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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트는 '엘렌 실:라 루:멘 오멘티엘보 at NAVER'의 '아톰 vs 아틀라스, 순수함을 지키려는 아이와 순수함을 잃어버린 아이의 대결'을 옮긴 것입니다.


철완 아톰은 아시다시피 일본 만화영화의 대부 데즈카 오사무의 필생의 역작 중 하나로, 지금까지도 일본 만화영화를 대표하는 아이콘 중의 하나입니다. 저와 비슷한 세대의 분들(그러니까, 80년대에 초등학생 또는 10대 초중반이었던 분들)은 아마도 63년도 TV 시리즈보다는 국내에도 방영 되었던 82년도 리메이크 TV 시리즈에 대한 기억이 더 생생할 듯 싶군요. (아마도 당시 방영제목이 '돌아온 아톰'인가 '돌아온 우주소년 아톰'인가 했을 텐데, 기억에는 86년도인가 87년도에 방영하지 않았나 싶군요.)

철완 아톰은 소년 만화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70년대의 '개구리 왕눈이'나 '은하철도 999' 등이 그러했듯) 꽤 심오한 주제와 이야기 전개를 작품 속에 내포하고 있었는데, 감정을 가진 로봇의 관점에서 바라본 인간의 이기심과 편견의식을 비판하고, 동시에 그런 인간들을 위해 헌신하는 아톰을 통해 비로소 인간들도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고 본연의 선한 마음을 되찾아간다는 주제를 매회 에피소드마다 다른 형태로 풀어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면서도 그 전개에 있어서는 지루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흥미 넘치는 액션과 모험이 공존하고 있었지요.

그리고, 52화라는 긴 흐름 속에서 이런 하나의 주제만을 갖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만이 아닌, 각 에피소드의 등장인물을 에피소드의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들의 성장과 휴먼 드라마를 한 화 내지는 두 화 단위로 풀어가면서 아톰이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그로 인해 아톰 자신도 하나의 배움을 얻는 스토리 전개를 보여주었다는 점 역시 아톰 시리즈가 가진 재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어머니로 알고 자라온 로봇의 두뇌를 이식한 레이싱 머신 백색혜성호를 타고 사투를 벌이던 한 레이서의 에피소드는 여전히 이 시리즈에서 잊혀지지 않는 장면 중의 하나이기도 하구요.)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이런 아톰에서 가장 돋보였던 에피소드이자 주메뉴는 아톰의 라이벌이자 호적수였던 아틀라스와의 흥미진진한 대결구도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아톰과 같은 컨셉으로 태어난 아틀라스는, 아톰과는 달리 선한 양심을 가지지 못한 체, 오로지 투쟁의식에 가득찬 전투기계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아톰이 인간과의 생활 속에서 갈등과 화해를 겪으면서 인간들의 삐뚤어진 모습을 부드러운 터치로 비판했다면, 아틀라스는 인간에 대한 증오심을 적극적으로 들어낸 체 그들을 단죄하려는 모습으로 묘사됨으로써, 인간들의 삐뚤어진 모습을 직설적인 형태로 투영했다는 점에서 아톰 시리즈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반대편 격의 주인공이라고도 할 수 있는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아톰과는 달리 아틀라스에게는 오메가 인자라는 것이 이식되었기 때문입니다만.)

© Tezuka Productions All Rights Reserved.

그림 1. 치켜올려진 강렬한 눈썹과 강렬한 눈장식에서 아틀라스의 성격이 아톰의 그것과는 다를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강력한 군주가 되기 위해 어려서부터 엄격하고 피눈물나는 교육을 받아 동심을 잃은 어린 왕자의 모습이라고 하면 어떨까.


그러나, 중반부에 이르러 아틀라스는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등장하여 시리즈의 긴장감을 다시 팽팽하게 당겨주는 비중있는 조연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냅니다.

시리즈 초반 아톰과 같은 형태의 모습에 이집트의 파라오를 연상시키는 머리형과 금빛으로 치장한 아틀라스는 아톰의 소년스러운 모습과 극렬한 대비를 이루면서 작품의 흥미를 고조시켰지만, 초반에 반짝 등장 이후 스토리 상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에피소드 등장인물 정도로 끝났던 터라 사실 이후의 등장은 전혀 예상치도 못한 것이었습니다.(어쩌면, 기억이 가물가물하기에, 복선이 있었음에도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일지도 모릅니다만.)

© Tezuka Productions All Rights Reserved.

그림 2. 돌아온 아틀라스는 여전히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눈과 함께 한층 더 위압적이면서도 고결한 모습으로 아톰 앞에 나타났다. 고대 이집트의 카리스마 넘치는 젊은 파라오에 비유할 수 있을 듯.


다시 돌아온 아틀라스의 모습은 더이상 아톰과 같은 소년의 그것이 아닌, 완벽하게 육체적인 성장을 이룬 성인의 모습이었습니다. 강렬한 인상과 근육질의 몸, 그리고 온몸을 뒤덮은 황금색과 검은 망토는 금빛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마치 이집트의 어린 왕자가 장성한 파라오로 돌아온 듯한 모습이었는데요. 아마 당시 어린 소년이었던 제게 있어서 일본 만화영화 중 가장 강렬한 카리스마의 악역 캐릭터는 이 아틀라스가 아니었던가 싶기도 합니다. 그의 정신은 소년기의 불우한 환경 속에서 사랑과 우정, 따스한 인정을 겪지 못한체 성장한 한마리의 늑대와 같은 것이었는데, 그런 그의 증오와 적개심은 오롯이 인간으로 향했고, 그렇기에 그와는 형제와도 같은 존재이면서, 그와는 달리 인간을 지키려 하고 인간처럼 살고 싶어하는 아톰을 극렬하게 증오하게 하는 동기를 부여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대결구도는 단순 선악의 대결구도 뿐만 아니라, 사랑이라는 따스함을 알고 살아간 아이과 그러한 따스함을 느끼지 못한체 살아왔던 아이와의 대립이기도 했으며, 순수함을 잃지 않은 아이와 순수함을 잃어버린체 잔혹한 현실에 내팽겨쳐진 아이의 대립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제작진은 거기에다 돌아온 아틀라스를 성장한 어른의 모습으로 묘사함으로써 아톰을 위협하는 거대한 적으로서의 위압감과 더불어, 시청하는 아이들로 하여금 주인공과의 교감을 더욱더 효과적으로 이룰 수 있게 해주는 플러스 효과를 주었습니다. 결국, 이러한 그들의 대결을 통해 사랑과 정의, 우정과 용기 같은 소년 만화의 테마는 훌륭하게 표현되고 완성되었던 것입니다.

© Tezuka Productions All Rights Reserved.

그림 3. 아틀라스의 주무기인 번개검은 아톰의 가장 큰 개성인 엉덩이의 기관총과 좋은 대비를 보여준다. 생김새 뿐만 아니라, 사용하는 무기들도 아톰과 대비를 이루면서 이집트 전사로서의 이미지를 십분 살려주었다고 할 수 있을 듯. 날이 갈라지면서 번개를 내뿜는 검은 아틀라스만의 강렬한 퍼스널리티를 상징하는 아이템이었다.


아틀라스는 재등장 이후, 가끔씩 에피소드에 등장하면서 그 강렬한 카리스마와 함께 극의 분위기를 주도했었습니다. 덕분에 아틀라스가 등장하지 않는 에피소드는 오히려 김이 빠진 느낌마저 들 정도였죠. 그의 존재감이 어찌나 강렬했던지 아틀라스가 결국 인간에 대한 증오를 허물고 아톰과 화해를 한 후, 지구를 위협하는 외계생명체들을 자신의 모선 수정궁과 함께 블랙홀로 끌고 사라지는 에피소드는 당시 아톰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최종 에피소드인양 깊은 여운을 남겼더랬습니다. 덕분에 이후의 시리즈는 주인공 아톰을 밝게 비추어주던 강렬한 그림자의 퇴장으로 꽤나 오랫동안 싱거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죠. (기억에는 아틀라스의 최후 에피소드 직후 등장했던 에피소드의 작화는 왠지 모르게 이전에 비해 퀄리티가 급격히 떨어져 이러한 싱거운 전개에 더욱 불을 지폈던 듯 싶기도 하군요.)

아틀라스는 소년 만화영화에 있어서 비슷한 시기에 새로운 인물구도를 선보였던 기동전사 건담의 붉은 혜성 샤아와도 상통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주인공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로 주인공의 성장을 유도하는, 그리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라이벌이자 반대편 격의 주인공... 이러한 라이벌 구도는 샤아 이후로 일본 만화영화에 있어서 하나의 테마처럼 자리잡고 있었고, 그러한 테마와 상통하는  강렬한 카리스마의 금빛 아틀라스는 마치 3년 후 '기동전사 Z 건담(1985)'에서 금빛 모빌슈트 백식을 타고 등장하는 샤아의 모습과 어딘지 모르는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아틀라스에 대한 저의 애정이 남다른 것도 어쩌면 그러한 연유일런지도 모르겠군요.

그러한 지난 날의 추억 때문인지 사실 2003년도에 리메이크되었던 아톰 시리즈에서는 주인공 아톰보다 아틀라스를 더 기대하기도 했었는데, 이전의 강렬한 카리스마의 아틀라스에 대한 애착이 너무 강해서 악동같은 모습으로 새로 태어난 아틀라스에게는 오히려 감정이입이 쉽게 되지 않더군요. (시간 상의 이유로 한 두화 밖에 감상하지 못했기에 결과적으로 새로운 아틀라스를 이전의 아틀라스와 비교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해졌습니다만.)

©2003 Tezuka Productions / Sony Pictures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그림 4. 그동안 먹고 살기 힘들어서 몸에 발랐던 금 다 띄어다 팔았는데... 이렇게시세 오를 줄 알았으면 좀 더 두었다가 팔 걸!


덧붙여서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지난날 꼬박꼬박 비디오 테잎에 녹화해 두었던 아톰 TV 시리즈인데요. 아틀라스의 최후가 나왔던 에피소드 이후 비록 시들해지긴 했지만, 52화 중 대부분을 다 녹화해두었을 정도로 당시 제게 있어서는 꽤 애지중지하던 자료였는데, 그것이 후에 '전격 Z 작전'(올드팬들은 다 아시는 명작 미·드라는...) 녹화를 위한 비디오 테잎이 부족한 나머지 조금씩 아톰의 녹화 비디오 테잎을 가져다 쓰기 시작한 다음, 미니시리즈 '브이'에 'A 특공대'까지 녹화하는 바람에 결국 모두 남김없이 덮어서 녹화를 해버렸던 것이었죠. (비디오 테잎을 더 샀으면 되지 않았냐고 생각하신다면... 더 살 돈이 없었으니까라고 밖에 말씀드릴 수가 없군요. 아마 52화를 모두 녹화하지 못했던 이유도 지금 생각해보니 저 비디오 테잎의 부족도 한몫을 한 듯 싶군요. 뭐, 저기에다가 에어울프랑 맥가이버까지 있었으니 모두 선녹화 후감상 후 소장가치를 못느낀 시리즈는 다시 덮어서 다른 프로 녹화라는 궁여지책을 썼더라는... )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쓰면서 유튜브에서 발견한 아톰의 영상이 참으로 반갑고 그리운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82년작 철완 아톰의 북미판 오프닝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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