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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Lucas Film Ltd.

<스탭>

◈ 감독: J.J 에이브람스(J. J. Abrams)
◈ 각본: J.J 에이브람스, 로렌스 케스단(Lawrence Kasdan)
◈ 제작: 케슬린 케네디(Kathleen Kennedy), J.J 에이브람스 외


<줄거리> 

팰퍼틴 황제와 제국의 몰락 후 30여년이 흐르고... 마지막 제다이 였던 루크 스카이워크(마크 해밀 분)가 사라진다. 제다이와 공화국의 제거를 목표로 무너진 제국의 잔재에서 새롭게 일어난 '퍼스트 오더(First Order)'는 루크를 제거하기 위해 혈안이 되고, 루크의 누이인 레이아 공주(캐리 피셔 분)는 퍼스트 오더에 대항하기 위해 다시금 저항군을 일으키게 된다.

레이아는 그녀가 가장 신뢰하는 저항군의 에이스 파일럿 포 다메론(오스카 아이삭 분)에게 루크의 행방을 알아낼 것을 비밀리에 명하고, 포는 사막 행성 자쿠의 마을 장로 로아 산 테카(막스 폰 쉬도우 분)에게 루크의 행방을 알아낼 수 있는 지도를 받게 된다. 그러나 마을을 떠나려는 순간 퍼스트 오더의 기습이 시작되고, 탈출이 불가능할 것은 깨달은 포는 파트너 드로이드 BB-8에게 지도를 맡긴 체 자신은 퍼스트 오더의 지휘관이자 어둠의 포스를 사용하는 검은 마스크의 괴한 카일로 렌(아담 드라이버 분)에게 잡혀가게 된다.

정처 없이 사막을 횡단하던 BB-8은 자쿠에서 폐품 팔이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청소부 소녀 레이(데이지 리들리 분)를 우연히 만나고, BB-8과 떨어져 퍼스트 오더의 혹독한 고문을 받던 포는 퍼스트 오더의 방식에 환멸을 느끼고 탈영하려는 병사 핀(존 보예가 분)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하여 자쿠로 돌아가게 된다. 과연 포는 BB-8을 만나 루크의 행방을 알아낼 수 있을까, 그리고 우연치 않게 거대한 전쟁의 소용돌이의 휘말리게 된 레이와 핀은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고전 스페이스 오페라의 감동을 잘 살려낸 J.J식 리메이크

금으로부터 18년 전인 1997년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스타워즈 IV, 새로운 희망>이 다시금 스크린에 걸리는 날, 설레는 마음으로 극장을 찾아갔던 그때를 말입니다. 그것은 제가 혼자서 영화를 본 최초의 날이기도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2년 뒤인 1999년 역시 기억납니다. 당시 군복무 중이던 저는 면회를 오신 부모님 덕분에 외출을 나가 이 두 노인분을 설득하여 한 영화를 보고야 맙니다. 재미 없다는 두 분의 잔소리를 꿋꿋이 견디며 보았던 그 때의 영화는 바로 <스타워즈 I, 보이지 않는 위험>이었습니다.

보시다시피 저는 스타워즈의 오랜 팬입니다. (스덕이라기엔 다소 모자랍니다만) 어렷을 적 TV에서 방영된 스타워즈 더빙판은 비디오로 녹화하여 십수번이 넘도록 돌려봤을 정도로 어린 시절의 제게 큰 영향을 미친 대중문화 컨텐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저와 같은 스타워즈 팬들에게 J.J 에이브람의 <스타워즈 VII, 깨어난 포스>는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재회한 첫사랑(또는 그 첫사랑과 닮은 누군가)과 같은 떨림과 기다림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재회의 기대 만큼이나 걱정과 기우가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흔히 프리퀄 3부작이라 불리는 에피소드 1, 2, 3 역시 이번 만큼이나 많은 스타워즈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잠 못 이루게 했지만, 실제로 그 재회는 설레임을 실망감으로 바꿔버린 아픈 기억이었죠. 그 시절의 아름다움을 잊어버린 첫사랑의 모습(그래도, 그 옛모습이 남아 있었기에 재회를 후회할 정도는 아니었지만)처럼 프리퀄 3부작은 스타워즈 팬들에게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J.J가 여러 감독들의 고사 끝에 마침내 감독으로 낙점되었을 때, 이번 에피소드 7이 프리퀄 3부작의 실망감을 훌륭히 상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그가 <스타트렉> 리메이크 시리즈에서 보여준 만큼만 해낸다면, 분명 에피소드 7은 오리지널 3부작의 명성에 흠집을 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할까요. 이동진 평론가의 말마따나 그는 제임스 카메론이 갖고 있는 '속편의 제왕'이라는 칭호를 이을 만큼 오리지널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재해석이 돋보인 속편들을 만들어 왔습니다. 비록 <E.T>에 대한 오마쥬였던 <Super 8>의 평가가 국내에서는 그닥 좋지 못했지만, 영화의 만듦새나 글로벌 흥행 성적은 꽤 준수한 수준이었기에 J.J의 스타워즈 역시 어느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주리라 믿게 되었죠.


이런 저의 스타워즈 팬으로서의 입장과 J.J에 대한 나름의 (근거 있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에피소드 7, 깨어난 포스의 첫 감상은 프리퀄의 실망스러운 기억을 모두 잊을 만큼의 포스를 보여주었습니다. 일단 한국을 제외하고 북미와 글로벌 흥행성적은 그야말로 근래의 모든 블록버스터 대작들을 압도하고 있지요. 이 기세라면 역대 최고의 흥행기록을 갖고 있는 <아바타><타이타닉>, 그리고 <쥬라기 월드><어벤져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그들 중 일부를 압도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물론, 스타워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미국인들의 시각도 감안해야 겠지만, 스타워즈를 사랑하는 팬으로서 J.J의 스타워즈는 거부할 수 없는 감동이 있습니다. 오리지널 3부작의 미장센과 클리셰가 작품 곳곳에서 느껴지는데, 팬들이라면 반가움을 느끼지 않고는 못 베긴다고나 할까요. 사막 행성 자쿠의 마을이나 밀레니엄 팔콘을 필두로 한 빈티지 느낌이 가득한 SF 설정은 오리지널의 감성이 잘 살아있는 재해석이 돋보입니다. 과거 프리퀄 시리즈의 만화적 느낌과는 확연히 차별된다 하겠습니다.

백병전이나 우주선 간의 공중전은 아이맥스 스크린과 어우러져 스케일과 리얼리티가 돋보입니다. 오리지널이 보여주었던,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우주 전투씬에 무게감과 박진감, 그리고 현장감이 더해졌다고 할까요. 반면 라이트 세이버 듀엘씬은 호불호가 갈립니다. 프리퀄에서 건질만한 몇 개 안되는 장점 중의 하나가 CG의 도움으로 펼쳐지는 오리지널을 능가하는 현란한 광선검 결투에 있었는데, 깨어난 포스에서는 그 현란함이 사라진 대신 좀 더 파워가 넘치는 고전 결투로 표현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건 이대로의 맛이 있더군요.

신규 등장인물과 기존 인물의 설정은 무난한 편입니다. 특히, 한 솔로의 첫 등장은 스타워즈 팬들의 감성을 최고조로 끌어올릴 만큼 인상적이더군요. 다만, 너무나 모습이 변해 버린 레이아 공주는 과연 캐리 피셔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여서 조금 아쉽다 하겠습니다. 루크의 모습은 글쎄요... 그에 대한 감상은 스크린에서 직접 확인하시는게 좋을 듯 하군요. 그 외에도 츄바카나 C3PO, R2D2, 액크바 장군까지 익숙하고 반가운 특수분장 캐릭터들도 놓칠 수 없는 추억의 향연입니다.

새로운 캐릭터들은 무난합니다. 설정 파괴의 주범으로 일부에서 회자되는 주인공 레이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상당히 좋은 느낌입니다. 핀 역할을 맡은 존 보예가는 기대 이상이었고, 오스카 아이삭의 포는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다고 할까요. 카일로 렌의 아담 드라이버는 이번 깨어난 포스에서 가장 저평가를 받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에피소드 8과 9에서 최종 평가를 내리려 합니다. 성장하는 악역이라는 많은 분들의 평가처럼 카일로 렌은 좀 더 입체적인 캐릭터가 되리라 기대가 되네요.

전반적으로 이번 J.J의 스타워즈는 속편이라기보다는 리메이크라는 말이 더 어울려 보입니다. 설정 뿐만 아니라 스토리의 흐름, 익숙한 대사의 등장 등 여러 면에서 에피소드 7은 에피소드 4의 오마쥬로 이야기되고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이 작품은 에피소드 4의 리메이크가 아닌가 할 정도로 과거의 스타워즈를 현대적으로 해석해내는데 중점을 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 에피소드 7 자체의 특색이라든지 발전된 모습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스페이스 오페라인만큼 과학적 측면에서의 설정 오류는 차치하더라도 많이들 지적하는 스토리의 개연성이나 급작스러운 전개방식은 J.J의 영화라는 것을 고려할 때 좀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확실히 J.J는 에피소드 7을 얼마나 스타워즈스럽게 만드냐에 더 신경을 쓴 듯 싶군요. 그런 점에서 그가 연출한 스타 트렉에 비해 하나의 영화로서의 완성도는 아쉽습니다.

에피소드 7은 모든 팬들을 만족시키지는 못했지만, 많은 팬들에게 인정을 받으면서 성공적인 스타워즈 프렌차이즈 부활의 신호탄을 쐈습니다. 문제는 깨어난 포스를 뒤이들 에피소드 8과 9의 감독이 J.J가 아니라는 점이랄까요. 대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완벽한 승리를 쟁취하지 못해 앞으로 다가올 전투를 걱정하는 장수의 마음처럼 우려와 걱정이 앞서는 것도 이번 에피소드 7을 보면서 들었던 또다른 감정이기도 합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5 Lucas Film Ltd.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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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조금일지는 몰라도 이 글에는 영화의 일부 내용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단 1%의 스포일러도 원치 않으신다면 영화 포스터까지만 봐주세요. :-)

ⓒ 2014 Paramount Pictures


<스탭>

◈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 각본: 조나단 놀란(Jonathan Nolan), 크리스토퍼 놀란
◈ 제작: 에마 토마스(Emma Thomas), 린다 옵스트(Lynda Opst), 크리스토퍼 놀란


<줄거리> 

근 미래의 지구. 인류는 번성의 시기를 지나 쇠락의 길로 다가가고 있다. 땅은 더이상 농작물이 자랄 수 없을 정도로 황폐해지고, 강력한 황사가 수도 없이 인류를 덮치자, 오랜동안 인류를 꿈꾸게 했던 우주도, 과학도 더 이상 인류의 관심사가 아니게 되었다. 이제 인류는 황폐해진 땅에서 자랄 수 있는 몇 안되는 농작물을 키우는데 온 힘을 쏟으면서 하루하루를 연명해가고 있었다. 농경사회로의 퇴행인 것이다.

한 때는 NASA의 우주비행사였던 쿠퍼(매튜 매커너히 분)는 장인 도널드(존 리스고우 분), 아들 톰(티모시 찰라멧 분), 딸 머피(멕켄지 포이 분)와 옥수수 농장을 꾸리며 살고 있다. 이제는 더이상 NASA도, 우주비행사도 없는 세상이지만, 여전히 탐험과 발견, 그리고 우주를 사랑하는 쿠퍼와 그를 똑같이 빼닮은 딸 머피는 둘도 없는 막역한 부녀 사이. 머피는 자신 방 책장에서 책이 스스로 떨어진다면서 유령의 짓이 아닐까 걱정하지만, 쿠퍼는 그런 딸에게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당부한다. 그러나, 황사 바람이 몰아치던 어느 날, 딸의 방에 들이닥친 모래 먼지가 일정한 패턴을 그리는 것을 본 쿠퍼는 이것이 유령의 짓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상대성 이론, 신비로운 우주, 그리고 가족애. 부침은 있지만 감동은 살아있다.

군가가 제게 인터스텔라가 재미있냐고 물어보신다면, 아마도 저는 그에 대한 긍정적인 대답을 하는 것에 망설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터스텔라가 괜찮은 영화냐 물으신다면 망설임 없이 '예'라는 답을 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인터스텔라에 대한 제 감상평은 이 정도가 가장 알맞은 정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인터스텔라는 블록버스터 급의 스케일과 제작비를 자랑하는 영화지만, 그 속내는 정통 SF의 모습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 영화는 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란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1968)'와 같은 선상에 놓여져 있습니다. 우주의 신비를 스크린 위에 표현하는 인터스텔라의 영상미는 근래 등장한 많은 SF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으뜸입니다. 단지 정통 SF 관점에서 이를 풀어냈기에 놀라움은 있어도 재미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물론, 인터스텔라가 천체 물리학적인 측면에서 완벽한 영화냐 라고 한다면 그런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상대성 이론을 영화의 주요 소재로 삼은 인터스텔라는 고증에 있어서도 기존 SF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의 물리학적 지식을 요구하기에, 이 글에서 일일이 짚어가기에는 무리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황된 우주를 묘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통 SF 영화로서의 가치는 유효합니다. 이는 작년에 개봉되어 많은 이들에게 극찬을 받은 알폰소 쿠아론의 '그래비티(2013)'가 과학적 오류에도 불구하고 웰 메이드 SF 영화로 평가되는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습니다.

만화영화 블로그라는 이곳의 관점에서 이야기 해보면, 인터스텔라는 두 가지 작품과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안노 히데아키의 '왕립 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1987)'와 '톱을 노려라! 건버스터(1989)'가 그것인데요, 전자는 블록 버스터급의 제작비를 투여하여 정통 SF를 그려냈다는 점에서, 후자는 우주여행과 시간 사이에서 벌어지는 과학적 이론을 영화의 핵심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인터스텔라와의 교집합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는 인터스텔라의 소재가 완벽히 참신하지는 않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겠지만요.

하지만 참신성이라는 측면에서의 감점 요소에도 불구하고 인터스텔라가 그려낸 우주는 물리학자들이나 이야기할 법한 심도 깊은 이론의 실체를 관객들에게 최대한 쉽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영화 그래비티가 중력의 영향력이 미치는 근거리 우주를 (많은 고증상의 오류에도 불구하고) 놀라우리만치 현실적으로 묘사했던 것처럼, 인터스텔라는 또다른 은하계를, 그리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SF 장르물에서나 볼 수 있는 웜홀이나 블랙홀을 관객들에게 최대한 현실적인 모습으로 묘사해내고 있습니다. 영화의 클라이막스에 펼쳐지는 5차원의 세계는 그런 면에서 SF의 레전더리라 일컬어지는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마지막 챕터와 비교할만 합니다. 좀 더 감성적이지만 말이죠.


사실, 러닝타임이 거의 세시간에 이르는 인터스텔라의 전개는 기승전결로 볼 때 기와 전이 늘어지는 측면이 있어서 영화를 보면서 계속 몰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초반부가 늘어진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주인공인 쿠퍼와 딸인 머피의 관계를 보다 관객들에게 공감시키기 위해서라면 필요한 부분이었다라고 보는데요. 반면 후반부의 클라이막스는 다소 갸우뚱 거리는 측면이 있습니다. 정통 SF로서 큰 호평을 받은 그래비티와 비교해도 분명 이야기의 흐름이 앞서는 것은 아닌 듯 합니다.

하지만, 정통 SF에 가족이라는 구태의연한 테마를 조합한 이야기는 괜찮은 감정이입을 보여줍니다. 이것은 매튜 매커너히와 어린 머피역을 맡은 멕켄지 포이의 호연 덕분이기도 할텐데요. 작년 아카데미 상에 빛나는 매커너히의 연기는 인터스텔라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하는 군요. 전개에 이르러서는 광활한 우주의 모험이 이야기를 주도하면서 가족애라는 테마가 다소 희석되는 듯한 느낌도 있지만, 녹화된 화상 데이터를 통해 느껴지는 애틋한 부성애와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은 외롭고 메마른 우주여행에 쏟아지는 잔잔한 빗줄기처럼 촉촉한 느낌을 줍니다.

로봇들도 영화에서 상당히 큰 역할로 자리매김합니다. 전반적으로 심각함이 지배하는 인터스텔라에서 로봇들의 역할은 일종의 쉬어가는 페이지처럼 잔잔한 유머를 선사하는 존재들인데요.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모노리스와 유사한 형상은 분명 큐브릭의 영화에 대한 오마쥬이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인공의 존재들은 선배 SF영화에 비해 상당히 인간친화적인 모습으로 인간의 편에 섭니다. 어찌보면 이 메마른 SF 영화에서 가장 인간적인 존재들인지도 모르겠군요.

인터스텔라는 분명 놀란 최고의 영화는 아닌 듯 보입니다. 다크나이트는 물론 이거니와 인셉션과 비교해도 인터스텔라의 뒷맛은 약간 개운치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사실 영화 크레딧이 올라올 때의 느낌은 이 영화를 뭐라고 표현해야할까 다소 난처할 정도였는데요. 굉장히 몰입하면서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분명 지루함을 느꼈던 부분이 있고, 또 어떻게 흘러갈지 대강 예측이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아!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장면들도 있었던 것처럼 한마디로 결론을 내기에는 다소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 인터스텔라는 스필버그의 '미지와의 조우(1977)'가 스필버그의 필모그라피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비슷한 위치를 놀란의 필모그라피에서 담당하지 않을까 조심히 예상합니다. 스스로가 만들고 싶었던 영화를 높은 기대치로 탄생시킨 이 영화는 분명 놀란 최고의 작품은 아닐지라도 놀란의 필모그라피에 있어서 반드시 회자될 작품임은 확실해 보입니다.

ⓒ 2014 Paramount Pictures


덧붙임) 본문에서는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매튜 매커너히는 인터스텔라가 영감을 얻은 로버트 저메키스의 '컨택트(1997)'에도 주연으로 출연했었죠. 게다가 영화제작을 맡은 린다 옵스트는 컨택트의 제작자이기도. 인터스텔라의 과학적 고증에 참여한 물리학자의 킵 손 역시 컨택트 제작 당시 관여했던 인물이니 인터스텔라는 여러 측면에서 컨택트와 인연이 깊은 듯 합니다.

덧붙임) 제가 인터스텔라의 위치를 스필버그의 미지와의 조우와 비교했는데, 사실 인터스텔라가 기획되었던 2006년 당시 감독은 스필버그였습니다. 스필버그가 조나단 놀란을 각본가로 고용한 뒤 내부 사정으로 하차하면서 그 뒤를 형인 크리스토퍼 놀란이 대신하게 되지요. 스필버그-파라마운트 조합에서 놀란-파라마운트 조합으로 뒤바뀌니 그 때가지 놀란의 파트너 격이었던 워너가 자사의 영화/TV 시리즈 판권까지 넘겨가며 인터스텔라의 배급에 참여한 듯 싶네요. 결과는 과연...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4 Paramount Pictures에게 있습니다.



인터스텔라 (2014)

Interstellar 
8.1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매튜 매커너히, 앤 해서웨이, 마이클 케인, 제시카 차스테인, 케이시 애플렉
정보
SF | 미국 | 169 분 | 2014-11-06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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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Marvel Studios

<스탭>

◈ 원작: 댄 애브넷(Dan Abnett), 앤디 래닝(Andy Lanning)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1969)'
◈ 감독: 제임스 건(James Gunn)
◈ 각본: 제임스 건, 니콜 펄만(Nicole Perlman)
◈ 제작: 케빈 파이기(Kevin Feige)
◈ 제작/배급: 마블 스튜디오/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모션 픽쳐스


<줄거리> 

1988년, 백혈병으로 어머니를 잃은 어린 퀼은 슬픔을 체 가눌 사이도 없이 외계인 도적단 래비져(Ravager)에게 납치되어 우주의 고아가 된다. 그로부터 26년 후, 래비저의 일원으로 성장한 퀼(크리스 프랫 분)은 폐허가 된 모라스 행성에서 정체불명의 오브를 탈취하여 노바 군단의 행성인 쟌다라로 향한다. 래비져의 두목인 욘두(마이클 루커 분)는 혼자서 오브를 가로챈 퀼의 목에 거액의 현상금을 걸고 그를 뒤쫓기 시작한다.

한편, 이터널의 뮤턴트로 강력한 힘을 가진 악의 화신 타노스(조쉬 브롤린 분)의 힘을 빌어 쟌다라 행성을 멸망시킬 계획을 세우던 크리 제국의 폭군 로난(리 페이스 분)은 타노스의 명령으로 오브를 찾기 위해 자신의 부하들을 모라스로 보냈지만, 눈 앞에서 퀼에게 오브를 빼앗기고 만다. 로난은 자신을 돕기 위해 타노스가 보낸 두 딸 중 가모라(조 샐다나 분)에게 오브를 되찾을 것을 명하고, 쟌다라에서 퀼과 조우하는데 성공한 가모라는 쉽게 오브를 탈취하는 듯 했으나, 퀼의 목에 걸린 현상금을 타기 위해 난입한 로켓(브래들리 쿠퍼 목소리), 그루트(빈 디젤 목소리)로 인해 난전 끝에 네 명 모두 노바 군단에게 체포되고 마는데...

히어로물보다는 정통 스페이스 오페라에 충실한 작품

제는 마블산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끝나면 쿠기 영상이 나온다는 것쯤은 많은 영화팬들도 알고 있듯이, 마블 히어로 무비는 자신들만의 특징적인 개성과 독자적인 세계관을 영화팬들에게 조금씩 각인시켜 왔습니다. 아이언맨, 토르, 헐크, 캡틴 아메리카 외에도 앤트맨, 닥터 스트레인지 등 코믹스의 다른 히어로들도 속속 출격할 준비를 마치면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일부 마니아들의 전유물이 아닌 당당한 주류 장르로 성장하고 있지요.

'어벤져스(2012)'의 대성공 이후 마블 영화들은 페이즈(Phase) 1,2,3으로 나뉘어져 차근차근 예정대로 진행 중에 있습니다. 페이즈 2의 포문을 연 '아이언맨3(2013)'을 시작으로 페이즈 2는 어벤져스의 후광을 바탕으로 페이즈 1보다 더 좋은 흐름을 타고 있는데요. 페이즈 2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어벤져스 속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이 내년에 개봉되는 것이 확정된 상황에서 페이즈 2의 2014년 여름을 책임지는 마블의 다음 타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이질적인 친구입니다. 우주를 무대로 활약하는 영웅들의 모험 이야기, 바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014)'가 그들입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이하, 가오갤)는 거대한 세계관 중 하나의 조각으로서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여타 마블 히어로 영화와는 다른 장르적 매력을 가진 작품입니다. 올 봄, 히어로 물과 첩보액션물을 크로스오버하면서 장르적 매력을 선보였던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2014)'와 같이 근래의 히어로 영화들이 다른 장르와의 결합을 통해 색다른 시너지를 내려하는 것이 특징이라면, 가오갤은 SF 액션물 그 자체로서 히어로 영화를 그리고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즉,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히어로 영화가 아닌 SF 액션물인 셈입니다.

보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가오갤은 스페이스 오페라로 불리는 일련의 장르 소설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가오갤의 주인공들은 코믹스와는 달리 히어로적인 모습을 거의 보여주지 않고 있는데요. 주인공인 스타 로드를 포함, 원작의 모습과는 달리 상당히 그 능력이 너프된 드렉스 더 디스트로어이어(데이브 바티스타 분) 등, 가오갤의 멤버들은 하나 같이 초인적인 능력이 사라진 전사나 무법자들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루트가 비록 인간을 훨씬 상회하는 능력을 갖고 있지만, 희귀한 외계종족이라는 점에서 히어로와는 다소 동떨어진 모습이구요. 지구인들이 아니라는 설정을 십분 활용하여 감독은 히어로 장르를 약간 비트는 것만으로 이 영화를 스페이스 오페라로 훌륭하게 변주해내고 있습니다.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점에서 우리가 유추할 수 있듯이 이 작품은 노골적으로 복고적인 성향을 곳곳에 드러내고 있습니다. '스타워즈' 시리즈나 '스타 트렉' 시리즈 등 일련의 스페이스 오페라는 70~80년대를 수놓던 장르로서 새로움과는 거리가 먼데요. 이런 장르적 매력을 극대화화면서 제작진은 스페이스 오페라 시리즈가 유행하던 당시의 올드 팝들을 영화의 OST로 적극 활용하여 영화가 복고를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관객들에게 분명히 표방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은 스타트렉 시리즈를 리부트하고 스타워즈 시리즈도 리부트하려는 J.J 에이브람스와 좋은 비교거리가 될 수도 있겠군요)

개인적으로 이 포인트는 상당히 취향을 자극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 때문에 가오갤에 대한 제 평가는 객관적 태도를 유지하려 하고 있음에도 어쩔 수 없이 우호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구요. 영화 초반 어린 스타 로드가 소니 워크맨으로 듣는 10cc의 'I'm not in love'를 비롯, 가오갤의 메인 테마라고도 할 수 있는 블루 스웨이드의 'Hooked on a feeling', 스타 로드가 모라스 행성에 도착했을 때 들리는 유쾌한 레드본의 'Come and get your love', 스타 로드가 가모라를 유혹할 때 사용하는 엘빈 비숍의 'Fooled around and fell in love' 등, 영화에 등장하는 올드 팝들은 노래 모음 제목인 'Awesome mix' 뜻 그대로 엄청(awesome)납니다. 그리고 이 매력적인 OST가 극에서 담당하는 역할 역시 매우 크구요.

어벤져스의 세계관과는 전혀 다른 곳에서의 이야기지만, 이곳저곳에서 접점을 보여주면서 기존 시리즈와 연결시켜 볼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어벤져스 3에서나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마블 히어로 세계관의 가장 강력한 빌런인 타노스의 등장이나, '토르, 다크월드(2013)'의 엔딩 부분에 등장했던 컬렉터(베네치오 델 토로 분)의 재등장 등, 가오갤은 이번 페이즈 2는 아니더라도 페이즈 3부터는 뭔가 어벤져스와 세계관을 공유하리라는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즉,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로, 히어로 물과는 다른 관점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오갤은 엄연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한 부분으로서 존재하고 있는 것입니다.

멋진 OST와 함께 멤버들의 개그스러운 모습 또한 가오갤의 영화적 재미를 십분 살리고 있습니다. 로켓 라쿤과 그루트의 콤비 플레이는 더할 나위없이 훌륭하며, 스타 로드의 크리스 프랫은 정말 신의 한수가 아닌가 할 정도로 기막힌 캐스팅입니다. 그가 '레고 무비(2014)'의 덜떨어진 주인공 에밋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는 것을 알고 나니 더더욱 스타 로드로서 보여줄 그의 코믹 연기가 기대됩니다. 홍일점인 가모라의 뇌쇄적인 매력 역시 빼놓을 수 없구요. 조 샐다나는 인간으로서도 외계인으로서도 그 치명적인 매력을 가릴 수가 없군요.

결말이 너무도 뻔한 이야기 전개와 부족한 스케일에도 불구하고 가오갤은 OST와 개그라는 투톱을 활용하여 히어로 물을 스페이스 오페라로 멋지게 탈바꿈한 영리함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한계를 센스있는 연출로 극복한 제임스 건의 엔터테인먼트 접근 방식은 분명 이번 가오갤에서 상당히 인상적이었으며, 그렇기에 페이즈 3에 다시 등장할 가오갤의 속편 또한 몹시도 기대된다 말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어벤져스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4번 타자라면, 가오갤은 어벤져스와는 다른 모습으로 마블 시리즈의 활력을 불어넣는 멋진 테이블 세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4 Marvel Studios에게 있습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014)

Guardians of the Galaxy 
8.1
감독
제임스 건
출연
크리스 프랫, 조 샐다나, 데이브 바티스타, 빈 디젤, 브래들리 쿠퍼
정보
액션, 어드벤처 | 미국 | 121 분 | 2014-07-31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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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읽지 마세요. 사실 읽은 후에도 감상에 큰 무리는 없다고 생각됩니다만.

ⓒ 2014 Warner Bros. Pictures


<스탭>

◈ 감독: 가렛 에드워즈(Gareth Edwards)
◈ 원작/각본: 혼다 이시로(本多猪四郎) / 맥스 보렌스테인(Max Borenstein), 데이빗 칼라햄(David Callaham)
◈ 제작: 토마스 툴(Thomas Tull), 존 제시뉘(John Jashni)
◈ 기획: 패트리샤 윗쳐(Patricia Witcher), 반노 요시미츠(Banno Yoshimitsu)


<줄거리> 

비밀리에 미지의 존재를 조사하는 범지구적 단체 모나크. 모나크 소속의 세리자와 박사(와타나베 켄 분)는 필리핀의 한 광산을 방문한다. 우라늄을 채굴하는 도중 이상환 광경을 목격했다는 관계자의 말을 듣고, 광산 안으로 들어간 세리자와는 그곳에서 거대한 생물의 뼈와,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두 개의 알집(?)을 발견하게 된다. 두 개 중 하나는 이미 열려 있었는데, 그곳에 있던 무언가는 이미 해변을 통해 바다로 빠져나간 상태. 세리자와 박사는 그것이 그들 모나크가 오랫동안 찾애 해메던 그것(?)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한편, 일본에 위치한 원자력 발전소 잔지라, 죠 브로디(브라이언 크랜스톤 분)와 아내 산드라(줄리엣 비노쉬 분)은 이 발전소에서 근무하는 엔지니어들이다. 산드라가 점검을 위해 발전소 원자로로 들어간 바로 그 때, 잔지라에서 원인모를 진동이 감지된다. 미처 손쓸 겨를도 없이 거대한 충격과 굉음이 발생하고, 곧 발전소에서 급격하게 방사능이 노출되기 시작한다. 브로디는 방사능의 누출을 막기 위해 아내가 미쳐 빠져나오지 못한 상황에서 원자로를 폐쇄하고, 잠시후 잔지라는 산드라와 무수히 많은 인명들을 끌어안은 체 붕괴되고 만다.

그로부터 15년, 브로디와 산드라의 아들 포드(애론 테일러 존슨 분)는 그날의 트라우마를 가슴에 묻은 체 아내 엘르(엘리자베스 올슨 분)와 아들 샘과 함께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다. 일본에서 여전히 잔지라의 사고원인을 파헤치는 아버지와는 한동안 연락을 끊고 사는 상태. 하지만, 아버지가 출입금지구역이 된 잔지라에 무단침입하려다가 체포된 것을 계기로 포드는 이제는 더이상 떠올리고 싶지 않은 15년 전의 악몽에 다시 한 번 맞딱드리게 되는데...


블록버스터로서는 밋밋하지만 마니아에게는 만족스러운 리메이크

다 이시로가 창조해 낸 일본 괴수영화의 원전 '고질라(1954)'는 일본의 서브컬쳐의 한 축을 당당히 책임지는 마니아적인 평가 외에도 핵무기에 대한 일본인들의 트라우마를 원자력에 대한 경종과 대자연 앞에 무력한 인간의 단상으로 이끌어낸 영화적인 완성도도 제법 좋았던 작품입니다. 이후 이 장르는 특촬물과 괴수물의 원전으로서 서브컬쳐 마니아들에게만 인정되어 왔지만, 영화가 가진 주제의식에 있어서는 특촬물을 능가하는 단순한 괴수물 이상의 모습을 보여준 셈입니다.

이후로도 2000년대까지 20여편이 넘는 고질라 스핀오프가 제작되어지지만, 1954년작 고질라를 능가하는 작품은 없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그만큼 오리지널 고질라는 영화적 완성도에 있어서 수십년 뒤의 후속작들을 상회하고 있는데요. 그것은 비약적인 특수 촬영기법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오리지널이 갖고 있는 주제의식과 내러티브를 후속작이 계승하고 발전시키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는 헐리우드의 첫 리메이크 작인 롤랜드 에머리히의 '고질라(1998)'도 마찬가지로, 고질라라는 이름만 가져온 이 작품은 그럴듯한 주제의식도 없이 그저 커다란 괴물이 인간들을 위협한다는 단순한 이야기를 단순한(그리고 비싸기만한) 특수효과로 어설프게 그려내면서 오리지널 시리즈의 주제의식도, 자기만의 특색도 가지지 못한 그저그런 B급 블록버스터로 태어나고 맙니다.

가렛 에드워즈의 '고질라(2014)'는 그런 면에서 에머리히의 B급 고질라를 훨씬 상회하는 결과물이자 오리지널 시리즈에 상당히 충실한 헐리우드판 리메이크 작입니다. 괴수물에 인색한 한국 시장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고질라는 북미시장에서는 약 1억6천만 달러(14년 5월25일 기준), 글로벌 마켓에서는 약 3억9천만 달러(14년 5월25일 기준)를 벌어들이며 준수한 흥행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출처: IMDb) 서브컬쳐 장르에 우호적인 외국인들의 평가라 하더라도 형제 격 영화인 길예르모 델 토로의 '퍼시픽 림(2013)'이 최종 수익 4억달러에 그친 것을 생각하면 이것이 단순한 장르에 대한 취향 때문이 아니란 것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퍼시픽 림보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고질라지만, 괴수들이 격돌하는 격투 장면의 압도감과 속도감은 퍼시픽 림보다 못하며, 서스펜스에 있어서는 매트 리브스의 '클로버필드(2008)'가 더 좋은 느낌입니다. 블록버스터로서 이 영화의 호흡은 다소 느린 편으로, 점점 긴장감이 고조되다가 갑자기 중간에 맥없이 풀려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와!'라는 외마디보다는 '음...' 하면서 약간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영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고질라가 등의 뿔 만을 내놓은 체 바다 속을 가로지르는 장면이나 샌프란시스코에 떨어진 원폭의 해체를 위해 낙하를 감행하는 군인들이 고질라의 거대한 몸체와 조우하는 장면 등, 고질라의 압도적인 위압감을 십분 살려낸 장면들은 꽤나 인상적입니다. 속도감은 떨어지지만 고질라와 무토의 도심 속 결전도 파워와 스케일이 살아있구요. 전반적으로 이 작품은 정통(?)괴수물로서의 모습에서도 충실합니다. 단지 임팩트가 부족한 편이죠.

줄리엣 비노쉬나 브라이언 크랜스톤은 네임밸류로만 봐서는 주연급이었지만, 아쉽게도 초반에 일찍 하차합니다. 괴수가 주인공인 이 영화에서 다소 떨어지는 주연급 캐스팅 파워를 메우기 위해 사용된 카드로 보이는데요. 이는 '슈퍼맨(1978)'에서 말론 브란도의 역할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 극 중 부부로 출연하는 주인공 애론 테일러 존슨과 엘리자베스 올슨이 '어벤져스 2 - 울트론의 시대(2015)'의 퀵 실버와 스칼렛 위치 역할을 맡았다는 점은 영화와는 별개로 반가운 부분입니다.

고질라 시리즈의 팬들이라면, 서브컬쳐나 괴수물에 열광하는 마니아라면 에드워즈 감독의 고질라는 제법 괜찮은 작품입니다. 오리지널의 주제의식을 살짝 변주하여 원자력의 위험을 일깨우고 대자연의 분노를 거대한 괴물들의 묵시록적인 대결로 표현해 낸 부분은 인상적이며, 덕분에 고질라는 단순한 괴수물 이상의 내러티브가 있습니다. 다른 분들의 말마따나 고질라의 초, 중반부는 괴수물보다는 재난 영화에 가까운 모양새로 액션보다는 드라마에 충실하죠. 이로 인해 호흡은 비록 느리지만, 스토리텔링은 여타 블록버스터보다 좋습니다.

모든 사건이 끝난 뒤 바다 속으로 유유히 사라지는 고질라의 뒷모습은 오리지널 일본 시리즈들에 대한 오마쥬라 할 수 있습니다. 마치 후속편이 등장할 것만 같은 엔딩이었는데, 리메이크작의 성공적인 흥행성적을 볼 때 아주 가능성이 없지는 않아 보입니다. 일본 서브컬쳐의 헐리우드 두드리기는 고질라로 인해 비로소 인상적인 결과를 낸 것 같네요.

ⓒ 2014 Warner Bros. Pictures


덧붙임) 본문에서는 퍼시픽 림보다 고질라를 좀 더 높게 평가햇지만, 사실 제 개인적인 평가는 고질라 별 3개, 퍼시픽 림 3개 반으로, 퍼시픽 림이 좀 더 높습니다. 서브컬쳐 오락물로서 보면 아무래도 고질라가 좀 늘어지는 느낌이... 아니 제 수준이 딱 그 정도여서요. :)


덧붙임) 예고편에서 크랜스톤의 혼신(?)의 연기 장면을 보고 왠지 이 영화가 괴수물보다는 재난영화스런 느낌이 되지 않을까 했는데... 얼추 예상이 맞았습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4 Warner Bros. Pictures에게 있습니다.


고질라 (2014)

Godzilla 
5.6
감독
가렛 에드워즈
출연
애론 테일러-존슨, 브라이언 크랜스턴, 엘리자베스 올슨, 줄리엣 비노쉬, 와타나베 켄
정보
액션, SF | 미국 | 123 분 | 2014-05-15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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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Marvel Studios


<스탭>

◈ 감독: 안소니 루소(Anthony Russo), 조 루소(Joe Russo)
◈ 원작: 에드 브루베이커(Ed Brubaker)의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외
◈ 제작/배급: 마블 스튜디오 /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모션 픽처스


<줄거리> 

아스가르드인 로키와 치타우리 종족의 뉴욕 침공이 있은지도 벌써 2년, 캡틴 아메리카로 불리는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 분)는 쉴드의 일원으로 점차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가는 중이다. 알제리안 해적들에 의해 나포된 쉴드 소속의 함선의 구출임무를 맡은 로저스.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던 도중, 함께 작전에 참여한 나타샤(스칼렛 요한슨 분)가 독자적으로 함선의 컴퓨터에서 정보를 유출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자신에게는 아무런 언급도 없이 별개의 임무를 나타샤에게 맡긴 것에 실망한 로저스는 닉 퓨리(사우엘 L. 잭슨 분)에게 섭섭함을 토로하고, 그런 로서스에게 퓨리는 쉴드가 극비리에 진행 중인 인사이트 프로젝트를 공개한다. 그것은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세 대의 헬리케리어가 상공에 대기하면서, 위성 연결을 통해 테러 분자 또는 사회에 위협이 되는 존재를 찾아내어 미연에 제거하는 것이었으니...


캡틴, 마블 페이즈 2의 진정한 주역이 될 것인가

블 페이즈 1의 라인 업을 기억하시는지? '아이언 맨(2008)'부터 시작하여 '퍼스터 어벤져(2011)'까지 이어온 마블 히어로 영화는 마침내 '어벤져스(2012)'를 통해 압도적인 파워를 뿜어냈습니다. 그러나 '아바타(2009)', '타이타닉(1997)'에 이은 역대 흥행성적 3위라는 타이틀은 온전히 어벤져스 한 편의 영화가 이룩한 것이 아니죠. 아이언 맨부터 헐크, 토르, 캡틴 아메리카로 이어지는 단독 영화들의 힘이 뒷받침이 된 것입니다.

페이즈 1에서 캡틴 아메리카는 대단원이 되는 어벤져스의 직전에 개봉되면서 페이즈 1에서 제법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캡틴 아메리카의 상징성이나 위치에 비했을 때 1편에서의 그는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죠. 그것은 어벤져스에서도 마찬가지. 어찌보면 마블 히어로 중에서 가장 극적인 과거사를 가지고 있지만, 평면적인 그의 캐릭터는 그의 제한된 능력만큼이나 많은 한계를 갖고 있었습니다.

어벤져스의 대성공으로 인해 각 히어로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들도 그 위상이나 부담감이 예전같지 않게 되었습니다. 톱 플레이어 격인 아이언 맨 시리즈야 독자적인 팬덤을 구축하고 있으니 차치하더라도, 헐크, 토르, 거기에 캡틴 아메리카는 모두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기로에 선 셈이죠. 캡틴보다 앞서 개봉한 토르의 두번째 속편은 어벤져스를 통해 달라진 토르 브랜드의 위상을 확인시켜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모로 슈퍼히어로의 주인공으로서는 미약한 힘을 갖고 있는 캡틴은 어떻게 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크리스토퍼 놀란이 성공적으로 해냈던, 히어로 장르와 타 장르영화의 융합은 캡틴의 두번째 속편인 윈터 솔저의 키워드입니다. SF를 적절하게 융합시킨 '맨 오브 스틸(2013)'이나 하이틴 영화의 감성을 더한 '어메이징 스파이더 맨(2012)' 등, 근래의 히어로 영화들은 사실 타 장르와의 융합에 적극적인 편입니다. 하지만, 마블산 히어로 영화들 중에서는 캡틴 아메리카가 가장 그 부분에 적극적이랄까요. 전쟁물과의 접목을 시도한 퍼스트 어벤져에 이어 이번에는 첩보액션물과 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상당히 만족스럽군요.

놀라운 것은 윈터솔저를 연출하고 뒤이어 캡틴의 세번째 속편까지 연출할 것으로 알려진 감독 루소 형제가 주로 TV 시리즈 시트콤이나 코미디 장르의 영화를 만들어온 인물들이라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윈터 솔저는 웃음기가 100% 빠진(물론, 닉 퓨리와 인공지능의 대화와 같은 깨알같은 유머가 존재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진지한 첩보액션물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첩보물로서의 이야기 흐름도 물론 준수합니다만, 윈터 솔저가 인상적인 것은 적당히 개연성 있는 스토리와 함께 캡틴의 장점을 120% 활용한 정교한 액션 연출에 있습니다.

어벤져스를 보아온 영화 팬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다시피 캡틴의 능력은 인간을 다소 상회하는 신체적 능력과 어떤 충격이든지 반사시키는 비브라늄 방패 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습니다.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슈트나 천둥을 부르는 초능력, 녹색 괴물의 압도적 파워가 그에게는 없지요. 당연히 이들과 보여주는 액션의 질감이 틀릴 수 밖에 없는데요. 이것을 이 영화에서는 그야말로 멋지게 맞춤 재단해 냅니다. 그로 인해 이 영화는 첩보 액션물과 다소 빈약한 능력의 히어로라는 조합으로 훌륭한 한편의 오락물을 만들어 냅니다.

팀의 일원, 국가를 위한 희생(물론 이 부분은 영화에서 변주되지만) 등, 전통적인 가치관에 충실한 로저스가 그가 믿었던 것들에 의해 배신당하는 부분은 평면적인 그의 캐릭터를 입체적인 상황에 노출시켜 극적인 긴장감을 부여하게 합니다. 그 사이사이 배치해 놓은 70여년의 시간을 거슬러 홀로 미지의 세상에 떨어진 외로운 인간으로서의 로저스를 묘사하는 점도 제법 인상적이구요. 개인적으로 미국적인 히어로라는 한계 속에서도 페이즈 1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인물이 캡틴이었는데 이번 페이즈 2에서도 그 평가는 변하지는 않을 것 같네요. 액션, 스토리, 캐릭터 모든 면에서 페이즈 2의 스타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가 아닐까 합니다.

ⓒ 2014 Marvel Studios



덧붙임) 많은 분들도 느끼셨겠지만, 윈터 솔저에서 로버트 레드포드의 캐릭터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습니다. 저 정도 레벨의 배우를 그 정도로만 소비했다는 점에서 아직 루소 형제의 내공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네요. 좀 잔인하게 말하면 레드포드 옹은 영화의 홍보를 위해 희생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

덧붙임) 스칼렛 요한슨은 콜슨에 이어 이제는 마블 히어로 영화에서는 빠져서는 안되는 존재가 되어버린 걸까요? 이번에는 단순한 스페셜 출연이 아니라 캡틴의 사이드킥으로서 맹활약합니다. 부족한 캡틴의 능력을 커버하기 위한 것이었겠지만, 이쯤되면 블랙 위도우 단독 시리즈가 나와도 될 정도.

덧붙임) 사실, 어벤져스 2 직전 페이즈 2의 마지막 타자는 캡틴이 아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014)'입니다. 일단은 서로 활동하는 지역구가 다르니 이 친구들은 살짝 포지셔닝을 달리해도 될 것 같네요. 그래서 페이즈 2의 스타는 캡틴 아메리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만.

덧붙임) 쿠키 영상이 두 개인 걸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남은 관람객이 저랑 와이프 둘 밖에 없다보니 조금 뻘쭘해서 하나만 보고 나와버렸습니다. 이럴 땐 좀 천연덕스럽게 버텨서 보고 그래야 하는데, 저도 그런 성격이 못되다 보니... ㅠㅠ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4 Marvel Studios에게 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2014)

Captain America: The Winter Soldier 
8.5
감독
조 루소, 앤소니 루소
출연
크리스 에반스, 스칼렛 요한슨, 사무엘 L. 잭슨, 로버트 레드포드, 세바스찬 스탠
정보
액션, 어드벤처, SF | 미국 | 136 분 | 2014-03-26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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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LT Disney


<스탭>

◈ 감독/각본: 크리스 벅(Chris Buck), 제니퍼 리(Jennifer Lee)
◈ 원작: 한스 크리스챤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
◈ 제작 총지휘: 존 라세터(John Lasseter)
◈ 제작: 월트 디즈니 픽쳐스/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줄거리> 

아렌델 왕국의 첫째 공주 엘사는 태어났을 때부터 눈과 얼음을 다룰 수 있는 신비한 마법을 쓸 수 있다. 마법을 이용하여 동생인 둘째 공주 안나와 함께 눈 사람을 만들고 썰매를 타며 즐겁게 보내던 어느날 밤, 그만 실수로 엘사의 마법이 안나를 다치게 하고 만다. 얼음처럼 차갑게 식어가는 안나를 구하기 위해 왕과 왕비는 숲속의 요정들인 트롤을 찾아나서게 되고, 안나를 고쳐주며 트롤은 왕에게 주의를 준다, 심장이 얼었다면 안나를 고칠 수 없었다며, 엘사가 마법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을 때까지 조심하라고.

엘사 공주의 마법이 다른 이들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왕은 궁 안의 시종 수를 줄이고 성문을 굳게 걸어 잠근 뒤 엘사를 칩거시킨다. 심지어 안나마저도 엘사의 얼굴을 볼 수 없게 되어버리자, 트롤들에 의해 언니의 마법에 대한 기억이 지워져 버린 안나는 갑자기 자신을 멀리하고 혼자 지내는 언니를 이해할 수 없게 되는데...

그렇게 세월이 흘러, 왕과 왕비가 세상을 떠나고 엘사가 여왕에 등극하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 마침내 닫혀있던 아렌델의 성문이 열리고, 바깥 세상에 대한 동경으로 들떠 하는 안나와 달리 아직도 자신의 힘을 제어하지 못하는 엘사는 이 모든 것이 두렵기만 하다. 엘사는 대관식을 무사히 마치고 여왕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까, 그리고 안나는 그토록 바라던 운명의 사랑을 만나 답답한 아렌델을 떠날 수 있을까.


라푼젤의 뒤를 잇는 디즈니 스타일의 화려한 귀환

'어공주(1989)'를 시작으로 전세계를 강타했던 디즈니의 르네상스는 '라이온 킹(1994)'에서 정점을 찍은 뒤, '포카혼타스(1995)'부터 서서히 사그러들기 시작했습니다. 디즈니 르네상스의 쇠락과 함께 픽사가 선보인 3D 애니메이션은 점점 그 입지를 굳혀가 21세기부터는 픽사와 드림웍스의 투톱으로 디즈니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워버리고 말았죠. 2006년 디즈니가 픽사를 인수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디즈니=픽사'가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만화영화 팬들에게는 이제 디즈니 스타일은 과거이고, 픽사가 창조해 낸 스타일이 현재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3D 애니메이션이 전세계적인 추세가 되기는 했지만, 사실 3D가 셀 애니메이션이 가진 모든 것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는 디즈니가 아니라 미야자키 하야오로 대표되는 일본산 셀 애니메이션의 것이 되지요. 물론 이들조차 디즈니가 해외배급을 맡고 있으니 어떤 면에서 승자는 디즈니가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디즈니가 보여주었던 그들만의 만화영화는 점점 더 보기 힘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디즈니의 르네상스를 화려하게 열었던 뮤지컬 애니메이션은 과거의 전설로만 사람들에게 회자되어집니다.

'겨울왕국(2013)'은 과거 디즈니 만화영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뮤지컬 애니메이션의 성공적인 부활을 알린 작품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역사에 있어 인어공주와 버금가는 위치에 오를만한 작품인 셈이죠. 오히려 근래의 폭발적인 흥행열풍은 인어공주 그 이상일지도 모릅니다. 실제 겨울왕국의 흥행성적은 라이온 킹에 이어 역대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 2위로 당당히 그 이름을 올리고 있지요. 그렇다면 과연 이 만화영화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명작일까요?

사실, 디즈니가 '타잔(1999)' 이후로 한동안 봉인시켜왔던 디즈니 스타일의 부활을 시도한 것은 겨울왕국이 처음은 아닙니다. 인어공주의 두 감독 론 클레멘츠와 존 머스커를 기용하여 '공주와 개구리(2009)'를 제작한 것이 첫 번째 시도였었죠. 한국에서의 흥행은 신통치 않았지만, 공주와 개구리는 영미권에서 꽤 인상적인 성공을 거둡니다. 흑인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참신함이 돋보이는 이 작품에 하나의 한계가 있다면, 그것은 트렌드에서 벗어난 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다는 정도일까요. 하지만, 디즈니는 이 작품에서 디즈니 스타일이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듯 합니다. 그리고, '라푼젤(2010)'로 다시 한 번 그 가능성을 타진하게 되지요.

사실, 라푼젤은 가능성을 타진했다기 보다는 디즈니가 승부수를 띄운 작품입니다. 2억6천만 달러의 제작비(디즈니 만화영화는 '노틀담의 꼽추(1996)'에서 처음으로 1억달러가 넘는 제작비를 투입합니다)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해도 디즈니 역사상 기록적인 제작비였었죠. 주목할 것은 라푼젤이 디즈니의 장점인 뮤지컬 애니메이션과 픽사가 발전시켜온 3D 애니메이션을 조합한 작품이었다는 점입니다. 픽사의 수장 존 라세터가 프로듀싱을 맡으면서 라푼젤은 비로서 디즈니와 픽사의 장점을 제대로 융합해 냅니다. 그것은 존 라세터가 프로듀싱한 이번 겨울왕국도 마찬가지죠.


겨울왕국은 공주와 개구리, 라푼젤을 통해 자신들의 스타일, 그리고 만화영화 팬들이 원하는 스타일의 조합점을 찾아낸 디즈니의 최종(?)결과물인 셈입니다. 3D 애니메이션이라는 트렌드를 가져오되, 디즈니가 선보였던 셀 애니메이션의 서정성을 살릴 수 있는 세심한 터치가 이루어졌으며, 뮤지컬 애니메이션과 코미디의 환상적인 조합이 특징인 과거 디즈니 스타일을 완벽하게 재현해 냈죠. 핵심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트렌드에 맞는 세련된 스타일을 가미한 이 방식은 그야말로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겨울왕국의 흥행돌풍은 작품 자체의 완성도보다는 오히려 개봉 시기와 음악에 더 공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겨울왕국의 이야기는 공주와 개구리나 라푼젤에 비해서 단선적이라 다소 싱거운 느낌입니다. 무언가 얘기가 진행되는 듯 하더니 그대로 결말에 이르렀다고나 할까요. 눈사람 올라프는 인어공주의 세바스찬이나 알라딘의 지니와 같은 디즈니의 대표적인 감초 캐릭터의 뒤를 이을만큼 인상적이지만, 트롤과 같은 다른 캐릭터들의 활용은 다소 아쉽습니다. 캐릭터들도 엄밀히 말해 이제가지의 디즈니 스타일과 크게 다르지 않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어필하는 것은 캐릭터의 입체감보다는 캐릭터들이 이끌어내는 이야기의 방향성이 이제까지 디즈니의 그것과는 다소 다르기 때문입니다. 언니와의 행복한 시간을 그리워하는 안나는 이제까지 디즈니의 여주인공처럼 밝고 건강하며 사랑스럽지만, 남자에게 자신을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나아가려 하지요. 언니인 엘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강대한 마력이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줄까 두려워하는 소심한 여인이면서도 얼음궁전을 만들어낼 때는 누구보다 진취적이고 강렬한 매력을 뿜어내지요. 겨울왕국은 이 두 자매의 매력과 가족애가 멋진 앙상블을 보여줍니다.

압도적인 얼음궁전의 위용과 함께 청아하게 울려퍼지는 엘사의 'Let it Go'로 대표되는 겨울왕국의 OST는 마치 마법과 같이 영화팬들을 스크린으로 빨려들게 합니다. 초반부에 나오는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엘사의 이 씬은 겨울왕국 중 가장 인상적이기까지 하지요. 오리지널판의 엘사역을 맡은 이디나 멘젤의 음색도 훌륭하지만, 한국어 더빙판에서 엘사의 노래파트를 맡은 뮤지컬 배우 박혜나의 목소리도 이에 견줄만 합니다. 디즈니 측의 철저한 시스템 덕에 검증된 성우들이 기용되어 겨울왕국의 더빙판은 오리지널판 못지 않게 훌륭합니다.

크리스마스, 연말과 어우러진 개봉 역시 흥행에 큰 일조를 하지 않았나 합니다. 실제로 북미에서 11월에 개봉한 겨울왕국은 크리스마스와 연말 특수를 등에 업고 다시금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오르게 되지요. 한국에서는 늦게 개봉한 것이 오히려 여타 경쟁작들을 피하는 결과를 가져와 흥행에 도움이 되지는 않았나 하는 예상도 되구요. 결국 이런 안팎의 요소들이 겨울왕국의 기록적인 흥행에 도움이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때를 잘만난 셈이죠.

겨울왕국은 디즈니를 대표하는 뮤지컬 애니메이션의 성공적인 부활을 알렸다는 점만으르도 디즈니 만화영화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야기 구성이 조금만 더 밀도가 있었다면 좋았을테지만, 사랑스러운 엘사와 안나로 대표되는 캐릭터들을 3D로 성공적으로 이식한 점이나 가슴을 울리는 OST 등 겨울왕국이 보여준 여러가지 클리셰들은 과거 디즈니의 전성기를 연상시킬만큼 인상적입니다. 물론, 이 성공으로 디즈니가 두번째 르네상스에 접어들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만, 적어도 뮤지컬 애니메이션이 앞으로도 계속 제작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준 것은 사실입니다. 겨울왕국은 디즈니의 저력을 제대로 보여준 오랜만의 작품입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WALT Disney에게 있습니다.



겨울왕국 (2014)

Frozen 
8.4
감독
크리스 벅, 제니퍼 리
출연
박지윤, 소연, 박혜나, 최원형, 윤승욱
정보
애니메이션, 어드벤처, 가족 | 미국 | 108 분 | 2014-01-16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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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 노출이 있으니 굳이 이를 원치 않는 분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 2013 Warner Bros. Pictures


<스탭>

◈ 감독: 알폰소 쿠아론(Alfonso Cuarón)
◈ 각본: 알폰소 쿠아론, 요나스 쿠아론(Jonás Cuarón)
◈ 제작: 데이빗 헤이맨(David Heyman), 알폰소 쿠아론


<줄거리> 

미션 스페셜 리스트 라이언 스톤 박사(산드라 블록 분). 그녀는 익스플로어 호에 탑승하여 지구궤도에 떠있는 허블 우주 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우주에 올라와 있다. 베테랑 우주 비행사이자 이번이 마지막 비행이기도 한 매트 코왈스키(조지 클루니 분)가 그녀와 함께 했는데, 시종일관 유쾌하게 수다를 떨며, 우주를 비행하는 그와 달리 이번이 첫 비행인 스톤은 다소 긴장한 듯 컨디션이 별로 좋지는 않아 보인다.

한창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면서 코왈스키의 의미없는 수다를 건성으로 흘려듣던 그 때, 컨트롤 센터인 휴스턴으로부터 다급한 무선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폐기 위성을 처리하기 위해 발사된 러시아의 미사일에 의해 파손된 위성의 파편이 근처 궤도의 위성과 충돌하면서 연쇄반응이 일어나 익스플로어 호로 다량의 잔해가 접근중이라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다급하게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려던 스톤과 코왈스키에게 위성의 잔해들이 맹렬한 속도로 접근하고, 손쓸 틈도 없이 익스플로어호는 케슬러 신드롬에 휘말려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CG미학의 결정체와 휴먼드라마의 완벽한 캐미스트리

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그래비티(2013)'는 분명 훌륭한 작품이다. 혹자는 이 영화를 2013년 최고의 영화로 꼽는다고 하는데, 그 의견에 개인적으로 크게 공감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래비티가 SF 영화사의 레전더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영화냐 하면 그건 아니다. 스탠리 큐브릭의 '2001년 오딧세이(1968)'처럼 거대한 철학적 담론과 완벽한 영상미가 조화를 이룬 심오한 SF 레전더리도 아니며, 오딧세이와는 완벽한 대칭점에 있는 SF 판타지의 기념비적인 전설 '스타워즈(1977)'의 상상력과 기발함을 담고 있지도 않다. 프랭클린 J 샤프너의 '혹성탈출(1968)'이 보여준 충격적인 미래상, 스티븐 스필버그의 '미지와의 조우(1977)'가 선보인 포스트모더니즘과 스릴러의 절묘한 조화,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런너(1982)'에서 느꼇던 디스토피아적이고 느와르적인 컬트함도 없다.

그래비티는 특수효과 측면에서는 스필버그의 뒤를 잇는 블록버스터의 거장 제임스 카메론의 완벽함에 근접해 있지만, 이야기 속에서 벌어지는 생존과 삶을 향한 의지, 자연을 마주한 인간성의 되물음에서는 이전의 수많은 비슷한 영화(SF는 아니지만, 다른 재난영화)들과 비교하여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어보인다. 그러나, 실제 현실과 가깝게 재현해낸 우주라는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생존을 향한 한 여성의 투쟁은 무척이나 현실감이 있고, 흡입력이 있으며,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무엇이 있다. 특수효과를 통해 감독이 보여준 실제와 유사한 영상적 체험으로 인해 우리는 주인공 스톤과 한자리에서 우주의 미아가 되는 듯한 착각 속에 빠진다.

이 영상적 체험이 다른 여타의 영화들과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이 영화가 조난 영화이기 때문이다. 액션, 미스테리, 스릴러, 판타지 등 SF 영화와 어울릴 수 있는 수많은 장르 중 재난 영화의 코드를 사용하여 미지의 우주에서 겪는 있을 법한 사고를 눈 앞에서 펼쳐지는 듯한 기시감으로 표현한 시각적 효과는 단순한 특수 효과 이상으로 관객들의 감정을 파고든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스토리는 비록 단순하지만 뛰어난 CG와 맞물려 완벽한 캐미스트리를 뽐내고 있다. 만약, 이 압도적인 영상미와 어우러질 이야기의 깊이와 신선함이 이제까지 우리가 보아온 SF 걸작들에 견줄 정도였다면 그래비티는 분명 그들과 같은 자리에 올라설 만한 기념비적인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 2013 Warner Bros. Pictures



스톤과 코왈스키, 그리고 후반부는 거의 스톤 혼자서 이끌어가는 영화의 구도는 온전히 캐릭터와 메인 테마에게 집중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다 준다. 이는 이미 '127시간(2010)'이나 '베리드(2010)'에서 우리가 보아왔던 것인데, 이런 영화는 당연하게도 주연배우의 연기 내공이 영화의 상당부분을 책임지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산드라 블록은 분명 탁월한 캐스팅이다. 그녀는 이 작품에서 딸을 잃고 생에 대한 의지를 상실한 여성 우주인 스톤을 실로 훌륭하게 표현해냈는데, 나약한 여성에서 삶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는 강인한 여성으로 일어서는 모습은 흡사 리들리 스콧의 '에일리언(1979)'의 시고니 위버를 연상시키는 부분도 있다. (ISS의 소유즈에 극적으로 랑데뷰한 뒤 우주복을 벗고 잠깐의 휴식을 취하는 스톤의 모습은 구명정을 타고 노스트로모 호를 탈출하여 동면에 들어가기전 속옷 차림으로 잠깐 동안 여유를 취하는 리플리를 연상시킨다.)

초반부에 펼쳐지는 20여분에 달하는 롱테이크 씬은 이 영화의 압권 중 하나다. 마치 우주 공간에 있는 듯한 착각을 주는 이 인트로는 아마도 21세기 들어 만들어진 영화들 중 가장 인상적인 인트로 중 하나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을 듯. 이 외에도 계속적으로 영화에는 긴 롱테이크가 사용되는데, 뛰어난 3D CG와 함께 롱테이크 촬영기법은 관객들에게 실제와 같은 체험을 전달하는 그래비티만의 백미이기도 하다. 3D 역시 이 영화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부분. 실제로 케슬러 신드롬에 의해 위성의 파편들이 맹렬한 속도로 날아오는 장면들은 입체 영상에서 더 빛을 발한다. 우주공간에서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리얼리티를 영화에 부여함으로써 영화는 시각적인 체험에 관객들을 더더욱 집중시킨다.

날카로운 과학적 고증의 잣대를 들었을 때, 그래비티 역시 많은 부분에서 그 점을 피해갈 수는 없다. 케슬러 신드롬이 발생하게 되는 과정과 조건, 제트팩만을 이용하여 ISS의 소유즈로 이동하는 여정, 소화기를 이용해 중국의 우주정거장 텐궁으로 이동하는 설정 등은 분명 극적인 상황을 위해 현실감을 무시한 부분이기도. 그러나, 우주공간에서 관성으로 인해 계속 빙글빙글 도는 우주인들의 모습, 우주 정거장의 해치를 열 때 기압 차이로 폭발하듯 열리는 장면, 극적으로 지구에 귀환한 스톤이 우주공간에서의 생활 덕분에 근육이 풀어져 한참동안 대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부분들은 분명 많은 SF 영화들이 놓치고 지나갔던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비티는 2013년을 수놓은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이고 놀라운 작품이다. 특히, 관객들이 우주 한복판에 있는 듯한 시각적인 체험을 통해 우주의 미아가 된 여주인공이 극적으로 지구로 귀환하는 여정을 마치 옆에서 지켜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 점은 이제껏 다른 영화에서 느껴보지 못한 부분이다. 경이적인 영상효과를 이토록 이야기와 완벽하게 융합시킨 작품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 영화를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에 올려놓는 일부의 성급한 평가도 그런 점에서 그다지 과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 2013 Warner Bros. Pictures


덧붙임) 이제까지의 SF 영화와 다른 모습을 보여준 그래비티지만, 많은 부분에서 선배 SF 영화들의 클리셰를 등장시키고 있다. 본문에서 언급한 스톤의 탈의 장면도 그렇고, 'I've Got bad feelings about this'라는 코왈스키의 대사는 스타워즈의 한 솔로가 자주 말하던 대사. 여기에 미션 컨트롤 센터에서 스톤들과 교신하는 목소리는 이 영화와 유사한 장르라 할 수 있는 론 하워드 감독의 '아폴로 13(1995)'에서 컨트롤 센터 팀장으로 등장했던 에드 해리스.

덧붙임) 삶의 의지를 포기했던 스톤이 지구의 아마추어 무선 통신사 아닌강과 대화하는 장면은 쿠아론의 아들로 공동 각본가로 이름을 올린 요나스 쿠아론의 단편작 '아닌강'에서 아닌강의 시점으로 다시 그려진다고 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그라비티 DVD, 블루레이 타이틀에 포함될 듯. 아닌감?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3 Warner Bros. Pictures에게 있습니다.



그래비티 (2013)

Gravity 
8
감독
알폰소 쿠아론
출연
산드라 블록, 조지 클루니, 에드 해리스, 오르토 이그나티우센, 폴 샤마
정보
SF, 드라마 | 미국 | 90 분 | 2013-10-17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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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rner Bros. Pictures


<스탭>

◈ 감독: 길예르모 델 토로(Guillermo del Toro)
◈ 각본: 트레비스 비챔(Travis Beacham), 길예르모 델 토로
◈ 제작: 토마스 툴(Thomas Tull), 존 제시니(Jon Jashni), 메리 패어런트(Mary Parent)


<줄거리> 

근 미래, 카이쥬(Kaiju)라 불리우는 외계 거대생물체의 위협이 시작되었다. 태평양 심해의 포탈에서 나타난 그들은 무차별적으로 인류를 습격했고, 인류는 카이쥬의 압도적인 공포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거대한 위협에 직면하여 힘을 합하기 시작한 인류는 거대한 카이쥬에 맞서기 위해 과학력을 모아 거대 인간형 병기 '예거(Jaeger)"를 만들고, 거대한 예거를 완벽하게 컨트롤하기 위해 두 명의 파일럿이 서로의 정신을 공유하는 '드리프트' 시스템을 개발하게 된다. 드리프트 시스템과 막강한 예거의 전투력으로 세계 각지의 카이쥬들은 하나 둘 격퇴되기 시작하고, 이제 예거와 파일럿들은 인류의 구원자이자 히어로로 거듭나게 된다.

얀시 베켓(디에고 클래튼호프 분)와 롤리 베켓(챨리 헌냄 분) 형제는 예거 '집시 데인저'의 파일럿이었다. 바다 한복판에서 펼쳐진 카이쥬와 혈투에 의해 형 얀시를 잃고 반파된 예거를 혼자서 조종해 해안까지 다다른 롤리는 그 트라우마로 인해 파일럿을 그만두고 카이쥬를 방어하기 위한 장벽 공사의 인부로 살고 있었다. 인류의 지도자들이 갈수록 강해지는 카이쥬의 공격에 한계를 느끼고 예거 계획을 취소하고 장벽 만들기에 전력을 쏟자 예거 부대의 사령관 펜터코스트(이드리스 엘바 분)는 남아있는 예거들과 파일럿을 모아 카이쥬를 향한 최후의 반격을 시도하기 위해 은퇴한 롤리를 찾아나서는데...


마니아를 위한 압도적인 스케일의 헐리우드식 특촬물

'시픽 림(2013)'의 압도적인 예고편이 인터넷에 소개되기 시작하자 소년 시절의 로망으로 로봇을 품고 살았던 마니아들은 '트랜스포머(2007)' 이후 한동안 명맥을 잃었던 거대 로봇이 등장하는 실사영화에 대한 또다른 기대로 이 영화의 개봉을 학수고대 했을 듯 싶다. 만화영화 블로깅을 취미로 삼고, 어린 시절부터 거대 로봇의 로망에 몸을 맡긴 체 중년이 되어서도 가끔씩 프라모델을 사면서 그 끈을 놓치않고 사는 글쓴이에게도 이것은 마찬가지. 트랜스포머가 보여준 실사로 살아 움직이는 로봇을 넘어 아니메에서 보았던 거대 로봇이 미지의 괴수와 싸운다는 테마 하나만으로도, 퍼시픽 림은 분명 마니아들에게 있어서는 반드시 극장을 사수해야할 가치가 있는 물건인 셈이다.

트랜스포머 이후 활발했던 거대로봇 실사영화의 흐름이 한동안 주춤하고 있는 (마니아들에게는) 안타까운 현상은 그만큼 이 장르가 실사영화로 이식되기에는 여러가지 난제를 갖고 있음을 반증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일본의 아니메에 기원을 둔 거대로봇은 그 장르적 특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로컬라이징이 그닥 쉽지 않은 마니아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아니메 스타일에 충실하면 대중성을 잃고, 대중성에 충실하면 특유의 색깔을 잃은 이도저도 아닌 물건이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미 북미 TV 시리즈로 오랜 세월동안 자연스럽게 로컬라이징이 되어온 트랜스포머의 경우는 운이 좋았던 셈이랄까.

실사영화로의 이식이 어렵다는 것은 해당 장르에 대한 스탭들의 이해도도 한 몫을 한다. 한마디로 장르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감독이 이런 마니아적인 소재를 실사로 이식하는 작업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어벤져스(2012)'의 죠스 웨던이 마블 코믹스의 열렬한 팬이었이다는 것은 이를 증명하는 사례이며, 그런 점에서 길예르모 델 토로는 이 장르를 실사영화로 이식하기에는 적합한 연출가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영화를 보면 그가 얼마나 로봇 아니메에 대해 높은 이해도를 갖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데, '신세기 에반게리온(1995)'을 연상시키는 격납고와 거대 로봇의 움직임을 실감나게 표현해낸 육중한 연출, 흡사 '자이언트 로보(1991)'처럼 디지털 방식의 동력이 아닌 원자로가 장착된 아날로그 방식이라는 점 등 여러 장면에서 로봇 아니메의 향수를 진하게 느낄 수 있다.

퍼시픽 림은 디테일하게는 로봇 아니메의 많은 장면과 설정들에 영향을 받고 있지만, 전체적인 구도는 특촬물(특수촬영물)의 그것을 따르고 있다. 외계에서 온 거대 괴수와 거대 히어로의 대결은 츠부라야 프로덕션의 '울트라맨(1966)'의 구도를 따르고 있으며, 일본식 특촬물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혼다 이치로의 '고지라(1954)'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다. 로봇 아니메와 특촬물, 이 일본의 양대 서브컬쳐를 오마쥬한 퍼시픽 림은 과연 헐리우드식 블록버스터와 결합하여 대중적인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퍼시픽 림이 대중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느냐는 박스오피스의 수익으로 짐작이 가능하다. Box Office Mojo(바로가기)가 집계한 퍼시픽 림의 월드 와이드 수익은 현재 약 1억8천만 달러로 제작비 1억9천만 달러에 거의 근접한 수치를 기록 중이다. 개봉한지 약 2주가 지났음을 감안할 때 이는 실망스러운 수치라 하겠다. 북미 박스오피스 권에서도 퍼시픽림은 주말 수익 1천6백만 달러로 18일 개봉한 'RED2(2013)'의 1천8백만 달러에 뒤쳐지며 현재 6위에 머물고 있다. 이는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 퍼시픽 림이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어내는데는 사실상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퍼시픽 림의 흥행이 저조한 이유는 마니악한(물론, 어떤 관점에서 일본 서브컬쳐는 마니악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는 않는다) 일본 서브컬쳐와 블록버스터의 조합이 실패했기 때문일까. 일본 아니메를 오랫동안 보아온 마니악한 입장에서 퍼시픽 림의 아니메/특촬물의 실사영화 이식은 무척이나 만족스럽다. 압도적인 중량감과 스케일로 펼쳐지는 거대로봇 예거와 카이쥬와의 혈투는 그 장면만을 놓고 볼 때 단연 극장에서 볼만한 가치를 지닌 장면들이다. 힘과 힘의 격돌 뿐만 아니라 위기의 순간 튀어나오눈 예거의 각종 무기 시스템, 지형지물을 이용한 카이쥬와의 혈투 등은 그야말로 마니아들 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들에게도 탄성을 가져올만한 부분. 이 액션 시퀀스에서만큼은 직전에 개봉해 전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잭 스나이더의 '맨 오브 스틸(2013)'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 압도적인 스케일의 로봇과 괴수의 액션 사이사이를 이어가는 이야기의 얼개와 밀도는 다소 황당할 정도로 엉성한데, 바로 이것이 퍼시픽 림이 대중적인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캐스팅에서 보다 유명한 배우들이 기용되었다면 어느 정도 스토리의 단점들이 감춰졌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보인다. 무명의 인물을 기용하고도 대히트한 블록버스터의 예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특히, 마코 역을 맡은 기쿠치 린코는 그녀의 연기력은 차치하고서라도 이번 작품의 캐릭터와는 궁합이 맞지 않는 듯 싶으며, 설상가상으로 그녀의 트라우마와 트라우마를 해결하는 과정이 영화에서 너무 안이하게 그려져 마코 자체가 스토리의 가장 큰 오점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안타깝다.

주인공인 챨리 허냄은 이런 부실한 이야기 구조 속에서 주인공으로서 그다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사실상 퍼시픽 림의 주인공은 예거와 카이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형을 잃은 트라우마와 마코와의 관계형성에서 충분히 관객들에게 어필할만한 구도를 만들어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카이쥬의 등장부터 완벽한 격퇴가 러닝타임 안에 모두 그려지면서 그 기회를 잃은 듯 싶다. 그 와중에 등장한 두 박사나 특히 특별출연에 가까운 론 펄만의 하니발 챠우는 가뜩이나 풀어갈 숙제가 많은 이야기에 커다란 짐으로 작용한다. 개인적으로 론 펄만의 팬이지만, 이 작품에서 론 펄만은 등장하지 말았어야 했다. 하니발 챠우의 에피소드를 삭제하고 메인 스토리에 치중했다면 좀 더 이야기 구조가 짜임새 있어지지는 않았을까.

퍼시픽 림은 극단의 성향을 보여준 작품이다. 거대 로봇과 괴수라는 마니아적인 소재를 블록버스터에 어울리는 압도적인 영상미로 재현한 부분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지만 그로 인해 감수해야만 하는 스토리의 부실함은 그만큼 안타깝다. 이런 류의 오락물, 특히나 로봇 또는 특촬물에 관심이 큰 마니아들을 위한 장르물에서 스토리의 완성도가 크게 문제가 안될지는 몰라도 퍼시픽 림이 완성도 높은 오락물로 한 단계 더 올라서기 위해서는 적어도 최소한의 스토리 완성도는 보장되어야 했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 2억불짜리 오마주의 그저그런 흥행 성적이 추후 이런 장르의 작품들이 만들어질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길예르모 감독의 도전은 절반의 성공 혹은 안타까운 실패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 Warner Bros. Pictures


덧붙임) 객관적인 이 영화의 평점을 이야기해보라면 5점 만점에 3.5점을 주겠지만, 주관적인 평점을 이야기하라면 5점 만점에 4점이다. 그러니까 마니아 층에는 나름 어필한 작품인 셈이다.

덧붙임) 카이주에 매달려 하늘로 끌려가는 집시의 비장의 무기인 검이 나오는 부분은 말 그대로 델 토로의 오덕스러움이 만개하는 장면. 검 모양의 아이콘이 그려진 집시의 버튼은 마치 '마징가 Z(1972)'와 같은 슈퍼 로봇의 그것을 연상시키며, 조각조각 나누어져 있던 검이 하나의 완전한 검으로 연결되는 모습은 흡사 '기갑계 가리안(1984)'이나 '천공의 에스카플로네(1996)'의 데자뷰가 느껴진다.

덧붙임) 마코의 기억 속에 등장하는 일본의 시가지와 카이쥬의 습격은 특촬물의 향수가 상당히 진하게 베어 나오는 장면이다. 이 영화는 사실 오마주 그 자체나 다름없는 영화다. 그런 점에서 트랜스포머와는 확실히 다른 관점을 지니고 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Warner Bros. Pictures에게 있습니다.



퍼시픽 림 (2013)

Pacific Rim 
7.2
감독
길예르모 델 토로
출연
찰리 헌냄, 이드리스 엘바, 키쿠치 린코, 찰리 데이, 로버트 카진스키
정보
SF | 미국 | 131 분 | 2013-07-11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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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rner Bros. Pictures

<스탭>

◈ 감독: 잭 스나이더(Zack Snyder)
◈ 각본: 데이빗 S. 고이어(David S. Goyer), 크리스토퍼 놀란
◈ 제작: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챨스 로번, 에마 토마스, 데보라 스나이더


<줄거리> 

무차별적인 자원개발로 붕괴의 위기에 놓은 행성 크립톤. 크립톤 최고의 과학자 조 엘(러셀 크로우 분)은 원로들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설명하고 크립톤의 정수를 담은 코덱스를 자신에게 맡겨 달라 제안하지만, 원로들은 조 엘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때마침 과격파인 조드 장군(마이클 섀논 분)이 이끄는 쿠데타 군이 원로원을 급습하고, 혼란을 틈타 조 엘은 코덱스를 탈취하여 자신의 거처로 급히 피신한다. 인공적으로 출산을 조절하는 크립톤에서 자연 출산으로 태어난 그의 갓난 아들 칼 엘(헨리 카빌 분)과 코덱스를 태양계에 위치한 행성 지구로 피신시키려는 조 엘 부부. 그러나, 칼 엘이 탄 비행선이 출발하기 직전, 조드 장군의 반란군이 조 엘의 거처를 급습하고 사투 끝에 간신히 아들을 떠나보낸 조 엘은 그만 조드에 의해 숨을 거두고 만다.

쿠데타는 실패로 끝나고 조드 장군과 쿠데타 군은 원로원에 의해 팬텀 존에 유배되는 형벌에 처해진다. 하지만, 조 엘의 예언대로 크립톤은 결국 멸망에 이르르고, 크립톤의 마지막 생존자 칼 엘은 코덱스와 함께 낯선 행성인 지구에 도착하게 된다. 그를 처음 발견하는 조나단 켄트(케빈 코스트너 분)와 마사 켄트(다이안 레인 분)에 의해 칼 엘은 클라크 켄트라는 이름의 지구인으로 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되지만, 태양에 의해 세포가 강화된 클라크는 평범한 지구인과는 다른 초능력을 보유하게 되고, 그로 인해 주위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 체 방황을 거듭하게 되는데...


SF로 풀어낸 신화적 이야기, 일말의 아쉬움을 남기다.

금으로부터 약 30여년전인 80년대 초반 쯤일까, 리차드 도너의 슈퍼맨을 처음 접했을 때의 감흥을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다. 존 윌리암스의 시대를 초월하는 테마와 함께 시작하는 '슈퍼맨(1978)'은 비록 TV 브라운관에서의 시청이었지만, 당시 어린 나에게는 강렬한 기억 중 하나로 남아있다. 엘로스에게 있어서 슈퍼맨은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시리즈와 함께 이제까지 가장 많이 반복해서 보아온 영화 시리즈이기도 한데, 슈퍼맨은 미국의 히어로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한국 아이들에게는 상당한 임팩트를 준 캐릭터였음을 반증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슈퍼맨의 첫 극장영화는 당시까지만 해도 미국 내에서만 알려져 있던 슈퍼맨이라는 만화 주인공을 전세계에 깊이 각인시킨 장본인이다. 비록 다른 나라의 만화 캐릭터이지만, 영화라는 영상매체를 통해 슈퍼맨은 글로벌한 대중 문화의 아이콘으로 수십년 동안 사람들의 뇌리에 남게 되었으며, 굳이 코믹스의 팬이 아니더라도 슈퍼맨과 그를 연기한 故 크리스토퍼 리브라는 두 인물은 이제 미국인을 포함하여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신화적인, 혹은 상징적인 무언가로 자리매김했다고 과언은 아닐 것이다.

신화가 되어버린 슈퍼맨과 크리스토퍼 리브에 대한 노골적인(?) 오마쥬였던 브라이언 싱어의 '슈퍼맨 리턴즈(2006)'가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이것은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많은 이들이 슈퍼맨에게 걸었던 기대 심리를 관점으로 했을 때의 이야기이다. 엘로스의 관점에서 싱어의 슈퍼맨은 꽤 잘만든 '오마쥬'였다. 물론, 많은 한국 관객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듯 하지만)로 막을 내렸을 때, 이제 DC의 간판 히어로는 슈퍼맨 보다는 크리스토퍼 놀란에 의해 새롭게 그려진 배트맨으로 바뀐 듯 보였다. 더 이상 빨갛고 파란 스판 덱스를 입은 우스꽝스런 철의 사나이가 등장할 무대는 그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히어로 장르 무비에서조차 없는 듯 싶었으며, 더군다나 2010년대에 이르러 히어로 장르의 주도권은 DC가 아닌 라이벌 마블에게로 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도너 감독에 의해 어린이들의 우상이었던 코믹북 히어로가 미국을 대표하는 신화적인 캐릭터로 재창조된 후부터 미국인들에게 있어서 슈퍼맨은 끝까지 잊지 않고 싶은 노스텔지어와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비록 세계화에 의해 그 미국적인 색깔이 비판받는다 할지라도 슈퍼맨은 많은 이들에게 그러한 존재이고 그러한 컨텐츠는 아닐까. 그리고 결국 그러한 사람들의 바람이 모아져 마침내 2013년 강철의 사나이가 우리의 곁으로 돌아온 것이다.

배트맨 시리즈를 완벽하게 부활시킨 각본가 데이빗 S. 고이어와 그의 단짝(?)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맨 오브 스틸(2013)'에 참여하는 것이 결정되었을 때,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급상승했던 것이 사실이다. 놀란이 감독을 맡지 않더라도 고이어의 각본이라면 충분히 슈퍼맨을 매력적으로 그려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고나 할까. 비록 몇 차례의 작품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잭 스나이더가 감독이었지만, 그의 영상 미학 만큼은 계속 인상적으로 여겨왔기에 스토리만 잘 받쳐준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과연 맨 오브 스틸은 이 기대를 100% 충족한 영화일까.


고이어와 스나이더, 그리고 놀란이 그려낸 슈퍼맨은 우선, 기존의 슈퍼맨 시리즈를 다시금 리부트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그리하여 크립톤에서부터 이야기를 다시 시작하고 있는데, 이미 도너 감독이 거의 완벽하게 그려냈던 설정에 대한 고이어판 해석은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편이다. 물론,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선보였던 인상적인 크립톤의 모습과 말론 블란도의 '조 엘'이 보여준 카리스마를 넘어서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퍼스트이자 베스트였던 것을 재해석해야하는 난제를 풀어낸 이번 방식은 오리지널을 능가하진 못했어도 충분히 준수한 모습이었으며, 러셀 크로우의 '조 엘'은 블란도의 그것을 넘어서지는 못해도 충분히 이름값을 해내고 있다.

슈퍼맨 1편과 2편의 이야기를 한 편으로 재탄생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맨 오브 스틸은 사실 개봉 전부터 이 거대한 이야기를 한 편 안에 다 담아낼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스토리에 치중하면 볼거리를 상실한 드라마가 되어버릴 것이고, 볼거리에 치중하다는 스토리의 밀도가 떨어진 그저 그런 블록버스터에 그치지 않겠는가. 그렇게 볼 때 맨 오브 스틸은 주어진 러닝타임에서 나름 최선을 다한 각본이었다고 보여진다. 특히, 시간 순에 의한 전개가 아니라 현재의 시점에서 클라크가 과거를 부분부분 회상(플래쉬 백)하면서 관객들에게 그의 이방인으로서의 삶과 고뇌를 풀이하는 부분은 많은 것을 담아내야 했던 이 영화에 있어서 적절한 선택이었다. 다만, 그가 방랑의 길에서 지구를 구원하는 메시아로 재탄생하기 위한 심경의 변화를 관객들에게 납득시키기에는 아무래도 짧았던 것이 사실이고, 마찬가지로 히로인인 로이스 레인과의 유대관계가 깊어지는 부분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SF 장르로 슈퍼맨이라는 히어로물을 풀어낸 모양새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만족스럽다. 원 시리즈만큼 독창적이진 않지만 크립톤 행성의 묘사와, 조드 장군의 일행이 지구를 침략하는 부분도 인상적. 다만, 많은 SF 영화들, 특히 최근에 개봉했던 작품들('우주전쟁', '트랜스포머', '스카이라인' 등등)이 반복적으로 보여준 모습이다보니 다소 식상한 것도 사실이다. 이와는 별개로 연출 부분에서도 식상한 점들이 눈에 띄는데, 기존의 스나이더 식 슬로우 액션이 사라진 대신 급격스러운 줌 인으로 마치 핸드 헬드를 연상시키는 촬영기법은 분명 현장감을 더해주기는 했지만, 이미 '아바타(2009)'에서 보았던 인상적인 방식이다보니 그 역시 다소 신선도가 떨어진다.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설정과 멋진 영상기법이 펼쳐지고 있지만, 독창적인 면이 부족함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예고편을 통해 많은 이들을 열광시킨 슈퍼맨의 강렬한 액션은 확실히 압도적인 스펙타클함으로 관객들을 빠져들게 한다. 이제껏 보아온 모든 히어로 영화들 중에서 그 강력함과 스피드는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는데, 다만 비교적 최근 히어로물인 '어벤져스(2012)'와 비교하면 그 흐름이 단조롭다. 파워는 대단하지만 그 세기(디테일)가 모자란 셈이다. 상당히 몰입하며 감상한 것은 분명한데, 끝나고 나서 뭔가 알 수 없는 아쉬움을 남겼다고나 할까. 그런 면에서 조드 장군과 슈퍼맨의 라스트 클라이막스는 그 파괴적이고 압도적인 힘의 대결만큼은 기대를 넘어섰지만 영화 전체적인 맥락 면에서는 다소 호흡을 끊는 부분이 있다.

맨 오브 스틸은 신화적인 초인의 이야기를 상당히 고급스럽고 또한 흥미진진하게 풀이했다. 다만, 영웅의 탄생과 성장, 방황과 각성, 그리고 세상의 구원을 모두 한편의 이야기로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로 인한 캐릭터의 소비도 매우 아쉬운데, 데일리 플래닛의 편집장인 페리 화이트역의 로렌스 피쉬번과 같은 인물은 실제 캐릭터나 배우의 비중에도 불구하고 이번 영화에서는 도저히 끼어들 틈이 없었다. 다만, 맨 오브 스틸의 성공이 확실해 보이는 지금, 1편이 성공 여부에 따라 후속편을 제작한다는 워너의 기획이 실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에 이 캐릭터들은 후속 시리즈에서 제 역할을 하리라 기대된다. 조나단 켄트로 분한 케빈 코스트너도 마찬가지. 비록 클라크의 회상으로 계속 얼굴을 내밀지만, 인상적인 아버지의 연기를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등장시간이 짧아 스토리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함은 아쉽기 그지 없다.

여러가지 인상적인 모습들에도 불구하고 맨 오브 스틸의 완성도는 아쉬움이라는 단어를 생략하고 이야기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다만, 고이어-스나이더의 투톱 시스템이 상당히 긍정적인 가능성을 보여주었기에 맨 오브 스틸의 완벽한 평가는 3부작으로 기획된 이 시리즈가 끝난 즈음에야 좀 더 확실해질지도 모르겠다. 완성도에서는 일말의 아쉬움을 남겼지만, SF 영화로 재탄생한 슈퍼맨의 리부트는 꽤 만족스러운 편이다.

ⓒ Warner Bros. Pictures

덧붙임) 맨 오브 스틸은 어떤 면에서 '매트릭스'와 맞닿아 있다. 자연출생이 아닌 인공 수정란에서 태어나는 크립톤인의 설정, 지구를 테라포밍하기 위해 지표를 꿰뚫는 크립톤의 우주선 등은 매트릭스의 그것과 닮은 부분이 있으며, 심지어 로렌스 피쉬번과 함께 스완익 장군으로 등장하는 해리 레닉스는 매트릭스 시리즈의 락 장군을 연기했던 인물이다.

덧붙임) 비록, 신화적인 존 윌리암스의 테마가 구축한 아성과 고정관념을 무너뜨릴 수는 없겠지만, 한스 짐머의 테마는 맨 오브 스틸과는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그만큼 이번 슈퍼맨은 어두운 편이었고, 그것이 기존 팬들이 받아들이지 못한 측면도 있을 듯.

덧붙임) '이모탈스(2011)'에서 헨리 카빌을 보는 순간, 그전까지는 반신반의로 생각했던 그가 슈퍼맨에 상당히 잘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다른건 몰라도 슈퍼맨의 캐스팅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덧붙임) 다이안 레인. 매혹적인 미모의 이 여배우조차 세월의 흐름에는 어쩔 수가 없는 듯 하다. 하지만, 오히려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체 마사 켄트를 연기하는 그녀의 모습은 비록 짧은 등장이었지만 꽤 인상적이었다.

덧붙임) 조드 장군 역을 맡은 마이클 섀논을 보는 순간, 정웅인 씨가 오버랩된 것은 나뿐만이었을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Warner Bros. Pictures에게 있습니다.


맨 오브 스틸 (2013)

Man of Steel 
7.5
감독
잭 스나이더
출연
헨리 카빌, 에이미 아담스, 마이클 섀넌, 케빈 코스트너, 다이안 레인
정보
액션, 어드벤처, 판타지 | 미국 | 143 분 | 2013-06-13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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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 Marvel Studios


<스탭>

◈ 감독: 쉐인 블랙(Shane Black)
◈ 각본: 드루 피어스(Drew Pearce), 쉐인 블랙
◈ 제작: 케빈 파이기(Kevin Feige)
◈ 제작사: 마블 스튜디오, DMG 엔터테인먼트, 월드 디즈니 스튜디오 모션 픽쳐스


<줄거리>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는 1999년 세기말 파티에 매혹적인 여과학자 마야(레베카 홀 분)와 함께 참석한다. 마침 이곳에 남루한 차림의 과학자 앨드리치 킬리언(가이 피어스 분)이 스타크를 찾아온다. 자신의 회사인 AIM에 대해 열띈 설명을 늘어놓는 킬리언이 귀찮았던 토니는 수 분 뒤에 옥상에서 만나자는 거짓 약속으로 그를 바람 맞힌다. 그리고 1999년의 그 밤은 그에게 완전히 잊혀져버린 옛 이야기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로부터 수년, 어벤져스와 함께 외계인 치타우리의 침공을 극적으로 막아낸 스타크는 그로 인해 심한 불면증과 불안증세에 시달리고 있었다. 불안감을 잊기 위해 더 강력한 아이언맨 수트를 만드는 것에 열중하는 토니. 그로 인해 연인인 페퍼(귀네스 팰트로 분)와도 종종 마찰을 일으키는 등, 스타크의 사생활은 점점 피폐해지고 있는 중이다. 이런 스타크 앞에 스스로를 만다린이라 칭하는 정체불명의 테러리스트(벤 킹슬리 분)가 등장한다. 그는 파편이 전혀 남지 않는 정체불명의 폭탄을 사용하여 미국 사회를 공포에 빠트리는데...


엔터테인먼트만으로는 3부작 중 최고의 모습.

'벤져스(2012)'는 2008년부터 시작된 마블의 야심찬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대단원이기도 했지만, 이후로도 계속될 마블 히어로 월드의 두번째 단계를 위한 관문이기도 했다. 어벤져스로 인해 비로소 마블의 히어로 월드는 이전까지와는 달리 거대한 한 편의 세계관으로 영화팬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했으며, 이후 시작되는 모든 마블산 히어로 영화는 곧 마블 히어로 월드의 한 단면으로 인식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 지워진다.

어벤져스의 1편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자연스레 이어질 마블의 두 번째 페이즈는 팬들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이제 마블의 히어로 무비는 그저 한 편 한 편이 어찌되는가 보다는 그 한 편이 이후에 미칠 파급효과와 인과관계까지도 생각하지 않을 수 밖에 없는 좀 더 복잡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바로 이 두 번째 페이즈의 첫 단추를 아이언맨이 채운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다. 마블 히어로 월드의 첫 시작 역시 아이언맨이었으니 말이다.

'아이언맨 3(2013)'는 그런 면에서 마블의 두 번째 페이즈를 여는 성공적인 시작과 어벤져스의 열기를 이어가는 멋진 가교로, 그리고 삼부작으로 만들어지면서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과 같은 성공적인 시리즈 히어로 무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속편으로 유감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나 평가는 레전드가 되어버린 여타의 히어로 영화들과 비교하기에 부족할지는 몰라도 아이언맨 3는 마블 히어로 월드와 어벤져스의 지속적인 성공을 희망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멋진 결과물이 되었다는 것만큼은 강한 긍정을 표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감독이 1편과 2편의 존 파브로에서 쉐인 블랙으로 교체되었지만, 시리즈는 커다란 부침이 없는 것 같다. 특히, 블랙이 '리썰 웨폰(1987)', '리썰 웨폰 2(1989)'의 각본가라는 점을 상기하면 오히려 이번 3편은 앞선 두 편에 비해 보다 더 짜임새 있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 영화로 변모했음을 느낄 수 있다(블랙은 아이언맨 3에서 연출 겸 공동 각본가로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그가 '키스키스 뱅뱅(2005)'을 통해 이미 로다주(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호흡을 맞춰봤다는 것도 호재. 재미있는 것은 전편의 감독이자 경호원 호건 역의 존 파브로가 3편에도 출연하여 비교적 극 초반부에 이야기 중심에서 멀어진다는 점. 블랙으로 감독이 바뀐 부분과 어울려 이 장면은 재미있는 감상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파브로는 감독 대신 제작 프로듀서로 작품에 참여한다)


어벤져스 직후에 등장한 마블의 첫 히어로 시리즈이지만, 사실 아이언맨 3의 내용 자체는 어벤져스를 위한 가교나 그 어떤 복선과 단서도 제공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치타우리의 침공 이후 심경의 변화를 겪게 된 토니 스타크만의 이야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물론, 국내에서 아이언 맨의 인기가 여타 히어로 영화들과 비교하여 좀 더 높다는 어드밴티지가 있지만, 한국의 흥행 성과가 단순히 아이언 맨이나 로다주에 대한 충성도에 의한 결과는 아닌 것이 당연할만큼 이 영화는 재미있다.

특히, 이전 시리즈와는 달리 수트를 입고 아이언맨으로 변한 토니가 아닌 토니 그 자신에 보다 더 포커스를 맞춘 영화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전작에 비해 보다 더 로다주의 매력에 의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액션 측면에서는 전작들을 능가하는 스펙타클함을 보여주는데, 특히 초반부 만다린의 습격으로 토니의 저택이 붕괴되는 부분은 어벤져스에서 보여주었던 스케일 큰 액션에서 이어지는 시각적 쾌감과 서스펜스를 선사하고 있다. 익스트리미스로 인해 압도적인 힘을 얻게된 병사들과의 사투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액션 전개는 상당히 불리한 상황에서 스타크의 빠른 판단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아슬아슬함을 비교적 잘 묘사하고 있다.

감독이 교체되었지만 전편에서부터 이어져온 아이언맨만의 개그는 본편에서도 여전하다. 개인적으로 쉐인 블랙의 아이언맨이 존 파브로의 아이언맨보다는 좀 더 낫다는 생각이고, 이번 3편의 성공으로 인해 아이언맨 4편의 전망 역시 밝아졌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는 갈수록 커져가는 로다주의 몸값을 마블이 어떻게 감당하느냐에 따라 변할 수도 있지만, 이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서 아이언맨을 띄어낸다는 것은 조니 뎁을 이야기할 때 잭 스패로우를 언급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만큼 스타크와 다우니는 동일시되고 있으며, 그것이 아이언맨의 가장 중요한 성공 포인트일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수트보다는 스타크에게 중점을 두었던 이번 3편의 선택은 옳은 결정이었다 보인다.

그렇지만 제법 인상적인 이 작품에서 아쉬운 점은 히로인인 페퍼의 엔딩에서의 역할이다. 어느 정도 현실적인 부분과 적정한 타협을 이어가던 아이언맨 3편에서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부분. 또한 어벤져스에서 토르와 막상막하의 대결을 펼쳤던 아이언 맨의 수트가 3편에서는 익스트리미스를 주입한 강화인간들에 의해 맥없이 파괴되는 부분도 기존 설정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느껴진다. 엔딩 스탭롤 이후의 쿠키 영상을 기대했었는데, 그것이 생각보다 별로였다는 점 또한 아쉬움. 어벤져스의 쿠키 영상에서 히어로들이 슈와마를 먹는 만큼 일상적인 이야기로 꾸며진 아이언맨 3의 쿠키 영상은 페이즈 2의 시작을 여는 작품의 것으로는 다소 미흡하지는 않았을까. 그런 점에서 쉐인 블랙은 마블의 히어로 월드에 속한 아이언맨을 연출했다기보다는 스타크에 집중한 좀 더 대중적인 아이언맨을 보여준 것은 아닌가 싶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3 Marvel Studios에게 있습니다.




아이언맨 3 (2013)

Iron Man 3 
7.9
감독
쉐인 블랙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기네스 팰트로, 돈 치들, 가이 피어스, 벤 킹슬리
정보
액션, SF | 미국 | 130 분 | 2013-04-25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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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스탭>

◈ 감독: 피터 잭슨(Peter Jackson)
◈ 원작: J.R.R 톨킨(Tolkien)의 '호빗'
◈ 제작: 뉴 라인 시네마, MGM, 워너 브러더스


<줄거리> 

111번째의 생일을 맞은 호빗족의 원로 빌보 베긴스. 그는 자신이 60년 전에 겪었던 잊을 수 없었던 그 모험을 글로 남기기로 결심한다. 그의 모험은 동부의 외로운 산 지하에 터전을 잡은 난쟁이들의 위대한 왕국 에레보르와 연관이 있다. 불멸의 두린의 피를 이어받은 왕가의 마지막 적통이자 난쟁이의 반지의 정당한 소유자인 스로르의 손자, 에레보르 왕 스라르의 아들인 소린 왕자는 황금용 스마우그의 침략으로 자신의 왕국 에레보르를 등지고 십수명의 가신들과 함께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는 드워프이다. 그는 스마우그에게서 에레보르를 되찾고 자신의 왕국을 재건하겠다는 일념 하에 뜻을 같이할 동지들을 모으고 있었는데, 이 소린의 일행에 회색의 마법사인 미스란디르, 즉 간달프도 참여하게 된다. 

완벽하게 잠들지 않은 악의 존재를 염려하던 간달프는 소린의 모험이 자신이 염려하는 일들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예감 속에 소린과 뜻을 같이 하게 된다. 강인하지만 융통성이 없고 고집스런 이 드워프 무리들의 부족한 점을 메우기 위해 간달프는 또 한명의 대원을 추천하게 되는데, 그는 샤이어에 사는 평화를 사랑하는 소인족 호빗 중의 한 명인 빌보 베긴스 였으니...


논란을 부른 삼부작의 첫시작, 반지의 제왕에는 못미치지만 준수한 완성도.

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 3부작' 시리즈는 판타지 영화사를 새로이 쓴 기념비적인 시리즈다. 모든 판타지의 출발선이라 할 수 있는 톨킨 경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것도 그렇지만, 그 톨킨의 원작을 블록버스터 급 영화로 만들면서도 기존 블록버스터의 가벼움에 물들지 않았던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또, 판타지라는 장르 영화가 풍겨왔던 어린이용이라는 선입관에 묻히지 않고 드라마가 가질 수 있는 감동과 깊이를 보여주으며, 특수효과가 주는 눈요기 거리에 휩쓸리지 않고 스토리에 충실했다는 점 역시 반지의 제왕이 그저 그런 판타지 영화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3부작으로 피터 잭슨은 B급 호러무비 감독에서 명감독의 칭호까지 얻게 되니, 잭슨에게, 판타지 영화에게, 그리고 (절대 영화화 되지는 못할 것만 같았던) 원작에게 있어서 반지의 제왕 3부작은 빛나는 이정표이자 전환점이었던 셈이다.

그런 반지의 제왕이 스크린에서 내려간지도 어언 10여년, 우리는 다시 한 번 중간계의 경이로움을 경험하게 될 또다른 기회를 얻게 되었으니, 그것이 2012년 12월부터 전세계적으로 상영을 시작한 '호빗, 뜻밖의 여정'(이하 뜻 밖의 여정)이다. 톨킨 경의 중간계를 세계관으로 삼은 소설 중 가장 먼저 쓰여진 소설 '호빗'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반지의 제왕의 주인공 호빗이었던 프로도의 삼촌인 빌보를 주인공으로 삼아 전설의 난쟁이 왕국 에레보르와 황금용 스마우그를 둘러싼 빌보와 간달프, 그리고 드워프 왕자 소린을 필두로 한 12명의 드워프들의 모험을 다룬 이야기이다. 잭슨 감독은 이번에도 호빗을 3부작으로 제작하여 반지의 제왕과 마찬가지로 한꺼번에 3부를 제작한 뒤 1년 단위로 상영을 하는 방식을 택했는데, 톨키니스트들과 판타지 영화의 팬, 그리고 반지의 제왕을 인상깊게 보았던 이들에게 이는 3년 동안의 예약된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단, 3부는 현재 촬영중이다.)

반지의 제왕에 대한 영화화가 논의되던 90년대말부터 사실 호빗의 영화화는 피터 잭슨의 머리 속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당시 잭슨은 3부작으로 영화를 만들 계획을 세우고 1부는 호빗, 그리고 2부와 3부는 반지의 제왕의 이야기를 다룰 생각이었다고 하는데, 이것이 판권 문제로 난항을 겪으면서 결국 호빗을 제외한 반지의 제왕만이 3부작으로 만들어져 먼저 공개되었던 것이다. 호빗의 판권을 사들인 MGM은 반지의 제왕을 제작한 뉴라인 시네마와 공동으로 호빗 시리즈를 제작하기로 하고 피터 잭슨을 제작 총지휘로, 그리고 '블레이드2', '헬보이', '판의 미로' 등으로 잘 알려진 길예르모 델 토로에게 감독을 의뢰하게 된다. 사실 개인적으로 델 토로-잭슨의 조합은 무척이나 기대되는 진용이었지만, 아쉽게도 이 환상의 투톱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MGM의 파산, 재정적인 문제로 지연되는 프로젝트에 불만을 품은 델 토로의 퇴장 등 연이은 악재에 시달리던 호빗은 결국 잭슨을 다시금 감독으로 돌아오게 하는 단초를 제공하였다. 반지의 제왕과는 다른 뉘앙스의 중간계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던 제작진의 의도는 아쉽게도 불발로 끝났지만, 기획 초기부터 이미 델 토로가 상당부분의 세계관과 이야기 구축에 참여했던 터라 호빗은 온전히 잭슨 식 중간계 이야기는 아닌 듯 싶다. 실제로 중간계의 사악한 크리쳐들은 반지의 제왕과 다소 다른 모습으로 그려졌는데, 이러한 부분은 델 토로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예를 들어, 워르그 같은 크리쳐는 델 토로의 주장으로 인해 반지의 제왕과 다른 모습으로 그려졌다.), 이러한 변주가 일부 관객들에게는 다소 3D 만화영화 같다는 평을 들었지만,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된다. 사실 근래 들어 CG 만화영화와 CG 영화의 갭은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 이런 비평은 취향의 차이는 아닌가 싶다. 즉, 만화영화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무리없이 넘기겠지만, 사실적인 표현을 중시하는 이들에게는 거슬린다고나 할까.


반지의 제왕 이후 영화계는 새로운 기술적 성취를 이루어 냈다. 3D와 HFR(High Frame Rate)이 그것인데, 3D와 IMAX 등은 '아바타'나 '인셉션' 등을 기점으로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는 상태지만, 뜻 밖의 여정이 최초로 선보인 HFR은 아직 관객들에게 완벽하게 어필하지는 못한 것 같다. 초당 48프레임으로 재생되는 영상은 분명 기존과는 다른 디테일과 선명도를 자랑했지만, 안타깝게도 TV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라는 혹평(?)을 듣고 있는 상황이다. 24프레임으로 상영되는 일반 디지털 버전으로 관람했기에 여기에서는 HFR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나눌 수 없을 듯 싶지만,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 후속편이나 앤디 서키스(골룸을 연기한 바로 그 배우)의 '동물농장' 등이 HFR로 제작될 예정이라고 하니 HFR의 가능성은 여전히 진행중으로 보인다.

뜻 밖의 여정은 기대대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반지의 제왕을 능가하지는 못했다'라든지 '이야기가 너무 늘어지고 지루하다'라는 평 역시 만만치 않게 듣고 있다. 사실, 3부작의 1부만이 공개된 상황에서 지루하다라는 평은 개인적으로는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 반지의 제왕 역시 1편 '반지 원정대'가 등장했을 때 비슷한 평을 들었던 것을 상기하면, 뜻 밖의 여정이 보여준 첫 시작은 오히려 나쁘지 않다 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3부작으로 만들기에는 다소 빈약한 원작의 스토리를 생각하면 오히려 3부작으로 이야기를 만들면서 잭슨이나 델 토로, 그리고 프란 월시, 필리파 보옌스가 창작해낸 이야기는 꽤나 공을 들인 흔적이 엿보인다. 무엇보다 호빗이라는 별도의 스토리를 반지의 제왕의 프리퀄로서 변주해낸 부분은 여러모로 팬들에게 흥미로운 이야기거리를 제공하리라 본다.(갈라드리엘, 엘론드, 사루만 등 전작의 친숙한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여 전 시리즈를 재미있게 본 많은 팬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다만, 톨킨의 열렬한 팬이거나 반지의 제왕 3부작의 열렬한 팬들, 그리고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는 일부 마니아들을 제외한다면 이 영화가 가진 서사의 지루함은 어쩔 수 없는 맹점이다. 반지의 제왕 역시 3부작으로 만들어지면서 굉장히 긴 서사가 전개되는데, 이러한 부분은 보통 관객들에게는 꽤나 다가가기 힘든 부분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뜻 밖의 여정 역시 한계는 분명히 가지고 있지만, 중간계의 세계 곳곳을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이 길다는 점은 열렬한 팬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선물이 아닌가 싶다.

또한, 반지의 제왕보다 아무래도 작을 수 밖에 없는 스케일에 우려를 제기하는 이들도 많은데,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호빗 3부작이 꼭 반지의 제왕같은 거대한 스케일을 가진 서사적인 전쟁 드라마가 되어야할 이유는 없다고 보여진다. 오히려 그런 생각은 이 시리즈의 정체성을 거대 블록버스터 전쟁 드라마로 단정짓는 오류는 아닐까. 호빗 3부작은 반지의 제왕과는 다른 장대한 어드벤쳐로서 가치를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3부에 이르르면 다섯부족의 전쟁 에피소드가 등장하면서 제법 큰 스케일의 전쟁 묘사도 등장하여 대미를 장식하겠지만 말이다.

뜻 밖의 여정을 비롯한 호빗 3부작 시리즈는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원 시리즈이기도 한 반지의 제왕의 영향력 아래에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미 대단원의 여정을 완벽하게 보여준 원 시리즈가 존재하는 이상, 호빗 3부작이 보여주는 스토리는 어쩔 수 없는 프리퀄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는 이미 스타워즈 6부작이 보여준 모습이기도 한데, 나름의 예측이지만 호빗이 스타워즈 프리퀄 3부작의 실패를 그대로 답습하지는 않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반지의 제왕을 넘어서기는 힘들겠지만, 호빗 3부작은 분명히 관객들에게 환상적인 중간계의 여정을 잘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그 첫 시작인 뜻 밖의 여정은 분명 실망보다는 기대가 더 많았던 작품이라 말하고 싶다.

ⓒ 2012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덧붙임1) 다들 지루하다고 하지만 글쓴이는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의 확장판을 보고 싶다. 나에게 2시간 50분은 너무 짧았다.
덧붙임2) 다만, 아쉬운 것은 그 전개가 반지의 원정대의 전개와 상당부분 비슷했다는 점이다. 리븐델을 방문하고, 깎아지른 절벽의 여정과 곧 이은 고블린의 지하소굴로의 여정 등은 놀랍게도 반지의 원정대의 여정과 유사하다.
덧붙임3) 절대반지를 빌보에게 빼앗기기 전의 골룸은 절대반지의 힘으로 인해 반지의 제왕의 골룸보다 훨씬 샤방샤방(?)하다. 
덧붙임4) 안타까운 것은 간달프 역의 이안 멕켈런 경이나 사루만의 크리스토퍼 리가 10년이 지나 오히려 프리퀄에서 더 노쇄해 보인다는 점. 분장도 하고 CG 처리도 했을텐데 흘러가는 세월을 어쩌지 못했나 싶은 안타까움이...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2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에게 있습니다.



호빗 : 뜻밖의 여정 (2012)

The Hobbit: An Unexpected Journey 
8.1
감독
피터 잭슨
출연
이안 맥켈런, 마틴 프리먼, 리차드 아미티지, 제임스 네스빗, 켄 스탓
정보
어드벤처, 판타지 | 미국, 뉴질랜드 | 169 분 | 2012-12-13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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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lt Disney


<스탭>

◈ 감독/각본: 앤드류 스탠튼(Andrew Stanton)
◈ 원작: 에드가 라이스 버로우스(Edgar Rice Burroughs)의 '화성의 공주'
◈ 제작: 월트 디즈니 픽쳐스


<줄거리> 

지구에서는 화성이라 불리는 행성 바숨. 우리들이 생명체가 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 이곳 바숨에는 실제로 문명을 가진 외계종족들이 살고 있다. 바숨은 헬리움과 조당가 천년에 이르는 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조당가의 지배자 샙 단(도미닉 웨스트 분)이 예언자들에게 신의 무기를 받으면서 전황은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호전적이고 사악한 샙 단의 조당가 앞에 헬리움은 패퇴를 거듭하고, 헬리움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공주 데쟈 토리스(린 콜린스 분)을 샙 단과 혼인시키는 일 뿐인데...

한편, 화성에서 멀리 떨어진 지구에는 은퇴한 군인으로 거대한 금광을 발견한 부유한 탐험가 존 카터(테일러 키취 분)가 돌연 급사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카터의 유서에는 모든 재산을 자신의 조카인 에드가에게 맡긴다고 씌여 있었고, 결국 그의 장례식에 에드가는 영문도 모른체 불려오게 된다. 카터의 유해는 개인 무덤에 안장되었는데, 그곳은 오직 안에서만 문을 열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변호사에게 카터의 저널을 넘겨받는 에드가. 거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카터의 놀라운 모험 이야기가 씌여져 있었는데...


완성도와 재미에 비해 크게 기대에 못미치는 흥행성적은 왜?

드가 라이스 버로우스의 1917년작 소설 '화성의 공주'(버로우스에게는 '타잔'이라는 또다른 마스터피스가 하나 더 있다. 존 카터와 타잔에게서 어딘가 유사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은가)를 원작으로 삼은 '존 카터(2012)'는 버로우스가 창조한 바숨 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로, 앞으로 이어질 장대한 스페이스 오페라의 서막을 알릴 작품이기도 했다. 만약, 존 카터가 흥행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면 바숨 시리즈는 적어도 3부작으로 제작에 들어갈 계획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제작비를 간신히 넘는 흥행성적을 거두면서 사실상 이 전설의 시리즈는 무려 100여년만의 영상화에도 불구하고 1회성 이벤트로 그치고 만다. 무엇이 이토록 이 작품을 실패작으로 만들게 했을까? 기대에 못미치는 시나리오? 부족한 연출력? 떨어지는 캐스팅 파워? 볼거리가 빈약한 특수효과? 

적어도 글쓴이가 이 작품을 감상했을 때 느꼈던 약점은 시나리오의 엉성함이나 부족한 연출력은 아니지 않나 싶다. 비록 극장에서 감상하지 못했지만 존 카터는 준수한 스토리텔링과 만족할만한 연출력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니모를 찾아서(2003)'나 '월-E(2008)'를 연출했던 애니메이션 감독 앤드류 스탠튼의 첫 실사영화 연출작임에도 불구하고 꽤 괜찮은 완성도가 아닌가 개인적으로 평하고 싶다. 존 카터의 죽음에서부터 시작하는 도입부는 이제는 고전적인 모양새임에도 불구하고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편이다. 스토리의 전개도 친절하면서도 완급이 조절되어 잘 흐르는 느낌이다. 다만 카터와 데쟈, 그리고 솔라가 바숨을 여행하는 부분은 다소 안이한 흐름으로 인해 지루함이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전체적인 느낌은 바숨 시리즈에게 큰 영향을 받았던 '스타워즈' 시리즈 중 타투인 행성에서의 모험을 연상시킨다. 

3D 영화로서의 효과는 2D로 감상했기에 평을 삼가하겠지만,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이 중론인데, 2D 관점에서의 특수효과나 미술부분은 준수하다. 다만, 화려한 나비 행성의 장관이 돋보였던, 역시 이 바숨 시리즈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알려진 '아바타(2009)'를 떠올리면 아무래도 황량한 사막이 주 배경인 바숨은 볼거리 부분에서 다소 부족한 부분도 있는 편이다. 발전된 CG로 인해 바숨의 이종족이자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들이 대거 포진한 타르크 종족의 이질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작품에 녹아들었고, 헬리움이나 조당가의 거대한 구조물과 그들의 비행선들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멋진 비주얼로 무장되어 있다. 모든 스페이스 오페라의 원조답게 존 카터의 설정들은 하나같이 매력적이다.


그렇다면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여타 엉성한 헐리웃 블록버스터를 능가하는 이 매력적인 영화가 대중에게 큰 관심을 끌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디즈니 스스로도 이 작품을 여름 블록버스터 시장에 내놓지 못했을 만큼 이 영화는 자신감이 부족하다.(6월에 개봉예정이었던 존 카터는 2011년 1월 디즈니에 의해 3월로 개봉이 조정된다.) 그다지 네임밸류가 높지 않은 테일러 키취나 린 콜린스 등을 주역으로 쓴 것도 어찌보면 자신감이 부족했던 영화의 한계가 아니었을까. 캐스팅 파워가 영화의 완성도를 담보하지는 않지만, 자신감이 결여된 이 작품의 캐스팅 파워는 확실히 아쉬워 보인다. 하물며 악역인 샙 단마저도 인상적이지 못하다. 이 영화에서 제일 인상적인 캐릭터는 애석하게도 화성 강아지 울라다. 그만큼 인상적인 캐릭터가 없었다는 얘기다. 이는 물론 캐스팅 미스 이전에 캐릭터 설정의 문제일런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원작의 여러가지 고전적인 색체들을 현대적으로 각색해내기는 했지만, 스타워즈 류의 스페이스 오페라가 이제는 한물간 트렌드라는 사실을 어떻게 보면 존 카터가 증명해준 셈이기도 하다. 화성의 지배하려는 잔인한 정복자와 그와 정략결혼 해야만 하는 비운의 공주, 그리고 지구에서 우연치 않게 화성으로 온 히어로와 같은 설정은 우리보다 장르 문학에 훨씬 우호적인 미국에서도 이제는 너무 식상한 소재는 아니었을까? 새로운 스타워즈 3부작 시리즈가 오리지널 3부작의 압도적인 명성을 등에 업고도 기대만큼의 흥행성적을 거두지 못한 것은 트렌드가 변했음을 알리는 전조였을지도 모른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존 카터의 가장 큰 아쉬운 점은 너무 늦게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 영화가 스타워즈 신 3부작 시리즈가 등장할 즈음인 2000년대 초반에만 나왔어도 지금 정도의 홀대를 받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존 카터를 디즈니가 제작했다는 점이다. 앤드류 스탠튼의 연출력은 훌륭한 편이지만(물론, 존 카터는 니모를 찾아서나 월-E와 같은 그의 대표작에 비해서는 평이한 것도 사실이다.) 실사영화라면 디즈니에서는 무리다. 기억해야할 것은 그 오랜 세월동안 디즈니가 제대로 성공시킨 실사영화 프렌차이즈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유일하다는 점이다. (어벤져스는 디즈니의 손길이 닿긴 했지만 엄밀히 말해서 마블의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존 카터에게 많은 영향을 받은 스타워즈와 아바타와 직접 비교해 보면 이 작품이 가진 한계가 드러난다. 거대한 제국과 맞서 싸우는 제다이 기사와 반란군의 이야기를 다룬 스타워즈는 분명 존 카터보다 큰 스케일과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넘쳐난다. 반면, 아바타와 비교하면 스케일이나 캐릭터 등에서 아바타와 비슷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존 카터가 밀리는데 이는 액션에서는 확실하게 액션을, 드라마에서는 확실하게 드라마를 보여준 아바타가 평이한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존 카터보다 밀도가 높고 임팩트가 강하기 때문이다. 스케일과 캐릭터, 그리고 디테일과 임팩트의 차이가 존 카터를 2% 아쉬운 원조 스페이스 오페라로 만든 셈이다.

하지만, 많은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존 카터는 제법 볼만하다. 원작의 갖고 있는 매력을 이 작품은 나름대로 훌륭하게 재현해내지 않았나 싶으며, 순간적이지만 속편을 기대하기까지 했다면 너무 후한 평가일까.

ⓒ Walt Disney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Walt Disney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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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 Warner Bros


<스탭>

◈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 각본: 크리스토퍼 놀란, 죠나단 놀란(Jonathan Nolan)
◈ 제작: DC 코믹스, 레전더리 픽쳐스(Legendary Pictures), 신카피 필름(Syncopy Films), 워너 브러더스(배급)


<줄거리> 

조커와의 사투, 레이첼의 죽음, 그리고 하비 덴트의 비극적인 최후로부터 8년... 고담시는 하비 덴트의 죄를 대신 짊어진 배트맨(크리스찬 베일 분)의 희생으로 덴트법을 신설, 조직폭력배들을 일망타진하고 평화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경찰청장이자 하비 덴트의 진실, 배트맨의 희생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 고든 청장(게리 올드만 분)은 몇 번이나 진실을 밝히려 했지만, 평화로운 고담시의 모습을 보며 그 진실을 가슴에 묻어둘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거짓된 고담시의 평화는 계속될 것만 같았다.

8년 동안 자신의 저택에서 세상과 담을 쌓은 체 은둔해 오던 브루스 웨인. 하비 덴트와의 사투로 한쪽 다리를 절게 된 웨인은 레이첼의 죽음이라는 크나큰 상실감을 가슴에 묻고 배트맨으로서의 모습 역시 봉인한 체 자신을 질책하고 있었다. 하지만, 베인의 등장과 함께 이 상처뿐인 평화와 웨인의 은둔 생활은 서서히 그 종언을 고하고 있었다.


다소 아쉬운 완성도보다 더 아쉬운 것은 시리즈의 종결

트맨 시리즈 아니, 히어로 영화라는 장르를 새로운 화법으로 풀어냈던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2008)'는 분명 히어로 영화의 범주를 넘어선 걸작이었다. 다르게 말하면 다크나이트는 범죄 느와르라는 영화장르에 히어로 영화의 미장센이 더해진 작품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만큼 배트맨 시리즈의 본연의 정체성에서 벗어나 있는 이질적인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트맨 이야기의 중요한 설정들이 무리없이 영화 속에 녹아들어감으로써 배트맨의 팬들에게까지도 충분히 공감이 가능한 작품으로 만들어 냈다는 것은 역시 놀란의 비범한 재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다크나이트와 인셉션의 연속적인 대성공은 놀란을 좋은 감독에서 명감독의 위치까지 끌어올려 놓았다. 이제 그가 만드는 영화는 적어도 다크나이트와 인셉션에 버금가는 수준일거야 라거나 그정도가 아니면 곤란하지 정도의 기대가 팬들에게 각인되어 있다고나 할까. 이것은 스티븐 스필버그나 제임스 카메론과 같은 블록버스터의 거장들이 공통적으로 짊어져야만 했던 숙명이기도 하다. 비록 그들과 출발점은 달랐다 해도 놀란 역시 스필버그나 카메론이 받아온 그 과도한 기대를 짊어져야 하는 순간이 온 셈이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에 등장한 작품이 '다크나이트 라이즈(2012)'라고 해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다크나이트라는 놀란표 배트맨 트릴로지의 최종장으로서, 그리고 이제까지 상승세로 일관해오던 놀란의 필모그라피 중에서 가장 큰 기대를 안고 등장한 신작으로서,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아트 블록버스터라는 신조어를 탄생하게 한 놀란의 그 놀라운 감각이 과연 종언을 고하는 그의 마지막 배트맨 시리즈의 대미를 어떻게 장식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반의 성공이다. 아니 아트 블록버스터로서의 완성도는 여전히 그대로다. 다만 다크나이트나 인셉션이 보여주었던, 이제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놀란의 영화 최대점에 못미칠 뿐이다.

ⓒ 2011 Warner Bros


이러한 감상은 많은 평론가부터 영화 블로거, 그리고 일반 팬들에 이르기까지 제법 공통적으로 느끼고 부분 같다. '역시 놀란, 하지만 다크나이트보다는 좀...' 이 정도가 이 영화에 대한 가장 대중적이고 다수결적인 평가가 아닐까. 시리즈의 대미 역시 훌륭하게 장식하고 있으며 전체적인 아웃라인과 스토리의 흐름, 그리고 테마의 완성도 역시 3부작으로서 모자람이 없다. 히어로 영화 연작  시리즈 중 이제까지 어떤 시리즈도 이렇게 성공적인 완결을 보여준 예는 없다. 슈퍼맨 시리즈는 리차드 도너를 버림으로써 3부에 이르러 최악의 영화가 되었고, 팀 버튼의 배트맨 연작은 결국 죠엘 슈마허로 바톤 터치 되면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 시리즈도 마찬가지, 3부의 연출을 고사한 싱어 덕분(?)에 엑스맨 3부작도 그 완결은 심히 미약하였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 맨 시리즈도 3부에 이르러 결국 많은 걸 잃어야만 했다.


여타의 히어로 연작 시리즈와 비교할 때, 아니 다른 모든 장르의 연작 시리즈와 비교해도 놀란의 배트맨 3부작은 분명 놀라울 정도의 평균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다. 즉 각 시리즈간 완성도의 편차가 크지 않다. 이는 단순히 전편보다 더 스케일이 크고 더 화려한 액션장면과 특수효과가 가미되어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각 시리즈를 관통하는 스토리의 정합성, 등장인물들의 행동에 충분히 공감이 가능토록 하는 개연성, 기승전결의 흐름과 극적인 전개, 그리고 허를 찌르는 반전에 이르기까지...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분명 시리즈의 대미를 멋지게 장식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다크나이트를 넘어설 수 없었으며, 개인적으로는 분명 좋은 완성도임을 인정하면서도 실망이라는 단어를 자신있게 내려놓을 수 없었다. 

만약,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3부와 4부로 나뉘어 졌다면, 아니 적어도 3시간에서 3시간 30분 정도의 러닝타임만 되었다면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그렇다하더라도 다크나이트를 능가했을지는 의문이지만) 이 일말의 실망감을 극복해낸 보다 더 완벽한 작품이 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러닝타임의 문제를 제기한 것은 스토리의 흐름이 지나치게 빠르고 호흡이 끊어진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8년간의 은둔을 깨고 돌아온 배트맨, 그리고 그의 패배, 시련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배트맨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구도는 분명 극적이긴 하지만 2시간 45분이라는 시간 안에서는 그것이 충분한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새로운 빌런인 베인, 캣우먼 셀리나 카일, 젊은 경찰 존 블레이크 등 새로운 인물들에게도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시간이 할당되면서 각 에피소드들이 다크나이트가 보여준 정밀함을 보여내지 못한 것은 러닝타임에 대한 아쉬움을 더더욱 크게 하는 부분이다.

ⓒ 2011 Warner Bros


캐릭터의 설정에도 아쉬움이 있다. 특히 히로인의 경우가 그러한데 마리온 꼬틸라르를 제대로 활용해내지 못한 점이나 앤 해서웨이의 캣우먼이 매력적임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에 방해가 되는 부분은 분명 놀란답지 못했다. 조커를 능가할 수는 없었지만, 톰 하디의 베인은 기대 이상의 아우라를 화면에 분출하며 강력한 빌런의 면모를 과시했음에도 이러한 베인마저 마지막에서는 납득하지 못하는 말로를 보여준다. 조커와 하비가 얼마나 극의 흐름을 극적으로 만들었는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는 대목이기도. 전반적으로 캐스팅은 다크나이트와 인셉션 등 놀란의 대표작에 얼굴을 내민 단골 배우들로 구성되어 있어 마치 놀란 소속사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작품인 듯한 느낌도 든다. 조셉 고든 레빗의 블레이크는 마지막에서 기대했던 대로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안타깝게도 놀란의 다크나이트가 여기서 끝이라는 점에서 약간의 팬 서비스 정도에 그치고 만다.

한스 짐머의 웅장하고 어두운 음률을 바탕으로 구현해낸 고담 시와 다크나이트의 세상은 삭막하고 메마른 느낌을 완벽하게 전달해주면서 히어로 영화답지 않은 현실감을 영화에 부여한다. 아이맥스로 촬영해낸 압도적인 영상미는 3D CG와는 또다른 현장감을 부여하고 있다. 놀란과 그의 스탭들이 설계한 사운드와 영상미는 작품의 품격을 완성시킨다는 것을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어렴풋이 느끼게 해준다. 스토리 외에도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보여준 많은 부분은 놀란표 영화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이제 이 많은 것들은 배트맨 시리즈가 아닌 다른 영화에서 보여지겠지만.

다크나이트 시리즈는 히어로 영화의 스탠다드가 되지는 않겠지만, 히어로 영화가 어디까지 진중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걸작 시리즈로 기억될 것이다. 놀란이 물러난 뒤에도 배트맨 시리즈가 계속될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그 후의 배트맨은 배트맨일 수는 있어도 다크나이트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 2011 Warner Bros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1 Warner Bros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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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랑 이후 12년... 오키우라 히로유키의 두번째 연출작.

ⓒ 2012『ももへの手紙』製作委員会



'랑(2000)'을 통해 극사실적인 작화와 스토리를 선보이며, 일약 오시이 마모루의 후계자로 일컬어지던 오키우라 히로유키 감독. 인랑 이후 본업인 원화 쪽에 전념(이 기간 중 그가 연출한 씬은 '카우보이 비밥, 천국의 문(2001)'의 인상적인 오프닝 영상 밖에 없었음)하던 그가 무려 12년 만에 다시 연출자로서 우리들 앞에 다시 섰습니다. 시골로 이사온 도시손녀와 사고뭉치 요괴 3인방의 이야기를 그린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모모에게 온 편지, 2012)'가 바로 그 작품입니다.

☞ 모모에게 온 편지 공식 사이트(바로가기)

도시소녀와 요괴와의 만남이라... 굳이 아니메 팬이 아니더라도 이 시놉시스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웃집 토토로(1988)'와 꽤나 비슷함을 느끼실 겁니다. 이는 이 작품 역시 포스트 미야자키를 노리는 근 몇년 간의 작품들과 같은 선상에 있다는 추측을 가능하게 합니다. 포스터나 트레일러의 영상을 보면 이러한 추측은 더더욱 사실로 굳어지는데요. 정감어린 인물묘사와 사실적이고 서정적인 배경 등 이 영화 곳곳에서는 미야자키와 스튜디오 지브리의 잔상이 깊게 베여져 있습니다.

☞ 한국어판 트레일러, 네이버 영화 (보러가기)

이러한 느낌을 가질 수 밖에 없게 하는 것은 이 작품에서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을 맡은 안도 마사시(安藤雅司)가 스튜디오 지브리 출신의 애니메이터이기 때문입니다. 'On Your Mark(1995)', '원령공주(1997)',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등 미야자키의 대표작에서 작화감독을 맡아온 안도 마사시는 2003년 부터는 프리랜서로 독립하여 콘 사토시 감독의 '동경대부(2003)',  '망상대리인(2004)', '파프리카(2006)'에서도 작화감독으로 활약하게 됩니다. 오키우라 감독과는 망상대리인에서 서로 작업을 한 적이 있기도 하지요. 그래서 그의 스타일에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감성적인 캐릭터와 매드하우스 계열의 극화적인 인물 묘사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배경미술 감독인 오오노 코지(大野広司) 역시 아니메 미술계의 거장 고바야시 시치로의 제자로서 '마녀배달부 키키(1989)'를 통해 스튜디오 지브리와 작업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는 'AKIRA(1988)', 인랑 등 뛰어난 미술 디자인을 선보인 일련의 아니메 마스터피스에도 참가한 경력이 있는 베테랑 미술감독이기도 하지요. 이러한 스탭들 덕분에 모모에게 온 편지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면모와 매드하우스나 프로덕션 I.G 계열의 작품들이 선보이는 극사실적인 스타일을 공유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오키우라 히로유키는 본 작품에서 감독 뿐만 아니라 원안, 각본, 스토리보드에 캐릭터 디자인에까지 참여하는 등 원맨쇼를 펼치고 있는데 오키우라의 이러한 다방면성은 미야자키 감독과 같은 완벽주의를 엿볼 수 있게 합니다. 반면, 그의 첫 작품인 인랑과는 너무 다른 작품의 분위기로 인해 과연 이 오키우라가 그 오키우라가 맞는가 싶은 의구심도 들 수가 있는데요. 사실, 인랑의 경우는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오시이가 직접 각본을 쓰고 이를 오키우라가 연출한 케이스로, 그나마도 더 어둡고 메마른 방향으로 나아가려던 인랑에 남녀간의 멜로라인이 베이스로 깔린 것은 오키우라의 영향이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오키우라의 첫 데뷔작이긴 했지만, 인랑은 오시이의 영향이 전반적으로 지배하는 오시이표 아니메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작품은 포스트 미야자키를 노리는 제작의도도 있겠지만, 오키우라 감독의 성향에 좀 더 어울리는 작품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반드시 미야자키와 같은 스타일(오히려 이 스타일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7)'의 호소다 마모루가 더 어울릴 듯)은 아니겠지만, 오키우라의 극화적인 감성은 오시이와는 분명 다르다고 생각하는데요. 어쩌면 매드하우스 계열의 극화적인 작품 내지는, 다카하타 이사오 적인 감성에 좀 더 가까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콘 사토시라는 거장을 잃은 일본 아니메계에 있어서 오키우라의 재등장은 그런 면에서 개인적으로 몹시 반갑습니다. 이 작품을 기점으로 그가 좀 더 적극적으로 연출계에 뛰어들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네요.

다만, 몹시도 토토로스러운 본 작품이 얼마나 다른 차별점을 보여줄지는 두고 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완성도 높은 영상미는 크게 나무랄 데가 없을지도 모릅니다만, 그것이 작품의 완성도나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않겠지요. 또한 오키우라의 진정한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큽니다. 본 작품의 성공여하에 따라 오키우라의 차기 작품을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한국에서는 다음 달인 7월 5일 개봉 예정에 있는데요.(이미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작으로도 공개된 바 있지요.) 이제까지 그랬듯 전문 성우보다는 인기 개그맨들을 캐스팅하여 더빙했습니다. 요괴들의 목소리를 맡은 김준현, 양상국, 안윤상의 목소리가 생각보다는 작품과 잘 어울리는 느낌이네요.(게다가 외모까지 비슷. 이거 설마 노리고 한 것?) 모모 역을 맡은 일본의 배우 미야마 카렌은 과거 한국 드라마 '아이리스(2009)'에 출연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일본의 아이유 같은 느낌(?)의 소녀네요.

ⓒ 2012『ももへの手紙』製作委員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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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Marvel Studios


<스탭>

◈ 감독: 조스 위든
◈ 원작: 스탠 리 (마블 코믹스)
◈ 제작: 파라마운트 픽쳐스, 마블 스튜디오, 디즈니 (배급)


<시놉시스> 

음모를 꾸미고 왕위를 찬탈하려다 아스가르드에서 추방당한 로키(톰 히들스톤 분). 그는 추방 중에 또다른 외계종족 치타우리와 조우하게 된다. 무한한 에너지원인 큐브를 찾고 있던 그들에게 로키는 지구에 바로 그들이 찾던 큐브가 있음을 알려준다. 큐브를 가져다 주는 대신 지구를 정복하는데 힘을 빌려달라는 로키의 제안을 치타우리는 받아들이게 되고, 로키는 큐브가 숨겨져 있는 쉴드의 비밀 연구소로 향하게 된다.

한편, 큐브의 이상현상으로 쉴드의 연구소는 현재 긴급 대피 명령이 내려진 상태. 쉴드의 국장인 닉 퓨리(사무엘 L. 잭슨)와 암호명 '호크아이'인 에이전트 바튼(제레미 레너 분), 물리학자 셀빅 박사(스텔란 스카스가드 분)가 보는 앞에서 불안정한 큐브는 마침내 우주로의 포탈을 연다. 포탈을 통해 나타난 이는 다름 아닌 로키. 로키는 쉴드의 요원들을 간단하게 제압하고 바튼과 셀빅, 그리고 요원들의 정신을 지배하여 자신의 수하로 만든다. 큐브를 탈취한 로키가 연구소를 탈출하면서 쉴드의 연구소 역시 흔적도 없이 지하로 매몰되어버린다.

로키에게 탈취당한 큐브는 지구에게 미증유의 위기를 가져올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퓨리는 폐기되었던 '어벤져스' 작전을 발동시킨다. 이것은 인간을 초월한 힘을 가진 슈퍼 히어로들을 팀으로 모아 심각한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쉴드의 극비 작전이었으니...


수많은 캐릭터들을 잘 녹여낸 이야기는 수준급.

2008년 '아이언 맨(2008)'을 시작으로 '인크레더블 헐크(2008)', '아이언맨 2(2010)', '토르(2011)',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2011)'로 이어지던 마블 히어로 월드의 최종장이 마침내 그 전모를 드러내었다. 이제까지 등장시켰던 4명의 주인공급 히어로 아이언맨, 헐크, 토르, 캡틴 아메리카에 블랙 위도우, 호크아이까지 가세한 사상초유의 6인의 히어로 물 '어벤져스(2012)'가 4월 25일부터 전세계 스크린에 걸리기 시작한 것이다. 무려 다섯 편의 영화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면서 기꺼이 어벤져스를 위한 프롤로그(?)가 되었던 것은 영화사에서도 전무후무한 일이다. 이는 어벤져스에 대한 마블의 자신감과 각오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 슈퍼 히어로들이 몰려온다, 시작된 마블의 거대 프로젝트 (보러가기)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1954)'와 이를 오마쥬한 존 스터지스 감독의 '황야의 7인(1960)'과 같은 걸작들은 각각이 한 명의 주인공으로도 손색이 없는 다수의 영웅이 한 편에 모두 등장한다는 영화적 쾌감을 우리에게 보여주었지만, 매력적인 주인공들이 한무리로 등장하는 영화가 반드시 성공적인 결과를 보장하지 않음은 익히 잘 알려진 교훈이기도 하다. 실제로 스티븐 노링턴의 '젠틀맨 리그(2003)'를 보면 그러한 시도의 패착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히어로가 모두 모여 있으되 팀워크는 엉망이고 이야기는 뒤죽박죽이다. 영화가 아닌 스포츠 게임을 봐도 스타 플레이어들로 이루어진 소위 '드림팀'이 항상 강팀이 아님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 어벤져스는 어떨까. 과연 젠틀맨 리그와 같이 겉모습만 화려하고 속은 비어있는 여느 블록버스터와 별다를 바 없을까, 아니면 레전드들이 모두 모여 압도적인 힘과 환상적인 플레이를 보여주었던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미국 농구대표팀과 같은 모습을 보여줄까. 영화의 감상을 마친 뒤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이 영화는 후자에 더 근접한 영화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어벤져스는 많은 공격수들이 모였음에도 멋진 팀플레이를 보여준 작품이었다. 화려한 볼거리와 이를 뒷받침하는 잘 짜여진 이야기의 힘으로 어벤져스는 마블 히어로 월드의 최종장을 실로 멋지게 장식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어벤져스가 모든 히어로 무비의 완성형은 아니다. 히어로라는 만화 캐릭터를 성인들도 볼 수 있는 한편의 멋진 실사영화로 만들어냈던 리챠드 도너의 '슈퍼맨(1978)'이나, 기괴하면서도 독특하면서도 어두운 감각으로 히어로 무비를 새롭게 변주해냈던 팀 버튼의 '배트맨(1989)', 그리고 히어로물을 히어로물 이상의 현실적인 드라마로 완벽하게 바꾸어 낸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2008)' 등,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히어로 무비와 어깨를 나란히 할만한 명작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히어로 물의 본연의 정체성에 충실하면서 성인들도 즐길 수 있는 오락물로서의 완성도는 탑 클래스 수준이다. 아직 미국과 중국 등에서 개봉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벤져스의 개봉 성적은 놀라울 정도이며, 슈퍼 히어로에 대체적으로 인색한 편인 한국에서조차 최단기간 160만 관객 달성이라는 기록까지 세우고 있다. 이는 단순히 볼거리가 화려하기 때문만은 아니리라.

ⓒ 2012 Marvel Studios


디지털 3D IMAX는 분명 히어로들의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장면을 120% 즐길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관람방법이다. 쉴드의 초대형 비행기지 '헬리케리어'의 거대한 스케일과 치타우리의 흉측한 비행괴물의 모습 등은 그야말로 3D에서 압도적인 위용을 보여준다. '아바타(2009)' 이후 쏟아진 3D 영화의 홍수는 3D 컨텐츠와 디바이스 시장의 활성화를 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불필요한 3D 영화들의 범람이라는 결과도 이끌어 내었다. 3D가 굳이 필요하지 않은 영화들이 3D라는 타이틀을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면서 3D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수준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하지만, 어벤져스는 3D IMAX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은 3D 영화다. 오히려 어벤져스라는 타이틀 자체가 주는 파괴력 때문인지 3D는 뒷전으로 밀리기까지 했다.(영화랑 별 상관없는 내용까지 포스터의 선전문구로 활용하는 한국의 영화관계사들조차 어벤져스 포스터에서 3D를 대대적으로 홍보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3D IMAX가 아니라면 별볼일 없는 영화일까? 만약, 어벤져스가 '압도적인 볼거리에만 기댄 영화'라면 이 가정은 사실이 될 터이다. 그러나, 개인적인 의견은 NO라고 단언할 수 있다. 분명 3D IMAX는 이 영화의 플러스 요인을 가져다 준 수단이지만, 그것이 없더라도 이 영화는 충분히 볼만하고 멋지다. 그것은 바로 잘 짜여진 이야기의 힘이다. 굉장한 현실적 드라마나 생각할만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그냥 이 영화는 히어로 액션장르에 충실한 오락 영화다.), 오락영화로서, 그리고 히어로 무비로서 어벤져스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잘 짜여져 있다. 특히, 4인의 메인 히어로(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헐크)와 2인의 서브 히어로(블랙 위도우, 호크아이), 여기에 조연급 캐릭터들(닉 퓨리, 콜슨, 마리아 힐 등)의 캐릭터 안배는 뛰어나다. 물론, 메인 빌런인 로키가 클라이막스에서 대대적인 침공을 가하는 치타우리와 수많은 히어로들의 사이에 끼이면서 존재감이 미약해진 아쉬움도 있지만, 이것이 전체적인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수많은 캐릭터들을 의미없이 소비하지 않으려 하면서 이야기는 제법 빡빡한 편이다. 그로 인해 전개가 느슨하지는 않지만 피로한 느낌도 다소 있다 하겠다.

이야기 덕분에 히어로들의 볼거리가 줄어들지도 않았다.(사실 이 영화는 액션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다만, 그 액션과 액션을 연결하는 이야기가 잘 만들어져 있다는 것) 앞서 등장한 일련의 마블 히어로 시리즈에서 거의 얼굴을 내밀지 못했던 호크아이는 서장을 멋지게 장식해 내면서 존재감을 과시했고, 토르와 아이언맨, 헐크와 토르의 맞대결이 등장하면서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동시에 마블의 팬들에게 훌륭한 팬 서비스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각본의 구성은 실로 영민하다 하지 않을 수 없을 듯. 이는 감독이자 각본가인 조스 웨든이 오랜 코믹스 팬이자 그 스스로도 코믹북 작가(직접 마블 코믹스의 엑스맨 시리즈 'Astonishing X Men'의 스토리를 집필할 정도로 전문만화 작가)였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한마디로 원작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바탕으로 캐릭터의 설정과 이야기의 구성을 그에 맞춰 디테일하게 그려내었기 때문이다. 잘 만들어진 이야기는 결국 비주얼의 화려함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뼈대가 되었고, 이는 어벤져스가 마블 히어로 월드를 집대성한 멋진 히어로 무비라는 평가를 듣는 데 있어서 별다른 반론을 제시하지 못하게 하는 힘이 되고 있다.

물론, 히어로 무비로서의 현실적 한계는 있다. 로키가 지구를 찬탈하려는 목적이 전작인 토르를 접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그리 잘 와닿지 않을 수 있으며, 캐릭터 안배를 잘했다고는 하지만 역시 너무 많은 인물들의 등장은 이야기를 깊이있게 끌고 가기에는 여전히 방해가 되고 있다. 그나마 러닝타임이 2시간 20분에 달하기 때문에 이것이 어느 정도 볼만한 수준으로 가지 않았나 싶은데, 페니웨이님에 따르면 실제로는 3시간 분량으로 제작된 영화라 하니 어쩌면 어벤져스의 진정한 참맛은 블루레이나 DVD에서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부디 빨리 디렉터스 컷이 출시되길 바랄 뿐

어벤져스의 후속편은 이미 스타트를 끊었다고 전해진다. 마블이 굉장한 자신감을 갖고 작품을 끌어가는 듯한 느낌이랄까. 마블의 계획이 아직까지는 큰 실패없이 착착 계획대로 진행되는 듯 싶다. 다만, 어벤져스의 대성공은 후속작에게 많은 과제를 안겨준 셈이다.(트랜스포머를 잊지 말자) 어벤져스는 이제까지 공개되었던 마블의 다섯편의 히어로 무비의 최종장이자 이제부터 시작될 마블 히어로 무비의 서장이 되었다. 어벤져스의 성공을 기점으로 한동안 헐리우드는 히어로 무비의 전성시대가 펼쳐질지도 모른다. 2012년은 어떤 면에서 히어로 무비의 새로운 전성시대를 여는 관문이 된 셈이다.

ⓒ 2012 Marvel Studios

덧붙임) 코비 스멀더스는 엘로스에게는 생소한 배우지만 영화와는 별개(?)로 맘에 쏙드는 캐스팅이었다. 왜냐구? 그건 영화를 보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갈 듯. 쉴드 유니폼이 그렇게 멋진 유니폼인지 그녀를 보고서야 알았다, 어흠.

덧붙임) 스칼렛 요한슨의 블랙 위도우는 개인적으로 아이언맨 2보다 살짝 아쉽다. 그건 그녀의 연기나 역할 때문이 아니라 길고 곱슬거리는 매혹적인 빨간머리가 단정한 단발로 바뀌었기 때문. 긴머리를 휘날리며 펼치는 아이언맨 2의 액션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그런 듯. 

덧붙임) 엔딩 스크롤 중간에 등장하는 2편의 메인 빌런이 될거라 예상되는 그는 어벤져스의 팬들에게는 익숙한 바로 '그'이다. 그를 알아본 마블 팬들이라면 작은 탄성과 2편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고조되어 극장을 나왔을 듯.

덧붙임) 혹시나 하는 예상과 달리 모든 엔딩 스크롤이 올라간 뒤에는 별도의 서비스 씬이 등장하지 않는다. 새벽 1시에 상영하는 어벤져스를 감상한지라 영화가 끝나고 피로함을 참으면서 끝까지 자리를 고수했는데, 아무것도 안나오니 좀 허전...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2 Marvel Studios에게 있습니다.



어벤져스 (2012)

The Avengers 
8
감독
조스 웨던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헴스워스, 마크 러팔로, 크리스 에반스, 스칼렛 요한슨
정보
액션 | 미국 | 142 분 | 2012-04-26
글쓴이 평점  


[블루레이] 어벤져스 - 10점
조스 웨든 감독,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외 출연/월트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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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조니 뎁... 어쩌란 말인가.

ⓒ 2012 Warner Bros


2012년은 누가 뭐래도 히어로 무비의 해라 하겠지만, 그외에도 주목할만한 대작들이 연이어 극장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근래들어 2012년만큼 기대작들이 많은 해도 드물지 않나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인데요. 초대작은 아니지만 눈길을 끄는 한편의 영화가 계절의 여왕 5월에 출격 대기 중이라고 합니다. 바로 팀 버튼 감독-조니 뎁 주연의 '다크 쉐도우(2012)'죠.

올드팬들은 잘 아시겠지만 이 다크 쉐도우는 1966년부터 1971년까지 ABC TV에서 절찬리에 방영했던 인기 TV 시리즈입니다. 방영된 에피소드는 무려 1,225화. 두말 할 것도 없는 인기 장수 시리즈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다크 쉐도우는 1970년과 1971년 TV 시리즈를 만들었던 댄 커티스가 직접 감독을 맡아 두 편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합니다. 이후 20여년 동안 잠잠했다가 91년 TV 시리즈로 리메이크 되었지만, 인기를 끌지 못한 체 12화로 막을 내리고 맙니다. 이런 연유로 이 전설적인 작품을 기억하고 있는 세대는 미국에서도 올드팬 외에는 많지 않은 셈이죠.

영화에서의 이야기는 대충 이렇게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18세기 중반, 바람둥이 사업가인 바나바스 콜린스와 그의 가족들이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주를 해옵니다. 제 버릇 못 버리고 미국에서도 애정행각을 일삼는 바나바스, 그러다가 그만 마녀 안젤리크에게 실연의 상처를 안기고 맙니다. 마녀는 바나바스에게 저주를 내리고 그로 인해 뱀파이어로 변해버린 바나바스는 관 속에 갇힌 체 땅 속에 생매장 되고 말지요. 그로부터 무려 200여년 후인 1972년에 깨어난 바나바스, 콜린스 가문을 찾은 그는 폐허에 가깝게 변해버린 가문과 괴팍한 그의 후손들을 만나게 됩니다. 새로운 세상에의 적응, 가문의 부흥, 그리고 마녀 안젤리크와의 해묵은 악연까지... 그가 해결할 문제는 굉장히 많아 보이는군요.

팀 버튼의 다크 쉐도우는 호러 판타지라는 원작의 컨셉을 그대로 이어가되, 팀 버튼 만의 독특한 감성과 블랙 코미디가 버무려진 좀 더 대중적인 느낌으로 재탄생 될 듯 합니다. 이는 예고편의 전체적인 분위기로 짐작이 가능한데요. 베리 화이트(Barry White)의 'You Are My First, My Last, My Everything'의 흥겨운 멜로디와 함께 펼쳐지는 조니 뎁의 익살스러운 연기는 실제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명불허전의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로 인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감독에게는 아쉬운 소리지만 조니 뎁의 한 명만으로도 이 영화는 꽤 기대감을 갖게 하는 작품인 셈입니다. 캐리비안의 해적 이후로 조니 뎁은 팀 버튼의 페르소나라는 굴레를 벗어난 것처럼 보이는군요.


주인공 바나바스 콜린스 역의 조니 뎁 외에도 매력적인 배우들이 다수 등장합니다. 바나바스 콜린스에게 저주를 내린 마녀 안젤리크 역에는 '몽상가들(2003)'에서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프랑스계 배우 에바 그린이, 콜린스 가문의 여자 가장 엘리자베스는 이제는 '관록'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여배우 미셀 파이퍼가, 엘리자베스의 딸 캐롤린은 '렛 미 인(2010)'에서 12살 뱀파이어 소녀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클로이 모레츠가, 엘리자베스의 주치의인 쥴리아는 팀 버튼의 아내로 수많은 작품에서 독특하고 매력적인 역할들을 맡아온 헬레나 본 햄 카터가 캐스팅 되는 등, 매력적인 여배우들이 줄줄이 등장합니다. 

그러고보니 이 작품, 조니 뎁 외에 조연급 여자 캐릭터들이 모두 네임 밸류가 제법 있는 여배우들로 캐스팅이 되어 있군요. 상대적으로 등장하는 남자배우들의 네임밸류가 밀리는 느낌입니다. 아차, 건물관리인 윌리 역에는 '왓치맨(2009)'에서 인상적인 다크 히어로 로어셰크 역을 맡았던 잭키 얼 헤일리가 캐스팅 되었군요. 여기에 하나 더, '드라큘라(1958)'를 통해 우리에게 드라큘라의 대명사로 잘 알려진 노배우 크리스토퍼 리가 빌 멜로이 역에 캐스팅 되어 또다른 가쉽거리를 팬들에게 선사할 것을 보입니다.

팀 버튼만의 감성이 충만한 영화로 당연스레 탄생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니 뎁의 익살스런 연기가 영화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리라는 것은 이견이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예고편에서 본 바나바스 콜린스는 어딘가 모르게 캐리비안 해적의 히어로 잭 스패로우와 겹쳐지는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인데요. 그 특유의 비음 섞인 표정부터 무심한 듯 겁먹은 듯한 알쏭달쏭한 표정까지... 조니 뎁의 바나바스는 분명 잭 스패로우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만, 뭐랄까... 오히려 요즘 들어서는 이 캐릭터가 잭 스패로우가 아니라 조니 뎁 그 자체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의 코믹 연기는 단순한 캐릭터 중복이라는 수준을 넘어서는 뭔가가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비슷한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력적이고 기대된다고나 할까요. 조니 뎁의 원맨쇼 만으로도 기본은 할 것 같은데 팀 버튼만의 독특한 감성과 이야기가 더해지고, 그의 최근 몇 작품들에 비해 좀 더 대중적인 색체를 띄고 있으니만큼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의 성공을 조심스레 예측해 봅니다. 다크 쉐도우가 뎁에게 잭 말고 또다른 인상적인 캐릭터를 안겨줄 수 있을까요. 


덧붙임) 어쩌다보니 프리뷰가 다크 쉐도우나 팀 버튼보다는 조니 뎁 중심으로 흘러간 듯 하군요, 쩝.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2 Warner Bros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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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lativity Media



<스탭>

◈ 감독: 타셈 싱(Tarsem Singh)
◈ 각본: Vlas Parlapanides, Charley Parlapanides
◈ 제작: 렐러티비티 미디어(Relativity Media), 유니버설 픽쳐스


<시놉시스> 

태초에 불멸의 존재들이 사는 천상에서 큰 전쟁이 있었다. 승리한 불멸의 존재들은 스스로를 신이라 칭하게 되고, 타이탄(혹은 티탄)이라 불리는 패배한 존재들은 타르타로스 산 밑에 봉인되고 만다. 오직 에피루스의 활만이 타이탄의 봉인을 풀 수 있으리라.

한편,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신에 대한 증오로 삐둘어진 헤카리온의 왕 하이페리온(미키 루크 분)은 신들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잔혹한 전쟁을 일으키게 된다. 그의 목적은 에피루스의 활을 찾아 타이탄의 봉인을 푸는 것. 하이페리온의 등장으로 세상은 혼돈과 어둠에 잠기지만, 신들의 왕 제우스(루크 에반스 분)는 다른 신들이 인간사에 개입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시킨다. 이를 어기는 신이 있다면 그는 불멸의 힘을 잃고 죽음을 당할 것이라는 엄명이 내려진다. 하이페리온은 에피루스의 활을 찾기 위해 성지를 공격, 페드라(프레이다 핀토 분)를 비롯한 처녀 예언자들을 납치하고 점점 더 에피루스의 활을 향해 접근해가고 있었다. 과연 누가 사악한 하이페리온에 맞서 세상을 구원할 것인가.

한편, 절벽 어귀 작은 마을에서 사생아로 태어난 테세우스(헨리 카빌 분)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근근히 살아가는 청년이다. 비록, 미천한 신분이지만 그는 어렷을 적부터 자신을 가르쳐 온 정체불명의 노인 덕분에 누구보다도 용맹하고 강인한 전사로 길러지게 된다. 하이페리온의 마수가 이 작은 마을로 다가오면서 테세우스는 마침내 자신의 운명을 맞이하게 되는데...


적어도 헨리 카빌의 슈퍼맨은 나쁘지 않을 것 같은 느낌.

도 태생의 CF 감독 출신이라는 타셈 싱의 정체성에 비춰볼 때 분명 '신들의 전쟁(2011, 원제 이모탈스)'은 기존의 그리스 신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와는 뭔가 다른 이질적인 영화가 되리라는 막연한 느낌이 있었다. 스크린 전체를 감싸는 금빛 톤의 색감과 이질적인 공간감은 예고편으로 보았을 때 분명 색다른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같은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삼아 수개월 먼저 개봉했던 조나단 리브스만의 '타이탄(2011, 원제 타이탄의 충돌)'과 비교하면 이러한 느낌은 더더욱 도드라진다. 타이탄의 충돌이 전형적인 헐리우드식 블록버스터 포맷을 빌린 작품이었다면 신들의 전쟁은 무언가 다를 것이다라는 예상은 누구나 다 했으리라.

굳이 비슷한 작품을 꼽자면 국내 개봉시 언급되었던 잭 스나이더의 '300(2007)'이 가장 근접하다 하겠는데, 극단적인 슬로모션과 패스트 모션을 조합한 CF적인 영상미, 만화적인 시퀀스, 고어적인 연출, 고대 그리스라는 엇비슷한 시대적 배경 등 여러 면에서 분명 두 작품은 닮아 있다. 다만, 타셈 싱의 출신 탓인지 분명 이 영화에서는 왠지 모를 동양적 정취가 느껴진다. 고대 그리스가 배경이 되고 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작품에서 느껴지는 테이스트는 페르시아 혹은 인도 풍에 가깝다.

황금 빛 톤의 색감과 함께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시각적 요소는 강렬한 음영의 대비이다. 이는 타셈 싱이 이미 밝혔듯이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인 카라바지오의 화풍에서 영향을 받은 것인데, 이로 인해 고대 그리스의 신비로운 영상미를 구현해내는 것은 분명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시각적 느낌을 보여주는 300과 비교하면 300이 그래픽 노블을 실사화로 구현한 듯한 비현실적인 영상미라면, 신들의 전쟁은 좀 더 정통미술에 가까운 영상미를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비현실적이면서도 이국적인 영상미는 분명 이 영화 최대의 장점이기는 하지만, 3D는 사족에 가깝다. 근래 제작되는 대부분의 영화와 마찬가지로 신들의 전쟁 역시 굳이 3D가 필요한 영화는 아니다. 물론, 3D라는 광고카피가 영화흥행에 일정부분 도움이 되었겠지만 말이다.


ⓒ Relativity Media

이런 류의 영화들이 언제나 그렇듯이 최대의 단점은 스토리이다. 뻔하고 상투적인 스토리 전개도 문제지만, 주인공이자 영웅적인 활약을 보여줄 테세우스는 결정적으로 영화에서 그닥 돋보이는 활약을 펼쳐내지 못한다. 이는 그가 성장하는 전개 부분이 늘어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중후반부에 보여줄 그의 활약상이 줄어든 때문인데, 이는 비슷한 장르였던 타이탄의 충돌과 비교할 때 오히려 뒤쳐지는 모습이다. 타이탄의 충돌 역시 그저 그런 완성도의 작품이었지만, 주인공인 페르세우스의 활약상은 신들의 전쟁보다 훨씬 더 스크린에 잘 담아내고 있다 하겠다.


신들과 인간들의 전쟁이 이원화 되어버린 것도 주인공의 역할과 스토리의 힘을 약화시켰다. 정작 중요한 클라이막스에 테세우스보다는 타이탄과 신들의 소소한(?) 전쟁이 부각되면서 영화는 최후의 힘을 잃는다. 특수효과면에서도 뚜렷한 볼거리가 없다.  알맹이는 없었으나 여러가지 다채로운 크리쳐들의 등장과 거대한 스케일로 눈만은 호강했던 타이탄의 충돌 비교해보면 더욱 그렇다. 300과 비교해서는 집중력과 완성도가 부족하다. 페르시아의 대군과 맞서 싸우는 스파르타 정예군단의 활약에만 중점을 두었던 300이 짜임새가 훨씬 좋다. 

그나마 흥행에서는 그럭저럭 성적(제작비 1억2천만 달러를 들여 월드와이드로 약 2억 1천만 달러의 수입)을 거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타셈 싱의 감각적이고 이국적인 영상미 덕분은 아닌가 싶다. 비슷한 흥행성적을 거둬들인 타이탄의 충돌이 특수효과와 스케일로 나름의 성공을 거둔 것과 대비된다고 할까. 개인적으로는 본편에서는 그다지 만족할만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주인공 헨리 카빌의 이미지가 그가 주연을 맡은 잭 스나이더의 '맨 오브 스틸(2012)'의 슈퍼맨과는 제법 잘 맞을 것 같다는 인상을 받은 것이 이 영화에서 얻은 수확이라면 수확.(의외로 크리스토퍼 리브와 비슷한 이미지에 놀랐다.) 우연치 않게도 비슷한 영상미를 선보이는 두 감독의 영화에 연이어 캐스팅된 카빌이 과연 맨 오브 스틸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도 관전 포인트다.

덧붙임) 프레이다 핀토는 아시다시피 대니 보일의 '슬럼독 밀리어네어(2008)'에 출연했던 인도계 여배우인데, 언듯언듯 이민정과 비슷한 느낌을 풍기는 때가 있다, 물론 개인적인 느낌. 아마도 그 매력적인 눈 때문이 아닌가 싶다.

덧붙임) 아테나 여신으로 분한 이사벨 루카스를 알아보시는 분이 있으신지? '트랜스포머2: 폴른의 역습(2009)'에서 주인공 샘을 유혹하던 인간형 디셉티콘으로 출연했던 매혹적인 아가씨다. 이 두 매력적인 여배우가 작품에서 별 다른 역할을 해내지 못한 것도 이 영화의 흠이라면 흠. 흠...

덧붙임) 미키 루크의 악역은 재고의 여지가 있어보인다. 물론 그만의 카리스마를 여지없이 뿜어내기는 하지만 매번 거기서 거기다. 마치 그 옛날 그가 기막히게(?) 잘 생겼던 시절의 비슷비슷한 캐릭터들처럼 말이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워 보인다는.

덧붙임) 어쩌다보니 삼총사에 이어 이번 신들의 전쟁까지 모두 루크 에반스가 출연하는 영화를 리뷰했다. 그리고 둘다 재미없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Relativity Media에게 있습니다.


신들의 전쟁 (2011)

Immortals 
5.5
감독
타셈 싱
출연
헨리 카빌, 미키 루크, 프리다 핀토, 루크 에반스, 이사벨 루카스
정보
액션, 판타지 | 미국 | 110 분 | 2011-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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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SUMMINT ENTERTAINMENT


<스탭>

◈ 감독: 폴 W.S 앤더슨
◈ 원작: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
◈ 제작: 콘스탄틴 필름, 임팩트 픽쳐스, NEF 프로덕션


<시놉시스> 

17세기 초의 프랑스, 어린 루이 13세가 왕위에 등극하면서 유럽은 전운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루이 왕과 안느 왕비를 보좌하기 위해 추기경인 리슐리외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루이 왕의 왕권은 암암리에 위협받게 되고... 프랑스의 국익을 위해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만들었다는 비행선의 설계도를 훔치고자 왕 직속의 총사대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세사람의 총사인 아토스와 포르토스, 아라미스, 그리고 아토스의 연인이자 유능한 스파이인 한 밀라디가 이탈리아에 침입한다. 네 사람의 활약으로 쉽게 비행선의 설계도를 탈취해내긴 하지만, 밀라디의 배신으로 설계도는 그만 영국의 버킹엄 공작에게 넘어가고 만다. 믿었던 사랑에 배신당하고 임무마저 실패한 삼총사는 한물간 퇴물로 취급되고 마는데...


킬링 타임용으로는 그럭저럭 볼만한 캐주얼 오락 액션물.

많은 고전명작들이 영화화되고 있지만 삼총사처럼 꾸준하게 제작되는 영화들도 드문 편이다. 1903년부터 실사영화로만 20여편 이상 만들어져온 삼총사는 1970년대 이후로는 한동안 스크린에서 만나보기 힘들었으나, 월트 디즈니가 제작하고 키퍼 서덜랜드, 챨리 쉰, 크리스 오도넬 등이 출연한 '삼총사(1993)'로 젊은 세대들에게 보다 현대적이고 유쾌한 코미디와 볼거리가 넘치는 삼총사로 재탄생하게 된다. 이후 두 편의 실사화를 거쳐 다시금 21세기 세번째 삼총사 영화가 만들어졌으니 이것이 바로 '삼총사 3D(2011)'인 것이다.

영제나 한제나 모두 말미에 3D가 언급되어 있는데, 이로 인해 영화의 한계도 명확해진 셈이다. 작금 영화계의 이슈인 3D 효과를 보여주기 위한 현란한 액션들이 곳곳에 배치된 팝콘 무비라는 점. 이는 당연하게도 스토리의 평이함으로 귀결된다. '아바타(2009)' 이후 우후죽순처럼 많은 3D 영화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도 헐리우드의 관계자들은 문제점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 싶다. 스토리의 완성도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그 어떤 효과도 의미가 없음을. 뻔하게 예상 가능한 스토리의 아바타가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그 뛰어난 영상미를 뒷받침하는 시나리오의 완성도였다. 흔한 스토리,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더라도 얼마만큼 완성도를 높이느냐에 따라 영화의 질이 달라지는데, 그런 점에서 이번 삼총사도 그리 훌륭하지는 못한 셈이다.

다만, 93년도 삼총사와 비교한다면 이 작품은 그래도 93년작 정도의 완성도에는 근접하지 않나 개인적으로 생각된다. 만화처럼 황당무개한 설정과 너무 화려한 영상미에 작품이 치중하면서 상대적으로 너무 단맛이 강한 케이크가 된 것은 아쉽지만 말이다. 좀 더 드라마 쪽에 비중을 실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를 연출해온 폴 W.S 앤더슨 감독은 해를 거듭할 수록 가벼운 영화들을 만드는 것 같아 이는 어쩌면 지나친 바람일지도 모르겠다.


캐스팅은 상당히 화려하다. 게다가 희한게도 주역인 삼총사와 달타냥보다는 밀라디, 버킹엄, 로슈포르 쪽이 오히려 캐스팅 파워가 높다. 밀라디의 경우는 이번 삼총사에서 히로인이자 최대의 악역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원작부터 그러했지만 밀라디는 삼총사의 캐릭터 중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인 것이 사실인데, 밀라 요요비치의 밀라디는 그런 점에서 꽤 만족스러운 캐스팅이었다. 삼총사를 연기한 매튜 맥퍼딘, 레이 스티븐슨, 루크 에반스도 네임밸류와는 상관없이 적절한 캐스팅이었다고 생각되며, 로슈포르의 매드 미켈슨은 93년작 삼총사에서 로슈포르를 연기한 마이클 윈콧과 너무 비슷하게 느껴져 잠시 헛갈리기까지 했다. 루이 13세를 맡은 프레디 폭스의 연기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던 듯. 이로 인해 원작의 히어로 격인 달타냥의 비중은 그다지 높지 않은 작품이 되어버렸다. 캐스팅만 놓고 보자면 이제까지의 달타냥 중에서는 가장 Young한, 한국말로 상큼한 달타냥이었는데, 뭐 거기까지.

본편의 감상은 영화가 개봉하기 전인 2011년 4월에 작성했던 프리뷰 그 이상도 이하가 아닌 듯 싶다. 개인적으로 3D는 이 영화에겐 사치인 듯. 네이버 무비를 통해 집에서 감상을 했는데, 그 정도 환경이면 이 영화는 충분히 볼만하다. 독일, 영국, 미국이 합작한 다국적 영화지만, 정체성은 딱 헐리우드식 팝콘 무비에서 거의 벗어남이 없으며, 속편을 암시하는 듯한 뉘앙스로 영화가 엔딩을 맞는데 이번 편에서 버킹엄 공작을 맡은 올랜도 볼룸의 비중이 적었음을 감안할 때 속편이 나올 가능성이 다분히 높은 듯 싶다. 흥행도 나름 했으니 문제도 없을 듯. 다만 속편에는 3D는 빼는 것이 어떨까. 

☞ 삼총사 3D, 고전 어드벤쳐의 스타일리쉬 판타지 액션물로의 진화 (보러가기)

ⓒ 2012 SUMMINT ENTERTAINMENT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2 SUMMINT ENTERTAINMENT에게 있습니다.


삼총사3D (2011)

The Three Musketeers 
6.9
감독
폴 W.S. 앤더슨
출연
매튜 맥퍼딘, 루크 에반스, 레이 스티븐슨, 로건 레먼, 올랜도 블룸
정보
액션, 어드벤처 |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 | 111 분 | 2011-10-12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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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live Studio, EBS, Dream Seach C&C


<스탭>

◈ 감독: 한상호
◈ 각본: 이용규, 한상호
◈ 제작: (주)올리브 스튜디오, (주)드림써치 C&C


<시놉시스> 

타르보사우르스 가족의 막내로 태어난 점박이. 엄마와 형, 그리고 누나 둘을 가족으로 둔 점박이는 든든한 가족들 속에서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엄마에게서 큰 상처를 입고 쫓겨난 티라노사우르스 애꾸눈이 그들의 뒤를 노리고 있었으니... 점박이가 첫 사냥을 나서던 그날, 애꾸눈의 갑작스런 습격으로 점박이의 가족은 점박이만을 남겨놓은 체 모두 세상을 뜨고 만다. 아직 어린 공룡 점박이는 이제 혼자서 약육강식의 공룡세계를 헤쳐나가야만 하는데...


세계수준의 3D CG 애니메이션이 돋보인 에듀테인먼트

2008년 EBS 다큐멘터리 '한반도의 공룡'을 토대로 극장용 CG 애니메이션으로 각색된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3D(이하 점박이)'를 이번 월요일 시사회를 통하여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이웃 블로거이시자 본 작품의 프로듀서로 참여하신 캅셀(송락현)님께서 잊지 않고 불러주시는 덕에 좋은 기회를 얻게 되었는데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앞서 캅셀님께 먼저 격려의 박수를 드리고 싶습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영화만 보고 냅다 집으로 돌아가서 죄송해요. ^^;)

☞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3D, 한국 애니메이션의 또 다른도전 by 캅셀 (보러가기)

방송으로 보셨던 분들이면 아시겠지만, 당시 EBS 다큐멘터리 한반도의 공룡은 TV 다큐멘터리로서는 꽤 높은 수준의 CG로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던 작품입니다. 물론, 리소스 투입대비라는 수식어가 선행되어야 겠지만, 헐리우드의 각종 CG 영화로 눈이 높아진 시청자들에게는 성에 안찰지는 몰라도 한반도의 공룡은 비주얼에서 분명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가진 작품이었다고 기억됩니다. 완성도 만큼 중요한 것은 시도인데요. 당장 눈에 차지 않는 완성도라고 시도 자체를 하지 않는다면 발전이 있을 수는 없습니다. 어떤 뛰어난 작품도 한 번에 나오지는 않지요. 여러번의 시도와 도전이 뒷받침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분명 한반도의 공룡은 의미있는 시도이자 결과물이었습니다.

그것을 증명하듯 이번 점박이는 EBS 다큐멘터리의 완성도보다 한차원 높아진 영상미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어설픈 헐리우드 3D 실사 영화보다 나은 입체감을 보여주더군요. 링크를 건 캅셀님의 포스트에서도 언급이 되어 있지만, 지금의 기술수준에서는 실사 영화보다 애니메이션 쪽이 훨씬 더 완성도 높은 3D 영상미를 보여줄 수 있기에, 그런 점에서 확실히 점박이의 3D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물론 100점 만점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기대 이하라든지 평균 이하의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여기에는 뉴질랜드 로케를 통해 촬영한 멋진 배경들도 큰 몫을 한 듯 싶구요. 이 때문에 한반도의 공룡에서는 CG라는 것이 눈에 확 띄는 느낌이었다면 이번 점박이는 배경과 크리쳐가 하나의 장면으로서 잘 융화된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예고편의 영상을 보았을 때는 조금 우려스러웠습니다. 배경과 크리쳐가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을 주었거든요. 하지만 실제 극장에서 접한 점박이는 예고편의 느낌을 훨씬 상회하고 있었습니다. 공룡의 피부 질감은 꽤나 훌륭하여 공룡 CG만 놓고 볼 때는 거의 월드 클래스 수준이 아닌가 싶네요. 공룡들의 움직임도 매우 자연스러워 실사같은 느낌을 줍니다. CG는 올리브 스튜디오가 맡았는데요. 올리브 스튜디오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냉장고 나라 코코몽'으로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낸 제작 스튜디오이기도 합니다. 

점박이는 애꾸눈 티라노사우르스에게서 가족을 잃은 타르보사우르스 점박이가 역경을 헤치고 성장하여 가족들을 지킨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의 흐름은 어떤 면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1994)'을 연상시키는 부분도 있는데요. 다만, 다큐멘터리 연출가 출신인 한상호 감독의 성향 탓인지 영화의 흐름은 전반적으로 다큐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이는 공식보도자료에서도 언급된 '에듀테인먼트'라는 작품의 방향성 때문일 수도 있겠는데요. 물론, 다큐와 영화를 혼합한 다른 작품(예를 들면 장 쟈크 아노 감독의 '베어(1988)'와 같은...)들을 연상해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지만, 무언가 에피소드 단위로 영화가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이야기의 흐름이 그닥 원활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특히 점박이가 홀로 되는 초반부부터 점박이의 성장을 다루는 중반부까지의 흐름은 다소 몰입감이 떨어지지 않나 싶군요.

이는 가족을 잃고 홀로 남겨진 아기공룡이 늠름하게 성장한다는 본작의 시놉시스가 이미 많은 작품에서 다루어졌던 상투적인 소재이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바꿔 말하면 이제는 꽤나 흔해진 이 테마를 좀 더 몰입감 있는 이야기로 구성해내지 못한 원인이라고 볼 수도 있겠구요. 또한 이는 다큐적인 속성을 갖는 점박이의 정체성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앞서 언급했던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는 구성 상의 문제가 극의 몰입을 방해하면서 생긴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이야기가 종반부로 갈수록 집중력을 회복한다는 점입니다. 이야기의 흡입력은 다소 약했지만, 기승전결은 제대로 갖추어져 있었고 전달하려는 메시지도 확실히 이야기했다고 생각됩니다.

ⓒ Olive Studio, EBS, Dream Seach C&C

한마디로 점박이는 다소 정직한 작품입니다. 예를 들어 종반부에 펼쳐지는 애꾸눈과 점박이의 사투는 피터 잭슨의 '킹콩(2005)'과는 비슷한 수준의 CG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으나 액션 씨퀀스에서 다소 밋밋함이 느껴지는데요. 물론, 현실적인 공룡들의 싸움이라는 점에서는 점박이 쪽이 훨씬 이를 잘 지켜낸 작품이긴 합니다. 다만 킹콩에서 보여진 킹콩과 티라노사우르스의 허무맹랑한 대결 같은 장면을 극적인 효과를 위해 점박이에서도 시도했다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비슷한 공룡영화 '쥬라기 공원' 시리즈와 비교하면 확실히 이 영화의 다큐적인 취향이 도드라집니다. 한마디로 긴장감이나 스릴이 부족한 것인데요. 물론, 이를 위해 이야기를 과장스럽게 그려내는 것이 반드시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관객들에게 좀 더 어필하기 위한 차원에서 약간의 변주도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 정직함은 점박이의 장점이자 단점인 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박이의 라스트는 제법 스펙터클하고 스릴이 있습니다. 자식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점박이를 보고 있자니 갑자기 집에 있는 4살짜리 아들이 생각나더군요.(아들한테는 아직 너무 이른 것 같아서 시사회에 데리고 오지는 않았습니다만) 시사회 직전 한상호 감독이 가족애를 되새기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분명 이 작품은 가족애를 테마로 한 괜찮은 입체 애니메이션이었다 생각됩니다. 가족단위 영화로 점박이는 제법 괜찮은 선택이 아닌가 싶습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Olive Studio, EBS, Dream Seach C&C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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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야마 켄지의 사이보그 009가 기대되는 이유

ⓒ Production I.G / ⓒ ISHIMORI PRODUCTION INC


년 이맘때쯤 2010 CEATEC Japana 쇼의 파나소닉 부스에서 오시이 마모루의 사이보그 009 프로모션 영상이 공개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그것이 오시이 감독의 사이보그 009를 위한 일종의 프로모션 영상이 아닌가하는 기대를 갖기도 했었지만, 결과적으로 파나소닉 프로모션용 영상에 불과했었는데요. 그로부터 1년이 지나 사이보그 009의 최신 시리즈가 아니메 팬들에게 전모를 드러내게 되었습니다. '공각기동대 SAC' TV 시리즈와 '정령의 수호자(2007)', '동쪽의 에덴(2009)' 시리즈를 통해 새로운 기대주로 떠오른 카미야마 켄지(神山健治) 감독의 '009 RE: CYBORG(2012)'가 바로 그것.

☞ 부활!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사이보그 009 3D (바로가기)

2012년 가을에 극장 아니메로 개봉 예정인 신작 사이보그 009는 2001년 TV 시리즈로 제작된 '사이보그 009 The Cyborg Soldier(2001)' 이후로 11년만의 작품이며, 동시에 '사이보그 009 초은하전설(1980)' 이후로는 32년만의 사이보그 009 시리즈의 극장 아니메가 되겠습니다. 일본 히어로물과 전대물의 방향성을 제시한 이 작품이 세월을 뛰어넘어 새로운 감성으로 리메이크 되는 모습은 올드팬들에게는 그야말로 벅찬 감동과 추억을 느끼게 하는 기회가 될 듯 싶군요.

☞ 만화영화 연대기: 사이보그 009 시리즈 (1966~2001) (바로가기)

뭐랄까, 시로 마사무네의 공각기동대 시리즈를 철학적이고 현학적인 뉘앙스로 재해석했던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 Ghost in the Shell(1995)'와 달리, 범죄수사물과 블레이드 런너 스타일의 싸이버펑크 장르를 적절히 혼합하여 인상적인 성인용 엔터테인먼트 물로 완벽하게 해석해내었던 카미야마 켄지의 감성이 고전적인 히어로물로서의 정체성이 깊이 배어있는 이번 사이보그 009의 리메이크에서도 크게 빛을 발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든다고 한다면 너무 섣부른 판단일까요. 그만큼, 켄지 감독에게 거는 기대는 개인적으로 무척 큰 편입니다. 공각기동대 TV 시리즈에서부터 정령의 수호자, 동쪽의 에덴에 이르기까지 켄지 감독은 항상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생각합니다. 스토리와 엔터테인먼트의 절묘한 앙상블...이라고 감히 이야기 하고 싶군요.

그렇다면, 이번 사이보그 009에서도 이제까지 보여주었던 카미야마 켄지만의 스타일, 즉 스토리가 확실히 살아있는 웰메이드 엔터테인먼트 물의 정수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가능성에 저는 긍정적인 표를 던지고 싶습니다. 공각기동대와 정령의 수호자를 지나 동쪽의 에덴에서 그는 연출가로서의 자질 뿐만 아니라 스토리텔러로서의 자질도 범상치 않음을 우리에게 보여준 바 있습니다. 그의 (스토리 텔러로서의) 첫번째 도전이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주었기에 이번 새로운 사이보그 009의 이야기 역시 기대를 가질 수 밖에 없군요. 게다가 인간과 로봇의 경계선에 위치한 사이보그라는 설정은 그가 일류 연출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공각기동대 시리즈의 등장인물들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즉, 이번 사이보그 009는 원작자인 이시노모리 쇼타로가 창안해낸 사이보그의 정체성에 켄지 감독이 경험했던 공각기동대의 전뇌화된 사이보그의 개념이 조합된 모습을 취할 것 같은 예감도 든다 하겠습니다. 그가 이미 한 번 경험했던 익숙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창조작업이라면 좀 더 완성도를 높이는 것도 가능할 법하다는 추측이 드는군요. 

☞ 공식 홈페이지 (바로가기)

ⓒ Production I.G / ⓒ ISHIMORI PRODUCTION INC


이번 작품의 스탭은 그의 전작에 참여했던 인물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데요. 우선 캐릭터 디자인은 정령의 수호자에서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던 아소 가토우(麻生我等)가 참여하고 있으며, '강철의 연금술사 극장판(2005)'에서 3D 감독을, 그리고, '기동전사 건담 더블오' 시리즈에서 CGI 감독과, CG 감수를 맡았으며, 최신작 '타이거 & 버니(2011)'에서 CG를 맡았던 CG 전문회사 산지겐(삼차원) 출신의 스즈키 다이스케(鈴木大輔)가 작화감독을 맡아 이전과는 다른 켄지 스타일의 CG 아니메를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확실히 예고편 영상으로 본 이번 사이보그 009는 켄지 감독의 작품에서 익히 볼 수 있는 극화풍의 캐릭터에 툰 쉐이딩 기법을 연상시키는 CG와 셀 애니메이션의 조화로 인해 기존의 아니메와는 다른 독특한 느낌을 선사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타케다 유스케(미술감독), 카와이 켄지(음악 담당) 등 켄지 감독의 이전 작품에서 호흡을 맞춰온 인물들이 그 뒤를 받쳐주고 있어 비주얼에서만큼은 이번에도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리라 믿음을 주고 있습니다.

다만, 꽤나 묵직한 스타일의 실사영화에 가까운 내러티브를 보여주는 켄지 감독의 화법이 캐주얼한 아니메 팬들에게는 어떤식으로 다가올지가 관건이라 하겠으며, 동시에 그만의 해석으로 전혀 새롭게 그려진 사이보그 009가 올드팬들에게도 어떤 형태로 받아들여질지는 본 작품의 상업적 성공을 좌우하는 키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동쪽의 에덴의 경우에는 우미노 치카의 샤방샤방한(?) 캐릭터로 인해 켄지 감독의 무거운 화법이 다소 상쇄된 부분이 있습니다만, 이번에는 캐릭터에서도 그러한 타협점을 찾기가 힘들어 보이는군요. 개인적으로는 이 극화풍의 캐릭터가 나름 맘에 드는 편입니다만, 원작의 사이보그들의 매력을 중요시 하는 분들에게는 과연 잘 먹힐까 궁금한 부분도 있습니다.

헐리우드 영화계에서 불고 있는 히어로 코믹스의 인기에 못지않게 일본 아니메도 작금의 이슈는 히어로 물인 듯 합니다. 선라이즈는 '타이거 & 버니'와 '세이크리드 세븐'으로 히어로 아니메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으며, 본즈 또한 '히어로맨'에 이어 '토와노 쿠온'을 선보이며, 그들만의 히어로 아니메를 만들어 나가고 있죠. 여기에 전통의 제작사 매드하우스는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들을 아니메 식으로 재해석한 '울버린', '엑스맨', '블레이드' 등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제 여기에 프로덕션 I.G까지 사이보그 009를 리메이크하여 가세하게 되는군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작금의 비주얼 엔터테인먼트 이슈는 슈퍼 히어로가 아닌가 합니다.

ⓒ Production I.G / ⓒ ISHIMORI PRODUCTION INC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Production I.G / ⓒ ISHIMORI PRODUCTION INC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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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 Warner Bros. Pictures


<스탭>

◈ 감독: 잭 스나이더(Zack Snyder)
◈ 각본: 잭 스나이더, 스티브 시부야(Steve Shibuya)
◈ 캐스팅: 에밀리 브라우닝(Emily Browning), 애비 코니쉬(Abbie Cornish), 제나 말론(Jena Malone), 바넷사 허진스(Vanessa Hudgens), 제이미 청(Jamie Chung)
◈ 제작: 워너 브러더스 픽쳐스


<시놉시스> 

여기 방금 어머니를 여읜 두 자매가 있다. 소녀들의 아버지는 탐욕에 찬 계부, 모든 재산을 딸들에게 남긴다는 아내의 유언장에 격분한 그는 자신의 의붓딸들을 위협하려 했고, 엉겁결에 소녀는 권총을 발사하게 된다. 하지만, 두려움에 떨며 발사된 총알은 계부가 아닌 자신의 동생에게로 향하고 만다. 동생마저 잃고 마는 소녀, 이제 그녀에게 의지할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계부는 소녀가 어머니를 여의고 정신착란 증세를 보여 동생을 살해했다고 경찰에 진술했고, 소녀는 결국 정신병원으로 끌려간다. 정신병원의 책임자 블루는 계부에게 뒷돈을 건네받고 소녀를 평생 정신병원에서 썩게 할 것을 약속한다. 정신병원에 보낸 것도 모자라 계부는 뇌수술을 통해 소녀의 기억을 지우게 될 것을 원하고... 뇌수술을 받게 될 동안 남은 시간은 5일, 과연 소녀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소녀가 수술대에서 눈을 감은 순간, 그녀는 베이비돌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데...


주류를 향한 잭 스나이더의 두번째 도전, 다시 한 번 실패로 돌아가다.

ⓒ 2010 Warner Bros. Pictures

'디언의 전설(2010)'을 통해 이제까지보다 한 레벨 더 올라간 블록버스터의 기대주가 되려 했던 잭 스나이더는 여러가지 의미있는 시도와 멋진 영상미를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나 헐리우드는 잭 스나이더에게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듯 싶다. 가디언의 전설이 극장에서 내려온지 반년이 못되어 잭의 또다른 야심작이 극장가를 통해 우리를 찾아왔고, 내년에도 한편의 대작 블록버스터가 대기중이니 말이다. 오늘 이야기할 영화는 지난 4월에 개봉한 잭 스나이더 연출/각본/제작의 '써커 펀치(2011)'가 되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작품은 그의 한계를 보여준 가디언의 전설에도 못미치는 실패작으로 귀결되었다. 흥행성적으로만 보아도 약 8천만 달러의 엇비슷한 제작비가 소요된 이 두 작품에서 가디언의 전설이 약 1억 4천만 달러의 글로벌 흥행수익을 거둬들이며 나름 선방한 반면, 써커 펀치는 9천만 달러에 조금 못미치는 성적(그것도 글로벌 흥행 성적으로)을 거둬들이며 가까스로 적자를 면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물론, PG등급으로 상영되었던 가디언의 전설에 비해 PG-13인 써커 펀치가 다소 불리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베스트 셀러를 원작으로 삼았던 가디언의 전설과 달리 그가 직접 각본작업에 참여했던 써커 펀치의 이야기 완성도가 분명 전작에 못미쳤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음은 부정할 수가 없다. 실제로 그가 써커 펀치 이전에 작업한 4편의 작품들은 모두 원작을 가진 이야기였다. 써커 펀치는 그런 면에서 잭에게 있어서 한단계 더 높은 수준의 연출가로 거듭나기 위한 일종의 시험무대였던 셈인데, 결과적으로 첫번째 시험은 낙방에 가까운 점수가 나온 셈이다.

☞ 가디언의 전설 - 잭 스나이더의 장점과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 애니메이션 (바로가기)

하지만, 개인적인 느낌으로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라면, 이 작품은 흔히들 말하는 병맛이라고 불리는 영화는 적어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늘씬하고 매혹적인 미소녀가 다섯명씩이나 등장해서가 아니다.(아니라고 완벽히 부정하진 못하겠다만)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분명 감독이 많은 정성을 들이고,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가지 실험을 했구나라는 것이었다. 다만, 그로 인해 이 작품은 음식의 시식으로 비유하자면 좋았다가 씁쓸했다가, 달콤했다가 너무 시큼하다가, 쫄깃하다가 푸석하다가를 반복하며 들쭉날쭉한 맛이 느껴지는 음식이었다. 전체적인 영화의 구성은 화려한 데코레이션을 제거하고 나면 너무 빈약하고 보잘 것 없다. 하지만 부분 부분을 장식한 데코레이션에서만큼은 상당히 일류적인 감각과 재치가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아마 이것이 헐리우드가 잭 스나이더를 계속 사랑하고 있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어머니가 세상을 뜨고, 재산을 노리는 계부에 의해 정신병원에 수감되는 소녀, 계부는 소녀에게서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누명을 씌워 정신병원에 가두고 뇌물을 써서 기억을 지우는 뇌수술을 소녀에게 시키려 한다. 남은 시간은 5일, 이 이야기는 그 5일 사이에 벌어지는 소녀의 이야기를 소녀의 환상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소녀의 또다른 환상의 삼중 구조로 풀어가는 이야기이다. 이 현실과 환상, 그리고 환상 속의 환상으로 이루어지는 삼중구조는 얼핏 작년도에 개봉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던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2010)'에 영향을 받은 듯한 느낌이 들며, 스릴러라는 형식을 채택한 점에서는 오히려 마틴 스콜세지의 '셔터 아일랜드(2010)'와의 접점을 연상시키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 두 작품과 비교해서도 써커 펀치는 확연히 내공이 부족해 보인다.

꿈에서 꿈으로, 다시 꿈으로 들어가면서 각각의 상황이 중첩되면서 긴장감을 높였던 인셉션과 달리, 써커 펀치는 환상에서 환상으로 들어가는 중에 그 어떤 긴장감도 가중되지 않는다. 현실에서 정신병원에 들어간 주인공 베이비돌이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일련의 위기상황 속에서 환상, 그리고 환상으로 들어가는 구조가 아니라 그저 현실의 상황이 환상 속의 다른 상황으로 재구성되는 형식을 취하기 때문인데, 그 베이스가 되는 이야기 구조 자체가 느슨하기 때문에 긴장감이나 몰입감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로 인해 환상 속의 환상으로 들어간 뒤 펼쳐지는 판타지와 SF, 밀리터리가 결합된 기묘한 세계에서의 액션에 잠시 몰입하다가 환상이 끝나고 나면 영화는 갑작스레 싱거워지면서 특유의 맛을 잃고 만다. 

또한, 계부에 의해 억울하게 정신병원에 갇혀 정신적으로 크나큰 위기에 직면한 베이비돌의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있어서도 이 작품은 부인의 죽음이라는 과거 속에 숨겨진 트라우마를 안고 현실과 환상의 경계속에 살아가는 수사관의 이야기를 다룬 셔터 아일랜드에 비교하면 그 드라마성과 스릴러성이 너무도 부족하다. 스릴러를 표방한 작품임에도 써커 펀치에서는 어떤 스릴러도 느껴지지 않고 있다. 이는 이 작품의 또하나의 크나큰 미스이기도 하다. 실제 이야기의 짜임새가 단순하고 느슨하다 보니 환상 속의 환상에서 벌어지는 잭 스나이더만의 독특한 영상미학을 제외하고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별반 없는 셈이다. 그로 인해 음침하고 메마른 정신병원과 퇴폐적이면서 암울한 클럽을 표현한 미술과 색감은 상당히 훌륭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큰 빛을 발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 인셉션, 아트 블록버스터의 진수를 보여주다. (바로가기)
☞ 셔터 아일랜드, 스릴러가 아닌 한편의 싸이코 드라마 (바로가기)

결국, 영화에서 주목할만한 부분은 환상 속의 또다른 환상인 가상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미소녀들의 화끈한 액션장면에 한정된다. 사실 이 부분은 잭 스나이더의 원래 장기이기도 한데, 비주얼 노벨을 영상화하는데에서도 나름 일가견을 보인 잭은 아니메 스타일의 캐릭터들을 서구식 영화로 해석하는데 있어서도 나름의 노하우를 가진 듯 싶다. 교복을 입고 일본도를 휘두르는 베이비돌의 스타일은 아무리봐도 일본 아니메의 캐릭터를 연상시킨다. 물론, 이는 공동으로 각본을 작업한 스티브 시부야의 영향일 수도 있겠지만, 이제까지 아니메를 실사영화화했던 많은 실패작들과 비교해서 그 영상적 완성도는 써커 펀치가 단연코 월등하다. 다만, 이 만화적 씨퀀스들이 작품의 일부분에 한정되면서 이야기는 좋았다가 나빴다가를 반복하는 갈짓자 행보를 걷고 있다. 현실과 첫번째 환상의 이야기가 화려한 영상미의 두번째 환상만큼 매력적이었다면 이 영화의 평가는 달라졌겠지만, 아쉽게도 잭 스나이더가 그 정도의 수준에 미치려면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듯 싶다.

ⓒ 2010 Warner Bros. Pictures

엔딩 스탭롤에 펼쳐지는 블루(오스카 아이삭 분)와 고스키(칼라 구기노 분)의 듀엣 퍼포먼스는 이 작품을 고풍스러운 클럽 스타일과 테크노스러운 분위기를 오가는 작품으로 꾸미고자 했던 감독의 의중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만약, 작품 내에서 그러한 분위기 전환이 잘 묘사되었다면 엔딩 역시 빛났으련만, 아쉽게도 본편에서 어정쩡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엔딩은 오히려 뜬금없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재미있는 것은 클럽을 배경으로 삼았으면서도 본편에서 여배우들의 공연장면은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

이제 바톤은 내년에 잭 스나이더가 연출할 슈퍼맨 시리즈의 후속편 '맨 오브 스틸(2012)'에게로 넘어갔다. 과연 가디언의 전설에 이은 두 번의 실패를 교훈 삼아 잭 스나이더는 부활할 수 있을까. DC의 히어로 수퍼맨이 내년도 마블 진영의 야심작 어벤져스와의 싸움에서 패한다면 잭 스나이더는 헐리우드의 신뢰를 잃을지도 모른다. DC의 모회사이기도 한 워너는 이번 써커 펀치의 실패를 통해 벌써부터 큰 고민에 빠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0 Warner Bros. Pictures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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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lt Disney


<스탭>

◈ 감독: 롭 마샬(Rob Marshall)
◈ 원작: 팀 파워스(Tim Powers)
◈ 캐스팅: 조니 뎁(Johnny Depp), 페넬로페 크루즈(Penelope Cruz), 이안 맥쉐인(Ian McShane), 제프리 러쉬(Jeoffrey Rush)
◈ 제작: 월트 디즈니 픽쳐스


<시놉시스> 

스페인의 바닷가, 어부들이 바다에서 그물을 걷어올리던 중 그물에 걸려있는 괴노인을 발견한다. 아직 숨이 붙어 있는 노인을 왕성으로 데리고 간 어부들, 노인은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폰세 데 레온'이라는 말을 내뱉는다. 스페인의 전설적인 탐험가로 푸에르토리코의 첫번째 통치자이자 플로리다를 발견해 내었던 후안 폰세 데 레온은 젊음의 샘을 발견했던 인물로도 오랫동안 전해지고 있었다. 노인의 손에 들린 책에 폰세 데 레온과 젊음의 샘에 관련된 정보들이 씌여져 있음을 알아낸 스페인은 곧장 젊음의 샘을 향한 항해 준비에 들어간다.

한편, 블랙 펄의 갑판장이었던 죠샤미 깁스가 잭 스패로우라는 누명을 쓰고 런던의 재판장에 선다. 깁스는 무고함을 항변하지만, 시민들은 해적을 교수형에 처하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이 때 등장한 스미스 판사, 판사는 처형 위기에 처한 깁스를 무기징역으로 감면시켜준다. 알고보니 판사는 잭 스패로우가 변장한 모습이었던 것, 잭은 매수한 마부가 모는 죄수 호송형 마차에 깁스를 태우고 의기양양하게 탈출에 성공한다. 깁스로부터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팔아 가짜 잭 행세를 알게 된 잭. 대화가 끝나갈 즈음 목적지에 마차가 도착한다. 하지만 도착한 곳은 항구가 아니라 영국의 왕 죠지 2세의 궁전 앞. 잭은 영국군들에게 체포당해 궁전으로 끌려가는데...


미드 필더가 사라진 해적팀, 잭 선장의 개인기만으로 버텨내다.

즈니랜드의 놀이테마로 사랑받던 캐리비안의 해적이 영화화되어 이제는 고사되었다고 여겨지고 있던 해적 어드벤처물에 또다른 신화를 써내려간지도 어느덧 8년째에 접어들었다. 잭 스패로우라는 헐리우드 영화사상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 중 한명을 만들어낸 이 유쾌하고 재기 넘치는 3부작이 다채로운 볼거리와 재미를 팬들에게 듬뿍 안겨주고 4년전 막을 내렸지만, 헐리우드의 잭 스패로우 사랑은 3부작으로는 부족했던 듯 싶다. 2011년 캐리비안의 해적의 4번째 시리즈가 다시금 우리를 찾아오게 되었으니 이미 많은 분들이 보셨으리라 짐작되는(또, 많은 분들이 실망하셨으리라 짐작되는)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2011)'가 바로 그것이 되겠다.

이미 3부작에 걸친(물론, 실제로 1편은 별개의 이야기이고, 그후 2편과 3편이 내용상 연계가 있지만) 이야기로 사실상 잭 스패로우의 모험의 첫장은 끝난 셈. 새로이 시작될 4편은 전혀 새로운 모험거리를 보여주어야 하는데, 해리포터 시리즈나 반지의 제왕 3부작과 같이 각 시리즈가 전체 이야기의 한부분이 되는 연속성을 가진 이야기가 아니라, 매 시리즈마다 새로운 사건과 인물들이 등장하는 시리즈 물의 경우는 이야기와 캐릭터에 있어서 매 시리즈마다 많은 고민이 수반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이번 4편에 이르러서는 올랜도 볼룸의 윌 터너나 키이라 나이틀리의 엘리자베스와 같이 잭 스패로우의 든든한 사이드 킥들이 모두 시리즈에서 하차했으며, 무엇보다 3부작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고어 버빈스키 감독이 참여하지 않음으로 인해 캐리비안의 해적은 새로운 인물들과 새로운 감독으로 시리즈를 꾸려가야하는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시리즈의 각본은 캐리비안 시리즈를 창조해낸 테드 엘리엇과 테리 로지오가 그대로 맡았지만, 이야기는 팀 파워스가 1987년에 쓴 소설 '낯선 조류(1987)'라는 유명한 소설을 베이스로 삼았다. 여기에 '시카고(2002)'와 '게이샤의 추억(2005)' 등으로 잘 알려진 롭 마샬 감독이 연출가로 합류하면서 오히려 시리즈의 모양새는 이전보다 더 무게감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키이라 나이틀리를 대신하는 여주인공 역에는 페넬로페 크루즈가 낙점되었고, 잭 스패로우의 가장 든든한 우군이자 가장 강력한 라이벌 바르보사 선장의 제프리 러쉬가 건재하는 등, 사실 시리즈는 시작 전에는 많은 기대감을 안겨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이 시리즈의 반 이상을 책임지는 매력적인 악당 잭 스패로우가 여전히 건재했다. 좋은 스토리와 좋은 감독, 좋은 캐릭터가 건재함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왜 이 네번째 시리즈는 미적지근한 평을 들어야만 했을까.

극장이 아닌 PC(네이버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를 이용)에서 감상했기에 그 느낌이 스크린과는 다소 다를지는 모르겠지만, 이 4번째 시리즈는 킬링 타임용으로는 여전히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4편의 흥행성적은 약 10억4천만달러에 이르는데, 이는 9억6천만달러의 성적을 거둬들인 3편보다 앞서고, 10억6천만달러로 시리즈 중 가장 높은 수익을 거둬들인 2편보다 약간 모자란 정도다. 그리고 2편과 3편의 경우 사실 비평면에서는 그다지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런데 왜 유독 4편은 전작에 비해 저평가되는 것일까. 

어쩌면 그것은 부제인 낯선 조류처럼 이제까지와는 낯선 분위기 때문일런지도 모른다. 잭 스패로우의 원맨쇼인 것 같던 시리즈가 막상 많은 조연급 배우들이 하차하고 나니 생각 외로 그들의 빈자리가 컸음을 제작진과 관객 모두 공감했다고나 할까. 역으로 말하면 새로운 캐릭터들이 그만큼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볼 수 있는데, 실제로 이 시리즈는 잭이 등장하는 부분과 잭이 등장하지 않는 부분의 편차가 몹시 크다. 특히, 새로운 악당인 검은 수염역의 이안 맥쉐인은 전 시리즈에서 강렬한 모습을 선보였던 문어선장 데비 존스역의 빌 나이와 아무래도 많은 비교가 될 수 밖에 없었는데, 데비 존스의 포스가 너무도 강렬했던 덕분에 검은 수염의 아우라는 상대적으로 너무 미약해보였다.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속는 왁자지껄한 구도도 본 시리즈에 와서는 너무도 점잖아진 분위기다. 전반적으로 4편은 해적 어드벤쳐를 마음껏 비틀어댔던 이전 시리즈에 비해 얌전하고, 오히려 전통적인 느낌마저 풍긴다. 이는 뮤지컬과 드라마에 일가견이 있는 롭 마샬 감독의 취향 때문인지도 모르겠는데, 실제로 코미디와 어드벤쳐가 과하리만치 빛을 발했던 전 시리즈에 비해 이번 시리즈는 잭과 바르보사, 깁스와 같은 원 캐릭터들을 빼면 몹시도 정통 해적물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런던에서 벌어지는 초반부의 모험 때만해도 괜찮을 것 같았던 이 영화는 전개가 거듭될 수록 점점 늘어지게 되는데, 이는 분명 캐리비안의 해적이 지녔던 본래의 성질이 희석되고, 롭 마샬 감독의 감성이 가미된 결과가 아닌가 싶다.

ⓒ Walt Disney

시리즈 본래의 느낌을 잃어버린 것 외에 한가지 더 문제였던 것은 한편의 이야기에 너무도 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하여 이야기의 밀도가 옅어졌다는 것이다. 잭과 그의 옛 연인 안젤리카, 그리고 안젤리카의 아버지인 검은 수염, 검은 수염을 뒤쫓는 바르보사 선장, 여기에 검은 수염에 사로잡힌 신부 필립과 역시 검은 수염에게 사로잡힌 인어 시레나까지... 너무도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각 캐릭터들은 자신만의 매력이나 스토리를 작품에서 보여주지 못한체 오히려 전체 이야기를 산만하게 끌고 가는 악재로 작용한다. 전작에서도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한 캐리비안의 해적이지만, 2편과 3편은 이야기가 연결되었기에 이 많은 캐릭터들을 소화할 여력이 있었으며, 1편의 경우에는 4편보다는 등장하는 주요 인물의 수도 적었고, 이야기도 중심이 잡혀 있었다. 이 작품에서 인어는 분명 매혹적인 소재였지만, 이미 잭과 안젤리카라는 구도에 신부와 인어의 뜬금없는(?) 로맨스까지 끼어들면서 이야기는 오히려 산만해지지 않았나 싶다. 바르보사나 안젤리카 둘 중 한명은 굳이 시리즈에 필요가 있는 캐릭터였나 싶은 생각마저 든다.(물론, 제 역할을 다한 바르보사지만, 이 이야기에서는 다소 사족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번 4편을 끝으로 시리즈가 막을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시리즈는 흥행에서는 전작에 버금가는 성공을 거두었고, 이는 잭 스패로우라는 희대의 캐릭터가 여전히 제 몫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가지로 아쉬운 점이 많은 작품이지만, 이번 4편은 여전히 잭 덕분에 볼만한 가치가 있다. 다음에는 어떤 캐릭터들과 어떤 모험 이야기가 누군가의 손에 의해 만들어질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잭 스패로우라는 보증수표가 건재한 이상 후속편은 여전히 가능성과 흥행성을 간직하고 있는 셈이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Walt Disney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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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th Century Fox


<스탭>

◈ 감독: 루퍼트 와이어트(Rupert Wyatt)
◈ 원작: 피에르 불의 SF 소설 '유인원들의 혹성(1963)' / 프랭클린 J. 샤프너의 영화 '유인원들의 혹성(1968)'
◈ 캐스팅: 제임스 프랑코(James Franco), 앤디 서키스(Andy Serkis), 프리다 핀토(Freida Pinto)
◈ 제작: 20세기 폭스


<시놉시스> 

제약회사 젠시스에 근무하는 과학자 윌 로드만(제임스 프랑코 분)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버지를 치료하기 위해 유전자 연구에 몰두하던 중, 손상된 뇌조직을 복구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다. 그는 이 약을 '큐어'라 명명하고 침팬지에게 임상실험을 하게 되는데, 큐어를 접종한 침팬치 '반짝이는 눈'이 인간의 수준에 가까운 지능을 보유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큐어와 침팬지 반짝이는 눈을 투자자들에게 공개하는 당일, 반짝이는 눈이 갑자기 돌변하여 연구소를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사건이 발생하고 만다. 경비원에 의해 반짝이는 눈은 사살되고 크게 실망한 사장은 신약의 개발중지와 함께 임상실험 중이던 모든 침팬지들을 안락사시킬 것을 지시한다. .

그런데, 침팬지들을 안락사시키던 도중 놀라운 사실이 발견된다. 사살된 반짝이는 눈에게 아기가 있었던 것이다. 아기 때문에 극도로 예민해진 침팬지가 난동을 부린 사실을 알게된 로드만. 하지만 이미 연구는 중단된 뒤였고, 하는 수 없이 로드만은 아기 침팬지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아버지의 병을 보다 못해 연구실에서 몰래 빼내온 큐어를 아버지에게 접종하는 로드만, 약은 성공적이어서 아버지는 치매증상을 벗어나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된다. 정상으로 돌아온 아버지와 함께 로드만은 침팬지를 키우게 되고,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지능이 늘어나는 아기 침팬지에게 로드만 부자는 '시저'(앤디 서키스 분)라는 이름을 붙여주게 되는데...


고전 SF 시리즈에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한 웰메이드 SF

전 명작을 리메이크하는 것은 쉬운 동시에 어려운 일이다. 분명, 히트한 작품을 소재로 하는 것은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는 것보다는 흥행에 있어서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만큼 위험한 것은 원작의 명성에 못미치는 완성도로 그려질 경우에는 초반의 기대심리가 순식간에 혹평의 쓰나미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성공한 1탄의 속편에도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영화의 역사가 길어지면서 어느새 속편과 리메이크작은 흔히 볼 수 있는 영화계의 트렌드가 되었으나 그 대부분이 원작의 명성에 못미치는 모습을 보여왔다. 소재를 빌어쓴 만큼 리메이크는 언제나 전작의 완성도에 버금가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이다.

사실 혹성탈출이 이번에 다시 리메이크 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는 큰 흥미를 못느꼈었다. 2001년 팀 버튼의 '혹성탈출(2001)'이 등장했을 때만해도 이 전설적인 고전 SF의 부활을 몹시나 흥분된 마음으로 기대했었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혹성탈출과 팀 버튼은 안타까울 정도로 상성이 맞지 않았고, 팀 버튼의 컬트적 재기는 SF 고전의 무게에 짓눌려 아무런 빛을 발휘하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10년 후, 소리소문 없이 등장한, 게다가 장편연출은 이번이 두번째 밖에 안되는 신예 루퍼트 와이어트가 감독인 혹성탈출은 확실히 이전보다 그 파워가 많이 떨어진 느낌이었다.

인간 주인공을 맡은 제임스 프랑코가 비록 '127시간(2010)'을 통해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이며 주목받는 배우로 부상하긴 했으나 아직 대형 배우는 아니라는 점, 원숭이 주인공을 맡은 앤디 서키스가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골룸과, '킹콩(2005)'의 킹콩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명성높은 CG 전문 배우이지만 (오히려 명성을 안겨준 그 CG로 인해) 상대적으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본 작품의 캐스팅 파워가 일반적인 블록버스터에 비해 그리 대단치 않음을 말해준다. 9300백만달러의 제작비는 2001년 혹성탈출의 제작비 1억불에도 못미친다. 무려 10년 전의 작품보다 제작비가 적다는 것은 10년 사이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했을 때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참고로 올 여름 최대의 블록버스터였던 '트랜스포머 3(2011)'의 제작비는 1억9천5백만 달러다. 개인적으로 두 배 이상의 제작비를 들인 트랜스포머3의 완성도는 이번 혹성탈출의 반만큼도 못미쳤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모든 점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사람들의 기대치를 완벽하게 능가했다. 만약, 이 작품이 2001년 혹성탈출 만큼의 관심을 받고 시작했다 하더라도 결코 사람들을 실망시키지는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나리오는 기대 이상이었고,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으며, CG는 이 영화의 많은 것들을 훌륭하게 재현해 주었다. 무려 43년전의 고전 SF는 이번 작품으로 인해 다시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고 부활을 이루었다. 단순한 리메이크를 넘어 이 작품은 속편의 제작까지도 가능한 길을 열어주지 않았나 싶다.

우선 이야기하고 넘어가야할 것은, 이 작품은 국내에서 영화개봉시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던 프리퀄이 절대 아니다. 이미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돌고 도는 세계관을 가진 원작의 성격상, 프리퀄이나 시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인다. 2001년에 제작된 팀 버튼의 작품도 프리퀄이나 시퀄이 아닌 원작의 컨셉을 갖고 새롭게 그려낸 리메이크였는데, 원작의 1편에 해당하는 시점으로 리메이크한 것이 팀 버튼의 작품이었다면, 이번 루퍼트 와이어트의 혹성탈출은 원작의 3편 정도에 해당하는 시점에서 시작된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그 내용은 전혀 달라서 우주선을 타고 미래에서 온 지능을 가진 유인원이라는 원작의 설정과 달리 이번에는 유전자 공학으로 인해 인간을 능가하는 지능을 갖게 된 유인원이라는 설정이 부여되고 있다. 인류의 멸망 역시 본작에서 어느 정도 암시되고 있는데, 그 역시 핵전쟁에 의한 멸망을 다루었던 냉전시대의 가치관이 반영된 원작과는 달리 최근 SF에서 많이 묘사되고 있는 바이러스에 의한 인류 멸망으로 변주되고 있다. 이는 본 작품이 프리퀄이 아닌 새로운 해석, 즉 리부트의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인간 배우들이 곳곳에서 극을 이끌어가고 있지만, 누가 뭐라해도 이 작품의 주인공은 침팬지인 시저다. 특히, 이제까지 실사에서 불가능한 SF 또는 환타지 세상의 크리쳐 묘사의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던 CG는 배우의 감정을 스크린에 완벽하게 묘사하는 수준에까지 도달하고 있다. 본 작품의 CG는 웨타 디지털이 맡고 있는데, 웨타 디지털은 아시다시피 반지의 제왕의 감독 피터 잭슨이 설립한 디지털 특수효과 회사로, 이미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킹콩을 통해 CG 캐릭터의 정교한 감정 표현을 이미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앞선 두 작품보다 이 작품은 보다 더 섬세하다. 특히, CG라는 생각이 들게 했던 이전작과 달리 작품에 등장하는 시저를 위시한 유인원들은 놀라울 정도로 사실감이 넘쳐 감정이입을 극대화시켜주고 있다. 이는 CG도 CG이지만 유인원의 리더인 시저를 훌륭하게 연기해 낸 배우 앤디 서키스의 몫이다. 그의 섬세하고 격정적인 감정연기가 있었기에 CG로 재현된 시저는 실제 이상의 현실감을 관객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 20th Century Fox

중후반부 들어 시저의 지휘하에 벌어지는 유인원들의 봉기는 작품의 하이라이트로, 블록버스터라는 작품의 정체성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부분이지만, 이 영화는 서두부터 펼쳐지는 치밀한 드라마적 전개로 인해 뒤의 클라이막스가 빛을 발하는 느낌이다. 즉, 극적 구성이 탄탄하고, CG 캐릭터의 연기가 관객들에게 깊은 감정이입을 가져왔던 것이 본작의 진정한 가치가 아닌가 싶다. 이로 인해 이 작품은 혹시나 속편이 제작되면 등장할 본격적인 이야기들이 등장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기승전결을 보여주었다. 블록버스터와 정통 SF 영화의 가운데 즈음에 위치한 듯한 이 모양새는 '아트 블록버스터'라는 신조어를 창조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에 비해서 화려함은 부족하지만 제법 무게감이 있다. 올 여름 내로라하는 블록버스터보다 이 철지난 고전 SF의 리부트 영화가 훨씬 견고하고 짜임새 있는 재미를 보여주었다고 감히 말할 정도로 영화는 괜찮았다.

한국에서 방영되면서 제목이 바뀐 혹성탈출(실제로는 일본에서 쓰여진 제목을 그대로 가져다 쓴 사례. 페니웨이님 리뷰 참고)이라는 타이틀은 원작이나 팀버튼의 리메이크작은 몰라도 이번 루퍼트 와이어트 감독의 리부트 작품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유인원들의 혹성, 이 작품은 원제 그대로 번역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인 듯 싶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th Century Fox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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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편과 성상편의 후루하시 카즈히로가 연출하는 또 한편의 사무라이 드라마

ⓒ 和月伸宏/集英社・Fuji TV・ANIPLEX


츠키 노부히로의 대표작으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코믹스 '바람의 검심'의 신작 OVA가 올 2011년 겨울 다시 한 번 아니메 팬들을 찾아올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시리즈의 부제는 신교토편. 원작의 교토편에 대한 재해석이라는 의미인 듯 싶은데요. 원작의 교토편에서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던 악역의 대명사 시시오 마코토와 그 휘하의 절세고수 집단인 십본도와 벌이는 사투가 이번 신작의 메인 테마가 되겠습니다.

☞ 바람의 검심, 신교토편 웹 페이지 (보러가기)

이번 신작은 '바람의 검심, 추억편(1999)'과 '바람의 검심, 성상편(2001)'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해석을 보여주었던 후루하시 카즈히로(古橋一浩)가 감독으로 활약하게 됩니다. 현재 후루하시 감독은 '기동전사 건담 UC(2010)'로도 맹활약 중인데요. 1년에 두 편 정도 출시되는 건담 UC의 스케줄 덕분에 이번 켄신의 신작에 참여할 여유가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추억편에서 보여준 그의 드라마 중심의 구조를 좋게 보고 있기에 감독은 더없이 적합한 선택이 아닌가 싶습니다. 후루하시 감독은 추억편 외에도 '빙쵸탄(2006)', '슈발리에(2006)', 'RD 잠뇌조사실(2008)' 등에서도 완성도 높은 연출력을 보여왔었죠. 무엇보다 트렌드에 영합하지 않는 뚝심있는 전개로 인해 이번 신작 OVA도 재미와는 상관없이 분명 완성도가 높은 결과물을 보여주리라 기대됩니다.

시리즈 구성은 '트루 티어즈(2008)', '토라도라(2008)', 'CANAAN(2009)' 등으로 잘 알려진 오카다 마리(岡田麿里). 멜로 드라마에서 발군의 활약을 보여준 그녀가 어떤 형태로 켄신의 이야기를 재구성할지도 포인트가 되겠군요. '바질리스크, 코우카인법첩(2005)'이나 'Fate/Stay Night(2006)' 등에서 각본 작업을 한 경험이 있기에 이들 작품을 떠올리면서 비교해보는 것도 어떨까 싶군요. 캐릭터 디자인은 하기와라 히로미츠(萩原弘光)로, '세인트 비스트 ~수천의 낮과 밤~(2005)' OVA에서 캐릭터 디자인을 맡기 전까지는 원화와 에피소드 작화감독을 주로 맡아온 인물입니다. TV 시리즈나 OVA와는 어떻게 다른 비주얼을 보여줄지도 궁금하군요. 제작 스튜디오는 TV 시리즈와 추억편, 성상편 등을 제작해온 스튜디오 딘이 맡았으며, 기획과 제작은 ANIPLEX가 맡았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된 신작의 한 컷으로 추정되는 스틸샷. ⓒ 和月伸宏/集英社・Fuji TV・ANIPLEX

신작은 일단 전편과 후편의 2부작 OVA로 제작된다고 합니다. 생각보다는 러닝타임이 길지 않기에 과연 교토편을 어떻게 각색해내어 두편에 알맞은 이야기로 보여줄지가 관건이겠군요. 전편이 2011년 12월 극장에서 선행공개된 다음, DVD와 블루레이로 출시가 될 예정이구요. 원작에서 닌자조직 어정번중의 일원인 소녀닌자 마키마치 미사오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 된다고 합니다. 공식 홈페이지에 이번 신작의 것으로 추정되는 스틸샷이 하나 올라와 있어 포스팅에 삽입해 보았습니다. 앞선 시리즈에 비해 좀 더 미형으로 디자인된 신작이 과연 진지한 드라마를 보여주는 감독과 만나 어떤 형태의 결과를 보여줄까 기대해 봅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和月伸宏/集英社・Fuji TV・ANIPLEX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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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아이 고쿠 (1989), Midnight Eye ゴクウ


ⓒ 寺沢武一 · A-GIRL


<정보>

◈ 원작: 테라사와 부이치(寺沢武一)
◈ 감독: 카와지리 요시아키(川尻善昭)
◈ 각본: 테라사와 부이치-1부, 나카니시 류조(中西隆三)-1,2부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카와지리 요시아키-1부, 하마사키 히로츠구(浜崎博嗣)-1,2부
◈ 메카닉 디자인/작화감독: 오카무라 텐사이(岡村天斎)-1부, 사노 히로토시(佐野浩敏)-2부
◈ 미술감독/배경: 야마카와 아키라(山川晃)-1부, 오제키 리쿠오(小関睦夫)-2부 / 오가 카즈오(男鹿和雄)
◈ 음악/노래: 타케가와 유키히데(タケカワ ユキヒデ), KAZZ TOYAMA / 카츠라기 유키(葛城ユキ)
◈ 제작: 도에이 비디오-1,2부, 스코라/테라사와 프로덕션-2부
◈ 제작사: 매드하우스
◈ 저작권: ⓒ 寺沢武一 · MADHOUSE
◈ 일자: 1989.01.27, 1989.12.22
◈ 장르: SF, 성인, 액션
◈ 구분/등급: OVA (2화) / 미성년자 관람불가 (NC-17)


<시놉시스>

서기 2014년의 도쿄시티. 두번의 대지진을 겪은 도쿄는 초고층 빌딩이 들어선 하이테크놀로지의 도시로 재탄생하였다. 전직경찰 출신인 후린지 고쿠는 이 도시의 뒷세계에서는 제법 유명한 사립탐정. 하지만, 근래 들어 고쿠의 경찰시절 동료들이 하나둘씩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대부분 자살로 잠정 결론이 나지만 고쿠는 이를 믿지 않고 나름의 수사를 계속하려 한다. 고쿠는 예전 동료인 여형사 야부키 요코를 찾아 동료들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물어보고 그들이 모두 하쿠류 겐지라는 무기 상인과 얽혀 있음을 알게 된다. 

함께 하쿠류 겐지 소유의 빌딩으로 향하던 고쿠와 요코는 감시를 서고 있던 두명의 형사가 투신하는 것을 눈앞에서 목격한다. 이제 겐지 수사팀에는 요코만이 유일한 생존자, 동료들의 죽음을 밝혀내기 위해 고쿠는 겐지의 빌딩에 직접 잠입을 시도하는데...


<소개>

'우주해적 코브라'를 집필한 만화가 테라사와 부이치의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OVA. 코믹스는 1987년부터 '코믹버거(現 코믹버즈)'를 통해 연재되었으며, 단행본으로는 단 4권만 발간되었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신의 눈'이라 불리는 초소형 컴퓨터를 왼쪽에 눈에 장착한 사립탐정 고쿠를 주인공으로 한 하드보일드 액션물인데, 테라사와의 출세작 코브라와 비교하여 전반적으로 비슷한 취향의 작품이지만 묘사나 표현이 이전보다 더 성인취향에 맞게 조정되었으며, 전반적으로 시리어스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큰 차이점이라 하겠다. 주인공의 이름이 고쿠(한국어로는 오공)인 것은 그가 사용하는 무기가 여의봉처럼 자유자재로 늘어나는 것과 연관이 있다. 애초에 손오공을 모티브로 해서인지 헤어스타일에서도 어딘지 모르게 원숭이의 머리모양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다.

테라사와 본인이 일본의 전설적인 만화가 테즈카 오사무의 제자였기 때문일까. 테즈카의 직계제자인 데자키 오사무 감독의 코브라에 이어 고쿠는 테즈카의 또다른 제자 린 타로의 제자이기도 한 카와지리 요시아키와 매드하우스가 제작을 맡는다. 서양 SF적인 뉘앙스를 가진 코브라를 일본적인 아니메라마 스타일로 재해석했던 데자키 오사무와 달리, 카와지리는 테라사와의 서구적인 센스를 가져와 자신의 B급 컬트 액션 스타일과 접목시킨다. 이미 '요수도시(1987)'와 '마계도시(1988)' 등을 통해 보여주었던 카와지리 만의 독특한 감각이 개인적으로는 데자키-테라사와의 조합보다는 더 나은 듯한 생각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쿠는 그렇게 걸출한 작품은 아니다. 다만, OVA로서 그리고 B급 하드보일드 액션물로서의 완성도는 높은 편이라 할 수 있다.

ⓒ 寺沢武一 · A-GIRL

본작의 캐릭터 디자인에는 카와지리 외에도 하마사키 히로츠구가 참여하는데, 타츠노코 출신으로 87년에 매드하우스로 자리를 옮긴 그는 마계도시 원화로 카와지리와 인연을 쌓은 뒤 바로 고쿠에서부터 카와지리 작품의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으로 올라서게 되며, 카와지리의 차기작 '사이버시티 OEDO 808(1990)', '철완 BIRDY(1996)', '뱀파이어 헌터 D(2001)' 등에서도 활약하게 된다. 캐릭터 디자인보다는 메카닉 디자인 쪽의 스탭들이 더 놀라운데, 우선 1부의 메카닉 디자인과 작화를 책임진 오카무라 텐사이는 후일 '울프스 레인(2003)', '흑의 계약자(2007, 2009)' 등으로 독특한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탑 클래스 연출가로 성장하게 되며, 2부에서 메카닉을 맡게 되는 사노 히로토시는 '기동전사 건담 0083(1991)', '기동무투전 G건담(1994)', '천공의 에스카플로네(1996)', '라제폰(2002)' 등에서 멋진 그림을 선보이는 일류 작화가로 대성하게 된다. 이외에도 모리모토 코지나 오가 카즈오와 같은 초특급 애니메이터들이 참여하여 기대 이상의 탄탄한 작화력을 선보이고 있다.

다만, 원작의 느낌에 비교적 충실하게 재현하려 했는지 앞선 두 작품에서 보여졌던 카와지리 감독만의 하드고어한 느낌은 다소 완화된 느낌으로, 완성도나 재미는 평균 이상의 작품이다. 특히, 눈에 장착된 초소형 컴퓨터로 모든 자료를 수집, 검색, 판독한다든지, 컴퓨터로 동작하나는 전세계의 모든 전자기기들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은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대부분의 전자기기에 CPU와 운영체제, 그리고 소프트웨어가 장착되는 요즘의 세상을 어느 정도 예측했다는 점에서 설정은 다소 황당하더라도 충분히 납득이 가는 대목이다. 코브라가 스타워즈적인 느낌이었다면, 본 작품은 007에 가까운 모양새라고 할 수 있을 듯.


<참고 사이트>

[1] ゴクウ, Wikipedia Japan
[2] MIDNIGHT EYE ゴクウ(1989), allcinema.net
[3] MIDNIGHT EYE ゴクウ II(1989), allcinema.net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寺沢武一 · MADHOU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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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vel Studios · Paramount Pictures


<스탭>

◈ 감독: 조 존스톤
◈ 원작: 조 사이먼, 잭 커비
◈ 제작: 마블 스튜디오, 파라마운트


<시놉시스> 

2차 세계대전이 한참 진행 중이던 시절, 한 왜소한 청년이 입대지원소에서 퇴짜를 맞는다. 그의 이름은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 분). 어려서부터 병약한 체질로 천식과 각종 질병을 안고 살아온 그는 체격도 건장한 일반 남자에 못미칠 정도로 작고 깡마른 청년이었다.  하지만 스티브는 어느 누구보다도 강한 신념과 불굴의 의지, 그리고 투철한 애국심을 가지고 있었다. 둘도 없는 친구인 버키(세바스찬 스탠 분)가 육군 병장으로 참전하게 되자 그의 낙담은 더욱 커져만 가고... 함께 한 만국 박람회에서 입대를 만류하는 버키에게 스티브는 입대를 향한 자신의 강한 신념과 의지를 들려준다.

한편, 만국 박람회에는 독일에서 망명한 유대인 과학자 아브라함 어스킨(스탠리 투치 분)도 있었다. 스티브 로저스의 강한 신념과 정의로움을 목격한 그는 그의 비밀 프로젝트를 위한 병사로 스티브 로저스를 지목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수퍼 솔저 프로젝트. 히틀러 휘하의 특수 부대 레드스컬의 초인 프로젝트를 저지하기 위한 미군의 극비 프로젝트였는데... 


어벤저스를 향한 마지막 단추, 준수한 완성도와 아쉬운 메시지로 마무리하다.

'켓티어(1991)', '쥬만지(1995)', '쥬라기 공원3(2001)', '울프맨(2010)' 등을 연출한 조 존스톤의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2011, 이하 퍼스트 어벤져)'는 2012년 개봉 예정인 마블 히어로 무비의 결정판 '어벤져스(2012)'의 마지막 퍼즐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어벤져스는 캡틴 아메리카를 리더로 하는 마블 코믹스 출신 히어로 팀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이번 캡틴 아메리카를 끝으로 헐크, 아이언맨, 토르 등 내년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어벤져스 팀의 진용이 갖추어진 셈이다. 물론, 스파이더 맨이나 울버린 등은 아쉽게도 등장하지 않지만 말이다.(판권의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현재 스파이더맨은 소니, 엑스맨과 울버린은 20세기 폭스사에서 영화화 판권을 가지고 있다.)

이번 퍼스트 어벤져가 지향하는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지 않나 한다. 우선은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차기작 어벤져스를 위한 등장 히어로들의 프롤로그 성격의 작품이라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미국적 히어로인 캡틴 아메리카의 글로벌한 재해석이라는 것. 캡틴 아메리카는 조 사이먼과 잭 커비의 1941년작 코믹스가 시작으로, 당시 2차 대전이 한창이던 무렵에 발간된 작품이다. 전시라는 당시의 시대상에 맞게 캡틴 아메리카는 국가적 위상을 드높일 수 있는 히어로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고, 이로 인해 코스튬에서부터 미국의 성조기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 가미되었다. 당연히 빌런 측도 나치의 인물들이 설정이 되었는데 이러한 고전적 설정들이 지금에 와서는 상당히 미국 중심적인 가치관을 내포하고 있기에 글로벌 시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캡틴 아메리카의 맹점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불과 십수년 전, 미국이 세계의 꺼지지 않는 중심으로 정치, 경제, 문화를 모두 독식하고 있을 즈음에는 이러한 것들은 굳이 신경을 쓸 이유가 없는 것들이기도 했다. 냉전시대의 영향도 있었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헐리우드의 블록버스터는 미국 위주의 가치관을 가진 영화들을 만들어 내었고 우리는 그것을 역시 아무런 거리낌 없이 감상하고 즐거워 하곤 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바뀌어 이런 미국적 캐릭터들을 리메이크 하는데 있어서 만드는 미국도 조심스럽고, 보는 우리들도 그저 관성적으로 감상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이렇게 변해버린 시대를 맞이하여 퍼스트 어벤져도 많은 고심을 한 흔적이 엿보인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영화는 분명 원작의 그 히어로와는 다소 다른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인간병기로 다시 탄생한 주인공 스티브 로저스가 2차 세계대전에서 미군의 사기 진작과 군수자금 마련을 위한 국채 홍보 캐릭터로 전락하면서 미국 성조기를 모티브로 한 코스튬을 입고 위문공연을 다닌다는 시놉시스는, 노골적으로 미국적인 이 히어로를 다른 나라 사람들도 공감을 가져줄만한 캐릭터로 무난하게 그려낸 부분이 아닌가 한다. 조국을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초인 프로젝트에 합류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났으나 막상 우스꽝스러운 어릿광대의 역할에 만족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인간적인 면모가 느껴지며, 처음에는 어색함으로 어쩔줄 몰라하던 캡틴 아메리카가 공연을 거듭할 수록 능숙해지고 나름 그런 삶에서 반쯤 보람을 찾는 모습을 캡틴 아메리카의 뮤지컬 공연과 오버래핑시킨 초반부의 전개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맘에 드는 부분 중 하나이다.
 
액션 히어로물로서 본 작품 역시 토르와 마찬가지로 볼거리 위주의 전개보다는 이야기 자체에 비중을 두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다만, 이로 인해 액션물로서의 매력은 다소 희석된 편인데, 사실 많은 액션 장면이 등장하긴 하지만 서사에 치중하다보니 액션 묘사는 디테일하다기보다는 사건 중심으로 흘러가는 측면이 있다. 여기에 캡틴 아메리카의 탄생 자체에 너무 많은 부분이 할애되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이야기나 다른 캐릭터 구축은 소홀한 부분이 있다. 워낙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도 있겠지만, 토미 리 존스나 휴고 위빙과 같은 매력적인 배우들이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할애된 시간은 부족했고, 결과적으로 이 둘이 굳이 이 작품에 필요했나 싶을 정도로 두 배우들이 맡은 캐릭터들은 매력이 부족하다.

그외에도 사이드킥이라 할 수 있는 죽마고우 버키가 소속된 캡틴 아메리카의 특수부대원들까지 등장하면서 전체적으로 이런 인물들의 캐릭터 구축에는 다소 미진한 부분이 있다 하겠다. 재미있는 것은 캡틴 아메리카의 팀은 미국인들 뿐만 아니라 아일랜드인, 흑인, 아시아인 등 다국적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인데, 이러한 부분은 분명 세계시장을 염두에 둔 헐리우드식 캐릭터 설정으로 보이며, 개인적으로 다소 작위적인 설정은 아닌가 한다.

전반적으로 캡틴 아메리카는 준수한 느낌이다. 엄청난 스케일의 압도적인 액션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지는 못했고, 캡틴 아메리카에 너무 많은 부분이 할애되면서 상대적으로 주변인물들이 소홀해지는 부분은 있었지만 전형적인 헐리우드식 액션 블록버스터보다는 좋은 느낌이었다. 근래 들어 등장하는 대부분의 히어로 영화들이 액션보다는 서사에 치중하고 있고, 그로 인해 갈수록 고연령층에 어필할 수 있는 형태로 변주되는 부분은 개인적으로는 환영할만한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캡틴 아메리카가 지닌 한계가 완벽히 극복되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2차 세계대전에 그 시점을 맞춘 이 영화로서는 최선을 다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내년에 개봉될 어벤져스의 모습은 과연 어떤 것일까, 2012년 줄줄이 개봉예정되어 있는 히어로 무비들. 바야흐로 헐리우드는 지금 히어로들의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Marvel Studios · Paramount Pictures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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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필름 · 오돌또기


<스탭>

◈ 감독: 오성윤
◈ 원작: 황선미
◈ 제작: 명필름, 오돌또기


<시놉시스> 

양계장 속에 갇혀 사는 암탉 잎싹. 양계장 밖 마당에서의 생활을 그리워하며 스스로 알을 품어 병아리를 낳고 싶었던 잎싹은 양계장을 빠져나오기 위해 며칠동안 굶고 탈진상태가 되어 혼절한다. 잎싹이 죽었다고 생각한 양계장 주인은 그녀를 밖으로 내다 버리고 때마침 먹이를 찾던 족제비에게 발견되어 위기에 처한 찰나, 한 청둥오리의 도움으로 잎싹은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게 된다. 마침내 꿈에 그리던 마당으로 돌아온 잎싹이었으나 돌아오는 것은 수탉과 오리들의 차가운 냉대뿐. 결국 잎싹은 양계장을 떠나 야생에서의 생활을 결심하게 된다.

낙관적인 잎싹이었지만 숲에서의 생활은 양계장에서 자라온 암탉에게는 막막하기만 했다. 얼마전 그녀의 목숨을 구해준 청둥오리(잎싹은 그를 나그네라 부른다)의 도움으로 잎싹은 숲의 리빙 컨설턴트 수달(잎싹은 달수라 부른다)을 만나 거처를 얻게 되고, 나그네는 근처에서 자신의 부인과 신방을 차리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게 된다. 하지만, 평화로운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나그네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둥지를 습격한 족제비에 의해 나그네의 부인이 끌려가는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족제비에게 끌려가는 아내를 구하기 위해 나그네는 필사적으로 쫓아가지만, 예전에 한쪽 날개가 부러진 그는 결국 그녀를 구하지 못한 채 오열하고 만다.

족제비가 어지럽힌 나그네의 신방. 잎싹은 그 둥지 속에서 오리알을 발견하고 알을 정성스레 품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녀의 평생의 소원이기도 했었는데... 과연, 잎싹은 청둥오리의 알을 잘 품어낼 수 있을까.


반세기 한국 만화영화사를 다시 쓸지도 모를 대작 애니메이션

8월 6일 현재 누적관객 78만명을 넘어선 '마당을 나온 암탉(2011)'은 이제 한국 만화영화의 역사를 새로이 쓸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길고 긴 어둠의 터널, 만화영화에 대한 편견과 무관심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고 있지 않았던 크리에이터들의 땀과 눈물이 과연 마당을 나온 암탉을 기점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지는 좀 더 두고 보아야 겠습니다만, 적어도 이 작품을 통해 한국 만화영화의 수준이 더 이상 2류 수준에 머물러 있지 않음을 증명해준 것 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 확신합니다.

40년 가까이 만화영화를 사랑하고 미국와 일본의 걸작 만화영화를 부러워하면서 보아온 엘로스에게도, 마당을 나온 암탉은 분명 기대 이상의 완성도였고, 외국의 탑 클래스 애니메이션과 비교했을 때도 손색이 없는 경쟁력을 갖춘 작품이었습니다.  단순한 작화적 완성도를 벗어나 6년의 시간이 걸린(어쩌면 여기에는 피치 못할 지연요소도 있었겠지만) 치밀한 프리 프로덕션, 배경이 된 우포 늪에 대한 철저한 사전답사, 선녹음 후작화의 프리스코어링 방식, 이미 검증된 베스트 셀러를 기반으로 한 완성도 높은 각색, 아름다운 음악과 주연 연기자들의 맛깔나는 연기력(물론, 이 부분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지만) 등 본 작품은 단순히 재미있고 그림 좋은 만화영화를 벗어나 제작단계에서부터 한국 만화영화의 일보전진을 향한 의미있는 시도들이 행해졌다 하겠습니다.

비디오 레인져 007(1984)’이라는 희대의 셀 도용작을 극장에서 관람한 뒤 한국 극장 만화영화에 깊은 실망감을 느낀지 어언 27년 만에 처음으로 극장의 스크린을 통해서 만나게 된 이 한국 만화영화는 실로 그간의 아쉬움과 무관심을 모두 만회시킬 만큼의 역작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치 라스트에서 힘차게 하늘을 나는 청둥오리 초록의 모습처럼 말입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눈부신 조화, 선녹음 후작화의 유려한 움직임

프닝부터 시작되는 유려한 수채화 풍의 배경은 이 작품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는 단초입니다. 동화가 원작인 이 작품은 실로 동화속의 모습을 그대로 동영상으로 옮긴 듯 서정적이고 포근합니다. CG 애니메이션과 비교하여 다소 두루뭉실한 수채화의 느낌은 CG 처리된 선명한 동물 캐릭터들로 인해 조화를 이룹니다. 부드러운 배경과 선명한 캐릭터의 조합은 확실히 이 작품을 일본의 아니메나 북미의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한국 만화영화만의 독특함으로 승화시킵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비주얼은 대중적이라기보다는 다소 마니악한 축에 속합니다만, 대중성에 대한 고려도 어느 정도 고민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주연급 동물 캐릭터들의 경우 캐릭터 상품화 했을 때도 나름의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것은 대중성을 고려했다는 증거로 볼 수 있을까요.

선작화 후녹음으로 제작된 일본 아니메의 영향을 받아온 그동안의 한국 만화영화와는 달리, 마당을 나온 암탉은 전통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제작방식인 선녹음 후작화 방식, 즉 프리스코어링 제작기법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제작비와 제작 일정 등 제작 전반의 리소스 투입 비용은 상승했겠지만 비디오와 오디오의 조화는 매우 뛰어나며, 이것이 작품의 품격을 높였다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겁니다. 여기에 잎싹이나 나그네, 초록, 달수 등 주요 캐릭터들은 목소리 연기를 맡은 문소리, 최민식, 유승호, 박철민의 모습을 감안하여 디자인하였기에 더더욱 감정이입이 훌륭합니다. 많은 관객들이 극중 동물 캐릭터와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들과의 유사함을 느끼셨던 것은 이 때문일 겁니다.

전반적으로 북미의 풀 프레임 애니메이션 기법을 기반으로 제작된 작품이지만, 군데군데 일본 리미티드 아니메의 기법 또한 절묘하게 녹아져 있습니다. 공식 블로그에서 언급한 투과광 기법은 테즈카 오사무의 제자로 리미티드 아니메 기법에 있어서 입신의 경지에 오른 린 타로 감독이 즐겨 사용하던 연출 기법이구요. 하모니 기법의 경우도 다소 차이는 있지만, 역시 테즈카 오사무의 제자로 린 타로 감독과 같이 리미티드 아니메의 스타일리스트로 불리웠던 故 데자키 오사무 감독이 즐겨 사용하던 연출기법입니다. 이 기법은 클라이막스에서 펼쳐지는 청둥오리들의 레이스 씬 중 결승점을 향한 두 오리의 긴박감 넘치는 역주에서 거친 펜터치를 그대로 화면에 묘사하여 역동성을 강조하게 되는데요. 이는 일본의 대표 아니메 스튜디오 매드하우스가 제작한 '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2003)'의 라스트에서도 엿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이외에도 달수의 나그네 회상장면에서는 디지털 컷 아웃 기법이라 불리는 연출기법이 적용되었는데 이는 '쿵푸 팬더(2008)'의 서두에서 포의 꿈 속을 묘사한 연출기법과 동일한 방식이라 하겠습니다. 동서양 애니메이션 기법의 절묘한 조화, 이는 단순한 적용 이상의 의미도 담겨 있다 하겠습니다. 북미와 일본의 하청작업을 통해 얻은 다양한 노하우를 완벽하게 습득하여 우리의 오리지널 작품에 적절하게 활용할 정도로 연출 수준이 향상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을 말입니다. 

ⓒ 명필름 · 오돌또기



모성애와 독립을 테마로 한 암탉과 오리의 성장 드라마

로 놀라운 연출기법과 매력적인 영상미를 보여준 작품이지만, 이 작품이 한국 만화영화사를 다시 쓸 작품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원동력은 비단 이 연출기법만이 아닌, 매력적이면서도 울림이 있는 이야기 구조 때문이기도 합니다. 과거 김문생 감독의 '원더풀 데이즈(2003)'는 천문학적인 제작비가 투입되어 놀라울 만큼 멋진 영상미를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낮은 완성도의 이야기와 흡입력이 떨어지는 캐릭터들로 인해 재앙에 가까운 실패를 보여준 사례가 있었는데요. 마당을 나온 암탉은 적어도 그 부분에 있어서 치밀한 준비를 통해 선배들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습니다. 황선미 작가의 동명 베스트 셀러를 원작으로 삼은 것도 그러하지만, 이를 만화영화로 옮겨오는 과정에 있어서 보여준 각색 능력은 분명 놀라운 비주얼에 버금가는 완성도라 하겠지요. 시나리오 작업에만 3년의 시간이 걸린 것은 각본의 중요성을 제작진이 이해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전반적으로 이야기는 독립과 성장, 그리고 모성애를 테마로 하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양계장의 삶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마당 밖의 삶을 꿈꾸는 잎싹은 다른 닭들과 달리 자신의 신념을 행동으로 옮깁니다. 그리고, 세상 밖으로 나온 뒤 주변 야생동물의 편견어린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려 하지요. 이러한 그녀의 행동은 다소 주책맞은 그녀의 모습으로 인해 우스꽝스럽게 보일지는 몰라도 남들의 비웃음에도 굴하지 않고 스스로가 정한 길에 매진하는 우직한 노력가의 자세를 연상시킵니다. 이는 성장통을 겪은 뒤 청둥오리의 파수꾼으로 거듭나는 그녀의 오리 아들 초록의 경우도 마찬가지지요. 엄마가 되면서 잎싹도 성장하고, 초록도 성장합니다. 그리고 성장은 다시 독립이라는 테마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구요. 비록 동화가 원작인 작품이지만 이러한 주제의식은 상당히 깊이가 있습니다.

독립과 성장 못지않게 이 작품의 이야기를 떠받치는 또 하나의 축은 바로 모성애 입니다. 너무 신파적이지 않게 적절한 슬픔의 한계선을 지킨 작품 속의 모성애는 너무도 애틋하여 여운이 오래 남습니다. 그것은 엔딩에서 보여진 여운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애틋한 모성애가 작품의 기저에 계속 깔려 있기에 마당을 나온 암탉은 달수의 센스 넘치는 유머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슬픔의 한자락이 계속 꼬리처럼 매달려 있는 느낌을 줍니다. 모성애는 잎싹과 초록의 평생의 적인 족제비에게도 예외는 아니지요. 약육강식이라는 비정한 동물의 세계 속에 그려진 이 모성애는 마치 비정한 현대사회에서 가족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듯 저릿저릿합니다. 그리고 모성애의 종결은 다시금 새로운 생명의 성장과 탄생의 밑거름이 됩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동화라는 한계 속에서도 삶의 진리를 제법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애틋한 모성애와 더불어 이 쉬우면서도 깊은 뜻이 담긴 인생의 진리 덕에 이 작품은 아동용이면서도 달콤함보다는 오랜 세월 묵혀온 깊은 풍미가 느껴집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준 가족애보다 좀 더 애잔한 느낌의 무엇... 그리고 그것이 이 만화영화가 한국 만화영화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크나큰 힘이 되어준 원동력은 아닐까 합니다.


이 눈부신 감동을 이어갈 또다른 한국 만화영화의 탄생을 기원하며...

작품은 서두에서 말했듯이 꼭 한국 만화영화가 아니더라도 무척 인상깊은 작품입니다. 물론 다소의 아쉬운 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스토리보드의 경우는 아직도 몇몇 부분에서 매끄럽지 못한 장면이 눈에 띄었는데요. 마치 연극의 막이 전환되듯 갑작스레 장면 전환이 일어나는 부분에서 느껴지는 삐걱거림은 다소 이 작품의 마감이 완벽하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하겠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좀 더 많은 제작경험을 통해 보완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성우 연기에서는 사실 많은 분들이 아쉬움을 지적하셨습니다. 초록이 역을 맡은 유승호 군에 대한 아쉬움이 대부분이었는데요. 개인적으로 유승호 군의 팬은 아니지만, 제 감상은 거슬린 건 사실이지만 극의 흐름을 깨버릴 정도는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반면, 문소리 씨나 박철민 씨의 연기는 무척이나 훌륭했으며, 제가 아는 한 한국 연기자의 더빙 연기 중에서는 발군의 싱크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실 감정 표현에 익숙한 서양의 배우에 비해 한국은 배우들조차 감정의 과잉표현에 익숙치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마치 현대극 연기는 잘하는데 사극 연기는 영 어설픈 배우마냥, 만화영화의 경우는 그 성격상 과장된 연기가 필수인데 그렇지 못하다보니 전문성우에 비해 연기자 더빙의 경우가 대부분 완성도가 좋지 못했거든요. 그런 면에서 이번 두 연기자의 연기는 그 자체로도 어떤 이정표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짦은 등장이었지만 박쥐 역을 맡은 성우 홍범기씨의 연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본 작품에 있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배경이 된 우포 늪을 사전답사를 통해 완벽하게 화면에 재현해낸 점이었습니다. 이런 류의 프리 프로덕션이 한국 만화영화에서 이루어졌다니... 이는 이 작품이 얼마나 치밀한 준비와 계획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인지를 실감케 하는 부분이지 않나 합니다. 또한, 롯데와 같은 대기업의 투자가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낸 부분도 고무적입니다. 이로 인해 한국 만화영화의 투자여건은 분명히 전보다 나아질 테고 보다 더 좋은 작품들이 나오는 밑거름이 되리라 봅니다.

라스트에서 새로운 터전을 향해 앞장서서 날아간 초록의 힘찬 날개짓처럼 이제 한국 만화영화도 새로운 터전을 향해 날아갈 때가 왔나 봅니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작품의 탄생을 위해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 동안 만화영화의 꿈을 버리지 않은 많은 이들의 땀과 눈물일겁니다. 어쩌면 그들이야말로 초록을 위해 모든 것을 다바친 잎싹일지도 모르니까요. 이제 한국 만화영화는 다시 떨어진다 해도 날아오를 수 있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마당을 나온 암탉은 태권 브이를 대신하는 한국 만화영화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리라 봅니다.

ⓒ 명필름 · 오돌또기



<참고 사이트>

[1] 마당을 나온 암탉 공식 홈페이지 (바로가기)
[2] 마당을 나온 암탉 공식 블로그 (바로가기)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명필름 · 오돌또기에게 있습니다.

※ 이 리뷰는 알라딘 이 달의 영화 리뷰 2011년 8월차에 선정된 글입니다. (클릭)


[블루레이] 마당을 나온 암탉 - 8점
오성윤 감독, 문소리 외 목소리/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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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 찌는 무더운 여름, 만화영화와 함께 하는 잠깐의 휴식


격적인 휴가철입니다. 물론, 얼마전의 기록적인 폭우와 피해로 슬픔을 겪은 많은 분들에게는 경황이 없는 나날이기도 하겠지만요. 게다가 날씨마저 우중충하니 모처럼의 휴가철에도 밖으로 나가는 것이 예전같지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밤은 또 잠못드는 열대야가 계속될 수도 있구요. 그야말로 진퇴양난입니다.

현실을 벗어나 휴양지에서 보내는 일상에서의 탈출, 이것이 휴가의 목적 중 하나라면 궂은 날씨로 인해 야외로의 탈출이 여의치 않은 날에는 제한된 공간 속에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취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데요. 그렇다면 뭐니뭐니 해도 그 대안은 영화 감상과 독서가 가장 제격이 아닌가 합니다. 앉은 자리에서 다양한 시공간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영화감상은 인간이 만들어낸 유희 중에서도 참으로 매력적인 유희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번 여름을 맞이하여 별바다의 서고에서도 여름철 휴가 중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만화영화를 몇 편 소개코자 합니다. 

소개하는 작품들은 여름이라는 계절에 어울리는 배경이나 여름에 보았으면 좋을 법한 작품들로 제가 몇 개 추려낸 작품들입니다. 될 수 있는데로 현재 DVD나 블루레이 타이틀로 출시된 작품들로 골라 보았는데요, 이는 기왕이면 불법 다운로드보다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보셨으면 하는 바람이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만화영화 마니아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보통의 감상자들을 대상으로 했기에 나름 유명한 작품들이 선정되면서 리스트가 다소 평이해진 것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다만, 이 작품들은 한 번 이상은 다시 봐도 괜찮을 작품들인지라 이번 기회에 다시 찬찬히 감상해보시는 것도 전과 다른 느낌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구요. 실제로 제 경우 이 작품들 대부분이 서너번 씩은 감상했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자, 그럼 무더운 여름밤을 함께 할 만화영화들을 만나러 출발하실까요.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사랑 기억하십니까(1984) / 마크로스 제로(2002)

ⓒ BIG WEST

84년도 마크로스 극장판 '초시공 요새 마크로스, 사랑 기억하십니까(1984)'는 그해 여름에 일본 극장가에 개봉되어 커다란 호평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거대한 스케일의 SF 우주전쟁과 남녀간의 로맨스를 멋지게 버무려낸 맛깔스러움은 아직까지도 그 신선도가 유지되고 있을 정도로 생생하구요. 여기에 당시 아니메의 수준을 넘어선 초특급의 작화 퀄리티는 CG로 그려진 근래의 아니메와 비교해도 그다지 떨어지지 않는 놀라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극중 민메이가 부르는 주옥같은 JPOP들은 여전히 작품과의 뛰어난 매치를 보여주고 있지요.

중학교 시절 친구들과 어렵사리 구한 마크로스 극장판 오리지널 비디오 테입을 한 친구의 집에서 전축과 연결하여 나름 스테레오 스피커 시스템을 구축하고 방안의 불을 끈 뒤 소규모 극장처럼 감상하던 기억이 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아니메를 본격적으로 감상하게 된 계기를 만들어 준 작품이기도 하구요. 민메이의 애절한 발라드와 인류의 존망을 건 거대한 우주전쟁이 벌어지는 클라이막스를 지나, 평온한 엔딩 뒤 조명이 꺼지는 무대에 서있던 민메이의 힘찬 '원,투'와 함께 경쾌한 엔딩 크레딧으로 연결되는 마지막은 여전히 아니메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로 손꼽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현재 DVD로는 절판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극장판 정도의 감동은 아니지만, CG를 통해 놀랍도록 정교한 디테일과 현란한 움직임을 보여준 OVA '마크로스 제로(2002)'도 한 여름밤의 킬링타임용으로는 적당하지 않을까 합니다.



붉은 돼지(1992)

ⓒ 1992 Nibariki · GNN

실, 미야자키 감독이 만든 대부분의 극장 아니메들이 여름 극장가를 통해 개봉되었기에 미야자키의 작품들은 거의 다 여름과 어울린다 하겠습니다. 멋진 모험과 액션을 선사한 '천공의 성 라퓨타(1986)'도 그러하고, 일본의 전원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이웃집 토토로(1988)'도 그러하며, 마녀 배달부의 소소한 일상을 다룬 '마녀배달부 키키(1989)' 역시 여름과 잘 어울리지요. '원령공주(1997)'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그의 최근작인 '벼랑 위의 포뇨(2007)'도 모두 여름과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 하겠구요.

그러나, 굳이 한 작품을 고르라 한다면 저는 주저없이 이 작품 '붉은 돼지(1992)'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여름과 잘 어울리는 동시에 미야자키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한데요. 소년과 소녀를 주인공으로 했던 대부분의 미야자키 작품과는 달리, 붉은 돼지는 이탈리아 공군 파일럿이었던 한 사내가 전쟁과 인간에 혐오를 느끼고 스스로가 돼지가 되어 살아가는 어른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이야기는 꿈과 희망보다는 향수와 낭만을 이야기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지요.

지중해의 멋진 배경과 어우러지는 한 돼지의 모험과 사랑, 그리고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는 마치 한편의 유럽 영화를 보듯 여유롭고 부드러우면서도 익살스럽고 신명납니다. 여름밤을 수놓는 낭만적인 돼지의 모험, 몇 번을 맛봐도 질리지 않는 초특급 파스타와 같은 맛을 선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귀를 기울이면(1995)

ⓒ 柊あおい/集英社・二馬力・GNH

양적인 풍취와 유럽적인 내음이 잘 조화를 이룬 청춘물 '귀를 기울이면(1995)'은 큰 고저가 없는 평온한 드라마 속에서 소소한 일상의 재미가 돋보이는 보기드문 수작입니다. 도에이 동화 닛폰 애니메이션을 거치면서 미야자키 하야오와 타카하타 이사오의 작품들에서 애니메이션을 담당해온 지브리의 고참 작화가 콘도 요시후미의 데뷔작(이자 유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오랫동안 미야자키와 타카하타의 작품들 속에서 그 내공을 쌓아온 콘도의 재능이 멋지게 개화한 한 편의 청춘 멜로 드라마라 하겠습니다.

섬세한 십대 소녀의 감성을 지브리 특유의 세심한 묘사와 서정적인 전개로 풀어내면서 잔잔하고 소소한 재미를 안겨준 작품인데요. 미야자키의 후계자로 지목받기도 했던 콘도지만 실상 귀를 기울이면에서 보여준 그의 스타일은 미야자키와 같은 스케일 큰 어드벤쳐보다는 좀 더 소소하고 현실적인 드라마를 추구하는 경향을 보여줬다 하겠습니다. 물론, 이 한 작품으로 그의 작품 스타일을 단언할 수는 없지만요. 

작품에는 콘도의 멜로 드라마와 함께 주인공 시즈쿠의 소설 속 등장인물인 고양이 남작 바론의 에피소드도 별도의 이야기로 등장합니다. 이 부분은 본 작품에서 각본과 스토리보드, 그리고 프로듀서를 담당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것이라고 하는군요. 한 여름밤,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의 매력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손색이 없는 작품이 아닌가 합니다.



퍼펙트 블루(1997)

ⓒ 1997 Madhouse Inc · REX Entertainment Co., LTD.

때 폴 버호벤의 '원초적 본능(1992)'을 시작으로 에로틱 스릴러물이 극장가에 넘쳐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여자 주인공, 그리고 그 주변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 살인사건... 에로티시즘과 미스테리 스릴러를 적절하게 혼합하여 긴장감과 흥분감을 높인 이들 작품은 이후 비슷비슷한 작품들의 난립과 완성도 낮은 졸작들의 범람으로 인해 스스로가 자멸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지만, 지금도 가끔 한 여름밤의 열기를 식혀줄 킬링 타임용으로도 여전히 괜찮은 장르인 것도 사실이 아닐까 하는데요. 콘 사토시 감독의 '퍼펙트 블루(1995)'는 이러한 에로틱 미스테리 스릴러 물의 공식을 취하고 있으되 왠만한 실사 영화를 능가하는 서스펜스와 긴장감, 그리고 매력적인 비주얼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감히 단정하고 싶습니다.

아이돌 가수에서 연기자로의 변신을 꾀하는 미마와, 그런 미마를 위협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광적인 스토커 팬. 미마는 쉽지 않은 변신의 길목에서 갈등하면서 동시에 정체불명의 스토커로 인한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리고 서서히 벌어지는 살인사건, 스스로도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는지 확신이 안서는 기억의 혼란과, 환영 속에 이야기는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듭니다. 현실과 환상을 적절하게 섞어내어 주인공의 혼란을 묘사하는 콘 사토시의 연출력은 독보적이면서도 매력적이지요.

이제는 고인이 되어 그 매력적인 연출을 더는 볼 수 없겠지만, 여름 밤을 식혀줄 스릴러물로 퍼펙트 블루는 분명 괜찮은 선택이지 않나 싶습니다. 콘 사토시의 TV 시리즈 '망상대리인(2004)'도 비슷한 구성을 가진 미스테리라는 점에서 한번 쯤 도전해보아도 좋을 듯 하네요.

☞ 퍼펙트 블루, 故 콘 사토시의 전율의 미스테리 스릴러 (보러가기)


청의 6호(1998)

ⓒ 小澤さとる / バンダイビジュアル ・ EMIミュージックジャパン

계 최초의 Full CG 장편 애니메이션이 '토이 스토리(1995)'라면, 세계 최초의 Full CG 비디오 애니메이션은 바로 마에다 마히로 감독의 '청의 6호(1998)'입니다. 일본 아니메로서는 가장 최초로 Full CG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작품이기도 하지요.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환경문제와 한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음모에 맞서는 잠수함 승무원들의 모험과 액션을 그린 청의 6호는 오다와 사토루의 1967년작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해양 SF 어드벤처 물입니다. 3D CG를 이용한 잠수함과 잠수정의 묘사는 당시로서는 상당히 놀라운 퀄리티를 선사했으며, 토이 스토리와는 다른 사실적인 묘사로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후 일본의 CG 아니메에 많은 영향을 준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하겠습니다.

스토리에서는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지만, 시원한 바다를 배경으로 한 해양 SF 어드벤쳐라는 점에서 여름밤 감상용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지 않을까 합니다.



니모를 찾아서(2003)

ⓒ WALT DISNEY / PIXAR

양 어드벤쳐 애니메이션으로 이 작품을 최고로 선택하지 않을 사람이 많을지도 모르지만, 이 작품이 최고의 해양 어드벤쳐 애니메이션 중 하나라는데는 이견을 보일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거라 믿습니다. 자식사랑이 지극한 조그만 클라운 피쉬(흰동가리) 말린이 그의 아들 니모가 인간들에게 납치당하자, 위험을 무릅쓰고 머나먼 바다를 건너 호주의 시드니 항으로 찾아가는 모험 이야기는 버라이어티한 모험과 신비한 바다의 경관이 멋진 조화를 이룬 그야말로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입니다. 픽사의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걸작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지요.

소심한 말린과 나사빠진 도리의 바다 속 모험도 흥미롭지만, 치과 수족관 속에 갇혀 바다로 탈출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니모와 수족간 물고기들의 이야기도 또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니모가 다른 집으로 옮겨지기 전까지 수족관을 탈출해야 하는 긴박감은 만화영화치고는 상당한 긴장감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상어와 고래, 그리고 인간들의 위협을 피해 시드니까지 먼 여행을 떠나는 말린과 도리의 스케일 큰 모험 이야기와 니모가 바다로 탈출하기까지의 아슬아슬한 서스펜스는 여름철의 더위를 날려줄 만큼 재미있고 좋은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굳이 당신이 만화영화를 즐겨보지 않더라도 니모를 찾아서는 여름밤 영화 감상으로는 믿을만한 선택일 겁니다.



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2003)

ⓒ 茄子 アンダルシアの夏 製作委員会

브리의 중견 애니메이터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수많은 작품에서 작화를 맡아온 미완의 대기 코우사카 키타로의 첫 연출작. 본인 스스로가 사이클리스트이기도 한 그는 쿠로다 이오의 단편만화집을 원작으로 한편의 매력적인 싸이클 아니메를 만들어내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찌는 듯한 스페인의 싸이클 로드레이스 '부에나 아 에스파냐'를 무대로 한 단편 아니메, '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2003)'입니다.

세계명작동화에서부터 이어져온 듯한 유럽적인 배경와 일상의 묘사는 매드 하우스의 작품이면서도 마치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인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별볼일 없는 싸이클 선수 페페 베넨헤리가, 그의 형과 그의 옛 연인이 결혼식을 벌이는 고향 안달루시아를 지나는 싸이클 경기에 참가하여 보여주는 집념의 레이스는 무척이나 실감나면서도 만화영화적 재치가 넘치는 매력적인 스토리 텔링을 보여줍니다. 어떤 거대한 스케일이나 파격적인 갈등이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이 작품은 정말 소소하고 매력적이면서도 유쾌합니다. 뒷맛도 개운한 것이, 마치 한 여름밤에 시원한 맥주 한잔을 들이키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가슴에 큰 울림을 주지는 않지만, 소소한 재미와 드라마를 선사하는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

ⓒ 2006 TOKIKAKE Film Partners

소다 마모루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는 근래의 일본 아니메 중에서도 가장 여름과 잘 어울리는 작품입니다. 재미와 드라마적 완성도를 고루 갖춘 이 작품은 그전까지 디지몬 어드벤쳐와 같은 아동용 극장 아니메를 연출해온 신예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좋은 호흡과 느낌을 주고 있는데요. 미야자키 하야오 외에 근래 극장 아니메에서 모든 이들의 입맛에 맞을 만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이가 그리 없음을 감안할 때 이는 놀라운 발견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우연하게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얻게 된 소녀가 이를 활용해 자신의 소소한 바램을 이루어가는 유쾌한 능력 남용하기는 적절한 웃음과 적절한 긴장감, 적절한 슬픔과 적절한 감동을 우리에게 안겨줍니다. 보통 소녀의 소박한 판타지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드라마틱하면서도 마지막에는 서스펜스마저 느껴지는 능숙함을 보여줍니다. 깔끔하고 맛깔스러운 전개는 마치 시원하고 달콤한 팥빙수를 먹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나 할까요.

특히, 몇 번을 보아도 그리 줄어들지 않는 극적 재미는 이 작품의 완성도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 아닐까 합니다.

☞ 시간을 달리는 소녀, 기다려주지 않는 시간을 깨달아가는 소녀의 이야기 (바로가기)



피아노의 숲(2007)

ⓒ 一色まこと · ピアノの森 製作委員会

'다메 칸타빌레(2001)'나 '베토벤 바이러스(2008)'와 같이 클래식과 트렌디 드라마의 접목으로 새로운 느낌을 선사한 작품들이 있다면, '피아노의 숲(2007)'은 보다 더 정통 음악 드라마적에 가까운 만화영화라 하겠습니다. 체계적인 음악적 교육을 받지 못한 가난한 천재 음악 소년과, 부유한 가정에서 체계적인 음악교육을 받고 자란 음악 수재의 우정과 성장을 그린 이 작품은 한 마디로 불우한 천재 소년의 성장 드라마인 것입니다.

잇시키 마코토가 1998년부터 연재한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후일 어른으로 성장하는 주인공 카이의 이야기까지는 다루지 못하고, 초등학교 5학년으로 첫 콩쿨에 참가하게 되는 초반부의 에피소드까지만을 다루고 있지만, 발단부의 이야기만으로도 꽤 멋진 드라마를 관객들에게 선사합니다. 특히, 클래식 음악이 주는 깊이와 서정성이 길들여지지 않은 순수한 소년의 감성과 맞물려 만들어내는 하모니가 자못 따뜻하고 매력적이라 할 수 있지요.

숲 속 깊이 버려진 한 피아노. 보통 사람은 소리를 낼 수 없는 기이한 그 피아노를 통해 사람을 마음을 벅차게 하는 연주를 해내는 천재 소년의 이야기는,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노력하여 쟁쟁한 수재들을 물리치고 정상의 자리에 등극하는 인간 드라마의 매력을 잘 보여주었다 하겠습니다. 격조 있는 클래식 음악과 아름다운 숲의 배경이 어우러져 시원한 그늘과 서늘한 바람이 부는 여름 숲을 연상시키게 하는데요. 감상하시는 분들에게 청량함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샐러드와 같은 맛을 선사하지 않을까 합니다.



레지던트 이블 디제너레이션(2008)

ⓒ CAPCOM Co, Ltd. / Resident Evil CG Film Partners

름철 영화하면 빠지지 않는 장르인 호러장르. 특히 근 몇년 사이에는 좀비물이 호러장르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좀비영화들이 극장가에 등장하기도 했는데요. 레지던트 이블은 96년 출시된 캡콤사의 바이오 하자드 세계관을 기본으로 만들어진 4편의 실사영화를 통해 우리들에게 익숙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사영화 4부작은 나름 인상적이었던 첫 편에 비해 이후의 시리즈가 기대에 못미치는 모습을 보여온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원작과는 다른 이야기를 선보였던 실사영화 시리즈와는 달리, 원작의 캐릭터들을 그대로 등장시킨 별도의 CG 애니메이션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카미야 마코토의 장편 데뷔작 '레지던트 이블 디제너레이션(2008)'입니다.

사실,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 이 작품은 그다지 높은 점수를 줄 수가 없습니다. 전개도 뻔하고 어떤 흐름으로 흘러갈지, 다음 장면이 뭐가 나올지를 상상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렇고 그런 B급 좀비영화 수준과 비교해서 그리 나은 점을 찾아볼 수가 없는 작품인 셈입니다. 다만, 바이오 하자드의 팬들에게는 확실한 팬 서비스가 될 듯 하며, 초특급 퀄리티는 아니지만 제법 준수한 CG 완성도와 함께 펼쳐지는 액션도 킬링 타임용으로는 적당합니다. 호러물이지만 호러물보다는 액션물에 오히려 더 잘 어울리는 호러물.



썸머워즈(2009)

ⓒ 2009 SUMMER WARS FILM PARTNERS

작인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마찬가지로, 여름에 개봉된 호소다 마모루의 '썸머 워즈(2009)'는 두말할 나위 없이 근래들어 가장 여름과 잘 어울리는 극장 아니메 중 한편이기도 합니다. 시원하면서도 서정적인 배경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 이어 이번에도 여전히 친숙하게 우리를 맞이합니다. 그 푸르름은 마치 눈부시게 밝은 여름날 교외로 나들이 온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고나 할까요.

전작과는 달리 어드벤처 요소가 강화된 것도 특징입니다. 가상 모바일 네트워크인 오즈와 시골의 큰집이라는 전원적 요소는 의외로 서로가 잘 조화를 이루면서 극을 이끌어 갑니다. 여기에 시골의 대가족이라는 설정은 비록 우리네와는 조금 그 모양새가 다르지만, 여름을 맞이하여 고향집으로 휴가를 떠나는 우리게 가족들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부분도 있습니다.

비록 전작에 비히 이야기의 밀도나 가 그다지 농밀하지 못한 것이 흠이라면 흠이겠지만, 썸머워즈는 준수한 완성도를 보여준 작품입니다. 여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멋진 모험과 소소한 일상 속의 재미, 썸머워즈는 마치 시원하고 달콤한 수박과도 같은 맛을 보여주리라 생각됩니다.

☞ 썸머워즈, 여름을 습격한 현실과 가상의 흥미로운 이중주 (바로가기)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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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만으로도 기대되는 오랜만의 한국 애니메이션

ⓒ 명필름 · 오돌또기


'속(1997)', '해피엔드(1999)', '공동경비구역 JSA(2000)',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 '바람난 가족(2003)',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 '시라노 연애조작단(2010)' 등 굵직굵직한 한국영화들을 제작해온 명필름의 첫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2011)'이 마침내 6년이라는 길고 긴 제작기간을 끝내고 스타트라인에 들어섰습니다. 프로듀서 출신의 오성윤 감독의 첫 감독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감독과 제작사 모두 생소한 경험이기도 했을 텐데요. 프로듀싱은 명필름이 맡았지만, 실제 애니메이션 제작은 소규모 제작사인 오돌또기가 맡아 기대를 넘어서는 멋진 완성도의 결과물을 보여준 듯 합니다. 오돌또기는 현재 오성윤 감독이 제작이사를, 이춘백 애니메이션 감독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는 군요.

☞ 마당을 나온 암탉 공식 홈페이지 (바로가기)

황선미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 바깥세상을 동경한 암탉 잎싹(문소리 분)은 양계장을 탈출한 뒤 청둥오리 나그네(최민식 분)와 수달 달수(박철민 분)의 도움을 받으면서 야생 생활에 적응하게 됩니다. 우연치 않게 발견하게 된 부모없는 오리알, 잎싹은 오리알을 정성스레 품고 때마침 그녀를 공격한 애꾸눈 족제비를 막기 위해 나그네가 막아섰으나 그만 최후를 맞이하고 맙니다. 나그네가 목숨을 버리면서 지킨 오리알에서는 귀여운 아기오리가 태어나고, 초록(유승호 분)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아기 오리는 잎싹을 엄마로 여긴 채 자라나게 되지요.

이제까지 많은 이들과 지면을 통해 언급이 되었던 것이지만, 한국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취약점 중 하나였던 스토리의 문제를 이 작품은 드라마틱한 시놉시스를 가진 황선미 작가의 원작으로 극복해내게 됩니다. 동화의 레벨을 넘어선 이야기로 평가받는 원작으로 인해 이야기는 유쾌하고 재미있으면서도 서정적인 감동을 선사합니다. 이 자체만으로도 무척이나 고무적인 현상이 아니라 할 수 없습니다. 왜 진작 이런 멋진 이야기들을 가져다 쓰지 못했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죠.

스토리도 스토리이지만 프리프로덕션이나 제작방식에 있어서도 상당히 수준급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나 합니다. 우선 롯데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대기업의 스폰서를 받은 것은 6년이라는 긴 제작기간과 30억이라는 만만치 않은 제작비가 소요된 이 작품이 무사히 제작을 마무리하고 극장에 걸릴 수 있게 된 큰 원동력이었을 것입니다. 거기에다가 본 작품의 배경이 되는 천연기념물 524호 우포늪의 철저한 사전답사와 같은, 진작에 시도되었어야 할 의미있는 사전제작 과정들이 충실히 반영된 것 역시 본 작품의 완성도를 담보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으로서는 드물게 선녹음 후작화 방식의 프리스코어링 기법을 도입한 것은 과거 일본 아니메의 영향을 받아온 여타 한국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전통적인 디즈니의 기법을 바탕으로 한 좋은 선택으로 판단됩니다. 이로 인해 배우들의 입모양이나 제스처 등이 캐릭터들에게 십분 반영되어 더더욱 감정이입을 높여주고 있지요. 서양화를 전공한 순수미술학도 출신의 감독이라서 그런지 비주얼은 더없이 선명하고 말끔하면서도 서정적이고 아름답습니다. 2D를 베이스로 여러가지 3D 기법의 합성으로 서정적인 셀 애니메이션의 느낌과 다이나믹한 CG의 움직임이 조화를 이룬 멋진 비주얼이 만들어지게 되었죠. 단연코 이는 이제까지 만들어진 유수의 한국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탑클래스의 비주얼을 보여준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 '마당을 나온 암탉'... 20년 인생 녹아있죠, 연합뉴스 (바로가기)
☞ 국내산 닭의 6년만의 비행, 씨네 21 (바로가기)

이제 남은 것은 대중적인 평가인데... 일단 시사회에서의 반응은 굉장히 좋았던 것으로 보이는 군요. 한국에서는 7월 27일부터 상영을 시작하여 롯데 시네마와 CGV 등 한국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참으로 오래간만에 많은 상영관 수를 확보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물론, 이는 롯데와 같은 대기업의 참여가 큰 힘이 되어준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북미 만화영화를 제외하고 이런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이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외국에서도 상당히 공격적인 상영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중국의 경우 약 1,000개의 스크린을 확보하여 8월에 개봉한다고 하니 부디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역사를 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합니다. 그리고 왠지 이 작품이 그 기대에 부응하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인 기대감이 들기까지 합니다. 힘차게 날개짓하는 오리들의 모습처럼 기분좋은 예감이랄까요.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명필름 · 오돌또기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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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4℃와 광전사의 조우. 총 3부작으로 제작 예정

ⓒ 三浦建太郎 · 白泉社 / BERSERK FILM PARTNERS


우라 켄타로 원작의 중세 호러 판타지 코믹스 '베르세르크(Berserk)'가 1997년의 TV 시리즈에 이어 두번째로 영상화 된다고 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극장용 아니메로 제작되는 것으로, '메모리즈(1995)', '애니 매트릭스(2003)', '철콘 근크리트(2006)' 등 탈 아니메적 스타일과 완성도 높은 영상미를 선보여온 스튜디오4℃가 제작 스튜디오로 낙점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배급은 다름 아닌 워너 브라더스. 말 그대로 베르세르크는 월드 와이드한 배급망을 통해 전세계 관객들에게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원작의 네임 밸류가 어떠한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라 하겠습니다.

☞ 공식 홈페이지 (바로가기)

7월 15일 막 열린 이 홈페이지에는 아직까지 많은 정보가 올라와 있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관심을 끄는 스탭진 면면도 확인이 불가능하며, 단지 쿠보오카 토시유키(窪岡俊之)가 연출로 내정이 되어있다는 소식만이 인터넷을 통해 전해지고 있는 상황이죠. 쿠보오카 토시유키는 코가와 토모노리가 설립한 스튜디오 비보 출신의 애니메이터로서, '성전사 단바인(1983)'이나 '중전기 엘가임(1984)' 등에서 원화를 그려오다가 가이낙스로 소속을 옮긴 뒤에는 '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1987)'의 작화감독 보좌, '톱을 노려라!(1988)'에서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을 맡아 이름을 알린 인물입니다. '자이언트 로보(1991)'에서 캐릭터 디자인 및 작화감독을 맡는 등 거의 작화 및 원화 스탭으로 활약해온 애니메이터 출신 감독인 셈이죠.

아케이드 게임 'THE IDOL MASTER(2005)'의 캐릭터 원안을 맡기도 했던 그는 스튜디오4℃의 옴니버스식 OVA '배트맨 고담 나이트(2008)'에서 에피소드 감독과 콘티를 맡아 데뷔전을 치른 뒤 이번 베르세르크의 감독으로 낙점받게 되었습니다. 그동안의 경력에 비해서는 다소 늦은 감독 데뷔이긴 한데요. 과연 부족한 연출 내공을 어떤 식으로 보완해낼지, 그리고 얼마나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줄지가 관심거리라 하겠습니다. 두번째 감독작으로서는 다소 부담스러운 작품의 감독을 맡게 된 셈이군요.

베르세르크 극장판은 3부작으로 기획되어 코믹스의 2부이기도 했던 '황금시대'편의 이야기를 3부에 걸쳐 풀어낼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깐 가츠가 매의 단에 입단하여 그리피스와 우정을 쌓고 미들랜드의 영웅으로 거듭나기까지의 영광의 길을 지나, 가츠가 매의 단을 탈퇴한 뒤 그리피스와 매의 단의 몰락, 가츠의 복귀와 그리피스 구출의 여정을 거쳐, 어둠의 천사들인 갓 핸드의 등장과 사도들의 무차별적인 살육, 그리고 갓핸드로 태어난 그리피스와 그를 증오하게 되는 가츠의 절규가 스크린에 그려질 예정인 것입니다. 이는 97년 TV 시리즈 역시 다루었던 내용이기도 합니다.

베르세르크의 프롤로그 격인 이 초반부의 이야기는 코믹스의 범주를 뛰어넘는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주고 있기에 영상화에 대한 기대가 무척 큽니다. 특히, 리소스의 한계로 인해 동화 부분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었던 이전 TV 시리즈에 비해 이번 극장 아니메는 워너 브라더스가 배급을 맡는 등, 제작 스케일도 큰데다가, CG와 셀 애니메이션을 적절히 믹스하여 동화 부분에 있어서도 만족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은데요. 바꿔 말하면, 휘몰아치는 가츠의 처절하고 실감 넘치는 검술 장면이 비로소 제대로 그려질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든다는 소리라 하겠습니다. 

반면, 가츠가 사도 사냥이라는 방랑의 길에 들어선 '단죄'편 이후의 이야기를 기대했던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운 것도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뒤의 이야기를 그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요, 월드 와이드 배급망을 탔기에 베르세르크는 TV 시리즈와는 별개로 리부트가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지 않았나 싶구요. 그렇다면 이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예고편으로 보아온 스튜디오4℃의 비주얼은 몇몇 CG 장면을 제외하고는 개인적으로 큰 불만이 없습니다만, 감독의 경력이 그리 많지 않다보니 과연 얼마만큼 맛깔나게 각색하고 연출해낼지가 아직은 판단이 되지 않는군요.

하지만, 만약 이번 3부작 극장 아니메가 성공적인 성적을 거둔다면 그 뒤의 이야기도 영상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면 베르세르크의 팬으로서는 이번 극장 아니메의 흥행을 기원하는 수 밖에는 없을 듯 하군요. 베르세르크가 한국에서는 개봉이 가능할까요? 어찌되었든 그 첫 포문을 열 1부 '패왕의 알'은 2012년 1월 그 첫선을 보일 예정이라 합니다.

ⓒ 三浦建太郎 · 白泉社 / BERSERK FILM PARTN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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