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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1991), 機動戦士 ガンダム0083 STARDUST MEMORY


ⓒ SOTSU · SUNRISE



<정보>

◈ 원작: 야다테 하지메(矢立肇), 토미노 요시유키(富野由悠季) - 실제로 참여하지는 않음.
◈ 감독: 카세 미츠코(加瀬充子) - 1~7화 / 이마니시 타카시(今西隆志) - 8~13화
◈ 각본: 스즈키 요시타케(鈴木良武), 엔도 아키노리(遠藤明範), 이마니시 타카시(大熊朝秀의 필명으로 참여), 타카하시 료스케(高橋良輔)
◈ 스토리보드/연출: 와타나베 신이치로(渡辺信一郎), 아카네 카즈키(赤根和樹), 카세 미츠코, 이마니시 타카시
◈ 캐릭터 디자인/총작화감독: 카와모토 토시히로(川元利浩)
◈ 작화감독: 오사카 히로시(逢坂浩司), 칸노 히로키(菅野宏紀), 카와모토 토시히로
◈ 메카닉 스타일링/메카닉 디자인: 카와모리 쇼지(河森正治) / 카토키 하지메(カトキハジメ), 아키타카 미카(明貴美加)
◈ 메카닉 작화감독: 사노 히로토시(佐野浩敏), 요시다 토오루(吉田徹)
◈ 미술감독: 히가시 쥰이치(東潤一)
◈ 음악/노래: 하기타 미츠오(萩田光雄) / 마츠바라 미키(松原みき), MIO, Jacob Wheeler
◈ 프로듀서: 우에다 마스오(植田益朗), 타카시나 미노루(高梨実)
◈ 제작사: 선라이즈, 반다이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91.05.22~1992.09.24 (OVA) / 1992.08.29 (극장판)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OVA(13화),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줄거리>

1년 전쟁이 종결된지 3년, 지구연방군은 1년 전쟁 당시 큰 전과를 올린 건담의 후속 개발 프로젝트인 건담 개발 계획 GP(Gundam Project)를 진행 중에 있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애너하임 사에서 개발된 두 기의 모빌슈트인 GP01(범용 모빌슈트)와 GP02(핵병기 탑재 모빌슈트)가 지상 테스트를 위해 지구의 오스트레일리아로 이송되던 도중, 지온군의 잔당조직인 델라즈 플리트에 의해 GP02가 탈취되는 사고가 발생한다.

사건의 주범은 델라즈 플리트의 에이스이자 1년 전쟁 당시 '솔로몬의 악몽'으로 명성을 드높였던 아나벨 가토 소령. 가토는 GP01을 타고 그를 쫓던 건담 테스트 파일럿 코우 우라키 소위와 연방군의 끈질긴 추격을 따돌리고 GP02와 함께 우주로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이 사건이야말로 델라즈 플리트의 'Stardust(별 부스러기)' 작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으니, 바야흐로 지온과 지구연방 간의 새로운 전쟁의 서막이 열리려 하고 있다.


<소개>

'기동전사 건담 0080(1989)'를 통해 토미노가 없는 건담의 새로운 미래를 엿보게 된 반다이는 용자 시리즈와 엘드란 시리즈로 인해 로봇 아니메의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선라이즈에게 차기 건담 프로젝트를 다시금 의뢰하기에 이른다. 타카라는 용자 시리즈로, 토미는 엘드란 시리즈로 선라이즈에게 기대고 있던 차에 이제는 반다이까지 가세했으니 어찌보면 90년 초는 완구, 프라모델 업체들의 시장 선점을 위한 일종의 선라이즈표 재기전이었던 셈이다. 이 현실적인 로봇 전쟁(?)에 건담이 참전하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순서였다고 하겠다. (물론, 각 작품의 기획시점을 감안한다면 이들 작품의 순서 배열에는 다소간의 차이가 존재할 수도 있다)

이리하여 선라이즈와 반다이는 토미노 요시유키와 야스히코 요시카즈, 오카와라 쿠니오라는 원년 3인방을 모두 불러모은 대작  극장판 '기동전사 F91(1991)'을 기획하게 되는데, 애초에 TV 시리즈로 런칭할 이 작품을 극장판으로 우선 간을 본 뒤 반응에 따라 TV 시리즈로 제작하겠다는 반다이의 자신감 없는 전략이 결국 건담 F91의 패착이 된 것은 이미 '만화영화 연대기: 기동전사 건담 F91(1991)'에서 전술한 바 있다. 허나, 반다이는 이러한 조심스런 전략에 한가지 우회 전술을 더 추가하게 된다.

☞ 만화영화 연대기: 기동전사 건담 F91 (바로가기)

건담 F91은 토미노와 야스히코, 오카와라까지 가세한 명실상부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의 정통 후속 시리즈이긴 했지만, 기존의 우주세기와 거의 연관이 없는 30년 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시리즈를 일신하는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었는데, 이미 다른 작품보다 월등히 팬들과 많은 것을 공유해온 건담에게 이런 식의 분위기 쇄신은 자칫 기존 팬들에게 외면을 받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토미노 스스로 더이상 예전의 건담과 얽히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반다이는 건담 F91은 토미노와 스탭들의 뜻대로 하되, 기존 팬들을 위해 우주세기의 이야기를 활용한 또다른 건담 시리즈를 기획하는 대안을 생각해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1991)'이다.

건담 F91은 '성전사 단바인(1983)' 이후로 토미노의 작품을 주로 제작해온 선라이즈의 주력 스튜디오인 제2스튜디오에서 제작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로 인해 건담 0083은 극장판이나 TV 시리즈가 아닌, 이미 건담 0080에서 재미를 보았던 OVA로 제작할 것으로 결정되었으며, 스튜디오는 '은하표류 바이팜(1983)'이나 '푸른 유성 SPT 레이즈너(1985)', 그리고 '시티헌터 시리즈' 등을 제작한 선라이즈의 제3스튜디오에서 제작이 이루어지게 된다. 감독에는 이 건담 0083이 첫 감독 데뷔작인 카세 미츠코와 이마니시 타카시. 보기 드문 여성 연출가인 카세 미츠코는 0083이 첫 데뷔 감독작이었지만, '투장 다이모스(1978)' 부터 선라이즈의 수많은 아니메, 특히 로봇물에서 활약해온 베테랑 연출스탭이었고, 이마니시 타카시는 '장갑기병 보톰즈 시리즈'에서 활약하면서 리얼로봇 아니메에 대한 이해력이 넓고, 각본과 프로듀서까지 가능한 만능 연출스탭이었다. 이들을 주축으로 선라이즈의 신예들이 대거 건담 0083의 메인 스탭으로 활약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면면을 보면 지금 시점에서는 감히 신예라 칭하기 어려운 일류 애니메이터들로 가득한데, 먼저 연출 스탭에는 '카우보이 비밥(1998)'으로 후일 일본 아니메를 대표하는 스타일리쉬한 연출가로 각광받게 되는 와타나베 신이치로가, '천공의 에스카플로네(1996)'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아카네 카즈키 등이 참여하고 있다. 캐릭터 디자인에는 카우보이 비밥과 '울프스 레인(2003)'으로 초특급 애니메이터로 성장하게 되는 카와모토 토시히로와 '기동전사 V 건담(1993)'과 '기동무투전 G 건담(1994)', '현란무답제 더 마즈데이브레이크(2004)' 등 선라이즈와 본즈의 대표작에서 활약하게 되는 故 오사카 히로시가 놀라운 필력을 선보이며, 이 작품을 통해 그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다. 또한, 90년대 중후반부 선라이즈의 메카 작화를 책임지는 사노 히로토시와 요시다 토오루가 건담 0083을 통해 기대를 뛰어넘는 정교한 메카 묘사를 연출하면서 건담 0083의 놀라운 작화 퀄리티를 책임지게 된다. 캐릭터와 메카닉 작화에서 이들 신예들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활약은 0083의 흥행의 일등 공신이라 할 수 있으며, 바로 이 건담 0083을 시작으로 그들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오카와라 쿠니오의 공백을 메울 메카닉 디자인에는 무려 '초시공 요새 마크로스(1982)'의 원작자이자 발키리 머신의 디자이너이기도 한 카와모리 쇼지를 깜짝 영입하여 건담 1, 2호기의 디자인을 맡기고, '건담 센티넬'을 통해 신예 디자이너로 각광받기 시작한 카토키 하지메를 불러들여 카와모리가 디자인한 건담 1, 2호기의 리파인과 다른 MS의 디자인을 맡기게 한다. 단, 이미 정형화되어 있던 건담이라는 이미지를 베이스로 건담 1, 2호기를 디자인한 카와모리는 스스로 이것이 자신의 오리지널 디자인이 아니기에 메카닉 디자인이 아닌 메카닉 스타일링으로 스탭 표기를 해줄 것을 요청하게 되는데, 이 일화에서 카와모리의 메카닉 디자인에 대한 그만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하겠다. 이 때문이지는 몰라도 건담 0083에서 스포트 라이트를 받은 메카닉 디자이너는 카와모리보다는 신예 카토키였으며, 이후의 건담 시리즈부터 카토키의 영향력은 눈에 띌 정도로 강해져 단순히 메카닉 디자인을 넘어 프라모델 상품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기에 이른다.


준비된 괴물 신인들의 가세가 작품의 완성도를 보장하기는 했지만, 건담 0083의 성공동력은 그보다는 기존 건담 팬들을 만족시키는 설정과 이야기에 있지 않나 싶다. 우선 1년 전쟁과 그리프스 전쟁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을 이야기로 삼은 점은 확실히 우주세기 팬들에게는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특히, 결말부에서 티탄즈의 결성을 위한 단서를 제공하고 티탄즈의 주역인 자미토프 하이만과 바스크 오움을 등장시킨 부분은 우주세기 건담 팬들의 입맛에 그야말로 딱 맞는 부분. 델라즈 플리트의 에이스 아나벨 가토와 시마 가라하우와 같은 캐릭터들의 등장 또한 시리즈의 인기를 견인하는 일등공신이었으나, 전반적으로 연방측보다 델라즈 플리트 측에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포진함으로써 건담 0083의 구도는 왠지 모르게 델라즈 플리트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느낌을 주고 있다. 확고한 신념을 가진 가토와 멘탈과 실력 모두에서 가토에게 뒤진 코우의 대립구도도 그런데, 본래 라이벌 악역에 비해 모자라던 주인공이 차츰 성장하여 라이벌을 능가하는 인물이 되어가는 기존의 아니메 포맷과 달리 본작에서의 코우는 성장 속도가 둔하고, 품고 있는 가치관 역시 모호하여 오히려 가토를 돋보이게 하는 들러리가 되어버린 부분은 아쉽다.

또한, 민간인 소년들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건담에 우연치 않게 탑승하게 되는 기존의 건담 시리즈의 구도에서 벗어나 이미 군인인 주인공 코우 우라키 소위를 주인공으로 삼은 점이나 이미 성장한 성인들이 주역 캐릭터로 등장하는 점은 건담 0083을 보다 성인취향의 드라마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보이게 한다. 즉, 이 작품은 이제 막 건담을 시청하려고 하는 소년, 소녀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닌 이미 건담을 어렷을 적부터 보아오고 이제는 2~30대로 성장한 오리지널 팬의 눈높이에 맞춰진 작품인 셈이다. 여러모로 본작의 방향성은 이렇듯 신규 건담팬보다는 기존 건담팬을 의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전통적인 건담의 테마였던 뉴타입을 배제함으로써 보다 더 현실적인 밀리터리 드라마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데, 뉴타입이라는 테마가 건담의 화두인 동시에 구태의연한 테마가 되어버렸음을 생각할 때 뉴타입의 거세는 괜찮은 선택이라 보여진다.

하지만, 가토와 코우 사이에서 번민하던 중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되는 히로인 니나 퍼플톤의 경우는 극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많은 팬들에게 지탄을 받게 된다. 사실 이러한 설정은 극적인 면에서 크게 무리는 없다는 생각이지만, 1화만 하더라도 일면식이 없는 것처럼 그려지던 가토와 니나가 극 후반에서 과거의 연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부분은 초반부터 계획했던 설정이 아니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또한, 전반적으로 델라즈 플리트의 인물들이 돋보이는데다가 후반부에는 연방의 부패한 모습마저 등장하여 이야기의 무게는 미묘하게 델라즈 프리트 측으로 기울게 되는데 이로 인해 그들의 테러리즘이나 자폭공격 등이 미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또, 등장하는 메카들이 시간 순으로 바로 다음 작품이 되는 '기동전사 Z 건담(1985)'에 비해 너무 고성능의 기체들이 등장한다는 것도 문제. 특히 후반부에 등장하는 거대 모빌 아머 노이에 질이나 GP-03 덴드로비움은 확실히 당시의 스펙을 뛰어넘는 기체들로서, 이러한 부분은 에필로그를 통해 GP 계획 자체가 이 시점에서 말소된다는 설정으로 어느 정도 모순점을 상쇄하려 했지만, 애초에 이러한 스펙과 디테일의 기체를 등장시킨 의도가 프라모델 판매와 무관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의도적이었다고 보여진다. 문제는 실제로 상품화된 프라모델에 있었는데, 당시 건담 F91과 작품이 병행되면서 반다이가 건담 F91에 집중했던 탓인지 건담 0083의 초판 키트들은 기대 이하의 프로포션과 디테일로 시장의 외면을 받게 된다. 건담 0083의 인기가 건담 F91에 비해 더 높았고, 설정을 무시하면서까지 고성능의 기체들로 디자인했음을 생각할 때 이는 반다이의 실투가 아닌가 싶다. 건담 0083은 10여년이 지난 2001년에 다시 재판되면서 과거의 악명을 씻어내게 되었고, 특히 HGUC 덴드로비움은 역대 건프라 1/144 스케일 중에서 탑 클래스에 들어가는 압도적인 위용과 인기를 현재까지도 자랑하고 있다.

높아진 인기로 인해 시리즈 제작 도중 극장판의 제작이 결정된다. 극장판 '지온의 잔광'은 OVA 전 13화의 내용을 편집하여 최종화인 13화가 출시되기 전 극장에 공개되었는데, 이로 인해 후반부에는 극장판의 스케일에 맞춰 작화 퀄리티가 상승하게 된다. 건담을 보고 자란 세대들이 만든 건담이, 토미노 감독의 손길이 닿지 않은 건담이 마침내 극장판으로까지 등장한 것이다. 건담 0080과 건담 0083의 잇다른 성공, 그리고 건담 F91의 실패는 분명히 건담 월드에서도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사례였지만, 기이하게도 반다이만은 그것을 인정하지 못한 듯 싶다. 그리고 한계에 다다른 토미노 요시유키를 다시 한 번 더 몰아부치게 된다.

ⓒ SOTSU · SUNRISE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 ガンダム0083 STARDUST MEMORY, Wikipedia Japan
[2] 機動戦士 ガンダム0083 STARDUST MEMORY(1991), allcinema.net
[3] 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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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시공요새 마크로스 (1982), 超時空要塞マクロス / The Super Dimension Fortress Macross


마크로스 크로스오버 라이브 포스터ⓒ 1982, 1984 BIG WEST / ⓒ 2007 BIG WEST / MACROSS F 製作委員會 · MBS


<스탭>

◈ 원작: 스튜디오 누에
◈ 총감독: 이시구로 노보루
◈ 시리즈 구성: 마츠자키 켄이치
◈ 각본: 마츠자키 켄이치, 이시구로 노보루, 카와모리 쇼지, 토미타 스케히로
◈ 캐릭터 디자인: 하루히코 미키모토
◈ 메카닉 디자인: 미야타케 카즈타카, 카와모리 쇼지
◈ 메카닉 작화감독: 이타노 이치로
◈ 음악/노래: 하네다 켄타로 / 이이지마 마리 (린 민메이 성우)
◈ 제작사: 빅웨스트, 아트랜드, 아니메 프렌드, 타츠노코 프로
◈ 저작권: ⓒ BIG WEST
◈ 방영일자: 1982.10.03
◈ 장르: SF, 드라마, 로맨스,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서기 1999년, 도시규모의 거대한 외계인 우주선이 지구에 불시착한다. 지구통합군은 외계인의 기술력을 기본으로 삼아 이 거대한 우주선을 지구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개조하여 마크로스라 명명하고, 다가올 우주인과의 전투를 대비하게 된다.

그로부터 10년 후, 민간인 파일럿인 소년 이치죠 히카루는 마크로스의 진수식을 구경하기 위해 남 아타리아 섬에 오게 된다. 진수식이 막 시작될 무렵, 갑작스레 시작된 외계인 젠트라디군의 공격, 지구통합군은 젠트라디군을 맞아 곧바로 전투에 돌입하게 되고, 진수식을 구경나온 시민들은 급히 거대전함 마크로스 안으로 피신하게 된다.

통합군의 신형 전투기 VF-1 발키를 타고 젠트라디군과 맞서 싸우던 히카루는 우연치 않게 진수식을 구경온 화교 소녀 린 민메이를 구출하게 되고, 마크로스는 젠트라디 군의 공격을 피신하기 위해 대기권을 이탈을 시작한다. 점점 더 강력해지는 젠트라디군의 공세에 결국 마크로스는 폴드(공간이동)을 시도하게 되지만, 시스템 이상으로 인해 폴드는 절반의 성공을 거둔체 마크로스와 히카루들은 미지의 우주공간으로 튕겨나가 버리게 된다.

과연, 마크로스의 승무원과 민간인들은 정처없는 우주공간 속에서 젠트라디군의 공격을 막아내고 지구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소개>

리얼로봇 장르의 태동을 알린 기동전사 건담에 이어 건담을 보고 자란 젊은 세대들의 힘으로 완성해 낸, 리얼로봇 장르의 또다른 마스터피스. 전투기가 로봇으로 변하는 건담보다 더 리얼해진 병기로서의 설정, 거대한 우주항모 마크로스와 젠트라디 군과의 박진감 넘치는 우주 전쟁과 멋진 전투씬, 히카루, 민메이, 미사로 이어지는 3인의 젊은 남녀의 엇갈리는 멜로 드라마, 미소녀 아이돌이라는 컨셉을 아니메에 멋지게 이식한 민메이의 노래와 사랑스러운 모습 등 다채로운 색깔을 보여줌으로써 많은 팬들에게 강렬한 충격을 선사한다.

특히, 이 작품은 (비록 타츠노코 프로라는 거대 제작사가 힘을 받쳐주고는 있지만), 카와모리 쇼지, 하루히코 미키모토, 이타노 이치로와 같은 젊은 애니메이터들이 주축이 되어 제작된 작품으로, 마침내 아니메 세대가 시청자와 팬의 입장에서 벗어나 크리에이터의 입장에서 만들어 냈다는 가치를 갖게 된다. 극장판 역시 안노 히데아키를 비롯, 마에다 마히로, 사다모토 요시유키 등 후일 가이낙스의 핵심인물들이 되는 젊은이들이 대거 참여하여 신구 애니메이터의 조화를 멋지게 이루어 내면서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1] 참조)

스튜디오 누에의 활약 역시 돋보인다. 이미 기동전사 건담의 기획 등에 참여하며, 제작사가 아닌 창작 크리에이터 집단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던 스튜디오 누에는 이 마크로스의 기획에까지 참여하며, 명실상부 SF 아니메를 대표하는 크리에이터로서 그 명성을 날리게 된다. 특히, 미야타케 카즈타카의 멋진 메카 디자인들은, 약관의 카와모리 쇼지가 디자인한 변형 전투기 발키리와 더불어 아니메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다. 이후 아트랜드, AIC 등과 함께 스튜디오 누에가 참여한 걸작 SF 아니메들이 80년대 아니메의 전성기를 수놓게 됨은 주지의 사실이다.

젊은 애니메이터들의 참여에 따른 경험미숙에서일까, TV 시리즈의 경우는 작화 퀄리티가 들쑥날쑥하여 팬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반면 후일 '이타노 써커스'라 불리게 되는 메카닉 작화감독 이타노 이치로의 유도 미사일 발사장면은 마니아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얻으며 전설적인 작화기술로 남게 된다. (현재 이렇게 자신의 이름이 붙은 아니메 연출기법은 얼마전 작고한 故 카나다 요시노리의 '카나다 버스'와 이타노 이치로의 '이타노 써커스'가 유일.)

들쑥날쑥한 작화수준과 미흡한 제작 진행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성공과 그에 따른 업계와 팬들의 반응은 엄청난 것이었다. 미국의 TV 제작배급사인 Harmony Gold는 마크로스의 판권을 사들여 84년 '로보텍(Robotech)'라는 제목으로 미국 내에 방영을 시작하게 된다. 로보텍이라는 제목은 '기갑창세기 모스페다' 외에도 초시공 시리즈라 명명되는 일련의 마크로스의 후속작에까지도 이어져 똑같은 제목으로 미국에 방영되기도. 특히, 건담으로 당시 아니메 세계에서 로봇물을 주도하고 있던 선라이즈의 경우는 마크로스에 대한 견제(?)로 83년부터 연속으로 엄청난 수의 리얼로봇 아니메를 제작해내는 폭주를 시도한다. 이러한 양상은 후일 에반게리온의 등장과 90년대 후반의 선라이즈의 폭주와도 묘한 데자뷰를 갖고 있기도 하다.

☞ 마크로스와 에반게리온의 데자뷰... 반복된 선라이즈의 폭주 (보러가기)

그제까지의 아니메 중에서 미소녀와 로봇이라는 마니아들의 상이한 코드를 가장 성공적으로 융합시킨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극장판: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 (1984) 


마크로스 극장판 포스터ⓒ BIG WEST

<스탭>

◈ 총감독: 이시구로 노보루
◈ 감독/스토리 구성/각색: 카와모리 쇼지
◈ 캐릭터 디자인 및 작화감독: 하루히코 미키모토
◈ 메카닉 디자인: 미야타케 카즈타카, 카와모리 쇼지
◈ 작화감독: 이타노 이치로, 히라노 토시키
◈ 주요 애니메이터: 마에다 마히로, 모리모토 코지, 안노 히데아키, 야마가 히로유키, 유키 노부테루, 이즈부치 유타카 등
◈ 음악/노래: 하네다 켄타로 / 이이지마 마리
◈ 프로젝트 기획: 요시다 켄지, 오오니시 요시마사
◈ 제작사: 빅웨스트, 타츠노코 프로
◈ 저작권: ⓒ BIG WEST
◈ 개봉일자: 1984.07.07
◈ 장르: SF, 드라마, 로맨스,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외계의 전투종족 젠트라디군의 공격으로 지구를 떠나 망명의 길에 오른 우주통합군 소속 거대 전투함 마크로스. 수천명의 시민과 군인들이 생활하고 있는 작은 도시인 마크로스는 현재 지구로 귀환하고 있는 중이다. 마크로스의 슈퍼아이돌이자 인기여가수인 린 민메이는 마크로스의 지구인들에게 있어서는 유일한 삶의 낙. 민메이의 콘서트가 한창이던 어느날, 젠트라디 군의 습격이 시작되면서 마크로스는 다시금 전화의 불길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스컬소대 소속의 이치죠 히카루 중위의 발키리 편대가 젠트라디군과 전투를 벌이던 와중, 일단의 젠트라디 병사들이 마크로스 함내에 침투하게 된다. 그들이 불시착한 곳은 우연치 않게도 민메이의 콘서트 장, 지구군의 병기 발키리에 육박하는 거대한 몸을 가진 전투종족 젠트라디는 남자들만으로 구성되어 있는 종족으로, 여자들만으로 구성된 멜트란디 종족과 오랜 세월 대립중이다. 추락한 젠트라디 병사들은 여자와 남자가 같은 곳에 어울려 있는 민메이 일행의 모습에 크게 놀라게 되는데...


<소개>

82년 방영을 시작하여 83년에 성공적으로 종영한 마크로스는 마침내 이듬해 극장용 아니메로 다시 제작되게 된다. TV 시리즈 이후 혹은 이전의 내용을 다루는 것이 아닌 원 스토리를 축약하고 재구성하는 스핀오프 형태로 방향을 잡았으며, 대신 완전히 새로운 작화로 작품을 일신하게 된다. TV 시리즈 자체의 퀄리티가 높지 않았음을 감안할 때 극장판을 위해서는 신작화로 갈 수 밖에 없었을 듯 싶다.

84년 당시 제작된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으리만치 놀라운 작화 퀄리티는 마크로스 극장판의 가치를 지금까지도 높게 평가하게 되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그 영상적 완성도는 십수년 후, 에반게리온 이후 시작된 고퀄리티 작화의 작품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으며, 최근의 CG 아니메와 비교해도 그닥 떨어지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다. 풀프레임 애니메이션이 아닌, 게다가 세밀한 묘사가 수반되어야 하는 SF 로봇 아니메에서 그 영상적 완성도는 아니메史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특히, 이번 극장판은 TV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사랑과 노래라는 테마를 더더욱 부각시켜 SF 로봇 아니메임에도 메인 테마는 멜로물에 더욱더 근접한 드라마틱한 전개를 보여준다. 민메이의 콘서트 장면이나 민메이와 히카루의 데이트, 속칭 '민메이 어택'이라 명명되는 클라이막스에서의 주제가와 우주전쟁과의 기막힌 매치업은 로봇 아니메 중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하게 음악과 액션씬을 융합시키며 아니메 사상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로 인식된다. 

엔딩테마 '천사의 그림물감'이 흘러나올 때는 스탭롤과 함께 민메이들의 미래의 모습을 담은 뮤직비디오 형식의 영상이 사용될 예정이었지만, 제작 여건상 스탭롤만이 올라가는 일반적인 엔딩으로 마무리되었다. 이 기획은 87년도 OAV 'Flash Back 2012(이하 플래쉬백)'에 사용되며, 이후 출시되는 마크로스 극장 아니메 매체에는 이 플래쉬백에 사용된 영상이 추가된 엔딩으로 교체된다.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Flash Back 2012 (1987) 


마크로스 플래시백 DVD 표지ⓒ BIG WEST

<스탭>

◈ 감독/구성: 카와모리 쇼지
◈ 캐릭터 디자인 및 작화감독: 하루히코 미키모토
◈ 음악: 하네다 켄타로
◈ 노래: 이이지마 마리
◈ 주요 스탭: 기타쿠보 히로유키, 이이다 후미오
◈ 제작사: 아니메 프렌드, 타츠노코 프로
◈ 저작권: ⓒ BIG WEST
◈ 출시일자: 1987.06.21
◈ 장르: 뮤직비디오
◈ 구분/등급: OVA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애초에 극장판의 엔딩 스탭롤에 배경 영상으로 사용되어 뮤직비디오 스타일의 에필로그로 보여줄 기획이 무산되면서, 기존의 TV 시리즈와 극장판, 그리고 캐릭터 디자이너였던 하루히코 미키모토의 일러스트를 편집하여 뮤직비디오 형태로 제작된 작품.

앞서 선보이려 했던 에필로그 형태의 뮤직비디오 영상은 이 플래쉬백에서의 인트로와 엔딩을 장식하는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사용되었다.

압도적인 작화퀄리티를 보여주었던 극장판의 영상미에서 한발 더 나아가 87년도 당시로서는 거의 극한에 이르른 작화 퀄리티는 다시금 팬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얻으며 편집된 뮤직 비디오 스타일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마크로스를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되었다. 인트로와 엔딩에 사용된 천사의 그림물감 뮤직 비디오는 극장판에서의 종결 이후 민메이를 중심으로 한, 주인공들의 뒷 이야기가 담겨 있으며, 새로운 발키리나 우주 이민선 메가로드의 등장 등, 여러가지 흥미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플래쉬백에 등장한 거대 이민선 메가로드는 이후 '마크로스 프론티어(2007)'에서 다시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거대이민선 메가로드에 몸을 싣고 우주 저편으로 사라져버린 린 민메이처럼 그녀의 목소리와 노래를 통해 스타덤에 올랐던 이이지마 마리 역시 마크로스를 끝으로 조용히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지기 시작한다.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II: Lovers Again (1992) 


마크로스 II 포스터ⓒ BIG WEST

<스탭>

◈ 감독: 야타가이 켄이치
◈ 스토리 컨셉/각본: 토미타 스케히로 外
◈ 캐릭터 디자인: 하루히코 미키모토
◈ 메카닉 디자인: 오하타 코이치, 후지타 카즈미 外
◈ 오프닝 애니메이션: 오바리 마사미
◈ 음악: 사기쓰 시로
◈ 제작사: AIC
◈ 저작권: ⓒ BIG WEST
◈ 방영일자: 1992.05.21
◈ 장르: SF, 드라마, 로맨스,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OVA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전작 마크로스로부터 80년이 흐른 뒤의 세계를 묘사하고 있는 작품으로, 몇몇 부분에서 이전 시리즈의 흔적을 찾을 수 있지만, 작품의 시대 배경상 그다지 큰 연관을 지을 수는 없는 작품이다.

초시공 시리즈로 일컬어지는 마크로스 이후의 일련의 시리즈(오거스, 서던 크로스)들이 그다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상황에서 마크로스 10주년을 기념하여 진정한 마크로스의 후속 시리즈를 표방하며 등장한 작품이었지만, SF 아니메가 거의 몰락한 당시의 시대적 정황, 그리고 마크로스의 핵심이라할 수 있는 카와모리 쇼지와 스튜디오 누에가 빠진 반쪽짜리 제작진 등, 전작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진 스탭진 구성과, 후속시리즈로서 전작의 테마를 그대로 답습하는 시대의 변화를 감안하지 못한 시나리오 등 전반적으로 아쉬운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명작곡가 사기쓰 시로의 참여가 그나마 위안을 주는 편.


마크로스 플러스 (1994) 


마크로스 플러스 포스터ⓒ BIG WEST / MACROSS PLUS Project

<스탭>

◈ 총감독/원안/스토리보드/메카닉 디자인: 카와모리 쇼지
◈ 감독/스토리보드: 와타나베 신이치로
◈ 각본: 노부모토 케이코
◈ 캐릭터 디자인: 마사유키
◈ 작화감독: 모리모토 코지, 모리야마 유지, 아오노 아쯔시
◈ CG 감독: 카타아마 미츠노리
◈ 스페셜 애니메이터: 이타노 이치로
◈ 키 애니메이터: 안노 히데아키, 카와모토 토시히로, 카츠라 켄이치로 外
◈ 음악: 칸노 요코
◈ 제작사: 아시 프로덕션
◈ 저작권: ⓒ BIG WEST / MACROSS PLUS Project
◈ 개봉일자: 1994.08.25
◈ 장르: SF, 드라마, 로맨스, 리얼로봇, 액션
◈ 구분/등급: OVA,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마크로스 II의 참여를 고사한 카와모리 쇼지가 2년 뒤 만들어 낸 마크로스의 후속작. 와타나베 신이치로를 감독으로 세우고 그 자신은 총감독으로 전체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으나, 원작부터 스토리보드, 메카닉 다지인에 이르기까지 전분야에 걸쳐 참여하며,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특히, 이 작품을 통해 감독으로 데뷔한 와타나베 신이치로나 극본을 맡은 노부모토 케이코, 음악을 맡은 칸노 요코 등은 후일 '카우보이 비밥 (1998)'의 스탭들로 다시 뭉치게 된다. 이 작품에서의 인연 때문인지 카와모리 쇼지 역시 후일 카우보이 비밥의 제작에 관여한다.

부진한 시청률로 시청자들의 뇌리에 잊혀졌던 마크로스 II와 달리 이 작품은 하루히코 미키모토라는 마크로스의 또다른 핵심멤버가 불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타노 이치로의  수준높은 메카닉 액션연출과 칸노 요코의 멋진 음악, 그리고 이전의 마크로스와는 또다른 색다른 이야기 전개로 성공을 거둔다. 특히, 컴퓨터 아이돌 샤론의 등장은 마크로스의 영향력 하에서 마크로스 스탭들에 의해 탄생된 OVA 시대의 걸작 메가존 23 시리즈와도 연계되는 측면이 있다.

이전까지의 마크로스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 디자인과, 우주인과 지구인의 전쟁이라는 마크로스 원래의 테마가 아닌 삼각관계 속에 얽힌 숨겨진 비화나 AI(인공지능)의 폭주와 같은 소재를 다룸으로써 후속작이면서도 마치 별개의 작품인냥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CG 등이 적극적으로 사용된 작품이지만, 당대 기술력의 한계로 그것이 발키리를 포함한 메카닉 연출씬에 적극적으로 묘사되지는 못한다. 이러한 아쉬움은 십여년 뒤 마크로스 제로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완성된 모습을 보여준다.

비록 항공기 CG 전투씬을 보여줄 수는 없었지만 에드워드 공군기지까지 답사하면서 현실적인 항공기의 움직임과 모습을 담으려 했던 카와모리 쇼지와 이타노 이치로 등의 힘으로 탄생된 항공기 전투씬은 전작에 이어 여전히 명불허전의 탁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네다 켄타로(원작 음악), 사기쓰 시로(마크로스 II 음악)에 이어지는 칸노 요코의 참여와 모리모토 코지, 모리야마 유지 등이 만들어낸 몽환적인 콘서트 씬 또한 음악을 메인 테마로 내세우는 마크로스만의 특징을 잘 살린 멋진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마크로스 7 (1994) 


마크로스 7 DVD 표지ⓒ BIG WEST


<스탭>

◈ 원안/감수: 카와모리 쇼지
◈ 감독: 아미노 테츠로
◈ 스토리 구성: 토미타 스케히로 外
◈ 캐릭터 디자인 원안: 하루히코 미키모토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카츠라 켄이치로
◈ 메카닉 디자인: 미야타케 카즈타카, 카와모리 쇼지 外
◈ 오프닝 애니메이션: 오바리 마사미
◈ 제작사: 아시 프로덕션
◈ 저작권: ⓒ BIG WEST
◈ 방영일자: 1994.10.16
◈ 장르: SF, 드라마, 로맨스, 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마크로스 플러스와 동시에 기획되어 TV 시리즈로 제작된 작품. 카와모리 쇼지와 스튜디오 누에가 참여했다는 점에서 92년작 마크로스 II보다는 보다 더 정통적인 마크로스의 후속 시리즈로 봐야할 듯 싶다. 이야기 배경도 원작으로부터 약 30여년 뒤의 이야기로, 원작의 등장인물들이 나온다는 점에서 80년 뒤의 세계를 묘사했던 마크로스 II가 시퀄이라는 의의를 무색케 했다.

하루히코 미키모토가 캐릭터 원안에는 참여했지만, 실제 작품에서는 다른 애니메이터가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을 맡았기에 이 작품 역시 하루히코의 느낌이 그다지 묻어나지는 않는다. 액션연출을 맡아왔던 이타노 이치로의 불참도 아쉬운 부분.

특히, 이 작품은 병기로서 현실적인 모습을 중시하던 이전의 메카닉 디자인에서 벗어나 용자 시리즈마냥 입과 코를 지닌 발키리의 디자인이 등장하고 음악 연주로 발키리가 기동하는 등, 여러모로 원작과는 다른 파격적인 모습을 선보이며 찬반양론에 휩싸였던 작품이기도 하다. 이것은 전작과는 항상 다른 패턴을 선보이려 하는 카와모리 쇼지의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시도에 의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기존 팬들에게는 큰 원성을 듣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시리즈 자체의 인기는 좋았던 편이어서 마크로스 시리즈로서는 이례적으로 극장판 '은하가 나를 부른다(1995)', OVA 시리즈인 '마크로스 7 Encore'와 '마크로스 7 Plus', '마크로스 7 다이너마이트' 등, 마크로스 7만의 별도의 후속작이 생기게 된다. (베스트 아니메 참조)

원 시리즈에서 통합군과 멜트란디 군의의 천재 파일럿으로 각각 등장했던 조연급의 맥시밀리언과 밀리아의 딸 밀레느가 이 작품의 여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마크로스 제로 (2002) 


마크로스 제로 표지ⓒ BIG WEST / MACROSS ZERO 製作委員會


<스탭>

◈ 감독/원안/스토리보드/메카닉 디자인: 카와모리 쇼지
◈ 각본: 오오노기 히로시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사이토 타쿠야
◈ 메카닉 디자인: 이시가키 쥰야
◈ 프로덕션 디자인: 미야타케 카즈타카
◈ 스페셜 애니메이터: 이타노 이치로
◈ 음악: 하이시마 쿠니아키
◈ 제작: 사테라이트
◈ 저작권: ⓒ BIG WEST / MACROSS ZERO 製作委員會
◈ 츨시일자: 2002.12.21
◈ 장르: SF, 드라마, 로맨스,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OVA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마크로스 탄생 20주년을 기념하여 제작된 OVA. 원작 시리즈의 프리퀄로서 원작보다 1년 앞선 시점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원 시리즈에서 멋진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던 로이 포커가 이 작품에 등장하면서 원 시리즈와의 끈을 이어가고 있으며, 십여년 전 기술적 제약으로 마크로스 플러스에서 구현하지 못했던 3D CG 전투장면이 마침내 추가되어 박진감 넘치는 발키리 전투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이 놀라운 항공 전투장면의 묘사는 비슷한 시기에 제작되었던 곤조의 '바람의 요정 유키카제'와 더불어 아니메에서 한차원 높은 3D CG의 완성도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음악이라는 마크로스의 주요 테마는 원작의 아이돌 가수에서 인공지능 사이버 가수(마크로스 플러스), 그리고 그룹 사운드(마크로스 7)를 거쳐 본작에서는 원주민 무녀의 샤머니즘적인 노래로 바뀌어 새롭게 묘사되고 있다. 원주민과 전투기 파일럿의 사랑 이야기는 구태의연한 감이 있지만, 압도적인 CG 영상미가 백미인 본작의 성격상 큰 의의를 부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남녀 간의 아기자기한 멜로 드라마와 CG 효과를 십분 살린 강조된 액션씬, 통합군과 반통합군 간의 갈등구조, 새사람으로 일컬어지는 외계문명의 전설이 모두 밀도 있게 다루어지기에는 5화라는 길이는 짧다는 생각이 든다.


마크로스 프론티어 (2007) 


마크로스 F 극장판 포스터ⓒ 2007 BIG WEST / MACROSS F 製作委員會 · MBS


<스탭>

◈ 총감독/원안/발키리 디자인: 카와모리 쇼지
◈ 감독: 키쿠치 야스히토
◈ 시리즈 구성: 요시노 히로유키
◈ 캐릭터 디자인: 에바타 리사, 타카하시 유이치
◈ 메카닉 디자인: 이시가키 쥰야, 타카쿠라 타케시
◈ 컨셉 디자인: 미야타케 카즈타카
◈ 음악: 칸노 요코
◈ 제작사: 사테라이트
◈ 저작권: ⓒ 2007 BIG WEST / MACROSS F 製作委員會 · MBS
◈ 방영일자: 2007.12.23
◈ 장르: SF, 드라마, 로맨스,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마크로스 7의 이야기로부터 14년 뒤의 이야기를 다룬 시퀄로서 마크로스 탄생 25주년을 기념하여 제작되었다. 플래쉬백에서 등장했던 거대 우주이민선 메가로드와 유사한 우주 이민선 마크로스 프론티어를 타고 새로운 인류의 보금자리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사랑, 전쟁을 그리고 있다. 카와모리 쇼지는 총감독으로 물러나 있지만, 여전히 원안부터 발키리 디자인에 이르는 멀티플레이어로서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마크로스 제로에 이어 높은 수준의 3D CG 기법이 메카액션 연출에 적용되어 팬들이 기대치를 높였고, 에바타 리사가 디자인한 아이돌 셰릴 놈은 민메이부터 이전까지 등장했던 마크로스의 히로인과는 다른 도도하고 성숙한 매력을 보여주었다. 

각본을 맡은 요시노 히로유키의 스타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2000년대 아니메의 트렌드인 미소녀와 모에성이 상당히 짙은 작품으로 메카와 미소녀, 그리고 음악이라는 시리즈의 3대 테마를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 시리즈들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원작의 스타일과 달리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던 마크로스 7보다 더 이질적이라고 할 수 있을 듯. (이것이 항상 같은 패턴을 반복하지 않는다는 신조를 가진 카와모리 쇼지의 작품관 때문인지, 아니면 시청률과 현재의 트렌드를 고려한 기획단계에서의 마케팅적 접근방법에 의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입체적이고 관능적인 셰릴에 비해 너무 미약하게 설정된 란카의 캐릭터는 이 시리즈의 치명적인 미스 중 하나. 보호본능을 자극해야할 캐릭터가 팬들에게 외면을 받은 것은 시리즈의 테마라 할 수 있는 삼각 멜로라인의 형성을 불안하게 가져가는 결과를 가져왔다. 상대적으로 셰릴의 포스는 무척이나 강해서 민메이에 버금갈 정도는 아니라하더라도 상당한 인지도를 보여줬는데, 베스트 콤비인 칸노 요코와 사카마토 마야의 환상적인 음악과 보이스의 환상적인 궁합 또한 셰릴을 더더욱 돋보이게 한 요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마크로스 프론티어는 2009년 극장판으로도 제작되었다.


<참고 사이트>

[1]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2] The Super Dimension Fortress Macross (TV), ANN
[3] The Super Dimension Fortress Macross: Do You Remember Love? (movie), ANN
[4] The Super Dimension Fortress Macross: Flashback 2012 (OAV), ANN
[5] The Super Dimension Fortress Macross II: Lovers, Again (OAV), ANN
[6] Macross 7, ANN
[7] Macross Plus (OAV), ANN
[8] Macross Zero (OAV), ANN
[9] Macross Frontier (OAV), ANN
[10] 超時空要塞マクロス, Wikipedia Japan
[11] 超時空要塞マクロス_愛・おぼえていますか, Wikipedia Japan
[12] 超時空要塞マクロス Flash Back 2012, Wikipedia Japan
[13] The Super Fortress Macross, Wikipedia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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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에 대한 경쟁심, 또다른 명작의 탄생으로 이어지다.

ⓒ SUNRISE · SOTSU Agency


이들 아시다시피(아, 물론 일본 만화영화 팬들에게만 한정해서입니다만) 79년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과 선라이즈가 만들어낸 '기동전사 건담'은 첫방영시는 비록 저조했었지만, 재방송과 3부작 극장판 개봉 등을 통해 '리얼로봇'이라는 새로운 스타일의 로봇장르를 아니메史에 등장시키면서 일약 하나의 신드롬을 형성하기에 이르릅니다. 기동전사와 뉴타입의 포스가 어찌나 강력했던지 70년대 후반을 강타하며 아니메의 첫번째 르네상스를 가져오게 했던 마츠모토 레이지의 작품(야마토, 은하철도 999, 캡틴 하록, 천년여왕 등등)들을 완전히 잊혀져 버리게 할 정도의 위력이었던 것이죠.

게다가 당시 로봇 아니메에 있어서 토미노 감독에 버금, 아니 경험적인 면에서는 토미노 감독을 능가하고 있던 낭만로봇 3부작의 대가 나가하마 타다오 감독이 별세하면서 시대는 그야말로 리얼로봇의 시대로 접어들기 직전에 있었던 것입니다. 이는 동시에 선라이즈의 시대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동시에 반다이의 시대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구요.) 하여간에, 선라이즈의 앞길에 회사 이름처럼 마냥 태양이 떠있을 것만 같았던 그즈음, 한 정체불명의 작품이 등장하는 것이었던 겁니다.

그것은 대파란이었습니다. 기동전사 건담을 뛰어넘는 보다 더 현실적이고 드라마틱한 설정, 즉 익히 알고 있는 전투기가 로봇으로 변형하는 현실적이면서도 놀라운 디자인 컨셉, 게다가 인간형, 이족보행형 전투기, 전투기의 3단 형태로 변신하는 완구로서의 매력적인 상업적 가치, 거대한 로봇으로 변신하는 1200m급의 우주 항모와 멋드러진 SF 설정들, 발랄한 소녀가 아이돌 가수로 성장하는 성공 스토리를 담은 당시 아니메에서는 보기 드문 트렌디 드라마적 설정, 남자 주인공과 두 여자 주인공 사이에서 벌어지는 밀고 당기는 삼각 로맨스까지...

선라이즈 외에 이 정도의 드라마틱하고 현실적인 모습의 SF 아니메를 만들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그즈음 태어난 이 작품은 바로 도에이 동화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관록의 제작사 타츠노코 프로덕션의 지휘 하에, 기동전사 건담의 SF 설정에 일부 참여하면서 이미 아니메 업계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기 시작한 창작집단 스튜디오 누에와, 작품의 원안과 주역 메카인 발키리를 디자인해낸 신예 카와모리 쇼지(스토리 원안, 공동감독, 메카닉 디자인), 히라노 토시키(캐릭터 작화감독), 하루히코 미키모토(캐릭터 디자인), 이타노 이치로(액션 작화감독) 등 젊고 실력있는 신예 크리에이터들과 노장 이시구로 노부로 감독이 함께 만들어낸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 였습니다.

ⓒ Big West


이 작품은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기동전사 건담 이후 리얼로봇의 흐름은 '전설거신 이데온(1980)', '태양의 어금니 더그람(1981)'과 같은 작품을 통해 선라이즈에서 계속되고 있긴 했으나, 여전히 로봇 아니메 전체적인 흐름을 좌지우지할 정도는 되지 못한 체 건담에만 머물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오히려 리얼로봇으로 인해 시작된 드라마틱하고 심도 있는 설정이 기존의 슈퍼로봇 아니메에 도입되며 전반적으로 로봇 아니메는 변화의 과도기에 서있었던 시기였었죠. 그러나, 이 마크로스로 인해 이제 흐름은 리얼로봇으로 완전히 뒤바뀌게 됩니다. 건담에서 시작된(실제로는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이지만) 리얼로봇의 도화선은 선라이즈의 작품이 아닌 이 마크로스로 인해 새로운 전기를 맡게 되었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선라이즈 역시 큰 자극을 받았을 겁니다. 그로부터 마치 마크로스를 향한 반격이라도 하듯이 '전투메카 자붕글(1982)', '성전사 단바인(1983)', '장갑기병 보톰즈(1983)', '은하표류 바이팜(1983)', '중전기 엘가임(1984)', '거신 고그(1984)',  '기갑계 가리안(1984)', '기동전사 Z 건담(1985)', '푸른유성 SPT 레이즈너(1985)', '기동전사 ZZ 건담(1986)', '기갑전기 드라고나(1987)'에 이르는 그야말로 리얼로봇의 쓰나미가 몰려오는 것이죠. ('전투메카 자붕글&태양의 어금니 더그람 1983' by 캡슐 참조) 거기에 리얼로봇물은 아니지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더티페어(1985)'같은 SF 미소녀 액션물까지 포함하면 엄청날 따름입니다.

ⓒ SUNRISE · SOTSU Agency (일부는 틀릴 수도 있음)

82년부터 87년까지 시작된 선라이즈의 아니메 쓰나미

마크로스 방영 직후인 83년도와 84년도에 이 12개의 작품 중 무려 반 이상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선라이즈의 마크로스 견제를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이 작품들은 완성도 면에서도 모두 마크로스에 버금가거나 그 이상인 작품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선라이즈의 양적 질적 내공을 가늠할 수 있는 한 단면이기도 하구요. 어떤 면에서는 이러한 선라이즈의 오버히트가 80년대 후반부 일본경제의 버블 붕괴와 그에 따른 아니메 침체기와 맞물려 리얼로봇 아니메의 생명이 사그러드는 결과를 가져온 하나의 원인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만, 하여간 엄청난 대공세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하지만, 로봇 아니메의 메카 선라이즈를 향한 공세는 마크로스에서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80년대 후반부부터 일본 경제의 거품이 꺼지고,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 만들어낸 초대작 아니메들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제작여건이 급도로 악화되기 시작하자 아니메 업계 역시 긴 침체의 늪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특히 80년대의 거의 대부분의 흐름을 좌지우지 했던 SF 장르, 특히 로봇 장르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지요. 리얼로봇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토미노 감독의 차기 건담 시리즈가 모두 흥행에 참패하면서 리얼로봇과 로봇 아니메는 이제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쓸쓸히 퇴장하려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95년, 또 하나의 괴물같은 작품이 등장하고야 맙니다. 케이블과 각종 장비를 통해 제한된 구역에서 에너지 공급이 가능한 상태에서만 운용 가능한 거대 생체병기라는 적절한 리얼리티, 바이오메카니즘과 특촬물의 절묘한 결합,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내성적이고 소심하며 비관적인 소년이 조금씩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성장해 가는 드라마적 구도, 종교적 신비주의를 적절히 혼합시킨 거대한 스케일의 미스테리, 그리고 매력적이고 다양한 미소녀들의 등장...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복합적인 요소들을 하나로 통합하여 만들어진 이 기괴한 작품은 하나의 신드롬까지 형성시키면서 일본 만화영화계를 평정하고야 맙니다.

일개 오타쿠 집단에서 시작하여 '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1987)', '건버스터(1989)',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1990)'로 화제를 몰고 왔던 신생 제작사 가이낙스와 안노 히데아키 감독이 만들어낸 '신세기 에반게리온(1995)'이 바로 그것이었던 것입니다.

© GAINAX / PROJECT EVA / TX


지속적인 건담 시리즈의 실패와 로봇 아니메의 침체기 속에서도 용자물 등으로 로봇 장르에서 여전히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던 선라이즈는 경악하고 말았습니다. 공식석상에서는 오히려 '좋은 자극이 되었다'라는 신사적인 표현을 썼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아마 속으로는 칼을 갈고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바로, 10여년전과 마찬가지로 선라이즈의 엄청난 역공이 시작됩니다.

그것은 말 그대로 파상공세였습니다. '신기동전기 건담 윙(1995)', '기동신세기 건담 X(1996)', '기동전사 건담 MS 08소대 (1996)', '천공의 에스카플로네(1996)', '용자지령 다그온(1996)', '용자왕 가오가이가(1997)', '초마신영웅전 와타루(1997)', '사이버 포뮬러 사가/신(1996/1998)', '브레인 파워드(1998)', '카우보이 비밥(1998)', '가사라키(1998)', '턴에이 건담(1999)', '무한의 리바이어스(1999)', '빅오(1999)', '아르젠토 소마(2000)', '이누야샤(2000)'에 이르는(물론, 이 작품 외에도 좀 더 있습니다만... 일일이 쓰기에도 힘들 정도로 많네요.) 5년에 걸친 장대한 선라이즈 빅 웨이브가 만화영화계를 강타했던 것입니다.

ⓒ SUNRISE · SOTSU Agency (일부는 틀릴 수도 있음)

95년부터 2000년까지 시작된 선라이즈의 아니메 쓰나미


당시 방영되었던 선라이즈의 상당수 작품들은 10여년전과 마찬가지로 굉장히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었는데요. 안타까운 것은 이 파상공세와 함께 다양한 장르를 통해 일련의 실험을 거친 선라이즈가 이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는지 이후에는 상업적 기획의도에 굉장히 충실한 작품들만 속속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향은 선라이즈에서 일단의 크리에이터들이 '본즈'라는 제작사로 독립한 뒤에는 더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듯 합니다. 그리고, 선라이즈의 파상공세와 함께 아니메 시장은 21세기 들어 양적으로 급격하게 팽창하게 됨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들 아시다시피 상업적 양산작품들이 대거 등장하기에 이르르지요.

물론 만화영화, 특히 일본 아니메에 있어서 반드시 로봇 아니메가 주도권을 쥐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만, 로봇으로 인해 시작된 여러가지 가치 있는 상상들이 미래의 실현가능한 기술을 꿈꾸게 한다는 점에서 SF 혹은 로봇 아니메의 가치는 남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먼옛날의 전설처럼 되어버린 마크로스와 선라이즈의 파상공세, 그리고 에반게리온과 선라이즈의 역습과 같은 현상은 2000년대에 들어서는 아쉽게도 재현되지 못했지요. 물론,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가이낙스의 2007년작 '천원돌파 그렌라간'은 과거 로봇 아니메의 향수를 느끼기에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마크로스 탄생 25주년 기념작 마크로스 프론티어, 신세대 건담의 힘을 보여준 기동전사 건담 더블오 시리즈와 건담 30주년을 기념한 기동전사 건담 UC의 시동, 그리고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에반게리온 신극장판은 여전히 로봇 아니메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기동전사 건담이나 마크로스, 그리고 에반게리온과 같이 아니메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어버릴 마스터피스가 나오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기대감을 넘어 이제는 조금 안타까운 느낌입니다.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낼 걸작의 탄생은 아직 이른 이야기일까요? 어쩌면 그것은 로봇 아니메가 아닌 다른 새로운 장르의 시대를 예고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2000년대를 지나 2010년대가 열린 지금, 새로운 아니메의 시대가 시작하기를 기대해 보아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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