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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역사상 최대의 SF 영화가 될지도 모를 야마토를 바라보며.

ⓒ 2010 SPACE BATTLESHIP ヤマト製作委員会


마침내 일본 SF 영화의 자존심을 건 'SPACE BATTLESHIP 야마토'가 12월 1부로 일본에서 개봉되었습니다. 관련된 영상은 사자왕님의 블로그 포스팅을 참고하시구요.

☞ [우주전함 야마토]의 영상 by 사자왕, Sci-Fi 스테이션 (보러가기)

야마토가 도대체 뭐시여?라고 하시는 분은 제 포스팅을 한 번 보고 오셔도 되겠습니다.

☞ 우주전함 V호 시리즈 (우주전함 야마토, 1974~2010) by 엘로스 (보러가기)

한마디로 야마토는 일본인에게 있어서는 미국의 '스타워즈 시리즈'와 같은 상징성을 가진 작품입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SF인 셈이죠. 한국에는 이런 SF 창작물이 없는 것이 이쯤에서 살짝 속상하네요. 어찌되었건, 이 야마토는 70년대에 한국에서 '우주전함 V호'라는 이름으로 방영되어 당시 어린아이들에게 스타워즈와 함께 강렬한 감동을 선사했던 작품이기도 한데요. 그리고, 이것이 후일 일본의 만화영화고 야마토는 일제시대 일본이 건조한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전함을 모델로 한 것이라는 사실로 큰 충격을 준 작품이기도 하죠. 뭐, 당시에도 반일감정이 상당한 편이었는데, 그렇게 좋아한 만화영화가 실은 일본 만화영화인데다가 그 주역 전함이 제국주의의 상징이니 배신감이나 허탈감 같은 것들이 참 컸다 하겠습니다.

이런 작품이 다시 부활 프로젝트를 통해 등장하는 상황에 대해서 일각에서는 제국주의 망령의 부활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을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실제로 2009년에 먼저 제작된 아니메 '우주전함 야마토 - 부활편(2009)'은 원작자인 니시자키 요시노부(불과 한달여 전 정박중이던 선박 '야마토'에서 바다로 추락하여 유명을 달리하셨다는군요. 참...)의 지휘하에 한국에서도 망언제조기로 이름 높은 극우 정치가겸 작가인 이시하라 신타로가 각본을 맡기도 했죠. 이번 실사영화는 아니메와는 전혀 다른 스탭진들에 의해 만들어지긴 했습니다만, 완전하게 그 색체를 지우지는 못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출연한 배우들이 거기까지 생각하면서 연기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그저 일본의 고전 SF를 부활한다는 자긍심만 있었겠죠.

예고편 영상이나 꽤 거창하게 선행방송된 메이킹 필름을 볼 때 CG의 완성도에 있어서는 훌륭하다 하겠습니다. 거의 글로벌한 수준에 근접하지 않았나 싶네요. 뭐, 아직 세트 디자인이나 여러 부분에서는 좀 떨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뭔가 아날로그적 감성이 느껴지는 함교 디자인은 의도한 건지는 몰라도 세트 디자인 같은 티가 난다고 해야 하나요. 영화로서는 조금 모자라는 잘 만든 한편의 SF 드라마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실제 스크린으로 보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러한 아날로그적 디자인은 원작과의 연결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뭔가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레버를 당기고, 선이 달린 마이크폰으로 무선통신을 하는 등, 야마토를 보았던 올드팬들에게야 반가운 모습이겠지만, 야마토를 모르는 세대들이 보기에는 좀 어색한 부분이 있을 듯 싶습니다. 

어찌되었건 영상만으로 볼 때 야마토는 아시아권에서 만든 SF 영화로서는 뛰어난 영상미와 스케일을 보이는 대작이 될 것 같습니다. 일본 내에서의 기대도 상당히 큰 것 같구요. 이쯤에서 일본역사상 최대의 제작비가 들어간 이 영화의 흥행여부가 아무래도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겠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아마도 이 부분에서 일본에서만큼은 큰 성공을 거두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사회를 보면서 감동하는 관객들의 모습은 물론 매스컴이 골라낸 부분이기는 하지만, 일본인의 관점에서는 추억을 자극하면서 동시에 일본식 블록버스터의 힘을 보여준 결과가 아닐까 싶네요.

하지만, 글로벌 영화시장에서라면 개인적으로는 부정적인 의견을 보내고 싶은데요. 같은 극동 아시아권인 한국이나 중국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제국주의의 잔재라는 이유 때문에 여러가지로 문제가 될 듯 싶구요. 개봉 자체도 큰 가능성이 없어 보이긴 합니다. 어쩌면 한국이나 대만 정도는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헌데, 군국주의를 따로 떼어놓고 보아도 이 영화가 외국사람들에게는 큰 어필이 되지 않을 듯 해보입니다.

우선, 문화적 차이가 큽니다. 물론, 요즈음 일본 드라마나 일본 아니메가 한국에서도 익숙하게 받아들여지는 시대인지라 일본적 스타일이 낯설지 않을 수도 있지만, 과거 일본 영화 대부분이 한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한 것이 영화가 나빠서라기보다는 문화적 차이가 컸기 때문이 아닌가 싶거든요. 특히, 일본 영화나 드라마에서 대사를 교환하는 시퀀스는 뭐랄까, 상당히 이질적인 느낌을 줍니다. 일본 만화영화의 그것과 거의 유사한 방식의 시퀀스를 따르는데요. 이런 것들이 만화영화에서는 괜찮지만, 실사에 와서는 좀 어색하고 과장된 느낌을 주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 2010 SPACE BATTLESHIP ヤマト製作委員会

트렌디 드라마나 가벼운 코미디 물에는 잘 어울리는 느낌인데, 심각한 드라마나 스케일 큰 대작에서는 왠지 위화감이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예고편에서 땅속에 묻힌 야마토가 공중으로 떠오를 때 야마토의 위용에 놀란 고다이가 '고래와?(이것은?)'하고 혼잣말을 하자 오키타 함장이 비장한 표정으로 '소다, 야마토다(그래, 야마토다)'라고 읊조리는 장면도 왠지 현실적인 느낌도 안들고 작위적입니다. 일본인들이야 '우와~' 할지는 몰라도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라는 반응을 보일 것만 같네요. 메이킹 필름에서 잠깐씩 보여준 과도한 신파극도 얼마만큼 어필할지 의문입니다. 이건 마이클 베이의 '아마겟돈'에서도 등장한 전형적인 시퀀스이기도 하죠.

어찌되었건 일본인에게만큼은 꽤나 의미있는 작품이 될 듯 합니다. 야마토를 보고 자랐던 저같은 한국의 올드팬들에게도 여러모로 복잡한 감정을 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구요. 내용적으로는 한국에 그다지 먹힐 것 같은 스타일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일본만의 SF를 열심히 만들고 있는 그네들의 모습을 보며, 어서 한국에도 제대로 SF 영화가 한 번 정도는 나와줘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참 아쉬운게 한국은 이런 상상력의 실현에 있어서 여러모로 사회적 분위기가 인색한 것 같아요. 뭐랄까,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으면 그걸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좀 배척하는 경향이랄까요. 유치하고 허무맹랑할지라도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훌륭한 과학자들이나 문화적 저변을 만들어낼 수 있는 불씨가 되지는 않을까 이쯤에서 생각해봅니다.



덧붙임) 아, 뭐 이야기가 좀 거창해지긴 했는데, 어쨋든 저쨋든 저 메인테마만큼은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군국주의의 상징처럼 느껴지는 선입견을 갖고 듣더라도 명곡이라고 인정해줄 수 밖에는 없네요. 주제가는 에어로 스미스의 보컬 스티븐 타일러가 불렀다고 합니다. 제목은 'Love Lives'라는군요.

덧붙임) 키무라 타쿠야가 확실히 비주얼도 그렇고 작품 내에서의 표현력도 그렇고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인가 보내요. 마스크와 연기력 모두 갖춘 건 사실인가 봅니다. 자꾸 윤상현씨가 겹쳐지는...

덧붙임) 저 유니폼은 쪼~끔 탐나내요. 일부분이 가죽 재질인 라이더 재킷인 것 같은데, 실사영화에 걸맞는 멋진 의상으로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그다지 유치해보이지도 않구요.

덧붙임) 메이킹 필름에서 계속 외쳐대는 기적의 초 SF 엔터테인먼트라는 과장된 수식어는 야마토에 대한 일본인의 기대감을 대변해주는 것 같네요. 그래도 초 SF까진 이해하겠는데, 기적까지는 좀 오버인 것 같아요. 마치 울트라 캡숑 짱 뭐 이런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0 SPACE BATTLESHIP ヤマト製作委員会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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