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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스탭>

◈ 감독: 피터 잭슨(Peter Jackson)
◈ 원작: J.R.R 톨킨(Tolkien)의 '호빗'
◈ 제작: 뉴 라인 시네마, MGM, 워너 브러더스


<줄거리> 

111번째의 생일을 맞은 호빗족의 원로 빌보 베긴스. 그는 자신이 60년 전에 겪었던 잊을 수 없었던 그 모험을 글로 남기기로 결심한다. 그의 모험은 동부의 외로운 산 지하에 터전을 잡은 난쟁이들의 위대한 왕국 에레보르와 연관이 있다. 불멸의 두린의 피를 이어받은 왕가의 마지막 적통이자 난쟁이의 반지의 정당한 소유자인 스로르의 손자, 에레보르 왕 스라르의 아들인 소린 왕자는 황금용 스마우그의 침략으로 자신의 왕국 에레보르를 등지고 십수명의 가신들과 함께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는 드워프이다. 그는 스마우그에게서 에레보르를 되찾고 자신의 왕국을 재건하겠다는 일념 하에 뜻을 같이할 동지들을 모으고 있었는데, 이 소린의 일행에 회색의 마법사인 미스란디르, 즉 간달프도 참여하게 된다. 

완벽하게 잠들지 않은 악의 존재를 염려하던 간달프는 소린의 모험이 자신이 염려하는 일들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예감 속에 소린과 뜻을 같이 하게 된다. 강인하지만 융통성이 없고 고집스런 이 드워프 무리들의 부족한 점을 메우기 위해 간달프는 또 한명의 대원을 추천하게 되는데, 그는 샤이어에 사는 평화를 사랑하는 소인족 호빗 중의 한 명인 빌보 베긴스 였으니...


논란을 부른 삼부작의 첫시작, 반지의 제왕에는 못미치지만 준수한 완성도.

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 3부작' 시리즈는 판타지 영화사를 새로이 쓴 기념비적인 시리즈다. 모든 판타지의 출발선이라 할 수 있는 톨킨 경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것도 그렇지만, 그 톨킨의 원작을 블록버스터 급 영화로 만들면서도 기존 블록버스터의 가벼움에 물들지 않았던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또, 판타지라는 장르 영화가 풍겨왔던 어린이용이라는 선입관에 묻히지 않고 드라마가 가질 수 있는 감동과 깊이를 보여주으며, 특수효과가 주는 눈요기 거리에 휩쓸리지 않고 스토리에 충실했다는 점 역시 반지의 제왕이 그저 그런 판타지 영화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3부작으로 피터 잭슨은 B급 호러무비 감독에서 명감독의 칭호까지 얻게 되니, 잭슨에게, 판타지 영화에게, 그리고 (절대 영화화 되지는 못할 것만 같았던) 원작에게 있어서 반지의 제왕 3부작은 빛나는 이정표이자 전환점이었던 셈이다.

그런 반지의 제왕이 스크린에서 내려간지도 어언 10여년, 우리는 다시 한 번 중간계의 경이로움을 경험하게 될 또다른 기회를 얻게 되었으니, 그것이 2012년 12월부터 전세계적으로 상영을 시작한 '호빗, 뜻밖의 여정'(이하 뜻 밖의 여정)이다. 톨킨 경의 중간계를 세계관으로 삼은 소설 중 가장 먼저 쓰여진 소설 '호빗'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반지의 제왕의 주인공 호빗이었던 프로도의 삼촌인 빌보를 주인공으로 삼아 전설의 난쟁이 왕국 에레보르와 황금용 스마우그를 둘러싼 빌보와 간달프, 그리고 드워프 왕자 소린을 필두로 한 12명의 드워프들의 모험을 다룬 이야기이다. 잭슨 감독은 이번에도 호빗을 3부작으로 제작하여 반지의 제왕과 마찬가지로 한꺼번에 3부를 제작한 뒤 1년 단위로 상영을 하는 방식을 택했는데, 톨키니스트들과 판타지 영화의 팬, 그리고 반지의 제왕을 인상깊게 보았던 이들에게 이는 3년 동안의 예약된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단, 3부는 현재 촬영중이다.)

반지의 제왕에 대한 영화화가 논의되던 90년대말부터 사실 호빗의 영화화는 피터 잭슨의 머리 속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당시 잭슨은 3부작으로 영화를 만들 계획을 세우고 1부는 호빗, 그리고 2부와 3부는 반지의 제왕의 이야기를 다룰 생각이었다고 하는데, 이것이 판권 문제로 난항을 겪으면서 결국 호빗을 제외한 반지의 제왕만이 3부작으로 만들어져 먼저 공개되었던 것이다. 호빗의 판권을 사들인 MGM은 반지의 제왕을 제작한 뉴라인 시네마와 공동으로 호빗 시리즈를 제작하기로 하고 피터 잭슨을 제작 총지휘로, 그리고 '블레이드2', '헬보이', '판의 미로' 등으로 잘 알려진 길예르모 델 토로에게 감독을 의뢰하게 된다. 사실 개인적으로 델 토로-잭슨의 조합은 무척이나 기대되는 진용이었지만, 아쉽게도 이 환상의 투톱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MGM의 파산, 재정적인 문제로 지연되는 프로젝트에 불만을 품은 델 토로의 퇴장 등 연이은 악재에 시달리던 호빗은 결국 잭슨을 다시금 감독으로 돌아오게 하는 단초를 제공하였다. 반지의 제왕과는 다른 뉘앙스의 중간계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던 제작진의 의도는 아쉽게도 불발로 끝났지만, 기획 초기부터 이미 델 토로가 상당부분의 세계관과 이야기 구축에 참여했던 터라 호빗은 온전히 잭슨 식 중간계 이야기는 아닌 듯 싶다. 실제로 중간계의 사악한 크리쳐들은 반지의 제왕과 다소 다른 모습으로 그려졌는데, 이러한 부분은 델 토로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예를 들어, 워르그 같은 크리쳐는 델 토로의 주장으로 인해 반지의 제왕과 다른 모습으로 그려졌다.), 이러한 변주가 일부 관객들에게는 다소 3D 만화영화 같다는 평을 들었지만,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된다. 사실 근래 들어 CG 만화영화와 CG 영화의 갭은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 이런 비평은 취향의 차이는 아닌가 싶다. 즉, 만화영화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무리없이 넘기겠지만, 사실적인 표현을 중시하는 이들에게는 거슬린다고나 할까.


반지의 제왕 이후 영화계는 새로운 기술적 성취를 이루어 냈다. 3D와 HFR(High Frame Rate)이 그것인데, 3D와 IMAX 등은 '아바타'나 '인셉션' 등을 기점으로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는 상태지만, 뜻 밖의 여정이 최초로 선보인 HFR은 아직 관객들에게 완벽하게 어필하지는 못한 것 같다. 초당 48프레임으로 재생되는 영상은 분명 기존과는 다른 디테일과 선명도를 자랑했지만, 안타깝게도 TV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라는 혹평(?)을 듣고 있는 상황이다. 24프레임으로 상영되는 일반 디지털 버전으로 관람했기에 여기에서는 HFR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나눌 수 없을 듯 싶지만,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 후속편이나 앤디 서키스(골룸을 연기한 바로 그 배우)의 '동물농장' 등이 HFR로 제작될 예정이라고 하니 HFR의 가능성은 여전히 진행중으로 보인다.

뜻 밖의 여정은 기대대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반지의 제왕을 능가하지는 못했다'라든지 '이야기가 너무 늘어지고 지루하다'라는 평 역시 만만치 않게 듣고 있다. 사실, 3부작의 1부만이 공개된 상황에서 지루하다라는 평은 개인적으로는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 반지의 제왕 역시 1편 '반지 원정대'가 등장했을 때 비슷한 평을 들었던 것을 상기하면, 뜻 밖의 여정이 보여준 첫 시작은 오히려 나쁘지 않다 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3부작으로 만들기에는 다소 빈약한 원작의 스토리를 생각하면 오히려 3부작으로 이야기를 만들면서 잭슨이나 델 토로, 그리고 프란 월시, 필리파 보옌스가 창작해낸 이야기는 꽤나 공을 들인 흔적이 엿보인다. 무엇보다 호빗이라는 별도의 스토리를 반지의 제왕의 프리퀄로서 변주해낸 부분은 여러모로 팬들에게 흥미로운 이야기거리를 제공하리라 본다.(갈라드리엘, 엘론드, 사루만 등 전작의 친숙한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여 전 시리즈를 재미있게 본 많은 팬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다만, 톨킨의 열렬한 팬이거나 반지의 제왕 3부작의 열렬한 팬들, 그리고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는 일부 마니아들을 제외한다면 이 영화가 가진 서사의 지루함은 어쩔 수 없는 맹점이다. 반지의 제왕 역시 3부작으로 만들어지면서 굉장히 긴 서사가 전개되는데, 이러한 부분은 보통 관객들에게는 꽤나 다가가기 힘든 부분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뜻 밖의 여정 역시 한계는 분명히 가지고 있지만, 중간계의 세계 곳곳을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이 길다는 점은 열렬한 팬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선물이 아닌가 싶다.

또한, 반지의 제왕보다 아무래도 작을 수 밖에 없는 스케일에 우려를 제기하는 이들도 많은데,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호빗 3부작이 꼭 반지의 제왕같은 거대한 스케일을 가진 서사적인 전쟁 드라마가 되어야할 이유는 없다고 보여진다. 오히려 그런 생각은 이 시리즈의 정체성을 거대 블록버스터 전쟁 드라마로 단정짓는 오류는 아닐까. 호빗 3부작은 반지의 제왕과는 다른 장대한 어드벤쳐로서 가치를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3부에 이르르면 다섯부족의 전쟁 에피소드가 등장하면서 제법 큰 스케일의 전쟁 묘사도 등장하여 대미를 장식하겠지만 말이다.

뜻 밖의 여정을 비롯한 호빗 3부작 시리즈는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원 시리즈이기도 한 반지의 제왕의 영향력 아래에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미 대단원의 여정을 완벽하게 보여준 원 시리즈가 존재하는 이상, 호빗 3부작이 보여주는 스토리는 어쩔 수 없는 프리퀄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는 이미 스타워즈 6부작이 보여준 모습이기도 한데, 나름의 예측이지만 호빗이 스타워즈 프리퀄 3부작의 실패를 그대로 답습하지는 않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반지의 제왕을 넘어서기는 힘들겠지만, 호빗 3부작은 분명히 관객들에게 환상적인 중간계의 여정을 잘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그 첫 시작인 뜻 밖의 여정은 분명 실망보다는 기대가 더 많았던 작품이라 말하고 싶다.

ⓒ 2012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덧붙임1) 다들 지루하다고 하지만 글쓴이는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의 확장판을 보고 싶다. 나에게 2시간 50분은 너무 짧았다.
덧붙임2) 다만, 아쉬운 것은 그 전개가 반지의 원정대의 전개와 상당부분 비슷했다는 점이다. 리븐델을 방문하고, 깎아지른 절벽의 여정과 곧 이은 고블린의 지하소굴로의 여정 등은 놀랍게도 반지의 원정대의 여정과 유사하다.
덧붙임3) 절대반지를 빌보에게 빼앗기기 전의 골룸은 절대반지의 힘으로 인해 반지의 제왕의 골룸보다 훨씬 샤방샤방(?)하다. 
덧붙임4) 안타까운 것은 간달프 역의 이안 멕켈런 경이나 사루만의 크리스토퍼 리가 10년이 지나 오히려 프리퀄에서 더 노쇄해 보인다는 점. 분장도 하고 CG 처리도 했을텐데 흘러가는 세월을 어쩌지 못했나 싶은 안타까움이...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2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에게 있습니다.



호빗 : 뜻밖의 여정 (2012)

The Hobbit: An Unexpected Journey 
8.1
감독
피터 잭슨
출연
이안 맥켈런, 마틴 프리먼, 리차드 아미티지, 제임스 네스빗, 켄 스탓
정보
어드벤처, 판타지 | 미국, 뉴질랜드 | 169 분 | 2012-12-13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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