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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점중계에 대한 날선 비판은 과연 공정한 것일까  


Photo by rarye, From Flickr

보시다시피 들으셨다시피 아시다시피 지난 토요일 마침내 한국이 그리스를 상대로 2:0이라는 완벽한 승리를 일궈내며 원정 16강행을 향한 산뜻한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실로 엄청난 숫자의 국민들이 거리 응원에 나서는 열정을 보여주었고, 대표팀도 이러한 국민의 성원에 보답이라도 하듯 시종일관 경기를 주도하며 완벽한 승리를 일구어 냈지요. 그러나, 이런 신명나는 일들에도 불구하고 남아공 월드컵의 이면에는 여러가지 갈등이 내재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번 월드컵은 그동안의 방송 3사 공동중계를 벗어나 SBS의 단독중계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얼마전 벤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SBS 단독중계로 인한 여러 잡음이 들려왔던 바, 이번 단독중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을 대체적으로 곱지 않은 편이라고 하겠습니다. 저의 주변에도 SBS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중론이 되고 있구요.


이러한 배경에는 공동중계를 성사시키지 못한 KBS와 MBC들의 부정적인 여론조성도 한몫을 하고 있지만, 이미 직전의 동계 올림픽 중계에서 보여준 SBS의 미숙한 방송운영, 어설픈 진행, 특정 경기만의 집중보도 등에 따른 방송운영 측면에서의 문제와 함께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PV(Public Viewing)를 외치며, 공공장소의 월드컵 상영에 제한을 두려한 SBS의 태도가 이제껏 공공장소에서 아무런 제한없이 응원을 해왔던 시민(그러나 실제로는 여러가지 비즈니스적 속사정이 숨어있었다는 사실을 대부분 모른체)들에게는 부정적인 선입견을 심어주고 있는 것 역시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단독중계가 아닌 공동중계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여러가지 문제는 있어왔습니다. 3사 모두 똑같은 경기를 방송하면서 벌어지는 시청자 채널 선택권의 박탈, 월드컵이나 올림픽 기간 중에는 모든 방송이 해당 경기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획일화된 방송 편성은 그동안 끊임없이 재기되어왔던 문제인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이전까지의 공동중계는 나름 큰 문제가 있어온 것이 사실입니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캐스터와 해설자의 방송을 들을 수 있다는 선택권 외에 주어진 선택권이 시청자에게는 없었던 것도 사실이지요.


이번 SBS의 월드컵 단독중계는 남아공 월드컵부터 FIFA가 직접 중계권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수익의 극대화를 위해 개별방송사와 협상을 시작하면서 벌어진 결과입니다. (흔들리네, 삶도 축구도 by 유현산, 한겨레 21) 결국 시장논리에 의해 SBS가 중계권을 획득한 것인데요, 이전까지의 공동중계는 법적으로 정해져 온 것이 아닌 방송 3사간의 협의에 의한 관행이었습니다. 이번 월드컵의 경우에는 방송 3사의 합의서가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지만 법적인 효력은 없었던 것이며, 쉽게 말해서 비싸게 팔고 싶은 FIFA에게 SBS는 사활을 걸고 큰 돈을 내면서 독점중계권을 따온 것입니다. 욕먹을 것을 각오하고 말이지요. (출혈경재에 값만 올리고 본전 찾으려 광고 늘리고 by 김순배, 한겨례신문)


자, 그렇다면 이런 단독 중계로 인해 시청자의 볼 권리는 확보된 것일까요. 이미 동계올림픽에서 보아왔듯이, 그리고 이번 그리스 전과 주말에 방영된 SBS의 월드컵 특집 버라이어티의에서 볼 수 있듯이 인력면에서 KBS와 MBC에 뒤지고 있던 SBS에게 있어서 이 거대한 이벤트의 중계는 확실히 힘에 부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미 80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중계료를 낸 상황에서 또다시 추가적으로 월드컵 특집 버라이어티 등을 위해 쏟아부을 여력이 얼마나 될지도 궁금하구요. 어마어마한 중계료를 쏟아부은 여파로 SBS는 PV를 들먹이며, 공공장소의 월드컵 방영에 제한을 두고, 비싼 광고료를 기업들에게 제시하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사실, PV로 손해를 보는 것은 응원을 나온 일반국민은 아닙니다. 경기를 중계하고 그것으로 이득을 취하게 되는 이벤트 주관사 등이 그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이죠. 한때, 동네 호프집과 같은 곳에서의 방영 역시 제한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지만, SBS는 비상업적인 행사, 즉 일상적으로 TV를 틀고 있는 일반 음식점에서의 상영에는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대형호텔이나 거대 프랜차이즈 음식점 등에서 월드컵 경기를 상영하고 월드컵 관련 이벤트를 여는 것은 아마도 제한될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이벤트와 별개로 응원 또한 FIFA에 의해 규제되고 있습니다. 특히, 거리 응원의 경우에는 공식 후원사를 구성하고 해당 후원사의 주관 하에 지정된 장소에서 수행해야 하는데, 이미 서울시와의 협의하에 월드컵 기간 중 서울광장의 사용권을 선점한 SK가 FIFA 주관 공식 후원사가 아니라는 점 역시 갈등 요소로 작용하고 있지요. 공식 후원사가 아님에도 이미 2002년에 인상적인 광고로 공식 후원사보다 짜릿한 수입을 거둬들였던 SK로서는 이번 행보에 제동이 걸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월드컵 응원의 메카 서울광장을 잡아라 by 손재권, 매일경제)

실제 중계에 있어서도 위험요소가 존재합니다. 800억원의 중계권료를 비롯하여 1000억원 가까운 비용을 사용한 SBS가 과연 이번 중계로 얼마만큼의 수익을 거둬들일지가 의문이구요. 이를 위해 엄청난 광고료를 책정하고 있지만, 자칫 한국이 16강에라도 떨어지는 날이면 SBS의 월드컵 특수는 심각한 상황이 될지도 모릅니다. (독점한다고 살림살이 나아질까 by 전용배, 시사저널)

이런 정황을 놓고 보면 이번 월드컵의 중계에 있어서 국민에게 돌아가는 피해는 표면적으로는 크지 않아 보입니다. 해설자의 선택권이 박탈당했다(?)라는 것 외에는 실제로 경기 시청에는 무리가 없었지요. 물론, 경기초반 캐스터의 방송실수가 있긴 했습니다만, 그것은 3사가 공동으로 중계를 했더라도 생방송에서 늘 있어왔던 문제였습니다. 물론, SBS의 미숙한 운영은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만, 단독 중계에 따른 폐단이라기보다는 SBS의 방송 실수라고 보는게 맞을 겁니다. 김병지 선수의 해설 논란이 제기되고는 있습니다만, 동계 올림픽 당시의 몇몇 해설자들의 자질논란과 비교해서는 경미한 편이며, 개인적으로는 김병지 위원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자질논란을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구요.

월드컵 특집 버라이어티의 퀄리티 논란 역시 이러한 차원에서 직접적인 월드컵 방송의 질적저하와는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KBS의 연애프로 남자의 자격에서의 월드컵 영상 사용을 SBS가 걸고 넘어진 것 역시 정서적인 부분에서의 문제이지 그것으로 시청자의 알권리가 침해되었다거나 실제 월드컵 경기를 보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SBS 예능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은 굳이 이번 월드컵이 아니더라도 이전부터 있어왔던 일입니다. 과연 KBS나 MBC가 독점 중개하여 좀 더 높은 퀄리티의 해설과 특집 버라이어티가 보여졌다면 어떤 평가가 내려졌을까요.

거리 응원은 기업간의 사용권 논란이 있습니다만, 거리응원 자체에 국민들이 받는 피해는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동네 맥주집과 같은 음식점에서의 응원도 이전과 별 차이가 없었구요. 다만, 월드컵 이벤트를 열지 못하는 일부 기업의 피해가 있습니다만, 비가 오던 토요일의 경우 치킨집과 피자집은 월드컵 특수를 톡톡히 누렸지요.


Photo by adam_flix, From Flickr


그럼, 이번 SBS의 월드컵 단독중계는 과연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그것은 앞으로 벌어진 중계권 쟁탈전의 단초가 된다는 점에서 방송사 간의 출혈경쟁과 이에 따른 외화낭비 등의 경제적인 부분에서의 문제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현재 SBS는 2016년까지 동하계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을 모두 가져온 상태입니다. 즉, 2012년의 런던 하계 올림픽과 2014년의 소치 동계 올림픽, 2014년 브라질 월드컵,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까지 무려 4번의 지구권 스포츠 이벤트가 SBS의 독점 중계로 예정되어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이후의 월드컵, 올림픽 중계는 불을 보듯 뻔하게 치열한 경쟁의 각축장이 될 겁니다.

아마도 MBC나 KBS가 공동으로 연합을 형성하여 SBS를 배재시키고 중계권을 선점할지도 모릅니다. 현재 독점금지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는 소리가 들리지만, 현재로서는 확정된 것이 없는 상황입니다. 가격경쟁이 점화되어 비싼 가격에 중계권을 습득하면 이번 SBS와 같이 이를 위해 광고료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겁니다. 치솟은 광고비용은 기업들이 부담하게 되지만, 그만큼 기업들 역시 그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올리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구요. 결국, 물가의 상승은 국민의 부담으로 넘어오게 됩니다.

또한, 월드컵 중계를 제외한 부분에서의 타 방송사의 중계권 침해논란과 그로 인한 진흙탕 싸움은 바라보는 국민들로서는 분명 좋지 않은 모습인 것이 사실입니다. 독점 중계로 주가에서는 짭짤한 수익을 봤을지도는 몰라도 SBS의 이미지는 거의 악의 축으로 비춰지는 것 같군요. 월드컵 특수가 끝난 후의 SBS의 리바운드 낙폭은 어쩌면 생각보다 더 클지도 모릅니다.

이런 점에서 SBS의 단독중계에 대한 KBS와 MBC의 비난은 제 얼굴에 침뱉기라는 점에서 눈살이 찌푸려지는 일입니다. 이미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중계당시 단독중계를 통해 타 방송사의 중계를 막았던 MBC가 이번 SBS 독점 중계에 눈에 불을 켜고 대드는 형상은 '국민의 볼 권리를 침해했다'라는 말로 포장하기에는 그 행태가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KBS도 마찬가지이구요. 두 방송사에 밀려 그동안 홀대받던 SBS에게는 그런 측면에서 동정심이 가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만, 그로 인해 파생되는 경제적 손실과 후일 벌어질 외화낭비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SBS 역시 할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이러한 것들이 SBS의 독점중계로 인한 SBS 마녀 사냥으로 귀결되는 것은 그닥 공정한 시선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특히, SBS가 중계 상의 실수, 방송운영 미숙을 독점중계의 폐해로 몰고 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군요. SBS의 역량부족이다라는 점에서는 공감합니다만, 악의 축으로 몰고가기에는 위에서 말했듯이 다른 방송국도 매한가지인 것입니다.

월드컵, 순수한 마음으로 대표팀을 응원하기에는 씁쓸한 현실들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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