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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카토키 하지메가 디자인하는 건프라 디자인의 모든 것

내 건담 팬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뚝심의 출판사 AK 커뮤니케이션즈가 또 한 번 건담 팬들이 환호할만한 신간을 들고 우리를 찾아 왔습니다. 아니메를 넘어 건프라 전반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디자이너 카토키 하지메의 건프라 설정 디자인을 정리한 '카토키 하지메, 디자인&프로덕츠 어프루브드(Approved) 건담(이하 어프루브드 건담)'이 바로 그것. 이 책은 이미 2001년에 카도카와 서점을 통해 발행된 '카토키 하지메 디자인&프로덕츠'의 후속편으로서, 2003년까지 카토키가 담당했던 HGUC, MG, 건담 Fix Figuration(이하 GFF) 제품 라인업의 디자인 일러스트와 작례, 그리고 카토키 하지메를 비롯한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뒷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건담 팬들과 건프라 팬들에게는 무척이나 기대되는 서적이기도 합니다.

건담 센티넬을 통해 혜성처럼 건담 월드에 입성한 카토키 하지메는 이후 '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나 '기동전사 V 건담' 등에서 메카닉 디자이너로서 활약하기도 했지만, 기존의 건담 메카닉들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리파인(refine)하거나 건프라 제품을 위한 설정 및 디자인에서 발군의 실력을 선보이며 이후 건프라 산업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존재로 성장하게 됩니다. HGUC 전 제품과 초창기 MG 라인업, 건담 완구 브랜드인 GFF, 그리고 스스로의 이름을 건 MG Ver.Ka에 이르기까지 건프라에 미치는 그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지요. 개인적으로 메카닉 디자이너로서 그의 창조적인 발상은 데뷔작인 건담 센티넬이 거의 최대치라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거의 입신의 경지에 이른 건프라 디자인 능력만큼은 독보적이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역량의 일부분을 바로 이 책, 어프루브드 건담에서 볼 수 있는 것이죠.

이 책은 2003년에 발간된 책을 무려 10년만에 AK에서 재발간한 것으로, 근래의 건프라 라인업이 대거 언급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HGUC 덴드로비움이나 MG Ex-s 건담, MG 퍼스트 Ver.Ka와 같은 건프라 역사에서 길이 남을 명키트들이 다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저 그런 건프라 무크지와는 차별성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건담 센티넬 만큼의 레전드급 무크지는 아닙니다만, 광장히 유니크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국내에 출시된 건담 관련 서적 중에서는 손꼽히는 소장가치를 지닌 서적이 아닌가 싶네요.



표지는 카토키 최고의 디자인이라 할 수 있는 Ex-S 건담이 장식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 등장한 Ex-S 건담은 MG 제품을 베이스로 하여 코바야시 마코토가 작례한 것으로서, Ex-S 건담의 특징을 십분 살린 멋진 작례라 하겠습니다.



센티넬의 세계관에 등장하는 제쿠 즈바이의 작례. 아직까지 MG나 HGUC 라인업에는 없는 제품을 스크래치 빌드로 구현해는 작례입니다. 센티넬의 팬들로서는 제품화가 몹시도 기다려지는 녀석이기도 하죠.



HGUC 희대의 제품으로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HGUC 덴드로비움의 자태. 설정의 거대한 덩치로 인해 HGUC 임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스케일과 가격을 자랑하고 있는 제품입니다. 아니메에서의 오리지널 디자인도 카토키가 해냈지만, HGUC로 출시되면서 카토키의 세심한 설계가 반영되어 아직까지도 많은 건프라 팬들에게 명 키트로 기억되는 제품이지요.



책에 등장하는 MG S건담과 Ex-S 건담의 변형 작례는 센티넬의 그것과 거의 동일한 컷 구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진의 우측 흑백 서적이 건담 센티넬, 좌측이 어프루브드 건담.




MG의 새로운 라인업으로서 각광받고 있는 Ver.Ka 라인업의 첫 신호탄 퍼스트 건담 Ver.Ka. 본 서적에서는 오리지널, 프로토타입, G3의 세가지 작례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Ver.Ka 라인업은 퍼스트 건담부터 얼마전 뉴건담에 이르기까지 매번 압도적인 퀄리티의 라인업으로서 팬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지요.



이번 무크지에서는 그 분량이 다소 아쉬운 개발자 대담. 최초는 PS2용 게임인 '해후의 후주'에 등장하는 모빌슈트 디자인에 대해 카토키를 위시한 업계 관계자들의 대담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본 서적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카토키 디자인 웤스. 프라모델 제품화를 위한 그의 설계 디자인과 스케치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그의 작업 모두가 다 소개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분량과 정보량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특히, 각 부의 메커니즘을 놀라우리만치 세심하게 디자인한 그의 작업들을 보고 있노라면 단순한 프라모델 디자이너가 아닌 실제 군수무기 개발자를 연상시킬 정도의 치밀함에 전율하게 되지요. 디자인의 창조성으로만 보자면 다소 처질지도 모르지만 이런 디자인 능력과 감각은 범인의 경지라 할 수 없을 만큼 놀라움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카토키와 업계 관계자의 대담이 실린 또다른 페이지. HGUC 개발의 시작부터 방향성을 정하게 된 계기, HGUC 덴드로비움에 이르는 HGUC와 MG 개발의 뒷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HGUC, MG와는 또다른 완구 브랜드인 GFF에서도 카토키의 입김은 강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과거 완구 브랜드로서 접근에 실패했던 건담이 카토키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완구 브랜드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볼 때 참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합니다. 그 옛날에 GFF같은 건담 완구가 등장했다면 건담은 재방송을 하지 않고도 본방에서 사회적인 현상이 되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건프라라는 희대의 제품 라인업도 탄생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건프라의 발전으로 GFF 같은 완구 브랜드가 성공한 것을 상기한다면 재미있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GFF 브랜드에서도 여전히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센티넬 라인업. 비록 반다이와의 소원한 관계(?)로 인해 홀대 받는 센티넬이지만, 그래도 카토키가 있어서 몇 몇 브랜드들은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제품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초보 모델러들이 좋아할만한 색상표도 등장하여 깨알같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각 MS에 따른 데칼 페이지도 있네요. 유난히 데칼이 많은 Ver.Ka 라인업을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구성입니다. :)



GFF 시리즈 대담. 대담 코너는 본 리뷰에 소개된 세 개가 전부입니다. 디자인 웤스가 주 메뉴인 본 서적의 성격을 감안한다면 이해도 되지만, 심도 있는 이야기들을 접할 수 없어서 약간이 아쉬움도 드는군요.



GFF를 위한 카토키의 설정 디자인도 빠지지 않고 등장해줍니다. 


어프루브드 건담은 건담 월드에서 카토키의 실질적인 활약상(?)을 체감할 수 있는,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서적입니다. 한국의 건프라 팬들에게는 단비와 같은 무크지인 셈인데요. AK는 이후에도 카토키 관련 서적을 또 출간할 예정이라고 하니 그 기대가 크다 하겠습니다. 압도적인 디테일을 자랑하는 카토키의 설정 일러스트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 책은 상당히 소장할만 친구입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 ·  NAGOYA Broadcasting Network / AK 커뮤니케이션즈(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카토키 하지메 디자인 & 프로덕츠 어프로브드 건담 - 10점
카토키 하지메 지음, 김정규 옮김/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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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스탭>

◈ 감독: 피터 잭슨(Peter Jackson)
◈ 원작: J.R.R 톨킨(Tolkien)의 '호빗'
◈ 제작: 뉴 라인 시네마, MGM, 워너 브러더스


<줄거리> 

111번째의 생일을 맞은 호빗족의 원로 빌보 베긴스. 그는 자신이 60년 전에 겪었던 잊을 수 없었던 그 모험을 글로 남기기로 결심한다. 그의 모험은 동부의 외로운 산 지하에 터전을 잡은 난쟁이들의 위대한 왕국 에레보르와 연관이 있다. 불멸의 두린의 피를 이어받은 왕가의 마지막 적통이자 난쟁이의 반지의 정당한 소유자인 스로르의 손자, 에레보르 왕 스라르의 아들인 소린 왕자는 황금용 스마우그의 침략으로 자신의 왕국 에레보르를 등지고 십수명의 가신들과 함께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는 드워프이다. 그는 스마우그에게서 에레보르를 되찾고 자신의 왕국을 재건하겠다는 일념 하에 뜻을 같이할 동지들을 모으고 있었는데, 이 소린의 일행에 회색의 마법사인 미스란디르, 즉 간달프도 참여하게 된다. 

완벽하게 잠들지 않은 악의 존재를 염려하던 간달프는 소린의 모험이 자신이 염려하는 일들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예감 속에 소린과 뜻을 같이 하게 된다. 강인하지만 융통성이 없고 고집스런 이 드워프 무리들의 부족한 점을 메우기 위해 간달프는 또 한명의 대원을 추천하게 되는데, 그는 샤이어에 사는 평화를 사랑하는 소인족 호빗 중의 한 명인 빌보 베긴스 였으니...


논란을 부른 삼부작의 첫시작, 반지의 제왕에는 못미치지만 준수한 완성도.

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 3부작' 시리즈는 판타지 영화사를 새로이 쓴 기념비적인 시리즈다. 모든 판타지의 출발선이라 할 수 있는 톨킨 경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것도 그렇지만, 그 톨킨의 원작을 블록버스터 급 영화로 만들면서도 기존 블록버스터의 가벼움에 물들지 않았던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또, 판타지라는 장르 영화가 풍겨왔던 어린이용이라는 선입관에 묻히지 않고 드라마가 가질 수 있는 감동과 깊이를 보여주으며, 특수효과가 주는 눈요기 거리에 휩쓸리지 않고 스토리에 충실했다는 점 역시 반지의 제왕이 그저 그런 판타지 영화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3부작으로 피터 잭슨은 B급 호러무비 감독에서 명감독의 칭호까지 얻게 되니, 잭슨에게, 판타지 영화에게, 그리고 (절대 영화화 되지는 못할 것만 같았던) 원작에게 있어서 반지의 제왕 3부작은 빛나는 이정표이자 전환점이었던 셈이다.

그런 반지의 제왕이 스크린에서 내려간지도 어언 10여년, 우리는 다시 한 번 중간계의 경이로움을 경험하게 될 또다른 기회를 얻게 되었으니, 그것이 2012년 12월부터 전세계적으로 상영을 시작한 '호빗, 뜻밖의 여정'(이하 뜻 밖의 여정)이다. 톨킨 경의 중간계를 세계관으로 삼은 소설 중 가장 먼저 쓰여진 소설 '호빗'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반지의 제왕의 주인공 호빗이었던 프로도의 삼촌인 빌보를 주인공으로 삼아 전설의 난쟁이 왕국 에레보르와 황금용 스마우그를 둘러싼 빌보와 간달프, 그리고 드워프 왕자 소린을 필두로 한 12명의 드워프들의 모험을 다룬 이야기이다. 잭슨 감독은 이번에도 호빗을 3부작으로 제작하여 반지의 제왕과 마찬가지로 한꺼번에 3부를 제작한 뒤 1년 단위로 상영을 하는 방식을 택했는데, 톨키니스트들과 판타지 영화의 팬, 그리고 반지의 제왕을 인상깊게 보았던 이들에게 이는 3년 동안의 예약된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단, 3부는 현재 촬영중이다.)

반지의 제왕에 대한 영화화가 논의되던 90년대말부터 사실 호빗의 영화화는 피터 잭슨의 머리 속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당시 잭슨은 3부작으로 영화를 만들 계획을 세우고 1부는 호빗, 그리고 2부와 3부는 반지의 제왕의 이야기를 다룰 생각이었다고 하는데, 이것이 판권 문제로 난항을 겪으면서 결국 호빗을 제외한 반지의 제왕만이 3부작으로 만들어져 먼저 공개되었던 것이다. 호빗의 판권을 사들인 MGM은 반지의 제왕을 제작한 뉴라인 시네마와 공동으로 호빗 시리즈를 제작하기로 하고 피터 잭슨을 제작 총지휘로, 그리고 '블레이드2', '헬보이', '판의 미로' 등으로 잘 알려진 길예르모 델 토로에게 감독을 의뢰하게 된다. 사실 개인적으로 델 토로-잭슨의 조합은 무척이나 기대되는 진용이었지만, 아쉽게도 이 환상의 투톱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MGM의 파산, 재정적인 문제로 지연되는 프로젝트에 불만을 품은 델 토로의 퇴장 등 연이은 악재에 시달리던 호빗은 결국 잭슨을 다시금 감독으로 돌아오게 하는 단초를 제공하였다. 반지의 제왕과는 다른 뉘앙스의 중간계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던 제작진의 의도는 아쉽게도 불발로 끝났지만, 기획 초기부터 이미 델 토로가 상당부분의 세계관과 이야기 구축에 참여했던 터라 호빗은 온전히 잭슨 식 중간계 이야기는 아닌 듯 싶다. 실제로 중간계의 사악한 크리쳐들은 반지의 제왕과 다소 다른 모습으로 그려졌는데, 이러한 부분은 델 토로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예를 들어, 워르그 같은 크리쳐는 델 토로의 주장으로 인해 반지의 제왕과 다른 모습으로 그려졌다.), 이러한 변주가 일부 관객들에게는 다소 3D 만화영화 같다는 평을 들었지만,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된다. 사실 근래 들어 CG 만화영화와 CG 영화의 갭은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 이런 비평은 취향의 차이는 아닌가 싶다. 즉, 만화영화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무리없이 넘기겠지만, 사실적인 표현을 중시하는 이들에게는 거슬린다고나 할까.


반지의 제왕 이후 영화계는 새로운 기술적 성취를 이루어 냈다. 3D와 HFR(High Frame Rate)이 그것인데, 3D와 IMAX 등은 '아바타'나 '인셉션' 등을 기점으로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는 상태지만, 뜻 밖의 여정이 최초로 선보인 HFR은 아직 관객들에게 완벽하게 어필하지는 못한 것 같다. 초당 48프레임으로 재생되는 영상은 분명 기존과는 다른 디테일과 선명도를 자랑했지만, 안타깝게도 TV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라는 혹평(?)을 듣고 있는 상황이다. 24프레임으로 상영되는 일반 디지털 버전으로 관람했기에 여기에서는 HFR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나눌 수 없을 듯 싶지만,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 후속편이나 앤디 서키스(골룸을 연기한 바로 그 배우)의 '동물농장' 등이 HFR로 제작될 예정이라고 하니 HFR의 가능성은 여전히 진행중으로 보인다.

뜻 밖의 여정은 기대대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반지의 제왕을 능가하지는 못했다'라든지 '이야기가 너무 늘어지고 지루하다'라는 평 역시 만만치 않게 듣고 있다. 사실, 3부작의 1부만이 공개된 상황에서 지루하다라는 평은 개인적으로는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 반지의 제왕 역시 1편 '반지 원정대'가 등장했을 때 비슷한 평을 들었던 것을 상기하면, 뜻 밖의 여정이 보여준 첫 시작은 오히려 나쁘지 않다 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3부작으로 만들기에는 다소 빈약한 원작의 스토리를 생각하면 오히려 3부작으로 이야기를 만들면서 잭슨이나 델 토로, 그리고 프란 월시, 필리파 보옌스가 창작해낸 이야기는 꽤나 공을 들인 흔적이 엿보인다. 무엇보다 호빗이라는 별도의 스토리를 반지의 제왕의 프리퀄로서 변주해낸 부분은 여러모로 팬들에게 흥미로운 이야기거리를 제공하리라 본다.(갈라드리엘, 엘론드, 사루만 등 전작의 친숙한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여 전 시리즈를 재미있게 본 많은 팬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다만, 톨킨의 열렬한 팬이거나 반지의 제왕 3부작의 열렬한 팬들, 그리고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는 일부 마니아들을 제외한다면 이 영화가 가진 서사의 지루함은 어쩔 수 없는 맹점이다. 반지의 제왕 역시 3부작으로 만들어지면서 굉장히 긴 서사가 전개되는데, 이러한 부분은 보통 관객들에게는 꽤나 다가가기 힘든 부분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뜻 밖의 여정 역시 한계는 분명히 가지고 있지만, 중간계의 세계 곳곳을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이 길다는 점은 열렬한 팬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선물이 아닌가 싶다.

또한, 반지의 제왕보다 아무래도 작을 수 밖에 없는 스케일에 우려를 제기하는 이들도 많은데,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호빗 3부작이 꼭 반지의 제왕같은 거대한 스케일을 가진 서사적인 전쟁 드라마가 되어야할 이유는 없다고 보여진다. 오히려 그런 생각은 이 시리즈의 정체성을 거대 블록버스터 전쟁 드라마로 단정짓는 오류는 아닐까. 호빗 3부작은 반지의 제왕과는 다른 장대한 어드벤쳐로서 가치를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3부에 이르르면 다섯부족의 전쟁 에피소드가 등장하면서 제법 큰 스케일의 전쟁 묘사도 등장하여 대미를 장식하겠지만 말이다.

뜻 밖의 여정을 비롯한 호빗 3부작 시리즈는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원 시리즈이기도 한 반지의 제왕의 영향력 아래에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미 대단원의 여정을 완벽하게 보여준 원 시리즈가 존재하는 이상, 호빗 3부작이 보여주는 스토리는 어쩔 수 없는 프리퀄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는 이미 스타워즈 6부작이 보여준 모습이기도 한데, 나름의 예측이지만 호빗이 스타워즈 프리퀄 3부작의 실패를 그대로 답습하지는 않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반지의 제왕을 넘어서기는 힘들겠지만, 호빗 3부작은 분명히 관객들에게 환상적인 중간계의 여정을 잘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그 첫 시작인 뜻 밖의 여정은 분명 실망보다는 기대가 더 많았던 작품이라 말하고 싶다.

ⓒ 2012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덧붙임1) 다들 지루하다고 하지만 글쓴이는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의 확장판을 보고 싶다. 나에게 2시간 50분은 너무 짧았다.
덧붙임2) 다만, 아쉬운 것은 그 전개가 반지의 원정대의 전개와 상당부분 비슷했다는 점이다. 리븐델을 방문하고, 깎아지른 절벽의 여정과 곧 이은 고블린의 지하소굴로의 여정 등은 놀랍게도 반지의 원정대의 여정과 유사하다.
덧붙임3) 절대반지를 빌보에게 빼앗기기 전의 골룸은 절대반지의 힘으로 인해 반지의 제왕의 골룸보다 훨씬 샤방샤방(?)하다. 
덧붙임4) 안타까운 것은 간달프 역의 이안 멕켈런 경이나 사루만의 크리스토퍼 리가 10년이 지나 오히려 프리퀄에서 더 노쇄해 보인다는 점. 분장도 하고 CG 처리도 했을텐데 흘러가는 세월을 어쩌지 못했나 싶은 안타까움이...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2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에게 있습니다.



호빗 : 뜻밖의 여정 (2012)

The Hobbit: An Unexpected Journey 
8.1
감독
피터 잭슨
출연
이안 맥켈런, 마틴 프리먼, 리차드 아미티지, 제임스 네스빗, 켄 스탓
정보
어드벤처, 판타지 | 미국, 뉴질랜드 | 169 분 | 2012-12-13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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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듀오 멕스웰의 눈을 통해 바라본 애프터 콜로니의 세상

' 기동전기 건담 W Endless Waltz 패자들의 영광(이하 패자들의 영광)'은 11월 말에 발행된 AK 커뮤니케이션즈의 번역판 코믹스로, 건담 에이스에 2010년 11월호부터 연재된 스미사와 카츠유키()/오가사와라 토모후미(그림)의 코믹스입니다. 신 기동전기 건담 W의 TV 시리즈의 내용을 기반으로 시리즈의 주인공 중 한명인 듀오 멕스웰의 관점으로 풀어간 이야기인데요, 다만 전체적으로 내용을 대폭 축약하여 빠른 속도로 전개되어가는 것이 특징이라 하겠습니다.

스미사와 카츠유키는 건담 W의 TV 시리즈의 시리즈 구성을 담당했던 장본인으로, 본 코믹스에서 글을 맡고 있습니다. 스미사와의 참여는 본 코믹스가 원 시리즈의 스토리를 상당부분 잘 소화홰서 반영할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하는 부분이지요. 그림을 그린 오가사와라 토모후미는 메카닉 일러스트레이터 출신으로, 코믹스는 이번 패자들의 영광이 거의 첫 작품이나 다름 없습니다. 게임이나 소설 등에서 메카닉 디자인과 일러스트를 맡아왔기에 본 코믹스에서의 메카닉 묘사는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메카닉 못지않게 캐릭터의 묘사도 깔끔한 편이구요. 전반적으로 오리지널 캐릭터 디자인을 잘 살린 필체라 판단됩니다.

깔끔한 필력이 돋보이는 코믹스이지만 아쉬운 점은 아무래도 내용의 축약이 심하다는 부분일 겁니다. 이 정도의 축약이라면 패자들의 영광은 몇 권 정도로 완결이 될 듯 하군요. 패자들의 영광이 보여주는 지나치게 축약된 내용 전개는 여러가지 제작 사정 때문이겠지만 결과적으로 코믹스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소입니다. 한마디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작품이 아니다라는 의미이죠. 적당한 수준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깔끔한 코믹스인 셈입니다.


패자들의 영광은 AK가 발행한 건담 번역 코믹스 중에서는 톱 클래스의 필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깔끔한 터치와 묘사는 고토부키 츠카사의 기동전사 건담 데이 애프터 투모로우 시리즈와 비교할만 하며, 메카닉과 캐릭터의 균형잡힌 묘사는 기동전사 건담 UC 반데시네와 비교할만 하다랄까요. 내용이 더 풍부한 코믹스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크네요.


표지 일러스트. 보시다시피 원 캐릭터나 메카닉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일러스트입니다. 메카닉 디자인은 원 시리즈의 디자인이 아닌 카토키 하지메가 리파인한 EW 버전의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인트로의 컬러 컷과 컬러 일러스트. 인트로의 컬러 컷은 달랑 3페이지 밖에 되지 않습니다.



건담 윙의 묘사. 보시다시피 무척 깔끔합니다.



톨기스나 건담 헤비암즈의 멋진 묘사 외에도 캐릭터 묘사도 수준급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내용의 축약도 있고 그림을 맡은 오가사와라 본인이 코믹스의 경험이 많지 않아서인지 컷 구성이 다소 단조로운 느낌을 주는 듯 합니다. 모빌슈트전의 묘사도 각각의 메카닉 묘사는 좋은 편이지만 서사적이고 지루하다고 할까요.


패자들의 영광은 깔끔한 터치로 건담 W의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한 코믹스로 건담 W 세계관의 입문을 위한 나름 괜찮은 코믹스가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누차 이야기한 스토리의 대거 축약은 이 코믹스에게 있어서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지요. 아직 1권만으로는 섣부른 판단일지도 모르지만 이 두 가지 측면에서 이 코믹스는 적당한 재미와 적당한 실망감을 동시에 가진 작품이지 않나 싶습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Katsuyuki SUMIZAWA 2011 /  TOMOFUMI OGASAWARA 2011 / ⓒ SOTSU · SUNRISE / ⓒ AK 커뮤니케이션즈(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신기동전기 건담W Endless Waltz 패자들의 영광 1 - 6점
스미사와 카츠유키 지음, 김정규 옮김, 오가사와라 토모후미 그림/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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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의 투구아 돗지 단페이 (1991), 炎の闘球児 ドッジ弾平 / Honō no Tōkyūji Dodge Danpei

ⓒ Koshita Tetsuro / Shogakukan / TX


<스탭>

◈ 원작: 코시타 테츠히로(こしたてつひろ)
◈ 총감독: 사사가와 히로시(笹川ひろし)
◈ 시리즈 구성: 야마다 타카시(山田隆司)
◈ 스토리보드/연출: 이와사키 요시아키(岩崎良明), 이시야마 타카아키(石山タカ明), 아베 노리유키(阿部記之) 외
◈ 캐릭터 디자인: 하시모토 카즈미(はしもとかつみ)
◈ 작화감독: 하시모토 토요코(橋本とよ子), 후지타 마리코(藤田まり子), 하시모토 카즈미
◈ 미술감독: 나카무라 ?(中村靖)
◈ 음악: 카츠마타 류이치(勝又隆一)
◈ 제작: 애니메이션 21, TV 도쿄, 도큐 에이전시, 소학관 프로덕션
◈ 저작권: ⓒ こしたてつひろ · 小学館 · TX
◈ 일자: 1991.10.14~1992.09.21
◈ 장르: 스포츠, 드라마, 코미디
◈ 구분/등급: TVA(47화) / 전연령가(G)


<시놉시스>

전설적인 피구선수 이치게키 단쥬로(한국명 나태풍)의 아들인 천방지축 개구장이 이치게키 단페이(한국명 나통키). 공강소학교(한국명 태동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첫날부터 사고를 치면서 유명인이 된 단페이는 우연치 않게 공강 피구팀의 주전 히우라 타카시(한국명 권총탄)와 실랑이를 벌이게 된다. 결국 피구로 승부하게 되는 두 사람.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은 단페이의 실력은 예상 이상이었지만, 결국 경험부족으로 타카시에게 패하게 된다. 강한 승부근성을 지닌 단페이는 패배에 굴욕을 느끼고, 타카시를 이기기 위해 피구 지옥훈련을 하기로 결심하게 되는데...



<소개>

월간 코로코로 코믹에 89년부터 95년까지 연재된, 코시타 테츠히로의 동명 코믹스를 원작으로 1991년에 제작된 TV 시리즈 아니메. 이 작품으로 인해 피구라는 비인기 종목이 당시 일본 초등학교 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으며, 그 인기는 이듬해인 1992년 한국에까지 그대로 이어지게 된다. (한국의 경우 최초 VHS 비디오로 출시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같은 해 SBS에서 방영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코믹스로 큰 인기를 얻으면서 TV 아니메로 제작되었는데, 중,후반부의 에피소드는 코믹스의 연재 속도와 같아지면서 별도의 오리지널 에피소드로 그려지게 된다.

피구왕 통키는 열혈 스포츠물의 전형적인 공식을 따르고 있으면서도 피구라는 다소 소프트한 스포츠 종목을 미식축구 이상의 터프한 스포츠로 변형시켜 파워 넘치는 전개를 이끌어 내었으며,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저마다의 필살기를 보여주는 설정으로 아이들에게 크게 어필하게 된다. 단페이(통키)의 불꽃슛 뿐만 아니라 라이벌인 타이가(타이거)의 번개슛이나 미도우 아라시(남대풍)의 스핀 드라이브 슛(회전 회오리 슛), 리쿠오 토우마(태백산)의 프레스슛(파워슛) 등 다양한 캐릭터들의 필살기가 등장하여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매력을 선사하고 있다. 특히, 단페이의 라이벌 중 하나인 토우마의 경우는 도저히 초등학생으로 생각할 수 없는 외모와 힘을 자랑하고 있어 시리즈 중 가장 강렬한 매력을 선사하는 캐릭터로 깊게 인상을 남기게 된다.

단페이가 초필살기인 불꽃슛을 연마하고 성공시키는 과정을 시리즈 종반에 이르러서야 이루어내는 드라마틱한 대미를 보여주면서 불꽃슛이 라스트를 극적으로 장식하는 부분은 인삭정이다. 이로 인해 시리즈가 종영된 이후에도 아이들 사이에서 불꽃슛 열풍이 계속되었으며 이 피구 열풍은 비단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까지 이어지기까지 했는데, 그 때문에 당시 한국의 대학교 M.T나 야유회에서 어른들이 피구를 즐기면서 불꽃슛(?) 등을 던지는 웃지못할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별한 모션없이 공중에서 떠서 '불꽃슛!'이라고 외치는 불꽃슛에 비해 특징적인 모션이 있는 파워슛이나 회오리슛 등이 실제로는 좀 더 사랑받았다나 모라나.(경험담이 아니라...)

오프닝 곡인 토쿠가미 토모코의 '불꽃의 Go Fight'는 번안되어 강변가요제를 통해 데뷔한 가수 강성연의 목소리로 한국에서도 대히트를 기록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을 모티브로 한 게임도 크게 히트하여 당시 오락실에서 종종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의 피구왕 통키의 인기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실사영화로까지 이어지게 되는데, 원작자와의 상의를 거치지 않은 저예산의 B급 실사영화로 제작되면서 90년대에서도 여전히 진전이 없는 한국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 1992 SEGAⓒ 1992 SEGA
세가(Sega)에서 92년도에 발매된 게임. 당시 오락실에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 영음사 / 대경 DVD (페니웨이님 포스트 참고)
국내에서 무판권 B급 실사영화로 제작된 불꽃슛 통키의 VHS 커버.

☞ 실사영화 불꽃슛 통키 리뷰 보러가기: 괴작열전 불꽃슛 통키 (보러가기)


<참고 사이트>

[1] 炎の闘球児_ドッジ弾平, Wikipedia Japan
[2] 炎の闘球児ドッジ弾平(1991), allcinema.net
[3] 피구왕 통키,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こしたてつひろ · 小学館 · TX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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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루스란 전기 I, II (1991, 1992), アルスラーン戦記 / The Heroic Legend of Arslan


ⓒ 田中芳樹 · 角川書店 · MOVIC · Sony Music Entertainment



<정보>

◈ 원작: 다나카 요시키(田中芳樹)
◈ 감독: 하마츠 마모루(浜津守)
◈ 각본: 미야시타 토모야(宮下知也), 타카다 카오리(高田かおり) - 1편 / 스기하라 메구미(杉原めぐみ) - 2편
◈ 스토리보드: 하마츠 마모루
◈ 캐릭터 디자인: 카미무라 사치코(神村幸子)
◈ 작화감독: 키세 카즈치카(黄瀬和哉) - 1편 / 나카타 마사오(中田雅夫) - 2편
◈ 미술감독: 이케다 유우지(池田祐二) - 1편 / 키노시타 카즈히로(木下和宏) - 2편
◈ 음악/노래: 츠루 노리히로(都留教博) / 유사 미모리(遊佐未森) - 1편, 타니무라 유미(谷村有美) - 2편
◈ 제작: 카도카와 하루키(角川春樹), 마츠오 슈우고(松尾修吾), 다카하시 유타카(高橋豊)
◈ 제작사: 애니메이터 필름(1편), 아우벳쿠(2편) / 무빅,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 도큐 에이전시, IMAGICA, 카도카와 서점
◈ 저작권: ⓒ 田中芳樹 · 角川書店 · MOVIC · Sony Music Entertainment
◈ 일자: 1991.08.17 - 1편 / 1992.07.18 - 2편
◈ 장르: 드라마, 전쟁,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줄거리>

파르스력 320년, 대륙 공로의 중심에 위치한 강대한 파르스 왕국에 이웃 국가인 루시타니아 왕국이 침공을 개시했다. 파르스의 왕인 안드라고라스 3세는 친히 대군을 이끌고 루시타니아군이 진을 친 아트로파테네 계곡으로 나서게 되는데, 역전의 용사들이 가세한 강대한 파르스 군의 기세는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듯 하다. 하지만 파르스의 황태자로 이번 전쟁에 참여하게 된 아루스란은 아트로파테네 전역에 깔린 자욱한 안개를 보고 불안감을 느낀다. 루시타니아 군의 함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한 아루스란과 파르스군에서도 10명 밖에 없는 마르즈반의 칭호를 얻고 있는 젊은 장군 다륜은 안드라고라스 3세에게 잠시 후퇴할 것을 청하지만, 후퇴를 못마땅하게 생각한 안드라고라스 3세는 다륜의 간언을 물리치고 대군을 움직여 루시타니아 군에게로 돌진한다.


그러나 우려는 곧 현실로 드러났다. 안개 속에서 방심한 파르스의 기병들은 루시타니아 군이 설치한 기름 함정에 빠져 불길에 휩싸이고, 설상가상으로 파르스의 마르즈반 중 한 명인 카란이 파르스 군을 배신하면서 파르스의 대군은 혼란에 빠져 속수무책으로 루시타니아군에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다륜은 전세가 기울었음을 판단하고 아루스란에게로 향하고 아루스란과 다륜은 단신으로 전장을 빠져나오게 된다. 파르스 군은 전멸하고 안드라고라스 3세마저 루시타니아 군을 이끄는 정체불명의 은가면에게 사로잡히고 만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파르스 왕국, 아루스란은 다륜과 함께 다륜의 친구이자 전 궁정 서기관이었던 나르사스의 은신처로 향하게 되는데...


<소개>

'은하영웅전설'의 작가 다나카 요시키의 장편 대하 소설(물론 정통소설이라기 보다는 라이트노벨)을 원작으로 한 극장판 아니메. 원작은 은하영웅전설의 집필이 완료되어가던 1986년부터 카도카와 서점을 통해 발간되기 시작하여 2008년에 이르는 현재까지도 완결이 되지 않고 있다. 다나카 요시키의 작품 중 완간된 작품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며, 1990년까지 발간된 7권까지를 1부, 그리고 8권 이후부터를 2부로 나누고 있다. 2008년에 13권이 발행된 이후로는 아직까지 후속작에 대한 소식은 없으며, 한국에서는 1999년 정식 번역된 서울문화사 판 문고가 있는데 아쉽게도 2부는 한국에 발간되지 못했다. 서울문화사 판은 현재 절판된 상태다. (코믹스도 한국에 발간되었으나 역시 절판)


가상의 세계를 다룬 이야기이지만, 이야기의 주무대가 되는 파르스 왕국은 국가의 명칭이나 설정 등으로 미루어볼 때 중세 페르시아 제국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중간중간 마법, 사왕과 같은 상상적인 설정이 등장하기는 하나 판타지라기보다는 정통 전쟁물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작품. 나라를 빼앗기고 유랑길에 오른 왕태자 아루스란이 다륜과 나르사스, 파랑기스와 같은 충신들과 힘을 모아 나라를 되찾는 영웅 서사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은하영웅전설과 마찬가지로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으며, 모두 젊은 영웅들이라는 점에서 은영전의 라인하라트와 그 휘하의 젊은 장군들을 연상시키게 한다.


원작소설의 1부가 완료된 시점에서 카도카와 서점은 극장용 아니메의 기획을 추진하게 된다. 극장 아니메는 총 2부작으로 기획되어 1부가 비슷한 시기에 기획중이었던 '사일런트 뫼비우스' 극장 아니메 1부와 함께 동시상영으로 극장에 걸리게 된다. 80년대 대작 극장 영화와 아니메를 연이어 쏟아내던 카도카와의 모습에 비춰보면 소심한 모습이었는데, 이는 직전년도에 무려 50억엔을 쏟아부은 초대작 극장영화 '하늘과 땅과'의 개봉, 그리고 수년전부터 시작되어온 카도카와 형제 간의 불화에 따른 그룹 내 내흥 등이 원인이 된 것은 아닌가 싶다. 1993년 카도카와 하루키가 사장에서 해임된 후, 카도카와의 아니메 사업은 이전보다 축소되어 직접 제작이 아닌 제작 컨소시엄의 형태를 취하게 되는데, 아루스란 전기와 사일런트 뫼비우스는 그런 면에서 카도카와 아니메의 과도기에 있었던 작품인 셈이다.


ⓒ 田中芳樹·角川書店·MOVIC·Sony Music Entertainment (좌) / ⓒ Studio TRON·角川書店 (우)



비록 위세가 약해진 시기에 등장한 작품이지만 카미무라 사치코와 키세 카즈치카로 이어지는 극장판 1부의 작화 라인업은 극장용 아니메에 어울리는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시티헌터' 시리즈, '비너스 전기(1989)' 등에서 활약한 카미무라는 소설의 삽화 일러스트를 맡았던 아마노 요시타카의 캐릭터의 연장선상에서 아니메 캐릭터로의 전환을 멋지게 해내었으며(특히, 파랑기스는 몽환적이고 신비한 느낌을 100% 살려내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 '패트레이버' 극장판 시리즈의 작화감독으로 사실적인 극화풍의 작화가 인상적인 키세 카즈치카의 해석력이 더해져 나무랄 데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좀 더 많은 자본이 투입되었다면 그야말로 놀라운 비주얼로 탄생할 수도 있었으나 90년대 들어 많은 힘을 잃은 일본 극장 아니메의 현실에 비춰보면 이는 무리일지도.


대작 극장 아니메로 탄생하지 못하면서 전쟁 드라마에 어울리는 스케일을 그려내지 못하는 제약이 있었지만, 깔끔한 작화와 멋스러운 화면 구성 등 전반적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의 작품이다. 다만, 초반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에 극적인 재미가 높지 않고, 여기에 1시간 분량의 반쪽짜리 아니메로 만들어지면서 많은 이야기를 다루지 못함은 아쉬운 점, 안타깝게도 1년여 뒤에 개봉된 2부 극장판은 작화진이 교체되면서 전반적으로 1부에 비해 퀄리티가 떨어지며, 1, 2부 극장판을 다 합쳐도 이야기는 프롤로그의 범주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결과적으로 소설의 맛을 잘 살려내지는 못한 셈이다. 2부의 엔딩 테마인 타니무라 마미의 '설레임을 Believe'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극장 아니메보다 더 유명세를 타게 된다.



아루스란 전기 III, IV, V, VI (1993, 1995)


ⓒ 田中芳樹 · 角川書店 · MOVIC · Sony Music Entertainment


<정보>

◈ 감독: 아미노 테츠로(アミノ テツロー) - 3,4편 / 하마츠 마모루 - 5,6편
◈ 각본: 스기하라 메구미
◈ 캐릭터 디자인: 카미무라 사치코(神村幸子)
◈ 작화감독: 오치 신지(越智信次) - 3,4편 / 나카무라 사토루(中村悟) - 5편 / 시노 마사노리(筱雅律) - 6편
◈ 미술감독: 카나무라 카츠요시(金村勝義) - 3편 / 니시쿠라 치카라(西倉力) - 4편 / 쿠시다 타쯔야(串田達也) - 5편 / 네자키 치에코(根崎知恵子) - 6편
◈ 음악/노래: 츠루 노리히로(都留教博) / 스즈키 쇼코(鈴木祥子)
◈ 제작사: 애니메이터 필름 / 무빅,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 카도카와 서점
◈ 저작권: ⓒ 田中芳樹 · 角川書店 · MOVIC · Sony Music Entertainment
◈ 일자: 1993.?.? - 3,4편 / 1995.?.? - 5,6편
◈ 장르: 드라마, 전쟁, 판타지
◈ 구분/등급: OVA (4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소개>

극장판에서 미쳐 못다한 이야기는 이듬해 OVA로 그려지게 된다. 원작 4권 한혈공로에 해당하는 내용이 OVA 3부와 4부로 만들어지고, 2년 후인 1995년 5권인 정마고영 편이 OVA 5부와 6부로 만들어진다. 각 편마다 작화 스탭진이 다른데, 3부와 4부보다는 5부와 6부의 작화 퀄리티가 상대적으로 높다. 1부의 유려함과는 다른 느낌이지만 5부와 6부의 퀄리티는 기대 이상으로 좋은 편이다. 원작의 1부도 체 완결짖지 못한 체 OVA는 6부작을 끝으로 제작이 중단된다.


<참고 사이트>

[1] アルスラーン戦記, Wikipedia Japan
[2] アルスラーン戦記(1991), allcinema.net
[3] 아루스란 전기, 엔하위키 미러
[4] 아루스란 전기, 베스트 아니메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田中芳樹 · 角川書店 · MOVIC · Sony Music Entertainment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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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동방불패의 제자가 된 도몬의 과거 이야기

10월 말 경에 발매된 기동무투전 G 건담 제4권. 6월 중순에 발매된 3권에 이어 약 4개월 만에 다소 늦게 출시가 되었습니다. 1, 2권이 연달아 나오고 4개월 후에야 3권이 등장했기에 2개월 간격으로 발매되지 않을까 하고 3권 리뷰 당시 예측했는데, 역시 어설픈 예상이었네요. : )

☞ 초급! 기동무투전 G 건담 코믹스 리뷰 (바로가기)
☞ 초급! 기동무투전 G 건담 3권 출시 (바로가기)

전반적인 그림체는 1~3권과 비교하여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 싶은데, 히로인인 레인과 같이 일부 컷에서는 왠지 모르게 전권에 비하여 좀 더 펜선이 세심해진 듯한 느낌도 듭니다. 사실 작가인 시마모토의 스타일이 개인적으로는 취향이 아닌데다가 이제 아저씨가 되어서 소년 만화를 보려하니 초반만 하더라도 감상이 좀 불편했던 편인데, 4권 쯤 되니까 어느 정도 읽어볼 만하게 되어서 그리 느꼈을지도 모르겠네요. 모빌 파이터의 묘사는 전권과 차이가 그리 없습니다. 아무래도 캐릭터는 시마모토가, 모빌 파이터는 빅팽 프로젝트의 멤버인 미야키타가 맡은 듯.

도몬의 과거 이야기가 시작되었던 3권에 이어서 4권에서는 도몬의 과거 에피소드가 일단락 됩니다. 3권 말에 조우하게 된 마스터 아시아를 따라 수련에 나선 도몬, 도몬의 부모와 형인 코우지 사이의 비극, 그리고 데빌 건담의 탄생. 수련에서 돌아와 사라진 형과 데빌 건담을 찾기 위해 건담 파이터가 되는 도몬의 이야기가 4권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요. 그리고 3권에서 진행이 중지되었던 샤이닝 건담과 셰이딩 건담의 이야기로 다시 시점이 복귀하게 됩니다.

4권의 말미에는 마침내 배틀모드에서 슈퍼모드로 진화한 샤이닝 건담의 모습이 공개됩니다. G 건담의 본격적인 스토리 전개는 아무래도 5권부터일 것 같군요.




마스터 아시아의 수련을 마스터하고 하산하는 도몬. 마스터 아시아를 작중에서 한자로 쓰면 동방불패라나 뭐라나.



마스터 아시아에게 넘겨받은 '킹 오브 하트'의 칭호. 마크에서 보시다시피 트럼프의 'KING'을 베이스로 한 디자인으로, 셔플 동맹의 다섯명의 멤버는 킹 오브 하트를 포함, 스페이드, 에이스, 다이아, 조커로 구성이 된다는군요. 10만 있었으면 스트레이트인데... 어서 히든을 주세요~



히로인 레인 마키무라의 좀 더 어린 시절의 모습. 펜선이 가늘어지면서 좀 더 슬림하고 귀여운(?) 미소녀로 재탄생.



카라트 위원장의 흉계로 인해 폭주한 도몬이 마침내 샤이닝 건담의 새로운 모습인 슈퍼 모드로 진화하는 장면.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Kazuhiko SIMAMOTO / Yasuhiro IMAGAWA / SOTSU · SUNRISE / AK 커뮤니케이션즈 (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초급! 기동무투전 G건담 4 - 6점
시마모토 카즈히코 지음, 이마가와 야스히로 각본, 김정규 옮김/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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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트 뫼비우스(1991), サイレントメビウス / Silent Mobius


ⓒ Studio TRON · 角川書店


<정보>

◈ 원작: 아사미야 키아(麻宮騎亜)
◈ 총감독/스토리보드: 키쿠치 미치타카(菊池通隆, 아사미야 키아의 애니메이터 필명)
◈ 감독: 토미자와 카즈오(富沢和雄) - 1편, 이데 야스노리(井出安軌) - 2편
◈ 각본: 키쿠치 미치타카, 시게우마 케이(重馬敬)
◈ 캐릭터 디자인: 키쿠치 미치타카
◈ 디자인 웍스: 이즈부치 유타카(出渕裕), 모리키 야스히로(森木靖泰), 아키타카 미카(明貴美加) 외
◈ 작화감독(1편): 아오키 테츠로(青木哲朗), 아베 쿠니히로(阿部邦博), 야나기사와 마사히데(柳沢まさひで) 외
◈ 작화감독(2편): 니시이 마사노리(西井正典), 마츠바라 히데노리(松原秀典), 키타지마 노부유키(北島信幸)
◈ 미술감독: 히라키 노리히로(平城徳浩)
◈ 음악/노래: 와다 카오루(和田薫) / 동경소년 - 1편, SAICO - 2편
◈ 제작: 카도카와 하루키(角川春樹)
◈ 제작사: 카도카와 서점, 빅터, 파이오니아 LDC, AIC
◈ 저작권: ⓒ Studio TRON · 角川書店
◈ 일자: 1991.08.17, 1992.07.18
◈ 장르: SF, 액션, 판타지, 호러
◈ 구분/등급: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줄거리>

폭발적인 인구증가와 환경파괴로 산성비가 쏟아지는 미래의 도쿄. 2000년 무렵부터 현시대의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사건들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속칭 3rd AT(Attraction)이라 불리는 이 사건들은 인간계가 아닌 다른 차원의 세계 네메시스에서 온 이형의 존재들인 요마(루시퍼 호크)에 의해 벌어지는 사건들로, 정부는 이들에게 대응하기 위한 특수조직 AMP(Attacked Mystification Police)를 신설하게 된다, 때는 2023년.


2024년, 하와이에서 평범하게 직장인으로 생활하던 카츠미 리큐르가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도쿄로 돌아온다. 사실 그녀는 네메시스와 인간계를 연결시킨 장본인으로 알려진 대마법사 기겔프 리큐르와 무녀 후유카 리큐르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아버지의 강력한 마력을 이어받은 인물이기도 했다. 다가오는 루시퍼 호크와의 일전을 위해서 카츠미는 AMP에게 꼭 필요한 인재였는데...


<소개>

카도카와 서점의 만화잡지인 '월간 코믹콘'에서 1988년부터 연재를 시작한 아사미야 키아의 대표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2부작 극장용 아니메. 원작은 월간 코믹콘에서 연재를 하던 도중 93년부터 후지미 서점의 만화잡지 '코믹 드래곤'으로 자리를 옮겨 연재를 마무리했다. 총 12권으로 연재가 마무리된 이후에도 프리퀄에 해당하는 '뫼비우스 클라인'과 캐릭터 개개인의 사이드 스토리를 다룬 '사일런트 뫼비우스 테일즈'가 만들어 졌으며, 다음 세대의 이야기를 그린 사일런트 뫼비우스 네오스가 2005년에 연재될 예정이었으나  여러가지 사정으로 현재는 중단된 상태인 듯.


판타지 계열의 만화를 주로 연재했던 월간 코믹콘의 작품이어서인지 사일런트 뫼비우스는 미래의 세계관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퇴마물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세계관이나 배경은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런너'에서 모티브를 얻은 듯, 거대한 광고 스크린을 내장한 비행선들이 도시를 부유하고 산성비가 쏟아지며 공중비행이 가능한 자동차가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SF 세계에 등장하는 요마와 마법과 과학력을 동원하여 그들에 상대하는 AMP의 여전사들이라는 매치업은 당시로서는 꽤 신선한 크로스오버라 할 수 있었다.


여기에 컷 하나하나에 상당한 정성을 들이는 아사미야 키아의 필력이 더해지면서 연재초기부터 코믹스 팬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게 된다. 초창기 그의 스타일은 '공각기동대'의 원작자로도 유명한 시로 마사무네나 '버블검 크라이시스'의 소노다 케이치에 가까운 스타일이었는데,(실제 앞선 둘의 작품들도 사이버펑크적인 세계관에 미소녀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이들 셋은 어느 정도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90년부터 카도카와 서점의 아니메 잡지 '뉴타입'을 통해 '성수전설 다크엔젤'을 동시에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아사미야의 스타일은 독자적인 색체를 갖추고, 이후 기다랗고 평면적인 그만의 독특한 페이스 스타일을 만들어내게 된다. 애초에 애니메이터 출신이었던 아사미야가 처음에는 다른 이들의 캐릭터를 그리다가 코믹스 작가로 전향하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낸 케이스라고 할 수 있을 듯.


조금씩 인기를 얻어가던 사일런트 뫼비우스는 마침내 그 인기를 인정받아 카도카와의 수장 카도카와 하루키에 의해 극장용 아니메로 전격 제작되기에 이른다. 이미 키쿠치 미치타카라는 필명(실제는 본명)으로 아니메에서 활약하던 아사미야는 이 작품에서 원작자겸 총감독, 그리고 스토리보드와 각본의 1인 4역으로 맹활약하게 되는데, 비록 애니메이터 출신이기는 하나 연출경험이 전무했던 그를 보조하기 위해 토미자와 카즈오와 이데 카데노리가 각각 1부와 2부의 감독으로 그를 보조하게 된다. 이제 막 인기를 얻기 시작한 애니메이터 출신의 만화가에게 쏟은 카도카와의 정성으로 볼 때 카도카와는 아사미야를 차세대 아니메 감독으로 키울 요량이었는지도 모른다. 단, 이 작품을 끝으로 아니메 연출가로서 아사미야를 볼 수 있는 기회는 아직까지는 없다.


원작의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부분을 1, 2부에 담은 구성은 나름대로 준수하다. 세계관의 설정도 준수하고 요마와 싸우는 여섯명의 (제복을 입은) 아름다운 여성들이라는 설정도 80년대 유행하던 미소녀+메카닉의 변주로 아니메 팬들에게는 충분히 어필할만한 소재. 아사미야 본인이 작품에 참여했기에 캐릭터의 아니메 이식도 거의 완벽한 수준에 가깝다. 작화 수준도 현재의 CG 아니메와 비교하면 떨어지겠지만 여전히 준수한 편. 다만, 액션물로서의 스토리보드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하며 시나리오 구성도 무난하기는 하지만 임팩트가 다소 없는 것이 본작의 아쉬운 점으로, 흥행에 성공하긴 했지만 다소 밋밋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1부와 2부로 극장 아니메가 나뉘어지면서 각 편마다 기승전결을 부여하는 형태로 가면서 좀 더 큰 스케일과 밀도있는 이야기 전개를 이끌어낼 수 없었던 듯 싶다.


사일런트 뫼비우스는 사이버펑크라는 기존의 장르 위에 퇴마라는 장르를 이식한 작품으로 이후의 아니메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80년대를 주름잡던 미소녀와 메카닉의 조합, 그리고 리얼로봇이라는 메인 테마를 잃어버린 아니메는 사일런트 뫼비우스와 같은 크로스오버에 서서히 눈길을 돌리기 시작하며, 카도카와의 또다른 히트작 '로도스 전기(1990)' 등과 함께 90년대 판타지 부활의 신호탄을 쏘게 된다.




사일런트 뫼비우스(1998)


ⓒ Studio TRON · 角川書店


<정보>

◈ 감독: 토노카즈 히데키(殿勝秀樹)
◈ 시리즈 구성: 카와사키 히로유키(川崎ヒロユキ), 토노카즈 히데키
◈ 스토리보드/연출: 이시야마 타카아키(石山タカ明), 오오바 히데아키(大庭秀昭), 토노카즈 히데키 외
◈ 캐릭터 디자인: 타나카 세이키(田中誠輝)
◈ 컨셉 디자인: 모리키 야스히로
◈ 작화감독: 다니구치 모리야스(谷口守泰), 이토 요시아키(伊藤良明), 후쿠시마 요시하루(福島喜晴) 외
◈ 미술감독: 이와세 에이지(岩瀬栄治)
◈ 음악/노래: Jimmie Haskell, Suzuki Katayama, 스도우 켄이치(須藤賢一), 후루카와 타카시(古川貴司) / 이시즈카 사오리(石塚早織), Karen Mok, 오쿠도이 미카(奥土居美可), Jason Scheff
◈ 프로듀서: 이와타 마키코(岩田牧子), 요코야마 신이지로(横山真二郎) 외
◈ 제작사: TV 도쿄, 소츄 에이전시, 라딕스 엔터테인먼트
◈ 저작권: ⓒ Studio TRON · 角川書店
◈ 일자: 1998.07.07~1998.09.29
◈ 장르: SF, 액션, 판타지, 호러
◈ 구분/등급: TVA(26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1992년 이후로 잠잠하던 사일런트 뫼비우스는 6년이 지난 1998년에 이르러서야 TV 시리즈로 안방극장을 찾아오게 된다. 원작 자체가 샤워씬과 같은 서비스컷이 난무하는 작품이라 TV 시리즈로의 이식이 힘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12년에 걸친 긴 연재로 인해 2000년에 이르러서야 완결을 보게되는 원작의 느린 전개도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까 싶다. 또한, 93년에 연재되던 만화잡지가 교체되는 등의 이유도 어느 정도 원인이 되지는 않았나 생각해볼 수도 있다.

TV 시리즈에는 원작자인 아사미야가 참여하지 않은체 루팡 3세 TV 스페셜 단편 등을 연출한 토노카즈 히데키가 감독을 맡고 '무책임 함장 테일러(1993)', '용자경찰 제이데커(1994)', '기동신세기 건담 X(1996)' 등을 써온 카와사키 히로유키가 시리즈 구성을 맡았다. 캐릭터 디자인은 후일 '미나미가, 한그릇 더(2008)'의 타나카 세이키가 맡았는데, 아사미야의 캐릭터를 그다지 잘 살리지는 못한 듯 싶다. 아사미야의 특징이 사라지면서 캐릭터에서는 다소 밋밋한 느낌을 주고 있다.

극장판의 뒷 이야기가 아닌 극장판과 동일한 시점에서부터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는데 다소간의 차이가 있다. 우선 어머니의 위독하다는 말에 동경으로 귀국하는 극장판의 카츠미가 아니라 어머니의 사망소식을 접하고 귀국하는 카츠미로 설정이 바뀌어져 있으며, 사이토 유키는 극장판과 달리 이미 AMP의 멤버로 활약하고 있다. 극장판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코믹스의 뒷 이야기들이 영상화된 것은 사일런트 뫼비우스의 팬들에게는 반가운 일이었지만 전체적인 아니메의 분위기는 원작과는 다소 상이한 느낌으로 그려져 아쉬움을 자아내게 했다.


<참고 사이트>

[1] サイレントメビウス, Wikipedia Japan
[2] サイレントメビウス(1991), allcinema.net
[2] サイレントメビウス(1998), allcinema.net
[3] 사일런트 뫼비우스, 엔하위키 미러
[4] Silent Möbius (movie), ANN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tudio TRON · 角川書店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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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건담 W의 진정한 완결을 라이트노벨로 접하다.

AK 커뮤니케이션즈에서 2012년 9월 30일에 발행을 시작한 '신기동전기 건담 W Endless Waltz(이하 엔드레스 왈츠)'는 '신기동전기 건담 W(1995)'와 '신기동전기 건담 W Endless Waltz(1997)'의 각본가로 활동한 스미사와 카츠유키의 동명의 라이트노벨을 한국어로 번역한 작품입니다. 스미사와의 라이트노벨은 1997년 4월에 강담사(코단샤)를 통해 신서버전으로 발행된 것이 처음입니다만, 이번 AK의 번역판은 2007년에 각천(카도카와)서점에서 수정된 문고버전을 베이스로 하고 있습니다. 스미사와는 2010년부터 건담 W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신기동전기 건담 W Teardrop'을 건담 에이스를 통해 연재 중이지요.

실제 아니메의 각본을 맡았던 스미사와이기에 본작의 내용전개는 아니메와 거의 유사합니다. 물론, 지면 상의 여유가 있는 라이트노벨의 여건으로 인해서 OVA/극장판에서 다루어지지 못했던 캐릭터들의 뒷이야기가 추가되었다는 것이 엔드레스 왈츠의 특징이랄까요. 여기에 아니메에서는 부족했던 인물의 심리묘사와 상황묘사가 추가되면서 책은 OVA/극장판에 비해 좀 더 내용이 밀도가 있습니다. 거대한 사건을 풀어가기에 다소 러닝타임이 부족하다 싶었던 아니메의 단점이 어느 정도 커버되지 않았나 싶네요.

엔드레스 왈츠의 삽화 일러스트는 아사기 사쿠라가 맡았습니다. 아사기 사쿠라는 '소년 음양사'나 '세인트 비스트'의 캐릭터 디자인으로 더 유명한 인물이죠. 이번 엔드레스 왈츠에서도 특유의 순정만화 스타일의 필체를 살려 건담 W의 주인공들을 잘 소화해내고 있습니다. 무라세 슈코가 그린 원 캐릭터의 느낌도 비교적 잘 살려낸 듯 하네요.

감독이 중도에 교체되면서 그다지 좋은 전개를 보이지 못했던 TV 시리즈와 달리 엔드레스 왈츠는 일관되고 깔끔한 전개가 눈에 띄는 작품입니다. 다소 전개가 성급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호흡이 빠른 덕에 가볍게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구요. 이 작품의 각본을 쓴 작가가 직접 집필한 소설이다보니 과거를 회상하는 몇 몇 에피소드가 제외되면 엔드레스 왈츠는 OVA/극장판 아니메와 거의 100%의 싱크로를 보여줍니다. 대사의 워딩은 거의 동일한 것 같네요.



표지는 깔끔한 컬러 일러스트로 꾸며져 있습니다. 겉모습만으로는 라이트노벨보다는 코믹스같은 느낌을 주는군요.



X18999 콜로니에 잠입했다가 마리메이어 군에 가담한 우페이와 트로와 조우하여 결전을 벌이게 되는 히이로와 듀오의 모습을 그린 일러스트가 속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설정 일러스트와 함께 제공되는 등장인물 소개 및 모빌슈트 소개.



아니메에는 없는 프롤로그를 통해 간략하게 건담 W의 세계관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아사기의 일러스트는 건담 W의 캐릭터들과는 궁합이 잘맞는 느낌.



상권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히이로와 우페이의 맞대결. 모빌슈트전 묘사는 밀리터리적인 느낌은 아니지만, 디테일하게 그려져 있어 오히려 아니메보다 그 묘사가 나은 듯한 느낌도 있습니다.

엔드레스 왈츠는 건담 W아니메를 보지 않은 분들에게도, 아니메를 본지가 너무 오래된 건담 W팬들에게도 모두 괜찮은 작품입니다. 가볍고 부답없게 즐길 수 있는데다가 삽화 일러스트도 제법 괜찮고 내용도 깔끔하게 잘 정리되고 마무리된 라이트노벨이 아닌가 싶군요. 라이트노벨이라는 한계를 잘 지킨 모범적인 답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Katsuyuki SUMISAWA 1997,2007 / SOTSU · SUNRISE / AK Communications(한국어판) 2012에게 있습니다.

신기동전기 건담W Endless Waltz - 上 - 6점
스미사와 카츠유키 지음, 김정규 옮김/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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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방울방울 (1991), おもひでぽろぽろ / Only Yesterday / Memories of Teardrops


ⓒ 岡本螢 ・ 刀根夕子 ・ GNH


<정보>

◈ 원작: 오카모토 호타루(岡本螢), 토네 유코(刀根夕子)
◈ 감독/각본: 타카하타 이사오(高畑勲)
◈ 장면설계/스토리보드: 모모세 요시유키(百瀬義行)
◈ 캐릭터 디자인: 콘도 요시후미(近藤喜文)
◈ 작화감독: 콘도 요시후미, 콘도 카쯔야(近藤勝也), 사토 요시하루(佐藤好春)
◈ 미술감독: 오가 카즈오(男鹿和雄)
◈ 음악/노래: 호시 카츠(星勝) / 미야코 하루미(都はるみ)
◈ 프로듀서: 스즈키 토시오(鈴木敏夫)
◈ 제작 프로듀서: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
◈ 저작권: ⓒ 岡本螢 ・ 刀根夕子 ・ GNH
◈ 일자: 1991.07.20
◈ 장르: 드라마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줄거리>

동경 토박이로 자란 27살의 처녀 오카지마 타에코. 어렷을 적부터 방학 때 시골로 내려가는 학우들을 동경해오던 그녀는 회사에 열흘간의 여름 휴가를 내고 시골로 내려갈 계획을 세웠다. 큰 언니가 결혼하면서 시골에서 살게 되자 그녀에게도 찾아갈 시골이 생긴 것이다. 모처럼만의 귀향에 들뜬 타에코는 이것저것 시골로 떠날 준비를 하면서 초등학교 5학년 시절이었던 자신의 옛 추억 속으로 빠져 드는데...


<소개>

오카지마 호타루()와 토네 유코(그림)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스튜디오 지브리의 극장 아니메. 미야자키 하야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지브리의 거장 타카하타 이사오의 작품으로, '반딧불의 묘(1988)'에 이은 그의 두번째 지브리표 아니메이다. 70년대부터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던 그가, 지브리에 들어온 이후로는 연출보다는 미야자키의 작품에서 프로듀서로 참여하는 등, 지브리의 안살림에 주력하면서 작품 활동이 눈에 띄게 더디어진 점은 어떤 면에서 아쉽다고 하겠다. (1987년에 '柳川堀割物語'라는 실사 다큐멘터리영화를 연출하는 등, 80년대 중후반부의 그의 행적은 확실히 아니메에서 한발 멀어진 느낌이었다.)

도에이 동화부터 A 프로덕션, 즈이요 영상, 닛폰 애니메이션, 텔레콤 애니메이션에 이르기까지의 과거 행적과 대표 연출작들에서 볼 수 있는 다카하타 이사오의 가장 큰 특징은 섬세한 일상의 묘사와 서정적인 전원 드라마에 있다. 동료이자 후배로서 그와 오랜 세월 같이 일해온 미야자키가 거대한 스케일과 흥미진진한 어드벤쳐, 그리고 디테일한 표현력이 발군이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런 소소함과 전원적인 리얼리즘으로 인해 타카하타의 작품에는 항상 인간적이고 따뜻함이 넘쳐 흐른다. 타카하타의 이런 성향들은 미야자키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어 그의 작품에서도 타카하타의 취향을 심심치 않게 엿볼 수 있으며, 심지어 이것이 지브리 아니메의 기저를 형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브리의 아니메는 그런 면에서 타카하타의 토양 위에 서있는 미야자키의 성과 같다.

3년만에 만들어진 추억은 방울방울에는 반딧불의 묘에서도 활약한 콘도 요시후미가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으로 그의 뒤를 받치고 있다. 미야자키와는 달리 직접 그림을 그릴 수 없었던 타카하타에게 콘도는 어찌보면 손과 같은 존재였을지도. 장면설계와 레이아웃은 역시 반딧불의 묘에서 활약한 모모세 요시유키가 맡았다. 모모세 역시 타카하타의 이후 작품에서도 계속 활약한다는 점에서 콘도와 모모세 둘은 타카하타의 수족과도 같은 스탭들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이웃의 토토로(1988)'를 통해 지브리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은 오가 카즈오가 미술을 맡아 그의 특기인 녹색의 풍경을 화면 위에 펼쳐 보인다.


전작인 반딧불의 묘가 비극적인 전쟁 드라마였던 것에 비해 '추억은 방울방울'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소소한 일상의 드라마를 다루고 있다. 1980년대와 1960년대의 일상을 교차하면서 보여주는데, 60년대 일본의 풍경을 빛바랜 느낌으로 묘사하고, 작품의 현재 시점에 해당하는 80년대를 선명한 색감으로 표현하는 부분은 현재와 과거를 시각적으로 구분하는 이 작품만의 개성적인 특색이다. 섬세한 일상의 묘사는 여기서도 여전한데, 파인애플을 칼로 깎는 다든지 베니바나를 수확한다든지 하는 부분은 당대의 작업환경이 수작업이었음을 감안했을 때 실로 놀라운 수준. 현실적인 묘사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첫 고백을 받은 타에코가 구름 위를 걷는다거나 순정만화의 소녀처럼 눈이 반짝거리거나 하는 부분에서는 만화영화의 장점을 살린 부분도 엿볼 수 있다.

디즈니적인 아니메를 지향하던 지브리의 작품답게 프리스코어링(선녹음 후작화) 방식으로 진행된 점도 특기할만 하다. 특히, 주인공인 타에코와 토시오의 경우는 성우를 맡은 이마이 미키와 야나기바 토시로의 실제 모습을 연상하여 캐릭터를 디자인한 것이 특이한 점.([1] 참조) 그래서인지 만화영화에서는 보기 드물게 웃거나 입을 움직일 때 생기는 볼의 주름을 묘사하는 등, 상당히 세세한 곳에 신경을 쓴 흔적이 느껴진다.

10일간의 휴가를 내어 동경하는 시골로 향하는 타에코가 여정 중에 떠올리는 그녀의 12살 기억은 평범함 속에 소소함과 재미가 넘쳐 흐른다. 만화영화이긴 하지만, 구성방식은 실사영화에 가까운 전개이며 어떤 면에서는 서정적인 수필을 연상시키게 한다. 특히 자신의 어렷을 적 추억을 떠올리는 27살의 처녀의 이야기는 굳이 만화영화의 팬이 아니더라도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전원적인 농촌생활과 어린 시절의 추억 등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 향수라는 테마를 불러 일으키게 하고 있으며, 잔잔한 드라임에도 불구하고 흥행에서도 성공을 거두면서 타카하타 감독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게 된다.


<참고 사이트>

[1] おもひでぽろぽろ, Wikipedia Japan
[2] おもひでぽろぽろ(1991), allcinema.net
[3] 추억은 방울방울, 베스트아니메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岡本螢 ・ 刀根夕子 ・ GNH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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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1991), 機動戦士 ガンダム0083 STARDUST MEMORY


ⓒ SOTSU · SUNRISE



<정보>

◈ 원작: 야다테 하지메(矢立肇), 토미노 요시유키(富野由悠季) - 실제로 참여하지는 않음.
◈ 감독: 카세 미츠코(加瀬充子) - 1~7화 / 이마니시 타카시(今西隆志) - 8~13화
◈ 각본: 스즈키 요시타케(鈴木良武), 엔도 아키노리(遠藤明範), 이마니시 타카시(大熊朝秀의 필명으로 참여), 타카하시 료스케(高橋良輔)
◈ 스토리보드/연출: 와타나베 신이치로(渡辺信一郎), 아카네 카즈키(赤根和樹), 카세 미츠코, 이마니시 타카시
◈ 캐릭터 디자인/총작화감독: 카와모토 토시히로(川元利浩)
◈ 작화감독: 오사카 히로시(逢坂浩司), 칸노 히로키(菅野宏紀), 카와모토 토시히로
◈ 메카닉 스타일링/메카닉 디자인: 카와모리 쇼지(河森正治) / 카토키 하지메(カトキハジメ), 아키타카 미카(明貴美加)
◈ 메카닉 작화감독: 사노 히로토시(佐野浩敏), 요시다 토오루(吉田徹)
◈ 미술감독: 히가시 쥰이치(東潤一)
◈ 음악/노래: 하기타 미츠오(萩田光雄) / 마츠바라 미키(松原みき), MIO, Jacob Wheeler
◈ 프로듀서: 우에다 마스오(植田益朗), 타카시나 미노루(高梨実)
◈ 제작사: 선라이즈, 반다이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91.05.22~1992.09.24 (OVA) / 1992.08.29 (극장판)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OVA(13화),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줄거리>

1년 전쟁이 종결된지 3년, 지구연방군은 1년 전쟁 당시 큰 전과를 올린 건담의 후속 개발 프로젝트인 건담 개발 계획 GP(Gundam Project)를 진행 중에 있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애너하임 사에서 개발된 두 기의 모빌슈트인 GP01(범용 모빌슈트)와 GP02(핵병기 탑재 모빌슈트)가 지상 테스트를 위해 지구의 오스트레일리아로 이송되던 도중, 지온군의 잔당조직인 델라즈 플리트에 의해 GP02가 탈취되는 사고가 발생한다.

사건의 주범은 델라즈 플리트의 에이스이자 1년 전쟁 당시 '솔로몬의 악몽'으로 명성을 드높였던 아나벨 가토 소령. 가토는 GP01을 타고 그를 쫓던 건담 테스트 파일럿 코우 우라키 소위와 연방군의 끈질긴 추격을 따돌리고 GP02와 함께 우주로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이 사건이야말로 델라즈 플리트의 'Stardust(별 부스러기)' 작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으니, 바야흐로 지온과 지구연방 간의 새로운 전쟁의 서막이 열리려 하고 있다.


<소개>

'기동전사 건담 0080(1989)'를 통해 토미노가 없는 건담의 새로운 미래를 엿보게 된 반다이는 용자 시리즈와 엘드란 시리즈로 인해 로봇 아니메의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선라이즈에게 차기 건담 프로젝트를 다시금 의뢰하기에 이른다. 타카라는 용자 시리즈로, 토미는 엘드란 시리즈로 선라이즈에게 기대고 있던 차에 이제는 반다이까지 가세했으니 어찌보면 90년 초는 완구, 프라모델 업체들의 시장 선점을 위한 일종의 선라이즈표 재기전이었던 셈이다. 이 현실적인 로봇 전쟁(?)에 건담이 참전하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순서였다고 하겠다. (물론, 각 작품의 기획시점을 감안한다면 이들 작품의 순서 배열에는 다소간의 차이가 존재할 수도 있다)

이리하여 선라이즈와 반다이는 토미노 요시유키와 야스히코 요시카즈, 오카와라 쿠니오라는 원년 3인방을 모두 불러모은 대작  극장판 '기동전사 F91(1991)'을 기획하게 되는데, 애초에 TV 시리즈로 런칭할 이 작품을 극장판으로 우선 간을 본 뒤 반응에 따라 TV 시리즈로 제작하겠다는 반다이의 자신감 없는 전략이 결국 건담 F91의 패착이 된 것은 이미 '만화영화 연대기: 기동전사 건담 F91(1991)'에서 전술한 바 있다. 허나, 반다이는 이러한 조심스런 전략에 한가지 우회 전술을 더 추가하게 된다.

☞ 만화영화 연대기: 기동전사 건담 F91 (바로가기)

건담 F91은 토미노와 야스히코, 오카와라까지 가세한 명실상부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의 정통 후속 시리즈이긴 했지만, 기존의 우주세기와 거의 연관이 없는 30년 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시리즈를 일신하는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었는데, 이미 다른 작품보다 월등히 팬들과 많은 것을 공유해온 건담에게 이런 식의 분위기 쇄신은 자칫 기존 팬들에게 외면을 받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토미노 스스로 더이상 예전의 건담과 얽히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반다이는 건담 F91은 토미노와 스탭들의 뜻대로 하되, 기존 팬들을 위해 우주세기의 이야기를 활용한 또다른 건담 시리즈를 기획하는 대안을 생각해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1991)'이다.

건담 F91은 '성전사 단바인(1983)' 이후로 토미노의 작품을 주로 제작해온 선라이즈의 주력 스튜디오인 제2스튜디오에서 제작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로 인해 건담 0083은 극장판이나 TV 시리즈가 아닌, 이미 건담 0080에서 재미를 보았던 OVA로 제작할 것으로 결정되었으며, 스튜디오는 '은하표류 바이팜(1983)'이나 '푸른 유성 SPT 레이즈너(1985)', 그리고 '시티헌터 시리즈' 등을 제작한 선라이즈의 제3스튜디오에서 제작이 이루어지게 된다. 감독에는 이 건담 0083이 첫 감독 데뷔작인 카세 미츠코와 이마니시 타카시. 보기 드문 여성 연출가인 카세 미츠코는 0083이 첫 데뷔 감독작이었지만, '투장 다이모스(1978)' 부터 선라이즈의 수많은 아니메, 특히 로봇물에서 활약해온 베테랑 연출스탭이었고, 이마니시 타카시는 '장갑기병 보톰즈 시리즈'에서 활약하면서 리얼로봇 아니메에 대한 이해력이 넓고, 각본과 프로듀서까지 가능한 만능 연출스탭이었다. 이들을 주축으로 선라이즈의 신예들이 대거 건담 0083의 메인 스탭으로 활약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면면을 보면 지금 시점에서는 감히 신예라 칭하기 어려운 일류 애니메이터들로 가득한데, 먼저 연출 스탭에는 '카우보이 비밥(1998)'으로 후일 일본 아니메를 대표하는 스타일리쉬한 연출가로 각광받게 되는 와타나베 신이치로가, '천공의 에스카플로네(1996)'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아카네 카즈키 등이 참여하고 있다. 캐릭터 디자인에는 카우보이 비밥과 '울프스 레인(2003)'으로 초특급 애니메이터로 성장하게 되는 카와모토 토시히로와 '기동전사 V 건담(1993)'과 '기동무투전 G 건담(1994)', '현란무답제 더 마즈데이브레이크(2004)' 등 선라이즈와 본즈의 대표작에서 활약하게 되는 故 오사카 히로시가 놀라운 필력을 선보이며, 이 작품을 통해 그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다. 또한, 90년대 중후반부 선라이즈의 메카 작화를 책임지는 사노 히로토시와 요시다 토오루가 건담 0083을 통해 기대를 뛰어넘는 정교한 메카 묘사를 연출하면서 건담 0083의 놀라운 작화 퀄리티를 책임지게 된다. 캐릭터와 메카닉 작화에서 이들 신예들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활약은 0083의 흥행의 일등 공신이라 할 수 있으며, 바로 이 건담 0083을 시작으로 그들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오카와라 쿠니오의 공백을 메울 메카닉 디자인에는 무려 '초시공 요새 마크로스(1982)'의 원작자이자 발키리 머신의 디자이너이기도 한 카와모리 쇼지를 깜짝 영입하여 건담 1, 2호기의 디자인을 맡기고, '건담 센티넬'을 통해 신예 디자이너로 각광받기 시작한 카토키 하지메를 불러들여 카와모리가 디자인한 건담 1, 2호기의 리파인과 다른 MS의 디자인을 맡기게 한다. 단, 이미 정형화되어 있던 건담이라는 이미지를 베이스로 건담 1, 2호기를 디자인한 카와모리는 스스로 이것이 자신의 오리지널 디자인이 아니기에 메카닉 디자인이 아닌 메카닉 스타일링으로 스탭 표기를 해줄 것을 요청하게 되는데, 이 일화에서 카와모리의 메카닉 디자인에 대한 그만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하겠다. 이 때문이지는 몰라도 건담 0083에서 스포트 라이트를 받은 메카닉 디자이너는 카와모리보다는 신예 카토키였으며, 이후의 건담 시리즈부터 카토키의 영향력은 눈에 띌 정도로 강해져 단순히 메카닉 디자인을 넘어 프라모델 상품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기에 이른다.


준비된 괴물 신인들의 가세가 작품의 완성도를 보장하기는 했지만, 건담 0083의 성공동력은 그보다는 기존 건담 팬들을 만족시키는 설정과 이야기에 있지 않나 싶다. 우선 1년 전쟁과 그리프스 전쟁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을 이야기로 삼은 점은 확실히 우주세기 팬들에게는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특히, 결말부에서 티탄즈의 결성을 위한 단서를 제공하고 티탄즈의 주역인 자미토프 하이만과 바스크 오움을 등장시킨 부분은 우주세기 건담 팬들의 입맛에 그야말로 딱 맞는 부분. 델라즈 플리트의 에이스 아나벨 가토와 시마 가라하우와 같은 캐릭터들의 등장 또한 시리즈의 인기를 견인하는 일등공신이었으나, 전반적으로 연방측보다 델라즈 플리트 측에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포진함으로써 건담 0083의 구도는 왠지 모르게 델라즈 플리트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느낌을 주고 있다. 확고한 신념을 가진 가토와 멘탈과 실력 모두에서 가토에게 뒤진 코우의 대립구도도 그런데, 본래 라이벌 악역에 비해 모자라던 주인공이 차츰 성장하여 라이벌을 능가하는 인물이 되어가는 기존의 아니메 포맷과 달리 본작에서의 코우는 성장 속도가 둔하고, 품고 있는 가치관 역시 모호하여 오히려 가토를 돋보이게 하는 들러리가 되어버린 부분은 아쉽다.

또한, 민간인 소년들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건담에 우연치 않게 탑승하게 되는 기존의 건담 시리즈의 구도에서 벗어나 이미 군인인 주인공 코우 우라키 소위를 주인공으로 삼은 점이나 이미 성장한 성인들이 주역 캐릭터로 등장하는 점은 건담 0083을 보다 성인취향의 드라마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보이게 한다. 즉, 이 작품은 이제 막 건담을 시청하려고 하는 소년, 소녀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닌 이미 건담을 어렷을 적부터 보아오고 이제는 2~30대로 성장한 오리지널 팬의 눈높이에 맞춰진 작품인 셈이다. 여러모로 본작의 방향성은 이렇듯 신규 건담팬보다는 기존 건담팬을 의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전통적인 건담의 테마였던 뉴타입을 배제함으로써 보다 더 현실적인 밀리터리 드라마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데, 뉴타입이라는 테마가 건담의 화두인 동시에 구태의연한 테마가 되어버렸음을 생각할 때 뉴타입의 거세는 괜찮은 선택이라 보여진다.

하지만, 가토와 코우 사이에서 번민하던 중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되는 히로인 니나 퍼플톤의 경우는 극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많은 팬들에게 지탄을 받게 된다. 사실 이러한 설정은 극적인 면에서 크게 무리는 없다는 생각이지만, 1화만 하더라도 일면식이 없는 것처럼 그려지던 가토와 니나가 극 후반에서 과거의 연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부분은 초반부터 계획했던 설정이 아니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또한, 전반적으로 델라즈 플리트의 인물들이 돋보이는데다가 후반부에는 연방의 부패한 모습마저 등장하여 이야기의 무게는 미묘하게 델라즈 프리트 측으로 기울게 되는데 이로 인해 그들의 테러리즘이나 자폭공격 등이 미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또, 등장하는 메카들이 시간 순으로 바로 다음 작품이 되는 '기동전사 Z 건담(1985)'에 비해 너무 고성능의 기체들이 등장한다는 것도 문제. 특히 후반부에 등장하는 거대 모빌 아머 노이에 질이나 GP-03 덴드로비움은 확실히 당시의 스펙을 뛰어넘는 기체들로서, 이러한 부분은 에필로그를 통해 GP 계획 자체가 이 시점에서 말소된다는 설정으로 어느 정도 모순점을 상쇄하려 했지만, 애초에 이러한 스펙과 디테일의 기체를 등장시킨 의도가 프라모델 판매와 무관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의도적이었다고 보여진다. 문제는 실제로 상품화된 프라모델에 있었는데, 당시 건담 F91과 작품이 병행되면서 반다이가 건담 F91에 집중했던 탓인지 건담 0083의 초판 키트들은 기대 이하의 프로포션과 디테일로 시장의 외면을 받게 된다. 건담 0083의 인기가 건담 F91에 비해 더 높았고, 설정을 무시하면서까지 고성능의 기체들로 디자인했음을 생각할 때 이는 반다이의 실투가 아닌가 싶다. 건담 0083은 10여년이 지난 2001년에 다시 재판되면서 과거의 악명을 씻어내게 되었고, 특히 HGUC 덴드로비움은 역대 건프라 1/144 스케일 중에서 탑 클래스에 들어가는 압도적인 위용과 인기를 현재까지도 자랑하고 있다.

높아진 인기로 인해 시리즈 제작 도중 극장판의 제작이 결정된다. 극장판 '지온의 잔광'은 OVA 전 13화의 내용을 편집하여 최종화인 13화가 출시되기 전 극장에 공개되었는데, 이로 인해 후반부에는 극장판의 스케일에 맞춰 작화 퀄리티가 상승하게 된다. 건담을 보고 자란 세대들이 만든 건담이, 토미노 감독의 손길이 닿지 않은 건담이 마침내 극장판으로까지 등장한 것이다. 건담 0080과 건담 0083의 잇다른 성공, 그리고 건담 F91의 실패는 분명히 건담 월드에서도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사례였지만, 기이하게도 반다이만은 그것을 인정하지 못한 듯 싶다. 그리고 한계에 다다른 토미노 요시유키를 다시 한 번 더 몰아부치게 된다.

ⓒ SOTSU · SUNRISE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 ガンダム0083 STARDUST MEMORY, Wikipedia Japan
[2] 機動戦士 ガンダム0083 STARDUST MEMORY(1991), allcinema.net
[3] 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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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무적 라이징오 (1991), 絶対無敵 ライジンオー / Matchless Raijin-Oh


ⓒ SUNRISE · テレビ東京


<정보>

◈ 원작: 야다테 하지메(矢立肇)
◈ 감독: 카와세 토시후미(川瀬敏文)
◈ 시리즈 구성: 소노다 히데키(園田英樹)
◈ 스토리보드/연출: 사토 타쿠야(佐藤卓哉), 콘도 노부히로(近藤信宏), 타니구치 고로(谷口悟朗) 외
◈ 캐릭터 디자인: 타케우치 아키라(武内啓)
◈ 메카닉 디자인: 야마다 타카히로(山田高裕)
◈ 작화감독: 타케우치 아키라, 니시무라 노부요시(西村誠芳), 사쿠마 신이치(佐久間信一)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池田繁美)
◈ 음악/노래: 타나카 고헤이(田中公平) / SILK
◈ 프로듀서: 우치다 켄지(内田健二), 쿠라바야시 신스케(倉林伸介), 후지나미 토시히코(藤波俊彦)
◈ 제작사: TV 도쿄, 요미우리 광고사(読売広告社), 선라이즈
◈ 저작권: ⓒ SUNRISE · テレビ東京
◈ 일자: 1991.04.03~1992.03.25
◈ 장르: SF,로봇,액션
◈ 구분/등급: TVA(51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PG)


<줄거리>

양승학원 5학년 3반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평화로운(?) 학교생활에 한창이다. 그러나 바로 그 날, 5차원의 쟈크 제국이 지구권에 등장하여 지구를 향한 공격을 개시한다. 아크 구슬을 이용하여 지구를 괴멸 시키려는 쟈크 제국, 이 때 정체불명의 거대로봇이 쟈크 제국의 앞을 가로 막아선다. 라이징오라 불리는 거대 로봇은 태고적부터 지구를 지키는 전사라 자신을 칭하며 쟈크 제국과 맞서지만, 불의의 공격을 받아 지구로 불시착하게 되고, 라이징오가 불시착한 곳은 공교롭게도 양승학원 5학년 3반. 진과 동급생 아이들은 라이징오의 추락과 함께 미지의 공간으로 빨려 들어간다.


미지의 공간에서 아이들은 라이징오와 라이징오에 탑승한 정체불명의 생명체 엘드란을 만난다. 지구를 지켜온 전사라 자신을 소개한 엘드란은 부상을 입은 자신을 대신하여 자신의 임무와 자신의 힘을 5학년 3반 아이들에게 나누어 준다. 엘드란과 정체불명의 공간이 사라지자 다시 학교로 돌아온 아이들, 아이들에게는 각각 영문 모를 메달이 주어지게 되는데...


<소개>

완구업체 타카라의 용자 시리즈 제 1 편 '용자 엑스카이저(1990)'가 기대 이상으로 성공하며, 완구 시장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자 타카라의 경쟁업체인 토미(타카라는 후일 토미에 합병된다.) 역시 이를 방관할 수 만은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조이드' 브랜드로 한 때 큰 성공을 거둔 토미였지만 1990년 기점에서 일단 조이드의 상품 가치는 현저히 떨어진 상태(조이드는 이후 1999년에서야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하게 된다), 토미로서는 타카라의 용자 브랜드에 대항할 새로운 완구 브랜드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리하여 토미는 용자 시리즈와 대적할 새로운 브랜드를 기획하고 이를 위한 TV 애니메이션을 선라이즈에게 의뢰하게 되니, 이것이 바로 엘드란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인 '절대무적 라이징오(1991)'의 시작이 된다. 일설에는 토미의 사장인 토미야마 칸타로가 자신의 아들이 '토미의 장난감은 싫고 커서 반다이에 들어가고 싶다'라고 말한 것에 충격을 받은 것([2], [8]에서 인용)이 라이징오가 탄생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는데, 어찌보면 아들의 이 말은 토미의 완구에 대한 당시 어린 소비자의 시각을 직설적으로 반영하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토미야마 사장의 판단은 시기적절했다.


다만, 선라이즈는 이 시기 용자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인 '태양의 용자 파이버드(1991)'를 엑스카이저에 이어 제작하고 있었기에 라이징오에는 용자 시리즈와는 다른 별도의 스탭진들이 투입된다. 메카닉 디자인에는 용자 시리즈의 오카와라 쿠니오가 아닌, '머신로보 크로노스의 대역습(1986)', '초음전사 보그맨(1988)' 등에서 활약한 야마다 타카히로가 맡아 무난한 메카닉으로 합격점을 받아내었고, '성전사 단바인(1983)', '중전기 엘가임(1984)', '기동전사 Z 건담(1985)', '기동전사 ZZ 건담(1986)'부터 용자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연출 스탭으로 활약해온 베테랑 카와세 토시후미가 감독을 맡아 안정적인 연출로 엘드란 시리즈를 이끌어가게 된다. 여기에 후일 '무한의 리바이어스(1999)', '플라네테스(2003)', '코드 기어스 반역의 를르슈(2006)' 등으로 선라이즈의 차세대를 이끌어 갈 다니구치 고로가 본 작품에서 연출 스탭으로 활약하는 등, 선라이즈의 세대 교체를 위한 가교로서도 라이징오와 엘드란 시리즈는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용자 시리즈와 엘드란 시리즈, 여기에 건담 시리즈를 동시에 기획하고 제작할 정도로 선라이즈는 로봇 아니메에 있어서 당시 어느 일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보다도 폭넓은 인재 풀을 갖고 있던 셈이다. 


라이징오가 성공한 가장 큰 요인은 주시청층인 초등학생 아이들의 감정이입을 극대화한 설정에 있다. 이 때까지 아이들에게 인기를 끌어온 로봇 아니메는 대게 10대 중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청소년(청소년 기본법상 24세 이하까지는 청소년)들이 주인공이 되어 극을 이끌어 가는 것이 기본 공식으로, 용자 시리즈에 이르러서도 10대 초반의 유소년 등장인물들은 주인공, 또는 조연급으로 등장해도 직접 로봇을 조종하는 주체가 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라이징오는 주 시청자와 동일한 연령대의 주인공들이 직접 로봇을 조종할 뿐만 아니라, 학교가 로봇의 격납고로, 학급 전체가 전략상황실로 변하여 모든 학생들이 전투요원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어린이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게 된다. 이제까지의 로봇물과 비슷한 컨셉을 지닌 라이징오가 히트할 수 있었던 가장 차별점은 바로 이 설정에 있다.


라이징오의 성공은 토미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라이벌 프로그램으로 라이징오보다 2개월 먼저 방영을 시작한 파이버드의 평균 시청률을 두 배 넘게 뛰어넘으며 용자 시리즈와의 첫대결에서 압승을 이끌어 내었으고, 조이드에서 쌓아온 동물 메카를 활용한 완구 판매 역시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것이다. 라이징오의 성공은 결국 엘드란 시리즈를 탄생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으며, 라이징오에서 어린 유소년들이 주인공으로 활약한다는 컨셉은 이후의 시리즈를 대표하는 설정으로 자리매김한다. 



원기폭발 간바루가 (1992), 元気爆発 ガンバルガー


ⓒ SUNRISE · テレビ東京

<정보>

◈ 원작: 야다테 하지메
◈ 감독: 카와세 토시후미
◈ 시리즈 구성: 카네마키 켄이치(金巻兼一)
◈ 스토리보드/연출: 모토나가 케이타로(元永慶太郎), 히다카 마사미츠(日高政光), 타니구치 고로 외
◈ 캐릭터 디자인: 콘도 타카미츠(近藤高光)
◈ 메카닉 디자인: 야마다 타카히로
◈ 작화감독: 콘도 타카미츠, 니시무라 노부요시 외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
◈ 음악/노래: 하세가와 토모키(長谷川智樹) / Yoshiko
◈ 프로듀서: 우치다 켄지, 후지나미 토시히코, 이케다 ?(池田朋之)
◈ 제작사: TV 도쿄, 요미우리 광고사, 선라이즈
◈ 저작권: ⓒ SUNRISE · テレビ東京
◈ 일자: 1992.04.01~1993.02.24
◈ 장르: SF,로봇,액션
◈ 구분/등급: TVA(47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PG)



<소개>

라이징오의 대성공은 토미로 하여금 엘드란 시리즈와 완구 브랜드를 계속적으로 추진하게 하는 기폭제가 된다. 라이징오의 스탭진이 거의 대부분 본작에 다시 참가하여 라이징오의 종방과 함께 곧바로 바통을 이어받은 엘드란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은 바로 '원기폭발 간바루가(1992)'. 라이징오에서 이어져 온 유소년들이 직접 로봇을 조종하는 설정을 이어받았지만, 학급 전체가 크루(Crew)였던 라이징오와는 달리, 3명의 소년이 3인 전대로 활약하며 놀이터와 동네 사거리, 아파트 등에서 메카가 출격한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여기에 마법과 같은 요소가 담긴 것도 재미. 저주가 걸린 3인의 주인공 소년들이 정체가 들키면 개로 변하게 되며, 이 때문에 정체를 들키지 않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은 이 작품만의 독특한 설정이다. 전작에 비해 드라마적인 요소가 가미되는 등 여러가지 변화를 주었으며, 라이징오에 비해서는 낮았지만 간바루가의 평균시청률은 경쟁작인 용자 시리즈를 압도하면서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다. 


다만, 간바루가의 문제는 완구 비즈니스에 있었다. 라이징오의 성공에 고무된(?) 토미의 개발팀이 간바루가의 디자인을 너무 복잡하게 만들어버린 결과, 당시로서는 상당한 고가(16,800엔)의 제품이 나와버린 것이다. 여기에 변신합체 기믹이 복잡하고, 합체 후에는 필요없는 부속이 너무 많이 남는다는 것도 변신합체 로봇으로서의 상품가치를 떨어뜨려 버리는 요소였다. 결국 이러한 문제들은 간바루가의 시청률을 완구 판매에 연결시키지 못하면서 비즈니스적으로 실패한 작품이 되는 원인을 제공한다. 변신합체 완구에 능숙하지 못했던 토미의 이 실수는 이후 엘드란 시리즈가 단명하게 되는 치명적인 오점으로 남는다.


열혈최강 고자우라 (1993), 熱血最強 ゴウザウラー


ⓒ SUNRISE · テレビ東京

<정보>

◈ 원작: 야다테 하지메
◈ 감독: 카와세 토시후미
◈ 각본: 카와세 토시후미, 시모 후미히코(志茂文彦), 치바 카즈히코(千葉克彦) 외
◈ 스토리보드/연출: 코우 유우(紅優), 히다카 마사미츠, 타니구치 고로 외
◈ 캐릭터 디자인: 카와모리 요시노리(兼森義則)
◈ 메카닉 디자인: 야마다 타카시 / 城前龍治 - 메인 메카닉
◈ 작화감독: 니시무라 노부요시, 사쿠마 신이치 외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
◈ 음악/노래: 하세가와 토모키 / Seraphim - 오프닝, 하야시바라 메구미(林原めぐみ) - 엔딩
◈ 프로듀서: 우치다 켄이치, 후지나미 토시히코, 이와타 케이스케(岩田圭介)
◈ 제작사: TV 도쿄, 요미우리 광고사, 선라이즈
◈ 저작권: ⓒ SUNRISE · テレビ東京
◈ 일자: 1993.03.03~1994.02.23
◈ 장르: SF,로봇,액션
◈ 구분/등급: TVA(51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PG)


<소개>

간바루가의 패착이 완구의 완성도에 있음을 깨달은 토미는 세번째 시리즈에서는 보다 완성도 높은 완구를 만들어내기 위해 자사의 총력을 동원한다. 그리하여 조이드 시리즈에서 이어져온 공룡이라는 컨셉을 메카닉에 이식하고, 라이징오에서 큰 호평을 얻은 전체 학급이 승무원으로 활약한다는 컨셉을 다시금 부활시켰으며, 간바루가에서 이어져 온 드라마성을 보다 짙게 하여 새로운 세번째 시리즈를 내놓으니 이것이 바로 불가피하게 엘드란 시리즈의 최종장이 되어버린 '열혈최강 고자우라(1993)'이다.

고자우라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라이징오와는 달리 좀 더 현실적인 학급 분위기를 만들어내었다는 점이다. 전형적이고 비현실적인 학급과 학생들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단순한 이야기를 보여주었던 라이징오와는 달리 고자우라에서는 학급 내에서의 반목과 갈등 등이 부가되며 드라마성을 강조하게 된다. 이러한 설정은 좀 더 연령대가 높은 시청자들에게 어울리는 것으로, 작품의 드라마적 완성도를 높여주기는 했지만 역으로 주시청자인 아이들의 흥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이기도 했다. 결국 시청률은 엘드란 시리즈 중 가장 낮은 7~8%의 시청률을 기록하지만 역대 용자 시리즈의 시청률이 평균 4%대인 걸 감안하면 이는 결코 낮은 시청률로는 볼 수 없다.

다만, 고자우라 역시 아니메보다는 완구 회사의 비즈니스가 발목을 잡고 만다. 완성도 높은 완구를 만들어내기 위해 출시 시기를 늦춰가면서까지 분투했지만, 출시된 완구의 완성도는 기대 이하였으며, 합체 후 너무 많은 부속품이 불필요하게 남는 고질적인 문제 역시 해결되지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본작이 방영을 시작하고서 무려 9개월이 지나서야 완구가 출시되었으니 완구 판매는 이미 실패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셈. 토미의 이 초보적인 실수는 결국 엘드란 시리즈를 고자우라에서 멈추게 하는 패착이 된다. 후속작으로 '완전승리 다이테이오'가 기획되고 있었지만, 토미의 비즈니스 실패로 인해 다이테이오는 결국 제작되지 못하고 잡지나 코믹스로만 남게 된다. 엘드란 시리즈의 조기 퇴장과 함께 용자 시리즈로 새로운 전성기를 기대했던 로봇 아니메의 앞길에는 다시금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려 하고 있었다 .


<참고 사이트>

[1] エルドランシリーズ, Wikipedia Japan
[2] 絶対無敵ライジンオー, Wikipedia Japan
[3] 元気爆発ガンバルガー, Wikipedia Japan
[4] 熱血最強ゴウザウラー, Wikipedia Japan
[5] 絶対無敵ライジンオー(1991), allcinema.net
[6] 元気爆発ガンバルガー(1992), allcinema.net
[7] 熱血最強ゴウザウラー(1993), allcinema.net
[8] 엘드란 시리즈, 엔하위키 미러
[9] 절대무적 라이징오, 엔하위키 미러
[10] 원기폭발 간바루가, 엔하위키 미러
[11] 열혈최강 고자우라, 엔아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UNRISE · テレビ東京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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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노 감독의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 목차>


기동전사 건담 F91 (1991), 機動戦士ガンダムF91 / Mobile Suit Gundam F 91


ⓒ SOTSU · SUNRISE


<정보>

◈ 원안: 야다테 하지메(矢立肇)
◈ 원작/감독: 토미노 요시유키(富野由悠季)
◈ 각본: 이토 츠네히사(伊東恒久), 토미노 요시유키
◈ 캐릭터 디자인: 야스히코 요시카즈(安彦良和)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大河原邦男)
◈ 작화감독: 키타하라 타케오(北原健雄), 무라세 슈코우(村瀬修功), 고바야시 토시미츠(小林利充)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池田繁美)
◈ 음악/노래: 카도쿠라 사토시(門倉聡) / 모리구치 히로코(森口博子)
◈ 제작/프로듀서: 야마우라 에이지(山浦栄二) / 나카가와 히로노리(中川宏徳)
◈ 제작사: 선라이즈, 나고야 TV, 반다이, 쇼치쿠, 소츠 에이전시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91.03.16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줄거리>

제2차 네오지온 항쟁으로부터 30년이 흐른 우주세기 0123년, 지온의 잔당마저 와해되면서 우주는 한동안 전란이 없는 평화로운 시대가 계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오랜동안의 평화로 인해 지구연방은 다시 나태와 부정부패로 얼룩지게 되고, 이러한 지구연방에 반기를 들고 고결한 귀족이 우주를 다스려야 한다는 코스모 귀족주의를 내건 로나 가문의 당주 마이처 로나와 신흥기업 붓흐 콘체른, 그리고 이들의 지원을 받은 사병조직 크로스 본 뱅가드가 주축이 되어 코스모 바빌로니아 제국이 세워지게 된다.

우주세기 0123년 3월, 마이처 로나의 사위이자 크로스 본 뱅가드의 사령관인 카롯조 로나의 양아들 도렐 로나 대위가 이끄는 모빌 슈트 부대가 스페이스 콜로니 프론티어 IV를 급습한다. 갑작스런 크로스 본 뱅가드의 습격에 연방의 수비부대는 속절없이 무너지고, 이곳에 살고 있던 평범한 소년 시북 아노와 그의 친구들 역시 전화에 휘말리게 된다. 차례로 파괴되는 연방의 MS들 속에 시북은 엉겁결에 연방이 개발하고 있던 신형 MS 건담 F91에 탑승하게 되는데...


<소개>

'용자 엑스카이저(1990)'에서 전술했다시피, 나고야 TV의 토요일 밤 5시 반을 책임지고 있던 선라이즈 표 로봇 애니는 '기갑전기 드라고나(1987)'를 끝으로 한동안 사라졌다가 엑스카이저에 이르러서야 극적인 부활을 이루게 된다. 이는 반다이의 건프라에 의해 뒷전으로 밀렸던 전통의 완구 회사 타카라의 회심의 역습이기도 했으니, 경쟁사라 할 수 있는 반다이 역시 마냥 이것을 바라볼 수 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리얼 로봇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건담이라는 브랜드는 팬들에게 지워지지 않는 문신과도 같았으며 이것은 반다이에게도 비즈니스적으로 마찬가지의 상황, 결국 용자 시리즈가 촉발시킨 로봇 아니메의 부활은 반다이에게로 하여금 건담 시리즈를 리부트는 시키는 동기를 부여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것이 바로 건담 시리즈의 세번째 극장용 아니메인 '기동전사 건담 F91(1991)'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1986)' 이후로 한동안 동면에 들어갔던 건담 TV 시리즈를 다시금 기획한다는 것은 반다이로서도 조심스러운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건담 시리즈는 이전과 달리 치밀한 사전 기획과 미디어 믹스가 전개되는데, 우선 건담 F91의 세계관을 팬들에게 좀 더 잘 이해시키고 관련 건프라 브랜드의 프로모션을 겸하기 위한 의도로, '기동전사 건담 F90'의 세계관을 1990년 여름부터 코믹스로 공개하게 된다. 건담 F90에서 주목할만한 것은 바로 건담 시리즈의 핵심 설정이라 할 수 있는 인간형 기동병기 모빌슈트의 크기가 대폭 축소되어 20m를 넘어섰던 전고가 15m 크기로 축소된 것이라 하겠다. 좀더 작고 세밀한 프라모델이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반다이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1/100 크기의 건프라가 1/144 크기와 별 차이가 없어지자 당시 기술력으로는 프라모델의 디테일과 기믹 구현에 있어서 마이너스 요인이 되었고, F90, F91 시리즈에서는 1/144 브랜드가 사라지는 결과도 가져오게 됨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기에 건담 F90 외에도 건담 F91은 한가지 안전장치를 더 두게 되는데, 그것은 건담을 바로 TV 시리즈로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극장용 아니메로 초반부의 이야기를 선공개한 후, 반응을 보고 뒷 이야기를 TV 시리즈를 기획하자는 것이었다. 이러한 기획 방향은 지금에 와서 보면 명백한 자신감 부족이라 할 수 있다. 작품 자체가 아예 낯설은 작품이라면 모를까, 건담 시리즈는  이미 아니메 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고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아니메다. 이것을 굳이 극장용 아니메로 만들고 추이를 본다는 의미는 건담이라는 브랜드 자체에 반다이 스스로도 확신을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사례는 아니었을까.

어찌되었든 이 기획을 실행하기 위해 반다이는 역습의 샤아 이후 한동안 휴식기를 갖고 있던 토미노 요시유키를 감독으로 기용하고, 마찬가지로 '비너스 전기(1989)' 이후 아니메 업계를 떠나 코믹스에만 전념하고 있던 야스히코 요시카즈를 다시 불러들여 캐릭터 디자인을 맡겼으며, 메카닉 디자인 역시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 이후 등장한 나가노 마모루, 코바야시 마코토, 후지타 카즈미, 이즈부치 유타카 등이 아닌 오리지널 시리즈의 디자이너인 오카와라 쿠니오를 복귀시키는 등 건담 시리즈의 리부트를 위한 최정예 멤버들을 소집하게 된다. 다만, 작화에 있어서는 야스히코가 캐릭터 디자인만을 맡으면서 신진들이 투입되었고, 이 때 참여한 무라세 슈코우는 건담 F91을 시작으로 '기동전사 V 건담 (1993)', '신기동전기 건담 W(1995)' 등 후기 건담 시리즈를 대표하는 작화가로 성장하게 된다.


이야기는 기존의 건담 시리즈와는 연관이 거의 없는 30년 후의 이야기이다. 토미노 스스로도 아무로와 샤아의 대결로 압축되었던 과거의 건담 이야기를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건담 시리즈를 다시 시작할 동기부여가 되었을 터. 그만큼 건담 시리즈로 받아온 토미노의 스트레스는 큰 것이었는데, 이 때문인지 지온이나 뉴타입 등 과거 건담의 단골 설정들이 대거 삭제되고 새로운 설정들로 대체되며, 주인공 역시 히스테릭하고 정신적 문제를 갖고 있던 이전의 주인공과는 달리 시북 아노라는 비교적 평범하고 무난한 성격의 인물이 맡게 된다. 극장 아니메의 이야기가 비록 프롤로그적 성격을 갖고 있지만, 많은 등장인물들이 죽어나가던 토미노의 이야기와 달리 어느 정도 해피 엔딩 형태로 마무리되는데, '무적초인 점보트3(1977)'부터 역습의 샤아에 이르기까지 토미노의 작품 패턴이 '새드 엔딩-해피 엔딩'을 반복하고 있음을 상기하면 역습의 샤아 이후 만들어진 건담 F91의 엔딩은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물론, 이는 다음의 작품이 지극히 암울하게 되리라는 의미기도 하지만. 실제로 V 건담을 상기해보면 이 가정이 사실임을 알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새로운 건담 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의 윤곽이나 몇몇 설정이 기존의 건담 시리즈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건담 설계자인 주인공 시북 아노, 서로가 사랑하는 두 남녀 주인공이 적대한 두 세력으로 나뉘어져 있는 현실, 가면을 쓴 주인공의 라이벌 격 악역 등, F91은 새로운 건담 시리즈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기존의 시리즈에서 별달리 나아간 점이 없다. 극장용 아니메가 건담 F91 세계관의 프롤로그적 성격을 띈 이야기이다 보니 기승전결의 한계를 갖고 있는데, 여기에 설정마저 기존 건담과 그리 달라진 것이 없으니 전체적으로 이야기는 지루한 양상을 띄고 있다. 2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구겨 넣으면서 스토리 흐름이 무너진 것도 또 하나의 악재다.

한가지 더 짚고 가야할 것은, 거대한 이야기를 만들고 심오한 인간 드라마를 구축하는데 있어서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토미노이지만, 그에게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가진 드라마틱한 장면 구성이나 섬세한 연출력, 린 타로 혹은 데자키 오사무가 보여준 현란한 영상기법이 없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그의 작품은 볼거리가 부족하다는 이야기인데 TV 시리즈 등으로 어느 정도 이야기가 진행이 된 기존의 건담 시리즈라면 큰 문제가 없었지만, 새롭게 시작된 건담 시리즈에서, 그것도 TV 시리즈가 아닌 극장 아니메에서 관객들을 사로잡을 만한 볼거리와 이야기거리를 보여주기에는 제아무리 토미노라도 역부족은 아니었을까. 반다이의 자신감 없는 기획과 참신하고 매력적인 이야기를 보여주지 못한 토미노의 연출 미스는 결과적으로 야심차게 시작된 건담 F91의 주요 실패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극장용 아니메 답게 작화의 퀄리티는 뛰어난 수준이며, 오랜만에 야스히코의 캐릭터(물론 그가 직접 그리지는 않았지만)를 건담 시리즈에서 볼 수 있다는 의의도 있다. 건담 시리즈에 등장하는 상대측 모빌슈트의 트레이드 마크인 모노아이 타입의 마스크를 버리고, 독일군 방독면 형태의 마스크를 채용한 것도 나름 신선한 시도. 이 시도는 F91이 실패하면서 2년 뒤 V 건담에서 다시 한 번 사용되지만, V 건담마저 실패하면서 모노아이 디자인의 유무가 건담 시리즈의 성패에 있어서 하나의 징크스처럼 작용하게 된다. 다만, 건담 F91의 참패에도 불구하고 91년부터 건담 시리즈는 다시금 부활의 날개를 펴게 되는데, 그것은 건담 F91과 비슷한 시기에 기획된 선라이즈의 또다른 건담 시리즈 때문이었다.

ⓒ SOTSU · SUNRISE · 講談社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ガンダムF91, Wikipedia Japan
[2] 機動戦士ガンダムF91 (1991), allcinema.net
[3] 기동전사 건담 F91,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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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lt Disney


<스탭>

◈ 감독/각본: 앤드류 스탠튼(Andrew Stanton)
◈ 원작: 에드가 라이스 버로우스(Edgar Rice Burroughs)의 '화성의 공주'
◈ 제작: 월트 디즈니 픽쳐스


<줄거리> 

지구에서는 화성이라 불리는 행성 바숨. 우리들이 생명체가 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 이곳 바숨에는 실제로 문명을 가진 외계종족들이 살고 있다. 바숨은 헬리움과 조당가 천년에 이르는 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조당가의 지배자 샙 단(도미닉 웨스트 분)이 예언자들에게 신의 무기를 받으면서 전황은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호전적이고 사악한 샙 단의 조당가 앞에 헬리움은 패퇴를 거듭하고, 헬리움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공주 데쟈 토리스(린 콜린스 분)을 샙 단과 혼인시키는 일 뿐인데...

한편, 화성에서 멀리 떨어진 지구에는 은퇴한 군인으로 거대한 금광을 발견한 부유한 탐험가 존 카터(테일러 키취 분)가 돌연 급사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카터의 유서에는 모든 재산을 자신의 조카인 에드가에게 맡긴다고 씌여 있었고, 결국 그의 장례식에 에드가는 영문도 모른체 불려오게 된다. 카터의 유해는 개인 무덤에 안장되었는데, 그곳은 오직 안에서만 문을 열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변호사에게 카터의 저널을 넘겨받는 에드가. 거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카터의 놀라운 모험 이야기가 씌여져 있었는데...


완성도와 재미에 비해 크게 기대에 못미치는 흥행성적은 왜?

드가 라이스 버로우스의 1917년작 소설 '화성의 공주'(버로우스에게는 '타잔'이라는 또다른 마스터피스가 하나 더 있다. 존 카터와 타잔에게서 어딘가 유사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은가)를 원작으로 삼은 '존 카터(2012)'는 버로우스가 창조한 바숨 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로, 앞으로 이어질 장대한 스페이스 오페라의 서막을 알릴 작품이기도 했다. 만약, 존 카터가 흥행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면 바숨 시리즈는 적어도 3부작으로 제작에 들어갈 계획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제작비를 간신히 넘는 흥행성적을 거두면서 사실상 이 전설의 시리즈는 무려 100여년만의 영상화에도 불구하고 1회성 이벤트로 그치고 만다. 무엇이 이토록 이 작품을 실패작으로 만들게 했을까? 기대에 못미치는 시나리오? 부족한 연출력? 떨어지는 캐스팅 파워? 볼거리가 빈약한 특수효과? 

적어도 글쓴이가 이 작품을 감상했을 때 느꼈던 약점은 시나리오의 엉성함이나 부족한 연출력은 아니지 않나 싶다. 비록 극장에서 감상하지 못했지만 존 카터는 준수한 스토리텔링과 만족할만한 연출력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니모를 찾아서(2003)'나 '월-E(2008)'를 연출했던 애니메이션 감독 앤드류 스탠튼의 첫 실사영화 연출작임에도 불구하고 꽤 괜찮은 완성도가 아닌가 개인적으로 평하고 싶다. 존 카터의 죽음에서부터 시작하는 도입부는 이제는 고전적인 모양새임에도 불구하고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편이다. 스토리의 전개도 친절하면서도 완급이 조절되어 잘 흐르는 느낌이다. 다만 카터와 데쟈, 그리고 솔라가 바숨을 여행하는 부분은 다소 안이한 흐름으로 인해 지루함이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전체적인 느낌은 바숨 시리즈에게 큰 영향을 받았던 '스타워즈' 시리즈 중 타투인 행성에서의 모험을 연상시킨다. 

3D 영화로서의 효과는 2D로 감상했기에 평을 삼가하겠지만,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이 중론인데, 2D 관점에서의 특수효과나 미술부분은 준수하다. 다만, 화려한 나비 행성의 장관이 돋보였던, 역시 이 바숨 시리즈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알려진 '아바타(2009)'를 떠올리면 아무래도 황량한 사막이 주 배경인 바숨은 볼거리 부분에서 다소 부족한 부분도 있는 편이다. 발전된 CG로 인해 바숨의 이종족이자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들이 대거 포진한 타르크 종족의 이질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작품에 녹아들었고, 헬리움이나 조당가의 거대한 구조물과 그들의 비행선들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멋진 비주얼로 무장되어 있다. 모든 스페이스 오페라의 원조답게 존 카터의 설정들은 하나같이 매력적이다.


그렇다면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여타 엉성한 헐리웃 블록버스터를 능가하는 이 매력적인 영화가 대중에게 큰 관심을 끌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디즈니 스스로도 이 작품을 여름 블록버스터 시장에 내놓지 못했을 만큼 이 영화는 자신감이 부족하다.(6월에 개봉예정이었던 존 카터는 2011년 1월 디즈니에 의해 3월로 개봉이 조정된다.) 그다지 네임밸류가 높지 않은 테일러 키취나 린 콜린스 등을 주역으로 쓴 것도 어찌보면 자신감이 부족했던 영화의 한계가 아니었을까. 캐스팅 파워가 영화의 완성도를 담보하지는 않지만, 자신감이 결여된 이 작품의 캐스팅 파워는 확실히 아쉬워 보인다. 하물며 악역인 샙 단마저도 인상적이지 못하다. 이 영화에서 제일 인상적인 캐릭터는 애석하게도 화성 강아지 울라다. 그만큼 인상적인 캐릭터가 없었다는 얘기다. 이는 물론 캐스팅 미스 이전에 캐릭터 설정의 문제일런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원작의 여러가지 고전적인 색체들을 현대적으로 각색해내기는 했지만, 스타워즈 류의 스페이스 오페라가 이제는 한물간 트렌드라는 사실을 어떻게 보면 존 카터가 증명해준 셈이기도 하다. 화성의 지배하려는 잔인한 정복자와 그와 정략결혼 해야만 하는 비운의 공주, 그리고 지구에서 우연치 않게 화성으로 온 히어로와 같은 설정은 우리보다 장르 문학에 훨씬 우호적인 미국에서도 이제는 너무 식상한 소재는 아니었을까? 새로운 스타워즈 3부작 시리즈가 오리지널 3부작의 압도적인 명성을 등에 업고도 기대만큼의 흥행성적을 거두지 못한 것은 트렌드가 변했음을 알리는 전조였을지도 모른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존 카터의 가장 큰 아쉬운 점은 너무 늦게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 영화가 스타워즈 신 3부작 시리즈가 등장할 즈음인 2000년대 초반에만 나왔어도 지금 정도의 홀대를 받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존 카터를 디즈니가 제작했다는 점이다. 앤드류 스탠튼의 연출력은 훌륭한 편이지만(물론, 존 카터는 니모를 찾아서나 월-E와 같은 그의 대표작에 비해서는 평이한 것도 사실이다.) 실사영화라면 디즈니에서는 무리다. 기억해야할 것은 그 오랜 세월동안 디즈니가 제대로 성공시킨 실사영화 프렌차이즈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유일하다는 점이다. (어벤져스는 디즈니의 손길이 닿긴 했지만 엄밀히 말해서 마블의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존 카터에게 많은 영향을 받은 스타워즈와 아바타와 직접 비교해 보면 이 작품이 가진 한계가 드러난다. 거대한 제국과 맞서 싸우는 제다이 기사와 반란군의 이야기를 다룬 스타워즈는 분명 존 카터보다 큰 스케일과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넘쳐난다. 반면, 아바타와 비교하면 스케일이나 캐릭터 등에서 아바타와 비슷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존 카터가 밀리는데 이는 액션에서는 확실하게 액션을, 드라마에서는 확실하게 드라마를 보여준 아바타가 평이한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존 카터보다 밀도가 높고 임팩트가 강하기 때문이다. 스케일과 캐릭터, 그리고 디테일과 임팩트의 차이가 존 카터를 2% 아쉬운 원조 스페이스 오페라로 만든 셈이다.

하지만, 많은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존 카터는 제법 볼만하다. 원작의 갖고 있는 매력을 이 작품은 나름대로 훌륭하게 재현해내지 않았나 싶으며, 순간적이지만 속편을 기대하기까지 했다면 너무 후한 평가일까.

ⓒ Walt Disney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Walt Disney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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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용자 파이버드(1991), 太陽の勇者ファイバード / The Brave Fighter of Sun Fighbird


ⓒ SUNRISE


<정보>

◈ 원작: 야다테 하지메(矢立肇)
◈ 감독: 야타베 카즈요시(谷田部勝義)
◈ 시리즈 구성/각본: 히라노 야스시(平野靖) / 히라노 야스시, 호시야마 히로유키(星山博之) 외
◈ 스토리보드/연출: 타카마츠 신지(高松信司), 히다카 마사미츠(日高政光) 외
◈ 캐릭터 디자인: 우에다 히토시(植田均)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大河原邦男)
◈ 작화감독: 우에다 히토시, 히라이 히사시(平井久司), 사사카도 노부요시(佐々門信芳) 외
◈ 치프 애니메이터: 오바리 마사미(大張正己
◈ 미술감독: 오카다 아리아키(岡田有章)
◈ 음악/노래: 와타나베 토시유키(渡辺俊幸) / 카모시타 야스코(鴨下泰子), 사토 유키오(佐藤幸世)
◈ 기획/제작: 이마이 마코토(今井慎), 혼나 요이치(本名洋一), 요시이 타카유키(吉井孝幸)
◈ 제작사: 선라이즈, 나고야 TV, 도큐 에이전시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91.02.02~1992.02.01
◈ 장르: SF,로봇,액션,용자물
◈ 구분/등급: TVA(48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PG)


<줄거리>

선조 대대로 물려받은 유산으로 세계평화와 지구를 위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노 과학자 아마노 히로시. 손주들인 켄타와 하루카와 함께 살고 있는 그는 라이벌인 쟝고 박사가 지구를 위협할 것이라는 망상에 전투기와 각종 장비들을 만들고 안드로이드까지 손을 대고 있는 중이다, 물론, 제대로 동작되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이런 위업(?)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연구실적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을 싫어하는 아마노 박사의 진짜 이유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상속세 미납 때문이라나 뭐라나. 

안드로이드의 완성에 막바지 작업을 하던 아마노 박사는 연구실패로 그만 불을 내고 만다. 가까스로 불을 껐지만 소방대가 출동하고 평소부터 아마노 박사의 상속문제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는 사츠다 형사까지 들이닥치면서 곤경에 처한 아마노 일가. 바로 이 때 하늘로부터 천둥과 함께 정체불명의 에너지원이 소방대와 연구소를 덮친다. 에너지 생명체라 불리는 이들은 드라이어스라 불리는 사악한 에너지 생명체를 쫓아 지구로 온 이들로, 근처에 있던 소방차와 경찰차, 아마노 박사가 만든 전투기와 탈 것, 그리고 안드로이드와 융합을 시도하는데...


<소개>

'용자 엑스카이저(1990)'의 뜻하지 않은 성공은 선라이즈로 하여금 새로운 장르를 구축할 수 있는 모티브를 제공하게 된다. 걸출한 로봇 아니메 제작사이기도 한 선라이즈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곧바로 후속 시리즈를 발표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용자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으로 본격적인 용자 시리즈의 출발을 알리게 된 '태양의 용자 파이버드(1991)'이다. 엑스카이저의 종영과 동시에 시작된 파이버드는 엑스카이저의 핵심 스텝진이 거의 그대로 기용되고 있는데, 이는 여러면에서 전작의 스타일을 계승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파이버드는 엑스카이저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 엑스카이저로부터 수년 후의 지구라는 설정으로 기획되었으며 외계에서 온 형태를 갖지 않은 에너지 생명체가 각종 탈것과 결합하여 용자로 재탄생한다는 등, 많은 점에서 엑스카이저의 설정을 공유하고 있다. 다만, 엑스카이저의 연관관계가 작중에서 크게 드러나지는 않고 그저 설정으로만 언급되고 있다는 점에서 무언가의 이유로 전작과의 관계설정이 기획도중 변경된 것으로 보인다. 엑스카이저의 용자들이 우주경찰 소속이었던 것과 달리 파이버드의 용자들은 우주경비대 소속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본작의 주인공이기도 한 용자 카토리 유우타로의 경우는 엑스카이저를 동경하여 우주경비대에 들어왔다는 설정을 갖고 있다. 기획단계에서는 엑스카이저의 출현도 고려되었다는데 실제 시리즈에서는 이것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파이버드는 엑스카이저와는 다른 몇가지 새로운 시도가 추가되는데, 우선 주인공 용자인 카토리 유우타로가 거대한 로봇용자가 아닌 사람 크기의 안드로이드라는 점이다. 평상시에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위기 시에는 사이보그의 모습으로 변하여 파이버드의 가슴에 하나의 부품으로 결합되는 모습은 분명 시리즈에 영감을 준 트랜스포머에서도, 탑승형 로봇이 주를 이루는 로봇 아니메에서도 보기 힘든 이질적인 모습이다. 평상시에는 다소 어눌하고 우습긴 하지만 멀쩡하게 생긴 훤칠한 남자 주인공이 용자로 변신한다는 점은 이 시리즈를 남자 어린이 뿐만 아니라 여자 어린이들에게도 어필하게 만드는 포인트이다. 하토리는 용자 시리즈에서는 후일 '용자지령 다그온(1996)'이 등장하기 전까지 유일한 청년 주인공이었으며, '용자왕 가오가이가(1997)'의 시시오 가이가 등장하기 전까지 유일한 비인간형 주인공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후일 가이의 탄생에 많은 영향을 준 캐릭터이기도 한 셈이다.

여성 시청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캐릭터의 등장, 좀 더 세심해진 용자들의 개성부여 등 여러 면에 파이버드는 엑스카이저를 업그레이드한 용자 시리즈로서 더 많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게 된다. 오바리 마사미가 참여한 메카 액션 역시 당시로서는 수준급.  평균 시청률은 역대 용자시리즈 중 '용자경찰 제이데커(1994)'에 이은 두 번째일 정도로 성공한 편이지만, 슈퍼전대 시리즈와 같은 방영 당시의 막강한 경쟁작들의 출현으로 인해 완구 매출에서는 기대 이하의 실적을 보이게 된다. 특히, 타카라의 경쟁사 토미가 기획하고 역시 선라이즈가 제작한 또다른 변신로봇물 '절대무적 라이징오(1991)'의 등장은 형제격이라 할 수 있는 용자 시리즈에게 있어서 아니메와 완구 시장, 두 분야에서의 강력한 라이벌의 등장을 의미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엑스카이저를 건너뛰고 파이버드가 96년에 KBS를 통해 방영된다. 한국에서의 방영제목은 '지구용사 선가드'로, 일본 못지 않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90년대 청소년들에게 있어서 마징가 Z 세대에 못지 않은 추억의 로봇물로 각인된다. 이로 인해 이 시기부터 한국에서는 슈퍼로봇 아니메를 대표하는 대명사가 용자물이 되어버린 것도 파이버드 덕분이라면 덕분일까. 더빙과 한국 성우의 연기들도 큰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참고 사이트>

[1] 太陽の勇者ファイバード, Wikipedia Japan
[2] 太陽の勇者ファイバード(1991), allcinema.net
[3] 태양의 용자 파이버드,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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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도스 섬의 전기 (1990), ロードス島戦記 / Recorde of Lodoss War


ⓒ 水野良 · Group SNE · 角川書店 · 丸紅 · テレビ東京


<정보>

◈ 원작: 미즈노 료(水野良), 야스다 히토시(安田均)
◈ 총감독: 나가오카 아키노리(永丘昭典)
◈ 시리즈 구성/각본: 와타나베 마미(渡辺麻実)
◈ 스토리보드/연출: 야마다 카즈히사(山田勝久)
◈ 캐릭터 디자인 원안: 이즈부치 유타카(出渕裕)
◈ 캐릭터 디자인/서브 캐릭터: 유키 노부테루(結城信輝) / 미노와 유타카(箕輪豊)
◈ 총 작화감독: 유키 노부테루
◈ 미술감독: 카네코 히데토시(金子英俊)
◈ 음악/노래: 하기타 미츠오(萩田光男) / Sherry(加藤いづみ)
◈ 프로듀서: 마루야마 마사오(丸山正雄), 이케다 노리아키(池田憲章)
◈ 제작총지휘: 카도카와 츠쿠히토(角川歴彦)
◈ 제작사: 매드하우스
◈ 저작권: ⓒ 水野良 · Group SNE · 角川書店 · 丸紅 · テレビ東京
◈ 일자: 1990.06.30 ~ 1991.11.20
◈ 장르: 모험,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OVA(13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줄거리>

마신 전쟁으로 인해 대륙에서 떨어져 나온 거대한 섬 로도스. 과거 마신전쟁 6 영웅 중의 한 명인 마모 왕 베르도가 마모를 통일하고 로도스 정복 전쟁을 일으키면서, 세상은 다시 거대한 어둠의 소용돌이에 파묻히게 된다. 성기사였던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고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 성기사가 되고자 하는 소년 판은, 우연하게 만난 신비한 엘프 소녀 디드리트와 마법사 슬레인, 드워프 전사 김, 사제 에토, 도적 우드척 등과 함께 로도스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전쟁의 원흉이라고 생각되는 회색의 마녀 카라를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소개>

TRPG의 원조라 할 수 있는 'D&D(Dungeons & Dragon)'의 설정을 기반으로 일본식 TRPG를 만들기 위해 결성된 크리에이터 집단 그룹 SNE의 첫번째 TRPG 세계관과 그 소설을 원작으로 한 OVA 아니메. 그룹 SNE의 멤버인 미즈노 료가 구상한 이 세계관은 85년 PC 잡지에 연재되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 단행본으로 발간되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게 된다. 소설은 총 7권으로 93년에 연재가 완료되며 2005년까지 누계 발행부수 1,000만부를 넘긴 판타지 라이트 노벨계의 대표적인 베스트 셀러로 군림하고 있다.

정통 RPG 세계관을 적절하게 일본식 테이스트로 변주해 낸 미즈노 료의 로도스 섬의 전기는 단순한 히트를 넘어서 후대의 일본산 RPG와 일본식 중세 판타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반지의 제왕'을 쓴 J.R.R 톨킨이나 D&D가 보여주었던 복잡한 판타지 세계관을 단순화하고 일본식으로 정형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엘프와 같은 크리쳐들에 대한 전형적인 외모 역시 제시하게 된다. 이후 등장하는 수많은 판타지 아니메의 엘프나 다크 엘프들의 모습이 이 로도스 섬의 전기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작품이 후대에 미친 영향은 크다 하겠다.

88년부터 카도카와 서점을 통해 단행본으로 발간되던 로도스 섬의 전기는 90년에 이르러서 매드하우스를 통해 OVA 아니메로 등장하게 된다. 다만, 단행본의 연재 도중에 OVA가 출시되면서 실제 소설의 이야기와 OVA의 이야기 사이에는 꽤 많은 내용상의 차이가 존재하게 된다. 미즈노 료가 OVA 시나리오에 관여하였기에 원작의 스토리라인을 어느 정도 따르고 있지만, 13화라는  길이의 제약상 많은 흥미로운 이야기들과 흥미로운 캐릭터들이 OVA에 등장하지 못한 점은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OVA 1화와 2화를 묶어 극장용 아니메로 공개되기도 했다.

소설이 보여준 스토리의 백미를 100% 살려내지 못한 OVA 히트의 일등공신은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으로 맹활약한 유키 노부테루이다. 80년대부터 범상치 않은 필력으로 업계에서 조금씩 주목을 받던 그는 '파이브스타 스토리(1989)'를 시점으로 서서히 캐릭터 디자이너로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던 참이었는데, 이 로도스 섬의 전기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오르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게 된다. 다만, 실제 캐릭터 원안이자 소설의 삽화 일러스트를 메카닉 디자이너로 더 유명한 이즈부치 유타카가 담당했다는 것이 의외. 토끼 귀처럼 기다린 엘프의 귀를 가진 디드릿트나 수많은 로도스의 캐릭터들은 유키가 아닌 이즈부치가 창조해낸 것이며, 유키는 이즈부치의 원안을 바탕으로 아니메에 어울리는 미형 캐릭터로 새로이 스타일링 한 것이다. 이즈부치의 삽화는 별도의 일러스트 집으로 발매되기도 했는데, 메카닉 디자이너 출신이다보니 캐릭터는 메카닉만큼 디테일하지는 못한 편이다.

소설의 내용을 완벽하게 재현하지는 못했지만, OVA로서의 이야기 구성은 그런대로 준수하다. 디드릿트, 카슈, 베르도, 아슈람 등 몇몇 등장인물들은 원작 소설과 견줄 만큼 매력적이며, 특히 용병왕 카슈나 흑기사 아슈람은 유키의 필력과 어우러지며 주인공 판을 능가하는 매력과 아우라를 보여준다. 하이엘프인 디드릿트의 경우는 아니메의 엘프 캐릭터의 대명사로 현재까지도 그 자리를 어떤 캐릭터에도 내주지 않고 있는데, 사실상 로도스 전기 이후 엘프 캐릭터로서 성공한 예는 디드릿트 외에는 거의 없다시피할 정도. 다크 엘프인 필로테스의 경우도 디드릿트 만큼은 아니었으나 특유의 뇌쇄적인 매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그로 인해 OVA의 오리지널 캐릭터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연재 중이던 원작 소설에까지 등장하게 된다. 반면 주인공 판의 경우 평범한 시골청년에서 로도스를 구하는 성기사로서 성장하는 입지전적인 캐릭터이지만 OVA에서는 이야기가 축약되면서 그의 성장 과정이 대거 삭제, 소설보다는 그 매력이 많이 반감되고 만다.

몽환적인 로도스의 세계를 잘 표현해낸 Sherry의 'Adesso e Fortuna ~ 불꽃과 영원' 역시 오랫동안 사랑받는 오프닝 테마로 기억되고 있다. 이후의 일본산 판타지 아니메들이 가볍고 캐주얼한 내용으로 대게 흘러가게 되지만, 로도스 섬의 전기는 일본적인 재해석에도 불구하고 판타지 본연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중후한 매력을 보여준 작품으로서 판타지 아니메 중에서도 인상적으로 기억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원작 소설이 '마계마인전'이라는 희한한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이후 한국 판타지 소설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OVA는 비디오로 출시된 뒤 나중에는 투니버스에서도 방영된다. 



로도스 섬의 전기 - 영웅기사전 (1998)


ⓒ 水野良 · Group SNE · ロードス島戦記 Project · テレビ東京


<정보>

◈ 감독: 타카모토 요시히로(高本宣弘)
◈ 시리즈 구성/각본: 하세가와 카츠미(長谷川勝己) / 쿠보타 마사시(久保田雅史) 외
◈ 스토리보드/연출: 마츠이 히토유키(まついひとゆき)
◈ 캐릭터 원안/캐릭터 디자인: 나츠모토 마사토(夏元雅人) / 소에다 카즈히로(そえたかずひろ)
◈ 미술감독: 코야마 토시히사(小山俊久)
◈ 음악/노래: 와다 카오루(和田薫) / 사카모토 마야(坂本真綾)
◈ 프로듀서: 이와타 마키코(岩田牧子)
◈ 제작사: AIC
◈ 저작권: ⓒ 水野良 · Group SNE · 夏元雅人 · 百やしきれい / ロードス島戦記 Project
◈ 일자: 1998.04.01~1998.09.30
◈ 장르: 모험,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TVA(27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소개>

로도스 섬의 전기를 원작으로 TV 시리즈 아니메. 미즈노 료의 소설이 원작이지만, 영웅기사전은 카도카와 코믹스 에이스에서 발간된  나츠모토 마사토의 6권짜리 코믹스를 베이스로 하고 있다. OVA에서는 미처 등장하지 못했던 원작 소설 후반부의 주인공 스파크와 니스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이지만, 판과 디드리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3권 '화룡산의 마룡' 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으며 원작의 내용을 비교적 충실하게 따르는 작품이 되었다.

다만, 기대 이하의 작화 퀄리티와 평이한 연출로 인해 작품으로서의 완성도는 몹시 낮은 편. 로도스의 팬들에게는 그다지 인정받지 못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칸노 요코-사카마토 마야 콤비의 오프닝 '기적의 바다'는 낮은 완성도의 본편과는 달리 인상적이다.


어서오세요, 로도스에 (1998)



<정보>

◈ 감독: 치기라 코이치(千明考一)
◈ 각색: 하세가와 카츠미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우사미 코이치(宇佐美 皓一) / 코바야시 아케미(小林明美)
◈ 제작사: AIC
◈ 저작권: ⓒ 水野良 · Group SNE · 夏元雅人 · 百やしきれい / ロードス島戦記 Project
◈ 일자: 1998.04.25
◈ 장르: 모험,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PG)


<소개>

레이 햐쿠야시키의 4컷 만화를 베이스로 만든 단편 아니메. 로도스 섬의 전기 영웅기사전 방영 중간 단편으로 방영되었으며, 극장에서도 상영된다. 원작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내용은 원작과는 다른 오리지널 스토리. SD 캐릭터 답게 코믹한 전개의 작품이다.


<참고 사이트>

[1] ロードス島戦記, Wikipedia Japan
[2] ロードス島戦記-英雄騎士伝-, Wikipedia Japan
[3] ロードス島戦記 (1990), allcinema.net
[4] ロードス島戦記-英雄騎士伝- (1998), allcinema.net
[5] ようこそロードス島へ!(1998), allcinema.net
[6] 로도스 섬의 전기,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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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 Warner Bros


<스탭>

◈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 각본: 크리스토퍼 놀란, 죠나단 놀란(Jonathan Nolan)
◈ 제작: DC 코믹스, 레전더리 픽쳐스(Legendary Pictures), 신카피 필름(Syncopy Films), 워너 브러더스(배급)


<줄거리> 

조커와의 사투, 레이첼의 죽음, 그리고 하비 덴트의 비극적인 최후로부터 8년... 고담시는 하비 덴트의 죄를 대신 짊어진 배트맨(크리스찬 베일 분)의 희생으로 덴트법을 신설, 조직폭력배들을 일망타진하고 평화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경찰청장이자 하비 덴트의 진실, 배트맨의 희생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 고든 청장(게리 올드만 분)은 몇 번이나 진실을 밝히려 했지만, 평화로운 고담시의 모습을 보며 그 진실을 가슴에 묻어둘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거짓된 고담시의 평화는 계속될 것만 같았다.

8년 동안 자신의 저택에서 세상과 담을 쌓은 체 은둔해 오던 브루스 웨인. 하비 덴트와의 사투로 한쪽 다리를 절게 된 웨인은 레이첼의 죽음이라는 크나큰 상실감을 가슴에 묻고 배트맨으로서의 모습 역시 봉인한 체 자신을 질책하고 있었다. 하지만, 베인의 등장과 함께 이 상처뿐인 평화와 웨인의 은둔 생활은 서서히 그 종언을 고하고 있었다.


다소 아쉬운 완성도보다 더 아쉬운 것은 시리즈의 종결

트맨 시리즈 아니, 히어로 영화라는 장르를 새로운 화법으로 풀어냈던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2008)'는 분명 히어로 영화의 범주를 넘어선 걸작이었다. 다르게 말하면 다크나이트는 범죄 느와르라는 영화장르에 히어로 영화의 미장센이 더해진 작품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만큼 배트맨 시리즈의 본연의 정체성에서 벗어나 있는 이질적인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트맨 이야기의 중요한 설정들이 무리없이 영화 속에 녹아들어감으로써 배트맨의 팬들에게까지도 충분히 공감이 가능한 작품으로 만들어 냈다는 것은 역시 놀란의 비범한 재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다크나이트와 인셉션의 연속적인 대성공은 놀란을 좋은 감독에서 명감독의 위치까지 끌어올려 놓았다. 이제 그가 만드는 영화는 적어도 다크나이트와 인셉션에 버금가는 수준일거야 라거나 그정도가 아니면 곤란하지 정도의 기대가 팬들에게 각인되어 있다고나 할까. 이것은 스티븐 스필버그나 제임스 카메론과 같은 블록버스터의 거장들이 공통적으로 짊어져야만 했던 숙명이기도 하다. 비록 그들과 출발점은 달랐다 해도 놀란 역시 스필버그나 카메론이 받아온 그 과도한 기대를 짊어져야 하는 순간이 온 셈이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에 등장한 작품이 '다크나이트 라이즈(2012)'라고 해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다크나이트라는 놀란표 배트맨 트릴로지의 최종장으로서, 그리고 이제까지 상승세로 일관해오던 놀란의 필모그라피 중에서 가장 큰 기대를 안고 등장한 신작으로서,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아트 블록버스터라는 신조어를 탄생하게 한 놀란의 그 놀라운 감각이 과연 종언을 고하는 그의 마지막 배트맨 시리즈의 대미를 어떻게 장식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반의 성공이다. 아니 아트 블록버스터로서의 완성도는 여전히 그대로다. 다만 다크나이트나 인셉션이 보여주었던, 이제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놀란의 영화 최대점에 못미칠 뿐이다.

ⓒ 2011 Warner Bros


이러한 감상은 많은 평론가부터 영화 블로거, 그리고 일반 팬들에 이르기까지 제법 공통적으로 느끼고 부분 같다. '역시 놀란, 하지만 다크나이트보다는 좀...' 이 정도가 이 영화에 대한 가장 대중적이고 다수결적인 평가가 아닐까. 시리즈의 대미 역시 훌륭하게 장식하고 있으며 전체적인 아웃라인과 스토리의 흐름, 그리고 테마의 완성도 역시 3부작으로서 모자람이 없다. 히어로 영화 연작  시리즈 중 이제까지 어떤 시리즈도 이렇게 성공적인 완결을 보여준 예는 없다. 슈퍼맨 시리즈는 리차드 도너를 버림으로써 3부에 이르러 최악의 영화가 되었고, 팀 버튼의 배트맨 연작은 결국 죠엘 슈마허로 바톤 터치 되면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 시리즈도 마찬가지, 3부의 연출을 고사한 싱어 덕분(?)에 엑스맨 3부작도 그 완결은 심히 미약하였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 맨 시리즈도 3부에 이르러 결국 많은 걸 잃어야만 했다.


여타의 히어로 연작 시리즈와 비교할 때, 아니 다른 모든 장르의 연작 시리즈와 비교해도 놀란의 배트맨 3부작은 분명 놀라울 정도의 평균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다. 즉 각 시리즈간 완성도의 편차가 크지 않다. 이는 단순히 전편보다 더 스케일이 크고 더 화려한 액션장면과 특수효과가 가미되어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각 시리즈를 관통하는 스토리의 정합성, 등장인물들의 행동에 충분히 공감이 가능토록 하는 개연성, 기승전결의 흐름과 극적인 전개, 그리고 허를 찌르는 반전에 이르기까지...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분명 시리즈의 대미를 멋지게 장식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다크나이트를 넘어설 수 없었으며, 개인적으로는 분명 좋은 완성도임을 인정하면서도 실망이라는 단어를 자신있게 내려놓을 수 없었다. 

만약,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3부와 4부로 나뉘어 졌다면, 아니 적어도 3시간에서 3시간 30분 정도의 러닝타임만 되었다면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그렇다하더라도 다크나이트를 능가했을지는 의문이지만) 이 일말의 실망감을 극복해낸 보다 더 완벽한 작품이 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러닝타임의 문제를 제기한 것은 스토리의 흐름이 지나치게 빠르고 호흡이 끊어진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8년간의 은둔을 깨고 돌아온 배트맨, 그리고 그의 패배, 시련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배트맨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구도는 분명 극적이긴 하지만 2시간 45분이라는 시간 안에서는 그것이 충분한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새로운 빌런인 베인, 캣우먼 셀리나 카일, 젊은 경찰 존 블레이크 등 새로운 인물들에게도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시간이 할당되면서 각 에피소드들이 다크나이트가 보여준 정밀함을 보여내지 못한 것은 러닝타임에 대한 아쉬움을 더더욱 크게 하는 부분이다.

ⓒ 2011 Warner Bros


캐릭터의 설정에도 아쉬움이 있다. 특히 히로인의 경우가 그러한데 마리온 꼬틸라르를 제대로 활용해내지 못한 점이나 앤 해서웨이의 캣우먼이 매력적임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에 방해가 되는 부분은 분명 놀란답지 못했다. 조커를 능가할 수는 없었지만, 톰 하디의 베인은 기대 이상의 아우라를 화면에 분출하며 강력한 빌런의 면모를 과시했음에도 이러한 베인마저 마지막에서는 납득하지 못하는 말로를 보여준다. 조커와 하비가 얼마나 극의 흐름을 극적으로 만들었는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는 대목이기도. 전반적으로 캐스팅은 다크나이트와 인셉션 등 놀란의 대표작에 얼굴을 내민 단골 배우들로 구성되어 있어 마치 놀란 소속사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작품인 듯한 느낌도 든다. 조셉 고든 레빗의 블레이크는 마지막에서 기대했던 대로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안타깝게도 놀란의 다크나이트가 여기서 끝이라는 점에서 약간의 팬 서비스 정도에 그치고 만다.

한스 짐머의 웅장하고 어두운 음률을 바탕으로 구현해낸 고담 시와 다크나이트의 세상은 삭막하고 메마른 느낌을 완벽하게 전달해주면서 히어로 영화답지 않은 현실감을 영화에 부여한다. 아이맥스로 촬영해낸 압도적인 영상미는 3D CG와는 또다른 현장감을 부여하고 있다. 놀란과 그의 스탭들이 설계한 사운드와 영상미는 작품의 품격을 완성시킨다는 것을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어렴풋이 느끼게 해준다. 스토리 외에도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보여준 많은 부분은 놀란표 영화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이제 이 많은 것들은 배트맨 시리즈가 아닌 다른 영화에서 보여지겠지만.

다크나이트 시리즈는 히어로 영화의 스탠다드가 되지는 않겠지만, 히어로 영화가 어디까지 진중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걸작 시리즈로 기억될 것이다. 놀란이 물러난 뒤에도 배트맨 시리즈가 계속될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그 후의 배트맨은 배트맨일 수는 있어도 다크나이트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 2011 Warner Bros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1 Warner Bros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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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밝혀지는 도몬 캇슈의 과거와 그 뒷 이야기

6월 중순 경에 발매된  '초급! 기동무투전 G 건담(이하 초급 G 건담)'  제3권. 2월 말에 1, 2권이 동시에 발매된 뒤 약 4개월만에 발매된 터라 기다리시던 팬들에겐 약간 긴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초급 G 건담은 앞으로 약 2개월 정도의 간격을 두고 단행본이 발행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 일본에서는 9권까지 발간된 상태이군요. G 건담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는 1,2권의 리뷰를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 초급! 기동무투전 G 건담 코믹스 리뷰 (바로가기)

1, 2권의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불꽃의 만화가' 시마모토 카즈히코의 필체가 요즘 트렌드와는 다소 안맞다 보니 펜선도 거칠고 디테일에 신경쓰지 않은 투박한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MS의 묘사가 수준 이하라 조금 불편한 감이 있을 수도 있구요. 다만 열혈개그 만화를 주로 그렸던 시마모토의 스타일이 G건담과는 상성이 잘 맞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코믹스는 시마모토의 스타일로 조금씩 변주되어 있는데, 전반적으로는 시리어스하고 열혈스러운 전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단, 원래 저연령대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라 내러티브는 다소 치기어린 것도 사실입니다. 소년만화다운 모습이라고 하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이겠네요.

3권에서는 G 건담 세계에서 나름 비중을 가진 아르고와 볼트 건담과의 만남이 그려지고 있으며, 도몬과 G 건담을 지원하는 네오 재팬의 인물들, G 건담의 메인 빌런이라 할 수 있는 데빌 건담의 등장, 그리고 도몬의 과거 이야기와 동방불패 마스터 아시아와의 만남 등 굵직한 메인 스토리들이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G 건담의 프롤로그이자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 어찌보면 이 3권이라 하겠습니다.

건담 월드의 관점에서 보면 마니악한 물건이긴 하지만, 무협과 리얼로봇이라는 전혀 다른 소재를 혼합시킨 참신함과 컷 구성으로 나름의 매력과 개성을 지닌 코믹스입니다. 다음 4권에서는 미쳐 못다한 도몬의 과거 이야기가 펼쳐지리라 기대되네요.



3권은 전체적으로 모빌 파이터 씬보다는 드라마 전개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속 표지는 나스타샤가 장식하고 있습니다. 섹시한 눈빛과 제복이 매력적인 캐릭터군요.



언제나 그렇듯 모빌슈트의 필력은 안습입니다만.



데빌건담의 등장. 우르베 이시카와 소령의 회상장면에서 등장하는 씬입니다.



뭔가 개그적인 연출이지만 그다지 개그적이지만은 않은 씬.



마침내 등장하는 동방불패 마스터 아시아. 스스로 무적의 권법가라고 칭하는 표현이 낯간지럽긴 합니다. :)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Kazuhiko SIMAMOTO / Yasuhiro IMAGAWA / SOTSU · SUNRISE / AK 커뮤니케이션즈 (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초급! 기동무투전 G건담 3 - 6점
시마모토 카즈히코 지음, 이마가와 야스히로 각본, 김정규 옮김/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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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1990), ふしぎの海のナディア / Nadia, The Secret Blue Water


ⓒ NHK, SOGO VISION, TOHO


<정보>

◈ 원안: 쥴 베른의 "해저 2만리"
◈ 총감독: 안노 히데아키(庵野秀明)
◈ 감독: 히구치 신지(樋口真嗣)
◈ 각본: 오오카와 히사오(大川久男), 유메노 카오루(梅野かおる)
◈ 스토리보드/연출: 마스오 쇼이치(増尾昭一), 마사유키(摩砂雪), 요네타니 요시토모(米たにヨシトモ), 모리 타케시(もりたけし), 쿠부오카 토시유키(窪岡俊之), 마에다 마히로(前田真宏) 외
◈ 설정: 마에다 마히로
◈ 캐릭터 디자인: 사다모토 요시유키(貞本義行)
◈ 작화감독: 스즈키 슌지(鈴木俊二), 쿠기미야 히로시(釘宮洋), 카와나 쿠미코(川名久美子) 외
◈ 메카닉 작화감독: 마스오 쇼이치
◈ 미술감독: 사사키 히로시(佐々木洋), 키쿠치 마사노리(菊地正典), 오구라 히로마사(小倉宏昌)
◈ 음악/노래: 사기쓰 시로(鷺巣詩郎) / 모리카와 미호(森川美穂)
◈ 제작: 쿠보타 히로시(久保田弘), 마루야마 켄이치(丸山健一), 요시다 켄이치로(吉田圭一郎)
◈ 제작: 토호, KORAD / 그룹타크, GAINAX, 세영동화 / NHK
◈ 저작권: ⓒ NHK, SOGO VISION, TOHO
◈ 일자: 1990.04.13 ~ 1991.04.12
◈ 장르: SF,모험,액션
◈ 구분/등급: TVA(39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줄거리>

발명을 좋아하는 소년 쟝은 만국박람회에서 열리는 비행 콘테스트에 참가하기 위해 파리에 오게 된다. 파리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까무잡잡한 피부의 소녀 나디아, 알 수 없는 호기심에 나디아를 뒤따르던 쟝은 그녀와 그녀의 신비스러운 목걸이를 뒤쫓는 괴한들을 발견하게 되고, 엉겁결에 자신이 만든 비행기에 나디아를 태운체 도주를 시작하게 된다. 바다에 불시착한 비행기에서 표류하던 둘은 미국 군함에 의해 구조되지만, 군함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바다 괴물의 습격을 받아 침몰하게 되고 쟝과 나디아는 바다 괴물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러나, 바다 괴물의 정체는 다름 아닌 네모 선장의 신비한 잠수함 노틸러스 호 였는데... 노틸러스 호에 승선하게 된 나디아와 쟝의 앞에는 앞으로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까, 그리고 나디아를 뒤쫓던 정체불명의 일당들의 목적과 그녀가 가진 목걸이의 비밀은 무엇일까.



<소개>

<만화영화 연대기: 천공의 성 라퓨타(1986)>에서 잠시 언급했었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소년과 소녀가 수수께끼의 펜던트를 차지하려는 음모에 휘말려 잠수함을 타고 세계를 여행한다'라는 컨셉의 기획안을 TV 시리즈 아니메로 NHK 방송에 제출했던 적이 있었다. 그 시기가 언제인지는 정확하게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미래소년 코난(1978)'이 NHK의 전파를 타고 방송 된 이후와 '천공의 성 라퓨타(1986)'가 제작이 결정되기 전, 그러니까 코난의 종영된 78년 10월 31일 이후부터 85년(라퓨타가 86년 8월에 극장에서 개봉되었음을 감안하면 라퓨타의 기획이 시작된 시점은 '바람계곡 나우시카(1984)' 이후의 85년 쯤으로 볼 수 있다.) 사이에 이 기획안이 제출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정황상 그 시점은 85년 보다는 78년에 더 가깝다고 생각되는데 그것은 코난이 종영된 시점이 미야자키가 NHK 측에 TV 시리즈 기획안을 내기가 좀 더 수월했던 때가 아닐까 추정되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이유로 미야자키의 기획안은 NHK에게 거절되었고, 이것을 미야자키가 수년이 흐른 뒤 라퓨타의 스토리로 재활용하게 됨은 이전에 이야기 했던 바다. 하지만, 원 기획안은 NHK의 어딘가에 방치된체 십수년의 세월을 보냈던 것이다.

☞ 만화영화 연대기: 천공의 성 라퓨타 (바로가기)

NHK가 잊혀졌던 이 기획안을 어떤 이유로 다시 꺼내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추론해볼 수 있는 것은 역시 미야자키 하야오가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조금씩 그 명성을 쌓아가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봐야할 듯 싶다. 그러나, 이미 지브리로 이적해버린 하야오를 다시 불러들이기도 애매했을 터. 결국 NHK는 토호 그룹과 함께 이 기획을 실행에 옮기게 되고 애니메이션 제작은 그룹 타크에게 의뢰하게 된다. 바로 이 작품이 현재까지도 많은 팬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안노 히데아키의 대표작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1990)'인 것이다.

다만, 실제 애니메이션 제작은 아시다시피 그룹 타크가 아닌 가이낙스에게 돌아가게 되는데, 이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충격님이 2009년에 작성한 포스팅을 참고하길 바란다. 핵심 스탭에 그룹 타크의 인원이 전무한 것으로 보아 타크가 토호에게 제작원청을 받은(혹은 따낸) 후 이를 가이낙스에게 하청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공동하청에 의한 제작이었다면 어떤 식으로든 타크의 스탭이 나디아의 주요 애니메이션 스탭목록에 이름을 올렸을 것이다. 이런 형태로 프로젝트를 따내고 실제 업무를 전량 외주업체에 용역을 주는 형태는 비단 애니메이션 뿐만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결국 가장 하위에 위치한 하청업체에게 돌아가는 보수는 그리 많지 않게 되는 것 또한 자명한 일이기도 하다.

☞ 신비한 나디아 특집 - 횡행하는 루머와 실상 (보러가기

또한, 하청업체로는 한국의 세영동화가 참여하게 되는데, 제작 초기만 해도 하청업체로서 주로 동화 파트를 전담하던 세영동화는 이후 벌어진 나디아의 제작파행(?)으로 인해 자신들의 역량 이상의 업무를 떠안으며 후일 나디아의 오점으로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섬 에피소드'의 최대 원인제공자로 낙인찍히게 된다. 위에 링크를 건 충격님의 포스팅에도 언급이 되어 있으나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당시 가이낙스는 극장판 아니메와 OVA 시리즈 하나만을 연출한 풋내기 제작회사로 총 40여화에 달하는 장편 TV 시리즈를 연출한 경험이 전무한 제작사였다.

이러한 이유로 초창기 리소스를 낭비하며 높은 퀄리티로 만화영화를 그려가던 가이낙스는 이미 초중반 에피소드 제작 이후 시간적으로도, 재정적으로도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감독인 안노는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중간 에피소드로 등장하는 통칭 무인도 에피소드를 히구치 신지와 세영동화에게 넘기고 스스로는 핵심 스텝을 이끌고 후반부 작업에 몰두하게 된다. 결국, 무리한 스케줄과 부족한 인원 및 자원을 떠안은 히구치 신지와 세영동화는 섬 에피소드를 기대 이하의 퀄리티로 만들어내게 되고, 이는 나디아의 가장 큰 오점으로 팬들로부터 원성을 듣고 만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일본 위키에는 안노를 총감독, 히구치 신지를 감독으로 표현하고 있다.);

나디아와 세영동화에 얽힌 또다른 제작비화도 있다. 니코니코 동화 홈페이지의 오카다 토시오 브로마가 채널(岡田斗司夫ブロマガチャンネル)에 실린 나디아 관련 제작비화와 해당 동영상의 일부를 번역한 코로로 님의 포스트를 링크한다. (2013.10.23 추가)

☞ 岡田斗司夫ゼミ「誰も知らないガイナックス」(보러가기)
☞ 오카다 토시오가 본 나디아 제작비화 (보러가기)

이렇게 제작일정 상 난관에 봉착했던 나디아를 살린 것은 NHK도, 가이낙스도 아닌 이라크였다. 90년 당시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 덕분에 NHK는 한동안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특집방송으로 이라크-쿠웨이트 전을 다루게 된다. 결국 39화, 약 3쿨의 길이를 갖고 있는 나디아가 방영에 1년의 시간이 걸린 것은 이러한 원인 때문이었는데, 그 덕분에 제작시간을 벌게 된 가이낙스는 가까스로 자신들의 첫 시리즈를 비교적 성공리에 마무리 짖게 된다.


공영방송으로서 보수적 색체로 정평이 난 NHK와, (젊은 오타쿠들의 집합체로서) 보수적인 노선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가이낙스의 만남은 애초부터 많은 트러블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보인다. 특히 당시 30대의 젊은 나이로 반골정신이 극에 달했던(결혼하고 나이가 먹은 요즘은 무척 얌전해졌지만) 안노는 주인공 나디아를 검은 피부의 인도계 소녀로 그리도록 지시하는데, 이는 일본인 또는 백인 위주의 캐릭터들이 으례 주인공으로 등장하던 당시 아니메의 관례를 과감하게 비튼 일종의 안노식 도발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한술 더 떠서 가이낙스만의 오타쿠적 감성이 나디아 곳곳에 심어져 은근한 노출씬과 목욕씬으로 NHK 관계자들을 곤경에 처하게 만든다. 가이낙스의 반골정신과 NHK의 보수적 색체의 첨예한 대립, 거기에 어설픈 스케줄 관리로 인한 제작난항과 이로 인해 필연적으로 생기게 된 퀄리티의 저하에도 불구하고 나디아가 종영없이 끝까지 방영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나디아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리라.

아시다시피 해저 2만리를 기본적인 원안으로 삼고 있는 나디아는, 천공의 성 라퓨타와 같은 소년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장쾌한 어드벤쳐물이었지만, 여기에 가이낙스 특유의 오타쿠적 감성과 다채로운 패러디가 곳곳에 숨어들어 마니아들에게도 여러가지 이야기거리를 제공하는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랑디스 일당이 타임 보칸 시리즈의 도론보 3인조를 패러디 했다는 점, 나디아의 아버지인 네모 선장의 경우는 쥴 베른의 네모 선장을 모티브로 했으나 캐릭터 디자인은 마크로스의 함장 브루노 J 글로벌이 모델이라는 점, 잠수함 연출이나 소품 디자인, 초반의 스토리 흐름에서 오자와 사토루의 코믹스 '서브마린 707(1963)'을 오마쥬했다는 점 등, 여러 포인트에서 아니메 마니아들이 아니면 모를 만한 패러디와 오마쥬가 다수 등장하고 있음이 그 예이기도. (특히, 오자와 사토루는 나디아에서 설정과 연출을 맡았던 마에다 마히로가 감독을 맡았던 풀 3D 해양 아니메 '청의 6호(1998)'의 원작자로도 알려져 있다.)

ⓒ NHK, SOGO VISION, TOHO


단순한 어드벤쳐에 그치지 않은 압도적인 스케일의 전투씬은 왠만한 SF 아니메를 능가하는 디테일과 박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중반부에 펼쳐지는 악당 가고일의 공중전함의 견인광선에 사로잡혀 바다에서 끌어올려진 노틸러스 호의 사투와 최후는 당대 TV 시리즈 아니메에서는 쉽사리 보기 힘든 스케일과 디테일, 그리고 박진감 넘치는 연출로 시청자들을 사로 잡는다. 여기에 가고일과의 전투로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노틸러스 호와 노틸러스 승무원들이 신조함 뉴 노틸러스호로 나디아 앞에 극적으로 등장하는 장면 또한 잊을 수 없는 명장면. 이러한 연출력은 누가 뭐래도 안노가 가진 비범함과 남다름이다. 전통적인 어드벤쳐 물과 오타쿠적인 SF 액션물을 이 정도 수준으로 버부려 낼 수 있는 연출가는 현재의 일본 아니메에서 그리 흔치 않다. 가이낙스 스탭들의 저력 또한 곳곳에서 묻어나고 있다. 특히 카나다 요시노리의 화풍에 많은 영향을 받은 이들의 다이나믹한 연출기법은 나디아에서도 여전히 그 빛을 발하고 있다 하겠다.


종영된지 약 두 달 뒤인 91년 6월 29일에는 극장판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다만, 안노 히데아키가 본 극장판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각본이나 스토리보드 등이 모두 가이낙스의 스탭진이 아닌 토호나 그룹 타크의 스탭 혹은 다른 하청제작사에게 맡겨지게 되었고 그 결과물은 TV 시리즈와는 분위기에서조차 너무 많은 차이가 나는 물건이 되고 말았다. TV 시리즈 이후 수년 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나 퀄리티 적인 측면에서든 이야기적인 측면에서든 나디아의 명성(?)에는 크게 어울리지 못하는 졸작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국에서는 나디아가 종영된 뒤 이듬해인 92년 MBC를 통해서 방영되었으나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다만, 엔하위키의 나디아 관련 글([3] 참조)을 살펴보면 PC 통신을 중심으로 꾸준한 재방영 요청과 같은 일련의 에피소드들로 인해 95년 다시 방영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90년대 당시의 이러한 시청자 재방영 요청, 특히 그것이 만화영화였다는 사실은 굉장히 이례적인 것으로서 당시 한국의 아니메 1세대, 1.5세대들에 해당하는 이들의 힘으로 인해 나디아가 한국에서 재평가를 받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싶다. 96년에는 투니버스에서도 방영되었으며, 투니버스 방영판이 한국에서 방영된 나디아 중에서는 가장 양호한 버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준수한 성적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이낙스의 재정상황은 여전히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하청의 하청으로 제작한 나디아였기에 가이낙스에게 돌아간 것은 오로지 제작비 뿐, 판권을 통한 부가 수입은 가이낙스와는 별개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가이낙스를 부채의 늪에서 구해낸 것은 그들의 주력사업이었던 아니메가 아닌 번외로 시작한 컴퓨터 게임이었다. 아카이 타카미(赤井孝美)의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프린세스 메이커(1991)'로 인해 가이낙스는 오랜 동안의 고난에서 벗어나 비로소 그들만의 이야기를 그려나가기 위한 초석을 세우게 된다.


<참고 사이트>

[1] ふしぎの海のナディア, Wikipedia Japan
[2] ふしぎの海のナディア(1990~1991), allcinema.net
[3]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엔하위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NHK, SOGO VISION, TOHO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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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 엑스카이저 (1990), 勇者エクスカイザー / Brave Exkaiser


ⓒ SUNRISE


<정보>

◈ 원작: 야다테 하지메(矢立肇)
◈ 감독: 야타베 카즈요시(谷田部勝義)
◈ 시리즈 구성/각본: 히라노 야스시(平野靖士) / 히라노 야스시, 소노다 히데키(園田英樹), 와타나베 마미(渡辺麻実), 마루오 케이코(まるおけいこ) 외
◈ 스토리보드/연출: 후쿠다 미츠오(福田己津央) - 연출책임, 카와세 토시후미(川瀬敏文), 타카마츠 신지(高松信司) 외
◈ 캐릭터 디자인: 히라오카 마스유키(平岡正幸)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大河原邦男)
◈ 작화감독: 히라오카 마스유키, 사사카도 노부요시(佐々門信芳) 외
◈ 메카 작화감독: 타카야 히로토시(高谷浩利)
◈ 미술감독: 오카다 아리아사(岡田有章)
◈ 음악/노래: 타나카 코헤이(田中公平) / 미우라 히데미(三浦秀美) - 오프닝,엔딩
◈ 기획/제작: 이마이 마코토(今井慎), 혼나 요이치(本名洋一), 요시이 타카유키(吉井孝幸)
◈ 제작사: 선라이즈, 나고야TV, 도큐에이전시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90.02.03~1991.01.26
◈ 장르: SF,로봇,액션,용자물
◈ 구분/등급: TVA(48화) / 초등학생 관람가(PG)


<줄거리>

300년 동안 286개의 행성을 약탈한 우주해적 가이스터는 다음 타겟인 지구로 향한다. 에너지 생명체로서 공룡의 모형과 융합한 가이스터는 지구상의 모든 보물을 빼앗을 목적으로 홛동을 개시하고, 행성 카이저스타의 에너지 생명체로서 우주경찰 조직 카이저스 역시 가이스터의 음모를 분쇄하고 그들을 체포하기 위해 지구로 오게 된다. 카이저스의 리더인 엑스카이저는 한 중고 스포츠카의 몸을 빌어 활동을 개시하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그 차는 호시카와 코우타 가족의 자동차. 엑스카이저와 코우타의 운명적인 만남은 이렇게 이루어지게 되는데...


<소개>

'기갑전기 드라고나(1987)'를 끝으로 80년대를 주름잡던 소위 리얼로봇 장르는 TV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나고야 TV의 토요일 5시 반을 책임지고 있던 선라이즈표 리얼로봇이 끝을 맺은 뒤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우선 드라고나가 종영을 하자 곧이어 방송된 프로는 과거 도쿄무비신사에서 프랑스의 DIC와 합작했던 '우주전설 율리시즈 31(1981)'였다. 81년에 제작되었지만 방송단가 문제로 일본 내에서는 방송국을 잡지못했던 율리시즈 31이 리얼로봇의 시간대를 쓰게 된 것이다. 2개월 만에 율리시즈가 종영한 뒤에는 '개전 사무라이 트루퍼(1988)'가 그 자리를 차지했는데, 사무라이 갑옷 모양의 갑주를 쓰고 싸우는 5명의 소년이라는 시놉시는 당시 큰 성공을 거두었던 쿠루마타 마사미 원작의 '성투사성시(1986, 세인트 세이야)'의 아류임을 짐작할 수 있다. 아류지만 나름의 인기를 얻어 팬덤을 형성했던 사무라이 트루퍼가 종영한 뒤에는 나가이 고 원작의 '수신 라이거(1989)'가 그 바통을 이어 받는다. 바이오 아머라는 소재를 다룬, 특촬물적인 요소가 포함된 작품이었는데, 이 일련의 작품에서도 알 수 있듯이 리얼로봇 이후 로봇 아니메는 TV에서는 사실상 그 흐름이 끊긴 체 잠시동안의 동면에 들어갔던 셈이다.

한편, 자신의 완구 브랜드 다이아크론과 미크로맨 시리즈의 판권을 미국의 하스브로에 팔았던 완구회사 타카라는 하스브로가 자신들의 브랜드를 기반으로 만들어낸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대성공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미국에서 다시 일본으로 건너온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완구 브랜드로서 건프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공하게 되는데(미국시장에서 성공했다는 점에서 글로벌적인 면에서는 건프라를 능가했다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80년대 로봇 만화영화를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전반부는 건담으로 대표되는 리얼로봇 시리즈가 주도했고, 후반부부터는 트랜스포머라는 변신로봇 시리즈가 주도권을 잡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80년대 말부터는 트랜스포머의 인기도 하향세를 걷게 되는데, 이러한 당시의 상황은 당시 로봇 장르를 책임지고 있던 선라이즈와,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탄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던 완구회사 타카라 모두에게 해결해야할 일종의 숙제가 되었다. 리얼로봇을 대신할 새로운 시리즈가, 트랜스포머를 대체할 새로운 브랜드가 양사 모두에게 필요한 시점이었던 것이다. 

결국 양사의 필요성에 의해 리얼로봇을 대체할 새로운 신시리즈가 기획되니 이것이 바로 '용자 시리즈'의 출발점이 된다. 용자 시리즈는 리얼로봇 시리즈를 소비하던 고연령대의 팬층이 아닌 저연령대를 겨냥하여 보다 단순명료한 스토리와 과거 슈퍼로봇물에서 보여준 정형화된 공식을 도입하였고, 변신과 합체라는 슈퍼로봇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되 좀 더 화려하고 세심한 설계를 도입하게 된다. 이것은 이미 오랜 노하우를 통해 변신합체라는 컨셉을 성공적으로 완구로 재현할 수 있게 된 완구 제작사의 기술력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여기에 트랜스포머에서 보여준 생명과 지능을 가진 살아있는 로봇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되 일본인에게 보다 적합한 로컬라이징을 시도하게 되는데, 이는 과거 특촬물이나 전대물에서 볼 수 있었던 설정이기도 했다. 이러한 기획 속에서 탄생한 첫 작품이자, 나고야 TV의 토요일 5시 반 시간대를 다시 로봇물의 시간대로 바꾸게 된 작품이 바로 '용자 엑스카이저(1990)'인 것이다.


선라이즈는 리얼로봇 장르로 유명한 제작사이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과거 '초전자로보 콤바트라V(1976)'부터 '최강로보 다이오쟈(1981)'에 이르기까지 저연령대의 슈퍼로봇물의 제작에도 일가견이 있는 로봇 아니메 제작사였다. 한마디로 토미노 요시유키와 타카하시 료스케로 대표되는 드라마를 중시하는 비대중적인 작품 외에도 시청자와 스폰서의 입맛에 맞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노하우를 가진 제작사라는 것인데, 이는 같은 트랜스포머 스타일의 '머신로보, 크로노의 대역습(1986)'을 만들었으나 특유의 마니악함으로 인해 완구 스폰서에는 별다른 재미를 안겨주지 못했던 아시 프로덕션이 갖지 못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마신영웅전 와타루(1988)', '마동왕 그랑조트(1989)'로 고연령대의 로봇물에서 저연령대의 로봇물로의 페이스 전환에 성공한 선라이즈는 이러한 분위기를 엑스카이저에도 그대로 이어간다. 

생명을 가진 로봇과 인간 소년의 교감이라는 측면에서 엑스카이저는 '마징가 Z(1972)'부터 이어져온 사람이 탑승하는 로봇이라는 슈퍼로봇의 개념에 반하는 작품이다. 이는 일본의 최초 로봇인 '철인 28호(1963)' 시리즈와 연관지을 수 있는 부분으로, 트랜스포머에서 이어져온 생명을 가진 로봇이 보다 인간 주인공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아니메적인 형태로 변주되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트랜스포머의 변신 컨셉을 도입하여 차량 혹은 비행기 등의 탈 것이 로봇으로 변신한 뒤, 다시 이들이 합체를 통해 최종 인간형 로봇으로 등장하며 중후반부에는 또다른 메카와의 합체로 더더욱 진화한 형태로 변신하는 등, 슈퍼로봇 아니메에서 볼 수 있었던 다양한 변신 합체 컨셉의 노하우를 발전 계승함으로써 엑스카이저는 트랜스포머에서 영감을 받은 변신 메카닉이 등장할 뿐 과거 슈퍼로봇물의 거의 모든 노하우와 함께 인간과 로봇의 교감이라는 새로운 테마가 더해진, 기존의 슈퍼로봇과는 다른 용자 시리즈만의 독자적인 특색을 갖게 된다.

엑스카이저의 성공은 선라이즈와 타카라에게 새로운 시리즈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이로 인해 이때까지만 해도 엑스카이저라는 단발성 시리즈에 불과하던 이 작품은 후일 용자 시리즈 불리는 총 8개의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그 스타트를 끊게 된다. 용자 시리즈는 '용자왕 가오가이거(1997)'에 이르기까지 선라이즈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로봇 시리즈로 시청자들에게 사랑받게 되며, 타카라의 경쟁사 토미로 하여금 '엘드란 시리즈'를 시작하게 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다만, 그 엘드란 시리즈도 선라이즈가 제작했기에 용자 시리즈와 엘드란 시리즈는 많은 컨셉을 서로 공유하는 형제 시리즈라고 볼 수 있다.(후일 타카라와 토미는 '타카라토미'로 합병하게 된다.)


<참고 사이트>

[1] 勇者シリーズ, Wikipedia Japan
[2] 勇者エクスカイザー, Wikipedia Japan
[3] 勇者エクスカイザー(1990), allcinema.net
[4] Brave Exkaiser (TV), ANN
[5] 용자 엑스카이저,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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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기존의 모빌슈트 설정집에 비해 독자적인 일러스트가 돋보이는 무크지

빌슈트 전집 1권인 'RGM-79 짐 BOOK'(이하 짐)은 AK에서 출시된 건담의 상식 시리즈를 출시했던 후타바샤(쌍엽사)의 2010년판 건담 무크지입니다. 모빌슈트 전집 시리즈는 짐북 이후로, '수륙양용 모빌슈트 BOOK', 'MS-06 자쿠 BOOK', 'MS-07/09 구프&돔 BOOK', 'RX-78 건담&V작전 BOOK' 까지 총 5권의 시리즈가 출간되어 있는데요. 비교적 최신간이고 1권인 짐북부터 AK가 발간을 했으니 앞으로도 이 시리즈는 계속적으로 AK를 통해 한국어판으로 만나볼 수 있을 듯 싶습니다. 기대가 되는군요.(AK 측에서 제공을 안해주셨다면 제가 직접 구매해서 리뷰할 생각도 있었다는...^.^;)

무크지의 특성상 짐북은 동 출판사의 건담의 상식 시리즈보다 고급스럽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당연히 가격도 상승했지만 소장가치는 건담의 상식 시리즈보다 높을 수 밖에 없구요. 게다가, 텍스트 외에 건담 관련 설정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러스트 및 설정자료에 있어서 건담의 상식 시리즈보다 새로운 컨텐츠가 더 많다는 것 또한 장점입니다. 어차피 많은 서적에서 다룰만큼 다룬 건담 설정자료는 그만큼 오리지널 일러스트와 설정자료가 식상하다는 것이 단점이었는데요. 이번 짐북은 독자적인 설정 일러스트의 추가로 그런 식상함을 상쇄한 동시에 이 책만의 소장가치를 높여주었다는 생각입니다. 단순한 건담 설정자료의 재구성을 넘어 나름의 아이덴티티를 확보한 셈이지요. 이 무크지의 첫번째 특징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짐북은 AK에서 출간되었던 건담의 상식 시리즈의 구분보다 좀 더 세분화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바로 건담 시리즈에서 등장했던 연방군측 양산형 모빌슈트 짐(GM) 계열의 모빌슈트만을 다룬 짐 '전문' 북인 것입니다. 이는 이 무크지가 다른 건담 백과보다 좀 더 전문적이고 심도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AK가 2010년 말에 번역출간했던 타카라지마 사의 '자쿠 대사전, All about Zaku'가 자쿠 계열 모빌슈트만을 다루었던 점에서 짐북은 자쿠 대사전과 비슷한 구성입니다. 다만, 파일럿 이야기 등을 언급하며 그 구성면에서는 건담의 상식 시리즈와 다소 비슷한 형식을 취했던 자쿠 대사전과 달리 이 짐북은 오로지 모빌슈트에 관한 이야기만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점이 짐북의 두번째 특징이지요.

☞ 자쿠대사전 All about ZAKU 리뷰 (보러가기)

이런 전문성(?) 혹은 한 이슈에 대한 집중적인 접근 때문이랄까, 짐북은 이제까지 AK가 출간했던 일련의 건담 설정집 중에서는 하이엔드(High End)에 속하는 무크지라고 생각됩니다.(물론, 건담 센티넬과 같은 레전더리는 논외이구요.) 편집과 구성도 난잡하지 않고 깔끔하게 되어 있어서 개인적으로 무척 맘에 들구요. 사심이 들어간 평을 쓸 정도로 제 맘에는 쏙 드는군요. 


커버는 건프라의 커버 일러스트로 유명한 모리시타 나오치카의 일러스트로 시작됩니다. 일단 표지부터 일반 백과시리즈보다 고급스러워 보이는군요.




무크지의 띠지를 원 커버의 짐 일러스트와 연결되도록 다리 일러스트를 그려넣어 일체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일본어판과 동일한 부분이죠.



모리시타 나오치카의 일러스트가 그려진 목차 페이지(우)와 짐의 계보를 트리형태로 표시한 설정집 본문(좌). 



첫장은 짐 탄생의 배경에 대한 개괄론적 설명으로 시작됩니다. 이는 여느 건담 설정집과 유사한 구성이구요. 



짐의 개괄적 설명이 끝난 다음부터는 짐 계열별 기체 해설이 시작됩니다. 짐, 짐 스나이퍼, 짐 캐논 등으로 대표되는 짐계, 짐 커맨드, 짐 한랭지사양, 짐 스나이퍼 II 등을 다루는 후기생산형계, 육전형 짐을 소개하는 육전형 짐계, 짐 커스텀부터 짐 II, 짐 III로 이어지는 후기 짐계, 역습의 샤아, 건담 UC, F91에 등장하는 짐계열 MS를 다루는 제간계, 마지막으로 F91의 소형화된 짐계열 MS를 이야기 하는 소형화계 챕터로 나뉩니다. 많은 분들이 지적하듯이 가장 아쉬운 것은 기동전사 Z 건담에 등장하는 에우고 측 양산형 MS 네모의 부재인데요. 설정상 짐 과는 다른 지온계열의 MS를 베이스로 했던 네모(역으로 외장은 연방계열의 디자인을 적용)는 이로 인해 짐 계열에도, 지온계열에도 끼지 못하는 애매한 신세가 된 듯 합니다. 




이 책의 첫번째 포인트로 언급했던 오리지널 일러스트. 일러스트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것 같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습니다. 오리지널 일러스트보다는 병기적인 디테일이 고려되고 관절부의 움직임에 신경을 쓰고 있어 반다이의 프라모델을 위한 설정 자료나 카토키 등 다른 디자이너들의 후기 일러스트 등을 참고로 한 듯 싶군요. 관절부나 장갑 접합부 등은 반다이의 프라모델에 적용된 디자인과 동일합니다.



이례적으로 짐계열 MS의 무기만을 다룬 챕터도 있습니다. CG 일러스트로 그려넣어 단순히 오리지널 설정자료를 가져다 쓴 것에 비해 성의가 보입니다. 다만 다루는 무기는 1년 전쟁부터 그리프스 전쟁 발발 전까지의 짐계열 무기에 한정되어 있네요.



병기 도색 챕터도 이 무크지의 유니크한 부분. 다만, 오리지널 짐계열에 한정된 두페이지 짜리 보너스 챕터라서 다소 컨텐츠는 빈약합니다.



모빌슈트 전집의 모체이기도 한 후타바샤의 계간지 '그레이트 메카닉' 시리즈에 등장하는 '야마자키 중사의 프라바보 외길 인생 코너'. 반다이의 MG 짐 2.0을 베이스로 작례 및 커멘트가 들어간 4 페이지 짜리 보너스 챕터인데요. 작례도 깔끔하고 무엇보다 짐 2.0의 퀄리티가 워낙 좋다보니 나름 볼만한 챕터이기도 합니다.



제간 계열 MS를 다루는 챕터 중간부터는 흑백으로 페이지가 변경됩니다. 위의 사진은 F 91에 등장하는 헤비건 시리즈으로 역시 독자적인 일러스트로 그려졌습니다.



흑백 설정자료도 빠지지 않고 등장. 적은 페이지에 제법 많은 양이 들어가 있습니다.



마지막 페이지에 등장하는 짐 계열 MS의 성능일람표는 건담 메카닉 마니아들에게는 또다른 즐거움이기도.


짐북은 이제까지 한국에 출시된 일련의 건담 설정집 중에서는 가장 구성이 세련되고 깔끔하며, 전문성이 돋보이는 무크지 중 하나입니다. 만약, 이것저것 많은 AK의 건담 설정집 중 어느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짐북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싶군요. 마스터피스까지는 안되더라도 소장가치는 충분한 편입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 / Futabasha 2010 / AK 커뮤니케이션즈(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모빌슈트 전집 RGM-79 짐BOOK - 8점
카와이 히로유키 외 지음/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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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역사도 기록하고 되새길 때 비로소 훌륭한 지침이 된다.


문 중에서 무엇이 으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대학입시에 편중된 한국의 교육세테를 감안하면 국어, 영어, 수학인걸까요. 하이 테크놀로지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 과학과 수학을 최고의 학문으로 여겨야 할까요.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이하여 경제학과 경영학이 그 자리를 차지해야 할까요. 아니면 보다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한 본질적인 탐구를 위해서 철학을 맨 앞머리에 두어야 할까요.

학문에 서열을 두는 것은 사실 어리석은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중에서 으뜸으로 삼았으면 하는 학문이 무엇이냐고 제게 물으신다면 저는 주저없이 역사학을 꼽고 싶습니다. 인류가 걸어온 발자취, 한 나라의 흥망성쇄, 한 조직의 성공신화 혹은 실패담, 한 인간이 걸어온 삶의 발자취, 하나의 학문 또는 예술이 이룩해온 것들 ... 이 모두를 기록하는 역사는 모든 분야에서 만들어질 수 밖에 없는 필연적인 기록입니다. 이 기록을 통해 인류는 수많은 노하우를 축적하여 지금의 문명을 이룩할 수가 있었습니다. 역사를 기록하지 않았다면, 혹은 역사를 잊어버렸다면 인류의 문명은 분명히 지금보다 수세기는 후퇴되어 있었을 겁니다. 

'한국 슈퍼로봇 열전'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짧은 지식으로 무려 역사학의 의의를 주절거린 것은, 바로 한국 만화영화에는 한국 만화영화사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의미있는 시도들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특히, 1998년 만화영화 채널 투니버스에서 방영했던 '한국 만화영화 40년사'는 한국 근대사 만큼 많은 굴곡을 짊어져야 했던 한국 만화영화의 역사를 최초로 다룬 방송으로, 한국 만화영화사에 하나의 이정표를 남긴 다큐멘터리 방송이기도 했지요.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그러한 시도와 결과물이 다른 학문이나 다른 대중예술 장르와 비교하여 수적으로 너무 열세라는 것입니다. 소위 '흑역사'로 치부되어진 한국 만화영화의 이야기를 용기있게 꺼내는 이들은 안타깝게도 많지 않았습니다.

이 포스팅에서 다룰 페니웨이 저, lennono 일러스트의 한국 슈퍼로봇 열전은 그래서 그 가치가 더더욱 빛이 납니다. 남들이 좀처럼 시도하지 않은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것이 바로 한국 만화영화사라는 점에서 이 책은 그 발간 자체만으로 큰 의의가 있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흑역사로 치부하는 한국 만화영화사는 군사독재와 냉전시대라는 어두운 한국의 근대사와 그 발자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열악한 시대와, 열악한 대중문화관을 갖고 있던 시대 속에서 고군분투한 그 시절 애니메이터들의 애환도 같이 그 속에 흐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을 이 책은 최대한 객관적인 관점으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객관적인 시점이 이 책의 두번째 의의이기도 합니다.


저자인 페니웨이님은 이 객관적인 이야기를 위해서 만화영화 책으로서는 보기 드문 치밀한 사전조사와 자료 수집을 선행했습니다. 저널리즘의 기본적인 자세를 지켰다는 점에서 이는 높이 평가할만한 일입니다. 그 결과 이 책은 과거의 한국 만화영화사에 등장했던 수많은 슈퍼로봇들을 열거하고 이 추억을 아름답게 부풀리기만 하는 자의식 가득한 책과는 태생부터 다릅니다. 한국 로봇만화영화에서 저질러졌던 표절과 도용의 증거, 그리고 이 작품이 보여주었던 독창적인 부분을 저자는 작품마다 최대한 자세하게 짚어주고 있습니다. 거기에 이 작품이 생겨난 시기의 사회적인 상황을 설명해주는 저자의 스토리텔링은 한 분야의 역사 이야기로서는 최고의 구성입니다. 

또한, 부연적인 설명을 위해 각 페이지마다 삽입되는 자세한 주석, 그 시절의 신문광고용 포스터, 대본 이미지, 표절했던 일본 아니메 포스터와 같은 자세한 사진들의 게재는 독자들에게 이 책이 전하는 이야기의 사실성을 뒷받침하는 멋진 장치이기도 합니다. 여전히 어린아이들의 전유물이라는 선입견에 사로잡힌 우리들에게 만화영화에 대한 역사서도 이렇게 쓰면 다른 분야의 역사서 못지 않음을 한국 슈퍼로봇 열전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치밀한 조사와 출처가 분명한 인용, 그리고 사진들은 이 책의 세번째 의의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만화영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한국 만화영화를 다룰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글을 쓰기 위한 각종 자료들이 턱없이 부족함을 알고 중도에 중단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자의 이 치밀한 자료수집과 조사가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네요.)


lennono님의 일러스트는 이 책에 발견할 수 있는 또다른 매력거리입니다. 비록 표절이라는 꼬리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의 슈퍼로봇들이지만, lennono님의 현대적인 재해석으로 그려진 일러스트들은 한국 슈퍼로봇 열전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하나의 심볼입니다. 과거의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현재 우리가 나아가는 길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자는 이 책의 취지에 맡게 과거의 디자인 표절 혹은 도용의 흔적을 그대로 재현하되 현대적인 감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비록 표절 논란에 휘말린 로봇들이지만 이 일러스트를 보고 있자니 잠시 추억에 빠지는 계기가 되었다랄까요.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이야기 끝에 그려진 이 한장의 일러스트는 마치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현실에 쓰라린 마음을 달래는 휴게소와도 같습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지만, 그 시절을 살아온 사람으로서 저는 과거 한국 로봇만화영화를 만들어온 애니메이터들에게 동정표를 던지고 싶습니다. 당시의 한국은 요즘과 비교하자면 민주화 항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아프리카 또는 중동의 군사독재 국가들과 별 다를바 없었던 때였습니다. 군인이 대통령이 되고 헌법을 뜯어고쳐가면서 장기집권을 시도했으며, 두번째 군사정권의 대통령은 부정축재와 시민학살이라는 파렴치한 만행을 저질렀던 인물입니다. 게다가 1970~80년대는 지금처럼 세계가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되고 인터넷으로 가까워진 시대가 아닙니다. 미국의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되기 위해서는 몇 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 당연하고, 일본의 대중문화는 완벽하게 수입이 금지된 체 일부 방송사가 한국판으로 둔갑시켜 아무런 언급도 없이 버젓이 공중파 방송에 올려놓던 시절입니다. 당연히 대중문화에 대한 수준은 낮았고, 디자인에 대한 인식은 전혀 없었으며, 이를 위한 전문 인력이 사회전반에 걸쳐 전무했었구요.

정부의 통제와 감시 속에서 체계적인 능력없이 무작정 뛰어든 한국 만화영화계에 있어서 표절과 도용은 어찌보면 필연적인 수순이었을 겁니다. 일본의 경우 비록 2차 대전으로 패망했다고 하지만, 메이지 유신을 기점으로 2차 대전 중 이미 세계 열강의 끝자리에 위치하던 나라였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군사독재 정권도 아니었으며, 부흥 후 만화영화를 중요한 프로젝트로 주도하는 등 만화영화에 대한 자세도 틀렸지요. 하지만, 한국은 조선제국의 몰락 이후 일본에 합병되어 사회, 정치, 문화 시스템이 모두 일본에 의해 통제되었고, 해방 후 6.25 전쟁으로 모든 사회 시스템이 파괴되면서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던 나라였습니다. 망했던 선진국의 부흥이 아닌, 아무것도 안가진 후진국의 부흥은 분명 출발점이 다릅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안타깝게도 선진국의 제품과 문화를 받아들여 이를 모방과 도용하면서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해왔던 것입니다.


만화영화 역시 0에서 시작했습니다. 0에서 시작한 한국의 슈퍼로봇, 게다가 슈퍼로봇 자체가 일본 만화영화가 유일하게 만들어낸(게다가 그 일본조차도 체 10년이 안된) 개념이었고, 때마침 일본의 대중문화는 한국에서 수입이 철저히 금지되었으며, 여기에 인터넷이 아닌 편지와 전보가 일상이던 당시를 감안한다면, 저 표절과 도용은 파렴치한 상술, 도덕적 해이보다는 저작권에 대한 무지, 디자인 능력의 전무, 인력과 시간의 절대적인 부족이 더 어울리는 표현입니다. 비록 책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기형적인 완구 스폰서 시스템이 80년대 한국 로봇 만화영화의 제작 시스템으로 자리를 굳히면서 도를 넘은 표절작과 졸작들의 범람으로 한국 만화영화가 스스로 공멸을 불러왔지만, 현재의 결과적인 관점만으로 당시의 역사를 모조리 평가절하하는 것은 결코 올바른 자세는 아닐 겁니다. 우리의 잘못에 대해 우리는 지나치게 차갑고 냉정한 것은 아닐까요. 이는 마치 죄많은 부모를 냉정하게 외면하는 자식들의 모습처럼 안타까운 현실이기도 합니다. 70년대에서부터 21세기까지 한국사회가 너무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시스템이 바뀌면서 벌어진 엄청난 세대간 인식과 가치관의 차이는 우리 만화영화사에서도 어김없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한국 슈퍼로봇 열전은 그 의의가 남다릅니다. 부디 이를 기점으로 한국 만화영화사를 제대로 바라보고 평가하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졌으면 합니다. 과거 이현세 화백 원작의 '아마게돈'이 극장 만화영화로 만들어 졌으나 흥행에 참패했을 때, 제작진들은 그 실패가 후대에도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작과정 전반에 걸친 이야기를 하나의 백서로 제작했다고 합니다(<올드보이>가 탄생하기까지, <올드보이 BOOK>, 씨네21). 실패를 되돌아보고 이를 기록하여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을 줄이는 작업, 즉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인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부디 이 책의 가치가 많은 이들에게 전달되어졌으면 하는 바람이고, 아울러 이를 바탕으로 한국에서도 독창적인 로봇 만화영화, 혹은 SF 만화영화가 만들어져 대중들에게 정당한 인정을 받는 날이 오기를 그려봅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페니웨이 · 한스미디어에게 있습니다.



한국 슈퍼 로봇 열전 (초판 한정: 대형 브로마이드 + SD캐릭터 스티커 증정) - 10점
페니웨이 지음, lennono 그림/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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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Marvel Studios


<스탭>

◈ 감독: 조스 위든
◈ 원작: 스탠 리 (마블 코믹스)
◈ 제작: 파라마운트 픽쳐스, 마블 스튜디오, 디즈니 (배급)


<시놉시스> 

음모를 꾸미고 왕위를 찬탈하려다 아스가르드에서 추방당한 로키(톰 히들스톤 분). 그는 추방 중에 또다른 외계종족 치타우리와 조우하게 된다. 무한한 에너지원인 큐브를 찾고 있던 그들에게 로키는 지구에 바로 그들이 찾던 큐브가 있음을 알려준다. 큐브를 가져다 주는 대신 지구를 정복하는데 힘을 빌려달라는 로키의 제안을 치타우리는 받아들이게 되고, 로키는 큐브가 숨겨져 있는 쉴드의 비밀 연구소로 향하게 된다.

한편, 큐브의 이상현상으로 쉴드의 연구소는 현재 긴급 대피 명령이 내려진 상태. 쉴드의 국장인 닉 퓨리(사무엘 L. 잭슨)와 암호명 '호크아이'인 에이전트 바튼(제레미 레너 분), 물리학자 셀빅 박사(스텔란 스카스가드 분)가 보는 앞에서 불안정한 큐브는 마침내 우주로의 포탈을 연다. 포탈을 통해 나타난 이는 다름 아닌 로키. 로키는 쉴드의 요원들을 간단하게 제압하고 바튼과 셀빅, 그리고 요원들의 정신을 지배하여 자신의 수하로 만든다. 큐브를 탈취한 로키가 연구소를 탈출하면서 쉴드의 연구소 역시 흔적도 없이 지하로 매몰되어버린다.

로키에게 탈취당한 큐브는 지구에게 미증유의 위기를 가져올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퓨리는 폐기되었던 '어벤져스' 작전을 발동시킨다. 이것은 인간을 초월한 힘을 가진 슈퍼 히어로들을 팀으로 모아 심각한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쉴드의 극비 작전이었으니...


수많은 캐릭터들을 잘 녹여낸 이야기는 수준급.

2008년 '아이언 맨(2008)'을 시작으로 '인크레더블 헐크(2008)', '아이언맨 2(2010)', '토르(2011)',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2011)'로 이어지던 마블 히어로 월드의 최종장이 마침내 그 전모를 드러내었다. 이제까지 등장시켰던 4명의 주인공급 히어로 아이언맨, 헐크, 토르, 캡틴 아메리카에 블랙 위도우, 호크아이까지 가세한 사상초유의 6인의 히어로 물 '어벤져스(2012)'가 4월 25일부터 전세계 스크린에 걸리기 시작한 것이다. 무려 다섯 편의 영화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면서 기꺼이 어벤져스를 위한 프롤로그(?)가 되었던 것은 영화사에서도 전무후무한 일이다. 이는 어벤져스에 대한 마블의 자신감과 각오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 슈퍼 히어로들이 몰려온다, 시작된 마블의 거대 프로젝트 (보러가기)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1954)'와 이를 오마쥬한 존 스터지스 감독의 '황야의 7인(1960)'과 같은 걸작들은 각각이 한 명의 주인공으로도 손색이 없는 다수의 영웅이 한 편에 모두 등장한다는 영화적 쾌감을 우리에게 보여주었지만, 매력적인 주인공들이 한무리로 등장하는 영화가 반드시 성공적인 결과를 보장하지 않음은 익히 잘 알려진 교훈이기도 하다. 실제로 스티븐 노링턴의 '젠틀맨 리그(2003)'를 보면 그러한 시도의 패착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히어로가 모두 모여 있으되 팀워크는 엉망이고 이야기는 뒤죽박죽이다. 영화가 아닌 스포츠 게임을 봐도 스타 플레이어들로 이루어진 소위 '드림팀'이 항상 강팀이 아님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 어벤져스는 어떨까. 과연 젠틀맨 리그와 같이 겉모습만 화려하고 속은 비어있는 여느 블록버스터와 별다를 바 없을까, 아니면 레전드들이 모두 모여 압도적인 힘과 환상적인 플레이를 보여주었던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미국 농구대표팀과 같은 모습을 보여줄까. 영화의 감상을 마친 뒤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이 영화는 후자에 더 근접한 영화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어벤져스는 많은 공격수들이 모였음에도 멋진 팀플레이를 보여준 작품이었다. 화려한 볼거리와 이를 뒷받침하는 잘 짜여진 이야기의 힘으로 어벤져스는 마블 히어로 월드의 최종장을 실로 멋지게 장식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어벤져스가 모든 히어로 무비의 완성형은 아니다. 히어로라는 만화 캐릭터를 성인들도 볼 수 있는 한편의 멋진 실사영화로 만들어냈던 리챠드 도너의 '슈퍼맨(1978)'이나, 기괴하면서도 독특하면서도 어두운 감각으로 히어로 무비를 새롭게 변주해냈던 팀 버튼의 '배트맨(1989)', 그리고 히어로물을 히어로물 이상의 현실적인 드라마로 완벽하게 바꾸어 낸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2008)' 등,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히어로 무비와 어깨를 나란히 할만한 명작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히어로 물의 본연의 정체성에 충실하면서 성인들도 즐길 수 있는 오락물로서의 완성도는 탑 클래스 수준이다. 아직 미국과 중국 등에서 개봉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벤져스의 개봉 성적은 놀라울 정도이며, 슈퍼 히어로에 대체적으로 인색한 편인 한국에서조차 최단기간 160만 관객 달성이라는 기록까지 세우고 있다. 이는 단순히 볼거리가 화려하기 때문만은 아니리라.

ⓒ 2012 Marvel Studios


디지털 3D IMAX는 분명 히어로들의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장면을 120% 즐길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관람방법이다. 쉴드의 초대형 비행기지 '헬리케리어'의 거대한 스케일과 치타우리의 흉측한 비행괴물의 모습 등은 그야말로 3D에서 압도적인 위용을 보여준다. '아바타(2009)' 이후 쏟아진 3D 영화의 홍수는 3D 컨텐츠와 디바이스 시장의 활성화를 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불필요한 3D 영화들의 범람이라는 결과도 이끌어 내었다. 3D가 굳이 필요하지 않은 영화들이 3D라는 타이틀을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면서 3D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수준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하지만, 어벤져스는 3D IMAX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은 3D 영화다. 오히려 어벤져스라는 타이틀 자체가 주는 파괴력 때문인지 3D는 뒷전으로 밀리기까지 했다.(영화랑 별 상관없는 내용까지 포스터의 선전문구로 활용하는 한국의 영화관계사들조차 어벤져스 포스터에서 3D를 대대적으로 홍보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3D IMAX가 아니라면 별볼일 없는 영화일까? 만약, 어벤져스가 '압도적인 볼거리에만 기댄 영화'라면 이 가정은 사실이 될 터이다. 그러나, 개인적인 의견은 NO라고 단언할 수 있다. 분명 3D IMAX는 이 영화의 플러스 요인을 가져다 준 수단이지만, 그것이 없더라도 이 영화는 충분히 볼만하고 멋지다. 그것은 바로 잘 짜여진 이야기의 힘이다. 굉장한 현실적 드라마나 생각할만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그냥 이 영화는 히어로 액션장르에 충실한 오락 영화다.), 오락영화로서, 그리고 히어로 무비로서 어벤져스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잘 짜여져 있다. 특히, 4인의 메인 히어로(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헐크)와 2인의 서브 히어로(블랙 위도우, 호크아이), 여기에 조연급 캐릭터들(닉 퓨리, 콜슨, 마리아 힐 등)의 캐릭터 안배는 뛰어나다. 물론, 메인 빌런인 로키가 클라이막스에서 대대적인 침공을 가하는 치타우리와 수많은 히어로들의 사이에 끼이면서 존재감이 미약해진 아쉬움도 있지만, 이것이 전체적인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수많은 캐릭터들을 의미없이 소비하지 않으려 하면서 이야기는 제법 빡빡한 편이다. 그로 인해 전개가 느슨하지는 않지만 피로한 느낌도 다소 있다 하겠다.

이야기 덕분에 히어로들의 볼거리가 줄어들지도 않았다.(사실 이 영화는 액션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다만, 그 액션과 액션을 연결하는 이야기가 잘 만들어져 있다는 것) 앞서 등장한 일련의 마블 히어로 시리즈에서 거의 얼굴을 내밀지 못했던 호크아이는 서장을 멋지게 장식해 내면서 존재감을 과시했고, 토르와 아이언맨, 헐크와 토르의 맞대결이 등장하면서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동시에 마블의 팬들에게 훌륭한 팬 서비스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각본의 구성은 실로 영민하다 하지 않을 수 없을 듯. 이는 감독이자 각본가인 조스 웨든이 오랜 코믹스 팬이자 그 스스로도 코믹북 작가(직접 마블 코믹스의 엑스맨 시리즈 'Astonishing X Men'의 스토리를 집필할 정도로 전문만화 작가)였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한마디로 원작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바탕으로 캐릭터의 설정과 이야기의 구성을 그에 맞춰 디테일하게 그려내었기 때문이다. 잘 만들어진 이야기는 결국 비주얼의 화려함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뼈대가 되었고, 이는 어벤져스가 마블 히어로 월드를 집대성한 멋진 히어로 무비라는 평가를 듣는 데 있어서 별다른 반론을 제시하지 못하게 하는 힘이 되고 있다.

물론, 히어로 무비로서의 현실적 한계는 있다. 로키가 지구를 찬탈하려는 목적이 전작인 토르를 접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그리 잘 와닿지 않을 수 있으며, 캐릭터 안배를 잘했다고는 하지만 역시 너무 많은 인물들의 등장은 이야기를 깊이있게 끌고 가기에는 여전히 방해가 되고 있다. 그나마 러닝타임이 2시간 20분에 달하기 때문에 이것이 어느 정도 볼만한 수준으로 가지 않았나 싶은데, 페니웨이님에 따르면 실제로는 3시간 분량으로 제작된 영화라 하니 어쩌면 어벤져스의 진정한 참맛은 블루레이나 DVD에서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부디 빨리 디렉터스 컷이 출시되길 바랄 뿐

어벤져스의 후속편은 이미 스타트를 끊었다고 전해진다. 마블이 굉장한 자신감을 갖고 작품을 끌어가는 듯한 느낌이랄까. 마블의 계획이 아직까지는 큰 실패없이 착착 계획대로 진행되는 듯 싶다. 다만, 어벤져스의 대성공은 후속작에게 많은 과제를 안겨준 셈이다.(트랜스포머를 잊지 말자) 어벤져스는 이제까지 공개되었던 마블의 다섯편의 히어로 무비의 최종장이자 이제부터 시작될 마블 히어로 무비의 서장이 되었다. 어벤져스의 성공을 기점으로 한동안 헐리우드는 히어로 무비의 전성시대가 펼쳐질지도 모른다. 2012년은 어떤 면에서 히어로 무비의 새로운 전성시대를 여는 관문이 된 셈이다.

ⓒ 2012 Marvel Studios

덧붙임) 코비 스멀더스는 엘로스에게는 생소한 배우지만 영화와는 별개(?)로 맘에 쏙드는 캐스팅이었다. 왜냐구? 그건 영화를 보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갈 듯. 쉴드 유니폼이 그렇게 멋진 유니폼인지 그녀를 보고서야 알았다, 어흠.

덧붙임) 스칼렛 요한슨의 블랙 위도우는 개인적으로 아이언맨 2보다 살짝 아쉽다. 그건 그녀의 연기나 역할 때문이 아니라 길고 곱슬거리는 매혹적인 빨간머리가 단정한 단발로 바뀌었기 때문. 긴머리를 휘날리며 펼치는 아이언맨 2의 액션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그런 듯. 

덧붙임) 엔딩 스크롤 중간에 등장하는 2편의 메인 빌런이 될거라 예상되는 그는 어벤져스의 팬들에게는 익숙한 바로 '그'이다. 그를 알아본 마블 팬들이라면 작은 탄성과 2편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고조되어 극장을 나왔을 듯.

덧붙임) 혹시나 하는 예상과 달리 모든 엔딩 스크롤이 올라간 뒤에는 별도의 서비스 씬이 등장하지 않는다. 새벽 1시에 상영하는 어벤져스를 감상한지라 영화가 끝나고 피로함을 참으면서 끝까지 자리를 고수했는데, 아무것도 안나오니 좀 허전...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2 Marvel Studios에게 있습니다.



어벤져스 (2012)

The Avengers 
8
감독
조스 웨던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헴스워스, 마크 러팔로, 크리스 에반스, 스칼렛 요한슨
정보
액션 | 미국 | 142 분 | 2012-04-26
글쓴이 평점  


[블루레이] 어벤져스 - 10점
조스 웨든 감독,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외 출연/월트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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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기동전사 건담부터 역습의 샤아까지 4개 시리즈에서 추려낸 150가지의 명대사들.

2012년 4월 15일부터 발매를 시작한 '영원한 건담 어록'은 각종 건담 관련 서적들을 꾸준히 출시하면서 한국 마니아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AK 커뮤니케이션즈의 번역판 중에서도 나름 독특한 색채를 보여주는 서적입니다. 출판사이지만 대게 코믹스나 무크지, 설정집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AK의 라인업에서 텍스트 중심의 구성을 갖춘 서적이기 때문이지요. (물론, AK도 소설 쪽에서 꾸준히 많은 책들을 출간하는 건 사실이지만 건담 관련 서적으로서는 개성적이라 하겠습니다.

영원한 건담 어록은 일본의 렉카(レッカ, 견인차? 견인차 동호회에서 만든 회사...는 물론 아니구요)사에서 2007년 1월에 발행한 서적을 한국어로 번역한 책입니다. 시기상으로는 살짝 지난 책인데요. 같은 해 11월에 출간된 렉카 사의 '영원의 건담 시리즈 vol.04, 기동전사 건담 어록'과는 조금 겹치는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 기동전사 건담 어록이 오로지 퍼스트 건담의 명대사만을 수록했다면, 영원한 건담 어록은 퍼스트 건담부터, 제타 건담, 더블 제타 건담, 역습의 샤아에 이르는 4개 작품의 명대사를 수록한 책입니다. 역시 건담 컨텐츠는 여러 각도로 재구성이 가능한 컨텐츠랄까요. 우려먹기라는 말이 나올만도 합니다만, 그래도 사주시는 일본 팬(이라 쓰고 오덕이라 읽는...)들이 워낙 많으니 뭐... 

아마도 한국어판으로는 이번 영원한 건담어록만 출간되지 않을까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건담에 숱한 명대사가 많다는 것에는 100% 동감합니다만, 이 영원한 건담 어록에 실린 150개의 대사 중에는 일부 공감되지 않는 대사들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퍼스트 건담 46화(TV 시리즈 43화에 극장판 3편 포함), 제타 건담 50화, 더블제타 건담 47화, 역습의 샤아 1화까지 포함하여 144화에 해당하는 분량 중에서 150개의 대사를 추렸으니 1화당 1개씩은 뽑아낸 셈이죠. 이렇게 계산하면 좀 많이 추려낸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여러 스탭들이 대사를 추려내다보니 각자가 느낀 감성이 달라 그런 측면에서 대사가 다소 많아진 점도 있을 듯 싶습니다. 물론, 상업적인 사정이 있을 수도 있겠구요. (앞서 언급한 기동전사 건담 어록에는 100개의 대사를 싫었다더군요. 편당 2개의 대사라... 이것도 너무 많아 보이는군요?)


영원한 건담어록은 150개의 대사를 추려내어 10명의 필자가 그에 대한 감상을 짧은 수필 형식으로 써내려간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필자 대부분은 프리라이터(자유기고가) 출신들인데요. 모두가 애니메이션 관련 직종에 종사하지 않는다는 점은 개인적으로 좋은 선택으로 보입니다. 아니메라는 굴레를 벗어나서 하나의 영상매체라는 관점에서 감상을 전개할 수 있기에 좀 더 보편적인 느낌을 독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고 보여지거든요. 다만, 자유기고가들의 필력이 개인적으로는 100% 만족스럽지는 않다는 것이 조금 아쉬운 점이랄까요.

 

 

총 4장으로 구성된 영원한 건담어록은 약 350페이지의 분량 중 거의 절반인 150페이지 정도를 퍼스트 건담의 대사에 할애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퍼스트 건담에 대한 팬들의 지지가 크다보니 다른 작품들에 비해 추려진 대사가 많은 것으로 보이군요.

 

 

건담이 구세대와 신세대의 대결을 상징하는 작품임을 의미하는 아무로의 대사. 젊은이들이 어른들의 잘못된 사고방식을 통렬히 비판하는 토미노식 대사는 이후 더블제타 건담까지 계속됩니다.

 

 

무척이나 어른스러운 샤아의 대사. 20대 청녀의 입에서 나온 대사치고는 무척이나 건방지기까지...

 

 

이제는 조금 구식으로 느껴지는 브라이트의 대사. 나약한 신세대에 대한 비판적인 어른의 시각도 이렇게 작품에서 왕왕 보여집니다. 구세대의 부조리함을 비웃고, 신세대의 어리광을 나무라는 토미노식 화법이랄까요.

 

 

 여기저기서 줄기차게 인용되고 패러디 되어온 란바 랄의 명대사도 당연하게 실려 있습니다.

 

 

약 70여개의 퍼스트 건담 대사 중에는 반가운 대사들도 무척이나 많았지만,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한 대사도 등장합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대사가 돋보이는 부분은 주인공이 아닌 단역이나 엑스트라들에게서도 의미가 있는 대사가 등장한다는 것이죠. 주인공인 아무로 레이의 대사가 압도적으로 많은 건 이해가 가는데 라이벌인 샤아의 대사가 3개 밖에 꼽히지 않은 것은 의외군요.(물론, 퍼스트 건담에서 샤아는 한동안 작품에서 등장하지 못하는 적이 있기는 합다만) 단, 제타 건담에서는 샤아의 활약에 눈에 띄게 많으니 그 아쉬움을 어느 정도 달래줄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퍼스트 건담보다 제타 건담에 더 공감가는 대사가 많은 편입니다. 너무 어렸을 때 본 건담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대사보다는 모빌슈트에 더 관심이 갔었지만,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본 제타 건담의 경우는 만화영화의 수준을 넘어서는 어른스러운 대사들이 좀 더 마음에 와닿았던 듯 싶네요. 카미유를 질책하는 에마의 따끔한 대사.

 

 

굉장히 어른스러운 벨토치카의 대사. 저 적극적인 발랄함이 당시에는 무척이나 매력적이라 느꼈졌었는데요. 실제로 제 경우에는 저런 적극적이 여성과는 코드가 잘 안맞는 듯. 

 

 

제타 건담에서는 무엇보다도 크와트로(샤아)의 대사 중에서 인상적인 대사가 많습니다. 제타 건담에서의 샤아는 흔히들 토미노 감독 자신을 대변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전체적인 관점에서 상황을 판단하고 비판하는 대사들이 자주 등장하곤 했지요.

 

 

비운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더블 제타 역시 앞선 시리즈들 못지 않게 인상적인 대사들이 등장합니다. 다만, 시리즈의 인기가 높지 않다보니 전반적으로 공감대 형성에는 실패했지요. 제타 건담의 포 무라사메와 비슷한 역할이었던 비운의 히로인 엘피 플의 대사. 

 

 

더블 제타의 히어로 쥬도 아시타의 결의에 찬 대사. 사실, 근래에 들어서는 저런 대사가 일본 아니메에 너무 자주 등장하면서 오히려 옛날 만큼의 감흥을 주지 못하는 것도 같습니다.

 

 

앙케이트를 통해 뽑은 인기대사 베스트 3을 소개하는 페이지. 인기도를 위주로 뽑아 본 편에는 실리지 않은 대사도 눈에 띕니다. 개인적으로는 인기대사 리스트를 TOP100 정도로 소개하는 챕터가 별도로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네요.

 

 

다음에는 명사들이 좋아하는 건담의 대사도 소개됩니다. 이 부분도 너무 짧아서 아쉬운 감이 있네요. 일부 대사를 줄이고 이런 코너를 좀 더 확장했다면 좀 더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곁들여 봅니다.

 

 

역습의 샤아편은 기성세대를 질타하는 신세대라는 이제까지 건담의 기조와는 다소 다른 모양새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주인공인 아무로와 샤아가 모두 어느 정도 성장하여 기성세대에 속하게 된 나이(물론, 그렇다고 하기에는 실제로 극중 나이가 너무 어립니다만)가 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요. 그러다보니 이전 시리즈의 신세대적이고 진보적인 대사보다는 다소 보수적인 색체를 띄는 대사들이 왕왕 등장합니다. 지구로 낙하하는 액시즈를 막기 위한 브라이트의 비장한 대사도 그런 편이죠.

 

 

영원한 건담 어록은 이야기보다는 설정 위주로 소비되었던 이제까지의 건담 컨텐츠와는 달리 건담의 본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는 컨텐츠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그를 위해 추려진 대사의 양이 너무 많고, 필자들의 견해가 그리 와닿지 않는 부분이 있어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인데요. 인기 대사를 추려낸 코너를 확장해서 신설하는 등 챕터의 다양화를 추구했다면 어땟을까 하는 생각도 있구요. 명장면집으로 대사와 그 상황 전체를 스크린 샷과 함께 좀 더 디테일하게 소개하고 해설을 덧붙이는 형식으로 구성되었다면 좀 더 공감이 크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어쨋건 간에 이런 류의 컨텐츠가 그리 많지 않다보니 분명 이 책만의 개성적인 매력은 갖고 있는 셈입니다. 영원한 건담 어록은 단순히 모빌슈트의 일러스트나 설정 말고도 대사 자체도 건담 월드의 멋진 컨텐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책이라 하겠습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 / RECCA SHA / AK 커뮤니케이션즈(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영원한 건담 어록 - 6점
타니타 슌타로 지음, 이혁진 옮김/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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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lativity Media



<스탭>

◈ 감독: 타셈 싱(Tarsem Singh)
◈ 각본: Vlas Parlapanides, Charley Parlapanides
◈ 제작: 렐러티비티 미디어(Relativity Media), 유니버설 픽쳐스


<시놉시스> 

태초에 불멸의 존재들이 사는 천상에서 큰 전쟁이 있었다. 승리한 불멸의 존재들은 스스로를 신이라 칭하게 되고, 타이탄(혹은 티탄)이라 불리는 패배한 존재들은 타르타로스 산 밑에 봉인되고 만다. 오직 에피루스의 활만이 타이탄의 봉인을 풀 수 있으리라.

한편,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신에 대한 증오로 삐둘어진 헤카리온의 왕 하이페리온(미키 루크 분)은 신들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잔혹한 전쟁을 일으키게 된다. 그의 목적은 에피루스의 활을 찾아 타이탄의 봉인을 푸는 것. 하이페리온의 등장으로 세상은 혼돈과 어둠에 잠기지만, 신들의 왕 제우스(루크 에반스 분)는 다른 신들이 인간사에 개입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시킨다. 이를 어기는 신이 있다면 그는 불멸의 힘을 잃고 죽음을 당할 것이라는 엄명이 내려진다. 하이페리온은 에피루스의 활을 찾기 위해 성지를 공격, 페드라(프레이다 핀토 분)를 비롯한 처녀 예언자들을 납치하고 점점 더 에피루스의 활을 향해 접근해가고 있었다. 과연 누가 사악한 하이페리온에 맞서 세상을 구원할 것인가.

한편, 절벽 어귀 작은 마을에서 사생아로 태어난 테세우스(헨리 카빌 분)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근근히 살아가는 청년이다. 비록, 미천한 신분이지만 그는 어렷을 적부터 자신을 가르쳐 온 정체불명의 노인 덕분에 누구보다도 용맹하고 강인한 전사로 길러지게 된다. 하이페리온의 마수가 이 작은 마을로 다가오면서 테세우스는 마침내 자신의 운명을 맞이하게 되는데...


적어도 헨리 카빌의 슈퍼맨은 나쁘지 않을 것 같은 느낌.

도 태생의 CF 감독 출신이라는 타셈 싱의 정체성에 비춰볼 때 분명 '신들의 전쟁(2011, 원제 이모탈스)'은 기존의 그리스 신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와는 뭔가 다른 이질적인 영화가 되리라는 막연한 느낌이 있었다. 스크린 전체를 감싸는 금빛 톤의 색감과 이질적인 공간감은 예고편으로 보았을 때 분명 색다른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같은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삼아 수개월 먼저 개봉했던 조나단 리브스만의 '타이탄(2011, 원제 타이탄의 충돌)'과 비교하면 이러한 느낌은 더더욱 도드라진다. 타이탄의 충돌이 전형적인 헐리우드식 블록버스터 포맷을 빌린 작품이었다면 신들의 전쟁은 무언가 다를 것이다라는 예상은 누구나 다 했으리라.

굳이 비슷한 작품을 꼽자면 국내 개봉시 언급되었던 잭 스나이더의 '300(2007)'이 가장 근접하다 하겠는데, 극단적인 슬로모션과 패스트 모션을 조합한 CF적인 영상미, 만화적인 시퀀스, 고어적인 연출, 고대 그리스라는 엇비슷한 시대적 배경 등 여러 면에서 분명 두 작품은 닮아 있다. 다만, 타셈 싱의 출신 탓인지 분명 이 영화에서는 왠지 모를 동양적 정취가 느껴진다. 고대 그리스가 배경이 되고 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작품에서 느껴지는 테이스트는 페르시아 혹은 인도 풍에 가깝다.

황금 빛 톤의 색감과 함께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시각적 요소는 강렬한 음영의 대비이다. 이는 타셈 싱이 이미 밝혔듯이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인 카라바지오의 화풍에서 영향을 받은 것인데, 이로 인해 고대 그리스의 신비로운 영상미를 구현해내는 것은 분명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시각적 느낌을 보여주는 300과 비교하면 300이 그래픽 노블을 실사화로 구현한 듯한 비현실적인 영상미라면, 신들의 전쟁은 좀 더 정통미술에 가까운 영상미를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비현실적이면서도 이국적인 영상미는 분명 이 영화 최대의 장점이기는 하지만, 3D는 사족에 가깝다. 근래 제작되는 대부분의 영화와 마찬가지로 신들의 전쟁 역시 굳이 3D가 필요한 영화는 아니다. 물론, 3D라는 광고카피가 영화흥행에 일정부분 도움이 되었겠지만 말이다.


ⓒ Relativity Media

이런 류의 영화들이 언제나 그렇듯이 최대의 단점은 스토리이다. 뻔하고 상투적인 스토리 전개도 문제지만, 주인공이자 영웅적인 활약을 보여줄 테세우스는 결정적으로 영화에서 그닥 돋보이는 활약을 펼쳐내지 못한다. 이는 그가 성장하는 전개 부분이 늘어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중후반부에 보여줄 그의 활약상이 줄어든 때문인데, 이는 비슷한 장르였던 타이탄의 충돌과 비교할 때 오히려 뒤쳐지는 모습이다. 타이탄의 충돌 역시 그저 그런 완성도의 작품이었지만, 주인공인 페르세우스의 활약상은 신들의 전쟁보다 훨씬 더 스크린에 잘 담아내고 있다 하겠다.


신들과 인간들의 전쟁이 이원화 되어버린 것도 주인공의 역할과 스토리의 힘을 약화시켰다. 정작 중요한 클라이막스에 테세우스보다는 타이탄과 신들의 소소한(?) 전쟁이 부각되면서 영화는 최후의 힘을 잃는다. 특수효과면에서도 뚜렷한 볼거리가 없다.  알맹이는 없었으나 여러가지 다채로운 크리쳐들의 등장과 거대한 스케일로 눈만은 호강했던 타이탄의 충돌 비교해보면 더욱 그렇다. 300과 비교해서는 집중력과 완성도가 부족하다. 페르시아의 대군과 맞서 싸우는 스파르타 정예군단의 활약에만 중점을 두었던 300이 짜임새가 훨씬 좋다. 

그나마 흥행에서는 그럭저럭 성적(제작비 1억2천만 달러를 들여 월드와이드로 약 2억 1천만 달러의 수입)을 거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타셈 싱의 감각적이고 이국적인 영상미 덕분은 아닌가 싶다. 비슷한 흥행성적을 거둬들인 타이탄의 충돌이 특수효과와 스케일로 나름의 성공을 거둔 것과 대비된다고 할까. 개인적으로는 본편에서는 그다지 만족할만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주인공 헨리 카빌의 이미지가 그가 주연을 맡은 잭 스나이더의 '맨 오브 스틸(2012)'의 슈퍼맨과는 제법 잘 맞을 것 같다는 인상을 받은 것이 이 영화에서 얻은 수확이라면 수확.(의외로 크리스토퍼 리브와 비슷한 이미지에 놀랐다.) 우연치 않게도 비슷한 영상미를 선보이는 두 감독의 영화에 연이어 캐스팅된 카빌이 과연 맨 오브 스틸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도 관전 포인트다.

덧붙임) 프레이다 핀토는 아시다시피 대니 보일의 '슬럼독 밀리어네어(2008)'에 출연했던 인도계 여배우인데, 언듯언듯 이민정과 비슷한 느낌을 풍기는 때가 있다, 물론 개인적인 느낌. 아마도 그 매력적인 눈 때문이 아닌가 싶다.

덧붙임) 아테나 여신으로 분한 이사벨 루카스를 알아보시는 분이 있으신지? '트랜스포머2: 폴른의 역습(2009)'에서 주인공 샘을 유혹하던 인간형 디셉티콘으로 출연했던 매혹적인 아가씨다. 이 두 매력적인 여배우가 작품에서 별 다른 역할을 해내지 못한 것도 이 영화의 흠이라면 흠. 흠...

덧붙임) 미키 루크의 악역은 재고의 여지가 있어보인다. 물론 그만의 카리스마를 여지없이 뿜어내기는 하지만 매번 거기서 거기다. 마치 그 옛날 그가 기막히게(?) 잘 생겼던 시절의 비슷비슷한 캐릭터들처럼 말이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워 보인다는.

덧붙임) 어쩌다보니 삼총사에 이어 이번 신들의 전쟁까지 모두 루크 에반스가 출연하는 영화를 리뷰했다. 그리고 둘다 재미없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Relativity Media에게 있습니다.


신들의 전쟁 (2011)

Immortals 
5.5
감독
타셈 싱
출연
헨리 카빌, 미키 루크, 프리다 핀토, 루크 에반스, 이사벨 루카스
정보
액션, 판타지 | 미국 | 110 분 | 2011-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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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깔끔하게 이식된 코믹스판 유니콘

년 12월에 첫 선을 보인 기동전사 건담 UC 반데시네 한국어판(이하 UC 반데시네). 기대 이상의 필력을 보여주었던 1권에 이어 약 3개월 만에 그 2권이 다시 정식 발매가 되었습니다. 1권 발매 당시 일본에서 이미 4권까지 발행된 작품인지라 좀 더 빨리 2권이 나올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3개월이라는 공백이 있었네요.

☞ 기동전사 건담 UC 반데시네 제1권, 코믹스판 UC 국내 정발 (보러가기)

2권의 내용은 바나지와 오드리가 첫 만남과 동행을 하게 되는 1권에 이어 론도벨의 등장, 바나지와 오드리의 콜로니 데이트(?)와 카디아스 비스트와의 만남, 에코즈와 론도벨의 콜로니 습격과 크샤트리아와의 결전, 그리고 바나지의 유니콘 출격까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극장판 1편의 중후반부에 해당하는 내용인데, 유니콘과 크샤트리아와의 조우와 첫결전은 3권으로 미루어졌습니다. 그러니까 극장판 1편의 엔딩 직전에 끝난 셈입니다.

전편에 이어 작가인 오오모리 코죠(혹은 그의 어시스턴트)의 메카닉 묘사는 합격점입니다. 제법 많은 디테일이 들어간 UC의 MS들을 훌륭하게 그려내고 있으며, MS 뿐만 아니라 전함, 콜로니, 그리고 각종 구조물과 사물들의 묘사도 좋습니다. SF와 메카닉이 주 테마인 건담의 코믹스에 그의 터치는 꽤 궁합이 좋은 듯 생각되네요. 1편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캐릭터의 묘사도 준수합니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캐릭터를 재해석 하는 정도는 아닌 듯 하지만 조연급 인물들의 묘사는 거의 아니메나 원작의 캐릭터와 흡사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일부 메인 캐릭터들만 작가만의 해석이 가미되고 있습니다.


코믹스의 삽화 일러스트는 기대했던 것보다 퀄리티가 높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조연급 캐릭터의 묘사는 기존 설정 일러스트를 반영하여 잘 소화해내고 있습니다. 2권까지지는 주인공인 바나지와 오드리, 여기에 마리다 정도만이 기존 설정 일러스트와는 다른 작가의 독자적 터치가 들어간 듯 싶네요. 



몇번 씩 얘기하지만 메카닉 묘사는 훌륭합니다. 전담 메카닉 맨이 있는 듯도 싶구요. 


초반부의 이야기의 아쉬운 점은 전개에 이르는 과정이 짧아 설득력이 다소 떨어지는 점이랄까요... 카디아스와 바나지의 만남, 오드리와 바나지의 만남부터 서로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짧다보니 설득력이 다소 떨어집니다. 이는 원작소설이 가진 맹점이기도 하지만요.

코믹스의 연재 분량을 감안하면 유니콘의 완결에는 대략 12~15권 정도의 소요되지 들어가지 않을까 합니다. 준수한 퀄리티의 유니콘 코믹스니 소설이나 아니메와는 다른 매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가 되네요.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Kouzoh OHMORI / ⓒ Harutoshi FUKUI / ⓒ SOTSU · SUNRISE / ⓒ AK Communications (Korean Edition)에게 있습니다.

기동전사 건담 UC 반데시네 2 - 8점
후쿠이 하루토시 지음, 김정규 옮김, 오오모리 코조 그림/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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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SUMMINT ENTERTAINMENT


<스탭>

◈ 감독: 폴 W.S 앤더슨
◈ 원작: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
◈ 제작: 콘스탄틴 필름, 임팩트 픽쳐스, NEF 프로덕션


<시놉시스> 

17세기 초의 프랑스, 어린 루이 13세가 왕위에 등극하면서 유럽은 전운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루이 왕과 안느 왕비를 보좌하기 위해 추기경인 리슐리외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루이 왕의 왕권은 암암리에 위협받게 되고... 프랑스의 국익을 위해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만들었다는 비행선의 설계도를 훔치고자 왕 직속의 총사대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세사람의 총사인 아토스와 포르토스, 아라미스, 그리고 아토스의 연인이자 유능한 스파이인 한 밀라디가 이탈리아에 침입한다. 네 사람의 활약으로 쉽게 비행선의 설계도를 탈취해내긴 하지만, 밀라디의 배신으로 설계도는 그만 영국의 버킹엄 공작에게 넘어가고 만다. 믿었던 사랑에 배신당하고 임무마저 실패한 삼총사는 한물간 퇴물로 취급되고 마는데...


킬링 타임용으로는 그럭저럭 볼만한 캐주얼 오락 액션물.

많은 고전명작들이 영화화되고 있지만 삼총사처럼 꾸준하게 제작되는 영화들도 드문 편이다. 1903년부터 실사영화로만 20여편 이상 만들어져온 삼총사는 1970년대 이후로는 한동안 스크린에서 만나보기 힘들었으나, 월트 디즈니가 제작하고 키퍼 서덜랜드, 챨리 쉰, 크리스 오도넬 등이 출연한 '삼총사(1993)'로 젊은 세대들에게 보다 현대적이고 유쾌한 코미디와 볼거리가 넘치는 삼총사로 재탄생하게 된다. 이후 두 편의 실사화를 거쳐 다시금 21세기 세번째 삼총사 영화가 만들어졌으니 이것이 바로 '삼총사 3D(2011)'인 것이다.

영제나 한제나 모두 말미에 3D가 언급되어 있는데, 이로 인해 영화의 한계도 명확해진 셈이다. 작금 영화계의 이슈인 3D 효과를 보여주기 위한 현란한 액션들이 곳곳에 배치된 팝콘 무비라는 점. 이는 당연하게도 스토리의 평이함으로 귀결된다. '아바타(2009)' 이후 우후죽순처럼 많은 3D 영화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도 헐리우드의 관계자들은 문제점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 싶다. 스토리의 완성도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그 어떤 효과도 의미가 없음을. 뻔하게 예상 가능한 스토리의 아바타가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그 뛰어난 영상미를 뒷받침하는 시나리오의 완성도였다. 흔한 스토리,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더라도 얼마만큼 완성도를 높이느냐에 따라 영화의 질이 달라지는데, 그런 점에서 이번 삼총사도 그리 훌륭하지는 못한 셈이다.

다만, 93년도 삼총사와 비교한다면 이 작품은 그래도 93년작 정도의 완성도에는 근접하지 않나 개인적으로 생각된다. 만화처럼 황당무개한 설정과 너무 화려한 영상미에 작품이 치중하면서 상대적으로 너무 단맛이 강한 케이크가 된 것은 아쉽지만 말이다. 좀 더 드라마 쪽에 비중을 실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를 연출해온 폴 W.S 앤더슨 감독은 해를 거듭할 수록 가벼운 영화들을 만드는 것 같아 이는 어쩌면 지나친 바람일지도 모르겠다.


캐스팅은 상당히 화려하다. 게다가 희한게도 주역인 삼총사와 달타냥보다는 밀라디, 버킹엄, 로슈포르 쪽이 오히려 캐스팅 파워가 높다. 밀라디의 경우는 이번 삼총사에서 히로인이자 최대의 악역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원작부터 그러했지만 밀라디는 삼총사의 캐릭터 중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인 것이 사실인데, 밀라 요요비치의 밀라디는 그런 점에서 꽤 만족스러운 캐스팅이었다. 삼총사를 연기한 매튜 맥퍼딘, 레이 스티븐슨, 루크 에반스도 네임밸류와는 상관없이 적절한 캐스팅이었다고 생각되며, 로슈포르의 매드 미켈슨은 93년작 삼총사에서 로슈포르를 연기한 마이클 윈콧과 너무 비슷하게 느껴져 잠시 헛갈리기까지 했다. 루이 13세를 맡은 프레디 폭스의 연기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던 듯. 이로 인해 원작의 히어로 격인 달타냥의 비중은 그다지 높지 않은 작품이 되어버렸다. 캐스팅만 놓고 보자면 이제까지의 달타냥 중에서는 가장 Young한, 한국말로 상큼한 달타냥이었는데, 뭐 거기까지.

본편의 감상은 영화가 개봉하기 전인 2011년 4월에 작성했던 프리뷰 그 이상도 이하가 아닌 듯 싶다. 개인적으로 3D는 이 영화에겐 사치인 듯. 네이버 무비를 통해 집에서 감상을 했는데, 그 정도 환경이면 이 영화는 충분히 볼만하다. 독일, 영국, 미국이 합작한 다국적 영화지만, 정체성은 딱 헐리우드식 팝콘 무비에서 거의 벗어남이 없으며, 속편을 암시하는 듯한 뉘앙스로 영화가 엔딩을 맞는데 이번 편에서 버킹엄 공작을 맡은 올랜도 볼룸의 비중이 적었음을 감안할 때 속편이 나올 가능성이 다분히 높은 듯 싶다. 흥행도 나름 했으니 문제도 없을 듯. 다만 속편에는 3D는 빼는 것이 어떨까. 

☞ 삼총사 3D, 고전 어드벤쳐의 스타일리쉬 판타지 액션물로의 진화 (보러가기)

ⓒ 2012 SUMMINT ENTERTAINMENT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2 SUMMINT ENTERTAINMENT에게 있습니다.


삼총사3D (2011)

The Three Musketeers 
6.9
감독
폴 W.S. 앤더슨
출연
매튜 맥퍼딘, 루크 에반스, 레이 스티븐슨, 로건 레먼, 올랜도 블룸
정보
액션, 어드벤처 |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 | 111 분 | 2011-10-12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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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건담의 제작비화를 다룬 건담의 창세가 인상적인 에피소드

와다 히데키가 그린 '기동전사 건담씨' 제7권이 발간되었습니다. 기동전사 건담씨는 '월간 건담에이스'를 통해 2001년 6월부터 연재를 시작하여 아직까지도 그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는 스테디 셀러인데요. 기동전사 건담이라는 소재를 활용하여 오와다 히데키 특유의 개그 센스를 듬뿍 가미한 작품으로, 독특한 특색을 자랑하고 있는 코믹스라 하겠습니다. 현재 일본에서는 단행본으로 8권까지 발간된 상태구요. 10년이 넘은 코믹스가 단행본이 불과 8권 밖에 안되는 이유는 이 작품이 4컷 만화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재 초기만 해도 기동전사 건담씨는 월간 건담 에이스에 호당 2페이지 밖에 등장하지 않았기에, 단행본 1권을 발매하는데만 해도 무려 4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반드시 4컷 만화로만 구성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1~2장 정도의 구성으로 내용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 구성은 판에 박혀있지 않고 다이나믹한 편입니다. 작품의 개그 스타일은 전형적인 일본식 개그라고나 할까요. 허무 개그가 주를 이루고 있고, 어떤 경우에는 일본 문화나 일본어 발음을 기반으로 한 언어유희적 개그라 한 번에 와닿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친절하게 주석이 달려 있기는 하지만, 설명이 필요한 유머는 이미 유머로 받아들이기가 힘들지요.) 전반적인 개그의 강도는 강한 편이라기보다는 잔잔한 편이라 하겠습니다. 

필체는 대체적으로 섬세하고 정교한 축에 속합니다. 개그 만화이다 보니 3등신의 캐릭터들이 주로 등장하고 있지만, 미소녀의 묘사에도 능한 편인 듯 하고, 메카닉 묘사도 제법 정교합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 최고의 챕터가 아닐까 하는 '건담 창세의 장'을 보면 작가가 극화에도 어느 정도 소질을 갖고 있음을 알 수가 있지요. 이 챕터는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가 탄생해서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자라나기까지의 제작 비화를 작가의 특유의 코믹 터치로 그려내고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일반 독자들에게도 그 시절의 이야기들을 부담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이나 야스히코 요시카즈, 오카와라 쿠니오 같은 건담 창조의 3인방에 대한 묘사는 제법 센스가 넘치는 편입니다. 토미노 감독의 경우는 스킨헤드의 터프한 열혈남으로, 야스히코는 절세 미남으로, 오카와라는 과묵한 사나이로 묘사하고 있는데, 인물들이 가진 원래의 성격과 그들이 맡았던 역할을 비교하면 제법 설득력이 있는 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건담 창세의 장 때문에 이 시리즈는 계속 구입을 해야할지도 모르겠네요.


비록 SD 캐릭터지만 각 캐릭터의 특징을 잘 잡아서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전 편의 에피소드를 접하지 않아서 모르겠으나 대체적으로 개그 코드는 약한 편입니다. 일본 코믹스와 아니메를 오랜 시간 접해서 제법 일본 개그에 익숙한 저에게도 그닥 빵 터지는 느낌은 아닌 듯.



이상한 샤아의 장에 등장하는 꽤 이상한(?) 샤아씨. 전반적으로 이 시리즈의 4컷 만화는 샤아를 주인공으로 하여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미 언급했지만 이 단행본에서 꽤나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는 건담 창세의 장. 괴팍(?)한 토미노 감독의 특징을 제법 잘 살리고 있습니다.


오카와라나 야스히코의 묘사도 제법 납득이 갑니다. 미형 캐릭터를 그려내는데 있어서 대가라 할 수 있는 야스히코는 말 그대로 미형 캐릭터로 태어나셨네요. 야스히코 옹이 좋아하려나요.


건프라의 붐의 시작이자, 건담이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잡는데 있어서 큰 영향을 끼치는 1:144 자쿠 프라모델의 모습. 보시다시피 비즈니스적인 부분의 이야기도 제법 잘 풀어서 묘사하고 있습니다.

기동전사 건담씨는 요절복통하는 개그가 넘치는 작품은 아니지만, 제법 정교한 묘사와, 건담 창세의 장과 같은 작품만의 특징적인 요소로 인해 제법 볼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건담 창세의 장만으로도 본 작품은 제법 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다만 작가 자신이 퍼스트 건담 외에는 건담 시리즈를 접한 적이 없기에, 이 시리즈가 퍼스트 건담 이후의 이야기 혹은 캐릭터가 등장할만한 가능성은 적어 보이는군요.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Hideki OHWADA / SOTSU · SUNRISE / AK 커뮤니케이션즈 (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기동전사 건담씨 일곱번째 권 - 8점
오와다 히데키 지음, 김정규 옮김, 야타테 하지메.토미노 요시유키 원안/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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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가장 이질적인 건담을 다룬 색다른 건담 코믹스


마모토 카즈히코의 '초급! 기동무투전 G 건담(이하 초급 G 건담)'이 한국어판으로 정식 발간되었습니다. 이 코믹스는 2010년 9월부터 일본이 만화잡지 '월간 건담 에이스'를 통해 연재되던 작품으로, 일본에서는 현재 단행본으로 8권까지 발간된 상태입니다. 이번에 AK 커뮤니케이션즈에 의해 1권과 2권이 동시에 한국에 발간이 되었구요.

모르시는 분들은 위해서 잠시 G 건담에 대해 얘기를 해보자면, '기동무투전 G 건담(1994)'은 1994년 4월부터 아시히 TV에서 방영되었던 TV 애니메이션으로, 건담 시리즈로는 5번째 TV 시리즈이며, 극장판과 OVA 애니메이션을 포함해서는 9번째 건담 시리즈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TV 시리즈로서는 최초로 원작자인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의 손을 거치지 않은 작품이기도 하지요. 

이 작품은 건담을 타이틀로 삼고 있지만, 이제까지의, 그리고 이후의 건담과도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로봇물입니다. 리얼로봇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었던 건담의 정체성을 버리고, 격투로봇과 무술이라는 독특한 컨셉을 도입했던 작품이었죠. 그로 인해 기존 팬들에게는 좋지 않은 평을 들어야만 했지만, 당시 저연령층에게는 좋은 반응을 얻어내는 데 성공하게 됩니다. 어찌보면 현재 방영중인 '기동전사 건담 AGE(2012)'와 같이 기존 팬보다는 건담에 익숙치 않은 저연령층 시청자를 노렸던 작품인 셈이죠.

초급 G 건담은 바로 이 TV 시리즈 애니메이션의 이야기를 토대로 하여 쓰여진 코믹스로, 실제 TV 시리즈에서 캐릭터 디자인 협력을 맡았던 만화가 시마모토 카즈히코와 그의 프로덕션인 빅뱅 프로젝트의 멤버 미야키타 카즈아키가 그림을 맡고 있습니다. 시마모토 카즈히코는 초급 G 건담 외에도 '불꽃의 전학생(炎の転校生, 1983)'으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전반적으로 개그와 열혈이라는 두가지 코드를 구사하는 만화가로, 그런 면에서는 G 건담과 궁합이 잘 맞는 편이라 하겠습니다. (G 건담의 TV 시리즈를 연출한 이마가와 야스히로는 로봇물에 열혈과 광기를 접목하는데 있어서 탁월한 재능을 보유한 인물이기도 하지요.)

거기에 시마모토가 그린 인물들은 다분히 광기와 열혈의 원조격인 만화가 나가이 고의 캐릭터를 떠올리는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가이 고스러운 캐릭터와 건담적인 메카의 조합이라니 일본 만화영화를 아시는 분들에게 이 G 건담은 꽤나 이색적인 녀석인 셈입니다.

전반적으로 무난한 재미와 흐름을 보여주는 이 코믹스에서 아쉬운 점은 필력입니다. 인물 묘사야 원체 시마모토의 스타일이 디테일과 정교함과는 거리가 있고, 나름의 매력이 있으니 보기에 무난합니다만, 건담이 등장하는 컷들은 솔직히 기대 이하라 하겠습니다. 인물 묘사 수준만 되었어도 볼만했을텐데, 많이 아쉽네요. 어쨋건 한국에서는 접하기가 쉽지 않은 G 건담의 모습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본 코믹스는 나름의 가치와 의의를 지니고 있습니다. G 건담을 좋아하셨던 독자라면 한번쯤 보시는 것도 좋을 듯.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Kazuhiko SIMAMOTO / Yasuhiro IMAGAWA / SOTSU · SUNRISE / AK 커뮤니케이션즈 (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초급! 기동무투전 G건담 1 - 6점
시마모토 카즈히코 지음, 이마가와 야스히로 각본, 김정규 옮김/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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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live Studio, EBS, Dream Seach C&C


<스탭>

◈ 감독: 한상호
◈ 각본: 이용규, 한상호
◈ 제작: (주)올리브 스튜디오, (주)드림써치 C&C


<시놉시스> 

타르보사우르스 가족의 막내로 태어난 점박이. 엄마와 형, 그리고 누나 둘을 가족으로 둔 점박이는 든든한 가족들 속에서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엄마에게서 큰 상처를 입고 쫓겨난 티라노사우르스 애꾸눈이 그들의 뒤를 노리고 있었으니... 점박이가 첫 사냥을 나서던 그날, 애꾸눈의 갑작스런 습격으로 점박이의 가족은 점박이만을 남겨놓은 체 모두 세상을 뜨고 만다. 아직 어린 공룡 점박이는 이제 혼자서 약육강식의 공룡세계를 헤쳐나가야만 하는데...


세계수준의 3D CG 애니메이션이 돋보인 에듀테인먼트

2008년 EBS 다큐멘터리 '한반도의 공룡'을 토대로 극장용 CG 애니메이션으로 각색된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3D(이하 점박이)'를 이번 월요일 시사회를 통하여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이웃 블로거이시자 본 작품의 프로듀서로 참여하신 캅셀(송락현)님께서 잊지 않고 불러주시는 덕에 좋은 기회를 얻게 되었는데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앞서 캅셀님께 먼저 격려의 박수를 드리고 싶습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영화만 보고 냅다 집으로 돌아가서 죄송해요. ^^;)

☞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3D, 한국 애니메이션의 또 다른도전 by 캅셀 (보러가기)

방송으로 보셨던 분들이면 아시겠지만, 당시 EBS 다큐멘터리 한반도의 공룡은 TV 다큐멘터리로서는 꽤 높은 수준의 CG로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던 작품입니다. 물론, 리소스 투입대비라는 수식어가 선행되어야 겠지만, 헐리우드의 각종 CG 영화로 눈이 높아진 시청자들에게는 성에 안찰지는 몰라도 한반도의 공룡은 비주얼에서 분명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가진 작품이었다고 기억됩니다. 완성도 만큼 중요한 것은 시도인데요. 당장 눈에 차지 않는 완성도라고 시도 자체를 하지 않는다면 발전이 있을 수는 없습니다. 어떤 뛰어난 작품도 한 번에 나오지는 않지요. 여러번의 시도와 도전이 뒷받침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분명 한반도의 공룡은 의미있는 시도이자 결과물이었습니다.

그것을 증명하듯 이번 점박이는 EBS 다큐멘터리의 완성도보다 한차원 높아진 영상미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어설픈 헐리우드 3D 실사 영화보다 나은 입체감을 보여주더군요. 링크를 건 캅셀님의 포스트에서도 언급이 되어 있지만, 지금의 기술수준에서는 실사 영화보다 애니메이션 쪽이 훨씬 더 완성도 높은 3D 영상미를 보여줄 수 있기에, 그런 점에서 확실히 점박이의 3D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물론 100점 만점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기대 이하라든지 평균 이하의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여기에는 뉴질랜드 로케를 통해 촬영한 멋진 배경들도 큰 몫을 한 듯 싶구요. 이 때문에 한반도의 공룡에서는 CG라는 것이 눈에 확 띄는 느낌이었다면 이번 점박이는 배경과 크리쳐가 하나의 장면으로서 잘 융화된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예고편의 영상을 보았을 때는 조금 우려스러웠습니다. 배경과 크리쳐가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을 주었거든요. 하지만 실제 극장에서 접한 점박이는 예고편의 느낌을 훨씬 상회하고 있었습니다. 공룡의 피부 질감은 꽤나 훌륭하여 공룡 CG만 놓고 볼 때는 거의 월드 클래스 수준이 아닌가 싶네요. 공룡들의 움직임도 매우 자연스러워 실사같은 느낌을 줍니다. CG는 올리브 스튜디오가 맡았는데요. 올리브 스튜디오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냉장고 나라 코코몽'으로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낸 제작 스튜디오이기도 합니다. 

점박이는 애꾸눈 티라노사우르스에게서 가족을 잃은 타르보사우르스 점박이가 역경을 헤치고 성장하여 가족들을 지킨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의 흐름은 어떤 면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1994)'을 연상시키는 부분도 있는데요. 다만, 다큐멘터리 연출가 출신인 한상호 감독의 성향 탓인지 영화의 흐름은 전반적으로 다큐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이는 공식보도자료에서도 언급된 '에듀테인먼트'라는 작품의 방향성 때문일 수도 있겠는데요. 물론, 다큐와 영화를 혼합한 다른 작품(예를 들면 장 쟈크 아노 감독의 '베어(1988)'와 같은...)들을 연상해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지만, 무언가 에피소드 단위로 영화가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이야기의 흐름이 그닥 원활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특히 점박이가 홀로 되는 초반부부터 점박이의 성장을 다루는 중반부까지의 흐름은 다소 몰입감이 떨어지지 않나 싶군요.

이는 가족을 잃고 홀로 남겨진 아기공룡이 늠름하게 성장한다는 본작의 시놉시스가 이미 많은 작품에서 다루어졌던 상투적인 소재이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바꿔 말하면 이제는 꽤나 흔해진 이 테마를 좀 더 몰입감 있는 이야기로 구성해내지 못한 원인이라고 볼 수도 있겠구요. 또한 이는 다큐적인 속성을 갖는 점박이의 정체성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앞서 언급했던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는 구성 상의 문제가 극의 몰입을 방해하면서 생긴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이야기가 종반부로 갈수록 집중력을 회복한다는 점입니다. 이야기의 흡입력은 다소 약했지만, 기승전결은 제대로 갖추어져 있었고 전달하려는 메시지도 확실히 이야기했다고 생각됩니다.

ⓒ Olive Studio, EBS, Dream Seach C&C

한마디로 점박이는 다소 정직한 작품입니다. 예를 들어 종반부에 펼쳐지는 애꾸눈과 점박이의 사투는 피터 잭슨의 '킹콩(2005)'과는 비슷한 수준의 CG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으나 액션 씨퀀스에서 다소 밋밋함이 느껴지는데요. 물론, 현실적인 공룡들의 싸움이라는 점에서는 점박이 쪽이 훨씬 이를 잘 지켜낸 작품이긴 합니다. 다만 킹콩에서 보여진 킹콩과 티라노사우르스의 허무맹랑한 대결 같은 장면을 극적인 효과를 위해 점박이에서도 시도했다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비슷한 공룡영화 '쥬라기 공원' 시리즈와 비교하면 확실히 이 영화의 다큐적인 취향이 도드라집니다. 한마디로 긴장감이나 스릴이 부족한 것인데요. 물론, 이를 위해 이야기를 과장스럽게 그려내는 것이 반드시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관객들에게 좀 더 어필하기 위한 차원에서 약간의 변주도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 정직함은 점박이의 장점이자 단점인 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박이의 라스트는 제법 스펙터클하고 스릴이 있습니다. 자식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점박이를 보고 있자니 갑자기 집에 있는 4살짜리 아들이 생각나더군요.(아들한테는 아직 너무 이른 것 같아서 시사회에 데리고 오지는 않았습니다만) 시사회 직전 한상호 감독이 가족애를 되새기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분명 이 작품은 가족애를 테마로 한 괜찮은 입체 애니메이션이었다 생각됩니다. 가족단위 영화로 점박이는 제법 괜찮은 선택이 아닌가 싶습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Olive Studio, EBS, Dream Seach C&C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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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 (1989), Little Mermaid 


ⓒ WALT DISNEY


<정보>

◈ 원작: 한스 크리스챤 안델센의 '인어공주'
◈ 감독/각본: 론 클레멘츠(Ron Clements), 존 머스커(John Musker)
◈ 캐릭터 디자인/애니메이션 감독: 글렌 킨(Glen Keane) / 던칸 마저리뱅크스(Duncan Marjoribanks), 글렌 킨
◈ 아트디렉터: 마이클 A. 페라자 쥬니어(Michael A. Peraza Jr.)
◈ 음악: 알란 멘켄(Alan Menken), 하워드 애쉬먼(Howard Ashman) - 작사
◈ 기획/제작: 하워드 애쉬먼, 존 머스커
◈ 제작사/배급사: 월트 디즈니, 실버 스크린 파트너스 IV / 월트 디즈니, 부에나 비스타
◈ 저작권: ⓒ WALT DISNEY
◈ 일자: 1989.11.14
◈ 장르: 드라마, 로맨스, 뮤지컬, 세계명작,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G)


<캐스트>

◈ 인어공주 아리엘(Ariel): 조디 벤슨(Jodi Benson)
◈ 에릭 왕자(Eric): 크리스토퍼 다니엘 반스(Christopher Daniel Barnes)
◈ 세바스챤(Sebastian): 사무엘 E. 롸이트(Samuel E. Wright)
◈ 스커틀(Scuttle): 버디 해켓(Buddy Hacjett)
◈ 플라운더(Flounder): 제이슨 마린(Jason Marin)
◈ 우슬라(Ursula): 팻 케롤(Pat Carroll)
◈ 트리톤 왕(Triton): 케네스 마스(Kenneth Mars)


<시놉시스>

깊은 바다 속 왕국의 인어공주 에리얼은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16살의 소녀로, 바다 속 세계에 만족하지 못하고 인간 세상을 동경하고 있다. 에리얼의 아버지이자 바다왕국의 왕 트라이톤은 지상의 인간들과 바다 속 인어들의 접촉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었지만,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에리얼의 마음은 쉽사리 꺾이지 않았다. 

어느날 밤, 친구 플라운더와 신하 세바스챤을 데리고 수면으로 나온 에리얼은 인간 왕국의 왕자 에릭을 멀리서 보고 사랑에 빠지고 만다. 때마침 불어닥친 폭풍에 에릭 왕자의 배는 좌초되고, 물에 빠져 의식을 잃은 에릭을 에리얼이 구해내게 된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왕자에게 노래를 부르는 에리얼, 그녀의 목소리에 에릭은 정신을 되찾고, 에리얼은 황급히 자리를 뜨고 만다. 에릭은 비록 얼굴을 보지는 못했지만 자신을 구해준 그 아름다운 목소리를 잊지 못하게 된다.

한편, 딸의 행동을 눈치 챈 트라이톤 왕은 격노하게 되고, 에리얼은 에릭을 향한 마음으로 크게 낙담하고 만다. 이 때, 한쌍의 뱀장어가 에리얼에게 접근한다. 플롯섬과 젯섬이라 불리는 이 장어들은 그녀에게 지상의 왕자와 함께 하고 싶다면 마녀 어슐라를 찾아가 볼 것을 권하게 되는데...


<소개>

1966년 디즈니의 창립자인 월트 디즈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디즈니 애니메이션 역시 공교롭게도 추락의 길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회사의 정신적인 지주를 잃었으니 제 아무리 디즈니 왕국이라도 흔들렸을 수 있겠지만, 스티븐 스필버그의 '죠스(1975)' 이래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1977)', 리챠드 도너의 '슈퍼맨(1978)', 그리고 스필버그의 'E.T(1982)'로 이어지는 일련의 블록버스터 오락 영화의 등장은 영화계나 만화영화계나 이전과는 다른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며, 동시에 디즈니는 그러한 흐름을 따라잡지 못해 뒤쳐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해야 했으나 디즈니는 이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던 셈이다.

70년대 들어 큰 히트작을 내지 못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암흑기는 80년대 들어서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물론 새로운 시대에 맞춰 디즈니도 SF 영화 '트론(1982)'과 같은 디즈니 답지 않은(?) 실사영화(디즈니는 50년대부터 실사영화를 만들어 왔으며, 6~70년대 들어서는 그 비중이 더더욱 커지게 된다. 단, 주목할만한 작품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될 듯. 트론의 경우 천7백만 달러의 거대한 제작비를 들여 3천3백만 달러의 괜찮은 흥행성적을 거둬들였지만, 82년 최대의 히트작인 E.T라는 거대한 벽을 넘을 수는 없었으니 안타까운 비운의 작품인 셈이다.)를 들고 승부수를 던졌지만, 디즈니의 원동력인 애니메이션의 불빛이 사그러든 상태에서 시도한 실사영화로의 도전은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이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분야에 집중해야 되는 비즈니스의 기본 원칙에 충실히 하지 못한 당연한 귀결이기도 했다.(이후로도 디즈니의 실사영화는 대체적으로 범작에 그치는 결과를 보여주는데, 이는 2003년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계속된다.)

80년대 초반까지 만화영화보다는 실사영화에 치중하던 디즈니는 85년도부터 다른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즉 만화영화로의 회귀가 그것이었는데, 1984년 마이클 아이스너 회장, 그리고 제프리 카첸버그 모션 픽쳐스 그룹 책임자의 부임부터 시작된 이 디즈니의 부활 프로젝트는 비록 '블랙 칼드론(1985)'에서 천문학적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손익분기점도 넘치 못하는 참패를 거두긴 했으나 이에 굴하지 않고 만화영화의 투자를 계속하였고, 그로부터 4년 뒤 디즈니 역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전환점을 만드는 작품을 만들어 내게 되니, 이것이 바로 디즈니 부흥의 신호탄을 알린 동시에 디즈니 제2의 황금기를 열어준 기념비적인 작품 '인어공주(1989)'인 것이다.

ⓒ WALT DISNEY



한스 크리스챤 안델센의 대표적인 동화를 각색한 인어공주는 분명 이전까지 디즈니가 선보였던 일련의 세계명작동화 스타일의 만화영화와 같은 성격을 가진, 말하자면 고전적인 테마를 공유하는 작품이었다. 실제로 인어공주는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1937)' 이후 기획되었던 후속 프로젝트 였으나 모종의 이유로 제작이 중단되었던 작품이었다. 60년대 이후로 디즈니 내에서도 거의 흔적이 사라진 이 세계명작동화 스타일은 오히려 90년대를 맞이하는 시점에서는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좋은 소재였던 셈이었다.  

다만, 고전적인 소재를 다시 부활시키는데 있어서 디즈니는 새로운 몇가지 시도를 행하게 되는데, 그 첫번째가 바로 컴퓨터 그래픽의 도입이었다. 레이아웃을 컴퓨터로 그린 뒤, 이를 셀 애니메이션으로 옮겨 채색하는 작업은 지금의 Full CG와는 다른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혼재된 방식이었으나 셀 애니메이션이 가진 서정성과 감성을 유지하면서 CG의 부드러움과 선명함을 더하면서 기존의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새로운 영상적 완성도를 이룩하게 되었다.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바다를 누비는 인어들과 바다생물들의 움직임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웠으며, 생동감이 넘치는 영상미로 관객들을 사로잡게 된다.

다른 하나의 시도는 뮤지컬의 접목이었다. 이미 디즈니의 전작 '올리버와 친구들(1988)'에서 선보인 바 있는 이 뮤지컬 드라마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에 또다른 서정성과 감동을 부여하게 되었으니, 아름다운 색체와 미려한 움직임에 더해진 뮤지컬적 시퀀스는 때로는 한편의 로맨틱한 드라마를, 때로는 한편의 코미디를 극적으로 스크린 위에 표현하게 된다. 이를 위해 뮤지컬계에서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던 알란 멘켄을 데려온 것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최고의 선택 중 하나로, 멘켄 자신도 디즈니와의 작업을 통해 오스카 8회 수상이라는 위업을 달성하며 서로가 상부상조하게 됨은 주지의 사실이다. 

고전적인 소재의 현대적인 각색도 이야기의 흥미를 살리는데 큰 역할을 해낸다. 비극적인 이야기였던 원작의 시놉시스를 밝고 희망찬 이야기로 각색한 것은 확실히 전연령가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서는 현명한 선택이었다 보인다. 여기에 바닷가재 세바스챤과 같은 개그 캐릭터를 창조하여 자칫 지루하게 흘러갈지도 모를 이야기를 중간중간 튀어오르게 만든 것은 분명 인어공주의 최고의 선택 중 하나가 아닐까. 세바스챤은 단순한 감초 역할에 그치지 않고 인어공주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인 'Kiss the Girl'에서 사실상 극의 흐름을 주도하는 캐릭터로 맹활약하게 된다.

또한, 달라진 시대만큼 달라진 여성상도 주목할만한 점이다. 백설공주나 잠자는 숲속의 미녀, 신데렐라와 같이 수동적이고 고전적인 여성주인공에서 지상을 동경하여 스스로 사랑을 찾아 모험을 행하는 에리얼의 모습은 분명 고전적인 동화의 여주인공과는 사뭇 다른 현대적인 여성상의 표현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는 보수적인 가치를 대변하던 과거의 디즈니와도 역시 상반되는 부분으로, '미녀의 야수(1991)'의 벨, '알라딘(1992)'의 쟈스민, '뮬란(1998)'의 뮬란 등으로 재생산되면서 디즈니의 또하나의 트렌드로 자리하게 된다.

인어공주는 디즈니 만화영화 사상 역대 최고인 4천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여된 작품이었다. 이는 천문학적인 제작비가 투입되었던 85년 블랙 칼드론의 2천 5백만 달러를 훨씬 상회하는 액수로, 지난 이십년간 디즈니가 애니메이션에서 그리 괄목할만한 성적을 보여주지 못했음을 감안할 때 디즈니의 자존심을 건 승부사이자 회심의 일격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인어공주는 디즈니의 침체기를 한방에 날리는 멋진 카운터 펀치가 되었다. CG와 뮤지컬, 코미디와 신세대 여성상이 어우러진 이 한편의 드라마틱한 애니메이션은 오랫동안의 침체기를 벗어나 이후 픽사의 '토이 스토리(1995)'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 전까지 디즈니의 르네상스를 열었던 명작으로 사람들에게 회자된다.  


인어공주2, 바다로의 귀환 (2000),Little Mermaid II, Return to the Sea


ⓒ WALT DISNEY


<정보>

◈ 감독: 짐 캐머러드(Jim Kammerud), 브라이언 스미스(Brian Smith)
◈ 각본: 엘리자베스 앤더슨(Elizabeth Anderson) 外
◈ 음악: 대니 트룹(Danny Troob)
◈ 제작: 레슬리 휴(Leslie Hough), 데이빗 러브그렌(David Lovegren)
◈ 제작사/배급사: 월트 디즈니 / 부에나 비스타
◈ 저작권: ⓒ WALT DISNEY
◈ 일자: 2000.09.19
◈ 장르: 드라마, 로맨스, 뮤지컬, 세계명작, 판타지
◈ 구분/등급: 비디오 / 전연령가(G)


<소개>

에리얼과 에릭의 딸 멜로디를 주인공으로 한 인어공주의 시퀄. 지상을 동경한 에리얼과 달리 딸인 멜로디는 바다를 동경하게 된다나 뭐라나.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아닌 비디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극장에서 개봉된 작품은 아니다.


인어공주, 아리엘의 시작 (2008),Little Mermaid, Ariel's Beginning


ⓒ WALT DISNEY


<정보>

◈ 감독: 페기 홈스(Peggy Holmes)
◈ 각본: 로버트 리스(Robert Reece) 外
◈ 음악: 제임스 둘리(James Dooley)
◈ 제작: 켄드라 홀랜드(Kendra Halland)
◈ 제작사/배급사: 월트 디즈니
◈ 저작권: ⓒ WALT DISNEY
◈ 일자: 2008.08.26
◈ 장르: 드라마, 로맨스, 뮤지컬, 세계명작, 판타지
◈ 구분/등급: 비디오 / 전연령가(G)


<소개>

두번째 후속편은 당연스럽게도 프리퀄이 되었다.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시점보다 이전 시점의 이야기로 트라이튼 왕이 인간들을 싫어하게 된 이유와 에리얼의 첫 모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역시 극장용이 아닌 비디오용 애니메이션.


<참고 사이트>

[1] The Little Mermaid (1989 film), Wikipedia
[2] Walt Disney Pictures, Wikipedia
[3] Walt Disney Animation Studios, Wikipedia
[4] The Little Mermaid, Disney Wiki
[5] 인어공주, 네이버 영화
[6] 인어공주, 엔하위키 미러
[7] 디즈니 애니의 20세기, 그리고 21세기,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WALT DISNEY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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