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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에 이야기해볼 타이틀은 일본 아니메를 대표하는 초인기작, 에반게리온 파 2.22입니다. 아시다시피 95년 방영을 했던 에반게리온을 재해석한 안노 감독의 신극장판 4부작 중 2부인 작품이죠. 15년 전보다 월등하게 향상된 비주얼 퀄리티는 CG의 도움으로 압도적이기까지 합니다. 특히, 다이나믹한 콘티를 즐겨 보여주는 가이낙스의 스탭진들이 참여했이기에 CG의 정교함과 더불어 로봇 아니메의 역동적인 영상미가 어우러져 멋진 앙상블을 보여주고 있죠.

게다가 단순한 리메이크가 아닌, 완벽한 리빌드라 할 수 있는 작품으로, 극이 전개될 수록 원작과 달라지는 이야기 전개로 인해 팬들에게 또다른 기대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2.02버전을 건너뛰어 한국에서는 바로 2.22 버전이 발매되었네요.


패키지 리뷰


'반게리온 신극장판 2부 파(이하 에바 파)'는 1부에 이어 아인스엠엔엠(구 태원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 및 발매되었습니다. 1.01 패지키를 구입하거나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거의 동일한 디자인의 패키지로 나왔지요. 물론, 1.11은 레이의 일러스트로 장식된 흰색의 패키지입니다만.

 
심플한 패키지 디자인은 1부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텍스트도 인쇄되지 않은 심플한 디자인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DVD의 관련정보는 보시는 것처럼 띄지를 통해 보여주고 있구요. 


1.01 패키지와의 비교. 보시는 바와 같이 색상은 오렌지색에 더 가깝습니다. 붉은 색이었던 1편과 차이가 있는데요. 이것이 작품 내에서의 어떤 분위기나 4부작 각 편이 표현하는 어떤 의미를 담아내려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만, 안노 감독이 이제까지 보여준 모습으로 볼 때 뭔가의 의미가 담겨져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메탈 그레이에 가까운 속 커버 역시도 검은색이었던 1부의 속 커버에 비해 옅은 색으로 변했네요. 두께는 1.01버전에 비해서 얇습니다. 디스크 1장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인데요. 에바 서의 경우 1.01일 때는 디스크 두 장으로 나왔다가 1.11에서 디스크 1장으로 출시된 것처럼, 에바 파도 2.22 버전은 디스크 1장으로 나온 듯 합니다. 2.02가 아예 발매가 안된 한국에서는 2.02의 셔플먼트는 영영 볼 기회가 없을 것 같네요. 마리의 짧아진 스커트 길이(마리가 신지의 학교 옥상에 낙하하는 씬에서 힙을 완벽히 거렸던 마리의 스커트는 2.22버전에서는 아슬아슬하게 가리는 수준으로 다시 그려집니다.)에 만족하고 셔플먼트 디스크는 포기해야할 듯 싶습니다. 


디지팩 패키지의 내부는 커버의 색과 같은 주홍색입니다. 디스크와 북클릿까지도 영롱한 주홍색으로 이루어져 상당히 강렬한 느낌을 주는군요. 하지만 아쉽게도 1.01처럼 북클릿 외에 추가 구성은 없었습니다. 역시 2.02가 나왔다면 포함되었으려나요. 2.02를 건너뛰고 2.22로 발매를 하니 이런 아쉬운 점이 있군요. 레이의 일러스트가 인쇄된 마우스패드로 만족을 해야할 듯. 


북클릿은 16장으로 구성되어 에바 파의 모든 것을 간략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북클릿의 내용 구성은 상당히 충실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디스크도 1장 뿐이고, 추가 구성도 없는 심심한 타이틀이긴 하지만 바로 이 알찬 북클릿이 모든 것을 상쇄해주는 듯. 캐릭터와 사도, 키워드에 대한 소개와 함께, DVD에 포함되어 있는 스페셜 피쳐(Special Feature)에 대한 간략한 개요, 챕터 리스트와 DVD 스탭롤, 그리고 에바 2.02 제작노트가 섹션별로 설명이 들어가 있습니다. 셔플먼트 디스크에 들어갈 내용을 충실히 북클릿으로 옮겨준 경우라 하겠군요.


DVD 리뷰

상비율은 1.85:1입니다. 요즘의 패키지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돌비디지털 6.10EX와 2.0을 모두 지원하여 저사양의 구매자들을 고려하고 있구요. 


DVD 타이틀 메뉴는 햇빛이 내리쬐는 숲의 정경을 보여주다가 흑백 톤으로 화면이 전환되면서 하단에 주홍색의 메인메뉴가 뜨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배경 선택도 제법 독특하지요. 보통은 작품을 직접적으로 연상시키는 배경이미지가 사용되지만, 이번 에바 파 DVD에서는 나무만 등장하고 있습니다. 에바 서의 DVD 타이틀 배경이미지인 전신탑과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는데요. 특히, 서브 메뉴로 넘어가도 하단의 메인메뉴는 그대로 유지한 체, 메인메뉴 바로 위에 서브 메뉴를 위한 컨트롤 페이지바가 나타난 것도 일반적인 DVD 타이틀과는 차별화되는 구성입니다.


1장으로 구성된 타이틀이지만, 본편과 함께 추가되어 있는 스페셜 피쳐에서는 몇 가지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위의 그림과 같이 완성된 영상이 아닌, 콘티와 레이아웃, 원화와 CG 골격으로 구성된 편집된 장면인데요. 총 4장면으로 구성되어 어떤 장면이 본편에서 대체되고 삭제되었는지와 함께 완성된 영상과는 또다른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해주고 있습니다. 아니메 제작 과정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기도 하구요.


또한, 에바 서에 비해 이례적으로 많은 양의 CG 작업 할당된 이번 에바 파의 특징을 보여주기 위해 위와 같이 스페셜 피쳐를 통해 CG 제작의 단계를 보여줌으로써 CG가 이번 작품에서 어떤 식으로 아니메 영상을 만들어 내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3D 모델링으로 구축된 에바의 모형은 애플시드 극장판에서 보여줬던 툰쉐이딩과 같은 기법으로 CG이면서도 CG와는 다른 2D의 유려한 질감을 보여줍니다. 이로 인해 과거 원작에 비해 훨씬 더 부드럽고 역동적인 모습을 갖춘 새로운 에바로 재탄생하게 되었지요.


에바 파의 작화 퀄리티는 전체적으로 원작을 압도하는 놀라움 그 자체입니다. 원작 자체도 당시 아니메의 평균적인 퀄리티를 몇 단계 상회하는 모습으로 화제가 되었는데요. 에바 신극장판은 결론적으로 그러한 원작의 비주얼을 몇 단계 더 상회하는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이전보다 더 다이나믹해진 에바의 움직임은 이번 극장판의 최대 볼거리 중 하나. 압도적인 영상미와 완전히 새로운 재해석으로 인해 팬들에게 십년이 넘은 지금 다시금 에바에 열광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DVD의 퀄리티는 단연 국내 아니메 패키지 중에서는 최상급에 속하고 있습니다. 1장짜리 구성이지만, 어설픈 2장짜리 패키지를 능가하고 있군요. 게다가 워낙에 압도적이면서도 선명한 작화 덕에 화질에 있어서도 플러스 요인이 되고 있는 듯 합니다. BD로 본다면 너무 선명해서 눈이 부실지도.(물론 농담입니다.)


에반게리온: 파(破) 2.22 - 10점
안노 히데아키 외 감독, 사카모토 마야 (Maaya Sakamoto 외 목소리/아인스엠앤엠(구 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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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에 대한 경쟁심, 또다른 명작의 탄생으로 이어지다.

ⓒ SUNRISE · SOTSU Agency


이들 아시다시피(아, 물론 일본 만화영화 팬들에게만 한정해서입니다만) 79년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과 선라이즈가 만들어낸 '기동전사 건담'은 첫방영시는 비록 저조했었지만, 재방송과 3부작 극장판 개봉 등을 통해 '리얼로봇'이라는 새로운 스타일의 로봇장르를 아니메史에 등장시키면서 일약 하나의 신드롬을 형성하기에 이르릅니다. 기동전사와 뉴타입의 포스가 어찌나 강력했던지 70년대 후반을 강타하며 아니메의 첫번째 르네상스를 가져오게 했던 마츠모토 레이지의 작품(야마토, 은하철도 999, 캡틴 하록, 천년여왕 등등)들을 완전히 잊혀져 버리게 할 정도의 위력이었던 것이죠.

게다가 당시 로봇 아니메에 있어서 토미노 감독에 버금, 아니 경험적인 면에서는 토미노 감독을 능가하고 있던 낭만로봇 3부작의 대가 나가하마 타다오 감독이 별세하면서 시대는 그야말로 리얼로봇의 시대로 접어들기 직전에 있었던 것입니다. 이는 동시에 선라이즈의 시대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동시에 반다이의 시대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구요.) 하여간에, 선라이즈의 앞길에 회사 이름처럼 마냥 태양이 떠있을 것만 같았던 그즈음, 한 정체불명의 작품이 등장하는 것이었던 겁니다.

그것은 대파란이었습니다. 기동전사 건담을 뛰어넘는 보다 더 현실적이고 드라마틱한 설정, 즉 익히 알고 있는 전투기가 로봇으로 변형하는 현실적이면서도 놀라운 디자인 컨셉, 게다가 인간형, 이족보행형 전투기, 전투기의 3단 형태로 변신하는 완구로서의 매력적인 상업적 가치, 거대한 로봇으로 변신하는 1200m급의 우주 항모와 멋드러진 SF 설정들, 발랄한 소녀가 아이돌 가수로 성장하는 성공 스토리를 담은 당시 아니메에서는 보기 드문 트렌디 드라마적 설정, 남자 주인공과 두 여자 주인공 사이에서 벌어지는 밀고 당기는 삼각 로맨스까지...

선라이즈 외에 이 정도의 드라마틱하고 현실적인 모습의 SF 아니메를 만들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그즈음 태어난 이 작품은 바로 도에이 동화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관록의 제작사 타츠노코 프로덕션의 지휘 하에, 기동전사 건담의 SF 설정에 일부 참여하면서 이미 아니메 업계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기 시작한 창작집단 스튜디오 누에와, 작품의 원안과 주역 메카인 발키리를 디자인해낸 신예 카와모리 쇼지(스토리 원안, 공동감독, 메카닉 디자인), 히라노 토시키(캐릭터 작화감독), 하루히코 미키모토(캐릭터 디자인), 이타노 이치로(액션 작화감독) 등 젊고 실력있는 신예 크리에이터들과 노장 이시구로 노부로 감독이 함께 만들어낸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 였습니다.

ⓒ Big West


이 작품은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기동전사 건담 이후 리얼로봇의 흐름은 '전설거신 이데온(1980)', '태양의 어금니 더그람(1981)'과 같은 작품을 통해 선라이즈에서 계속되고 있긴 했으나, 여전히 로봇 아니메 전체적인 흐름을 좌지우지할 정도는 되지 못한 체 건담에만 머물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오히려 리얼로봇으로 인해 시작된 드라마틱하고 심도 있는 설정이 기존의 슈퍼로봇 아니메에 도입되며 전반적으로 로봇 아니메는 변화의 과도기에 서있었던 시기였었죠. 그러나, 이 마크로스로 인해 이제 흐름은 리얼로봇으로 완전히 뒤바뀌게 됩니다. 건담에서 시작된(실제로는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이지만) 리얼로봇의 도화선은 선라이즈의 작품이 아닌 이 마크로스로 인해 새로운 전기를 맡게 되었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선라이즈 역시 큰 자극을 받았을 겁니다. 그로부터 마치 마크로스를 향한 반격이라도 하듯이 '전투메카 자붕글(1982)', '성전사 단바인(1983)', '장갑기병 보톰즈(1983)', '은하표류 바이팜(1983)', '중전기 엘가임(1984)', '거신 고그(1984)',  '기갑계 가리안(1984)', '기동전사 Z 건담(1985)', '푸른유성 SPT 레이즈너(1985)', '기동전사 ZZ 건담(1986)', '기갑전기 드라고나(1987)'에 이르는 그야말로 리얼로봇의 쓰나미가 몰려오는 것이죠. ('전투메카 자붕글&태양의 어금니 더그람 1983' by 캡슐 참조) 거기에 리얼로봇물은 아니지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더티페어(1985)'같은 SF 미소녀 액션물까지 포함하면 엄청날 따름입니다.

ⓒ SUNRISE · SOTSU Agency (일부는 틀릴 수도 있음)

82년부터 87년까지 시작된 선라이즈의 아니메 쓰나미

마크로스 방영 직후인 83년도와 84년도에 이 12개의 작품 중 무려 반 이상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선라이즈의 마크로스 견제를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이 작품들은 완성도 면에서도 모두 마크로스에 버금가거나 그 이상인 작품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선라이즈의 양적 질적 내공을 가늠할 수 있는 한 단면이기도 하구요. 어떤 면에서는 이러한 선라이즈의 오버히트가 80년대 후반부 일본경제의 버블 붕괴와 그에 따른 아니메 침체기와 맞물려 리얼로봇 아니메의 생명이 사그러드는 결과를 가져온 하나의 원인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만, 하여간 엄청난 대공세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하지만, 로봇 아니메의 메카 선라이즈를 향한 공세는 마크로스에서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80년대 후반부부터 일본 경제의 거품이 꺼지고,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 만들어낸 초대작 아니메들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제작여건이 급도로 악화되기 시작하자 아니메 업계 역시 긴 침체의 늪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특히 80년대의 거의 대부분의 흐름을 좌지우지 했던 SF 장르, 특히 로봇 장르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지요. 리얼로봇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토미노 감독의 차기 건담 시리즈가 모두 흥행에 참패하면서 리얼로봇과 로봇 아니메는 이제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쓸쓸히 퇴장하려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95년, 또 하나의 괴물같은 작품이 등장하고야 맙니다. 케이블과 각종 장비를 통해 제한된 구역에서 에너지 공급이 가능한 상태에서만 운용 가능한 거대 생체병기라는 적절한 리얼리티, 바이오메카니즘과 특촬물의 절묘한 결합,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내성적이고 소심하며 비관적인 소년이 조금씩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성장해 가는 드라마적 구도, 종교적 신비주의를 적절히 혼합시킨 거대한 스케일의 미스테리, 그리고 매력적이고 다양한 미소녀들의 등장...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복합적인 요소들을 하나로 통합하여 만들어진 이 기괴한 작품은 하나의 신드롬까지 형성시키면서 일본 만화영화계를 평정하고야 맙니다.

일개 오타쿠 집단에서 시작하여 '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1987)', '건버스터(1989)',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1990)'로 화제를 몰고 왔던 신생 제작사 가이낙스와 안노 히데아키 감독이 만들어낸 '신세기 에반게리온(1995)'이 바로 그것이었던 것입니다.

© GAINAX / PROJECT EVA / TX


지속적인 건담 시리즈의 실패와 로봇 아니메의 침체기 속에서도 용자물 등으로 로봇 장르에서 여전히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던 선라이즈는 경악하고 말았습니다. 공식석상에서는 오히려 '좋은 자극이 되었다'라는 신사적인 표현을 썼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아마 속으로는 칼을 갈고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바로, 10여년전과 마찬가지로 선라이즈의 엄청난 역공이 시작됩니다.

그것은 말 그대로 파상공세였습니다. '신기동전기 건담 윙(1995)', '기동신세기 건담 X(1996)', '기동전사 건담 MS 08소대 (1996)', '천공의 에스카플로네(1996)', '용자지령 다그온(1996)', '용자왕 가오가이가(1997)', '초마신영웅전 와타루(1997)', '사이버 포뮬러 사가/신(1996/1998)', '브레인 파워드(1998)', '카우보이 비밥(1998)', '가사라키(1998)', '턴에이 건담(1999)', '무한의 리바이어스(1999)', '빅오(1999)', '아르젠토 소마(2000)', '이누야샤(2000)'에 이르는(물론, 이 작품 외에도 좀 더 있습니다만... 일일이 쓰기에도 힘들 정도로 많네요.) 5년에 걸친 장대한 선라이즈 빅 웨이브가 만화영화계를 강타했던 것입니다.

ⓒ SUNRISE · SOTSU Agency (일부는 틀릴 수도 있음)

95년부터 2000년까지 시작된 선라이즈의 아니메 쓰나미


당시 방영되었던 선라이즈의 상당수 작품들은 10여년전과 마찬가지로 굉장히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었는데요. 안타까운 것은 이 파상공세와 함께 다양한 장르를 통해 일련의 실험을 거친 선라이즈가 이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는지 이후에는 상업적 기획의도에 굉장히 충실한 작품들만 속속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향은 선라이즈에서 일단의 크리에이터들이 '본즈'라는 제작사로 독립한 뒤에는 더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듯 합니다. 그리고, 선라이즈의 파상공세와 함께 아니메 시장은 21세기 들어 양적으로 급격하게 팽창하게 됨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들 아시다시피 상업적 양산작품들이 대거 등장하기에 이르르지요.

물론 만화영화, 특히 일본 아니메에 있어서 반드시 로봇 아니메가 주도권을 쥐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만, 로봇으로 인해 시작된 여러가지 가치 있는 상상들이 미래의 실현가능한 기술을 꿈꾸게 한다는 점에서 SF 혹은 로봇 아니메의 가치는 남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먼옛날의 전설처럼 되어버린 마크로스와 선라이즈의 파상공세, 그리고 에반게리온과 선라이즈의 역습과 같은 현상은 2000년대에 들어서는 아쉽게도 재현되지 못했지요. 물론,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가이낙스의 2007년작 '천원돌파 그렌라간'은 과거 로봇 아니메의 향수를 느끼기에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마크로스 탄생 25주년 기념작 마크로스 프론티어, 신세대 건담의 힘을 보여준 기동전사 건담 더블오 시리즈와 건담 30주년을 기념한 기동전사 건담 UC의 시동, 그리고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에반게리온 신극장판은 여전히 로봇 아니메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기동전사 건담이나 마크로스, 그리고 에반게리온과 같이 아니메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어버릴 마스터피스가 나오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기대감을 넘어 이제는 조금 안타까운 느낌입니다.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낼 걸작의 탄생은 아직 이른 이야기일까요? 어쩌면 그것은 로봇 아니메가 아닌 다른 새로운 장르의 시대를 예고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2000년대를 지나 2010년대가 열린 지금, 새로운 아니메의 시대가 시작하기를 기대해 보아도 될까요.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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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버전 디지팩 케이스로 출시, 1.11과 동일한 디자인

침내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파, '에반게리온 2.22 You Can(not) Advance'가 국내에서도 블루레이와 DVD로 동시에 발매예정이라고 합니다.

1.01 버전 출시 이후 1.11 버전이 나왔던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2.22 버전으로 바로 출시가 되는군요. 저처럼 1.01 버전 산 다음 1.11 출시에 땅을 쳤던 사람들에게는 이번 2.22 출시는 이전처럼 삽질할 수 있는 여지는 지워준 셈이 되겠습니다.

사실, 마니아의 입장에서라면 2.02 버전도 나름의 소장품이 될 수 있을텐데, 왠일인지 이번에는 2.22로 바로 점프하고 계십니다. 극장에서 상영된 버전이 2.02라면 일부 작화가 수정된 버전이 2.22인데요. 두 버전을 모두 구입할 정도의 마니아가 예상 외로 없어서 였는지 궁금하네요.

마니아층이 옅은 한국만의 경우라면 모를까, 일본에서도 2.02 버전은 출시가 안된 것 같더군요. 뭐, 하여간에 저같은 캐주얼 팬에게는 별 문제 없는 일이올습니다만.

이번 2.22의 패키징은 1.01 혹은 1.11과 동일한 스타일의 패키징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블루레이 버전의 경우에는 OST CD 합본팩도 출시된다고 하는군요. 비슷한 구성에 엽서와 스티커가 들어 있던 1.01 DVD SE 버전과 달리 DVD 2.22 버전에는 마우스패드가 포함될 모양인 것 같습니다. 이 구성은 블루레이 버전에서도 동일한 것 같군요.

전작의 스토리를 압축하고 재구성하고 뒤바꿔 버린 새로운 해석, 15년전에 정점에 달했던 작화 퀄리티를 압도하는 절정의 퀄리티와 박진감 넘치고 압도적인 비주얼, 아슬아슬한 각도로 여성 캐릭터들의 모습을 담은 덕후적인 카메라 구도 등, 명실상부 새로운 에반게리온의 임팩트를 이번 DVD를 통해 맛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7월말부터 8월초 사이에 출시 예정이라고 합니다. DVD 출시는 아인스앰엔앰(구 태원 엔터테인먼트)에서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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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발매되었던 '에반게리온: 1.01 You are (not) alone'(이하 에바 序)의 초회 한정판 DVD 패키지를 얼마전 구입했습니다. 초회 한정판이라면서 1년 이상 판매되고 있군요.


에반 序 DVD는 일본의 원 패키지를 거의 100% 그대로 옮겨온 제품으로, 일단 기본 이상의 충실한 구성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초회 한정판에는 DVD 외에 OST CD가 패키지 형태로 포함되어 있지요. 원 패키지에 포함되어 있던 대본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CD 패키지의 구성은 무난합니다. 사기스 시로의 묵직한 음악들이 전편을 장식하고 있는, 전체적으로 어둡고 무거우면서도 긴장감을 자아내는 음악 구성이죠. CD 북클릿에는 각 수록 음악의 키와 템포, 그리고 그에 대한 간단한 주석과 함께 작곡가와 세션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보너스 트랙까지 포함하여 총 26곡 수록.


본 DVD 패키지의 모습. 심플하고 강렬한 빨간색의 하드 커버 속에서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검은색 디지팩 패키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1.01이라는 상당히 소프트웨어적인 라벨링으로 패키지를 묘사하고 있는데요. 최상위 1은 이번 4부작 극장판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임을 표현하는 듯 싶고, 0.01은 말 그대로 이 새로운 극장판 시리즈의 버전을 의미하는 듯 합니다. 실제로 올해 출시된 블루레이 버전의 경우에는 1.11이라는 버전이었죠. 소제목인 'You are (not) alone.'은 주인공인 신지, 혹은 작품을 보는 당신이 혼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라는 상반되는 조합의 의미를 부여하면서, 작품 전체의 주제를 미리 암시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디지팩 패키지의 내부는 다시 붉은 색으로 컬러링이 되어 있습니다. 작 중에서 자주 등장하는 붉은 LCL 용액을 표현하는 듯한 느낌인데요. 어찌보면 지나치게 심플한 감도 있습니다. DVD 커버 역시 메탈릭 레드의 바탕에 빛을 받아야지만 식별이 가능하도록 라벨링이 되어 있어 전체적으로 타이틀과 같은 정보를 노출하기 보다는 의도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듯한 디자인 컨셉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내부 부록의 구성은 북클릿과 스티커, 그리고 수록된 일러스트 코팅 필름을 끼울 수 있는 종이 앨범(?)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차, 패키지 구성시 실수로 북클릿이 접혀진 체 패키징이 되어버렸나 보군요. 이정도는 뽑기운이라고 위로하고 넘어가도록 하지요.



총 14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는 북클릿은 비록 짧지만 나름대로 알찬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품의 제작 의도, 이번 극장판의 제작 키워드인 'Rebuild'의 의미(물론, 사전적 의미가 아니라). 등장인물 및 각종 작품 속의 키워드에 대한 짧은 설명. 셔플먼트 디스크의 수록 내용 설명 및 스탭진 리스트. 셔플먼트 디스크에 수록된 'Rebuild of Evangelion: 1.01'에 대한 해설. 만화영화 제작에 사용되는 용어들에 대한 간단 해설 및 DVD 챕터 리스트. 마지막으로 총감독이자 원작작인 안노 히데아키의 인사말 등이 북클릿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아, 물론 위의 사진처럼 신지와 레이의 전신 일러스트도 수록되어 있구요.



위의 사진은 디스크의 메뉴 구성으로, 그 중 위의 세 컷은 본편인 디스크 01의 메뉴 구성이며, 마지막 컷은 셔플먼트 디스크인 디스크 02의 메뉴 구성을 보여줍니다. 이 네 컷의 공통점은 모두 메뉴가 실행된 이후,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서서히 무지개가 나타난다는 점인데요. 본편에서도 그렇고 몇 번씩 무지개에 대한 묘사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아, 작품에 있어서 꽤 중요한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갖게 합니다.

 

설정 메뉴에는 돌비 디지털 EX 6.1과 2.0, 그리고 돌비 디지털 ES 6.1의 세가지 사운드 방식을 제공하는군요. 하지만, 집에는 달랑 2.1채널 스피커만 있는지라 사운드 리뷰는 아쉽게도 통과.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제품 설명에는 일본어 자막도 지원한다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한국어 자막 밖에 지원되지 않습니다. 지원되는 언어 역시 일본어 뿐.

 

챕터 리스트 역시 다른 작품들과 달리 독특한 구성을 선보이는데요. 얼핏 보면 메뉴 제작을 위해 쓰이는 스크립트 언어를 미처 제대로 된 라벨로 바꾸지 못하고 나온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실제로는 음악감독인 사기스 시로가 OST 작곡시 부여한 곡의 이름으로 이를 그대로 챕터에 적용하여 음악이 바뀌는 시점으로 각 챕터를 나누었다고 하는군요. 역시 안노 감독 이하 스탭들만의 독특한 센스를 느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셔플먼트는 안노 감독이 각 장면마다 텔롭 형태의 주석을 첨부한 에바 序의 본편 영상과, 실제 만화영화가 완성되기 전의 레이아웃과 원화, 동화들을 촬영한 'Rebuild of Evangelion: 1.01' 영상(배경음악만 다른 사기스 시로 버전과 죠셉 버전의 두 가지로 보여짐), 그리고 본편의 영상을 재구성하여 편집한 Promotion Video인 'Angel of Doom PV', 마지막으로 트레일러 영상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작품에 안노 감독이 직접 텔롭을 입혀 다시 재구성한 본편은 흥미로운 시도이지만, 동시에 텔롭 연출 이외에는 본편과 완벽히 중복되는지라 DVD 패키지로서의 가치에는 약간 의문이 드는군요. 특히, 왠만한 셔플먼트에는 기본적으로 수록되는 스탭들과의 인터뷰 장면들이 수록되어 있지 않아 아쉬움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에바 序 (좌측) / 에바 TV 시리즈 (우측)


원 TV 시리즈와의 비교 영상(좌측이 이번 에바 序, 우측이 원 TV 시리즈). 전체적으로 선명하고 풍부한 색감입니다. 아울러 현대적인 취향에 맞는 좀 더 샤프한 느낌으로 그려졌구요. 원 시리즈에 비하여 훨씬 CG 작업이 많이 추가되어 업그레이드 되어진 원화/동화와 함께 현대적인 감각에 어울리는 영상미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이전 시리즈의 퀄리티가 워낙 좋았기에 12년의 시간이 흐른 뒤의 리빌드 작품과 비교해도 굉장히 떨어진다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군요. 어쩌면 1.01이라는 이번 시리즈의 버전 표기는 이런 시각적인 측면에서 꽤 타당한 버전 명기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록 첫번째 시리즈의 경우는 전체적으로 이전 TV 시리즈의 총집편의 일부라는 수준에 그쳤지만, 올해 개봉된 두번째 시리즈 인 '破'의 전개로 보아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띌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나 시리즈의 마지막 즈음에 등장한 카오루의 대사 '여전히 세번째구나.'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은 이번 리빌드 4부작의 전개를 암시하는 키워드가 아닌가 싶군요. (뭐랄까, 윤회적인 세계관이 그 테마가 될 듯한 느낌인데요. 자세한 얘기는 후일 극장판 리뷰를 쓰게 된다면 다루도록 하구요.)

 

전체적으로 충실한, 그러나 몇 몇 부분, 특히 셔플먼트 디스크의 구성 측면에서는 약간은 아쉬움이 남는 패키지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에반게리온의 팬들에게는 나름 훌륭한 패키지가 아닐까 싶군요. 무엇보다도 다시금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에바의 DVD라는 점에서, 이번 버전업은 괜찮았다고 생각되는군요. (확실히 제타 건담 3부작보다는 나은 모습이 될 듯 한데요. 제타 건담을 완전히 다시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이 이번 에바의 리빌드를 볼 때마다 드는 개인적인 아쉬움이기도 합니다.)


에반게리온 : 서(序) 1.01 SE [한정판] + O.S.T - 10점
안노 히데아키 외 감독/아인스엠앤엠(구 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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