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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트 뫼비우스(1991), サイレントメビウス / Silent Mobius


ⓒ Studio TRON · 角川書店


<정보>

◈ 원작: 아사미야 키아(麻宮騎亜)
◈ 총감독/스토리보드: 키쿠치 미치타카(菊池通隆, 아사미야 키아의 애니메이터 필명)
◈ 감독: 토미자와 카즈오(富沢和雄) - 1편, 이데 야스노리(井出安軌) - 2편
◈ 각본: 키쿠치 미치타카, 시게우마 케이(重馬敬)
◈ 캐릭터 디자인: 키쿠치 미치타카
◈ 디자인 웍스: 이즈부치 유타카(出渕裕), 모리키 야스히로(森木靖泰), 아키타카 미카(明貴美加) 외
◈ 작화감독(1편): 아오키 테츠로(青木哲朗), 아베 쿠니히로(阿部邦博), 야나기사와 마사히데(柳沢まさひで) 외
◈ 작화감독(2편): 니시이 마사노리(西井正典), 마츠바라 히데노리(松原秀典), 키타지마 노부유키(北島信幸)
◈ 미술감독: 히라키 노리히로(平城徳浩)
◈ 음악/노래: 와다 카오루(和田薫) / 동경소년 - 1편, SAICO - 2편
◈ 제작: 카도카와 하루키(角川春樹)
◈ 제작사: 카도카와 서점, 빅터, 파이오니아 LDC, AIC
◈ 저작권: ⓒ Studio TRON · 角川書店
◈ 일자: 1991.08.17, 1992.07.18
◈ 장르: SF, 액션, 판타지, 호러
◈ 구분/등급: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줄거리>

폭발적인 인구증가와 환경파괴로 산성비가 쏟아지는 미래의 도쿄. 2000년 무렵부터 현시대의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사건들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속칭 3rd AT(Attraction)이라 불리는 이 사건들은 인간계가 아닌 다른 차원의 세계 네메시스에서 온 이형의 존재들인 요마(루시퍼 호크)에 의해 벌어지는 사건들로, 정부는 이들에게 대응하기 위한 특수조직 AMP(Attacked Mystification Police)를 신설하게 된다, 때는 2023년.


2024년, 하와이에서 평범하게 직장인으로 생활하던 카츠미 리큐르가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도쿄로 돌아온다. 사실 그녀는 네메시스와 인간계를 연결시킨 장본인으로 알려진 대마법사 기겔프 리큐르와 무녀 후유카 리큐르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아버지의 강력한 마력을 이어받은 인물이기도 했다. 다가오는 루시퍼 호크와의 일전을 위해서 카츠미는 AMP에게 꼭 필요한 인재였는데...


<소개>

카도카와 서점의 만화잡지인 '월간 코믹콘'에서 1988년부터 연재를 시작한 아사미야 키아의 대표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2부작 극장용 아니메. 원작은 월간 코믹콘에서 연재를 하던 도중 93년부터 후지미 서점의 만화잡지 '코믹 드래곤'으로 자리를 옮겨 연재를 마무리했다. 총 12권으로 연재가 마무리된 이후에도 프리퀄에 해당하는 '뫼비우스 클라인'과 캐릭터 개개인의 사이드 스토리를 다룬 '사일런트 뫼비우스 테일즈'가 만들어 졌으며, 다음 세대의 이야기를 그린 사일런트 뫼비우스 네오스가 2005년에 연재될 예정이었으나  여러가지 사정으로 현재는 중단된 상태인 듯.


판타지 계열의 만화를 주로 연재했던 월간 코믹콘의 작품이어서인지 사일런트 뫼비우스는 미래의 세계관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퇴마물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세계관이나 배경은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런너'에서 모티브를 얻은 듯, 거대한 광고 스크린을 내장한 비행선들이 도시를 부유하고 산성비가 쏟아지며 공중비행이 가능한 자동차가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SF 세계에 등장하는 요마와 마법과 과학력을 동원하여 그들에 상대하는 AMP의 여전사들이라는 매치업은 당시로서는 꽤 신선한 크로스오버라 할 수 있었다.


여기에 컷 하나하나에 상당한 정성을 들이는 아사미야 키아의 필력이 더해지면서 연재초기부터 코믹스 팬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게 된다. 초창기 그의 스타일은 '공각기동대'의 원작자로도 유명한 시로 마사무네나 '버블검 크라이시스'의 소노다 케이치에 가까운 스타일이었는데,(실제 앞선 둘의 작품들도 사이버펑크적인 세계관에 미소녀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이들 셋은 어느 정도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90년부터 카도카와 서점의 아니메 잡지 '뉴타입'을 통해 '성수전설 다크엔젤'을 동시에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아사미야의 스타일은 독자적인 색체를 갖추고, 이후 기다랗고 평면적인 그만의 독특한 페이스 스타일을 만들어내게 된다. 애초에 애니메이터 출신이었던 아사미야가 처음에는 다른 이들의 캐릭터를 그리다가 코믹스 작가로 전향하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낸 케이스라고 할 수 있을 듯.


조금씩 인기를 얻어가던 사일런트 뫼비우스는 마침내 그 인기를 인정받아 카도카와의 수장 카도카와 하루키에 의해 극장용 아니메로 전격 제작되기에 이른다. 이미 키쿠치 미치타카라는 필명(실제는 본명)으로 아니메에서 활약하던 아사미야는 이 작품에서 원작자겸 총감독, 그리고 스토리보드와 각본의 1인 4역으로 맹활약하게 되는데, 비록 애니메이터 출신이기는 하나 연출경험이 전무했던 그를 보조하기 위해 토미자와 카즈오와 이데 카데노리가 각각 1부와 2부의 감독으로 그를 보조하게 된다. 이제 막 인기를 얻기 시작한 애니메이터 출신의 만화가에게 쏟은 카도카와의 정성으로 볼 때 카도카와는 아사미야를 차세대 아니메 감독으로 키울 요량이었는지도 모른다. 단, 이 작품을 끝으로 아니메 연출가로서 아사미야를 볼 수 있는 기회는 아직까지는 없다.


원작의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부분을 1, 2부에 담은 구성은 나름대로 준수하다. 세계관의 설정도 준수하고 요마와 싸우는 여섯명의 (제복을 입은) 아름다운 여성들이라는 설정도 80년대 유행하던 미소녀+메카닉의 변주로 아니메 팬들에게는 충분히 어필할만한 소재. 아사미야 본인이 작품에 참여했기에 캐릭터의 아니메 이식도 거의 완벽한 수준에 가깝다. 작화 수준도 현재의 CG 아니메와 비교하면 떨어지겠지만 여전히 준수한 편. 다만, 액션물로서의 스토리보드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하며 시나리오 구성도 무난하기는 하지만 임팩트가 다소 없는 것이 본작의 아쉬운 점으로, 흥행에 성공하긴 했지만 다소 밋밋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1부와 2부로 극장 아니메가 나뉘어지면서 각 편마다 기승전결을 부여하는 형태로 가면서 좀 더 큰 스케일과 밀도있는 이야기 전개를 이끌어낼 수 없었던 듯 싶다.


사일런트 뫼비우스는 사이버펑크라는 기존의 장르 위에 퇴마라는 장르를 이식한 작품으로 이후의 아니메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80년대를 주름잡던 미소녀와 메카닉의 조합, 그리고 리얼로봇이라는 메인 테마를 잃어버린 아니메는 사일런트 뫼비우스와 같은 크로스오버에 서서히 눈길을 돌리기 시작하며, 카도카와의 또다른 히트작 '로도스 전기(1990)' 등과 함께 90년대 판타지 부활의 신호탄을 쏘게 된다.




사일런트 뫼비우스(1998)


ⓒ Studio TRON · 角川書店


<정보>

◈ 감독: 토노카즈 히데키(殿勝秀樹)
◈ 시리즈 구성: 카와사키 히로유키(川崎ヒロユキ), 토노카즈 히데키
◈ 스토리보드/연출: 이시야마 타카아키(石山タカ明), 오오바 히데아키(大庭秀昭), 토노카즈 히데키 외
◈ 캐릭터 디자인: 타나카 세이키(田中誠輝)
◈ 컨셉 디자인: 모리키 야스히로
◈ 작화감독: 다니구치 모리야스(谷口守泰), 이토 요시아키(伊藤良明), 후쿠시마 요시하루(福島喜晴) 외
◈ 미술감독: 이와세 에이지(岩瀬栄治)
◈ 음악/노래: Jimmie Haskell, Suzuki Katayama, 스도우 켄이치(須藤賢一), 후루카와 타카시(古川貴司) / 이시즈카 사오리(石塚早織), Karen Mok, 오쿠도이 미카(奥土居美可), Jason Scheff
◈ 프로듀서: 이와타 마키코(岩田牧子), 요코야마 신이지로(横山真二郎) 외
◈ 제작사: TV 도쿄, 소츄 에이전시, 라딕스 엔터테인먼트
◈ 저작권: ⓒ Studio TRON · 角川書店
◈ 일자: 1998.07.07~1998.09.29
◈ 장르: SF, 액션, 판타지, 호러
◈ 구분/등급: TVA(26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1992년 이후로 잠잠하던 사일런트 뫼비우스는 6년이 지난 1998년에 이르러서야 TV 시리즈로 안방극장을 찾아오게 된다. 원작 자체가 샤워씬과 같은 서비스컷이 난무하는 작품이라 TV 시리즈로의 이식이 힘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12년에 걸친 긴 연재로 인해 2000년에 이르러서야 완결을 보게되는 원작의 느린 전개도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까 싶다. 또한, 93년에 연재되던 만화잡지가 교체되는 등의 이유도 어느 정도 원인이 되지는 않았나 생각해볼 수도 있다.

TV 시리즈에는 원작자인 아사미야가 참여하지 않은체 루팡 3세 TV 스페셜 단편 등을 연출한 토노카즈 히데키가 감독을 맡고 '무책임 함장 테일러(1993)', '용자경찰 제이데커(1994)', '기동신세기 건담 X(1996)' 등을 써온 카와사키 히로유키가 시리즈 구성을 맡았다. 캐릭터 디자인은 후일 '미나미가, 한그릇 더(2008)'의 타나카 세이키가 맡았는데, 아사미야의 캐릭터를 그다지 잘 살리지는 못한 듯 싶다. 아사미야의 특징이 사라지면서 캐릭터에서는 다소 밋밋한 느낌을 주고 있다.

극장판의 뒷 이야기가 아닌 극장판과 동일한 시점에서부터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는데 다소간의 차이가 있다. 우선 어머니의 위독하다는 말에 동경으로 귀국하는 극장판의 카츠미가 아니라 어머니의 사망소식을 접하고 귀국하는 카츠미로 설정이 바뀌어져 있으며, 사이토 유키는 극장판과 달리 이미 AMP의 멤버로 활약하고 있다. 극장판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코믹스의 뒷 이야기들이 영상화된 것은 사일런트 뫼비우스의 팬들에게는 반가운 일이었지만 전체적인 아니메의 분위기는 원작과는 다소 상이한 느낌으로 그려져 아쉬움을 자아내게 했다.


<참고 사이트>

[1] サイレントメビウス, Wikipedia Japan
[2] サイレントメビウス(1991), allcinema.net
[2] サイレントメビウス(1998), allcinema.net
[3] 사일런트 뫼비우스, 엔하위키 미러
[4] Silent Möbius (movie), ANN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tudio TRON · 角川書店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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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도스 섬의 전기 (1990), ロードス島戦記 / Recorde of Lodoss War


ⓒ 水野良 · Group SNE · 角川書店 · 丸紅 · テレビ東京


<정보>

◈ 원작: 미즈노 료(水野良), 야스다 히토시(安田均)
◈ 총감독: 나가오카 아키노리(永丘昭典)
◈ 시리즈 구성/각본: 와타나베 마미(渡辺麻実)
◈ 스토리보드/연출: 야마다 카즈히사(山田勝久)
◈ 캐릭터 디자인 원안: 이즈부치 유타카(出渕裕)
◈ 캐릭터 디자인/서브 캐릭터: 유키 노부테루(結城信輝) / 미노와 유타카(箕輪豊)
◈ 총 작화감독: 유키 노부테루
◈ 미술감독: 카네코 히데토시(金子英俊)
◈ 음악/노래: 하기타 미츠오(萩田光男) / Sherry(加藤いづみ)
◈ 프로듀서: 마루야마 마사오(丸山正雄), 이케다 노리아키(池田憲章)
◈ 제작총지휘: 카도카와 츠쿠히토(角川歴彦)
◈ 제작사: 매드하우스
◈ 저작권: ⓒ 水野良 · Group SNE · 角川書店 · 丸紅 · テレビ東京
◈ 일자: 1990.06.30 ~ 1991.11.20
◈ 장르: 모험,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OVA(13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줄거리>

마신 전쟁으로 인해 대륙에서 떨어져 나온 거대한 섬 로도스. 과거 마신전쟁 6 영웅 중의 한 명인 마모 왕 베르도가 마모를 통일하고 로도스 정복 전쟁을 일으키면서, 세상은 다시 거대한 어둠의 소용돌이에 파묻히게 된다. 성기사였던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고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 성기사가 되고자 하는 소년 판은, 우연하게 만난 신비한 엘프 소녀 디드리트와 마법사 슬레인, 드워프 전사 김, 사제 에토, 도적 우드척 등과 함께 로도스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전쟁의 원흉이라고 생각되는 회색의 마녀 카라를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소개>

TRPG의 원조라 할 수 있는 'D&D(Dungeons & Dragon)'의 설정을 기반으로 일본식 TRPG를 만들기 위해 결성된 크리에이터 집단 그룹 SNE의 첫번째 TRPG 세계관과 그 소설을 원작으로 한 OVA 아니메. 그룹 SNE의 멤버인 미즈노 료가 구상한 이 세계관은 85년 PC 잡지에 연재되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 단행본으로 발간되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게 된다. 소설은 총 7권으로 93년에 연재가 완료되며 2005년까지 누계 발행부수 1,000만부를 넘긴 판타지 라이트 노벨계의 대표적인 베스트 셀러로 군림하고 있다.

정통 RPG 세계관을 적절하게 일본식 테이스트로 변주해 낸 미즈노 료의 로도스 섬의 전기는 단순한 히트를 넘어서 후대의 일본산 RPG와 일본식 중세 판타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반지의 제왕'을 쓴 J.R.R 톨킨이나 D&D가 보여주었던 복잡한 판타지 세계관을 단순화하고 일본식으로 정형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엘프와 같은 크리쳐들에 대한 전형적인 외모 역시 제시하게 된다. 이후 등장하는 수많은 판타지 아니메의 엘프나 다크 엘프들의 모습이 이 로도스 섬의 전기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작품이 후대에 미친 영향은 크다 하겠다.

88년부터 카도카와 서점을 통해 단행본으로 발간되던 로도스 섬의 전기는 90년에 이르러서 매드하우스를 통해 OVA 아니메로 등장하게 된다. 다만, 단행본의 연재 도중에 OVA가 출시되면서 실제 소설의 이야기와 OVA의 이야기 사이에는 꽤 많은 내용상의 차이가 존재하게 된다. 미즈노 료가 OVA 시나리오에 관여하였기에 원작의 스토리라인을 어느 정도 따르고 있지만, 13화라는  길이의 제약상 많은 흥미로운 이야기들과 흥미로운 캐릭터들이 OVA에 등장하지 못한 점은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OVA 1화와 2화를 묶어 극장용 아니메로 공개되기도 했다.

소설이 보여준 스토리의 백미를 100% 살려내지 못한 OVA 히트의 일등공신은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으로 맹활약한 유키 노부테루이다. 80년대부터 범상치 않은 필력으로 업계에서 조금씩 주목을 받던 그는 '파이브스타 스토리(1989)'를 시점으로 서서히 캐릭터 디자이너로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던 참이었는데, 이 로도스 섬의 전기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오르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게 된다. 다만, 실제 캐릭터 원안이자 소설의 삽화 일러스트를 메카닉 디자이너로 더 유명한 이즈부치 유타카가 담당했다는 것이 의외. 토끼 귀처럼 기다린 엘프의 귀를 가진 디드릿트나 수많은 로도스의 캐릭터들은 유키가 아닌 이즈부치가 창조해낸 것이며, 유키는 이즈부치의 원안을 바탕으로 아니메에 어울리는 미형 캐릭터로 새로이 스타일링 한 것이다. 이즈부치의 삽화는 별도의 일러스트 집으로 발매되기도 했는데, 메카닉 디자이너 출신이다보니 캐릭터는 메카닉만큼 디테일하지는 못한 편이다.

소설의 내용을 완벽하게 재현하지는 못했지만, OVA로서의 이야기 구성은 그런대로 준수하다. 디드릿트, 카슈, 베르도, 아슈람 등 몇몇 등장인물들은 원작 소설과 견줄 만큼 매력적이며, 특히 용병왕 카슈나 흑기사 아슈람은 유키의 필력과 어우러지며 주인공 판을 능가하는 매력과 아우라를 보여준다. 하이엘프인 디드릿트의 경우는 아니메의 엘프 캐릭터의 대명사로 현재까지도 그 자리를 어떤 캐릭터에도 내주지 않고 있는데, 사실상 로도스 전기 이후 엘프 캐릭터로서 성공한 예는 디드릿트 외에는 거의 없다시피할 정도. 다크 엘프인 필로테스의 경우도 디드릿트 만큼은 아니었으나 특유의 뇌쇄적인 매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그로 인해 OVA의 오리지널 캐릭터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연재 중이던 원작 소설에까지 등장하게 된다. 반면 주인공 판의 경우 평범한 시골청년에서 로도스를 구하는 성기사로서 성장하는 입지전적인 캐릭터이지만 OVA에서는 이야기가 축약되면서 그의 성장 과정이 대거 삭제, 소설보다는 그 매력이 많이 반감되고 만다.

몽환적인 로도스의 세계를 잘 표현해낸 Sherry의 'Adesso e Fortuna ~ 불꽃과 영원' 역시 오랫동안 사랑받는 오프닝 테마로 기억되고 있다. 이후의 일본산 판타지 아니메들이 가볍고 캐주얼한 내용으로 대게 흘러가게 되지만, 로도스 섬의 전기는 일본적인 재해석에도 불구하고 판타지 본연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중후한 매력을 보여준 작품으로서 판타지 아니메 중에서도 인상적으로 기억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원작 소설이 '마계마인전'이라는 희한한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이후 한국 판타지 소설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OVA는 비디오로 출시된 뒤 나중에는 투니버스에서도 방영된다. 



로도스 섬의 전기 - 영웅기사전 (1998)


ⓒ 水野良 · Group SNE · ロードス島戦記 Project · テレビ東京


<정보>

◈ 감독: 타카모토 요시히로(高本宣弘)
◈ 시리즈 구성/각본: 하세가와 카츠미(長谷川勝己) / 쿠보타 마사시(久保田雅史) 외
◈ 스토리보드/연출: 마츠이 히토유키(まついひとゆき)
◈ 캐릭터 원안/캐릭터 디자인: 나츠모토 마사토(夏元雅人) / 소에다 카즈히로(そえたかずひろ)
◈ 미술감독: 코야마 토시히사(小山俊久)
◈ 음악/노래: 와다 카오루(和田薫) / 사카모토 마야(坂本真綾)
◈ 프로듀서: 이와타 마키코(岩田牧子)
◈ 제작사: AIC
◈ 저작권: ⓒ 水野良 · Group SNE · 夏元雅人 · 百やしきれい / ロードス島戦記 Project
◈ 일자: 1998.04.01~1998.09.30
◈ 장르: 모험,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TVA(27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소개>

로도스 섬의 전기를 원작으로 TV 시리즈 아니메. 미즈노 료의 소설이 원작이지만, 영웅기사전은 카도카와 코믹스 에이스에서 발간된  나츠모토 마사토의 6권짜리 코믹스를 베이스로 하고 있다. OVA에서는 미처 등장하지 못했던 원작 소설 후반부의 주인공 스파크와 니스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이지만, 판과 디드리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3권 '화룡산의 마룡' 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으며 원작의 내용을 비교적 충실하게 따르는 작품이 되었다.

다만, 기대 이하의 작화 퀄리티와 평이한 연출로 인해 작품으로서의 완성도는 몹시 낮은 편. 로도스의 팬들에게는 그다지 인정받지 못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칸노 요코-사카마토 마야 콤비의 오프닝 '기적의 바다'는 낮은 완성도의 본편과는 달리 인상적이다.


어서오세요, 로도스에 (1998)



<정보>

◈ 감독: 치기라 코이치(千明考一)
◈ 각색: 하세가와 카츠미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우사미 코이치(宇佐美 皓一) / 코바야시 아케미(小林明美)
◈ 제작사: AIC
◈ 저작권: ⓒ 水野良 · Group SNE · 夏元雅人 · 百やしきれい / ロードス島戦記 Project
◈ 일자: 1998.04.25
◈ 장르: 모험,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PG)


<소개>

레이 햐쿠야시키의 4컷 만화를 베이스로 만든 단편 아니메. 로도스 섬의 전기 영웅기사전 방영 중간 단편으로 방영되었으며, 극장에서도 상영된다. 원작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내용은 원작과는 다른 오리지널 스토리. SD 캐릭터 답게 코믹한 전개의 작품이다.


<참고 사이트>

[1] ロードス島戦記, Wikipedia Japan
[2] ロードス島戦記-英雄騎士伝-, Wikipedia Japan
[3] ロードス島戦記 (1990), allcinema.net
[4] ロードス島戦記-英雄騎士伝- (1998), allcinema.net
[5] ようこそロードス島へ!(1998), allcinema.net
[6] 로도스 섬의 전기,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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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부터는 TV 시리즈로 새로운 항해를 시작하는 야마토.

ⓒ 宇宙戦艦ヤマト2199 製作委員会



2009년과 2010년, 각각 극장 아니메와 실사판 극장영화로 화려하게 부활을 시도한 니시자키 요시노부(西崎義展) · 마츠모토 레이지(松本零士)의 '우주전함 야마토'. 생각보다는 그리 신통치 않은 성적을 거두면서 2부작으로 기획되었던 극장 아니메는 후속편 제작이 불투명해졌고, 원작자이자 프로듀서였던 희대의 풍운아 니시자키 요시노부가 자신의 배 '야마토'에서 실족사하면서 2010년을 마지막으로 야마토의 시계는 멈춰지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 뒤, 이 오래된 구식 우주전함은 다시 한 번 새로운 승무원들과 함께 우주로 향하는 또다른 항해에 오르게 되니 '우주전함 야마토 2199(2012)'가 바로 그것입니다.

☞ 야마토 2199 공식 홈페이지 (바로가기)

새로운 항해라 하지만, 야마토 2199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스토리는 74년 TV 시리즈를 다시 리메이크한 것인데요. 이는 키무라 타쿠야 주연의 2010년 실사영화와 동일한 전개이기도 합니다. 앞서 언급한 두 작품보다 늦게 개봉했지만 실제 이 야마토 2199는 이미 수차례의 제작시도를 거쳐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기획이 진행되어 왔다고 합니다. 원작자인 니시자키와 원작 만화가인 레이지의 길고긴 법정 다툼 끝에 2009년 극장판 부활편은 니시자키가 레이지와 그의 캐릭터 디자인을 모조리 들어내고 새로운 캐릭터로 승부를 걸었었는데요. 그렇다면 이 새로운 TV 시리즈는 아마도 니시자키가 아닌 레이지의 영향 하에서 진행되었던 프로젝트가 아닌가 싶습니다. (야마토 2199에 그의 캐릭터 디자인이 베이스가 된 걸 보면 말이죠)

캐릭터 디자인은 레이지의 캐릭터 디자인을 계승하기는 했지만 상당히 현대적인 컨셉으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다만, 시리즈의 실질적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오키타 쥬죠 함장의 경우는 원안 거의 그대로 그려지고 있구요. 이 밖에도 기관장인 토쿠가와, 군의관인 사도 선생과 같은 인물들도 원안에 비교해 거의 변화가 없습니다. 묘하게도 나이를 먹은 중장년급 캐릭터들은 원안 그대로, 신세대라 할 수 있는 청년 캐릭터들은 새로운 터치로 그려지면서 신구세대 간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올드팬들을 위해서 오키타 함장과 같은 캐릭터는 원안을 그대로 유지하되 신세대 팬들을 위해서 청년 캐릭터들은 요즘 추세에 맞는 터치로 그렸다고 봐야겠지요. 특히, 모리 유키 외에는 전부 남성으로 채워졌던 야마토의 남성중심적 세계관이 신 TV 시리즈에서는 변화를 맞이하여 유키 외에도 무려 4명의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게 되는데요. 이는 근래의 미소녀 위주의 아니메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제작사가 XEBEC과 AIC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럴 것이라는 예상도 되구요)

캐릭터 디자인은 이미 '우주해적 캡틴 하록 Endless Odyssey(2003)'에서 레이지의 캐릭터를 인상적으로 재해석한 유키 노부테루(結城信輝)가 맡았는데요. 그 때와 달리 이번에는 레이지의 느낌보다는 좀 더 요즘의 취향에 맞추려 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마도 기획 단계에 그런 식의 주문을 받았을 것으로 추측됩니다만, 그로 인해 특색은 사라진 다소 밋밋한 캐릭터가 되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제까지 유키의 필모그라피와 비교하면 그다지 인상적인 느낌이 아닙니다만, 그래도 유키가 그려서 이 정도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는군요. 다만 안타깝게도 실제 아니메에서는 작화감독이 다른 이유로 유키의 스타일이 그나마 더 반감되는 것 같아 보입니다. 


감독을 맡은 이즈부치 유타카(出渕裕)는 아시다시피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1988)' '기동경찰 패트레이버(1988)' 등으로 잘 알려진 일류 메카닉 디자이너입니다. 그는 이미 '라제폰(2002)'으로 제법 인상적인 연출 데뷔를 한 적이 있지요. 위키 재팬에 따르면 감독으로 추천받은 그는 자신보다는 안노 히데아키(이즈부치나 안노 모두 야마토의 열혈팬)를 감독으로 앉히고 자신은 그를 보조하는 역할로 머물기를 원했습니다만, 때마침 시작된 에반게리온 극장판 프로젝트 때문에 결국은 감독직을 수락했다고 합니다. 그는 총감독으로서 시리즈 구성과 메카닉 디자인에도 관여했는데요. 스토리보드와 연출 쪽은 '기동전사 건담 더블오(2007)', '투러브루(2008)' 등에서 연출 스탭으로 활약한 에노모토 아키히로(榎本明弘)나 가이낙스 출신으로 특촬물과 실사영화에서도 활약하고 있는 히구치 신지(樋口真嗣) 등이 이즈부치를 보좌하고 있습니다. 

메카닉 디자인은 이즈부치 외에도 '천공의 에스카플로네(1996)', '카우보이 비밥(1998)' 등으로 유명한 야마네 키미토시(山根公利)가 참여하고 있으며, '기동전사 Z 건담(1985)', '기동전사 ZZ 건담(1986)'의 메카닉 디자이너 였던 코바야시 마코토(小林誠)와 사야마 요시노리(佐山善則)도  디자인 스탭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함대전은 3D로 연출되고 있는데, 이 3D는 '기동전사 건담 MS IGLOO(2004)'를 연출했던 이마니시 타카시(今西隆志)가 담당하고 있군요. 음악은 오리지널 야마토의 음악을 맡았던 미야가와 히로시의 아들 미야가와 아키라(宮川彬良). 보시다시피 주요 스탭진의 면모는 꽤 비중있는 편입니다만, 이들 대부분이 야마토를 보고 자란 아니메 1세대에 해당하는 인물임을 볼 때 격세지감을 느끼게 합니다. 완벽히 새로운 세대에 의해 야마토가 다시 부활하는 셈인 것이죠. 아, 주제가 만큼은 사사키 이사오(ささきいさお)가 그대로 불러주시는군요. 하긴 일본의 올드팬들에게 이 부분은 꽤 크리티컬 부분일지도.

아쉬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마토의 구시대적인 내러티브는 야마토 2199에서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군국주의의 상징적 골동품 같은 야마토야 그렇다치더라도 민족주의적 정서가 깊게 베인 시놉시스, 과도한 비장미, 시대를 벗어난 장렬함, 카미카제식 희생에 대한 미화 등, 야마토가 간직하고 있는 부정적인 정서들은 사실 글로벌한 감성과는 거리가 멀 뿐더러 일본의 신시대들에게도 그다지 먹히지 않는 테마입니다. 과연 이러한 고정관념을 야마토가 얼마나 극복해낼지는 미지수, 아니 부정적으로 보이는군요. 오리지널 스토리를 거의 그대로 따라가면서 원작이 내포하고 있던 몇가지 모순점을 조정하고 스토리 템포를 변화시킨 것이 이번 야마토 2199의 큰 구성이기에 이러한 예상은 거의 틀리지 않을 듯 합니다. (실사판 야마토에서 보여준 전혀 공감되지 않는 비장미가 아니메에서는 그나마 덜 거슬리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좋아질 것 같지도 않을 듯)

야마토 2199는 3화까지를 극장을 통해 선행방송 형태로 상영한 후, 2013년부터 TV 시리즈로 방영을 한다고 합니다. 1화가 이미 4월에 개봉을 했고, 5월에 블루레이와 DVD로 릴리즈가 되었지요. 2화는 6월 30일에 개봉예정에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2008년 극장 아니메에 비해서는 나아진 모습으로 평가도 좋은 듯 싶은데요. 근래 들어 다시금 시작되는 아니메 마스터피스들의 부활 프로젝트가 일견 반갑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소재 고갈로 인해 한계에 다다른 아니메의 현실을 대변하는 듯도 합니다. 야마토가 부활을 했고, 건담도 부활 예정이니 다음에는 또 어떤 마스터피스가 부활 티켓을 예매할지 기대가 되는군요.

☞ 우주전함 야마토 시리즈 (보러가기)

ⓒ 宇宙戦艦ヤマト2199 製作委員会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宇宙戦艦ヤマト2199 製作委員会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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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사 건담 0080, 포켓 속의 전쟁 (1989),
機動戦士 ガンダム 0080 ポケットの中の戦争 / Gundam 0080 War in the Pocket


ⓒ SOTSU • SUNRISE


<정보>

◈ 원작: 토미노 요시유키(富野由悠季), 야다테 하지메(矢立肇)
◈ 감독: 타카야마 후미히코(高山文彦)
◈ 구성/각본: 유우키 쿄스케(結城恭介) / 야마가 히로유키(山賀博之)
◈ 콘티: 타카야마 후미히코, 사토 쥰이치(佐藤順一)
◈ 연출: 타카마츠 신지(高松信司), 요코야마 히로유키(横山広行)
◈ 캐릭터 디자인: 하루히코 미키모토(美樹本晴彦)
◈ 디자인 웍스: 이즈부치 유타카(出渕裕)
◈ 메카닉 디자인 협력: 아키타카 미카(明貴美加) 外
◈ 작화감독: 쿠부오카 토시유키(窪岡俊之), 카와모토 토시히로(川元利浩) 外
◈ 메카 작화감독: 이와타키 사토시(岩瀧智)
◈ 미술감독: 이케다 ?(池田繁)
◈ 음악/노래: 카시부치 테츠로(かしぶち哲郎) / 시이나 메구미(椎名恵)
◈ 기획/프로듀서: 선라이즈 / 우치다 켄지(内田健二), 타카시나 미노루(高梨実)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9.03.25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전쟁
◈ 구분/등급: OVA(6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시놉시스>

지구연방군과 지온공국의 일년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무렵, 지구연방군이 북극에서 신형 건담을 개발하고 있다는 첩보가 지온공국에 입수된다. 지온공국 돌격기동군 소속 특수부대인 사이클롭스 부대가 개발된 신형 건담의 파괴작전을 위해 투입하지만, 간발의 차이로 신형건담을 실은 셔틀은 우주로 날아오르고 작전은 실패로 끝나고 만다. 지온군은 이후 첩보를 수집하여 신형 건담이 사이드 6의 리보 콜로니에 있음을 포착, 사이클롭스 부대에게 신형 건담의 탈취/파괴 작전인 루비콘 작전의 실행을 지시한다. 하지만 이는 표면상의 목적일 뿐, 루비콘 작전에는 모종의 음모가 내재되어 있었다.

한편, 루비콘 작전을 위해 리보 콜로니에 투입된 사이클롭스 부대의 신병 버나드 와이즈먼(애칭 버니)은 콜로니에 사는 초등학생 소년 알프레드 이즈루하(애칭 알)와 우연치 않게 만나게 된다. 자신의 자쿠를 알에게 들킨 버니는 자신의 정체와 자쿠에 대해서 비밀을 지키는 조건으로 알에게 지온군 계급장을 건네 준다. 어느덧 버니와 알은 친형제처럼 가까워지게 되는데...


<소개>

ⓒ SOTSU • SUNRISE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1988)'를 통해 토미노가 창조해 낸 건담 월드는 사실상의 종언을 고했다. 시리즈를 이끌던 영원한 주인공이자 라이벌인 아무로 레이와 샤아 아즈나블의 퇴장만큼 확실한 피날레는 없었지만, 스토리의 종결과는 별개로 이미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던 건프라와 관련 상품들로서는 계속적으로 새로운 추진제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만약, 건담을 통해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스폰서 반다이에게 건담을 대체할 회심의 브랜드가 있었다면 이야기는 달랐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대안으로 제시되었던 수많은 리얼로봇 아니메의 프라모델들은 나름의 매력을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건프라 만큼의 시장을 형성하지 못했고, 더 이상의 트렌드를 만들어내지 못한체 건담 시리즈보다 먼저 소멸되어버린 뒤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과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1986)'의 연이은 실패를 통해 리얼로봇의 시대가 저물고 있었음을 알고 있었던 반다이와 선라이즈로서는 후속 건담 시리즈를 TV로 기획하는 것에는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그로 인해 당시 대안 미디어로 각광받고 있던 OVA로의 기획이 자연스레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건담 시리즈가 OVA로 제작되는 것도 상당히 화제거리였지만, 당시 팬들을 놀라게 했던 것은 건담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토미노 요시유키가 이 신시리즈에서 아예 배제되었다는 것이다. 토미노 감독이 빠진 최초의 건담 시리즈, 그것이 바로 '기동전사 건담 0080 포켓 속의 전쟁(1989)'이다.
 
새로운 시리즈답게 스탭들 역시 기존의 멤버들에서 새로운 멤버들로 일신하게 된다. 그것은 이 신 건담 시리즈가 OVA라는 저예산 작품으로 제작되는 상황이 한몫을 했을지 모르겠는데, 먼저 '초시공 요새 마크로스(1982)'에서 연출파트를 맡았던 타카야마 후미히코가 감독으로 낙점받게 된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1984)'를 제작한 탑 크래프트 출신으로, 당시 프리랜서였던 타카야마 감독은 외부와의 접촉을 지나치게 싫어하는 괴팍한 성격으로 업계에서도 기인으로 취급받고 있었는데, 마크로스에서의 연출력을 높게 평가한 반다이와 선라이즈의 의견일치로 인해 은둔생활에서 벗어나 토미노가 빠진 건담호의 선장으로 오르게 된다. 로봇물에 대한 짙은 회의를 품고 있던 그였지만 건담 시리즈 이후로 '초시공세기 오거스 02(1993)', 'WXIII 기동경찰 패트레이버(2001)', '라제폰(2002)' 등 완성도 높은 로봇물을 계속 만들어 왔다는 점에서 어찌보면 토미노 감독과 같은 길을 걸었다고도 할 수 있다.

가이낙스의 설립멤버로 마크로스 TV 시리즈에 참가하기도 했으며, '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1987)'를 통해 감독과 각본가로 데뷔한 야마가 히로유키의 참여도 인상적이다. 또한, 마크로스의 정체성을 설립한 캐릭터 디자이너 하루히코 미키모토의 참여는 본작이 이전의 건담 시리즈와 시각적으로 뚜렷하게 구별되는 중대한 포인트이기도 했다.(개인적으로 하루히코의 캐릭터는 건담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생각을 지금도 갖고 있는데, 그와는 별개로 하루히코는 이후 많은 건담 소설과 코믹스 등에서 일러스트를 맡으며 꾸준히 건담과의 인연을 이어가게 된다.) 전반적으로 볼 때 이들 주요 스탭들이 마크로스라는 공통 키워드로 묶여 있는 점은 흥미롭다. 건담의 영향을 받고 자라난 신세대들이 만든 마크로스, 그 마크로스의 스탭진들이 건담을 만든다는 것은 당시 아니메 업계의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메카닉 디자인은 더블제타 건담 이후로 건담의 대표적 메카닉 디자이너로 자리를 굳힌 이즈부치 유타카가 맡았다. 이전작까지만해도 자신의 스타일보다는 건담의 원 디자인 철학을 따르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던 이즈부치는 본작에서는 좀 더 자신의 스타일을 담아낸 MS들을 선보이게 된다. 특히, 독일 밀리터리 마니아인 이즈부치의 취향을 그대로 담아낸 MS 캠퍼는 여타의 MS와는 상당히 다른 모양새로, 오히려 그가 디자인을 맡았던 '기동경찰 패트레이버(1988)' 시리즈의 레이버와의 유사점이 더 많은 기체이기도 하다. 

새로운 건담 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모빌슈트와 뉴타입이라는 전통적인 건담 시리즈의 테마에서 벗어나 있다. 신형건담의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콜로니에 잠입한 지온의 신병 버니는 우연치 않게 콜로니의 초등학생 알과 만나 친분을 쌓으며 첩보활동을 계속한다. 알은 버니가 지온군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아직 어린 소년인지라 그것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여기에 건담의 테스트 파일럿으로 참가한 크리스티나가 우연치 않게 알을 통해 버니를 알게 된다. 알은 둘의 신분을 서로에게 얘기하지 않고서 이 좋은 만남을 계속 유지하려 하고, 크리스티나와 버니는 서로의 신분을 모른채 조금씩 호감을 품게 된다. 서로가 서로의 정체를 모른 채로 가까워지는 안타까운 구도는 결국 마지막 파국을 향한 일종의 복선이라 하겠다.

전쟁 속에 피어나는 이 묘한 상황은 전통적인 건담 시리즈보다는 오히려 마크로스 시리즈의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주인공인 이들 셋의 관계도 관계이지만 전반적으로 이 작품은 모빌슈트 간의 전쟁묘사나 뉴타입과 같은 거창한 주제 대신 좀 더 드라마적인 흐름을 타고 있으며, 등장인물 역시 이제까지 우리가 건담 시리즈에서 알아온 인물들이 모두 배제된 전혀 새로운 인물들로 이는 정통 건담 시리즈의 세계관 내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사이드 스토리였던 것이다. 건담 0080에서 보여준 이야기는 상당히 노련하면서도 만화영화의 수준을 넘어선 극적 긴장감과 드라마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로 인해 모빌슈트나 뉴타입이 사실상 극의 중심축에서 멀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상당한 임팩트와 여운을 팬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작품은 기대 이상의 성공을 가져다 주었다. 토미노 감독이 빠졌음에도, 리얼로봇의 파워가 이미 한계에 다다랐음에도 불구하고 얻은 이 호응은 반다이와 선라이즈에게 건담 시리즈를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확신을 가져다준 것이었다. 이로 인해 표류하던 건담 호는 다시금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또한번의 출항을 시작하게 된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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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경찰 패트레이버 Early Days (1988), 機動警察パトレイバー / Patlabor


ⓒ HEADGEAR · BANDAI VISUAL / TFC


<정보>

◈ 원작: 헤드기어, 유키 마사미(ゆうきまさみ)
◈ 감독: 오시이 마모루(押井守) - 6화까지 / 요시나가 나오유키(吉永尚之) - 7화
◈ 각본: 이토 카즈노리(伊藤和典)
◈ 콘티/연출: 오시이 마모루 / 나카무라 류타로(中村隆太郎), 사와이 코지(澤井幸次), 이타노 이치로(板野一郎)
◈ 캐릭터 디자인: 타카다 아케미(高田明美)
◈ 메카닉 디자인: 이즈부치 유타카(出渕裕)
◈ 작화감독: 키세 카즈치카(黄瀬和哉), 와다 타쿠야(和田卓也), 다카하시 나오토(高橋直人)
◈ 미술감독: 오구라 히로마사(小倉宏昌)
◈ 음악/노래: 가와이 켄지(川井憲次) / 카사하라 히로코(笠原弘子)
◈ 제작사: 스튜디오 딘
◈ 저작권: ⓒ HEADGEAR · BANDAI VISUAL / TFC
◈ 일자: 1988.04.25 ~ 1989.06.25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범죄물
◈ 구분/등급: OVA(7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시놉시스>

하이퍼 테크놀로지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수많은 분야에 진출한 범용 인간형 기계 레이버(Labor). 하지만 그것은 레이버 범죄라 불리는 새로운 사회적 위협을 만들어 내었다. 계속되는 레이버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경시청은 산하에 특수차량 2과를 창설하게 된다. 통칭 특차 2과로 불리는 패트레이버 중대, 패트레이버의 탄생인 것이다.

하지만 막상 창설된 특차 2과는 경시청 내부의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단 세 대의 고물 레이버만이 지급된 형식상의 조직으로, 경시청 내부에서도 따돌림을 받는 허울뿐인 조직이기도 했다. 지루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3개월 째, 마침내 최신형 레이버 3대가 특차 2과에 지급되기에 이른다. 이와 동시에 이 패트레이버의 운용을 위한 풋내기 요원들이 특차 2과에 배속되는데... (줄거리 서두는 OVA 프롤로그의 대사를 그대로 인용)


<소개>

'기동전사 건담(1979)'을 시작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리얼로봇이 87년 사실상의 종언을 고한 직후 등장한, 어찌보면 이제까지의 거대로봇 아니메 중 가장 현실적인 진짜 리얼로봇물이라 부를 수 있는 작품. 오시이 마모루를 위시한 창작집단 헤드기어의 첫 작품이자 헤드기어의 탄생을 알린 작품이며, 동시에 막다른 골목까지 다다랐던 오시이 마모루를 기사회생시킨 작품이기도 하다. 로봇물이면서도 프라모델이나 완구 업체를 스폰서로 삼지 않고 미디어 믹스적인 비즈니스 전개를 취하여 로봇물 중 거의 유일하게 스폰서의 입김에 놀아나지(?) 않은 작품이 바로 이 작품 '기동경찰 패트레이버(1988)'이다.

보통 TV 시리즈로 등장하여 인기를 끌면 극장 아니메가 제작되고, 이후 후속편이나 스핀오프 형태의 이야기가 OVA로 제작되는 것이 거의 관행이던 당시의 아니메 제작 시스템과는 달리, OVA로 등장하여 인기를 얻은 후, 극장 아니메가 제작되고 TV 시리즈가 제작되는 보편적인 방식을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 역시 특이하다 할 수 있다. 여러 면에서 패트레이버가 당대의 로봇물과는 다른 출발점과 다른 방향성을 갖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1982년, 회사원에서 전업 만화가로 전향한 유키 마사미가 친한 친구들과 설정 기획에 대한 아이디어를 교환하던 와중 '바이돌'이라는 기획에서 인간형 로봇 레이버가 등장하게 된 것이 패트레이버의 시작이다. 아이디어에 살을 붙여 가는 과정에서 몇년 뒤 건담의 메카닉 디자이너로 유명해지는 이즈부치 유타카가 가세하고, '시끌별 녀석들(1981)'을 집필하면서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토 카즈노리가 합류하면서 초기의 아이디어는 점차 애니메이션을 위한 기획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여기에 보다 애니메이션에 알맞는 캐릭터를 구현하기 위해 시끌별 녀석들과 '마법천사 크리미 마미(1983)', 그리고 '변덕쟁이 오렌지로드(1987)'를 거쳐 80년대 최고의 캐릭터 디자이너 중 한명으로 성장한 타카다 아케미가 참가하게 된다. 여기에 오시이 마모루까지 가세하면서 창작집단 '헤드기어'가 최초로 결성된다.

오시이 마모루는 비교적 늦은 시기에 이 기획에 동참하게 된다. 당시 그는 '달로스(1983)'와 '시끌별 녀석들 2 뷰티풀 드리머(1984)', '천사의 알(1985)'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면서 입지가 많이 좁아진 상황으로, 일감이 거의 없어 생활고를 겪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가 스스로 밝혔듯이 이 패트레이버는 오시이에게 있어서 기사회생의 기회이자 터닝포인트 였던 셈이다. 다만 기획이 어느 정도 잡힌 후에 참여한 본 작품에 오시이가 100% 만족하지는 않았다고 전해지며, 그중 주역 메카인 98식 잉그램의 경우에는, 슈퍼로봇에서 이어져온 인간형 로봇의 컨셉이라는 점에서 몹시나 언짢아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디자이너인 이즈부치를 '메카 음치'라고 깔아내릴 정도.) 사실적인 로봇을 그리는 작품에서 인간형 로봇은 비현실적이다라는 것을 오시이는 주장한 셈인데, 결국 본 작품에는 잉그램과 같은 인간형 레이버 외에 상당수의 레이버가 오시이의 뜻에 따라 산업기계를 연상시키는 형태로 등장하게 된다.

오프닝의 서두에서 펼쳐지는 잉그램의 놀라운 액션장면을 보고 본 작품에 빠져든 로봇 마니아들도 많았는데, 사실 오프닝의 컷은 거의 떡밥 수준으로 볼 수 있다. 본편의 전개는 로봇들의 강렬한 메카 액션과는 거리가 먼 시트콤 수준의 코미디와 드라마가 주를 이루는 작품으로, 이제까지 등장한 로봇 아니메 중 가장 평범하고 소박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애초에 코미디 영화 '폴리스 아카데미'의 인물 설정을 모티브로 삼고 있기에 작품의 주무대이자 주인공들이 소속된 특차 2과는 개성이 강한 개그 캐릭터들로 넘실거린다. 다만, 빵 터지는 강한 개그보다는 전체적으로 잔잔한 시트콤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는데, 이는 오시이표 개그의 특징이기도 하다. 개그에서조차 느린 호흡을 자랑하는 오시이의 진가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리얼로봇이라는 범주에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패트레이버는 여타의 리얼로봇에 비해 태생이나 성격이 다른 별개의 범주에 속하는 작품이다. 거대한 세력과 세력간의 전쟁을 테마로 삼았던 여타의 로봇 아니메와는 달리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부터 테러 사건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범죄를 해결하는 범죄수사물에 가까우며, 주인공들 또한 천재 파일럿이나 고뇌하는 주인공이 아닌 어딘가 나사가 하나씩 빠진 경찰 공무원들이라는 점이 기존의 로봇물과는 다르다 하겠다. 시대 배경, 장소, 생활방식 등 모든 면에서 작품이 만들어졌던 80년대를 연상시키는데, 그저 6~8미터의 인간형 로봇이 등장한다는 것만이 다를 뿐 이러한 익숙한 배경과 평범한 이야기 전개는 패트레이버를 다른 로봇 아니메와는 다른 성격의 리얼로봇물로 그려주고 있다.

로봇의 활약이 거의 없는 독특한 형식의 로봇물임에도 불구하고 반응은 기대이상이었다. 애초에 6부작으로 기획했던 OVA는 이후 1편이 더 연장되었으며 연출은 오시이 마모루가 아닌 시끌별 녀석들에서 콘티와 연출을 맡았던 요시나가 나오유키가 맡게 된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키사하라 히로코의 주제가 '미래파 Lover'는 일본 아이돌 여가수들의 앵앵거리는 목소리를 싫어하던 당시의 엘로스에게 마크로스의 노래들과 더불어 그 편견을 날려준 곡으로, 톡톡 튀는 멜로디와 상큼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곡이기도 하다. OVA 2기와 구분하기 위해 나중에 출시되는 영상 소프트에는 'Early Days'라는 부제가 붙는다.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the Movie (1989) 


ⓒ HEADGEAR · EMOTION / TFC


<정보>

◈ 감독: 오시이 마모루
◈ 각본: 이토 카즈노리
◈ 캐릭터 디자인: 타카다 아케미
◈ 메카닉 디자인: 이즈부치 유타카 
◈ 디자인 협력: 카와모리 쇼지(河森正治), 사야마 요시노리(佐山善則), 이토 타케히코(伊東岳彦)
◈ 작화감독: 키세 카즈치카
◈ 미술감독: 오구라 히로마사
◈ 음악: 가와이 켄지
◈ 기획/프로듀서: 헤드기어 / 우노사와 신(鵜之沢伸), 마키 타로(真木太郎)
◈ 제작사: 스튜디오 딘
◈ 저작권: ⓒ HEADGEAR · EMOTION / TFC
◈ 일자: 1989.07.15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범죄물
◈ 구분/등급: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컴퓨터 바이러스에 의한 레이버의 폭주를 다룬 패트레이버의 첫 극장판 아니메. 키세 카즈치카의 현실적인 극화체풍의 작화는 극장판에 와서 더더욱 두드러졌는데, 그로 인해 타카타 아케미의 터치는 많이 사라지고 있다. 이는 후일 두번째 극장판과 세번째 극장판으로 이어지는 보다 심각한 패트레이버를 위한 일종의 포석이라고도 볼 수 있다. 컴퓨터 바이러스를 이용한 에피소드는 당시로서는 상당히 참신한 설정이었는데, 무엇보다 80년대 후반은 PC의 보급률이 전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던 시대로 컴퓨터 바이러스라는 개념 자체가 일반인에게는 상당히 생소한 개념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꽤나 앞서간 소재라 할 수 있겠다. 

극장판의 레벨에 맞게 이즈부치 유타카 외에 다수의 디자이너가 참가한 것도 눈길을 끈다. 특히,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의 원작자겸 메카닉 디자이너인 거물 카와모리 쇼지의 가세라든지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으로 데뷔하여 여러 건담 시리즈에서 활약하게 되는 사야마 요시노리나 이토 타케히코 등으로 인해 한차원 더 높아진 메카닉 디테일을 경험할 수 있다. 극장판에 어울리는 뛰어난 수준의 작화 역시 볼거리로, 이후로 계속되는 압도적 퀄리티의 오시이표 극장판 아니메의 시발점이 된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다.  .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TV (1989) 


ⓒ HEADGEAR · BANDAI VISUAL / TFC

<정보>

◈ 감독: 요시나가 나오유키
◈ 각본: 이토 카즈노리, 오시이 마모루, 요코테 미치코(横手美智子), 키무라 ?(木村直人)
◈ 콘티/연출: 타키자와 토시후미(滝沢敏文), 카세 미츠코(加瀬充子) 外 / 토모나가 케이타로(元永慶太郎), 아오키 야스나오(青木康直)
◈ 작화감독: 니시무라 노부요시(西村誠芳), 타카미 아키오(高見明男)
◈ 미술감독: 시부야 유키히로(渋谷幸弘)
◈ 음악/노래: 가와이 켄지 / 카사하라 히로코
◈ 프로듀서: 호리코시 토오루(堀越徹), 이시카와 세이지(石川清司)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HEADGEAR · BANDAI VISUAL / TFC
◈ 일자: 1989.10.11~1990.09.26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범죄물
◈ 구분/등급: TVA(47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극장판을 거치면서 인기를 입증한 패트레이버의 첫번째 TV 시리즈. 흥미로는 것은 본 작품의 제작을 선라이즈가 맡았다는 사실인데, 리얼로봇 아니메를 최초로 제작한 아니메 제작사와 리얼로봇의 개념을 다른 형태로 정립한 작품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이 조우는 몹시도 흥미롭다 하겠다. 오시이 마모루가 각본 스탭으로 한발 물러나고 요시나가 나오유키가 OVA 7편에 이어 감독을 맡으면서 전반적으로 오시이 색체는 옅어졌으며, 선라이즈의 가세로 분위기도 일신하게 된다. 다만, 이토 카즈노리나 오시이가 여전히 각본을 맡고 있어 패트레이버만의 정체성이 흔들리지는 않는다. 특차2과의 일상에 대한 묘사나 현실적인 에피소드 등은 본 작품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TV 시리즈에서는 이즈부치 유타카의 최고의 디자인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검은색 레이버 그리폰이 최초로 등장하고 있다. 미려하고 세련된 유선형의 검은색의 바디와 인상적인 빨간색 바이저는 산업용 기계로봇이 주로 등장하는 현실적인 패트레이버의 작품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52화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여건상의 이유로 47화로 종영하게 된다.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OVA 2기 (1990) 


ⓒ HEADGEAR · EMOTION / TFC

<정보>

◈ 감독: 요시나가 나오유키
◈ 각본: 오시이 마모루, 이토 카즈노리, 요코테 미치코 外
◈ 콘티/연출: 요시나가 나오유키, 키쿠치 카즈히토(菊池一仁) 外 / 토모나가 케이타로, 아오키 야스나오 外
◈ 작화감독: 야마다 키사라카(山田きさらか), 타카기 히로키(高木弘樹)
◈ 기획: 헤드기어
◈ 제작사: ?
◈ 저작권: ⓒ HEADGEAR · BANDAI VISUAL / TFC
◈ 일자: 1990.11.22~1992.04.23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범죄물
◈ 구분/등급: OVA(16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TV 시리즈의 이야기에서 이어지는 내용으로 제작된 두번째 OVA. 전체적으로 각각의 패트레이버 시리즈는 스토리적 연관성이 별로 없는 패러랠 월드를 표방하고 있지만 본 OVA와 TV 시리즈는 뚜렷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 작품이다. 이는 애초에 5화를 마저 다 채우지 못하고 종영된 TV 시리즈의 이야기를 마무리 짖자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2 the Movie (1992) 


ⓒ HEADGEAR · BANDAI VISUAL / TFC · Production I.G


<정보>

◈ 감독: 오시이 마모루
◈ 각본: 이토 카즈노리
◈ 작화감독: 키세 카즈치카
◈ 디자인 협력: 카와모리 쇼지, 카토키 하지메(カトキハジメ), 후지시마 코스케(藤島康介)
◈ 미술감독: 오구라 히로마사
◈ 음악: 가와이 켄지
◈ 기획/제작: 헤드기어 / 우노사와 신, 하마와다 츠요시(濱渡剛)
◈ 제작사: 타츠노코 프로, 프로덕션 I.G
◈ 저작권: ⓒ HEADGEAR · BANDAI VISUAL / TFC · Production I.G
◈ 일자: 1992.08.07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범죄물
◈ 구분/등급: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오시이의 정체성이 다시금 불을 뿜은 패트레이버의 두번째 극장판. 애초부터 비현실적인 인간형 로봇의 등장이 마뜩치 않았던 오시이는 본작에 이르러 레이버의 활약을 대폭 축소시켰으며, 도쿄 시내에서 일어난 테러와 쿠데타, 그리고 이 일련의 사건에 연루된 음모를 파헤치는 서스펜스가 주를 이루는 작품으로 패트레이버를 변주하게 된다. 작품의 모티브는 첫번째 OVA의 에피소드 5, 6편인 '2과의 가장 긴하루'에 그려졌던 자위대의 쿠데타가 모티브가 되었다. 어떤 면에서는 패트레이버이지만 패트레이버라고 보기 힘든 작품인 셈이다. 패트레이버를 통해 이전과는 달리 좀 더 대중취향적인 작품을 만들던 오시이의 작품 세계가 다시 원점으로 회귀하고 있음을 알려준 작품이기도 하다. 

무거운 주제와 정적인 연출, 느린 호흡으로 긴 가치관과 이념을 읊는 오시이표 스타일로 인해 지루한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정체불명의 테러 뒤에 숨겨진 거대한 음모와 정치적 헤게모니, 어눌하지만 뛰어난 상황판단력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특차2과의 코토 등 서스펜스 물로서는 영화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메카닉 디자인에 있어서도 비록 레이버의 비중은 줄어들었지만 서두의 군사형 레이버를 비롯하여 상당히 하드한 밀리터리 디테일을 보여주고 있다. 건프라 디자이너로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카토키 하지메나 '오, 나의 여신님'의 작가로 메카닉 마니아이기도 한 후지시마 코스케 등이 참여하여 현실적인 병기와 탈 것들을 선보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오시이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이기도 하다.


폐기물 13호 (2002), WXIII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 HEADGEAR · EMOTION / TFC


<정보>

◈ 감독: 타카야마 후미히코(高山文彦)
◈ 각본: 도리 미키(とり みき)
◈ 캐릭터 디자인: 타카기 히로키
◈ 메카닉 디자인: 이즈부치 유타카, 카와모리 쇼지, 카토키 하지메
◈ 작화감독: 키세 카즈치카, 타카기 히로키 外
◈ 미술설정: 와타베 타카시(渡部隆)
◈ 음악: 가와이 켄지
◈ 애니메이션 프로듀서: 마루야마 마사오(丸山正雄), 시노하라 아키라(篠原昭)
◈ 제작총지휘: 와타나베 시게루(渡辺繁), 카와시로 카즈미(川城和実)
◈ 제작사: 매드하우스, 반다이, 토호쿠신사
◈ 저작권: ⓒ HEADGEAR · EMOTION / TFC
◈ 일자: 2002.03.30
◈ 장르: SF, 괴수물, 드라마, 리얼로봇, 범죄물
◈ 구분/등급: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10년만에 등장한 패트레이버의 신작 극장판. 오시이 마모루나 유키 마사미, 이토 카즈노리 등 패트레이버의 핵심진용이 대거 불참한 작품으로, 기존의 패트레이버들과는 여러모로 다른 뉘앙스를 풍기는 작품이다. 주인공 또한 특차 2과가 아닌 형사 쿠스미 타케시와 하타 신이치로이며, 특차 2과의 인물들과 레이버는 작품의 후반부에나 등장하게 된다. 그저 패트레이버의 세계관을 빌어온 스핀오프인 셈.

총 22권으로 완결된 유키 마사미의 원작 코믹스의 에피소드 '폐기물 13호'를 모티브로 만들어졌으나 원작과는 달리 상당히 시리어스한 성인취향의 전개가 눈길을 끈다. 이로 인해 뉘앙스는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똑같이 시리어스한 오시이의 극장판 2편과 같은 어두운 색체를 풍기고 있다. 다만, 정치논리라든지 이념적인 가치관에 대한 질문을 던져 우리를 어지럽게 했던 오시이의 극장판 2편과는 달리 본작은 괴수 탄생의 비밀을 간직한 한 여인과 그에 얽힌 슬프고도 충격적인 진실, 이를 뒤쫓는 두 민완형사의 이야기가 담긴 스릴러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결과적으로 부제인 패트레이버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물건이 되었지만 작품 자체의 완성도는 상당히 높으며, 몰입감도 뛰어나다. 키세 카즈치카의 극화체는 본 작품과 완벽한 싱크로를 자랑한다.

한때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에 등장한 괴물이 폐기물 13호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표절 논란에 휘말리기도. 형체를 알기 힘든 그로테스크한 몸체에 크고 강한 꼬리, 인간처럼 팔 다리가 달린 부분은 일견 표절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불러 일으켰는데,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양서류나 어류(실제 모티브는 아구라고 전해짐)를 연상시키는 외형에, 개구리의 다리와 흡사한 네 개의 다리를 갖고 있는 반면, 폐기물 13호는 인간의 유전자가 결합되어 인간과 같은 팔다리와 여성의 가슴까지 달려있고 치아가 있다는 점에서 표절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폐기물 13호의 디자인과 완전히 무관하다고 언급하기에는 실루엣의 일부가 비슷한 것도 사실. 이로 인해 국내 일부 네티즌과 혐한류에게 본의 아니게 여러가지 가십거리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다만 디자인 외에 스토리 상의 표절을 주장하는 부분은 근거가 없는 악성 루머다.(그런 식이라면 공각기동대는 블레이드런너의 표절이다.)


미니 파토 (2002) 


ⓒ HEADGEAR · EMOTION / TFC · Production I.G

<정보>

◈ 감독: 카미야마 켄지(神山健治)
◈ 각본/연출컨셉/음향 프로듀스: 오시이 마모루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니시오 테츠야(西尾鉄也)
◈ 음악/노래: 가와이 켄지 / 히요도 마코(兵藤まこ)
◈ 제작사: 프로덕션 I.G
◈ 저작권: ⓒ HEADGEAR · EMOTION / TFC · Production I.G
◈ 일자: 2002.03.30
◈ 장르: 드라마, 코미디
◈ 구분/등급: 단편(옴니버스 3부작)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폐기물 13호와 동시에 상영된 단편 애니메이션. 여러가지 실험적 기법이 적용된 작품으로 얼핏 보기에는 종이를 오려 만든 캐릭터를 카메라로 찍은 인형극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풀 CG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가분수의 귀여운 2등신 캐릭터가 등장하는 이런 형태의 애니메이션을 일본에서는 '파다파다 아니메(パタパタアニメ)'라고 부르기도 한다.([5] 참조) 파닥파닥 아니메로 명명해도 좋을 듯.

각본부터 연출컨셉에 이르는 기본 얼개는 오시이 감독이 아웃라인을 잡았으며, '인랑(2000)'에서 연출을 맡았으며, 오시이가 기획자 양성을 위해 세운 오시이 학원 출신이기도 한 신예 연출가 카미야마 켄지가 감독을 맡아 범상치 않은 연출력을 선보였다. 카미야마는 본 작품에서 선보인 종이 인형극과 같은 애니메이션 기법을 후일 자신의 TV 시리즈인 '동쪽의 에덴(2009)'의 엔딩 애니메이션에서 다시 한 번 선보이기도. 본편의 작화는 키세 카즈치카와 함께 Production I.G의 양대 작화가이자 오시이 마모루의 또다른 작화 파트너이기도 한 니시오 테츠야가 맡고 있다. 

엉뚱한 관점과 마니악한 지식을 바탕으로 풀어가는 황당한 코미디는 패트레이버 본래의 스타일을 극장판보다 더 잘 살리고 있다.


<참고 사이트>

[1] 機動警察パトレイバー, Wikipedia Japan
[2] 機動警察パトレイバー the Movie, Wikipedia Japan
[3] 機動警察パトレイバー 2 the Movie, Wikipedia Japan
[4] WXIII 機動警察パトレイバー, Wikipedia Japan
[5] ミニパト, Wikipedia Japan
[6] 機動警察パトレイバー (OVA 第1期) (1988), allcinema.net
[7] Patlabor, Wikipedia
[8] Patlabor The Mobile Police (OAV 1/1988), ANN
[9]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엔하위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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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노 감독의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 목차>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1988), 逆襲のシャア / Char's Counter Attack


ⓒ SOTSU · SUNRISE


<정보>

◈ 원작/총감독/각본: 토미노 요시유키(富野由悠季)
◈ 보조연출: 카와세 토시후미(川瀬敏文), 타카마츠 신지(高松信司)
◈ 캐릭터 디자인: 키타즈메 히로유키(北爪宏幸)
◈ 메카닉 디자인: 이즈부치 유타카(出渕裕), 사야마 요시노리(佐山善則), 스즈키 마사히사(鈴木雅久), GAINAX
◈ 디자인 협력: 오하타 코이치(大畑晃一)
◈ 작화감독: 키타즈메 히로유키, 오오모리 히데토시(大森英敏), 이나노 요시노부(稲野義信), 이소 미츠오(磯光雄)
◈ 작화감독보: 온다 나오유키(恩田尚之), 고바야시 토시미츠(小林利充), 나카자와 카즈노리(中沢数宣), 시게타 아츠시(重田亜津史)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池田繁美)
◈ 음악/노래: 사에구사 시게아키(三枝成彰) / TM NETWORK
◈ 기획/제작/프로듀서: 야마우라 에이지(山浦栄二) / 이토 아키노리(伊藤昌典) / 우치다 켄지(内田健二)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8.03.12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시놉시스>

하만 칸이 이끄는 네오 지온과 에우고 간의 제1차 네오 지온 항쟁(U.C0088~0089)이 에우고의 승리로 막을 내린 지 4년이 흐른 우주세기 0093년. 그리프스 전쟁 당시 종적을 감추었던 샤아 아즈나블이 돌아왔다. 그는 미네바 자비를 수령으로 받들었던 하만 칸의 네오 지온이 아닌, 지온공화국의 창시자이자 자신의 아버지이기도 한 지온 줌 다이쿤의 유지를 이어가는 새로운 네오 지온을 세우고, 지구 연방에게 선전포고를 하게 되니 이것이 바로 제2차 네오 지온 항쟁의 시작이었다.

전쟁의 재발을 두려워 한 연방의 지도자들은 샤아와 협상을 원하게 되고, 실제 연방과는 전력 면에서 열세였던 네오 지온은 이를 기회 삼아 소행성 기지 액시즈를 연방에게서 인도받은 뒤 이를 지구에 낙하시켜 지구를 더 이상 사람이 살지 못하는 땅으로 만들 계획을 세운다. 이는 어스노이드와 스페이스노이드의 갈등 자체를 없애버리고, 지구의 환경을 지속적으로 오염시키는 인류를 벌하기 위한 샤아의 전략으로, 그로 인해 벌어질 결과는 엄청난 희생을 초래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끔찍한 것이었다.

한편, 미적지근한 연방의 태도와 달리 독립부대 론도벨에 소속된 왕년의 에이스 아무로 레이는 샤아와 네오 지온의 재등장을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자신이 직접 설계에 참여한 사이코뮤 프레임이 적용된 최신형 모빌슈트 ν(뉴) 건담의 개발에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14년 동안 지속되어온 둘의 질긴 인연은 이제 그 최종장을 향해 접어들고 있었다.


<소개>

1987년, '기갑전기 드라고나(1987)'를 끝으로 리얼로봇은 사실상 종언을 고했지만, 건담에게만은 예외였다. 이미 거대한 팬덤과 관련 비즈니스의 폭넓은 성장으로 인해 원작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관성 항행을 계속하고 있던 건담 시리즈는 리얼로봇의 몰락과는 별개로 계속해서 후속작을 만들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처한 것이다. 특히,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에서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붉은 혜성' 샤아 아즈나블이나 중반부 이후 작품에서 모습을 감추었던 '영원한 에이스' 아무로 레이가 후속작인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1986)'에서도 등장하지 않자 팬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했고, 사실상 새로운 인물과 이야기로 분위기를 반전하려던 토미노 감독의 시도 역시 팬들에게는 먹혀들지 않았다. 이로 인해 토미노 감독은 더블 제타 시리즈를 제작하는 도중 우주세기의 모든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새로운 후속 시리즈에 착수하게 되니 이것이 바로 우주세기의 사실상의 종장이라 할 수 있는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1988)'인 것이다.

제목 역습의 샤아는 제타 건담 기획 초기 토미노 감독이 기획하던 소설의 타이틀이기도 하다. 소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퍼스트 건담의 속편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기획 과정에서 메인 스토리의 뼈대가 바뀌면서 이 타이틀은 본작에 이르러서야 빛을 본 것이다. 당시 기획했던 역습의 샤아는 극장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아무로와 샤아가 주인공이자 같은 동료로 활약하는 이야기로 전개될 예정이었다. 사실 이러한 구도는 둘이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을 제외하면 제타 건담에서 그대로 적용된 것이었으나 극장판에 이르러서 우주세기의, 그리고 건담의 진정한 결말을 위해 토미노는 이를 수정하여 아무로와 샤아의 리턴 매치로 이야기 방향을 바꾸게 된다.

메카닉 디자인에 가이낙스가 참여한 것이 이채롭다. 특히, 가이낙스의 창립멤버로 건담과 토미노 감독의 열혈 팬이던 안노 히데아키의 경우는 자신이 건담에 참여하게 된 사실을 무척이나 기뻐했다고 전해지고 있는데, 그러한 기쁨과 달리 스스로가 심혈(?)을 기울여 디자인했던 뉴건담의 러프 디자인은 토미노에게 일언지하에 거절당하고 러프 스케치가 발기발기 찢어지는 치욕을 겪기도 했다. 퍼스트 건담의 그늘에서 탈피하고 싶었던 토미노에게 안노가 그려간 뉴건담의 디자인은 퍼스트 건담과 너무 유사한 디자인이었으니 어찌보면 욕먹을 짓을 했다고 볼 수도.

☞ 안노가 그려간 뉴건담 러프스케치. 엔하위키 '토미노 요시유키' 설명 중 12.14 항목에 링크된 MAFTY님의 포스트. (바로가기)

뉴건담의 디자인 및 등장 MS는 거의 대부분 이즈부치 유타카의 손길을 거쳐갔다. 더블제타 건담부터 건담 시리즈에 합류한 그는 본작을 통해 건담의 역사에 길이 남을 명 MS 디자인을 그려내며 일약 차세대 메카닉 디자이너로 거듭나기도. 이즈부치는 소설판인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벨토치카 칠드런'에 등장하는 주역메카 Hi-ν 건담이나 극장판의 사자비를 대신한 나이팅게일 역시 디자인하여 큰 인기를 얻는다. 그 외에 오하타 코이치나 사야마 요시노리 등 제타와 더블제타에 이어 다수의 디자이너들이 러프 디자인을 그려내고 이를 한 두명이 클린업하는 형식으로 메카닉 디자인이 전개된다.

캐릭터 디자인은 더블제타에 이어 키타즈메 히로유키가 맡아 활약을 펼친다. 제타부터 역습의 샤아에 이르기까지 80년대의 후속 건담 시리즈가 모두 키타즈메의 손을 거치게 된 셈. 키타즈메 외에도 오오모리 히데토시와 온다 나오유키 등 코가와 토모노리 직계의 스튜디오 비보 출신의 애니메이터들이 다수 작화진에 가세하여 건담의 정체성 중 하나인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그늘을 완벽하게 걷어내고 있다. 이런 면에서 역습의 샤아 이후 제작된 '기동전사 건담 F-91(1991)'의 캐릭터 디자인이 야스히코인 것은 원점으로의 회귀라고도 볼 수 있다.

팬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아무로와 샤아의 복귀작이었지만, 그 전개는 그렇게 팬들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보인다. 제타 건담을 통해 라이벌인 아무로와 교감했으며 지온의 반대편에 서서 싸우던 샤아가 다시 지온의 수장으로 돌아오면서 팬들에게는 어리둥절함을 안겨주었다. 그것은 아무로도 마찬가지로, 반연방 소속의 카라바에 몸담고 있던 그가 어떻게 다시 연방의 장교가 되었는지, 그리고 제타 당시 연인이었던 벨토치카의 존재는 사라진체 그 자리를 첸 아기가 차지하고 있는 등 어떤 면에서 제타와 더블제타의 이야기가 대거 삭제된 리부트의 느낌을 주고 있다. 애시당초 굉장히 많은 사전지식을 필요로 하는 이 작품에서 제타 이후 5년 동안 등장하지 않았던 아무로와 샤아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삭제되었기에 건담의 팬조차 조금은 생소한 느낌으로 작품을 감상하게 된다. 여기에 이제까지와는 달리 악의 축으로 돌아서서 모든 인류를 말살하려 하는 샤아의 모습은 그의 아버지인 지온 줌 다이쿤의 사상과도 대치되는 것으로, 어찌보면 스스로 그 당위성을 상실하고 있는 셈이었다.

퍼스트 건담 시절 연인이었던 라라아의 환상에 사로잡힌 체 부관인 나나이 미겔이나 철모르는 뉴타입 소녀 퀘스 파라야의 마음을 이용하는 그의 모습은 샤아의 팬들에게는 큰 반감으로 다가왔다. 사실 다소 비정한 샤아의 이런 모습은 이미 복수를 위해 자신의 친우를 음모에 빠뜨려 숨지게 한 퍼스트 건담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이기도 했으나 이미 샤아를 일종의 신화적인 인물로 생각해오던 당시의 팬들에게는 그다지 원치 않는 모습이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우유부단한 캐릭터에서 패기와 여유로움을 가진 지휘관으로 성장한 아무로 레이는 이전의 입체적인 모습에 비해 오히려 그 개성은 줄어들었다고도 볼 수 있다. 작품의 히로인 격인 퀘스의 경우는 제타의 히로인 포우 만큼이나 불안정하고 변덕스러웠는데, 그녀의 변심과 그녀를 사랑한 브라이트 노아의 아들 하사웨이의 엇갈림과 그로 인해 벌어진 여러 비극은 전형적인 토미노식 파국을 보여주고 있다.

ⓒ SOTSU · SUNRISE

우주세기의 끝을 보려는 토미노의 계획은 본 작품에서 상당히 대담하면서도 그다운 방향으로 진행된다. 샤아가 지구로 추락시킨 거대한 소행성 액시즈를 무모하게도 모빌슈츠로 막아선 아무로와 아무로에게 패해 탈출포트 째 사로잡힌 샤아가 액시즈의 추락을 극적으로 막아내면서 대기권의 고열로 인해 산화해버리는 엔딩은 팬들로서는 충격 자체였다. 이야기의 엔딩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계속되는 우주세기의 재생산을 막기 위해 토미노는 시리즈의 아이콘이기도 한 두 주인공을 아예 우주세기의 역사에서 완벽하게 퇴장시켜 버린 것이다. 아무로와 샤아가 살아 있을 것이라는 일부 팬들의 예상이나 매체들의 추측성 기사와 달리 토미노는 공식석상에서 둘의 죽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기도. 하지만, 몰살의 토미노다운 강수에도 불구하고 건담 시리즈의 재생산은 결코 멈출 수 없는 거대한 소행성의 낙하와도 같이 토미노 자신을 짓누르게 된다.

주제가인 'Beyond the Time'은 TMN이 불러 화제가 되었다. '시티 헌터(1987)'의 엔딩 테마 'Get Wild'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TMN의 13번째 싱글로 싱글 음반 판매랭킹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건담 OST로서, 아니메 OST로서 우주세기의 대미를 장식한 명곡으로 팬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건담 극장판이라는 네임 밸류에 걸맞는 뛰어난 작화와 훌륭한 미술, 완성도 높은 음악으로 우주세기의 대미를 장식하려 했던 뉴건담은 건담 시리즈의 극장 애니메이션 중에서 현재까지도 걸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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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갑계 가리안 (1984), 機甲界 ガリアン / Panzer World Galient


ⓒ SUNRISE


<정보>

◈ 원안: 야다테 하지메
◈ 원작/감독: 타카하시 료스케
◈ 각본: 토리우미 진죠, 스즈키 요시타케, 요시카와 소지
◈ 콘티/연출: 야타베 카즈요시, 아미 토모부키, 카세 미츠코 外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시오야마 노리오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 이즈부치 유타카
◈ 미술감독: 미야마에 미츠하루
◈ 음악/노래: 후유키 토오루 / EUROX
◈ 프로듀서: 하세가와 토오루, 하츠카와 노리오
◈ 제작사: 선라이즈, 니혼 TV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84.10.05 ~ 1985.03.29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판타지
◈ 구분/등급: TVA (25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크레센트 대은하에 위치한 이라스탄트 태양계의 다섯번째 혹성 아스트. 3,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아스트의 보더왕국에서 왕자 죠르디가 태어났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기갑병이라 불리는 철의 거인을 앞세운 정복왕 마달이 이끄는 마달군이 보더 왕국을 급습한 것이다. 거대한 기갑병 앞에 보더왕국은 힘도 써보지 못한체 멸망하고, 왕은 죽고 왕비는 마달군에 사로잡히고 만다. 갓난아기인 죠르디만이 충신 아즈베스에 의해 기적적으로 탈출하여 후일을 도모하게 된다.

12년의 세월이 흘러 왕자 죠르디가 아닌 아즈베스의 손자 조조로 자란 죠르디는, 아즈베스와 함께 전설의 철거인 가리안을 찾는 여행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들이 현재 몸을 두고 있는 곳은 마달군에게 반기를 세력들이 모인 하얀 계곡. 이곳에 가리안이 잠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아즈베스는 계곡사람들과 발굴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조조는 하얀계곡 족장의 딸 츄루루의 이야기를 따라 그녀가 이야기한 동굴로 가리안을 찾아 나서게 된다. 때마침 하얀계곡을 급습한 마달군에 의해 절체절명의 위기가 닥치고, 조조는 동굴 속에서 가리안을 발견하게 된다. 이제 오랜 세월동안 잠자고 있던 철거인이 망국의 왕자 조조에 의해 부활하려 하는데...


<소개>

'태양의 송곳니 더그람(1981)', '장갑기병 보톰즈(1983)'에 이은 타카하시 료스케의 세번째 로봇물. 또한 '성전사 단바인(1983)'과 '중전기 엘가임(1984)'에 이어 SF와 판타지를 세번째 로봇물이기도 하다. 오라력과 곤충형 병기라는 독특한 컨셉을 보여주었던 단바인이나 스타워즈에 가까운 스페이스 판타지를 선보인 엘가임에 비해 가리안은 정통 중세 판타지에 보다 더 가까운 중후한 느낌의 로봇 판타지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더그람과 보톰즈를 거치면서 선보인 타카하시 작품 특유의 중후함과 시리어스함이 판타지 물에 이식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당시 선라이즈는 자사의 역량을 집결한 '기동전사 제타건담(1985)'을 제2스튜디오에서 이미 제작 중이었다. 제타 건담은 새로운 모빌슈트의 디자인을 위해 신예 나가노 마모루를 필두 수많은 메카닉 디자이너가 작업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거의 메인 디자이너라 할 수 있었던 나가노 마모루의 디자인이 스폰서인 반다이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서 도중에 나가노가 강판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이로 인해 오카와라 쿠니오가 제타 건담에 긴급히 투입된다.

더그람과 보톰즈 등 자신의 작품에서 메카닉 디자인을 맡아오던 오카와라 쿠니오가 제타 건담에 투입되면서 가리안은 메카닉 디자인에 난항을 겪게 된다. 결국 오카와라 쿠니오에게 사정을 하여 주역 메카인 가리안의 디자인만을 받아내고, 나머지 서브메카닉은 단바인에서 미야타케 카즈타카의 뒤를 보조했던 신예 이즈부치 유타카가 맡게 된다. 이즈부치가 디자인한 인마병, 기갑병, 비갑병들은 실로 중세기사의 갑옷을 연상시키는 고풍스럽고 육중한 철거인으로 태어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주역메카인 가리안과 나머지 기갑병은 스타일에 있어서 많은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중세시대를 연상시키는 지구와는 다른 세계에서 철의 거인을 타고 정복군과 싸우는 망국의 왕자 죠르디의 이야기는 보기에는 중세로망문학을 연상시키지만, 그 이면에는 고도의 문명 세계에서 작품의 배경인 혹성 아스트로 쫓겨난 마달이 자신이 가진 과학기술을 동원하여 기갑병과 각종 과학기술을 사용하여 아스트를 정복하고 힘을 키워 다시 자신의 세계로 복수를 한다는 SF적 설정이 깔려있다. 이로 인해 작품의 초중반부에는 아스트에서 벌어지는 전쟁 이야기가 테마가 되고, 뒤로 가면 마달의 고향행성 렘프레이트로 이야기의 무대가 옮겨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프라모델과 완구사업의 부진이었다. 스폰서를 맡은 타카라의 프라모델과 완구사업이 기대이상의 부진에 허덕이자 타카라가 곧바로 시리즈의 조기종영을 결정한 것이다. 이로 인해 1년 정도의 분량으로 예정되어 있던 가리안의 이야기는 25화를 끝으로 종료되었으며 그 결과 뒤의 5부에서는 이전까지와는 달리 이야기의 전개속도가 너무 빨라 극의 흐름을 무너뜨리게 된다. 타카하시 감독의 로봇물 중 완구판매가 저조한 기록을 보인 것은 가리안이 최초였다. 당시 로봇으로서는 독특한 컨셉과 중후한 매력을 선보였던 메카닉 디자인이 저조한 판매실적을 보인 것은 의외이다. 당시 타카라의 프라모델은 한국에서도 금형이 건너와 발매되었는데, 디자인과 완성도는 당시 기술로서는 준수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는 당시 일본의 메카닉 트렌드가 가리안과 같은 디자인보다는 미래지향적이고 밀리터리적 취향에 치우쳐 있던 것이 원인은 아닐까 싶다. 반면, 국내에 발매된 가리안 프라모델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으며, 작품을 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가리안 팬들을 양산시키게 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멸망당한 망국의 혈통, 거기에 돌로 변해버린 부모 등 가리안의 일부 설정은 후일 타카하시 료스케가 연출협력으로 참여하는 '빨간망토 챠챠(1994)'의 설정과 유사하여 영향을 받지 않았냐하는 소리도 있지만 확인은 되지 않고 있다. 후일 선라이즈의 작품으로 고풍스러운 가이메르프 간의 육탄 전투로 깊은 인상을 심어준 판타지 로봇물 '천공의 에스카플로네(1996)'는 중세 기사를 연상시키는 철거인 가이메르프, 발달된 기술문명을 가진 자이바하 제국에 멸망당한 파넬리아 왕국의 왕자 반 파넬리아 등 여러면에서 가리안에 영향을 받았다 하겠다.

☞ <기갑계 가리안>(機甲界ガリアン)(1984) by 키웰 (보러가기)
☞ 판타지 로봇 서사시 - 단바인에서 에스카플로네까지 by 엘로스 (보러가기)

ⓒ SUNRISE



기갑계 가리안 OVA (1986), 대지의 장/하늘의 장/철의 문장


ⓒ SUNRISE


<정보>

◈ 원작/감독: 타카하시 료스케
◈ 각본: 토리우미 진죠 (철의 문장편)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시오야마 노리오
◈ 메카닉 디자인: 이즈부치 유타카
◈ 메카닉 작화감독: 요시다 토오루
◈ 음악: 후유키 토오루
◈ 기획/제작: 선라이즈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86.01.21 ~ 1986.08.05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판타지
◈ 구분/등급: OVA (3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가리안은 86년에 이르러 3부작의 OVA로 다시 제작된다. 1편인 대지의 장과 2편인 하늘의 장은 TV 시리즈의 총집편이지만, 3편에서는 전혀 다른 별개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우선 정복왕 마달의 양자로 TV 시리즈에서 마달의 수하였던 하이샬닷트가 첫째 왕자를, 주인공 죠르디를 마달의 둘째 왕자로 설정한 것은 이채롭니다. 마달은 TV 시리즈의 마달이 아닌 죠르디 왕자를 키운 보더 왕국의 신하 아즈베스가 마달 역을 맡고 있다. 행성 램프레이트에서 파견된 여성 에이전트 힐무카 또한 마달과 대치하는 새부족의 지휘관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야기를 재구성했지만 원작의 주역 캐릭터들은 각기 역할을 바꾸어 배치한 셈이다.

이야기는 전작의 SF 설정을 모두 버린체 중세 판타지적인 이야기에 충실하고 있다. 사신병의 요기에 홀린 첫째 왕자 하이샬닷트의 폭주와 이를 막기 위해 등장한 수호신 철거인을 탄 죠르디의 대결이 작품의 클라이막스. 가리안이라는 이름은 본작에서는 언급되지 않고 있으며 그저 철거인으로 불릴 뿐이다. 러닝타임의 한계상 단순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는 이 작품에서 인상적인 것은 보다 더 멋지게 변모한 기갑병들의 디자인이다. 이즈부치 유타카가 새롭게 스타일링한 기갑병은 원작의 기갑병에는 없는 세련미와 스타일링을 부여하여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작품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준 이즈부치는 이후 선라이즈 메카닉 디자인의 일익을 담당하게 되며 88년에는 단바인 OVA의 메카닉 디자인을 맡아 철의 문장편에서 보여준 세련된 메카닉 스타일링을 또 한번 보여주게 된다.

ⓒ SUNRISE (from Galient Official Website)



<참고 사이트>

[1] 機甲界ガリアン, Wikipedia
[2] 機甲界ガリアン 鉄の紋章, Wikipedia Japan
[3] 기갑계 가리안, 베스트아니메
[4] Kikou Kai Galient (OAV), ANN
[5] 機甲界ガリアン 公式Web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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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NRISE / SOTSU Agency


성전사 단바인 (1983), 聖戦士ダンバイン / Aura Battler Dunbine


ⓒ SOTSU · SUNRISE / ADV Films(Eng Edition)

<스탭>

◈ 원작: 야다테 하지메, 토미노 요시유키
◈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연출/콘티: 토미노 요시유키, 이우치 슈지, 이마가와 야스히로, 스즈키 이쿠, 세키타 오사무, 키쿠치 카즈히토 外
◈ 각본: 토미타 스케히로, 와타나베 유지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코가와 토모노리
◈ 메카닉 디자인: 미야타케 카즈타카, 이즈부치 유타카 (게스트 디자이너)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
◈ 음악/노래: 츠보노 카즈히로 / MIO(MIQ), 코이데 히로미
◈ 기획: 나카가와 히로노리, 모리야마 토루, 오니시 쿠니아키
◈ 제작: 선라이즈, SOTSU, 나고야 방송국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3.02.05 ~ 1984.01.21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판타지
◈ 구분/등급: TVA (49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바다와 대지 사이에 존재하며, 영혼이 휴식과 수련을 하는 신비로운 세계 바이스톤 웰, 이곳은 현재 영주 드레이크가 이끄는 군대에 의해 전화의 불길에 휩싸여 있다. 현세에서 넘어온 쇼트 웨폰과 제트와 같은 기술자들에 의해 오라력에 의해 움직이는 곤충형 인간병기 '오라 배틀러'를 개발한 드레이크 영주는 이 오라 배틀러를 이용하여 바이스톤 웰의 지배를 꿈꾸고, 바이스톤 웰 세계의 인간들보다 훨씬 강한 오라력을 지닌 현세의 인간들을 소환하여 성전사로 삼아 침공의 선두를 맡긴다.

한편, 부모의 무관심 속에 반항심에 가득차 삐뚤어진 사춘기를 보내고 있던 소년 쇼 자마는, 모터 사이클을 몰던 도중 갑작스런 사고를 맡게 된다. 사고와 동시에 바이스톤 웰로 소환되버린 쇼, 쇼를 소환한 드레이크 영주는 그에게 성전사의 지위를 주고 자신을 도와줄 것을 부탁한다. 지구의 생활에 미련이 없던 쇼는 드레이크의 제안을 받아들여 바이스톤 웰 침공의 선두에 서게 되고, 마침내 바이스톤 웰의 전란 속에 몸을 맡기게 된다.


<소개>

기동전사 건담을 통해 '리얼로봇'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한 토미노 감독이 전설거신 이데온과 전투메카 자붕글에 이어 선보인 네번째 리얼로봇 작품. 당시 리얼로봇 장르는 같은 무시 프로덕션 문하의 동문이자 선라이즈의 동료이기도 한 다카하시 료스케 감독의 역작 '태양의 어금니 다그람(1981)'과 이듬해 스튜디오 누에를 주축으로 한 젊은 애니메이터들의 힘으로 리얼로봇 장르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불세출의 명작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 등으로 인하여 전성기에 진입하고 있던 즈음이었다. 이러한 리얼로봇의 강대한 흐름 속에 등장한 토미노 감독의 후속작이 바로 이 성전사 단바인이다.

리얼로봇의 구도를 취하고 있으나, 이 작품은 바이스톤웰이라는 이(異)차원의 세계와 중세유럽 풍의 시대배경, 그리고 곤충형태의 생체병기 오라 배틀러라는 특이한 설정으로 인해 당시만해도 아니메에서는 보기드물었던 중세 판타지의 세계관을 적극 도입한 최초의 퓨전 판타지 로봇물이기도 했다. 일설에 이런 작품의 기획 배경에는 82년도부터 잡지 아니메쥬에 연재를 시작하고 있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코믹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의식했단 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많이들 알다시피 토미노 감독은 미야자키 감독에게 일종의 컴플렉스 내지는 경쟁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미 여러번의 작품을 거쳐 로봇물에 드라마틱한 설정을 적용하는데 탁월한 감각을 보여준 토미노 감독스럽게 이번 작품의 전개 역시 몹시도 드라마틱하고 시리어스하다. 최초에는 적의 편에서 서서 싸우다가 뒤에서야 진실을 깨닫고 전향하게 되는 주인공의 결정도 당시 로봇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 이러한 드라마틱한 작품색에 전설거신 이데온을 통해 야스히코 요시카즈와 함께 선라이즈의 양대 작화감독으로 이름을 알리게 되는 코가와 토모노리의 캐릭터 디자인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거기에 SF 창작집단으로 이미 기동전사 건담의 기획단계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었던 스튜디오 누에의 메카닉 디자이너 미야타케 카즈타카가 디자인한 생체병기 오라 배틀러의 디자인은 혁신과 조형미를 동시에 갖춘 아니메 사상 가장 유니크한 메카닉 디자인 중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이 독특한 메카닉 디자인은 그 독특함 만큼이나 상품화가 힘들어 스폰서였던 클로버 측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로 인해 주역 메카인 단바인이 후반기에 들어 변형이 가능하고 생체병기의 느낌이 많이 거세된 빌바인으로 교체되며, 팬들의 원성을 듣기도. 당시 신예였던 메카닉 디자이너 이즈부치 유타카가 이 작품에서 게스트 디자이너로 참여하기도 하는데, 이후 84년작 '기갑계 가리안(1984)'에서도 미야타케 카즈타카와 공동으로 메카닉 디자인을 맡기도 한다. 이즈부치는 후일 '역습의 샤아(1988)'의 뉴건담과 '기동전사 건담 0080(1989)'의 메카닉 디자인을 맡으며 선라이즈의 작품에 깊이 관여하게 된다.

작중에서 작은 요정으로 등장하면서 마스코트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참 화우는 이듬해 토미노 감독의 작품 '중전기 엘가임(1984)'의 요정 리리스 화우로 다시 태어나 생명력을 유지하게 된다. 그리고 감독 자신도 공헌했듯이 나우시카를 뛰어넘는 작품이 되고 싶었던 단바인의 세계관은 그 방대한 설정을 모두 이 시리즈에 풀어내지 못한 체 다시 후일을 기약하게 된다.

ⓒ SUNRISE / SOTSU Agency / ADV Films(Eng Edition)

ADV Films에 의해 북미에 출시되면서 최근에 다시 그려진 일러스트.


성전사 단바인 OVA (1988)


ⓒ SOTSU · SUNRISE

<스탭>

◈ 원작/감수: 토미노 요시유키
◈ 감독: 타키자와 토시후미
◈ 각본: 고부 후유노리
◈ 캐릭터 디자인: 하타이케 히로유키
◈ 메카닉 디자인: 이즈부치 유타카
◈ 작화감독: 다니구치 모리야스
◈ 제작: 선라이즈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8.02.25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판타지
◈ 구분/등급: OVA (3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TV 시리즈의 이야기 이후 700년 뒤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원 시리즈의 주인공 쇼 자마의 환생인 시온 자바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원 시리즈에서 게스트 메카닉 디자이너를 맡았던 이즈부치 유타카가 메인 메카닉 디자이너를 맡아 혁신적이고 유려한 곤충형 로봇인 오라 배틀러에 고급스러움을 가미한 디자인으로 새롭게 그려냈다. 이러한 형태의 고급스러운 메카닉 스타일링은 후일 이즈부치 유타카가 메카닉 디자인을 맡은 기갑계 가리안 TV 시리즈와 OVA 시리즈에서의 기갑병 디자인 변화와 유사하다.

ⓒ SUNRISE / SOTSU Agency

이즈부치 유타카에 의해 고급스럽게 스타일링된 새로운 주역기 써바인.


바이스톤 웰 이야기, 가제이의 날개 (1996)


ⓒ TOMINO YOSHIYUKI · Garzey's Wing Production Committee

<스탭>

◈ 감독/각본/스토리보드: 토미노 요시유키
◈ 캐릭터 디자인: 오누키 켄이치
◈ 음악: 사기쓰 시로
◈ 제작: J.C.Staff, BMG Japan
◈ 저작권: ⓒ TOMINO YOSHIYUKI · Garzey's Wing Production Committee
◈ 일자: 1996.??.??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판타지
◈ 구분/등급: OVA (3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기동전사 V 건담의 실패와 오랫동안 팬들과 스폰서로부터 끊임없는 건담의 재생산을 요구받으며 피폐해질 때로 피폐해진 토미노 감독이 20여년의 세월을 바친 선라이즈를 잠시 떠나있던 시절 만든 작품. 

바이스톤 웰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토미노 감독의 소설 가제이의 날개를 기본으로 하여 제작된 OVA 작품으로, 재미있는 것은 바이스톤 웰의 세계관이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시리즈 내내 오라 배틀러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 로봇물에 지칠대로 지쳐버린 토미노 감독의 심중이 표현된 것 같은 느낌인데, 실제 원작의 경우 오라 배틀러가 등장하지 않은체 토미노 감독의 만들어낸 바이스톤 웰의 세계관을 근거로 한 판타지 소설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린의 날개 (2005)


ⓒ SUNRISE · BANDAI Visual · BANDAI Channel

<스탭>

◈ 총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각본: 토미노 요시유키, 타카야마 지로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쿠도 마사시
◈ 메카닉 디자인: 시노하라 타모츠, 사쿠라 타쿠미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
◈ CG 디자이너: 카타야마 아유키
◈ 비주얼 컨셉: 오카마
◈ 음악: 히구치 야스오
◈ 제작: 선라이즈, 반다이 비쥬얼, 반다이 채널
◈ 저작권: ⓒ SUNRISE · BANDAI Visual · BANDAI Channel
◈ 일자: 2005.12.16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판타지
◈ 구분/등급: ONA (6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가제이의 날개로부터 거의 10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 제작된 토미노 감독의 또다른 바이스톤 웰 이야기. 역시 그가 직접 집필한 소설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했으며, 기존의 TV 시리즈나 OVA, 극장상영이 아닌 반다이 채널의 인터넷을 통한 스트리밍 방식으로 제공되었다. ONA(Original Network Animation)이라 불리기도 한다.

곤충형 로봇인 오라 배틀러의 구현은 CG 기술의 접목에 의해 더더욱 생체병기로서의 모습에 충실해졌다. 몸체 일부의 기관들이 마치 살아 있는 생물의 것인냥 움직이는 부분은 단바인의 올드팬들에게는 꽤 감격적인 모습이었을지도. 바이스톤 웰에서 넘어온 호우죠 국의 사람들의 경우에는 이전과는 달리 중세 유럽의 스타일이 아닌 일본 전국시대의 복식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 블리치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던 쿠도 마사시, 기동전함 나데시코의 사쿠라 타쿠미, 가면라이더 시리즈의 시노하라 타모츠의 디자인도 현대적인 감각과 잘 맞는 느낌을 주고 있다.

단, 21세기의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는 토미노식 연출방식은 엔터테인먼트 측면에서는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는 듯 싶으며, 원작의 경우에는 오라 배틀러가 등장하지 않고 있으나 아니메로 제작되면서 오라 배틀러를 등장시켜 전작이었던 가제이의 날개와는 묘한 대조를 이룬다.

ⓒ SUNRISE / BANDAI Visual / BANDAI Channel



<참고 사이트>

[1] Aura Battler Dunbine (TV), ANN
[2] 聖戦士ダンバイン, Wikipedia Japan
[3] New Story of Aura Battler DUNBINE, Wikipedia Japan 
[4] リーンの翼, Wikipedia Japan
[5] Aura Battler Dunbine, Wikipedia
[6] Garzey's Wing, Wikipedia
[7] The Wings of Rean, Wikipedia
[8] 거대로봇 연구서설 - 단바인 편 by 백금기사, 백금기사의 舊 연구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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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기사 테카맨 (1975), 宇宙の騎士テッカマン / Tekkaman The Space Knight


ⓒ タツノコ プロ


<정보>

◈ 원작: 타츠노코 프로 기획실
◈ 감독: 사사가와 히로시(笹川ひろし), 토리우미 히사유키(鳥海永行)
◈ 각본: 토리우미 진조(鳥海尽三) 외
◈ 연출: 사사가와 히로시, 토리우미 히사유키, 쿠리 잇페이(九里一平) 외
◈ 캐릭터 디자인: 아마노 요시타카(天野嘉孝)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大河原邦男)
◈ SF 고증: 시게노 타쿠미(柴野拓美)
◈ 미술감독: 나카무라 미츠키(中村光毅)
◈ 음악/노래: 밥 사쿠마(ボブ佐久間) / 미즈키 이치로(水木一郎)
◈ 기획/제작: 토리우미 진조 / 요시다 타츠오(吉田竜夫)
◈ 프로듀서: 쿠리 잇페이, 미야자키 신이치(宮崎慎一)
◈ 제작사: 타츠노코 프로, NET 테레비
◈ 저작권: ⓒ タツノコ プロ
◈ 일자: 1975.07.02 ~ 1975.12.24
◈ 장르: SF, 액션, 히어로
◈ 구분/등급: TVA(26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PG)


<줄거리>

21세기를 맞이한 지구의 과학력은 태양계 저편에 우주 스테이션을 만드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하지만 지구인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태양계를 넘어서까지 우주선을 보내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으니 이는 무분별한 환경파괴로 인해 지구는 앞으로 3년이면 죽음의 별이 될 운명에 놓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인류는 지구를 떠나 다른 천체로의 이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이러한 계획의 일환으로 우주 탐사에 나선 스페이스 엔젤호가 돌연 정체불명의 비행체들에게 습격을 받는 사건이 발생한다. 무차별적인 외계 비행체들의 공격으로 스페이스 엔젤호는 처참히 파괴되고 조지의 아버지인 미나미 선장도 이 습격으로 불귀의 객이 되고 만다. 우주인에 대한 증오를 불태우던 조지는 우주 개발센터의 아마치 국장에게 이끌려 비밀 연구실로 향하게 되고, 여기서, 인간의 세포를 파워업하여 초인으로 변신시키는 테크 섹터 시스템을 장착하고 있는 거대한 로봇 페가스를 만나게 되는데...


<소개>

'과학닌자대 갓챠맨(1972)', '신조인간 캐산(1973)', '하리켄 포리마(1974)'에 이은 타츠노코 SF 히어로물 제4탄. 갓챠맨이나 캐산에 비해 다소 가벼웠던 포리마의 분위기를 일신하여 지구의 멸망을 앞둔 상황에서 펼쳐지는 하드한 SF 액션물로 그려지고 있다. 감독은 캐산을 연출한 타츠노코의 대표 연출가인 사사가와 히로시로, 갓챠맨과 포리마를 토리우미 히사유키가 연출을 하고 캐산과 테카맨을 사사가와가 연출을 하는 등, 타츠노코의 초기 히어로물은 이 두 명의 감독이 번갈아 연출했다는 특징이 있다. 사사가와 감독은 테카맨 연출 도중 '타임 보칸(1976)'으로 자리를 옮기고 그 자리를 토리우미 감독이 이어받게 되는데, 토리우미는 이미 연출 스탭으로 1화부터 참여하고 있었기에 신임 감독으로 자리를 이어받았다기 보다는 감독으로 보직이 변경되었다는 것이 더 맞을 듯 싶다.


캐릭터 디자인은 아마노 요시타카가 맡고 있는데, 캐산을 거쳐 포리마와 테카맨에 이르기까지 이 약관(24살)의 애니메이터의 캐릭터는 이미 이 때 완성 단계에 이른 듯 싶다. 타츠노코 SF 히어로물에 있어서 아마노의 극화풍 캐릭터들은 타사의 애니메이션에 비해 타츠노코의 작품들을 보다 더 어른스럽게(?) 보이게 하는 아우라가 있다고나 할까. 메카닉 디자인은 오카와라 쿠니오의 작품으로, 테카맨은 오카와라에게 있어서 타츠노코 소속 애니메이터로서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본 작품을 끝으로 오카와라는 타츠노코를 퇴사하게 된다.(하지만, 이후에도 오카와라는 외주로 타츠노코의 작품에 계속 참여하게 된)

테카맨은 사사가와 감독의 이전작 캐산과 여러 면에서 비슷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과 주인공이 특수한 무기보다는 육탄전으로 적들과 맞서는 점, 태양 에너지를 원천으로 하기에 흐린 날에는 힘을 쓰지 못하는 캐산처럼 활동시간에 제한이 있는 부분, 캐산의 로봇 동료인 프렌다와 같은 로봇 동료 페가스가 등장하는 등 여러 설정은 확실히 캐산과 닮은 부분이 있다. 우주판 갓챠맨이라는 의도도 있었다([1] 참조)고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우주판 캐산이 더 맞지 않나 싶다. 또한, 적대적인 외계군단인 와르드스타의 비행선은 바이론 하스킨 감독의 SF 영화 '우주전쟁(1953)'에 등장하는 우주선과 거의 흡사하다는 점도 재미있는 부분.

갓챠맨이나 캐산 등과 비교하여 히어로와 사이드킥의 디자인은 다소 투박하고 거칠다. 호리호리했던 이전 타츠노코의 히어로들에 비해 프로 레슬러를 연상시키는 우람한 몸매의 테카맨은 의외이긴 하지만 오히려 본작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하드 SF액션 장르에는 잘 어울리는 모양새인 듯 싶다. 창을 들고 페가스 위에 올라타서 수많은 와르드스타의 우주선과 대치하는 테카맨의 모습은 흡사 'SF 서유기 스타징가(1978)'의 손오공과 같은 느낌이며(하얀색과 붉은색이 조화를 이룬 코스튬 역시 미약한 동질감이 느껴진다), 변신시 전해지는 극한의 고통을 견뎌내며 제한 시간 안에 아슬아슬하게 우주인들을 물리치는 모습은 당시로서는 무척이나 남성미가 느껴지는 매력적인 설정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가지 인상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테카맨은 26화라는 짧은 방영횟수로 엔딩을 맞게 된다. 그것도 와르드스타의 대군에 홀로 맞선 테카맨의 마지막 모습을 뒤로 한 체 다소 석연치 않는 결말을 맞이하는데, 이런 상황을 미루어 보아 스탭진에게도 이것은 갑작스러웠던 엔딩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4쿨까지 예정되어 있던 스토리의 대부분을 전하지 못한 체 황급히 마무리 되는데, 테카맨이 보여준 처절하고 드라마적인 구조가 당시의 아이들에게는 다소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은 아닌가 싶다.

전년도에 방영되어 역시 조기종영되었던 '우주전함 야마토(1974)' 역시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하드한 SF 드라마로 그 진지함으로 인해 시청자들에게 외면받고 조기종영을 겪게 되는데, '기동전사 건담(1979)'에 이르기까지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진지한 SF 드라마가 TV 시청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한다는 당시 징크스를 테카맨도 결국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하지만 이후 사회적 현상으로 발전하는 야마토나 건담과는 달리 테카맨은 26화를 끝으로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지고 만다.

다만, 오프닝에서 사용되어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스캐니메이트(Scanimate: 아날로그 컴퓨터 애니메이션 시스템을 이용한 첨단 영상기법)는 타츠노코의 차기작 타임 보칸에서 시간여행시 보여지는 특수기법으로 다시 한 번 사용되며 주목을 얻게 되며, 테카맨이 보여주었던 여러 매력적인 설정은 이후의 타츠노코 아니메에 음으로 양으로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우주의 기사 테카맨 블레이드 (1992), 宇宙の騎士テッカマンブレード / Tekkaman Blade


ⓒ 創通エージェンシー · タツノコ プロ


<정보>

◈ 감독: 네기시 히로시(根岸ひろし)
◈ 시리즈 구성: 세키지마 마요리(関島眞頼), 아카호리 사토루(あかほりさとる)
◈ 연출: 토노카츠 히데키(殿勝秀樹) 외
◈ 스토리보드: 네기시 히로시, 토노카츠 히데키, 사카타 쥰이치(坂田純一), 나카무라 류우타로(中村隆太郎) 외
◈ 캐릭터 디자인: 코가와 토모노리(TOIIIO, 湖川友謙), 사노 히로토시(佐野浩敏) - 원안 협력
◈ 메카닉 디자인: 사야마 요시노리(佐山善則), 나카하라 레이(中原れい)
◈ 작화 코디네이터: 코가와 토모노리
◈ 오프닝 애니메이션: 오바리 마사미(大張正己)
◈ 설정협력: 이즈부치 유타카(出渕裕), 키쿠타 히로키(結城二十六)
◈ 미술감독: 우미노 요시미(海野よしみ)
◈ 음악/노래: 와다 카오루(和田薫) / 코사카 유미코(小坂由美子)
◈ 제작 총지휘: 쿠리 잇페이
◈ 제작사: 타츠노코 프로, TV 도쿄, 소츠 에이전시
◈ 저작권: ⓒ 創通エージェンシー · タツノコ プロ
◈ 일자: 1992.02.18 ~ 1993.02.02
◈ 장르: SF, 액션, 히어로
◈ 구분/등급: TVA(49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소개>

1991년 카키누마 히데키의 원작을 바탕으로 오바리 마사미의 3부작 OVA '데터네이터 오간(1991)' 1부가 비디오 시장에 출시된다. 지구를 침략하는 전투종족 이바류더 중에서도 이바류더의 돌격대장이기도 한 오간이 이바류더에 반기를 들고 단신으로 싸우다가 사망한 뒤, 그의 의지를 받아 지구에서 만들어낸 전투용 아머와 주인공 토모루가 합체하여 이바류더와 전투를 계속한다는 내용의 이 작품은 인간형 아머를 장착한 주인공이 외계의 전투종족과 싸운다는 점과 오간의 디자인적인 측면(페이스 마스크와 채찍과 창을 쓰는 부분 등)에서 테카맨과 상당부분 유사한 점을 갖고 있다.

오간이 테카맨의 오마쥬라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있으나 확실하지는 않은 듯 싶다. 다만, 오간의 시놉시스가 테카맨의 정통 후속편이라 할 수 있는 이 작품 '테카맨 블레이드(1992)'와 유사하다는 점은 특기할만 하다. 후속편이라고는 하지만 테카맨 블레이드의 상당 부분 설정은 오간의 그것과 비슷한데, 이를 통해 세 작품(테카맨→오간→테카맨 블레이드)이 어느 정도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듯 싶다.

오간에서 감독을 맡았던 오바리 마사미가 본작의 오프닝 애니메이션을 맡은 점은 그런 점에서 흥미롭다. 'NG 기사 라무네&40(1990)'의 네기시 히로시와 아카호리 사토루의 참여 역시 의외인데, 보통 유쾌한 작품들을 연출하던 이 둘이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리즈는 상당히 암울하고 시리어스한 전개의 SF 액션 드라마로 그려지고 있다. 메카닉 디자인은 '패트레이버' 시리즈에 참여했던 사야마 요시노리. 이런 연유에서인지 테카맨들의 디자인은 어딘가 모르게 패트레이버의 레이버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다. 설정에 이즈부치 유타카가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패트레이버와의 연관성을 더 높이고 있다.

테카맨의 정식 후속이라고는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접점을 찾아볼 수 없다. 주역인 테카맨 역시 테크 섹터 시스템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외계 생명체라는 점은 오히려 오간과 유사한 부분. 비극의 히어로와 육탄전으로 적들과 맞서 싸우는 하드보일드 액션, 디스토피아적인 분위기 등 많은 부분에서 원작의 장점을 계승발전시켰으나 작화 수준이 높지 않다는 것은 본작의 치명적인 약점이기도 하다. 특히 코가와 토모노리라는 걸출한 작화가가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캐릭터 디자인은 일관성이 떨어져 팬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뛰어난 퀄리티의 작화와 수준낮은 작화가 병행되는 것으로 보아 제작상의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주의 기사 테카맨 블레이드 II (1994)


ⓒ 創通エージェンシー · タツノコ プロ


<정보>

◈ 감독: 토노카츠 히데키
◈ 각본: 카와사키 히로유키(川崎ヒロユキ)
◈ 캐릭터 디자인: 사노 히로토시
◈ 메카닉 디자인: 사야마 요시노리, 나카하라 레이
◈ 작화감독: 카노 아키라(加野晃), 나카무라 유타카(中村豊)
◈ 음악/노래: 쿠도 타카시 / 오쿠이 마사미(奥井雅美)
◈ 제작사: 타츠노코 프로, 소추 에이전시
◈ 저작권: ⓒ 創通エージェンシー · タツノコ プロ
◈ 일자: 1994.07.21 ~ 1995.04.21
◈ 장르: SF, 액션, 히어로
◈ 구분/등급: OVA(6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소개>

테카맨 블레이드의 후속편이라 할 수 있는 OVA. 전작의 남성적인 분위기를 일신하여 본 시리즈에서는 여자 캐릭터들이 극을 이끌고 있다.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면서 호불호도 갈리긴 했지만, 미소녀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 주효한 듯 3부작으로 예정되었던 OVA는 6부까지 출시된다.


<참고 사이트>

[1] 宇宙の騎士テッカマン, Wikipedia Japan 
[5] 宇宙の騎士テッカマンブレード, allcinema.net
[6] 우주의 기사 테카맨, 엔하위키 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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