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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의 미래를 예측한 것이 아니라 정의하다.


ⓒ 2010 Philip Kotler, Hermawan Kartajaya, Iwan Setiawan / ⓒ 2010 Time Books (한국어판)

'수기 광고에서 막 임신을 한 신혼부부의 행복한 모습이 나온다. 그들은 광고에서 아기를 낳고, 광고에서 애기의 100일 잔치를 한다. 이 행복한 순간에 정수기의 헤드카피가 오버래핑된다. 다음 편 광고에서는 하천을 살리는 정수기 회사의 노력이 전파를 타고 방송된다. 하천은 살아나고 역시 드라마틱한 연출과 함께 정수기의 헤드카피가 오버래핑된다.'

가장 좋은 제품으로 승부하던 마케팅의 시대가 지나자 기업들은 고객들의 감성에 호소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길을 끌 디자인과 그들의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서비스로 고객들의 마음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21세기가 시작되었다. 시대는 인터넷이라는 문명의 이기를 맞이하여 급속도로 변하기 시작했다. 일부만의 전유물이었던 고급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다수에게 공유되었고, 더 많은 정보를 통해 더 똑똑해진 소비자들은 기업들의 광고보다는 개개인이 형성한 네트워크를 통해 얻은 정보로 제품을 선택하고 서비스를 평가했다. 그렇다면 마케팅은 어떠한가, 과연 마케팅은 이러한 시대 속에서 불변의 법칙과 이론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

서두에서 언급한 정수기 광고는 이제 마케팅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 중 한 예이다. 하천의 오염을 복구하는 작업에 기업이 앞장서는 광고를 통해 우리는 기업이 행하는 사회적 활동, 그리고 기업의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제품과 디자인, 그리고 서비스를 넘어서 기업의 문화와 기업의 철학, 그리고 기업이 자신들의 기업이익을 어떤 식으로 사회에 환원하는지에 대한 도덕적인 척도까지 바라보는 것이다. 마치, 아무리 뛰어난 정치력을 발휘하는 정치가일지라도 그의 사생활이 비리와 연루되었다면 곧바로 지지를 잃어버리는 것처럼 이제 기업 또한 자신의 도덕적 잣대와 사회적 활동을 고객들에게 시험받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필립 코틀러의 마켓 3.0(원제는 마케팅 3.0)은 바로 이러한 시대의 변화, 고객의 달라진 관점 하에서 앞으로 기업이 행해야할 마케팅의 새로운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故 피터 드러커 교수, GE의 전회장 잭 웰치, 마이크로소프트의 전 회장 빌 게이츠와 함께 세계 4대 경제 구루(Guru)라 불리는 코틀러 교수답게 책의 내용은 뜬구름 잡기에 그치지 않고 학술적이면서도 글쓴이 같은 비전문가도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첫 장의 마켓 3.0의 개념 설명에서는 사실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도 있다. 지성에 호소하던 마켓 1.0의 시대에서 감성에 호소하는 마켓 2.0의 시대를 지나 영성(Spirit), 즉 영혼에 호소하라는 마켓 3.0의 개념은 얼핏 들어서는 마케팅과의 매치가 잘 되지 않는다. 영혼에 호소하라니... 과연 무슨 뜻이란 말인가. 하지만, 서두에서 이야기한 정수기 광고를 통해 영성에 호소한다는 개념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고 칭찬해주는 그러한 선행, 그리고 사회적 활동을 하면서 기업의 이미지가 향상될 뿐만 아니라 그것이 기업의 선호도와 비즈니스에까지 직결된다는 영성 마케팅은 분명 사람들의 달라진 모습을 볼 때 정확한 예측이 아닌가 싶다.

마켓 3.0 (양장)(사인본)필립 코틀러(Philip Kot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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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가슴에 와닿는 예시는 근래 한국의 TV 연예프로들의 모습이다. KBS의 예능프로 남자의 자격에서 선보이는 합창단 에피소드나, MBC 무한도전에서 등장한 프로레슬링 에피소드 등, 이들의 진솔한 감동 스토리가 프로그램의 호감도를 상승시키고 시청률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전개는 과거 단순히 웃기고 즐겁기만 하던 예능 방송에서 솔직하고 가식없는 리얼 방송을 지나 심금을 울리고, 감동을 가져다 주는 예능으로 변모하고 있다. 마켓 역시 현재 이러한 성장의 과정에 있는 것이라면 적당한 비유가 될까?

비록 기업들이 이전부터 많은 사회적 활동이나 공익광고들을 해오긴 했지만, 광고와는 달리 실제 기업활동에 있어서는 소비자 뿐만 아니라 기업의 일원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마켓 3.0을 이해하지 못한 피상적인 액션일 뿐이다. 진정한 마켓 3.0은 고객 뿐만 아니라 고용인들, 그리고 주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진솔하고 진지한 모습에서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돈 얼마 기부하고 가끔 봉사활동 참여한다고 기업의 이미지가 상승하고 그것이 매출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여러 사례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은 완전한 마켓 3.0으로 이행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여전히 일부 시장은 마켓 1.0에서 머무르고 있으며,  마켓 2.0의 시장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모양새에 일부에서는 마켓 3.0이 다른 시장과 혼재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즉, 아직 시장은 과도기이다. 하지만, 제품과 디자인, 서비스 이상을 보려하는 고객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마켓 3.0으로의 진화를 예견할 수 있다.

대가의 저서이지만 앞서도 언급했듯이 쉬운 문장과 이해하기 쉬운 구성, 게다가 이론을 도표로까지 도식화하여 논리적이고 체계적이다. 노쇄한 경제대가의 저서라기보다는 마치 이제 왕성한 활동을 시작하는 젊은 경제학자의 저서인냥 싱싱한 느낌이다. 게다가 과거의 사례보다 가장 최근의 사례들, 즉 미국의 금융위기 사례, 애플과 아이폰의 등장, 구글 등의 사례가 다루어져 낡은 경제서보다 더 일반인에게 친숙한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마켓 3.0, 마케팅의 미래를 예측한 것이 아니라 마케팅의 미래를 정의한 책이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0 Philip Kotler, Hermawan Kartajaya, Iwan Setiawan / ⓒ 2010 Time Books (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 이 리뷰는 제6회 알라딘 우수리뷰대회 도서별 1위에 선정된 글입니다. (클릭)


마켓 3.0 - 10점
필립 코틀러 지음, 안진환 옮김/타임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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