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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 OPUS Pictures


<스탭>

◈ 감독/각본/각색: 이정범
◈ 캐스팅: 원빈, 김새론, 김희원, 김성오, 김태훈
◈ 제작: 오퍼스 픽쳐스
◈ 관람등급: 미성년자 관람불가


<시놉시스> 

과거가 알려지지 않은 사나이 차태식(원빈 분)은 누구와도 인연을 만들지 않은체 홀로 외로이 전당포를 운영하고 있다. 옆집에서 효정(김효서 분)과 단둘이 사는 불우한 소녀 소미(김새론 분)가 태식의 유일한 벗. 무뚝뚝한 태식이지만 소미는 그에게 마음을 열고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며, 태식 역시 꼭 닫은 마음의 문 틈을 살짝 열어 소미만을 유일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악몽과 같은 과거로 인해 세상을 등진 그에게 소미는 거친 사막 속 자그마한 오아시스 같은 존재인 셈이다.

한편, 나이트 클럽의 무희로 일하는 효정(김효서 분)은 불법장기 매매업자이자 마약 중간상인 만석(김희원 분)과 종석(김성오 분) 일당의 마약 샘플을 중간에서 가로채고 만다. 마약 조직의 보스 오명규 사장(송영창 분)은 만석을 호되게 폭행하고, 이에 만석의 동생 종석은 샘플을 찾기 위해 추적 끝에 효정을 찾아낸다. 소미를 납치하고 효정을 폭행한 종석과 그 일당은 마약 샘플이 담긴 카메라 가방이 태식의 전당포에 저당 맡겨졌음을 알고 태식의 전당포에 들이닥치게 되는데...


라스트 액션씬은 한국 액션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

난 2010년 화제의 영화는 뭐니뭐니 해도 원빈의 아저씨가 아닌가 싶다. 그동안 유약하고 자상한 이미지로 사랑받아오던 원빈의 연기 변신 뿐만 아니라, 이제까지의 한국 영화 중 가장 세련되고 스타일리쉬한 액션을 선보이면서 여성관객과 남성관객의 호응을 동시에 이끌어 냈으니 말이다. 특히, 미성년자 관람불가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620여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지난해 한국 영화 중 가장 큰 흥행성적을 올렸고, 이는 역대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의 방화 중에서도 3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단순히 인기스타 원빈의 액션영화여서 였을까?

그동안 귀동냥으로만 들어왔던 아저씨를 본 소감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라는 점이었다. 물론, 서사구조는 빈약한 것이 사실이다. 유일하게 세상과 소통했던 옆집 소녀가 마약조직에 납치된 후, 세상을 등진 전직 특수부대 출신의 사나이가 소녀를 살리기 위해 마약조직과 한판 승부를 벌인다는 시놉시스 자체에서 어떤 새로운 것을 이끌어내기는 힘들다. 그러나, 이 단조로운 스토리라인 속에서 아저씨가 빛났던 것은 감성과 스타일리쉬였다.

많은 기사와 블로거들의 리뷰에서도 언급되어 왔겠지만, 이 이야기는 뤽 베송 감독/쟝 르노, 나탈리 포트만 주연의 '레옹(1994)'이나 피에르 모렐 감독/리암 니슨 주연의 '테이큰(2008)'과의 데자뷰를 연상시킨다. 물론, 어딘가에서도 한두번 이야기 되었겠지만, 감정을 모르는 살인기계 레옹이 옆집소녀 마틸다에 의해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레옹의 시퀀스는 아내와 뱃속의 아이를 잃고 세상을 등져버린 태식과 소미의 관계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또한, 납치한 딸을 찾기 위해 제한된 단서로 그들을 추적하는 테이큰의 전직 특수요원 브라이언 밀스의 이야기와도 차별점이 존재한다. 전자인 레옹은 킬러가 소녀에 의해 인간의 의미를 되찾고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서가 아닌 살리기 위해서 싸운다는 이야기이며, 후자인 테이큰은 영문도 모른체 납치당한 딸을 찾기 위해 남겨진 실낱같은 단서에 의지하여 범인을 추적하는 스릴러적 시퀀스가 가미된 작품이다.

반면 아저씨의 그것은 피도 눈물도 없을 정도로 잔혹하고 비열한 만석과 종석 일당에게 사로잡힌 옆집 소녀 소미를 찾기 위해 오랫동안 세상을 등지고 살았던 한 남자의 사투를 다루고 있다. 시퀀스는 앞선 두 작품보다 단순하지만, 감성적 흡입력은 레옹에 필적하고 테이큰을 능가하는 듯 싶다. 특히, 악당으로 등장하는 만석역의 김희원과 종석역의 김성오의 연기는 100%의 싱크로를 자랑하는데, 사이코패스에 가까울 정도로 냉혹하면서도 교활하기까지 한 이들의 악당 연기에 의해 원빈의 복수의 당위성은 관객들에게 별 설명없이도 크게 와닿는 느낌이다. 즉, 저렇게 잔인하고 비열한 악당들을 부디 응징해주었으면 마음을 들게 하는 것이다. (이들 만석 종석 형제 외에도 동양계 킬러 람로완 역을 맡은 타나용 웡트라쿨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목소리 톤도 중후하고 멋졌으며 원빈과의 라스트 액션 역시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 2010 OPUS Pictures


아저씨에서 악당들을 응징하는 원빈의 연기는 가히 최상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애초에 이정범 감독은 주인공인 아저씨 역할을 50~60대의 중년 남성으로 설정했다가 다시 40대까지 낮추었다고 되어 있는데, 만약 원래의 설정대로 아저씨가 만들어졌다면 이 정도의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을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가녀리고 유약한 인상의 원빈은 과거 슬픈 상처를 간직한 특수부대 요원 출신의 태식과는 너무 거리가 멀 정도로 깔끔한 마스크지만, 그로 인해 여성관객들의 호감도를 최대로 이끌어 내게 된다. 만약 라스트의 그 처절한 액션씬이 원빈이 아닌 진짜 아저씨였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하지만 이것이 다는 아니다. 그저 주연 배우의 외모만이었다면 오히려 이 영화는 그저그런 영화로 전락했을 수도 있지만 이제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원빈의 연기는 배역과의 놀라운 싱크로를 보여주고 있다. 말랑말랑한 꽃미남의 멋진 액션 영화라 생각하면 오산일 정도로 원빈은 현실감 있는 역할을 해내고 있는데, 잔혹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높은 표현수위와 더불어 영화를 일반적인 액션영화가 아닌 감성이 살아있는 액션영화로 거듭나게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소미 역의 김새론은 이 작품에서는 기대했던 만큼의 임팩트 있는 연기를 보여주지는 못한 듯 싶다. 감정을 폭발해야 하는 씬에서는 아직 어린 소녀라 그런지 조금 미숙한 부분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무난한 편이었다.) 

주조연들의 연기 외에도 이 영화를 빛나게 한 또 하나의 원동력, 그리고 주인공 원빈에게는 다소 우호적이지 않을 수도 있는(?) 남성팬들을 열광하게 한 것은 바로 감각적이고 세련된 액션 씬이다. 아저씨는 한국 액션영화, 특히 조폭들이 등장하는 액션 범죄 장르로서는 드물게 스타일리쉬하고 세련된 액션씬을 선보이고 있다. 원빈이 선보이는 특공무술은 이제까지 한국영화에서 선보인 무술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살상과 제압을 위해 간결화된 동작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는 마치 과거 미국의 액션스타 스티븐 시걸이 선보였던 특공무술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다만, 이것이 극에서 자주 등장하면서 남발되지 않고 꼭 필요한 흐름에서만 등장하면서 단순한 서사 구조임에도 이야기의 흐름은 좋은 편이다. 즉, 볼거리에 너무 치중하면서 서사가 매끄럽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은 것이다.

원빈의 액션이 절정을 이루는 영화의 클라이막스 씬은 이제까지 억눌려왔던 모든 분노를 한번에 폭발시키듯 강렬하고 인상적이다. 공식 사이트에서 시사회를 마치고 나온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 감독이 이 라스트 액션씬에 대해 극찬을 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작품을 보고 나니 이것이 단순한 인사치레는 아니었다 싶다. 이제까지 스크린 속에서 수많은 악행을 저질러왔던 악인들에 대한 원빈의 냉혹하고 비정한 복수는 그 잔인함으로 인해 오히려 리얼리티가 살아나고 큰 공감을 자아낸다. 유혈이 낭자하는 이러한 씬에 익숙하지 않은 팬들에게는 거북한 장면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원빈이라는 배우가 해서 그런지 오히려 이 씬의 잔혹함이 상쇄되는 느낌이 있다.

단순한 액션영화에 감성과 스타일리쉬함, 그리고 리얼리티를 더함으로써 아저씨는 평범을 넘어서는 작품이 되었다. 솔직히 기대 이상의 완성도에 개인적으로 놀랐다고 해야겠다. 감독, 배우 모두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준 이 영화는 오히려 말랑말랑한 헐리우드의 액션 블록버스터보다 더 인상적이었다.

ⓒ 2010 OPUS Pictures


덧붙임) 형사팀장 김치곤 역의 김태훈의 욕 연기는 작중의 어지간한 조폭들보다 더 상스러웠다. 뭐 터프한 세계에서 이런 욕이야 일상다반사겠지만, 들었을 때 기분 좀 상할 정도로 톤이 까랑까랑하다고나 할까. (나무라는게 아니라 그냥 그렇다는 거다.)

덧붙임) 만석 역의 김희원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악당 역에 제격이지 않았나 싶다. 딱 보기에도 악당같아 보이는 김성오보다 오히려 이런 쪽이 더 무섭다. 욕도 정말 맛깔나게 발음해주시고 계시다. 실례일지는 모르나 마스크가 마치 차태현과 유해진을 섞어놓은 듯한 인상이랄까.

덧붙임) 클라이막스 전 불법장기 시술을 하는 마약중독 의사 역의 조연배우는 순간 살찐 김윤식인줄 알고 잠시 착각했다는.

덧붙임) 솔직히 결말부분은 좀 늘어지지 않았나 싶은 느낌이 든다. 그 전에 호송되는 씬에서 태식이 소미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달리는 경찰차를 줌아웃하면서 끝내도 무난하지 않았을까 싶은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럼 너무 뻔하려나.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0 OPUS Pictures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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