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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 스타 스토리 (1989), ファイブスター物語 / Five Star Stories


ⓒ 永野護 · 角川書店


<정보>

◈ 원작: 나가노 마모루(永野護)
◈ 감독: 야마사키 카즈오(やまざきかずお)
◈ 각본: 엔도 아키노리(遠藤明範)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유키 노부테루(結城信輝)
◈ 메카닉 작감/메카닉 디자인 협력: 모토이기 히로아키(本猪木浩明) / 아키타카 미카(明貴美加)
◈ 미술감독: 카네코 히데토시(金子英俊)
◈ 음악/노래: 아사카와 토모유키(朝川朋之) / 나가야마 요코(長山洋子)
◈ 기획/제작: 타미야 타케시(田宮武) / 카도카와 하루키(角川春樹)
◈ 프로듀서: 우에다 마스오(植田益朗)
◈ 제작사: 카도카와 서점, 선라이즈
◈ 저작권: ⓒ 永野護 · 角川書店
◈ 일자: 1989.03.11
◈ 장르: SF, 드라마, 로봇,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시놉시스>

이스터, 웨스터, 서전드, 그리고 노오스, 4개의 태양계로 구성된 조커 태양성단에는 현재 수많은 국가들이 난립해 있다. 행성 델타베룬을 지배하는 연합국인 A.K.D(Amateras Kingdom Demesnes),  행성 쥬노의 왕정국가 콜러스, 캘러미티를 지배하는 필모어 제국, 보오스 행성의 연합국가 하스하 연합공화국 등등... 동시에 그곳은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 인간형 거대 전투병기 모터 헤드와 조종사인 헤드라이너, 그리고 그들의 파트너인 파티마들이 싸움을 펼치는 무대이기도 하다. 파티마, 그것은 인공생명체로서 모터 헤드와 헤드라이너 사이에서 모터 헤드를 보다 더 쉽게 컨트롤하기 위해 태어난 여성형 컴퓨터 안드로이드이다. 그러나 그녀들의 몸 속에는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고, 모습 역시 보통의 여성과 다를 바가 없었다.

성단 최고의 천재 과학자인 크롬 발란셰는 이 때까지 모두 44명의 파티마를 창조해낸 전설적인 파티마 마이트로, 그가 최후에 만들어 낸 세 명의 파티마는 후일 조커 성단의 미래를 좌우할 가공할 힘을 갖고 태어나게 된다. 아트로포스, 라키시스, 클로소로 알려진 이들 세자매는 운명의 3여신이라 불리웠으며, 이중 둘째인 라키시스는 조커 성단의 창조주이자 A.K.D의 지배자인 아마테라스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으니, 그것은 조커 성단 전체에 있어서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자 4개의 태양계 전체를 전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할 슬픈 운명의 서막이기도 했다.

때는 성단력 2988년, 역사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극장판 프롤로그 해설 일부 참조)


<소개>

선라이즈의 애니메이터 출신이었던 나가노 마모루가 카도카와 서점의 아니메 잡지 뉴타입을 통해 연재했던 코믹스 '파이브 스타 스토리(Five Star Stories, 이하 FSS)'를 원작으로 한 극장용 아니메. 1986년 4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코믹스는 25년이 흐른 2011년 현재 단행본으로 12권까지 발간된 채 여전히 그 완결을 알 수 없는 초장기 연재 작품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그나마 1, 2년 단위로 발간되던 단행본은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3년의 시간이 걸리게 되었고, 2006년 12권이 발간된 이후로는 5년째 연재가 멈춰선 상태로, 이는 워낙 괴팍하고 개성이 강한 원작자도 원작자이지만,(비디오 게임에 빠져 연재가 더디어졌다는 소문도 있다) 수만년에 이르는 방대한 역사와 수많은 국가, 거기에 수많은 등장인물과 파티마들, 그리고 인간형 병기 모터헤드들에 대해 일일이 세세한 설정과 디테일이 부여되고 있기에 물리적으로도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소요되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괴이한 성격의 작가 덕택에 설정이 안드로메다급으로 복잡해진 부분이 있기는 하다)

나가노 마모루가 워커홀릭이라면 모를까, 대개는 이렇게 거대한 설정을 부여한 뒤에는 작가 스스로 그 무게에 짓눌려 연재가 더디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며, (나가노는 FSS 연재 중에 종종 다른 작품들에도 손을 대었으나 대부분은 완결을 보지 못한 채 중단하게 된다.) FFS의 경우는 엄청나게 더딘 연재속도 덕에 몇 년 전의 설정이나 인물들을 나가노 본인도 잊어버린 채 작품을 연재한 뒤 이를 보충하는 별개의 설정을 만들어내기도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권당 등장하는 등장인물의 수는 대하 역사소설이나 김용의 무협소설에 비견될 만큼 많으며, 독자도 독자지만 창조해내는 작가조차 헛갈릴 정도로 많다.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수많은 인물들에게 일일이 설정을 부여한 작가의 디테일은 혀를 내두를 지경인데, 패션감각에도 일가견이 있었던 나가노에 의해 창조된 다채로운 코스튬들은 미학적으로도 다른 만화가들의 그것을 상회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하나의 컷에 들어가는 노력 또한 다른 만화에 비해 수 배가 넘는다. 

FSS는 가상의 세계인 조커 성단을 배경으로 하여 이스터, 웨스터, 서전드, 노오스의 4개 태양계에 위치한 수많은 나라들과 각 나라들의 다채로운 등장인물, 그리고 그 중에서도 모터헤드 조종사인 헤드라이너와 그들의 파트너인 여성형 안드로이드 파티마가 이야기의 중심에 서있다. 여성형 안드로이드로 작품의 주요 테마이기도 한 파티마의 경우는 보통의 여성과 다를 바 없는 외모를 갖고 있지만 영원히 늙지 않고 주인인 기사의 파트너로 봉사한다는 점에서 은연중에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이로 인해 벌어지는 그녀들의 갈등과 번민을 작품 속에 그리고 있기에 단순히 흥미 위주로 그치지는 않았다.) 작품의 주인공 중 한명인 아마테라스의 경우에는 일본의 신화에 등장하는 최고의 신으로 본 작품에서도 역시 조커 성단의 창조주로 등장하고 있는데, 아마테라스가 원래 여신이라는 설정 때문인지 FSS의 아마테라스는 겉으로 보기에는 여자로 착각할 미모로 그려지고 있다. 그 외에도 대부분이 캐릭터들이 상당히 길고 슬림한 모델과 같은 체형으로 그려지고 있는 등, 전반적으로 나가노의 여성스러운 미학관이 곳곳에 드러나고 있다.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나 파티마들의 속옷까지 디자인하고 계셨으니 뭐...)

애니메이터로서 활약하던 시절, 선라이즈의 작품에서 보여준 나가노의 메카닉적 재능은 본 작품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그가 메카닉 디자이너 겸 설정 디자이너로 작품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던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의 '중전기 엘가임(1984)'과 상당히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일부 캐릭터는 엘가임에서 모티브를 받은 것으로 보이며, 엘가임의 인간형 병기 헤비메탈(HM)은 FSS의 모터헤드(MH)와 거의 같은 컨셉을 보여주는데, HM과 MH로 양 작품의 인간형 병기의 명칭이 대칭되는 것도 작가의 의도적인 설정으로 추측된다. 실제 나가노는 엘가임의 펜타고나 월드와 FSS의 조커 성단을 같은 세계관에 묶어서 이야기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로 인해 FSS보다 나중의 시대로서 펜타고나 월드가 등장하며, 이 시기에는 파티마의 제조방법과 같은 구시대의 기술이 많이 사라졌다는 설정이 부여된다. 다만, 더딘 연재 속도로 이러한 계획이 언제쯤 반영될지는 미지수이며, 그나마 연재 중 잦은 설정 추가와 번복으로 원작자 스스로도 감당하지 못하는 FSS의 세계관이니만큼 앞으로의 방향은 미지수라 하겠다.

엘가임 뿐만이 아니라 엘가임 이후 그가 참여한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에서 그가 제출한 메카닉들도 후일 상당수가 FSS에 쓰이게 된다.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다시피 그가 그려낸 메카닉들은 너무도 세밀한 디테일을 갖고 있어 당시 기술력으로는 프라모델로서의 상품화가 용이하지 않았고,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제타 건담에서 중도 강판 당하는 사건을 겪기도 하는데, 그로 인해 나가노가 제출했던 상당수의 MS 디자인들은 FSS의 모터헤드에 적용되었고, 이 모터헤드들은 후일 상품화가 불가능할 것 같던 프라모델로 등장하여 놀라운 디테일을 선보이기도 한다. 작품의 이야기적 완성도를 차치하고서라도, 캐릭터와 코스튬, 메카닉 등 작품 전반에 걸쳐 나가노가 보여준 치밀한 디테일과 설정은 범인의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 하겠다.

카도카와의 만화잡지 뉴타입 부록 FSS 극장판 100% 콜렉션. ⓒ 角川書店

극장 아니메는 FSS의 단행본 1권에서 2권까지의 이야기인 '운명의 3여신 파트1, 라키시스'를 기본으로 66분의 러닝타임을 가진 중편 아니메로 제작되었다. 감독은 애니메이터 출신으로 '시끌별 녀석들 3 Remember My Love(1985)', '시끌별 녀석들 4 Rum the Forever(1986)' 등을 통해 연출파트로 자리를 옮긴 야마자키 카즈오가 맡았다. 유키 노부테루가 맡은 캐릭터는 나가노의 독특한 캐릭터를 극장 아니메라는 성격에 맞게 변주한 최고의 선택으로, 유키 특유의 미적감각이 더해지면서 다소 괴기스러운 나가노의 캐릭터들은 보다 더 매력적인 생명력을 부여받기에 이른다.

카도카와 극장 아니메답게 하이 퀄리티의 영상미는 이번에도 유효했다. 특히 라스트 클라이막스에 등장하는 성단 최강의 모터헤드 나이트 오브 골드의 등장씬은 본작의 대미를 멋지게 장식하는 씬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방대한 설정과 수습이 불가능한 원작의 성격상 극장 아니메는 애초부터 많은 것을 담으려 하지 않고 초반부의 이야기만을 갖고 작품을 구성하게 되는데, 그 결과 원작의 스토리가 그대로 유지되는 점에서는 비약이 심하지 않은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아무래도 서장에 불과한 초반부의 스토리가 극적인 효과를 가져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한계 역시 가지고 있었다.



<참고 사이트>

[1] ファイブスター物語, Wikipedia Japan
[2] ファイブスター物語 (ストーリーズ) (1989), allcinema.net
[3] 파이브 스타 스토리,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永野護 · 角川書店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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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갑계 가리안 (1984), 機甲界 ガリアン / Panzer World Galient


ⓒ SUNRISE


<정보>

◈ 원안: 야다테 하지메
◈ 원작/감독: 타카하시 료스케
◈ 각본: 토리우미 진죠, 스즈키 요시타케, 요시카와 소지
◈ 콘티/연출: 야타베 카즈요시, 아미 토모부키, 카세 미츠코 外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시오야마 노리오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 이즈부치 유타카
◈ 미술감독: 미야마에 미츠하루
◈ 음악/노래: 후유키 토오루 / EUROX
◈ 프로듀서: 하세가와 토오루, 하츠카와 노리오
◈ 제작사: 선라이즈, 니혼 TV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84.10.05 ~ 1985.03.29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판타지
◈ 구분/등급: TVA (25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크레센트 대은하에 위치한 이라스탄트 태양계의 다섯번째 혹성 아스트. 3,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아스트의 보더왕국에서 왕자 죠르디가 태어났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기갑병이라 불리는 철의 거인을 앞세운 정복왕 마달이 이끄는 마달군이 보더 왕국을 급습한 것이다. 거대한 기갑병 앞에 보더왕국은 힘도 써보지 못한체 멸망하고, 왕은 죽고 왕비는 마달군에 사로잡히고 만다. 갓난아기인 죠르디만이 충신 아즈베스에 의해 기적적으로 탈출하여 후일을 도모하게 된다.

12년의 세월이 흘러 왕자 죠르디가 아닌 아즈베스의 손자 조조로 자란 죠르디는, 아즈베스와 함께 전설의 철거인 가리안을 찾는 여행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들이 현재 몸을 두고 있는 곳은 마달군에게 반기를 세력들이 모인 하얀 계곡. 이곳에 가리안이 잠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아즈베스는 계곡사람들과 발굴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조조는 하얀계곡 족장의 딸 츄루루의 이야기를 따라 그녀가 이야기한 동굴로 가리안을 찾아 나서게 된다. 때마침 하얀계곡을 급습한 마달군에 의해 절체절명의 위기가 닥치고, 조조는 동굴 속에서 가리안을 발견하게 된다. 이제 오랜 세월동안 잠자고 있던 철거인이 망국의 왕자 조조에 의해 부활하려 하는데...


<소개>

'태양의 송곳니 더그람(1981)', '장갑기병 보톰즈(1983)'에 이은 타카하시 료스케의 세번째 로봇물. 또한 '성전사 단바인(1983)'과 '중전기 엘가임(1984)'에 이어 SF와 판타지를 세번째 로봇물이기도 하다. 오라력과 곤충형 병기라는 독특한 컨셉을 보여주었던 단바인이나 스타워즈에 가까운 스페이스 판타지를 선보인 엘가임에 비해 가리안은 정통 중세 판타지에 보다 더 가까운 중후한 느낌의 로봇 판타지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더그람과 보톰즈를 거치면서 선보인 타카하시 작품 특유의 중후함과 시리어스함이 판타지 물에 이식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당시 선라이즈는 자사의 역량을 집결한 '기동전사 제타건담(1985)'을 제2스튜디오에서 이미 제작 중이었다. 제타 건담은 새로운 모빌슈트의 디자인을 위해 신예 나가노 마모루를 필두 수많은 메카닉 디자이너가 작업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거의 메인 디자이너라 할 수 있었던 나가노 마모루의 디자인이 스폰서인 반다이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서 도중에 나가노가 강판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이로 인해 오카와라 쿠니오가 제타 건담에 긴급히 투입된다.

더그람과 보톰즈 등 자신의 작품에서 메카닉 디자인을 맡아오던 오카와라 쿠니오가 제타 건담에 투입되면서 가리안은 메카닉 디자인에 난항을 겪게 된다. 결국 오카와라 쿠니오에게 사정을 하여 주역 메카인 가리안의 디자인만을 받아내고, 나머지 서브메카닉은 단바인에서 미야타케 카즈타카의 뒤를 보조했던 신예 이즈부치 유타카가 맡게 된다. 이즈부치가 디자인한 인마병, 기갑병, 비갑병들은 실로 중세기사의 갑옷을 연상시키는 고풍스럽고 육중한 철거인으로 태어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주역메카인 가리안과 나머지 기갑병은 스타일에 있어서 많은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중세시대를 연상시키는 지구와는 다른 세계에서 철의 거인을 타고 정복군과 싸우는 망국의 왕자 죠르디의 이야기는 보기에는 중세로망문학을 연상시키지만, 그 이면에는 고도의 문명 세계에서 작품의 배경인 혹성 아스트로 쫓겨난 마달이 자신이 가진 과학기술을 동원하여 기갑병과 각종 과학기술을 사용하여 아스트를 정복하고 힘을 키워 다시 자신의 세계로 복수를 한다는 SF적 설정이 깔려있다. 이로 인해 작품의 초중반부에는 아스트에서 벌어지는 전쟁 이야기가 테마가 되고, 뒤로 가면 마달의 고향행성 렘프레이트로 이야기의 무대가 옮겨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프라모델과 완구사업의 부진이었다. 스폰서를 맡은 타카라의 프라모델과 완구사업이 기대이상의 부진에 허덕이자 타카라가 곧바로 시리즈의 조기종영을 결정한 것이다. 이로 인해 1년 정도의 분량으로 예정되어 있던 가리안의 이야기는 25화를 끝으로 종료되었으며 그 결과 뒤의 5부에서는 이전까지와는 달리 이야기의 전개속도가 너무 빨라 극의 흐름을 무너뜨리게 된다. 타카하시 감독의 로봇물 중 완구판매가 저조한 기록을 보인 것은 가리안이 최초였다. 당시 로봇으로서는 독특한 컨셉과 중후한 매력을 선보였던 메카닉 디자인이 저조한 판매실적을 보인 것은 의외이다. 당시 타카라의 프라모델은 한국에서도 금형이 건너와 발매되었는데, 디자인과 완성도는 당시 기술로서는 준수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는 당시 일본의 메카닉 트렌드가 가리안과 같은 디자인보다는 미래지향적이고 밀리터리적 취향에 치우쳐 있던 것이 원인은 아닐까 싶다. 반면, 국내에 발매된 가리안 프라모델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으며, 작품을 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가리안 팬들을 양산시키게 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멸망당한 망국의 혈통, 거기에 돌로 변해버린 부모 등 가리안의 일부 설정은 후일 타카하시 료스케가 연출협력으로 참여하는 '빨간망토 챠챠(1994)'의 설정과 유사하여 영향을 받지 않았냐하는 소리도 있지만 확인은 되지 않고 있다. 후일 선라이즈의 작품으로 고풍스러운 가이메르프 간의 육탄 전투로 깊은 인상을 심어준 판타지 로봇물 '천공의 에스카플로네(1996)'는 중세 기사를 연상시키는 철거인 가이메르프, 발달된 기술문명을 가진 자이바하 제국에 멸망당한 파넬리아 왕국의 왕자 반 파넬리아 등 여러면에서 가리안에 영향을 받았다 하겠다.

☞ <기갑계 가리안>(機甲界ガリアン)(1984) by 키웰 (보러가기)
☞ 판타지 로봇 서사시 - 단바인에서 에스카플로네까지 by 엘로스 (보러가기)

ⓒ SUNRISE



기갑계 가리안 OVA (1986), 대지의 장/하늘의 장/철의 문장


ⓒ SUNRISE


<정보>

◈ 원작/감독: 타카하시 료스케
◈ 각본: 토리우미 진죠 (철의 문장편)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시오야마 노리오
◈ 메카닉 디자인: 이즈부치 유타카
◈ 메카닉 작화감독: 요시다 토오루
◈ 음악: 후유키 토오루
◈ 기획/제작: 선라이즈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86.01.21 ~ 1986.08.05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판타지
◈ 구분/등급: OVA (3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가리안은 86년에 이르러 3부작의 OVA로 다시 제작된다. 1편인 대지의 장과 2편인 하늘의 장은 TV 시리즈의 총집편이지만, 3편에서는 전혀 다른 별개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우선 정복왕 마달의 양자로 TV 시리즈에서 마달의 수하였던 하이샬닷트가 첫째 왕자를, 주인공 죠르디를 마달의 둘째 왕자로 설정한 것은 이채롭니다. 마달은 TV 시리즈의 마달이 아닌 죠르디 왕자를 키운 보더 왕국의 신하 아즈베스가 마달 역을 맡고 있다. 행성 램프레이트에서 파견된 여성 에이전트 힐무카 또한 마달과 대치하는 새부족의 지휘관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야기를 재구성했지만 원작의 주역 캐릭터들은 각기 역할을 바꾸어 배치한 셈이다.

이야기는 전작의 SF 설정을 모두 버린체 중세 판타지적인 이야기에 충실하고 있다. 사신병의 요기에 홀린 첫째 왕자 하이샬닷트의 폭주와 이를 막기 위해 등장한 수호신 철거인을 탄 죠르디의 대결이 작품의 클라이막스. 가리안이라는 이름은 본작에서는 언급되지 않고 있으며 그저 철거인으로 불릴 뿐이다. 러닝타임의 한계상 단순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는 이 작품에서 인상적인 것은 보다 더 멋지게 변모한 기갑병들의 디자인이다. 이즈부치 유타카가 새롭게 스타일링한 기갑병은 원작의 기갑병에는 없는 세련미와 스타일링을 부여하여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작품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준 이즈부치는 이후 선라이즈 메카닉 디자인의 일익을 담당하게 되며 88년에는 단바인 OVA의 메카닉 디자인을 맡아 철의 문장편에서 보여준 세련된 메카닉 스타일링을 또 한번 보여주게 된다.

ⓒ SUNRISE (from Galient Official Website)



<참고 사이트>

[1] 機甲界ガリアン, Wikipedia
[2] 機甲界ガリアン 鉄の紋章, Wikipedia Japan
[3] 기갑계 가리안, 베스트아니메
[4] Kikou Kai Galient (OAV), ANN
[5] 機甲界ガリアン 公式Web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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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NRISE / SOTSU Agency


성전사 단바인 (1983), 聖戦士ダンバイン / Aura Battler Dunbine


ⓒ SOTSU · SUNRISE / ADV Films(Eng Edition)

<스탭>

◈ 원작: 야다테 하지메, 토미노 요시유키
◈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연출/콘티: 토미노 요시유키, 이우치 슈지, 이마가와 야스히로, 스즈키 이쿠, 세키타 오사무, 키쿠치 카즈히토 外
◈ 각본: 토미타 스케히로, 와타나베 유지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코가와 토모노리
◈ 메카닉 디자인: 미야타케 카즈타카, 이즈부치 유타카 (게스트 디자이너)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
◈ 음악/노래: 츠보노 카즈히로 / MIO(MIQ), 코이데 히로미
◈ 기획: 나카가와 히로노리, 모리야마 토루, 오니시 쿠니아키
◈ 제작: 선라이즈, SOTSU, 나고야 방송국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3.02.05 ~ 1984.01.21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판타지
◈ 구분/등급: TVA (49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바다와 대지 사이에 존재하며, 영혼이 휴식과 수련을 하는 신비로운 세계 바이스톤 웰, 이곳은 현재 영주 드레이크가 이끄는 군대에 의해 전화의 불길에 휩싸여 있다. 현세에서 넘어온 쇼트 웨폰과 제트와 같은 기술자들에 의해 오라력에 의해 움직이는 곤충형 인간병기 '오라 배틀러'를 개발한 드레이크 영주는 이 오라 배틀러를 이용하여 바이스톤 웰의 지배를 꿈꾸고, 바이스톤 웰 세계의 인간들보다 훨씬 강한 오라력을 지닌 현세의 인간들을 소환하여 성전사로 삼아 침공의 선두를 맡긴다.

한편, 부모의 무관심 속에 반항심에 가득차 삐뚤어진 사춘기를 보내고 있던 소년 쇼 자마는, 모터 사이클을 몰던 도중 갑작스런 사고를 맡게 된다. 사고와 동시에 바이스톤 웰로 소환되버린 쇼, 쇼를 소환한 드레이크 영주는 그에게 성전사의 지위를 주고 자신을 도와줄 것을 부탁한다. 지구의 생활에 미련이 없던 쇼는 드레이크의 제안을 받아들여 바이스톤 웰 침공의 선두에 서게 되고, 마침내 바이스톤 웰의 전란 속에 몸을 맡기게 된다.


<소개>

기동전사 건담을 통해 '리얼로봇'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한 토미노 감독이 전설거신 이데온과 전투메카 자붕글에 이어 선보인 네번째 리얼로봇 작품. 당시 리얼로봇 장르는 같은 무시 프로덕션 문하의 동문이자 선라이즈의 동료이기도 한 다카하시 료스케 감독의 역작 '태양의 어금니 다그람(1981)'과 이듬해 스튜디오 누에를 주축으로 한 젊은 애니메이터들의 힘으로 리얼로봇 장르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불세출의 명작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 등으로 인하여 전성기에 진입하고 있던 즈음이었다. 이러한 리얼로봇의 강대한 흐름 속에 등장한 토미노 감독의 후속작이 바로 이 성전사 단바인이다.

리얼로봇의 구도를 취하고 있으나, 이 작품은 바이스톤웰이라는 이(異)차원의 세계와 중세유럽 풍의 시대배경, 그리고 곤충형태의 생체병기 오라 배틀러라는 특이한 설정으로 인해 당시만해도 아니메에서는 보기드물었던 중세 판타지의 세계관을 적극 도입한 최초의 퓨전 판타지 로봇물이기도 했다. 일설에 이런 작품의 기획 배경에는 82년도부터 잡지 아니메쥬에 연재를 시작하고 있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코믹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의식했단 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많이들 알다시피 토미노 감독은 미야자키 감독에게 일종의 컴플렉스 내지는 경쟁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미 여러번의 작품을 거쳐 로봇물에 드라마틱한 설정을 적용하는데 탁월한 감각을 보여준 토미노 감독스럽게 이번 작품의 전개 역시 몹시도 드라마틱하고 시리어스하다. 최초에는 적의 편에서 서서 싸우다가 뒤에서야 진실을 깨닫고 전향하게 되는 주인공의 결정도 당시 로봇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 이러한 드라마틱한 작품색에 전설거신 이데온을 통해 야스히코 요시카즈와 함께 선라이즈의 양대 작화감독으로 이름을 알리게 되는 코가와 토모노리의 캐릭터 디자인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거기에 SF 창작집단으로 이미 기동전사 건담의 기획단계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었던 스튜디오 누에의 메카닉 디자이너 미야타케 카즈타카가 디자인한 생체병기 오라 배틀러의 디자인은 혁신과 조형미를 동시에 갖춘 아니메 사상 가장 유니크한 메카닉 디자인 중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이 독특한 메카닉 디자인은 그 독특함 만큼이나 상품화가 힘들어 스폰서였던 클로버 측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로 인해 주역 메카인 단바인이 후반기에 들어 변형이 가능하고 생체병기의 느낌이 많이 거세된 빌바인으로 교체되며, 팬들의 원성을 듣기도. 당시 신예였던 메카닉 디자이너 이즈부치 유타카가 이 작품에서 게스트 디자이너로 참여하기도 하는데, 이후 84년작 '기갑계 가리안(1984)'에서도 미야타케 카즈타카와 공동으로 메카닉 디자인을 맡기도 한다. 이즈부치는 후일 '역습의 샤아(1988)'의 뉴건담과 '기동전사 건담 0080(1989)'의 메카닉 디자인을 맡으며 선라이즈의 작품에 깊이 관여하게 된다.

작중에서 작은 요정으로 등장하면서 마스코트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참 화우는 이듬해 토미노 감독의 작품 '중전기 엘가임(1984)'의 요정 리리스 화우로 다시 태어나 생명력을 유지하게 된다. 그리고 감독 자신도 공헌했듯이 나우시카를 뛰어넘는 작품이 되고 싶었던 단바인의 세계관은 그 방대한 설정을 모두 이 시리즈에 풀어내지 못한 체 다시 후일을 기약하게 된다.

ⓒ SUNRISE / SOTSU Agency / ADV Films(Eng Edition)

ADV Films에 의해 북미에 출시되면서 최근에 다시 그려진 일러스트.


성전사 단바인 OVA (1988)


ⓒ SOTSU · SUNRISE

<스탭>

◈ 원작/감수: 토미노 요시유키
◈ 감독: 타키자와 토시후미
◈ 각본: 고부 후유노리
◈ 캐릭터 디자인: 하타이케 히로유키
◈ 메카닉 디자인: 이즈부치 유타카
◈ 작화감독: 다니구치 모리야스
◈ 제작: 선라이즈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8.02.25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판타지
◈ 구분/등급: OVA (3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TV 시리즈의 이야기 이후 700년 뒤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원 시리즈의 주인공 쇼 자마의 환생인 시온 자바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원 시리즈에서 게스트 메카닉 디자이너를 맡았던 이즈부치 유타카가 메인 메카닉 디자이너를 맡아 혁신적이고 유려한 곤충형 로봇인 오라 배틀러에 고급스러움을 가미한 디자인으로 새롭게 그려냈다. 이러한 형태의 고급스러운 메카닉 스타일링은 후일 이즈부치 유타카가 메카닉 디자인을 맡은 기갑계 가리안 TV 시리즈와 OVA 시리즈에서의 기갑병 디자인 변화와 유사하다.

ⓒ SUNRISE / SOTSU Agency

이즈부치 유타카에 의해 고급스럽게 스타일링된 새로운 주역기 써바인.


바이스톤 웰 이야기, 가제이의 날개 (1996)


ⓒ TOMINO YOSHIYUKI · Garzey's Wing Production Committee

<스탭>

◈ 감독/각본/스토리보드: 토미노 요시유키
◈ 캐릭터 디자인: 오누키 켄이치
◈ 음악: 사기쓰 시로
◈ 제작: J.C.Staff, BMG Japan
◈ 저작권: ⓒ TOMINO YOSHIYUKI · Garzey's Wing Production Committee
◈ 일자: 1996.??.??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판타지
◈ 구분/등급: OVA (3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기동전사 V 건담의 실패와 오랫동안 팬들과 스폰서로부터 끊임없는 건담의 재생산을 요구받으며 피폐해질 때로 피폐해진 토미노 감독이 20여년의 세월을 바친 선라이즈를 잠시 떠나있던 시절 만든 작품. 

바이스톤 웰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토미노 감독의 소설 가제이의 날개를 기본으로 하여 제작된 OVA 작품으로, 재미있는 것은 바이스톤 웰의 세계관이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시리즈 내내 오라 배틀러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 로봇물에 지칠대로 지쳐버린 토미노 감독의 심중이 표현된 것 같은 느낌인데, 실제 원작의 경우 오라 배틀러가 등장하지 않은체 토미노 감독의 만들어낸 바이스톤 웰의 세계관을 근거로 한 판타지 소설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린의 날개 (2005)


ⓒ SUNRISE · BANDAI Visual · BANDAI Channel

<스탭>

◈ 총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각본: 토미노 요시유키, 타카야마 지로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쿠도 마사시
◈ 메카닉 디자인: 시노하라 타모츠, 사쿠라 타쿠미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
◈ CG 디자이너: 카타야마 아유키
◈ 비주얼 컨셉: 오카마
◈ 음악: 히구치 야스오
◈ 제작: 선라이즈, 반다이 비쥬얼, 반다이 채널
◈ 저작권: ⓒ SUNRISE · BANDAI Visual · BANDAI Channel
◈ 일자: 2005.12.16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판타지
◈ 구분/등급: ONA (6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가제이의 날개로부터 거의 10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 제작된 토미노 감독의 또다른 바이스톤 웰 이야기. 역시 그가 직접 집필한 소설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했으며, 기존의 TV 시리즈나 OVA, 극장상영이 아닌 반다이 채널의 인터넷을 통한 스트리밍 방식으로 제공되었다. ONA(Original Network Animation)이라 불리기도 한다.

곤충형 로봇인 오라 배틀러의 구현은 CG 기술의 접목에 의해 더더욱 생체병기로서의 모습에 충실해졌다. 몸체 일부의 기관들이 마치 살아 있는 생물의 것인냥 움직이는 부분은 단바인의 올드팬들에게는 꽤 감격적인 모습이었을지도. 바이스톤 웰에서 넘어온 호우죠 국의 사람들의 경우에는 이전과는 달리 중세 유럽의 스타일이 아닌 일본 전국시대의 복식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 블리치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던 쿠도 마사시, 기동전함 나데시코의 사쿠라 타쿠미, 가면라이더 시리즈의 시노하라 타모츠의 디자인도 현대적인 감각과 잘 맞는 느낌을 주고 있다.

단, 21세기의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는 토미노식 연출방식은 엔터테인먼트 측면에서는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는 듯 싶으며, 원작의 경우에는 오라 배틀러가 등장하지 않고 있으나 아니메로 제작되면서 오라 배틀러를 등장시켜 전작이었던 가제이의 날개와는 묘한 대조를 이룬다.

ⓒ SUNRISE / BANDAI Visual / BANDAI Channel



<참고 사이트>

[1] Aura Battler Dunbine (TV), ANN
[2] 聖戦士ダンバイン, Wikipedia Japan
[3] New Story of Aura Battler DUNBINE, Wikipedia Japan 
[4] リーンの翼, Wikipedia Japan
[5] Aura Battler Dunbine, Wikipedia
[6] Garzey's Wing, Wikipedia
[7] The Wings of Rean, Wikipedia
[8] 거대로봇 연구서설 - 단바인 편 by 백금기사, 백금기사의 舊 연구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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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tsu · Sunrise


<목차>



<서문>

타지 아니메 연대기 1부와 2부를 통해 여러분은 아니메에 등장하는 두 종류의 판타지인 '서양 판타지(1부)'와 '동양 판타지(2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사실, 지역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판타지는 이렇게 두 종류로 나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하면, 두 장르가 섞이거나 전혀 다른 세계관을 설계하여 지역적 구분이 모호해진 '무국적 판타지'라고 하겠지요. 하지만, 저는 이 무국적 판타지를 지역적 관점이 아닌 장르적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합니다. 그것은 무국적 판타지라 분류하기에는 아니메가 너무도 다양한 장르와의 혼합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 과정 중에 어떤 작품은 서양 판타지와 로봇 아니메를, 어떤 장르는 동양 판타지와 히어로 액션물을 결합하는 것과 같이, 무국적이라고 정의하기에는 다소 애매한 요소들이 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아니메의 독창적인 장르들, 즉 로봇물, 히어로물, 마법소녀물과 같은 장르와 판타지의 결합(무국적 판타지를 포함하여)을 이번 3부에서는 '퓨전 판타지'로 명명하고자 합니다.

퓨전 판타지는 사실 판타지의 한 장르로 정의하기에는 무리가 많습니다. 몇 가지 판타지적 설정이 가미되었으나 실제 작품의 성격은 판타지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작품들도 많기 때문인데요. 대표적으로 '드래곤볼' 시리즈 같은 경우는 오리엔탈 판타지 서유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고 소원을 들어주는 용신이라는 판타지적 장치가 등장하고 있지만 전반부는 코믹액션물의, 후반부는 무협액션물의 성격이 짙습니다. 게다가 캡슐이나 우주선, 스카우터, 로봇 같은 SF 요소까지 등장하는 그야말로 백화점과 같은 설정의 작품이기도 하지요. 사실 드래곤 볼 쯤되면 판타지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데요. 다양한 장르에 판타지적 설정을 가미하여 수많은 작품들을 만들어낸 아니메의 특성상, 퓨전 판타지는 어찌보면 한 장르로 정의 내리기가 어려운 가장 광범위한 장르일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1부나 2부에서 언급한 작품들 중 상당수도 정통 판타지라기보다는 일본적인 재해석이나 다른 장르 아니메와의 크로스오버가 시도된 퓨전 스타일의 작품들이죠.

따라서 이번 시간에는 이토록 광범위한 퓨전 판타지의 장르에 어떤 형태의 시도들이 있는지를 알아보며, 그중 대표적인 몇몇 작품만을 소개해보는 시간이 되겠습니다.


로봇, 판타지의 대지 위에 서다

2부에서 언급한 것처럼 판타지를 주소재로 하여 시작된 일본의 상업 극장 만화영화는 60년대 중반에 들어 일본산 오리지널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만화영화가 그 자리에 들어서면서 점차 인기를 잃어가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가운데 테즈카 오사무나 이시노모리 쇼타로(혹은 이시모리 쇼타로), 나가이 고와 같이, 후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는 대형 만화가들의 작품들이 TV까지 진출하면서 아니메의 장르적 완성을 가져오게 되는데요. 로봇물, 히어로물(혹는 전대물), 마법소녀물과 같은 일본만의 오리지널리티가 가득한 만화영화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판타지는 주도권을 빼앗기고 아니메의 변방으로 밀려나기 시작합니다.

당시 아니메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로봇물은 '기동전사 건담(1979)'을 기점으로 고연령층까지 그 영역을 확대하면서, 높아진 연령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전보다 더 드라마적인 요소가 더 강해졌으며, 정통 SF 스타일이 도입되면서 논리적인 설득력이 뒷받침하는 사실주의적 성향이 강해지게 됩니다. 80년대 중후반까지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자 판타지의 입지는 그다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는데요. 저연령대이건 고연령대이건 가리지 않고 SF와 로봇물이 범람하면서 판타지가 들어설 곳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게 됩니다.

그러나, 판타지의 부활은 이런 SF/로봇의 흐름 속에서 오히려 변방이 아닌 중심에서 부활하게 됩니다. 바로 그것이 당시 아니메의 흐름을 만들어낸 장본인 중 한명인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이었다는 사실은 어찌보면 아이러니한 일이기도 한데요. 이는 토미노 감독 스스로가 어느 한 장르에 안착하기보다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는 크리에이터로서의 자세를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바로 83년도에 선라이즈에서 제작된 판타지 로봇물 '성전사 단바(1983)'인 것입니다.

ⓒ Sotsu · Sunrise


다른 차원의 세계 바이스톤 웰로 불려온 소년 쇼 자마가 그곳에서 오라력이라는 기이한 힘으로 동작하는 곤충모양의 거대 인간병기 오라 배틀러에 탑승하여 성전사로 전쟁 속에 휘말리는 단바인의 이야기는 오라력으로 움직이는 기이한 거대 병기 외에는 중세유럽의 시대배경을 지닌 지극히 판타지적 세계관을 가진 작품이었는데요. 특히, 이 작품은 판타지의 세계관을 빌렸으되 그 성격은 이전의 판타지 만화영화와는 다른 성인취향의 시리어스하고 드라마틱한 설정을 보여줬고, 세계관이 바뀌었을 뿐 그 모습은 리얼로봇의 한 장르로 보아도 될 법한 설정들로 꾸며져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성전사 단바인은 당시 최고의 인기장르인 로봇물에 판타지를 가미한 색다른 맛을 보여주며, 일본 특유의 스타일과 세계적인 것과의 성공적인 융합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도 판타지와 로봇 아니메의 퓨전은 '중전기 엘가임(1984)'과 '기갑계 가리안(1985)'을 거치면서 독특한 매력을 가진 장르로 발전하게 되는데요. 흥미로운 것은 80년도 후반에 들어 로봇 아니메가 몰락의 길에 들어선 이후에도 이러한 시도는 계속적으로 보여진다는 것으로, 리얼로봇에서 다시 아동용 로봇물로 방향을 선회한 선라이즈의 빅히트작 '마신영웅전 와타루(1988)'나 '마동왕 그랑조트(1989)', 그리고 '패왕대계 류나이트(1994)'에서도 판타지와 로봇을 혼합하면서 90년대 들어 부활한 판타지 아니메의 인기에 힘을 실어주게 됩니다. 특히, '천공의 에스카플로네(1996)'에 이르러서는 높은 완성도의 드라마와 비주얼로 판타지와 로봇의 결합에 있어서 하나의 큰 획을 긋게 되지요.

로봇과 판타지를 결합한 판타지 로봇물은 퓨전 판타지 중에서는 가장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동시에 가장 성공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스카플로네 이후에는 크게 주목을 받은 작품은 비록 없었지만, 최근까지도 AIC가 제작을 맡은 '이세계의 성기사 이야기(2009)'(특히, 이 작품은 AIC의 전작 '엘 하자드'나 '천지무용'의 스타일에 판타지 로봇물이 더해진 형태를 보여주지요)와 XEBEC과 Production I.G의 '브레이크 블레이드(2010)'와 같은 굵직굵직한 작품으로 그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을 보면 이제 어느 정도 독립된 장르로도 자리를 잡지 않았나 생각도 되는군요. 특히, 근래의 작품들은 미소녀 + 러브코미디와 같은 흥행코드를 적극 채용하면서 예전의 시리어스했던 작품들에 비해 보다 더 상업적이면서 대중적인 취향을 고려한 흔적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 Sotsu · Sunrise (좌측) / ⓒ AIC · VAP (중간) / ⓒ 吉永裕ノ介 · Flex Comix · Break Balde 製作委員会 (우측)



장르의 다양화와 함께 시작된 판타지의 다채로운 변형

80년대 들어서는 비록 SF/로봇 아니메가 아니메의 전반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아니메 시장이 커지고, OVA 시장이 열리면서 다양하고 색다른 시도가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일본 경제의 호황과 맞물려 많은 자본이 유입되고, 아니메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성인들도 아니메를 즐기는 등, 80년대는 그야말로 '아니메의 황금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었죠. 이러한 시대를 맞이하여 판타지도 비록 규모는 작았지만 여러가지 시도를 하게 되는데요. 정통 판타지보다는 다양한 아니메 장르에 배경으로 사용되거나 독창적인 세계관을 가진 창작작품을 선보이는 등 다양하고 색다른 시도를 합니다.

요술공주의 밍키로 유명한 감독 유야마 쿠니히코와 미형 캐릭터 디자이너로 이름을 떨치게 되는 이노마타 무츠미의 '환몽전기 레다(1985)'는 유럽식 중세 판타지를 기본으로, 비키니 형태의 전투복을 입은 미소녀와 변신 메카가 등장하는 등 여러모로 장르의 퓨전화가 이루어진 작품이기도 합니다. 두 콤비의 차기작이자 극장판 대작 아니메인 '윈다리아(1986)'의 경우에는 이보다는 얌전했지만, 바이크 형태의 탈 것이나 총기류가 등장하는 등 역시 현대적인 아이템이 판타지 세계에서 사용되는 시간적 퓨전을 보여주기도 했지요. 특히 레다의 경우에는 나가이 고 원작의 '꿈차원 헌터 판도라(1986)'와 같은 일련의 아류작들이 양산되는 계기를 가져왔고, 우루시하라 사토시의 육감적인 캐릭터 디자인으로 유명한 '레무니아의 전설(1989)'에 이르르면 에로티시즘과의 결합을 시도하며 18금 장르로도 그 흐름이 이어지게 됩니다.

ⓒ TOHO·Kaname Pro (좌측) / ⓒ ヒロメディア·Kaname Pro·Dynamic Pro (중간) / ⓒ Urushihara Satoshi·AIC


유럽식 판타지의 배경에 현대적이거나 미래적인 소재가 등장하는 작품 외에도 아주 색다른 세계를 창조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아니메의 철학자 오시이 마모루 감독과 천재 일러스트레이터 아마노 요시타카가 힘을 합친 '천사의 알(1985)'의 경우에는 시대적 배경과 시간적 배경, 그리고 공간적 배경조차 전혀 가늠할 수 기이한 세상에서 희한하게 생긴 총기류의 물건(이것조차 자세한 용도가 불명)을 든 정체불명의 사내와 역시 정체불명의 알을 품은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 어떤 장르와도 연결시키기 어려운 난해한 이 작품은 실로 환상과 현실이 공존하는 독특한 매력의 작품으로, 오히려 이런 정체불명의 성격 때문에 판타지로 분류하는 것이 망설여지는 작품이기도 하지요. 아마노 요시타카의 몽환적인 캐릭터 디자인은 이듬해인 86년도에는 정통 판타지에 보다 가까운 스타일의 작품 '아몬사가(1986)'나 뱀파이어 헌터의 이야기를 다룬 판타지와 호러의 조합 '뱀파이어 헌터 D(1985)'에 사용되면서 아마노 특유의 몽환적인 캐릭터가 판타지와 멋진 궁합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하게 됩니다. 이후, 아마노 요시타카는 RPG의 명작 타이틀 파이널 판타지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게 되면서 판타지와의 인연을 계속 이어가게 되지요.

80년대 아니메의 호황기와 함께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었던 판타지와 타장르의 융합은, 타츠노코의 '천공전기 슈라토(1989)'에서는 일본식 전대 히어로물과 불교/힌두교 신화가 접목된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기고 했습니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중반에는 오히려 이렇게 동양적인 판타지 소재가 아니메의 다른 장르들과 퓨전을 이루거나 직접적인 소재로 사용되는 사례가 많았는데요. 이 시기에는 '로도스 전기(1990)'를 기점으로 정통 판타지 또한 심심치 않게 등장하여 전반적으로 판타지가 강세를 띄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슬레이어즈(1995)' 시리즈의 폭발적인 인기로 판타지는 90년대 들어서는 TV에서도 자주 그 모습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이 시기에 방영된 '엘 하자드(1995)'의 경우에는 판타지 아니메에서 자주 사용되는 차원이동을 소재로 곤충군단과 마법이 등장하는 신비한 세상 엘 하자드에서 벌어지는 모험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중동의 아라비아 세계관을 도입했으나, 고대의 인간형 병기 이프리타의 등장과 물, 불, 바람을 다루는 대신관의 등장과 같이 시간적 배경과 공간적 배경이 혼합된 퓨전 판타지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거기에 러브 코미디의 성격을 띄고 있어 판타지의 성격보다는 러브 코미디 장르에 더 어울리는 특징을 갖고 있기도 하지요. 이렇게 슬레이어즈 시리즈 이후 판타지 장르는 시리어스함보다는 가벼운 코미디 위주의 성격을 보이기 시작하는데요. 아카호리 사토루의 응큼한 스타일과 개그가 혼합된 '폭렬헌터(1995)'나 독특한 개그를 선보였던 '엘프를 사냥하는 사람들(1996)'은 모두 판타지 세계관을 사용하면서도 다양한 설정과 장르적 특성을 부여하여 정통보다는 퓨전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하겠습니다.

ⓒ AIC·Pioneer·El Hazard Project (좌측) / ⓒ Satoru Akahori·Rei Omishi·Media Works·Bakuretsu Project·TV Tokyo·Sotsu(중간) / ⓒ Yagami Yu·Media Works·Amuse·Sotsu (우측)



게임과 소설, 코믹스에 이르기까지, 그치지 않는 퓨전의 시도

와 같이 극동이나 중세 유럽 외에 인도나 중동의 소재까지 빌려오면서 다양화된 판타지는 90년대 들어서는 러브 코미디의 요소마저 합세하여 보다 더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사실 아니메에서 동양 판타지이나 서양 판타지나 모두 소수의 작품(대작 극장판이나 OVA 몇 편)을 제외하고는 대중성을 고려한 결과 일본 아니메의 특징적이 요소가 혼합되어 정통 스타일과는 다른 변질된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70년대에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가 80년대에 들어서면서 OVA 등에서 주로 시도되었고, 90년대에 이르르면 TV 시리즈로 진출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죠.

21세기에 들어서는 판타지가 보다 더 여러 장르에 변형된 모습으로 사용되면서 이전보다 더 대중화되고 접근이 쉬워졌다는 느낌입니다. RPG와 같은 게임의 활성화도 어느 정도 한몫을 한 것도 싶은데요. 특히 80년대부터 시작하여 90년대를 넘어서 장수 시리즈이자 일본 최고의 인기 타이틀로 자리잡은 RPG 파이널 판타지의 경우에는 곤조의 TV 시리즈 '파이널 판타지 언리미티드(2001)'를 비롯하여, 스퀘어 에닉스가 직접 제작한 '파이널 판타지 Advent Children(2005)' 등의 작품으로 좋은 반응을 얻게 됩니다.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는 초창기에는 정통 판타지의 노선을 걷다가 7편에 이르러서부터는 현대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퓨전적인 배경을 보여주게 되지요. 특히, 이 시리즈는 아니메 외에도 게임 타이틀 자체에 삽입된 동영상을 통해 아니메에 근접하는 영상적 감동을 보여주었다고 하겠습니다.

게임을 소재로 한 아니메는 이외에도 지속적으로 제작되는데, TYPE MOON의 비주얼 노벨 게임인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2006)'는 원작의 폭발적인 인기를 등에 업고 TV 시리즈 아니메로 제작된 사례로, 2010년에는 극장판으로도 제작되기에 이르릅니다. 전설의 영웅을 마법으로 소환하여 자신의 서번트로 삼아 성배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마법사들의 결투는 현대적인 배경 위에서 펼쳐지며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는데요. 게다가 소환한 영웅들이 동서양을 모두 망라하는 유명인사들로 채워져 있어 시간적 배경과 공간적 배경을 모두 혼합한 퓨전 판타지를 보여주었다 하겠습니다.

ⓒ Square Enix (좌측) / ⓒ TYPE-MOON · Fate-UBW Project (우측)


이외에도 독특한 세계관으로 눈길을 끈 작품도 있습니다. 본즈가 제작한 '울프스레인(2003)'의 경우가 바로 대표적인 예인데요. 현대적인 배경 속에 하늘을 나는 거대한 배를 소유한 특권층 귀족이 존재하고, 인간으로 둔갑하여 살아가는 늑대들과 그들을 인도하는 소녀의 형상을 한 꽃이라는 기이한 소재를 사용하여, 판타지와 정통 드라마를 혼합한 멋진 완성도를 보여주다 하겠습니다. 특히, 드라마보다는 볼거리에 치중하기 시작한 최근의 아니메 트렌드와는 달리, 이야기 자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정통 판타지는 아니었지만 정통적인 매력을 보여주기도 했지요. 드라마를 강조하는 제작사 본즈는 이외에도 눈여겨 볼만한 판타지 작품을 몇 차례 선보이는데, '스크랩드 프린세스(2003)'는 서양식 판타지를 얼개로 하여 SF를 가미한 세계관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드라마와 코미디를 적절히 섞은 퓨전 판타지를 보여줍니다. 겉모습은 예전의 판타지 아니메에서 많이 보아온 모습이지만, 매트릭스를 연상시키는 결말과 드라마틱한 장면으로 인해 다소 엉성한 구성에도 불구하고 좋은 반응을 얻었던 작품이기도 하지요.

또한 아라카와 히로무의 동명 인기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본즈의 또다른 히트작 '강철의 연금술사(2003)'는 20세기 초반의 유럽과 같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여 지구와는 거울처럼 대비되는 다른 차원의 세상에서 벌어지는 연금술사 엘릭 형제의 모험을 다루고 있는 작품으로, 기본적으로 소년 만화의 형식을 취하면서 연금술이라는 몹시 판타지스러운 소재를 사용하여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 작품입니다. 이렇게 근대적인 세계관에 판타지적인 소재를 등장시키거나, 판타지스러운 세계관에 SF 또는 현대적인 설정을 등장시키는 혼합방식은 위와 같이 본즈가 만들어 낸 일련의 완성도 높은 작품들을 통해 90년대부터 시작된 러브 코미디 형식의 퓨전 판타지에 비해 보다 더 성숙해진 드라마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 Bones·Nobumoto Keiko·BV (좌측) / ⓒ Sakaki Ichiro·Kadokawa Shoten·Sutepri Project (중간) / ⓒ Arakawa Hiromu·Square Enix·Bones·MBS·ANX·Dentsu (우측)


지금까지 이야기한 작품들을 기본으로 요약하자면 퓨전 판타지라고 불리는 판타지를 가미한 복합적 장르의 아니메들은 다양한 세계관을 빌려와 일본의 입맛에 맞게 로컬라이징한 경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라고 하겠습니다. 특히, 60년대의 정통파 풀 애니메이션을 거쳐 70년대의 일본식 오리지널 아니메를 지나 80년대의 장르적 완성을 거친 아니메는 이후부터는 다양한 장르와의 크로스오버와 소재의 혼합으로 작품의 매력을 더더욱 다양하게 만들고 있는데, 마치 정통 요리에서 퓨전 요리로 레시피를 다양하게 바꾼 레스토랑과도 흡사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드라마 중심에서 캐릭터 중심으로 아니메의 무게추가 기울어지면서 퓨전 판타지 역시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만들어 내는 수단이라기보다는 흥미로운 볼거리(캐릭터)를 제공하기 위한 부차적인 소재로 활용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세계관의 깊이 있는 묘사보다는 그저 단순한 미장센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하겠습니다. '퀸즈 블레이드(2009)'와 같은 여자 캐릭터의 노출에 초점이 맞춰진 작품에서 판타지는 세심한 묘사나 디테일한 세계관의 구현이 필요치 않은 쉽사리 구현 가능한 세트 디자인일 뿐이데요. 꼭 판타지라는 소재를 깊이 있게 대입한 정통 스타일의 아니메만이 해답은 아니겠지만, 세심한 설정과 드라마가 돋보이는 판타지 작품들이 하나같이 외면받거나 제작 선호도에서 밀리는 현실은 아쉽기만 합니다. (퓨전 판타지는 아니지만, 높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던 '정령의 수호자(2007)'같은 경우가 대표적이지요.)

상업적인 관점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흥미 위주의 말초적인 작품들을 위한 부가적인 소재로서의 판타지가 아닌, 보다 더 깊이있는 설정과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의 소재로서 판타지를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판타지 아니메 연대기 3부 끝. 4부에서 계속)

<참고 사이트>

[1] 판타지 로봇 서사시 - 단바인에서 에스카플로네까지 (上) by 엘로스, 별바다의 서고
[2] 판타지 로봇 서사시 - 단바인에서 에스카플로네까지 (下) by 엘로스, 별바다의 서고
[3] 환몽전기 레다(幻夢戦記レダ) 1985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4] 천사의 알(天使の卵) 1985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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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프레스블로그 MP(Monthly Posting) 2010년 11월차에 선정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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