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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장의 새로운 시도, 마케팅 전략과 작가주의의 절묘한 접목


'드보이(2003)', '박쥐(2009)'의 거장 박찬욱 감독이 동생 박찬경 미디어 아티스트와 함께 스마트폰(정확히 말하면 아이폰4)을 사용하여 촬영한 독특한 단편영화 '파란만장'이 2011년 1월 27일 CGV를 통하여 개봉 예정에 있습니다.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감독이 단편영화라는 비상업적 분야에 도전을 했다는 점에서 비인기 분야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끌게 했다는 의의가 있구요. 또하나는 스마트폰이라는 보편적인(?) 장비로도 영화 촬영이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것에서 또한 의의를 찾을 수 있겠습니다.

스마트폰만을 사용하여 촬영한 작품이지만, 영화적인 연출을 위해 고성능 렌즈를 부착하는 등, 여러가지 부가장비가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비록 500만 화소에 720p의 HD 동영상의 녹화가 가능한, 카메라폰으로서는 고성능의 카메라를 장착한 아이폰이지만 야간촬영이나 근접촬영과 같은 부분에 있어서는 한계점이 있기 때문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인장비 촬영장비가 스마트폰이라는 점에서 많은 영세한 독립영화 제작진들에게 있어서는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한 셈입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아이폰 4로 보다 더 고품질의 동영상 촬영을 위한 OWLE사의 아이폰 액세서리가 출시되고 있더군요. 물론, 일반인에게는 고가의 장비이지만, 일반적인 영화장비에 비해 저렴한 이 장비들은 저예산의 장비로도 훌륭한 영상미를 구현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하나의 사례가 된 셈입니다.

박찬욱 감독이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촬영하겠다는 이야기는 Olleh CF를 통해 TV에서들 많이 접하셨을 줄 압니다. 저는 그것이 단순히 CF를 위한 영화적 영상을 찍겠다는 의미로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이렇게 극장에서 상영가능한 영상물을 내겠다는 소리인줄은 어제 뉴스를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역시 거장은 뭔가 다르긴 하달까요. 작품은 2010년 11월 17일에 크랭크인하여 불과 열흘만인 11월 26일에 모든 촬영을 끝냈다고 하는군요.

영화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낚시를 하던 한 남자(오광록 분)가 낚시에 걸린 무언가를 끌어올렸더니 그것이 왠 여인(이정현 분)이었다는 전개는 현실과 판타지가 미묘하게 조합된 박찬욱표 영화답다고 해야겠습니다. 30분이라는 러닝타임과 장비의 한계상 움직임이 많은 작품이라기보다는 정지영상과 대화 중심의 영화가 되지 않을까 보는데요.(제작기를 들어보면 이정현이 강도높은 액션장면을 찍었다는 소리도 있으니 어쩌면 이 예상은 틀릴지도 모르겠네요.) 특히, 이 영화는 메인 카메라인 스마트폰 외에도 주변의 스탭들이 자신들이 들고 있는 스마트폰을 사용해 별도로 촬영한 영상을 편집하여 보여줄 예정이라고 합니다. 즉, 다양한 각도에서 비전문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장면들이 추가된 다큐멘터리적인 연출이 등장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때문에 네이버 영화에서는 이 영화의 장르를 판타지와 다큐멘터리로 정의한 듯도 싶습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한 스타 감독의 단편영화라는 작가주의적 의의 외에도, 이 작품은 이러한 작가주의를 실로 기막히게 스마트폰의 마케팅 전략과 연결시킨 마케팅 전략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도 하겠습니다. 이미 CF를 통하여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촬영할 수 있을까'라는 기대감을 대중에게 심어준 다음, 번듯한 영화로 극장에 개봉시킴으로써 영화를 본 관객들이나 보지 않은 관객들에게도 '아, 스마트폰으로도 이렇게 영화를 만들 수 있구나. 게다가 박찬욱 감독이 만들었네!'라는 인상을 심어줌으로써 브랜드 이미지의 위상을 드높인 케이스라 하겠는데요. 그간 서비스에 비해 CF에서 더 탁월한 감각(?)을 선보였던 KT가 CF와 실제 영화제작을 연결시키면서 보다 수준높은 비즈니스 전개를 선보였다 하겠습니다.

물론, CF와 영화를 접목시키는 마케팅 전략은 이미 모토 클래식 CF에 사용된 류승완 감독/정두홍 무술감독의 '타임리스'나 윈저 CF에 사용되어 화제를 모았던 이재규 감독/이병헌 한채영 주연의 '인플루언스' 등에서 이미 시도된 바 있습니다만, 별도의 단편영화로 만들어 극장에서 개봉한다는 점에서 이번 박찬욱/박찬경의 파란만장은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주었다 하겠습니다.

박찬욱/박찬경 형제는 파란만장을 기점으로 'PARKing CHANce'라는 브랜드를 사용하여 단편영화나 다큐멘터리 등 실험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영화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부디 이 거장의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 단편영화나 실험영화들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도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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