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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미션과 접대에 익숙한 기성 언론과, 이제와서 나몰라라 하는 거대 포탈이 무슨 자격으로 블로그의 폐단을 논하는가.


시는 분은 다 아시고 모르시는 분에게는 전혀 딴 세상의 이야기겠지만 현재 블로고스피어(Blogosphere)는 그야말로 뒤숭숭합니다. 인기 상한가의 와이프로거가 자신의 블로그에서 공동구매를 진행중이던 살균 세척기의 안정성 문제가 불거진 것 때문인데요. 아실만한 분은 다 아실 이야기이니 자세한 상황은 제 블로그에서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미도리님의 포스팅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 우려했던 와이프로거의 상업화가 곪아터지다 by 미도리 (바로가기)

한마디로 해당 블로거는 살균 세척기의 안전성 문제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체 업체의 요청을 받고 판촉을 위한 포스팅을 써서 자신의 블로거를 찾는 방문객들에게 상품을 홍보하고 공동구매를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들리는 바에 의하면 해당 제품의 냉정한 사용기가 아닌, 블로거 자신의 인지도와 감성에 호소하는 형태로 리뷰를 작성하여 이 블로거를 신뢰하는 수많은 방문객들과 이웃들이 별 의심없이 제품을 구매했고, 결과적으로 큰 낭패를 보았다고 하는군요. 사실 유무를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이 제품을 사용하면서 건강에 심각한 이상을 가져온 분도 있다고 합니다. 이쯤되면 엄청난 대형 사고가 터진 셈이죠.

물론 해당 블로거는 이 사태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합니다. 세척기 업체로부터 수수료까지 챙겼으니 그것이 거액이건 소액이건 간에 '법의 테두리 안'에서 책임을 받아야 겠지요. 일각에서 이야기되는 환불 책임론은 블로거와 제조회사가 함께 져야할 문제라 생각됩니다. 공동구매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블로거는 제품의 책임에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만, 현재 대형 인터넷 쇼핑몰이나 포탈들의 쇼핑물 중 해당 제품의 하자가 발생했을 때 그들이 100% 책임을 지는 곳은 없습니다. 쇼핑몰이 해당 제품의 하자를 확인하지 못한 책임에서는 자유롭지 못하겠지만 원칙적으로 이들 제품의 하자를 100% 책임지는 것도 앞뒤는 안맞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블로거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죠. 다만 회사 측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고 시간을 지연시키는 것이 피해자들의 분노를 블로그로 향하게 하고 있는 듯도 합니다.

평범한 주부에서 스타 블로거로 추앙받던 이 블로거는 네티즌들의 분노에 찬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블로그를 폐쇄했습니다. 어찌보면 예정된 수순인데, 마치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비춰지면서 더더욱 네티즌들의 질타를 받고 있습니다. 잘못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좀 안돼 보입니다. 업체와 공조하여 적절한 보상책과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텐데 왠지 둘이 따로 놀고 있는 인상을 주는군요. 블로그 폐쇄는 한마디로 악수라 하겠습니다.

자, 사실 여기까지는 한 블로거의 잘못된 공동구매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와, 해당 업체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안전기준 준수여부가 이슈가 되었다 하겠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습니다. 시야를 넓혀 그녀와 비슷하게 업체로부터 소정의 수수료를 챙기고 제품을 홍보해주는 블로거들의 과도한 상업화와 부도덕적인 행태에 대한 비판이 일어나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실제로 소위 돈에 환장한 블로거들이 늘어나면서 블로고스피어가 지저분해진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수많은 블로거들이나 네티즌이 누차 이야기했듯이 이건 언젠가는 한번쯤 터질 재앙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사태는 그 예견된 재앙으로서는 꽤 심각한 편이라 하겠습니다.

헌데 이 이슈가 시간이 지나자 이상한 형태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언론들이 앞다퉈 파워 블로거의 과도한 상업성을 떠들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파워 블로거들을 규제하겠다고 하는군요.

☞ 파워블로거 상품평, 믿을게 없네 from 스포츠 서울 (바로가기)
☞ 입소문 내드릴께요... 얼마 줄래요? from 머니투데이 (바로가기)
☞ 수상한 파워블로거들 세무조사 날벼락...국세청-공정위-정치권 함께 나설 듯 from 전자신문 (바로가기)


거액의 수수료를 챙긴 블로거에 대한 세무조사(물론 아직 계획된 것은 없다고 국세청에서 공식입장을 밝혔습니다만), 좋습니다. 블로거들 스스로의 자정의 노력과 블로그 마케팅에 대해서 기업들이 보다 더 주의깊은 접근을 요하자는 말도 좋습니다. 그런데, 블로거 법안이라니... 그것도 이 문제가 발생한지 채 며칠이 지나지도 않아서 그런 얘기가 들리는 것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깁니다. 지금의 정부는 아무래도 블로거들과는 여러모로 사이가 좋지 않은데요. 왠지 이번 기회를 발판으로 블로거들을 압박한 구실을 찾은 듯한 느낌을 주는군요. 블로거들의 과도한 상업성을 법으로 규제하겠다는 것이라면 같은 형태로 그동안 무수한 수익을 챙겨온 언론사들은 어쩌라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돈받고 기사 써주기를 넘어 아예 대놓고 돈을 주면 기사를 써주겠다는 언론사들은 그동안 어떤 제재를 받아 왔는가요. 그런 그들이 그들과 같은 짓을 저지른 블로거들을 지금 점잖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잘못한 블로거들이 야단을 맞는 건 이해하겠는데, 그걸 기성 언론들이 자신들은 아무일 없다는 듯이 시침 뚝떼고 기사를 쓰고 있으니 슬며시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군요. 남이 하면 불륜이고 자신이 하면 사랑이다... 뭐 이런걸까요. 언론들의 이율배반적인 태도 역시 자신들과 적대관계인 블로그들을 이참에 견제하겠다는 듯한 제스쳐로 보입니다.

☞ 최근 벌어지고 있는 어느 파워블로그 사건을 보면서 느끼는 점.. by 학주니 (바로가기)

포탈들은 또 어떻습니까. 현재 블로그 서비스의 과반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포탈들, 특히 이번 사태의 진원지인 N 포탈의 경우는 언제나 그렇듯이 일일이 자신들이 관리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발을 빼고 있습니다. 이 블로거는 하자가 있는 제품을 자신의 블로그에서 공동구매를 진행하여 수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런 식의 공동구매를 통해 거액의 수수료를 챙기는 블로그는 분명 포탈이 서비스를 책임지고 있는 블로그입니다. 음란물을 올리는 블로그를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검색 상단에 노출시키고도 이건 자신들이 잘못한게 아니라 블로거의 잘못이라고 발뺌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다는 건지 모르겠군요. 이런 블로거들을 공공연히 키우고 그 블로그로 유입되는 트래픽을 통해 수익을 벌어온 곳은 그럼 어디일까요.

☞ 포털은 파워블로그 문제를 어떻게 키웠나 by 그만 (바로가기)

블로거가 비판받는 작금의 이슈는 기성 언론들도 반성해야할 부분입니다. 이 블로거들은 말 그대로 기성언론이 벌여온 폐단을 그대로 답습하여 과도한 상업성을 추구한 나머지 씻을 수 없는 우를 범한 이들입니다. 비단, 언론만이 아닙니다. 기업이든 조직이든 초심을 잃어버린 결과가 바로 이것입니다. 자성의 목소리는 없고 견제의 눈초리만 가득한 대다수 언론들의 모습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이번 사태에 일정 부분 책임을 느껴야 할 포탈들의 소극적인 행태도 실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자신들의 시스템 위에서 벌어진 일에 있어서 어떤 식으로든 추가 대책을 강구하는 제스처라도 취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저 법이 알아서 해주길 뒷짐지고 바라보는 모습은 거대 포탈이 블로거를 대하는 자세가 어떤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해줍니다.

안타깝게도 이번 사태로 인하여 블로고스피어와 블로그의 타격은 생각보다 커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넘치는 바이럴 마케팅에 의한 과도한 상업성과 편중된 이슈(이것도 포탈들이 조장한 결과인데, 자신들은 아니라고 부정하겠지요.)로 인해 블로그는 이미 예전과 같은 힘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것이 이번 사태로 인해 가속화되지 않을까 우려스럽군요.

동시에 이런 파장이 블로그의 자정능력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와 좀 더 성숙한 블로고스피어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빌어 봅니다. 안타깝게도 가뜩이나 수입원이 없는 한국의 블로거들(몇몇 파워블로거나 저렇게 거액을 받지 대부분은 돈벌이가 별로 안되는 이짓을 자신이 좋아서 하고 있는 이들이라는 사실을 알아주시길)은 이번 사건으로 더더욱 입지가 좁아지겠지만, 그로 인해 양질의 포스팅을 생산해내는 진짜 파워 블로거들이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길 또한 기원해 봅니다. 아울러, 포탈에 종속되어 엇비슷한 포스팅을 쏟아내는 현재의 블로그 트랜드에도 전환점이 생기길 바래 봅니다. 요리와 여행, 연예와 같은 인기 이슈들의 과도한 편중현상 역시 블로그의 상업화를 이끌어낸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장르를 다루는 보다 더 성숙한 블로그 생태계를 구축하고 블로거 스스로 과도한 상업성을 지양하며 상업성을 띈 포스팅임을 스스로가 밝히고 언론의 기본이기도 한 중립성을 지키는 등 블로거들의 적극적인 대처도 필요하겠지요. 아울러 블로그 서비스를 하는 포탈들은 지금처럼의 소극적인 태도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나름의 대안과 대책을 구비하는 것이 옳은 처사라 생각됩니다. 또한 언론은 블로그를 적대시하고 견제하는 소모성 기사에 연연하지 말고 블로그와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먼저라 보입니다. 인터넷 페이지에 덕지덕지 광고 배너를 버젓이 붙이고서 블로그의 상업성과 폐단을 운운하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를 않습니다. 그리고 무슨 이슈만 있으면 허겁지겁 규제책을 내놓는 정부는 좀 더 긴 안목으로 대책을 세웠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만약 하겠다면 블로거를 자신들의 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일 생각으로 좀 더 장기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이 맞다고 생각됩니다. 지금처럼 며칠만에 생각없이 규제 법안 낸다는 소리를 하는 것 보단 말이지요.

☞ 베비로즈와 소셜미디어, 천민 자본주의 from 블로터닷넷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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