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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DHOUSE


<스탭>

◈ 원작/감독/각본/캐릭터 디자인: 콘 사토시
◈ 제작: 매드 하우스


<시놉시스> 

도박으로 패가망신하고 거리로 나온 중년 아저씨 긴과, 중년 호모 하나, 그리고 가출 소녀 미유키는 집을 나와 하루하루를 밖에서 연명하는 홈리스(Homeless;노숙자)들이다. 여느 때와 같이 어김없이 크리스마스는 다가오고, 쓰레기를 뒤지던 셋은 바구니 안에 버려진 한 아기를 발견하게 된다. 평소에 엄마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하나는 아기를 키우겠다고 고집부리며 키요코라 이름을 붙여주지만, 귀찮은 일에 얽매이기 싫은 긴과 미유키는 이를 탐탁치 않게 여긴다. 박스로 만든 자신들의 거처에서 그렇게 티격태격 하루를 보낸 그들은 하나의 고집으로 키요코를 키우는 대신, 아기를 버린 부모를 찾아주기로 하지만 그들의 앞에는 뜻밖에도 여러가지 모험들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쓰레기더미에 버려진 아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조명해보는 드라마

제가 동경대부인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은 막장 인생을 살아가던 3인의 노숙자들이 우연치 않게 쓰레기더미에서 발견한 아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고 서로 간의 애정을 확인하게 된다는 가족 드라마적인 전개를 만화영화적인 방식으로 풀어간 작품입니다. 많은 곳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이 작품은 존 포드 감독의 '3인의 대부(1948)'를 모티브로 한 작품인데요. 웨스턴 무비였던 3인의 대부에 비해서는 한국에서도 개봉되어 인기를 끌었던 프랑스의 가족 코미디 '세 남자와 아기바구니(1985)'와 오히려 더 가까운 느낌의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렇듯 세상과 담을 쌓은 3명의 주인공이 우연치 않게 발견한 아기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전개는 사실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진부한 소재인 것이 사실이죠.

하지만 전작인 '퍼펙트 블루(1998)'에서도 그러했듯이 콘 사토시는 이 진부한 가족 코미디스러운 소재를 가지고 실사 영화에 근접한 비주얼로 재현함 동시에, 만화영화적 상상력을 곁들이고 독특한 블랙 코미디와 미스테리적 구성을 더함으로써 진부한 레시피로 놀라울만치 맛깔스러운 식감을 연출해내는 신기를 선보이게 됩니다. 이리하여 콘 사토시의 장기라 할 수 있는 현실과 비현실의 절묘한 오버래핑이 전혀 사용되지 않은 정직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은 콘 사토시의 필모그라피 중에서 단연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사실 다해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게 그의 필모그라피입니다만) 인상적인 작품이 된 것입니다.

현실과 환상의 절묘한 중첩은 사라졌지만, 작품의 배경과 오프닝 스탭 타이틀을 중첩시키는 등, 특유의 감각은 여전히 살아 있다. ⓒ MADHOUSE



실사영화를 지향하는 정교한 만화영화적 표현

화영화는 전작에 이어서 여전히 실사영화에 근접하는, 아니 실사영화를 지향하는 세밀하고 디테일한 묘사를 보여줍니다. 도시의 밤거리와 겨울 정경의 실감나는 배경묘사는 퍼펙트 블루나 천년여우에 이어서도 여전한데요. 이는 미술감독으로 아니메 업계에 입문한 사토시 감독의 이력을 알게 되면 납득이 가는 부분이라고 하겠습니다. 특히, 과도할 정도로 세밀한 배경의 묘사는 흡사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의 작품들이 선보인 그것과 동질의 느낌을 선사합니다. 이런 면에서 콘 사토시의 작품에서는 극사실주의적인 냄새가 풍기기도 합니다. (오토모 가츠히로는 사토시가 신인시절 이 업계에 발을 들이게 한 인물 중 한명이기도 합니다.)

치밀할 정도의 세심한 배경과 사실적인 인물묘사를 지향하면서도 콘 사토시의 작품에서는 애니메이션만의 특징인 판타지가 살아있습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할 법한 일들이 태연스럽게 이 극사실적인 만화영화에서 등장하는 것이죠. 이는 현실과 환상을 오고 가는 그의 특색있는 연출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이 작품에서도 수시로 사용되고 있는데요. 클라이막스에 등장하는 극적인 치요코의 구출장면은 이 작품에서 애니메이션만의 장기를 살려낸 대표적인 장면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 외에도 비탈길에서 자동차에 깔려 구조를 바라는 야쿠자 보스의 고군분투라든가, 실로 다양한 표정을 선보이는 여장남자 하나의 그로테스크한 표정들은 극사실주의라는 제한조건 속에서 만화영화의 장기를 십분 살리는 다양하고 코믹한 표현들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실사영화를 지향하지만 발 하나는 애니메이션에 담근 체 완전하게 넘어가지 않는 듯한 사토시의 작품세계는 그로 인해 오히려 사실주의라는 껍데기를 쓴 낭만주의적 색체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특히, 이 작품은 우연적인 만남으로 인한 전개의 반전과 스토리의 진전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는데요. 폭설로 운행을 멈춘 전철에서 맞은 편 전철에 서있는 아빠를 마주하게 된 가출소녀 미유키나, 목숨을 구해준 야쿠자 보스를 따라간 보스의 딸 결혼식에서 자신을 도박에 빠뜨리게 한 원수(게다가 보스의 사위 될 인물)를 마주한 긴, 보스를 저격한 저격범에 의해 납치된 미유키를 구하기 위해 택시를 탔던 하나가 클라이막스에서 납치된 갓난아기 키요코를 되찾으려고 택시를 탔는데, 그 택시가 바로 미유키를 구할 때 탔던 택시라든지, 편의점에서 죽치고 있는 노숙자 트리오를 못마땅하게 여긴 취객과 싸움이 붙어 잠시 거리로 나왔는데, 그 사이 눈길에 미끄러진 구급차가 편의점을 들이받는 것과 같은 우연 등은 진부하면서도 작품의 재미를 살려주는 클리셰로써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게 됩니다.

뒷배경으로 등장하는 가게 유리창에 붙여진 메모리즈, 퍼펙트 블루, 천년여우는 모두 사토시 감독의 전작이다. ⓒ MADHOUSE



진부한 가족영화를 재기 넘치는 드라마로 변주해낸 콘 사토시의 걸작

부한 가족 코미디가 될 수도 있었던 이 작품을 아기를 키우는 세 노숙자의 이야기로 풀어가지 않고 아기의 어머니를 찾기 위해 긴 여정을 떠나는 노숙자들의 로드 무비로 변주해낸 사토시 감독의 선택은 탁월했다 하겠습니다. 그로 인해 소재의 진부함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시각으로 이 작품을 바라볼 수 있게 하고 있지요. 사토시 감독 특유의 블랙 유머 역시 이 작품을 맛깔스럽게 하는 요소입니다. '천년여우(2001)'를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환각적이고 어두운 느낌을 선보인 사토시 감독이지만 이 작품에서만큼은 그런 유머감각이 십분 살아 있습니다. 그로 인해 사토시 감독의 작품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특유의 미스테리스러운 전개는 이 작품에서도 잠시 그 모습을 보여줍니다. 클라이막스를 둘러싸고 등장하는 갓난아기 치요코의 출생의 비밀이 잔잔하고 독특한 웃음을 주던 이 작품의 분위기를 갑작스레 다이나믹하게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 그것인데요. 이런 가족 영화에서 라스트에 이르러 급박한 전개로 전환되는 것이 그다지 참신한 전개는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이 작품은 그 부분에 있어서 능숙하고 세련됩니다. 추격씬 역시 적절한 코미디와 액션을 결합하여 사실주의의 한도 내에서 애니메이션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해주고 있지요. 

특히, 앞서도 언급했던 현실과 환상의 절묘한 오버래핑이라는, 사토시만의 장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서 오로지 드라마와 코미디라는 정공법만으로 이 정도의 완성도를 이끌어낸 사토시 감독의 저력은 실로 놀랍다 하겠습니다. 캐릭터나 자극적인 요소가 전혀 없이 평법하고 진부한 소재를 가지고 완성해낸 이 작품은 다시 한 번 만화영화에서 스토리와 미술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한 작품이라 하겠지요. 이 두 분야에서 모두 뛰어난 재능을 보유하고 있던 사토시 감독의 죽음은 그래서 더더욱 아쉽다 하겠습니다.

배경으로 등장하는 반가운(?) 삼계탕집의 모습. 특유의 극사실주의에 의해 만화영화를 넘어서는 표현력을 보여주는 사토시 작품만의 특색이 살아있다. ⓒ MADHOUSE



<참고 사이트>

[1] 東京ゴッドファーザーズ, Wikipedia Japan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MADHOUSE에게 있습니다.

※ 이 리뷰는 알라딘 이달의 영화 리뷰 2011년 2월차에 선정된 글입니다.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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