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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스탭>

◈ 감독: 피터 잭슨(Peter Jackson)
◈ 원작: J.R.R 톨킨(Tolkien)의 '호빗'
◈ 제작: 뉴 라인 시네마, MGM, 워너 브러더스


<줄거리> 

외로운 산으로의 여정이 시작되기 1년 전, 프랜싱포니 여관에서 간달프(이안 멕켈런 분)와 소린(리처드 아미티지 분)이 비밀스럽게 만남을 갖는다. 흩어진 드워프들을 규합하기 위해 아르켄스톤을 찾아야 한다고 드워프 왕자를 설득하는 간달프. 사악한 용 스마우그(베네딕트 컴버배치 분)가 차지한 자신의 왕국 에레보르로의 발길을 주저하는 소린에게 간달프는 용으로부터 아르켄스톤을 빼내오기 위해서는 솜씨 좋은 도둑을 고용해야 한다고 귀띔을 한다.

그로부터 1년 후, 아르켄스톤을 찾기 위한 드워프의 원정대에는 솜씨 좋은(?) 도둑 빌보 배긴스(마틴 프리먼 분)가 함께 하고 있었다. 아조그가 이끄는 오크 무리들의 끈질긴 추격을 피해 머크우드 숲까지 다다른 원정대. 숲에서 사악한 기운을 감지한 간달프는 그 자신의 원래 목적, 즉 정체를 알 수 없는 사악한 악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소린들에게 잠시동안의 작별을 고한체 사악한 이들이 잠든 곳으로 향하게 되고, 여행의 길잡이가 되어준 마법사와 이별하게 된 빌보와 소린의 드워프들은 신비함과 사악함이 묻어있는 머크우드 숲의 미로 속으로 향하게 되는데...


흥미진진한 모험과 액션, 그리고 부족한 참신함

킨의 '반지의 제왕'에 비해 이야기, 스케일 등 모든 면이 부족했던 톨킨의 습작 '호빗'을 3부작의 대작 시리즈로 제작하는 것이 결정났을 때 사실 영화 '호빗'의 한계나 우려는 있을 수 밖에 없었다. 3부작으로 영화화하기에는 내용이 많이 부실했던 호빗을 2시간 이상의 러닝타임을 가진 대작 3부작으로 만든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전작인 반지의 제왕을 의식한 행보였고, 애초에 볼륨의 차이가 나는 두 작품을 비슷한 체급으로 맞추기 위해서는 호빗은 상당 부분의 이야기와 캐릭터를 새로이 창조하고 구성하는 작업을 필요로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MGM의 파산으로 야기된 제작 지연(호빗 1편 확장판의 제작비화를 보면 그만큼 스토리를 각색할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고 제잔진들은 언급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 결과물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한 느낌이다.), 프리 프로덕션 중에 델 토로에서 잭슨으로 감독이 교체되는 등, 여러 부침을 겪은 호빗은 출발부터가 사실 상당한 부담과 불안요소를 갖고 있었다. 게다가 이미 영화사의 레전더리가 되어버린 전작은 그들에게 있어서는 오히려 부담이었고, 호빗은 아무리 피터 잭슨이라 할지라도 잘해봐야 반지의 제왕과 엇비슷한 수준에 머물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2편까지 공개된 현재의 상황에서 이 부정적인 예상은 아쉽게도 거의 들어맞고 있다.

이번 2편 '호빗:스마우그의 폐허', 그리고 1편인 '호빗:뜻밖의 여정'까지 통틀어서 이 시리즈의 가장 거슬리는 점은 바로 참신함의 부재이다. 안타깝게도 호빗 시리즈는 2편까지의 줄거리 전개, 설정 등이 전작인 반지의 제왕을 그대로 답습하는 아쉬움을 주고 있다. 머크우드 숲으로 향하는 소린 원정대의 모습은 팡고른 숲으로 향하는 '반지의 제왕:두개의 탑'의 아라고른 일행의 모습과 겹쳐진다. 도중에 원정대를 이탈하여 돌 굴드르로 향하는 간달프의 행보 역시 '반지의 제왕:반지 원정대'에서 오르상크의 탑으로 갔다가 사루만에게 사로잡히는 간달프의 모습과 너무도 동일하다. 독에 중독된 드워프 킬리를 치료하는 엘프 타우리엘(에반젤린 릴리 분)의 모습 또한 반지원정대에서 프로도를 치료하는 아르웬의 그것 그대로다. 이런 유사함은 긴 러닝타임과 지루한 전개와 어우러져 일부 관객들에게 상당한 피로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캐릭터의 사용도 많은 이들이 지적한 듯이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이미 많이 언급된 원정대의 주축 드워프들의 역할이 두드러지지 않는 것이 그것. 1편에서는 전작의 핵심 인물들인 엘론드, 갈라드리엘, 사루만, 골룸에 라다가스트 등이 등장하여 드워프들의 매력이 초반부를 제외하고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았다면, 스마우그의 폐허에서는 레골라스, 타우리엘, 스란두일, 바드와 같은 인물들로 인해 역시 드워프들이 끼어들 틈이 없다. 이는 많은 인물들의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개성과 이야기가 살아있던 반지의 제왕과 비교하면 분명히 비교된다. 전작의 인기인이었던 레골라스의 경우는 용맹함과 부드러움이 공존했던 모습과 달리 차갑고 사나운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이러한 캐릭터의 성격 변화의 이유가 극중에서 설명되지 않아 어리둥절함을 안겨주고 있다. 타우리엘과 킬리의 다소 생뚱맞은 로맨스와 함께 레골라스의 캐릭터와 이야기는 전체적인 이야기를 겉도는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이러한 각색과 설정상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호빗은 분명 블록버스터급 하이판타지 어드벤쳐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즉, 극적인 전개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그 스케일과 액션의 웅장함, 그리고 고급스러움은 전작인 반지의 제왕 외에 마땅히 비교할만한 판타지가 없는 것 역시 사실인 것이다. 급박한 전개 속에서도 간간히 보여주는 서정적인 모습들이나 유머러스한 대사는 능숙한 완급조절을 보여주고 있으며, 머크우드 숲에서 사악한 거미들과 사투를 벌일 때 반지의 사악함에 선한 마음을 잠시 잃어버린 빌보의 모습에서도 그저 치고 받고 싸우는 액션물 이상의 감상을 보여줌은 분명 이 작품의 격이 그저그런 블록버스터와는 몇 차원이 다름을 느끼게 해준다.

배급사와 극장사의 부율전쟁 등으로 인해 일반 디지털 극장에서 관람했는데, 많은 이들의 평으로 보아 이번 액션들은 보다 더 HFR에 맞춰진 느낌이 아닌가 싶다. 특히, 통나무 통을 타고 급류에서 펼쳐지는 엘프들과 드워프, 오크들의 속도감 넘치는 추격전은 HFR에서 더 진가를 발휘할 듯. 다만, 아직도 관람객들의 시각은 HFR에는 다소 적응이 안되어 있는 듯 싶다. 그에 비해 후반부는 다소 늘어지는 전개임에도 불구하고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아우라가 빛을 발휘하는 스마우그의 압도적인 위용이 극을 좌지우지 한다. 어떤 면에서 스마우그와 빌보의 시퀀스는 1편 뜻밖의 여정에서 보았던 골룸과 빌보의 시퀀스와 대비되는 느낌이다. 음성변조가 아닌 실제 목소리로 펼쳐지는 베네딕트의 연기는 스마우그와 완벽한 싱크로를 보이며, 드라마에서도 호흡을 맞췄던 프리먼이 연기하는 빌보의 능청스러움과 잘 어우러지고 있다.

클라이막스가 되는 스마우그와 드워프들의 사투는 돌 굴드르에서 펼쳐지는 간달프와 네트로맨서의 대결과 교차편집되면서 흥미를 안겨주는데,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운 전개였다. 다만, 그것이 연속극처럼 결정적인 순간에 멈춰지는 부분은 많은 관람객들에게 그다지 와닿는 부분은 아닌 듯. 반지의 제왕이 1편이나 2편 모두 그 안에서 기승전결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비해 이번 2편은 기승전에서 이야기가 갑자기 중단되어 허망함을 주는 느낌이다. 다만, 이 시리즈를 여전히 흥미진진하게 감상했던 많은 이들에게는 다음 편을 몹시도 기다리게 하는 기대감이 공존하는 엔딩이 아닐까 한다.

호빗 시리즈는 앞서도 말했듯이 3편의 완성도와 관계없이 반지의 제왕의 아성을 결코 넘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까지의 이야기 전개에서 보여준 너무도 많은 전작의 기시감, 캐릭터의 설정과 이들을 극 안에 녹아들어가게 하는 부분에서의 허술함은 분명 디테일한 각색에 있어서 많은 허점을 보이고 있다. 다만, 십여년 사이 진화되어온 특수효과를 기반으로 한 스펙타클한 영상미와 흥미로운 모험, 그리고 고급스러움은 여전히 이 작품과 비교할만한 판타지가 반지의 제왕 외에는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대로라면 3편 역시 상당히 많은 전작의 기시감을 떠안게 되겠지만, 그 재미만큼은 어느 정도 기대에 부응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 2013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덧붙임) 이러쿵 저러쿵 불만을 늘어놓기는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몹시 재미있게 감상했다. 그런 점에서 엘로스의 영화 감상기준이 그다지 세심하지 않음을 유추할 수 있다.

덧붙임) 간달프와 더불어 꽃미남이었던 레골라스마저 반지의 제왕보다 설정상 수십년 전의 이야기에서 더 나이가 들어보임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의 한계인가.


덧붙임) 사실 개인적인 예상으로는 스마우그의 최후가 2편에서 그려지고, 다섯 부족의 전쟁이 3편에서 다루어질 걸로 예상했는데, 이게 3편으로 넘어갔다. 볼그와 레골라스의 추격전까지 더하면 3편은 그야말로 마무리 짖지 못한 액션들이 몰아치는 액션의 홍수가 되어버릴 듯. 이야기의 부재를 액션으로 메울 기세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3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에게 있습니다.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 (2013)

The Hobbit: The Desolation of Smaug 
7.4
감독
피터 잭슨
출연
마틴 프리먼, 이안 맥켈런, 리차드 아미티지, 케이트 블란쳇, 올랜도 블룸
정보
어드벤처, 판타지 | 미국, 뉴질랜드 | 161 분 | 2013-12-12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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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스탭>

◈ 감독: 피터 잭슨(Peter Jackson)
◈ 원작: J.R.R 톨킨(Tolkien)의 '호빗'
◈ 제작: 뉴 라인 시네마, MGM, 워너 브러더스


<줄거리> 

111번째의 생일을 맞은 호빗족의 원로 빌보 베긴스. 그는 자신이 60년 전에 겪었던 잊을 수 없었던 그 모험을 글로 남기기로 결심한다. 그의 모험은 동부의 외로운 산 지하에 터전을 잡은 난쟁이들의 위대한 왕국 에레보르와 연관이 있다. 불멸의 두린의 피를 이어받은 왕가의 마지막 적통이자 난쟁이의 반지의 정당한 소유자인 스로르의 손자, 에레보르 왕 스라르의 아들인 소린 왕자는 황금용 스마우그의 침략으로 자신의 왕국 에레보르를 등지고 십수명의 가신들과 함께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는 드워프이다. 그는 스마우그에게서 에레보르를 되찾고 자신의 왕국을 재건하겠다는 일념 하에 뜻을 같이할 동지들을 모으고 있었는데, 이 소린의 일행에 회색의 마법사인 미스란디르, 즉 간달프도 참여하게 된다. 

완벽하게 잠들지 않은 악의 존재를 염려하던 간달프는 소린의 모험이 자신이 염려하는 일들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예감 속에 소린과 뜻을 같이 하게 된다. 강인하지만 융통성이 없고 고집스런 이 드워프 무리들의 부족한 점을 메우기 위해 간달프는 또 한명의 대원을 추천하게 되는데, 그는 샤이어에 사는 평화를 사랑하는 소인족 호빗 중의 한 명인 빌보 베긴스 였으니...


논란을 부른 삼부작의 첫시작, 반지의 제왕에는 못미치지만 준수한 완성도.

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 3부작' 시리즈는 판타지 영화사를 새로이 쓴 기념비적인 시리즈다. 모든 판타지의 출발선이라 할 수 있는 톨킨 경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것도 그렇지만, 그 톨킨의 원작을 블록버스터 급 영화로 만들면서도 기존 블록버스터의 가벼움에 물들지 않았던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또, 판타지라는 장르 영화가 풍겨왔던 어린이용이라는 선입관에 묻히지 않고 드라마가 가질 수 있는 감동과 깊이를 보여주으며, 특수효과가 주는 눈요기 거리에 휩쓸리지 않고 스토리에 충실했다는 점 역시 반지의 제왕이 그저 그런 판타지 영화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3부작으로 피터 잭슨은 B급 호러무비 감독에서 명감독의 칭호까지 얻게 되니, 잭슨에게, 판타지 영화에게, 그리고 (절대 영화화 되지는 못할 것만 같았던) 원작에게 있어서 반지의 제왕 3부작은 빛나는 이정표이자 전환점이었던 셈이다.

그런 반지의 제왕이 스크린에서 내려간지도 어언 10여년, 우리는 다시 한 번 중간계의 경이로움을 경험하게 될 또다른 기회를 얻게 되었으니, 그것이 2012년 12월부터 전세계적으로 상영을 시작한 '호빗, 뜻밖의 여정'(이하 뜻 밖의 여정)이다. 톨킨 경의 중간계를 세계관으로 삼은 소설 중 가장 먼저 쓰여진 소설 '호빗'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반지의 제왕의 주인공 호빗이었던 프로도의 삼촌인 빌보를 주인공으로 삼아 전설의 난쟁이 왕국 에레보르와 황금용 스마우그를 둘러싼 빌보와 간달프, 그리고 드워프 왕자 소린을 필두로 한 12명의 드워프들의 모험을 다룬 이야기이다. 잭슨 감독은 이번에도 호빗을 3부작으로 제작하여 반지의 제왕과 마찬가지로 한꺼번에 3부를 제작한 뒤 1년 단위로 상영을 하는 방식을 택했는데, 톨키니스트들과 판타지 영화의 팬, 그리고 반지의 제왕을 인상깊게 보았던 이들에게 이는 3년 동안의 예약된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단, 3부는 현재 촬영중이다.)

반지의 제왕에 대한 영화화가 논의되던 90년대말부터 사실 호빗의 영화화는 피터 잭슨의 머리 속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당시 잭슨은 3부작으로 영화를 만들 계획을 세우고 1부는 호빗, 그리고 2부와 3부는 반지의 제왕의 이야기를 다룰 생각이었다고 하는데, 이것이 판권 문제로 난항을 겪으면서 결국 호빗을 제외한 반지의 제왕만이 3부작으로 만들어져 먼저 공개되었던 것이다. 호빗의 판권을 사들인 MGM은 반지의 제왕을 제작한 뉴라인 시네마와 공동으로 호빗 시리즈를 제작하기로 하고 피터 잭슨을 제작 총지휘로, 그리고 '블레이드2', '헬보이', '판의 미로' 등으로 잘 알려진 길예르모 델 토로에게 감독을 의뢰하게 된다. 사실 개인적으로 델 토로-잭슨의 조합은 무척이나 기대되는 진용이었지만, 아쉽게도 이 환상의 투톱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MGM의 파산, 재정적인 문제로 지연되는 프로젝트에 불만을 품은 델 토로의 퇴장 등 연이은 악재에 시달리던 호빗은 결국 잭슨을 다시금 감독으로 돌아오게 하는 단초를 제공하였다. 반지의 제왕과는 다른 뉘앙스의 중간계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던 제작진의 의도는 아쉽게도 불발로 끝났지만, 기획 초기부터 이미 델 토로가 상당부분의 세계관과 이야기 구축에 참여했던 터라 호빗은 온전히 잭슨 식 중간계 이야기는 아닌 듯 싶다. 실제로 중간계의 사악한 크리쳐들은 반지의 제왕과 다소 다른 모습으로 그려졌는데, 이러한 부분은 델 토로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예를 들어, 워르그 같은 크리쳐는 델 토로의 주장으로 인해 반지의 제왕과 다른 모습으로 그려졌다.), 이러한 변주가 일부 관객들에게는 다소 3D 만화영화 같다는 평을 들었지만,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된다. 사실 근래 들어 CG 만화영화와 CG 영화의 갭은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 이런 비평은 취향의 차이는 아닌가 싶다. 즉, 만화영화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무리없이 넘기겠지만, 사실적인 표현을 중시하는 이들에게는 거슬린다고나 할까.


반지의 제왕 이후 영화계는 새로운 기술적 성취를 이루어 냈다. 3D와 HFR(High Frame Rate)이 그것인데, 3D와 IMAX 등은 '아바타'나 '인셉션' 등을 기점으로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는 상태지만, 뜻 밖의 여정이 최초로 선보인 HFR은 아직 관객들에게 완벽하게 어필하지는 못한 것 같다. 초당 48프레임으로 재생되는 영상은 분명 기존과는 다른 디테일과 선명도를 자랑했지만, 안타깝게도 TV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라는 혹평(?)을 듣고 있는 상황이다. 24프레임으로 상영되는 일반 디지털 버전으로 관람했기에 여기에서는 HFR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나눌 수 없을 듯 싶지만,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 후속편이나 앤디 서키스(골룸을 연기한 바로 그 배우)의 '동물농장' 등이 HFR로 제작될 예정이라고 하니 HFR의 가능성은 여전히 진행중으로 보인다.

뜻 밖의 여정은 기대대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반지의 제왕을 능가하지는 못했다'라든지 '이야기가 너무 늘어지고 지루하다'라는 평 역시 만만치 않게 듣고 있다. 사실, 3부작의 1부만이 공개된 상황에서 지루하다라는 평은 개인적으로는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 반지의 제왕 역시 1편 '반지 원정대'가 등장했을 때 비슷한 평을 들었던 것을 상기하면, 뜻 밖의 여정이 보여준 첫 시작은 오히려 나쁘지 않다 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3부작으로 만들기에는 다소 빈약한 원작의 스토리를 생각하면 오히려 3부작으로 이야기를 만들면서 잭슨이나 델 토로, 그리고 프란 월시, 필리파 보옌스가 창작해낸 이야기는 꽤나 공을 들인 흔적이 엿보인다. 무엇보다 호빗이라는 별도의 스토리를 반지의 제왕의 프리퀄로서 변주해낸 부분은 여러모로 팬들에게 흥미로운 이야기거리를 제공하리라 본다.(갈라드리엘, 엘론드, 사루만 등 전작의 친숙한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여 전 시리즈를 재미있게 본 많은 팬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다만, 톨킨의 열렬한 팬이거나 반지의 제왕 3부작의 열렬한 팬들, 그리고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는 일부 마니아들을 제외한다면 이 영화가 가진 서사의 지루함은 어쩔 수 없는 맹점이다. 반지의 제왕 역시 3부작으로 만들어지면서 굉장히 긴 서사가 전개되는데, 이러한 부분은 보통 관객들에게는 꽤나 다가가기 힘든 부분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뜻 밖의 여정 역시 한계는 분명히 가지고 있지만, 중간계의 세계 곳곳을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이 길다는 점은 열렬한 팬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선물이 아닌가 싶다.

또한, 반지의 제왕보다 아무래도 작을 수 밖에 없는 스케일에 우려를 제기하는 이들도 많은데,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호빗 3부작이 꼭 반지의 제왕같은 거대한 스케일을 가진 서사적인 전쟁 드라마가 되어야할 이유는 없다고 보여진다. 오히려 그런 생각은 이 시리즈의 정체성을 거대 블록버스터 전쟁 드라마로 단정짓는 오류는 아닐까. 호빗 3부작은 반지의 제왕과는 다른 장대한 어드벤쳐로서 가치를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3부에 이르르면 다섯부족의 전쟁 에피소드가 등장하면서 제법 큰 스케일의 전쟁 묘사도 등장하여 대미를 장식하겠지만 말이다.

뜻 밖의 여정을 비롯한 호빗 3부작 시리즈는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원 시리즈이기도 한 반지의 제왕의 영향력 아래에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미 대단원의 여정을 완벽하게 보여준 원 시리즈가 존재하는 이상, 호빗 3부작이 보여주는 스토리는 어쩔 수 없는 프리퀄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는 이미 스타워즈 6부작이 보여준 모습이기도 한데, 나름의 예측이지만 호빗이 스타워즈 프리퀄 3부작의 실패를 그대로 답습하지는 않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반지의 제왕을 넘어서기는 힘들겠지만, 호빗 3부작은 분명히 관객들에게 환상적인 중간계의 여정을 잘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그 첫 시작인 뜻 밖의 여정은 분명 실망보다는 기대가 더 많았던 작품이라 말하고 싶다.

ⓒ 2012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덧붙임1) 다들 지루하다고 하지만 글쓴이는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의 확장판을 보고 싶다. 나에게 2시간 50분은 너무 짧았다.
덧붙임2) 다만, 아쉬운 것은 그 전개가 반지의 원정대의 전개와 상당부분 비슷했다는 점이다. 리븐델을 방문하고, 깎아지른 절벽의 여정과 곧 이은 고블린의 지하소굴로의 여정 등은 놀랍게도 반지의 원정대의 여정과 유사하다.
덧붙임3) 절대반지를 빌보에게 빼앗기기 전의 골룸은 절대반지의 힘으로 인해 반지의 제왕의 골룸보다 훨씬 샤방샤방(?)하다. 
덧붙임4) 안타까운 것은 간달프 역의 이안 멕켈런 경이나 사루만의 크리스토퍼 리가 10년이 지나 오히려 프리퀄에서 더 노쇄해 보인다는 점. 분장도 하고 CG 처리도 했을텐데 흘러가는 세월을 어쩌지 못했나 싶은 안타까움이...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2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에게 있습니다.



호빗 : 뜻밖의 여정 (2012)

The Hobbit: An Unexpected Journey 
8.1
감독
피터 잭슨
출연
이안 맥켈런, 마틴 프리먼, 리차드 아미티지, 제임스 네스빗, 켄 스탓
정보
어드벤처, 판타지 | 미국, 뉴질랜드 | 169 분 | 2012-12-13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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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포스트는 WoW 두번째 확장팩이 시작할 즈음 제 네이버 블로그에 썼던 글을 세번째 확장팩에 발맞춰 재활용하는 포스트입니다. 네번째 확장팩이 나올 때는 재활용하지 않을 것을 맹세합니다. (쩝)

 다른 듯 서로 닮은 두 세계의 카리스마 악역들

ⓒ BLIZZARD Entertainment


으로 약 한달 뒤인 2010년 12월 9일이면 블리자드의 인기 MMORPG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세번째 확장팩 '대격변(Cataclysm)'이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와우저들에게는 다시금 피를 끓게 하는 소식이 아닐 수 없는데요. 비록, 오픈베타 때 만렙 찍고 쉬고, 첫번째 확장팩인 '불타는 십자군, 아니 성전' 때 70렙 찍고 바로 쉬고, 두번째 확장팩인 '리치왕의 분노' 때 80렙 찍고 바로 쉬어버린 레이드 경험 전무의 '어쩌다 와우저'인 엘로스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지까지 와우를 계속 플레이하고 있는 까닭은,

방대하고 치밀한 세계관과 그 속에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렇죠. 영상 매체든 게임 타이틀이든, 소설이건 코믹스이든 간에 이 스토리텔링은 정말 중요한 것이 아닐 수가 없는 것입니다. 특히, 블리자드가 창조해낸 아제로스의 이야기는 TRPG 세계관으로서 방대한 스케일과 영웅들이 즐비한 포가튼 렐름의 세계나 J.R.R 톨킨 교수가 창조해낸 모든 중세 판타지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중간계의 세계관(이하 톨킨의 세계관) 만큼이나 치밀하고 놀라운 이야기들로 가득한데요. 물론, 그 오랜 역사나 스케일 등에 있어서 앞선 두 세계관이 여전히 우위에 있음은 사실입니다만, 아제로스의 이야기도 그에 못지 않는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아제로스의 이야기에서 항상 중요한 역할로 등장하게 되는 악마들과 악당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톨킨의 세계관에도 이와 비슷한 위치에서 비슷한 역할을 하는 이들이 떠오르게 되었는데요. 두 시리즈의 주요 악역들이 모두 서로 대칭되는 위치에 있어서 몹시도 흥미롭다 하겠습니다. 물론, 이런 부분은 어떤 면에서 워크래프트의 세계관이 톨킨의 세계관에 많은 영향를 받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지만, 수많은 판타지 세계가 모두 톨킨의 세계관에 많게든 적게든 영향을 받았음을 감안할 때 이러한 악역들의 대칭은 주목할만하지 않을까 싶군요.

자, 그래서 이번 시간은 워크래프트 세계에 등장한 악역들과 톨킨의 세계관에 등장한 악역들을 서로 비교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모르고스 vs 살게라스

저, 톨킨의 세계관에서 가장 강대한 악의 원흉은 멜코르로, 후에 모르고스라 불리게 되는 한 발라(톨킨의 세계관에서는 창조주 일루바타르를 섬기는 존재들로 쉽게 기독교에서의 천사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입니다. 절대신 일루바타르를 섬기는 발라들 중에서도 가장 총명한 존재였던 그는, 일루바타르가 창조해낸 선율(이 톨킨의 세계에서 세상을 창조하는 신들의 힘은 바로 음악으로, 개인적으로 참으로 낭만적이면서도 멋진 아이디어가 아닐까 싶습니다.)에 의문을 품고 발라들의 합창 중에 홀로 자신만의 음색을 만들어내려다 큰 불협화음을 일으키며, 결국 천계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천계에서 쫓겨난 그는 앙심을 품고 일루바타르가 창조해낸 새로운 세상 중간계와 중간계의 생명체인 엘프들을 증오하게 되는데요. 중간계로 숨어든 그는 때로는 감언이설로, 때로는 압도적인 폭력과 증오로 엘프들과 멘족들을 끊임없이 괴롭히며 끝없는 전쟁을 일삼다가 결국, 중간계의 발라들과 엘프들이 힘에 의해 세계 저편으로 추방되기에 이르릅니다.

기독교 세계관의 타천사 루시퍼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모르고스는 처음에는 선량한 존재였다가 신을 의심하고 악마로 타락한다는 점에서 고귀한 청동거인에서 악마의 제왕으로 변화하는 살게라스와 비교된다고 하겠습니다.

살게라스(좌)와 모르고스 (우)



아키몬드 vs 고스모그, 킬제덴 vs 사우론

라들은 마이어라 불리는 존재들을 휘하에 두고 있습니다. 마이어들은 발라들을 보좌하는 일종의 하급천사와 같은 존재들로, 발라들에게는 못미치지만 강대한 힘을 갖고 있는데요. 타락한 발라 모르고스를 따르던 마이어들은 모르고스와 함께 사악함에 물들어 본래의 아름다운 모습을 잃어버리고 끔찍하고 흉측한 모습들로 변하게 됩니다. (모르고스를 따르던 엘프들 또한 흉측한 모습으로 변하게 되는데, 이들이 바로 오크들입니다.)

이런 마이어들 중에는 모르고스의 총애를 받는 두 존재가 있었는데, 발록(영화 '반지의 제왕' 1편과 2편에서 회색의 간달프와 사투를 벌이던 거대한 악마)의 대장인 고스모그와 영화 '반지의 제왕'을 통해 모르고스보다 더더욱 유명해진 악의 제왕 사우론이 그들입니다. 강대한 힘을 지닌 고스모그가 모르고스의 왼팔이라면, 사악하고 교활한 사우론은 모르고스의 오른팔이라고 해야겠지요. 실제로, 누메노르 왕국을 술수로 멸망시킨 것도 사우론이며, 절대반지를 통해 중간계의 엘프와 멘족, 그리고 드워프들을 타락시킨 것도 사우론입니다.

이 둘은 그 위치와 성격에 있어서 살게라스의 군대를 이끈 총사령관 아키몬드(워크래프트 3편의 하이잘 산에서 세계수와 함께 폭사)와 책략가 킬제덴(리치왕을 만들어내고, 일리단을 수하로 부려 아제로스를 괴롭히는 악마)의 모습과 비교됩니다. 힘을 앞세워 정면공격한 아키몬드는 발록을 이끌고 수차례의 엘프와 멘족의 전쟁에서 앞장을 선 고스모그와 비슷하며, 술수와 책략을 좋아하는 킬제덴 역시 사우론의 스타일과 비슷하다 하겠지요.

킬제덴(좌측상단)과 사우론(우측상단), 아키몬드(좌측하단)와 고스모그(우측하단)



리치왕 아서스 vs 앙그마르의 마술사 왕

르고스가 발라들과 엘프들에 의해 세계저편으로 영원히 추방된 후, 조용히 숨어서 때를 기다리던 사우론은 강대한 누메노르 왕국을 술수와 책략으로 파멸시키고 중간계로 숨어듭니다. 중간계로 돌아온 그는 엘프와 멘족, 그리고 드워프들에게 환심을 산 뒤에 각 지도자들에게 마법의 반지를 선물하게 되는데요. 그 와중에 사우론은 몰래 어둠의 산에서 이 반지들을 지배할 수 있는 절대반지를 만들어내어 중간계를 지배하려는 야욕을 드러냅니다. 엘프들은 사우론의 흉계를 눈치채고 반지를 버린 체 몸을 피했고, 드워프들은 보물에 대한 탐욕이 너무 강했던 나머지 반지를 끼고 있었음에도 사우론의 힘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지만, 반지를 선물받은 9명의 멘족 왕들은 절대반지의 마력에 사로잡혀 사우론의 충실한 수하들이 되지요. 이들 9명이 바로 사우론의 측근인 나즈굴들이며, 그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나즈굴이 앙그마르의 마술사 왕(Witch King of Angmare)인 것입니다.

이쯤되면 눈치채셨겠지요? 이 마술사왕은 서리한(Frost Moune)에 의해 타락한 데스나이트가 되었다가, 후일 킬제덴이 만들어 낸 리치왕 넬쥴과 한 몸이 되어 새로운 리치왕으로 거듭나게 되는 비운의 인간족 왕자 아서스 메네실의 운명과 유사하다 하겠습니다. 게다가 리치 킹(Lich King)이라는 이름은 위치 킹(Witch King)이라는 이름과 발음마저 유사하기까지 하지요.

리치왕 아서스(좌)와 앙그마르의 마술사왕(우)




론, 세세한 설정과 이야기는 다릅니다만, 두 세계관에서 동일한 구도를 갖고 있는 악역들의 모습은 상당히 흥미로운 발견이었습니다. 마침 워크래프트의 실사영화까지 제작되고 있다고 하니 과연 이런 매력적인 악당들이 영화 속에서 다시 등장할지 어떨지도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군요.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세번째 확장팩의 시작, 이런 숨겨진 뒷 이야기를 알고 와우를 즐긴다면 좀 더 재미있는 아제로스의 모험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참, 이번 대격변의 최대 악인 데스윙은 과연 톨킨의 세계관에 무엇과 비유할 수 있을까요. 톨킨의 세계관에는 용이 모르고스의 사악한 부하들로 등장하는지라 숭고한 존재에서 타락한 악의 용이 된 데스윙의 모습과는 대비될만한 존재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굳이 비슷한 드래곤을 꼽자면,

톨킨의 세계관에서 모든 용들의 시조로, 핀로드 펠라군드의 나르고스론드 왕국을 멸망시킨 고룡 글라우룽이나 날개 달린 용으로 발라들과 에아렌딜의 군세에 맞서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했던 흑룡 앙칼라곤이 어떨까요. (생김새로는 앙칼라곤이 더 비슷하겠군요.)

빈킬로트에 탄 에아렌딜과 사투를 벌이는 앙칼라곤. 에아렌딜에게 패한 앙칼라곤은 모르고스의 당고르드림 위로 떨어져 탑과 함께 최후를 맞이한다. (Illustrated by Simone G. Des Roches)

투린의 칼에 깊은 상처를 입는 글라우룽. 여기서 글라우룽은 최후를 맞이한다. (Illustrated by Guy Gond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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