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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만에 DVD 리뷰를 하게 되는군요. 사실 그동안 몇 편의 타이틀을 구입하기는 했습니다만, 저 정도의 AV 유저가 DVD 리뷰를 한다는 것이 왠지 겸연쩍어서, 사진을 찍거나 캡쳐하여 편집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귀찮아서 등등의 이유로 한동안 DVD 리뷰를 중단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블루레이가 점점 대세로 굳어가고 있는데, 아직까지 블루레이 플레이어가 구비되지 않은 열악한 저의 AV 시스템 문제도 있구요. 여러가지 하드웨어적인 한계와, 글쓴이의 역량부족으로 중단했던 DVD 리뷰를 다시 쓰게 된 것은 좋은 타이틀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뭔가 이야기를 하고 가지 않을 수 없더군요. 그로 인해 이렇게 DVD 타이틀 리뷰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스피커 시스템이 갖춰지기 전까지는 사운드 리뷰가 거세된 반쪽짜리 리뷰가 될 수 밖에 없음을 미리 양해드립니다. (하긴 갖춰져도 제대로된 리뷰는 불가능하겠습니다만)

오랜만에 저에게 DVD 리뷰를 다시 쓰게끔 한 타이틀은 바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속 5cm(2007)'입니다. 출시한지 벌써 4년을 채워가는 중고 타이틀인지라 많이 늦은 감이 있긴 합니다. 초속 5cm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2007년 작품으로, 현재 제작중인 '별을 쫓는 아이(2011년 개봉예정)'를 제외하면 신카이 감독의 최신작인 셈입니다. DVD 리뷰 후 빠른 시일 안에 작품에 대한 감상기도 적을 계획인지라 이번 글에서 자세한 감상기는 생략하겠지만,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제까지 그가 만든 4편의 작품에서 일관된 테마였던 러브스토리를 주제로 한 작품입니다.(물론 5분짜리 단편이자 그의 데뷔작인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1999)'는 러브스토리가 아닙니다만) 우주를 무대로 했던 '별의 목소리(2002)'나, 분단된 일본과 정체불명의 탑을 배경으로 한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2004)'와 같이 가상의 세계를 무대로 한 이야기가 아닌 실제 일본을 무대로 하는 현실적인 드라마라는 점도 특색이지요.

초속 5cm는 3부로 이야기를 나누어 타카기의 중학생 시절과 고교시절, 그리고 사회인으로서 청년이 된 후의 모습을 그리는 옴니버스 식의 구성을 따르고 있습니다. 젊은 소년 소녀들의 세심한 사랑의 감정을 아름다운 배경과 잔잔한 롱테이크로 조용하면서도 인상적으로 풀어갔으며, 참고 참아온 듯한 감정의 파도를 뮤직비디오식 구성으로 풀어낸 라스트가 일품인 작품입니다. 흔한 십대의 사랑 이야기이지만, 눈을 뗄 수 없는 멋진 배경과 서정적인 터치로 진부하지 않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었으며, 더불어 멜로와 성장이라는 테마를 동시에 그려낸 감독의 스토리텔링도 영민하다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신카이 감독의 작품 스펙트럼이 좁을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멜로드라마를 고급스럽게 그려나가는 데 있어서는 탑 클래스의 능력을 갖고 있다 말하지 않을 수 없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초속 5cm 한국판 DVD는 이렇게 고급스럽고 정갈한 본작의 느낌을 잘 살리는 A급 타이틀이라 말할 수 있을 듯 싶습니다.

☞ 초속 5cm - 서정적인 롱테이크, 드라마틱한 여운 (감상기 바로가기)

ⓒ Makoto Shinkai / CoMix Wave Films



패키지 리뷰

키지는 깔끔하고 인상적입니다. 스틸샷이 그대로 월페이퍼가 될 정도로 선명하면서도 뛰어난 퀄리티를 자랑하는 초속 5cm의 배경미술로 인해 몇 장의 스틸컷만으로도 패키지가 상당히 고급스러워 보인다랄까요. 패키지 디자인은 일본판 DVD와 흡사합니다만, 뒷면 하단에 으례 들어가 있는 DVD 기본 스펙 정보는 한국판 DVD에는 빠져 있습니다. 아웃케이스나 이너케이스나 모두 없군요.


내부 구성은 20페이지 분량의 북클릿과 2장의 DVD를 담은 이너케이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북클릿은 주요 스탭소개, 신카이 감독의 서문, 작품의 줄거리, 초속 5cm의 기획안이기도 했던 신카이 감독의 짧은 스케치 문장 전문, 작품의 주요 배경이 된 일본의 실제 지명에 대한 사진과 간단한 설명, 그림 콘티 및 동영상 콘티에 대한 짧은 프리뷰, 작화 및 색상 설정과 같은 부분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 배경미술과 캐스팅, 그리고 음악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 등, 짧은 페이지수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 정도면 북클릿으로는 충분하다 싶군요. 근래 많은 타이틀들이 북클릿이 소홀해지는 추세인지라 이런 세심한 북클릿은 내용의 완성도를 떠나 꽤나 반갑다 하겠습니다.


이너케이스의 바깥 표지는 본작의 세편의 에피소드에 대한 일러스트로 꾸며져 있습니다. 내피의 경우에는 에피소드 2편의 배경이 되는 가고시마의 모습을 담고 있네요. 별다른 디자인 없이 그저 배경 일러스트 만으로도 상당히 인상적인 케이스가 되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상당히 깔끔하고 무난한 디자인과 기대 이상으로 알찬 북클릿으로 구성된 타이틀입니다. 게다가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염가판으로 발매되면서 구성과 디자인에 변경이 가해지지 않은 체 온전히 첫출시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점도 매력적이네요. 이 정도만으로도 아니메 마니아에게는 보관할 만한 타이틀이 아닐까 합니다.


DVD 리뷰 - 디스크 1

번째 디스크의 구성은 본편과 스페셜 피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타카기와 아카리가 초등학교 시절 같이 손을 잡고 걷던 벚꽃 가득한 거리를 배경으로 한 화사한 타이틀 화면이 눈길을 사로잡는군요. 설정화면은 타이틀 화면의 구도에서 카메라를 아래쪽으로 내린 장면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선명하고 화사한 배경에 CG로 원근처리와 광원효과 등이 더해지면서 느낌이 깔끔하고 좋습니다. 애초에 풀 HD로 작업된 작품인지라 그 배경을 메뉴배경으로 활용한 DVD 메뉴 역시 다른 타이틀에 비해 무척 화사하고 선명하군요.

 

ⓒ Makoto Shinkai / CoMix Wave Films


에피소드 메뉴는 노을지는 석양을 배경으로 하여 또다른 정취를 느끼게 합니다. 메뉴 배경만으로도 초속 5cm는 소장가치가 느껴진다고 말하면 좀 과장된 칭찬이려나요.

ⓒ Makoto Shinkai / CoMix Wave Films


화질은 DVD급으로서는 최상의 화질을 보여줍니다. 원체 풀 HD로 제작된 작품이다보니 선명도는 이루 말할 수 없군요. 다만 역시 풀 HD로 제작된 작품이니만큼 DVD보다는 블루레이에서 그 진가를 보여주리라 생각됩니다. 일본에서는 이미 2008년에 블루레이로 출시가 되었습니다만 국내에서는 아직 블루레이 발매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군요.

풀 HD급의 선명한 영상에 디테일한 배경묘사, CG를 활용한 각종 특수효과 등이 어우러져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감성이 잘 조화된 배경을 보여줍니다. 인물묘사가 이 탑 클래스급의 배경미술에 비해 너무 평범한 감이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작품의 감상을 저해할 정도는 아니구요. 전반적으로 움직임이 많지 않고 롱테이크가 빈번한 정적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배경 덕에 크게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겠습니다. 작품의 아름다운 배경들을 아래 스틸샷으로 잠시 감상해 보실까요. (누르시면 커집니다.)

ⓒ Makoto Shinkai / CoMix Wave Films


스페셜 피쳐에는 두편의 트레일러(예고편)과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인터뷰, 그리고 한국에서 열린 SICAF 당시 신카이 감독의 인터뷰 영상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인 영화 DVD에 삽입되는 스페셜 피쳐의 제작비화 같이 다양한 컨텐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감독 본인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의는 갖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작품을 만든 감독의 의도를 엿보게 된다는 점은 꽤 즐거운 발견이라고나 할까요. 인터뷰 영상은 약 36분 정도의 길이에 삽입영상 없이 감독만을 비추고 있기에 조금 지루한 감도 있습니다.

 

ⓒ Makoto Shinkai / CoMix Wave Films


마지막 스페셜 피쳐인 스크리닝 토크(Screening Talk)는 한국판 DVD에만 들어간 특전영상으로, 이런 부분은 다른 작품의 타이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선한 부분입니다. SICAF에 방문한 신카이 감독과 텐몬 음악감독, 니시무라 타카요 작화감독, 마지마 아키코 미술감독 등이 한국의 팬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공식적인 질문이 끝나고난 뒤에는 자막없이 현장의 통역자가 스탭들의 이야기를 번역하는 것을 그대로 들려주는데, 통역자의 말을 그대로 영상에 싣는 것보다는 자막을 입히는 편이 깔끔한 편집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군요.

DVD 리뷰 - 디스크 2


스크 2에는 본편의 스토리보드와 작품의 메인테마인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의 PV(프로모션 비디오), 그리고 에피소드 1인 앵화초편의 야후 프리뷰 버전, 성우 인터뷰와 제작현장의 모습을 담은 스틸사진 갤러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Makoto Shinkai / CoMix Wave Films


맨 먼저 볼 수 있는 스토리보드 애니메이션은 실제 만화영화 제작전에 구성된 콘티를 바탕으로 사운드와 대사를 입힌 결과물입니다. DVD 타이틀을 위해 만들어진 결과물이 아니라 아니메 제작을 위해 스탭진이 제작한 결과물인 것이죠. 다른 작품들의 스페셜 피쳐에 담겨진 콘티 영상은 타이틀 제작을 위해 별도로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주인공 타카기의 경우는 신카이 감독 본인이 직접 연기하고 있다는군요. 성우 캐스팅도 이뤄지기 전에 제작된 프리(Pre) 콘티영상인 셈입니다.
 

ⓒ Makoto Shinkai / CoMix Wave Films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의 프로모션 비디오 영상은 라스트 클라이막스에 등장한 것과는 달리 에피소드 전편의 스토리를 압축한 형태로 재구성된 뮤직 비디오입니다. 야마자키 마사요시가 부른 이 곡은 1997년에 발매된 그의 다섯번째 싱글로, 이미 일본 내에서는 널리 알려진 유명한 곡이기도 합니다. 신카이 감독은 일부러 많은 일본인들이 잘알고 있는 곡을 사용하여 극장을 찾은 관객들과 팬들에게 손쉬운 감정이입을 이끌어 내려한 듯 보이는군요. 그러나 이 곡을 전혀 몰랐던 제게도 곡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상당히 인상깊게 다가왔다 하겠습니다.

ⓒ Makoto Shinkai / CoMix Wave Films


야후 프리뷰 버전은 에피소드 1인 앵화초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총 6개의 챕터로 나뉘어 선택 감상도 가능합니다.

ⓒ Makoto Shinkai / CoMix Wave Films


초속 5cm의 성우 4인방의 인터뷰. 조연이 거의 없다시피한 작품이라 주요 성우는 이 4명 외에는 없군요. 에피소드 2편의 히로인 카나에 역을 맡은 하나무라 사토미 외에는 모두 배우나 탤런트 출신들로 이번이 첫 성우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아래 사진의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중학생 아카리 역을 맡은 콘도 요시미, 남자 주인공 타카기를 맡은 미즈하시 켄지, 어른 아카리 역을 맡은 오노우에 아야카, 그리고 카나에 역의 하나무라 사토미 순이 되겠습니다.

ⓒ Makoto Shinkai / CoMix Wave Films


마지막 스페셜 피쳐는 본작의 제작과정의 모습을 담은 스틸 사진 갤러리. 동영상이 아닌 사진 슬라이드쇼로 특별한 음성해설 없이 자막으로 설명이 진행되는 짧은 영상입니다. 제작 과정을 거쳐 첫 시사회와 제작진들의 무대 인사 사진까지 실립니다. 시부야 시네마라이즈의 개봉첫날 객석을 메운 수많은 남자관객들의 사진이 인상적이군요. 말로만 듣던 오덕들이신건가요? 왠지 어두침침한 포스가...

ⓒ Makoto Shinkai / CoMix Wave Films


여러모로 초속 5cm는 깔끔하고 인상적인 타이틀입니다. 혹시나 블루레이 타이틀로 출시된다 하더라도 이 DVD 타이틀의 가치가 크게 훼손되지 않을 듯도 싶군요. 마니아적인 색체보다는 보편적인 공감을 자아낼 수 있는 멜로 드라마인지라 아니메를 접해보지 않으신 분들에게도 추천드리고 싶은 작품입니다. 특히, 이 정도 퀄리티의 타이틀이 출시 4년 후인 지금에 와서는 많이 저렴해진 가격으로 구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지금에 와서 더 가치가 있다 하겠습니다. 소장가치와 경제성을 동시에 지닌 점에서 초속 5cm는 한국에 출시된 아니메 타이틀 중 높은 완성도를 가진 타이틀입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Makoto Shinkai / CoMix Wave Films에게 있습니다.

초속 5센티미터(2disc) - 디지팩 - 10점
신카이 마코토 감독/아인스엠앤엠(구 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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