭터 디자인: 야스히코 요시카즈
◈ 메카닉 디자인: 히라야마 료지 / 오카와라 쿠니오, 스튜디오 누에 (디자인 협력)
◈ 미술감독: 나카무라 미츠키
◈ 음악/주제가: 와타나베 타케오, 마츠야마 유지 / 호리 코이치 外 (노래) 
◈ 기획: 선라이즈
◈ 제작사: 선라이즈, 소츄 에이전시, 나고야 TV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77.10.08
◈ 장르: SFf, 퍼로봇,액션
◈ 구분/등급: TVA (23화) / 초등생 이상가 (PG)


<시놉시스>

정체불명의 외계인 가이조크의 침략으로 모성을 잃고 지구로 피신하게 된 비알성인의 생존자인 진 일가. 지구에 도착한 진 일가는 각각 진, 카미에, 카미기타의 세가문으로 나뉘어져 살아가게 된다. 가이조크가 머지 않아 지구에도 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을 한 카미기타 가문의 헤이자에몬 장로는 지구에 묻혀진 비알 성인의 유물인 이동요새 킹 비알과, 변신합체 로봇 점보트 3를 발굴하는 한 편, 진 가문의 캇페이와, 카미에 가문의 우츄타, 그리고 자신의 손녀인 키미기타 가문의 케이코 셋을 점보트 3의 파일럿으로 키워 다가오는 가이조크의 침략에 맞서게 하는데...


<소개>

'용자 라이딘(1975)'을 통해 로봇 아니메에 발을 들인 선라이즈는 도에이 동화의 '초전자로보 콤배틀러 V(1976)'와 '초전자머신 볼테스 V(1977)'의 하청작업을 통해 히트 로봇 아니메의 제작경험을 쌓게 된다. 비록 나가하마 타다오라는 불세출의 연출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으나, 이 작품들이 이 정도의 완성도를 내는데 있어서 선라이즈가 보여준 능력은 영세 제작사로서는 돋보이는 것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SF 창작집단인 스튜디오 누에와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빼놓을 수 없기는 하다.)

특히, 라이딘을 통해 연출가로서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던 토미노 요시유키는 나가하마 타다오 밑에서 콤배틀러 V와 볼테스 V의 연출과 콘티를 맡아 작품을 이끌어 나가는 거장의 노하우를 습득하면서 한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로맨티스트적인 세계관을 보여준 나가하마 감독과는 달리, 영화학도 출신이자 현실주의자였던 토미노는 드라마와 로봇 아니메를 절묘하게 결합시키는 나가하마의 노하우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승화시키고자 하는데, 그것이 토미노의 두번째 로봇 아니메이자 리얼로봇과 슈퍼로봇 사이의 전환기를 마련하게 되는 '무적초인 점보트 3 (1977)'인 것이다.

토호쿠 신사(東北新社)의 자회사로 선라이즈와의 공동출자로 출범한 창영사(創映社)는 토호쿠 신사로부터 독립하여 선라이즈와 합병한 후, 독자적인 로봇 만화영화를 만들어 자사를 홍보코자 했다. 여기에 자사의 이미지 향상을 노리고 있던 완구업체 클로버가 가세하여 스폰서와 제작사라는 구도가 형성된다. 또한 소규모 광고 에이전시인 소츄 에이전시를 통해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초기 선라이즈의 사업구도가 구색을 갖추게 된다. ([1] 참조)

당시 콤배틀러 V와 볼테스 V의 제작에 참여하면서 합체로봇물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던 선라이즈였기에 자연스레 로봇의 컨셉 역시 이들 두 작품의 영향을 받게 된다. 다만, 5기 합체의 컨셉은 점보트 3에 와서 3기 합체로 간소화하게 되는데, 일각에서는 아직은 영세한 규모와 부족한 노하우를 가진 선라이즈의 작업량을 줄이자는 의도와 함께, 중소업체였던 클로버가 5기 합체라는 복잡한 메커니즘을 구현할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1] 참조) 어찌되었건 간에 3기 합체라는 이 컨셉은 차기작 '무적강인 다이탄 3(1978)'을 거쳐 '전설거신 이데온(1980)'에 까지 이어지면서 선라이즈 변신합체 로봇의 어떤 트렌드로 자리잡게 된다. (건담 역시 상반신과 하반신, 그리고 코어파이터로 3단 분리되니 3기 합체의 컨셉을 가지고 있다고도 봐야할지도)

점보트 3은 총을 사용하는 거대 로봇이라는 개념과 함께 양산형 로봇이 등장하는 병기적인 컨셉이 도입되는 리얼로봇의 초창기 모습이 보이는 특징을 갖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토미노 스타일의 현실적이고 비극적인 드라마가 도입되었다는 점에 그 진정한 의의를 찾아야 할 듯 싶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주변의 인물들이 차례로 희생되고, 외계인의 침략을 불러오는 원흉이라며 주인공들이 사람들에게 매도당하며, 이로 인해 주인공들이 전투중에 부서지는 건물과 주변상황을 의식해야 하는 등, 기존의 로봇 아니메에서는 보기 힘든 드라마적인 모습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 표현에 있어서도 로맨티스트였던 나가하마의 그것과는 달리 지극히 현실적이고 비관적이어서 보는 내내 어린 시청자들에게는 어필할 수 없는 시리어스함이 가득한 작품이라 하겠다.

특히, 최종결전에 이르러 하나둘씩 생을 마감하는 주조연급의 희생은 로봇물을 넘어 아니메로서는 이례적인 충격의 장면이기도 했는데, 3인의 주인공급 인물들 중 오로지 캇페이만이 살아남아 지구에 귀환하여 절규하는 모습은 로봇물로서는 이례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를 자아냈으며, 그로 인해 그동안 주인공들을 박해하던 지구인들이 캇페이를 따뜻하게 맞이하는 감격스러운라스트조차 해피엔딩이 아닌 쓸쓸한 느낌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적은 편수에 우울하고 충격적인 전개였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반응은 좋은 편이었으며 완구판매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게 된다. 결국, 이 아슬아슬한 전개가 성공적인 결과물로 자리하게 되면서 선라이즈는 차기작을 제작할 수 있는 탄력까지 얻게 되니 상업적인 면에서나 작품 내적인 면에서나 점보트 3의 성공은 드라마틱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점보트 3가 대중의 외면을 받았다면, 토미노의 의지는 다시 한 번 꺾일 수 밖에 없었으며, 불과 3년도 체 안되는 훗날 일어나게 되는 기동전사 건담의 신화 역시 어떻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 SOTSU · SUNR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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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사이트>

[1] 無敵超人ザンボット3, Wikipedia Japan
[2] 무적초인 점보트 3, 엔하위키 미러
[3] 거대로봇 연구서설 - 볼테스 대 점보트 편 by 백금기사, 백금기사의 舊 연구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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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방송으로 부활하는 하얀 거인, 진가를 드러내고 

금에 와서 건담의 첫 방송이 저조했던 원인을 되짚어보면 작품의 완성도면의 문제라기보다는 당시의 시청층에 대해서 제작진 측이 잘못 판단했다고 보는 편이 맞을 듯 싶다. 애초에 드라마틱한 설정과 복잡한 갈등관계가 자리하면서 로봇 액션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아진 것은 고연령층을 대상으로 했음이 분명하다. '우주전함 야마토(1974)' 이후에 고연령층의 아니메 팬 층이 존한다는 것을 인식한 제작진과 토미노 감독은 이들을 타깃으로 삼고 작품을 만들었지만, 문제는 로봇물의 정체성이 원래 저연령층의 전유물이었기에 방영을 시작한 건담을 보고 고연령층의 시청자들은 분명 아동용 로봇물일 것이라는 선입견으로 방영을 거부했을 듯 싶다.

게다가 원 로봇의 시청층인 아이들은 으례 그렇듯 새로운 로봇물이구나 하고 TV 앞에 모여 앉았는데, 왠 사교성 부족하고 멋이라고는 요만큼도 없는 찌질한 소년 주인공이 등장하는데다가 시도 때도 없이 로봇 조종 안하겠다고 응석을 부리고 앉았으니 매회 '합체-전투-위기-필살기-격파'를 반복해오던 당대의 로봇물과는 너무도 다른 흐름에 애시당초 채널을 돌렸을 것이 자명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꾸준히 보아온 일부 고연령대 시청자들과, '붉은 혜성 샤아 아즈나블'이라는 미남자의 등장으로 인해 로봇물임에도 불구하고 열렬한 팬이 되어버린 소녀들은 건담의 종영과 더불어 방송국과 제작사측에 재방송을 강렬히 요청하게 된다. 첫 방영부터가 아닌 방영 중에서야 비로소 건담의 진가를 파악하게 되어 뒤늦게 시청층에 합류한 이들의 경우는 더더욱 재방송을 원했을 터이고, 오프라인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던 당시의 아니메 마니아(요즘같은 인터넷이라는 이기를 꿈도 꿀 수 없었던 당시였다)들은 입소문으로 작품의 진가를 타인에게 전파하며 앞다투어 재방송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다 죽어가던 불씨에 다시금 불이 붙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재방송의 시청층은 바로 토미노 감독과 제작진 측이 애초부터 상정하고 있던 바로 그 연령대의 시청층이었다. 제대로 된 타깃층을 항하여 전파를 탄 건담의 반응은 어떠했겠는가. 그것은 말 그대로 폭발적인 것이었다. 첫 방송 당시 한자리수 시청률에 그쳤던 건담은 첫번째 재방송에서는 10%를 넘기며 뒤늦은 인기를 증명하였고, 완전하게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잡은 82년도의 재방송에서는 25%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였다. 80년 1월 건담의 첫방송이 종영되자마자 서둘러 2월에 '무적로보 트라이더 G7(1980)'을 방영하며, 건담의 실패를 덮어버리려 했던 선라이즈에게도 이것은 분명 예상치 못햇던 일이었을 것이다. 부진을 거듭하다가 예상된 방영횟수도 못채우고 조기종영된 이 괴작(당시의 관점에서는 괴작이었을지도 모른다)이 강렬한 후폭풍을 일으킬지 누가 알았겠는가. 그것은 반년 뒤의 프라모델 열풍과 맞물려 사회적인 현상으로 번지며 마침내 81년 방영된 극장판을 통해 그 진정한 시작을 알리게 된다.

동경에 위치한 반다이 본사 (출처: 위키피디아 재팬)

프라모델, 또다른 신회를 만들어내다

1부에서도 언급했다시피 건담의 스폰서는 완구업체 크로바(클로버)였다. 당시 로봇 아니메는 완구회사와 함께 작품을 기획하고 제작사가 아니메를 만드는 동안, 완구회사는 주역 로봇의 완구를 제작하여 작품의 방영과 함께 로봇 완구를 시장에 내놓는 형태의 시스템을 취하고 있었다. 아니메의 제작비는 스폰서인 완구업체에서 대는 것이었으며, 그에 대한 투자 수익은 판권을 독점한 완구업체의 완구판매를 통해 이루어지는 형태인 것이다. 지금과 같이 DVD부터 각종 캐릭터 상품과 코믹스, 소설과 같은 미디어 믹스의 전개로 상품 루트가 다변화된 것과는 달리 당시의 상품화는 완구업체에 집중되는 단선적인 루트를 갖고 있었고, 때문에 완구업체로서는 시청률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완구의 판매가 중요했다. 실제로 시청률은 저조했으되 완구판매에서는 기대이상의 수익을 올린 작품들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건담은 시청률에도, 완구판매도 모두 실패한 비운의 작품이었다. 콤배틀러 V 이후 정교한 변신 합체 완구로 인해 눈높이가 높아진 아이들에게 별다른 메커니즘이 내장되지 않은 건담 완구는 밋밋하기 그지 없었고, 궁여지책으로 끼워넣은 코어파이터 합체 메커니즘 역시 이전까지의 변신합체 로봇에 비하면 턱없이 심심한 것이었다. 비록 G 아머 시스템에 DX 합체세트까지 등장하면서 조금씩 부진을 만회하기는 했지만, 스폰서 입장에서 건담 완구는 저주에 가까운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작품이 부진에 부진을 거듭하던 중, 선라이즈는 완구판매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건담을 완구가 아닌 프라모델로서 머천다이징하는 방안을 크로바측에 제시하게 된다. 하지만, 이 제안은 크로바에 의해 간단히 거절당하고 만다. 상품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모델을 다른 제품으로 상용화한다는 것이 수지가 맞지않는 비즈니스라고 판단한 듯 싶은데, 이것이 미래의 비즈니스 명운을 좌지우지할 중대한 선택이었음을 그 때의 크로바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건담의 에이전시 업체였던 創通(창통, 일본어로 소츄) 에이전시는 선라이즈와 함께 건담의 저작권을 갖고 있었는데, 선라이즈의 이 사업안을 들고 여러 프라모델 업체에 상품화를 타진하기 시작했다. 로봇완구는 프라모델과는 다른 타깃 시장의 제품으로, 프라모델이 어린이들이 아닌 청소년 이상의 고연령층을 위한 상품이었고, 로봇은 어린이들의 전유물이었던 만큼 상품화 역시 당연히 완구형태로 생각되고 있었다. 하지만, 애초에 고연령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던 건담이기에 상품화 역시 어쩌면 프라모델이 더 적합했을지도 모른다. 뒤늦게서야 선라이즈는 그 사실을 눈치챘던 것일까. 

여러 업체와의 미팅 끝에 마침내 최종 사업자는 우주전함 야마토를 프라모델로 상품화하면서 이제 조금씩 프라모델 업계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던 프라모델 업체 반다이 모형에게로 낙찰되었다. 그리고 건담의 종영 후 반년 정도 지난 후에 마침내 첫번째 건담 프라모델이 시장에 나오게 되니, 재방송으로 인한 뒤늦은 인기와 맞물려 프라모델, 아니 건프라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게 된다. 당대 굴지의 완구회사 크로바와 후발주자 반다이의 운명이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크로바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선라이즈 작품의 로봇들을 완구화하게 되지만, 83년 성전사 단바인의 완구를 끝으로 파산하게 된다)

건담의 뒤늦은 인기점화와 프라모델의 붐 뒤에는 야마토 이후 활성화되기 시작한 아니메 전문잡지들과 일부 마니아들의 힘을 빼놓을 수 없었다. 특히, 월간 OUT에서 출간한 무크지 '건담 센츄리'는 건담 월드에 대대한 세세한 소개와 스탭들과의 인터뷰, 거기에 아니메에서조차 언급되지 않은 각종 설정에 대한 설득력있는 설명으로 마니아들에게 커다란 호평을 얻었으니 그 디테일한 설정은 후일 선라이즈에서조차 이를 인정하고 인용할 정도로 치밀한 것이었다.(모빌슈트의 자세제어 시스템인 AMBAC과 같은 개념이 건담 센츄리에서 등장하게 된다) 건담 센츄리의 발간과 함께 건담의 세계관은 아니메에 존재하지 않는 다양한 설정과 설명이 가해지면서 더더욱 풍성해지고 다양하게 변한다.

거기에 프라모델 라인업의 다양화를 위해 기획된 MSV(모빌슈츠 배리에이션)는 작품에 등장하지 않은 프로토타입의 MS들이 존재한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세세한 설정과 함께 MS 존재의 타당성을 부여하는 작업을 통해 작품의 종영 이후에도 건담의 인기를 (작품과는 별개로) 관성적으로 이어가게 하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MSV를 기반으로 추가 건프라들이 제작되면서 건프라의 생명력은 연장되었고, 팬들은 건담에서 못다한 뒷 이야기의 조각들을 MSV에서 찾아내며 더더욱 건담의 세계에 심취하게 된다. 특히, 일부 파워 모델러들의 경우에는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어 프라모델을 개조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능동적인 참여는 건담 월드를 더더욱 풍성하고 복잡하며, 거대하게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 SUNRISE · SOTSU Agency


아니메 신세기 선언, 마침내 시작된 아니메 세컨드 임팩트

80년에 시작된 엄청난 건담의 인기 후폭풍은 아니메와 아니메 관련 산업 전반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물론, 그 파급력이 본격적인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은 그로부터 몇 년 뒤라고 할 수 있었지만, 적어도 아니메의 시청층이 아이들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그만큼 성숙하고 치밀한 작품관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것, SF 로봇 아니메의 머천다이징 방식이 로봇 완구에만 있지 않다는 여러가지 숙제들이 관계자들에게 주어지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토미노 감독 이하 스탭진들이 애초부터 상업적인 고려없이 오로지 제대로 된 SF 아니메를 만들고 싶은 마음으로 임했던 작품이 이제와서는 가장 성공적인 마케팅 케이스와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시키는 아니메가 되었다는 점이다.

마침내 81년 3월 14일(하얀색의 건담을 위한 것인지 날짜도 화이트데이), TV 시리즈의 초반부를 재편집한 극장판 1부, '기동전사 건담'이 개봉되었다. 특히, 이 극장판의 의의는 이보다 앞선 2월 22일 극장 개봉을 기념하여 개최된 '애니메이션 신세기 선언'에 있었는데, 당시 이 이벤트에 참석하기 위해 모여든 관중의 수는 약 1만 5천명으로, 단순 이벤트 수준의 행사에 이토록 많은 인원이 결집한 것은 마치 5년여전 야마토 극장판을 관람하기 위해 극장 앞에서 길게 줄을 섰던 당시의 상황과 유사한 것이었다. 신세기 선언은 또한 건담의 테마였던 뉴타입처럼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의미하고 있었다. 즉, 당대의 젊은이들이 기성세대와는 다른 가치관을 갖고 그들만의 문화와 아이콘을 갖고 있으며, 그 중의 하나가 아이들의 전유물일 것만 같은 아니메였고, 그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건담이었음을 만천하에 알리는 자리였던 것이다.

극장판 3부작은 대성공이었다. 특히 마지막 3부인 해후의 우주편은 TV 시리즈 후반기에 급작스런 병으로 일선에서 떠났던 불세출의 작화가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돌아와 거의 모든 컷을 다시금 수정하여 신작화로 그려냄으로써 TV 시리즈를 감상하고 극장을 찾았던 수많은 건담 팬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으며, 극장 아니메의 대표적인 캐쉬 카우라 할 수 있는 도라에몽 극장판 시리즈를 뛰어 넘어 82년도 아니메 흥행랭킹 1위, 전체 극장 흥행랭킹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다.

아니메 신세기 선언을 통해 그 존재를 보여준 거대한 팬층(마니아, 혹은 좀더 일본적으로 오타쿠)의 등장은 이후의 아니메가 어떤 형태로 흘러갈지를 암시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앞서 설명한 프라모델을 위시한 다양한 아니메 비즈니스 수단의 등장과 함께 우주전함 야마토 이후 일본 아니메 史를 송두리채 흔들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었다. 후일 역시 90년대 아니메의 지각변동을 일으킨 '신세기 에반게리온(1995)'에서 등장한 거대한 지각변동을 의미하는 임팩트(Impact)라는 현상은 야마토와 에반게리온과 더불어 바로 건담에게 부여하면 가장 적합한 호칭일지도 모른다. 아니메 세컨드 임팩트, 그렇다. 건담에 의해 아니메는 두번째 변혁을 맞이하고 있었다.

ⓒ SUNRISE · SOTSU Agency


에필로그 - 아직도 계속되는 건담의 신화

약, 건담이 재방송되지 못했더라면 어땠을까? 혁신적인 모습과 깊이있는 내러티브에도 불구하고 첫방송에 실패한 이 작품이 그대로 묻혔다면, 아마도 로봇 아니메의 성장은 지금보다는 더디었을 것이다. 로봇물은 여전히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내용으로 제작되고, 80년대 SF 아니메의 폭발적인 성장은 분명히 한템포가 더 늦었을지도 모른다. 불멸의 리얼로봇 아니메로 젊은 아니메 세대가 애니메이터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조차 건담이 없었으면 태어나지 못했을 지도 모르며, 마크로스의 소식을 듣고 대학을 중퇴하고 상경한 안노 히데아키 이하 가이낙스의 핵심인물들도 역시 애니메이터가 되지 않았거나 늦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토미노 감독은 '전설거신 이데온(1980)'의 제작을 포기했을 테고, 그로 인해 90년대 아니메의 또다른 부흥을 일으켰던 에반게리온은 태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건프라는 상품화되지 못했을테고, 반다이는 지금처럼 거대한 회사로 성장하지 못한체 그저 그런 회사로 전락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건담이 모든 아니메의 역사를 대변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건담이 사회적 현상으로 떠오르지 못했더라면 아니메는 그만큼 지금보다는 퇴보한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작품 자체적인 가치와 의의를 넘어서 건담이라는 작품이 후대 아니메와 관련 비즈니스에 끼친 막대한 영향력은 일개 작품의 레벨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반면, 건담이 가져온 혁신은 또다른 편향적인 시각과 가치관을 가져오게 된다. 먼저 SF, 그것도 로봇을 중심으로 80년대 아니메가 과도하게 방향 선회를 하게 된다는 점이다. SF를 향한 아니메의 일관된 사랑으로 인해 수많은 걸작 아니메가 탄생한 것은 분명 좋은 현상이었지만, 소재의 다변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체 SF로 고정된 시각은 결국, 소재고갈과 함께 훗날 아니메의 쇠퇴를 가속화하게 된다. 물론, 중간중간 여러가지 다양한 소재도 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건담으로 인해 시작된 과열된 SF 로봇 아니메의 열기는 이러한 의미 있는 시도들을 크게 부각시키지는 못했다.

프라모델이라는 새로운 상품의 등장으로 인해 건담의 작품으로서의 가치가 위협을 받게 되는 것 역시 내재된 위험요소였다. 분명, 당시의 시점에서는 새롭고 참신한 아이템이었던 로봇 프라모델은 이후 건담 외에는 큰 히트를 일으킬만한 원동력을 찾지 못한 체 건담에게 지나치리만큼 의존하게 되었고, 이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반다이가 건담의 속편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밖에 없는 원인 중 하나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물론, 현재의 반다이는 다양한 수익 다변화와 사업 다각화를 통해 건담의 의존도를 많이 줄였긴 하지만, 80년대 당시 건담은 반다이에게 있어서 하나뿐인 젖줄이었다.)

건담에 지나치리만큼 심취해버린 오타쿠들 역시 건담의 지루한 재생산에 큰 일조를 하게 된다. 특히, 건담에 대한 과도한 애정은 그들로 하여금 그들에 입맛에 맞는 이야기 전개를 제작진 측에 요구하기 시작했고, 새로운 시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그들만의 건담 월드를 만들고 싶어했다. 혁신과 개방의 개념으로 시작했던 건담은 서서히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성격으로 변모했고, 스폰서와 팬들의 과도한 간섭에 의해 크리에이터인 토미노 감독이 자멸하는 결과를 가져오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그러한 영광과 오욕의 역사 속에서도 여전히 건담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상업적인 사정과 과도한 팬덤에 의한 것만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우주세기에 안주하지 않은 체 건담은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간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창조자라 할 수 있는 토미노 감독의 손을 떠난 이후에도 여전히 젊은 세대들에 의해 새로운 항해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심오한 드라마를 버리고 미소녀들이 잔뜩 등장하는 모에 아니메로 변모했다 하더라도, 로봇 아니메를 정통 SF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려 했던 성숙한 시도를 져버리고 슈퍼로봇스러운 모습으로 변모했다 하더라도, 적어도 변화하고 있는 아니메 세대의 트렌드를 반영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계속 변모하고 있는 건담은 신인류라 불리는 뉴타입처럼 진화와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는 점에서 혁신의 여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훗날 건담의 시계가 멈춘다고 하더라도 그 오랜 시간동안의 변혁의 과정을 통해 만화영화는 새로운 틀을 구축하고 발전하리라 기원해본다.


('기동전사 건담(3부) - 부활하는 하얀 거인. 발동, 아니메 세컨드 임팩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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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ガンダム, Wikipedia Japan
[2] モビルスーツバリエーション, Wikipedia Japan
[3] ガンダムセンチュリー, Wikipedia Japan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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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뛰어든 소년 소녀들

'무로 레이는 연방군의 기술자인 아버지 템 레이의 극비 프로젝트를 위해 어머니와 헤어지고 지구를 떠나 스페이스 콜로니 사이드 7으로 이주한 평범하고 내성적인 소년이다. 타인과의 교류에 익숙하지 않은 아무로는 연방군의 비밀병기 개발을 위해 항상 집을 비운 아버지 덕에 항상 혼자 지내며 메카닉을 만지는 일에만 몰두하면서 지낸다. 옆집에 사는 소녀 후라우와 스스로 설계한 애완용 로봇 하로만이 친하게 지내는 유일한 친구들.

한편, 지온군이 연방군의 신무기 개발계획을 탐색하기 위해 사이드7에 침투하면서 아무로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전화에 휩싸이고 만다. 피난 중에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본 아무로는, 충동적으로 운반중이던 연방군의 비밀병기 모빌슈트 건담에 탑승하여 익숙하지 않은 조종술로 지온군의 모빌슈트에 맞서게 된다.
'

건담의 첫 스타트는 이전까지의 로봇 아니메들과는 다른 출발을 보여주고 있다. 내성적이고 신경질적인 성격의 소년 주인공 아무로 레이, 게다가 그는 어머니와 오랫동안 떨어져 지냈으며, 일에만 매달리는 아버지 때문에 항상 외톨이인 체로 옆집 소녀만이 유일한 친구인 소년이다. 이런 주인공의 설정은 이제까지 우연하든 우연하지 않든 간에 로봇을 타게 되면서 사명감을 갖게 되는 다른 소년 히어로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주역로봇인 건담 역시 한 과학자의 노력의 결실로 태어난 사유물이나 특정 연구소 혹은 특수부대의 소유물, 또는 미지의 세계나 과거에서 온 불가사의한 유산이었던 그제까지의 로봇들과는 달리 전쟁을 위해 개발한 군의 소유물로 그려지고 있다. 이 군용병기를 우연한 사고로 인해 한 소년이 조종한다는 시작과 그로 인해 소년이 원치않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적군의 습격으로 인해 대다수의 군인들이 죽거나 다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소년들이 전쟁에 가담하는 상황은 아니메로서는 몹시도 현실적인 것이었다. 비록 로봇이 등장하는 만화영화였지만, 그 전개는 이제까지의 로봇 아니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드라마틱하고 현실적인 설정이었던 것이다.

건담이 군 프로젝트의 결과물이고 주인공인 아무로의 아버지가 건담 프로젝트에 참여한 엔지니어라는 사실은 마징가 Z에서 이어져온 '아버지(혹은 할아버지)가 만든 로봇, 조상들의 유산인 로봇을 타고 악과 맞서 싸운다.'라는 설정의 연장인 듯 싶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가지 내포된 의미도 더 있지 않을까 싶은데, '자식을 돌보지 않고 일에만 매진한 부모가 만든 로봇을 우연치 않게 그 자식이 조종하면서 스스로 성장의 도구로 삼는다.'라는 것으로, 기성세대에 대한 반발심을 품은 체 기성 사회에 뛰어든 젊은이가 마침내 그 안에서 스스로 나아갈 길을 찾아낸다라는 뜻으로 해석하면 어떨까 싶다. 이러한 전개는 후일 건담의 후속작인 '기동전사 Z 건담(1985)'에도 그대로 사용되는 설정이며, 아버지와 어머니가 만든 건담 MK II에서 자신이 직접 아이디어를 낸 제타 건담으로 옮겨타는 카미유나 아버지가 만든 건담에서 후일 자신이 직접 설계한 뉴 건담을 타게 되는 아무로의 모습은 성장과 독립이라는 테마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마침내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린 아무로를 포함한 소년과 소녀들은 전쟁의 참상과, 기성 세대들의 불합리함 속에서 갈등하고 성장하게 된다. 내성적인 소년 아무로는 스스로의 처지를 가엽게 여기고 곧잘 신경질을 부리지만, 그것이 곧 어리광이라는 것을 깨달아가기 시작하며, 막 소위에 임관한 새파란 청년 브라이트도 함장이라는 중책 속에서 소년들을 다독이며 혹독한 전투를 수행해가는 과정 속에서 어리숙함을 벗고 어른으로 성장하기 시작한다. 아무로를 보살피는 다정한 소녀 프라우나 얌전한 명문가의 영애 미라이, 지온공국 창시자의 딸로 공국의 반란 속에 신분을 숨긴 체 살아가는 세이라는 어려움 속에서 조용하지만 강인한 여성상을 보여준다. 뺀질거리는 카이와 성실한 하야토 등 다양한 인물군상은 작품의 드라마를 풍성하게 해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서로간의 갈등과 화해 뿐만 아니라 주변인들과의 교감, 나아가서 적과의 교감을 통해 하나의 인간으로 성장하게 된다. 특히 아무로의 경우는 동경하던 여인 마틸다 중위의 희생, 전우이자 든든한 형이었던 류 호세이의 죽음, 거기에 자신의 인생에 크나큰 전기를 마련하는 적장 란바랄의 장렬한 전사, 라이벌인 샤아의 연인이자 같은 뉴타입으로서 공감대를 형성했던 라라아의 죽음 등 셀 수 없는 전우들과 적군의 죽음 속에서 어른으로 성장하게 되는데, 그 과정은 '우주전함 야마토(1974)'나 '은하철도 999(1978)' 등에서 볼 수 있었던 타인의 희생을 통한 삶의 성찰이라는 테마를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건담에서는 이러한 죽음이 교훈을 주는 장치라기보다는 비정한 현실을 깨닫게 하는 장차라는데에서 아이들을 위한 작품이라기 보다는 좀 더 높은 연령층을 상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건담이라는 작품의 세계에서 그려지는 어른들은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삐뚤어진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담고 있는데, 이러한 모습은 마치 방황하는 사춘기의 소년이나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사회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을 표현하는 것과도 같았다. 즉, 교훈을 일깨워주는 과거의 아동용 아니메에서 독립적인 개성과 가치관을 가지려는 청소년들의 생각을 대변한 시각의 전환이 작품에서 행해진 것이다. 죽음과 희생, 그리고 이기적인 어른들의 틈에서 아이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현실을 깨닫고 일어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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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 시리즈에서 특기할만한 점은 바로 여성이다. 그 어느 로봇물보다 여성에 대한 비중이 컸던 이 작품은 주인공이 끊임없이 여성을 동경하고 여성에 의지한다. 가족의 사랑을 받지 못한 외로운 십대의 모성결핍증에서 비롯된 것 같은 이 모습은 이후 토미노 감독의 작품에서 하나의 테마로 자리잡게 된다.


더이상 들러리가 아닌 살아있는 적의 등장, 붉은 혜성

담의 이야기에서 또다른 중요한 또다른 관점은 주인공들이 속해 있는 지구연방군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적군이라고 부를 수 있는 지온공국의 이야기 역시 비슷한 무게를 두고 진행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로봇물이 주인공측의 인물들의 이야기에 많은 비중을 두면서 상대편 측의 이야기에는 소홀했던 반면, 건담은 지온공국의 이야기에 상당한 비중을 쏟으면서 이제까지와는 다른 상대적인 시각을 제공하게 된다.

에피소드 상에서 지온공국의 비중이 높아진 것은 이전처럼 주인공들이 악당을 쳐부수는 로봇물에서의 흔한 전개가 아닌, 사람과 사람의 갈등 속에서 벌어지는 드라마를 의미하고 있었다. 1화에서 사이드 7에 침투한 자쿠의 조종사들이 건담을 탈취하기 위한 호승심을 부리는 것이나 건담의 성능을 보고 경악에 떠는 것 같은 모습은 개성없는 악당 엑스트라가 아닌 하나의 인간적인 모습인 것이다. 이런 장면들은 작품 내내 계속되는데, 지온군이든 연방군이든 이렇게 두려움이나 분노와 같은 다양한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확실히 이전까지는 볼 수 없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건담에서 그 누구보다 인상깊은 상대편 캐릭터는 바로 붉은 혜성이라 불리는 샤아 아즈나블이라는 미남자라고 할 수 있다.

지온공국의 창시자의 아들이었으나 측근인 데긴 소드 쟈비의 배신으로 인해 하루 아침에 집안이 몰락하고 신분을 숨긴체 살아야 했던 캬스발 램 다이쿤(샤아 아즈나블)은 복수를 위해 신분을 숨기고 지온공국의 촉망받는 에이스 파일럿으로 살아간다. 이처럼 주인공과 반대편에 서는 인물의 숨겨진 사연과 내제된 갈등은 작품의 관점을 다양한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친구이자 원수의 아들인 가르마 쟈비를 함정에 빠뜨려 아무로들의 손에 의해 죽게 만들 때 샤아가 보여준 음흉함과 복수의 감정은 오히려 아무로들을 조연급으로 전락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으며, 거기에 가르마를 죽게한 원수를 화이트베이스와 건담의 탓이라 생각한 가르마의 약혼녀 이세리아가 아무로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내용 역시 주인공 위주의 에피소드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방향 전개였던 것이다.

특히, 샤아의 경우는 단순하게 쓰러뜨려야할 적으로서 아무로와 대립하는 것 뿐만 아니라, 파일럿으로서의 개인적인 라이벌 의식(비록 주인공이었지만 일개 파일럿에 불과했던 아무로를 샤아는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 된다는 점 역시 주목할만한 설정이다.), 연인 라라아를 사이에 둔 연적(정확히는 같은 뉴타입으로서 라라아와 공명하는 아무로에 대한 질투)으로서의 갈등처럼 여러 측면에서 대립과 반목을 거듭하게 된다. 즉, 아무로가 샤아의 계속적인 방해 속에 적개심을 키우는 것처럼 샤아 역시 아무로에 의해 여러차례 좌절을 거듭하면서 적의를 키워가는 상대적인 갈등의 양상을 띄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둘의 갈등은 모빌슈트의 격전 중에 아무로에게 당할 위기에 처한 샤아를 대신해 건담의 빔 세이버를 맞고 산화해버리는 라라아의 죽음에 이르러 최고조를 이루게 된다. 아무로가 정의의 편이고 항상 샤아에 의해 좌절과 아픔을 겪는 것 뿐만 아니라 샤아 역시 아무로에 의해 좌절과 슬픔을 겪으면서 복잡한 이해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해를 끼치면서 벌어지는 복잡한 은원관계는 후일 제타 건담의 카미유와 제리드의 관계에서는 더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 애니메이션 인물열전: 아니메의 영원한 페르소나 샤아 아즈나블 (보러가기)

전장이라는 상황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어쩔 수 없이 상처와 아픔을 안겨주는 상황은 아무로와 샤아의 관계에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 화이트베이스를 이탈하여 방황하던 아무로가 지구에서 만난 적장 란 바랄과 그의 부인 하몬 랄의 경우에도 이러한 안타까운 인과관계를 볼 수 있는데, 비록 적장이지만 그에게서 큰 영감을 얻은 아무로가 결국 전장에서 란 바랄을 쓰러뜨리면서 슬픔과 죄책감 속에 한차원 더 성장하는 장면은 드라마틱한 동시에 란 바랄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아무로에게 잘못이 없음을 알고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으로 화이트베이스에 특공을 시도하는 하몬과 화이트베이스와 건담을 구하기 위해 부상을 입은 몸으로 하몬을 막고 스스로를 희생한 류 호세이의 이야기는 가슴 아픈 전장속에서 벌어지는 엇갈리는 인간의 운명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특히, 란 바랄과 하몬의 인물구도는 후일 여러 작품에서 오마쥬되기도 하는데, 대표적으로 선라이즈에서 분사한 본즈의 작품 '교향시편 에우레카 7'에서의 챨스와 레이의 모습을 들 수 있다.)

더이상 적은 생명이나 사고가 없는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주인공처럼 생각하고 갈등하고 화를 내고 겁을 내는 인간인 것이다. 다양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펼쳐내는 건담의 이야기는 분명히 로봇물, 아니 아니메를 성숙한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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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을 가로지르는 엇갈린 운명의 실타래는 만화영화치고는 복잡한 은원관계와 인과관계를 형성하며, 각각의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병기와 로봇 사이의 딜레마

렇게 드라마틱하고 비극적인 이야기와 실로 수많은 사람들의 에피소드와 갈등이 접목되면서 아동 만화영화의 범주를 탈피한 건담이었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슈퍼로봇의 잔재는 여러 면에서 작품의 정체성을 방황하게 하는 요인이었다. 토미노 감독 스스로는 이 작품을 제대로 된 SF 만화영화로 만들고 싶었기에 원래 로봇의 등장 자체를 고려하지 않고 있었지만, 로봇 완구를 판매해야하는 스폰서의 입장에서는 천부당 만부당한 일이기도 했다. 결국 스폰서와 스탭 간의 조율 끝에 탄생한 모빌슈트였지만, 표현 상에서 리얼리티의 파괴를 막을 수는 없었다. 

최초로 이러한 장르(이 당시에는 건담을 리얼로봇이라 부르지 않았다)를 시도한 건담이었기에 참고할 수 있었던 것은 기존의 로봇물일 수 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자연스레 슈퍼로봇스러운 연출을 보여줄 수 밖에 없기도 했다. 빔 라이플과 바주카포와 같은 총기류로 전투를 수행하는 모빌슈트는 일보 진전한 설정이었지만, 건담이 장비한 빔 세이버의 경우에는 명백히 스타워즈의 영향을 받은 설정으로, 병기로서의 로봇과는 거리가 먼 설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애당초 판타지에 가까운 설정인 이 빔 세이버 자체가 제대로 된 SF를 표방한 건담과는 맞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당시 SF에 대한 개념이 그 정도 밖에 발전하지 못했던 환경 탓도 있었으며 또 한편으로는 그만큼 스타워즈의 영향력이 강했음을 입증하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특히, 스타워즈와 블레이드 런너, 그리고 에일리언 시리즈는 일본의 SF 아니메에 있어서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품들로, 수많은 아니메가 이 작품들의 설정을 빌려오기도 했었다.)

애초에 지온공국의 주력기로 등장한 모빌슈트 자쿠는 거의 전 시리즈를 거쳐 아무로와 건담이 상대해야할 모빌슈트로 기획되었지만, 시청률이 지속적으로 추락하자 다양한 적의 등장으로 극의 흥미를 유도하기 위해 여러 종류의 모빌슈트가 등장한 것 역시 슈퍼로봇 장르로의 일부 회귀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없었던 모빌슈트를 급작스럽게 디자인하면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모빌슈트, 또는 병기의 의미가 퇴색된 (슈퍼로봇에서나 봄직스러운) 디자인들이 일부 등장하는 것은 디자인인 측면에서도 슈퍼로봇의 잔재를 떨어내지 못하는 모습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MS들은 후일 수많은 팬들에 의해 제품 형식번호와 설계 배경과 같은 여러가지 의미가 추가되면서 병기로서의 존재의의를 부여받기는 하지만, 일부 모빌아머의 경우는 스토리에 집어넣기 위해 무성의하게 그려진 모습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한계이기도 했다. (특히 기이한 형상을 한 자쿠레로의 경우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오히려 건담이 사회적 현상이 되고난 후에는 이러한 레어한 모빌아머들은 일부 하드코어 마니아들에게 나름의 지지를 받기도 한다.)

병기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절구동부 측면에서 현실감이 떨어지는 메커니즘과 구도를 보여준 것 역시 지금에 와서 보면 리얼로봇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한 측면이었지만, 당대의 현실적인 작화기술을 감안했을 때 79년에 제작된 이 작품에 그 정도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무리한 측면이 있기는 하다. 그 외에도 무중력의 우주공간에서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MS에 대한 이론적인 뒷받침 역시 당시로서는 전무했으며, 이러한 여러 부족함은 후일 제타 건담에 이르러 대부분의 현실성을 확보하게 되기도 한다.

스폰서인 완구업체 크로바의 압박도 병기로서의 로봇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특히, 주역메카로서 상품화를 고려하고 있던 건담에 대한 스폰서의 요구사항은 당시 인기를 끌고 있었던 변신 합체로봇으로서의 기능이었다. 변신 합체라는 컨셉자체가 현실적인 병기의 이미지와 동떨어져 있었던 것이고, 그 때문에 고연령대의 작품을 만들고 싶던 토미노 감독이 애초에 배제한 컨셉이었지만, 첫방의 시청률 추락과 완구판매의 부진이 겹치면서 다급해진 크로바의 압력은 건담에게 이러한 슈퍼로봇의 아이덴티티를 부여시키게 한다. 건담에게 도입되는 코어파이터 시스템은 완구에 변신합체 시스템을 부여하고자 한 스폰서의 아이디어였으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생각했는지, G 아머 시스템을 도입하여 전차나 우주선의 형태로 건담의 일부 파츠를 활용하는 아이디어 등이 제시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짜맞추기식 변신합체 컨셉은 당연히 아이들에게는 먹혀들리가 없었다. 무엇보다 콤배틀러 V나 볼테스 V에서처럼 각 파츠가 또다른 변형을 통해 완벽한 로봇으로 변신합체하는 모습이 아닌, 건담과 G아머의 밋밋한 합체 시스템은 완구적인 가치가 떨어지는 형세였던 것이다.

저연령대를 위한 로봇물을 기대하던 스폰서와 고연령대를 위한 SF 드라마를 상정하던 토미노 감독간의 갈등과 견해차이는 건담에게 있어서 여러 측면에서 기존 로봇물의 범주에 머무를 수 밖에 없는 한계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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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입의 등장, 그리고 건담의 참패

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던 시청률의 저하와 스폰서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 슈퍼로봇의 잔재는 계속적으로 건담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었다. 특히, 야심차게 등장했던 붉은 혜성 샤아 아즈나블의 경우에는 이러한 시청률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가르마 사후에 등장하지 못하는 불운을 겪기도 한다. 실제,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 샤아를 시리즈에서 배재하고자 하는 논의가 오고가던 중이었지만, 예상 외로 샤아의 퇴장을 반대하는 수많은 팬레터(대부분이 여성팬)가 도착하면서 시리즈 중반에 극적으로 복귀하기도 한다. (이것을 가르마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지고 좌천되었다가 다시 복귀하는 형태로 극의 전개를 부드럽게 이어가게 한 것은 스탭진의 노련미가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샤아의 좌천은 캐릭터의 베이스가 되는 '용자 라이딘(1975)'의 샤킨 왕자의 시리즈 중반 퇴장과 비슷한 원인 때문이었지만, 팬레터의 힘으로 다행히 샤킨의 전철을 밟지는 않았는데, 극중에서나 실제적으로나 건담의 주연급 남자 캐릭터들은 여성들의 비호를 받는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셈이었다.

시청률의 저하를 막기 위해 병기로서의 로봇이라는 이미지를 희석시키면서 다양한 로봇을 출격시켰던 시도 외에 행해졌던 또다른 시도는 바로 뉴타입이라 불리는 신인류의 등장이었다.

극 중에서 이 뉴타입은 보통의 인간이 느낄 수 없는 지각의 한계를 넘어선 인지능력으로 통상보다 빠른 대처력을 보여주는 일종의 초능력이었는데, 이 지각의 한계를 넘어선 이들은 별도의 통신장비 없이도 마치 텔레파시를 주고받듯 서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며, 비록 일면이지만 다가올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신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어찌보면 뉴타입의 등장은 빔 세이버와 함께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제다이의 능력을 연상시키는 측면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즈음의 일본은 초능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던 시기였던터라 이러한 뉴타입의 등장에는 아무래도 여러가지 현실적인 사정이 고려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비록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등장한 설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뉴타입이라는 개념은 다양한 드라마와 새로운 주제를 만들어내는 밑거름이 되었다. 특히, 기존의 올드타입인 인류가 가진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뉴타입의 존재는 '기성세대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의 주인이 되어라'는 청소년들을 향한 토미노 감독의 메시지와 같은 역할을 하였다. 바로 새시대의 주인공인 너희들이 뉴타입이다라는 의미와 같았던 것이다. 또한, 뉴타입으로서 서로 공명하고 시공간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은 전쟁과 미움으로 얼룩진 우주세기의 시대에 있어서 한줄기 광명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뉴타입인 아무로와 끝까지 맞서는 붉은 혜성 샤아 역시 극의 종반에 이르러 뉴타입으로서의 자질을 보이며, 그 역시도 성장하게 되는 점 또한 의미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뉴타입의 이야기는 제타 건담에 이르러서는 강화인간과 그들의 비극으로 진화하며 또다시 새로운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양분이 되기도 한다. (뉴타입의 의미와 그들의 비극은 '기동전사 건담 UC' 1화에서 비스트 재단의 당주인 카디아스 비스트가 소데츠키의 군인인 스베로아 진네만에게 포괄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제껏 당연하듯이 TV 앞에 앉아서 멋진 로봇의 출격을 기다리고 있던 소년들에게 적군을 맞아 멋지게 출격하기는 커녕, 로봇에 안타겠다고 신경질을 부리는 주인공과 얼떨결에 강습용 우주전함의 승조원이 되어버린 어린 소년 소녀들의 모습은 분명 흥미롭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전쟁 드라마적인 전개는 그 때까지의 로봇물이 매회마다 보여주었던 '주인공들의 일상→평화를 위협하는 악당들의 음모→음모를 막기 위해 출격한 주인공과 로봇→악당 로봇과의 사투 그리고 위기→필살기로 마침내 악당을 격파'로 이어지는 로봇물의 공식을 벗어나며 시청자들에게 큰 이질감을 느끼게 하였다. 물론, 요즈음에서야 건담의 전개가 익숙한 이야기 구조일지는 몰라도, 저연령대의 시청자의 비중이 더 높던 당시 아니메의 상황에서는 그 이질감이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 아닌,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비록 뉴타입이라는 개념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향한 청소년의 희망을 제시했지만, 전쟁의 참상과 상처뿐인 승리가 이탈한 시청자들의 마음을 붙잡지는 못했다. 이 와중에 작화감독으로서 작품을 상당 부분을 지탱해가던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병으로 인해 시리즈 후반부터 스탭진에서 제외된 점 역시 라스트 클라이막스의 부담으로 다가왔다. 대내외적인 악조건 속에 스토리는 축소되고 결국 아바오아쿠에서의 결전을 마지막으로 토미노 감독이 표방한 제대로된 SF 아니메를 향한 야심찬 시도는 상처뿐인 실패를 맞이한다. 시청률 참패, 완구판매 부진 등 건담의 끝에는 참담한 결과만이 남게된 것이다. 로봇물에서 SF를 가정한 현실적인 접근, 복잡한 인과관계와 치밀한 세계관이 적용된 전쟁 드라마, 그리고 새시대의 희망과 비전을 제시한 뉴타입의 이야기는 바야흐로 역사 속으로 서서히 묻혀가고 있었다.

('기동전사 건담(2부) - SF 로봇 전쟁 드라마의 서막' 끝. 3부에 계속)

ⓒ SUNRISE · SOTSU Agency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ガンダム, Wikipedia Japan
[2] 기동전사 건담 - 제1화 건담 대지에 서다! 外 by 디제, 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UNRISE · SOTSU Agency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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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스탭>

◈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원작: 토미노 요시유키, 야다테 하지메
◈ 제작: 선라이즈


<서문> 

2009년에 30주년을 맞이한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는 이제 아니메를 대표하는 아이콘 중 하나로, 전세계인의 관심을 받는 장르 문화로 성장했습니다. 아니메, 프라모델, 게임, 코믹스, 소설 등 다방면에 걸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그 기나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 이 시리즈는 반다이와 선라이즈에게 막대한 부가가치를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무리한 시리즈 강행으로 인한 수차례의 실패, 크리에이터의 좌절, 팬들의 수많은 질책을 받았던 작품이기도 하지요. 시리즈 자체가 어떻게 보면 아니메의 한축을 지탱하는 역사이자, 작품을 창조해낸 스폰서 반다이, 제작사 선라이즈, 창조자 토미노 요시유키, 야스히코 요시카즈 등의 삶의 기록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본 글은 이런 건담 시리즈의 전반적인 흐름을 연대기 형태로 이야기해보는 건담 연대기의 첫번째 시리즈로서, 퍼스트 건담의 등장배경(과거)과 그 전개(현재), 그리고 파급력(미래)에 대해서 글쓴이의 좁은 소견을 밝혀본 글이 되겠습니다.
 
해당 글을 쓰기에는 너무도 지식이 일천한 관계로 많은 분들의 포스팅과 웹 상의 자료를 참고로 하였으며, 이에 대해 레퍼런스 출처를 밝혔으니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원하시는 분들께서는 해당 레퍼런스를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글은 연대기 형태의 글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경어체가 아닌 반어체로 내용이 진행되오니 읽으시는 분들의 양해를 바랍니다.


레이지버스의 등장과 아니메 세대의 성장

1970년대 중반에 이르러 아니메는 새로운 전기를 맞기 시작한다. 마츠모토 레이지와 니시자키 요시노부의 SF 아니메 '우주전함 야마토(1974)'로부터 시작된 레이지버스(마츠모토 레이지가 창조해낸 세계관과 그 작품을 이르는 명칭)는 '은하철도 999(1978)'에 이르러 정점을 찍으며 아니메의 수준을 한단계 격상시키기에 이르른다. 작품 전반에 이르는 성숙해진 드라마적 전개는 아니메를 시청하던 어린이들이 청소년으로 성장하는 시점에 발 맞추어 그 눈높이를 충족시키면서 상상력과 모험심, 교훈과 재미를 선사하는 아동 만화영화 이상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성숙해진 드라마 외에도 눈길을 끌었던 것은 이전까지의 만화영화에 비해 훨씬 더 치밀해진 설정과 고증이다. 당시의 SF 아니메는 '철인 28호(1963)'를 거쳐 '마징가 Z(1972)', '콤배틀러 V(1976)'로 대표되는 슈퍼로봇 아니메(글에서는 리얼로봇 아니메와의 구분을 위해 슈퍼로봇 아니메로 부르겠음)와 '사이보그 009(1966)'를 거쳐 '갓챠맨(1972)', '캐산(1973)'으로 이어지는 히어로물(여기에는 울트라맨, 가면라이더와 같은 특촬물도 많은 영향을 서로 주고 받았다)로 크게 나뉘어지고 있었는데, 이 모두 과학적인 논리보다는 만화영화적인 관점의 접근방식으로 과학적 근거라는 것이 큰 의의를 가지지 못했던 실정이었다.
 
그러나, 야마토에 이르러 등장한 우주함선이라는 설정은 이전의 SF 아니메가 보여주던 것에 비해 보다 더 과학적인 접근법으로 성장한 청소년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함선 내부의 세심한 디테일, 다시 말해 함교, 조종석, 레이더 관제실, 함포실, 기관부, 의무실 등에 이르는 설정부터 함재기에 이르기까지... 비록 2차대전의 해군 전함이나 군용병기들을 모티브로 삼은 설정이었으나, 그 디테일과 실제성은 기존의 아니메와는 격을 달리한 모습이었던 것이다. 비록 은하철도 999에 이르러서는 기차가 우주를 여행한다는 다소 황당한 설정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레이지버스의 등장은 확실히 기존의 아동용 만화영화보다는 한차원 높은 과학적 설정으로 마침내 '마니아'라는 단어를 아니메에 심어놓기 시작한다. (동시기에 등장했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미래소년 코난' 역시 알렉산더 케이의 '살아남은 사람들'이란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훨씬 구체화되고 논리적인 미래세계와 미래 장비들을 그려냄으로써 성장한 아니메 세대의 눈높이에 맞는 이야기를 그려낸다.)
 
마니아는 단순한 팬을 넘어서 좀 더 해당 장르에 열정적으로 심취한 이들을 뜻한다. 그리고, 이런 열정은 대게 연령대가 높은 이들이 갖게 되는 속성이기도 하다. 즉, 마니아가 생겼다는 것은 아니메의 시청세대가 기존의 (10세 미만) 어린이를 넘어서 10대 청소년에게까지 넓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금의 세대에서야 만화영화를 감상하는 청소년층, 청장년층이 있다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그런 일은 일본에서도 드문 일이었다.) 60년대 후반부터 아니메를 보고 자라 아니메에 익숙해진 아니메 세대가 중,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여전히 아니메를 시청하고 있었고, 레이지버스는 그들의 눈높이에도 맞는 드라마와 과학적 설정으로 마침내 그들을 작품의 마니아로 바꿔놓게 되는 것이다. 이런 마니아의 성장은 79년 방영을 시작하는 한편의 로봇 아니메가 화제작을 넘어 하나의 신세기를 열고, 마침내 문화적 트렌드로 자리잡게 하는 중요한 토양이 된다.

ⓒ 2010 SPACE BATTLESHIP ヤマト製作委員会

2010년에 예정된 야마토 실사 프로젝트 포스터. 아니메史에서 야마토의 위치는 SF 영화史에서 스타워즈에 비견될 만한 것으로, 이 작품을 통해 아니메의 르네상스가 시작되었다 할 수 있다.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 - 로봇도 소년과 같이 성장하다

니메의 변화와 더불어 70년대 중반에 들어 로봇 아니메 장르 역시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다. 이전까지의 로봇 아니메의 전개란 지구를 정복하려는 사악한 악당에 맞서 정의로운 주인공과 그 동료들의 장렬한 전투를 그려낸, 지금으로서는 상당히 단선적인 이야기 공식을 따르고 있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장르인 이상, 그 이상의 갈등 구조를 담아 극을 복잡하게 끌고 갈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도에이와 선라이즈의 합작으로 태어난 '초전자로보 콤배틀러 V(1976)'에 이르러 이 공식은 조금씩 다변화되기 시작하였다.
 
'거인의 별(1968)'과 같은 스포츠 장르의 아니메에서 드라마틱한 연출을 선보였던 나가하마 타다오가 연출을 맡은 콤배틀러 V에서는 악역에게도 사연을 부연하는 좀 더 성숙해진 작품관이 도입된다. 거기에 이전까지의 로봇 아니메의 메카 액션을 한단계 진보시킨 합체 변신과정과 다양한 무기들의 등장으로 마징가를 보고 자랐던 어린이들은 그 이상의 카타르시스를 이 작품에서 찾아내기 시작한다. 아직까지는 과학적 논리에 맞지 않는 설정들이었으나 당시 이런 복잡한 무기 시스템은 실로 센세이셔널한 설정이었던 것이다. 이후 볼테스 V와 투장 다이모스로 이어지는 나가하마 감독의 소위 '낭만로봇 트릴로지'는 명실공히 로봇 아니메를 아니메 최고의 히트 장르로 올려놓기에 이른다.
 
한편, 야마토의 대성공으로 고무된 토에이는 마츠모토 레이지에게도 로봇 아니메를 의뢰하기에 이르는데(선라이즈에 대한 견제의 의미도 있었을 듯 싶다.), 이렇게 하여 등장한  '혹성로봇 당가드 A(1977)'는 비록 레이지의 전작인 야마토나, 도에이의 다른 로봇 아니메에 비해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지만, 마츠모토 레이지의 스타일이 가미된 성숙하고 현실감 있는 전개(완벽한 조종술을 익히기 위해 훈련을 거듭하는 주인공의 일상과 갈등이 작품의 초반 에피소드를 차지)로 이전보다 훨씬 깊어진 로봇 아니메의 접근방식을 보여주었다.
 
반면, 콤배틀러 V보다 1년 먼저 '용자 라이딘(1975)'의 연출을 맡았으나 시청률 저하로 인해 나가하마 감독에게 바톤을 넘겨주고 보조 감독으로 격하되었던 토미노 요시유키 역시 절치부심하여 '무적초인 점보트 3(1977)'를 연출한다. 점보트 3는 이제까지 도에이와 선라이즈의 합작으로 태어난 로봇물과는 달리 선라이즈가 독자적으로 제작한 작품으로, 로봇 아니메의 주도권이 선라이즈로 넘어오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했다. 특히, 이 작품은 흔히들 슈퍼로봇 아니메와 리얼로봇 아니메의 가교역할을 해주는 작품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데, 도무지 어린이들을 위한 로봇 아니메라고는 볼 수 없는 시리어스한 설정과 전쟁의 참혹함,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장렬한 전사로 인해 당시 팬들에게 강렬한 충격을 선사하기에 이른다.
 
주인공 급의 인물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갓챠맨 1기의 콘돌 죠, 플란다스의 개에서 네로와 파트라슈, 그리고 야마토의 오오타 함장의 죽음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으례 커다란 충격과 슬픔을 선사하기 마련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선보이는 등장인물들의 죽음에 성인들도 많은 감정이입이 되는데, 어린이들은 오죽했겠는가. 그것을 토미노는 한 작품에서 주인공을 제외한 다수의 등장인물들을 전사시켜 버리는 파격을 선보였으며, 점보트 3의 엔딩은 악당들을 모두 물리쳐 지구의 위기를 구해낸 주인공의 희열이 아닌, 동료들을 잃고 혼자서 살아남게 된 마지막 생환자의 처절한 슬픔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죽음이라는 키워드가 로봇 아니메라고 불리는 어린이들의 전유물일 것만 같은 작품에 사용되면서 점보트 3는 아이들로 하여금 사회와 현실, 그리고 슬픔과 아픔을 깨달을 수 있게 하는 충격요법과 같은 효과를 주었다. 당시의 정서, 아니 지금의 정서에서 봐도 아동 로봇물에서의 대량학살은 충격요법으로 무마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는 내용이었다. 이건 플란다스의 개에서 네로와 파트라슈가 죽을 때 느낄 수 있는 수준의 슬픔은 결단코 아니었으니까. 어찌보면 당시의 토미노는 로봇 아니메라는 작품을 통해 이미 어른들의 이야기를 그려가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지구를 위해 싸운다는 것이, 로봇을 조종하는 영웅으로 싸운다는 것이 반드시 멋지고 스릴있는 모험만이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달은 순간, 어느덧 아이들은 성장해 있었고, 로봇 역시 성장해 가고 있었다.

ⓒ SUNRISE · SOTSU Agency

슈퍼로봇과 리얼로봇 사이의 가교 역할이자, '몰살의 토미노'의 전조를 알린 '무적초인 점보트 3'.


새로운 시도 - 병기로서의 로봇

보트 3에 이어 '무적강인 다이탄 3(1978)'까지 시청률 사냥에 성공(점보트 3가 성공한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만약, 충격적인 전개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면, - 사실 항의는 많았었다고 전해진다 - 토미노의 재기는 꽤 어려웠을지도 모른다.)한 토미노 요시유키는 세번째 작품에서는 자신의 작품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제작사인 선라이즈 측과 스폰서에게 요청하게 된다. ([3] 참조) 비록, 현재에 이르러서야 마케팅과의 성공적인 융합사례로 손꼽히는 건담 시리즈이지만 초기에는 단순한 크리에이터의 창작 의지가 시초가 된 작품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최근의 건담 시리즈와 초기 건담 시리즈의 태생적 차이점이 자리하게 된다.)
 
건담의 팬들이라면 이제야 많이들 알고 있는 내용이겠지만, 건담의 초기 기획단계는 로봇 아니메가 아닌 SF 우주 전쟁을 테마로 하고 있었다. 그 근간에는 후일 리얼로봇의 태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던, 우주전함 야마토의 잔상이 자리하고 있었는데([1] 참조), 제작사 측에서도 이미 큰 성공을 거둔 야마토의 선례와 이를 통해 전면에 드러난 아니메 세대, 즉 고연령층 아니메 팬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기에 그로 인해 자연스레 야마토의 컨셉이 기획 단계에서 논의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토미노 요시유키와 선라이즈의 기획팀 야다테 하지메는 이 컨셉을 바탕으로 소설 '15소년 표류기'의 이야기 구조를 대입하여 우주 전쟁 속에서 성장하는 소년 소녀들의 모험 이야기를 다룰 생각이었다. 그러나, '거대한 우주 함선에서 프리덤 파이터라는 우주 비행기를 타고 나와 외계인과 싸운다.'라는 설정이 초기 기획안으로 자리잡고 있을 무렵, 스폰서를 맡고 있던 완구업체 클로버가 이의를 제기하게 된다. 스폰서로서 획득한 판권으로 상품화한 로봇 완구의 매출을 비즈니스 로드맵으로 갖고 있던 클로버에게 로봇이 등장하지 않는 작품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투자였던 것이다.
 
로봇을 등장시키고자 하는 클로버의 요구에 대응하여 토미노와 기획팀은 로버트 A. 하인리히의 SF 소설 '우주전사'에 나오는 파워드 슈츠, 즉 장갑복을 입은 병사의 컨셉을 제시하게 된다. (이를 제시한 이는 당시 스튜디오 누에 출신의 SF 작가로 후일 '더티페어'와 '크러셔 죠'를 집필하는 타카치호 하루카였다. [1] 참조) 그러나, 두번째 아이디어도 역시 클로버의 반대에 부딪히고 만다. 파워드 슈츠 역시 그들의 생각하는 로봇과는 거리가 먼 개념으로, 당시 로봇 완구 사업에 편중되어 있던 클로버의 시선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파워드 슈츠와 거대 슈퍼로봇이라는 두 가지 극단적인 의견 사이에서 찾아낸 타협점은 바로 모빌슈트(MS: Mobile Suit)였다. 즉, 기획팀이 제시한 현실적인 병기의 모습과, 스폰서측이 제안한 거대 로봇의 교집합으로 이제까지의 로봇에 비해 훨씬 크기가 작아진 20m가 체 되지 않는 로봇이 디자인된 것이다. 기획팀은 여기에 이르러 소형화가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큰 이 로봇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를 설정으로 부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미노프스키 입자'라는 보이지 않는 물질이었는데, 이 입자는 레이더를 교란하여 전파병기와 전파기기의 사용을 무력화시키는 입자로 이것으로 인해 근거리에서 광학 센서와 육안에 의한 식별 전투가 벌어질 수 밖에 없는 우주시대를 설정한 것이다.
 
☞ 우주항모와 우주전투기로 외계인과 싸우는 설정이나 파워드 슈츠와 같은 초기 기획단계의 개념은 결국, 또다른 걸작 로봇 아니메에 이르러 만개하게 된다. 후일, 기동전사 건담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작이 된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의 설정으로. (물론,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는지의 여부는 글쓴이의 지식 밖의 이야기이다. 다만, 건담과 마크로스 이 두 작품에 모두 스튜디오 누에가 관여하고 있다는 점은 우연이 아닐 듯 싶다.)

미노프스키 입자의 설정은 건담이라 불리는 작품에서 무척이나 중요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 이 정체 불명의 입자에 대한 과학적 근거나 타당성이 아닌, 로봇 간의 전투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한 시도가 기획 단계에서 행해졌다는 것으로서 커다란 의미를 갖는 것이었다. 그것은 이 작품이 이제까지의 SF 아니메와는 달리 '왜?'라는 질문에 나름의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기 위한 시도를 했다는 증거였고, 이전까지의 로봇 아니메와 건담을 구별짓는 중요한 차별요소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된다.
 
MS 디자인은 점보트 3에서부터 선라이즈의 작품에 참여하게 된 타츠노코 프로 출신의 오카와라 쿠니오가 맡았다. 사실, 건담의 디자인은 바로 이 점보트 3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아도 무방한데, 사무라이의 갑옷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이나 라이플을 장비한 로봇이라는 개념은 점보트 3과 겹쳐지는 부분이다. 오카와라는 점보트 3에 이어 무적강인 다이탄 3의 메카닉 디자인을 맡으면서 그 기량을 토미노 감독에게 인정받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에서 '실제 병기에 가까운 이미지로서의 로봇 구현'이라는 토미노 감독이 준 명제가 그의 인생에 커다란 전환점이 되리라는 것은 당시의 그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메카닉 디자이너'라는 전문 분야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최초의 메카닉 디자이너로서 많은 후배 애니메이터들과 팬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게 되는 훗날의 모습을 말이다.

모빌슈트에 영감을 주었던 하인리히의 소설 우주의 전사는 97년 로보캅, 원초적 본능의 폴 버호벤 감독에 의해 SF 블록버스터 '스타쉽 트루퍼스(Starship Troopers)'로 재탄생하게 된다. 하지만, 파워드 슈츠의 개념은 폴 버호벤의 영화보다는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던 블리자드의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테란 해병대에서 더 근접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다.


건담 대지에 서다 - 어른들의 전쟁에 뛰어든 소년과 로봇

차례에 걸친 논의와 협의는 점점 합의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우주전투기와 소년들의 전쟁 이야기를 그릴 이 작품의 가제인 '프리덤 파이터 건보이'는 모빌슈트의 등장으로 인하여 '건보이(Gunboy)+프리덤(Freedom)'의 합성인 건돔(Gundom)을 거쳐 당시 인기를 얻고 있던 남성용 화장품 브랜드 '맨담(Mendam)'의 담(dam)이 추가되어 건담(Gundam)이라는 최종 타이틀로 결정되었다. ([1], [2] 참조)
 
모빌슈트와 미노프스키 입자, 그리고 스페이스 콜로니와 같은 설정 못지 않게 중요했던 것은 등장인물들의 설정이었다. 기획단계에서 논의되었던 15소년 표류기의 컨셉은 그다지 많은 손질이 가해지지 않은 체 작품에 대입되었다. 전쟁의 한가운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뛰어든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는 이제까지의 로봇 아니메와 같이 어느 한 집단이나 국가에 소속되어 있긴 하지만, 집단의 공통된 목표인 적의 타도나 정의의 수호와 같은 목적이 아닌, 우연찮게 휘말린 전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주인공들의 삶과 성장의 이야기로 바뀐다.
 
이것은 이제까지의 전체적인 시점에 비해 상당히 개인적인 레벨의 시점으로 작품의 관점이 바뀌기기 시작하는 전조였는데, 패전 후 경제성장에만 매달리며 국가의 부흥이라는 전체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가져왔던 기성세대 일본인들에 비해 풍요해진 삶으로 인해 개성을 갖게 된 신세대들의 등장과도 맞물리지 않을까 싶다. 동시에 이것은 군대의 상명하복 체제와 같은 기성세대의 보수적인 체제에 대항하는 신세대의 반항정신과 젊음이라는 테마와도 연결된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전에 비해 훨씬 더 생생해진 등장인물들의 이러한 심리와 갈등은 후일 이 작품이 '리얼 로봇'이라 불리게 되는데에 있어 또다른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다. 즉, 리얼이라는 의미가 단순히 병기로서의 로봇이 등장함을 의미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생생한 인간 드라마, 좀 더 현실에 가까운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생각이 작품 속에 드러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나가하마 감독의 낭만 로봇 3부작에서도 이미 시도되었던 상대편의 인물에게도 사연과 당위성을 부여하는 입체적인 인물의 설정은 건담에 이르러서는 훨씬 더 진화된 모습으로 반영된다. 특히, 적국으로 설정된 지온 공국 창시자의 아들로, 아버지를 암살하고 지온 공국의 공왕이 된 데긴 자비와 그의 자식들에게 복수를 다짐하며 신분을 숨긴체 공국의 에이스 파일럿으로 살아가는 '붉은 혜성 샤아 아즈나블'이라는 미남자의 등장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형태의 악역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었다. 거기에 다양한 인물군상이 설정이 붉은 혜성이라는 하나의 인물에 국한되지 않고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많은 등장 인물들에 대입되어, 정말로 살아있는 세계와 같은 인간관계를 이끌어내게 된다. 비로소 주인공들이 살아가는 세계와 사회가 완성된 것이다.
 
캐릭터 디자인은 이미 용자 라이딘부터 선라이즈의 작품들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아온 불세출의 작화가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맡았다. 이러한 히스토리 덕분에 샤아의 디자인은 여러 면에서 라이딘의 프린스 샤킨과 유사한 느낌을 풍긴다. 특히, 젊은 시절 학생운동에 참여했던 야스히코의 전력은 기성 사회에 불만을 품은 주인공의 창조에 꽤 일조를 했다고 보이는데, 단순한 캐릭터 디자인 외에도 스토리 구성이나 콘티 등에도 재능을 보이던 야스히코 였기에 건담이라는 세계와 주인공의 창조에는 토미노 감독 외에 그의 생각도 비공식적으로 상당 부분 반영되었다고 보인다. '토미노(연출, 스토리, 콘티)-야스히코(캐릭터 디자인, 작화감독)-오카와라(메카닉 디자인)'로 구성되는 3인 체제는 건담 월드의 창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핵심 라인업으로 자리잡게 된다.
 
어른들의 이야기가 완성되자 마침내 소년이 일어설 차례가 되었다. 소년은 이제까지의 주인공들과는 다르게 주어진 드라마 속에서 좌절하고 깨달으며, 반항하고 또 적응하며 성장해 갈 것이다. 그것은 주인공인 소년 아무로 레이뿐만이 아니라 그의 라이벌인 샤아, 아무로의 동료들인 전함 화이트베이스의 승무원들, 그리고 아무로가 탑승하게 되는, 이제 막 로봇사에 첫발을 내디딘 건담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79년 4월 7일, 건담은 마침내 대지에 서게 된다.

('기동전사 건담(1부) - 건담, 대지에 서다' 끝. 2부에 계속)

ⓒ SUNRISE · SOTSU Agency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ガンダム, Wikipedia Japan
[2] Gundam, Wikipedia
[3] 기동전사 건담(機動?士ガンダム) 1981-1982,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UNRISE · SOTSU Agency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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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자 라이딘 (1975), 勇者ライディーン / Brave Raideen


ⓒ 東北新社


<정보>

◈ 원작: 스즈키 요시타케
◈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1~26화), 나가하마 타다오 (27~50화)
◈ 스토리보드: 토미노 요시유키 (전반부), 오노야 미노루 (후반부), 야스히코 요시카즈 外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야스히코 요시카즈
◈ 메카닉 디자인: 무라카미 코우지, 스튜디오 누에
◈ 음악: 코모리 아키히로
◈ 제작: 토호쿠 신사, 소에이샤 (선라이즈), NET TV (TV 아사히)
◈ 저작권: ⓒ 東北新社
◈ 일자: 1975.04.04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TVA (50화)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고대 무제국을 침략했던 요마제국은 무제국이 해저로 가라앉을 때 그 운명을 같이하며 12,000년의 긴 잠에 빠져들게 된다. 12,000년 후 긴 잠에서 깨어난 요마제국의 요제 바라오는 자신의 아들인 샤킨 왕자를 지휘관으로 내세워 지상침공을 개시하게 된다. 지구에 다시 절체절명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어느날, 아키라 히비키는 자신의 마음 속에 들리는 환청을 따라 나서게 된다. 신비한 목소리는 아키라에게 요마제국의 부활과 지구의 위기를 알려주며, 마침내 아키라를 고대 피라미드로 인도한다. 그곳에는 고대 무제국의 수호신이었던 신비한 거대로봇 라이딘이 잠들어 있었는데...


<소개>

마징가 Z와 겟타로보 시리즈로 당시 로봇 만화영화를 장악하고 있던 도에이 동화에 맞서 토호쿠 신사가 제작한 로봇 만화영화. 소에이샤라는 소규모 제작사에 실제 제작을 맡기고, 바다의 트리톤을 통해 연출가로서 성공적인 데뷔를 한 신예감독 토미노 요시유키를 감독으로, 우주전함 야마토에서 콘티를 맡았던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캐릭터 디자인을, 역시 우주전함 야마토를 통해 이름을 얻기 시직한 크리에이터 집단 '스튜디오 누에'를 메카닉 디자인에 참여시켜 마징가 Z에 맞서기 위한 진용을 구성한다.

특히, 마징가 Z에서 보여준 현대과학으로 만들어진 최첨단의 로봇이라는 설정과 반대로 라이딘은 고대 무제국이 만든 신비한 로봇이라는 설정과, 로켓 펀치나 레이저 광선과 같은 현대적 무기가 아닌, 화살과 부메랑, 그리고 갓버드 형태의 몸통 박치기와 같은 고전적인 무기를 통해 신선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간결한 변신 형태는 완구제작시에도 쉽게 구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스폰서들이 만족스러워 하였고, 이집트의 파라오를 연상시키는 얼굴 디자인과 같은 디자인 역시 아이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게 된다. (개인적으로 70년대 슈퍼로봇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디자인 되신다.)

또한, 그동안의 악역들이 주인공과 대비되기 위해 추하고 사악한 모습으로 그려졌던 것에 비해 가면을 쓴 미남자가 적의 편으로 등장하는 설정은 당시 로봇만화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모습이기도 했다. 아시다시피 이 가면 쓴 미남자 프린스 샤킨은 후일 기동전사 건담의 붉은 혜성 '샤아 아즈나블'의 모티브가 되는데, 덕분에 로봇 만화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많은 여학생들 팬을 거느린 작품이기도 하다. 이러한 모습 역시 후일 기동전사 건담에서 나타나는 데자뷰이다.

참신한 설정 등으로 좋은 스타트를 끊었던 라이딘이지만, 속칭 오컬트라 불리던 라이딘의 설정(무제국이나 초능력의 등장과 같은)들이 제작을 담당했던 NET TV측에서 아이들의 교육에 이롭지 못하다는 이유로 제재를 받으며 흔들리기 시작한다.([4] 참조) 이러한 외부에서의 압력은 당시 경험 부족이었던 토미노 감독이나 제작사인 소에이샤 측을 갈팡질팡하게 하는 원인을 제공하며, 시리즈의 분위기가 느닷없이 바뀌는 등 스토리 전개 상의 불협화음을 야기한다.

결국, 토미노 감독은 26화를 끝으로 물러나게 되고, 그 자리에는 '거인의 별' 등의 열혈 스포츠 애니메이션을 연출했던 베테랑 나가하마 타다오 감독이 교체 투입된다. 나가하마 감독의 대체 후 시리즈는 안정적으로 다시 순항하게 되는데, 감독에서 강판되어 연출가로 내려앉은 토미노 감독은 이런 나가하마 감독의 역량에 큰 감동을 받으며 그의 밑에서 로봇 아니메를 연출하기 위한 여러 노하우를 전수받게 된다.

도에이 동화가 주름잡던 70년대 로봇물에서 라이딘의 선전은 여러가지 면에서 큰 의의를 갖게 된다. 먼저, 나가하마 타다오라는 명감독이 70년대 후반의 로봇물을 주도하게 되는 도화선이 되었다는 점, 두번째로 토미노 요시유키라는 미완의 대기로 하여금 로봇 아니메의 귀중한 경험을 쌓게 하였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개 영세 제작사였던 소에이샤가 이 작품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로봇 아니메에 뛰어들어 마침내 도에이 동화를 뛰어넘는 거대한 제작사로 성장하게 되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것이 그것이다. 소에이샤는 후일 로봇 아니메의 메카가 되는 제작사 선라이즈로 사명을 바꾸게 된다.

라이딘의 디자인 컨셉은 후일 선라이즈에서 분사한 제작사 BONES의 로봇물 라제폰의 디자인에도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심지어 이름이나 사용하는 무기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다.)

ⓒ 東北新社



 초자 라이딘 (1996)


ⓒ SUNRISE, 東北新社

<정보>

◈ 감독: 카와세 토시후미
◈ 원안: 야다테 하지메
◈ 캐릭터 디자인: 타카야 히로토시
◈ 메카닉 디자인: 아오키 켄타, 야마네 마사히로
◈ 메카닉 컨셉: 오카와라 쿠니오
◈ 제작: 선라이즈, TV 도쿄
◈ 저작권: ⓒ SUNRISE, 東北新社
◈ 일자: 1996.10.02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TVA (38화) / 전연령가 (G)


<소개>

75년작 용자 라이딘을 모티브로 삼고 있지만, 이야기의 연결점도 없으며 더욱이 방향성 자체가 전혀 다른 노선의 작품이다. 그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성팬 층을 노린 다수의 미형 남자주인공들이 등장하는 로봇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예상과는 달리 좋은 반응을 얻어 2쿨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3쿨로 연장 방영되었다. 탑승시 남자 주인공들이 나체로 변한다는 점이 당시 여학팬들에게 크게 어필한 것일까. 만화영화 주인공도 일단 몸 좋고 볼일이다.



 REIDEEN (2007)


ⓒ Production I.G, 東北新社

<정보>

◈ 감독/스토리보드: 혼고 미츠루
◈ 시리즈 구성: 혼고 미츠로, 요코타니 마사히로
◈ 각본: 요코타니 마사히로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사토 타쿠야
◈ 메카닉 디자인: 아라마키 신지, 타케우치 아츠시
◈ 음악: 이케 요시히로
◈ 제작: 프로덕션 I.G, TFC, Bee Train, WOWOW
◈ 저작권: ⓒ Production I.G, 東北新社
◈ 일자: 2007.01.26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TVA (26화) / 전연령가 (G)


<소개>

2000년대 라이딘의 후속 프로젝트는 특이하게도 선라이즈가 아닌 프로덕션 I.G에서 추진되었다. 3D 애니메이션 쪽에 조예가 있던 프로덕션 I.G는 역시 여신후보생이나 IGPX와 같이 3D 로봇 아니메를 감독했던 혼고 미츠루를 감독으로 기용하고, 기갑창세기 모스피다, 메가존 23, 버블검 크라이시스와 같은 80년대 명작 SF 아니메의 메카닉 디자인을 맡았으며, 애플시드 3D 극장 아니메의 감독을 맡으며 3D 기술에도 조예가 깊은 아라마키 신지를 메카닉 디자인으로 영입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라이딘의 디자인이나 3D 액션은 수준급이었다. TV 시리즈의 특성상 뱅크샷이 자주 사용된 단점이 있지만, 다채로운 라이딘의 병기 시스템이나 독특한 외계인의 메카들, 특히 라스트 엔딩의 우주 액션씬은 상당히 높은 퀄리티로 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에 비해서 드라마적인 구성은 상당히 허술한 측면이 있어서 몰입감을 방해하고 있으며, 캐릭터의 설정도 그다지 성공적이지는 못한 듯 싶다. 주인공 준키가 나신으로 라이딘에 탑승하는 설정은 '초자 라이딘'과 비슷하지만, 아쉽게도 준키는 몸짱이 아니다. (응?)

ⓒ Production I.G, 東北新社

ⓒ Production I.G, 東北新社



<참고 사이트>

[1] Yuusha Raideen (TV), Anime News Network
[2] Chouja Reideen (TV), Anime News Network
[3] Reidden (TV), Anime News Network
[4] 勇者ライディーン, Wikipedia Japan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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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트는 '엘렌 실:라 루:멘 오멘티엘보 at NAVER'에 실었던 '애니메이션 인물열전: 아니메의 영원한 페르소나 샤아 아즈나블'을 티스토리로 옮긴 글입니다.

<프로필>


◈ 본명: 캬스발 램 다이쿤 (U.C 0059년 ~ U.C 0093년)

어린 시절 마스가에 입양되었을 당시에는 '에두아르드 마스(Edouard Mass)'라는 이름으로 불리웠으며, 이후 마스가를 나와 0074년 지온의 사관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샤아 아즈나블'이라는 이름을 사용. 1년 전쟁 종결 후, 종적이 묘연(액시즈에 몸을 담고 있었다고 함)하다가 다시 지구권으로 돌아와 에우고의 핵심 일원으로 참여하며 '쿠와트로 버지나'로 이름을 바꿈.

가족관계: 1남 1녀 중 장남.
지온공국의 창시자 지온 줌 다이쿤의 장남으로 태어났으나, 데긴 소도 자비에 의해 아버지가 암살되고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하여 목숨을 부지한다. 여동생인 아르테시아 줌 다이쿤(세일러 마스)(그가 살아 있는 동안) 남아 있는 유일한 혈육.

별명: 붉은 혜성 
붉은 색의 쟈크를 탄 체 고속 강습 공격으로 연방군의 전함을 차례로 격침하는 모습에서 붙여진 별명. 흔히들 샤아가 조종하는 기체는 통상의 3배 속도로 움직인다고 하여 아군에게는 경외의 대상이자 적군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퍼스트 건담에서 샤아가 최초로 등장할 때, 통상의 세 배 속도라고 연방군 오퍼레이터가 친절히 설명.)

사망경위
시신을 목격한 사람도 없고, '기동전사 건담:역습의 샤아'에서조차 그 마지막을 확실하게 묘사하지 않아 불분명하지만, 지구로 낙하하던 액시즈와 함께 그의 평생의 라이벌 아무로 레이와 함께 전사한 것으로 추정, 방년 34세. (혹시나 살아 있지 않을까 하는 팬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원작자인 토미노 감독은 한 대담에서 샤아가 확실하게 죽었다고 단정. 개인적으로는 Z 건담에서 행방불명된 체로 끝나는 것이 제일 낳은 결말이라고 생각 중.)


붉은 혜성의 탄생 전


그의 탄생전, 즉 70년대 초중반의 로봇물에서 악역이란 동전의 앞 뒷면처럼 주인공과 정반대인,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였습니다. 로봇물의 붐을 일으킨 '마징가 Z'의 아수라 백작은 남녀의 모습을 반반 가진 추악한 얼굴과 함께 '마징가 Z 타도'라는 목적에 사로잡힌 광기어린 모습을 보여주며, 마징가 Z의 조종사 카부토 코우지(쇠돌이)의 열혈과는 어떤 의미에서는 동질의 뜨거움으로 가득차 있으면서도 동시에 그와는 정반대의 음흉하고 부정적인 기운을 화면에 온통 뿜어냈습니다. 바꿔 말하면, 아수라 백작의 광기스러움이 극에 달하고 그 음모와 광폭함이 강렬해지면 강렬해질수록 주인공 카부토 코지의 열혈스러운 정의감은 상대적으로 더욱 빛을 발하는 형상이었던 것입니다. (마지막 보스인 헬박사보다는 매회 카부토와 대치하는 아수라 백작이 실질적인 대립각이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 싶군요.)

이렇게 강렬한 악역은 시리즈가 바뀌고 새로운 로봇이 등장하더라도 또다른 형태의 악랄함으로 재무장하고 시청자(어린이들) 앞으로 다가옴으로써 주인공이라는 빛을 더더욱 밝혀주는 어둠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게 됩니다. 그리고, 주인공을 향한 어린이들의 감정이입을 극대화시킴으로써 어린이들은 자신과 주인공을 동일시하며 로봇 아니메의 세계로 흠뻑 빠져 버렸던 것입니다. 어린이들의 만화영화 주인공과의 강렬한 자기 동일시에는 주인공을 돋보이기 위해 온갖 형태의 일그러진 모습을 보였던 그림자 같은 악역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수라 백작(마징가 Z), 암흑대장군(그레이트 마징가), 베가대왕(그렌다이저), 다리우스 대제(대공마룡 가이킹).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그러나, 반복되는 로봇 아니메에서 끊임없이 등장하는 비열하고 사악하며 광기에 찬 악당들의 모습은 세월이 흘러가며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 시작은 바로 이제까지 로봇물을 이끌어 오던 토에이 동화가 아닌, 소에이샤라 불리는 작은 제작사(후일 선라이즈로 사명 개명)로부터였습니다. 데즈카 오사무의 제자로서 '철완 아톰(1967)' 등을 통해 이미 연출가로서의 역량을 인정받고 '바다의 트리톤(1972)'을 통해 TV 시리즈 감독으로서 성공적인 데뷔를 했던, 젊은 애니메이터 토미노 요시유키가 감독을 맡은 '용자 라이딘(1975)'은 기존의 도에이 동화 로봇물의 아성에 도전하기 위한 몇 가지 시도를 하게 되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이전의 악역과는 다른 모습의 악역의 등장이었습니다.

토미노 감독은 악역들이 주인공과 부정적인 측면에서의 대립각을 이루었던 기존의 형세와는 달리, 주인공과 동일선상에서 경쟁을 하게 되는 라이벌 형태로의 구도로 악역 캐릭터를 설정하게 됩니다. 이것은 당시 모험적인 시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주인공을 빛나게 하기 위한 역할 이상의 무엇인가를 부여받지 못했던 악역 캐릭터들에게도 자신만의 얘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은 자칫하면 시청자들이 주인공에 대한 감정이입을 방해할 수 있는 양날의 검이기도 했으니까요. 토미노 감독의 이런 도전적인 설정을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디자인한 캐릭터가 바로 '프린스 샤킨'이었습니다.

이집트의 왕자를 연상시키는 듯한 복장과 가면을 쓴 샤프하고 늘씬한 미남자(?) 샤킨은 기존의 흉폭하고 흉물스러웠던 로봇물의 악역 캐릭터들과는 그 모습에서 확실히 차이를 달리했고, 이전까지의 단순 이분법적인 선악 캐릭터의 구분을 외모에서부터 서서히 모호한 형태로 바꾸어가기 시작합니다. 비록 최초의 시도였기에 샤킨은 외모 이상의 캐릭터적인 측면에서의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여느 악역과 다를 바 없는 성격으로 묘사되었습니다만, 분명 이것은 기존의 로봇물과는 다른 변화의 조짐을 보여주는 전조였던 것입니다.

지만, 이러한 토미노 감독의 시도는 시청률에 민감한 TV 시리즈의 한계에 부딪혀 더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라이딘의 오컬트적인 배경과 묘사는 첨단 과학의 집대성으로 묘사되었던 당시의 슈퍼로봇들과는 색다른 이질감을 주었고, 그것은 제작사 측면에서는 참신함이라기보다는 시청률에 대한 우려감을 심어주었던 듯 싶습니다. 결국 라이딘은 제작을 맡았던 토호쿠 신사가 시청률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하면서 삐꺽거리기 시작했고, 26화를 기점으로 감독의 경질이라는 결과를 가져옵니다.([3] 참조) 그리고 나가하마 타다오 감독 체제(토미노 감독은 감독보조 격하)로 바뀐 이후의 라이딘에서 결국 프린스 샤킨은 거대화된 체 라이딘과 싸우다 장렬한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프린스 샤킨(라이딘), 대장군 가루다(컴배틀러V), 프린스 하이넬(볼테스V), 리히텔 제독(투장 다이모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허나 이러한 사정 속에서도 시청률에서 기대 이상의 선전을 보였던 라이딘을 통해 변화의 물결은 조금씩 큰 파도로 변모하기 시작합니다. 프린스 샤킨의 조기 강판을 결정했던 나가하마 감독은 오히려 차기작 '초전자로보 컴배틀러 V(1976)'에서 미남 캐릭터인 대장군 가루다를 적 캐릭터로 등장시킴으로써, 토미노 감독이 시도했던 악역 캐릭터의 변화를 계승했던 것입니다. 더구나 샤킨이 외모에서만 변화를 보였던 것과는 달리 가루다는 자신의 신념과 임무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제서야 악역 캐릭터는 조금씩 자신만의 이야기를 시청자들에게 들려주기 시작합니다. 주인공 외에 다양한 캐릭터들의 이야기, 즉 다양한 캐릭터 성이 서서히 작품에서 커다란 부분을 형성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나가하마 감독은 컴배틀러 V의 대성공 이후 '초전자머신 볼테스 V (1977)'의 프린스 하이넬, '투장 다이모스 (1978)'의 리히텔 제독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미남 악역 캐릭터들을 화면에 속속 등장시키면서 이후 로봇물에 있어서 새로운 인물구도를 제시하게 됩니다.

그리고 1979년,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과 야스히코 요시카즈 작화감독은 이전까지 등장했던 로봇물의 미남 악역 캐릭터를 집대성하면서 동시에 앞으로 등장할 모든 미남 악역 캐릭터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게 되는 한 사내를 탄생시키게 되는 것입니다.



붉은 혜성의 탄생, 그리고 생애


그가 탄생부터 큰 주목을 받았던 것은 아닙니다. 그의 조상뻘이라고도 볼 수 있는 프린스 샤킨의 첫 글자 '샤아'라는 음절과 샹송가수 샤를르 아즈나브르(Charles Aznavour)에서 이름을 따온 샤아 아즈나블은 자신만큼이나 당시의 작품과는 궤도를 달리했던 로봇물 '기동전사 건담(1979)(이하 퍼스트 건담)'의 TV 시리즈 시청률 부진으로 오히려 작중에서 가르마 쟈비를 죽음에 빠뜨린 후에는 잠시 등장하지 못하는 치욕을 겪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 당시 시청률 부진에 대한 대책으로 그의 조기 퇴장이 제작진 사이에서 제기되기도 했었다는군요. 결국 샤아의 조기 퇴장이라는 위기사태는 샤아의 계속적인 출연을 바랬던 소녀팬들 팬레터를 기점으로 극적인 반전을 이루게 됩니다. [1] 참조) 결국 시청자들의 외면 속에 52화 예정이 43화로 조기종영되면서까지 쓸쓸하게 퇴장했던 건담과 샤아. 이렇듯 그의 등장이 처음부터 모든 이들에게 환영을 받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 쓸쓸한 종결에서부터 신화는 다시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재방송에 대한 요청과 건담 프라모델의 판매 호조 등 어린이가 아닌 만화영화 마니아들의 폭발적인 지지에 힘입어 극장판 3부작으로 방영된 '기동전사 건담 극장판(1981~82)'은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오며, 드디어 일본 만화영화史에 리얼 로봇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탄생을 예고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엄청난 후폭풍과 함께 통상의 3배의 속도로 팬들을 사로 잡아버린 이가 바로 '붉은 혜성' 샤아 아즈나블이었습니다.


주인공을 성장시키기 위한 존재로서의 샤아였지만, 라라아와 아무로와의 만남을 통해 뉴타입의 가능성을 인식하면서 그 역시 성장하게 된다. ⓒ SUNRISE/SOTSU AGENCY

'용자 라이딘'의 샤킨과 흡사한 가면을 쓴 이 신비한 미남자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신분을 숨긴 체 지온공국의 주목받는 청년장교로 성장하면서 주인공인 아무로 레이 일행과는 다른 드라마를 그려갑니다. 그의 복수극은 사이드 7에서 연방군이 비밀리에 제작하던 모빌슈트의 정찰 임무를 통해 새로운 기점을 맡게 되는데, 한 지온군 병사의 호승심과 그로 인한 사이드 7의 인명 피해, 이런 참상을 좌시하지 않던 한 어린 소년이 충동적으로 탑승한 연방군의 비밀 병기 건담의 기동으로 인해 비로소 주인공 아무로 레이의 얘기와 그의 얘기는 오버랩 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퍼스트 건담에서의 샤아의 모습은 이전까지의 악역과는 다른 독특한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악역이 아닌 라이벌로서, 즉 또다른 인격체로서 작품에 등장한 본격적인 캐릭터의 모습이었다는 점입니다. 로봇의 성능보다는 탑승하는 파일럿의 역량을 중시하게 된 퍼스트 건담의 로봇조종 방식은 샤아라는 인물의 압도적인 모빌슈트 조종술과 아무로의 아직은 초보적인 그것을 오버랩 시킴으로써, 샤아를 아무로에게 있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눈 앞의 적으로 묘사합니다. 주인공과 대립을 이루던 이전의 악역들이 총사령관 내지는 총지휘관이라는 직책으로 인해 주인공과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인 대립을 이루었다면 샤아는 처음부터 주인공 일행과 맞닥뜨리고 갈등을 부여하는 '실질적인 라이벌 관계'를 보여주기 시작한 것입니다.

또한, 신념 때문에 갈등(컴배틀러 V의 가루다)하고, 출생으로 인해 갈등(볼테스 V의 하이넬)하고, 자신의 여동생과 적과의 사랑으로 인해 갈등(다이모스의 리히텔)하던 나가하마 감독의 낭만로봇 3부작의 악역 캐릭터들의 모습에서 더 나아가, 샤아는 무섭게 성장하는 주인공 아무로와의 파일럿으로서의 경쟁심, 자신이 사랑했던 라라아가 뉴타입으로서 아무로와 교감하는 것에 대한 질투심, 연방군으로서 자신과 맞서 싸우는 여동생 세일러에 대한 연민, 자신의 원 목표였던 자비가에의 복수 등 좀 더 다양한 갈등 속에 노출됨으로써 주인공 이상의 복잡한 갈등 구조와 드라마를 갖고 작품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그야말로 '반대편의 주인공'이었던 셈입니다.

이렇게 퍼스트 건담으로 일본 만화영화사에서 새로운 조명을 받기 시작한 샤아 아즈나블은 리얼로봇의 전성기이자 아니메 전성기였던 80년대에 이르러 최고의 카리스마로서 만화영화 팬들에게 각인되기 시작합니다. 리얼로봇의 본격적인 러쉬가 시작되는 80년대 초중반, '성전사 던바인(1983)'의 번 버닝스, '중전기 엘가임(1984)'의 갸브레 드 갸브레이, '기갑계 가리안(1984)'의 하이샬랏트 등 다양한 악역, 아니 라이벌 캐릭터들이 주인공과 갈등구조를 끌어나가는, 그야말로 샤아 아즈나블의 계승전쟁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만약, 샤아가 극장판 건담 3부작을 끝으로 (자비가의 복수를 마친 그가 극중에서 조용히 사라졌던 것처럼) 일본 만화영화에서 종적을 감추었다면 그의 카리스마는 더이상 지속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만, 주변은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습니다. 팬들의 속편에 대한 기대는 갈수록 커져만 갔고, 특히나 건담 프라모델을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있던 반다이에게 있어서 새로운 건담 시리즈의 제작과 그에 따른 수많은 프라모델의 출시는 결코 놓칠 수 없는 금맥이었던 것입니다. 결국 전작과는 달리 상업적인 기획 의도(물론, 전작 역시 상업적인 기획의도 반영된 것은 사실이나 애초에 시작 자체는 점보트3와 다이탄3을 히트시킨 토미노 감독과 스탭들이 이번에는 자기가 만들고 싶은 작품을 만들게 해달라는 요구에 의해 시작된 작품이었음)와 주위의 기대를 잔뜩 짊어진 체 샤아는 다시금 우리의 곁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리얼로봇물, 아니 일본 로봇 만화영화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또 하나의 전설 '기동전사 Z 건담(1985)(이하 제타 건담)'으로 말입니다.

훨씬 더 세련된 모습으로 돌아온 제타 건다의 샤아. 당시 천재 애니메이터였던 우메즈 야스오미가 그린 오프닝의 샤아(좌측 상단)는 본편을 몇 단계나 상회하는 최강의 퀄리티를 보여주었었다. ⓒ SUNRISE/SOTSU AGENCY

전편에 이어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디자인하고 기타즈메 히로유키 등이 그려낸 제타 건담의 샤아는 퍼스트 건담의 그와는 몇 가지 차이를 보였는데, 먼저 더이상 주인공과의 경쟁구도를 취하는 라이벌 캐릭터가 아닌, 주인공의 성장을 지켜보고 이끌어주는 '조력자와 관찰자의 역할'로 돌아섰다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이 캐릭터의 역할 조정이 어떤 의미에서는 이 제타 건담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과 선라이즈/반다이의 사업적인 기획의도에 의해 등 떠밀리듯이 제타 건담을 제작한([2], [4] 참조) 토미노 감독이, 이전 시리즈의 잔재였던 샤아를 과감히 주인공 까미유와의 라이벌 구도에서 배제함으로써 이 작품을 이전의 건담과는 다른 모습으로 끌고 나가려 했던 의지의 발로가 아니었을까 하는 점입니다. 그리고 샤아의 자리에는 제리드라는, 샤아와 전혀 다른 스타일의 캐릭터를 등장시켜 '퍼스트 건담'의 과거, 즉 샤아와 아무로의 대결 구도에 집착하는 열성 팬들의 바람과는 다른 전개를 보여주려 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아의 영향력이 얼마나 컸는지를 알 수 있는 사실은, 전 주인공이었던 아무로를 '까미유의 조력자 역할로 설정해도 별 문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로는 한참 후에야 연방군에 의해 무기력하게 연금되어 있는 모습으로 표현했고, 샤아 아즈나블은 1화부터, 그것도 주인공보다 먼저 화면에 등장시킴으로써 건담에 있어서 그 어떤 캐릭터보다도 샤아의 영향력이 강력했음을 토미노 감독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었던 것입니다. (감독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결과론적으로는 말입니다.)

2005년 새롭게 그려진 극장판 '별을 계승하는 자'의 라스트 씬이었던 샤아와 아무로의 재회. 만화영화사에 길이 남을 전설의 두 사내의 만남은 올드팬들에게 있어서는 벅찬 감동 그 자체였다. ⓒ SUNRISE/SOTSU AGENCY

게다가 원래 아무로와 샤아의 대결 구도와 같은 전개를 보여주었어야 할 까미유와 제리드의 그것은 갈수록 관심을 잃어만 가더니, 급기야 까미유가 지구로 향한 중반부에 이르러서는 제리드는 한동안 이야기에서 배제됨으로써, 마치 퍼스트 건담 방영 초기 가르마의 사후 한 동안 모습을 감추었던 샤아와 비슷한 처지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제리드는 결코 샤아처럼 제자리를 찾을 수가 없었고, 오히려 지구에서 다시 만난 샤아와 아무로의 재회 장면은 제타 건담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로 감동을 선사한 씬이 되며, 팬들에게 제타 건담의 진정한 주인공은 역시 까미유가 아닌 아무로와 샤아가 되어야 한다는 이미지만 강렬하게 전하게 됩니다. (여담이지만, 결국 제리드는 까미유와의 라이벌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고 '복수에 불타는 엑스트라 1'으로 전락되어 버린 체, 그 자리를 팹티머스 시로코라는 강렬한 카리스마의 캐릭터가 대치하게 됩니다.)

그러나, 주인공 까미유를 밀쳐 버리고 실질적인 'Z 건담'의 주인공으로서 팬들에게 인정 받으면서도 조력자 이상의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던 역할 상의 한계로 인해, 샤아는 극중 내내 어중간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시로코와 하만 칸에게 실력으로 밀리면서 올드 타입(정확히 말하면 올드타입이라기보다는 뉴타입으로서의 각성이 아직은 덜 된 초보 뉴타입 정도랄까요)으로서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점이나, 지도자와 야전 지휘관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체 어정쩡한 위치에 머물렀던 그의 역량(이것이 감독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게다가 최종화에서 하만 칸의 큐베레이에게 맥없이 무너지는 그의 백식을 보며 열성 팬들은 분통을 터뜨렸고, 이어지는 충격의 결말은 한동안 많은 팬들을 패닉 상태로 몰고 갈 정도였으니까요. 굳이 비교하자면, 에반게리온 TV 시리즈의 결말과 같은 허무감이라고나 할까요. 에바의 마지막을 통해 안노 감독이 '오타쿠들이여, 현실로 돌아오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던 것처럼 토미노 감독 역시 카미유의 정신붕괴와 샤아의 실종을 통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떠밀리듯이 만들어야 했던 제타 건담의 마지막에서 자신의 처참한 심경을 말하고자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제 샤아는 더이상 토미노/야스히코 만의 샤아가 아니었던 것이고, Z 건담을 통해 모든 것을 종결지으려 했던 토미노 감독 역시 다시금 반다이에 떠밀려 '기동전사 ZZ 건담(1986)'을 제작해야 하는 현실에 몰려야 했던 것입니다. 
 


붉은 혜성의 사후


'기동전사 ZZ 건담'의 실패, 그리고 반다이의 계속적인 건담 시리즈의 제작요구, 더이상 후속작을 거부해도 피할 수 없는 챗바퀴 속에 있음을 알게 된 토미노 감독은, 결국 모든 팬들의 염원일지도 모르는 숙명의 대결을 통해 완벽한 건담의 종결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아무로와 샤아의 재대결을 그린 '기동전사 건담 - 역습의 샤아(1988)'였던 것입니다.

이것은 그동안 토미노 감독이 팬들의 강렬한 염원 속에서도 크리에이터로서의 자존심을 걸고 끝끝내 샤아를 부정하면서 새로운 건담, 아니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자 했던 기존의 노선에서 물러나, 오히려 전면적으로 샤아와 아무로의 재대결이라는 팬들의 바람을 수용하면서, 동시에 이제 더이상의 건담은 없기를 바라는 일종의 배수의 진을 치고 만든 작품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이제는 성숙한 지도자의 모습으로 돌아온 영원한 에이스 아무로와 함께, '퍼스트 건담'의 철가면과, 'Z 건담'의 선글라스를 모두 벗어 버리고 온전한 맨얼굴로 팬들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네오지온의 총수 샤아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샤아의 마지막 모습은 기타즈메 히로유키가 새롭게 그려낸 세련되어진 그 외모만큼이나 세련되지는 못했다. ⓒ SUNRISE/SOTSU AGENCY

그러나, 토미노 감독은 결코 팬들의 구미에 맞는 전개를 선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아무로는 무난했었으나) 어느 한 여성에게도 마음을 주지 못한 체 나나이와 퀘스, 그리고 죽은 라라아 사이에서 갈등했던 우유부단함, 30대의 나이에 10대의 퀘스의 마음을 농락했던(그것이 의도한 바가 아니었을지라도) 무책임함, 결국 아무로와의 제대로 된 승부도 내지 못한 체 허망하게 탈출포트 째로 아무로의 뉴건담에게 사로잡히는 무력함 등은,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던 이전의 샤아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네오 지온의 총수라는, 이제까지의 그의 직책 중 가장 높은 자리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자신이 지구로의 추락을 명했던 인공구조물 액시즈의 벽면에 쳐박힌 체, 액시즈를 막으려는 아무로와 많은 이들의 필사의 노력을 바라보면서, 샤아는 결국 만화영화 사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맙니다. 토미노 감독과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창조한 페르소나와 같은 인물, 수많은 열성 팬들을 양산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동시에 지속적인 수익을 바랬던 반다이의 끊임없는 염원에 의해 창조자였던 그들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세기의 캐릭터 샤아는 결국, 팬들의 기대와 토미노 감독의 방황과 갈등 사이에서 그 역시 방황을 거듭하며 영욕의 10년(1979년 퍼스트 건담부터 1988년 역습의 샤아까지)을 끝맺게 됩니다.

아나벨 가토(건담 0083), 젝스 마키스(건담 윙), 라우 르 크루제(시드), 네오 노아로크(시드 데스티니). 좌측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 SUNRISE/SOTSU AGENCY

샤아의 죽음과 함께 리얼로봇물은 새로운 신시대를 향했을까요? 더이상 팬들, 아니 반다이는 건담을 필요로 하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건담이 낳은 최고의 영웅, 일본 만화영화사에 길이 남을 한 사내의 죽음조차도 건담의 분열과 재생산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이후는 우리도 익히 알고 있듯이 수많은 건담들이 그의 주검 위에서 다시금 새로운 샤아의 탄생을 바라며, 한없이 종영과 방영을 거듭하기 시작합니다. 반다이가 포기하지 않는 한 건담은 앞으로도 계속될지도 모릅겠군요. 그리고 그런 계속된 건담 시리즈의 속에서 여전히 샤아를 꿈꾸는 사내들의 등장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혹자는 샤아의 모습을 그대로 흉내내어 철가면을 쓰고 등장하기도 했고, 혹자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선보이며 다른 길을 걸어가기도 했지만, 그들은 모두 샤아의 후예, 그리고 복제들인 것입니다. (실제 토미노 요시유키의 소설 '가이아 기어'에는 그의 기억을 가지고 태어난 복제인간 아프란시아 샤아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1] 참조)

샤아는 건담 시리즈 뿐만 아니라 많은 로봇물, 아니 일본 만화영화에서 하나의 정형화된 캐릭터 구도를 제시했습니다. '퍼스트 건담'에서 보여주었던, 주인공의 그림자가 아닌 주인공과 경쟁하는 라이벌로서 또 하나의 주인공, 그리고 'Z 건담'에서 보여주었던, 주인공을 이끌어 주는 조력자이자 선배로서의 완성된 인격체. 그리고, 그런 위치와 실력에 필적하는 완벽한 미남자라는 정형화된 외모까지도 말입니다. 비록, 철가면을, 선글라스를, 붉은 옷을 입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현재 일본 만화영화의 수많은 캐릭터들은 샤아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덕분에 근래에 들어 그런 캐릭터 만큼 식상한 캐릭터는 없을 정도이지만 말입니다.)

온다 나오유키가 다시 그린 2005년의 샤아와 그의 애기 백식.

비록 로봇장르가 몰락하고 건담이 지루한 재생산을 반복하더라도, 그와 같은 캐릭터가 이젠 너무도 많아서 전혀 새로울 것이 없더라도, 통상의 3배의 속도로 팬들에게 다가왔던 그 별명 그대로 그가 붉은 혜성처럼 강렬한 잔상을 우리에게 남겨놓았던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겁니다.


그리고...

2005년 샤
아는 토미노 감독이 새롭게 재해석한 '기동전사 Z 건담 극장판 3부작(2005~2006)'을 통해 다시금 예전보다 더 세련된 모습으로 우리곁을 찾아 왔습니다. 온다 나오유키(마계도시, 간츠, 에르고 프록시, 블라스레이터의 캐릭터 디자이너)가 새롭게 그려낸 21세기의 샤아(물론, 무라세 슈코 등이 작화에 참여하면서 많은 캐릭터들이 동글동글한 동안으로 변해버려 기존 팬들이 위화감을 느끼기는 했지만)는 야스히코가 디자인하고 키타즈메가 그려냈던 20세기의 샤아만큼이나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누적 관객 800만명이라는 히트를 기록할 정도로 건재함을 과시한 것입니다.



<참고 포스트>

[1] 샤아 아즈나블(캬스발 렘 다이쿤) by 니힐리스트, ARE YOU READY FOR GUNDAM
[2] 기동전사 Z 건담 by 니힐리스트, ARE YOU READY FOR GUNDAM
[3] 슈퍼로봇 이야기 1 <용자 라이딘> by Kewell, Kewell's Factory about Something
[4] 거대로봇 연구서설 - Z 건담편 1 by 백금기사, 백금기사의 舊 연구소
[5] 거대로봇 연구서설 - 역습의 샤아편 by 백금기사, 백금기사의 舊 연구소
[6] 베스트 아니메 (스틸샷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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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사 건담의 30주년을 맞이하여, 대대적인 건담 관련 이벤트가 열리고 있는 일본에서 또다른 빅 뉴스가 있습니다.

 

토미노 요시유키 옹의 신작 건담?


일단 건담 BIG EXPO에서 이벤트 형태의 단편으로 상영된 이 작품은 현재 "Ring of Gundam"이라고 불리우고 있습니다. 현재 방영 형태나 방영시기 등에 대해서 정확히 정해진 바는 없는 듯 하구요. 제작 스튜디오 역시 선라이즈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로봇' 아니메 스튜디오(카토 쿠니오 감독의 단편작 La Maison en Petits Cubes나, TV 시리즈 나나미 짱 등을 제작한 스튜디오)가 제작을 맡아 3D 애니메이션과 셀 애니메이션이 혼합된 형태로 제작될 듯 합니다. 메카닉 디자인은 역시나 원년 멤버인 오카와라 쿠니오가, 그리고 음악은 칸노 요코가 맡아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의 새로운 건담 시리즈에 큰 힘을 실어줄 듯 합니다.

 

일단 배경은 우주세기로부터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의 이야기가 될 듯 하구요. 달 궤도에 지름 600Km에 육박하는 거대한 링 모양의 인공 구조물이 떠있는 지구권이 그 배경인 듯 합니다. 주인공인 에이지가 'Beauty Memory'라는 것을 지구의 어느 산 속에서 발견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인데, 이 'Beauty Memory'라는 것이 건담 시리즈의 첫 주인공이었더 아무로 레이와 관련이 있는 물건이라고 하는군요.

 

이번 30주년 기념의 실사모형 건담 앞에서 환한 웃음을 지으며, 그동안 가지고 있던 건담에 대한 트라우마를 어느 정도 벗어버린 듯한 토미노 옹이 만든 신작이니만큼 어떤 형태로 전개가 될지 궁금합니다. 또한, 턴에이 건담에서 보여준 탈 건담적인 모습이나 제타 건담 극장판에서 보여준 좀 더 희망적인 메시지들로 보아 이번 건담 시리즈 역시 확실히 그가 전성기를 누리던 70~80년대와는 분명 다른 모습을 띌 것 같군요.

 

이제 초로의 노인이 된 '몰살의 토미노'가 '희망의 토미노'가 되어 보여주는 건담의 세계가 자못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의 세대에게 공감을 얻기는 아무래도 어려워 보이지만 말입니다.)

 

마이니치 신문의 기사: ガンダム,30周年作品の映像公開 富野由悠季原作・総監督で制作

Animation News Network의 기사: Part of Yoshiyuki Tomino's 'Ring of Gundam' Previewed (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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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엘렌 실:라 루:멘 오멘티엘보 at NAVER'에 작성한 '판타지 서사시: 단바인에서 에스카플로네까지 (上)'를 본 블로그로 옮기면서 편집과 구성을 수정한 포스트입니다.


리얼로봇 장르의 평행우주, 그 탄생과 쇠퇴

96년 TV 시리즈로 방영된 ‘천공의 에스카플로네(1996, 이하 에스카플로네)’는 비록 ‘신세기 에반게리온(1995)’에 가려 기대만큼 화려한 조명을 받지 못했지만, 지금도 판타지와 로봇장르를 멋지게 융합시킨 뛰어난 수작이라고 평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판타지 장르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지라 이 에스카플로네를 무척이나 아끼고 있습니다만, (게다가 단순 판타지 장르로만 좋아하기에는 에스카플로네에는 너무도 멋진 요소들이 많이 산재해 있었죠.) 그 덕분에 기억 한 켠에 먼지에 쌓인 체 잠들어가던 고대의 철거인들이 봉인을 풀고, 하나 둘씩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할까요.

그래서 이번 포스트는 특정 작품에 대한 리뷰라기 보다는 ‘성전사 단바인’을 시작으로 하여 ‘천공의 에스카플로네’까지 이어지는, 리얼로봇 장르의 패러랠 월드(Parallel World: 평행우주)라 할 수 있는 ‘판타지 로봇 장르’를 아우르는 대서사시를 한 번 펼쳐보고자 합니다.


1. 리얼로봇의 성공, 토미노 요시유키의 새로운 시도

거장 요코야마 미츠테루 원작의 ‘철인28호(1963)’에서 시작된 거대로봇의 개념은 나가이 고가 창조한 ‘마징가 Z(1972)’를 기점으로 ‘슈퍼로봇 장르’라는 새로운 스타일을 아니메 史에 안착시키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70년대 슈퍼로봇 장르는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이 창조해낸 ‘기동전사 건담(1979, 이하 건담)’에 의해 80년대에 이르러서는 ‘리얼로봇 장르’라는 새로운 스타일에 바통을 넘겨주게 되죠. (물론, 8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슈퍼로봇 장르는 용자 시리즈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변모합니다만, 이는 본 글에서 다룰 내용의 경계선을 넘어가기에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어린이들의 전유물일 것만 같던 로봇은 건담을 통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현실적인 시점으로 전쟁을 바라보았고, 적과 감정의 교류 없는 비주얼적인 전투장면에 치중한 것이 아닌 生과 死를 통한 이념과 감정의 갈등과 대립을 보여 주었으며, 현실성 없던 로봇에 대한 치밀하고 밀리터리적인 설정을 가해 비현실적인 이야기에 리얼리티를 적극 부여하여, 엔터테인먼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기 시작한 것입니다. (헉헉...)

그로부터 시작되는 80년대는 리얼로봇장르의 전성기였음은 의심할 나위 없는 사실임은 이미 알려진 바와 같습니다만, 건담을 창조한 토미노 요시유키는 그러한 리얼로봇장르의 전성기 즈음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됩니다. 그것은 리얼로봇 장르와 판타지와의 조우였습니다.

당시 이는 애니로서는 상당히 도전적이고 부조화스러운 시도였습니다. 로봇은 SF의 정점에 올라서 있는 하이 테크놀로지의 상징물, 이를 검이나 마법이 등장하는 판타지의 한복판에 떨어뜨려 놓는다는 것은 잘 그려놓은 한 폭의 멋진 풍경화 위에 느닷없이 컴퓨터 사진을 붙여놓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보여줄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것도 한참 전성기를 구가하기 시작한 리얼로봇 리그의 제 1 선발과 구단주 격인 토미노 감독과 선라이즈가 시도한다는 것은 자칫 지금까지 쌓아 올려온 명성에 흠집을 낼 수 있는 모험이었을 것입니다.

일반적이라면, 건담의 후속 시리즈를 내는 것이 그 흥행을 이어갈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선택이었겠지만, 토미노 감독은 결국, 미지의 세계를 향한 도전적인 시도를 펼칩니다. 그것이 바로 ‘성전사 단바인(1983, 이하 단바인)’인 것입니다.


2. 토미노 요시유키의 새로운 세상, 바이스톤 웰

ⓒ SOTSU · SUNRISE

‘지구가 있는 우리의 차원과 평행 우주로 존재하는 ‘바이스톤 웰’이라는 세계로 우연하게 빨려 들어간 주인공 ‘쇼 자마’는 드레이크 군과 반 드레이크 군과의 싸움에 휘말려 오라 배틀러인 단바인에 탑승하게 됩니다.(중략)

단바인은 오라력을 가진 바이스톤 웰이라는 판타지 세계와 곤충을 닮은 획기적인 디자인의 오라 배틀러, 그리고 리얼로봇장르의 전형인 진지한 현실적인 이해 갈등관계가 적절하게 어우러지는 멋진 라인업을 보여줍니다. (물론, 이전 작 ‘전설의 거신 이데온(1980)’에서 보여준 ‘몰살의 토미노’란 별명에 걸맞게 등장인물들이 마구 죽어 나가는 토미노 식 결말은 이 작품에서도 여전하지만) 이렇게 참신하고 멋진 설정을 가진 작품이 무려 20년이 지난 얘기란 것은 토미노 감독의 천재성을 여실히 보여준 것은 아닐까요.

토미노가 창조한 바이스톤 웰의 세계관은 그 이후에도 ‘바이스톤 웰 이야기-가제이의 날개(1986)’를 거쳐 ‘린의 날개(2005)’로 이어져 토미노의 남다른 바이스톤 웰 사랑을 엿볼 수 있게 해줍니다. 오히려 그에게 가장 큰 명성을 가져다 준 건담 시리즈가 선라이즈와 반다이의 압력 때문에 토미노 만의 세계를 펼쳐가기 어려운 작품이었던 것에 반해, 이 바이스톤 웰은 그의 생각이 더 자유스럽게 반영될 수 있었기에 실제 더 많은 애착을 갖고 있는 세계관도 건담이 아닌 바로 이 바이스톤 웰이라고 하는군요.

그리하여, 토미노 감독의 이런 모험은 리얼로봇 장르라는 뛰어난 직구 외에도 판타지 로봇 장르라는 새로운 변화구를 아니메(아니 선라이즈라고 하는 것이 맞을지도…)에 부여하게 되고, 이 변화구는 이듬해 84년 ‘중전기 엘가임(1984, 이하 엘가임)’이라는 또 다른 명작으로 아니메 팬들의 가슴에 스트라이크로 꽂히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 80년대 초 중반이야말로 그야말로 토미노 감독의 최대의 전성기이자, 아니메의 제2의 르네상스였습니다.


ⓒ SOTSU Agency · SUNRISE

그림 1. 곤충을 모티브로 한 오라 배틀러의 디자인은 로봇 만화영화의 메카인 아니메에서도 단연 독특한 멋을 자랑한다.


3. 나가노 마모루가 창안한 헤비메탈의 세상

ⓒ SOTSU · SUNRISE


엘가임의 등장에 있어서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듬해 85년도에는 바로 토미노 감독의 또 다른 명작 ‘기동전사 Z건담(1985, 이하 Z 건담)이 방영되는 시기라는 것입니다. 81년부터 해마다 엄청난 작품들(‘전설거신 이데온(1981)’, ‘전투메카 자붕글(1982)’, ‘성전사 단바인(1983)’, ‘중전기 엘가임(1984)’까지…)을 만들어낸 토미노 감독이 연이어 Z 건담을 감독한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임에는 분명했을 것입니다.([2] 참조) 그리고 그것은 스텝들에게도 마찬가지의 일이었을 것이구요. 이에 토미노 감독은 판타지 로봇 장르라는 변화구를 구사할 수 있는 새로운 구원투수를 등장시키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Five Star Stories(이하 FSS)’를 창조해 낸 희대의 애니메이터 나가노 마모루였던 것입니다. (엘가임과 FSS는 나가노 마모루가 설정한 세계관을 공유하는 패러랠 월드격의 작품이기에 본문에서는 둘을 같은 선상에 놓고 이야기 하도록 하겠습니다.)

할 일 많은 토미노 감독을 대신하여, 그가 전격적으로 기용한 신예 나가노 마모루는 지금까지 아니메에서 볼 수 없었던 독창적인 메카닉들과 캐릭터를 선보이며, 대서사시적인 스토리 라인으로 매니아들을 단번에 사로잡아 버립니다. 그리하여 엘가임은 토미노 감독의 선발로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가노 마모루라는 구원투수의 이름을 세상에 더 널리 알리게 되는 것이죠.

어찌 보면, 이 엘가임이나 FSS는 판타지 로봇 장르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작품이라고 보기에는 힘들지도 모릅니다. 고풍스럽다기 보다는 독특하고 세련된 거대 로봇 ‘헤비 메탈’ 이외에도 헤비 메탈이 사용하는 거대한 광선포 버스터 런쳐, 하이테크의 상징인 광선검에 비행이 가능한 오토바이 형 탈 것 등은 오히려 '스타워즈'스러운 느낌에 가깝다고나 할까요. (비단 등장하는 메카닉 뿐만 아니라, 인간형 안드로이드 파티마가 등장하는 발달된 과학력에 왕정정치가 이루어지는 작품의 배경적인 측면에서 말입니다.)

ⓒ SOTSU Agency · SUNRISE

그림 2. 고풍스럽고 탐미적인 나가노 마모루의 헤비메탈은 단바인의 기괴한 오라 배틀러와는 또다른 독특한 매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런 배경은 중세 스타일 판타지와는 분명 다르지만, 미래적인 느낌이 강한 판타지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특히, FSS에 등장하는 등장인물 아마테라스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본의 건국신화까지 녹아 들어간, 시대를 아우르는 퓨전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시대관과 배경이 반영된 FSS는 21세기를 넘어서 아직도 연재가 되고 있으니, 그야말로 20세기에서 21세기를 넘는 ‘시대를 넘어간’ 작품이라 불려도 괜찮을 듯 하군요.

엘가임은 그 이후 후속편이나 극장판의 제작 없이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FSS(1989)’ 극장판을 통해 다시 한 번 그 멋진 모터 헤드(엘가임에서는 헤비메탈로 명명)의 자태를 드러냅니다. 하이 퀄리티의 비쥬얼이 돋보이는 이 작품에서 펼쳐지는 아마테라스의 전용기 ‘나이트 오브 골드’의 자태는 너무나 눈부시고 우아했으며, 유키 노부테루가 선보인 캐릭터들은 나가노 마모루의 스타일을 잘 계승하면서도 미형 캐릭터로서의 기본적인 스타일이 잘 매치업된 미려한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 MCMLXXXVIII · KADOKAWA PICTURES

그림 3. 80년대 후반, 카도카와 서점에 선라이즈와 반다이까지 가세하여 천문학적인 제작비가 투입되었던 대작 로봇 판타지 FSS. 단, 초반부의 에피소드만을 극장판으로 재구성하였기에 프롤로그적 성격이 강한 작품이 되고 말았다. 후속편의 가능성은 원작의 완결여부만큼이나 미지수.


4. 육중한 기갑병의 등장, 그리고 리얼로봇의 쇠퇴

ⓒ SUNRISE

83년과 84년 판타지 로봇장르로 연타석 삼진을 일궈낸 선라이즈는 이에 용기(?)를 얻어 84년 말에 다시금 세 번째 판타지 로봇장르의 작품을 내놓게 됩니다. 이제는 토미노 감독이 Z 건담에 집중할 시기였기에 선라이즈로서는 대안이 필요했던 시기, 때마침 선라이즈에는 또 다른 괴물 투수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장갑기병 보톰즈(1983)’로 리얼로봇 장르에 있어서 토미노 감독 다음의 명장으로 불리는 다카하시 료스케 였습니다.(이니셜 D의 다카하시 료스케가 아닙니다, 물론.)

명장 다카하시 감독을 필두로, 건담을 만들어 낸 불세출의 메카닉 디자이너 오가와라 쿠니오(가리안만 디자인)와 단바인에서부터 이후 ‘패트레이버’ 시리즈의 메카닉 디자이너로 이름을 날리게 되는 이즈부치 유타카가 합세한 ‘기갑계 가리안(1984, 이하 가리안)’은 단바인의 독특하고 생물학적인 디자인이나, 엘가임의 독창적이고 세련된 모습과는 또 다른 중세의 철갑옷을 연상시키는 듯한 육중한 디자인의 메카를 선보임으로써, 판타지 로봇 장르의 작품 중에서 가장 중세 스타일의 판타지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뛰어난 과학력으로 혹성 아스트를 정복한 마달에 의해 멸망한 보더 왕국의 왕자 조조가 지하에 잠들어 있던 가리안을 타고 마달의 기갑병들과 싸운다는 내용은 얼핏 들어도 히토미가 빠진 에스카플로네의 세계관이나 내용 전개와 유사하죠. 어떻게 보면 에스카플로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지구인인 주인공이 판타지 세계로 소환되는 부분은 단바인의 설정과 유사한 부분입니다만.) 특히, 가리안의 기갑병들은 국내에서는 80년도 중반 프라모델로 출시되면서, 그 당시 학생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리안은 이전의 단바인이나 엘가임에 비해서 그리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하고 조기 종영되는 불운한 작품으로 남게 됩니다.

글쎄요, 그 이유는 명확하지 않습니다만, 가리안의 스폰서인 모 프라모델 업체(반다이가 아닌, 다카라라는 프라모델 업체가 스폰서입니다.)가 프라모델의 판매부진을 이유로 방영시간의 단축에 대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뒷 이야기가 있군요.([4] 참조) 거기에 나름대로의 원인을 짚어보자면, 85년도에 방영된 Z 건담의 영향도 한 몫을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선라이즈도 어서 빨리 Z 건담에 역량을 집중하고 싶었겠죠.)

ⓒ SUNRISE

그림 4. 중세 판타지에 잘 어울리는 고풍스러운 이야기와 멋진 기갑병들이 눈길을 끌었지만, 제작 여건상의 한계로 인해 가리안은 사람들에게 잊혀져 버린 비운의 작품이 되었다.

덕분에 훌륭한 설정을 가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조기종영에 의해 전반부에는 무난히 흐르던 전개가 후반부에 이르러 놀라운 속도로 펼쳐져 이 작품의 완성도를 더욱 떨어뜨리게 되어 버립니다. 결국, 선라이즈의 세 번째 변화구는 아쉽게도 스트라이크가 아닌 볼로 판정이 나게 되는 것이죠. 멋진 작품의 불운한 결말에 대한 아쉬움인지, 아니면 OVA의 재발매를 통한 비디오 시장에서의 매출을 노렸는지는 모르겠지만(둘 다 였을 수도 있겠지만), 가리안은 이후 86년에 ‘대지의 장’, ‘천공의 장’, ‘철의 문장’의 3부작 OVA로 다시 제작되어 미진하나마 그 아쉬움을 뒤로 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대지의 장’과 ‘천공의 장’은 TV 시리즈의 총집편이고, 온전히 새로 만든 작품은 ‘철의 문장’입니다.)

그리고, 89년에 등장했던 FSS 극장판을 끝으로 판타지 로봇 장르는 조용히 쇠퇴의 길을 걷게 됩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름대로 추측해보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이러한 판타지 로봇 장르가 리얼로봇 장르를 이끌던 감독들이 만들어낸 것들이었기에 80년대 말의 리얼로봇 장르의 쇠퇴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동반 몰락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나, 토미노 감독이나 다카하시 감독 모두 80년대 후반부터는 이렇다 할 화제작을 만들지 못했고, 판타지 로봇 장르를 만들었던 두 명장의 부진은 결국 리얼로봇과 판타지 장르를 융합시킨 이 일련의 거대한 실험에 마침표를 찍게 한 가장 큰 원인은 아닐까요.

다음 편에는 새로운 컨셉으로 다시 부활하는 판타지 로봇 장르의 뒷이야기를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림 5. OVA 철의 문장에 등장하는 기갑병들의 피규어 모형.

OVA의 기갑병들은 이즈부치 유타카에 의해 좀더 고풍스럽고 육중한 철거인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특히, TV 시리즈에서 변신 합체 기능의 추가로 인해 작품의 성격과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주역메카 가리안(상단 좌측)의 경우는 변신합체 기능이 삭제된 원래 기갑병의 이미지에 걸맞는 모습으로 태어난다.
우측 하단의 비갑병은 새의 날개 깃털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후에 '건담 윙'의 날개 디자인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참고 사이트>

[1] ‘성전사 단바인’ by 만보, Harbest Days
[2] ‘<중전기 엘가임>과 <F.S.S (Five Start Stories)> by 만보, Harbest Days
[3] ‘파이브 스타 스토리’ by 만보, Harbest Days
[4] ‘기갑계 가리안’ by 만보, Harbest Days
[5] ‘중전기 엘가임’ by 액슬, Rocket Queen
[6] ‘성전사 단바인’ by 액슬, Rocket Queen
[7] ‘기갑계 가리안’ by 액슬, Rocket Queen
[8] ‘나가노 마모루’ by 니힐리스트, ARE U READY FOR GUNDAM?
[9] ‘이즈부치 유타카’ by 니힐리스트, ARE U READY FOR GUNDAM?
[10] ‘오가와라 쿠니오’ by 니힐리스트, ARE U READY FOR GUNDAM?
[11] ‘토미노 요시유키’ by 니힐리스트, ARE U READY FOR GUNDAM?
[12] ‘오가와라 쿠니오’ by 니힐리스트, ARE U READY FOR GUNDAM?
[13] ‘나가노 마모루’ by 니힐리스트, ARE U READY FOR GUND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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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트리톤 (1972), 海のトリトン / Triton of the Sea

ⓒ 手塚プロ/東北新社


<정보>

◈ 원작: 테즈카 오사무
◈ 감독/콘티/연출: 토미노 요시유키
◈ 각본: 야스오카 세이지, 츠지 마사키 外
◈ 연출: 카와고에 준, 야스다 켄지 外
◈ 작화: 요네카와 코신 外
◈ 미술: 이토 카즈에, 마키노 미츠나리
◈ 음악: 우라카미 야스오
◈ 제작: 아사히 방송, 애니메이션・스태프룸
◈ 저작권: ⓒ 手塚プロ/東北新社
◈ 일자: 1972.04.01~1972.09.30
◈ 장르: 모험,판타지
◈ 구분/등급: TVA(27화) / 초등생이상 관람가(PG)


<줄거리>

포세이돈족에게 멸망당한 아틀란티스 트리톤 일족의 마지막 생존자 트리톤. 인간의 손에 자라온 트리톤이 돌고래 루카를 통해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고 포세이돈족과의 싸움을 위해 다시금 바다로 돌아가 벌이는 모험 이야기.


<소개>

데즈카 오사무의 원작만화가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의 첫 감독 데뷔작이 되었다. '사파이어 왕자', '철완 아톰' 등에서 연출 수업을 쌓아오던 토미노 요시유키의 첫 감독 데뷔작은 원작과는 전혀 다른 색체를 보여준 그의 색다른 연출 스타일로 인해 데즈카 오사무의 작품이라기보다는 토미노 감독의 작품으로 세간에 많이 알려져 있다. 이것은 원작 만화의 인기가 데즈카 오사무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크지 않았던 탓도 있지만, 드라마틱하면서도 비극적인 전개와 결말을 그려내는 토미노 감독만의 연출 스타일이 반영된 결과, 당시의 소년 만화로서는 꽤 독특한 맛을 주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작화 스타일 역시 이전까지의 데즈카 오사무 원작 만화영화들이 데즈카 오사무의 캐릭터를 유지해오던 것과는 달리 새롭게 재해석된 캐릭터 디자인을 적용함으로써 토미노 감독의 데뷔에 있어서 데즈카 오사무의 잔영을 좀 더 흐릿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 듯도 싶다. 아시다시피 토미노 요시유키는 데즈카 오사무 밑에서 아니메 수업을 쌓아왔기에 이 작품을 통해 비로서 스승의 그늘을 벗어나기 시작했다고도 볼 수 있다.TV 방영이 종료된지 7년 후, 총집편 형태의 극장판으로 79년 1부와 2부가 개봉되었다.

<참고 사이트>

[1] 海のトリトン, Wikipedia Japan
[2] 海のトリトン, Tezuka Osamu Official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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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완아톰 (1963), 鉄腕 アトム / Astroboy

ⓒ手塚プロダクション


<정보>

◈ 원작/총감독: 테즈카 오사무(手塚治虫)
◈ 주요 애니메이터: 사카모토 유사쿠(坂本雄作), 스기이 기사부로(杉井儀三郎), 야마모토 시게루(山本繁), 린타로(林重行) 외
◈ 작화감독: 우치노 스미오(内野純緒)
◈ 문예: 이시즈 아라시(石津嵐)
◈ 미술: 마츠모토 고(松本強), 야무라 히로야(八村博也) 외
◈ 진행: 카와하타 에이이치(川畑栄一), 토미노 요시유키(富野由悠季), 타카하시 료스케(高橋良輔) 외
◈ 음악: 타카이 타츠오(高井達雄)
◈ 제작사: 무시 프로덕션
◈ 저작권: ⓒ手塚プロダクション
◈ 일자: 1963.01.01~1966.12.31
◈ 장르: SF,모험,액션
◈ 구분/등급: TVA(193화) / 초등생 관람가(PG)


<줄거리>

영혼과 감정을 가진 로봇의 개발... 텐마 박사는 이 꿈의 로봇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지만, 그 결과는 번번이 실패로 끝나고 만다. 로봇의 개발에만 몰두하던 그에게 어느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온다. 그의 어린 아들 토비오가 교통사고로 숨지고 만 것이다. 실의에 빠진 텐마 박사는 로봇 개발에 온 힘을 기울여 마침내 토비오를 대신할 수 있는 순수한 아이의 마음과 감정을 가진 로봇의 개발에 성공하고 죽은 아들의 이름을 따서 로봇의 이름을 토비오라 짓게 된다. 그러나, 아들과 닮았지만 아들과는 다른, 그리고 자신의 힘을 통제하지 못하고 실수를 연발하는 토비오를 닮은 로봇은 결국 텐마 박사의 버림을 받고 외톨이가 되고 마는데...


<소개>

일본 만화의 신 테즈카 오사무의 대표작으로 아니메를 대표하는 상징이자 마스코트. 인간의 마음을 가진 로봇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야기는 카를로 로렌치니의 명작동화이자, 디즈니의 1940년 작 '피노키오의 모험'에 모티브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겉모습에서는 월트 디즈니의 간판 캐릭터이자 마스코트라 할 수 있는 미키 마우스에 영감(검고 뾰족한 머리 형태나 M자형의 이마, 그리고 아래 위로 긴 타원형의 눈)을 받았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일본 만화영화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도에이 동화와 테즈카 오사무 양쪽 모두 초기에는 디즈니 영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하지만, 최초의 아톰 이야기는 피노키오의 모험이나 미키마우스가 아닌, 핵실험을 보고 떠올린 아톰이라는 단어를 바탕으로 이를 평화적 과학기술로 응용하는 이야기를 그려보자는 취지에서 그려진 테즈카 오사무의 1950년 코믹스 '아톰 대사'가 모티브라 할 수 있다([4] 참조). 코믹스의 인기는 그다지 없었지만, 이 코믹스의 조연 캐릭터인 아톰을 주연으로 한 52년작 '철완 아톰'이 코믹스로 공개되어 큰 인기를 얻으면서 비로소 아톰의 전설에 불이 켜지게 되는 것이다. (미키마우스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은 아톰 대사 연재 당시부터 어느 정도 적용이 되었다고 보여진다.)

특히, 이 작품은 스스로 제작사 무시 프로덕션을 설립하고 소수의 인재들을 모아 만화영화를 제작하기로 마음먹은 테즈카 오사무의 첫 작품이자 첫 TV 시리즈 장편 만화영화로서, 당시까지만 해도 디즈니식의 풀 애니메이션(초당 24프레임) 기법을 고수하던 일본 만화영화의 방식을 벗어나 편당 동화매수를 대폭적으로 줄이는 대신 움직임을 보조하기 위한 독특한 연출 기법을 사용하는 독창적인 제작방식인 '리미티드 기법'을 최초로 적용한 작품이다. 리미티드 기법으로 인해 제작비를 기존의 풀 애니메이션에 비해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영세 제작 스튜디오의 한계를 극복하고 193화라는 엄청난 분량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성공적으로 제작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리미티드 기법은 일본을 지금의 애니메이션 강국으로 올려놓은 대표적인 제작기법인 동시에 일본 애니메이션의 제작환경을 영세화한 주원인으로 손꼽히며, 테즈카 오사무의 후대 평가를 엇갈리게 하는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기회가 되면 추후에 하기로 하자.)

한편, 이 작품을 통해 후대 일본 아니메를 책임지는 불세출의 인재들이 귀중한 경험을 쌓게 되는데, 먼저 스기이 기사부로, 린타로, 데자키 오사무, 토미노 요시유키 등 테즈카 오사무의 직계 제자들이 모두 각본과 연출 부분에 투입되어 후일 명감독으로 성장하기 위한 중요한 경험을 쌓게 된다. 첫 방영시 시청률은 27.4%에 이르렀으며, 최고 시청률이 40%를 넘어서는 등 당시 아톰의 인기는 센세이션에 가까웠다 하겠다. 물론, 당시에 아톰과 경쟁할 TV 만화영화 자체가 없었던 것 또한 사실이지만 이 놀라운 시청률은 분명 아톰이 그저그런 만화영화가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작품 내적으로는 인간의 마음을 가진 소년 로봇이라는 이야기 구조가 아동 만화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싸이버펑크적인 가치관을 품고 있으며, 10만 마력의 힘과 갖가지 비밀무기를 내장한 아톰이 적들과 맞서 벌이는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는 이제껏 보아왔던 명작동화 스타일의 만화영화와는 사뭇 다른 전개라 하겠다. 시범적으로 선보인 리미티드 기법에 대한 거부감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작화의 완성도도 당시로서는 준수하지 않았나 싶다.

철완 아톰은 당시 일본 만화영화계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였으며, 풀 애니메이션을 지향하던 도에이 동화 역시 66년 사이보그 009를 기점으로 리미티드 기법으로 제작방식을 전환하기 시작하게 된다. 원 시리즈는 64년에 TV 시리즈 에피소드 일부를 편집한 극장용 만화영화로도 제작 개봉하였다.


제타 마스(1977), ジェッターマルス / Jetter Mars

ⓒ手塚プロダクション

<정보>

◈ 원작: 테즈카 오사무(手塚治虫)
◈ 감독: 린타로(林重行)
◈ 시리즈 구성: 마루야마 마사오(丸山正雄)
◈ 각본: 쓰지 마사키(辻真先), 유키무로 슌이치(雪室俊一) 외
◈ 캐릭터 디자인: 스기노 아키오(杉野昭夫)
◈ 작화감독: 스기노 아키오(杉野昭夫), 아시다 토요오(芦田豊雄) 외
◈ 음악: 고시베 노부요시(越部信義)
◈ 제작: 도에이 동화, 매드하우스
◈ 저작권: ⓒ手塚プロダクション
◈ 일자: 1977.02.03~1977.09.15
◈ 장르: SF,모험,액션
◈ 구분/등급: TVA(27화) / 초등생 관람가(PG)


<소개>

73년 11월 무시 프로덕션의 도산 이후. 한동안 칩거(?)에 들어간 테즈카 오사무와 함께 데즈카 오사무 원작의 작품들도 한동안 아니메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 이 시기에는 나가이 고가 '마징가 Z 시리즈'로 만화영화계에 슈퍼로봇 열풍을 몰고 왔고, 타츠노코 프로가 '과학닌자대 갓챠맨 시리즈'와 '타임보칸 시리즈'등으로 히어로 액션물의 돌풍을 일으켰으며, 니시자키 요시노부의 '우주전함 야마토'에 이르러서는 성인층도 즐길 수 있는 컨텐츠로 아니메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타카하타 이사오와 미야자키 하야오를 필두로 한 닛폰 애니메이션의 '세계명작극장 시리즈'는 일본의 안방을 울렸으며, 나가하마 타다오의 '낭만로봇 트릴로지'는 로봇 아니메에 드라마틱한 설정을 부여하며, 70년대 후반의 로봇 아니메 전성기를 열게 된다. 한마디로 테즈카 오사무의 공백을 느낄 새가 없었던 것이다.

제타 마스는 바로 테즈카 오사무가 78년 '불새-여명편'이라는 만화영화와 실사의 합성영화로 돌아오기 전에 유일하게 제작된 테즈카 오사무 원작의 TV 시리즈 아니메로, 테즈카의 제자인 린 타로의 지휘 아래 제작된 아톰의 후속작이기도 하다. 아톰의 이야기를 이어가기보다는 아톰의 컨셉을 이어받아 독자적인 스토리텔링을 보여준 작품인데, 린 타로부터 마루야마 마사오와 스기노 아키오, 무쿠오 다카무라 등 매드 하우스의 핵심멤버들이 대거 참여하여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무시 프로덕션의 의지를 이어가고 있다.

무시 프로덕션의 출신의 후학들이 뭉쳐 스승인 테즈카 오사무를 대신하여 만든 후속작이라는 의의에도 불구하고 완성도는 높지 못했다고 회고되며, 시리즈 자체의 인기도 그리 크지 않았는지 당시로서는 상당히 짧은 분량인 27화를 끝으로 종영하게 된다.


철완 아톰 (1981)

ⓒ手塚プロダクション

<정보>

◈ 총감독: 데자키 사토시
◈ 시리즈 감독: 이시구로 노보루
◈ 스토리보드: 데자키 사토시, 이시구로 노보루, 타카하시 료스케 外
◈ 작화감독: 시미즈 케이조, 우다가와 카즈히코, 니시무라 히로시 外
◈ 미술감독: 마키노 미츠나리
◈ 음악: 사에구사 나리아키
◈ 제작: 테즈카 프로덕션, 니혼 TV
◈ 저작권: ⓒ Tezuka Productions
◈ 일자: 1980.10.01~1981.12.23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TVA(52화) / 전연령가(G)

<소개>

'제타 마스(1977)'가 기대에 못미친 완성도를 보인체 종영된 후, '불새 2772 사랑의 코스모스 존(1980)'을 통해 재기에 성공한 테즈카 오사무의 진두지휘하에 제작된 진정한 아톰의 속편. 리메이크 자체는 6년전 부터 기획되었다고 알려지고 있으니, 무시 프로덕션이 도산하지 않았다면 보다 일찍 속편이 등장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뒤늦게 등장하면서 작화나 모든 면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나 싶다.

원 시리즈의 인간성에 대한 물음은 역시 이번 시리즈에서도 유효하다. 인간의 마음을 갖고 로봇으로 태어난 토비오(아톰)의 고통이 초반부에 잘 나타나 있으며 후일 숙명의 라이벌이 되는 아틀라스의 만남과 결투, 그리고 오챠노미즈 박사의 보살핌 아래 인간아이들과 한 학교에 다니게 되지만 로봇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으면서 느끼는 아톰의 고독감 등, 아동 만화영화로서는 수준 이상의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 아톰의 진정한 매력이 스토리에 있음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 대목.

특히, 이 시리즈의 백미는 죽은 줄만 알았던 숙적 아틀라스가 성장한 어른의 모습을 한 로봇으로 다시 돌아와 아톰과 대결을 벌이는 에피소드에 있다고 하겠는데, 매력적인 아틀라스의 모습과 아톰과의 긴박한 대결은 기동전사 건담의 숙명의 라이벌 아무로와 샤아의 대결에 버금가는 재미를 선사했다. 이 에피소드의 매력이 어찌나 강렬했는지, 43화를 끝으로 아틀라스가 퇴장한 후 최종화인 52화까지는 그 반작용으로 인해 상당히 싱거운 이야기가 되었다. 원작의 명성에 어울리는 완성도로 만들어졌지만, 6개월 후인 81년 4월 18일에 방송을 시작한 후지 TV의 '닥터 슬럼프 아라레 짱(1981)'의 대히트로 인해 후반부에는 시청률에서 극히 고전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 아톰 vs 아틀라스, 순수함을 지키려는 아이와 순수함을 잃어버린 아이의 대결 by 엘로스 (보러가기)

아스트로 보이, 철완 아톰 (2003)

ⓒ 2003 Tezuka Productions/SPEJ

<정보>

◈ 감독: 코나카 카즈야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세야 신지
◈ 메카닉 디자인: 아라마키 신지, 타카쿠라 타케시
◈ 미술감독: 가토 히로시
◈ 음악: 요시마츠 타카시
◈ 제작: 테즈카 프로덕션, 덴츠, 소니 픽쳐스 엔터테인먼트
◈ 저작권: ⓒ 2003 Tezuka Production
◈ 일자: 2003.04.06~2004.03.28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TVA (50화) / 전연령가 (G)

<소개>

20여년만에 부활한 아톰의 세번째 TV 시리즈. 새시대에 맡게 스탭진도 전면 새로운 인재들로 교체되었으며, CG를 사용하여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깔끔한 영상으로 재탄생하였다. 단, 캐릭터 디자인에 있어서는 거의 옛날 캐릭터를 그대로 유지. 각본 스탭에 미국 스탭들이 참여한 것이 이례적인데, 스토리나 비주얼 두 가지 모두 전체적으로 탈 일본적인 느낌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시장을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인 듯.
상당부분이 신진 스탭으로 꾸려져 있지만 연출과 작화에서 과거 무시 프로덕션의 인재들도 눈에 띈다. 9화의 스토리보드를 맡았던 데자키 오사무 감독이나 19화, 39화, 45화 등에서 작화감독으로 활약한 스기노 아키오 등이 그들. 그 외에도 도에이를 거쳐 무시 프로덕션에서 활약한 히라타 토시오 감독이나 야마자키 카즈오, 모치즈키 토모미 등 노련한 연출가 등이 각 에피소드의 연출로 참여하고 있다.

아스트로 보이: 아톰의 귀환 (2009)

ⓒ Imagi Crystal Limited / Tezuka Productions

<정보>

◈ 감독: 데이빗 보워스
◈ 각본: 데이빗 보워스, 티모시 해리스
◈ 음악: 존 오트만
◈ 캐스팅: 프레디 하이모어(아톰), 니콜라스 케이지(텐마 박사), 도널드 서덜랜드(스톤 총리)
◈ 제작: IMAGE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SUMMIT 엔터테인먼트

<소개>

철완 아톰의 영화화는 상당히 오랜 옛날부터 거론되어 왔었다고 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1964년 당시 디즈니와 테즈카의 만남에서도 디즈니가 '아톰과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라는 인사를 건네기도(물론, 이는 예의상 해본 멘트일 수도 있지만). 1999년부터 거론되던 영화화에 대한 논의는 큰 진전이 없이 지지부진하다가 홍콩의 다국적 제작사인 IMAGI 스튜디오에 의해 보더 적극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한다. IMAGI는 당시 갓챠맨과 함께 아스트로 보이를 기획하고 있었는데, 먼저 영상화가 된 것은 아톰이었다. 
애니메이터 출신의 감독 데이빗 보워스는 이것이 자신의 두번째 연출작이었다. 프레디 하이모어, 니콜라스 케이지, 도널드 서덜랜드, 빌 나이, 사무엘 L 잭슨, 샤를리즈 테론 등 캐스팅은 꽤나 중후한 편. 총 6천5백만 달러의 제작비가 소요된 이 작품은 월드와이드 수익이 불과 4천4백만 달러에 그치며 사실상 참패로 막을 내린다. 하는 작품마다 성적이 신통치 않은 니콜라스 케이지가 캐스팅되었기 때문일까. 어찌되었던 아톰의 실패로 IMAGI가 기획하던 또다른 프로젝트인 갓챠맨 역시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된다. 2010년 1월까지도 IMAGI는 갓챠맨 프로젝트에 대한 의지를 밝혔지만 2010년 2월 결국 파산하게 된다.


<참고 사이트>

[1] 鉄腕アトム (アニメ第1作), Wikipedia Japan
[2] 鉄腕アトム(1963), Tezuka Osamu Official
[3] 철완아톰/애니메이션, 나무위키
[4] 철완 아톰(鉄腕アトム) 1964,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5] ジェッターマルス, Wikipedia Japan
[6] ジェッターマルス, Tezuka Osamu Official
[7] 鉄腕アトム (アニメ第2作), Wikipedia Japan
[8] 鉄腕アトム(1980), Tezuka Osamu Official
[9] アストロボーイ・鉄腕アトム, Wikipedia Japan
[10] ASTROBOY鉄腕アトム, Tezuka Osamu Official
[11] 아스트로 보이: 아톰의 귀환,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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