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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2년만에 돌아온 건담코믹스의 탕아(?)

7권으로부터 무려 2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마침내 등장한 '기동전사 건담씨' 제8권. 일본에서는 작년 10월에 단행본 10권이 발매되었다고 하지요. 꽤 오랜 시간 끝에 마침내 AK가 한국어판을 내놓았습니다. 이 코믹스의 팬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겠군요. 개인적으로는 갑자기 세월이 많이 흘렀음을 느끼게 하는 출간이었습니다. AK의 서적들을 리뷰해온지도 벌써 4년이 되어가는군요. 요즘 들어 거의 잠수에 들어간 이 블로그가 종종 수면 위로 올라올 수 밖에 없는 이유도 AK 서적 리뷰 때문입니다.

☞ 기동전사 건담씨 일곱번째 권 리뷰 (보러가기)

2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코믹스는 그대로입니다. 일본사람, 또는 일본 문화에 정통한 사람들만 이해가 가능한 개그들이 난무하는 4컷 만화와, 단편 만화들로 구성되는 옴니버스식 전개는 여전하구요. '건담 창세의 창'은 이제 막판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건담 에이스에서는 24편으로 연재가 종료되었는데, 8권에서 20편까지 연재되었으니 건담 창세의 장은 9권에서 엔딩을 맞이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에서는 올해 건담 창세의 장만을 별도의 단행본으로 발행할 예정인가 보네요.

8권에서는 3권과 6권에서 연재되었던 개그 외길 인생의 장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샤아와 가르마가 사관학교에 들어가 군인이 되기전의 시점에서 개그맨을 꿈꾸는 인생을 산다는 황당한 가정으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설정은 황당한데 이야기는 의외로 진지하게 흘러가고 있죠. 마니아가 아니면 접근하기 힘든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7권에 비해 조금 더 분량이 늘어난 건담 창세의 장. 개그 외길 인생의 장이 더해지면서 8권은 4컷 만화보다는 단편 만화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여전한 일본식 개그. 일본의 대중문화를 모르면 전혀 웃음 포인트를 잡을 수 없습니다.




가르마가 샤아의 음모에 휘말려 화이트베이스의 공격을 받고 전사하기 직전 샤아에게 내뱉었던 '속였구나'라는 대사가 그가 개그맨으로서 대성하는 유행어로 쓰인다는 우스꽝스러운 설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그 외길 인생의 장의 전개는 지극히 드라마적입니다. :)



뜬금없는 토미노 감독의 노출장면...



이번 창세의 장에서는 신화가 되는 건담 극장판 3부작의 제작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집니다.



건담 신화의 발판이 된 1/144 스케일 프라모델의 판매 붐. 건프라 붐과 함께 건담 역시 날개를 달고 비상하게 되지요.



그리고 훗날 마크로스의 유도 미사일 씬으로 고 카나다 요시노리와 함께 일본에서 '스페셜 애니메이터'라는 칭호를 얻게 되는 단 두명의 인물 중 하나인 이타노 이치로의 등장. 마크로스의 핵심 애니메이터들은 대부분 야마토의 건담의 영향을 받고 아니메 업계에 뛰어든 인물들입니다.



부록으로 건담 오리진 22권 부터 시작되는 세이라의 이야기를 패러디한 기동전사 건담씨 디 오리진 편. 개그인지 정극인지 알 수 없는 묘한 작가의 전개는 이 편에서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건담 창세의 장이 이제 곧 종결을 앞두고 있어서 건담 팬들에게는 다음의 9권이 기대와 아쉬움이 교차하는 편이 될 것 같습니다. 다음 권은 이번처럼 2년씩 걸리지는 않겠죠. 개인적으로는 건담 창세의 장만을 편집한 단행본 역시 AK가 번역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Hideki OHWADA / SOTSU · SUNRISE / AK 커뮤니케이션즈 (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기동전사 건담씨 여덟번째 권 - 6점
오와다 히데키 지음, 김정규 옮김, 야타테 하지메.토미노 요시유키 원안/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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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s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퍼스트 건담에 초점을 맞춘 세련된 건담 Only 무크지

프트 뱅크 계열의 출판사(?)인 SB Creative Corp의 GA Graphic 편집부에서 만든 '마스터 아카이브 모빌슈트 RX-78 건담(이하 마스터 아카이브 건담)'은 마스터 아카이브 시리즈의 두번째 편으로, 최초의 건담인 RX-78 건담만을 다루고 있는 설정집입니다. 마스터 아카이브 시리즈는 RGM-79부터 Z 건담, GP01 제피랜더스까지 4권이 현재 발매된 상태인데, AK에서 연이어 마스터 아카이브 Z 건담도 발매할 예정이라하니 기대가 큽니다.

하나의 모빌슈트 라인업에 대한 집중 해설서라는 점에서 마스터 아카이브 건담은 후타바샤가 발행한 모빌슈트 전집과도 비교할만 합니다. 건담 뿐만 아니라 자쿠와 구프 등 지온의 모빌슈트도 다루는 모빌슈트 전집에 비해 아직 연방 모빌슈트만 다루고 있는 마스터 아카이브 시리즈가 다소 아쉽긴 합니다만, 내부의 프레임과 구조를 포함해 기존의 설정 일러스트를 사용하지 않고 100% 새로운 설정 자료로 대치한 마스터 아카이브 시리즈가 모빌슈트 전집에 비해 좀 더 가치가 있어 보이긴 합니다.

☞ 모빌슈트 전집1 RGM-79 짐 BOOK, 후타바샤의 모빌슈트 전집 1번 타자 (보러가기)

마스터 아카이브 건담은 MSV의 설정을 토대로 RX-78 계열의 바리에이션 타입을 일목요연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특유의 마니아적인 시각으로 인해 마치 실제하는 병기에 대한 해설서를 읽는 듯한 느낌을 주는 전개는 AK가 이제까지 번역한 건담 관련 무크지 중에서는 발군입니다. '건담 센티넬' 같은 마스터피스는 아니더라도 2009년 한국에도 번역출간되었던 각켄사의 '기동전사 건담 일년전쟁사'와 같은 전문적인 느낌이라고 할까요. 공교롭게도 건담 일년전쟁사와 마스터 아카이브 건담은 모두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이름이 높은 건담 전문가 자쿠러(zakurer.egloos.com)님이 번역을 하셨습니다.

아니메의 장면들이나 아니메 기획 당시 그려졌던 설정 일러스트를 사용하지 않은 이 설정집은 건담이 마치 실제 존재하는 병기인 듯한 느낌을 주게 합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 책이 마니아들의 눈을 사로잡는 이유는 아무래도 깔끔한 편집과 정교한 메카닉 일러스트에 있는데, 메카닉 일러스트를 담당한 쿄시 타키가와(滝川虚至)는 키타즈메 히로유키의 코믹스 '기동전사 Z 건담 Define'의 메카닉 디자인으로 근래 이름을 알리고 있지요. 인터넷을 통해서도 몇 번 접해본 적이 있는 그의 메카닉은 컴퓨터를 사용하여 오차가 거의 없는 메카닉의 느낌을 잘 살리고 있어, 근래의 디자인 취향과 잘 맞는 편입니다.

메카닉 일러스트 개인의 역량도 역량이지만, 마스터 아카이브 건담의 설정 일러스트들은 거의 대부분 반다이가 프라모델 기획을 위해 작업했던 설계를 토대로 그려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다보니 여타의 건담 설정집과 다르게 이 마스터 아카이브 시리즈는 프라모델 제품라인업과 상당히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고 할까요. 실제로 코어파이터의 변형 구조나 합체 기믹, 관절 구동부, 외부 장갑의 디테일 등은 아니메 쪽보다는 프라모델 시리즈의 내부 프레임과 기믹 등에서 그 유사점을 더 찾을 수 있습니다. 



멋진 CG 일러스트가 표지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표지에서부터 기대감이 커지는 느낌... 이라고 한다면 좀 지나치게 주관적인 판단일까요.



속지는 새로운 일러스트로 인해 이 무크지가 기존의 무크지와는 차별점을 갖고 있다라는 인상을 심어줍니다. RG 퍼스트 건담의 영향을 상당히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구요.



마치, 일년전쟁 당시의 V 작전 프로파일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속표지.



목차는 일관적인 느낌을 줍니다. RX-78-1부터 RX-78NT-1에 이르기까지 현재 MSV와 각종 설정 자료 등을 통해 언급된 RX-78의 라인업이 모두 이 한권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우측 페이지에 건담이 들고 있는 빔 세이버가 미노프스키 입자 간섭에 의해 흐릿하게 보이는 부분과 이를 묘사한 주석은 집필진의 건담 지식이 보통 이상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설정 일러스트를 제외한 마스터 아카이브 건담의 일러스트는 모두 이렇게 CG로 그려져 있습니다. 실제감을 주는 부분도 있지만, 그보다는 프라모델 작례 사진을 보는 듯한 느낌도 주는군요. 다분히 의도된 효과일지도.



일반 번역가가 했다면 다소 불만스러웠을지도 모를 번역은 건담에 해박한 전문가가 맡으면서 말끔히 해소되었다 하겠습니다. 마스터 아카이브 건담은 아니메의 관점이 아닌 병기라는 관점에서 건담에 접근하고 있기에 텍스트는 상당히 메마르고 딱딱한 군사 매뉴얼과 같은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어지간한 마니아가 아닌 이상 집중해서 읽기에는 상당히 어렵고 난해한 편입니다.



편집이 번잡하던 기존의 설정집들과 달리 마스터 아카이브 건담은 삽입되는 일러스트와 텍스트의 조화가 깔끔한 편집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불필요하게 많은 컬러 스크린 샷이나 설정 일러스트가 난무하는 설정집과 달리 상당히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데, 이는 AK에서 출시한 그동안의 설정집들 중에서는 단연 발군입니다. 심플하고 세련된 편집 디자인을 좋아하는 제 취향에는 딱인 것 같군요. 게다가 설정 일러스트들이 이 책을 위해 직접 작업되어 있다보니 그 가치도 더 높은 듯 합니다. 같은 급의 설정집에 비해 비싼 가격도 아마 그 때문이겠죠.



프라모델 설정과 연관이 있어서 그런지 AK가 작년 이맘 때 출시했던 '카토키 하지메 Design&Products Approved Gundam'에서도 볼 수 있었던 데칼만 전문으로 설명하는 페이지도 있습니다. 단, 카토키의 설정집이 프라모델에 사용할 데칼을 다루었다면, 마스터 아카이브의 데칼들은 실제 군용 병기에 사용되는 것처럼 상정한 것이서 다소 느낌은 다릅니다.



마스터 아카이브 건담의 백미 중 하나는 정교한 내부 메커니즘을 완벽하게 묘사한 설정 일러스트라 하겠는데, 그런 점에 이 페이지는 그 장점을 한 장으로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구조 해설 챕터에서는 외장 장갑, 구동부, 헤드 센서 등 기체 각부에 대해 상당히 전문적인 느낌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집필진이 어느 정도의 공학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다는 추측이 드네요.




특히, 다른 설정집보다 코어 파이터 시스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들어가 있는 부분은 이 책이 갖고 있는 뚜렷한 특색 중 하나로, CG와 내부 메카닉 일러스트가 세밀한 묘사와 함께 수반되는 코어파이터 해설은 건담 해설 이상으로 인상적입니다. 단, 의도적인지는 몰라도 설정집에서 G 파츠에 대한 부분은 비교적 간단한 설명에 그치고 있습니다.





코어파이터 챕터 다음으로는 2nd lot으로 분류되는 RX-78-4부터 NT-I ALEX에 이르는 건담 해설이 후반부를 책임집니다. 설정상으로만 존재하는 기체들이지만, 이 설정집에서 다루어지는 비중은 앞선 1st lot의 주요 건담에 비해 전혀 밀리지 않으며, 일러스트도 거의 동일한 비중으로 삽입되어 있습니다. RX 시리즈의 후기 기종에 대한 정보를 원하시던 건담팬들에게는 기다리던 순간이 되겠네요.



마지막으로는 화이트 베이스를 다루고 있습니다만, 이제까지의 챕터에 비해 화이트 베이스 챕터는 다소 내용이 부족한 편인지라 살짝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냥 보너스 챕터 정도의 느낌이네요.


마스터 아카이브 시리즈는 건담 설정집 중에서는 단연 돋보이는 퀄리티와 컨텐츠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이미 몇번이고 우려먹을대로 우려먹은 컨텐츠의 재해석 내지는 재조합이라는 점에서 냉정하게 보면 별다를 내용은 없습니다만, 고급스러운 신 일러스트와 깔끔한 편집 디자인만으로도 건담 팬들에게는 단연 소장 가치를 갖고 있는 설정집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올 봄에는 마스터 아카이브 Z 건담도 출간된다고 하니, 개인적으로는 기대가 매우 큽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RISE / ⓒ SB Creative Corp / ⓒ AK Communications (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마스터 아카이브 모빌슈트 RX 78 건담

저자
GA Graphic 편집부 지음
출판사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4-01-01 출간
카테고리
취미/스포츠
책소개
이 책은, 지구연방군이 기사회생할 수 있었던 일년전쟁 최강의 모...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마스터 아카이브 모빌슈트 RX 78 건담 - 10점
GA Graphic 편집부 엮음, 장민성 옮김/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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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기존의 모빌슈트 설정집에 비해 독자적인 일러스트가 돋보이는 무크지

빌슈트 전집 1권인 'RGM-79 짐 BOOK'(이하 짐)은 AK에서 출시된 건담의 상식 시리즈를 출시했던 후타바샤(쌍엽사)의 2010년판 건담 무크지입니다. 모빌슈트 전집 시리즈는 짐북 이후로, '수륙양용 모빌슈트 BOOK', 'MS-06 자쿠 BOOK', 'MS-07/09 구프&돔 BOOK', 'RX-78 건담&V작전 BOOK' 까지 총 5권의 시리즈가 출간되어 있는데요. 비교적 최신간이고 1권인 짐북부터 AK가 발간을 했으니 앞으로도 이 시리즈는 계속적으로 AK를 통해 한국어판으로 만나볼 수 있을 듯 싶습니다. 기대가 되는군요.(AK 측에서 제공을 안해주셨다면 제가 직접 구매해서 리뷰할 생각도 있었다는...^.^;)

무크지의 특성상 짐북은 동 출판사의 건담의 상식 시리즈보다 고급스럽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당연히 가격도 상승했지만 소장가치는 건담의 상식 시리즈보다 높을 수 밖에 없구요. 게다가, 텍스트 외에 건담 관련 설정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러스트 및 설정자료에 있어서 건담의 상식 시리즈보다 새로운 컨텐츠가 더 많다는 것 또한 장점입니다. 어차피 많은 서적에서 다룰만큼 다룬 건담 설정자료는 그만큼 오리지널 일러스트와 설정자료가 식상하다는 것이 단점이었는데요. 이번 짐북은 독자적인 설정 일러스트의 추가로 그런 식상함을 상쇄한 동시에 이 책만의 소장가치를 높여주었다는 생각입니다. 단순한 건담 설정자료의 재구성을 넘어 나름의 아이덴티티를 확보한 셈이지요. 이 무크지의 첫번째 특징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짐북은 AK에서 출간되었던 건담의 상식 시리즈의 구분보다 좀 더 세분화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바로 건담 시리즈에서 등장했던 연방군측 양산형 모빌슈트 짐(GM) 계열의 모빌슈트만을 다룬 짐 '전문' 북인 것입니다. 이는 이 무크지가 다른 건담 백과보다 좀 더 전문적이고 심도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AK가 2010년 말에 번역출간했던 타카라지마 사의 '자쿠 대사전, All about Zaku'가 자쿠 계열 모빌슈트만을 다루었던 점에서 짐북은 자쿠 대사전과 비슷한 구성입니다. 다만, 파일럿 이야기 등을 언급하며 그 구성면에서는 건담의 상식 시리즈와 다소 비슷한 형식을 취했던 자쿠 대사전과 달리 이 짐북은 오로지 모빌슈트에 관한 이야기만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점이 짐북의 두번째 특징이지요.

☞ 자쿠대사전 All about ZAKU 리뷰 (보러가기)

이런 전문성(?) 혹은 한 이슈에 대한 집중적인 접근 때문이랄까, 짐북은 이제까지 AK가 출간했던 일련의 건담 설정집 중에서는 하이엔드(High End)에 속하는 무크지라고 생각됩니다.(물론, 건담 센티넬과 같은 레전더리는 논외이구요.) 편집과 구성도 난잡하지 않고 깔끔하게 되어 있어서 개인적으로 무척 맘에 들구요. 사심이 들어간 평을 쓸 정도로 제 맘에는 쏙 드는군요. 


커버는 건프라의 커버 일러스트로 유명한 모리시타 나오치카의 일러스트로 시작됩니다. 일단 표지부터 일반 백과시리즈보다 고급스러워 보이는군요.




무크지의 띠지를 원 커버의 짐 일러스트와 연결되도록 다리 일러스트를 그려넣어 일체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일본어판과 동일한 부분이죠.



모리시타 나오치카의 일러스트가 그려진 목차 페이지(우)와 짐의 계보를 트리형태로 표시한 설정집 본문(좌). 



첫장은 짐 탄생의 배경에 대한 개괄론적 설명으로 시작됩니다. 이는 여느 건담 설정집과 유사한 구성이구요. 



짐의 개괄적 설명이 끝난 다음부터는 짐 계열별 기체 해설이 시작됩니다. 짐, 짐 스나이퍼, 짐 캐논 등으로 대표되는 짐계, 짐 커맨드, 짐 한랭지사양, 짐 스나이퍼 II 등을 다루는 후기생산형계, 육전형 짐을 소개하는 육전형 짐계, 짐 커스텀부터 짐 II, 짐 III로 이어지는 후기 짐계, 역습의 샤아, 건담 UC, F91에 등장하는 짐계열 MS를 다루는 제간계, 마지막으로 F91의 소형화된 짐계열 MS를 이야기 하는 소형화계 챕터로 나뉩니다. 많은 분들이 지적하듯이 가장 아쉬운 것은 기동전사 Z 건담에 등장하는 에우고 측 양산형 MS 네모의 부재인데요. 설정상 짐 과는 다른 지온계열의 MS를 베이스로 했던 네모(역으로 외장은 연방계열의 디자인을 적용)는 이로 인해 짐 계열에도, 지온계열에도 끼지 못하는 애매한 신세가 된 듯 합니다. 




이 책의 첫번째 포인트로 언급했던 오리지널 일러스트. 일러스트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것 같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습니다. 오리지널 일러스트보다는 병기적인 디테일이 고려되고 관절부의 움직임에 신경을 쓰고 있어 반다이의 프라모델을 위한 설정 자료나 카토키 등 다른 디자이너들의 후기 일러스트 등을 참고로 한 듯 싶군요. 관절부나 장갑 접합부 등은 반다이의 프라모델에 적용된 디자인과 동일합니다.



이례적으로 짐계열 MS의 무기만을 다룬 챕터도 있습니다. CG 일러스트로 그려넣어 단순히 오리지널 설정자료를 가져다 쓴 것에 비해 성의가 보입니다. 다만 다루는 무기는 1년 전쟁부터 그리프스 전쟁 발발 전까지의 짐계열 무기에 한정되어 있네요.



병기 도색 챕터도 이 무크지의 유니크한 부분. 다만, 오리지널 짐계열에 한정된 두페이지 짜리 보너스 챕터라서 다소 컨텐츠는 빈약합니다.



모빌슈트 전집의 모체이기도 한 후타바샤의 계간지 '그레이트 메카닉' 시리즈에 등장하는 '야마자키 중사의 프라바보 외길 인생 코너'. 반다이의 MG 짐 2.0을 베이스로 작례 및 커멘트가 들어간 4 페이지 짜리 보너스 챕터인데요. 작례도 깔끔하고 무엇보다 짐 2.0의 퀄리티가 워낙 좋다보니 나름 볼만한 챕터이기도 합니다.



제간 계열 MS를 다루는 챕터 중간부터는 흑백으로 페이지가 변경됩니다. 위의 사진은 F 91에 등장하는 헤비건 시리즈으로 역시 독자적인 일러스트로 그려졌습니다.



흑백 설정자료도 빠지지 않고 등장. 적은 페이지에 제법 많은 양이 들어가 있습니다.



마지막 페이지에 등장하는 짐 계열 MS의 성능일람표는 건담 메카닉 마니아들에게는 또다른 즐거움이기도.


짐북은 이제까지 한국에 출시된 일련의 건담 설정집 중에서는 가장 구성이 세련되고 깔끔하며, 전문성이 돋보이는 무크지 중 하나입니다. 만약, 이것저것 많은 AK의 건담 설정집 중 어느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짐북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싶군요. 마스터피스까지는 안되더라도 소장가치는 충분한 편입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 / Futabasha 2010 / AK 커뮤니케이션즈(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모빌슈트 전집 RGM-79 짐BOOK - 8점
카와이 히로유키 외 지음/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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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건담의 제작비화를 다룬 건담의 창세가 인상적인 에피소드

와다 히데키가 그린 '기동전사 건담씨' 제7권이 발간되었습니다. 기동전사 건담씨는 '월간 건담에이스'를 통해 2001년 6월부터 연재를 시작하여 아직까지도 그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는 스테디 셀러인데요. 기동전사 건담이라는 소재를 활용하여 오와다 히데키 특유의 개그 센스를 듬뿍 가미한 작품으로, 독특한 특색을 자랑하고 있는 코믹스라 하겠습니다. 현재 일본에서는 단행본으로 8권까지 발간된 상태구요. 10년이 넘은 코믹스가 단행본이 불과 8권 밖에 안되는 이유는 이 작품이 4컷 만화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재 초기만 해도 기동전사 건담씨는 월간 건담 에이스에 호당 2페이지 밖에 등장하지 않았기에, 단행본 1권을 발매하는데만 해도 무려 4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반드시 4컷 만화로만 구성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1~2장 정도의 구성으로 내용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 구성은 판에 박혀있지 않고 다이나믹한 편입니다. 작품의 개그 스타일은 전형적인 일본식 개그라고나 할까요. 허무 개그가 주를 이루고 있고, 어떤 경우에는 일본 문화나 일본어 발음을 기반으로 한 언어유희적 개그라 한 번에 와닿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친절하게 주석이 달려 있기는 하지만, 설명이 필요한 유머는 이미 유머로 받아들이기가 힘들지요.) 전반적인 개그의 강도는 강한 편이라기보다는 잔잔한 편이라 하겠습니다. 

필체는 대체적으로 섬세하고 정교한 축에 속합니다. 개그 만화이다 보니 3등신의 캐릭터들이 주로 등장하고 있지만, 미소녀의 묘사에도 능한 편인 듯 하고, 메카닉 묘사도 제법 정교합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 최고의 챕터가 아닐까 하는 '건담 창세의 장'을 보면 작가가 극화에도 어느 정도 소질을 갖고 있음을 알 수가 있지요. 이 챕터는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가 탄생해서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자라나기까지의 제작 비화를 작가의 특유의 코믹 터치로 그려내고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일반 독자들에게도 그 시절의 이야기들을 부담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이나 야스히코 요시카즈, 오카와라 쿠니오 같은 건담 창조의 3인방에 대한 묘사는 제법 센스가 넘치는 편입니다. 토미노 감독의 경우는 스킨헤드의 터프한 열혈남으로, 야스히코는 절세 미남으로, 오카와라는 과묵한 사나이로 묘사하고 있는데, 인물들이 가진 원래의 성격과 그들이 맡았던 역할을 비교하면 제법 설득력이 있는 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건담 창세의 장 때문에 이 시리즈는 계속 구입을 해야할지도 모르겠네요.


비록 SD 캐릭터지만 각 캐릭터의 특징을 잘 잡아서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전 편의 에피소드를 접하지 않아서 모르겠으나 대체적으로 개그 코드는 약한 편입니다. 일본 코믹스와 아니메를 오랜 시간 접해서 제법 일본 개그에 익숙한 저에게도 그닥 빵 터지는 느낌은 아닌 듯.



이상한 샤아의 장에 등장하는 꽤 이상한(?) 샤아씨. 전반적으로 이 시리즈의 4컷 만화는 샤아를 주인공으로 하여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미 언급했지만 이 단행본에서 꽤나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는 건담 창세의 장. 괴팍(?)한 토미노 감독의 특징을 제법 잘 살리고 있습니다.


오카와라나 야스히코의 묘사도 제법 납득이 갑니다. 미형 캐릭터를 그려내는데 있어서 대가라 할 수 있는 야스히코는 말 그대로 미형 캐릭터로 태어나셨네요. 야스히코 옹이 좋아하려나요.


건프라의 붐의 시작이자, 건담이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잡는데 있어서 큰 영향을 끼치는 1:144 자쿠 프라모델의 모습. 보시다시피 비즈니스적인 부분의 이야기도 제법 잘 풀어서 묘사하고 있습니다.

기동전사 건담씨는 요절복통하는 개그가 넘치는 작품은 아니지만, 제법 정교한 묘사와, 건담 창세의 장과 같은 작품만의 특징적인 요소로 인해 제법 볼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건담 창세의 장만으로도 본 작품은 제법 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다만 작가 자신이 퍼스트 건담 외에는 건담 시리즈를 접한 적이 없기에, 이 시리즈가 퍼스트 건담 이후의 이야기 혹은 캐릭터가 등장할만한 가능성은 적어 보이는군요.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Hideki OHWADA / SOTSU · SUNRISE / AK 커뮤니케이션즈 (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기동전사 건담씨 일곱번째 권 - 8점
오와다 히데키 지음, 김정규 옮김, 야타테 하지메.토미노 요시유키 원안/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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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설정자료를 주축으로 하여 접근한 건담의 상식 네번째 번역판

2011년 연말에 발행된 AK의 네번째 건담의 상식 시리즈 '일년전쟁 모빌슈트 대사전(이하 MS 대사전)'은 일본 쌍엽사(후타바샤)에서 출간한 동명의 미니대백과의 한글판입니다. 일본에서는 2009년 출시되어 모빌슈트 대전이라는 부제로 발간된 책이기도 하지요. 

일전에 소개해드린 건담의 상식, 우주세기 모빌슈트 대백과가 연방군편과 지온군편으로 나뉘어 퍼스트 건담부터 V 건담(혹은 턴에이 건담)에 이르는 우주세기를 배경으로 한 모든 건담 시리즈의 모빌슈트를 망라했다면, 이번 시리즈는 일년전쟁이라는 배경 하에서 등장한 연방군과 지온군의 모빌슈트를 망라한 대백과입니다. 같은 설정자료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소재의 중복이라는 피할 수 없는 맹점을 갖고 있습니다만, 건담의 자료를 어떤 관점에서 정리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다양한 베리에이션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는 나름 선택의 폭을 부여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후타바샤는 이 외에도 일년전쟁을 배경으로 한 다양한 건담 대백과를 더 출시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우려먹기라는 소리를 듣기 딱 좋은 모양새네요.



말 그대로 이번 MS 대사전은 일년전쟁이라는 작품의 배경 하에서 등장한 모빌슈트만을 이야기하는 서적으로, '기동전사 건담(1979)'과 '기동전사 건담 0080 포켓 속의 전쟁(1989)', '기동전사 건담 제 08 MS 소대(1996)', '기동전사 건담 MS IGLOO(2006)', 마지막으로 해당 시대를 배경으로 설정된 MSV의 모빌슈트가 총 망라되어 있습니다. 목차 전에 오카와라 쿠니오가 그렸던 퍼스트 건담의 러프 디자인이 살짝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네요.


이 책의 한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이 모빌슈트들의 성능 게이지를 기재하여 직관적인 모빌슈트 성능 비교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출판사 자의적인 해석이 들어갔기에 절대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애초에 모빌슈트의 성능을 정량적으로 설정한 공식적인 자료가 없었기에 흥미로운 데이터 정도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친절하게도 본문이 시작되기 전에 이러한 부분에 대하여 커멘트를 하고 넘어가는 부분은 만화영화 대백과라는 책의 성격을 감안한다면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역시 디테일에 강한 일본다운 색체가 느껴지는 부분.


본 서적은 앞서 한글판으로 출판된 건담의 상식 시리즈와 달리 흑백 페이지로 인쇄되어 있습니다. 컬러판 설정 일러스트와 스틸샷이 주가 되었던 앞선 서적과는 달리 흑백 설정자료들이 대거 삽입되었기에 그런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만큼 건담의 여러 설정자료를 맛보기로나마 볼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이전 시리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어김없이 명장면 시리즈도 등장하고 있구요.


조종석 설정자료는 언제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SF/로봇 마니아들의 로망이기도 합니다.


서비스로 지온군과 연방군의 에이스 파일럿 소개 페이지도 등장합니다. MS 대사전 답게 에이스 파일럿의 기체들이 나오는군요. 짤막짤막하게 소개되는지라 거의 쉬어가는 페이지에 가깝습니다.


일년전쟁 챕터 이후에는 0080 포켓 속의 전쟁에 등장하는 모빌슈트들이 소개됩니다. 퍼스트 건담의 MS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접하기가 쉽지 않았던 모빌슈트인지라 설정자료들이 더더욱 반갑네요. 개인적으로 이 책의 가치는 바로 이 0080 포켓 속의 전쟁 챕터와 08 MS 소대 챕터의 모빌슈트 설정자료가 아닌가 싶습니다.


시대가 진화된 만큼 확실히 설정자료의 디테일도 업그레이드 된 느낌입니다. 포켓 속의 전쟁 편은 이즈부치 유타카를 주축으로 메카닉 디자인이 그려졌었죠.


08 소대 편에도 매력적인 모빌슈트들의 설정자료를 접할 수가 있습니다.


MS IGLOO는 CG 애니메이션으로, 통상적인 설정자료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덕분에 챕터 중에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네요.


연방군 에이스 파일럿 목록도 후반에 등장합니다. 안타깝게도 등장한 오타, 좌측 중앙의 짐 라이트아머의 파일럿은 세이라 마스 소위가 아니라 게리 로져스 대위인 듯.


MSV는 성격상 설정자료나 성능 비교 게이지가 없습니다.

사실 네 번의 건담의 상식 시리즈를 거치면서 중복된 부분이 있어서 가치는 이전보다 덜한 느낌입니다만, 이전의 시리즈에서는 볼 수 없었던 흑백 설정자료나 좀 더 직관적인 스펙 비교 등이 등장하는 부분에서 독자적인 가치를 가진 책입니다. 이후에 등장하는 건담의 상식 시리즈는 또 어떤 곳에 주안점을 두고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 기대되는군요.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SUNRISE / ⓒ FUTABASHA / ⓒ AK 커뮤니케이션즈(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건담의 상식 - 6점
야스유키 유타카 외 지음, 김문광 옮김/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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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카이 시덴의 리포트로부터'에 이은 카이의 추억 여행

토부키 츠카사가 카도카와 서점의 건담 전문 매거진 '건담 에이스'를 통해 연재한 카이 시덴을 주인공으로 한 코믹스 '기동전사 Z 건담 데이 애프터 투모로우, 카이 시덴의 리포트로부터(이하 카이 시덴의 리포트)'의 속편 격이라 할 수 있는 '기동전사 건담 데이 애프터 투모로우, 카이 시덴의 메모리로부터(이하 카이 시덴의 메모리)'가 2011년 9월 중순부터 한글 번역판으로 발행되었습니다. AK가 의외로 전편인 카이 시덴의 리포트가 1부를 발행한 뒤 2부를 발행하지 않고 카이 시덴의 메모리 1부를 먼저 발행했군요. 작품의 전체적인 개요나 작가에 대한 짤막한 소개는 아래의 링크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 기동전사 Z 건담 데이 애프터 투모로우, 카이 시덴의 리포트로부터 (바로가기)


이번 작품은 TV 만화영화 시리즈 '기동전사 건담(1979)'의 배경이 되는 1년 전쟁 당시 주인공인 아무로 레이의 전우였던 카이 시덴이 전후 프리랜서 언론인으로 성장하여 1년 전쟁 기념 전시회에 참여하여 자신의 추억이 담긴 여러가지 전시품을 보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작품입니다. 전편인 카이 시덴의 리포트가 '기동전사 Z 건담(1985)'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원작에서 미처 이야기 하지 않은 시점과 공간에서의 카이의 활약을 담고 있다면, 이번 편은 현재 시점의 카이가 아닌 과거 1년 전쟁 당시의 시점에서 작품에서 미처 언급되지 않은 시간과 장소에 일어나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작가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원래 건담 월드의 설정을 최대한 반영하여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어 원작과의 괴리감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펜터치는 카이 시덴의 리포트보다는 좀 더 작가만의 개성이랄까, 혹은 다른 방향에서의 시도가 엿보인다 하겠는데요. 실제 카이 시덴의 리포트와 본 작품은 약 2년 정도의 시간차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작가의 작화 스타일이 다소 변한 것이라 짐작이 가는군요. 전반적으로 디테일은 상승하였으나 캐릭터의 느낌은 카이 시덴의 리포트 쪽이 더 나은 것 같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카이 시덴의 메모리는 총 12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년 전쟁 기념관에 초대받은 카이가 전시장에 진열된 옛 1년 전쟁 당시의 탑승함 화이트 베이스의 유물들을 보며 옛 기억을 떠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하여 매 챕터마다 과거 화이트베이스에서의 추억이 카이의 관점에서 회자되고 있는데요. 역시 전작인 카이 시덴의 리포트에 이어 이번 작품도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중심으로 하는 극히 정적인 전개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건담 월드에 대해 나름의 지식과 흥미를 가진 사람(주로 우주세기 건담팬들에 한정되겠지만)이 아니라면 이런 전개는 극히 지루하다고 할 수 있겠죠. 어차피 본작의 타겟층은 우주세기 건담의 팬들에 국한되어 있긴 합니다만.


위의 사진을 보면 전작에 비해 메카닉 디테일이 좀 더 나아졌음을 느낄 수가 있는데요. 아쉽게도 대화 중심의 코믹스라서 향샹된 메카닉 디테일이 작품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합니다. 전시회가 열리는 시점은 초반에 리포터가 '지온공국을 수립하고 지구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후로부터 약 반세기...'라고 표현한 것으로 보아 지온공국의 설립년도인 우주세기 0058년으로부터 약 50년 후인 우주세기 0108년 전후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카이 시덴의 나이는 대략 40대 중반으로 볼 수 있겠군요. 우주세기 0096년을 시간대로 하는 '기동전사 건담 UC(2011)'보다 후의 이야기이며, 우주세기 0105년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 '섬광의 하사웨이'와 비슷한 시간대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두 작품간의 상관관계는 없습니다만. 


본 작품에서 한가지 아쉬운 점은 펜 터치가 변하면서 인물들의 미간 부분의 묘사가 지나치게 과하여 대체적으로 캐릭터들이 신경질적으로 보인다는 점인데요. 후반부 에피소드에서는 그런 부분이 크게 부각되지는 않습니다만, 챕터 2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물론, 등장인물들의 상황 자체가 극도로 신경이 예민해져 있을 상황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히스테릭한 느낌으로 그려져 다소 거슬리는 느낌을 줍니다. 원작에서는 가장 유순한 인물인 미라이 마저도 신경질적인 여성으로 그려지고 있군요.


전시회에서 카이와 함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인 로제. 전시회의 도우미이기도 한 그녀는 과거 카이의 추억 속의 여인이기도 했던 미하르와 다소 닮은 듯한 느낌을 주는데요. 아무래도 이는 작가가 의도한 설정인 듯 합니다. 챕터 중간중간 이뤄지는 편집담당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러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군요.


본편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챕터 9의 코어블록과 챕터 10의 빅팀즈. 건담, 건캐논, 건탱크에 탑재된 코어블록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연방군의 비밀작전인 V 작전에 숨겨진 의중을 화이트 베이스의 승무원들이 파헤쳐가는 에피소드인데요. 하나의 사실 속에 숨겨진 음모를 추리해나가는 이야기이다보니 이런 대화 중심의 코믹스에서는 가장 흥미로운 전개를 보여주었다 생각됩니다.

카이 시덴의 메모리는 내용상으로는 전작인 카이 시덴의 리포트 1권에 비해 좀 더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원작에서 다루지 않은 비어있는 시간대의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다소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대화 위주로 진행되어 지루함이 느껴졌던 카이 시덴의 리포트에 비해서는 형식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이 좀 더 많았다는 느낌이랄까요. 후속편을 암시하는 모양새로 끝났으나 일본에서도 아직 1권의 내용 이후로는 더이상의 연재가 이루어지지 않은 듯 하군요. 카이 시덴의 추억을 좀 더 엿보고 싶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Tsukasa KOTOBUKI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기동전사 건담 데이 애프터 투모로우 1 - 8점
고토부키 츠카사 지음, 김정규 옮김, 야타테 하지메.토미노 요시유키 원작/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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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재해석한 오리지널 건담의 부활

ⓒ SOTSU · SUNRISE


'동전사 건담 AGE(2011)'에 이은 또 하나의 신 건담 시리즈는 놀랍게도 건담의 시초인 '기동전사 건담(1979)'을 새롭게 재해석한 코믹스 '건담 디 오리진(이하 오리진)'을 원작으로 한 시리즈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많은 건담팬들이 조심스럽게 그 가능성을 점쳐보거나 바라고 있었던 일이지만 막상 이렇게 현실화가 되니 놀랍기 그지 없네요. 많은 건담 팬들에게는 그야말로 희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 Gundam The Origin Manga to Launch Anime Project, ANN (바로가기)

애니화 소식은 카도카와 서점의 건담 전문지 '월간 건담 에이스'를 통하여 발표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월간 건담 에이스는 바로 창간호부터 오리진을 연재해온 잡지이기도 한데요. 얼마전 반다이에서 6월 25일에 새로운 건담 시리즈를 발표할 계획이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오리진을 말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퍼스트 건담의 메카닉 디자이너 오카와라 쿠니오 역시 새로운 건담 시리즈에 대해 언젠가 잠깐 언급을 했던 적이 있었죠. 그때는 그것이 건담 AGE를 의미하는 줄 알았습니다만, 이제보니 바로 이 오리진을 얘기하는 것이었나 봅니다. 

원작 코믹스는 79년작 건담의 캐릭터 디자이너자 작화감독으로, 아니메를 대표하는 불세출의 작화가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거대 프로젝트입니다. 토미노 요시유키의 원작인 건담을 코믹스화하는 것에 회의적이었던 야스히코는 당사자인 토미노 감독의 격려로 어렵사리 펜을 잡았고 그로부터 10년 만인 올해 마침내 오리진의 완결을 눈 앞에 두고 있다고 합니다. 원작자인 토미노 만큼이나 건담에 큰 영향을 끼친 그이기에 이 오리진은 확실히 여타 건담 관련 소설이나 코믹스와는 격을 달리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반면, 원작 이후 급속도로 거대해진 우주세기의 세계관을 이 오리진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데요. 야스히코 본인은 오리진이 건담의 오리진이자 온리 원(Only One)이다라는 소신을 밝힌 적이 있다고 하는군요. 말 그대로 오리진은 퍼스트 건담의 리메이크일 뿐 우주세기 전체를 꿰뚫는 이야기는 아닌 셈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신 시리즈는 퍼스트 건담 이후 몸집이 불어난 우주세기의 많은 뒷 이야기나 설정을 커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MSV 등을 통해 등장한 조니 라이덴이나 신 마츠나가 같은 인기 캐릭터들을 보는 것 같은 소소한 재미가 이번 시리즈에서는 어려울 것이다라는 것이죠. 하지만, 단순히 코믹스의 내용을 그대로 만화영화로 만들 것이냐는 두고 보아야할 것 같습니다. 30년이 지난 구시대적 SF 설정은 요즘의 추세에 맞춰 바뀌겠지만, MS의 디자인을 포함하여 오리진이 내포한 구시대적 스타일과 가치관을 과연 얼마만큼 현대적인 형태로 각색해내느냐는 시리즈의 성패가 좌우할 키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모든 리메이크작들이 가진 숙명이기도 하지요.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번 오리진 프로젝트는 30여년전보다 압도적으로 세련되어진 신작화로 과거의 건담을 리메이크한다는 기본 뼈대 위에서 몇몇 변주가 가해진 작품으로 태어나지 않을까 합니다. 아마도 전체적인 느낌은 현재 연재중인 '기동전사 건담 UC(2010)'의 스타일과 유사하지 않을까 싶군요.(예를 들면 MS 전투장면과 같은 부분) 아직 연출가나 각본 스탭, 작화 스탭 등 핵심 제작진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오리진은 캐릭터 디자이너였던 야스히코나 메카닉 디자이너였던 오카와라의 느낌을 유지하면서 여러가지 스타일링이 더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무엇보다 샤아 아즈나블이나 세일러 마스와 같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어떻게 현대적으로 묘사될지, 급하게 투입되어 조악한 디자인으로 등장했던 모빌 아머 등은 어떻게 스타일링이 될지 등이 몹시 궁금하네요.

 

다만, 자쿠러님과 같은 분들이 언급했다시피 금번 오리진의 타겟 시청층 설정은 시리즈의 성패를 가늠할 중요한 이슈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올드 팬들을 겨냥하면 작품의 생명력이 짧을 터이고, 신세대 팬을 노리기에는 기본 컨셉 자체가 그들과 맞지 않은 것이 오리진의 난제라 하겠는데요. 여기에 50화에 가까웠던 79년 시리즈나, 코믹스로도 21권이나 되는 방대한 이야기를 어느 정도의 길이로 만들 것이냐 하는 것도 이번 시리즈의 이슈라 하겠습니다. 예전과 같은 50화의 대작 시리즈는 요즘 거의 보기 힘든지라 건담도 예외는 아닌데요. 그렇다고 무리하게 스토리를 줄여 편수를 줄인다는 것은 아무래도 힘들지 않나 싶습니다.

☞ 건담 The ORIGIN 아니메화에 대한 기대와 우려 (바로가기)

ⓒ SOTSU · SUNRISE

그렇다면 결론은 1쿨이나 2쿨 단위로 제작하여 시즌제로 방영하거나, 케이블 TV 등에서 PPV 방식으로 방영하는 방법 등이 있을 수 있겠는데요. 퍼스트 건담의 리메이크라는 상징성을 가진 거대 프로젝트이니 시류를 따르기 보다는 뚝심있는 시스템으로 운영되지는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 봅니다. 적어도 DVD 시장에서만큼은 이름값을 톡톡히 하지 않을까 싶네요. 오리진을 기점으로 우주세기 프라모델들도 다시 새로운 스타일로 출시될 가능성도 있구요.

어찌되었건 이번 오리진 프로젝트는 전설적인 과거의 시리즈를 최신 작화로 볼 수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의미있는 시리즈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이제까지 많은 전설적인 명작들이 리메이크라는 명제를 통해 신작화로 우리에게 찾아왔습니다만, 이번 건담 리메이크는 이제까지 리메이크되었던 작품들의 화제성을 훨씬 뛰어넘는 아우라를 보여주고 있지요. 거기에 건담 에이스는 오리진 이후 후속 시리즈로, 키타즈메 히로유키의 '기동전사 제타 건담'을 연재할 예정이라고 하니, 자칫 하다가는 몇 년 뒤에 제타 건담을 리메이크하겠다는 소식이 들려올지도 모를 일이네요. 어찌되었건 건담의 팬으로서는 행복한 상상들인데요. 이번 오리진의 방영과 발맞춰 부디 한국에서도 영상매체로 건담이 발매되는 기회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합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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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노 감독의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 목차>


기동전사 건담 (1979), 機動戦士ガンダム / Mobile Suit Gundam


ⓒ SOTSU · SUNRISE


<정보>

◈ 원작: 야다테 하지메, 토미노 요시유키
◈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아오키 린'이라는 필명으로 주제가 작사)
◈ 각본: 호시야마 히로유키, 마츠자키 켄이치, 아라키 요시히사, 야마모토 유우, 토미노 요시유키
◈ 스토리보드: 토미노 요시유키, 사다미츠 신야, 야마자키 카즈오, 후지와라 료지 外
◈ 연출: 토미노 요시유키, 사다미츠 신야, 후지와라 료지, 코지카 에이키치, 칸다 타케유키
◈ 캐릭터 디자인/총작화감독: 야스히코 요시카즈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
◈ 미술감독: 나카무라 미츠키
◈ 음악/노래: 와타나베 타게오, 마츠야마 유우지 / 이케다 고
◈ 기획/프로듀서: 선라이즈 / 関岡渉, 大熊信行, 渋江靖夫
◈ 제작사: 선라이즈, 나고야 TV, 소츄 에이전시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79.04.07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43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지구인들이 우주에 삶의 터전을 넓히면서 살아가기 시작하며, 서기가 아닌 우주세기를 사용한지 어언 반세기 이상의 세월이 흘렀다. 광활한 우주공간에서 인류는 스페이스 콜로니를 구축하고 이 원통형 거주공간에서 지구와 유사한 환경을 구축하여 살게 되지만, 우주 개척민이라는 지구인들의 차별 속에 스페이스 노이드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지구에 사는 인류인 어스노이드와 달리 참정권과 같은 여러가지 기본적인 권리를 부여받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었다. 이즈음, 지온 줌 다이쿤이라는 사상가는 우주에서 태어난 인류가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 새로운 종으로 진화한다는 뉴타입론에 입각하여 스페이스 노이드의 권리를 외치며 지온공국을 수립하게 된다.

하지만, 지온 줌 다이쿤은 측근이었던 데긴 소도 자비에 의해 암살되고 권력은 자비 가문의 손에 넘어가고 만다. 자비 공왕의 장남 기렌 자비는 곧바로 지온의 독립전쟁을 선포한 다음, 레이더 및 전파병기를 무력화시키는 미노프스키 입자와 일반 병기를 상회하는 기동성을 지닌 인간형 기동병기 모빌슈트 자쿠를 도입하고, 콜로니를 지구에 낙하시키는 과격한 방법을 통해 수적으로 우세에 있던 연방군을 제압하게 된다. 연방군은 뒤늦게 모빌슈트의 위력을 절감하고 V작전을 통해 모빌슈트의 연구개발에 힘쓰지만, 파상적인 지온공군의 공세 앞에 지구마저 침공당하며 열세에 몰리게 된다.

한편, 지구로 진격한 지온군이 낯선 환경 속에 연방군과 고착상태에 놓여있던 우주세기 0079년, 연방군의 모빌슈트 개발계획을 눈치챈 지온의 젊은 전쟁영웅 '붉은 혜성' 샤아 아즈나블 소령은 연방군 세력권인 스페이스 콜로니의 사이드 7으로 3기의 자쿠를 급파하게 된다. 하지만, 호승심에 불탄 지온병사가 수송중이던 연방군의 모빌슈트를 독단으로 공격하면서 사이드 7은 전화의 불길에 휩싸이고 만다. 연방군 모빌슈트 개발계획의 담당자인 템 레이 중령의 아들로 사이드 7에 살고 있던 내성적인 소년 아무로 레이는 피난 중에 지온군의 습격을 받게 되고, 친구인 후라우 보우와 주민들이 포화 속에 고립된 모습을 보는 순간 충동적으로 수송중이던 연방군의 모빌슈트 건담에 올라타게 되는데...


<소개>

리얼로봇이라는 신조어를 등장시킨 최초의 리얼로봇을 표방하는 작품. 이때까지 완구라는 굴레에 갇혀 있던 로봇을 SF라는 관점으로 바라보게 한 작품이며, 동시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로봇 만화영화를 성인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여러가지 현실적이고 다양한 인간 드라마를 보여준 선구적인 작품이다. 물론, 나가하마 타다오에 의해 기존 만화영화보다 수준 높은 드라마를 가진 로봇물이 이미 등장하고 있기는 했으나, 그보다 훨씬 현실적인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 처한 아이들과 수많은 사연을 가진 인물들의 삶과 죽음은 당시 로봇물에 비해 보다 더 높은 연령에 적합한 SF 드라마의 모습이었다.

'무적초인 점보트3(1977)'과 '무적강인 다이탄3(1978)'을 통해 스폰서인 클로버에게 만족할만한 성과를 안겨준 토미노 요시유키는 영화학도였던 자신의 정체성과 특유의 반골기질에 의해 보다 더 현실적이고 치밀한 스토리텔링을 만화영화에 도입하고자 했다. 이는 아마도 너무도 유아적이고 낭만적인 당시 로봇 만화영화의 단순한 전개에 대한 일종의 반감으로 보인다. 이미 나가하마 타다오 밑에서 로봇 만화영화의 성장을 지켜본 토미노는, 로맨틱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나가하마와는 달리, 보다 더 하드하고 비극적인 SF를 추구하고 싶었고, 이러한 비참한 현실 속에서 성장하는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한 것으로 보인다.

정통 SF로 기획된 기동전사 건담은 쥴 베른의 모험소설 '15소년 표류기'와 로버트 A. 하인리히의 SF 소설 '우주의 전사', 그리고 본격 SF 만화영화의 시작을 알린 '우주전함 야마토(1974)'의 컨셉을 활용하여 우주 전쟁 속에 휘말린 소년 소녀들과 모빌슈트라는 인간형 병기, 그리고 스페이스 콜로니로 대표되는 우주세기를 창조하게 된다. 여기에 로봇이라는 요소를 주인공 일행이 움직이는 절대병기라는 개념이 아닌, 수많은 병기 중 하나라는 컨셉으로 접근하게 된다. 물론, 건담은 아직 슈퍼로봇의 잔재를 떨어내지 못하고, 단 1기의 시작품이라는 고유성을 부여받고, 1기로 다수의 모빌슈트를 물리치는 초인적인 활약을 펼치지만, 당시로서는 가장 병기의 모습에 가까운 시도였던 셈이다.

SF적 설정과 함께, 다양하고 현실적인 캐릭터들과 그들의 얽힌 인과관계도 만화영화로서는 일보진전한 컨셉이었다. 이제는 전설이 된 지온군의 에이스 파일럿 샤아 아즈나블은 주인공 아무로 레이를 능가하는 인기 캐릭터로 오랫동안 사랑 받아왔으며, 이 외에도 란 바랄, 가르마 자비, 하몬 랄, 마틸다 중위, 라라아 슨, 류 호세이 등 다양한 인물군상과 그들만의 이야기는 로봇 만화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적 비중을 커지게 했다. 상당수의 팬들이 모빌슈트라는 신개념의 로봇과 치밀하고 방대한 우주세기의 설정에 심취하고 있지만, 건담의 진정한 매력은 로봇 만화영화라는 장르의 한계 속에서 보여준 전쟁 드라마라는 스토리에 있다고 하겠다.

당시의 시청층을 고려하지 않은 이같은 과도한 드라마성과 로봇 만화영화의 전형적인 공식을 깬 건담의 이야기는 첫방 당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거기에 완구판매의 부진까지 겹쳐 건담은 49화를 다 채우지 못한 체, 43화로 종영을 맞게 된다. 하지만, 작품을 열렬히 시청하고 있던 일부 시청자들과 잠재해 있던 건담 팬들의 요청에 의해 시작된 재방송부터 건담은 사회적 현상으로 부활하게 된다. 한 자리수에 불과하던 평균 시청률은 첫번째 재방송에서 가뿐하게 10%를 넘기고 82년도의 재방송에 이르르면 25%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하게 된다.

건담의 뒤늦은 인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점점 크게 번지기 시작했다. 완구 판매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반다이에서 출시한 프라모델은 고연령대의 눈높이에 맞는 작품 컨셉처럼 고연령대의 프라모델 마니아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되며, 건담의 팬들에 의해 시작된 설정 보강작업은 '건담 센츄리'나 'MSV' 등이 나오는 원동력이 되며, 보다 더 건담의 세계를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기폭제로 작용한다. 작품 뿐만 아니라 프라모델과 서적 등으로 미디어 믹스되며 건담은 마침내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건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기동전사 건담 사가' 코너의 첫번째 이야기 '기동전사 건담 (3부작)'을 참고하시길.

☞ 기동전사 건담 (1부) - 건담, 대지에 서다. (보러가기)
☞ 기동전사 건담 (2부) - SF 로봇전쟁 드라마의 서막. (보러가기)
☞ 기동전사 건담 (3부) - 부활하는 하야 거인. 발동, 아니메 세컨드 임팩트! (보러가기)


기동전사 건담 (1981)


ⓒ SOTSU · SUNRISE


<정보>

◈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스탭: TV 시리즈 총집편으로 상세 스탭진은 TV 시리즈와 동일.
◈ 주제가: 타니무라 신지 (작사,작곡) / 야시기타 가진 (노래)
◈ 기획/제작: 이토 마사노리 / 키시모토 요시나리
◈ 제작사: 선라이즈, 소츄에이전시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1.03.14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재방송으로 인해 건담의 인기가 재점화되자 자연스레 극장판의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TV 시리즈를 극장판으로 제작하게 되는 당시의 상당수 작품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건담 역시 자연스레 TV 시리즈의 컷들을 편집한 형태의 작품으로 기획된다. 하지만 총 43화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을 한 편의 극장판으로 압축하기에는 무리가 따랐고, 이로 인해 1화부터 13화까지의 내용만을 압축한 프롤로그 성격의 극장판이 만들어지게 된다. 하지만, 아직 극장판의 성공을 장담하지 못한 제작사측에서는 이번 편의 성공여부를 통해 차기작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이로 인해 후일 3부작이 되는 극장판의 첫번째 편에는 1편이라는 부제는 붙지 않는다.

1편의 상영일인 3월에 앞서 2월 22일에는 신주쿠역에서 특별 이벤트인 '아니메 신세기 선언'이 열리게 된다. 그러나, 일개 만화영화의 이벤트 행사에 무려 만오천여명의 팬들이 몰려들며, 건담의 인기는 마침내 그 실체를 드러내게 된다. 이 자리에는 후일 '중전기 엘가임(1984)'과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의 메카닉 디자이너로, 그리고 '파이브 스타 스토리'의 크리에이터로 명성을 떨치게 되는 선라이즈의 신참 애니메이터 나가노 마모루와 건담에서 라라아의 성우를 맡았던 한 케이코가 샤아와 라라아의 코스튬을 입고 등장하여 팬들의 큰 성원을 얻기도 했다. ([1], [3] 참조) 아니메 신세기 선언이 보여준 건담의 파급력은 만화영화를 넘어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는 후일 오타쿠의 부정적인 측면, 즉 자신의 취미에 과도하게 심취된 나머지 보편적인 사회적 관계를 거부하는 지나치게 맹신적인 팬덤을 양산하게 되는 일본 사회의 한 단면이기도 하지만, 당시로서는 실로 놀라운 기현상이 아닐 수 없었다.


기동전사 건담 II - 슬픈 전사 (1981)


ⓒ SOTSU · SUNRISE


<정보>

◈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스탭: TV 시리즈 총집편으로 상세 스탭진은 TV 시리즈와 동일
◈ 주제가: 아오키 린 (작사) / 이노우에 다이스케 (작곡, 노래)
◈ 제작사: 선라이즈, 소츄에이전시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1.07.11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극장판 1부의 대성공으로 건담 3부작은 온전히 3부작으로 방영이 가능하게 되었다. 당시 TV 시리즈를 감독이 연출한 직후에 총집편 극장판의 경우는 판권을 갖고 있는 방송사와 제작사가 임의로 연출가를 선임하여 편집 방영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미래소년 코난(1978)'의 경우도 방송사인 NHK가 미야자키와의 상의 없이 임의로 편집하여 극장판으로 제작하는 바람에 미야자키가 진노하기도 했는데, 토미노 감독은 이를 염두에 두었는지 애초에 극장판 감독 역시 자신이 맡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게 된다. 이리하여 건담의 극장판은 온전히 토미노 요시유키의 의도대로 편집되어 극장에 상영되었다. 

극장판 2부는 TV 시리즈 16화부터 31화까지를 편집한 작품으로, 코어 부스터와 같은 극장판 오리지널 메카가 등장하는 등, 일부 신작 컷도 눈에 띈다.([3] 참조) 작사가인 아오키 린은 토미노 요시유키의 필명이기도 하다.


기동전사 건담 III - 해후의 우주 (1982)


ⓒ SOTSU · SUNRISE


<정보>

◈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스탭: TV 시리즈 총집편으로 상세 스탭진은 TV 시리즈와 동일
◈ 작화감독: 야스히코 요시카즈
◈ 주제가: 아오키 린 (작사) / 이노우에 다이스케 (작곡, 노래) / 사기쓰 시로 (편곡)
◈ 제작사: 선라이즈, 소츄에이전시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2.03.13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시청률 부진으로 조기종영되었던 TV 시리즈의 이야기를 그린 32화부터 43화까지의 편집판. 병으로 인해 TV 시리즈 후반부에 제작일선에서 물러났던 작화가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TV 시리즈에 사용된 원화를 자신이 일일이 직접 수정하여 그려냄으로써 TV 시리즈의 영상을 기대하여 TV 시리즈를 방영한 뒤 극장을 찾은 건담 팬들에게 깜짝 선물을 안겨주었다. 3편인 해후의 우주편은 극장 아니메의 대표적인 캐쉬 카우라 할 수 있는 도라에몽 극장판 시리즈를 뛰어 넘어 82년도 아니메 흥행랭킹 1위, 전체 극장 흥행랭킹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다.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ガンダム, Wikipedia Japan
[2] Gundam, Wikipedia
[3] 기동전사 건담(機動?士ガンダム) 1981-1982,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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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방송으로 부활하는 하얀 거인, 진가를 드러내고 

금에 와서 건담의 첫 방송이 저조했던 원인을 되짚어보면 작품의 완성도면의 문제라기보다는 당시의 시청층에 대해서 제작진 측이 잘못 판단했다고 보는 편이 맞을 듯 싶다. 애초에 드라마틱한 설정과 복잡한 갈등관계가 자리하면서 로봇 액션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아진 것은 고연령층을 대상으로 했음이 분명하다. '우주전함 야마토(1974)' 이후에 고연령층의 아니메 팬 층이 존한다는 것을 인식한 제작진과 토미노 감독은 이들을 타깃으로 삼고 작품을 만들었지만, 문제는 로봇물의 정체성이 원래 저연령층의 전유물이었기에 방영을 시작한 건담을 보고 고연령층의 시청자들은 분명 아동용 로봇물일 것이라는 선입견으로 방영을 거부했을 듯 싶다.

게다가 원 로봇의 시청층인 아이들은 으례 그렇듯 새로운 로봇물이구나 하고 TV 앞에 모여 앉았는데, 왠 사교성 부족하고 멋이라고는 요만큼도 없는 찌질한 소년 주인공이 등장하는데다가 시도 때도 없이 로봇 조종 안하겠다고 응석을 부리고 앉았으니 매회 '합체-전투-위기-필살기-격파'를 반복해오던 당대의 로봇물과는 너무도 다른 흐름에 애시당초 채널을 돌렸을 것이 자명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꾸준히 보아온 일부 고연령대 시청자들과, '붉은 혜성 샤아 아즈나블'이라는 미남자의 등장으로 인해 로봇물임에도 불구하고 열렬한 팬이 되어버린 소녀들은 건담의 종영과 더불어 방송국과 제작사측에 재방송을 강렬히 요청하게 된다. 첫 방영부터가 아닌 방영 중에서야 비로소 건담의 진가를 파악하게 되어 뒤늦게 시청층에 합류한 이들의 경우는 더더욱 재방송을 원했을 터이고, 오프라인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던 당시의 아니메 마니아(요즘같은 인터넷이라는 이기를 꿈도 꿀 수 없었던 당시였다)들은 입소문으로 작품의 진가를 타인에게 전파하며 앞다투어 재방송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다 죽어가던 불씨에 다시금 불이 붙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재방송의 시청층은 바로 토미노 감독과 제작진 측이 애초부터 상정하고 있던 바로 그 연령대의 시청층이었다. 제대로 된 타깃층을 항하여 전파를 탄 건담의 반응은 어떠했겠는가. 그것은 말 그대로 폭발적인 것이었다. 첫 방송 당시 한자리수 시청률에 그쳤던 건담은 첫번째 재방송에서는 10%를 넘기며 뒤늦은 인기를 증명하였고, 완전하게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잡은 82년도의 재방송에서는 25%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였다. 80년 1월 건담의 첫방송이 종영되자마자 서둘러 2월에 '무적로보 트라이더 G7(1980)'을 방영하며, 건담의 실패를 덮어버리려 했던 선라이즈에게도 이것은 분명 예상치 못햇던 일이었을 것이다. 부진을 거듭하다가 예상된 방영횟수도 못채우고 조기종영된 이 괴작(당시의 관점에서는 괴작이었을지도 모른다)이 강렬한 후폭풍을 일으킬지 누가 알았겠는가. 그것은 반년 뒤의 프라모델 열풍과 맞물려 사회적인 현상으로 번지며 마침내 81년 방영된 극장판을 통해 그 진정한 시작을 알리게 된다.

동경에 위치한 반다이 본사 (출처: 위키피디아 재팬)

프라모델, 또다른 신회를 만들어내다

1부에서도 언급했다시피 건담의 스폰서는 완구업체 크로바(클로버)였다. 당시 로봇 아니메는 완구회사와 함께 작품을 기획하고 제작사가 아니메를 만드는 동안, 완구회사는 주역 로봇의 완구를 제작하여 작품의 방영과 함께 로봇 완구를 시장에 내놓는 형태의 시스템을 취하고 있었다. 아니메의 제작비는 스폰서인 완구업체에서 대는 것이었으며, 그에 대한 투자 수익은 판권을 독점한 완구업체의 완구판매를 통해 이루어지는 형태인 것이다. 지금과 같이 DVD부터 각종 캐릭터 상품과 코믹스, 소설과 같은 미디어 믹스의 전개로 상품 루트가 다변화된 것과는 달리 당시의 상품화는 완구업체에 집중되는 단선적인 루트를 갖고 있었고, 때문에 완구업체로서는 시청률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완구의 판매가 중요했다. 실제로 시청률은 저조했으되 완구판매에서는 기대이상의 수익을 올린 작품들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건담은 시청률에도, 완구판매도 모두 실패한 비운의 작품이었다. 콤배틀러 V 이후 정교한 변신 합체 완구로 인해 눈높이가 높아진 아이들에게 별다른 메커니즘이 내장되지 않은 건담 완구는 밋밋하기 그지 없었고, 궁여지책으로 끼워넣은 코어파이터 합체 메커니즘 역시 이전까지의 변신합체 로봇에 비하면 턱없이 심심한 것이었다. 비록 G 아머 시스템에 DX 합체세트까지 등장하면서 조금씩 부진을 만회하기는 했지만, 스폰서 입장에서 건담 완구는 저주에 가까운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작품이 부진에 부진을 거듭하던 중, 선라이즈는 완구판매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건담을 완구가 아닌 프라모델로서 머천다이징하는 방안을 크로바측에 제시하게 된다. 하지만, 이 제안은 크로바에 의해 간단히 거절당하고 만다. 상품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모델을 다른 제품으로 상용화한다는 것이 수지가 맞지않는 비즈니스라고 판단한 듯 싶은데, 이것이 미래의 비즈니스 명운을 좌지우지할 중대한 선택이었음을 그 때의 크로바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건담의 에이전시 업체였던 創通(창통, 일본어로 소츄) 에이전시는 선라이즈와 함께 건담의 저작권을 갖고 있었는데, 선라이즈의 이 사업안을 들고 여러 프라모델 업체에 상품화를 타진하기 시작했다. 로봇완구는 프라모델과는 다른 타깃 시장의 제품으로, 프라모델이 어린이들이 아닌 청소년 이상의 고연령층을 위한 상품이었고, 로봇은 어린이들의 전유물이었던 만큼 상품화 역시 당연히 완구형태로 생각되고 있었다. 하지만, 애초에 고연령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던 건담이기에 상품화 역시 어쩌면 프라모델이 더 적합했을지도 모른다. 뒤늦게서야 선라이즈는 그 사실을 눈치챘던 것일까. 

여러 업체와의 미팅 끝에 마침내 최종 사업자는 우주전함 야마토를 프라모델로 상품화하면서 이제 조금씩 프라모델 업계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던 프라모델 업체 반다이 모형에게로 낙찰되었다. 그리고 건담의 종영 후 반년 정도 지난 후에 마침내 첫번째 건담 프라모델이 시장에 나오게 되니, 재방송으로 인한 뒤늦은 인기와 맞물려 프라모델, 아니 건프라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게 된다. 당대 굴지의 완구회사 크로바와 후발주자 반다이의 운명이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크로바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선라이즈 작품의 로봇들을 완구화하게 되지만, 83년 성전사 단바인의 완구를 끝으로 파산하게 된다)

건담의 뒤늦은 인기점화와 프라모델의 붐 뒤에는 야마토 이후 활성화되기 시작한 아니메 전문잡지들과 일부 마니아들의 힘을 빼놓을 수 없었다. 특히, 월간 OUT에서 출간한 무크지 '건담 센츄리'는 건담 월드에 대대한 세세한 소개와 스탭들과의 인터뷰, 거기에 아니메에서조차 언급되지 않은 각종 설정에 대한 설득력있는 설명으로 마니아들에게 커다란 호평을 얻었으니 그 디테일한 설정은 후일 선라이즈에서조차 이를 인정하고 인용할 정도로 치밀한 것이었다.(모빌슈트의 자세제어 시스템인 AMBAC과 같은 개념이 건담 센츄리에서 등장하게 된다) 건담 센츄리의 발간과 함께 건담의 세계관은 아니메에 존재하지 않는 다양한 설정과 설명이 가해지면서 더더욱 풍성해지고 다양하게 변한다.

거기에 프라모델 라인업의 다양화를 위해 기획된 MSV(모빌슈츠 배리에이션)는 작품에 등장하지 않은 프로토타입의 MS들이 존재한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세세한 설정과 함께 MS 존재의 타당성을 부여하는 작업을 통해 작품의 종영 이후에도 건담의 인기를 (작품과는 별개로) 관성적으로 이어가게 하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MSV를 기반으로 추가 건프라들이 제작되면서 건프라의 생명력은 연장되었고, 팬들은 건담에서 못다한 뒷 이야기의 조각들을 MSV에서 찾아내며 더더욱 건담의 세계에 심취하게 된다. 특히, 일부 파워 모델러들의 경우에는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어 프라모델을 개조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능동적인 참여는 건담 월드를 더더욱 풍성하고 복잡하며, 거대하게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 SUNRISE · SOTSU Agency


아니메 신세기 선언, 마침내 시작된 아니메 세컨드 임팩트

80년에 시작된 엄청난 건담의 인기 후폭풍은 아니메와 아니메 관련 산업 전반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물론, 그 파급력이 본격적인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은 그로부터 몇 년 뒤라고 할 수 있었지만, 적어도 아니메의 시청층이 아이들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그만큼 성숙하고 치밀한 작품관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것, SF 로봇 아니메의 머천다이징 방식이 로봇 완구에만 있지 않다는 여러가지 숙제들이 관계자들에게 주어지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토미노 감독 이하 스탭진들이 애초부터 상업적인 고려없이 오로지 제대로 된 SF 아니메를 만들고 싶은 마음으로 임했던 작품이 이제와서는 가장 성공적인 마케팅 케이스와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시키는 아니메가 되었다는 점이다.

마침내 81년 3월 14일(하얀색의 건담을 위한 것인지 날짜도 화이트데이), TV 시리즈의 초반부를 재편집한 극장판 1부, '기동전사 건담'이 개봉되었다. 특히, 이 극장판의 의의는 이보다 앞선 2월 22일 극장 개봉을 기념하여 개최된 '애니메이션 신세기 선언'에 있었는데, 당시 이 이벤트에 참석하기 위해 모여든 관중의 수는 약 1만 5천명으로, 단순 이벤트 수준의 행사에 이토록 많은 인원이 결집한 것은 마치 5년여전 야마토 극장판을 관람하기 위해 극장 앞에서 길게 줄을 섰던 당시의 상황과 유사한 것이었다. 신세기 선언은 또한 건담의 테마였던 뉴타입처럼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의미하고 있었다. 즉, 당대의 젊은이들이 기성세대와는 다른 가치관을 갖고 그들만의 문화와 아이콘을 갖고 있으며, 그 중의 하나가 아이들의 전유물일 것만 같은 아니메였고, 그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건담이었음을 만천하에 알리는 자리였던 것이다.

극장판 3부작은 대성공이었다. 특히 마지막 3부인 해후의 우주편은 TV 시리즈 후반기에 급작스런 병으로 일선에서 떠났던 불세출의 작화가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돌아와 거의 모든 컷을 다시금 수정하여 신작화로 그려냄으로써 TV 시리즈를 감상하고 극장을 찾았던 수많은 건담 팬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으며, 극장 아니메의 대표적인 캐쉬 카우라 할 수 있는 도라에몽 극장판 시리즈를 뛰어 넘어 82년도 아니메 흥행랭킹 1위, 전체 극장 흥행랭킹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다.

아니메 신세기 선언을 통해 그 존재를 보여준 거대한 팬층(마니아, 혹은 좀더 일본적으로 오타쿠)의 등장은 이후의 아니메가 어떤 형태로 흘러갈지를 암시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앞서 설명한 프라모델을 위시한 다양한 아니메 비즈니스 수단의 등장과 함께 우주전함 야마토 이후 일본 아니메 史를 송두리채 흔들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었다. 후일 역시 90년대 아니메의 지각변동을 일으킨 '신세기 에반게리온(1995)'에서 등장한 거대한 지각변동을 의미하는 임팩트(Impact)라는 현상은 야마토와 에반게리온과 더불어 바로 건담에게 부여하면 가장 적합한 호칭일지도 모른다. 아니메 세컨드 임팩트, 그렇다. 건담에 의해 아니메는 두번째 변혁을 맞이하고 있었다.

ⓒ SUNRISE · SOTSU Agency


에필로그 - 아직도 계속되는 건담의 신화

약, 건담이 재방송되지 못했더라면 어땠을까? 혁신적인 모습과 깊이있는 내러티브에도 불구하고 첫방송에 실패한 이 작품이 그대로 묻혔다면, 아마도 로봇 아니메의 성장은 지금보다는 더디었을 것이다. 로봇물은 여전히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내용으로 제작되고, 80년대 SF 아니메의 폭발적인 성장은 분명히 한템포가 더 늦었을지도 모른다. 불멸의 리얼로봇 아니메로 젊은 아니메 세대가 애니메이터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조차 건담이 없었으면 태어나지 못했을 지도 모르며, 마크로스의 소식을 듣고 대학을 중퇴하고 상경한 안노 히데아키 이하 가이낙스의 핵심인물들도 역시 애니메이터가 되지 않았거나 늦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토미노 감독은 '전설거신 이데온(1980)'의 제작을 포기했을 테고, 그로 인해 90년대 아니메의 또다른 부흥을 일으켰던 에반게리온은 태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건프라는 상품화되지 못했을테고, 반다이는 지금처럼 거대한 회사로 성장하지 못한체 그저 그런 회사로 전락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건담이 모든 아니메의 역사를 대변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건담이 사회적 현상으로 떠오르지 못했더라면 아니메는 그만큼 지금보다는 퇴보한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작품 자체적인 가치와 의의를 넘어서 건담이라는 작품이 후대 아니메와 관련 비즈니스에 끼친 막대한 영향력은 일개 작품의 레벨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반면, 건담이 가져온 혁신은 또다른 편향적인 시각과 가치관을 가져오게 된다. 먼저 SF, 그것도 로봇을 중심으로 80년대 아니메가 과도하게 방향 선회를 하게 된다는 점이다. SF를 향한 아니메의 일관된 사랑으로 인해 수많은 걸작 아니메가 탄생한 것은 분명 좋은 현상이었지만, 소재의 다변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체 SF로 고정된 시각은 결국, 소재고갈과 함께 훗날 아니메의 쇠퇴를 가속화하게 된다. 물론, 중간중간 여러가지 다양한 소재도 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건담으로 인해 시작된 과열된 SF 로봇 아니메의 열기는 이러한 의미 있는 시도들을 크게 부각시키지는 못했다.

프라모델이라는 새로운 상품의 등장으로 인해 건담의 작품으로서의 가치가 위협을 받게 되는 것 역시 내재된 위험요소였다. 분명, 당시의 시점에서는 새롭고 참신한 아이템이었던 로봇 프라모델은 이후 건담 외에는 큰 히트를 일으킬만한 원동력을 찾지 못한 체 건담에게 지나치리만큼 의존하게 되었고, 이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반다이가 건담의 속편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밖에 없는 원인 중 하나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물론, 현재의 반다이는 다양한 수익 다변화와 사업 다각화를 통해 건담의 의존도를 많이 줄였긴 하지만, 80년대 당시 건담은 반다이에게 있어서 하나뿐인 젖줄이었다.)

건담에 지나치리만큼 심취해버린 오타쿠들 역시 건담의 지루한 재생산에 큰 일조를 하게 된다. 특히, 건담에 대한 과도한 애정은 그들로 하여금 그들에 입맛에 맞는 이야기 전개를 제작진 측에 요구하기 시작했고, 새로운 시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그들만의 건담 월드를 만들고 싶어했다. 혁신과 개방의 개념으로 시작했던 건담은 서서히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성격으로 변모했고, 스폰서와 팬들의 과도한 간섭에 의해 크리에이터인 토미노 감독이 자멸하는 결과를 가져오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그러한 영광과 오욕의 역사 속에서도 여전히 건담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상업적인 사정과 과도한 팬덤에 의한 것만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우주세기에 안주하지 않은 체 건담은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간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창조자라 할 수 있는 토미노 감독의 손을 떠난 이후에도 여전히 젊은 세대들에 의해 새로운 항해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심오한 드라마를 버리고 미소녀들이 잔뜩 등장하는 모에 아니메로 변모했다 하더라도, 로봇 아니메를 정통 SF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려 했던 성숙한 시도를 져버리고 슈퍼로봇스러운 모습으로 변모했다 하더라도, 적어도 변화하고 있는 아니메 세대의 트렌드를 반영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계속 변모하고 있는 건담은 신인류라 불리는 뉴타입처럼 진화와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는 점에서 혁신의 여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훗날 건담의 시계가 멈춘다고 하더라도 그 오랜 시간동안의 변혁의 과정을 통해 만화영화는 새로운 틀을 구축하고 발전하리라 기원해본다.


('기동전사 건담(3부) - 부활하는 하얀 거인. 발동, 아니메 세컨드 임팩트!' 끝)

ⓒ SUNRISE · SOTSU Agency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ガンダム, Wikipedia Japan
[2] モビルスーツバリエーション, Wikipedia Japan
[3] ガンダムセンチュリー, Wikipedia Japan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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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 2010 Tony TAKEZAKI / ⓒ SOTSU · SUNRISE / ⓒ 2010 AK 커뮤니케이션즈 (한국어판)

국어판 단행본으로 발매되면서 국내 건담 팬들에게도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 토니 타게자키의 건담 패러디 코믹스, '토니 타게자키의 건담만화 III'이 2010년 8월 30일 출시되었습니다.

☞ 토니 타케자키의 건담만화, 우주세기의 영웅들의 숨겨진 비화(?)를 공개한다! (클릭)

이미 1편 발간시 언급했지만,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그림체를 완벽히 소화해낸 토니 타케자키의 그림체로 인해 패러디 만화이면서도 마치 건담의 사이드 스토리인냥 몰입도가 좋은 것이 토니 타케자키 만화의 장점입니다. 거기에 연방과 지온의 등장인물들이 기상천외하고 엽기적인 개그를 선보이면서, 그 재미를 더하고 있지요.

이번 편은 개인적으로 1편보다 훨씬 더 업그레이드된 재미와 구성으로 더 재미있게 본 느낌입니다. 왠지 토니씨가 연재를 하면서 개그감각이 늘어나는 듯 싶군요. 건프라 사진컷까지 동원하며 많은 컬러 페이지를 삽입했던 2편에 비하면 조금 심심해보일지도 모르지만, 1편보다는 훨씬 많은 3개의 에피소드가 컬러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페이지수는 2편과 비슷하고 1편에 비해서는 얇은 160페이지 정도의 분량입니다만, 개제된 에피소드가 24화에 달하여 19화가 실린 1편이나 16화가 실린 2편에 비해 내용은 더 풍성한 느낌입니다. 

몇가지 에피소드를 살펴보면 먼저 제1화 장미와 황야와 오뎃사의 경우에는 퍼스트 건담에서 엑스트라로 등장했던 한 미소년 병사를 모티브로 하여 그로 인해 화이트베이스의 모든 인물들과 심지어 침투한 란 바랄 이하 지온군 병사, 거기에 검은 삼연성과 마쿠베 소령에 레빌장군까지 모두 미소년가 미중년으로 변모하는 어이없는 시츄에이션을 선보이고 있는데, 마치 모두 미소년 미소녀들만 등장하는 요즘 아니메의 모습과 비슷하여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 2010 Tony TAKEZAKI / ⓒ SOTSU · SUNRISE / ⓒ 2010 AK 커뮤니케이션즈 (한국어판)

모든 등장인물이 꽃미남 꽃중년인 건담은 어떤 느낌일까? 시드나 더블오를 보라.

제2화인 프라우 보우의 야망 편에서는 아무로의 소꿉친구로 실제 건담에서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하는 프라우 보우가 아무로를 대신하여 주인공이 되겠다는 망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마치 변신 마법소녀처럼 속옷차림에서 연방군 군복으로 갈아입고, 여승무원들은 모두 바지를 입지 않은 맨다리로 다니며(앗싸아!), 타이트한 파일럿 슈트 안에는 올누드 차림으로, MS 발진시 느껴지는 G에 신음소리를 내며 괴로워하고, MS가 부서지면 파일럿 슈트도 같이 찢어지는 등 갖가지 응큼한 설정 등이 등장합니다. 이조차도 요즘 아니메에서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여러가지 음흉한 장면들과 비교되는 느낌이군요. (의도한 것은 아닐지 몰라도 이런 설정들은 아니메에서 자주 사용되는 것들이긴 합니다)

ⓒ 2010 Tony TAKEZAKI / ⓒ SOTSU · SUNRISE / ⓒ 2010 AK 커뮤니케이션즈 (한국어판)

뭐라뭐라 했지만, 이런 건담은 한번쯤 보고 싶... 긁적긁적.

토니 타케자키의 건담만화는 일단 이것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색다른 웃음과 마니악한 재미를 선사해 준 작품으로 건담 팬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이 되었을 듯 싶군요. 하지만, 말 그대로 건담 팬들만이 알 수 있는 시츄에이션 개그들, 특히 퍼스트 건담의 장면장면들 패러디한 에피소드가 대부분인지라 퍼스트 건담의 내용을 모르는 분들에게는 웃음 포인트를 잡기가 어려운 작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퍼스트 건담을 아신다면, 이 작품은 그야말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겁니다.

ⓒ 2010 Tony TAKEZAKI / ⓒ SOTSU · SUNRISE / ⓒ 2010 AK 커뮤니케이션즈 (한국어판)

우리는 이런 세이라를 기다리고 있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0 Tony TAKEZAKI / ⓒ SOTSU · SUNRISE / ⓒ 2010 AK 커뮤니케이션즈 (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이미지 스캔시 한국어판 저작권자인 AK 커뮤니케이션즈와 협의 하에 스캔한 것임을 밝혀둡니다.


토니 타케자키의 건담만화 3 - 8점
토니 타케자키 글 그림, 김정규 옮김/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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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뛰어든 소년 소녀들

'무로 레이는 연방군의 기술자인 아버지 템 레이의 극비 프로젝트를 위해 어머니와 헤어지고 지구를 떠나 스페이스 콜로니 사이드 7으로 이주한 평범하고 내성적인 소년이다. 타인과의 교류에 익숙하지 않은 아무로는 연방군의 비밀병기 개발을 위해 항상 집을 비운 아버지 덕에 항상 혼자 지내며 메카닉을 만지는 일에만 몰두하면서 지낸다. 옆집에 사는 소녀 후라우와 스스로 설계한 애완용 로봇 하로만이 친하게 지내는 유일한 친구들.

한편, 지온군이 연방군의 신무기 개발계획을 탐색하기 위해 사이드7에 침투하면서 아무로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전화에 휩싸이고 만다. 피난 중에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본 아무로는, 충동적으로 운반중이던 연방군의 비밀병기 모빌슈트 건담에 탑승하여 익숙하지 않은 조종술로 지온군의 모빌슈트에 맞서게 된다.
'

건담의 첫 스타트는 이전까지의 로봇 아니메들과는 다른 출발을 보여주고 있다. 내성적이고 신경질적인 성격의 소년 주인공 아무로 레이, 게다가 그는 어머니와 오랫동안 떨어져 지냈으며, 일에만 매달리는 아버지 때문에 항상 외톨이인 체로 옆집 소녀만이 유일한 친구인 소년이다. 이런 주인공의 설정은 이제까지 우연하든 우연하지 않든 간에 로봇을 타게 되면서 사명감을 갖게 되는 다른 소년 히어로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주역로봇인 건담 역시 한 과학자의 노력의 결실로 태어난 사유물이나 특정 연구소 혹은 특수부대의 소유물, 또는 미지의 세계나 과거에서 온 불가사의한 유산이었던 그제까지의 로봇들과는 달리 전쟁을 위해 개발한 군의 소유물로 그려지고 있다. 이 군용병기를 우연한 사고로 인해 한 소년이 조종한다는 시작과 그로 인해 소년이 원치않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적군의 습격으로 인해 대다수의 군인들이 죽거나 다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소년들이 전쟁에 가담하는 상황은 아니메로서는 몹시도 현실적인 것이었다. 비록 로봇이 등장하는 만화영화였지만, 그 전개는 이제까지의 로봇 아니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드라마틱하고 현실적인 설정이었던 것이다.

건담이 군 프로젝트의 결과물이고 주인공인 아무로의 아버지가 건담 프로젝트에 참여한 엔지니어라는 사실은 마징가 Z에서 이어져온 '아버지(혹은 할아버지)가 만든 로봇, 조상들의 유산인 로봇을 타고 악과 맞서 싸운다.'라는 설정의 연장인 듯 싶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가지 내포된 의미도 더 있지 않을까 싶은데, '자식을 돌보지 않고 일에만 매진한 부모가 만든 로봇을 우연치 않게 그 자식이 조종하면서 스스로 성장의 도구로 삼는다.'라는 것으로, 기성세대에 대한 반발심을 품은 체 기성 사회에 뛰어든 젊은이가 마침내 그 안에서 스스로 나아갈 길을 찾아낸다라는 뜻으로 해석하면 어떨까 싶다. 이러한 전개는 후일 건담의 후속작인 '기동전사 Z 건담(1985)'에도 그대로 사용되는 설정이며, 아버지와 어머니가 만든 건담 MK II에서 자신이 직접 아이디어를 낸 제타 건담으로 옮겨타는 카미유나 아버지가 만든 건담에서 후일 자신이 직접 설계한 뉴 건담을 타게 되는 아무로의 모습은 성장과 독립이라는 테마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마침내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린 아무로를 포함한 소년과 소녀들은 전쟁의 참상과, 기성 세대들의 불합리함 속에서 갈등하고 성장하게 된다. 내성적인 소년 아무로는 스스로의 처지를 가엽게 여기고 곧잘 신경질을 부리지만, 그것이 곧 어리광이라는 것을 깨달아가기 시작하며, 막 소위에 임관한 새파란 청년 브라이트도 함장이라는 중책 속에서 소년들을 다독이며 혹독한 전투를 수행해가는 과정 속에서 어리숙함을 벗고 어른으로 성장하기 시작한다. 아무로를 보살피는 다정한 소녀 프라우나 얌전한 명문가의 영애 미라이, 지온공국 창시자의 딸로 공국의 반란 속에 신분을 숨긴 체 살아가는 세이라는 어려움 속에서 조용하지만 강인한 여성상을 보여준다. 뺀질거리는 카이와 성실한 하야토 등 다양한 인물군상은 작품의 드라마를 풍성하게 해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서로간의 갈등과 화해 뿐만 아니라 주변인들과의 교감, 나아가서 적과의 교감을 통해 하나의 인간으로 성장하게 된다. 특히 아무로의 경우는 동경하던 여인 마틸다 중위의 희생, 전우이자 든든한 형이었던 류 호세이의 죽음, 거기에 자신의 인생에 크나큰 전기를 마련하는 적장 란바랄의 장렬한 전사, 라이벌인 샤아의 연인이자 같은 뉴타입으로서 공감대를 형성했던 라라아의 죽음 등 셀 수 없는 전우들과 적군의 죽음 속에서 어른으로 성장하게 되는데, 그 과정은 '우주전함 야마토(1974)'나 '은하철도 999(1978)' 등에서 볼 수 있었던 타인의 희생을 통한 삶의 성찰이라는 테마를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건담에서는 이러한 죽음이 교훈을 주는 장치라기보다는 비정한 현실을 깨닫게 하는 장차라는데에서 아이들을 위한 작품이라기 보다는 좀 더 높은 연령층을 상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건담이라는 작품의 세계에서 그려지는 어른들은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삐뚤어진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담고 있는데, 이러한 모습은 마치 방황하는 사춘기의 소년이나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사회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을 표현하는 것과도 같았다. 즉, 교훈을 일깨워주는 과거의 아동용 아니메에서 독립적인 개성과 가치관을 가지려는 청소년들의 생각을 대변한 시각의 전환이 작품에서 행해진 것이다. 죽음과 희생, 그리고 이기적인 어른들의 틈에서 아이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현실을 깨닫고 일어서게 된다.

ⓒ SUNRISE · SOTSU Agency

건담 시리즈에서 특기할만한 점은 바로 여성이다. 그 어느 로봇물보다 여성에 대한 비중이 컸던 이 작품은 주인공이 끊임없이 여성을 동경하고 여성에 의지한다. 가족의 사랑을 받지 못한 외로운 십대의 모성결핍증에서 비롯된 것 같은 이 모습은 이후 토미노 감독의 작품에서 하나의 테마로 자리잡게 된다.


더이상 들러리가 아닌 살아있는 적의 등장, 붉은 혜성

담의 이야기에서 또다른 중요한 또다른 관점은 주인공들이 속해 있는 지구연방군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적군이라고 부를 수 있는 지온공국의 이야기 역시 비슷한 무게를 두고 진행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로봇물이 주인공측의 인물들의 이야기에 많은 비중을 두면서 상대편 측의 이야기에는 소홀했던 반면, 건담은 지온공국의 이야기에 상당한 비중을 쏟으면서 이제까지와는 다른 상대적인 시각을 제공하게 된다.

에피소드 상에서 지온공국의 비중이 높아진 것은 이전처럼 주인공들이 악당을 쳐부수는 로봇물에서의 흔한 전개가 아닌, 사람과 사람의 갈등 속에서 벌어지는 드라마를 의미하고 있었다. 1화에서 사이드 7에 침투한 자쿠의 조종사들이 건담을 탈취하기 위한 호승심을 부리는 것이나 건담의 성능을 보고 경악에 떠는 것 같은 모습은 개성없는 악당 엑스트라가 아닌 하나의 인간적인 모습인 것이다. 이런 장면들은 작품 내내 계속되는데, 지온군이든 연방군이든 이렇게 두려움이나 분노와 같은 다양한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확실히 이전까지는 볼 수 없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건담에서 그 누구보다 인상깊은 상대편 캐릭터는 바로 붉은 혜성이라 불리는 샤아 아즈나블이라는 미남자라고 할 수 있다.

지온공국의 창시자의 아들이었으나 측근인 데긴 소드 쟈비의 배신으로 인해 하루 아침에 집안이 몰락하고 신분을 숨긴체 살아야 했던 캬스발 램 다이쿤(샤아 아즈나블)은 복수를 위해 신분을 숨기고 지온공국의 촉망받는 에이스 파일럿으로 살아간다. 이처럼 주인공과 반대편에 서는 인물의 숨겨진 사연과 내제된 갈등은 작품의 관점을 다양한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친구이자 원수의 아들인 가르마 쟈비를 함정에 빠뜨려 아무로들의 손에 의해 죽게 만들 때 샤아가 보여준 음흉함과 복수의 감정은 오히려 아무로들을 조연급으로 전락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으며, 거기에 가르마를 죽게한 원수를 화이트베이스와 건담의 탓이라 생각한 가르마의 약혼녀 이세리아가 아무로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내용 역시 주인공 위주의 에피소드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방향 전개였던 것이다.

특히, 샤아의 경우는 단순하게 쓰러뜨려야할 적으로서 아무로와 대립하는 것 뿐만 아니라, 파일럿으로서의 개인적인 라이벌 의식(비록 주인공이었지만 일개 파일럿에 불과했던 아무로를 샤아는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 된다는 점 역시 주목할만한 설정이다.), 연인 라라아를 사이에 둔 연적(정확히는 같은 뉴타입으로서 라라아와 공명하는 아무로에 대한 질투)으로서의 갈등처럼 여러 측면에서 대립과 반목을 거듭하게 된다. 즉, 아무로가 샤아의 계속적인 방해 속에 적개심을 키우는 것처럼 샤아 역시 아무로에 의해 여러차례 좌절을 거듭하면서 적의를 키워가는 상대적인 갈등의 양상을 띄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둘의 갈등은 모빌슈트의 격전 중에 아무로에게 당할 위기에 처한 샤아를 대신해 건담의 빔 세이버를 맞고 산화해버리는 라라아의 죽음에 이르러 최고조를 이루게 된다. 아무로가 정의의 편이고 항상 샤아에 의해 좌절과 아픔을 겪는 것 뿐만 아니라 샤아 역시 아무로에 의해 좌절과 슬픔을 겪으면서 복잡한 이해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해를 끼치면서 벌어지는 복잡한 은원관계는 후일 제타 건담의 카미유와 제리드의 관계에서는 더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 애니메이션 인물열전: 아니메의 영원한 페르소나 샤아 아즈나블 (보러가기)

전장이라는 상황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어쩔 수 없이 상처와 아픔을 안겨주는 상황은 아무로와 샤아의 관계에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 화이트베이스를 이탈하여 방황하던 아무로가 지구에서 만난 적장 란 바랄과 그의 부인 하몬 랄의 경우에도 이러한 안타까운 인과관계를 볼 수 있는데, 비록 적장이지만 그에게서 큰 영감을 얻은 아무로가 결국 전장에서 란 바랄을 쓰러뜨리면서 슬픔과 죄책감 속에 한차원 더 성장하는 장면은 드라마틱한 동시에 란 바랄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아무로에게 잘못이 없음을 알고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으로 화이트베이스에 특공을 시도하는 하몬과 화이트베이스와 건담을 구하기 위해 부상을 입은 몸으로 하몬을 막고 스스로를 희생한 류 호세이의 이야기는 가슴 아픈 전장속에서 벌어지는 엇갈리는 인간의 운명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특히, 란 바랄과 하몬의 인물구도는 후일 여러 작품에서 오마쥬되기도 하는데, 대표적으로 선라이즈에서 분사한 본즈의 작품 '교향시편 에우레카 7'에서의 챨스와 레이의 모습을 들 수 있다.)

더이상 적은 생명이나 사고가 없는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주인공처럼 생각하고 갈등하고 화를 내고 겁을 내는 인간인 것이다. 다양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펼쳐내는 건담의 이야기는 분명히 로봇물, 아니 아니메를 성숙한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 SUNRISE · SOTSU Agency

전장을 가로지르는 엇갈린 운명의 실타래는 만화영화치고는 복잡한 은원관계와 인과관계를 형성하며, 각각의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병기와 로봇 사이의 딜레마

렇게 드라마틱하고 비극적인 이야기와 실로 수많은 사람들의 에피소드와 갈등이 접목되면서 아동 만화영화의 범주를 탈피한 건담이었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슈퍼로봇의 잔재는 여러 면에서 작품의 정체성을 방황하게 하는 요인이었다. 토미노 감독 스스로는 이 작품을 제대로 된 SF 만화영화로 만들고 싶었기에 원래 로봇의 등장 자체를 고려하지 않고 있었지만, 로봇 완구를 판매해야하는 스폰서의 입장에서는 천부당 만부당한 일이기도 했다. 결국 스폰서와 스탭 간의 조율 끝에 탄생한 모빌슈트였지만, 표현 상에서 리얼리티의 파괴를 막을 수는 없었다. 

최초로 이러한 장르(이 당시에는 건담을 리얼로봇이라 부르지 않았다)를 시도한 건담이었기에 참고할 수 있었던 것은 기존의 로봇물일 수 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자연스레 슈퍼로봇스러운 연출을 보여줄 수 밖에 없기도 했다. 빔 라이플과 바주카포와 같은 총기류로 전투를 수행하는 모빌슈트는 일보 진전한 설정이었지만, 건담이 장비한 빔 세이버의 경우에는 명백히 스타워즈의 영향을 받은 설정으로, 병기로서의 로봇과는 거리가 먼 설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애당초 판타지에 가까운 설정인 이 빔 세이버 자체가 제대로 된 SF를 표방한 건담과는 맞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당시 SF에 대한 개념이 그 정도 밖에 발전하지 못했던 환경 탓도 있었으며 또 한편으로는 그만큼 스타워즈의 영향력이 강했음을 입증하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특히, 스타워즈와 블레이드 런너, 그리고 에일리언 시리즈는 일본의 SF 아니메에 있어서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품들로, 수많은 아니메가 이 작품들의 설정을 빌려오기도 했었다.)

애초에 지온공국의 주력기로 등장한 모빌슈트 자쿠는 거의 전 시리즈를 거쳐 아무로와 건담이 상대해야할 모빌슈트로 기획되었지만, 시청률이 지속적으로 추락하자 다양한 적의 등장으로 극의 흥미를 유도하기 위해 여러 종류의 모빌슈트가 등장한 것 역시 슈퍼로봇 장르로의 일부 회귀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없었던 모빌슈트를 급작스럽게 디자인하면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모빌슈트, 또는 병기의 의미가 퇴색된 (슈퍼로봇에서나 봄직스러운) 디자인들이 일부 등장하는 것은 디자인인 측면에서도 슈퍼로봇의 잔재를 떨어내지 못하는 모습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MS들은 후일 수많은 팬들에 의해 제품 형식번호와 설계 배경과 같은 여러가지 의미가 추가되면서 병기로서의 존재의의를 부여받기는 하지만, 일부 모빌아머의 경우는 스토리에 집어넣기 위해 무성의하게 그려진 모습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한계이기도 했다. (특히 기이한 형상을 한 자쿠레로의 경우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오히려 건담이 사회적 현상이 되고난 후에는 이러한 레어한 모빌아머들은 일부 하드코어 마니아들에게 나름의 지지를 받기도 한다.)

병기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절구동부 측면에서 현실감이 떨어지는 메커니즘과 구도를 보여준 것 역시 지금에 와서 보면 리얼로봇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한 측면이었지만, 당대의 현실적인 작화기술을 감안했을 때 79년에 제작된 이 작품에 그 정도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무리한 측면이 있기는 하다. 그 외에도 무중력의 우주공간에서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MS에 대한 이론적인 뒷받침 역시 당시로서는 전무했으며, 이러한 여러 부족함은 후일 제타 건담에 이르러 대부분의 현실성을 확보하게 되기도 한다.

스폰서인 완구업체 크로바의 압박도 병기로서의 로봇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특히, 주역메카로서 상품화를 고려하고 있던 건담에 대한 스폰서의 요구사항은 당시 인기를 끌고 있었던 변신 합체로봇으로서의 기능이었다. 변신 합체라는 컨셉자체가 현실적인 병기의 이미지와 동떨어져 있었던 것이고, 그 때문에 고연령대의 작품을 만들고 싶던 토미노 감독이 애초에 배제한 컨셉이었지만, 첫방의 시청률 추락과 완구판매의 부진이 겹치면서 다급해진 크로바의 압력은 건담에게 이러한 슈퍼로봇의 아이덴티티를 부여시키게 한다. 건담에게 도입되는 코어파이터 시스템은 완구에 변신합체 시스템을 부여하고자 한 스폰서의 아이디어였으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생각했는지, G 아머 시스템을 도입하여 전차나 우주선의 형태로 건담의 일부 파츠를 활용하는 아이디어 등이 제시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짜맞추기식 변신합체 컨셉은 당연히 아이들에게는 먹혀들리가 없었다. 무엇보다 콤배틀러 V나 볼테스 V에서처럼 각 파츠가 또다른 변형을 통해 완벽한 로봇으로 변신합체하는 모습이 아닌, 건담과 G아머의 밋밋한 합체 시스템은 완구적인 가치가 떨어지는 형세였던 것이다.

저연령대를 위한 로봇물을 기대하던 스폰서와 고연령대를 위한 SF 드라마를 상정하던 토미노 감독간의 갈등과 견해차이는 건담에게 있어서 여러 측면에서 기존 로봇물의 범주에 머무를 수 밖에 없는 한계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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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입의 등장, 그리고 건담의 참패

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던 시청률의 저하와 스폰서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 슈퍼로봇의 잔재는 계속적으로 건담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었다. 특히, 야심차게 등장했던 붉은 혜성 샤아 아즈나블의 경우에는 이러한 시청률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가르마 사후에 등장하지 못하는 불운을 겪기도 한다. 실제,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 샤아를 시리즈에서 배재하고자 하는 논의가 오고가던 중이었지만, 예상 외로 샤아의 퇴장을 반대하는 수많은 팬레터(대부분이 여성팬)가 도착하면서 시리즈 중반에 극적으로 복귀하기도 한다. (이것을 가르마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지고 좌천되었다가 다시 복귀하는 형태로 극의 전개를 부드럽게 이어가게 한 것은 스탭진의 노련미가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샤아의 좌천은 캐릭터의 베이스가 되는 '용자 라이딘(1975)'의 샤킨 왕자의 시리즈 중반 퇴장과 비슷한 원인 때문이었지만, 팬레터의 힘으로 다행히 샤킨의 전철을 밟지는 않았는데, 극중에서나 실제적으로나 건담의 주연급 남자 캐릭터들은 여성들의 비호를 받는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셈이었다.

시청률의 저하를 막기 위해 병기로서의 로봇이라는 이미지를 희석시키면서 다양한 로봇을 출격시켰던 시도 외에 행해졌던 또다른 시도는 바로 뉴타입이라 불리는 신인류의 등장이었다.

극 중에서 이 뉴타입은 보통의 인간이 느낄 수 없는 지각의 한계를 넘어선 인지능력으로 통상보다 빠른 대처력을 보여주는 일종의 초능력이었는데, 이 지각의 한계를 넘어선 이들은 별도의 통신장비 없이도 마치 텔레파시를 주고받듯 서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며, 비록 일면이지만 다가올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신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어찌보면 뉴타입의 등장은 빔 세이버와 함께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제다이의 능력을 연상시키는 측면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즈음의 일본은 초능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던 시기였던터라 이러한 뉴타입의 등장에는 아무래도 여러가지 현실적인 사정이 고려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비록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등장한 설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뉴타입이라는 개념은 다양한 드라마와 새로운 주제를 만들어내는 밑거름이 되었다. 특히, 기존의 올드타입인 인류가 가진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뉴타입의 존재는 '기성세대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의 주인이 되어라'는 청소년들을 향한 토미노 감독의 메시지와 같은 역할을 하였다. 바로 새시대의 주인공인 너희들이 뉴타입이다라는 의미와 같았던 것이다. 또한, 뉴타입으로서 서로 공명하고 시공간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은 전쟁과 미움으로 얼룩진 우주세기의 시대에 있어서 한줄기 광명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뉴타입인 아무로와 끝까지 맞서는 붉은 혜성 샤아 역시 극의 종반에 이르러 뉴타입으로서의 자질을 보이며, 그 역시도 성장하게 되는 점 또한 의미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뉴타입의 이야기는 제타 건담에 이르러서는 강화인간과 그들의 비극으로 진화하며 또다시 새로운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양분이 되기도 한다. (뉴타입의 의미와 그들의 비극은 '기동전사 건담 UC' 1화에서 비스트 재단의 당주인 카디아스 비스트가 소데츠키의 군인인 스베로아 진네만에게 포괄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제껏 당연하듯이 TV 앞에 앉아서 멋진 로봇의 출격을 기다리고 있던 소년들에게 적군을 맞아 멋지게 출격하기는 커녕, 로봇에 안타겠다고 신경질을 부리는 주인공과 얼떨결에 강습용 우주전함의 승조원이 되어버린 어린 소년 소녀들의 모습은 분명 흥미롭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전쟁 드라마적인 전개는 그 때까지의 로봇물이 매회마다 보여주었던 '주인공들의 일상→평화를 위협하는 악당들의 음모→음모를 막기 위해 출격한 주인공과 로봇→악당 로봇과의 사투 그리고 위기→필살기로 마침내 악당을 격파'로 이어지는 로봇물의 공식을 벗어나며 시청자들에게 큰 이질감을 느끼게 하였다. 물론, 요즈음에서야 건담의 전개가 익숙한 이야기 구조일지는 몰라도, 저연령대의 시청자의 비중이 더 높던 당시 아니메의 상황에서는 그 이질감이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 아닌,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비록 뉴타입이라는 개념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향한 청소년의 희망을 제시했지만, 전쟁의 참상과 상처뿐인 승리가 이탈한 시청자들의 마음을 붙잡지는 못했다. 이 와중에 작화감독으로서 작품을 상당 부분을 지탱해가던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병으로 인해 시리즈 후반부터 스탭진에서 제외된 점 역시 라스트 클라이막스의 부담으로 다가왔다. 대내외적인 악조건 속에 스토리는 축소되고 결국 아바오아쿠에서의 결전을 마지막으로 토미노 감독이 표방한 제대로된 SF 아니메를 향한 야심찬 시도는 상처뿐인 실패를 맞이한다. 시청률 참패, 완구판매 부진 등 건담의 끝에는 참담한 결과만이 남게된 것이다. 로봇물에서 SF를 가정한 현실적인 접근, 복잡한 인과관계와 치밀한 세계관이 적용된 전쟁 드라마, 그리고 새시대의 희망과 비전을 제시한 뉴타입의 이야기는 바야흐로 역사 속으로 서서히 묻혀가고 있었다.

('기동전사 건담(2부) - SF 로봇 전쟁 드라마의 서막' 끝. 3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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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ガンダム, Wikipedia Japan
[2] 기동전사 건담 - 제1화 건담 대지에 서다! 外 by 디제, 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UNRISE · SOTSU Agency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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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스탭>

◈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원작: 토미노 요시유키, 야다테 하지메
◈ 제작: 선라이즈


<서문> 

2009년에 30주년을 맞이한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는 이제 아니메를 대표하는 아이콘 중 하나로, 전세계인의 관심을 받는 장르 문화로 성장했습니다. 아니메, 프라모델, 게임, 코믹스, 소설 등 다방면에 걸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그 기나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 이 시리즈는 반다이와 선라이즈에게 막대한 부가가치를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무리한 시리즈 강행으로 인한 수차례의 실패, 크리에이터의 좌절, 팬들의 수많은 질책을 받았던 작품이기도 하지요. 시리즈 자체가 어떻게 보면 아니메의 한축을 지탱하는 역사이자, 작품을 창조해낸 스폰서 반다이, 제작사 선라이즈, 창조자 토미노 요시유키, 야스히코 요시카즈 등의 삶의 기록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본 글은 이런 건담 시리즈의 전반적인 흐름을 연대기 형태로 이야기해보는 건담 연대기의 첫번째 시리즈로서, 퍼스트 건담의 등장배경(과거)과 그 전개(현재), 그리고 파급력(미래)에 대해서 글쓴이의 좁은 소견을 밝혀본 글이 되겠습니다.
 
해당 글을 쓰기에는 너무도 지식이 일천한 관계로 많은 분들의 포스팅과 웹 상의 자료를 참고로 하였으며, 이에 대해 레퍼런스 출처를 밝혔으니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원하시는 분들께서는 해당 레퍼런스를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글은 연대기 형태의 글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경어체가 아닌 반어체로 내용이 진행되오니 읽으시는 분들의 양해를 바랍니다.


레이지버스의 등장과 아니메 세대의 성장

1970년대 중반에 이르러 아니메는 새로운 전기를 맞기 시작한다. 마츠모토 레이지와 니시자키 요시노부의 SF 아니메 '우주전함 야마토(1974)'로부터 시작된 레이지버스(마츠모토 레이지가 창조해낸 세계관과 그 작품을 이르는 명칭)는 '은하철도 999(1978)'에 이르러 정점을 찍으며 아니메의 수준을 한단계 격상시키기에 이르른다. 작품 전반에 이르는 성숙해진 드라마적 전개는 아니메를 시청하던 어린이들이 청소년으로 성장하는 시점에 발 맞추어 그 눈높이를 충족시키면서 상상력과 모험심, 교훈과 재미를 선사하는 아동 만화영화 이상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성숙해진 드라마 외에도 눈길을 끌었던 것은 이전까지의 만화영화에 비해 훨씬 더 치밀해진 설정과 고증이다. 당시의 SF 아니메는 '철인 28호(1963)'를 거쳐 '마징가 Z(1972)', '콤배틀러 V(1976)'로 대표되는 슈퍼로봇 아니메(글에서는 리얼로봇 아니메와의 구분을 위해 슈퍼로봇 아니메로 부르겠음)와 '사이보그 009(1966)'를 거쳐 '갓챠맨(1972)', '캐산(1973)'으로 이어지는 히어로물(여기에는 울트라맨, 가면라이더와 같은 특촬물도 많은 영향을 서로 주고 받았다)로 크게 나뉘어지고 있었는데, 이 모두 과학적인 논리보다는 만화영화적인 관점의 접근방식으로 과학적 근거라는 것이 큰 의의를 가지지 못했던 실정이었다.
 
그러나, 야마토에 이르러 등장한 우주함선이라는 설정은 이전의 SF 아니메가 보여주던 것에 비해 보다 더 과학적인 접근법으로 성장한 청소년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함선 내부의 세심한 디테일, 다시 말해 함교, 조종석, 레이더 관제실, 함포실, 기관부, 의무실 등에 이르는 설정부터 함재기에 이르기까지... 비록 2차대전의 해군 전함이나 군용병기들을 모티브로 삼은 설정이었으나, 그 디테일과 실제성은 기존의 아니메와는 격을 달리한 모습이었던 것이다. 비록 은하철도 999에 이르러서는 기차가 우주를 여행한다는 다소 황당한 설정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레이지버스의 등장은 확실히 기존의 아동용 만화영화보다는 한차원 높은 과학적 설정으로 마침내 '마니아'라는 단어를 아니메에 심어놓기 시작한다. (동시기에 등장했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미래소년 코난' 역시 알렉산더 케이의 '살아남은 사람들'이란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훨씬 구체화되고 논리적인 미래세계와 미래 장비들을 그려냄으로써 성장한 아니메 세대의 눈높이에 맞는 이야기를 그려낸다.)
 
마니아는 단순한 팬을 넘어서 좀 더 해당 장르에 열정적으로 심취한 이들을 뜻한다. 그리고, 이런 열정은 대게 연령대가 높은 이들이 갖게 되는 속성이기도 하다. 즉, 마니아가 생겼다는 것은 아니메의 시청세대가 기존의 (10세 미만) 어린이를 넘어서 10대 청소년에게까지 넓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금의 세대에서야 만화영화를 감상하는 청소년층, 청장년층이 있다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그런 일은 일본에서도 드문 일이었다.) 60년대 후반부터 아니메를 보고 자라 아니메에 익숙해진 아니메 세대가 중,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여전히 아니메를 시청하고 있었고, 레이지버스는 그들의 눈높이에도 맞는 드라마와 과학적 설정으로 마침내 그들을 작품의 마니아로 바꿔놓게 되는 것이다. 이런 마니아의 성장은 79년 방영을 시작하는 한편의 로봇 아니메가 화제작을 넘어 하나의 신세기를 열고, 마침내 문화적 트렌드로 자리잡게 하는 중요한 토양이 된다.

ⓒ 2010 SPACE BATTLESHIP ヤマト製作委員会

2010년에 예정된 야마토 실사 프로젝트 포스터. 아니메史에서 야마토의 위치는 SF 영화史에서 스타워즈에 비견될 만한 것으로, 이 작품을 통해 아니메의 르네상스가 시작되었다 할 수 있다.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 - 로봇도 소년과 같이 성장하다

니메의 변화와 더불어 70년대 중반에 들어 로봇 아니메 장르 역시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다. 이전까지의 로봇 아니메의 전개란 지구를 정복하려는 사악한 악당에 맞서 정의로운 주인공과 그 동료들의 장렬한 전투를 그려낸, 지금으로서는 상당히 단선적인 이야기 공식을 따르고 있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장르인 이상, 그 이상의 갈등 구조를 담아 극을 복잡하게 끌고 갈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도에이와 선라이즈의 합작으로 태어난 '초전자로보 콤배틀러 V(1976)'에 이르러 이 공식은 조금씩 다변화되기 시작하였다.
 
'거인의 별(1968)'과 같은 스포츠 장르의 아니메에서 드라마틱한 연출을 선보였던 나가하마 타다오가 연출을 맡은 콤배틀러 V에서는 악역에게도 사연을 부연하는 좀 더 성숙해진 작품관이 도입된다. 거기에 이전까지의 로봇 아니메의 메카 액션을 한단계 진보시킨 합체 변신과정과 다양한 무기들의 등장으로 마징가를 보고 자랐던 어린이들은 그 이상의 카타르시스를 이 작품에서 찾아내기 시작한다. 아직까지는 과학적 논리에 맞지 않는 설정들이었으나 당시 이런 복잡한 무기 시스템은 실로 센세이셔널한 설정이었던 것이다. 이후 볼테스 V와 투장 다이모스로 이어지는 나가하마 감독의 소위 '낭만로봇 트릴로지'는 명실공히 로봇 아니메를 아니메 최고의 히트 장르로 올려놓기에 이른다.
 
한편, 야마토의 대성공으로 고무된 토에이는 마츠모토 레이지에게도 로봇 아니메를 의뢰하기에 이르는데(선라이즈에 대한 견제의 의미도 있었을 듯 싶다.), 이렇게 하여 등장한  '혹성로봇 당가드 A(1977)'는 비록 레이지의 전작인 야마토나, 도에이의 다른 로봇 아니메에 비해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지만, 마츠모토 레이지의 스타일이 가미된 성숙하고 현실감 있는 전개(완벽한 조종술을 익히기 위해 훈련을 거듭하는 주인공의 일상과 갈등이 작품의 초반 에피소드를 차지)로 이전보다 훨씬 깊어진 로봇 아니메의 접근방식을 보여주었다.
 
반면, 콤배틀러 V보다 1년 먼저 '용자 라이딘(1975)'의 연출을 맡았으나 시청률 저하로 인해 나가하마 감독에게 바톤을 넘겨주고 보조 감독으로 격하되었던 토미노 요시유키 역시 절치부심하여 '무적초인 점보트 3(1977)'를 연출한다. 점보트 3는 이제까지 도에이와 선라이즈의 합작으로 태어난 로봇물과는 달리 선라이즈가 독자적으로 제작한 작품으로, 로봇 아니메의 주도권이 선라이즈로 넘어오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했다. 특히, 이 작품은 흔히들 슈퍼로봇 아니메와 리얼로봇 아니메의 가교역할을 해주는 작품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데, 도무지 어린이들을 위한 로봇 아니메라고는 볼 수 없는 시리어스한 설정과 전쟁의 참혹함,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장렬한 전사로 인해 당시 팬들에게 강렬한 충격을 선사하기에 이른다.
 
주인공 급의 인물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갓챠맨 1기의 콘돌 죠, 플란다스의 개에서 네로와 파트라슈, 그리고 야마토의 오오타 함장의 죽음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으례 커다란 충격과 슬픔을 선사하기 마련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선보이는 등장인물들의 죽음에 성인들도 많은 감정이입이 되는데, 어린이들은 오죽했겠는가. 그것을 토미노는 한 작품에서 주인공을 제외한 다수의 등장인물들을 전사시켜 버리는 파격을 선보였으며, 점보트 3의 엔딩은 악당들을 모두 물리쳐 지구의 위기를 구해낸 주인공의 희열이 아닌, 동료들을 잃고 혼자서 살아남게 된 마지막 생환자의 처절한 슬픔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죽음이라는 키워드가 로봇 아니메라고 불리는 어린이들의 전유물일 것만 같은 작품에 사용되면서 점보트 3는 아이들로 하여금 사회와 현실, 그리고 슬픔과 아픔을 깨달을 수 있게 하는 충격요법과 같은 효과를 주었다. 당시의 정서, 아니 지금의 정서에서 봐도 아동 로봇물에서의 대량학살은 충격요법으로 무마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는 내용이었다. 이건 플란다스의 개에서 네로와 파트라슈가 죽을 때 느낄 수 있는 수준의 슬픔은 결단코 아니었으니까. 어찌보면 당시의 토미노는 로봇 아니메라는 작품을 통해 이미 어른들의 이야기를 그려가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지구를 위해 싸운다는 것이, 로봇을 조종하는 영웅으로 싸운다는 것이 반드시 멋지고 스릴있는 모험만이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달은 순간, 어느덧 아이들은 성장해 있었고, 로봇 역시 성장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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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로봇과 리얼로봇 사이의 가교 역할이자, '몰살의 토미노'의 전조를 알린 '무적초인 점보트 3'.


새로운 시도 - 병기로서의 로봇

보트 3에 이어 '무적강인 다이탄 3(1978)'까지 시청률 사냥에 성공(점보트 3가 성공한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만약, 충격적인 전개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면, - 사실 항의는 많았었다고 전해진다 - 토미노의 재기는 꽤 어려웠을지도 모른다.)한 토미노 요시유키는 세번째 작품에서는 자신의 작품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제작사인 선라이즈 측과 스폰서에게 요청하게 된다. ([3] 참조) 비록, 현재에 이르러서야 마케팅과의 성공적인 융합사례로 손꼽히는 건담 시리즈이지만 초기에는 단순한 크리에이터의 창작 의지가 시초가 된 작품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최근의 건담 시리즈와 초기 건담 시리즈의 태생적 차이점이 자리하게 된다.)
 
건담의 팬들이라면 이제야 많이들 알고 있는 내용이겠지만, 건담의 초기 기획단계는 로봇 아니메가 아닌 SF 우주 전쟁을 테마로 하고 있었다. 그 근간에는 후일 리얼로봇의 태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던, 우주전함 야마토의 잔상이 자리하고 있었는데([1] 참조), 제작사 측에서도 이미 큰 성공을 거둔 야마토의 선례와 이를 통해 전면에 드러난 아니메 세대, 즉 고연령층 아니메 팬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기에 그로 인해 자연스레 야마토의 컨셉이 기획 단계에서 논의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토미노 요시유키와 선라이즈의 기획팀 야다테 하지메는 이 컨셉을 바탕으로 소설 '15소년 표류기'의 이야기 구조를 대입하여 우주 전쟁 속에서 성장하는 소년 소녀들의 모험 이야기를 다룰 생각이었다. 그러나, '거대한 우주 함선에서 프리덤 파이터라는 우주 비행기를 타고 나와 외계인과 싸운다.'라는 설정이 초기 기획안으로 자리잡고 있을 무렵, 스폰서를 맡고 있던 완구업체 클로버가 이의를 제기하게 된다. 스폰서로서 획득한 판권으로 상품화한 로봇 완구의 매출을 비즈니스 로드맵으로 갖고 있던 클로버에게 로봇이 등장하지 않는 작품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투자였던 것이다.
 
로봇을 등장시키고자 하는 클로버의 요구에 대응하여 토미노와 기획팀은 로버트 A. 하인리히의 SF 소설 '우주전사'에 나오는 파워드 슈츠, 즉 장갑복을 입은 병사의 컨셉을 제시하게 된다. (이를 제시한 이는 당시 스튜디오 누에 출신의 SF 작가로 후일 '더티페어'와 '크러셔 죠'를 집필하는 타카치호 하루카였다. [1] 참조) 그러나, 두번째 아이디어도 역시 클로버의 반대에 부딪히고 만다. 파워드 슈츠 역시 그들의 생각하는 로봇과는 거리가 먼 개념으로, 당시 로봇 완구 사업에 편중되어 있던 클로버의 시선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파워드 슈츠와 거대 슈퍼로봇이라는 두 가지 극단적인 의견 사이에서 찾아낸 타협점은 바로 모빌슈트(MS: Mobile Suit)였다. 즉, 기획팀이 제시한 현실적인 병기의 모습과, 스폰서측이 제안한 거대 로봇의 교집합으로 이제까지의 로봇에 비해 훨씬 크기가 작아진 20m가 체 되지 않는 로봇이 디자인된 것이다. 기획팀은 여기에 이르러 소형화가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큰 이 로봇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를 설정으로 부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미노프스키 입자'라는 보이지 않는 물질이었는데, 이 입자는 레이더를 교란하여 전파병기와 전파기기의 사용을 무력화시키는 입자로 이것으로 인해 근거리에서 광학 센서와 육안에 의한 식별 전투가 벌어질 수 밖에 없는 우주시대를 설정한 것이다.
 
☞ 우주항모와 우주전투기로 외계인과 싸우는 설정이나 파워드 슈츠와 같은 초기 기획단계의 개념은 결국, 또다른 걸작 로봇 아니메에 이르러 만개하게 된다. 후일, 기동전사 건담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작이 된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의 설정으로. (물론,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는지의 여부는 글쓴이의 지식 밖의 이야기이다. 다만, 건담과 마크로스 이 두 작품에 모두 스튜디오 누에가 관여하고 있다는 점은 우연이 아닐 듯 싶다.)

미노프스키 입자의 설정은 건담이라 불리는 작품에서 무척이나 중요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 이 정체 불명의 입자에 대한 과학적 근거나 타당성이 아닌, 로봇 간의 전투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한 시도가 기획 단계에서 행해졌다는 것으로서 커다란 의미를 갖는 것이었다. 그것은 이 작품이 이제까지의 SF 아니메와는 달리 '왜?'라는 질문에 나름의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기 위한 시도를 했다는 증거였고, 이전까지의 로봇 아니메와 건담을 구별짓는 중요한 차별요소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된다.
 
MS 디자인은 점보트 3에서부터 선라이즈의 작품에 참여하게 된 타츠노코 프로 출신의 오카와라 쿠니오가 맡았다. 사실, 건담의 디자인은 바로 이 점보트 3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아도 무방한데, 사무라이의 갑옷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이나 라이플을 장비한 로봇이라는 개념은 점보트 3과 겹쳐지는 부분이다. 오카와라는 점보트 3에 이어 무적강인 다이탄 3의 메카닉 디자인을 맡으면서 그 기량을 토미노 감독에게 인정받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에서 '실제 병기에 가까운 이미지로서의 로봇 구현'이라는 토미노 감독이 준 명제가 그의 인생에 커다란 전환점이 되리라는 것은 당시의 그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메카닉 디자이너'라는 전문 분야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최초의 메카닉 디자이너로서 많은 후배 애니메이터들과 팬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게 되는 훗날의 모습을 말이다.

모빌슈트에 영감을 주었던 하인리히의 소설 우주의 전사는 97년 로보캅, 원초적 본능의 폴 버호벤 감독에 의해 SF 블록버스터 '스타쉽 트루퍼스(Starship Troopers)'로 재탄생하게 된다. 하지만, 파워드 슈츠의 개념은 폴 버호벤의 영화보다는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던 블리자드의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테란 해병대에서 더 근접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다.


건담 대지에 서다 - 어른들의 전쟁에 뛰어든 소년과 로봇

차례에 걸친 논의와 협의는 점점 합의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우주전투기와 소년들의 전쟁 이야기를 그릴 이 작품의 가제인 '프리덤 파이터 건보이'는 모빌슈트의 등장으로 인하여 '건보이(Gunboy)+프리덤(Freedom)'의 합성인 건돔(Gundom)을 거쳐 당시 인기를 얻고 있던 남성용 화장품 브랜드 '맨담(Mendam)'의 담(dam)이 추가되어 건담(Gundam)이라는 최종 타이틀로 결정되었다. ([1], [2] 참조)
 
모빌슈트와 미노프스키 입자, 그리고 스페이스 콜로니와 같은 설정 못지 않게 중요했던 것은 등장인물들의 설정이었다. 기획단계에서 논의되었던 15소년 표류기의 컨셉은 그다지 많은 손질이 가해지지 않은 체 작품에 대입되었다. 전쟁의 한가운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뛰어든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는 이제까지의 로봇 아니메와 같이 어느 한 집단이나 국가에 소속되어 있긴 하지만, 집단의 공통된 목표인 적의 타도나 정의의 수호와 같은 목적이 아닌, 우연찮게 휘말린 전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주인공들의 삶과 성장의 이야기로 바뀐다.
 
이것은 이제까지의 전체적인 시점에 비해 상당히 개인적인 레벨의 시점으로 작품의 관점이 바뀌기기 시작하는 전조였는데, 패전 후 경제성장에만 매달리며 국가의 부흥이라는 전체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가져왔던 기성세대 일본인들에 비해 풍요해진 삶으로 인해 개성을 갖게 된 신세대들의 등장과도 맞물리지 않을까 싶다. 동시에 이것은 군대의 상명하복 체제와 같은 기성세대의 보수적인 체제에 대항하는 신세대의 반항정신과 젊음이라는 테마와도 연결된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전에 비해 훨씬 더 생생해진 등장인물들의 이러한 심리와 갈등은 후일 이 작품이 '리얼 로봇'이라 불리게 되는데에 있어 또다른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다. 즉, 리얼이라는 의미가 단순히 병기로서의 로봇이 등장함을 의미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생생한 인간 드라마, 좀 더 현실에 가까운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생각이 작품 속에 드러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나가하마 감독의 낭만 로봇 3부작에서도 이미 시도되었던 상대편의 인물에게도 사연과 당위성을 부여하는 입체적인 인물의 설정은 건담에 이르러서는 훨씬 더 진화된 모습으로 반영된다. 특히, 적국으로 설정된 지온 공국 창시자의 아들로, 아버지를 암살하고 지온 공국의 공왕이 된 데긴 자비와 그의 자식들에게 복수를 다짐하며 신분을 숨긴체 공국의 에이스 파일럿으로 살아가는 '붉은 혜성 샤아 아즈나블'이라는 미남자의 등장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형태의 악역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었다. 거기에 다양한 인물군상이 설정이 붉은 혜성이라는 하나의 인물에 국한되지 않고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많은 등장 인물들에 대입되어, 정말로 살아있는 세계와 같은 인간관계를 이끌어내게 된다. 비로소 주인공들이 살아가는 세계와 사회가 완성된 것이다.
 
캐릭터 디자인은 이미 용자 라이딘부터 선라이즈의 작품들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아온 불세출의 작화가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맡았다. 이러한 히스토리 덕분에 샤아의 디자인은 여러 면에서 라이딘의 프린스 샤킨과 유사한 느낌을 풍긴다. 특히, 젊은 시절 학생운동에 참여했던 야스히코의 전력은 기성 사회에 불만을 품은 주인공의 창조에 꽤 일조를 했다고 보이는데, 단순한 캐릭터 디자인 외에도 스토리 구성이나 콘티 등에도 재능을 보이던 야스히코 였기에 건담이라는 세계와 주인공의 창조에는 토미노 감독 외에 그의 생각도 비공식적으로 상당 부분 반영되었다고 보인다. '토미노(연출, 스토리, 콘티)-야스히코(캐릭터 디자인, 작화감독)-오카와라(메카닉 디자인)'로 구성되는 3인 체제는 건담 월드의 창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핵심 라인업으로 자리잡게 된다.
 
어른들의 이야기가 완성되자 마침내 소년이 일어설 차례가 되었다. 소년은 이제까지의 주인공들과는 다르게 주어진 드라마 속에서 좌절하고 깨달으며, 반항하고 또 적응하며 성장해 갈 것이다. 그것은 주인공인 소년 아무로 레이뿐만이 아니라 그의 라이벌인 샤아, 아무로의 동료들인 전함 화이트베이스의 승무원들, 그리고 아무로가 탑승하게 되는, 이제 막 로봇사에 첫발을 내디딘 건담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79년 4월 7일, 건담은 마침내 대지에 서게 된다.

('기동전사 건담(1부) - 건담, 대지에 서다' 끝. 2부에 계속)

ⓒ SUNRISE · SOTSU Agency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ガンダム, Wikipedia Japan
[2] Gundam, Wikipedia
[3] 기동전사 건담(機動?士ガンダム) 1981-1982,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UNRISE · SOTSU Agency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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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 2004 Tony TAKEZAKI / ⓒ SOTSU · SUNRISE / ⓒ 2010 AK 커뮤니케이션즈 (한국어판)

2003년부터 월간잡지 '건담 에이스'에 부정기연재되던 토니 타케자키의 코믹스 '토니 타케자키의 건담 만화'를 단행본으로 엮은 '토니 타케자키의 건담만화'가 AK 커뮤니케이션즈를 통하여 한국에도 발간이 되었습니다.

이 코믹스는 흔히들 퍼스트 건담이라 알려져 있는 첫번째 건담의 TV 시리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로 꾸며진 건담 패러디로, 건담 팬들에게는 고정관념을 뒤엎는 웃음을, 건담을 모르는 세대들에게는 가벼이 건담을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작품이 아닐까 싶은데... 책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뭔가 범상치 않은 포스를 느끼게 됩니다.

일단, 표지를 접하는 순간부터 건담팬들은 약간의 의구심을 갖게 됩니다. 토니 타케자키라는 작가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표지에 등장하는 샤아는 아무리봐도 건담의 캐릭터 디자이너 겸 작화감독, 그리고 만화가인 야스히코 요시카즈 선생의 그림체와 너무도 똑같기 때문입니다.

표지뿐만이 아닙니다. 실제 코믹스에 들어가서도 우리는 몇몇 장면을 빼고는 거의 야스히코 요시카즈 선생의 그림이 아닐까 싶은 착각에 종종 빠져들게 됩니다. 토니 타케자키, 바로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그림체를 모작하는데 있어서 정평이 난 이 작가의 솜씨 덕분에 만화는 오리지널 작품과의 놀라운 싱크로로 패러디를 넘어 사이드 스토리가 아닐까 싶은 착각을 줍니다.

ⓒ 2004 Tony TAKEZAKI / ⓒ SOTSU · SUNRISE / ⓒ 2010 AK 커뮤니케이션즈 (한국어판)

장기인 제트스트림 어택으로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중인 검은 삼연성 (아하하...)

첫 번째 에피소드인 검은 삼연성의 에피소드는 그들의 특기인 제트 스트림 어택을 소재로 한 생활개그를 보여주고 있는데, 적절한 상황설정으로 인하여 패러디 만화스러운 재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에피소드의 경우는 웃음 포인트의 갈피를 잡기가 애매한 경우가 왕왕 있는데요. 웃을 듯 말듯한 상황이 이어지다가 크게 터지지 않고 그대로 사그러드는 등, 전반적으로 빵 터지는 웃음을 준다기 보다는 웃음의 폭발력이 약한 느낌입니다. (수십년 동안 일본 코믹스와 아니메를 접해와서 일본  개그가 식상해져서 그런 건지는 모르지만)

그에 비해 캐릭터의 설정이나 표현 등에 있어서는 상당히 마니악한 느낌이 나는데요. 그레이트 데긴 전함을 중요 부위(?)에 달고 등장하는 그레이트 데긴(데긴 공왕이 거대화하여 전함과 함체한 모습)이나 이미 한 번 죽은 시체에 기관총을 난사하는 브라이트, 부하들의 말을 끝맺지 못하게 총으로 모두 사살시키는 도즐 중장 등, 개그와는 상충되는 장면이 등장하여 어리둥절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 2004 Tony TAKEZAKI / ⓒ SOTSU · SUNRISE / ⓒ 2010 AK 커뮤니케이션즈 (한국어판)

흥분한(?) 자쿠와 건담 (어머머...)

반면, 샤아 아즈나블의 경우는 과연 붉은 혜성이라는 명성이 무색하지 않게(?) 이 코믹스에서도 맹활약을 해주시는데요. 몸 개그에, 어리버리 개그, 에피소드 조연 출연까지 몇 몇 웃음 포인트가 애매모호한 에피소드를 무색케 하는 개그를 선보여줍니다. 연방의 에피소드 역시 지온과 비슷한 분량으로 등장해주시는데요. 연방에서는 주인공 아무로가 아닌 브라이트 노아가 커다란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2004 Tony TAKEZAKI / ⓒ SOTSU · SUNRISE / ⓒ 2010 AK 커뮤니케이션즈 (한국어판)

MSV에도 나오지 않은 전설의 MS 사쿠.(이건 뭐...) 본작에서는 기렌도 한 몫 단단히(?) 한다.

 
전체적으로 웃음의 무게는 생각보다 얕은 편이었지만, 야스히코 선생의 그림체를 거의 완벽하게 소화해낸 작가의 솜씨로 인해 패러디 만화임에도 꽤 괜찮은 편입니다. 야스히코 선생 본인조차도 작가 토니의 그림체와 자기 그림체를 분간 못할 경우도 있다고 얘기할 정도인데요. (근래 국내에 출간 중인 야스히코 선생의 '건담 오리진'과 비교하면 좋을 듯) 그런 이유에서인지 책 말미에는 야스히코 선생의 특별기고가 실려 있습니다. 
 
토니 타케자키의 건담만화는 1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두 권이 더 출간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토니 타케자키의 야스히코 선생 빰치는 그림 실력과 그만의 독특한 개그를 보고 싶은 팬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듯 합니다. 단, 흑백 코믹스치고 의외로 높은 가격은 살짝 부담이 될지도.

 

ⓒ 2004 Tony TAKEZAKI / ⓒ SOTSU · SUNRISE / ⓒ 2010 AK 커뮤니케이션즈 (한국어판)

아낌없이 망가져 주는 샤아. 이번 코믹스에서도 남들보다 세 배 더 웃겨주시고 세 배 더 출연을 많이 한다, 믿거나 말거나.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04 Tony TAKEZAKI / ⓒ SOTSU · SUNRISE / ⓒ 2010 AK 커뮤니케이션즈 (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이미지 스캔시 한국어판 저작권자인 AK 커뮤니케이션즈와 협의 하에 스캔한 것임을 밝혀둡니다.


토니 타케자키의 건담만화 - 6점
토니 타케자키 글 그림, 김정규 옮김/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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