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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의 자격과 태권 브이, 블로거로서의 애로사항


고 긴 연휴가 끝이 났습니다. (아, 물론 금요일에 연차휴가를 내었기 때문이죠. 추석연휴기간조차 일을 하신 분들에게는 죄송스럽습니다만) 모처럼의 긴 연휴인지라 추석 후에는 뭔가 좀 해볼까도 싶었는데, 와이프는 몸살에, 우리 아이는 감기에 덕분에 지난 목요일부터 어제까지는 그냥 집구석에서 조용히 방콕하고 계셨더랬습니다. 연휴 후유증은 개인적으로 별로 없었던 것 같네요. 오늘 아침 일어나는 것도 나름 가뿐했고, 회사에 출근해서도 일할만 한 것 같습니다. 지루하게 집 구석에만 있어서 그런 것일까요. 약간의 감기기운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괜찮군요.  

하지만, 제 블로그는 연휴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와이프가 몸살난 관계로 여기저기 신경을 쓰다보니 집에서는 영 포스팅할 기분이 안나더군요. 주욱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를 보고 있어야지 뭔가 글감도 생각나고 그러는데, 포스팅을 위해서 블로그에 일부러 접속하려고 하니 영 기분이 안나서 지난 주 내내 포스팅은 바닥을 기었습니다. 피구왕 통키 포스팅이 유일하네요.

개인적으로는 연휴 후유증보다는 남자의 자격 에피소드 '남자와 하모니'편의 종결이 더 오랜 후유증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합창이라는 테마로 예능 이상의 감동을 보여준 이번 에피소드는 합창단의 캡틴인 박칼린 감독이 영화같은 두달이라고 표현했듯이 저에게도, 다른 시청자에게도 영화같은 두달이었을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올 한해 예능 에피소드 중 가장 돋보였다고 생각되구요. 만화영화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TV나 연예 쪽은 다루기 싫어하는 저초자도 두 번이나 포스팅을 하게 해주셨더랬습니다.

☞ 배다해, 마치 오페라의 유령의 크리스틴처럼 등장하다. 2010.07.19 (클릭)
☞ 그대 있는 곳까지,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아름다운 음악의 힘이여. 2010.09.20 (클릭

하지만, 왠지 어제의 라스트 에피소드는 포스팅 하기가 망설여지네요. 감동의 피날레를 장식했지만, 앞선 두 포스팅처럼 텍스트화 하는 것이 그렇게 내키지는 않는데요. 특히, 많은 블로거들이 어제의 감동을 포스팅한 것을 보고나서는 왠지 이번 감동은 그저 가슴 속에만 간직하고 싶은 맘이 더 강해졌습니다. (아마 어제 와이프랑 같이 보지 않았다면, 슬쩍 울었을지도 몰랐을...콜록, 아 감기 기운이;;;) '죽은 시인의 사회'에 등장했던 명대사 'Captain, Oh My Captain!'의 감동을 이런 식으로 다시 곱씹어볼 줄은 정말 몰랐다는 마지막 한마디만 끄적거리면서...



휴의 마지막에 다음 한 주를 시작할 새로운 포스팅 하나를 작성했어야 했지만, 남자의 자격의 여운을 좀 오래 갖다보니 포스팅 타이밍을 놓쳐 버렸습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여러가지 이유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포스팅 하나가 계속 막혀 있어서 병목현상이 생겨서 인데요. 그 놈은 바로 아닌 '로보트 태권 브이' 되시겠습니다.

제가 감상하거나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만화영화를 객관적으로 소개하는 Ani Index 코너는 나름이 포스팅 규칙이 있습니다. 그것은 10년 단위로 카테고리를 세분화하여 각 카테고리는 순서에 상관없이 포스팅되지만 해당 카테고리 내에서는 작품의 방영/개봉일자별로 순차대로 포스팅한다는 것인데요. 한동안 70년대 만화영화들을 계속 소개하다보니 마침내 태권브이를 소개할 차례가 되었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 태권 브이는 한국 로봇만화영화의 시초이자 만화영화사에 길이 남을 대작이면서 동시에 표절이라는 오욕의 역사 한복판에 서있는 대표적인 상징이기도 합니다.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가 더 진한 것처럼, 다른 표절 만화영화와는 다른 선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상징성 때문에 더더욱 몰매를 맞는 대표적인 케이스이기도 하죠. 이미 그동안 인터넷 상에서 수많은 논란을 일으킨 뜨거운 감자이기도 합니다.

하여, 포스팅이 더더욱 신경 쓰이는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물론, 슈퍼 태권브이나 84 태권브이는 재고의 여지가 없긴 합니다만)하고 싶지만, 이 블로그에서조차 해묵은 논란을 다시 일으키고 싶지 않은 생각 역시 있다보니 쉽게 키보드가 두드려지지 않네요. 예전에 운영하던 네이버 블로그에서 로보트 킹 포스팅을 했다가 표절작을 과도 찬양한다는 말도 안되는 덧글 세례를 받은 적이 있어서 더더욱 조심스럽습니다. 아직 악성 댓글에 의연하게 대처할만큼 내성이 생기지 않아서 일까요. 왠지 지레 겁먹는 것 같아서 쓰기도 전에 기분이 안좋아집니다, ㅎㅎ.

하지만, 한국 만화영화를 소개하면서 태권브이가 빠진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합니다. 군국주의의 잔재라고는 해도 우주전함 야마토를 빼고 일본 만화영화를 얘기하는 것이 우스운 것처럼, 흠결이 있을지언정 태권브이는 분명 한국 만화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거든요. 다만 어떻게 해야 가장 객관적이면서도 저만의 시각으로 글을 쓸 수 있을지를 고민중입니다. (그러다보니 70년대 만화영화 소개에서 갑작스레 90년대로 넘어가버린 것이지만요. 80년대에는 포스팅 길이가 많이 긴 J9 시리즈와 보톰즈 시리즈가 버티고 있다보니 그만...)

하나는 간직하고 싶어서, 하나는 잘 표현하고 싶어서 두 개나 포스팅을 놓쳐버렸네요. 이래저래 이것도 연휴후유증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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