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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부터는 TV 시리즈로 새로운 항해를 시작하는 야마토.

ⓒ 宇宙戦艦ヤマト2199 製作委員会



2009년과 2010년, 각각 극장 아니메와 실사판 극장영화로 화려하게 부활을 시도한 니시자키 요시노부(西崎義展) · 마츠모토 레이지(松本零士)의 '우주전함 야마토'. 생각보다는 그리 신통치 않은 성적을 거두면서 2부작으로 기획되었던 극장 아니메는 후속편 제작이 불투명해졌고, 원작자이자 프로듀서였던 희대의 풍운아 니시자키 요시노부가 자신의 배 '야마토'에서 실족사하면서 2010년을 마지막으로 야마토의 시계는 멈춰지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 뒤, 이 오래된 구식 우주전함은 다시 한 번 새로운 승무원들과 함께 우주로 향하는 또다른 항해에 오르게 되니 '우주전함 야마토 2199(2012)'가 바로 그것입니다.

☞ 야마토 2199 공식 홈페이지 (바로가기)

새로운 항해라 하지만, 야마토 2199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스토리는 74년 TV 시리즈를 다시 리메이크한 것인데요. 이는 키무라 타쿠야 주연의 2010년 실사영화와 동일한 전개이기도 합니다. 앞서 언급한 두 작품보다 늦게 개봉했지만 실제 이 야마토 2199는 이미 수차례의 제작시도를 거쳐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기획이 진행되어 왔다고 합니다. 원작자인 니시자키와 원작 만화가인 레이지의 길고긴 법정 다툼 끝에 2009년 극장판 부활편은 니시자키가 레이지와 그의 캐릭터 디자인을 모조리 들어내고 새로운 캐릭터로 승부를 걸었었는데요. 그렇다면 이 새로운 TV 시리즈는 아마도 니시자키가 아닌 레이지의 영향 하에서 진행되었던 프로젝트가 아닌가 싶습니다. (야마토 2199에 그의 캐릭터 디자인이 베이스가 된 걸 보면 말이죠)

캐릭터 디자인은 레이지의 캐릭터 디자인을 계승하기는 했지만 상당히 현대적인 컨셉으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다만, 시리즈의 실질적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오키타 쥬죠 함장의 경우는 원안 거의 그대로 그려지고 있구요. 이 밖에도 기관장인 토쿠가와, 군의관인 사도 선생과 같은 인물들도 원안에 비교해 거의 변화가 없습니다. 묘하게도 나이를 먹은 중장년급 캐릭터들은 원안 그대로, 신세대라 할 수 있는 청년 캐릭터들은 새로운 터치로 그려지면서 신구세대 간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올드팬들을 위해서 오키타 함장과 같은 캐릭터는 원안을 그대로 유지하되 신세대 팬들을 위해서 청년 캐릭터들은 요즘 추세에 맞는 터치로 그렸다고 봐야겠지요. 특히, 모리 유키 외에는 전부 남성으로 채워졌던 야마토의 남성중심적 세계관이 신 TV 시리즈에서는 변화를 맞이하여 유키 외에도 무려 4명의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게 되는데요. 이는 근래의 미소녀 위주의 아니메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제작사가 XEBEC과 AIC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럴 것이라는 예상도 되구요)

캐릭터 디자인은 이미 '우주해적 캡틴 하록 Endless Odyssey(2003)'에서 레이지의 캐릭터를 인상적으로 재해석한 유키 노부테루(結城信輝)가 맡았는데요. 그 때와 달리 이번에는 레이지의 느낌보다는 좀 더 요즘의 취향에 맞추려 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마도 기획 단계에 그런 식의 주문을 받았을 것으로 추측됩니다만, 그로 인해 특색은 사라진 다소 밋밋한 캐릭터가 되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제까지 유키의 필모그라피와 비교하면 그다지 인상적인 느낌이 아닙니다만, 그래도 유키가 그려서 이 정도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는군요. 다만 안타깝게도 실제 아니메에서는 작화감독이 다른 이유로 유키의 스타일이 그나마 더 반감되는 것 같아 보입니다. 


감독을 맡은 이즈부치 유타카(出渕裕)는 아시다시피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1988)' '기동경찰 패트레이버(1988)' 등으로 잘 알려진 일류 메카닉 디자이너입니다. 그는 이미 '라제폰(2002)'으로 제법 인상적인 연출 데뷔를 한 적이 있지요. 위키 재팬에 따르면 감독으로 추천받은 그는 자신보다는 안노 히데아키(이즈부치나 안노 모두 야마토의 열혈팬)를 감독으로 앉히고 자신은 그를 보조하는 역할로 머물기를 원했습니다만, 때마침 시작된 에반게리온 극장판 프로젝트 때문에 결국은 감독직을 수락했다고 합니다. 그는 총감독으로서 시리즈 구성과 메카닉 디자인에도 관여했는데요. 스토리보드와 연출 쪽은 '기동전사 건담 더블오(2007)', '투러브루(2008)' 등에서 연출 스탭으로 활약한 에노모토 아키히로(榎本明弘)나 가이낙스 출신으로 특촬물과 실사영화에서도 활약하고 있는 히구치 신지(樋口真嗣) 등이 이즈부치를 보좌하고 있습니다. 

메카닉 디자인은 이즈부치 외에도 '천공의 에스카플로네(1996)', '카우보이 비밥(1998)' 등으로 유명한 야마네 키미토시(山根公利)가 참여하고 있으며, '기동전사 Z 건담(1985)', '기동전사 ZZ 건담(1986)'의 메카닉 디자이너 였던 코바야시 마코토(小林誠)와 사야마 요시노리(佐山善則)도  디자인 스탭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함대전은 3D로 연출되고 있는데, 이 3D는 '기동전사 건담 MS IGLOO(2004)'를 연출했던 이마니시 타카시(今西隆志)가 담당하고 있군요. 음악은 오리지널 야마토의 음악을 맡았던 미야가와 히로시의 아들 미야가와 아키라(宮川彬良). 보시다시피 주요 스탭진의 면모는 꽤 비중있는 편입니다만, 이들 대부분이 야마토를 보고 자란 아니메 1세대에 해당하는 인물임을 볼 때 격세지감을 느끼게 합니다. 완벽히 새로운 세대에 의해 야마토가 다시 부활하는 셈인 것이죠. 아, 주제가 만큼은 사사키 이사오(ささきいさお)가 그대로 불러주시는군요. 하긴 일본의 올드팬들에게 이 부분은 꽤 크리티컬 부분일지도.

아쉬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마토의 구시대적인 내러티브는 야마토 2199에서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군국주의의 상징적 골동품 같은 야마토야 그렇다치더라도 민족주의적 정서가 깊게 베인 시놉시스, 과도한 비장미, 시대를 벗어난 장렬함, 카미카제식 희생에 대한 미화 등, 야마토가 간직하고 있는 부정적인 정서들은 사실 글로벌한 감성과는 거리가 멀 뿐더러 일본의 신시대들에게도 그다지 먹히지 않는 테마입니다. 과연 이러한 고정관념을 야마토가 얼마나 극복해낼지는 미지수, 아니 부정적으로 보이는군요. 오리지널 스토리를 거의 그대로 따라가면서 원작이 내포하고 있던 몇가지 모순점을 조정하고 스토리 템포를 변화시킨 것이 이번 야마토 2199의 큰 구성이기에 이러한 예상은 거의 틀리지 않을 듯 합니다. (실사판 야마토에서 보여준 전혀 공감되지 않는 비장미가 아니메에서는 그나마 덜 거슬리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좋아질 것 같지도 않을 듯)

야마토 2199는 3화까지를 극장을 통해 선행방송 형태로 상영한 후, 2013년부터 TV 시리즈로 방영을 한다고 합니다. 1화가 이미 4월에 개봉을 했고, 5월에 블루레이와 DVD로 릴리즈가 되었지요. 2화는 6월 30일에 개봉예정에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2008년 극장 아니메에 비해서는 나아진 모습으로 평가도 좋은 듯 싶은데요. 근래 들어 다시금 시작되는 아니메 마스터피스들의 부활 프로젝트가 일견 반갑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소재 고갈로 인해 한계에 다다른 아니메의 현실을 대변하는 듯도 합니다. 야마토가 부활을 했고, 건담도 부활 예정이니 다음에는 또 어떤 마스터피스가 부활 티켓을 예매할지 기대가 되는군요.

☞ 우주전함 야마토 시리즈 (보러가기)

ⓒ 宇宙戦艦ヤマト2199 製作委員会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宇宙戦艦ヤマト2199 製作委員会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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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지버스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시리즈>


신죽취물어 천년여왕 (1981), 新竹取物語 1000年女王 / Queen Millennia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정보>

◈ 원작: 마츠모토 레이지
◈ 감독: 니시자와 노부타카
◈ 연출: 니시자와 노부타카, 카사이 오사무, 카와다 타케노리 外
◈ 각본: 후지카와 케이스케, 타구치 시게미츠, 야마우라 히로야스
◈ 캐릭터 디자인/총작화감독: 카네모리 요시노리
◈ 메카닉 디자인: 이타바시 카즈미
◈ 미술감독: 츠지다 이사무
◈ 음악/노래: 우자키 류도, 아사카와 토모유키 / 하라 다이스케 (오프닝), 이시카와 마나미 (엔딩)
◈ 기획: 츠지야 토모죠, 요코야마 켄지, 코미나토 요우이치
◈ 제작사: 도에이 동화, 후지 TV
◈ 저작권: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 일자: 1981.04.16
◈ 장르: SF, 드라마, 모험
◈ 구분/등급: TVA (42화) / 초등학생 이상 관람가 (PG)


<시놉시스>

1,000년을 주기로 태양계를 찾아오는 유성이 1999년 9월 9월 9시 9분 9초에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엄청난 사실을 발견한 천문대는 대혼란을 우려해 사실을 당분간 숨기기로 한다.

천문대의 소장 아마모리 교수를 백부로 둔 하지메는 별을 관측하는 것이 취미로, 전자철공소(?)를 운영하는 아버지에게 천체망원경을 만들어 달라고 졸라 보지만, 천문대의 주문제작일로 바쁜 하지메의 아버지는 아들의 부탁을 들어줄 겨를이 없어 보인다. 마침내 완성된 천문대의 주문제작 부품. 그러나, 아마모리는 이것이 범상치 않은 위험한 물건임을 직감하게 된다. 한편,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던 하지메는 정체불명의 괴한이 집에서 뛰어 나가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의심할 겨를도 없이 들려오는 아버지의 외침. 곧이어 집은 하지메의 눈앞에서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산산조각 나고 만다. 폭발에 휘말려 정신을 잃는 하지메.

아마모리가 만든 부품은 무엇일까, 그리고 괴한의 정체와 폭발과는 과연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1999년 9월 9일 9시 9분 9초에 지구에 근접하는 저 유성은 하지메에게 닥친 시련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가. 이 모든 것은 하지메가 백부의 천문대에서 일하는 유키노 야요이를 만나면서부터 시작되려 하고 있다.


<소개>

개인적으로는 TV 시리즈의 똘망똘망한 천년여왕을 더 좋아라 한다.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1980년 산케이 신문에서 연재를 시작하여 정확하게 1,000 페이지로 연재를 완결한 작품. 후지 산케이 그룹 차원의 지원으로 산케이 신문에서 코믹스가 연재되고 후지 TV에서 TV 시리즈로 방영되었다. 당시 유행하던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과 같은 종말론과 맞물려 일본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많은 화제를 불러온 작품이기도 하다. ([4] 참조) 연재 당시에는 천년여왕의 외모가 메텔과 무척 흡사하였으나 TV 시리즈로 제작되면서 은하철도 999와의 차별화를 위해 동그란 눈을 가진 앳띄고 귀여운(?) 여인으로 다시 디자인된다. 마츠모토의 여성 캐릭터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아이라인이었는데, 개인적으로 TV 시리즈의 천년여왕은 그 눈이 매력적이지 않았나 생각된다.

부제인 신죽취물어(新 竹取物語)는 대나무에서 태어난 신비한 절세미녀 가구야히메가 지상에서 많은 일을 겪고 달로 돌아간다는 일본의 유명한 설화 죽취물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레이지버스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우주해적 캡틴하록(1978)'이나 '은하철도999 (1978)'보다 늦게 나온 작품이지만, 레이지버스 중에서는 가장 처음의 시간대에 위치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시작당시만 하더라도 레이지버스와의 교집합 측면이 그다지 두드러진 작품은 아니었으나 후일 메텔과 천년여왕의 관계가 등장하고 에메랄다스와의 이야기까지 추가되는 '메텔 레전드(2000)'나 '우주교향시 메텔(2004)'과 같은 최근 작품에 의해 그 세계관을 더 밀접하게 공유하게 된다.

지구와 충돌하는 혜성 라메텔의 천년여왕 유키노 야요이가 지구를 라메텔 성의 소유로 하기 위해 정체를 숨긴체 지구인들과 같이 생활하는 과정에서 지구와 지구인을 깊이 사랑하게 되고, 마침내 라메텔 성을 배반하고 지구인들을 구원하기 위해 앞장선다는 내용은 다분히 다크 히어로적인 측면을 갖고 있다. 천년여왕의 정체가 초반부에는 시청자에게 밝혀지지 않은체 또다른 수수께끼의 인물 천년도적이 등장하고 하지메와 천문대의 인물들이 천년도적을 적으로 인식하고 행동하는 전개는 다분히 서스펜스적 측면을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지구의 종말이라는 최대의 위기와 함께 역사의 뒷편에서 벌어지는 정체불명의 인물들과 사건들을 평범한 소년 하지메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작품인 셈이다.

당대의 인기작가 마츠모토 레이지 원작에 거대 미디어 그룹이 전면 지원에 나선 흥미로운 내용의 대작이었으나, 방영당시는 이미 '기동전사 건담(1979)'의 파급력이 아니메 전반에 걸쳐 진행되던 단계인지라 사이언스 픽션(SF)보다는 스페이스 판타지(SF)에 가까운 마츠모토식 스토리텔링은 과거처럼 큰 환영을 받지는 못했다. 이로 인해 52화로 예정되어 있던 TV 시리즈는 계획과는 달리 42화로 종결된다.

한국에서는 83년 MBC를 통해 방영되었으나, 일본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의 성격에 의해서인지 최종화까지 완결을 보지 못한체 종영되었다가 후일 명절을 통해 간간히 방영되며 어렵사리 완결까지 방영을 마치게 된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은하철도 999와 마찬가지로 김국환이 주제가를 맡아 불렀는데, 역시 원곡을 능가하는 애절한 멜로디와 창법으로 은하철도 999와 함께 한국 애니메이션 주제가에 한획을 그을만한 명곡이 아니라 할 수 없다.

천년여왕 Vol.1+2 합본 박스세트 (10disc) - DVD
DVD>애니메이션
배급 : 니시자와 노부타카
출시 : 2010.11.29
상세보기


천년여왕 극장판 (1982)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정보>

◈ 원작/기획/구성: 마츠모토 레이지 
◈ 감독: 아케히 마사유키
◈ 각본: 후지카와 케이스케
◈ 작화감독: 야마구치 야스히로
◈ 메카닉 작화감독: 카나다 요시노리
◈ 미술감독: 츠노다 코이치
◈ 음악/노래: 키타로 / 데라 세타카 (별하늘의 엔젤퀸)
◈ 제작 총지휘: 이마다 치아키
◈ 제작: 1000년여왕 제작위원회, 도에이 동화 (협력)
◈ 저작권: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 일자: 1982.03.13
◈ 장르: SF, 드라마, 모험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학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총집편 형태가 아닌 오리지널 극장판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작품으로, TV 시리즈와는 다른 별도의 스탭진에 의해 완성된 작품이다. 다큐멘터리 '실크로드'의 세계적인 전자음악가 키타로에 유명 팝가수 닐 세다카의 딸 데라 세다카가 주제가를 부르고, '1000년 여왕 선발대회'라는 이벤트까지 여는 등, 내외적으로 후지 산케이 그룹이 총력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다.([3] 참조) 게다가 같은 날에는 '기동전사 건담 III - 해후의 우주(1982)'이 개봉하여 천년여왕 극장판과의 일대 빅매치를 준비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흥행에서는 기동전사 건담에 밀리고 말았지만, 10억엔의 수입을 올리며 역대 일본 극장 만화영화 수입랭킹 92위에 해당하는 성적으로 그런대로 성공적인 마무리를 지었다. 동시에 이는 레이지버스의 몰락을 의미하는 전조이기도 했는데 실제로 같은 해 여름에 개봉된 캡틴 하록의 극장판 '내 청춘의 아르카디아호(1982)'는 저조한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이후 레이지버스 극장판이 '은하철도 999 이터널 판타지(1999)'까지 17년 동안 극장 만화영화로 제작되지 못하는 수모를 겪게 하기도 한다. (니시자키 요시노부 주도 하에 진행된 야마토 극장판은 레이지버스와는 별개의 작품으로, 비록 레이지가 원작에 참여하긴 했지만, 설정과 기획부터 모두 니시자키 요시노부에 의한 창작물이다. 물론, 저작권에 있어서는 둘의 공동창작물로 인정 받고 있다.)

극장판 개봉에 즈음해서는 천년여왕 유키노와 메텔과의 관계를 마츠모토가 공식적인 설정으로 설명하기도 하였다. 그동안 둘이 동명이인이 아니냐는 팬들의 추측에 대하여 마츠모토 레이지는 천년여왕과 메텔은 모두 프로메슘 여왕의 딸이라는 공식입장을 밝혔던 것이다. 거기에 더불어 여해적 퀸 에메랄다스와 메텔을 친구로 공식 설정하는 등, 그동안 입소문으로만 무성했던 레이지버스의 인간관계를 명시하면서 레이지버스를 둘러싼 여러 논란을 일단락시키게 된다. 허나, 2000년 들어 등장한 작품 메텔 레전드를 통해, 프로메슘이 곧 유키노 야요이이고 둘의 딸이 메텔과 에메랄다스라는 설정번복으로 다시 한 번 팬들에게 논란거리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레이지버스 전체 스토리 맥락상 후자의 설정이 보다 더 자연스럽지 않나 하는 생각이지만, 에메랄다스를 자매로 설정하면서 은하철도 999 TV 시리즈와의 모순점이 발생하는 등, 또다른 설정의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참고 사이트>

[1] 新竹取物語 1000年女王, Wikipedia Japan
[2] 꿈의 방랑자 Queen Millenia 홈페이지
[3] 1000년 여왕 1982 by 캅셀, 캡슐☺블로그: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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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지버스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시리즈>


은하철도 999 (1978), 銀河鉄道999 / Galaxy Express 999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정보>

◈ 원작: 마츠모토 레이지
◈ 총감독: 니시자와 노부타카
◈ 연출: 아키히 마사유키, 유야마 쿠니히코, 사카타 유우 外
◈ 각본: 야마우라 히로야스, 후지카와 케이스케, 요시다 요시아키
◈ 캐릭터 디자인: 아라키 신고, 코가와 토모노리
◈ 총 작화감수: 코가와 토노모리 (1~63화 / 74~88화), 코마츠바라 카즈오 (64~73화)
◈ 미술설정: 우라타 마타지
◈ 음악/연주/노래: 아오키 노조무 / 콜롬비아 심포닉 오케스트라 / 사사키 이사오
◈ 기획: 벳쇼 타카하루, 요코야마 켄지, 小湊洋市
◈ 제작사: 도에이 동화, 후지 TV
◈ 저작권: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 일자: 1978.09.14
◈ 장르: SF, 드라마, 모험
◈ 구분/등급: TVA (113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시놉시스>

은하계의 행성들이 우주를 달리는 특급열차 은하철도로 연결되어 있는 서기 2221년의 세상. 부유한 이들은 자신의 몸을 기계화한 속칭 기계인간이 되어 메가로폴리스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고 사는 반면, 기계인간이 되지 못한 가난한 진짜 인간들은 메가로폴리스 외곽의 빈민가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 가난한 인간들에게도 신분상승을 위한 하나의 희망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무료로 기계인간의 몸을 준다는 꿈의 행성 안드로메다. 다만, 이 안드로메다로 향하는 은하철도는 오로지 메가로 폴리스에서 출발하는 은하철도 999로, 이 999의 승차권 역시 가난한 이들에게는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빈민가에 살고 있는 철이(호시노 테츠로)와 철이의 엄마는 눈 내리는 어느날 밤 길을 가던 도중 나타난 기계백작의 일행의 습격을 받는다. 산 사람을 사냥하여 박제하는 것을 취미로 삼고 있는 끔찍한 기계백작에게 철이의 엄마는 그만 목숨을 잃게 되고, 어머니를 잃은 슬픔에 오열하던 철이는 정신을 잃고 한 여인에게 구조된다. 어머니를 닮은 아름다운 외모에 눈부시도록 긴 금발머리를 가진 여인 메텔은 철이에게 자신과 동행하는 조건으로 은하철도 999에 탑승시켜 주겠다는 제안을 하게 되고... 어머니의 몫까지 행복하게 살기 위해 기계의 몸을 갖기로 한 철이는 마침내 메텔과 함께 안드로메다로 향하는 긴 여정에 오르게 되는데... 


<소개>

마츠모토 레이지의 가장 큰 출세작이자 레이지버스의 정점에 올라있는 작품. 이 작품을 통해 마츠모토 레이지는 드디어 니시자키 요시노부의 품을 떠나 진정한 인기작가로 발돋움 했고, 레이지버스라는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하게 된다. '우주해적 캡틴 하록(1978)'과 함께 애니메이션을 위해 기획되었으나 역시 하록과 비슷한 이유(로봇 아니메가 아닌 SF 만화영화가 과연 TV 시리즈로 아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이유)로 한동안 애니메이션화되지 못했던 이 작품은, '우주전함 야마토 극장판(1977)'의 폭발적인 인기를 등에 업고 전면적으로 TV 시리즈로 기획된다.

기계화된 몸을 갖고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는 특권계급과, 원래 인간의 몸으로 기계인간들에게 핍박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로 나뉘어진 양극화된 시대배경은 당시 만화영화로서는 상당히 수준높은 설정이었다. 기계문명에 심취한 인간들의 말로를 그리는 것 뿐만 아니라 물질적인 부에 심취하여 인간성을 잃어가는 현대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는 사회풍자적인 면면도 눈에 띈다. 이러한 부조리함 속에서 자신의 처지를 극복하기 위해 그들과 같은 기계의 몸이 되기를 결심한 철이가 안드로메다로 향하는 여정에서 수많은 이들의 삶을 체험한 후 성장하여 스스로의 의지로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이야기는 이제까지의 레이지 작품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주제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행을 통해 성장하는 주인공 철이를 보살피는 작품의 상징이자 레이지버스의 상징인 메텔의 존재는 이제까지의 어떤 SF 애니메이션의 여주인공보다도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는데, 특히 동시기의 캡틴 하록이나 실버 선장이 아이들의 이상적인 남성상이자 아버지상이었다면, 메텔은 그와 반대로 이상적인 여성상이자 어머니상의 모습을 보여준 캐릭터라 할 수 있다. 따뜻하고 사려깊은 성격, 눈부신 미모, 그리고 베일에 쌓인 신비로운 모습 등 메텔은 레이지버스의 여성상을 집대성한 인물로, 당시 청소년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 것이다.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성장하는 당시의 아니메 세대에 있어서 메텔이라는 여성 캐릭터의 등장은 실로 적절한 타이밍이었으며, 만화영화가 어린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는 것을 입증한 레이지버스의 작품을 통해 메텔이나 하록과 같은 성인 캐릭터들은 70년대 후반부 들어 부쩍 그 존재감을 발휘하게 된다.

작품의 성숙하고 깊이있는 스토리텔링 외에 999가 보여준 매력은 레이지버스라 일컬어지는 레이지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다른 작품들과 999와의 접점에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에피소드였다. 시리즈 중반에 까메오로 출현하게 되는 여해적 에메랄다스와 메텔의 이야기나, 철이에게 큰 영감을 주고 홀연히 자취를 감추는 사나이의 로망 캡틴 하록, 그리고 전 우주에 4자루 밖에 없다고 전해지는 전사의 총에 관한 이야기 등, 매력적인 이야기들로 인해 작품에 대한 상상력의 나래를 더더욱 펼 수 있는 여러가지 이야기거리를 만들어 주었다. 특히, 아름다운 겉모습 속에 감춰진 메텔의 진짜 정체에 관해 시청자들의 큰 궁금증을 유발하게 만드는 암시와 에피소드가 자주 등장하는데, 현재까지도 메텔의 정체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체 팬들로부터 다양한 이야기거리를 만들어내는 이슈가 되고 있다.

또한, 메텔의 수영복 씬이나 누드 씬 등 당시 일본 TV 만화영화에서도 상당히 이례적인 장면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비록 코믹스에 비해 상당히 순화되기는 했어도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는 어린이 만화영화에서 성적 상상력을 자극시킨 작품이라는 일부의 비평에 있어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편이기도 하다. (물론, 레이지의 이러한 묘사는 나가이 고의 노골적이고 반사회적인 그것에 비하면 얌전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성숙한 여인으로서의 매력에 필연적으로 따라오게 되는 성적 판타지의 대상으로서도 메텔은 오랫동안 청소년들에게 회자되어온 것이다.

첫 회 시청률이 15.5 %로 시작하여 최고 시청률이 22.8%에 달하는 등, 작품은 첫 방영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레이지가 참가한 작품으로 'SF 서유기 스타징가(1978)'에 이어 연속적인 성공이었는데, 특히 본격적인 레이지버스의 작품으로서는 은하철도 999가 첫 히트작인 셈이다.(하록 선장은 지금의 유명세와는 달리 시청률은 그닥 좋지 못했다.) 은하철도 999가 레이지버스의 대표작이자 그 신호탄이 되었던 셈이다.

한국에서는 2년 뒤인 81년 MBC를 통해 방영하게 된다. 식목일 특집으로 방영('푸른하늘 은하수'라는 기가막힌 네이밍 센스로 방영. 아마, 당시 방영한 에피소드는 1편과 12편인 화석의 전사편을 연결하여 방영한 것으로 기억된다.)한 것이 기대 이상의 인기를 얻자 반년 뒤인 10월부터 일요일 아침에 정식으로 방영되었다. ([6] 참조) 당시 이 999를 보기 위해 아이들은 일요일 아침에도 불구하고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으며, 종교행사를 가야하는 일부 아이들 중에는 999를 보는 것으로 인해 부모님과 일대 신경전이 벌어질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도.

(다음 내용은 페니웨이님의 은하철도 999 블루레이 리뷰에 실린 내용을 참고로 하여 수정하였습니다.)
한국의 최초 방영은 81년 식목일 특집으로 방영되었다는 설이 그동안 위키피디아를 비롯한 여러 경로를 통해 정설처럼 전해져왔으나, '페니웨이™의 In This Film'의 운영자 페니웨이님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이는 정확한 근거가 없는 이야기로 보여진다. 실제로 엘로스도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를 통해 경향신문, 동아일보, 매일경제의 81년 4월 5일 방송편성표를 보았으나 은하철도 999는 커녕 아예 만화 프로그램이 편성되어 있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신문을 통해 은하철도 999가 방영되었다는 흔적은 81년 10월 4일이 현재로선 최초로 보인다. 다만 글쓴이의 경우, 에피소드 12,13화인 화석의 전사편을 1화 뒤에 바로 본 기억이 남아 있는데, 페니웨이님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MBC는 10월 4일 은하철도 999 1, 2화를 연속방영한 뒤, 일주일 뒤인 11일에 화석의 전사편을 방영하게 된다. 아마 엘로스의 기억은 이것에서 연유한 것으로 짐작된다. 은하철도 999의 정규방송은 82년 1월 2일부터 다시 시작된다. 현재로선 식목일 방영설이 설득력이 없는 정보라 할 수 있다.

☞ [블루레이] 은하철도 999 극장판 박스셋 - 안녕, 내 청춘의 환영이여 by 페니웨이 (바로가기)

한국판의 방영 초기 주제가는 '눈물실은 은하철도'로 번안곡이 아닌 독자적인 곡이었는데, 애절한 멜로디와 김국환의 절절한 창법이 어우러져 엄마를 잃고 먼 여행을 떠나는 소년의 감정을 실로 기막히게 표현해낸 원 주제가 이상의 아우라를 들려주었다. 다만, 주제가가 지나치게 우울하다는 지적에 의해 이 곡은 일본 주제가의 번안곡으로 바뀌어졌으며,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은하철도 999의 주제가가 되시겠다. 비록 번안곡이었지만 이 곡 역시 김국환의 목소리와 완벽한 싱크로를 선보이며, 만화영화 주제가로서 영원히 사랑받는 곡이 되었다. 하지만, 이 곡에 얽힌 뒷 사연은 그리 개운치만은 않았으니 궁금하신 분은 [6]에 링크되어 있는 한국판 위키피디아 내용을 참고하시길.

☞ 애니메이션 인물열전: 소년시절의 연인, 청춘의 환상 메텔 (보러가기)


은하철도 999 극장판 (1979)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정보>

◈ 원작/감수: 마츠모토 레이지 / 이치카와 콘 (영화감독)
◈ 감독: 린 타로
◈ 각본: 이시모리 시로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코마츠바라 카즈오
◈ 미술감독: 무쿠오 타카무라
◈ 음악/노래: 아오키 노조무 / 고다이고
◈ 기획/제작 총지휘: 아루가 켄, 타카미 요시오 / 이마다 치아키 
◈ 제작사: 도에이 동화
◈ 저작권: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 일자: 1979.08.04
◈ 장르: SF, 드라마, 모험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은하철도 999의 극장판은 이례적으로 TV 시리즈와 동시에 기획되었으며, TV 시리즈의 총집편이 아닌, 별도의 이야기로 진행되었다. 이것은 당시 극장판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케이스로, 도에이 동화의 A형 극장판이 막을 내리고 일본 오리지널 아니메와 TV 시리즈가 그 바톤을 이어받은 후, 대부분의 극장판은 모두 TV 시리즈의 총집편이거나 스페셜 시리즈의 형태를 지닌 부가적인 작품에 그치고 있었던 것에 비해, 이 999 극장판은 극장 상영을 위해서 별도로 기획되고 제작된 작품인 것이다. 내용 자체는 TV 시리즈의 도입부와 결말을 비슷하게 따라가고 있지만, 달라진 캐릭터 디자인과 새로운 인물들의 등장과 함께 TV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었다.

극장판의 감독은 린 타로가 맡았다. 캡틴 하록을 통해 도에이의 이마다 치아키 사장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그는, 이 999에서 TV 시리즈가 아닌 극장판 감독으로 낙점받게 된다. 또한, 캡틴 하록에서 린 타로와 멋진 하모니를 보여주었던 작화감독 코마츠바라 카즈오와 미술감독 무쿠오 타카무라를 모두 기용함으로써 대작 극장판에 어울리는 위용의 스탭진을 갖추게 된다. 원작 스토리를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항상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구성하는 린 타로는 이 극장판에서도 자신의 작품 세계를 유감없이 드러내는데, 먼저 10대 초반의 어린 나이로 설정되었던 TV 시리즈의 철이를 10대 후반의 청소년으로 설정하고(게다가 외모도 보다 더 사람에 가깝게... 바꾸어 주셨다.), 거기에 자신이 연출했던 캡틴 하록의 주인공 하록과 아르카디아호를 카메오로 참여시켜 극적인 효과를 부여하는 등, 원작자인 레이지보다 더 레이지버스의 캐릭터들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게 된다.

TV 시리즈와 동시에 기획되어 TV 시리즈가 완결되기도 전에 개봉된 이 극장판은 TV 시리즈나 원작보다 먼저 자신만의 결말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원작자인 마츠모토와의 또다른 충돌이 우려되기도 하였으나 결과적으로는 무난하게 넘어갔다. 어찌보면 TV 시리즈는 최대한 원작의 분위기대로 연출하고, 극장판은 감독의 의견이 적극 반영된 실험적인 결과물이 나오길 바랬던 도에이 수뇌부의 기획이었을 듯 싶기도. 이러한 시도는 대단한 성공으로 귀결되는데, 79년 개봉당시 16억5천만엔이라는 흥행수입을 벌어들이며, 실사영화를 모두 제치고 그해 일본영화 흥행랭킹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게 된다. 만화영화가 실사영화를 누른 것은 이 999가 최초였으며, 이것은 야마토 극장판과 함께 레이지버스의 이야기가 성인들에게도 공감될 정도의 내러티브를 갖추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린 타로의 스승이었던 테즈카 오사무가 지향했던 또하나의 목표, 즉 성인들도 즐길 수 있는 만화영화인 '아니메라마'라는 고지에 린 타로는 999로서 도착한 것이었다. (테즈카 오사무는 디즈니 수준의 만화영화와 함께 영화 수준의 만화영화라는 두가지 명제를 꿈꾸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일본의 유력한 영화잡지 키네마 준보에서 그해 베스트 17위로 꼽는 등, 999 극장판은 만화영화의 범주가 아닌 영화의 범주에서 평론가들과 관객들에게 인정받게 된다. 그리고, 원작자의 네임밸류에 따라 작품을 평가하던 당시의 만화영화 풍토에서 린 타로는 최초로 만화영화 감독의 네임밸류로 작품을 가늠하게 되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게 된다. 즉, 최초로 일반인들이 알게 된 애니메이션 연출가가 되는 것이다.

라스트 엔딩 역시 일본 만화영화사상 잊혀지지 않는 명엔딩 중 하나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철이에게 이별의 입맞춤을 하고 떠나는 메텔. 기적 소리를 울리며 아련하게 떠나가는 999를 바라보며 나레이션이 들려온다. (TV 시리즈의 에피소드별 엔딩에서도 항상 들려오는 이 나레이션 역시 개인적으로는 한국판 나레이션 쪽이 더 느낌이 좋다는데 점수를 주고 싶다.) 

'이제 젊은이의 추억을 싣고 기적이 운다. 이제 젊은이의 추억을 싣고 기차는 간다.
하나의 여행이 끝나고 다시 하나의 새로운 여행이 시작된다. 
안녕, 메텔. 안녕, 은하철도 999.

안녕, 내 어린 시절아.'


이어서 시작되는 고다이고의 엔딩 테마는 기막힌 싱크로로 극장판의 대미를 장식한다. 소년들의 연인이며 우리 청춘의 환상인 메텔의 퇴장과 함께 마침내 시대는 80년대로 넘어가게 된다.


은하철도 999, 유리의 클레어 (1980)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정보>

◈ 감독: 니시자와 노부타카
◈ 작화감독: 코마츠바라 카즈오
◈ 음악/노래: 아오키 노조무 / 사사키 이사오
◈ 제작사: 도에이 동화
◈ 저작권: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 일자: 1980.03.15
◈ 장르: SF, 드라마, 모험
◈ 구분/등급: 특별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TV 시리즈 초반부에 등장한 은하철도 999의 승무원 클레어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단편 스페셜. 도에이 만화축제 중에 개봉되었다. 영원한 생명을 얻어 온몸이 유리로 변한 클레어의 가슴 아픈 이야기는 단편 에피소드였음에도 은하철도 999의 주제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후 이 이야기는 뮤지컬로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당시 클레어역에는 강수지가 그 역할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안녕, 은하철도 999 - 안드로메다 종착역 (1981)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정보>

◈ 원작/구성: 마츠모토 레이지
◈ 감독: 린 타로
◈ 각본: 야마우라 히로야스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코마츠바라 카즈오 
◈ 미술감독: 무쿠오 타카무라
◈ 원화: 카나다 요시노리, 야마구치 야스히로, 키노시타 유키 外
◈ 음악/노래: 쇼지 오사무 / 메리 맥그리거 
◈ 기획/제작 총지휘: 아루가 켄, 타카미 요시오 / 이마다 치아키 
◈ 제작사: 도에이 동화
◈ 저작권: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 일자: 1981.08.01
◈ 장르: SF, 드라마, 모험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첫번째 극장판 이후 2년만에 다시 찾아온 두번째 극장판은 메텔과 헤어진 철이의 다음 이야기로 은하철도 999의 진정한 엔딩을 장식하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당시 방영을 시작한 천년여왕과 메텔과의 관계, 여해적 퀸 에메랄다스와 메텔의 관계, 기계제국의 탄생배경 등, 이제까지 레이지버스에서 숱하게 제기되었던 문제점이 이 극장판에서 그 전모를 드러낸다.

메텔의 어머니인 프로메슘이 천년여왕인 야요이의 어머니이기도 하다는 설정은 당시 많은 팬들에게 화제를 몰고 왔다. 또한, 이제까지 그 존재가 언급되지 않았던 철이의 아버지 파우스트의 등장으로 메텔이 철이를 데리고 안드로메다의 여행길에 오른 당위성을 설명하려는 등, 레이지버스에서 제기되어왔던 설정상의 오류를 바로 잡으려한 흔적이 엿보인다. 그러나, 애초에 뚜렷한 설정이 잡히지 않은체 작품이 진행된 데다가 여러 감독의 손을 거치면서 설정의 일부가 재해석되는 등의 이유로 인해 여전히 설정 상에는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존재하고 있다.

전편을 능가하는 퀄리티와 많은 의문점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 두번째 극장판의 흥행수입은 11억 5천만엔으로 흥행에는 성공하였으나 전편만은 못했다. 그것은 이미 80년도에 기동전사 건담이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극장판이 개봉되는 등 아니메의 환경이 급변한 현실을 보여준 사례가 아닐까 싶다. (이 극장판의 개봉 한달 전인 7월부터 건담의 두번째 극장판이 개봉되고 있었다.) 그러나, 높은 완성도와 작품자체가 갖고 있는 명성으로 인해 건담의 후폭풍 속에서도 선전을 펼쳤으며, 이듬해인 3월에 개봉된 '천년여왕(1982)'에서도 여전히 녹슬지 않은 명성을 보였던 레이지버스는 같은 해 7월 '내 청춘의 아르카디아호(1982)'의 흥행참패로 한동안 극장가에서 그 모습을 보이지 못하게 된다.

90년대 들어 다시 은하철도 999 이야기가 재개되지만 시간 상으로는 이 극장판이 가장 나중의 일을 다루고 있기에 현재까지는 은하철도 999의 결말을 다룬 작품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은하철도 999 이터널 판타지 (1998)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정보>

◈ 원작/총설정: 마츠모토 레이지
◈ 감독: 우다 코노스케
◈ 각본: 타케가미 쥰키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카가미 타카히로
◈ 미술감독: 유키 신조
◈ 음악/노래: 타나카 고헤이 / ALFEE
◈ 제작사: 도에이 동화
◈ 저작권: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 일자: 1998.03.07
◈ 장르: SF, 드라마, 모험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두번째 극장판인 '안녕, 은하철도 999' 이후 무려 17년만에 등장한 은하철도 999의 후속편. 시간상으로는 안드로메다에 도착한 철이가 메텔과 헤어진 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두번째 극장판과 같은 시간대의 이야기이지만, 이 이터널 판타지는 TV 시리즈의 엔딩을 이어간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캐릭터 디자인도 극장판이 아니라 TV 시리즈의 그것과 동일하다.

극장판이지만 한 시간 정도의 분량으로 제작하여 몇 부작으로 개봉할 요량이었던 것 같다. 다만 문제는 흥행에 있었는데, 제작사인 도에이 동화의 기대치보다 훨씬 못미치는 저조한 흥행성적으로 인해 이 작품은 더 이상의 이야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1부로 제작이 종결되고 만다. 이후, 도에이 동화는 한 때 자신들의 대표적 타이틀이기도 한 레이지버스의 제작에서 손을 떼게 되고(추측이지만, 까질한 레이지 옹이 도에이와 결별을 선언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후 레이지버스는 도에이 동화의 손을 떠나 다른 안식처를 찾게 된다.


메텔 레전드 (2000), メーテルレジェンド / Maetel Legend


ⓒ MATSUMOTO LEIJI · TSUBURAYA Creative · ART Collection House · AVEX

<정보>

◈ 원작/총설정/감수: 마츠모토 레이지
◈ 감독: 요코다 카즈요시
◈ 각본: 카미오 무키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시마즈 이쿠오
◈ 메카닉 디자인: 이타바시 카츠미
◈ 미술감독: 阿部泰三郎
◈ 음악: 아마노 마사미치
◈ 제작사: 베가 엔터테인먼트, 츠부라야 영상
◈ 저작권: ⓒ MATSUMOTO LEIJI · TSUBURAYA Creative · ART Collection House · AVEX
◈ 일자: 2000.X.X
◈ 장르: SF, 드라마, 모험
◈ 구분/등급: OVA (2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이터널 판타지의 흥행참패로 한동안 주춤했던 은하철도 999의 부활 프로젝트는 21세기의 시작과 더불어 다시 불이 붙기 시작했다. 레이지버스의 세계관의 중심에 있는 은하철도와 메텔의 이야기, 그 중에서도 메텔의 과거는 설정상에 많은 오류를 갖고 있었고, 레이지는 새로이 시작된 은하철도 부활 프로젝트를 통해 바로 이 레이지버스의 오류를 바로잡기를 원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새로이 시작된 은하철도의 이야기가 바로 메텔의 어린 시절을 다룬 메텔 레전드이다.

이 작품은 이제까지 은하철도 999의 주소재라 할 수 있는 은하철도와 주인공 철이를 배제하고 메텔과 에메랄다스를 주인공으로 한 프리퀄 형태의 작품이다. 이로 인해 타이틀 자체도 메텔 레전드로 붙여지게 된다. 메텔과 그녀의 언니인 에메랄다스가 아직 어린 나이일 때 어머니인 프로메슘과 함께 라메텔에서의 생활을 다룬 이 작품은 말 그대로 그녀의 어머니인 프로메슘이 어찌하여 기계인간이 되었고, 메텔의 어린 시절은 어떠했는지를 다루는 이야기라 하겠다. 특히, 에메랄다스를 메텔의 언니로, 프로메슘이 바로 천년여왕이라는 파격적인 설정을 선보이게 된다. 이것은 이전 시리즈에서의 설정을 레이지 스스로 뒤엎은 결과로, 이전 시리즈에서 천년여왕과 메텔은 프로메슘의 딸이며, 에메랄다스는 메텔과 친구 관계였었다.

천년여왕의 원 성우인 한 케이코가 프로메슘 역을 담당하는 등, 올드팬들에게는 반가운 점도 있지만, 비주얼 등에서는 이질감이 느껴지는데다가 유려한 선이 사라진 투박한 터치로, 작품 외적으로도 아쉬운 점이 눈에 띈 작품이다.


은하철도 이야기 (2003), 銀河鉄道物語 / Galaxy Railways


ⓒ 松本零士/プラネット・銀河鉄道管理局

<정보>

◈ 원작/총설정/디자인: 마츠모토 레이지
◈ 감독: 니시모토 유키 (1기)
    토미나가 츠네오 (2기)
    오오바 히데아키 (OVA)
◈ 각본: 소노다 히데키 (1기)
    야마다 야스노리 (2기) / 
    하세가와 나호코 外 (OVA)
◈ 캐릭터 디자인: 키자키 후미노리, 타케다
    이츠코 (1기) / 칸노 아키라 (2기)
    치바 미치노리 外 (OVA)
◈ 메카닉 디자인: 와타나베 코지 (1기) /
    미네기시 타츠미 外 (2기) /
    이시노 사토시 外 (OVA)
◈ 미술감독: 우미노 요시미 (1기, 2기) /
    水谷利治 (OVA)
◈ 음악: 아오키 노조무
◈ 기획/제작: 콘 히로시
◈ 제작사: BS FUJI, 은하철도 관리국 (1기) /
    CBC, 은하철도 이야기 프로젝트 (2기) /
    COMMON WEALTH Entertainment (OVA)
◈ 저작권: ⓒ 松本零士/プラネット・銀河鉄道管理局 (1기) / ⓒ 松本零士/銀河鉄道物語プロジェクト (2기)
◈ 일자: 2003.10.04 (1기) / 2006.10.04 (2기) / 2007.01.24 (OVA)
◈ 장르: SF, 드라마, 모험
◈ 구분/등급: TVA & OVA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마츠모토 레이지의 만화가 데뷔 50주년 기념으로 만들어진 작품. 이번에는 은하철도 999의 메인 소재인 은하철도와 그 시스템을 가져오되 중심인물인 철이와 메텔 등을 모두 제외시키고 새로운 인물들의 이야기로 꾸려가는 스핀 오프 형태의 작품이 되었다. 그러나, 메텔과 철이를 제외하면서 오히려 구태의연한 이야기가 아닌 신선한 등장인물들에 의한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인 점은 원 시리즈와는 별개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1기는 26화까지 방영되었으며, 3년 뒤인 2006년에 다시 26화 분량의 2기가 방영되었다. 이듬해인 2007년에는 총 4화의 OVA로 발매되기도 했다.


우주교향시 메텔 (2004), 宇宙交響詩メーテル / Space Sympony Maetel


ⓒ MATSUMOTO LEIJI · SHOGAKAN · TSUBURAYA Entertainment

<정보>

◈ 원작/총설정/감수: 마츠모토 레이지
◈ 감독: 마사키 신이치
◈ 시리즈 구성/각본: 카미오 무기
◈ 캐릭터 디자인: 마스나가 케이스케
◈ 메카닉 디자인: 이타바시 카츠미, 타무라 카츠유키
◈ 음악: 하카세 타로
◈ 기획/제작: 콘 히로시
◈ 제작사: 츠부라야 엔터테인먼트, 조이 스퀘어, AVEX
◈ 저작권: ⓒ MATSUMOTO LEIJI · SHOGAKAN · TSUBURAYA Entertainment 
◈ 일자: 2004.08.06
◈ 장르: SF, 드라마, 모험
◈ 구분/등급: TVA (13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OVA '메텔 레전드'의 속편격인 작품. 메텔 레전드가 어떻게 하여 프로메슘이 기계인간이 되었는지를 다루었다면, 이번 편에서는 프로메슘이 서서히 인간성을 잃고 사악한 기계인간으로 변하는 과정과, 메텔이 은하철도 999를 타게 되는 이유, 그리고 철이를 데려오게 되는 이유 등을 이야기한 작품이다.

그동안 까메오로만 줄곧 얼굴을 내밀던 하록과 토치로, 그리고 메텔의 언니로 그 비중의 훌쩍 커진 에메랄다스 등이 등장하여 그들의 과거의 인연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흥미롭다 하겠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하록은 애꾸눈이 아니라든지 천년여왕 방영시 이미 죽음을 맞이한 천년여왕의 어머니 라레라의 등장이라든지 여러 부분에서 또다른 설정상의 오류를 만들어내고 있다.

해설을 맡은 나이 든 메텔 역을 메텔의 원년 성우인 이케다 마사코가 맡은 것은 팬들에게 있어서는 또다른 매력일 듯 싶다. 애잔한 선율과 함께 레이지버스의 캐릭터들이 총출동하는 드라마틱한 오프닝 영상은 추억과 현재를 이어주는 묘한 감동을 선사하지 않았나 싶다.


<참고 사이트>

[1] 銀河鉄道999, Wikipedia Japan
[2] 銀河鉄道999_(アニメ), Wikipedia Japan
[3] メーテルレジェンド, Wikipedia Japan
[4] 銀河鉄道物語, Wikipedia Japan
[5] 宇宙交響詩メーテル 銀河鉄道999外伝, Wikipedia Japa
[6] 은하철도 999, 위키피디아
[7] 은하철도 999(銀河鉄道999) 1979 1981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8] 은하철도 999 - 유리의 클레어(銀河鉄道999 ガラスのクレア) 1980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9] 은하철도 999,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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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서유기 스타징가 (1978), SF 西遊記 スタージンガー / Starzinger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정보>

◈ 원작/감수: 마츠모토 레이지 / 이시카와 에이스케 (SF 서유기 원작자)
◈ 총감독: 세리카와 유고
◈ 연출: 세리카와 유고, 모리시타 코죠, 후쿠시마 카즈미, 미야자키 카즈야 外
◈ 각본: 타무라 타츠오, 토미타 스케히로, 마지마 미츠루
◈ 캐릭터 디자인: 스다 마사미
◈ 작화감독: 스다 마사미, 우치야마 마사유키, 스즈키 야스히코 外
◈ 미술감독: 이토 이와미츠
◈ 음악/주제가: 키쿠치 슌스케 / 사사키 이사오 (노래)
◈ 기획: 벳쇼 타카하루 外 
◈ 제작사: 도에이 동화, ADK, 후지 TV
◈ 저작권: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 일자: 1978.04.02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TVA (73화)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머나먼 미래, 은하계는 지금 스페이스 몬스터에 의해 대혼란에 빠져 있다. 스페이스 몬스터는 원래 평화로운 보통 생명체였으나 은하계 중심에서 전파되는 갤럭시 에너지가 약화되면서 괴물로 변한 것이다. 이는 갤럭시 에너지의 원천으로 지구에서 3만 광년이나 떨어진 은하계의 중심 대왕성의 여왕이 노쇄하여 힘을 잃었기 때문으로, 갤럭시 에너지를 부활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여왕과 같은 힘을 지닌 인물이 여왕의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다. 지구의 키티 박사는 여왕을 대신할 인물로 몰락한 달왕국의 공주 오로라를 지명하고, 태양계를 지킬 막중한 임무를 지고 오로라 공주는 대왕성으로 향할 것을 결심한다.

하지만, 악명 높은 스페이스 몬스터들이 활개치는 우주는 연약한 여성에게는 너무나 위험한 곳이다. 이에 키티 박사는 돗지 조교수가 만들어낸 최강의 사이보그 손오공(일본명 장쿠고)을 그녀의 호위로 삼으려 한다. 강력한 사이보그이지만 은하계 최고의 말썽꾼이자 망나니인 손오공은 키티 박사에 의해 달의 폐허에 유폐되어 있는 상황. 손오공을 만나기 위해 오로라 공주는 퀸 코스모스와 함께 달로 향하지만, 스페이스 몬스터들의 습격으로 위기에 처하게 된다. 손오공이 갖혀 있는 에너지 감옥 앞에 가까스로 도착한 오로라, 그녀의 아름답고 가녀린 모습에 마음이 움직인 손오공은 과연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오로라를 구해낼 수 있을 것인가.


<소개>

마츠모토 레이지 원작의 스페이스 모험 판타지. 애초부터 TV 시리즈로 기획된 이야기로, 마츠모토 레이지의 세계관을 의미하는 속칭 레이지버스에는 포함되지 않는 별도의 작품이다. 작품의 성격도 선굵고 비장미 가득한 레이지의 일련의 작품에 비해 아동용 모험 드라마의 성격이 강하다. 이 작품 역시 마츠모토 레이지의 캐릭터만을 빌려온 도에이 동화의 기획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우주해적 캡틴하록(1978)'이 방영을 한지 불과 한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후지 TV를 통해 전파를 탄 작품으로, 당시 마츠모토 레이지의 캐릭터가 만화영화계에 큰 이슈임을 증명하는 하나의 사례가 아닐까 싶다. 같은 해 8월에는 극장에서 '안녕, 우주전함 야마토 - 사랑의 전사들(1978)'이 개봉되고, 9월에는 '은하철도 999(1978)'가 방영을 시작하게 되니 TV에는 온통 마츠모토 레이지의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있던 셈이다. 이것은 레이지가 실제 제작진이 아닌 원작자로서 대부분의 작품에 참여하는 형태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작품은 이러한 작품들 중에서도 '혹성로보 당가드 에이스(1977)'와 함께 레이지의 색체가 그리 크지 않은 작품이다. 아동용 모험 액션물의 성격을 띈 것 자체가 마츠모토 레이지의 스타일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데, 이런 이유에서인지 레이지 자신은 이 작품을 그다지 달가워 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실제 원작은 이시카와 에이스케의 'SF 서유기'이지만, 이것도 거의 모티브만 따왔을 뿐 이야기는 별개의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로봇 아니메에서 도에이의 영향력이 생각 외로 저조해지는 70년대 말에 도에이가 마츠모토 레이지의 네임밸류를 적극 활용하여 여러 장르를 시도하는 과정 중에 생긴 도에이식 히어로 액션물로 볼 수도 있다. (서유기를 모티브로 한 스타징가 다음 작품이 아서왕의 전설을 모티브로 한 '원탁의 기사 이야기, 불타올라라 아서(1979)'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서유기를 모티브로 삼고 있는데, 살생을 원치않는 자애롭고 인자한 삼장법사를 청순가련의 여인 오로라 공주로 바꾸어 캐릭터성을 대폭 강화하였다. 비록 이 오로라 공주의 캐릭터는 현재의 관점에서는 수동적이고 평면적인 캐릭터이지만, 레이지의 특유의 가련하고 신비한 여성 캐릭터로 인해 신비감이 극대화된, 남성의 로망으로 자리하게 된다. 작품 내에서 손오공과 저팔계, 사오정이 꼼짝 못하는 것이 이해가 갈 정도. 가녀린 몸매, 긴 금발머리와 깊고 푸른 큰 눈, 거기에 남자들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짦은 미니스커트까지 입었으니 꼼짝할 수 있는 남자들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일단, 엘로스는 꼼짝 못했다.)

손오공은 실제 작품에서는 장쿠고로, 한국어로 풀이하면 장공오라는 이름인데, 오공이라는 이름을 거꾸로 썼음을 알 수 있다. 저팔계는 돈팔계, 사오정은 사정오 등 신선하지는 않지만 네이밍에서도 나름 신경쓴 흔적을 볼 수 있다. 이들 삼인이 각자의 1인용 비행정을 타고 우주를 누비며 스페이스 몬스터들과 싸우는 전형적인 스페이스 판타지 액션물이라는 설정은 로봇 아니메는 아니였지만 캐릭터적 매력은 충분했던 셈이다. 특히, 손오공의 아스트로봉(여의봉)이나 스타크로(근두운), 오로라 공주 일행의 모선인 퀸 코스모스 등 완구로서의 매력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고 보여진다.

이 시기에는 공교롭게도 닛폰 TV에서 드라마 서유기가, TBS에서는 인형극 서유기가 방영되는 등 ([1] 참조), 일본 내에서 서유기의 인기가 큰 시기였던 터인지라 인기작가인 레이지의 캐릭터에 스페이스 판타지가 결합된 스타징가는 좋은 반응을 얻게 된다. 스토리 자체가 드라마성보다는 액션과 모험에 중점을 둔 아동용 작품이다보니 다른 작품에 비하여 진입장벽이 높지 않았던 것도 하나의 이유인 듯.

기대 이상의 인기로 인해 64화를 마지막으로 대왕성의 여정이 끝난 스타징가는 '스타징가 II'라는 이름으로 다시 2기가 방영을 시작한다. 2기라고는 하지만, 65화부터 73화까지 9화만 방영된 형태이기에 정확히는 연장방영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지 않나 싶다. 아마도 당시 은하철도 999가 방영되는 상황이었기에 스타징가를 굳이 더 제작할 이유가 없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2기에서는 손오공이 울트라맨처럼 거대화되어 싸우는 등, 나름의 변화노선도 가해지고 있다.

손오공 일행과 오로라 공주 외에도 손오공의 라이벌인 남장여자 전사 베라미스도 강렬한 매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베라미스의 경우는 수동적이고 매번 도움만을 받던 오로라 공주와는 달리 능동적이고 강인한 현대적인 여성상을 보여주었는데, 그 마지막마저 드라마틱하여 일부 팬들 중에는 스타징가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로 꼽기도 한다. 베라미스나 오로라 공주는 주인공인 손오공과의 로맨스 라인이 살짝 드러나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모험 액션물의 성격을 가진 작품이다보니 이러한 것들이 크게 부각되지는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다시 한 번 멋지게 리메이크 해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작품들 중 다섯손가락 안에 꼽는 작품이기도.

국내에서도 방영되어 큰 인기를 끌었는데, 진주햄 소시지의 캐릭터로 등장하는 등 로봇 아니메 못지 않은 인기를 보여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소시지의 브랜드명은 작품의 원제인 스타징거였던 것으로 기억이...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 스타징가에 관한 괜찮은 리뷰 보러가기: SF서유기 스타징가(SF西遊記スタージンガー)(1978) 오로라 공주와 별나라 손오공 by 키웰


<참고 사이트>

[1] SF西遊記スタージンガー, Wikipedia Japan
[2] SF西遊記・スタージンガー, Toei Animation
[3] Starzinger, Wikipedia
[4] Science Fiction Saiyuki Starzinger (TV), ANN
[5] SF 서유기 스타징가(SF西遊記スタージンガー) 1979 by 캅셀, CAPSULE 블로그: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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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지버스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시리즈>


ⓒ MATSUMOTO LEIJI · VAP · NTV

 

우주해적 캡틴하록 (1978), 宇宙海賊キャプテンハーロック/ Captain Harlock


ⓒ MATSUMOTO LEIJI, TOEI Animation


<정보>

◈ 원작: 마츠모토 레이지
◈ 감독: 린 타로
◈ 각본: 우에하라 쇼조, 야마자키 하루야
◈ 캐릭터 디자인: 코마츠바라 카즈오
◈ 작화감독: 코마츠바라 카즈오, 쿠보타 마사시, 키쿠치 세이지 外
◈ 미술설정: 무쿠오 다카무라 
◈ 음악/연주/삽입곡: 요코야마 세이지 / 콜롬비아 심포닉 오케스트라 (연주) / 미즈키 이치로 (노래)
◈ 기획: 타미야 타케시, 小泰洋市 
◈ 제작사: 도에이 동화, TV 아사히, 스튜디오 누에 (제작협력)
◈ 저작권: ⓒ MATSUMOTO LEIJI, TOEI Animation
◈ 일자: 1978.03.14
◈ 장르: SF, 드라마, 모험, 액션
◈ 구분/등급: TVA (42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시놉시스>

서기 2977년, 고도의 과학문명과 지나칠 정도로 풍요로운 환경에 취한 지구는 오래 전의 도전정신을 잊어버린체 향락과 유흥에 빠진 인간들의 별로 변모하였다. 바로 이 지구에 어느 날 정체불명의 거대한 구체가 외계로부터 추락하게 된다. 이 구체는 지구의 과학으로는 밝혀낼 수 없는 미지의 것으로, 타다시 박사는 이것이 외계문명 마존의 것임을 알아내고 이들이 지구를 침략하기 위해 왔음을 지구 정부에 알리려 하지만, 이를 흘려들은 지구 정부의 무관심 속에 타다시 박사는 마존의 침략자들에 의해 암살당하고 만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타다시 박사의 아들 다이바 타다시는 부폐한 지구 정부를 대신하여 인류 구원의 마지막 희망을 위해 자유로이 우주를 떠도는 해적, 캡틴 하록과 그의 우주선 아르카디아호를 찾아가게 되는데...


<소개>

1978년 방영을 시작한 마츠모토 레이지의 본격 스페이스 판타지 드라마. 그의 출세작인 '우주전함 야마토(1974)'가 사실상 프로듀서인 니시자키 요시노부의 원맨쇼의 소산물이며, '혹성로봇 당가드 에이스(1977)'의 경우 도에이 동화가 대부분을 기획한 작품에 숟가락만 얹은 것임을 감안할 때, 본격적인 그의 작품은 바로 이 캡틴 하록이 처음이라 할 수 있다. 야마토가 사회적 현상으로 떠오른 77년도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어린이용 로봇 만화영화가 아니메의 주테마임을 감안할 때 이 시기에 등장한 마츠모토 레이지의 새로운 스페이스 판타지는 이들과는 다른 지향점을 가지고 있었다.

애초에 TV 시리즈로 기획을 염두에 둔 레이지의 작품이었지만, 첫 시작은 코믹스로부터였다. 그것은 당시 도에이의 시선이 로봇물로 고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 사례가 아닐까 하는데, 비록 마츠모토 레이지가 떠오르는 기대주이긴 하지만 로봇이 등장하지 않는 SF 드라마가 아이들에게 먹힐 것인지는 의심스럽다라는 도에이의 시각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을까. 그러나 77년 3월에 방영된 로봇물 당가드 에이스에 뜬금없이 마츠모토 레이지를 끼워넣은 것이나 77년 8월에 개봉한 야마토 극장판의 파급력을 뒤늦게 깨닫고 자신들의 전국 배급망으로 서둘려 야마토 극장판을 재상영한 뒤, 1년 뒤에 야마토의 두번째 극장판 제작에 참여하게 되는 것은 바로 로봇물만을 바라보던 도에이의 생각이 이 때부터 변화했다고 볼 수 있다.

TV 시리즈 연출은 린 타로 감독이 맡았는데, 그가 비록 도에이 동화에서 애니메이션을 시작한 인재이지만, 중간에 테즈카 오사무를 따라 도에이를 떠난 이였다는 점에서 연출가 선정도 나름 이채로웠다. 린 타로 감독으로서는 '제타 마르스(1977)'에 이어 다시금 도에이와 조우한 것으로, 바로 이 린 타로와 하록과의 만남은 후일 마츠모토 레이지의 작품들이 '레이지버스'라는 이름 하에 전 일본인이 사랑하는 작품세계로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된다. 또한, 린 타로 자신도 레이지의 작품을 통해 일류 연출가로서 그 이름을 전 일본인들에게 각인시키게 된다.

부폐하고 게으른 지구인들과 달리 우주인의 침략에 홀로 맞서는 아르카디아호의 선원들과 캡틴 하록의 모습은 당시 소년들에게는 가장 이상적인 어른 남성의 모습으로 비춰졌다. 특히, 이제까지 소년 만화영화의 주인공들이 대부분 비슷한 또래거나 조금 나이가 많은 소년,소녀들에 한정되어 있던 반면, 캡틴 하록의 경우는 시청층과의 세대차이가 느껴지는 성인 남성이었고 이러한 시점의 차이로 인해 소년 만화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캡틴 하록은 이전과는 다른 어른스러운 느낌이 묻어나고 있다. 특히, 흔들거리며 느릿느릿 걷는 하록 특유의 걸음걸이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은 당시 소년들에게 동경의 대상으로서, '보물섬(1978)'의 실버 선장과 함께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자랑하게 된다. 

전후 패전의식에 사로잡힌 무기력한 일본의 기성세대를 부폐한 지구인에 빗대고 일본의 미래를 짊어진 어린이들과 젊은이들을 하록과 아르카디아호의 선원으로 풍자한 설정이 눈에 띄지만, 야마토에 이어 카미카제 특공과 같은 비장미를 강조하는 등, 그 성격에 있어서는 역시 보수적 한계를 드러낸 작품으로도 볼 수 있다.

마존과의 싸움을 그린 이 작품에서 린 타로 감독은 원작의 스토리를 그대로 진행하는 대신 자신만의 설정을 가미하여 드라마틱함을 배가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하록의 친구로서 이제는 세상에 없는 작고한 친구 토치로에게 숨겨둔 딸 마야가 있다는 설정이다. 이 마야는 하록이 지구인과 지구에 염증을 느껴 우주를 방황하는 하록이 지구를 버리지 못하는 하나의 이유이기도 한데, 어린 소녀를 위해 목숨을 거는 어른의 모습을 통해 따뜻한 부성애를 보여주며 하록의 인간적인 매력을 배가시키게 된다. 마야를 구하려다 지구인들에게 붙잡혀 사형을 당하려는 순간 하늘에서 등장하는 아르카디아호의 위용은 당시로서는 소년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명장면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스토리 변경은 원작자인 마츠모토와의 충돌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금에 와서야 레이지버스의 한축을 당당히 버티고 있는 하록이지만 방영 당시 시청률은 생각보다는 좋지 못했다. 역시 선굵은 남성적 판타지가 아이들에게는 그다지 어필하지 않았음을 예상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한 팬들로부터는 큰 지지를 받았다. 특히, 제1화 시사화에서 당시 도에이 동화의 사장이었던 이마다 치아키가 큰 감명을 받았다고 전해지며, 린 타로에 대한 이러한 그의 첫인상은 반년 뒤 '은하철도 999 극장판(1979)'을 린 타로가 연출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모티브가 되었다.


우주해적 캡틴하록, 아르카디아호의 비밀 (1978) 


ⓒ MATSUMOTO LEIJI, TOEI Animation

<정보>

◈ 감독: 린 타로
◈ 작화감독: 코마츠바라 카즈오
◈ 제작: 이마다 치아키
◈ 제작사: 도에이 동화
◈ 저작권: ⓒ MATSUMOTO LEIJI, TOEI Animation
◈ 일자: 1978.07.22
◈ 장르: SF, 드라마, 모험,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TV 시리즈의 재편집판 형태의 극장판으로 아직 TV 시리즈가 완결되지 않은 중에 나온 일종의 팬서비스적인 형태의 극장판이라고 할 수 있다. 총 상영시간도 34분 정도로 스페셜 TV 시리즈의 성격이 강하다. 이로부터 불과 두 주 뒤인 8월 5일 '우주전함 야마토, 사랑의 전사들(1978)'이 방영되면서 레이지버스의 인기는 본격적으로 불을 붙이기 시작한다.


내 청춘의 아르카디아호 (1982), わが青春のアルカディア


ⓒ MATSUMOTO LEIJI, TOEI Animation

<정보>

◈ 원작/기획/구성: 마츠모토 레이지
◈ 제작총지휘: 이미다 치아키
◈ 감독: 카츠마타 토모하루
◈ 메카닉 캐릭터 담당: 쯔노다 코이치
◈ 메카닉 디자인: 이타바시 카츠미, 스튜디오 누에 (아르카디아 디자인 협력)
◈ 작화감독: 코마츠바라 카즈오
◈ 음악/연주: 키모리 토시유키 / 신일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기획: 아루가 켄, 타카미 요시오
◈ 제작사: 도에이 동화
◈ 저작권: ⓒ MATSUMOTO LEIJI, TOEI Animation
◈ 일자: 1982.07.28
◈ 장르: SF, 드라마, 모험,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78년도의 TV 시리즈 하록에 이어 새롭게 시작되는 82년도 TV 시리즈 '내 청춘의 아르카디아호-무한궤도 SSX'의 프리퀄적 성격을 갖고 출발한 이 작품은, 하록이 아르카디아호의 선장이 되기 전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레이지버스 팬들에게는 자못 흥미로운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이전 TV 시리즈에서 독자적인 해석으로 새로운 하록을 만들어 냈고, 은하철도 999 극장판으로 레이지버스 신화의 방점을 찍는데 큰 역할을 했던 린 타로 감독 대신 노장 카츠마타 토모하루 감독을 기용하고 마츠모토 레이지 본인이 기획과 구성을 담당한 만큼 이번 작품은 좀 더 마츠모토 레이지의 색깔이 심화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덕분일까, 이 작품은 시종일관 비장함과 진지함으로 가득하다. 마치 연합군에 패배해 백기를 들었던 일본 제국주의 시절의 모습을 담아내려 한 듯한 느낌이 곳곳에 드러나고 있는데, 아이러니한 것은 점령군 일루미다스 군과 그에 저항하는 하록 이하 지구인들의 모습이 왠지 일본 제국주의 시절 그들에게 항거하던 한국인이나 중국인들과의 모습과도 일치한다는 점이다.

여러모로 마츠모토 레이지의 보수적인 색체가 깔려 있던 탓인지 시대가 급변하기 시작한 80년대에 이르러 그의 작품세계는 이전만큼 큰 어필을 하지 못한 체 생각 외로 저조한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거기에 레이지버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린 타로 감독마저도 도에이를 떠나 카도카와 서점 휘하 아르고스 프로젝트 팀에 합류하는 등, 여러가지 상황 속에 레이지버스의 작품들은 이 극장판 이후로 (동시에 기획되었던 TV 시리즈 무한궤도 SSX를 제외하고는) 10여년 동안 아니메로 만들어지지 못하게 되었으며, 더불어 후속으로 기획되고 있던 퀸 에메랄다스조차 백지화되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8] 참조)


내 청춘의 아르카디아호 - 무한궤도 SSX (1982) 


ⓒ MATSUMOTO LEIJI, TOEI Animation

<정보>

◈ 원작: 마츠모토 레이지 (1화 각본 담당)
◈ 감독: 카츠마타 토모하루, 사사키 마사미츠
◈ 각본: 야마우라 히로야스, 호시야마 히로유키
◈ 작화감독: 아라키 신고, 코마츠바라 카즈오, 토미자와 유조 外
◈ 메카닉 디자인: 이타바시 카츠미, 스튜디오 누에 (아르카디아 디자인 협력)
◈ 음악/주제가: 키쿠치 슌스케 / 미즈키 이치로
◈ 프로듀서: 타카미 요시오, 松島忠 
◈ 제작사: 도에이 동화, TBS 계열
◈ 저작권: ⓒ MATSUMOTO LEIJI, TOEI Animation
◈ 일자: 1982.10.13
◈ 장르: SF, 드라마, 모험, 액션
◈ 구분/등급: TVA (22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극장판의 참패 이후 약 석달 정도 뒤에 시작된 TV 시리즈로, 극장판 이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시간 상으로 보아 극장판과 동시에 기획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흥행에 실패한 극장판의 속편격인 이야기를 그렸을 리는 없었을 듯 싶다. 극장판이 지나치게 어둡고 비장한 성인취향의 느낌으로, 그것에 의해 흥행이 실패한 것으로 판단한 제작진 측은 TV 시리즈는 보다 밝은 스페이스 어드벤쳐 형식으로 풀어가게 된다.

하지만, 이미 82년도는 로봇 아니메, 그것도 기동전사 건담의 영향을 받은 성인 취향의 하드 SF 로봇물이 득세하기 시작한 시기로, 이미 레이지버스의 보수적이고 낭만적 스페이스 판타지는 그 추진력을 잃은 뒤였다. 평균 시청률은 5% 대에 머물렀으며, 결국 22화를 끝으로 조기종영이라는 안타까운 끝맺음을 맞게 된다. 

이 작품은 이전 시리즈와 설정에 있어서 여러가지 미스매치를 보여주었는데, 토치로와 에메랄다스가 가까워지는 에피소드가 다루어진 이번 시리즈는 서로가 연인이 되지 못한 체 애틋한 감정만을 느끼는 상황에서 토치로를 사망시킴으로써, 첫 시리즈에서 린 타로가 등장시킨 토치로와 에메랄다스의 딸 마야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극장판에 등장시킨 하록의 기함 아르카디아호와 첫 시리즈의 아르카디아호가 함수 디자인에 차이가 있는 것에 대해서는 비록 설정상의 문제이긴 하지만, 작품 내에서 그것을 매끄럽게 이어주는 시도는 보여주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린 타로 감독의 설정을 모두 부정하고 마츠모토 레이지가 하록의 세계관을 재부팅시킨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


하록사가, 니벨룽겐의 반지 - 라인의 황금 (1999) 


ⓒ MATSUMOTO LEIJI, SHINCHOSHA / BANDAI VISUALl, 81 PRODUCE

<정보>

◈ 원작/총설정: 마츠모토 레이지
◈ 감독: 타케우치 요시오
◈ 각본: 히요시 메구미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모토하시 히데유키
◈ 메카닉 디자인: 이타바시 카츠미 (원안), 호리 토시유키
◈ 미술감독: 혼다 오사무
◈ 음악/연주: 와다 카오루 / 모스크바 국제 심포니 오케스트라
◈ 제작사: 반다이 비주얼, 81 프로듀스, BEE 미디어, 스튜디오 캬부, 츠부라야 프로덕션
◈ 저작권: ⓒ MATSUMOTO LEIJI, SHINCHOSHA / BANDAI VISUALl, 81 PRODUCE
◈ 일자: 1999.?.?
◈ 장르: SF, 드라마, 모험, 액션
◈ 구분/등급: OVA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90년대 말에 다시금 피어오르기 시작한 레이지버스의 부활의 불씨를 타고 제작된 레이지버스의 네번째 부활작. (첫번째는 '화성여단 다나사이트', 두번째는 '은하철도 999 - 이터널 판타지', 세번째는 '퀸 에메랄다스') 레이지버스의 작품이 대부분 그러하듯 이 작품 역시 전작의 이야기들과는 스토리 상의 연관을 맺기가 어려운 스핀오프의 성격의 작품이다. 이제까지 은하철도 999의 카메오로 단골 출연한 하록이지만, 이번에는 그가 주인공인 이 작품에 메텔과 에메랄다스가 카메오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원작은 북구 유럽의 신화를 모티르로 한 바그너의 악곡 '니벨룽겐의 반지'이다. 선굵은 드라마를 선보이는 하록의 테마에 니벨룽겐의 반지는 좋은 궁합이 아닐까 싶지만, 결과적으로 드라마적으로도 오락적으로도 만족스럽지 못한 지루한 작품이 되고 말았다. 특히, 이야기의 주역인 하록과 아르카디아호가 너무 수동적인 모습을 보인데다가 타다시와 같은 젊은 캐릭터들의 드라마가 더 강조되고 있다. 즉, 주인공으로서 하록의 드라마가 그다지 그려지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캐릭터 디자인이나 메카닉 디자인에서도 역시 과거의 모습을 재현하는데도, 세련된 현대적 스타일의 재해석에도 모두 실패한 애매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코스모 워리어 제로 (2001) 


ⓒ LEIJI MATSUMOTO/PROJECT ZERO


<정보>

◈ 원작/총설정/감수: 마츠모토 레이지
◈ 감독: 닥터 시리얼 니시오카
◈ 캐릭터 디자인: 마스나가 케이스케
◈ 메카닉 디자인: 이타바시 카츠미, 타무라 카츠유키
◈ 총작화감독: 야마테라 코이치
◈ 미술감독: 토바시 마코토, 아베 타이자부로
◈ 음악: Geminiart High Quality
◈ 제작사: 베가 엔터테인먼트, AT-X, MEDIA NET, 츠부라야 프로덕션
◈ 저작권: ⓒ LEIJI MATSUMOTO/PROJECT ZERO
◈ 일자: 2001.07.06
◈ 장르: SF, 드라마, 모험, 액션
◈ 구분/등급: TVA (13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근 20년 만에 만들어진 하록의 TV 시리즈는 하록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다룬 프리퀄 이야기가 되었다. 하지만, 하록이 주인공이라기 보다는 하록을 쫓는 워리어스 제로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으로 프리퀄이면서도 동시에 스핀오프의 성격을 가진 작품이라 볼 수 있다. 82년도에 제작된 하록의 젊은 시절을 다룬 극장판 '내 청춘의 아르카디아호'와 '무한궤도 SSX'의 설정을 완전히 무시하고 새로이 그려진 작품으로, 기계인간과 같은 은하철도 999의 세계관까지 등장하며, 자연스레 메텔과 하록의 과거 사연을 다루는 등 크로스오버적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2004년에 제작되는 '우주교향시 메텔(2004)'과 함께 새로이 재해석되고 재구성된 레이지버스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고 하겠다.


건 프론티어 (2002) 


ⓒ MATSUMOTO LEIJI / Project GUN FRONTIER

<정보>

◈ 원작/설정/총감수: 마츠모토 레이지
◈ 감독: 젠 소이치로
◈ 시리즈 구성: 닥터 시리얼 니시오카
◈ 캐릭터 디자인: 마스나가 케이스케, 나카타 미호
◈ 미술감독: 도바시 마코토
◈ 음악/주제가: 모토쿠라 히로시 / GRAND ZERO (노래)
◈ 제작사: 베가 엔터테인먼트, AT-X, TV 도쿄 미디어넷
◈ 저작권: ⓒ MATSUMOTO LEIJI / Project GUN FRONTIER
◈ 일자: 2002.03.28
◈ 장르: 모험, 액션, 크로스오버
◈ 구분/등급: TVA (13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하록과 토치로를 서부의 세계에 데려다 놓은, 독특한 설정의 스핀오프 작품. 애초에 하록과 토치로 같은 레이지의 남성 캐릭터들이 서부시대의 총잡이들을 모티브로 삼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러한 발상의 전환은 신선하면서도 납득이 되는 측면이 있다. 게다가 작품 내내 과묵하다 못해 지루하기까지 한 하록의 캐릭터를 껄렁한 캐릭터로 재해석하는 듯, 오히려 원작의 하록과는 다른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우주해적 캡틴하록, Endless Odyssey (2003) 


ⓒ MATSUMOTO LEIJI · VAP · NTV

<정보>

◈ 감독: 린 타로
◈ 캐릭터 디자인/총작화감독: 유키 노부테루
◈ 메카닉 디자인: 오조네 마사미, 야마다 카츠야
◈ CG 수석 디자이너: 오자키 타카하루
◈ 미술감독: 池田尚
◈ 음악: 핫토리 타카유키
◈ 제작사: 매드하우스
◈ 저작권: ⓒ MATSUMOTO LEIJI · VAP · NTV
◈ 일자: 2003.10.07
◈ 장르: SF, 드라마, 모험, 액션
◈ 구분/등급: TVA (22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그동안 무게감이 떨어지는 스탭들에 의해 계속되고 있던 레이지버스의 부활 프로젝트에 마침내 원년멤버인 거장 린 타로가 투입되었다. 특히, 이 작품에는 린 타로와 함께 원 시리즈에서 작화를 맡았던 70년대의 명작화감독 코마츠바라 카즈오의 대를 잇는 명작화감독 유키 노부테루도 함께 투입되어 팬들에게는 큰 기대감을 안겨주었다. 이제까지 새로이 등장한 하록 시리즈들이 모두 팬 서비스 형태의 스핀오프였다면, 이번 시리즈야말로 진정한 속편의 의미를 지닐지도 모를 일이었다. 시점 자체도 원 TV 시리즈에 등장한 마존과의 전투 다음을 그리고 있다.

전작에 이어 이번에도 린 타로가 독자적인 설정을 대입하면서 21세기 들어 새로이 재구성된 레이지버스의 설정이 이번 시리즈에서 완전히 무시된다. 이로 인해 원작자인 마츠모토 레이지와의 격렬한 논쟁이 재현되는데, 이번에도 린 타로의 고집에 레이지가 굴복하면서 사건은 일단락 되지만, 대신 레이지가 작품에 완전히 손을 떼면서 그의 작품이 아닌 린 타로의 작품으로 평가받게 된다. 실제로 작품의 서두에 레이지가 직접 '린 타로에 의해 재해석된 작품'이라는 코멘트를 실은 자막이 등장하는데, 왠지 레이지의 분한 마음이 느껴지는 문구처럼 보이기도 한다. 결국, 이러한 문제로 인해 TV 시리즈로 진행되던 프로젝트는 난항을 겪고 1년 정도 제작이 지연되게 된다. 작품의 방영 역시 TV가 아닌, OVA 출시가 이뤄지고 난 후에 TV로 방영되는 이례적인 형식을 취하게 되기도. ([6] 참조)

마존과의 전투 후 홀연히 자취를 감춘 하록과, 뿔뿔이 흩어졌던 아르카디아호의 선원들이 다시금 뭉쳐 새로운 적에 맞서 싸운다는 이야기이지만, 초자연적인 존재와의 대결이라는 구도를 취하면서 오히려 드라마 자체가 지루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화끈한 우주 함대전과 같은 동적인 이야기가 아닌, 신과 같은 존재에 대항하는 하록들의 강인한 정신을 강조하는 정적인 전개로 탈바꿈하면서 내러티브가 늘어지게 된 것. 또한, 레이지의 세계관을 무시한 작품이지만, 린 타로가 연출한 첫 시리즈인 78년도 TV 시리즈와의 설정과도 모순점이 발생하는 등(대표적인 것이 원시리즈에서 사망한 타다시 박사와 그로 인해 아르카디아 호에 탑승하는 타다시의 이야기가 다시 재현되고 있는 것), 하록의 팬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유키 노부테루에 의해 다시 해석된 고혹적인 레이지 스타일의 여성 캐릭터와 깔끔하고 멋진 작화, 그리고 중후한 연출은 하록 시리즈에 걸맞는 완성도를 보여준 작품이 아닐까 싶다.

유키 노부테루가 다시 그린 아르키디아호의 홍일점 유키 케이와 얏타란 부장. (ⓒ MATSUMOTO LEIJI · VAP · NTV)

CG 실사영화로도 제작소식이 알려진 캡틴 하록. 헐리웃이 아닌 일본에서 제작되고 있다.


☞ 애니메이션 인물열전: 우주해적 캡틴 하록... 벗이여 별바다로 떠나자 (보러가기)

<참고 사이트>

[1] 宇宙海賊キャプテンハーロック, Wikipedia Japan
[2] わが青春のアルカディア, Wikipedia Japan
[3] わが青春のアルカディア 無限軌道SSX, Wikipedia Japan
[4] ニーベルングの指環 (松本零士), Wikipedia Japan
[5] コスモウォーリアー零, Wikipedia Japan
[6] SPACE PIRATE CAPTAIN HERLOCK, Wikipedia Japan
[7] 우주해적 캡틴 하록(宇宙海賊キャプテンハーロック) 1978 by 캅셀, CAPSULE 블로그: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8] 내 청춘의 아르카디아(わが青春のアルカディア) 1982 by 캅셀, CAPSULE 블로그: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우주 해적 캡틴 하록 전편 박스세트 (7disc) - 6점
린 타로 감독, 마츠모토 레이지 원작/기타 (D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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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로봇 당가드 A (1977), 惑星ロボ ダンガードA / Wakusei Robo Danguard A



<정보>

◈ 원작: 마츠모토 레이지
◈ 감독: 카쯔마타 토모하루
◈ 각본: 야마자키 하루야, 요시오가 소지, 타무라 타쯔오 外
◈ 캐릭터 디자인: 아라키 신고, 히메노 미치
◈ 작화감독: 아라키 신고 外
◈ 미술: 우치카와 후미히로, 이토 이와미츠 外
◈ 음악/주제가: 키쿠치 슌스케 / 사사키 이사오&영 플래쉬 (노래)
◈ 기획/제작: 카스가 아즈마, 베쇼 코지, 카쯔타 미노루 / 미야자키 카즈야, 요시오카 오사무
◈ 제작사: 도에이 동화, 아사츠 DK, 후지 TV
◈ 저작권: ⓒ TOEI Animation
◈ 일자: 1977.03.06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TVA (56화) / 전체연령가 (G)


<시놉시스>

인류가 이주할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과 천연자원의 보고, 녹색 행성 프로메테. 이 미지의 행성 프로메테를 향한 이주계획 통칭 프로메테 계획이 오오에도 박사를 중심으로 한창 진행되고 있다. 순조롭게 프로메테 계획이 진행되던 도중, 첫번째 우주선 발사가 폭발과 함께 실패를 맞게 된다. 대참사의 배후는 오오에도 박사와도 인연이 있었던 도플러 박사였으나, 사건은 우주선의 파일럿인 이치몬지 단테즈의 짓으로 꾸며지고 그는 프로메테 계획을 저지하려 한 배신자로 낙인이 찍히고 만다.

그로부터 10년 후, 이치몬지 탄테즈의 아들인 16세 소년 이치몬지 타쿠야가 2차 프로메테 계획의 파일럿이 되기 위해 훈련에 매진하게 된다. 배신자라는 누명을 쓴 아버지 때문에 손가락질을 받으며 자라온 타쿠야는 아버지의 친구이자 프로메테 계획의 총괄 책임자인 오오에도 박사에 의해 키워졌다. 프로메테 계획이 재개됨과 동시에 도플러 박사는 선택된 엘리트만이 프로메테 계획에 이주할 수 있다는 명분하에 도플러 군단을 세우고 스스로를 총통으로 칭하며, 프로메테 계획을 무산시키기 위해 전세계에 공격을 감행하게 되는데...


<소개>

마츠모토 레이지가 원작한 처음이자 마지막 로봇물. 선굵은 SF 드라마를 보여주었던 마츠모토 레이지로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는데, 그것은 당시 도에이 동화의 노선 다변화의 일환이 아닐까 싶다. 나가이 고와 사실상 결별하게 된 도에이는 나가이 고의 로봇물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체적인 로봇물을 제작함과 동시에, 선라이즈와 공동 합작으로 '초전자로보 콤배틀러 V(1976)'를 대히트 시키게 된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는 듯 보였지만, 아무래도 선라이즈의 인력들이 주축이 되어 완성시킨 콤배틀러 V의 기대이상의 인기는 한편으로는 도에이에게는 불편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당시 '우주전함 야마토(1974)'로 인해 주가가 크게 오른 레이지에게까지 로봇물을 의뢰하게 되는데, 마츠모토 레이지 원작이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이미 기획실에서 구색이 잡혀진 것으로, 레이지는 여기에서 세부적인 이야기 설정과 캐릭터 디자인만 가담하게 된다. 말 그대로 레이지의 이름만을 빌려온 작품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하겠다.

다만, 이 작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로봇물과는 독특한 전개방식으로, 마츠모토 레이지만의 스타일이 가미된 로봇물로 거듭나게 된다. 특히, 주역로봇인 당가드 에이스가 13화에 이르러서야 등장하는 것은 로봇물로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12화까지 주인공은 당가도 에이스의 파일럿이 되기 위한 훈련과 훈련 중 도플러 군단의 공격로봇 메카사탄을 맞이하여 전투기를 몰고 나가 싸우는 등, 철저히 로봇물의 공식을 외면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것은 스토리를 다듬는 과정에서 로봇물을 싫어한 마츠모토 레이지가 변형시킨 것으로 추정되는데, 결국 스폰서의 압력에 의해 당가드 에이스가 13화에 비로소 등장하게 되니, 스폰서만 없었으면, 로봇물의 탈을 쓴 그냥 SF 드라마가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실제로 TV 시리즈와 동시에 병행하여 연재된 월간 만화잡지에서는 최종화에만 달랑 등장하게 된다.)

배신자로 낙인이 찍혀 행방불명된 아버지가 도플러 군단에서 탈출한 정체불명의 인물로서, 타쿠야 등의 엄격한 훈련교관인 가면의 남자 캡틴 단이라는 설정은 인상적이다. '신조인간 캐산(1973)'이라든지 '합신전대 메칸더 로보(1977)' 등에서도 적군에 몸담고 있는 어머니와 주인공 아들이라는 비극적인 설정이 가미된 적이 있지만, 누명을 쓴 체 행방불명된 아버지가 기억을 잃고 돌아와 서로가 부자인지도 모른체 교관과 훈련생으로 만나는 설정은 만화영화로서는 상당히 드라마틱한 설정이었다. 교관으로서의 캡틴 단은 악독하다고 할 정도로 훈련생들에게 엄격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와 팬들(특히 여성팬)의 공분을 사게 되면서 조기하차가 결정되었고, 덕분에 중반부에 가면을 벗고 아들과 극적인 상봉을 한 후 세상을 뜨게 된다. 캐릭터에 대한 팬들의 원성으로 부자간의 이별을 더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들어버린 셈이다. (70년대 일본아이들에게도 엄격한 아버지는 비호감의 대상이었을지도)

중반부에는 토니 하켄이라는 미형 캐릭터가 등장하며, 콤배틀러 V의 가루다 장군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데, 특히 마츠모토 레이지의 원안에, 아라키 신고, 히메노 미치 부부의 절정의 캐릭터 스타일링 덕에 레이지 스타일보다 더 미형의 캐릭터들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다. 히로인인 키리노 리사는 레이지 히로인임에도 불구하고 풍성한 숱의 단발 커트가 인상적인 미인이었지만, 주인공인 타쿠야와의 멜로 라인을 포함하여 극중에서의 활약이 거의 두드러지지 않는 평면적인 캐릭터로 그려져 생각만큼 기억에 남을 인상을 심어주지는 못했다. 

이래저래 로봇물로서는 애매한 모습과 완성도를 보여준 작품이기는 하지만 레이지의 매력적인 캐릭터와 여러가지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이 가미된 데다가 도에이 동화가 두 팔을 걷어붙히고 밀어준 덕택인지 조기종영 없이 56화라는 무난한 길이로 마무리되었고, 77년 '혹성로봇 당가드 A 대 곤충군단'과 78년 '혹성로봇 당가드 A 우주대해전'이라는 25분짜리 극장판이 연이어 제작되었다. 1986년에는 '날아라 스타에이스'라는 제목으로 MBC에서 방영했으며, 강병철과 삼태기가 부른 주제가는 사사키 이사오의 주제가 이상으로 원작과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 TOEI Animation



<참고 사이트>

[1] 惑星ロボ ダンガードA, Wikipedia Japan
[2] Wakusei Robo Dangard A (TV), ANN
[3] 혹성로보 단가드 A, 엔하위키 미러
[4] 혹성로봇 당가드 A (惑星ロボ ダンガードA) 1977 1978 by 캅셀, CAPSULE: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TOEI Animation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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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지버스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시리즈>


ⓒ 2010 SPACE BATTLESHIP ヤマト製作委員会


 우주전함 야마토 (1974), 宇宙戦艦ヤマト / Space Battleship Yamato


ⓒ 1974 東北新社

<정보>

◈ 원작: 니시자키 요시노부, 마츠모토 레이지
◈ 감독: 마츠모토 레이지
◈ 연출: 이시구로 노보루
◈ 구성: 니시자키 요시노부, 마츠다 토시오, 야마모토 에이치
◈ SF 설정: 도요타 아리츠네
◈ 스토리보드: 야스히코 요시카즈, 토미노 요시유키 (4화 스토리보드만 참여)
◈ 캐릭터 디자인: 오카사코 츠네히로
◈ 작화감독: 아시다 토오요, 고이즈미 겐조 外
◈ 음악/주제가: 미야가와 히로시 / 사사키 이사오
◈ 기획: 니시자키 요시노부
◈ 제작: 오피스 아카데미, 요미우리 TV
◈ 저작권: ⓒ 1974 東北新社
◈ 방영일자: 1974.10.06
◈ 장르: SF, 드라마, 액션
◈ 구분/등급: TVA (26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시놉시스>

서기 2199년 지구는 외계침공군인 가미라스 제국의 공격을 받았다. 명왕성에 전진기지를 설치하고 유성 미사일로 지구에 무차별 공격을 시작한 가미라스 군. 유성 미사일의 공격으로 지상은 초토화되고 방사능으로 인해 지구의 자연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기에 이른다. 살아남은 지구인들은 지하에 도시를 건설하여 가미라스 군에 맞서지만, 압도적인 과학력을 가진 가미라스 제국의 힘 앞에 패퇴를 거듭한다.

마지막 지구방위 함대가 가미라스 군에 전멸되던 즈음, 정체불명의 외계 우주선이 화성에 불시착하게 된다. 불시착한 우주선에는 통신캡슐이 있었는데, 여기에는 가미라스 군에게 멸망 당한 이스칸달 행성의 지도자 스타샤의 메시지가 담겨져 있었다. 스타샤는 지구의 자연을 되돌릴 수 있는 방사능 제거장치 코스모 클리너 D를 받기 위해 지구인들이 이스칸달로 올 것을 부탁하며, 이스칸달까지 항해가 가능한 파동엔진 장치의 설계도면을 캡슐에 실어보낸다. 

이스칸달 행성과 지구와의 거리는 14만 8천광년, 지구의 자연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게 되는 시간은 앞으로 1년 밖에 남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1년 안에 코스모 클리너 D를 전달받아 지구로 돌아와야만 한다. 지구군은 극비리에 제조중이던 우주전함 야마토에 파동엔진을 탑재하고 선발된 요원들에게 지구를 살리기 위한 이 막중한 임무를 부여하게 된다.

이스칸달 별과 지구의 사이에는 수많은 가미라스의 함대들이 포진하고 있을 것이다. 인류의 마지막 희망을 실은 야마토는 과연 가미라스군의 추격을 물리치고 지구를 구해낼 수 있을 것인가. ([5] 참조)


<소개>

아니메의 1세대 붐을 일으키며, 아동용으로만 머물러 있던 아니메의 시청층을 10대 후반의 청소년층에게까지 확대시킨 일본 아니메의 기념비적인 작품. 이 작품을 통해 비로소 아니메라는 용어와 1세대 마니아들이 탄생하게 되었으며, 그들 중 상당수가 훗날 일본의 아니메를 책임지는 애니메이터들로 성장하게 된다.

프로듀서 출신의 니시자키 요시노부의 주도로 탄생된 이 작품은, 기획단계에서는 메이저 제작사들의 외면을 받은 관계로 난항을 겪지만, 니시나키 요시노부가 독자적으로 제작사를 구축하고, 각 분야의 인재를 끌어모으며 어렵사리 제작을 시작하게 된다. 제작 단계에서 당시 신예 만화가였던 마츠모토 레이지가 참여하게 되고, 후일 '기동전사 건담(1979)'의 캐릭터 디자이너를 맡게 되는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콘티를, '초시공 요새 마크로스(1982)'의 감독인 이시구로 노보루가 참여하는 등, 후일 레전드급으로 성장하는 애니메이터들이 대거 참여한다.

첫방송은 요미우리 TV를 통하여 방송되었으나, 후지 TV의 히트작 '알프소 소녀 하이디(1974)' 등 강력한 경쟁작으로 인해 첫방영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재방송을 통해 작품의 평가는 달라지게 된다. 재방송의 호조는 전국채널로 이어지게 되면서 많은 팬들을 양산해내게 되고, 77년에 제작된 총집편 극장판은 일본 영화계 사상 최초로 영화관람을 위해 철야를 하면서 줄을 선 팬들의 모습으로 인해 일본 사회에 커다란 센세이션을 일으키게 된다. ([1], [5] 참조)

전후의 패배의식에서 벗어나 막 성장을 시작하던 당시의 일본에 있어서 제국주의 시절의 잔재인 전함 야마토를 우주전함으로 변모시켜 지구를 구하기 위해 우주여행을 떠난다는 설정은, 새로운 시대를 갈망하던 당시의 일본 청소년들에게 어필했으며, 동시에 과거의 패배의식을 미래의 긍정적인 희망으로 승화화는 측면에서 주효했다. 무엇보다도 당시의 아니메의 수준을 한차원 높인 SF 설정과, 높아진 청소년들의 눈높이를 맞춘 드라마적 전개는 어려서 아니메를 보고 자라온 십대들의 입맛에 맞는 모습이었다.

이전까지의 일본 아니메의 개념을 뒤엎으며 기동전사 건담과 같은 작품이 태어나는데 있어서 큰 영향을 준 작품으로도 평가 받고 있으며, (실제 건담의 기획단계에서 컨셉은 야마토 스타일을 참고하고 있었다고 한다) 여전히 수많은 일본 애니메이터들이 손가락에 꼽는 작품으로 일본 만화영화의 르네상스를 연 작품이기도 하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일본 아니메의 써드 임팩트라고 할 때, 기동전사 건담이 세컨드 임팩트, 야마토가 퍼스트 임팩트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보수적 성향의 니시자키 요시노부, 그리고 SF 설정에 관여한 작가 도요타 아리츠네 등에 의해 야마토라는 주요 소재 외에도 여러가지 측면에서 과거 군국주의의 향수나 미화를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70년대 후반 한국에서 우주전함 V호라는 제목으로 방영되면서, 당시 한국의 아이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었으나 그 정체를 알고 난 뒤 많은 충격을 받기도 했던 작품으로, (글쓴 이도 그중 하나) 어찌보면 한국의 1세대 아니메 팬들에게 있어서도 여러모로 애증이 얽혀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우주전함 야마토 (1977)


ⓒ 1977 東北新社

<정보>

◈ 감독: 마츠다 토시오
◈ 각본: 야마모토 에이치, 후지카와 케이스케
◈ 미술/설정: 마츠모토 레이지
◈ 총작화감독: 이시구로 노보루
◈ 작화감독: 아시다 토오요 外
◈ 음악/주제가: 미야가와 히로시 / 사사키 이사오
◈ 기획/원안: 니시자키 요시노부
◈ 제작: 오피스 아카데미
◈ 저작권: ⓒ 1977 東北新社
◈ 방영일자: 1977.08.06
◈ 장르: SF, 드라마,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TV 시리즈의 일부 에피소드를 모아 새로이 편집한 극장판 아니메. 위에서 전술한 것처럼 관람을 위해 밤을 세워 줄을 서는 관객들이 생겨나면서 1세대 아니메 붐의 신호탄을 알린다. 이러한 현상은 일본 영화사상 전무했던 일이라고 하며,([5] 참조) 이는 1년 뒤의 두번째 극장판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게 된다. 후일 아니메 신세기 선언을 알리는 기동전사 건담의 극장판 개봉 당시에도 이와 비슷한 데자뷰가 보여졌으며, 야마토로부터 약 20여년 뒤 신세기 에반게리온 극장판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이 세 작품 모두가 아니메의 역사적 전환점을 가져다 주었다는 공통점과 함께, 토미노 요시유키, 야스히코 요시카즈를 자신의 작품에 기용했던 니시자키 요시노부, 그리고 야마토와 건담을 동경하여 애니메이터에 길에 들어선 안노 히데아키, 토미노 감독과 갈등을 빚었던 안노 감독의 관계와 같이 여러가지 인과관계에 얽혀있는 점은 흥미롭다. 

니시자키 요시노부의 야마토 기획안이 흥행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이를 거부했던 도에이 동화는 당시 소수의 개봉관으로 개봉했던 이 극장판의 파급력에 화들짝 놀라 서둘러 자신들의 배급망으로 전국에 상영하게 된다. 이를 통해 약 9억엔의 배급 수입을 거둬들이게 된다. ([5] 참조)


 안녕, 우주전함 야마토. 사랑의 전사들 (1978) 


ⓒ 1978 東北新社

<정보>

◈ 감독: 마츠모토 레이지, 마츠다 토시오
◈ 각본: 야마모토 에이치, 후지카와 케이스케
◈ 미술/설정: 마츠모토 레이지
◈ 총 작화감독: 카츠마타 토모하루
◈ 테크니컬 감독: 이시구로 노보루
◈ 작화감독: 아시다 토오요, 아라키 신고 外
◈ 주요 애니메이터: 야스히코 요시카즈, 카나다 요시노리, 히메노 미치
◈ 공동 디자인: 스튜디오 누에
◈ 음악/주제가: 미야가와 히로시 / 사사키 이사오
◈ 기획/원안: 니시자키 요시노부
◈ 제작: 오피스 아카데미, 도에이 동화 (제작협력)
◈ 저작권: ⓒ 1978 東北新社
◈ 방영일자: 1978.08.05
◈ 장르: SF, 드라마,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전국적인 배급망을 갖춘 도에이 동화가 제작에 가세하면서 야마토의 인기는 더더욱 확산된다. 이번 극장판에는 카츠마타 토모하루 (마징가 Z 감독), 이시구로 노보루(초시공요새 마크로스 감독)가 합세하여 마츠모토 레이지의 뒤를 받쳐주고, 아시다 토요오(북두의 권 감독), 아라키 신고(베르사이유이 장미 작화감독), 야스히코 요시카즈(기동전사 건담 작화감독), 카나다 요시노리(스페셜 애니메이터. 카나다 버스라는 작화기술의 창시자), 히메노 미치(세인트 세이야 캐릭터 디자인) 등 당대의 핵심 애니메이터들이 대거 참여한 무게감 있는 애니메이터의 진용을 보여주고 있다.

가미라스 제국의 멸망 이후, 새로이 등장한 백색혜성 제국에 맞서 이제는 구식이 된 전함 야마토를 이끌고 외로이 맞서 싸우는 야마토와 승무원들의 모습은 비장함이 넘쳐 흐른다. 지금 보면 다소 신파적이고 구시대적인 내러티브지만, 당시에 있어서는 정말 극적이고 드라마틱한 모습으로 팬들을 자극하며, 기록적인 흥행을 일구어내게 된다. 야마토가 보여준 비장미와 전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 등은 일본의 옛 사무라이 정신을 떠올리게 하며, 가미가제 특공과 같은 군국주의적 향취가 물씬 풍겨나는 작품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하겠다. 한편, 전편에 등장했던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 데스라 총통의 특별출연 등 야마토의 팬들에게는 여러모로 인상적인 작품인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 성향과 별개로 작품의 완성도는 분명 일본 아니메 역사의 한획을 장식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관객 400만명, 흥행수입 43억엔, 배급수익 21.2억엔이라는 숫자는 당시 전세계적으로 히트했던 조지 루카스의 대작 스타워즈의 일본내 배급수익(43억엔)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일본산 영화들을 모두 누르고 달성한 이례적인 흥행기록이었다. 야마토가 세운 배급수익은 후일 미야자키 하야오의 '마녀배달부 키키(1989)'가 21.7억엔을 기록할 때까지 11년 동안 깨지지 않았으며, 동원관객은 '도라에몽, 노비타의 일본탄생(1989)'이 420만명이라는 기록을 세울 때까지 11년 동안 깨지지 않은 기록이 되었다. ([6] 참조) 당시 일본에서 개봉되었던 스타워즈와 함께 일본 SF의 붐을 일으킨 중요한 작품이다.


 우주전함 야마토 2 (1978)


ⓒ 1978 東北新社

<정보>

◈ 감독: 마츠모토 레이지
◈ 원안: 니시자키 요시노부, 마츠다 토시오, 마츠모토 레이지
◈ 애니메이션 디렉터: 이시구로 노보루
◈ 총작화감독: 고이즈미 겐조
◈ 설정협력: 이타바시 카즈미
◈ 공동 디자인: 스튜디오 누에
◈ 음악: 미야가와 히로시
◈ 기획: 니시자키 요시노부
◈ 제작: 아카데미 프로덕션, 요미우리 TV (방송)
◈ 저작권: ⓒ 1978 東北新社
◈ 방영일자: 1978.10.14
◈ 장르: SF, 드라마, 액션
◈ 구분/등급: TVA (26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극장판 '안녕, 우주전함 야마토. 사랑의 전사들(1978)'에서 많은 주조연급들이 줄줄이 사망하면서 끝을 맺었던 야마토는 이번 TV 시리즈에서는 멀쩡히 살아있는 체로 다시 등장한다. 일설에는 마츠모토 레이지가 극장판의 결말에 대해 납득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하는데([10] 참조), 결과적으로 이 작품에 의해 극장판은 스핀오프 형태의 작품이 되어버리게 된다. 후일 마츠모토 레이지의 작품들과 그 세계관을 총칭하는 레이지버스의 경우에도 이런 식으로 극장판과 TV 시리즈, 전작과 후속편간의 앞뒤가 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것은 이미 야마토에서 어느 정도 예견되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극장판에서 대적했던 백색혜성 제국과 싸움을 TV 시리즈의 줄거리로 삼고 있다.


 우주전함 야마토, 새로운 여행 (1979)


ⓒ 1979 東北新社

<정보>

◈ 제작 총지휘/총감독: 니시자키 요시노부
◈ 총 구성/총 감수: 마츠모토 레이지
◈ 감수: 마츠다 토시오
◈ SF 원안: 도요타 아리츠네
◈ 각본: 야마모토 히데아키
◈ 스토리보드: 야스히코 요시카즈
◈ 테크니컬 디렉터: 이시구로 노보루
◈ 총작화감독: 고이즈미 겐조
◈ 메카닉 설정: 나카무라 미츠키, 이타바시 카즈미
◈ 음악: 미야가와 히로시
◈ 제작: 아카데미 프로덕션, 후지 TV (방송)
◈ 저작권: ⓒ 1979 東北新社
◈ 방영일자: 1979.07.31
◈ 장르: SF, 드라마, 액션
◈ 구분/등급: TVA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TV 시리즈인 우주전함 야마토 2의 후속으로 제작된 TV 스페셜. 요미우리 TV가 아닌 후지 TV 계열의 전파를 타고 방송되었다. 새로운 적인 암흑성단 제국과의 사투를 그리고 있으며, 전편의 숙적이었던 데스라 총통이 야마토 대원들의 동료로 같이 싸우게 된다. 81년에는 극장에서 개봉되기도 하였다. ([12] 참조)


 야마토여 영원히 (1980)


ⓒ 1980 東北新社

<정보>

◈ 감독/총설정: 마츠모토 레이지
◈ 제작 총지휘: 니시자키 요시노부
◈ 감독: 마츠다 토시오
◈ 각본: 야마모토 히데아키 外
◈ 치프 디렉터: 카츠마타 토모하루
◈ 캐릭터 디자인/총작화감독: 우다가와 카즈히코
◈ 메카닉 디자인: 츠지 타다나오, 이타바시 카즈미
◈ 음악/주제가: 미야가와 히로시 / 사사키 이사오
◈ 제작: 아카데미 프로덕션, 도에이 동화
◈ 저작권: ⓒ 1980 東北新社
◈ 방영일자: 1980.08.02
◈ 장르: SF, 드라마,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우주전함 야마토의 세번째 극장판. TV 시리즈 3기인 우주전함 야마토 III의 재편집판으로, '야마토여 영원하라'라는 제목은 TV 시리즈의 홀수화에 사용된 엔딩곡의 제목이기도 하다. ([2], [7] 참조)  우주전함 야마토, 새로운 여행에 등장했던 암흑성단 제국과의 전투를 그리고 있다. 시리즈에서 단골 카메오(?)로 출연하던 데스라 총통이 처음으로 출연하지 않는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의 초반부에는 기존의 비스타비젼 화면비율(1:1.85)로 상영되다가 야마토가 이중 은하로 빠져드는 순간부터 시네마스코프 화면비율(1:2.35)로 바뀌면서 극적인 효과를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효과를 '워프 디멘젼' 방식이라 불렀다고 한다. ([2], [7] 참조)


 우주전함 야마토 III (1980)


ⓒ 1980 東北新社

<정보>

◈ 기획/제작/총지휘: 니시자키 요시노부
◈ 감독/총 설정: 마츠모토 레이지
◈ 감독: 야마모토 에이치
◈ SF 설정협력: 도요타 아리츠네 外
◈ 총작화감독: 고이즈미 겐조
◈ 메카닉 디자인: 이타바시 카즈미, 서브마린
◈ 주요 애니메이터: 카나다 요시노리
◈ 음악: 미야가와 히로시
◈ 제작: 아카데미 프로덕션, 후지 TV (방송)
◈ 저작권: ⓒ 1980 東北新社
◈ 방영일자: 1980.10.11
◈ 장르: SF, 드라마, 액션
◈ 구분/등급: TVA (25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우주전함 야마토의 세번째 정식 TV 시리즈이자 마지막 TV 시리즈. 볼라연합과 갈만제국과의 전쟁 중, 태양으로 행성파괴 미사일이 발사되면서 태양계 전체가 붕괴의 위험에 처하자, 야마토가 지구인이 살 수 있는 새로운 별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 4쿨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시청률 부진으로 인해 25화를 끝으로 종영된다.


 우주전함 야마토 완결편 (1983)


ⓒ 1983 東北新社

<정보>

◈ 기획/제작/총지휘: 니시자키 요시노부
◈ 감독: 니시자키 요시노부, 카츠마타 토모하루
◈ 원안/설정/감수: 마츠모토 레이지
◈ 총감수: 마츠다 토시오
◈ 각본: 니시자키 요시노부, 마츠다 토시오, 야마모토 에이치, 야마모토 히데아키
◈ 캐릭터 디자인/총작화감독: 우다가와 카즈히코
◈ 메카닉 디자인: 츠지 타다나오, 이즈부치 유타카
◈ 주요 애니메이터: 고이즈미 겐조, 야스히코 요시카즈, 츠노다 코이치, 카나다 요시노리, 코가와 토모노리
◈ 음악: 미야가와 히로시, 하네다 켄타로
◈ 제작: 도에이 동화, 웨스트케이프 Corporation
◈ 저작권: ⓒ 1983 東北新社
◈ 방영일자: 1983.03.19
◈ 장르: SF, 드라마,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시리즈의 완결을 표방한 극장판. TV 시리즈 3기의 시작연대가 2205년인 것에 비하여 이번 극장판은 2203년으로 설정되어 역시 전작과의 설정상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후일, 시리즈의 연계를 위해 TV 시리즈 3기의 연대는 2203년으로 고쳐지게 된다. 원 시리즈에서 야마토의 함장을 맡아 장렬히 전사했던 오키타 함장이 뇌사상태에서 다시 살아 돌아와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한다. (조금 억지스런 이 설정은 일부 팬들에게 원성을 듣기도 한다.)

완결편이라고는 하지만 85년부터 시작될 '야마토 부활 3개년 계획'이라는 거대 프로젝트가 니시자키 요시노부에 의해 추진중이었다. 하지만, 이 3부작은 완결편보다 앞의 시간을 다룬 이야기인지라, 완결편이라는 의미는 말 그대로 야마토 이야기 상의 완결을 의미하는 것이긴 했다. 

그러나, 니시자키 요시노부의 이 원대한 계획은 시작도 되기 전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자세한 이야기는 캅셀님의 포스트([3])를 참고하시길.

☞ 우주전햠 야마토 - 완결편(宇宙戦艦ヤマト・完結編)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보러가기)


 YAMATO 2520 (1994)


<정보>

◈ 기획/제작/총지휘: 니시자키 요시노부
◈ 감독: 니시자키 요시노부, 카게야마 시게노리
◈ 감수: 마츠다 토시오
◈ 각본: 니시자키 요시노부, 야마모토 에이치, 히라노 야스시
◈ 스토리보드: 마에다 마히로, 카게야마 시게노리
◈ 퓨쳐컨셉 디자인: 시드 미드
◈ 캐릭터 디자인: 쿠부오카 토시유키, 키타즈메 히로유키 外
◈ 메카닉 디자인: 고바야시 마코토, 타케우치 아츠시,
◈ 음악: 하네다 켄타로
◈ 제작: 스튜디오 테이크오프, 스튜디오 야마토
◈ 방영일자: 1994.11.21
◈ 장르: SF, 드라마, 액션
◈ 구분/등급: OVA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캅셀님의 포스트 [3]에서의 이야기대로 무리한 사업확장에 따른 제작 컨소시엄의 도산으로 물거품이 되었던 야마토 프로젝트는 완결편으로부터 11년 뒤 다시 재개되었다.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로, 블레이드 런너, 스타트렉, 에일리언 등에 참여했던 시드미드가 퓨처 컨셉 디자인으로,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과 역습의 샤아로 80년대를 풍미했던 기타즈메 히로유키가 참여하며, 전작과의 차별화를 꾀했다. 

바뀐 스탭과 함께 시대설정 역시 300년 뒤인 2520년으로, 등장인물도 모두 새로운 인물들로 설정되었다. 역습의 샤아 이후 오랫동안 부진의 터널을 걷고 있던 기타즈메 히로유키의 간만의 복귀작이라는 점에서도 기대를 모았으나, 역시 [3]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니시자키 요시노부의 무리한 사업확장에 따른 자금란과 비디오 매상부진으로 결국 완결을 보지 못하고 3부에서 멈추게 된다. 제작 스튜디오는 97년 파산하게 된다.


 우주전함 야마토 부활편 (2009)


ⓒ 2009 ヤマトスタジオ/「宇宙戦艦ヤマト 復活篇」製作委員会

<정보>

◈ 기획/제작/총지휘/감독: 니시자키 요시노부
◈ 원안: 이시하라 신타로
◈ 각본: 니시자키 요시노부, 이시하라 불, 토미오카 아츠히로
◈ 캐릭터 디자인/총작화감독: 코가와 토모노리
◈ 메카닉 디자인: 코바야시 마코토
◈ 메카닉 작화: 하바라 노부요시
◈ 음악: 미야가와 히로시, 하네다 켄타로
◈ 제작: 야마토 스튜디오
◈ 저작권: ⓒ 2009 ヤマトスタジオ/「宇宙戦艦ヤマト 復活篇」製作委員会
◈ 방영일자: 2009.12.12
◈ 장르: SF, 드라마,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긴 옥중생활과 마츠모토 레이지와의 길고 긴 저작권 분쟁 등으로, 바람잘날 없던 니시자키 요시노부는 마침내 2008년 7월 31일 부활편의 제작을 공식발표하게 된다. 마츠모토 레이지와 사실상 갈라진 이상, 이번 시리즈 역시 이전의 OVA에 이어 새로운 캐릭터 디자이너가 등장하게 된다. 놀랍게도 캐릭터 디자인은 코가와 토모노리인데, 80년대 야스히코 요시카즈와 함께 선라이즈의 작화감독으로 명성을 떨치던 그는 야마토 완결편에 참여한 경력이 있으며, OVA 야마토 2520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던 기타즈메 히로유키의 스승이기도 하다.

코가와 토모노리라는 거장의 참여 외에 신기술인 CG를 사용한 메카닉 연출은 이번 작품의 백미일 듯 싶다. 저명한 정치가(작가 겸 영화감독, 배우출신. 망언제조기로 한국에서는 더 유명) 출신의 이시하라 신타로가 각본을 맡은 것도 큰 화제 중 하나. 하지만, 마츠모토 레이지라는 야마토의 한축을 잃어버린 이번 작품의 캐릭터 디자인은 분명 올드 팬들과 레이지버스의 팬들에게는 그닥 어필하지 못한 듯 싶다. 캐릭터 디자인이라는 외향 뿐만 아니라 스토리의 전개나 연출에 있어서도 확실히 신규 팬의 눈길을 사로잡기에는 부족했던 듯 흥행에는 참패하게 된다. 레이지버스의 다른 작품들이 2000년대에 들어와서 모두 큰 호응을 얻지 못한 것과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


 Space Battleship 야마토 (2010)


ⓒ 2010 SPACE BATTLESHIP ヤマト製作委員会

<정보>

◈ 감독: 야마자키 타카시
◈ 각본: 사토 시마코
◈ 음악: 사토 나오키
◈ 캐스트: 키무라 다쿠야, 쿠로키 메이사, 야마자키 츠토무 外
◈ 제작: TBS Production Company
◈ 저작권: ⓒ 2010 SPACE BATTLESHIP ヤマト製作委員会
◈ 일자: 2010.12.01


<소개>

야마토 실사판의 계획은 TBS가 세우고, 니시자키 요시노부의 동의하에 2009년 10월 3일 공식 제작발표를 했다. 쥬브나일로 유명한 야마자키 타카시가 감독을 맡고 SMAP의 키무라 타쿠야가 주인공 고다이 스스무를 맡아 열연한다. 고다이의 연인인 유키 모리의 경우에는 에리카 사와지리가 물망에 올랐으나, 메이사 쿠로키로 나중에 대체되었다. 메이사 쿠로키는 극장 아니메 벡실의 여주인공 목소리를 맡은 적도 있으며,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2009년 실사영화 어썰트 걸에 출연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CG의 완성도는 훌륭하다. 아시아 권에서는 탑 클래스의 수준이며 북미의 영화들과 비교해서도 어느정도 경쟁력을 확보한 듯. 단, 꽤 훌륭한 CG에 비해 함선 내부의 세트 디자인은 기대 이하의 수준으로, 실사영화보다는 TV 시리즈나 특촬물의 그것보다 좀 나은 정도에 그친다. 스토리는 원작의 스토리를 압축하여 각색하였는데, 전개상 큰 무리가 없긴 하지만, 과도한 비장미와 납득하기 어려운 감정적 신파로 극의 몰입을 방해하고 있다. 한마디로 글로벌한 감성에는 크게 모자른 일본인만을 위한 SF 영화가 아닐까나. 그런 면에서는 중화주의로 가득한 중국 본토의 무술영화들이나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2011)' 같은 영화들과 어깨를 나란히할만 하다.

야마토의 실질적인 주인공인 오키타 함장보다는 키무라 타쿠야 원톱 주연의 영화로 그려지면서 다소 호흡이 안좋다. 키무라 타쿠야의 스타일을 야마토에 맞추던지 야마토를 키무라 스타일에 맞춰 세련되게 바꾸던지 해야했는데, 이야기는 옛스럽고 주인공은 너무 스타일리쉬하니 궁합이 그리 좋지 않은 듯. 단, 일본에서의 흥행은 성공적이었다.


우주전함 야마토 2199 (2012)


ⓒ 宇宙戦艦ヤマト2199 製作委員会

<정보>

◈ 총감독/시리즈 구성: 이즈부치 유타카
◈ 연출/스토리보드: 에노모토 아키히로, 히구치 신지 外
◈ 캐릭터 디자인: 유키 노부테루
◈ 메카닉 디자인: 야마네 키미토시, 이즈부치 유타카
◈ 3D 연출: 이마니시 타카시
◈ 음악/노래: 미야가와 아키라 / 사사키 이사오
◈ 제작: XEBEC, AIC
◈ 저작권: ⓒ 宇宙戦艦ヤマト2199 製作委員会
◈ 일자: 2012.04.07 (극장판 1부), 2012.06.30 (극장판 2부) / 2013.?.?
◈ 장르: SF, 드라마,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3부), TV 시리즈(26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 신세대 우주전함 야마토 2199, 극장 아니메로 새출발 (바로가기)


<참고 사이트>

[1] 우주전함 야마토(宇宙戦艦ヤマト) 1977 1978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2] 야마토여 영원히(ヤマトよ永遠に) 1980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3] 우주전햠 야마토 - 완결편(宇宙戦艦ヤマト・完結編)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4] Star Blazers: The Quest for Iscandar (TV). Anime News Network
[5] 宇宙戦艦ヤマト, Wikipedia Japan
[6] さらば宇宙戦艦ヤマト愛の戦士たち, Wikipedia Japan
[7] ヤマトよ永遠に, Wikipedia Japan
[8] 宇宙戦艦ヤマト完結編, Wikipedia Japan
[9] 宇宙戦艦ヤマト復活篇, Wikipedia Japan
[10] 宇宙戦艦ヤマト2, Wikipedia Japan
[11] 宇宙戦艦ヤマトIII, Wikipedia Japan
[12] 宇宙戦艦ヤマト新たなる旅立ち, Wikipedia Japan
[13] YAMATO2520, Wikipedia Japan
[14] Space Battleship Yamato, Wikipedia
[15] 宇宙戦艦ヤマト2199, Wikipedia Japan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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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 출연작
  - 은하철도 999 (1978, TV): 니시자와 노부타카(감독) / 코마츠바라 카즈오(작화감독)
  - 은하철도 999 (1979, Movie): 린 타로(감독) / 코마츠바라 카즈오(작화감독)
  - 은하철도 999, 유리의 클레어 (1980, Movie): 니시자와 노부타카(감독) / 코마츠바라 카즈오(작화감독)
  - 안녕, 은하철도 999 (1981, Movie): 린 타로(감독) / 코마츠바라 카즈오(작화감독)
  - 은하철도 999, Eternal Fantasy (1998, Movie): 우다 코노스케(감독)
  - 메텔 레전드 (2000, OVA): 요코다 카즈요시(감독)
  - 우주교향시 메텔 (2004, TV): 마사키 신이치(감독)
 
이 외에 78년 TV 시리즈 중 일부 에피소드를 편집하여 재구성한 스페셜 시리즈가 4편이 있다. 또한 그녀는 TV 에피소드 '시간성' 편과 두 편의 극장판에 우정출연(?)했던 하록선장을 위해 1999년작 '하록사가'에 잠시 출연하기도 한다. 그리고, 2006년 작 '은하철도 이야기: 잊혀진 시간의 혹성' 편에서는 비중있는 조연으로 등장하면서 그녀 또한 하록에 이어 카메오 출연에 맛을 들이게 된다, 으흠.
 
 
사나이의 우주를 사로잡은 신비로운 금발의 여인
 
일전에 '애니메이션 인물열전: 캡틴 하록... 벗이여 별바다로 떠나자' 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70년대 중반부터 새로운 스타일의 장대한 스페이스 어드벤쳐 '우주전함 야마토' 시리즈를 선보이며, 일약 1세대 아니메 붐을 일으킨 마츠모토 레이지(물론, 야마토 성공의 일등공신은 프로듀서이자 야마토의 원안을 기획한 니시자키 요시노부가 더 유력하다고 볼 수 있지만)는 연이어 '우주해적 캡틴 하록'을 통해 마츠모토 식 SF를 팬들에게 선보이며 후에 '레이지버스(Leijiverse)'라 불리는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하기 시작합니다.
 
마츠모토 레이지(이하 마츠모토로 표기)는 이 두 시리즈 이외에도 슈퍼로봇 장르에 자신만의 SF 드라마를 접목시킨 '혹성로봇 당가드 에이스(1977)'과 서유기의 세계관을 SF 어드벤쳐에 접목시킨 'SF 서유기 스타징가(1978)' 등을 연이어 선보였는데, 비록 이 두 시리즈는 레이지버스의 세계관에 속하는 것이 아닌 TV 시리즈를 위해 별도로 제작된 오리지널 에피소드였지만, 당시 마츠모토 레이지 스타일의 이야기와 캐릭터가 하나의 거대한 트렌드로 굳어져 가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마츠모토의 최고의 전성기는 어쩌면 지금부터 말하려는 이 작품과 이 작품에 등장했던 한 여인으로 인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것은 지금까지 선굵은 사나이들의 꿈과 우정이 담긴 비장함이 메인 테마로 자리잡고 있던 마츠모토식 이야기의 반환점이며, 동시에 자유와 꿈을 노래하던 모험 이야기에서 휴먼 드라마와 현실의 풍자를 담은 좀 더 깊은 이야기로의 진화를 예견하는 것이었습니다.

"질병과 악조건 속에 인간의 몸을 기계의 몸으로 바꾸어 불로불사의 삶을 살아가는 미래의 지구. 기계의 몸을 가진 부유한(그렇지만 이제는 더는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인간들이 기계의 몸을 갖지 못한 가난한(하지만 진짜 살아있는) 인간들을 핍박하며 사회적 양극화 현상이 극단으로 치달은 세상에서 살고 있던 소년 테츠로(한국방영 명칭 철이)는 기계 인간들에게 목숨을 잃은 어머니의 소망을 위해, 그리고 행복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우연하게 만난 신비의 여인 메텔과 함께 은하철도 999를 타고 몸을 기계로 바꿀 수 있는 머나먼 별 '라메탈'로의 여행을 떠납니다.

여행 속에서 벌어진 수많은 사람들과의 만남과 갈등, 이별과 화해 속에서 소년은 하나의 인간으로 성장하며, 인간답게 산다는 것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깨우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소년을 이끌어 주던 신비의 여인은 여행의 종착점에서 기약없는 안녕을 고하며 떠나게 됩니다. 소년은 이제 어른으로서 홀로 미래를 헤쳐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마츠모토식 휴머니즘에서 좀 더 진일보하여 비뚤어진 사회를 소년의 눈으로 바라보고 스스로가 그 속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는 과정 속에 진정한 삶의 의미, 인간다움에 대한 것을 깨우치는 TV 시리즈 '은하철도 999'는 관념적이고 이상적이었던 마츠모토의 이전 작품에 비하여 현실적인 소재가 투영된 인간 드라마를 선보이며 매회 색다른 감동을 선사합니다. 작품 내내 테츠로의 원 목표였던 '기계 인간이 되어 어머니의 못다한 삶까지 행복하게 살아가겠다'는 명제에 대하여 생각하고 성찰하게 만드는, 만화영화로서는 놀라울 정도로 성숙한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 구조를 보여줬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소년의 성장을 한 여인이 조용하고 따뜻한 눈빛으로 지켜봐주고 이끌어 주면서 각 화마다의 엔딩은 지극히 평온한 모습으로 막을 내립니다. 이 여인은 한 번도 소년에게 강요하거나 지시하거나 가르치려 하지 않고 항상 스스로가 깨우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며, 특유의 포근함으로 소년을 감싸줍니다. 사나이의 무뚝뚝함과 강인함, 비장함이 작품 전체를 지배했던 마츠모토의 세계는 이 메텔이라는 여인에 의해 잔잔하고 부드럽게 변모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오히려 팬들에게 더욱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왔습니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제압한다.'라는 옛말처럼 메텔의 부드러움과 여성스러움은 장대한 우주를 그녀의 무대로 바꿔버릴 만큼 조용하지만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흡입력을 가진 블랙홀이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마츠모토 선생이 순정만화까지 섭렵할 정도로 작품 세계의 폭이 넓기에 가능했던 일 일수도 있겠습니다만.) 

마츠모토 특유의 가냘프고 고전적인 캐릭터 묘사로 표현된 그녀의 외모 또한 이러한 성격과 맞물려 큰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되는데, 이미 '우주해적 캡틴 하록'를 통해 마츠모토의 캐릭터를 훌륭하게 애니메이션화했던 작화감독 코마츠바라 카즈오가 이 작품에서도 신비한 여인의 이미지를 숨막힐 정도로 멋지게 만화영화에 이식하면서 절정의 여성미를 보여주게 됩니다. 지금까지의 어떤 여성 캐릭터보다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그러나 어둡고 슬픈 금발의 여인이 만화영화 전반을 지배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가끔 잘 벗기도 합니다, 이 아가씨는. 그렇습니다, 소년들에게는 얼씨구나~였던 것입니다.) 

바야흐로 모든 소년들은 그녀를 연모하기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비밀을 간직한 정체불명의 신비로운 미녀, 항상 자신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어머니 같으면서도 누나같이 친밀한 존재. 메텔은 모든 소년들의 로망이었고 선망이었으며, TV 시리즈 마지막 화에서 보여준 테츠로와의 이별은 이 작품을 시청해온 소년들에게도 큰 슬픔을 안겨주게 됩니다. 그렇게 그녀는 테츠로 뿐만 아니라 모든 소년들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정처없는 여행길에 오르게 됩니다.

© Matsumoto Leiji / 1978 Toei Animation

그림 1. TV 시리즈 '은하철도 999'의 스틸 및 엔딩 컷.


식을 줄 모르는 논란, 신비스러움에 가리워진 그녀의 진짜 정체는

(캡틴 하록을 성공적으로 연출했던) 린 타로 감독이 연출한 극장판 '은하철도 999'는 TV 시리즈에 이어 다시 한 번 대성공을 거두었고, 메텔은 예의 그 신비스러움과 아름다움으로 이번에도 팬들을 사로잡았습니다. 여기서 린 타로는 하록 TV 시리즈에서와 마찬가지로 마츠모토의 세계관을 다시 한 번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게 되는데, 테츠로의 나이를 TV 시리즈의 10대 초반에서 10대 중반으로 바꾸어 사춘기의 방황의 끝에서 한 인간으로 성장하게 되는 소년의 모습을 좀 더 현실감 있게 그려 나갔으며, 하록을 위시한 레이지버스의 단골들을 이 작품에 특별 출연시켜 레이지버스와의 연관성을 공고하게 만드는 등, 자신의 스타일로 999와 메텔을 그려갔던 것입니다. 

감독의 재해석은 팬들의 큰 호응으로 이어졌습니다. TV 시리즈를 기본으로 만들어진 지금까지의 극장판 만화영화들이 모두 총집편 내지는 일부 에피소드 편집본의 형태에 그쳤던 것에 비해 별도의 독자적인 형태(TV 시리즈와 비슷한 시기에 제작이 시작되었고, TV 시리즈 방영 중 극장판이 공개. [2] 참조)로 진행되었던 극장판의 성공은 후속편의 제작으로 자연스레 이어졌고, 결국 2년 뒤 '안녕, 은하철도 999: 안드로메다 종착역(1981)'이 개봉되어 연타석 홈런을 날립니다. 특히, 이 후속편은 직전 극장판의 다음 이야기를 다룸으로써, 아쉬운 이별을 고했던 메텔이 다시금 테츠로와 재회하고, '라메탈'과 어머니 프로메슘, 그리고 테츠로의 숨겨진 과거와의 진정한 결말을 내는 그야말로 999 세계관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 됩니다.

특히 999의 연속적인 성공에는 탄탄한 원작의 스토리와 캐릭터, 스탭진들의 노고가 담긴 작품의 완성도와 같은 요인 외에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 요인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영원한 히로인 메텔의 진정한 정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녀는 이미 TV 시리즈를 통해 자신의 몸이 일반적인 인간들과는 다름을 몇 차례 암시해 왔었으며,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그녀의 본 모습은 마치 신비스럽지만, 결코 드러내지 않은 미녀의 눈부신 나신과도 같이 소년 팬들에게는 끊임없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소재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 궁금증의 대상 역시 다름아닌 그녀의 그 '몸'이었던 것이구요.)

© Matsumoto Leiji / 1979 Toei Animation

그림 2. 극장판 '은하철도 999'의 스틸 컷.

메텔이 과연 인간인지 기계인지, 아니면 인간도 기계도 아닌 어떤 괴기스러운 모습의 생명체인지(혹은 남자인지 여자인지)에 대한 논의는 팬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회자되었고, 아직까지도 진위가 밝혀지지 않은 미스테리로 남아 있습니다. 원작자인 마츠모토 선생의 어떠한 언급도 없는 이상 메텔의 정체는 영원한 우주 저끝처럼 신비에 묻힌 설정으로 남을 겁니다. 사실, 추측컨데 마츠모토 선생조차 그녀의 정체에 대한 구체적인 설정은 하지 않았으리라 봅니다. 다만, 그녀의 정체를 보았던 시리즈의 등장 인물들의 충격에 휩싸인 모습(평생 글만 쓰며 여성을 돌처럼 알고 지낸 대문호가 메텔의 아름다움에 홀려 그녀를 취하려 하다가 본 모습을 보자 강렬한 충격에 휩싸여 다시금 글에 정진한다든지, 기계 몸을 강매하는 불법업자가 메텔의 진짜 모습을 보고 경악한다든지 하는 장면. [5] 참조)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메텔의 정체를 지속적으로 궁금해 하며 다음 편을 기대하게 하는 마츠모토식 관객 유도 장치였던 것이죠. 그리고, 그것은 정말 기가 막힐 정도로 팬들에게 먹혀든 것입니다.

그녀의 정체만큼이나 또 하나의 논란거리로 이어져 온 것은 바로 999에 이어 방송된 TV 시리즈 '천년여왕'과의 관계였습니다. 1999년 9월 9일 9시 9분 9초에 지구와 충돌하는 행성 '라메탈'은 열차 999의 종착지이자 여왕 프로메슘이 지배하고 있던 999 세계관의 행성 '라메탈'과 같은 이름이었고, 긴 금발을 휘날리는 천년여왕 유키노 야요이는 마치 메텔의 젊은 시절의 모습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길고 그윽한 메텔의 눈매와는 달리 동그랗고 큰 유키노의 눈은 젊은 시절의 메텔을 묘사한 듯 보이기도 했지요.) '라메탈'의 충돌위협에서 지구를 지키기 위해 분전했던 천년여왕은 결국 오랜 세월이 흘러 인간의 모습을 버리고 어머니 프로메슘에 의해 불로불사의 어떤 것으로 몸이 바뀌었고, 이후 프로메슘의 명령에 따라 테츠로라 생각되는 소년들을 끊임없이 라메탈로 데려와 기계인간으로 만드는 임무를 수행한다는 당시 팬들의 추측은 굉장히 설득력이 있었고, 팬들 사이에서는 천년여왕과 메텔이 동일인이냐 아니냐를 놓고 끊임없는 논쟁이 오고가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결국, 82년 '천년여왕'의 극장판 개봉에 맞추어 마츠모토 선생이 비로소 공개한 설정에서 유키노 야요이는 메텔이 아니며, 유키노 야요이와 메텔 모두 프로메슘의 딸([4] 참조)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메텔과 천년여왕과의 관계는 일단락이 됩니다만, 같은 레이지버스의 캡틴 하록 세계관에서 비롯된 여러가지 설정 상의 미스매치와 함께 999와 천년여왕과의 나머지 관계 및 밝혀지지 않은 각종 미스테리들은 오랜동안 레이지버스의 뜨거운 감자로 남게 됩니다.

© 1981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그림 3. 극장판 '안녕, 은하철도 999'의 스틸 컷.


돌아온 그녀, 젊은 시절을 이야기하다
 
80년대 초반을 넘기면서 레이지버스는 팬들의 관심을 잃고 먼 동면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과거를 그리워하고 꿈과 자유를 동경하는 마츠모토식 복고주의와 낭만주의(거기에 보수적인 민족주의까지)는 80년대의 리얼리즘과 신세대의 사고방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스스로 과거로 남기를 자처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저 아득한 우주로 정처없는 여행을 떠났던 메텔 역시 그녀를 동경하고 사랑했던 수많은 소년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버린 청춘의 환영이 되어버리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21세기의 새로운 바람 속에서 이전 것들을 다시금 부활시키고자 하는 지속적인 복고주의 열풍은 레이지버스라는 전설적인 세계와 인물들을 그냥 둘리가 만무했습니다. 1시간짜리 극장판인 98년작 '은하철도 999: 이터널 판타지'는 TV 시리즈에서 헤어졌던 테츠로와 메텔과의 재회(린 타로 감독의 극장판에서 보여준 테츠로와 메텔의 이별과 재회, 그리고 또다른 이별의 이야기와는 별개로)로 시작하여, 다시금 그녀와의 새로운 여행의 시작을 알립니다. 그 고풍스러운 증기기관차 형태의 999만큼이나 오래된 명작은 올드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신세대 팬들에게 기대감을 갖게 하며 그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하지만, 메텔과 테츠로의 20여년만의 재회와 여행은 몇 부작으로 기획될 이 반가운 이야기의 시작점부터 처참하게 무너지고 맙니다. 작품 자체의 네임 밸류에 비해 연륜이 짧은 스탭진이 작품을 제작하면서 생겼다고 추측되는 완성도의 문제는 올드 팬들에게는 (일부를 제외하고는)그다지 좋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 듯 싶고, 이미 너무 구시대적인 마츠모토의 낭만적인 이야기와 가치관은 신시대가 받아들이기에는 노인의 옛 이야기인냥 지루했던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올드 팬과 신세대 팬 모두에게 외면을 받으며 이터널 판타지는 일회성 판타지로 끝나고 맙니다. 그리고, 그것은 후속 레이지버스의 등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터널 판타지의 제작을 맡았던 도에이 동화의 포기에도 불구하고 레이지버스의 작품들은 속속 다른 제작사들에 의해 제작되기 시작합니다. 같은 해에 '화성여단 다나사이트 999.9'(실제로는 이 작품이 98년도에 가장 먼저 제작된 레이지버스 작품)와 '퀸 에메랄다스'를 시작으로 이듬해 '하록사가'까지 등장하며 레이지버스의 전설들이 봉인에서 해방되면서 메텔의 재복귀에 힘을 실어주자, 2000년 그녀는 '메텔 레전드'로 다시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메텔 레전드는 여러 의미에 있어서 메텔과 그녀의 팬들에게는 색다른 것이었는데, 그것은 먼저 더이상 999에 몸을 싣고 테츠로의 성장을 지켜보는 숙녀 메텔이 아닌, '라메탈'에서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을 보내는 소녀 메텔의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제작진은 이제까지 결코 떼어낼 수 없을 것 같았던 999와 테츠로를 메텔에게서 과감히 떼어 버리고 오히려 그녀의 수많은 논란거리이자 베일에 쌓였던 과거를 공개함으로써 새로운 시점으로 메텔을 바라보는 시도를 합니다. 999와 테츠로를 대신할 자리에는 메텔의 어머니이자 천년여왕이었던 프로메슘, 그리고 그녀의 쌍둥이 언니인 에메랄다스로 바꾸어 극을 이끌어 갑니다. 이 놀라운 설정은 또다른 논란거리를 야기하는데, 이미 82년 마츠모토 자신이 밝힌 레이지버스의 인물관계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메텔과 에메랄다스의 자매 설정(이전에는 친우로 표시, [4] 참조)이나, 유키노 야요이가 또다른 프로메슘의 딸이었다는 설정을 뒤집고 프로메슘 자신이라는 설정으로 과감히 바꿔버리는 등, 오랜 시절 레이지버스를 보면서 자라온 올드 팬들에게는 그동안의 설정을 모두 뒤엎어 버리는 당황스러운 전개였던 것이죠. (그런 점에서 흥미거리를 제공했다고 볼 수도 있고 말입니다.)
 
그러나, 메텔 뿐만이 아니라 그녀만큼이나 신비로움을 가진 레이지버스의 히로인 천년여왕과 어린 시절의 에메랄다스(어릴 때조차  해골모양의 핀을 머리에 꽂고 있는 것을 보고 실소하고 말았습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해적 덕후'였나 봅니다.)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올드 팬들에게 있어서는 꽤나 반가운 일임에는 분명했던 듯 싶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2004년 '우주교향시 메텔'로 이어져 메텔의 성장과정을 다루게 됩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결국 그녀의 몸에 얽힌 진짜 미스테리는 여기서도 다루어지지 않았습니다.

© 2000 Leiji Matsumoto / Tsurubaya Creative / Art Collection House / Avex

그림 4. 메텔 레전드 스틸 컷.


그녀는 소년 시절의 연인, 청춘의 환상

그녀는 이제는 올드 팬이 되어버린 30~40대 아저씨들의 소년 시절을 빛나게 한 여인이었습니다. 그 어떤 만화의 여성 캐릭터도 그녀 이상의 아우라를 가지지 못했습니다.(개인적인 편차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그 중에서 결코 논외가 될 수가 없다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일 겁니다.) 심지어 현실 속의 여배우나 가수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매력적이었던 그녀. 오히려 만화 캐릭터였기에 그 정도의 신비로움이 가능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녀는 소년들을 따뜻하게 감싸 주었고 때로는 절체절명의 위기로부터 지켜주었으며, 어려운 인생의 문제에 직면했을 때 올바른 해답을 찾도록 옆에서 조용히 조언해주는 우주의 등대와도 같은 여신이었습니다.

그녀는 올드 팬들의 청춘 속에 머무르는 환상이었습니다. 소년들에게 있어서 연상녀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심어주었고, 동시에 금발의 백인 미녀에 대한 쓸데 없는 환상을 심어주기도 했으며, 비정상적으로 마른 몸을 추구하는 현대의 여성들의 다이어트 취향을 십수년이 넘게 먼저 선도한 여인이었습니다. 그녀는 정말 소년시절의 모든 남성들이 바라마지 않는 완벽한 연인이었던 것입니다.

테츠로와 메텔, 즉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동양 소년과 늘씬한 금발의 미녀라는 인물구도는 ('천년여왕'의 유키노 야요이와 하지메, '퀸 에메랄다스'의 에메랄다스와 토치로 등 마츠모토의 대부분의 캐릭터 설정처럼) '연상의 여인에 대한 소년의 동경' 이외에도 '작고 왜소한 동양의 남성과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되는 늘씬한 금발의 백인 미녀'라는 전형적인 구도를 보여주며, 개인적으로는 마츠모토 선생이 갖고 있던 보수적 남성주의 혹은 민족주의의 또다른 표현인 듯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숨겨진 의미(동양 남성의 우월함을 보여주고 싶은 마츠모토식 남성미의 어필. 물론 확증은 없지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존재가 소년들에게 있어서 긍정적인 측면, 즉 어른으로서 성장하는 소년을 이끌어주고 보살펴주는 따뜻한 여인의 모습이 더욱 강하게 작용했다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을겁니다.

정말로 그녀는 어린 시절 흠모했던 환상의 여인이었고, 이제는 더이상 그녀를 봐도 어떠한 떨림도 갖지 않는 어른이 되어버린 아저씨들의 청춘의 환상일 겁니다.

© 2004 Leiji Matsumoto / Shogakan / Joy Square / Avex

그림 5. 우주교향시 메텔 오프닝 스틸 컷.


<참고 포스트>
 
[1] Galaxy Express 999, Wikipedia
[2] 은하철도 999 1979 1981 by 캅셀, Capsule☺블로그: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3] 은하철도 999 - 유리의 클레어 1980 by 캅셀, Capsule☺블로그: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4] 남겨진 메텔의 비밀 by 캅셀, Capsule☺블로그
[5] 은하철도 999와 메텔의 비밀 by 캅셀, Capsule☺블로그
[6] 은하철도 999 ~ 이터널 판타지 by 슈케르
[7] 은하철도 이야기 ~ 잊혀진 시간의 혹성 by 슈케르
[8] 은하철도 999 - 이터널 판타지 by 키웰, Kewell's Factory about Something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 이 리뷰는 알라딘 이주의 TTB 리뷰 2010년 6월 1주차에 선정된 리뷰이며, 프레스블로그 2010년 07월 MP 명예의 전당에서는 발라당 미끄러진 글입니다.


은하철도 999 극장판 박스세트 (3disc)  -  10점
린타로 감독/DVD 애니 (DVD 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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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트는 '엘렌 실라 루멘 오멘티엘보 at NAVER'의 '애니메이션 인물열전: 우주해적 캡틴하록... 벗이여 별바다로 떠나자'를 티스토리로 옮긴 글입니다.


<프로필>
 
◈ 주요 출연작
   - 우주해적 캡틴하록 (TV, 1978):  린 타로(감독),  코마츠바라 카즈오(작화감독)
   - 우주해적 캡틴하록: 아르카디아호의 비밀 (Movie, 1978):  린 타로(감독),  코마츠바라 카즈오(작화감독)
   - 내 청춘의 아르카디아 (Movie, 1982):  카츠마타 토모하루(감독),  코마츠바라 카즈오(작화감독)
   - 내 청춘의 아르카디아, 무한궤도 SSX (TV, 1982):  카츠마타 토모하루(감독),  코마츠바라 카즈오(작화감독)
   - 하록사가, 니벨룽겐의 반지~라인의 황금~ (OVA, 1999):  타케우치 요시오(감독),  모토하시 히데유키(작화감독)
   - 건 프론티어 (TV, 2002):  젠 소이치로(감독),  시마즈 이쿠오(작화감독)
   - 우주해적 캡틴하록, Endless Odyssey (OVA, 2003):  린 타로(감독),  유키 노부테루(작화감독)
 
◈ 카메오/조연급 출연작
   - 은하철도 999 (TV, 1978) 시간성 편
   - 은하철도 999 (Movie, 1979) 
   - 안녕, 은하철도 999 (Movie, 1981) 
   - 퀸 에메랄다스 (OVA, 1998) 
   - 코스모 워리어 제로 (TV, 2001)  
   - 우주교향시 메텔 (OVA, 2004) 
 
☞ 글쓴이 주 #1: 캡틴 하록을 포함한 레이지버스의 작품을 감상하실 때의 주의점

'천년여왕 - 우주전함 야마토 - 은하철도999 - 캡틴 하록 - 퀸 에메랄다스'로 대표된는 마츠모토 레이지의 작품들은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야마토의 경우는 예외라고 해도 될 듯)이지만 각 작품 간의 정합성은 항상 조금씩 어긋나 있고, 등장인물들의 상관관계도 이전작과 다르거나 다소 혼란스러운 경우도 있다. 이것은 애초부터 그(각 작품 간의 연관성)에 대해 원작자가 세세하고 면밀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도 있지만, 그의 작품을 연출했던 린 타로 감독이나 다른 연출 및 각본 스탭들의 독자적인 해석과 새로운 인물들의 등장(토치로의 딸 마유는 린 타로가 TV판에 등장시키고 후에 레이지가 이를 인정하고 자신의 원작에 등장시킨다. [2]참조)에 의해 생긴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후일 마츠모토 레이지 선생이 자신의 세계관을 일부 변경(예를 들면, 천년여왕과 메텔이 동일인인 듯 묘사했다가 나중에는 메텔을 그녀의 딸로 설정했다든지, 메텔과 에메랄다스를 라이벌처럼 표현했다가 후일 자매로 설정했다든지 하는 부분)함으로써 이전 작품과의 스토리적 정합성에서 더더욱 많은 논란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작품 개별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것에는 큰 무리가 없기에 레이지버스의 작품 모두를 동일한 시간축에 놓고 앞뒤가 꼭 맞게 배치하려는 불가능한 노력만 자재한다면 감상에는 무리가 없다.
 
결국, 각 작품을 모두 동일한 세계관을 공유하는 스핀 오프의 작품(실제로 '건 프론티어'의 경우는 완전히 스핀오프를 표방한다고 할 수 있다.) 정도로 보면 어떨까 싶으며, 82년 TV 시리즈 '내 청춘의 아르카디아, 무한궤도 SSX(이하 무한궤도 SSX)' 이후 오랫동안 봉인되어 있던 레이지버스의 작품들이 99년부터 다시 제작되면서 마츠모토 레이지 선생이 세계관을 나름대로 깔끔히 정리하신 듯 싶으니 굳이 말끔히 정리된 세계관을 원한다면 그의 최신작에 묘사된 세계관을 참고하는 것이 좋을 듯. (예를 들면, 우주교향시 메텔 같은 작품.) 
 
☞ 글쓴이 주 #2: 레이지버스란?

레이지 + 유니버스의 합성어로 마츠모토 레이지가 창안해낸 세계관과 그 세계관을 차용한 작품들을 통털어 일컫는 말. 보통 '우주전함 야마토', '우주해적 캡틴 하록', '은하철도 999', '천년 여왕' 정도를 지칭하며, 원작만화가 아니라 TV 방영을 위해 기획된 'SF 서유기 스타징가'나 '혹성로봇 당가도 에이스'와 같이 마츠모토 레이지가 원작으로 참여한 오리지널 아니메의 경우는 이 레이지버스의 세계관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프롤로그 - 별바다의 태동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 이후, 일본은 자괴감과 패배주의에 물들어 있었습니다. 일례로, 일본에 주둔한 미군들 중 일부가 (구시대의 많은 점령군이 그러했듯) 점령지의 여인들을 욕보이는 사건이 속출했지만, 패배감에 젖은 일본의 남자들은 그런 미군의 행패를 그냥 조용히 눈감고 지켜볼 뿐 누구 하나도 용기있게 나서지 못했던 것입니다. 재미있는 일화는 그즈음 일본에서 최고의 무술 고수가 되기 위해 수련에 수련을 거듭하던 젊은 시절의 최배달(최영의) 선생이 이런 미군들의 행패를 좌시하지 못하고 몇 차례에 걸쳐 미군들을 혼내주자 양식있는 몇몇 일본인들은 (자신들이 미군에게 받았던 모욕적인 처사를 능가하는 만행을 저질렀던 조선의) 이 젊은 무술인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냈다고 합니다. (고우영 화백의 '바람의 파이터' 참조)


시대가 흘러, 패전의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기 시작한 일본인들이었지만,(게다가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다시 일어서게 된 원동력 중의 하나가 한 때 자신들이 침략했던 한반도에서 일어난 6.25 전쟁이었고) 여전히 그들 마음 한켠에는 아직도 패배주의가 사라지지 않은 체 트라우마처럼 자리잡고 있었는데, 그런 자신들의 과거를 미래의 아이들에게는 물려주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된 것 중의 하나가 애니메이션 사업이었습니다. 인기만화가 데즈카 오사무와 영화사로 명성을 쌓고 있던 도에이를 필두로 시작된 일본의 만화영화는 눈부신 성장을 시작했고, 미국과는 다른 새롭고 경제적인 제작기법과 참신한 소재들을 바탕으로 서서히 일본의 아이들에게 꿈과 자긍심을 심어주는 역할을 해내게 됩니다.


60년대의 아니메 성장기를 거치면서 자라난 아이들이 청소년으로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일본의 만화영화, 즉 아니메는 중대한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아니메를 보며 자라난 아이들을 계속 수요층으로 자리잡게 할 좀 더 고연령대를 위한 작품이 필요하기 시작했던 것이죠. 이제 아니메는 더이상 아이들만의 것이 아닌 일본인들을 위한 하나의 대중 영상매체로 성장하기 위한 저변이 마련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때 '그것'이 등장한 것입니다.


제국주의 시대 일본이 건조한 세계 최대(最大)의 전함이었던 야마토를 모델로 하여, 환경위기에 봉착한 지구를 구원하기 위해 우주 저편의 환경 정화장치를 가져오는 임무를 맡고 출발한 우주전함 야마토와 승무원들의 스페이스 어드벤쳐를 다룬 마츠모토 레이지 원작의 '그것', '우주전함 야마토(74년작, 한국 방영제목 날으는 전함 V호)'는 지금까지의 아니메를 한단계 상회하는 과학적 고증과 짜임새 있는 휴먼 드라마, 그리고 우주 전함 간의 장대하고 스펙타클한 전투장면을 그려내며, 일약 1세대 아니메 붐을 일으키는 기념비적인 작품이 됩니다. (아직까지도 많은 일본 아니메 종사자들이 최고로 치고 있는 작품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우주전함 야마토'의 성공은 단순히 아니메의 레벨에 한정되지 않았습니다. 일본인들이 부끄러워하던 과거의 소재를 과감히 채용하여 새시대를 열어가는 소재로 사용함으로써 잠재되어 있던 일본인들의 패배의식을 자긍심으로 바꾸고, 신세대 젊은이들에게 자신감을 고취시키는 일종의 사이코 드라마로서의 역할을 해냈던 것입니다. 비로소 아니메가 어린이를 넘어 어른들까지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대충매체로서의 도약의 기회가 되었고, 이 새로운 아니메 붐은 바로 마츠모토 레이지라는 일개 만화가를 일류 만화가의 반열에 올려놓기 시작합니다.


© Matsumoto Leiji & Nishizaki Yoshinobu

우주전함 야마토 극장판 포스터. 레이지버스의 시초가 된 작품.



캡틴 하록, 사나이의 로망을 싣고 별바다를 모험하다


'우주전함 야마토'의 대성공 이후, 마츠모토 레이지(편의상 별도의 존칭없이 마츠모토로 표기하겠습니다.)는 도에이의 간판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도에이가 이끌어 오던 로봇 아니메의 주도권이 그들의 손을 떠나 선라이즈로 넘어가기 시작한 70년대 후반, 마츠모토의 장대한 스페이스 어드벤쳐는 도에이의 또다른 대안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인 것이죠. 그리고 78년, 드디어 레이지버스의 세계의 한축을 지탱하는 한 사나이가 과묵한 걸음걸이로 우리에게 찾아옵니다. 야마토와는 또다른 사나이들의 로망을 실은 우주 전함 아르카디아호와 함께 온 사나이의 이름은 캡틴 하록이었습니다.


78년 TV 시리즈 '우주해적 캡틴하록'은 스토리 텔링에 있어서는 '우주전함 야마토'에 비해 상대적으로 허술합니다. '지구를 침략한 마존에 맞서 자유를 위해 홀로 싸우는 우주해적'이라는 시놉시스는 지구의 오염된 환경을 구하기 위해 장대한 우주여행을 떠나는 야마토의 그것에 비교해 메시지나 신선도에 있어서도 별반 나을 점이 보이지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주에서의 모험과 항모들간의 장렬한 전투라는 야마토의 소재에 캡틴 하록이라는 강렬한 캐릭터가 가세한 후속 아류작이라고나 할까요.


그러나, 과묵하고 진지한 모습으로 사나이의 마초적인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하록의 강렬한 카리스마는 원작의 깊이와는 관계없이 마츠모토 스타일의 로망을 시청자에게 강하게 인식시키게 됩니다. 어떠한 위험과 고난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강인한 정신력, 그것은 과거 패전 이후 자격지심에 짓눌려 있던 일본인들의 모습에 대한 일종의 반작용이었으며, 동시에 강인한 사무라이 정신을 다시 일깨우고 싶은 민족주의의 발로였던 것입니다.


우주인 침략자 앞에서도 제 밥그릇 찾기에 바빴던 한심하고 무능한 지구의 정부와 군은 과거의 부정적인 일본(또는 일본의 기성세대)에 대한 마츠모토의 우회적인 비판이었으며, 동시에 그들과는 달리 자유와 꿈을 위해 홀로 악전고투하는 하록과 아르카디아호의 승무원들은 마츠모토의 바람이 담긴 미래의 일본상이자 일본의 젊은이의 나아갈 모습이었던 것입니다. (물론 그것은 불행하게도, 한국과 같은 나라에게 있어서는 별로 유쾌하지 못한 일본 제국주의의 편린과도 이어져 있었습니다.)


이렇게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여준 하록 선장은 기실 원작자인 마츠모토가 탄생시킬 당시만 하더라도 대중적인 공감을 이끌어 내지는 못했습니다만(아무래도 당시 마츠모토 선생은 야마토 쪽에 좀더 비중을 두었던 듯 싶군요.), 이를 린 타로 감독이 맡아 연출하게 되면서 원작의 캐릭터를 린 타로 스타일로 재해석하여 기대 이상의 호응을 이끌어내게 됩니다. 78년 TV 시리즈에 등장한 하록의 친우 토치로의 딸 마야의 경우가 바로 이런 린 타로 식 재해석의 산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투쟁과 방랑에 길들여진 거친 해적의 이미지에 친우의 딸을 보살피고 지켜주는 따뜻한 어른의 모습을 오버랩시켜 하록을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움을 갖춘 멋진 사나이로 묘사했던 것입니다.


게다가 본편의 작화감독을 맡은 코마츠바라 카즈오는 특유의 신들린 듯한 솜씨로 호리호리하지만 강한 정신력을 가진 원작의 하록과 나긋나긋하면서도 가냘픈 마츠모토 특유의 여성 캐릭터들, 땅딸막하고 보잘 것 없지만 각자의 개성과 실력을 겸비한 아르카디아호의 승무원들을 멋지게 재구성하여 시각적 공감대를 가져다 줍니다. (특히, 마츠모토의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런 작고 못생긴 주변 인물들은 얼핏 보기에도 동양인, 아니 일본인을 묘사한 것이 아닌가 싶으며 이것 역시 마츠모토식 민족주의의 발로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이 멋진 환상의 콤비가 이후 은하철도 999로 이어지는 마츠모토 원작 만화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어 감은 주지의 사실이기도 합니다.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첫번째 TV 시리즈 우주해적 캡틴하록의 오프닝 스틸 컷.


 

풍랑 속에 길을 잃은 해적, 별바다에 잠들고

TV 시리즈의 방영 이후, 극장판(우주해적 캡틴 하록: 아르카디아호의 비밀, 1978년작)으로 제작되며 '은하철도 999'와 함께 당당히 레이지버스의 한축으로 야마토를 이어가기 시작한 하록. 뒤이은 마츠모토의 초 히트작 '은하철도 999' TV 시리즈의 에피소드 '시간성' 편과, '은하철도 999'의 극장판 시리즈 2편에 모두 카메오 또는 비중있는 조연으로 출연하면서 명실공히 마츠모토의 페르소나로 팬들에게 깊게 각인되기 시작합니다.

마츠모토가 그렸던 성장하는 주인공으로서의 모습이 '캡틴 하록'의 다이바, '은하철도 999'의 테츠로, '천년여왕'의 하지메로 그 모습을 바꾸어 형상화 되었다면, 이 하록은 이미 완성된 캐릭터로서 성장하는 청소년들을 지켜보고 도움을 주는 든든한 후원자와 같은 역할을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 하록은 이처럼 다른 작품에 등장하면서 오히려 자신의 작품에서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팬들에게 심어주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마치, 크게 히트한 이후 출연을 자제하며, CF나 뮤직 비디오에만 간간히 모습을 드러내는 스타들처럼 말입니다.)


그로부터 4년 후, 하록은 드디어 카츠마타 토모하루 감독(마징가 Z, 그레이트 마징가, 우주전함 야마토:사랑의전사 연출)이 원톱 감독으로 나선 새로운 극장판에 등장하게 됩니다. 하록의 젊은 시절, 즉 애꾸눈이 되기 이전의 모습부터 토치로, 에메랄다스와 같은 그의 절친한 동료들을 만나게 되는 하록의 최초의 여정을 다룬 극장판 '나의 청춘 아르카디아호(1982)'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막을 연 이 작품은 기대에 못미치는 흥행 결과로 레이지버스 작품들의 흥행가도에 큰 제동을 걸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마츠모토 레이지의 작품이 20여년 가까이 만화영화화 되지 못하는 (극장판의 후일담을 다룬 '무한궤도 SSX' 외에는 20여년 동안 만화영화화 되지 않음) 단초를 제공하는 오명을 갖게 되지요. 82년 당시 흥행수입 6억 5천만엔은 대성공은 아니더라도 대참패라고는 볼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같은 해 개봉했던 극장판 '1000년 여왕'의 흥행수입이 10억엔 정도로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랭킹 92위에 들어있는 것을 보았을 때도 이는 나름 타당성이 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정가도를 달리고 있던 마츠모토 원작이라는 네임밸류는 이미 그 정도의 수익은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기대치를 갖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82년도 극장판 나의 청춘 아르카디아호의 스틸 컷.

 

추측하기로는 81년부터 82년을 거쳐 전 일본적인 관심을 몰고 온 '기동전사 건담 극장판 3부작'의 열풍이 아동층에 한정되어 있던 로봇 장르를 성인층과 마니아층까지 본격적으로 확장시키면서 낭만적이고 신파적인 마츠모토식 SF에서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와 드라마로 가득찬 토미노식 리얼 SF의 세계로 팬들의 관심이 쏠린 것도 한몫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비교적 진부해진 레이지버스의 SF 설정도 그렇지만, 이미 그 드라마적인 전개에 있어서도 마츠모토식 로망스, 즉 선굵은 남성들의 꿈을 향한 낭만적이고 비장한 이야기가 불과 몇 년을 기점으로 낡은 구시대식의 사고방식으로 전락했다는 것의 반증이 아닐까요.


게다가, 이 극장판은 작품 내내 비장미, 사나이의 기개, 정복당한 지구인들의 참상에 대한 우울한 묘사에 치우친 체 하록과 토치로들의 본격적인 활약은 클라이막스에 이르러서야 이루어지는, TV 시리즈의 프롤로그적 성격이 강한 모습을 보여주어, 극장을 찾았던 많은 관객들에게 긴 시간 동안 우울함과 지루함을 선사해주었을 듯 합니다. 게다가 클라이막스 또한 그다지 상쾌한 결말이 되지 못했구요. 하록의 첫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의의 외에는 너무 무겁고 지리했던 이 작품의 분위기가 바로 가장 큰 실패의 요인이 아닐까 싶군요.  

또한, 일루미다스 군에게 점령당한 지구인들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미군에게 패배한 일본을 비유한 것이라 생각되는데, 한국인으로서는 그런 설정이 마치 일본인에게 나라를 빼앗겼던 구한말의 모습과도 겹쳐지며, 또 이러한 모습을 일본의 만화영화가 묘사하면서 강한 거부감이 느껴진 것 역시 사실이었습니다. 물론, 당시의 일본 관객들이 한국인인 제가 느낀 감정을 가졌을 리는 만무하지만, 경제대국인 된 일본에게 있어 생각하고 싶지 않은 오래 전의 이야기는 이제 고리타분하거나 관심 밖의 소재는 아니었을까요.


여러가지 악재로 인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하록은 같은 해, TV 시리즈 '무한궤도 SSX'를 통해 극장판 이후의 본격적인 하록들의 첫 모험을 다룹니다. 그러나, 린 타로 감독이 이전 시리즈에서 시도했던 설정들은 이 작품에 이르러 틀어지기 시작하는데, 토치로와 에메랄다스가 극장판에서 첫 만남을 갖은 이후, 이 시리즈를 통해서 절친한 동료로 발전하고 연인의 감정을 쌓아가는 순간 토치로를 사망시킴으로써, 이전 린 타로의 TV 시리즈에서 등장했던 토치로와 에메랄다스의 딸 마야의 출생(연인이 되기 전 사망한 토치로가 에메랄다스 사이에서 마야를 낳을 시간적 여유가 없음)에 대한 오류가 발생했고, 극장판부터 함수에 거대한 해골문양을 새겨넣었던 아르카디아호는 수십년 뒤 다시 만들어진 하록 시리즈에서도 여전히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최초의 TV 시리즈에 등장했던 해골문양의 함수가 없는 아르카디아호(일설에는 이 최초의 아르카디아호는 데쓰 쉐도우 호이고, 이후의 것이 아르카디아 호로 구분된다고 합니다만)의 존재를 무색하게 하는 등, 이전 시리즈와의 많은 설정상의 마찰을 야기하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이 작품이 만들어 낸 문제라기보다는 레이지버스의 작품들이 여러 감독의 손을 거치면서 각 시리즈의 이야기 전개를 위한 나름의 설정을 만들어 내면서 원작과의 절충을 위한 과정을 거치는 중, 이전 시리즈의 고려가 이루어지지 않아 (그것이 고의적이던 무의식적이던 간에) 발생한 문제라고 보는 것이 맞겠지만, 이후 수많은 팬들에게 있어서 설정의 진위 여부로 많은 논란거리를 제공하면서 작품의 호불호와는 별개로 레이지버스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팬들에게 의해 재해석되고 재해부되며 여러가지 가십거리를 낳게 하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두번째 TV 시리즈 '무한궤도 SSX'의 오프닝 스틸 컷.



해적, 과거에서 부활하여 신세기를 항해하다


이후, 수십년동안 레이지버스는 만화영화 팬들의 뇌리에서 거짓말처럼 잊혀져 버렸습니다. 저 90년대 초반의 리메이크 붐 당시에도 레이지버스는 그 어떤 재탄생의 조짐도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1세대 아니메의 붐을 일으켰던, 아니메 시대의 르네상스를 열었던 전설의 작품(물론, 하록은 야마토나 은하철도 999에 비해서 그 의의가 비교적 약했지만)은 철저히 신세대에게 외면받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1998년, 레이지버스의 최초의 태동을 이야기하는 '화성여단 다나사이트 999.9'가 OVA로 등장하면서 레이지버스는 오랜동안의 봉인을 풀고 신세기로의 항해를 위한 엔진 예열에 들어갑니다. 연이어 '은하철도 999 ~ 이터널 판타지'와 '퀸 에메랄다스'가 우주로의 항해를 시작하게 되는데, 이 '퀸 에메랄다스'에서 하록은 오랜만에 카메오로 출연하며 20년만의 스크린 복귀로 팬들에게 짧은 인사를 건내게 되는 것입니다. (이 작품에서 하록의 등장씬은 말 그대로 짧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99년, 하록은 주인공으로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북구 전설 '니벨룽겐의 반지'를 토대로 한 유명한 바그너의 오페라 '라인의 황금'을 모티브로 한 OVA '하록 사가, 니벨룽겐의 반지~라인의 황금~(이하 하록 사가)'은, 레이지버스의 유명인사들인 하록의 영원한 벗 토치로, 토치로의 연인이자 하록의 오랜 동료인 여해적 에메랄다스, 그리고 신비의 여인 메텔 등이 모두 등장하는 가슴 뛰는 도입부와 함께 새로운 하록 전설의 시작을 알리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인간으로서는 대적할 수 없는 하록의 압도적인 강함 때문이었는지 신과 대적하는 해적이라는 거창한 판타지적 이야기 전개(물론, 모티브가 된 이야기가 북구전설이었던 것도 원인이겠지만)를 선보이면서 이전의 하록 선장과는 달리 허무맹랑하고 관념적인 이야기를 선보입니다. 거기에 6부작이라는 짧은 OVA의 편수에 비해 그 전개가 너무 늘어지면서 스케일은 굉장히 크게 시작하여 결말 자체는 흐지부지 끝나버리는 실망스러운 이야기의 완성도를 보여줬던 것입니다.


결국, 이 작품은 아쉽게도 새로운 작화로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하록과 레이지버스의 인물들, 그리고 장중한 오페라와의 접목이라는 의의 외에는 재미 뿐만 아니라 완성도에 있어서도 많은 아쉬움을 준 작품이 되고 맙니다. 이미 오랜 시절 구축되어온 지나치리만치 카리스마 넘치는 그의 이미지는 몇 마디의 대사와 함께 가끔 역동적으로 아르카디아호의 키를 조종하는 모습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과묵하게 서있기만 하는 도를 넘치는 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고, 느린 전개와 맞물려 스케일만 큰 지리한 클래식 오페라처럼 인식시키고 맙니다. 하록의 모습은 기존의 이미지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작품의 재미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배우의 자세를 잊어버린 왕년의 톱클래스 탤런트와 같은 모습이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1세기를 맞이하여 레이지버스는 본격적인 시동을 겁니다. '코스모 워리어 제로(2001)'를 통해 새롭게 시동을 건 레이지버스의 스페이스 어드벤쳐에서 하록은 주인공에게 쫓기는 우주 해적이라는 비중있는 조연으로 등장했고, '건 프론티어(2002)'에서는 뜬금없이 서부극의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전혀 선보이지 않았던 썰렁한 개그까지 말이죠.) 20년만에 복귀하여 옛 이미지 그대로 연기했다가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자 연기 변신을 시도한 톱 탤런트의 모습과 같다고 할까요. 전설로 회자되던 한 남자의 복귀는 그렇게 순탄치는 않았던 것입니다.

©1999 Leiji Matsumoto • Shinchousha/Bandai Visual • 81produce

99년작 '하록사가'의 스틸 컷.



벗이여 언젠가 또 별바다로 떠나자, 해적의 깃발 아래서...


신세기에 들어 미소녀에 대한 편향된 작품의 제작 스타일, 그리고 오래가는 작품보다는 패스트푸드처럼 금방 소비가 가능한 소재가 트렌드가 되어가면서 레이지버스의 작품들은 요즘의 기호와는 어울리지 않는 느낌입니다. 게다가 70년대 당시의 시대적인 분위기가 그 이미지에 너무나 많이 녹아 들어있는, 비장하고 진지한 하록의 모습은 그가 갖고 있는 고전적인 남성미와 더불어 구시대의 대표적인 상징처럼 여겨지는군요.


2003년 린 타로 감독이 다시 연출한 '우주해적 캡틴하록: 끝이 없는 오딧세이'는 하록의 내면을 심도있게 다루어 보려한 린 타로 감독의 의지가 엿보인 작품이었습니다만, 덕분에 작품은 한층 더 무거워졌고, 게다가 '하록사가'에 이어 다시 한 번 초자연적인 존재와 아르카디아호와의 대결을 묘사하면서 지루한 이야기 전개를 피해가지 못하게 됩니다. (만약, 일루미다스나 마존과 같은 실존하는 적과의 스펙타클한 스페이스 액션을 소재로 했다면 좀 더 좋은 반응을 얻었을지도 모르겠군요.) 노장의 연출력은 여전히 빛났고, 과거 코마츠바라 카즈오에 버금가는 유키 노부테루의 캐릭터 디자인은 전작의 명성에 버금갈 정도였지만, 아쉽게도 이미 시대는 옛 해적의 이야기에 환호하기에는 너무 많은 다른 것들에 익숙해져 버린 뒤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작품의 완성도는 21세기에 리메이크된 여타 하록 시리즈에 비해 가장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대는 변하고 주인공은 바뀝니다. 전설적인 해적의 귀항은 비록 기대에는 못미쳤지만, 그동안 그가 항해해온 수많은 별바다의 항해기록이 모두 헛되었던 것이 아니듯 이 여정 역시 그의 전설의 일부가 될 것입니다. 그의 항해는 우리의 추억과 맞닿아있기에 여전히 동경의 대상이고, 저 옛날 별바다를 함께 항해했던 동반자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의 여정에는 제국주의의, 일본의 국수주의의 냄새가 나 가끔을 멀미가 나는 부분도 있었지만, 거대한 그의 분신 아르카디아호와 별바다를 향한 그의 항해에는 여전히 우리의 지난 시절과 추억이 흩날리는 해적의 깃발처럼 그의 옆에 영원히 놓여져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그는 별바다를 향한 기나긴 여정에 오를 겁니다, 검은 망토를 휘날리면서.
 

© LEIJI MATSUMOTO/Kobunsha • VAP • NTV ©2002 VAP • NTV

2003년작 '우주해적 캡틴하록: 끝없는 오딧세이'의 스틸 컷.



<참고 포스트>

 

[1] Captain Harlock, Wikipedia

[2] 우주해적 캡틴 하록 by 만보, Habest Days

[3] 우주해적 캡틴 하록 1978 by 캅셀, Capsule☺블로그: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4] 내 청춘의 아르카디아 1982 by 캅셀, Capsule☺블로그: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5] 캡틴 하록 TV 시리즈 by 슈케르

[6] 내 청춘의 아르카디아 by 슈케르

[7] 무한궤도 SSX by 슈케르

[8] 하록사가: 니벨룽겐의 반지 ~ 라인의 황금 by 슈케르

[9] 우주해적 캡틴 하록 - Endless Odyssey Outside Legend by Kewell, Kewell's Factory about Something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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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ヤマトスタジオ/「宇宙戦艦ヤマト 復活篇」製作委員会

captured from official website

2009년 12월 12일 개봉예정인 '우주전함 야마토'의 새로운 극장판 '우주전함 야마토 부활편'(이하 야마토 부활편)의 트레일러 영상이 공개되었습니다.

 

트레일러 영상 보러가기 (클릭)

 

야마토 부활편은 첫번째 TV 시리즈로부터 21년, 마지막 극장판 아니메였던 '우주전함 야마토 완결편(1983)'으로부터 17년 뒤의 이야기입니다. 거대한 블랙홀의 출현으로 지구를 탈출하는 인류를 수호하는 새로운 야마토의 이야기로, 오리지널 시리즈의 항해사였던 스스무 코다이가 중년의 함장으로 새로운 야마토를 이끌게 됩니다. (아마, 스스무 코다이는 이전 시리즈에서도 야마토의 함장 대리를 맡았던 것으로 기억이 되는군요, 너무 오래 지난 일이라 좀 가물가물합니다만.)

 

공식 트레일러를 통해서 본 야마토 부활편은 CG를 도입하여 이전보다 더 사실감과 입체감이 배가된 전투씬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단, 그에 비해 캐릭터 디자인은 이전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이질감과 함께 우려감을 느끼게 하는데요. 이 씨리즈의 프로듀서이자 총감독인 니시자키 요시노부 옹이 공동 원작자이자 캐릭터 디자인 원안을 맡았던 마츠모토 레이지 옹과의 오랜 저작권 싸움 끝에 공동 저작권을 인정받으며 사실상 그와 갈라서고 새로운 캐릭터 디자인을 선보인 결과입니다만, 그 완성도가 지금으로서는 그다지 좋지 않으리라는 예상을 하게 하는군요.

 

어쩌면, 이번 야마토 부활편은 CG 장면 외에 셀 애니메이션 쪽에는 기대 이상의 저조한 완성도를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듭니다. 야마토 씨리즈의 하나의 아이덴티티이기도 했던 마츠모토 레이지의 캐릭터 디자인이 사라진 야마토는 확실히 기대 이하의 모습이군요. 그나마 발전적인 모습이었다면 좋으련만, 니시자키 요시노부 옹이 이번에는 의욕만 앞서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아직 개봉이 안된 상태에서의 성급한 결론으로 끝났으면 좋겠지만 말입니다.

 

그나저나, 이 제국주의의 상징같은 야마토의 부활이라니... 한 노인네의 과거 향수에 대한 집착 정도로 치부하면 좋겠습니다만, 이렇게 21세기에 새롭게 등장하는 것이 저로서는 그닥 내키지는 않는군요. 어렷을 적 무척이나 재미있게 봤던 이 시리즈를 오랜 시간동안 외면했던 것도 다분히 그런 상징성 때문이었는데 말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한국팬들이 보면 안된다라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만.)


트레일러 영상 (captured from official website)


☞ Yamato, Japanese Atom, Battle Spirits 2 Promos Posted, 기사 원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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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ishizaki Yoshinobu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소문으로만 무성하는 듯 하던 마츠모토 레이지의 장편 스페이스 판타지 우주전함 야마토의 실사영화화가 마침내 그 실체를 드러냈습니다. 아래는 Anime News Network에 게재된 해당 기사.

 

Noboru Ishiguro Confirms Live-Action Yamato in Development, Anime News Network

 

감독은 야마토 첫번째 TV 시리즈의 작화감독에서부터 이후의 TV 시리즈에서 연출을 맡았던 야마토의 원년멤버이자 '초시공 요새 마크로스'의 노장 이시구로 노보루가 맡았고, 야마토의 공동 창조자로, 긴 옥고와 길고긴 마츠모토 레이지와의 저작권 분쟁 끝에 마침내 돌아온 풍운아 니시자키 요시노부가 프로듀싱을 맡았습니다. 게다가 SMAP의 리더이자 일본의 대표 미남배우인 키무라 타쿠야를 캐스팅하여 다시금 야마토 부활을 위한 힘찬 시동에 들어간 듯 하군요.

 

올드팬들은 잘 아시겠지만, 우주전함 야마토는 은하철도 999의 원작자인 마츠모토 레이지의 첫번째 히트작으로, 70년대 후반 아니메 르네상스의 초석을 다지게 한 일본 아니메의 기념비적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전 아니메의 SF 설정을 한단계 상회한 당시 야마토의 과학적 고정과 장대한 서사적 스토리는 수많은 매니아층을 생성했으며, 안노 히데아키와 같은 당시의 꿈나무들에게 기동전사 건담과 함께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작품이기도 하지요.

 

국내에서는 우주전함 V 호라는 제목으로 상영되어 역시 커다란 인기를 끌며 국내 아니메 1세대들에게도 깊이 각인되어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작품의 핵심인 전함 야마토가 일본 제국주의 시절 건조되었던 일본 최대(最大)의 전함 야마토의 겉모습을 오마쥬(실제로, 작품 내에서 태평양 전쟁시절 침몰되었던 야마토의 잔해를 모티브로 삼아 야마토를 재건하는 장면이 등장하는 것으로 지금도 기억)하는 등, 여러 면에서 일본의 보수적(우리의 관점에서는 제국주의적) 관점을 강하게 드러내며 불편한 감정 역시 가져다 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2009년 중에 원래 극장판 아니메 '우주전함 야마토 - 부활편'의 제작이 발표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는 상황에서 이번 실사편 영화의 제작 발표소식은 꽤나 놀랄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니시자키 프로듀서가 오랜만에 현업으로 돌아와 노구의 몸을 이끌고 꽤나 적극적으로 야마토의 부활에 앞장서는 듯한 느낌입니다. 극장판 아니메는 현재 12월에 개봉 예정에 있으니 실사 영화는 아무리 빨라도 내년 말 즈음에나 가능하지 않을까 싶군요.

 

 

그러나, 이런 와중에 여러가지 우려와 불안감도 갖게 하는데요. 일단, 아니메의 그 방대한 SF 서사시를 실사영화화한다는 것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수준의 자본과 연출력이 필요한 것인데, 과연 그것을 아니메 감독 출신의 이시구로 감독이 잘 해낼 것인지가 궁금하구요.(물론, 전문 영화스탭들이 보조하겠지만.) 프로듀서와 감독 모두 70대의 노장들인데다가 원체부터 보수적인 색체를 띄었던 레이지버스의 작품인지라 과연 신세기의 기호와 취향에 맞는 작품으로 탄생할지도 역시 걱정이기도 합니다.

 

아니메를 섣불리 헐리우드식 스타일로 변형하여 실패한 사례는 이미 '스피드 레이서'나 '드래곤 볼 에볼루션' 등에서 보아왔습니다만, 그렇다고 아니메적 감성으로 실사영화를 연출하는 것도 분명 이질감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을 터이니 그 부분의 조율과 노하우가 영화의 완성도를 가늠하는 관건이 아닐까 싶군요. 물론, CG의 완성도 역시 당연히 필요한 문제겠지요. 마지막으로, 군국주의의 정취가 풍기는 이 아니메가 실사영화로 등장했을 때, 과연 얼마만큼 일본적 보수주의가 배제되느냐 하는 것도 한국의 아니메 팬들로서는 나름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기대와 불안감 속에 마침내 발진을 하는 야마토. 야마토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그 실체를 드러낼지가 자못 궁금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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