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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rner Bros. Pictures


<스탭>

◈ 감독: 길예르모 델 토로(Guillermo del Toro)
◈ 각본: 트레비스 비챔(Travis Beacham), 길예르모 델 토로
◈ 제작: 토마스 툴(Thomas Tull), 존 제시니(Jon Jashni), 메리 패어런트(Mary Parent)


<줄거리> 

근 미래, 카이쥬(Kaiju)라 불리우는 외계 거대생물체의 위협이 시작되었다. 태평양 심해의 포탈에서 나타난 그들은 무차별적으로 인류를 습격했고, 인류는 카이쥬의 압도적인 공포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거대한 위협에 직면하여 힘을 합하기 시작한 인류는 거대한 카이쥬에 맞서기 위해 과학력을 모아 거대 인간형 병기 '예거(Jaeger)"를 만들고, 거대한 예거를 완벽하게 컨트롤하기 위해 두 명의 파일럿이 서로의 정신을 공유하는 '드리프트' 시스템을 개발하게 된다. 드리프트 시스템과 막강한 예거의 전투력으로 세계 각지의 카이쥬들은 하나 둘 격퇴되기 시작하고, 이제 예거와 파일럿들은 인류의 구원자이자 히어로로 거듭나게 된다.

얀시 베켓(디에고 클래튼호프 분)와 롤리 베켓(챨리 헌냄 분) 형제는 예거 '집시 데인저'의 파일럿이었다. 바다 한복판에서 펼쳐진 카이쥬와 혈투에 의해 형 얀시를 잃고 반파된 예거를 혼자서 조종해 해안까지 다다른 롤리는 그 트라우마로 인해 파일럿을 그만두고 카이쥬를 방어하기 위한 장벽 공사의 인부로 살고 있었다. 인류의 지도자들이 갈수록 강해지는 카이쥬의 공격에 한계를 느끼고 예거 계획을 취소하고 장벽 만들기에 전력을 쏟자 예거 부대의 사령관 펜터코스트(이드리스 엘바 분)는 남아있는 예거들과 파일럿을 모아 카이쥬를 향한 최후의 반격을 시도하기 위해 은퇴한 롤리를 찾아나서는데...


마니아를 위한 압도적인 스케일의 헐리우드식 특촬물

'시픽 림(2013)'의 압도적인 예고편이 인터넷에 소개되기 시작하자 소년 시절의 로망으로 로봇을 품고 살았던 마니아들은 '트랜스포머(2007)' 이후 한동안 명맥을 잃었던 거대 로봇이 등장하는 실사영화에 대한 또다른 기대로 이 영화의 개봉을 학수고대 했을 듯 싶다. 만화영화 블로깅을 취미로 삼고, 어린 시절부터 거대 로봇의 로망에 몸을 맡긴 체 중년이 되어서도 가끔씩 프라모델을 사면서 그 끈을 놓치않고 사는 글쓴이에게도 이것은 마찬가지. 트랜스포머가 보여준 실사로 살아 움직이는 로봇을 넘어 아니메에서 보았던 거대 로봇이 미지의 괴수와 싸운다는 테마 하나만으로도, 퍼시픽 림은 분명 마니아들에게 있어서는 반드시 극장을 사수해야할 가치가 있는 물건인 셈이다.

트랜스포머 이후 활발했던 거대로봇 실사영화의 흐름이 한동안 주춤하고 있는 (마니아들에게는) 안타까운 현상은 그만큼 이 장르가 실사영화로 이식되기에는 여러가지 난제를 갖고 있음을 반증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일본의 아니메에 기원을 둔 거대로봇은 그 장르적 특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로컬라이징이 그닥 쉽지 않은 마니아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아니메 스타일에 충실하면 대중성을 잃고, 대중성에 충실하면 특유의 색깔을 잃은 이도저도 아닌 물건이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미 북미 TV 시리즈로 오랜 세월동안 자연스럽게 로컬라이징이 되어온 트랜스포머의 경우는 운이 좋았던 셈이랄까.

실사영화로의 이식이 어렵다는 것은 해당 장르에 대한 스탭들의 이해도도 한 몫을 한다. 한마디로 장르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감독이 이런 마니아적인 소재를 실사로 이식하는 작업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어벤져스(2012)'의 죠스 웨던이 마블 코믹스의 열렬한 팬이었이다는 것은 이를 증명하는 사례이며, 그런 점에서 길예르모 델 토로는 이 장르를 실사영화로 이식하기에는 적합한 연출가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영화를 보면 그가 얼마나 로봇 아니메에 대해 높은 이해도를 갖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데, '신세기 에반게리온(1995)'을 연상시키는 격납고와 거대 로봇의 움직임을 실감나게 표현해낸 육중한 연출, 흡사 '자이언트 로보(1991)'처럼 디지털 방식의 동력이 아닌 원자로가 장착된 아날로그 방식이라는 점 등 여러 장면에서 로봇 아니메의 향수를 진하게 느낄 수 있다.

퍼시픽 림은 디테일하게는 로봇 아니메의 많은 장면과 설정들에 영향을 받고 있지만, 전체적인 구도는 특촬물(특수촬영물)의 그것을 따르고 있다. 외계에서 온 거대 괴수와 거대 히어로의 대결은 츠부라야 프로덕션의 '울트라맨(1966)'의 구도를 따르고 있으며, 일본식 특촬물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혼다 이치로의 '고지라(1954)'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다. 로봇 아니메와 특촬물, 이 일본의 양대 서브컬쳐를 오마쥬한 퍼시픽 림은 과연 헐리우드식 블록버스터와 결합하여 대중적인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퍼시픽 림이 대중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느냐는 박스오피스의 수익으로 짐작이 가능하다. Box Office Mojo(바로가기)가 집계한 퍼시픽 림의 월드 와이드 수익은 현재 약 1억8천만 달러로 제작비 1억9천만 달러에 거의 근접한 수치를 기록 중이다. 개봉한지 약 2주가 지났음을 감안할 때 이는 실망스러운 수치라 하겠다. 북미 박스오피스 권에서도 퍼시픽림은 주말 수익 1천6백만 달러로 18일 개봉한 'RED2(2013)'의 1천8백만 달러에 뒤쳐지며 현재 6위에 머물고 있다. 이는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 퍼시픽 림이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어내는데는 사실상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퍼시픽 림의 흥행이 저조한 이유는 마니악한(물론, 어떤 관점에서 일본 서브컬쳐는 마니악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는 않는다) 일본 서브컬쳐와 블록버스터의 조합이 실패했기 때문일까. 일본 아니메를 오랫동안 보아온 마니악한 입장에서 퍼시픽 림의 아니메/특촬물의 실사영화 이식은 무척이나 만족스럽다. 압도적인 중량감과 스케일로 펼쳐지는 거대로봇 예거와 카이쥬와의 혈투는 그 장면만을 놓고 볼 때 단연 극장에서 볼만한 가치를 지닌 장면들이다. 힘과 힘의 격돌 뿐만 아니라 위기의 순간 튀어나오눈 예거의 각종 무기 시스템, 지형지물을 이용한 카이쥬와의 혈투 등은 그야말로 마니아들 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들에게도 탄성을 가져올만한 부분. 이 액션 시퀀스에서만큼은 직전에 개봉해 전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잭 스나이더의 '맨 오브 스틸(2013)'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 압도적인 스케일의 로봇과 괴수의 액션 사이사이를 이어가는 이야기의 얼개와 밀도는 다소 황당할 정도로 엉성한데, 바로 이것이 퍼시픽 림이 대중적인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캐스팅에서 보다 유명한 배우들이 기용되었다면 어느 정도 스토리의 단점들이 감춰졌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보인다. 무명의 인물을 기용하고도 대히트한 블록버스터의 예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특히, 마코 역을 맡은 기쿠치 린코는 그녀의 연기력은 차치하고서라도 이번 작품의 캐릭터와는 궁합이 맞지 않는 듯 싶으며, 설상가상으로 그녀의 트라우마와 트라우마를 해결하는 과정이 영화에서 너무 안이하게 그려져 마코 자체가 스토리의 가장 큰 오점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안타깝다.

주인공인 챨리 허냄은 이런 부실한 이야기 구조 속에서 주인공으로서 그다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사실상 퍼시픽 림의 주인공은 예거와 카이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형을 잃은 트라우마와 마코와의 관계형성에서 충분히 관객들에게 어필할만한 구도를 만들어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카이쥬의 등장부터 완벽한 격퇴가 러닝타임 안에 모두 그려지면서 그 기회를 잃은 듯 싶다. 그 와중에 등장한 두 박사나 특히 특별출연에 가까운 론 펄만의 하니발 챠우는 가뜩이나 풀어갈 숙제가 많은 이야기에 커다란 짐으로 작용한다. 개인적으로 론 펄만의 팬이지만, 이 작품에서 론 펄만은 등장하지 말았어야 했다. 하니발 챠우의 에피소드를 삭제하고 메인 스토리에 치중했다면 좀 더 이야기 구조가 짜임새 있어지지는 않았을까.

퍼시픽 림은 극단의 성향을 보여준 작품이다. 거대 로봇과 괴수라는 마니아적인 소재를 블록버스터에 어울리는 압도적인 영상미로 재현한 부분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지만 그로 인해 감수해야만 하는 스토리의 부실함은 그만큼 안타깝다. 이런 류의 오락물, 특히나 로봇 또는 특촬물에 관심이 큰 마니아들을 위한 장르물에서 스토리의 완성도가 크게 문제가 안될지는 몰라도 퍼시픽 림이 완성도 높은 오락물로 한 단계 더 올라서기 위해서는 적어도 최소한의 스토리 완성도는 보장되어야 했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 2억불짜리 오마주의 그저그런 흥행 성적이 추후 이런 장르의 작품들이 만들어질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길예르모 감독의 도전은 절반의 성공 혹은 안타까운 실패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 Warner Bros. Pictures


덧붙임) 객관적인 이 영화의 평점을 이야기해보라면 5점 만점에 3.5점을 주겠지만, 주관적인 평점을 이야기하라면 5점 만점에 4점이다. 그러니까 마니아 층에는 나름 어필한 작품인 셈이다.

덧붙임) 카이주에 매달려 하늘로 끌려가는 집시의 비장의 무기인 검이 나오는 부분은 말 그대로 델 토로의 오덕스러움이 만개하는 장면. 검 모양의 아이콘이 그려진 집시의 버튼은 마치 '마징가 Z(1972)'와 같은 슈퍼 로봇의 그것을 연상시키며, 조각조각 나누어져 있던 검이 하나의 완전한 검으로 연결되는 모습은 흡사 '기갑계 가리안(1984)'이나 '천공의 에스카플로네(1996)'의 데자뷰가 느껴진다.

덧붙임) 마코의 기억 속에 등장하는 일본의 시가지와 카이쥬의 습격은 특촬물의 향수가 상당히 진하게 베어 나오는 장면이다. 이 영화는 사실 오마주 그 자체나 다름없는 영화다. 그런 점에서 트랜스포머와는 확실히 다른 관점을 지니고 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Warner Bros. Pictures에게 있습니다.



퍼시픽 림 (2013)

Pacific Rim 
7.2
감독
길예르모 델 토로
출연
찰리 헌냄, 이드리스 엘바, 키쿠치 린코, 찰리 데이, 로버트 카진스키
정보
SF | 미국 | 131 분 | 2013-07-11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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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1991), 機動戦士 ガンダム0083 STARDUST MEMORY


ⓒ SOTSU · SUNRISE



<정보>

◈ 원작: 야다테 하지메(矢立肇), 토미노 요시유키(富野由悠季) - 실제로 참여하지는 않음.
◈ 감독: 카세 미츠코(加瀬充子) - 1~7화 / 이마니시 타카시(今西隆志) - 8~13화
◈ 각본: 스즈키 요시타케(鈴木良武), 엔도 아키노리(遠藤明範), 이마니시 타카시(大熊朝秀의 필명으로 참여), 타카하시 료스케(高橋良輔)
◈ 스토리보드/연출: 와타나베 신이치로(渡辺信一郎), 아카네 카즈키(赤根和樹), 카세 미츠코, 이마니시 타카시
◈ 캐릭터 디자인/총작화감독: 카와모토 토시히로(川元利浩)
◈ 작화감독: 오사카 히로시(逢坂浩司), 칸노 히로키(菅野宏紀), 카와모토 토시히로
◈ 메카닉 스타일링/메카닉 디자인: 카와모리 쇼지(河森正治) / 카토키 하지메(カトキハジメ), 아키타카 미카(明貴美加)
◈ 메카닉 작화감독: 사노 히로토시(佐野浩敏), 요시다 토오루(吉田徹)
◈ 미술감독: 히가시 쥰이치(東潤一)
◈ 음악/노래: 하기타 미츠오(萩田光雄) / 마츠바라 미키(松原みき), MIO, Jacob Wheeler
◈ 프로듀서: 우에다 마스오(植田益朗), 타카시나 미노루(高梨実)
◈ 제작사: 선라이즈, 반다이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91.05.22~1992.09.24 (OVA) / 1992.08.29 (극장판)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OVA(13화),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줄거리>

1년 전쟁이 종결된지 3년, 지구연방군은 1년 전쟁 당시 큰 전과를 올린 건담의 후속 개발 프로젝트인 건담 개발 계획 GP(Gundam Project)를 진행 중에 있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애너하임 사에서 개발된 두 기의 모빌슈트인 GP01(범용 모빌슈트)와 GP02(핵병기 탑재 모빌슈트)가 지상 테스트를 위해 지구의 오스트레일리아로 이송되던 도중, 지온군의 잔당조직인 델라즈 플리트에 의해 GP02가 탈취되는 사고가 발생한다.

사건의 주범은 델라즈 플리트의 에이스이자 1년 전쟁 당시 '솔로몬의 악몽'으로 명성을 드높였던 아나벨 가토 소령. 가토는 GP01을 타고 그를 쫓던 건담 테스트 파일럿 코우 우라키 소위와 연방군의 끈질긴 추격을 따돌리고 GP02와 함께 우주로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이 사건이야말로 델라즈 플리트의 'Stardust(별 부스러기)' 작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으니, 바야흐로 지온과 지구연방 간의 새로운 전쟁의 서막이 열리려 하고 있다.


<소개>

'기동전사 건담 0080(1989)'를 통해 토미노가 없는 건담의 새로운 미래를 엿보게 된 반다이는 용자 시리즈와 엘드란 시리즈로 인해 로봇 아니메의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선라이즈에게 차기 건담 프로젝트를 다시금 의뢰하기에 이른다. 타카라는 용자 시리즈로, 토미는 엘드란 시리즈로 선라이즈에게 기대고 있던 차에 이제는 반다이까지 가세했으니 어찌보면 90년 초는 완구, 프라모델 업체들의 시장 선점을 위한 일종의 선라이즈표 재기전이었던 셈이다. 이 현실적인 로봇 전쟁(?)에 건담이 참전하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순서였다고 하겠다. (물론, 각 작품의 기획시점을 감안한다면 이들 작품의 순서 배열에는 다소간의 차이가 존재할 수도 있다)

이리하여 선라이즈와 반다이는 토미노 요시유키와 야스히코 요시카즈, 오카와라 쿠니오라는 원년 3인방을 모두 불러모은 대작  극장판 '기동전사 F91(1991)'을 기획하게 되는데, 애초에 TV 시리즈로 런칭할 이 작품을 극장판으로 우선 간을 본 뒤 반응에 따라 TV 시리즈로 제작하겠다는 반다이의 자신감 없는 전략이 결국 건담 F91의 패착이 된 것은 이미 '만화영화 연대기: 기동전사 건담 F91(1991)'에서 전술한 바 있다. 허나, 반다이는 이러한 조심스런 전략에 한가지 우회 전술을 더 추가하게 된다.

☞ 만화영화 연대기: 기동전사 건담 F91 (바로가기)

건담 F91은 토미노와 야스히코, 오카와라까지 가세한 명실상부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의 정통 후속 시리즈이긴 했지만, 기존의 우주세기와 거의 연관이 없는 30년 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시리즈를 일신하는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었는데, 이미 다른 작품보다 월등히 팬들과 많은 것을 공유해온 건담에게 이런 식의 분위기 쇄신은 자칫 기존 팬들에게 외면을 받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토미노 스스로 더이상 예전의 건담과 얽히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반다이는 건담 F91은 토미노와 스탭들의 뜻대로 하되, 기존 팬들을 위해 우주세기의 이야기를 활용한 또다른 건담 시리즈를 기획하는 대안을 생각해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1991)'이다.

건담 F91은 '성전사 단바인(1983)' 이후로 토미노의 작품을 주로 제작해온 선라이즈의 주력 스튜디오인 제2스튜디오에서 제작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로 인해 건담 0083은 극장판이나 TV 시리즈가 아닌, 이미 건담 0080에서 재미를 보았던 OVA로 제작할 것으로 결정되었으며, 스튜디오는 '은하표류 바이팜(1983)'이나 '푸른 유성 SPT 레이즈너(1985)', 그리고 '시티헌터 시리즈' 등을 제작한 선라이즈의 제3스튜디오에서 제작이 이루어지게 된다. 감독에는 이 건담 0083이 첫 감독 데뷔작인 카세 미츠코와 이마니시 타카시. 보기 드문 여성 연출가인 카세 미츠코는 0083이 첫 데뷔 감독작이었지만, '투장 다이모스(1978)' 부터 선라이즈의 수많은 아니메, 특히 로봇물에서 활약해온 베테랑 연출스탭이었고, 이마니시 타카시는 '장갑기병 보톰즈 시리즈'에서 활약하면서 리얼로봇 아니메에 대한 이해력이 넓고, 각본과 프로듀서까지 가능한 만능 연출스탭이었다. 이들을 주축으로 선라이즈의 신예들이 대거 건담 0083의 메인 스탭으로 활약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면면을 보면 지금 시점에서는 감히 신예라 칭하기 어려운 일류 애니메이터들로 가득한데, 먼저 연출 스탭에는 '카우보이 비밥(1998)'으로 후일 일본 아니메를 대표하는 스타일리쉬한 연출가로 각광받게 되는 와타나베 신이치로가, '천공의 에스카플로네(1996)'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아카네 카즈키 등이 참여하고 있다. 캐릭터 디자인에는 카우보이 비밥과 '울프스 레인(2003)'으로 초특급 애니메이터로 성장하게 되는 카와모토 토시히로와 '기동전사 V 건담(1993)'과 '기동무투전 G 건담(1994)', '현란무답제 더 마즈데이브레이크(2004)' 등 선라이즈와 본즈의 대표작에서 활약하게 되는 故 오사카 히로시가 놀라운 필력을 선보이며, 이 작품을 통해 그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다. 또한, 90년대 중후반부 선라이즈의 메카 작화를 책임지는 사노 히로토시와 요시다 토오루가 건담 0083을 통해 기대를 뛰어넘는 정교한 메카 묘사를 연출하면서 건담 0083의 놀라운 작화 퀄리티를 책임지게 된다. 캐릭터와 메카닉 작화에서 이들 신예들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활약은 0083의 흥행의 일등 공신이라 할 수 있으며, 바로 이 건담 0083을 시작으로 그들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오카와라 쿠니오의 공백을 메울 메카닉 디자인에는 무려 '초시공 요새 마크로스(1982)'의 원작자이자 발키리 머신의 디자이너이기도 한 카와모리 쇼지를 깜짝 영입하여 건담 1, 2호기의 디자인을 맡기고, '건담 센티넬'을 통해 신예 디자이너로 각광받기 시작한 카토키 하지메를 불러들여 카와모리가 디자인한 건담 1, 2호기의 리파인과 다른 MS의 디자인을 맡기게 한다. 단, 이미 정형화되어 있던 건담이라는 이미지를 베이스로 건담 1, 2호기를 디자인한 카와모리는 스스로 이것이 자신의 오리지널 디자인이 아니기에 메카닉 디자인이 아닌 메카닉 스타일링으로 스탭 표기를 해줄 것을 요청하게 되는데, 이 일화에서 카와모리의 메카닉 디자인에 대한 그만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하겠다. 이 때문이지는 몰라도 건담 0083에서 스포트 라이트를 받은 메카닉 디자이너는 카와모리보다는 신예 카토키였으며, 이후의 건담 시리즈부터 카토키의 영향력은 눈에 띌 정도로 강해져 단순히 메카닉 디자인을 넘어 프라모델 상품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기에 이른다.


준비된 괴물 신인들의 가세가 작품의 완성도를 보장하기는 했지만, 건담 0083의 성공동력은 그보다는 기존 건담 팬들을 만족시키는 설정과 이야기에 있지 않나 싶다. 우선 1년 전쟁과 그리프스 전쟁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을 이야기로 삼은 점은 확실히 우주세기 팬들에게는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특히, 결말부에서 티탄즈의 결성을 위한 단서를 제공하고 티탄즈의 주역인 자미토프 하이만과 바스크 오움을 등장시킨 부분은 우주세기 건담 팬들의 입맛에 그야말로 딱 맞는 부분. 델라즈 플리트의 에이스 아나벨 가토와 시마 가라하우와 같은 캐릭터들의 등장 또한 시리즈의 인기를 견인하는 일등공신이었으나, 전반적으로 연방측보다 델라즈 플리트 측에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포진함으로써 건담 0083의 구도는 왠지 모르게 델라즈 플리트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느낌을 주고 있다. 확고한 신념을 가진 가토와 멘탈과 실력 모두에서 가토에게 뒤진 코우의 대립구도도 그런데, 본래 라이벌 악역에 비해 모자라던 주인공이 차츰 성장하여 라이벌을 능가하는 인물이 되어가는 기존의 아니메 포맷과 달리 본작에서의 코우는 성장 속도가 둔하고, 품고 있는 가치관 역시 모호하여 오히려 가토를 돋보이게 하는 들러리가 되어버린 부분은 아쉽다.

또한, 민간인 소년들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건담에 우연치 않게 탑승하게 되는 기존의 건담 시리즈의 구도에서 벗어나 이미 군인인 주인공 코우 우라키 소위를 주인공으로 삼은 점이나 이미 성장한 성인들이 주역 캐릭터로 등장하는 점은 건담 0083을 보다 성인취향의 드라마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보이게 한다. 즉, 이 작품은 이제 막 건담을 시청하려고 하는 소년, 소녀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닌 이미 건담을 어렷을 적부터 보아오고 이제는 2~30대로 성장한 오리지널 팬의 눈높이에 맞춰진 작품인 셈이다. 여러모로 본작의 방향성은 이렇듯 신규 건담팬보다는 기존 건담팬을 의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전통적인 건담의 테마였던 뉴타입을 배제함으로써 보다 더 현실적인 밀리터리 드라마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데, 뉴타입이라는 테마가 건담의 화두인 동시에 구태의연한 테마가 되어버렸음을 생각할 때 뉴타입의 거세는 괜찮은 선택이라 보여진다.

하지만, 가토와 코우 사이에서 번민하던 중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되는 히로인 니나 퍼플톤의 경우는 극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많은 팬들에게 지탄을 받게 된다. 사실 이러한 설정은 극적인 면에서 크게 무리는 없다는 생각이지만, 1화만 하더라도 일면식이 없는 것처럼 그려지던 가토와 니나가 극 후반에서 과거의 연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부분은 초반부터 계획했던 설정이 아니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또한, 전반적으로 델라즈 플리트의 인물들이 돋보이는데다가 후반부에는 연방의 부패한 모습마저 등장하여 이야기의 무게는 미묘하게 델라즈 프리트 측으로 기울게 되는데 이로 인해 그들의 테러리즘이나 자폭공격 등이 미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또, 등장하는 메카들이 시간 순으로 바로 다음 작품이 되는 '기동전사 Z 건담(1985)'에 비해 너무 고성능의 기체들이 등장한다는 것도 문제. 특히 후반부에 등장하는 거대 모빌 아머 노이에 질이나 GP-03 덴드로비움은 확실히 당시의 스펙을 뛰어넘는 기체들로서, 이러한 부분은 에필로그를 통해 GP 계획 자체가 이 시점에서 말소된다는 설정으로 어느 정도 모순점을 상쇄하려 했지만, 애초에 이러한 스펙과 디테일의 기체를 등장시킨 의도가 프라모델 판매와 무관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의도적이었다고 보여진다. 문제는 실제로 상품화된 프라모델에 있었는데, 당시 건담 F91과 작품이 병행되면서 반다이가 건담 F91에 집중했던 탓인지 건담 0083의 초판 키트들은 기대 이하의 프로포션과 디테일로 시장의 외면을 받게 된다. 건담 0083의 인기가 건담 F91에 비해 더 높았고, 설정을 무시하면서까지 고성능의 기체들로 디자인했음을 생각할 때 이는 반다이의 실투가 아닌가 싶다. 건담 0083은 10여년이 지난 2001년에 다시 재판되면서 과거의 악명을 씻어내게 되었고, 특히 HGUC 덴드로비움은 역대 건프라 1/144 스케일 중에서 탑 클래스에 들어가는 압도적인 위용과 인기를 현재까지도 자랑하고 있다.

높아진 인기로 인해 시리즈 제작 도중 극장판의 제작이 결정된다. 극장판 '지온의 잔광'은 OVA 전 13화의 내용을 편집하여 최종화인 13화가 출시되기 전 극장에 공개되었는데, 이로 인해 후반부에는 극장판의 스케일에 맞춰 작화 퀄리티가 상승하게 된다. 건담을 보고 자란 세대들이 만든 건담이, 토미노 감독의 손길이 닿지 않은 건담이 마침내 극장판으로까지 등장한 것이다. 건담 0080과 건담 0083의 잇다른 성공, 그리고 건담 F91의 실패는 분명히 건담 월드에서도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사례였지만, 기이하게도 반다이만은 그것을 인정하지 못한 듯 싶다. 그리고 한계에 다다른 토미노 요시유키를 다시 한 번 더 몰아부치게 된다.

ⓒ SOTSU · SUNRISE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 ガンダム0083 STARDUST MEMORY, Wikipedia Japan
[2] 機動戦士 ガンダム0083 STARDUST MEMORY(1991), allcinema.net
[3] 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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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무적 라이징오 (1991), 絶対無敵 ライジンオー / Matchless Raijin-Oh


ⓒ SUNRISE · テレビ東京


<정보>

◈ 원작: 야다테 하지메(矢立肇)
◈ 감독: 카와세 토시후미(川瀬敏文)
◈ 시리즈 구성: 소노다 히데키(園田英樹)
◈ 스토리보드/연출: 사토 타쿠야(佐藤卓哉), 콘도 노부히로(近藤信宏), 타니구치 고로(谷口悟朗) 외
◈ 캐릭터 디자인: 타케우치 아키라(武内啓)
◈ 메카닉 디자인: 야마다 타카히로(山田高裕)
◈ 작화감독: 타케우치 아키라, 니시무라 노부요시(西村誠芳), 사쿠마 신이치(佐久間信一)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池田繁美)
◈ 음악/노래: 타나카 고헤이(田中公平) / SILK
◈ 프로듀서: 우치다 켄지(内田健二), 쿠라바야시 신스케(倉林伸介), 후지나미 토시히코(藤波俊彦)
◈ 제작사: TV 도쿄, 요미우리 광고사(読売広告社), 선라이즈
◈ 저작권: ⓒ SUNRISE · テレビ東京
◈ 일자: 1991.04.03~1992.03.25
◈ 장르: SF,로봇,액션
◈ 구분/등급: TVA(51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PG)


<줄거리>

양승학원 5학년 3반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평화로운(?) 학교생활에 한창이다. 그러나 바로 그 날, 5차원의 쟈크 제국이 지구권에 등장하여 지구를 향한 공격을 개시한다. 아크 구슬을 이용하여 지구를 괴멸 시키려는 쟈크 제국, 이 때 정체불명의 거대로봇이 쟈크 제국의 앞을 가로 막아선다. 라이징오라 불리는 거대 로봇은 태고적부터 지구를 지키는 전사라 자신을 칭하며 쟈크 제국과 맞서지만, 불의의 공격을 받아 지구로 불시착하게 되고, 라이징오가 불시착한 곳은 공교롭게도 양승학원 5학년 3반. 진과 동급생 아이들은 라이징오의 추락과 함께 미지의 공간으로 빨려 들어간다.


미지의 공간에서 아이들은 라이징오와 라이징오에 탑승한 정체불명의 생명체 엘드란을 만난다. 지구를 지켜온 전사라 자신을 소개한 엘드란은 부상을 입은 자신을 대신하여 자신의 임무와 자신의 힘을 5학년 3반 아이들에게 나누어 준다. 엘드란과 정체불명의 공간이 사라지자 다시 학교로 돌아온 아이들, 아이들에게는 각각 영문 모를 메달이 주어지게 되는데...


<소개>

완구업체 타카라의 용자 시리즈 제 1 편 '용자 엑스카이저(1990)'가 기대 이상으로 성공하며, 완구 시장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자 타카라의 경쟁업체인 토미(타카라는 후일 토미에 합병된다.) 역시 이를 방관할 수 만은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조이드' 브랜드로 한 때 큰 성공을 거둔 토미였지만 1990년 기점에서 일단 조이드의 상품 가치는 현저히 떨어진 상태(조이드는 이후 1999년에서야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하게 된다), 토미로서는 타카라의 용자 브랜드에 대항할 새로운 완구 브랜드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리하여 토미는 용자 시리즈와 대적할 새로운 브랜드를 기획하고 이를 위한 TV 애니메이션을 선라이즈에게 의뢰하게 되니, 이것이 바로 엘드란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인 '절대무적 라이징오(1991)'의 시작이 된다. 일설에는 토미의 사장인 토미야마 칸타로가 자신의 아들이 '토미의 장난감은 싫고 커서 반다이에 들어가고 싶다'라고 말한 것에 충격을 받은 것([2], [8]에서 인용)이 라이징오가 탄생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는데, 어찌보면 아들의 이 말은 토미의 완구에 대한 당시 어린 소비자의 시각을 직설적으로 반영하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토미야마 사장의 판단은 시기적절했다.


다만, 선라이즈는 이 시기 용자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인 '태양의 용자 파이버드(1991)'를 엑스카이저에 이어 제작하고 있었기에 라이징오에는 용자 시리즈와는 다른 별도의 스탭진들이 투입된다. 메카닉 디자인에는 용자 시리즈의 오카와라 쿠니오가 아닌, '머신로보 크로노스의 대역습(1986)', '초음전사 보그맨(1988)' 등에서 활약한 야마다 타카히로가 맡아 무난한 메카닉으로 합격점을 받아내었고, '성전사 단바인(1983)', '중전기 엘가임(1984)', '기동전사 Z 건담(1985)', '기동전사 ZZ 건담(1986)'부터 용자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연출 스탭으로 활약해온 베테랑 카와세 토시후미가 감독을 맡아 안정적인 연출로 엘드란 시리즈를 이끌어가게 된다. 여기에 후일 '무한의 리바이어스(1999)', '플라네테스(2003)', '코드 기어스 반역의 를르슈(2006)' 등으로 선라이즈의 차세대를 이끌어 갈 다니구치 고로가 본 작품에서 연출 스탭으로 활약하는 등, 선라이즈의 세대 교체를 위한 가교로서도 라이징오와 엘드란 시리즈는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용자 시리즈와 엘드란 시리즈, 여기에 건담 시리즈를 동시에 기획하고 제작할 정도로 선라이즈는 로봇 아니메에 있어서 당시 어느 일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보다도 폭넓은 인재 풀을 갖고 있던 셈이다. 


라이징오가 성공한 가장 큰 요인은 주시청층인 초등학생 아이들의 감정이입을 극대화한 설정에 있다. 이 때까지 아이들에게 인기를 끌어온 로봇 아니메는 대게 10대 중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청소년(청소년 기본법상 24세 이하까지는 청소년)들이 주인공이 되어 극을 이끌어 가는 것이 기본 공식으로, 용자 시리즈에 이르러서도 10대 초반의 유소년 등장인물들은 주인공, 또는 조연급으로 등장해도 직접 로봇을 조종하는 주체가 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라이징오는 주 시청자와 동일한 연령대의 주인공들이 직접 로봇을 조종할 뿐만 아니라, 학교가 로봇의 격납고로, 학급 전체가 전략상황실로 변하여 모든 학생들이 전투요원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어린이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게 된다. 이제까지의 로봇물과 비슷한 컨셉을 지닌 라이징오가 히트할 수 있었던 가장 차별점은 바로 이 설정에 있다.


라이징오의 성공은 토미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라이벌 프로그램으로 라이징오보다 2개월 먼저 방영을 시작한 파이버드의 평균 시청률을 두 배 넘게 뛰어넘으며 용자 시리즈와의 첫대결에서 압승을 이끌어 내었으고, 조이드에서 쌓아온 동물 메카를 활용한 완구 판매 역시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것이다. 라이징오의 성공은 결국 엘드란 시리즈를 탄생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으며, 라이징오에서 어린 유소년들이 주인공으로 활약한다는 컨셉은 이후의 시리즈를 대표하는 설정으로 자리매김한다. 



원기폭발 간바루가 (1992), 元気爆発 ガンバルガー


ⓒ SUNRISE · テレビ東京

<정보>

◈ 원작: 야다테 하지메
◈ 감독: 카와세 토시후미
◈ 시리즈 구성: 카네마키 켄이치(金巻兼一)
◈ 스토리보드/연출: 모토나가 케이타로(元永慶太郎), 히다카 마사미츠(日高政光), 타니구치 고로 외
◈ 캐릭터 디자인: 콘도 타카미츠(近藤高光)
◈ 메카닉 디자인: 야마다 타카히로
◈ 작화감독: 콘도 타카미츠, 니시무라 노부요시 외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
◈ 음악/노래: 하세가와 토모키(長谷川智樹) / Yoshiko
◈ 프로듀서: 우치다 켄지, 후지나미 토시히코, 이케다 ?(池田朋之)
◈ 제작사: TV 도쿄, 요미우리 광고사, 선라이즈
◈ 저작권: ⓒ SUNRISE · テレビ東京
◈ 일자: 1992.04.01~1993.02.24
◈ 장르: SF,로봇,액션
◈ 구분/등급: TVA(47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PG)



<소개>

라이징오의 대성공은 토미로 하여금 엘드란 시리즈와 완구 브랜드를 계속적으로 추진하게 하는 기폭제가 된다. 라이징오의 스탭진이 거의 대부분 본작에 다시 참가하여 라이징오의 종방과 함께 곧바로 바통을 이어받은 엘드란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은 바로 '원기폭발 간바루가(1992)'. 라이징오에서 이어져 온 유소년들이 직접 로봇을 조종하는 설정을 이어받았지만, 학급 전체가 크루(Crew)였던 라이징오와는 달리, 3명의 소년이 3인 전대로 활약하며 놀이터와 동네 사거리, 아파트 등에서 메카가 출격한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여기에 마법과 같은 요소가 담긴 것도 재미. 저주가 걸린 3인의 주인공 소년들이 정체가 들키면 개로 변하게 되며, 이 때문에 정체를 들키지 않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은 이 작품만의 독특한 설정이다. 전작에 비해 드라마적인 요소가 가미되는 등 여러가지 변화를 주었으며, 라이징오에 비해서는 낮았지만 간바루가의 평균시청률은 경쟁작인 용자 시리즈를 압도하면서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다. 


다만, 간바루가의 문제는 완구 비즈니스에 있었다. 라이징오의 성공에 고무된(?) 토미의 개발팀이 간바루가의 디자인을 너무 복잡하게 만들어버린 결과, 당시로서는 상당한 고가(16,800엔)의 제품이 나와버린 것이다. 여기에 변신합체 기믹이 복잡하고, 합체 후에는 필요없는 부속이 너무 많이 남는다는 것도 변신합체 로봇으로서의 상품가치를 떨어뜨려 버리는 요소였다. 결국 이러한 문제들은 간바루가의 시청률을 완구 판매에 연결시키지 못하면서 비즈니스적으로 실패한 작품이 되는 원인을 제공한다. 변신합체 완구에 능숙하지 못했던 토미의 이 실수는 이후 엘드란 시리즈가 단명하게 되는 치명적인 오점으로 남는다.


열혈최강 고자우라 (1993), 熱血最強 ゴウザウラー


ⓒ SUNRISE · テレビ東京

<정보>

◈ 원작: 야다테 하지메
◈ 감독: 카와세 토시후미
◈ 각본: 카와세 토시후미, 시모 후미히코(志茂文彦), 치바 카즈히코(千葉克彦) 외
◈ 스토리보드/연출: 코우 유우(紅優), 히다카 마사미츠, 타니구치 고로 외
◈ 캐릭터 디자인: 카와모리 요시노리(兼森義則)
◈ 메카닉 디자인: 야마다 타카시 / 城前龍治 - 메인 메카닉
◈ 작화감독: 니시무라 노부요시, 사쿠마 신이치 외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
◈ 음악/노래: 하세가와 토모키 / Seraphim - 오프닝, 하야시바라 메구미(林原めぐみ) - 엔딩
◈ 프로듀서: 우치다 켄이치, 후지나미 토시히코, 이와타 케이스케(岩田圭介)
◈ 제작사: TV 도쿄, 요미우리 광고사, 선라이즈
◈ 저작권: ⓒ SUNRISE · テレビ東京
◈ 일자: 1993.03.03~1994.02.23
◈ 장르: SF,로봇,액션
◈ 구분/등급: TVA(51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PG)


<소개>

간바루가의 패착이 완구의 완성도에 있음을 깨달은 토미는 세번째 시리즈에서는 보다 완성도 높은 완구를 만들어내기 위해 자사의 총력을 동원한다. 그리하여 조이드 시리즈에서 이어져온 공룡이라는 컨셉을 메카닉에 이식하고, 라이징오에서 큰 호평을 얻은 전체 학급이 승무원으로 활약한다는 컨셉을 다시금 부활시켰으며, 간바루가에서 이어져 온 드라마성을 보다 짙게 하여 새로운 세번째 시리즈를 내놓으니 이것이 바로 불가피하게 엘드란 시리즈의 최종장이 되어버린 '열혈최강 고자우라(1993)'이다.

고자우라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라이징오와는 달리 좀 더 현실적인 학급 분위기를 만들어내었다는 점이다. 전형적이고 비현실적인 학급과 학생들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단순한 이야기를 보여주었던 라이징오와는 달리 고자우라에서는 학급 내에서의 반목과 갈등 등이 부가되며 드라마성을 강조하게 된다. 이러한 설정은 좀 더 연령대가 높은 시청자들에게 어울리는 것으로, 작품의 드라마적 완성도를 높여주기는 했지만 역으로 주시청자인 아이들의 흥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이기도 했다. 결국 시청률은 엘드란 시리즈 중 가장 낮은 7~8%의 시청률을 기록하지만 역대 용자 시리즈의 시청률이 평균 4%대인 걸 감안하면 이는 결코 낮은 시청률로는 볼 수 없다.

다만, 고자우라 역시 아니메보다는 완구 회사의 비즈니스가 발목을 잡고 만다. 완성도 높은 완구를 만들어내기 위해 출시 시기를 늦춰가면서까지 분투했지만, 출시된 완구의 완성도는 기대 이하였으며, 합체 후 너무 많은 부속품이 불필요하게 남는 고질적인 문제 역시 해결되지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본작이 방영을 시작하고서 무려 9개월이 지나서야 완구가 출시되었으니 완구 판매는 이미 실패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셈. 토미의 이 초보적인 실수는 결국 엘드란 시리즈를 고자우라에서 멈추게 하는 패착이 된다. 후속작으로 '완전승리 다이테이오'가 기획되고 있었지만, 토미의 비즈니스 실패로 인해 다이테이오는 결국 제작되지 못하고 잡지나 코믹스로만 남게 된다. 엘드란 시리즈의 조기 퇴장과 함께 용자 시리즈로 새로운 전성기를 기대했던 로봇 아니메의 앞길에는 다시금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려 하고 있었다 .


<참고 사이트>

[1] エルドランシリーズ, Wikipedia Japan
[2] 絶対無敵ライジンオー, Wikipedia Japan
[3] 元気爆発ガンバルガー, Wikipedia Japan
[4] 熱血最強ゴウザウラー, Wikipedia Japan
[5] 絶対無敵ライジンオー(1991), allcinema.net
[6] 元気爆発ガンバルガー(1992), allcinema.net
[7] 熱血最強ゴウザウラー(1993), allcinema.net
[8] 엘드란 시리즈, 엔하위키 미러
[9] 절대무적 라이징오, 엔하위키 미러
[10] 원기폭발 간바루가, 엔하위키 미러
[11] 열혈최강 고자우라, 엔아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UNRISE · テレビ東京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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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노 감독의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 목차>


기동전사 건담 F91 (1991), 機動戦士ガンダムF91 / Mobile Suit Gundam F 91


ⓒ SOTSU · SUNRISE


<정보>

◈ 원안: 야다테 하지메(矢立肇)
◈ 원작/감독: 토미노 요시유키(富野由悠季)
◈ 각본: 이토 츠네히사(伊東恒久), 토미노 요시유키
◈ 캐릭터 디자인: 야스히코 요시카즈(安彦良和)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大河原邦男)
◈ 작화감독: 키타하라 타케오(北原健雄), 무라세 슈코우(村瀬修功), 고바야시 토시미츠(小林利充)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池田繁美)
◈ 음악/노래: 카도쿠라 사토시(門倉聡) / 모리구치 히로코(森口博子)
◈ 제작/프로듀서: 야마우라 에이지(山浦栄二) / 나카가와 히로노리(中川宏徳)
◈ 제작사: 선라이즈, 나고야 TV, 반다이, 쇼치쿠, 소츠 에이전시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91.03.16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줄거리>

제2차 네오지온 항쟁으로부터 30년이 흐른 우주세기 0123년, 지온의 잔당마저 와해되면서 우주는 한동안 전란이 없는 평화로운 시대가 계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오랜동안의 평화로 인해 지구연방은 다시 나태와 부정부패로 얼룩지게 되고, 이러한 지구연방에 반기를 들고 고결한 귀족이 우주를 다스려야 한다는 코스모 귀족주의를 내건 로나 가문의 당주 마이처 로나와 신흥기업 붓흐 콘체른, 그리고 이들의 지원을 받은 사병조직 크로스 본 뱅가드가 주축이 되어 코스모 바빌로니아 제국이 세워지게 된다.

우주세기 0123년 3월, 마이처 로나의 사위이자 크로스 본 뱅가드의 사령관인 카롯조 로나의 양아들 도렐 로나 대위가 이끄는 모빌 슈트 부대가 스페이스 콜로니 프론티어 IV를 급습한다. 갑작스런 크로스 본 뱅가드의 습격에 연방의 수비부대는 속절없이 무너지고, 이곳에 살고 있던 평범한 소년 시북 아노와 그의 친구들 역시 전화에 휘말리게 된다. 차례로 파괴되는 연방의 MS들 속에 시북은 엉겁결에 연방이 개발하고 있던 신형 MS 건담 F91에 탑승하게 되는데...


<소개>

'용자 엑스카이저(1990)'에서 전술했다시피, 나고야 TV의 토요일 밤 5시 반을 책임지고 있던 선라이즈 표 로봇 애니는 '기갑전기 드라고나(1987)'를 끝으로 한동안 사라졌다가 엑스카이저에 이르러서야 극적인 부활을 이루게 된다. 이는 반다이의 건프라에 의해 뒷전으로 밀렸던 전통의 완구 회사 타카라의 회심의 역습이기도 했으니, 경쟁사라 할 수 있는 반다이 역시 마냥 이것을 바라볼 수 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리얼 로봇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건담이라는 브랜드는 팬들에게 지워지지 않는 문신과도 같았으며 이것은 반다이에게도 비즈니스적으로 마찬가지의 상황, 결국 용자 시리즈가 촉발시킨 로봇 아니메의 부활은 반다이에게로 하여금 건담 시리즈를 리부트는 시키는 동기를 부여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것이 바로 건담 시리즈의 세번째 극장용 아니메인 '기동전사 건담 F91(1991)'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1986)' 이후로 한동안 동면에 들어갔던 건담 TV 시리즈를 다시금 기획한다는 것은 반다이로서도 조심스러운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건담 시리즈는 이전과 달리 치밀한 사전 기획과 미디어 믹스가 전개되는데, 우선 건담 F91의 세계관을 팬들에게 좀 더 잘 이해시키고 관련 건프라 브랜드의 프로모션을 겸하기 위한 의도로, '기동전사 건담 F90'의 세계관을 1990년 여름부터 코믹스로 공개하게 된다. 건담 F90에서 주목할만한 것은 바로 건담 시리즈의 핵심 설정이라 할 수 있는 인간형 기동병기 모빌슈트의 크기가 대폭 축소되어 20m를 넘어섰던 전고가 15m 크기로 축소된 것이라 하겠다. 좀더 작고 세밀한 프라모델이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반다이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1/100 크기의 건프라가 1/144 크기와 별 차이가 없어지자 당시 기술력으로는 프라모델의 디테일과 기믹 구현에 있어서 마이너스 요인이 되었고, F90, F91 시리즈에서는 1/144 브랜드가 사라지는 결과도 가져오게 됨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기에 건담 F90 외에도 건담 F91은 한가지 안전장치를 더 두게 되는데, 그것은 건담을 바로 TV 시리즈로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극장용 아니메로 초반부의 이야기를 선공개한 후, 반응을 보고 뒷 이야기를 TV 시리즈를 기획하자는 것이었다. 이러한 기획 방향은 지금에 와서 보면 명백한 자신감 부족이라 할 수 있다. 작품 자체가 아예 낯설은 작품이라면 모를까, 건담 시리즈는  이미 아니메 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고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아니메다. 이것을 굳이 극장용 아니메로 만들고 추이를 본다는 의미는 건담이라는 브랜드 자체에 반다이 스스로도 확신을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사례는 아니었을까.

어찌되었든 이 기획을 실행하기 위해 반다이는 역습의 샤아 이후 한동안 휴식기를 갖고 있던 토미노 요시유키를 감독으로 기용하고, 마찬가지로 '비너스 전기(1989)' 이후 아니메 업계를 떠나 코믹스에만 전념하고 있던 야스히코 요시카즈를 다시 불러들여 캐릭터 디자인을 맡겼으며, 메카닉 디자인 역시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 이후 등장한 나가노 마모루, 코바야시 마코토, 후지타 카즈미, 이즈부치 유타카 등이 아닌 오리지널 시리즈의 디자이너인 오카와라 쿠니오를 복귀시키는 등 건담 시리즈의 리부트를 위한 최정예 멤버들을 소집하게 된다. 다만, 작화에 있어서는 야스히코가 캐릭터 디자인만을 맡으면서 신진들이 투입되었고, 이 때 참여한 무라세 슈코우는 건담 F91을 시작으로 '기동전사 V 건담 (1993)', '신기동전기 건담 W(1995)' 등 후기 건담 시리즈를 대표하는 작화가로 성장하게 된다.


이야기는 기존의 건담 시리즈와는 연관이 거의 없는 30년 후의 이야기이다. 토미노 스스로도 아무로와 샤아의 대결로 압축되었던 과거의 건담 이야기를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건담 시리즈를 다시 시작할 동기부여가 되었을 터. 그만큼 건담 시리즈로 받아온 토미노의 스트레스는 큰 것이었는데, 이 때문인지 지온이나 뉴타입 등 과거 건담의 단골 설정들이 대거 삭제되고 새로운 설정들로 대체되며, 주인공 역시 히스테릭하고 정신적 문제를 갖고 있던 이전의 주인공과는 달리 시북 아노라는 비교적 평범하고 무난한 성격의 인물이 맡게 된다. 극장 아니메의 이야기가 비록 프롤로그적 성격을 갖고 있지만, 많은 등장인물들이 죽어나가던 토미노의 이야기와 달리 어느 정도 해피 엔딩 형태로 마무리되는데, '무적초인 점보트3(1977)'부터 역습의 샤아에 이르기까지 토미노의 작품 패턴이 '새드 엔딩-해피 엔딩'을 반복하고 있음을 상기하면 역습의 샤아 이후 만들어진 건담 F91의 엔딩은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물론, 이는 다음의 작품이 지극히 암울하게 되리라는 의미기도 하지만. 실제로 V 건담을 상기해보면 이 가정이 사실임을 알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새로운 건담 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의 윤곽이나 몇몇 설정이 기존의 건담 시리즈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건담 설계자인 주인공 시북 아노, 서로가 사랑하는 두 남녀 주인공이 적대한 두 세력으로 나뉘어져 있는 현실, 가면을 쓴 주인공의 라이벌 격 악역 등, F91은 새로운 건담 시리즈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기존의 시리즈에서 별달리 나아간 점이 없다. 극장용 아니메가 건담 F91 세계관의 프롤로그적 성격을 띈 이야기이다 보니 기승전결의 한계를 갖고 있는데, 여기에 설정마저 기존 건담과 그리 달라진 것이 없으니 전체적으로 이야기는 지루한 양상을 띄고 있다. 2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구겨 넣으면서 스토리 흐름이 무너진 것도 또 하나의 악재다.

한가지 더 짚고 가야할 것은, 거대한 이야기를 만들고 심오한 인간 드라마를 구축하는데 있어서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토미노이지만, 그에게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가진 드라마틱한 장면 구성이나 섬세한 연출력, 린 타로 혹은 데자키 오사무가 보여준 현란한 영상기법이 없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그의 작품은 볼거리가 부족하다는 이야기인데 TV 시리즈 등으로 어느 정도 이야기가 진행이 된 기존의 건담 시리즈라면 큰 문제가 없었지만, 새롭게 시작된 건담 시리즈에서, 그것도 TV 시리즈가 아닌 극장 아니메에서 관객들을 사로잡을 만한 볼거리와 이야기거리를 보여주기에는 제아무리 토미노라도 역부족은 아니었을까. 반다이의 자신감 없는 기획과 참신하고 매력적인 이야기를 보여주지 못한 토미노의 연출 미스는 결과적으로 야심차게 시작된 건담 F91의 주요 실패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극장용 아니메 답게 작화의 퀄리티는 뛰어난 수준이며, 오랜만에 야스히코의 캐릭터(물론 그가 직접 그리지는 않았지만)를 건담 시리즈에서 볼 수 있다는 의의도 있다. 건담 시리즈에 등장하는 상대측 모빌슈트의 트레이드 마크인 모노아이 타입의 마스크를 버리고, 독일군 방독면 형태의 마스크를 채용한 것도 나름 신선한 시도. 이 시도는 F91이 실패하면서 2년 뒤 V 건담에서 다시 한 번 사용되지만, V 건담마저 실패하면서 모노아이 디자인의 유무가 건담 시리즈의 성패에 있어서 하나의 징크스처럼 작용하게 된다. 다만, 건담 F91의 참패에도 불구하고 91년부터 건담 시리즈는 다시금 부활의 날개를 펴게 되는데, 그것은 건담 F91과 비슷한 시기에 기획된 선라이즈의 또다른 건담 시리즈 때문이었다.

ⓒ SOTSU · SUNRISE · 講談社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ガンダムF91, Wikipedia Japan
[2] 機動戦士ガンダムF91 (1991), allcinema.net
[3] 기동전사 건담 F91,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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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용자 파이버드(1991), 太陽の勇者ファイバード / The Brave Fighter of Sun Fighbird


ⓒ SUNRISE


<정보>

◈ 원작: 야다테 하지메(矢立肇)
◈ 감독: 야타베 카즈요시(谷田部勝義)
◈ 시리즈 구성/각본: 히라노 야스시(平野靖) / 히라노 야스시, 호시야마 히로유키(星山博之) 외
◈ 스토리보드/연출: 타카마츠 신지(高松信司), 히다카 마사미츠(日高政光) 외
◈ 캐릭터 디자인: 우에다 히토시(植田均)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大河原邦男)
◈ 작화감독: 우에다 히토시, 히라이 히사시(平井久司), 사사카도 노부요시(佐々門信芳) 외
◈ 치프 애니메이터: 오바리 마사미(大張正己
◈ 미술감독: 오카다 아리아키(岡田有章)
◈ 음악/노래: 와타나베 토시유키(渡辺俊幸) / 카모시타 야스코(鴨下泰子), 사토 유키오(佐藤幸世)
◈ 기획/제작: 이마이 마코토(今井慎), 혼나 요이치(本名洋一), 요시이 타카유키(吉井孝幸)
◈ 제작사: 선라이즈, 나고야 TV, 도큐 에이전시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91.02.02~1992.02.01
◈ 장르: SF,로봇,액션,용자물
◈ 구분/등급: TVA(48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PG)


<줄거리>

선조 대대로 물려받은 유산으로 세계평화와 지구를 위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노 과학자 아마노 히로시. 손주들인 켄타와 하루카와 함께 살고 있는 그는 라이벌인 쟝고 박사가 지구를 위협할 것이라는 망상에 전투기와 각종 장비들을 만들고 안드로이드까지 손을 대고 있는 중이다, 물론, 제대로 동작되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이런 위업(?)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연구실적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을 싫어하는 아마노 박사의 진짜 이유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상속세 미납 때문이라나 뭐라나. 

안드로이드의 완성에 막바지 작업을 하던 아마노 박사는 연구실패로 그만 불을 내고 만다. 가까스로 불을 껐지만 소방대가 출동하고 평소부터 아마노 박사의 상속문제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는 사츠다 형사까지 들이닥치면서 곤경에 처한 아마노 일가. 바로 이 때 하늘로부터 천둥과 함께 정체불명의 에너지원이 소방대와 연구소를 덮친다. 에너지 생명체라 불리는 이들은 드라이어스라 불리는 사악한 에너지 생명체를 쫓아 지구로 온 이들로, 근처에 있던 소방차와 경찰차, 아마노 박사가 만든 전투기와 탈 것, 그리고 안드로이드와 융합을 시도하는데...


<소개>

'용자 엑스카이저(1990)'의 뜻하지 않은 성공은 선라이즈로 하여금 새로운 장르를 구축할 수 있는 모티브를 제공하게 된다. 걸출한 로봇 아니메 제작사이기도 한 선라이즈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곧바로 후속 시리즈를 발표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용자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으로 본격적인 용자 시리즈의 출발을 알리게 된 '태양의 용자 파이버드(1991)'이다. 엑스카이저의 종영과 동시에 시작된 파이버드는 엑스카이저의 핵심 스텝진이 거의 그대로 기용되고 있는데, 이는 여러면에서 전작의 스타일을 계승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파이버드는 엑스카이저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 엑스카이저로부터 수년 후의 지구라는 설정으로 기획되었으며 외계에서 온 형태를 갖지 않은 에너지 생명체가 각종 탈것과 결합하여 용자로 재탄생한다는 등, 많은 점에서 엑스카이저의 설정을 공유하고 있다. 다만, 엑스카이저의 연관관계가 작중에서 크게 드러나지는 않고 그저 설정으로만 언급되고 있다는 점에서 무언가의 이유로 전작과의 관계설정이 기획도중 변경된 것으로 보인다. 엑스카이저의 용자들이 우주경찰 소속이었던 것과 달리 파이버드의 용자들은 우주경비대 소속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본작의 주인공이기도 한 용자 카토리 유우타로의 경우는 엑스카이저를 동경하여 우주경비대에 들어왔다는 설정을 갖고 있다. 기획단계에서는 엑스카이저의 출현도 고려되었다는데 실제 시리즈에서는 이것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파이버드는 엑스카이저와는 다른 몇가지 새로운 시도가 추가되는데, 우선 주인공 용자인 카토리 유우타로가 거대한 로봇용자가 아닌 사람 크기의 안드로이드라는 점이다. 평상시에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위기 시에는 사이보그의 모습으로 변하여 파이버드의 가슴에 하나의 부품으로 결합되는 모습은 분명 시리즈에 영감을 준 트랜스포머에서도, 탑승형 로봇이 주를 이루는 로봇 아니메에서도 보기 힘든 이질적인 모습이다. 평상시에는 다소 어눌하고 우습긴 하지만 멀쩡하게 생긴 훤칠한 남자 주인공이 용자로 변신한다는 점은 이 시리즈를 남자 어린이 뿐만 아니라 여자 어린이들에게도 어필하게 만드는 포인트이다. 하토리는 용자 시리즈에서는 후일 '용자지령 다그온(1996)'이 등장하기 전까지 유일한 청년 주인공이었으며, '용자왕 가오가이가(1997)'의 시시오 가이가 등장하기 전까지 유일한 비인간형 주인공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후일 가이의 탄생에 많은 영향을 준 캐릭터이기도 한 셈이다.

여성 시청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캐릭터의 등장, 좀 더 세심해진 용자들의 개성부여 등 여러 면에 파이버드는 엑스카이저를 업그레이드한 용자 시리즈로서 더 많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게 된다. 오바리 마사미가 참여한 메카 액션 역시 당시로서는 수준급.  평균 시청률은 역대 용자시리즈 중 '용자경찰 제이데커(1994)'에 이은 두 번째일 정도로 성공한 편이지만, 슈퍼전대 시리즈와 같은 방영 당시의 막강한 경쟁작들의 출현으로 인해 완구 매출에서는 기대 이하의 실적을 보이게 된다. 특히, 타카라의 경쟁사 토미가 기획하고 역시 선라이즈가 제작한 또다른 변신로봇물 '절대무적 라이징오(1991)'의 등장은 형제격이라 할 수 있는 용자 시리즈에게 있어서 아니메와 완구 시장, 두 분야에서의 강력한 라이벌의 등장을 의미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엑스카이저를 건너뛰고 파이버드가 96년에 KBS를 통해 방영된다. 한국에서의 방영제목은 '지구용사 선가드'로, 일본 못지 않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90년대 청소년들에게 있어서 마징가 Z 세대에 못지 않은 추억의 로봇물로 각인된다. 이로 인해 이 시기부터 한국에서는 슈퍼로봇 아니메를 대표하는 대명사가 용자물이 되어버린 것도 파이버드 덕분이라면 덕분일까. 더빙과 한국 성우의 연기들도 큰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참고 사이트>

[1] 太陽の勇者ファイバード, Wikipedia Japan
[2] 太陽の勇者ファイバード(1991), allcinema.net
[3] 태양의 용자 파이버드,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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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 엑스카이저 (1990), 勇者エクスカイザー / Brave Exkaiser


ⓒ SUNRISE


<정보>

◈ 원작: 야다테 하지메(矢立肇)
◈ 감독: 야타베 카즈요시(谷田部勝義)
◈ 시리즈 구성/각본: 히라노 야스시(平野靖士) / 히라노 야스시, 소노다 히데키(園田英樹), 와타나베 마미(渡辺麻実), 마루오 케이코(まるおけいこ) 외
◈ 스토리보드/연출: 후쿠다 미츠오(福田己津央) - 연출책임, 카와세 토시후미(川瀬敏文), 타카마츠 신지(高松信司) 외
◈ 캐릭터 디자인: 히라오카 마스유키(平岡正幸)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大河原邦男)
◈ 작화감독: 히라오카 마스유키, 사사카도 노부요시(佐々門信芳) 외
◈ 메카 작화감독: 타카야 히로토시(高谷浩利)
◈ 미술감독: 오카다 아리아사(岡田有章)
◈ 음악/노래: 타나카 코헤이(田中公平) / 미우라 히데미(三浦秀美) - 오프닝,엔딩
◈ 기획/제작: 이마이 마코토(今井慎), 혼나 요이치(本名洋一), 요시이 타카유키(吉井孝幸)
◈ 제작사: 선라이즈, 나고야TV, 도큐에이전시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90.02.03~1991.01.26
◈ 장르: SF,로봇,액션,용자물
◈ 구분/등급: TVA(48화) / 초등학생 관람가(PG)


<줄거리>

300년 동안 286개의 행성을 약탈한 우주해적 가이스터는 다음 타겟인 지구로 향한다. 에너지 생명체로서 공룡의 모형과 융합한 가이스터는 지구상의 모든 보물을 빼앗을 목적으로 홛동을 개시하고, 행성 카이저스타의 에너지 생명체로서 우주경찰 조직 카이저스 역시 가이스터의 음모를 분쇄하고 그들을 체포하기 위해 지구로 오게 된다. 카이저스의 리더인 엑스카이저는 한 중고 스포츠카의 몸을 빌어 활동을 개시하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그 차는 호시카와 코우타 가족의 자동차. 엑스카이저와 코우타의 운명적인 만남은 이렇게 이루어지게 되는데...


<소개>

'기갑전기 드라고나(1987)'를 끝으로 80년대를 주름잡던 소위 리얼로봇 장르는 TV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나고야 TV의 토요일 5시 반을 책임지고 있던 선라이즈표 리얼로봇이 끝을 맺은 뒤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우선 드라고나가 종영을 하자 곧이어 방송된 프로는 과거 도쿄무비신사에서 프랑스의 DIC와 합작했던 '우주전설 율리시즈 31(1981)'였다. 81년에 제작되었지만 방송단가 문제로 일본 내에서는 방송국을 잡지못했던 율리시즈 31이 리얼로봇의 시간대를 쓰게 된 것이다. 2개월 만에 율리시즈가 종영한 뒤에는 '개전 사무라이 트루퍼(1988)'가 그 자리를 차지했는데, 사무라이 갑옷 모양의 갑주를 쓰고 싸우는 5명의 소년이라는 시놉시는 당시 큰 성공을 거두었던 쿠루마타 마사미 원작의 '성투사성시(1986, 세인트 세이야)'의 아류임을 짐작할 수 있다. 아류지만 나름의 인기를 얻어 팬덤을 형성했던 사무라이 트루퍼가 종영한 뒤에는 나가이 고 원작의 '수신 라이거(1989)'가 그 바통을 이어 받는다. 바이오 아머라는 소재를 다룬, 특촬물적인 요소가 포함된 작품이었는데, 이 일련의 작품에서도 알 수 있듯이 리얼로봇 이후 로봇 아니메는 TV에서는 사실상 그 흐름이 끊긴 체 잠시동안의 동면에 들어갔던 셈이다.

한편, 자신의 완구 브랜드 다이아크론과 미크로맨 시리즈의 판권을 미국의 하스브로에 팔았던 완구회사 타카라는 하스브로가 자신들의 브랜드를 기반으로 만들어낸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대성공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미국에서 다시 일본으로 건너온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완구 브랜드로서 건프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공하게 되는데(미국시장에서 성공했다는 점에서 글로벌적인 면에서는 건프라를 능가했다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80년대 로봇 만화영화를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전반부는 건담으로 대표되는 리얼로봇 시리즈가 주도했고, 후반부부터는 트랜스포머라는 변신로봇 시리즈가 주도권을 잡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80년대 말부터는 트랜스포머의 인기도 하향세를 걷게 되는데, 이러한 당시의 상황은 당시 로봇 장르를 책임지고 있던 선라이즈와,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탄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던 완구회사 타카라 모두에게 해결해야할 일종의 숙제가 되었다. 리얼로봇을 대신할 새로운 시리즈가, 트랜스포머를 대체할 새로운 브랜드가 양사 모두에게 필요한 시점이었던 것이다. 

결국 양사의 필요성에 의해 리얼로봇을 대체할 새로운 신시리즈가 기획되니 이것이 바로 '용자 시리즈'의 출발점이 된다. 용자 시리즈는 리얼로봇 시리즈를 소비하던 고연령대의 팬층이 아닌 저연령대를 겨냥하여 보다 단순명료한 스토리와 과거 슈퍼로봇물에서 보여준 정형화된 공식을 도입하였고, 변신과 합체라는 슈퍼로봇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되 좀 더 화려하고 세심한 설계를 도입하게 된다. 이것은 이미 오랜 노하우를 통해 변신합체라는 컨셉을 성공적으로 완구로 재현할 수 있게 된 완구 제작사의 기술력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여기에 트랜스포머에서 보여준 생명과 지능을 가진 살아있는 로봇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되 일본인에게 보다 적합한 로컬라이징을 시도하게 되는데, 이는 과거 특촬물이나 전대물에서 볼 수 있었던 설정이기도 했다. 이러한 기획 속에서 탄생한 첫 작품이자, 나고야 TV의 토요일 5시 반 시간대를 다시 로봇물의 시간대로 바꾸게 된 작품이 바로 '용자 엑스카이저(1990)'인 것이다.


선라이즈는 리얼로봇 장르로 유명한 제작사이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과거 '초전자로보 콤바트라V(1976)'부터 '최강로보 다이오쟈(1981)'에 이르기까지 저연령대의 슈퍼로봇물의 제작에도 일가견이 있는 로봇 아니메 제작사였다. 한마디로 토미노 요시유키와 타카하시 료스케로 대표되는 드라마를 중시하는 비대중적인 작품 외에도 시청자와 스폰서의 입맛에 맞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노하우를 가진 제작사라는 것인데, 이는 같은 트랜스포머 스타일의 '머신로보, 크로노의 대역습(1986)'을 만들었으나 특유의 마니악함으로 인해 완구 스폰서에는 별다른 재미를 안겨주지 못했던 아시 프로덕션이 갖지 못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마신영웅전 와타루(1988)', '마동왕 그랑조트(1989)'로 고연령대의 로봇물에서 저연령대의 로봇물로의 페이스 전환에 성공한 선라이즈는 이러한 분위기를 엑스카이저에도 그대로 이어간다. 

생명을 가진 로봇과 인간 소년의 교감이라는 측면에서 엑스카이저는 '마징가 Z(1972)'부터 이어져온 사람이 탑승하는 로봇이라는 슈퍼로봇의 개념에 반하는 작품이다. 이는 일본의 최초 로봇인 '철인 28호(1963)' 시리즈와 연관지을 수 있는 부분으로, 트랜스포머에서 이어져온 생명을 가진 로봇이 보다 인간 주인공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아니메적인 형태로 변주되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트랜스포머의 변신 컨셉을 도입하여 차량 혹은 비행기 등의 탈 것이 로봇으로 변신한 뒤, 다시 이들이 합체를 통해 최종 인간형 로봇으로 등장하며 중후반부에는 또다른 메카와의 합체로 더더욱 진화한 형태로 변신하는 등, 슈퍼로봇 아니메에서 볼 수 있었던 다양한 변신 합체 컨셉의 노하우를 발전 계승함으로써 엑스카이저는 트랜스포머에서 영감을 받은 변신 메카닉이 등장할 뿐 과거 슈퍼로봇물의 거의 모든 노하우와 함께 인간과 로봇의 교감이라는 새로운 테마가 더해진, 기존의 슈퍼로봇과는 다른 용자 시리즈만의 독자적인 특색을 갖게 된다.

엑스카이저의 성공은 선라이즈와 타카라에게 새로운 시리즈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이로 인해 이때까지만 해도 엑스카이저라는 단발성 시리즈에 불과하던 이 작품은 후일 용자 시리즈 불리는 총 8개의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그 스타트를 끊게 된다. 용자 시리즈는 '용자왕 가오가이거(1997)'에 이르기까지 선라이즈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로봇 시리즈로 시청자들에게 사랑받게 되며, 타카라의 경쟁사 토미로 하여금 '엘드란 시리즈'를 시작하게 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다만, 그 엘드란 시리즈도 선라이즈가 제작했기에 용자 시리즈와 엘드란 시리즈는 많은 컨셉을 서로 공유하는 형제 시리즈라고 볼 수 있다.(후일 타카라와 토미는 '타카라토미'로 합병하게 된다.)


<참고 사이트>

[1] 勇者シリーズ, Wikipedia Japan
[2] 勇者エクスカイザー, Wikipedia Japan
[3] 勇者エクスカイザー(1990), allcinema.net
[4] Brave Exkaiser (TV), ANN
[5] 용자 엑스카이저,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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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을 노려라! 건버스터 (1989), トップをねらえ!Aim for the Top! GunBuster


ⓒ BANDAI VISUAL · JVC Entertainment · GAINAX


<정보>

◈ 원작/기획: 오카다 토시오(岡田斗司夫)
◈ 감독: 안노 히데아키(庵野秀明)
◈ 각본: 안노 히데아키, 오카다 토시오
◈ 콘티·설정: 안노 히데아키, 히구치 신지(樋口真嗣)
◈ 캐릭터 디자인: 하루히코 미키모토(美樹本晴彦)
◈ 메카닉 디자인/로봇 디자인: 미야타케 카즈타카(宮武一貴) / 오하타 코이치(大畑晃一)
◈ 작화감독: 쿠보오카 토시유키(窪岡俊之), 모리야마 유지(森山雄治)
◈ 미술감독: 키쿠치 마사노리(菊地正典), 사사키 히로시(佐々木洋)
◈ 음악/노래: 다나카 고헤이(田中公平) / 사카이 노리코(酒井法子)
◈ 제작총지휘: 무라하마 쇼지(村濱章司)
◈ 제작사: 가이낙스, 반다이, 빅터 엔터테인먼트
◈ 저작권: ⓒ BANDAI VISUAL · JVC Entertainment · GAINAX
◈ 일자: 1989.10.07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OVA(6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시놉시스>

2015년, 우주로 진출한 인류는 돌연 우주괴수의 습격을 받는다. 이 습격으로 우주군의 제독이자 전함 룩시온의 함장이었던 타카야 제독 이하 수많은 승무원들이 불귀의 객이 되고 만다. 우주군 제독이었던 아빠 타카야 제독을 동경하던 소녀 노리코는 아빠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우주 파일럿이 되기로 결심하게 된다. 룩시온의 비극으로부터 6년 뒤 우주괴수에 대항하기 위해 지구는 RX 계획을 발동하고, 노리코는 파일럿의 등용문인 오키나와 여자 우주고교에 입학하게 된다. 하지만, 우주 파일럿으로의 길은 생각보다 고되고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소개>

'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1987)'를 통한 가이낙스의 야심찬 시도는 커다란 실패로 귀결되었으나, 문제는 단순히 작품의 실패에 그치지 않았다. 반다이를 통해 거둬들인 거액의 투자비가 가이낙스의 부채로 남아 있었던 것이었다. 애초에 왕립우주군을 위해 한시적으로 조직된 프로젝트 집단이었던 가이낙스는 이 빚을 갚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체를 뒤로 미루고 수익을 벌어들일 방법을 모색해야할 상황에 처한다. 왕립우주군을 통해 보여주려했던 정통 SF 드라마가 대중에게 어필하지 못했음을 통감한 가이낙스는 아니메의 수요가 여전히 오타쿠를 중심으로 한 특정계층에 제한되어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게 된다. 그로 인해 그들 오타쿠의 근원이기도 했던 '우주전함 야마토(1974)'와 함께, '기동전사 건담(1979)'을 보고 자란 그들 세대가 처음으로 스탭으로 참여했던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의 컨셉을 다시금 활용하기로 마음먹게 되니, 이것이 바로 가이낙스의 본격적인 태동을 알린 동시에 그들의 정체성에 있어서 하나의 기준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 '톱을 노려라! 건버스터(1989, 이하 건버스터)'인 것이다.

☞ 만화영화 연대기: 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 (보러가기)

건버스터는 마크로스를 시작으로 80년대 OVA시장을 주름 잡고 있던 미소녀와 메카닉이라는 키워드를 작품의 테마로 삼아, 여기에 우주전함 야마토의 장중한 SF 드라마를 얹은 전형적인 오타쿠용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그런 편이지만) 80년대 당시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시선을 받던 이들 오타쿠들이 모여 오타쿠라는 편견을 벗어나기 위해 야심차게 만든 첫작품이 실패로 돌아가자, 결국 오타쿠들의 입맛에 맛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는 당시 아니메를 보는 시청층의 저변이 한정적이라는 문제도 있었지만, 과거 5~60년대를 풍미하던 도에이의 극장용 만화영화들이 70년대를 기점으로 쇠퇴한 후, 지나치게 일본적인 스타일(특히, 로봇물)에 아니메가 한정되면서 보편적인 감성을 잃어버린 결과로도 볼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아니메의 한계를 벗어나려 했던 가이낙스였으나 그들의 첫 시도인 왕립우주군 또한 보편적인 감성보다는 마니악한 측면이 강했고, 이로 인해 커다란 실패의 아픔을 보았다고 할 수 있다. 

감독은 가이낙스의 초대 멤버로 왕립우주군에서 첫 작화감독을 맡았던 신예 안노 히데아키가 맡아 이례적으로 감독으로 데뷔한다. 당시 그의 나이는 겨우 30세로, 나우시카와 마크로스 등 불과 몇 작품에서의 작화스탭 경력이 전부였는데, 당시 안노와 동년배 중 감독으로 데뷔한 인물은 마크로스 극장판에서 25살의 나이에 공동감독으로 데뷔한 카와모리 쇼지 정도가 유명해졌을 뿐이다. 천재라는 소리를 들으며 데뷔한 카와모리에 비해 안노는 다소 주목을 덜 받으며 등장했지만, 건버스터에서 보여준 그의 연출가로서의 재능은 후일 카와모리를 능가하는 수준에 이르게 됨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소녀와 메카닉, 그리고 SF 드라마라는 키워드를 접목한 건버스터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이미 그런 작품은 당대에 넘치고 찰만큼 유행이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안노는 이 기본 구도 위에 몇가지 색다른 시도를 첨가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건버스터는 이전까지의 마크로스 아류작을 뛰어넘는 스타일과 매력을 겸비하게 된다. 우선, 특촬물에 근원을 둔 히어로와 괴수라는 대결구도는 리얼로봇으로 인해 경직되어버린 당대 로봇 아니메의 구도를 일신하는 새로운 참신함을 부여하게 된다. 울트라맨이라는 히어로가 아닌 버스터 머신이라는 로봇이 그 자리를 대체했음에도 불구하고, 건버스터의 액션은 틀촬물의 히어로를 연상시키는 특유의 스타일과 멋이 넘쳤다. 재미있는 것은 로봇의 내부 메커니즘은 리얼로봇의 그것에 근거한 하이테크놀로지적인 모습이었지만, 실제 로봇이 움직이고 싸우는 모습은 특촬물과 슈퍼로봇의 내음이 물씬 풍기는 모양새였던 것이다.

안노만의 감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건버스터의 초반부는 SF 액션물이 아닌 학원물을 연상시키는데 이 부분은 야마모토 스미카 원작의 '에이스를 노려라(1972)'의 구조를 그대로 패러디한 것으로, 주인공인 타카야 노리코는 에이스를 노려라의 주인공인 오카 히로미를, 학교의 히로인 아마노 카즈미는 류자키 레이카를, 코치 오오타 코이치로는 무나가타 진을 거의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렇게 소녀들의 경쟁을 다룬 학원물에서 본격적인 우주의 모험으로 넘어가는 전개를 취하면서 건버스터는 기존의 SF 액션물과는 다른 다양한 맛을 지닌 작품으로 탄생한다. 안노의 패러디(내지 오마쥬)는 단순히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작품의 곳곳에 드러나게 되는데, 오오타 코치의 바둑판에 부착된 전자계기판이나 우주전함 엑셀리온의 기관부 등 많은 부분에서 우주전함 야마토의 오마쥬를 확인할 수 있으며, 등장인물의 방에서 볼 수 있는 미야자키 아니메의 포스터나 만화잡지 등에서는 감독과 스탭들의 오타쿠적 취향마저도 느껴진다.

여기에 한가지 더, 건버스터는 정통 SF 이론을 접목하여 극의 또다른 흥미를 유발하게 되는데, 바로 광속과 가까운 속도로 움직이게 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시간이 더 느리게 흘러간다는 우라시마 효과의 도입이 그것이다. 아광속의 속도로 날아간 주인공들이 지구로 돌아왔을 때 그녀들이 겪은 시간은 불과 수개월이지만 지상에서는 이미 십수년이 흐른 뒤라는 이 설정은 단순한 극적 재미 이상의 의미를 작품에 부여하게 된다. 이로 인해 초반부만 하더라도 다소 가벼웠던 극의 분위기는 후반부로 갈수록 무거워지는데, 이렇게 몇가지 과학적, 철학적 소재를 극에 적절하게 도입하고 활용하는 안노의 재능은 후일 '신세기 에반게리온(1995)'에 이르러 만개하여 작품에 대한 여러가지 논란과 해석, 추측과 가십을 낳는 매개로 발전하게 된다.

ⓒ BANDAI VISUAL · JVC Entertainment · GAINAX

전형적인 SF 아니메의 특장점과 정통 SF적인 요소를 성공적으로 결합시켰지만 부정적인 요소 또한 그대로 남아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불필요한 성적 표현과 노출이다. 버스터 머신에 탑승하는 여성 파일럿들의 복장이 에어로빅 유니폼인 것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듯. 여기에 이미 과거에 안노가 DAICON III 오프닝 애니메이션에서 선보였던 바스트 모핑(여성의 가슴이 흔들리는 모습을 묘사한 씬을 일컫는 용어)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든지, 필요 이상으로 목욕씬과 속옷 씬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80년대 OVA의 대표적인 상술임을 감안한다고 해도 불필요하게 많아 극의 흐름을 끊는다. 이는 이 작품이 그럴듯한 테마와 중후한 설정으로 무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상업적인 노선을 걷는 작품임을 증명하는 사례로, 이후 에반게리온을 위시한 여러 가이낙스 작품에서도 이러한 노선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캐릭터 디자인을 하루히코 미키모토가, 메카닉 디자인을 미야타케 카즈타카가 맡고 있다는 것은 이 작품이 마크로스의 적자임을 증명하는 뚜렷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 '장귀병 MD 가이스트(1986)', '대마수격투기 강의 귀(1987)' 등에서 특촬물적 요소가 결합된 독특한 메카닉을 선보인 오하타 코이치나, '프로젝트 A코(1986)'를 통해 미소녀와 SF를 그전과는 다른 형태로 접목시켰던 모리야마 유지, 스튜디오 비보 출신으로 당시에는 미완의 대기였던 쿠보오카 토시유키, 후일 특촬물 감독으로 성장하게 되는 가이낙스의 멤버 히구치 신지 등의 진용도 믿음직스럽다. 

작품은 대성공을 거두었으나, 높은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들어간 제작비 역시 만만치 않았기에(제작비의 압박 때문이었는지 최종화에서는 채색이 되지 않은 콘티가 그대로 작품의 컷으로 사용되는 씬이 등장한다. 이는 에반게리온을 포함한 후대 가이낙스의 작품에 종종 엿보이는 모습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가이낙스의 재무상황은 더더욱 악화되고 말았다. 이로 인해 가이낙스는 아니메 제작 외에 제작 하청과 컴퓨터 게임 등 닥치는 대로 수익사업에 매진하게 되니 이 때까지만 해도 가이낙스의 앞길은 어두운 터널 속이었다.



톱을 노려라2, 다이버스터(2004), トップをねらえ2!


ⓒ GAINAX · TOP2 委員会


<정보>

◈ 원안/감독: 츠루마키 카즈야(鶴巻和哉)
◈ 감수: 안노 히데아키
◈ 각본: 에노키도 요지(榎戸洋司)
◈ 콘티: 안노 히데아키, 히구치 신지, 히라마츠 타다시(平松禎史) 外
◈ 캐릭터 디자인: 사다모토 요시유키(貞本義行)
◈ 버스터머신 디자인/퓨처 비주얼: 이즈나요시쯔네(いづなよしつね) / OKAMA
◈ 메카닉 디자인: 이시가키 쥰야(石垣純哉), 코야마시게토(コヤマシゲト) 外
◈ 작화감독: 사다모토 요시유키, 시바타 유카(柴田由香), 스시오(すしお), 니시고리 아츠시(錦織敦史) 外
◈ 3D 감독/CG 모델링: 나스 신지(那須信司) / Viewworks
◈ 미술감독: 가토 히로시(加藤浩)
◈ 음악/노래: 다나카 고헤이 / ROUND TABLE, ACKO
◈ 기획/제작: TOP2 제작위원회
◈ 제작사: 가이낙스, 반다이 비주얼, JVC 엔터테인먼트
◈ 저작권: ⓒ GAINAX · TOP2 委員会
◈ 일자: 2004.11.?? ~ 2006.08.??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OVA(6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가이낙스 창립 20주년을 맞이하여 제작된 건버스터의 후속편. 건버스터를 제작할 당시만 하더라도 부채에 허덕이며, 어두운 내일 밖에 보이지 않았던 가이낙스가 이제는 일본 아니메를 대표하는 제작 스튜디오가 되어 당당히 20주년 창립작품을 내놓는 모습은 실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바로 그 기념작이 그들의 최초 히트작인 건버스터라는 사실은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

20년이 흘러 아니메의 트렌드는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로봇 아니메나 미소녀와 SF를 접목하던 트렌드는 모두 과거의 일이 되었으며, 가이낙스 스스로가 아니메의 흐름을 바꾸었던 에반게리온 이후의 아니메 부흥기를 지나 업계가 다시금 매너리즘에 빠지기 시작할 무렵, 그리고 가이낙스 자신도 에반게리온 이후 로봇 아니메에서 손을 뗀 채 말랑말랑한 연애, 메이드물에 주력하고 있을 당시, 가이낙스의 새로운 도전이 이 20주년 기념작 '톱을 노려라2!, 다이버스터(2004, 이하 다이버스터)'에서 그 전조를 알렸다면 다소 과장된 표현일까.

후속편이라 하지만, 시대배경은 건버스터에서 무려 1만 5천년 후의 이야기이다. 사실 이조차도 작품의 초반부에서는 언급되지 않는다. 시대 배경도, 캐릭터도 완전히 상이한 모습과 전개인지라 후속편이라는 표현 자체가 무색할 정도. 캐릭터 디자인은 가이낙스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또 한명의 인물 사다모토 요시유키가 맡았는데, 사다모토 특유의 슬림한 소녀적 취향에, 가이낙스의 만화영화적 표현이 접목되어 비주얼은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그것은 레트로풍의 슈퍼로봇스러운 매력을 진하게 풍기는 버스터 머신들도 마찬가지. 슈퍼로봇스러운 모습을 간직했지만 그 내부 메커니즘에서는 리얼로봇과 정교한 변신합체로봇의 컨셉을 간직했던 건버스터와 달리 다이버스터는 과거 비현실적인 변신합체 컨셉을 보여준 겟타로보와 같은 뉘앙스가 느껴진다. 건버스터라는 타이틀을 떼고 보면 오히려 이러한 다이버스터의 모양새는 근 몇년간의 가이낙스적 취향에 근접해 있다 하겠다.

다만,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다이버스터는 건버스터의 후속이라는 정체성을 공고히 한다. 특히, 라스트에서 건버스터의 히로인인 노리코를 맞이하는 라르크와 지구의 모습은 과거 건버스터에서 인류를 구하고 1만5천년 후의 시간으로 튕겨나가버린 히로인 노리코와 카즈미의 엔딩을 그들의 관점이 아닌 그들을 맞이하는 지구인의 관점으로 바라본 모양새다. 이러한 결말은 상당히 극적인 재미를 작품에 부여하는데, 이로 인해 다이버스터는 종장에 이르러 건버스터의 후속임을 완벽하게 관객에게 각인시키게 된다. (애초에 다이버스터의 각본은 엔딩부터 거꾸로 써졌다는 후문이 있다)

ⓒ GAINAX · TOP2 委員会

레트로풍의 슈퍼로봇적 컨셉과 더불어 본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또하나의 비주얼적 매력은 속칭 '카나다버스'라 불리는 다이나믹한 화면처리 기법에 있다. 이제는 고인이 된 일본 아니메업계의 전설적인 작화가 카나다 요시노리가 창안한 이 기법은 같은 액션장면도 보다 더 역동적으로 묘사할 수 있어 이를 통해 다이버스터의 액션을 거대한 스케일과 함께 실로 과장과 함축이라는 만화영화의 특성이 십분발휘된 영상미를 관객에게 선사하게 된다.

다만, 주제의식이나 여러면에서는 원작에 비해 신선도나 깊이는 부족하다. 매력적인 디자인과 역동적인 화면은 과거의 슈퍼로봇을 가이낙스적인 것으로 표현하는데 있어서 모자람이 없었지만, 20주년 기념 스페셜 작품답게 다소 이야기에는 무리함이 따른다고나 할까. 이는 과거와 달리 지나치게 소년, 소녀들 위주로 진행되는 드라마 구조의 한계이며, 동시에 작금의 아니메가 갖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이버스터의 여러가지 시도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았다. 카나다버스에 입각한 감각적인 영상미와 뜨거운 열혈과 근성, 그리고 통쾌하면서도 극적인 이야기 구조는 그로부터 3년 뒤 가이낙스의 또다른 작품에 이르러 진정한 결실을 보게 되는 것이다.


<참고 사이트>

[1] トップをねらえ!, Wikipedia Japan
[2] トップをねらえ2!, Wikipedia Japan
[3] トップをねらえ! (1988), allcinema.net
[4] トップをねらえ!2 (2004~2005), allcinema.net
[5] 톱을 노려라!, 위키피디아
[6] 톱을 노려라!, 엔하위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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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사 건담 0080, 포켓 속의 전쟁 (1989),
機動戦士 ガンダム 0080 ポケットの中の戦争 / Gundam 0080 War in the Pocket


ⓒ SOTSU • SUNRISE


<정보>

◈ 원작: 토미노 요시유키(富野由悠季), 야다테 하지메(矢立肇)
◈ 감독: 타카야마 후미히코(高山文彦)
◈ 구성/각본: 유우키 쿄스케(結城恭介) / 야마가 히로유키(山賀博之)
◈ 콘티: 타카야마 후미히코, 사토 쥰이치(佐藤順一)
◈ 연출: 타카마츠 신지(高松信司), 요코야마 히로유키(横山広行)
◈ 캐릭터 디자인: 하루히코 미키모토(美樹本晴彦)
◈ 디자인 웍스: 이즈부치 유타카(出渕裕)
◈ 메카닉 디자인 협력: 아키타카 미카(明貴美加) 外
◈ 작화감독: 쿠부오카 토시유키(窪岡俊之), 카와모토 토시히로(川元利浩) 外
◈ 메카 작화감독: 이와타키 사토시(岩瀧智)
◈ 미술감독: 이케다 ?(池田繁)
◈ 음악/노래: 카시부치 테츠로(かしぶち哲郎) / 시이나 메구미(椎名恵)
◈ 기획/프로듀서: 선라이즈 / 우치다 켄지(内田健二), 타카시나 미노루(高梨実)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9.03.25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전쟁
◈ 구분/등급: OVA(6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시놉시스>

지구연방군과 지온공국의 일년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무렵, 지구연방군이 북극에서 신형 건담을 개발하고 있다는 첩보가 지온공국에 입수된다. 지온공국 돌격기동군 소속 특수부대인 사이클롭스 부대가 개발된 신형 건담의 파괴작전을 위해 투입하지만, 간발의 차이로 신형건담을 실은 셔틀은 우주로 날아오르고 작전은 실패로 끝나고 만다. 지온군은 이후 첩보를 수집하여 신형 건담이 사이드 6의 리보 콜로니에 있음을 포착, 사이클롭스 부대에게 신형 건담의 탈취/파괴 작전인 루비콘 작전의 실행을 지시한다. 하지만 이는 표면상의 목적일 뿐, 루비콘 작전에는 모종의 음모가 내재되어 있었다.

한편, 루비콘 작전을 위해 리보 콜로니에 투입된 사이클롭스 부대의 신병 버나드 와이즈먼(애칭 버니)은 콜로니에 사는 초등학생 소년 알프레드 이즈루하(애칭 알)와 우연치 않게 만나게 된다. 자신의 자쿠를 알에게 들킨 버니는 자신의 정체와 자쿠에 대해서 비밀을 지키는 조건으로 알에게 지온군 계급장을 건네 준다. 어느덧 버니와 알은 친형제처럼 가까워지게 되는데...


<소개>

ⓒ SOTSU • SUNRISE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1988)'를 통해 토미노가 창조해 낸 건담 월드는 사실상의 종언을 고했다. 시리즈를 이끌던 영원한 주인공이자 라이벌인 아무로 레이와 샤아 아즈나블의 퇴장만큼 확실한 피날레는 없었지만, 스토리의 종결과는 별개로 이미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던 건프라와 관련 상품들로서는 계속적으로 새로운 추진제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만약, 건담을 통해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스폰서 반다이에게 건담을 대체할 회심의 브랜드가 있었다면 이야기는 달랐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대안으로 제시되었던 수많은 리얼로봇 아니메의 프라모델들은 나름의 매력을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건프라 만큼의 시장을 형성하지 못했고, 더 이상의 트렌드를 만들어내지 못한체 건담 시리즈보다 먼저 소멸되어버린 뒤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과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1986)'의 연이은 실패를 통해 리얼로봇의 시대가 저물고 있었음을 알고 있었던 반다이와 선라이즈로서는 후속 건담 시리즈를 TV로 기획하는 것에는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그로 인해 당시 대안 미디어로 각광받고 있던 OVA로의 기획이 자연스레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건담 시리즈가 OVA로 제작되는 것도 상당히 화제거리였지만, 당시 팬들을 놀라게 했던 것은 건담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토미노 요시유키가 이 신시리즈에서 아예 배제되었다는 것이다. 토미노 감독이 빠진 최초의 건담 시리즈, 그것이 바로 '기동전사 건담 0080 포켓 속의 전쟁(1989)'이다.
 
새로운 시리즈답게 스탭들 역시 기존의 멤버들에서 새로운 멤버들로 일신하게 된다. 그것은 이 신 건담 시리즈가 OVA라는 저예산 작품으로 제작되는 상황이 한몫을 했을지 모르겠는데, 먼저 '초시공 요새 마크로스(1982)'에서 연출파트를 맡았던 타카야마 후미히코가 감독으로 낙점받게 된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1984)'를 제작한 탑 크래프트 출신으로, 당시 프리랜서였던 타카야마 감독은 외부와의 접촉을 지나치게 싫어하는 괴팍한 성격으로 업계에서도 기인으로 취급받고 있었는데, 마크로스에서의 연출력을 높게 평가한 반다이와 선라이즈의 의견일치로 인해 은둔생활에서 벗어나 토미노가 빠진 건담호의 선장으로 오르게 된다. 로봇물에 대한 짙은 회의를 품고 있던 그였지만 건담 시리즈 이후로 '초시공세기 오거스 02(1993)', 'WXIII 기동경찰 패트레이버(2001)', '라제폰(2002)' 등 완성도 높은 로봇물을 계속 만들어 왔다는 점에서 어찌보면 토미노 감독과 같은 길을 걸었다고도 할 수 있다.

가이낙스의 설립멤버로 마크로스 TV 시리즈에 참가하기도 했으며, '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1987)'를 통해 감독과 각본가로 데뷔한 야마가 히로유키의 참여도 인상적이다. 또한, 마크로스의 정체성을 설립한 캐릭터 디자이너 하루히코 미키모토의 참여는 본작이 이전의 건담 시리즈와 시각적으로 뚜렷하게 구별되는 중대한 포인트이기도 했다.(개인적으로 하루히코의 캐릭터는 건담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생각을 지금도 갖고 있는데, 그와는 별개로 하루히코는 이후 많은 건담 소설과 코믹스 등에서 일러스트를 맡으며 꾸준히 건담과의 인연을 이어가게 된다.) 전반적으로 볼 때 이들 주요 스탭들이 마크로스라는 공통 키워드로 묶여 있는 점은 흥미롭다. 건담의 영향을 받고 자라난 신세대들이 만든 마크로스, 그 마크로스의 스탭진들이 건담을 만든다는 것은 당시 아니메 업계의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메카닉 디자인은 더블제타 건담 이후로 건담의 대표적 메카닉 디자이너로 자리를 굳힌 이즈부치 유타카가 맡았다. 이전작까지만해도 자신의 스타일보다는 건담의 원 디자인 철학을 따르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던 이즈부치는 본작에서는 좀 더 자신의 스타일을 담아낸 MS들을 선보이게 된다. 특히, 독일 밀리터리 마니아인 이즈부치의 취향을 그대로 담아낸 MS 캠퍼는 여타의 MS와는 상당히 다른 모양새로, 오히려 그가 디자인을 맡았던 '기동경찰 패트레이버(1988)' 시리즈의 레이버와의 유사점이 더 많은 기체이기도 하다. 

새로운 건담 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모빌슈트와 뉴타입이라는 전통적인 건담 시리즈의 테마에서 벗어나 있다. 신형건담의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콜로니에 잠입한 지온의 신병 버니는 우연치 않게 콜로니의 초등학생 알과 만나 친분을 쌓으며 첩보활동을 계속한다. 알은 버니가 지온군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아직 어린 소년인지라 그것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여기에 건담의 테스트 파일럿으로 참가한 크리스티나가 우연치 않게 알을 통해 버니를 알게 된다. 알은 둘의 신분을 서로에게 얘기하지 않고서 이 좋은 만남을 계속 유지하려 하고, 크리스티나와 버니는 서로의 신분을 모른채 조금씩 호감을 품게 된다. 서로가 서로의 정체를 모른 채로 가까워지는 안타까운 구도는 결국 마지막 파국을 향한 일종의 복선이라 하겠다.

전쟁 속에 피어나는 이 묘한 상황은 전통적인 건담 시리즈보다는 오히려 마크로스 시리즈의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주인공인 이들 셋의 관계도 관계이지만 전반적으로 이 작품은 모빌슈트 간의 전쟁묘사나 뉴타입과 같은 거창한 주제 대신 좀 더 드라마적인 흐름을 타고 있으며, 등장인물 역시 이제까지 우리가 건담 시리즈에서 알아온 인물들이 모두 배제된 전혀 새로운 인물들로 이는 정통 건담 시리즈의 세계관 내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사이드 스토리였던 것이다. 건담 0080에서 보여준 이야기는 상당히 노련하면서도 만화영화의 수준을 넘어선 극적 긴장감과 드라마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로 인해 모빌슈트나 뉴타입이 사실상 극의 중심축에서 멀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상당한 임팩트와 여운을 팬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작품은 기대 이상의 성공을 가져다 주었다. 토미노 감독이 빠졌음에도, 리얼로봇의 파워가 이미 한계에 다다랐음에도 불구하고 얻은 이 호응은 반다이와 선라이즈에게 건담 시리즈를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확신을 가져다준 것이었다. 이로 인해 표류하던 건담 호는 다시금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또한번의 출항을 시작하게 된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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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 스타 스토리 (1989), ファイブスター物語 / Five Star Stories


ⓒ 永野護 · 角川書店


<정보>

◈ 원작: 나가노 마모루(永野護)
◈ 감독: 야마사키 카즈오(やまざきかずお)
◈ 각본: 엔도 아키노리(遠藤明範)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유키 노부테루(結城信輝)
◈ 메카닉 작감/메카닉 디자인 협력: 모토이기 히로아키(本猪木浩明) / 아키타카 미카(明貴美加)
◈ 미술감독: 카네코 히데토시(金子英俊)
◈ 음악/노래: 아사카와 토모유키(朝川朋之) / 나가야마 요코(長山洋子)
◈ 기획/제작: 타미야 타케시(田宮武) / 카도카와 하루키(角川春樹)
◈ 프로듀서: 우에다 마스오(植田益朗)
◈ 제작사: 카도카와 서점, 선라이즈
◈ 저작권: ⓒ 永野護 · 角川書店
◈ 일자: 1989.03.11
◈ 장르: SF, 드라마, 로봇,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시놉시스>

이스터, 웨스터, 서전드, 그리고 노오스, 4개의 태양계로 구성된 조커 태양성단에는 현재 수많은 국가들이 난립해 있다. 행성 델타베룬을 지배하는 연합국인 A.K.D(Amateras Kingdom Demesnes),  행성 쥬노의 왕정국가 콜러스, 캘러미티를 지배하는 필모어 제국, 보오스 행성의 연합국가 하스하 연합공화국 등등... 동시에 그곳은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 인간형 거대 전투병기 모터 헤드와 조종사인 헤드라이너, 그리고 그들의 파트너인 파티마들이 싸움을 펼치는 무대이기도 하다. 파티마, 그것은 인공생명체로서 모터 헤드와 헤드라이너 사이에서 모터 헤드를 보다 더 쉽게 컨트롤하기 위해 태어난 여성형 컴퓨터 안드로이드이다. 그러나 그녀들의 몸 속에는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고, 모습 역시 보통의 여성과 다를 바가 없었다.

성단 최고의 천재 과학자인 크롬 발란셰는 이 때까지 모두 44명의 파티마를 창조해낸 전설적인 파티마 마이트로, 그가 최후에 만들어 낸 세 명의 파티마는 후일 조커 성단의 미래를 좌우할 가공할 힘을 갖고 태어나게 된다. 아트로포스, 라키시스, 클로소로 알려진 이들 세자매는 운명의 3여신이라 불리웠으며, 이중 둘째인 라키시스는 조커 성단의 창조주이자 A.K.D의 지배자인 아마테라스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으니, 그것은 조커 성단 전체에 있어서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자 4개의 태양계 전체를 전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할 슬픈 운명의 서막이기도 했다.

때는 성단력 2988년, 역사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극장판 프롤로그 해설 일부 참조)


<소개>

선라이즈의 애니메이터 출신이었던 나가노 마모루가 카도카와 서점의 아니메 잡지 뉴타입을 통해 연재했던 코믹스 '파이브 스타 스토리(Five Star Stories, 이하 FSS)'를 원작으로 한 극장용 아니메. 1986년 4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코믹스는 25년이 흐른 2011년 현재 단행본으로 12권까지 발간된 채 여전히 그 완결을 알 수 없는 초장기 연재 작품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그나마 1, 2년 단위로 발간되던 단행본은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3년의 시간이 걸리게 되었고, 2006년 12권이 발간된 이후로는 5년째 연재가 멈춰선 상태로, 이는 워낙 괴팍하고 개성이 강한 원작자도 원작자이지만,(비디오 게임에 빠져 연재가 더디어졌다는 소문도 있다) 수만년에 이르는 방대한 역사와 수많은 국가, 거기에 수많은 등장인물과 파티마들, 그리고 인간형 병기 모터헤드들에 대해 일일이 세세한 설정과 디테일이 부여되고 있기에 물리적으로도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소요되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괴이한 성격의 작가 덕택에 설정이 안드로메다급으로 복잡해진 부분이 있기는 하다)

나가노 마모루가 워커홀릭이라면 모를까, 대개는 이렇게 거대한 설정을 부여한 뒤에는 작가 스스로 그 무게에 짓눌려 연재가 더디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며, (나가노는 FSS 연재 중에 종종 다른 작품들에도 손을 대었으나 대부분은 완결을 보지 못한 채 중단하게 된다.) FFS의 경우는 엄청나게 더딘 연재속도 덕에 몇 년 전의 설정이나 인물들을 나가노 본인도 잊어버린 채 작품을 연재한 뒤 이를 보충하는 별개의 설정을 만들어내기도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권당 등장하는 등장인물의 수는 대하 역사소설이나 김용의 무협소설에 비견될 만큼 많으며, 독자도 독자지만 창조해내는 작가조차 헛갈릴 정도로 많다.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수많은 인물들에게 일일이 설정을 부여한 작가의 디테일은 혀를 내두를 지경인데, 패션감각에도 일가견이 있었던 나가노에 의해 창조된 다채로운 코스튬들은 미학적으로도 다른 만화가들의 그것을 상회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하나의 컷에 들어가는 노력 또한 다른 만화에 비해 수 배가 넘는다. 

FSS는 가상의 세계인 조커 성단을 배경으로 하여 이스터, 웨스터, 서전드, 노오스의 4개 태양계에 위치한 수많은 나라들과 각 나라들의 다채로운 등장인물, 그리고 그 중에서도 모터헤드 조종사인 헤드라이너와 그들의 파트너인 여성형 안드로이드 파티마가 이야기의 중심에 서있다. 여성형 안드로이드로 작품의 주요 테마이기도 한 파티마의 경우는 보통의 여성과 다를 바 없는 외모를 갖고 있지만 영원히 늙지 않고 주인인 기사의 파트너로 봉사한다는 점에서 은연중에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이로 인해 벌어지는 그녀들의 갈등과 번민을 작품 속에 그리고 있기에 단순히 흥미 위주로 그치지는 않았다.) 작품의 주인공 중 한명인 아마테라스의 경우에는 일본의 신화에 등장하는 최고의 신으로 본 작품에서도 역시 조커 성단의 창조주로 등장하고 있는데, 아마테라스가 원래 여신이라는 설정 때문인지 FSS의 아마테라스는 겉으로 보기에는 여자로 착각할 미모로 그려지고 있다. 그 외에도 대부분이 캐릭터들이 상당히 길고 슬림한 모델과 같은 체형으로 그려지고 있는 등, 전반적으로 나가노의 여성스러운 미학관이 곳곳에 드러나고 있다.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나 파티마들의 속옷까지 디자인하고 계셨으니 뭐...)

애니메이터로서 활약하던 시절, 선라이즈의 작품에서 보여준 나가노의 메카닉적 재능은 본 작품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그가 메카닉 디자이너 겸 설정 디자이너로 작품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던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의 '중전기 엘가임(1984)'과 상당히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일부 캐릭터는 엘가임에서 모티브를 받은 것으로 보이며, 엘가임의 인간형 병기 헤비메탈(HM)은 FSS의 모터헤드(MH)와 거의 같은 컨셉을 보여주는데, HM과 MH로 양 작품의 인간형 병기의 명칭이 대칭되는 것도 작가의 의도적인 설정으로 추측된다. 실제 나가노는 엘가임의 펜타고나 월드와 FSS의 조커 성단을 같은 세계관에 묶어서 이야기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로 인해 FSS보다 나중의 시대로서 펜타고나 월드가 등장하며, 이 시기에는 파티마의 제조방법과 같은 구시대의 기술이 많이 사라졌다는 설정이 부여된다. 다만, 더딘 연재 속도로 이러한 계획이 언제쯤 반영될지는 미지수이며, 그나마 연재 중 잦은 설정 추가와 번복으로 원작자 스스로도 감당하지 못하는 FSS의 세계관이니만큼 앞으로의 방향은 미지수라 하겠다.

엘가임 뿐만이 아니라 엘가임 이후 그가 참여한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에서 그가 제출한 메카닉들도 후일 상당수가 FSS에 쓰이게 된다.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다시피 그가 그려낸 메카닉들은 너무도 세밀한 디테일을 갖고 있어 당시 기술력으로는 프라모델로서의 상품화가 용이하지 않았고,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제타 건담에서 중도 강판 당하는 사건을 겪기도 하는데, 그로 인해 나가노가 제출했던 상당수의 MS 디자인들은 FSS의 모터헤드에 적용되었고, 이 모터헤드들은 후일 상품화가 불가능할 것 같던 프라모델로 등장하여 놀라운 디테일을 선보이기도 한다. 작품의 이야기적 완성도를 차치하고서라도, 캐릭터와 코스튬, 메카닉 등 작품 전반에 걸쳐 나가노가 보여준 치밀한 디테일과 설정은 범인의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 하겠다.

카도카와의 만화잡지 뉴타입 부록 FSS 극장판 100% 콜렉션. ⓒ 角川書店

극장 아니메는 FSS의 단행본 1권에서 2권까지의 이야기인 '운명의 3여신 파트1, 라키시스'를 기본으로 66분의 러닝타임을 가진 중편 아니메로 제작되었다. 감독은 애니메이터 출신으로 '시끌별 녀석들 3 Remember My Love(1985)', '시끌별 녀석들 4 Rum the Forever(1986)' 등을 통해 연출파트로 자리를 옮긴 야마자키 카즈오가 맡았다. 유키 노부테루가 맡은 캐릭터는 나가노의 독특한 캐릭터를 극장 아니메라는 성격에 맞게 변주한 최고의 선택으로, 유키 특유의 미적감각이 더해지면서 다소 괴기스러운 나가노의 캐릭터들은 보다 더 매력적인 생명력을 부여받기에 이른다.

카도카와 극장 아니메답게 하이 퀄리티의 영상미는 이번에도 유효했다. 특히 라스트 클라이막스에 등장하는 성단 최강의 모터헤드 나이트 오브 골드의 등장씬은 본작의 대미를 멋지게 장식하는 씬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방대한 설정과 수습이 불가능한 원작의 성격상 극장 아니메는 애초부터 많은 것을 담으려 하지 않고 초반부의 이야기만을 갖고 작품을 구성하게 되는데, 그 결과 원작의 스토리가 그대로 유지되는 점에서는 비약이 심하지 않은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아무래도 서장에 불과한 초반부의 스토리가 극적인 효과를 가져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한계 역시 가지고 있었다.



<참고 사이트>

[1] ファイブスター物語, Wikipedia Japan
[2] ファイブスター物語 (ストーリーズ) (1989), allcinema.net
[3] 파이브 스타 스토리,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永野護 · 角川書店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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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황계획 제오라이머 (1988), 冥王計画ゼオライマー / Hades Project Zeorymer



<정보>

◈ 원작: 치미모리오(ちみもりを. 타카야 요시키의 또다른 필명)
◈ 감독: 히라노 토시키(平野俊弘)
◈ 각본: 아이카와 쇼(会川昇)
◈ 캐릭터 디자인: 키쿠치 미치타카(菊池通隆. 아사미야 키아의 가명)
◈ 메카닉 디자인: 모리키 야스히로(森木靖泰)
◈ 미술감독: 난고 요이치(南郷洋一) - 1,2편 / 쿠시다 타츠야(串田達也) - 3,4편
◈ 음악/노래: 카와무라 에이지(川村栄二) / 야마가타 유키오(山形ユキオ)
◈ 기획/제작: 미우라 토오루(三浦亨)
◈ 제작사: AIC, 아트믹, 도시바 EMI
◈ 저작권: ⓒ ちみもりを · AIC
◈ 일자: 1988.11.26 ~ 1990.02.21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OVA(4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시놉시스>

철갑룡, 혹은 하우 드라곤이라고 불리는 결사단체는 세계를 장악하려는 계획을 품고 팔괘중이라는 거대 로봇군단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 중 한대가 누군가에 의해 탈취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탈취당한 로봇은 팔괘중의 로봇 중 가장 강력하다 전해지는 하늘의 제오라이머. 천재과학자 키하라 마사키가 빼앗은 제오라이머는 철갑룡의 중심부에 괴멸적인 타격을 입힌 뒤 일본으로 사라지고, 철갑룡은 조직을 복구하기까지 15년이라는 세월을 필요로 하게 된다. 15년 후, 마침내 지상으로 돌아온 철갑룡은 황제 유라테이를 중심으로 지구 정복에 앞서 배신자 키하라 마사키가 숨긴 제오라이머의 탈환을 명령한다.

일본의 어딘가에 비밀리에 감춰진 제오라이머를 움직일 수 있는 인물은 이제 지구상에 오로지 두명 뿐이다. 아키츠 마사토라는 평범한 14세의 소년과 정체불명의 소녀 히무로 미쿠. 하지만, 이 제오라이머에는 스스로가 명계의 왕이 되기 위한 명황계획이라는 비밀 프로젝트가 숨겨져 있었고, 이 계획을 위해 평범한 소년이었던 아키츠 마사토는 영문도 모른 채 의문의 남자들에게 납치되고 마는데...


<소개>

타카야 요시키의 코믹스 표지. ⓒ ちみもりを · 久保書店

'강식장갑 가이버(1985)'의 원작자인 타카야 요시키가 치미모리오라는 필명으로 1983년부터 1984년까지 연재한 동명의 코믹스를 바탕으로 한 4부작 OVA. 원작 코믹스는 성인만화적 설정과 묘사가 포함된 작품으로 가이버 연재를 시작하면서 단행본으로 1권까지 발간된 후 잠정 종료 되었다. 그로부터 무려 20년이 흐른 뒤인 2004년부터 다시 연재를 재개하여 2007년이 되어서야 완결되었는데, 단 3권의 작품을 연재하는데 무려 23년의 시간이 걸린 셈이니 가이버와 함께 과연 타카야 요시키의 작품이라고 부를만(?) 하다.

84년 연재가 일단락 된 뒤 4년 뒤에서야 OVA로 만들어졌는데 감독은 히라노 토시키(본명: 히라노 토시히로)로, 제오라이머는 '싸워라, 익저 1(1985)', '파사대성 단가이오(1987)', '대마수격투 강의 귀(1987)' 등 그의 일련의 필모그라피와 같은 선상에 놓인 작품으로서 미소녀와 로봇을 테마로 한 일련의 작품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캐릭터 디자인은 역시 만화가 출신의 아사미야 키아. 애니메이터 필명(이자 본명)인 키쿠치 미치타카로 참여한 그는 한동안 그 정체를 숨기고 있었기에 키쿠치 미치타카와 아사미야 키아가 한동안 동일인물이냐 아니냐는 가십거리를 낳기도 했다. 원작자와 캐릭터 디자이너 모두 필명으로 참여한 작품인 셈이다. 메카닉 디자인으로 참여한 모리키 야스히로는 본 작품 직전 출시된 히라노 토시히로의 또다른 OVA '흡혈희 미유(1988)'에서 크리처 디자인을 맡았으며, 익저 1의 속편인 '모험! 익저 3(1990)'에서도 디자인을 담당하게 된다. 모리키는 '기동전함 나데시코(1996)', '제너레이터 가울(1998)', '초중신 그라비온(2002)', '기신포후 데몬베인(2006)', '기신대전 기간틱 포뮬러(2007)' 등 근래에도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의 인연 때문인지 키아 아사미야가 원작/총감독/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사일러트 뫼비우스(1991)'에서도 디자인을 맡게 된다.

팔괘를 형상화한 8대의 로봇과 각각의 로봇을 조종하는 개성있는 캐릭터, 그리고 영문도 모른체 최강의 로봇에 탑승하는 소년과 그를 보조하는 정체불명의 미소녀 등, 여느 로봇물에서 익히 보아옴직한 설정을 사용하고 있는지라 사실 임팩트가 크게 느껴지진 않는다. 다만, 모리키 야스히로의 독특한 감각이 살아있는 제오라이머, 그리고 다른 팔괘중의 로봇들과의 격돌은 역시 슈퍼로봇 특유의 박진감이 넘치는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이 작품의 매력은 키하라 마사키라 불리는 인물의 숨겨진 명왕계획, 그리고 그 전모가 밝혀지면서 나타나는 반전과 충격적인 결말 등이라 하겠는데, 4화로 제작된 본 OVA는 이러한 이야기들이 유기적이고 짜임새 있게 그려진 편은 아니다. 그로 인해 결말 역시 상당히 허무한 편. 한마디로 폼은 폼대로 잡았으나 풀어놓은 이야기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채 급하게 마무리 지은 모양새이다.

원작의 성적 묘사가 많이 순화되기는 했지만, 1편의 베드씬 등 오타쿠들을 위한 최소한의 서비스 컷은 존재하고 있다. 물론, 수위는 그다지 높지 않은 편. 여러모로 좋은 소재와 꽤 큰 스케일을 가진 작품이었으나, 4화에 이 모든 것을 풀어내기에는 결과적으로 역부족이었고, 각본의 완성도도 아쉬운 작품이라 하겠다.


<참고 사이트>

[1] 冥王計画ゼオライマー, Wikipedia Japan
[2] 명황계획 제오라이머,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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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경찰 패트레이버 Early Days (1988), 機動警察パトレイバー / Patlabor


ⓒ HEADGEAR · BANDAI VISUAL / TFC


<정보>

◈ 원작: 헤드기어, 유키 마사미(ゆうきまさみ)
◈ 감독: 오시이 마모루(押井守) - 6화까지 / 요시나가 나오유키(吉永尚之) - 7화
◈ 각본: 이토 카즈노리(伊藤和典)
◈ 콘티/연출: 오시이 마모루 / 나카무라 류타로(中村隆太郎), 사와이 코지(澤井幸次), 이타노 이치로(板野一郎)
◈ 캐릭터 디자인: 타카다 아케미(高田明美)
◈ 메카닉 디자인: 이즈부치 유타카(出渕裕)
◈ 작화감독: 키세 카즈치카(黄瀬和哉), 와다 타쿠야(和田卓也), 다카하시 나오토(高橋直人)
◈ 미술감독: 오구라 히로마사(小倉宏昌)
◈ 음악/노래: 가와이 켄지(川井憲次) / 카사하라 히로코(笠原弘子)
◈ 제작사: 스튜디오 딘
◈ 저작권: ⓒ HEADGEAR · BANDAI VISUAL / TFC
◈ 일자: 1988.04.25 ~ 1989.06.25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범죄물
◈ 구분/등급: OVA(7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시놉시스>

하이퍼 테크놀로지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수많은 분야에 진출한 범용 인간형 기계 레이버(Labor). 하지만 그것은 레이버 범죄라 불리는 새로운 사회적 위협을 만들어 내었다. 계속되는 레이버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경시청은 산하에 특수차량 2과를 창설하게 된다. 통칭 특차 2과로 불리는 패트레이버 중대, 패트레이버의 탄생인 것이다.

하지만 막상 창설된 특차 2과는 경시청 내부의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단 세 대의 고물 레이버만이 지급된 형식상의 조직으로, 경시청 내부에서도 따돌림을 받는 허울뿐인 조직이기도 했다. 지루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3개월 째, 마침내 최신형 레이버 3대가 특차 2과에 지급되기에 이른다. 이와 동시에 이 패트레이버의 운용을 위한 풋내기 요원들이 특차 2과에 배속되는데... (줄거리 서두는 OVA 프롤로그의 대사를 그대로 인용)


<소개>

'기동전사 건담(1979)'을 시작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리얼로봇이 87년 사실상의 종언을 고한 직후 등장한, 어찌보면 이제까지의 거대로봇 아니메 중 가장 현실적인 진짜 리얼로봇물이라 부를 수 있는 작품. 오시이 마모루를 위시한 창작집단 헤드기어의 첫 작품이자 헤드기어의 탄생을 알린 작품이며, 동시에 막다른 골목까지 다다랐던 오시이 마모루를 기사회생시킨 작품이기도 하다. 로봇물이면서도 프라모델이나 완구 업체를 스폰서로 삼지 않고 미디어 믹스적인 비즈니스 전개를 취하여 로봇물 중 거의 유일하게 스폰서의 입김에 놀아나지(?) 않은 작품이 바로 이 작품 '기동경찰 패트레이버(1988)'이다.

보통 TV 시리즈로 등장하여 인기를 끌면 극장 아니메가 제작되고, 이후 후속편이나 스핀오프 형태의 이야기가 OVA로 제작되는 것이 거의 관행이던 당시의 아니메 제작 시스템과는 달리, OVA로 등장하여 인기를 얻은 후, 극장 아니메가 제작되고 TV 시리즈가 제작되는 보편적인 방식을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 역시 특이하다 할 수 있다. 여러 면에서 패트레이버가 당대의 로봇물과는 다른 출발점과 다른 방향성을 갖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1982년, 회사원에서 전업 만화가로 전향한 유키 마사미가 친한 친구들과 설정 기획에 대한 아이디어를 교환하던 와중 '바이돌'이라는 기획에서 인간형 로봇 레이버가 등장하게 된 것이 패트레이버의 시작이다. 아이디어에 살을 붙여 가는 과정에서 몇년 뒤 건담의 메카닉 디자이너로 유명해지는 이즈부치 유타카가 가세하고, '시끌별 녀석들(1981)'을 집필하면서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토 카즈노리가 합류하면서 초기의 아이디어는 점차 애니메이션을 위한 기획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여기에 보다 애니메이션에 알맞는 캐릭터를 구현하기 위해 시끌별 녀석들과 '마법천사 크리미 마미(1983)', 그리고 '변덕쟁이 오렌지로드(1987)'를 거쳐 80년대 최고의 캐릭터 디자이너 중 한명으로 성장한 타카다 아케미가 참가하게 된다. 여기에 오시이 마모루까지 가세하면서 창작집단 '헤드기어'가 최초로 결성된다.

오시이 마모루는 비교적 늦은 시기에 이 기획에 동참하게 된다. 당시 그는 '달로스(1983)'와 '시끌별 녀석들 2 뷰티풀 드리머(1984)', '천사의 알(1985)'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면서 입지가 많이 좁아진 상황으로, 일감이 거의 없어 생활고를 겪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가 스스로 밝혔듯이 이 패트레이버는 오시이에게 있어서 기사회생의 기회이자 터닝포인트 였던 셈이다. 다만 기획이 어느 정도 잡힌 후에 참여한 본 작품에 오시이가 100% 만족하지는 않았다고 전해지며, 그중 주역 메카인 98식 잉그램의 경우에는, 슈퍼로봇에서 이어져온 인간형 로봇의 컨셉이라는 점에서 몹시나 언짢아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디자이너인 이즈부치를 '메카 음치'라고 깔아내릴 정도.) 사실적인 로봇을 그리는 작품에서 인간형 로봇은 비현실적이다라는 것을 오시이는 주장한 셈인데, 결국 본 작품에는 잉그램과 같은 인간형 레이버 외에 상당수의 레이버가 오시이의 뜻에 따라 산업기계를 연상시키는 형태로 등장하게 된다.

오프닝의 서두에서 펼쳐지는 잉그램의 놀라운 액션장면을 보고 본 작품에 빠져든 로봇 마니아들도 많았는데, 사실 오프닝의 컷은 거의 떡밥 수준으로 볼 수 있다. 본편의 전개는 로봇들의 강렬한 메카 액션과는 거리가 먼 시트콤 수준의 코미디와 드라마가 주를 이루는 작품으로, 이제까지 등장한 로봇 아니메 중 가장 평범하고 소박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애초에 코미디 영화 '폴리스 아카데미'의 인물 설정을 모티브로 삼고 있기에 작품의 주무대이자 주인공들이 소속된 특차 2과는 개성이 강한 개그 캐릭터들로 넘실거린다. 다만, 빵 터지는 강한 개그보다는 전체적으로 잔잔한 시트콤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는데, 이는 오시이표 개그의 특징이기도 하다. 개그에서조차 느린 호흡을 자랑하는 오시이의 진가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리얼로봇이라는 범주에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패트레이버는 여타의 리얼로봇에 비해 태생이나 성격이 다른 별개의 범주에 속하는 작품이다. 거대한 세력과 세력간의 전쟁을 테마로 삼았던 여타의 로봇 아니메와는 달리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부터 테러 사건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범죄를 해결하는 범죄수사물에 가까우며, 주인공들 또한 천재 파일럿이나 고뇌하는 주인공이 아닌 어딘가 나사가 하나씩 빠진 경찰 공무원들이라는 점이 기존의 로봇물과는 다르다 하겠다. 시대 배경, 장소, 생활방식 등 모든 면에서 작품이 만들어졌던 80년대를 연상시키는데, 그저 6~8미터의 인간형 로봇이 등장한다는 것만이 다를 뿐 이러한 익숙한 배경과 평범한 이야기 전개는 패트레이버를 다른 로봇 아니메와는 다른 성격의 리얼로봇물로 그려주고 있다.

로봇의 활약이 거의 없는 독특한 형식의 로봇물임에도 불구하고 반응은 기대이상이었다. 애초에 6부작으로 기획했던 OVA는 이후 1편이 더 연장되었으며 연출은 오시이 마모루가 아닌 시끌별 녀석들에서 콘티와 연출을 맡았던 요시나가 나오유키가 맡게 된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키사하라 히로코의 주제가 '미래파 Lover'는 일본 아이돌 여가수들의 앵앵거리는 목소리를 싫어하던 당시의 엘로스에게 마크로스의 노래들과 더불어 그 편견을 날려준 곡으로, 톡톡 튀는 멜로디와 상큼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곡이기도 하다. OVA 2기와 구분하기 위해 나중에 출시되는 영상 소프트에는 'Early Days'라는 부제가 붙는다.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the Movie (1989) 


ⓒ HEADGEAR · EMOTION / TFC


<정보>

◈ 감독: 오시이 마모루
◈ 각본: 이토 카즈노리
◈ 캐릭터 디자인: 타카다 아케미
◈ 메카닉 디자인: 이즈부치 유타카 
◈ 디자인 협력: 카와모리 쇼지(河森正治), 사야마 요시노리(佐山善則), 이토 타케히코(伊東岳彦)
◈ 작화감독: 키세 카즈치카
◈ 미술감독: 오구라 히로마사
◈ 음악: 가와이 켄지
◈ 기획/프로듀서: 헤드기어 / 우노사와 신(鵜之沢伸), 마키 타로(真木太郎)
◈ 제작사: 스튜디오 딘
◈ 저작권: ⓒ HEADGEAR · EMOTION / TFC
◈ 일자: 1989.07.15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범죄물
◈ 구분/등급: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컴퓨터 바이러스에 의한 레이버의 폭주를 다룬 패트레이버의 첫 극장판 아니메. 키세 카즈치카의 현실적인 극화체풍의 작화는 극장판에 와서 더더욱 두드러졌는데, 그로 인해 타카타 아케미의 터치는 많이 사라지고 있다. 이는 후일 두번째 극장판과 세번째 극장판으로 이어지는 보다 심각한 패트레이버를 위한 일종의 포석이라고도 볼 수 있다. 컴퓨터 바이러스를 이용한 에피소드는 당시로서는 상당히 참신한 설정이었는데, 무엇보다 80년대 후반은 PC의 보급률이 전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던 시대로 컴퓨터 바이러스라는 개념 자체가 일반인에게는 상당히 생소한 개념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꽤나 앞서간 소재라 할 수 있겠다. 

극장판의 레벨에 맞게 이즈부치 유타카 외에 다수의 디자이너가 참가한 것도 눈길을 끈다. 특히,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의 원작자겸 메카닉 디자이너인 거물 카와모리 쇼지의 가세라든지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으로 데뷔하여 여러 건담 시리즈에서 활약하게 되는 사야마 요시노리나 이토 타케히코 등으로 인해 한차원 더 높아진 메카닉 디테일을 경험할 수 있다. 극장판에 어울리는 뛰어난 수준의 작화 역시 볼거리로, 이후로 계속되는 압도적 퀄리티의 오시이표 극장판 아니메의 시발점이 된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다.  .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TV (1989) 


ⓒ HEADGEAR · BANDAI VISUAL / TFC

<정보>

◈ 감독: 요시나가 나오유키
◈ 각본: 이토 카즈노리, 오시이 마모루, 요코테 미치코(横手美智子), 키무라 ?(木村直人)
◈ 콘티/연출: 타키자와 토시후미(滝沢敏文), 카세 미츠코(加瀬充子) 外 / 토모나가 케이타로(元永慶太郎), 아오키 야스나오(青木康直)
◈ 작화감독: 니시무라 노부요시(西村誠芳), 타카미 아키오(高見明男)
◈ 미술감독: 시부야 유키히로(渋谷幸弘)
◈ 음악/노래: 가와이 켄지 / 카사하라 히로코
◈ 프로듀서: 호리코시 토오루(堀越徹), 이시카와 세이지(石川清司)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HEADGEAR · BANDAI VISUAL / TFC
◈ 일자: 1989.10.11~1990.09.26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범죄물
◈ 구분/등급: TVA(47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극장판을 거치면서 인기를 입증한 패트레이버의 첫번째 TV 시리즈. 흥미로는 것은 본 작품의 제작을 선라이즈가 맡았다는 사실인데, 리얼로봇 아니메를 최초로 제작한 아니메 제작사와 리얼로봇의 개념을 다른 형태로 정립한 작품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이 조우는 몹시도 흥미롭다 하겠다. 오시이 마모루가 각본 스탭으로 한발 물러나고 요시나가 나오유키가 OVA 7편에 이어 감독을 맡으면서 전반적으로 오시이 색체는 옅어졌으며, 선라이즈의 가세로 분위기도 일신하게 된다. 다만, 이토 카즈노리나 오시이가 여전히 각본을 맡고 있어 패트레이버만의 정체성이 흔들리지는 않는다. 특차2과의 일상에 대한 묘사나 현실적인 에피소드 등은 본 작품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TV 시리즈에서는 이즈부치 유타카의 최고의 디자인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검은색 레이버 그리폰이 최초로 등장하고 있다. 미려하고 세련된 유선형의 검은색의 바디와 인상적인 빨간색 바이저는 산업용 기계로봇이 주로 등장하는 현실적인 패트레이버의 작품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52화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여건상의 이유로 47화로 종영하게 된다.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OVA 2기 (1990) 


ⓒ HEADGEAR · EMOTION / TFC

<정보>

◈ 감독: 요시나가 나오유키
◈ 각본: 오시이 마모루, 이토 카즈노리, 요코테 미치코 外
◈ 콘티/연출: 요시나가 나오유키, 키쿠치 카즈히토(菊池一仁) 外 / 토모나가 케이타로, 아오키 야스나오 外
◈ 작화감독: 야마다 키사라카(山田きさらか), 타카기 히로키(高木弘樹)
◈ 기획: 헤드기어
◈ 제작사: ?
◈ 저작권: ⓒ HEADGEAR · BANDAI VISUAL / TFC
◈ 일자: 1990.11.22~1992.04.23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범죄물
◈ 구분/등급: OVA(16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TV 시리즈의 이야기에서 이어지는 내용으로 제작된 두번째 OVA. 전체적으로 각각의 패트레이버 시리즈는 스토리적 연관성이 별로 없는 패러랠 월드를 표방하고 있지만 본 OVA와 TV 시리즈는 뚜렷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 작품이다. 이는 애초에 5화를 마저 다 채우지 못하고 종영된 TV 시리즈의 이야기를 마무리 짖자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2 the Movie (1992) 


ⓒ HEADGEAR · BANDAI VISUAL / TFC · Production I.G


<정보>

◈ 감독: 오시이 마모루
◈ 각본: 이토 카즈노리
◈ 작화감독: 키세 카즈치카
◈ 디자인 협력: 카와모리 쇼지, 카토키 하지메(カトキハジメ), 후지시마 코스케(藤島康介)
◈ 미술감독: 오구라 히로마사
◈ 음악: 가와이 켄지
◈ 기획/제작: 헤드기어 / 우노사와 신, 하마와다 츠요시(濱渡剛)
◈ 제작사: 타츠노코 프로, 프로덕션 I.G
◈ 저작권: ⓒ HEADGEAR · BANDAI VISUAL / TFC · Production I.G
◈ 일자: 1992.08.07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범죄물
◈ 구분/등급: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오시이의 정체성이 다시금 불을 뿜은 패트레이버의 두번째 극장판. 애초부터 비현실적인 인간형 로봇의 등장이 마뜩치 않았던 오시이는 본작에 이르러 레이버의 활약을 대폭 축소시켰으며, 도쿄 시내에서 일어난 테러와 쿠데타, 그리고 이 일련의 사건에 연루된 음모를 파헤치는 서스펜스가 주를 이루는 작품으로 패트레이버를 변주하게 된다. 작품의 모티브는 첫번째 OVA의 에피소드 5, 6편인 '2과의 가장 긴하루'에 그려졌던 자위대의 쿠데타가 모티브가 되었다. 어떤 면에서는 패트레이버이지만 패트레이버라고 보기 힘든 작품인 셈이다. 패트레이버를 통해 이전과는 달리 좀 더 대중취향적인 작품을 만들던 오시이의 작품 세계가 다시 원점으로 회귀하고 있음을 알려준 작품이기도 하다. 

무거운 주제와 정적인 연출, 느린 호흡으로 긴 가치관과 이념을 읊는 오시이표 스타일로 인해 지루한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정체불명의 테러 뒤에 숨겨진 거대한 음모와 정치적 헤게모니, 어눌하지만 뛰어난 상황판단력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특차2과의 코토 등 서스펜스 물로서는 영화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메카닉 디자인에 있어서도 비록 레이버의 비중은 줄어들었지만 서두의 군사형 레이버를 비롯하여 상당히 하드한 밀리터리 디테일을 보여주고 있다. 건프라 디자이너로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카토키 하지메나 '오, 나의 여신님'의 작가로 메카닉 마니아이기도 한 후지시마 코스케 등이 참여하여 현실적인 병기와 탈 것들을 선보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오시이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이기도 하다.


폐기물 13호 (2002), WXIII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 HEADGEAR · EMOTION / TFC


<정보>

◈ 감독: 타카야마 후미히코(高山文彦)
◈ 각본: 도리 미키(とり みき)
◈ 캐릭터 디자인: 타카기 히로키
◈ 메카닉 디자인: 이즈부치 유타카, 카와모리 쇼지, 카토키 하지메
◈ 작화감독: 키세 카즈치카, 타카기 히로키 外
◈ 미술설정: 와타베 타카시(渡部隆)
◈ 음악: 가와이 켄지
◈ 애니메이션 프로듀서: 마루야마 마사오(丸山正雄), 시노하라 아키라(篠原昭)
◈ 제작총지휘: 와타나베 시게루(渡辺繁), 카와시로 카즈미(川城和実)
◈ 제작사: 매드하우스, 반다이, 토호쿠신사
◈ 저작권: ⓒ HEADGEAR · EMOTION / TFC
◈ 일자: 2002.03.30
◈ 장르: SF, 괴수물, 드라마, 리얼로봇, 범죄물
◈ 구분/등급: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10년만에 등장한 패트레이버의 신작 극장판. 오시이 마모루나 유키 마사미, 이토 카즈노리 등 패트레이버의 핵심진용이 대거 불참한 작품으로, 기존의 패트레이버들과는 여러모로 다른 뉘앙스를 풍기는 작품이다. 주인공 또한 특차 2과가 아닌 형사 쿠스미 타케시와 하타 신이치로이며, 특차 2과의 인물들과 레이버는 작품의 후반부에나 등장하게 된다. 그저 패트레이버의 세계관을 빌어온 스핀오프인 셈.

총 22권으로 완결된 유키 마사미의 원작 코믹스의 에피소드 '폐기물 13호'를 모티브로 만들어졌으나 원작과는 달리 상당히 시리어스한 성인취향의 전개가 눈길을 끈다. 이로 인해 뉘앙스는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똑같이 시리어스한 오시이의 극장판 2편과 같은 어두운 색체를 풍기고 있다. 다만, 정치논리라든지 이념적인 가치관에 대한 질문을 던져 우리를 어지럽게 했던 오시이의 극장판 2편과는 달리 본작은 괴수 탄생의 비밀을 간직한 한 여인과 그에 얽힌 슬프고도 충격적인 진실, 이를 뒤쫓는 두 민완형사의 이야기가 담긴 스릴러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결과적으로 부제인 패트레이버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물건이 되었지만 작품 자체의 완성도는 상당히 높으며, 몰입감도 뛰어나다. 키세 카즈치카의 극화체는 본 작품과 완벽한 싱크로를 자랑한다.

한때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에 등장한 괴물이 폐기물 13호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표절 논란에 휘말리기도. 형체를 알기 힘든 그로테스크한 몸체에 크고 강한 꼬리, 인간처럼 팔 다리가 달린 부분은 일견 표절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불러 일으켰는데,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양서류나 어류(실제 모티브는 아구라고 전해짐)를 연상시키는 외형에, 개구리의 다리와 흡사한 네 개의 다리를 갖고 있는 반면, 폐기물 13호는 인간의 유전자가 결합되어 인간과 같은 팔다리와 여성의 가슴까지 달려있고 치아가 있다는 점에서 표절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폐기물 13호의 디자인과 완전히 무관하다고 언급하기에는 실루엣의 일부가 비슷한 것도 사실. 이로 인해 국내 일부 네티즌과 혐한류에게 본의 아니게 여러가지 가십거리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다만 디자인 외에 스토리 상의 표절을 주장하는 부분은 근거가 없는 악성 루머다.(그런 식이라면 공각기동대는 블레이드런너의 표절이다.)


미니 파토 (2002) 


ⓒ HEADGEAR · EMOTION / TFC · Production I.G

<정보>

◈ 감독: 카미야마 켄지(神山健治)
◈ 각본/연출컨셉/음향 프로듀스: 오시이 마모루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니시오 테츠야(西尾鉄也)
◈ 음악/노래: 가와이 켄지 / 히요도 마코(兵藤まこ)
◈ 제작사: 프로덕션 I.G
◈ 저작권: ⓒ HEADGEAR · EMOTION / TFC · Production I.G
◈ 일자: 2002.03.30
◈ 장르: 드라마, 코미디
◈ 구분/등급: 단편(옴니버스 3부작)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폐기물 13호와 동시에 상영된 단편 애니메이션. 여러가지 실험적 기법이 적용된 작품으로 얼핏 보기에는 종이를 오려 만든 캐릭터를 카메라로 찍은 인형극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풀 CG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가분수의 귀여운 2등신 캐릭터가 등장하는 이런 형태의 애니메이션을 일본에서는 '파다파다 아니메(パタパタアニメ)'라고 부르기도 한다.([5] 참조) 파닥파닥 아니메로 명명해도 좋을 듯.

각본부터 연출컨셉에 이르는 기본 얼개는 오시이 감독이 아웃라인을 잡았으며, '인랑(2000)'에서 연출을 맡았으며, 오시이가 기획자 양성을 위해 세운 오시이 학원 출신이기도 한 신예 연출가 카미야마 켄지가 감독을 맡아 범상치 않은 연출력을 선보였다. 카미야마는 본 작품에서 선보인 종이 인형극과 같은 애니메이션 기법을 후일 자신의 TV 시리즈인 '동쪽의 에덴(2009)'의 엔딩 애니메이션에서 다시 한 번 선보이기도. 본편의 작화는 키세 카즈치카와 함께 Production I.G의 양대 작화가이자 오시이 마모루의 또다른 작화 파트너이기도 한 니시오 테츠야가 맡고 있다. 

엉뚱한 관점과 마니악한 지식을 바탕으로 풀어가는 황당한 코미디는 패트레이버 본래의 스타일을 극장판보다 더 잘 살리고 있다.


<참고 사이트>

[1] 機動警察パトレイバー, Wikipedia Japan
[2] 機動警察パトレイバー the Movie, Wikipedia Japan
[3] 機動警察パトレイバー 2 the Movie, Wikipedia Japan
[4] WXIII 機動警察パトレイバー, Wikipedia Japan
[5] ミニパト, Wikipedia Japan
[6] 機動警察パトレイバー (OVA 第1期) (1988), allcinema.net
[7] Patlabor, Wikipedia
[8] Patlabor The Mobile Police (OAV 1/1988), ANN
[9]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엔하위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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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노 감독의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 목차>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1988), 逆襲のシャア / Char's Counter Attack


ⓒ SOTSU · SUNRISE


<정보>

◈ 원작/총감독/각본: 토미노 요시유키(富野由悠季)
◈ 보조연출: 카와세 토시후미(川瀬敏文), 타카마츠 신지(高松信司)
◈ 캐릭터 디자인: 키타즈메 히로유키(北爪宏幸)
◈ 메카닉 디자인: 이즈부치 유타카(出渕裕), 사야마 요시노리(佐山善則), 스즈키 마사히사(鈴木雅久), GAINAX
◈ 디자인 협력: 오하타 코이치(大畑晃一)
◈ 작화감독: 키타즈메 히로유키, 오오모리 히데토시(大森英敏), 이나노 요시노부(稲野義信), 이소 미츠오(磯光雄)
◈ 작화감독보: 온다 나오유키(恩田尚之), 고바야시 토시미츠(小林利充), 나카자와 카즈노리(中沢数宣), 시게타 아츠시(重田亜津史)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池田繁美)
◈ 음악/노래: 사에구사 시게아키(三枝成彰) / TM NETWORK
◈ 기획/제작/프로듀서: 야마우라 에이지(山浦栄二) / 이토 아키노리(伊藤昌典) / 우치다 켄지(内田健二)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8.03.12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시놉시스>

하만 칸이 이끄는 네오 지온과 에우고 간의 제1차 네오 지온 항쟁(U.C0088~0089)이 에우고의 승리로 막을 내린 지 4년이 흐른 우주세기 0093년. 그리프스 전쟁 당시 종적을 감추었던 샤아 아즈나블이 돌아왔다. 그는 미네바 자비를 수령으로 받들었던 하만 칸의 네오 지온이 아닌, 지온공화국의 창시자이자 자신의 아버지이기도 한 지온 줌 다이쿤의 유지를 이어가는 새로운 네오 지온을 세우고, 지구 연방에게 선전포고를 하게 되니 이것이 바로 제2차 네오 지온 항쟁의 시작이었다.

전쟁의 재발을 두려워 한 연방의 지도자들은 샤아와 협상을 원하게 되고, 실제 연방과는 전력 면에서 열세였던 네오 지온은 이를 기회 삼아 소행성 기지 액시즈를 연방에게서 인도받은 뒤 이를 지구에 낙하시켜 지구를 더 이상 사람이 살지 못하는 땅으로 만들 계획을 세운다. 이는 어스노이드와 스페이스노이드의 갈등 자체를 없애버리고, 지구의 환경을 지속적으로 오염시키는 인류를 벌하기 위한 샤아의 전략으로, 그로 인해 벌어질 결과는 엄청난 희생을 초래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끔찍한 것이었다.

한편, 미적지근한 연방의 태도와 달리 독립부대 론도벨에 소속된 왕년의 에이스 아무로 레이는 샤아와 네오 지온의 재등장을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자신이 직접 설계에 참여한 사이코뮤 프레임이 적용된 최신형 모빌슈트 ν(뉴) 건담의 개발에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14년 동안 지속되어온 둘의 질긴 인연은 이제 그 최종장을 향해 접어들고 있었다.


<소개>

1987년, '기갑전기 드라고나(1987)'를 끝으로 리얼로봇은 사실상 종언을 고했지만, 건담에게만은 예외였다. 이미 거대한 팬덤과 관련 비즈니스의 폭넓은 성장으로 인해 원작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관성 항행을 계속하고 있던 건담 시리즈는 리얼로봇의 몰락과는 별개로 계속해서 후속작을 만들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처한 것이다. 특히,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에서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붉은 혜성' 샤아 아즈나블이나 중반부 이후 작품에서 모습을 감추었던 '영원한 에이스' 아무로 레이가 후속작인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1986)'에서도 등장하지 않자 팬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했고, 사실상 새로운 인물과 이야기로 분위기를 반전하려던 토미노 감독의 시도 역시 팬들에게는 먹혀들지 않았다. 이로 인해 토미노 감독은 더블 제타 시리즈를 제작하는 도중 우주세기의 모든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새로운 후속 시리즈에 착수하게 되니 이것이 바로 우주세기의 사실상의 종장이라 할 수 있는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1988)'인 것이다.

제목 역습의 샤아는 제타 건담 기획 초기 토미노 감독이 기획하던 소설의 타이틀이기도 하다. 소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퍼스트 건담의 속편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기획 과정에서 메인 스토리의 뼈대가 바뀌면서 이 타이틀은 본작에 이르러서야 빛을 본 것이다. 당시 기획했던 역습의 샤아는 극장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아무로와 샤아가 주인공이자 같은 동료로 활약하는 이야기로 전개될 예정이었다. 사실 이러한 구도는 둘이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을 제외하면 제타 건담에서 그대로 적용된 것이었으나 극장판에 이르러서 우주세기의, 그리고 건담의 진정한 결말을 위해 토미노는 이를 수정하여 아무로와 샤아의 리턴 매치로 이야기 방향을 바꾸게 된다.

메카닉 디자인에 가이낙스가 참여한 것이 이채롭다. 특히, 가이낙스의 창립멤버로 건담과 토미노 감독의 열혈 팬이던 안노 히데아키의 경우는 자신이 건담에 참여하게 된 사실을 무척이나 기뻐했다고 전해지고 있는데, 그러한 기쁨과 달리 스스로가 심혈(?)을 기울여 디자인했던 뉴건담의 러프 디자인은 토미노에게 일언지하에 거절당하고 러프 스케치가 발기발기 찢어지는 치욕을 겪기도 했다. 퍼스트 건담의 그늘에서 탈피하고 싶었던 토미노에게 안노가 그려간 뉴건담의 디자인은 퍼스트 건담과 너무 유사한 디자인이었으니 어찌보면 욕먹을 짓을 했다고 볼 수도.

☞ 안노가 그려간 뉴건담 러프스케치. 엔하위키 '토미노 요시유키' 설명 중 12.14 항목에 링크된 MAFTY님의 포스트. (바로가기)

뉴건담의 디자인 및 등장 MS는 거의 대부분 이즈부치 유타카의 손길을 거쳐갔다. 더블제타 건담부터 건담 시리즈에 합류한 그는 본작을 통해 건담의 역사에 길이 남을 명 MS 디자인을 그려내며 일약 차세대 메카닉 디자이너로 거듭나기도. 이즈부치는 소설판인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벨토치카 칠드런'에 등장하는 주역메카 Hi-ν 건담이나 극장판의 사자비를 대신한 나이팅게일 역시 디자인하여 큰 인기를 얻는다. 그 외에 오하타 코이치나 사야마 요시노리 등 제타와 더블제타에 이어 다수의 디자이너들이 러프 디자인을 그려내고 이를 한 두명이 클린업하는 형식으로 메카닉 디자인이 전개된다.

캐릭터 디자인은 더블제타에 이어 키타즈메 히로유키가 맡아 활약을 펼친다. 제타부터 역습의 샤아에 이르기까지 80년대의 후속 건담 시리즈가 모두 키타즈메의 손을 거치게 된 셈. 키타즈메 외에도 오오모리 히데토시와 온다 나오유키 등 코가와 토모노리 직계의 스튜디오 비보 출신의 애니메이터들이 다수 작화진에 가세하여 건담의 정체성 중 하나인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그늘을 완벽하게 걷어내고 있다. 이런 면에서 역습의 샤아 이후 제작된 '기동전사 건담 F-91(1991)'의 캐릭터 디자인이 야스히코인 것은 원점으로의 회귀라고도 볼 수 있다.

팬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아무로와 샤아의 복귀작이었지만, 그 전개는 그렇게 팬들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보인다. 제타 건담을 통해 라이벌인 아무로와 교감했으며 지온의 반대편에 서서 싸우던 샤아가 다시 지온의 수장으로 돌아오면서 팬들에게는 어리둥절함을 안겨주었다. 그것은 아무로도 마찬가지로, 반연방 소속의 카라바에 몸담고 있던 그가 어떻게 다시 연방의 장교가 되었는지, 그리고 제타 당시 연인이었던 벨토치카의 존재는 사라진체 그 자리를 첸 아기가 차지하고 있는 등 어떤 면에서 제타와 더블제타의 이야기가 대거 삭제된 리부트의 느낌을 주고 있다. 애시당초 굉장히 많은 사전지식을 필요로 하는 이 작품에서 제타 이후 5년 동안 등장하지 않았던 아무로와 샤아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삭제되었기에 건담의 팬조차 조금은 생소한 느낌으로 작품을 감상하게 된다. 여기에 이제까지와는 달리 악의 축으로 돌아서서 모든 인류를 말살하려 하는 샤아의 모습은 그의 아버지인 지온 줌 다이쿤의 사상과도 대치되는 것으로, 어찌보면 스스로 그 당위성을 상실하고 있는 셈이었다.

퍼스트 건담 시절 연인이었던 라라아의 환상에 사로잡힌 체 부관인 나나이 미겔이나 철모르는 뉴타입 소녀 퀘스 파라야의 마음을 이용하는 그의 모습은 샤아의 팬들에게는 큰 반감으로 다가왔다. 사실 다소 비정한 샤아의 이런 모습은 이미 복수를 위해 자신의 친우를 음모에 빠뜨려 숨지게 한 퍼스트 건담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이기도 했으나 이미 샤아를 일종의 신화적인 인물로 생각해오던 당시의 팬들에게는 그다지 원치 않는 모습이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우유부단한 캐릭터에서 패기와 여유로움을 가진 지휘관으로 성장한 아무로 레이는 이전의 입체적인 모습에 비해 오히려 그 개성은 줄어들었다고도 볼 수 있다. 작품의 히로인 격인 퀘스의 경우는 제타의 히로인 포우 만큼이나 불안정하고 변덕스러웠는데, 그녀의 변심과 그녀를 사랑한 브라이트 노아의 아들 하사웨이의 엇갈림과 그로 인해 벌어진 여러 비극은 전형적인 토미노식 파국을 보여주고 있다.

ⓒ SOTSU · SUNRISE

우주세기의 끝을 보려는 토미노의 계획은 본 작품에서 상당히 대담하면서도 그다운 방향으로 진행된다. 샤아가 지구로 추락시킨 거대한 소행성 액시즈를 무모하게도 모빌슈츠로 막아선 아무로와 아무로에게 패해 탈출포트 째 사로잡힌 샤아가 액시즈의 추락을 극적으로 막아내면서 대기권의 고열로 인해 산화해버리는 엔딩은 팬들로서는 충격 자체였다. 이야기의 엔딩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계속되는 우주세기의 재생산을 막기 위해 토미노는 시리즈의 아이콘이기도 한 두 주인공을 아예 우주세기의 역사에서 완벽하게 퇴장시켜 버린 것이다. 아무로와 샤아가 살아 있을 것이라는 일부 팬들의 예상이나 매체들의 추측성 기사와 달리 토미노는 공식석상에서 둘의 죽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기도. 하지만, 몰살의 토미노다운 강수에도 불구하고 건담 시리즈의 재생산은 결코 멈출 수 없는 거대한 소행성의 낙하와도 같이 토미노 자신을 짓누르게 된다.

주제가인 'Beyond the Time'은 TMN이 불러 화제가 되었다. '시티 헌터(1987)'의 엔딩 테마 'Get Wild'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TMN의 13번째 싱글로 싱글 음반 판매랭킹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건담 OST로서, 아니메 OST로서 우주세기의 대미를 장식한 명곡으로 팬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건담 극장판이라는 네임 밸류에 걸맞는 뛰어난 작화와 훌륭한 미술, 완성도 높은 음악으로 우주세기의 대미를 장식하려 했던 뉴건담은 건담 시리즈의 극장 애니메이션 중에서 현재까지도 걸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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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수격투 강의 귀 (1987), 大魔獣激闘 鋼の鬼 / Demon of Steel


ⓒ AIC · 徳間書店

<정보>

◈ 원작/각본: 아이카와 쇼(會川昇)
◈ 감독: 히라노 토시키(平野俊貴)
◈ 캐릭터 디자인: 온다 나오유키(恩田尚之)
◈ 메카닉 디자인/특수효과: 오하타 코이치(大畑晃一)
◈ 작화감독: 온다 나오유키, 오바리 마사미(大張正己), 사노 히로토시(佐野浩敏)
◈ 미술감독: 아라이 카즈히로(荒井和浩)
◈ 음악/노래: 가와사키 마사히로(川崎真弘) / J-WALK
◈ 기획/제작: 오가타 히데오(尾形英夫) / 미우라 토오루(三浦亨), ?(横尾道男)
◈ 제작사: AIC, 토쿠마 서점
◈ 저작권: ⓒ AIC · 徳間書店
◈ 일자: 1987.12.10
◈ 장르: SF, 괴수, 로봇, 액션
◈ 구분/등급: OVA(1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시놉시스>

서기 1999년, 외딴 섬에 위치한 군사연구시설 '산사라'는 신 에너지 입자를 실험하던 도중 다른 차원으로 향하는 공간을 만들어내고 만다. 차원 공간을 통해 하늘에서 나타난 정체불명의 물체, 산사라 소속의 연구원인 타쿠야와 하루카는 목숨을 걸고 이 물체의 샘플을 회수하지만 연구책임자였던 가룬의 비인간적인 처사에 의해 실망한 타쿠야는 산사라를 떠나게 된다.

그로부터 3년 뒤, 친구인 하루카의 편지를 받은 타쿠야는 다시금 산사라에 돌아온다. 하지만 하루카는 타쿠야가 알던 예전의 하루카가 아니었다. 타쿠야와 연인사이였으나 산사라를 떠난 후 하루카의 연인이 되어버린 리즈, 하루카의 옛연인이기도 한 동료 루이 역시 하루카가 변한 것을 염려하고 있었는데... 타쿠야에게 편지를 보낸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하루카, 도대체 3년 사이에 이곳 산사라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소개>

AIC가 제작한 독특한 느낌의 OVA 괴수물. '파사대성 단가이오(1987)'과 함께 중지된 '대마징가' 기획을 활용하여 제작된 두번째 작품이다. 단, 전통적인 슈퍼로봇물의 스타일에 미소녀 SF 액션을 접목시켰던 단가이오와 달리 이 '대마수격투 강의 귀(1987)'는 차원을 넘어온 이형의 존재와 생체 병기라는 설정, 호러 괴수물을 연상시키는 이야기로 단가이오와는 다른 색다른 맛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세기말적, 혹은 묵시록적인 작품색을 보여주는 나가이 고와의 세계관과도 교집합을 찾을 수 있다.

원작과 각본은 아이카와 쇼로, 단가이오에 이어 이번 강의 귀에서도 스토리를 책임지고 있다. 이는 그가 애초 대마징가 기획초기부터 참여한 멤버였기 때문이며, 특촬물에서 주로 활약한 아이카와 덕분인지 로봇과 생물을 혼합한 듯한 거대한 괴물들의 모습은 특촬물의 그것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같은 해 그가 '三陽五郎'라는 필명으로 참여하는 '초신전설 우로츠키 동자(1987)'에 등장하는 초신이나 마신 역시 이런 면에서 유사한 모습인데, (우로츠키 동자의 원작자는 마에다 토시오지만) 아이카와가 이런 스타일의 작품과 궁합이 잘 맞음을 증명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호러적인 분위기에서도 두 작품은 공통 분모를 갖고 있다.

ⓒ AIC · 徳間書店

생체병기를 연상시키는 그로테스크한 메카닉 디자인은 오하타 코이치의 것으로, 여기에 오바리 마사미의 터치가 더해져 기괴하면서도 육감적인 멋을 선사하고 있다. 금속을 근육질과 같은 형태로 스타일링하는 오바리의 디자인 감각이 생체병기와도 좋은 궁합을 보여준 셈이다. 여기에 감각적인 메카 작화를 구사하는 사노 히로토시가 가세하여 환상의 원투펀치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본작에서 서로 맞대결을 펼치는 두 주인공의 메카닉을 오바리 마사미와 사노 히로토시 나누어 원화를 담당함으로써 저예산 OVA를 능가하는 압도적인 퀄리티의 메카 작화가 라스트에 펼쳐지는 부분은 본 작의 백미라 하겠다. ("대마수 격투 강의 귀, 대마징가의 추억", CAPSULE 블로그: 총천역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애초에 같은 기획에서 출발한데다가 비슷한 스탭들로 구성되어 있기에 단가이오와 여러면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었지만, 실제 두 작품의 이질감이 큰 이유는 호러 괴수물을 연상시키는 스토리와 상이한 캐릭터 디자인에 있다. 스튜디오 비보 출신의 온다 나오유키가 가세하면서 히라노 토시키/카기노우치 나루미로 대표되는 단가이오의 미소녀적인 취향과는 대조적인 느낌인데, '메가존 23 파트 1(1985)'에서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를 맡았던 히라노와 '메가존 23 파트 3(1989)'에서 작화감독 보조로 활약한 온다의 관계가 본 작품에서도 비슷하게 재현된 듯.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아직 온다 나오유키의 그림체는 완성되지 않은 단계였지만 작화는 준수한 느낌을 주고 있으며, 호러괴수물이라는 점에서 히라노의 스타일보다는 온다의 그것이 작품에 더 잘 어울리는 듯하다.

당시 아니메에서는 그다지 보기 힘든 스타일의 작품으로, 완성도도 나쁘지 않은 편이었으나 당시 AIC가 자사의 히트작인 메가존 시리즈나 버블검 크라이시스 시리즈 등 여러 작품들을 프로듀싱하고 있는 과정에서 본 작품은 단 1화만 제작된다. 애초에 4부 이상을 제작할 예정에 있었던 단가이오와는 달리 강의 귀는 소재의 마이너함으로 인해 애초부터 1화만 기획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참고 사이트>

[1] 大魔獣激闘 鋼の鬼, Wikipedia Japan
[2] 大魔獣激闘 鋼の鬼 (1987), allcinema.net
[3] Daimaju Gekito Hagane no Oni (OAV), ANN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AIC · 徳間書店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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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대성 단가이오 (1987), 破邪大星ダンガイオー / Dangaio 


ⓒ AIC · EMOTION


<정보>

◈ 원작/감독/캐릭터디자인/총작화감독: 히라노 토시키(平野俊貴)
◈ 각본: 아이카와 쇼(會川昇)
◈ 콘티: 히라노 토시키, 오하타 코이치(大畑晃一)-1,3편 / 오바리 마사미(大張正己)-1편 / 니시모리 아키라(西森章)-2편
◈ 메카닉 디자인: 카와모리 쇼지(河森正治), 오바리 마사미
◈ 몬스터 디자인: 와타나베 슌이치(わたなべぢゅんいち)
◈ 작화감독: 오오누키 켄이치(大貫健一), 오바리 마사미, 니시이 마사노리(西井正典)-3편
◈ 작화감독보: 카기노우치 나루미(垣野内成美)
◈ 음악: 와타나베 츄메이(渡辺宙明), 미즈타니 카오루(水谷薫)-3편
◈ 노래: 미즈키 이치로(水木一郎), 호리에 미츠코(堀江美都子)
◈ 프로듀서: 미우라 토오루(三浦亨), 아시누마 마코토(浅沼誠), 스즈키 토시미치(鈴木敏充)
◈ 제작사: AIC
◈ 저작권: ⓒ AIC · EMOTION
◈ 일자: 1987.09.28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OVA(3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시놉시스>

뛰어난 과학자이자 무기상인인 타산 박사에 의해 초능력자로 개조된 미아 아리스, 롤 크랑, 파이 산다와 란바 노무. 과거의 기억을 잃은 그들은 현재 영문도 모른체 소행성 기지에 갇혀 있다. 기지내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타산 박사의 목소리. 5분 내에 기지를 탈출하지 않으면 기지와 함께 폭사할 운명에 놓인 그들은 초능력을 사용하여 추격하는 전투 메카닉들을 물리치고 격납고로 향한다. 가까스로 격납고로 향한 네 명, 격납고에는 4기의 우주비행기가 놓여있었고 미처 탑승하기도 전에 아리스들은 수많은 전투 메카닉들이 그들을 포위당하고 만다.
 
힘을 다 써버린 3인과 달리 아직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줄 모르는 아리스는 점점 조여드는 메카닉들의 포위망에 어쩔줄 몰라한다. 메카닉들의 마지막 공격이 시작된 절체절명의 순간, 아리스의 초능력이 마침내 발동한다. 강력한 능력으로 기지를 통체로 폭파시킨 아리스, 폭발의 한가운데서 거대한 강철 거인이 어두운 실루엣을 드러내는데...


<소개>

'싸워라 익저 1(1985)'에 이어 AIC가 제작한 오리지널 로봇물. 원래 다이나믹과 합작으로 기획 예정이던 '대마징가'의 계획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대마징가를 위해 기획되었던 아이디어의 일부를 재활용하여 AIC의 오리지널 아니메로 거듭나게 된 작품이다. '메가존 23 파트 1(1985)'의 캐릭터 디자이너에 이어 익저 1을 감독하면서 OVA에서 연타석 홈런을 날린 히라노 토시키(본명 히라노 토시히로)가 원작과 감독,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에 이르는 원맨쇼를 펼쳤으며, '기갑전기 드라고나(1987)' 등을 통해 혜성처럼 등장한 천재 메카닉 애니메이터 오바리 마사미와 베테랑 메카닉 디자이너 오하타 코이치, '마크로스(1982)'의 창조자 카와모리 쇼지가 가세하여 캐릭터 디자인 만큼이나 매력적인 메카닉들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1987년부터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게 되는 각본가 아이카와 쇼(본명 아이카와 노보루)가 각본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아이카와를 포함하여 이들 중 상당수는 대마징가의 기획에 참여한 인물들이기도 하다.

단가이오는 메카닉과 미소녀라는 아니메 마니아들의 핵심 키워드를 훌륭하게 조합했던 마크로스 시리즈의 영향으로 인해 탄생한 일련의 작품들의 계보를 이어가는 동시에, 마징가의 부활 프로젝트인 대마징가의 아이디어가 조합되어 특이한 매력을 발휘하고 있다. 메카닉과 미소녀를 결합한 일련의 아니메들은 그 뿌리가 원래 리얼로봇물(정확히 말하면 마크로스)에 있었기에 슈퍼로봇과의 조우는 상당히 특이한 사례라 하겠다. 이는 87년도를 기점으로 사실상 종언을 고하게 된 리얼로봇 아니메의 흐름과도 어느 정도 연관을 가지고 있다.

스스로가 캐릭터 디자인을 맡고 총작화감독까지 해낸 히라노 토시키의 열정으로 캐릭터들은 더할 나위없이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부인이자 작화감독보로 참여한 카기노우치 나루미의 터치가 더해지면서 히라노 본래의 스타일보다 더 매력적인 모습으로 그려진 듯한 느낌이며, 개인적으로 본 작품의 히로인 미아 아리스는 히라노가 그려낸 캐릭터들 중에서는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다만, 비주얼에 비해 캐릭터로서의 매력은 밋밋하고 싱거운 느낌이다. 히로인 3인을 제외하고 나머지 캐릭터들의 개성이 떨어지는 점도 아쉬운 점. 
 
고혹적인 캐릭터와 함께 단가이오의 눈길을 끄는 또하나의 매력은 마징가로부터 이어져온 슈퍼로봇의 혼이 오바리 마사미를 통해 세련되고 육감적인 모습으로 재탄생했다는 점일 것이다. 이미 드라고나를 위시한 몇몇 작품에서 메카닉에 육감적인 라인을 살려내는 천부적인 능력을 보여준 오바리의 단가이오야말로 마니아들의 환호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감각적인 메카닉 라인과는 어울리지 않게 이루어지는 세밀하고 뛰어난 합체 메커니즘은 메카닉의 귀재 카와모리 쇼지의 작품이다. 이 두명의 합작한 디자인이라는 점에서 단가이오는 작품과는 별개로 아니메史에서 유니크한 위치를 차지하지 않나 싶다. 리얼로봇과는 다른 박력이 넘치는 전투씬 역시 가슴을 뜨겁게 하는 매력을 보여주엇다.

멋진 메카닉과 매력적인 캐릭터가 조화를 이룬 오프닝 애니메이션은 오바리가 직접 그려내 강렬한 잔상을 남겼던 드라고나의 오프닝보다는 떨어지지만, 작품의 매력을 잘 살려낸 멋진 오프닝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아니메 주제가의 형님 미즈키 이치로와 호리에 미츠코라는 두 레전드가 듀엣으로 부른 주제가는 열혈 슈퍼로봇 아니메의 정수를 담아낸 듯한 박력으로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작곡가 역시 슈퍼로봇 아니메 불멸의 작곡가 와타나베 츄메이.

뛰어난 퀄리티로 팬들의 환호 속에 야심차게 시작한 단가이오였으나, 제작과정의 난항으로 인해 초반부의 인기를 이어가지 못한 체 3화를 끝으로 돌연 시리즈가 종료되고 만다. 이로 인해 시리즈의 주적이라 할 수 있는 우주해적 벙커와의 본격적인 대결은 그려지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이야기의 밀도가 떨어지고 서두의 전개도 다소 엉성한 편이라 눈길을 잡아끄는 캐릭터나 메카닉 디자인에 비해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던 작품이다. AIC는 단가이오 외에도 '대마수격투 강의 귀(1987)'를 연이어 선보이며, 엎어진 대마징가 기획을 멋지게 재활용하는 내공을 보여준다.

ⓒ AIC · EMOTION



파사거성 G 단가이오 (2001), 破邪巨星Gダンガイオー


ⓒ 平野事務所 / AIC · SHO-PRO · テレビ朝日 · avex

<정보>

◈ 원작/감독: 히라노 토시키
◈ 각본: 우에다케 스미오(植竹須美男)
◈ 캐릭터 디자인: 야마다 마사키(山田正樹)
◈ 메카닉 디자인: 오가와 히로시(小川浩), 무타라 고로(村田護郎)
◈ 총작화감독: 타카오카 쥰이치(高岡淳一), 야마다 마사키
◈ 메카닉 총작화감독: 카모가와 히로시(鴨川浩), 하시모토 타카시(橋本敬史), 니시이 마사노리
◈ 미술감독: ?(佐藤勝)
◈ 음악/노래: 와타나베 토시유키(渡辺俊幸) / 타카하시 코우(たかはしごう), 미즈노 나나비(水野愛日)
◈ 기획/제작: 미우라 토오루, 나가사와 타카유키(長澤隆之), ?(赤羽根徳則)
◈ 제작사: AIC, 소학관 프로덕션, TV 아사히, avex
◈ 저작권: ⓒ 平野事務所 / AIC · SHO-PRO · テレビ朝日 · avex
◈ 일자: 2001.04.05 ~ 2001.07.05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TVA(13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소개>

단가이오의 속편에 해당하는 작품. 실제로 내용상의 연관은 크게 없으며, 원작의 히로인인 미아 아리스의 텔레파시를 들은 여성과학자 미야가 설계한 탄핵왕 단가이오를 타고 싸우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이다. 새롭게 디자인된 단가이오는 원작의 단가이오와는 그 디자인의 거의 일치하지 않으며 오히려, 단가이오의 모티브였던 대마징가의 기획의 마징가 디자인과 유사함을 느낄 수 있다. 캐릭터 디자인은 야마다 마시키로, '버블검 크라이시스 도쿄 2040(1998)'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던 인물이다. 26화로 기획되어 있었으나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는지 13화를 끝으로 종영한다.


<참고 사이트>

[1] 破邪大星ダンガイオー, Wikipedia Japan
[2] 破邪巨星Gダンガイオー, Wikipedia Japan
[3] 破邪大星ダンガイオー (彈劾凰) (1987), allcinema.net
[4] 파사대성 단가이오,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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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카니발 (1987), ロボットカーニバル / Robot Carnival


ⓒ A.P.P.P


<정보>

◈ 오프닝/엔딩 애니메이션:
    감독·각본·콘티: 오토모 가츠히로(大友克洋) / 캐릭터디자인·원화: 후쿠시마 아츠코(福島敦子) / 미술: 야마모토 니죠(山本二三)
◈ 에피소드1 - 프랑켄의 톱니바퀴:
    감독·각본·캐릭터 디자인: 모리모토 코지(森本晃司) / 미술: 이케하타 유지(池畑祐治)
◈ 에피소드2 - DEPRIVE:
    감독·각본·캐릭터 디자인: 오오모리 히데토시(大森英敏) / 미술: 마츠모토 켄지(松本健治)
◈ 에피소드3 - PRESENCE:
    감독·각본·캐릭터 디자인: 우메츠 야스오미(梅津泰臣) / 작화협력: 테라사와 신스케(寺沢伸介), 후타무라 히데키(二村秀樹) / 미술: 야마카와 아키라(山川晃)
◈ 에피소드4 - STARLIGHT ANGEL:
    감독·각본·캐릭터 디자인: 키타즈메 히로유키(北爪宏幸) / 미술: 시마자키 ?(島崎唯)
◈ 에피소드5 - CLOUD:
    감독·각본·캐릭터 디자인·원화·미술: 오오하시 마나부(大橋学) - 감독, 각본, 캐릭터 디자인은 마오라무도라는 필명으로 참여.
◈ 에피소드6 - 메이지 꼭두각시 문명기담, 붉은 머리 사람의 습격사건:
    감독·각본: 키타쿠보 히로유키(北久保弘之) / 캐릭터 디자인: 사다모토 요시유키(貞本義行) / 메카닉 디자인: 마에다 마히로(前田真宏) / 작화협력: 모리야마 유지(森山雄治), 모우리 카즈아키(毛利和昭) / 미술: 사사키 히로시(佐々木洋)
◈ 에피소드7 - 닭 남자와 빨간 목:
    감독·각본·캐릭터 디자인: 나카무라 타카시(なかむらたかし) / 미술: 사와이 ?(沢井裕滋)
◈ 음악: 히사이시 조(久石譲), 후지타 ?(藤田意作), 타케이치 마사히사(武市昌久)
◈ 제작: 노무라 카즈푸미(野村和史), A.P.P.P 컴퍼니
◈ 제작사: A.P.P.P 컴퍼니
◈ 저작권: ⓒ A.P.P.P
◈ 일자: 1987.07.21
◈ 장르: 드라마, 사이버펑크, 옴니버스
◈ 구분/등급: OVA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소에이신샤와 함께 일본 최초의 성인용 OVA 아니메인 '크림레몬(1984~1987)' 시리즈와 OVA 시대의 최고 히트작 중 하나인 '프로젝트 A코(1986, 1987)'를 제작했던 A.P.P.P 컴퍼니의 세번째 OVA 작품. 소위 오타쿠적인 취향이 짙게 베인 상업적인 작품을 제작하던 그들이 내놓은 세번째 작품은 공교롭게도, 상업성과는 거리가 먼 작가주의 정신으로 똘똘 뭉친 작품이었다. 특히, 기존의 감독이나 연출가들이 아닌 캐릭터 디자이너나 작화감독 출신의 애니메이터들이 직접 연출과 각본까지 담당한 단편작들이 하나로 묶인 옴니버스식 구성을 취하고 있는 것은 본 작품 '로봇 카니발(1987)'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환마대전(1983)'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으며 아니메 업계에 데뷔한 인기만화가 오토모 가츠히로가 환마대전 이후 두번째로 참여한 애니메이션으로 오토모는 로봇 카니발에서 오프닝과 엔딩 애니메이션을 맡게 되는데, 본작을 통해 기존의 아니메와는 느낌을 달리하는 오토모 만의 독특한 비주얼의 서막을 느낄 수 있다. 오토모 외에도 환마대전의 제작을 위해 특별히 결성되었던 프로젝트 팀 '아르고스'의 멤버인 모리모토 코지, 우메츠 야스오미, 나카무라 타카시가 본 작품에서 각각 단편작을 연출하기 때문에 로봇 카니발은 이들 아르고스 멤버들의 스타일이 짙게 베여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오프닝 애니메이션에 참여한 여성 애니메이터 후쿠시마 아츠코는 모리모토 코지와 부부지간이기도.

오토모와 더불어 독특하고 컬트적인 영상미를 선사하는 모리모토 코지의 단편이 끝난 뒤에는 '성전사 단바인(1983)', '중전기 엘가임(1984)',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 '기갑전기 드라고나(1987)'와 같은 선라이즈 계열의 작품에서 작화감독으로 활약한 오오모리 히데토시의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오오모리의 경우는 네번째 에피소드를 연출한 당대 최고의 인기 캐릭터 디자이너 키타즈메 히로유키와 같은 스튜디오 비보 출신의 애니메이터로, 둘다 코가와 토모노리의 제자이기도 하다.그런 연유로 두 에피소드는 어딘지 모르게 작화적인 면에서 많은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으며, 실험적이고 비대중적인 다른 에피소드들에 비해 당대 주류의 느낌이 살아있는 이야기를 보여주었다 하겠다. 특히, 전체적으로 템포가 느리고 난해하고 어두운 전개 속에 달콤하고 트렌디한 느낌을 선사하는 키타즈메의 단편은 본 작품의 터닝 포인트라 할 수 있다.

키타즈메 이전의 에피소드는 그야말로 로봇 카니발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천재 애니메이터 우메츠 야스오미의 에피소드이다. 제타 건담 오프닝을 통해 혜성처럼 등장하는 그는 '메가존 23 파트 2(1986)'을 통해 업계와 팬 모두에게 강렬한 비주얼 쇼크를 안겨준 바 있는데, 10여분의 러닝타임에 불과한 이번 에피소드 '프레센스'에 와서는 자신이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부은 듯한 압도적인 작화 퀄리티를 선사하게 된다. 자신을 사랑하게 된 로봇을 두려워하게 된 남자의 인생사가 잔잔하면서도 드라마틱하게 그려져 본편의 비주얼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하겠다. 

ⓒ A.P.P.P

그외에도 중학교 졸업 직후 도에이 동화에 입사한 뒤 다양한 스튜디오를 거친 오오하시 마나부(마오라무도)의 다섯번째 에피소드는 그가 혼자서 연출과 각본, 캐릭터 디자인과 원화, 미술까지 1인 제작 시스템으로 그려낸 독특하면서도 서정적인 느낌의 작품이며, 여섯번째 에피소드의 경우는 '크림레몬 4탄 팝체이서(198?)'에서 원안과 감독, 각본, 콘티 등 1인 다역을 수행한 키타쿠보 히로유키와 90년대 최고의 캐릭터 디자이너로 떠오르게 되는 당시 신예 사다모토 요시유키, 가이낙스의 설립자 중 한명이며 후일 곤조를 설립하게 되는 마에다 마히로, 프로젝트 A코에서 감독과 캐릭터 디자인, 작화감독으로 대활약한 모리야마 유지가 참여하는 등 에피소드 중 가장 많은 인재들이 참여한 작품이기도 하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아르고스 멤버 중 한명으로 '미래경찰 우라시맨(1983)'에서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으로 활약한 나카무라 타카시가 맡았다.

 

로봇 카니발은 당대의 아니메의 조류를 따르지 않고 실험적인 영상미를 선보인 작가주의 정신이 가득한 작품이다. 상업적인 고려보다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본 컬트적인 성격의 작품이며, 그렇기에 여전히 그 가치를 유지하고 있는 숨겨진 걸작 아니메라 할 수 있다. 오토모 가츠히로나 후쿠시마 아츠코, 나카무라 타카시 등은 이후에도 매드하우스의 옴니버스 작 '미궁물어(1988)'에 참여하게 되며, 오토모 가츠히로는 모리모토 코지와 함께 '메모리즈(1995)'를 통해 세번째로 옴니버스 스타일의 컬트 작품을 선보이게 되니, 로봇 카니발은 어떻게 보면 이들 두 작품에게 일종의 모티브를 제공한 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참고 사이트>

[1] ロボットカーニバル, Wikipedia Japan
[2] Robot Carnival, Wikipedia
[3] Robot Carnival (OAV), ANN
[4] 로봇 카니발, 베스트 아니메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A.P.P.P에게 있습니다.


로봇카니발 OVA - 8점
오오토모 카츠히로 외 8명 감독/대원D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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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갑전기 드라고나 (1987), 機甲戦記ドラグナー / Metal Armor Dragonar


ⓒ SOTSU · SUNRISE


<정보>

◈ 원안: 야다테 하지메(矢立肇)
◈ 감독: 칸다 타케유키(神田武幸)
◈ 시리즈 구성/각본: 스즈키 요시타케(鈴木良武) / 호시야마 히로유키(星山博之), 마츠자키 켄이치(松崎健一), 타카하시 료스케(奇数和十八라는 필명으로 참여) 外
◈ 콘티/연출: 야타베 카즈요시(谷田部勝義), 이우치 슈지(井内秀治) 外 / 히다카 마사미츠(日高政光), 후쿠다 미츠오(福田己津央)
◈ 캐릭터 디자인/게스트 캐릭터 디자인: 오오누키 켄이치(大貫健一) / 아시다 토요오(芦田豊雄), 스튜디오 라이브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大河原邦男)
◈ 작화감독: 나카무라 유우이치(中村旭良), 오오모리 히데토시(大森英敏)
◈ 미술감독: 나카무라 미츠키(中村光毅), 오카다 아리아키(岡田有章)
◈ 오프닝 애니메이션: 오바리 마사미(大張正己) - 1기 / 오오모리 히데토시 - 2기
◈ 음악/노래: 와타나베 토시유키(渡辺俊幸), 하네다 켄타로(羽田健太郎) / 아유카와 마미(鮎川麻弥) - 1기 OP/ED, 야마세 마미(山瀬まみ) - 2기 OP/ED 
◈ 기획/프로듀서: 선라이즈 / 神谷寿一→今井慎, 稲垣光繁, 요시 타카유키(吉井孝幸)
◈ 제작사: 선라이즈, 나고야 TV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7.02.07 ~ 1988.01.30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48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서기 2087년 달에 세워진 통일국가 기가노스 제국이 지구연합에 대해 일방적인 독립을 선언하며 선전포고에 들어간다. 독자개발한 2족 보행 인간형 기동병기 메탈 아머(MA)를 앞세운 기가노스의 파상공세 앞에 지구군은 후퇴를 거듭, 지구의 일부마저 기가노스에게 넘겨주고 고전에 처하게 된다. 전황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기가노스가 개발한 신형 메탈 아머를 탈취할 계획을 세운 지구군. 탈취한 세대의 메탈 아머를 피난선에 싣고 빠져나오는 순간, 이를 눈치 챈 기가노스의 공격으로 피난선은 위기에 처하게 된다. 피난선에 타고 있던 3명의 젊은이 케인과 탭, 그리고 라이트는 엉겁결에 빼앗은 세대의 신형 메탈아머 드라고나에 탑승, 추격하는 기가노스의 메탈 아머를 물리치고 피난선을 구하게 되는데...


<소개>

선라이즈의 3대 리얼로봇 아니메 감독인 칸다 타케유키의 작품으로, 80년대 마지막 리얼로봇 TV 시리즈이자, 건담 시리즈를 제외한 리얼로봇 TV 시리즈로는 마지막 작품. 칸다 감독 자신에게도 마지막 리얼로봇 TV 시리즈가 되었다. (이후 '기갑엽병 메로우링크(1988)'이나 '기동전사 건담 제08MS 소대(1996)'의 감독을 맡게 되지만, 이는 모두 OVA 시리즈이다.) 포스트 건담을 목표로 사그러져가던 리얼로봇 트렌드의 부활을 노린 작품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여러 면에서 부족함을 드러내며 리얼로봇의 쇠퇴를 막지는 못하게 된다.

포스트 건담을 지향하고 있는 작품이기에 여러가지 설정이나 디자인 등은 퍼스트 건담의 그것을 연상시킨다. 달의 기가노스 제국이 지구연합을 향해 독립을 선언하고 전쟁을 일으키는 이야기 전개는 퍼스트 건담의 지온공국과 지구연방의 구도와 완전하게 동일하며, 인간형 기동병기로 인해 지구연방이 수세에 몰리는 부분 역시 대동소이하다. 3인의 남자 캐릭터가 3기의 드라고나를 조종하는 설정 역시 건담, 건캐논, 건탱크로 이어지는 퍼스트 건담의 메카 라인업과 동일. 여기에 붉은 혜성 샤아 아즈나블을 연상시키는 기가노스의 푸른매 마이요 플라토 등 어떻게 보아도 시리즈는 퍼스트 건담의 설정 대부분을 조금씩만 각색하여 그대로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역메카인 드라고나는 건담과 함께 칸다 감독의 전작인 '은하표류 바이팜(1983)'의 디자인을 계승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날개 달린 비행형 부스터 백팩을 장착한다는 설정이 그것으로 이는 바이팜의 슬링 패니어의 확장된 개념으로 볼 수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이 설정이 '기동전사 건담 시드(2002)'의 백팩 시스템에서 다시 한 번 등장하는 것이다. 이는 세 작품의 메카닉 디자인을 모두 오카와라 쿠니오가 맡으면서 자신의 디자인을 재사용하게 된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칸다 감독이 전작 바이팜의 감독이라는 점과 함께 본 작품에서 연출 스탭으로 참여한 후쿠다 미츠오가 후일 시드 시리즈의 감독을 맡는다는 점에서 연출가의 의지가 어느 정도 반영되었음을 유추해볼 수도 있다.

본 시리즈 최대의 이슈는 바로 오프닝 애니메이션에 있다. 당시 '초수기신 단쿠가(1985)'로 업계에서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신예 오바리 마사미가 담당한 드라고나의 1기 오프닝 애니메이션은 압도적인 메카닉 프로포션과 세련된 스타일로 로봇들을 묘사했으며, 정교하고 세심한 작화로 콕핏 내부를 묘사하는 등, 지금 보아도 놀라울 정도의 퀄리티로 인해 강렬한 임팩트를 시청자들에게 선사하게 된다. 후일 오바리 마사미의 이 오프닝 애니메이션은 우메츠 야스오미가 그린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의 2기 오프닝 애니메이션과 함께 80년대를 대표하는 걸작 오프닝 애니메이션으로 회자되기도. (오프닝 애니메이션의 드라고나는 오바리의 드라고나라는 뜻에서 특별히 '바리구나'로 불리기도 하였다. 아하, 그렇구나...)

ⓒ SOTSU · SUNRISE

다만 문제는 오바리 마사미의 매력적인 메카닉 스타일링이 본편의 메카닉 작화와는 너무나 상이하다는 점에 있었는데, 오프닝 애니메이션을 보고 앞다투어 브라운관 앞으로 달려들었던 아니메 팬들로서는 큰 특색없는 본편의 메카닉 작화에 큰 실망감을 표시했으며, 내용 역시도 그닥 새로울 것 없는 이전 퍼스트 건담 시리즈의 반복인지라 오히려 시리즈의 인기는 오프닝 애니메이션 때문에 급락하는 기현상을 맡게 된다. 다만 48화에서는 오바리 마사미 본인이 직접 메카작감으로 참여하면서 시리즈 중 유일하게 오바리식 메카닉 스타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팬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시리즈의 초반 전개는 리얼로봇의 일반적인 전개와는 다른 가벼운 개그 터치가 더해진 모습이었다. 주인공들도 유쾌한 성격으로, 시리어스한 여타 리얼로봇과는 다른 모습. 하지만, 퍼스트 건담과 거의 비슷한 설정으로 인해 이러한 몇몇 새로운 모습들은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지는 못했다. 게다가 주인공보다 더 인기를 얻게 된 캐릭터 마이요의 경우는 후반부에는 주인공과의 대립이 아닌 독자적으로 기가노스 제국과 싸우는 사이드 킥으로 활약하며 이미 캐릭터적 매력을 상실한 세 주인공에 비해 더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기도. 여러 면에서 스토리는 갈수록 밀도와 흡입력을 잃어버렸으나 시리즈는 조기 종영없이 온전히 49화로 마무리 짓는다.

포스트 건담을 표방했으면서도 건담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드라고나의 실패는 리얼로봇의 시대가 종언을 고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리얼로봇은 건담 외에는 대안을 갖추지 못한 체 TV라는 무대에서 내려와야만 했고, 그로 인해 바톤은 다시 건담과 토미노 요시유키에게로 돌아가게 된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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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더 무비 (1986), Transformer the Movie


ⓒ MCMLXXXVI SUNBOW Productions Inc · HASBRO Inc


<정보>

◈ 감독/보조 프로듀서: 넬슨 신(신능균)
◈ 각본: 론 프리드맨(Ron Friedman)
◈ 오리지널 컨셉 디자인: 플로로 데리(Floro Dery)
◈ 캐릭터/배경 디자인: 가브리엘 호요스(Gabriel Hoyos)
◈ 콘티: 피터 정(Peter Cheung), 김주인, 오정환, 박시옥, 심상일, 데이비드 신, 정수영 外
◈ 총 애니메이션 감독: 모리시타 코죠(森下孝三)
◈ 애니메이션 감독: 죤 패트릭 프리맨(John Patrick Freeman)
◈ 보조  애니메이션 감독: 야마우치 시게야스(山内重保)
◈ 치프 애니메이터
: 츠노다 코이치(角田絋一)
◈ 키 애니메이터: 사사카도 노부요시(佐々門信芳), 백남열 外
◈ 음향감독: 월리 부르(Wally Burr)
◈ 음악/노래: 빈스 디콜라(Vince DiCola) / 라이온 - 주제가
◈ 제작총지휘: 마가렛 로쉬(Margaret Loesch), 리 건더(Lee Gunther)
◈ 프로듀서: 조바칼(Joe Bacal), 톰 그리핀(Tom Griffin)
◈ 제작사/애니메이션 제작
: 마블 프로덕션, 선보우 프로덕션, 하스브로 / AKOM 프로덕션, 도에이 동화
◈ 저작권: ⓒ MCMLXXXVI SUNBOW Productions Inc · HASBRO Inc
◈ 일자: 1986.08.08
◈ 장르: SF, 로봇, 모험,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시놉시스>

거대한 인공행성이 평화로운 로봇 생명체들의 행성 리쏜에 다가오고 있었다. 리쏜에 그대로 충돌하여 중심부로 모든 것들을 빨아들이는 가공할 이 인공행성의 정체는 바로 유니크론이라 불리는 초거대 트랜스포머. 오토봇의 리더에게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매트릭스만이 자신을 파괴할 수 있는 유일한 물체라는 것을 알게 된 유니크론은 오토봇들의 별 사이버트론으로 진로를 바꾸어 서서히 전진하게 된다.

한편, 사이버트론을 디셉티콘에게 빼앗긴 오토봇들은 사이버트론의 위성에 전진기지를 설치하고 디셉티콘에게 반격태세를 갖추고 있는 중이었다. 반격을 위한 에너지 보급이 충분하지 않음을 파악한 오토봇의 리더 옵티머스 프라임은 디셉티콘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극비리에 지구로부터 보급을 지시하지만, 첩자에 의해 이 중요한 기밀이 디셉티콘의 리더 메가트론에게 새어나가고 만다. 오토봇의 보급선이 부족함을 파악한 메가트론은 곧바로 디셉티콘에게 공격명령을 내리게 되는데...


<소개>
 

오토봇의 리더 옵티머스 프라임. ⓒ MCMLXXXVI SUNBOW Productions Inc · HASBRO Inc

1984년 미국에서 방영되어 커다란 인기를 끌었던 트랜스포머 TV 시리즈의 극장용 만화영화. TV 시리즈에서 실질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을 맡았던 도에이 동화와, 한국의 하청업체 AKOM 프로덕션이 주축이 되어 제작한 작품으로, TV 시리즈의 프로듀서였던 넬슨 신이 극장판의 감독을 맡는 등, 핵심 스탭진에 대거 한국 애니메이터들이 참여하여 한국 애니메이션의 저력을 보여준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애초에 트랜스포머는 일본의 완구업체인 타카라가 런칭한 다이아크론과 뉴 미크로맨 브랜드에서 파생된 상품이었다. 1980년과 81년에 각각 런칭한 이 두 브랜드는 일본 내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으나, 리얼로봇의 붐으로 인해 프라모델이 로봇완구의 자리를 대치하고 있던 당시의 상황 속에서 타카라 역시 프라모델 사업에 뛰어들면서 아니메로는 제작되지 못했으며, 그러던 84년 타카라가 미국의 대표적 메이저 완구 브랜드인 하스브로 컴퍼니 측에 두 브랜드를 수출하게 되면서 일대 전기를 맡게 된 것이다. (80년대 중반부에 다이크론과 뉴 미크로맨 브랜드는 한국에서도 판매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중 다이아배틀스 완구는 84 태권브이 완구의 원형이 되기도 하였다.)

하스브로는 이 브랜드를 수입한 뒤, 미국 판매용 브랜드로 새로이 제품을 디자인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인간이 탑승하는 로봇이 아닌, 생명을 가진 변신 로봇으로 컨셉이 바뀌게 된다. 상품화가 완료된 후 제품 홍보를 위한 TV 애니메이션 역시 기획에 들어가게 되는데, 아동용 완구의 특성상 만화영화만한 홍보 수단이 없었기 때문으로 이는 이미 일본의 로봇 아니메 시스템에서 검증된 결과였다. 로봇 애니메이션에 대한 노하우가 없는 미국에서는 제작이 불가능한 상황, 자연스레 애니메이션 제작은 일본에 하청을 주는 것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을 무렵, 신동헌 감독의 제자인 한국계 애니메이터 넬슨 신에 의해 애니메이션 제작은 새로운 국면을 맡게 된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송락현님의 포스트와 페니웨이님의 포스트를 참고하시길.

☞ 트랜스포머 시리즈 by 송락현 (보러가기)
☞ 트랜스포머 특집 #1: 트랜스포머 애니메이션의 시작과 발전 by 페니웨이 (보러가기)

TV 시리즈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넬슨 신과 AKOM 프로덕션은 트랜스포머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특히, 대부분의 콘티를 한국계 애니메이터들이 작업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 할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재미교포로 이제 막 애니메이션계에 발을 들인 신예 피터 정의 실력과 센스는 감독인 넬슨 신을 놀라게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극장판은 일본 로봇 아니메에서도 보기 힘든 다이나믹한 장면 설정과 카메라 워크를 보여주며 TV 시리즈의 퀄리티를 한차원 더 뛰어넘은 영상미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모리시타 코죠나 츠노다 코이치, 사사카도 노부요시와 같은 일본 로봇 아니메의 베테랑들이 참여가 큰 힘이 되어준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지시한 대로 하청작업만을 해오던 한국 애니메이션계의 수준을 감안할 때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내용은 시즌 1과 2가 끝나고 시즌 3이 시작되기 전의 중간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며 일부 주역 캐릭터들이 이 극장판에서 최후를 맡는 등 당시 트랜스포머의 팬들에게는 상당히 충격적인 전개가 눈길을 끈다. 특히, 주인공 격인 오토봇의 리더 옵티머스 프라임(콘보이)의 최후는 당시 아이들에게는 꽤나 놀라운 전개이기도. 옵티머스의 뒤를 이어 핫로드가 로디머스 프라임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라스트 클라이막스는 상당히 인상적인 씬이긴 했으나 옵티머스 프라임의 인기가 워낙 높은 덕에 이 전개는 후일 많은 팬들로부터 격렬한 항의를 듣게 되며 결국은 추후 시리즈에서 옵티머스가 부활하는 것으로 일단락 된다. 덕분에 새로운 주인공 로디머스 프라임의 존재감은 미약해져버리기도.

오토봇의 새로운 리더 로디머스 프라임. ⓒ MCMLXXXVI SUNBOW Productions Inc · HASBRO Inc

극장판에서 첫 등장하는 유니크론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데쓰스타를 연상시키는 압도적인 크기의 인공행성이 초 거대 로봇으로 변신하는 장면은 이제까지의 로봇 아니메를 통틀어 가장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하고 있다. 로봇 아니메 메카 일본에서조차 이 정도의 거대한 로봇이 등장하는 작품은 드문 편. 거대함과 압도적인 위압감 덕분에 이후 후속 시리즈에서도 여러번 재등장하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볼 때 로봇 아니메를 표방하고 있으나 생명체를 지닌 로봇이라는 점에서 미국식 히어로 애니메이션과의 교집합이 더 많은 SF 판타지 히어로물에 가깝다 할 수 있다.

최종 극장판 수익은 약 5백80만 달러로 기대한 만큼의 빅히트를 기록하지는 못했다.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평가절하 되는 부분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 오히려 마이클 베이의 실사영화보다 스토리 완성도나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완성도는 높다고 판단된다. 실사영화의 이야기와 스토리보드를 그대로 86년도 극장판 퀄리티의 만화영화로 구성한다든지 혹은 역으로 86년 극장판을 실사영화 수준의 CG 영화로 만든다고 상상해보면 좋을 듯. 일본에서는 여러가지 알려지지 않은 사정에 의해 개봉되지 않았는데, 이 때문에 시즌 3에서 주인공인 옵티머스 프라임이 사망한 체로 시작되면서 팬들에게 혼선을 주기도.

여러모로 한국 애니메이션계에 한 획을 그을 수도 있는 기회를 준 작품이었으나 결국 시즌 4를 끝으로 AKOM 프로덕션은 제작에서 물러나게 되고 트랜스포머에서 수확한 값진 노하우는 여전히 한국 애니메이션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못한 체 하청 작업에 의존하는 행태는 계속되고 만다. 이는 애니메이터나 애니메이션 업계만의 문제가 아닌 산업 전반과 사회적, 문화적 인식에 문제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참고 사이트>

[1] トランスフォーマー, Wikipedia Japan
[2] トランスフォーマー ザ・ムービー, Wikipedia Japan
[3] The Transformers: The Movie, Wikipedia
[4] Transformers: The Movie (U.S.), ANN
[5] 트랜스포머 더 무비, 위키피디아
[6] 트랜스포머,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MCMLXXXVI SUNBOW Productions Inc · HASBRO Inc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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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신로보 크로노스의 대역습 (1986), マシンロボ クロノスの大逆襲 / Machine Robo


ⓒ 葦プロダクション


<정보>

◈ 감독: 요시다 히로시(吉田浩)
◈ 콘티/연출: 요시다 히로시, 후지모토 요시타카(藤本義孝)
◈ 시리즈 구성/각본: 소노다 히데키(園田英樹) / 소노다 히데키, 키시마 노부아키(岸間信明)
◈ 캐릭터 디자인: 하바라 노부요시(羽原信義)
◈ 메카닉 디자인: 하라구치 사와키요(原口沢清), 야마다 타카히로(山田高裕)
◈ 작화감독: 스가누마 에이지(菅沼栄治), 히라야마 노리오(平山則雄) 外 / 오오바리 마사미(大張正己) - 1화만 작감
◈ 미술감독: 東条俊寿
◈ 음악/노래: 아카노 타치오(あかのたちお) / 마틴(1기 오프닝), 시몬 마사토(2기 오프닝), 와타나베 에마(엔딩)
◈ 기획/제작: 카토 히로시(加藤博), 시마무라 카즈오(嶋村一夫) / 사토 토시히코(佐藤俊彦)
◈ 제작사: 아시 프로덕션, 요미우리 광고사, TV 도쿄
◈ 저작권: ⓒ 葦プロダクション
◈ 일자: 1986.07.03 ~ 1987.05.28
◈ 장르: SF, 로봇, 액션, 히어로
◈ 구분/등급: TVA (47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시놉시스>

기계생명체들이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는 별 크로노스. 하지만 영원한 생명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에너지원 하이리비드를 노리는 우주 범죄조직 갼도라 일당이 크로노스를 침공한다. 크로노스 족장의 아들이자 천공우심권의 전수자인 롬 스톨은 갼도라 일당에 아버지 키라이를 잃은 뒤, 크로노스를 지키고 하이리비드를 수호하기 위해 제트 족의 블루제트와 배틀족의 로드 탱크, 트리플 짐, 그리고 동생 레이나 등과 함께 갼도라와 싸울 것을 결의하게 된다. 키라이가 죽기 전 롬에게 물려준 검랑은 거대한 거인 켄류와 바이캄프를 소환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검으로, 롬은 소환한 켄류와 바이캄프와 합체하여 갼도라의 기계 괴물들과 사투를 벌이게 되는데...


<소개>

경영난에 빠져있던 완구회사 타카라(現 타카라 토미)가 미국의 메이저 완구회사 하스브로에게 판 완구 브랜드가 미국에서 트랜스포머로 공존의 히트를 기록한 뒤, 역수입되는 시점에서 반다이는 이 트랜스포머 시리즈와 유사한 라인업인 머신로보 브랜드를 런칭하게 된다. 트랜스포머의 아류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머신로보는 85년 큰 히트를 기록하면서 트랜스포머와 함께 로봇완구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오게 된다. 이에 자연스럽게 머신로보를 소재로하는 아니메 제작이 거론되는데, 바로 그 작품이 아시 프로덕션에서 제작한 '머신로보 크로노스의 대역습(1986)'이다. 

다만, 제작을 맡은 프로덕션이 아시 프로덕션이라는 사실은 아니메 팬들에게는 박수를, 스폰서인 반다이에게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예견하게 하는 선택이었다. '우주전사 발디오스(1980)', '전국마신 고쇼군(1981)', '특장기병 돌바크(1983)', '초수기신 단쿠가(1985)'에 이르기까지 아시 프로덕션이 그동안 선보여온 로봇 아니메는 정통 거대로봇물이라는 껍데기 위에 리얼로봇에 근접하는 드라마가 담긴 마니악한 모습을 보여왔으며, 해당 작품의 완구 판매실적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해조기종영되는 사태가 왕왕 있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대에 선라이즈를 제외하고 그 정도 수준의 로봇물을 제작할 수 있는 프로덕션 역시 아시 프로덕션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이 사실이기도 했다. (도에이는 당시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하청제작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완구 브랜드의 홍보를 위한 아동용 정통 로봇물을 원했던 반다이의 의도와는 달리 아시 프로덕션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독특한 형태의 아니메를 만들어낸다. 그것은 무협과 히어로물을 로봇물에 결합한 것으로, 등장하는 로봇들이 전통적인 로봇 전투와는 다른 권법과 검법을 사용한 지극히 인간적인 액션을 보여주었으며, 주인공 롬 스톨이 로봇에 탑승하여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로봇과 한몸이 되어 스스로 로봇인 것처럼 움직이는 합신이라는 드문 컨셉을 내세웠던 것이다. 롬 스톨-켄류-바이캄프로 이어지는 합신 컨셉은 과거 타츠노코 프로의 '투사 고디안(1979)'를 모티브로 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 머신로보 브랜드가 아닌 별도의 메카 바이캄프와 켄류가 디자인되었으며, 머신로보의 변형로봇 컨셉을 가진 블루제트나 로드탱크는 조연급 캐릭터에 머무르게 된다. (이는 이 작품이 스폰서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속칭 스폰서를 엿먹인 작품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과도 같은 것이다.)

ⓒ 葦プロダクション

멋진 대사를 읊조리며 악당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주인공 롬의 모습은 멀게는 아시 프로덕션의 오리진이라 할 수 있는 타츠노코 프로의 히어로 아니메를 연상시키는 클리셰이며, 가깝게는 당시 (리얼로봇물인 '푸른 유성 SPT 레이즈너(1986)'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에 그 영향력을 행사하던 '북두의 권'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과장된 멋과 스타일이 살아 있었다. 머신로보는 심오한 인간 드라마와 밀리터리적인 설정이 가득 담긴 리얼로봇이나 여러가지 신기한 무기와 변형합체를 선보이는 거대로봇물과는 다른, 말 그대로 폼나는 무협 액션물이라는 테마를 표방하고 있었고, 실로 이를 멋지게 표현한 독특한 작품이었던 것이다. 여기에 히로인 레이나를 위시한 여러 여성 캐릭터들의 등장은 작품의 마니악한 멋을 더해주는 비장의 소스와도 같은 것으로, 이는 후일 2000년대 아니메 최대의 테마로 자리잡게 되는 '모에'의 선구적인 시도 중 하나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시 프로덕션의 이러한 일련의 재치있는 시도들은 예상대로 완구판매의 실적과는 직결되지 못했다. 변신 컨셉을 가진 머신로보 자체가 작품에서 조연급 캐릭터에 머물러 있었으니 이는 당연한 일. 이로 인해 시리즈는 방영 도중 반다이에 의해 급격한 노선변경을 강요받게 되며, 중반 이후에는 시리즈가 지향하던 무협 액션물의 요소를 걷어내고 원래의 테마인 변형합체 로봇 액션물로 복귀하게 된다. 다만, 이러한 전개는 작품 전체적인 흐름에는 악영향을 미쳐 시리즈의 후반부는 전반부와 같은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는 실패하고 만다. 급반전된 작품의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시리즈는 47화로 조기종영 없이 종방되었으며, 이는 아시 프로덕션의 로봇물 중 최초로 4쿨을 온전히 방영한 작품이기도 하다.

☞ 아니메 집중분석 5 [머신로보 - 크로노스의 대역습] by 바이칸 (바로가기)


머신로보 완승 배틀 해커즈 (1987)


<정보>

◈ 감독: 요시다 히로시
◈ 각본: 소노다 히데키, 키시마 노부아키
◈ 캐릭터 디자인: 츠루야마 오사무(つるやまおさむ)
◈ 메카닉 디자인: 야마다 타카히로, 原口清
◈ 미술감독: 東条俊寿
◈ 음악/노래: 아카노 타치오 / 이가라시 토시야(오프닝)
◈ 프로듀서: 사토 토시히코
◈ 제작사: 아시 프로덕션, 요미우리 광고사, 도쿄 TV
◈ 저작권: ⓒ 葦プロダクション
◈ 일자: 1987.06.03 ~ 1987.12.30 
◈ 장르: SF, 로봇, 액션, 히어로
◈ 구분/등급: TVA (31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머신로보 크로노스의 대역습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완구판매는 오히려 급락했다. 비록 자신들을 엿먹이기는 했지만,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어낸 아시 프로덕션의 능력을 인정했는지 반다이는 다시금 머신로보의 속편을 아시 프로덕션에게 맡기게 된다. 다만 이번에는 전작과 같은 실수가 없도록 철저하게 관리가 된 듯 하다. 전작의 폭주(?)에 일등공신이기도 했던 하바라 노부요시가 스탭진에서 제외된 점이 주목할만하다.

다만, 시리즈의 인기가 완구판매로 직결되지 않은 점은 전작과 동일했다. 이는 어떤 면에서 보면 머신로보 브랜드 자체가 이미 상품가치를 상실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었다. 결국, 본 작품은 괜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조기종영이라는 결과를 맞게 되었으며, 머신로보 브랜드 역시 시리즈의 조기종영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재미있는 것은 아시 프로덕션은 후일 머신로보 시리즈의 탄생에 영향을 끼친 트랜스포머의 후속 시리즈 '비스트워즈 II 초생명체 트랜스포머(1998)'의 애니메이션 제작을 맡게 된다는 것이다.([1] 참조)

이후 반다이는 무려 17년 만에 선라이즈와 함께 머신로보 브랜드를 활용한 '출격 머신로보 레스큐(2004)'라는 작품으로 새롭게 탄생시킨다. 스탭진 대부분은 선라이즈 출신으로 꾸려지지만 각본만큼은 원작의 시리즈 구성을 맡았던 소노다 히데키가 그대로 기용된다. 다만, 전체적인 모양새는 원작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작품으로 오히려 선라이즈의 용자 시리즈에서 그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레이나 검랑전설 (1988)


ⓒ 葦プロダクション

<정보>

◈ 감독/콘티/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하바라 노부요시
◈ 연출: 카토 타카오(加戸誉夫), 무라야마 야스시(村山靖)
◈ 각본: 소노다 히데키
◈ 메카닉 디자인: 야마다 타카히로
◈ 미술감독: 東条俊寿
◈ 음악/노래: 와타나베 츄메이(渡辺宙明) / 와타나베 에마, 무라타 에리, 미즈타니 유우코 外
◈ 프로듀서: 타자키 히로시(田崎廣), 시모지 유키나오(下地志直)
◈ 제작사: 아시 프로덕션,
◈ 저작권: ⓒ 葦プロダクション
◈ 일자: 1988.02.05 / 1988.09.04 / 1989.04.26
◈ 장르: SF, 액션, 판타지, 히어로
◈ 구분/등급: OVA (3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머신로보라는 완구 브랜드는 사멸되었고, 머신로보 시리즈도 조기종영 속에 잊혀져 버렸지만, 1기 시리즈의 히로인 레이나의 인기는 여전히 아니메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유효했다. 이로 인해 레이나를 주인공으로 하는 별도의 OVA 시리즈가 탄생한다. 애초의 시리즈가 표방했던 로봇 액션물과는 동떨어진 미소녀 액션을 표방한 작품으로, 이는 몇년 뒤 '자이언트 로보(1992)'의 인기 히로인 긴레이가 '맨발의 긴레이(1994)'라는 별도의 OVA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과 같은 모습이라 하겠다. 다만, 팬서비스 수준의 스핀오프에서 벗어나 오빠인 롬의 그늘에 가려져있던 레이나의 홀로서기와 검랑의 후계자로 태어나는 모습을 그리면서 머신로보 시리즈의 대단원을 장식하는 이야기로 그려지고 있다. 머신로보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던 제트나 블루와 같은 변신 로보 캐릭터들이 모조리 인간의 얼굴을 한 미청년으로 등장하는 등, 메카닉 액션이 아닌 원 시리즈의 특징인 무협 액션의 요소를 강조한 소녀의 성장 스토리가 되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葦プロダクション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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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노 감독의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 목차>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 (1986), 機動戦士ガンダムΖΖ / Mobile Suit ZZ Gundam 


ⓒ SOTSU · SUNRISE


<정보>

◈ 원안: 야다테 하지메 (矢立肇)
◈ 원작/총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富野由悠季)
◈ 각본: 엔도 아키노리 (遠藤明範), 스즈키 유미코 (鈴木裕美子)
◈ 콘티/연출: 토미노 요시유키, 타키자와 토시후미 (滝沢敏文), 요코야마 히로유키 (横山広行)
◈ 캐릭터 디자인: 키타즈메 히로유키 (北爪宏幸)
◈ 메카닉 베이스 디자인: 고바야시 마코토 (小林誠), 이즈부치 유타카 (出渕裕)
◈ 메카닉 디자인: 신도우샤 (伸童舎), 아키타카 미카 (明貴美加)
◈ 작화감독: 키타즈메 히로유키, 카나야마 아키히로 (金山明博), 온다 나오유키 (恩田尚之)
◈ 메카닉 작화감독: 우치다 요리히사 (内田順久)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 (池田繁美)
◈ 디자인 협력: 야스히코 요시카즈 (安彦良和), 오카와라 쿠니오 (大河原邦男), 후지타 카즈미 (藤田一己)
◈ 음악/노래: 사에구사 시게아키 (三枝成章) / 아라이 마사히토 (1기 OP/ED), 히로에 쥰 (2기 OP/ED)
◈ 기획/프로듀서: 선라이즈 / 우치다 켄지 (内田健二), 카미야 쥰이치 (神谷寿一)
◈ 제작사: 선라이즈, 나고야 TV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6.03.01 ~ 1987.01.31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47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우주세기 0087년에 시작된 에우고와 티탄즈의 '그리프스 전쟁'은 티탄즈의 패망으로 종결되었지만, 에우고 역시 승리한 것은 아니었다. 리더 격인 크와트로 바지나(샤아 아즈나블) 대위가 실종되고, 에이스 파일럿인 카미유 비단의 정신이 붕괴되었으며, 그 외에 많은 지휘관과 파일럿을 잃은 에우고 역시 큰 타격을 입고 만 것이다. 여기에 그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던 지온공국의 잔당 액시즈가 섭정 하만칸의 강력한 리더쉽 아래 네오지온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그리프스 전쟁 말기부터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게 된다. 티탄즈의 몰락과 함께 그 세력이 크게 약화된 지구연방에게 그동안 세력을 비축한 네오지온은 버거운 존재였다. 

한편, 시로코와의 최종전으로 상처입은 아가마가 사이드 1의 샹그릴라에 입항한다. 티탄즈의 잔당인 야잔 게이블은 에우고의 상징인 제타 건담을 탈취할 계획을 세우고 샹그릴라의 고물상 하청꾼인 샹그릴라 칠드런에게 일을 의뢰한다. 쥬도 아시타를 리더로 하는 샹그릴라 칠드런은 야잔의 의뢰를 받아 제타 건담의 탈취에 성공하지만, 때마침 아가마에게 공격을 감행한 네오지온의 순양함 엔도라와 그 지휘관 마슈마로 인해 쥬도는 뜻하지 않게 후일 '1차 네오지온 항쟁'이라 불리는 거대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는데...


<소개>

ⓒ SOTSU · SUNRISE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이 등장했음에도 프라모델 매출은 반다이의 기대치를 밑돌았다. 여기에 팬들이 원했던 아무로와 샤아의 이야기가 아닌, 카미유라는 새로운 주인공을 내세운 이야기라는 점과 전작보다 훨씬 심각해지고 비극적인 Z 건담의 분위기는 시청률 측면에서도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결국 이러한 여러 요인들이 새로운 건담 시리즈를 다시 제작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가져온 셈이다. 물론 Z 건담이 큰 히트를 했더라도 후속 시리즈는 계속 만들어졌겠지만, 어쨋든 간에 이로 인해 Z 건담이 종영 후 곧바로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기동전사 건담 ZZ(1986)'이 그 바톤을 이어받게 된다.

중간의 휴식기간 없이 바로 다음 주 같은 방송 시간대에 시리즈가 시작된 점으로 미루어보아 이미 Z 건담 제작 중에 ZZ 건담은 기획되고 제작되었던 것을 알 수 있다. Z 건담의 지나치게 어두웠던 분위기가 비판의 대상이 되자 토미노 감독은 건담의 분위기를 대폭 일신하여 보다 명랑한 작품으로 만들고자 했는데, 이는 '무적초인 점보트(1977)' 이후 '무적강인 다이탄 3(1978)'을, '전설거신 이데온(1980)' 이후 '전투메카 자붕글(1982)', '성전사 단바인(1983)' 이후 '중전기 엘가임(1984)'을 연출하면서 비극과 희극을 오고 갔던 토미노의 전형적인 작품 패턴을 답습하는 것이었다. 

Z 건담을 통해 그 역량을 증명한 키타즈메 히로유키가 본 작에 이르러 캐릭터 디자이너로서 전면에 나서게 된다. 이는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그늘을 벗어난 최초의 건담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전작과는 다른 명랑한(?) 작품 분위기와 새로운 캐릭터 디자이너를 내세우면서 전반적으로 ZZ 건담의 캐릭터들은 이전의 현실적인 모습의 캐릭터들에 비해 좀더 아니메 취향의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다. 화려하고 패셔너블한 코스튬, 스타일리쉬한 캐릭터, 더 많아진 미소녀 등장인물은 이를 증명하는 것이라 하겠다. Z 건담 비운의 히로인 포 무라사메의 뒤를 잇는 엘피 플은 어린 소녀로 그려지는데 이는 근래 아니메의 트렌드인 모에 취향을 연상시키며, 루루카나 캬라 슨 등 다양한 외모와 성격을 가진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것은 이전의 건담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이는 어찌보면 이전까지의 토미노 식 인물설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모양새이기도 하다.

Z 건담에서 강판되었던 나가노 마모루가 다시금 메카닉 디자인으로 합류하지만, 또다시 반다이와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체 하차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결국 ZZ 건담에서 마라사이나 디오 등을 디자인했던 고바야시 마코토가 3기의 합체변신이라는 다분히 완구적 특징이 강한 ZZ 건담을, 당시 떠오르는 신예인 이즈부치 유타가가 네오지온의 MS를 맡아 디자인하게 된다. ZZ에서 이즈부치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는지 이후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1988)'에서 이즈부치는 메인 디자이너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된다. ZZ 건담은 코어 파이터 시스템을 부활시키고 합체와 변신 컨셉을 통해 과거 퍼스트 건담의 G 아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으며, 이마 부분에서 고출력의 메가 입자포(우주전함 야마토의 파동포를 연상시키는 컨셉)를 장비하는 등 여러 측면에서 거대로봇의 컨셉을 도입한 흔적이 느껴진다. 이는 명랑한 작품 분위기에 맞춰 리얼로봇이라는 베이스 위에 거대 로봇의 컨셉을 일부 접목시킨 것으로 보인다.

분위기를 일신했으나 반응은 오히려 냉담했다. 샤아의 행방불명, 카미유의 정신붕괴와도 같은 Z 건담의 충격적인 결말이 있은지 일주일 만에 이전과는 상반된 명랑한 분위기와, 완전히 다른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건담 시리즈였으니 Z 건담의 팬들로서는 당연히 괴리감을 느꼈을 듯.(다만 ZZ의 1화는 본편의 시작이 아닌 Z 건담의 총집편이었다.) 쥬도 아시타는 신경질적이고 어두운 카미유에 비해 활기차고 밝은 캐릭터로 매력이 넘쳤으나 건담이라는 테마와는 동떨어진 캐릭터였고, 쥬도의 라이벌로 등장하는 마슈마 제로 역시 장미꽃과 나르시즘에 허우적대는 개그 캐릭터로서 건담이 이제껏 지향해온 테마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다. 시청률은 Z 건담보다 더 악화되었고, 결국 마슈마는 과거 그의 선배 캐릭터인 샤아나 제리드가 그러했듯이 한동안 시리즈에서 퇴장 당하는 수모를 겪게 된다.

ⓒ SOTSU · SUNRISE

결국 중반부에 접어들어 시리즈는 종전의 테마를 다시금 답습하기에 이르른다. 히로인 엘피 플의 죽음과 같이 비극적인 에피소드가 다시 등장했으며, 전장 속에 벌어지는 오해와 갈등, 멸망의 삼중주는 토미노의 폭주를 다시금 연상시키는 듯 싶기도. 다만, 토미노는 20여화 정도가 제작된 시점에서 역습의 샤아 극장판의 제작을 위해 일선에서 물러났고([3] 참조), 후반부는 각본을 담당했던 엔도 아키노리를 중심으로 에피소드별 연출가들의 작품을 마무리하는 형태로 전개되었다. 다만 최종화까지의 콘티는 대부분 토미노의 손길이 닿아 있었기에 그의 영향력을 완벽히 부인할 수는 없었다 하겠다. 후일 토미노는 스스로 ZZ는 자신이 아닌 엔도의 작품이라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급전된 분위기 이후의 ZZ는 리얼로봇의 상징과도 같은 건담에 걸맞는 드라마틱한 전개를 보여주었고, 키타즈메의 캐릭터들은 당시 TV 시리즈로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작화를 보여주어 전반적으로 작품의 퀄리티는 당시 TV 시리즈로서는 톱 클래스에 든다 하겠다. 충격적인 전개와 파멸적인 결말로 치달았던 Z와 달리 벌려놓은 여러 이야기들을 작품 내에서 깔끔하게 정리했는데, 마지막 회에서 그려진 브라이트를 향한 쥬도의 일격은 마치 Z 건담에서 샤아에게 일격을 날린 카미유와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이는 어른들의 과오를 젊은이들이 바로 잡는다는 ZZ의 테마를 상징하는 부분이라고도 볼 수 있으며, 토미노의 작품 대부분은 이렇게 기성세대의 그릇된 가치관과 시스템에 항거하는 젊고 패기 넘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도 하다.

시리즈의 평균시청률은 6.04%로 Z 건담의 6.4%에 못미치는 성적을 거두었다. 타카하시 료스케의 '푸른 유성 SPT 레이즈너(1985)'의 조기종영에 이은 ZZ의 저조한 반응은 건담 시리즈 뿐만 아니라 리얼로봇물 전체가 이제 쇠퇴기에 접어들었음을 증명하는 징조였던 셈이다. 1기 오프닝 제목 '아니메가 아니야(アニメじゃない)'처럼 아니메가 아닌, 그 이상의 인간 드라마를 그리고자 했던 토미노는 자신이 창조한 건담이라는 굴레를 빠져 나오지 못한체 또다시 건담 시리즈의 진정한 종결을 위한 역습의 샤아 제작에 매진하게 된다.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ガンダムΖΖ, Wikipedia Japan
[2] 機動戦士ガンダムZZ (1986), allcinema.net
[3] 기동전사 건담 ZZ, 엔하위키 미러
[4] 기동전사 건담 ZZ (1986), 베스트 아니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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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유성 SPT 레이즈너 (1985), 蒼き流星SPTレイズナー / Layzner


ⓒ SUNRISE


<정보>

◈ 원안/원작: 야다테 하지메 / 이토 츠네히사 (伊東恒久), 타카하시 료스케 (高橋良輔)
◈ 감독: 타카하시 료스케
◈ 각본: 호시야마 히로유키 (星山博之), 스즈키 요시타케 (鈴木良武), 히라노 야스시 (平野靖士), 이토 츠네히사 (伊東恒久) 外
◈ 콘티/연출: 야타베 카즈요시 (谷田部勝義), 아미노 테츠로 (網野哲郎), 카세 미츠코 (加瀬充子) 外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다니구치 모리야스 (谷口守泰) / 다니구치 모리야스, 무라나카 히로미 (村中博美), 八幡正 外
◈ 메카닉 디자인/작화감독: 오카오라 쿠니오 (大河原邦男) / 요시다 토오루 (吉田徹), 오키우라 히로유키 (沖浦啓之)
◈ 미술감독: 혼다 오사무 (本田修), 아라이 카즈히로 (荒井和浩)
◈ 음악/노래: 이누이 히로키 (乾裕樹) / AIRMAIL from NAGASAKI (OP), 토미자와 미치에 (ED)
◈ 프로듀서: 우에다 마스오 (植田益朗), 銀谷精一, 木本隆彦
◈ 제작사: 선라이즈, 니혼 TV, 요미우리 광고사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85.10.03 ~ 1986.06.26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38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미소 냉전이 계속되던 1996년, 인류는 화성에까지 진출하지만 냉전구도는 광활한 우주에까지 확대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우주에 불화의 씨앗이 생길것을 우려한 그라도스 별의 그라도스인들은 미래의 불안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지구를 제압할 것을 결정하게 된다.

그즈음 UN이 주최한 우주체험교실에 선정된 소년 소녀들이 화성의 UN기지에 도착하게 된다. 부푼 꿈을 안고 도착한 그들 앞에 갑작스런 그라도스군의 인간형 병기 SPT(Super Powered Tracer)의 습격이 시작된다. 기지는 파괴당하고 체험학습단이 위기에 처한 순간, 한 대의 푸른 SPT가 나타나 그라도스군으로부터 소년소녀들을 구하게 된다. 푸른 SPT를 몰고 온 인물은 그라도스인과 지구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알바트로스 날 에이지 아스카라는 소년이었는데...


<소개>

타카하시 료스케의 4번째 리얼로봇물이자 감독으로서 그의 마지막 TV 시리즈 로봇물. 그라도스라는 이성인과 지구인과의 전투가 시작되는 즈음, 그라도스의 피를 이어받은 주인공 에이지가 그라도스의 병기 레이즈너를 몰고 지구의 편에서 싸운다는, 'UFO 로봇 그렌다이저(1976)'에서부터 이어져온 거대로봇물의 테마를 이어받은 작품이다. 하지만 타카하시 료스케에 의해 독특한 스타일로 그려지면서 리얼로봇물의 쇠퇴기를 장식한 걸작 아니메로 이름을 남긴다. 

당시 선라이즈의 작화 라인은 몇 개의 부류로 나뉘어지고 있었는데, 우선 작화에 있어서 일가를 이룬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이끄는 작화라인과, '스튜디오 비보' 소속으로 '전설거신 이데온(1980)' 이후 토미노 요시유키와 호흡을 맞춰온 코가와 토모노리와 그의 제자인 키타즈메 히로유키, 온다 나오유키, 오오모리 히데토시 등이 이끄는 작화라인, 그리고 '아니메아루' 소속의 다니구치 모리야스와 그의 제자(요시다 토오루, 오키우라 히로유키, 오사카 히로시)들이 이끄는 작화라인이 있었다. 레이즈너는 '태양의 송곳니 다그람(1981)'부터 참여해온 다니구치 모리야스와 그의 제자들이 참여하게 된다.

'용자 라이딘(1975)'부터 선라이즈의 다수의 작품에 참여해온 다니구치였지만 캐릭터 디자인으로서는 레이즈너가 첫 작품이었다. 다니구치가 '북두의 권(1984)' TV 시리즈에 참여했던 이력 때문인지 2기부터는 북두의 권의 영향을 받은 듯한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며,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게 된다. 또한, 주인공인 에이지의 모습은 북두의 권의 켄시로와 함께 그가 참여했던 '장갑기병 보톰즈(1983)'의 주인공 키리코 큐비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다. 키리코 큐비 역시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켄시로와의 접점이 느껴지는데, 이는 작화를 맡은 다니구치 못지않게 타카하시 감독이 북두의 권 시리즈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음을 시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미소냉전이 진행중인 1996년이라는 설정부분은 아직은 냉전 중에 있던 86년의 시대상황을 반영한 부분이다. 이러한 분쟁상황이 우주로 확대되는 것을 우려한 그라도스인들의 지구침공은 다분히 냉전시대에 대한 타카하시 감독의 우회적인 풍자라고 볼 수 있다. 그라도스인과 지구인의 혼혈로, 화성에 견학온 학생들과 함께 그라도스의 추격군을 물리치며 지구로 귀환하는 초반부의 이야기는 '기동전사 건담(1979)'을 거쳐 '은하표류 바이팜(1983)'까지 이어져온 15소년 표류기식 이야기 구조를 따르고 있다. 독특한 것은, 이러한 분위기가 주인공 에이지의 실종이후 3년이 지난 시점에서 벌어지는 2기의 이야기를 기점으로는 완벽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는 점이다.

그라도스에 의해 점령당한, 폐허가 된 지구에서 레지스탕스 활동을 벌이는 안나일행과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멋진 무술실력을 보여주며 구세주처럼 등장하는 에이지의 모습으로 시작되는 2기는 여러 면에서 북두의 권스러운 무협액션물의 영향을 받고 있다. 또한, 시리즈 최고의 악역 고스테로와 그의 시귀대의 전용 SPT는 리얼로봇의 특색인 병기로서의 로봇보다는 정통 거대로봇물의 영향이 눈에 띈다. 이것은 주역 메카인 레이즈너의 필살기라 할 수 있는 V-MAX 시스템 또한 마찬가지. 전반적으로 볼 때 레이즈너의 2기는 리얼로봇물에 정통 거대로봇물의 스타일을 가미한 크로스오버적인 성격이 눈에 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당시 리얼로봇물의 인기가 예전같지 않음을 증명하는 사례로 볼 수 있을 듯 싶다.

시리즈는 히로인 안나의 1인칭 시점으로 묘사되고 있다. 1기에서 지구인들의 편견 속에 고립된 주인공 에이지를 처음으로 믿어주던 14살의 소녀 안나는 2기에서는 에이지를 사랑하는 연인으로 변모하게 되는데, 남성 취향의 하드한 작품 스타일과 달리 연인을 바라보는 느낌으로 이야기하는 안나의 해설은 작품을 부드럽게 마무리하는 효과를 가져다 준다. 이는 선라이즈의 '스크라이드(2001)'에서 카나미의 해설로 재사용되기도 한다. 바이팜에서 처음 등장했던 에피소드의 클라이막스 부분을 미리 보여주는 아방 타이틀식 연출도 사용되는데, 오프닝 테마 중간에 사용되는 스타일리쉬한 기법이 눈에 띈며, 이 역시 선라이즈의 '사이버 포뮬러 사가(1996)' 등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다.

ⓒ SUNRISE

리얼로봇에 정통 거대로봇물과 무협액션을 가미한 크로스오버는 시청률 측면에서 좋은 호응을 얻었다. 동시간대에 방영중이던 인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夕やけニャンニャン'의 공세 속에서도 10% 전후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1] 참조), 오히려 비슷한 시기에 방영중이던 선라이즈의 야심작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을 능가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하게 되는데, 스폰서 중 하나였던 산요(SANYO)의 석유난로가 제조결함으로 인해 일산화탄소가 발생하여 45명이 중독되고 4명이 죽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스폰서에서 하차하게 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제작비 수급에 난항이 발생하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출시된 레이즈너 프라모델이 판매부진으로 고전을 겪자 반다이마저 스폰서에서 철수해버리는 상황이 벌어진다. 외적인 여건이 악화되면서 레이즈너는 좋은 반응에도 불구하고 38화로 갑작스런 종영을 맡게 된다.

37화까지 정상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던 상황으로 보아 조기종영 결정은 상당히 급박하게 이루어 졌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38화는 스토리의 비약이 심해졌고 마무리 역시 확실하지 않았다. 우주로 떠난 에이지를 기다리는 안나 일행의 회상장면에서는 이전 컷을 대거 재사용하는 등, 스탭진 역시 시리즈 조기종영에 큰 실망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제 완구/프라모델 스폰서와 TV 시리즈 아니메의 연계라는 비즈니스 시스템은 서서히 한계를 맞이하고 있었고, 리얼로봇 장르의 편중현상은 역으로 컨텐츠의 경쟁력을 급속히 떨어뜨리고 있었다. 결국, 레이즈너의 퇴장과 함께 타카하시 료스케도 리얼로봇물에서 퇴장하게 된다.

☞ 아니메 집중분석 17 [푸른유성 SPT 레이즈너] by 바이칸 (바로가기)


푸른 유성 SPT 레이즈너 ACT 1,2,3 (1986)


ⓒ SUNRISE

<정보>

◈ 감독: 타카하시 료스케
◈ 연출/구성: 이마니시 타카시 (ACT 1), 야타베 카즈요시 (ACT 2), 카세 미츠코/야타베 카즈요시 (ACT 3)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86.10.21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OVA (3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총집편 2화와 TV 시리즈에서 완결짖지 못한 마지막 이야기를 다룬 1화로 구성된 3부작 OVA. ACT 1은 1화부터 25화까지, 즉 에이지가 행방불명되고 그라도스의 지구 침략이 결말로 치닫는 무렵까지를 다루고 있으며, ACT 2는 그라도스 지배하의 지구에 돌아온 에이지와 지구 레지스탕스의 활약을 다룬 26화부터 37화까지의 이야기를, 마지막 ACT 3에서는 TV 시리즈에서 못다한 이야기와 숨겨진 진실을 다루고 있다. 이로 인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만들었던 TV 시리즈의 38화는 OVA 3화로 대체된다.

비록 원래의 이야기 의도를 모두 반영하기에는 1시간 짜리 OVA는 부족한 감이 있지만, 레이즈너 팬들의 아쉬움을 어느 정도 달래주는 결말로 레이즈너는 비로소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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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수기신 단쿠가 (1985), 超獣機神 ダンクーガ / Dancouga


ⓒ PRODUCTION REED


<정보>

◈ 총감독: 오쿠다 세이지
◈ 시리즈 구성/각본: 후지카와 케이스케 / 후지카와 케이스케, 테라다 켄지, 타케가미 쥰키 外
◈ 캐릭터 디자인: 인도리 코야 (いんどり 小屋)
◈ 메카닉 디자인: 히라이 히사시, 오바리 마사미 (서브메카 디자인 및 메카 작감)
◈ 작화감독: 카미조 오사무, 츠루야마 오사무, 카와수지 유타카, 타다노 카즈코 外
◈ 미술감독: 아라이 토라오
◈ 음악/노래: 이케 타케시, 토츠카 오사무 / 후이와라 리에 (1,2기 오프닝), 이케 타케시 (1기 엔딩), 토코 마사카즈 (2기 엔딩)
◈ 기획/프로듀서: 사토 토시히코, 카스가 히가시 / 카타오카 요시로, 칸토 히로시, 우메하라 마사루
◈ 제작사: 아시 프로덕션, 旭通信社 (ADK), TBS
◈ 저작권: ⓒ PRODUCTION REED
◈ 일자: 1985.04.05 ~ 1985.12.27
◈ 장르: SF, 드라마, 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38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전 우주를 지배하려는 야욕에 가득찬 무게 제국의 황제 졸바도스의 마수가 지구에까지 뻗친다. 압도적인 무게 제국의 군사력 앞에 패퇴를 거듭하는 지구군. 오스트레일리아에 위치한 우주사관학교의 생도와 교관들도 무게 제국과의 일전을 위해 전쟁에 참여하게 된다. 사관학교의 교관 샤피로는 야심이 가득한 인물로, 자신이 직접 입안한 작전을 군 수뇌부에게 제안하지만 번번이 거절당하게 된다. 이에 샤피로는 기울어져 가는 지구 대신 무게제국에 투항하여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려 한다. 샤피로의 연인으로 그를 숭배하는 사관학교의 생도 유키 사라는 샤피로의 계획을 알고 자신도 그를 따라 무게 제국으로 투항하려 하지만, 전투 도중 같은 생도인 후지와라 시노부의 제지로 인해 그만 그 뜻을 이루지 못한다. 샤피로는 애타게 그를 부르는 사라를 버려둔 체 홀로 무게 제국으로 향한다.

무게제국의 압도적인 군사력에 대항하기 위해 지구군은 수전기대라는 특수 기갑부대를 창설한다. 수전기는 탑승하는 파일럿의 분노를 이용하여 야수와 같은 투쟁본능을 이끌어내는 최신병기. 시노부와 사라, 시키부 마사토와 시바료로 구성된 4인의 수전기대는 이제 압도적인 무게 제국에 맞설 수 있는 지구의 유일한 희망으로 떠오르게 되는데...

"짐승을 넘어, 인간을 넘어, 나와라, 신의 전사!"


<소개>

80년대 중반에 들어서자 아니메 업계의 판도가 변화되기 시작했다. 우선 십수년 가까이 아니메의 거대한 축을 담당하던 거대로봇 아니메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기동전사 건담(1979)'으로 인해 고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로봇 드라마, 속칭 리얼로봇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이후 제작 시스템의 변화에 따른 기존 스폰서 업체의 부진에서 비롯되었다. 고연령층을 위한 로봇 아니메의 등장으로 스폰서는 완구업체에서 프라모델 업체로 중심이 이동하기 시작했고, 완구 스폰서들이 참여한 일련의 로봇 아니메들 상당수가 판매 부진을 겪으면서 스폰서들이 작품을 도중에 조기종영시키는 일이 왕왕 발생한 것이다. 이 와중에 일부 전통의 완구 스폰서들이 사업부진 속에 도산 혹은 다른 업체 흡수 합병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84년에 들어서자 로봇 아니메는 리얼로봇으로 완전히 중심이동을 했다. 로봇 아니메의 메카인 도에이 동화가 '비디오전사 레자리온(1984)'를 끝으로 로봇 아니메에서 사실상 손을 띄면서 선라이즈의 독주체제로 굳혀진 것이다. 관록의 타츠노코 프로가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에서 얻은 노하우를 발판으로 일련의 후속 시리즈를 만들어 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특히, 마크로스와 후속인 초시공 시리즈를 주도해온 젊은 핵심 인재들은 OVA 시장의 개화와 함께 비디오 애니메이션 쪽으로 흘러가면서, 스폰서들 대부분이 선라이즈가 만들어 내는 로봇물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는 한편으로는 잠재적인 불안요소이기도 했다. 선라이즈가 실패하면 로봇 아니메도 스폰서도 위태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는 의미였다.

위기에 직면한 업계의 관심과 부담을 짊어지고 등장한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이 예상 외의 부진 속에서 스타트 중이던 무렵, 한편의 정통 거대로봇물이 만들어진다. 일찌기 '우주전사 발디오스(1981)'와 '전국마신 고쇼군(1981)' 등을 통해 드라마틱한 로봇 아니메를 선보여 온 아시 프로덕션이 특촬물'울트라맨' 시리즈와 '마징가 Z(1972)'부터 '육신합체 갓마즈(1981)'에 이르는 대작 로봇 아니메를 섭렵해 온 대 각본가 후지카와 케이스케를 영입하여 전통의 거대로봇물과 리얼로봇물의 경계선에 놓인 또 하나의 드라마틱한 작품을 선보이는데, 이것이 바로 후대 아니메 마니아들에게 걸작 로봇물로 평가받게 되는 '초수기신 단쿠가(1984)'이다.

발디오스나 고쇼군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은 메카닉과 주적 설정 측면에 있어서 정통 거대로봇과 리얼로봇 사이에 위치한 작품이다. 단 1기의 변신 합체 로봇이 작품의 주역메카로 등장하여 수많은 적을 상대로 하고, 주적을 외계 침략세력으로 설정한 것은 아동물에서 금기시되는 살인이라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거대로봇물에서 전형적으로 사용되는 설정이라 하겠다. 하지만, 나가하마 타다오 낭만로봇 3부작 이후 외계인은 끔찍하게 생긴 괴물이라기 보다는 인간과 거의 유사한 생김새로 시청자의 감정이입이 가능한 형태로 묘사되기 시작했는데, 지구인과 흡사하게 생겨 감정이입이 가능한 외계인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아시 프로덕션의 로봇물들은 대체적으로 나가하마 감독이 정립해온 후기 거대로봇물의 공식을 따르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거대로봇물의 흔적 외에 주목할 점은, 바로 드라마성의 강조이다. 정통 거대로봇과 리얼로봇의 차이점은 아군의 주역로봇이 절대적인 힘을 가진 초병기가 아닌, 그저 일반적인 병기 중 하나일 뿐이다라는 밀리터리적인 설정 외에도 아군 동료 간, 적으로 등장하는 상대세력간, 그리고 아군과 적과의 얽히고 섥히는 드라마를 차이점으로 들 수 있다. 지구인이면서도 출세와 야심 때문에 지구를 등진 샤피로와, 그를 헌신적으로 사랑했으나 버림받게 된 히로인 유키 사라, 시노부를 위시한 수전기대 사람들의 갈등과 우정 등 고연령층에 어울리는 드라마적 구도가 반영된 단쿠가는 이런 점에서 당시 트렌드인 리얼로봇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여기에 디테일한 메카닉 설정은 거대로봇물임에도 불구하고 리얼로봇다운 밀리터리 취향을 느끼게 해준다.

히라이 히사시(후일 '무한의 리바이어스(1999)', '기동전사 건담 시드(2002)' 등으로 유명한 캐릭터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단쿠가는 육감적인 메카닉 묘사의 대가 오바리 마사미에 의해 스타일이 넘치는 로봇으로 다시 태어나는데, 당시 오바리 마사미의 나이가 19세(66년생)임을 감안한다면 이는 실로 놀랍다 아니할 수 없다. 여기에 아시 프로덕션에서 독립하여 별도의 스튜디오를 차린 아시다 토요오 휘하 스튜디오 라이브의 작화가들이 분담한 캐릭터 디자인도 매력적. 여러명이 캐릭터 디자인을 분담함에 따라 캐릭터 각각의 독자적인 매력이 느껴지게 되었는데, 주인공인 시노부나 수전기대의 멤버 마사토를 디자인한 타다노 카츠코는 후일 '세일러 문' 시리즈의 캐릭터 디자인을, 샤피로를 디자인한 요시마츠 타카히로는 '슬레이어즈' 시리즈를, 루나 로사를 디자인한 야마우치 노리야스는 판치라 아니메로 유명한 '아이카' 시리즈의 캐릭터를 디자인하는 등, 각자 일가를 이루게 되는 애니메이터들이 참여한 이 캐릭터 진용은 메카닉 디자인과 함께 단쿠가의 가치를 지금까지도 유지해주고 있는 버팀목이라 하겠다.

제트기, 전차, 장갑차의 형태에서 인간형 로봇으로 변신한 뒤, 다시 야수형 로봇으로 변신, 4대의 메카가 하나로 합체하는 단쿠가는 작품 초반부터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의 흐름에 맞춰 16화에 이르러서나 등장한다. 이같은 부분은 곧바로 궁극의 형태가 등장하는 예전의 거대로봇물과는 차이를 보이는 점이라 하겠다. 반면, 복잡한 변신합체 메커니즘과 세심한 디테일은 결국 완구 제작에 있어서 구현하기 어려운 난제였으며, 특히 오바리 마사미의 육감적인 메카닉 프로포션은 당시 완구기술로서는 재현이 불가능한 것이었다. 이 때문인지 단쿠가의 완구 비즈니스는 기대 이하의 실적을 거두었으며, 시리어스한 아니메의 전개 역시 보편적인 시청자들로부터 큰 반향을 얻지 못하게 된다. 결국, 1쿨로 예정되어 있던 본 작품은 38화로 조기 종영을 맞게 되며, 무게 제국과 최후의 일전 역시 TV 시리즈의 전파를 타지 못하게 된다. 

리얼로봇 아니메가 정점을 찍던 85년에 등장한 이 독특하고 매력적인 작품은 그로 인해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진 체 로봇 아니메의 쇠퇴속도를 늦추는데는 실패하고 만다. 하지만 열혈 주인공의 대명사 시노부의 대사 '얏떼 야루제!(해치워 주겠어!)'는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며 대표적인 유행어가 되기도 하였다.

ⓒ PRODUCTION REED



초수기신 단쿠가 OVA (1986~1989)


ⓒ TOHO · STUDIO JUMP · PRODUCTION REED

<정보>

◈ 잃어버린자들의 진혼 편 (1986 / 총 1화)
   - 스탭진은 TV 시리즈와 동일
   - 제작사: 아시 프로덕션, 旭通信社 (ADK)
   - 저작권: ⓒ PRODUCTION REED
◈ GOD BLESS DANCOUGAR 편 (1987 / 총 1화)
   - 감독: 오오바 쥬타로
   - 각본: 소노다 히루키
   - 캐릭터 디자인/메카닉 디자인: 하바라 노부요시 / 오하타 코이치
   - 작화감독: 하바라 노부요시, 사노 히로토시 (메카 작화)
   - 제작사: 아시 프로덕션, 旭通信社 (ADK)
   - 저작권: ⓒ TOHO · STUDIO JUMP · PRODUCTION REED
◈ 백열의 종장 편 (1989 / 총 4화)
   - 연출/감수: 야마자키 카즈시 / 오쿠다 세이지
   - 각본: 테라다 켄지 
   - 메카닉 디자인: 히라이 히사시, 사노 히로토시
   - 작화감독: 타다노 카즈코
   - 제작사: 아시 프로덕션, 반다이
   - 저작권: ⓒ PRODUCTION REED
◈ 구분/등급: OVA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단쿠가와 같이 마니아성이 강한 하드 로봇아니메의 경우는 으례 그렇듯이 캐주얼한 일반 시청자들보다는 아니메를 보다 더 깊이 감상하는 고연령층 마니아에게 적합한 작품이다. 실제로 단쿠가보다 한달 정도 앞서 OVA로 출시된 '메가존 23(1985)'의 경우는 시리어스한 하드 SF 로봇물임에도 불구하고 공존의 히트를 기록하며, OVA 시장에서 하드 메카닉+미소녀의 성공공식을 세우게 된다. 단쿠가는 비록 시청률 사냥에 실패하면서 조기종영의 비운을 맛보게 되었지만, 마니아들에게 이 매력적인 캐릭터와 멋진 메카닉, 하드한 SF 드라마로 무장된 작품은 큰 호평을 받기에 이른다. 이로 인해 미처 마무리를 짓지 못한 TV 시리즈의 마지막 에피소드가 OVA 형태로 제작되니 이것이 바로 '잃어버린 진혼편(1986)'인 것이다. 

진혼편이 성공적으로 출시된 후, 속편 OVA가 제작된다. 진혼편 이후 1년 후의 세상을 그린 두번째 OVA는 'GOD BLESS DANCOUGA(1987)'. 특히, 이 작품은 원 시리즈에서 메카닉 디자인과 메카닉 작화감독으로 활약한 오바리 마사미 대신, 25살의 신예 사노 히로토시가 메카 작화감독으로 활약하게 되는데, 사노는 후일 '기동전사 건담 0083(1991)'이나 '천공의 에스카플로네(1996)', '카우보이 비밥(1998)'과 같은 작품을 통해 괴물같은 작화력을 보여주는 일류 애니메이터로 성장하게 됨은 주지의 사실이다. 극장버전으로 공개를 준비중이었던 이 작품은 제작 상의 이유로 인해 OVA로 출시되었다.

세번째 OVA인 '백열의 종장(1989)'편은 새로운 적이 등장하고 죽었다고 알려진 샤피로가 다시 부활하여 수전기대와 맞닥뜨리게 되는 전개를 보여준다. 총 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수장기공 단쿠가 노바 (2007) 


ⓒ 藤原忍 / ダンクーガ ノヴァ製作委員会

<정보>

◈ 원작: 후지와라 시노부
◈ 감독/오프닝 애니메이션 콘티 및 연출: 오바리 마사미
◈ 스토리 구성/각본: 슈도 타케시, 미츠이 히데키 / 슈도 타케시, 미츠이 히데키 外
◈ 캐릭터 디자인: KAZZ (타다노 카즈코)
◈ 메카닉 디자인: 나카키타 코지
◈ 작화감독: 토쿠다 유메노스케
◈ 미술감독: 카츠마타 게키
◈ 음악/노래: 야마하라 카즈히로 / 센리 마나카
◈ 기획/제작: 사토 토시히코, 타키야마 마사오, 森和彦 / 村田淳司
◈ 제작사: 아시 프로덕션, 단쿠가 노바 제작위원회, 애니맥스
◈ 저작권: ⓒ 藤原忍 / ダンクーガ ノヴァ製作委員会
◈ 일자: 2007.02.15 ~ 2007.05.10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TVA (12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20여년이 가까운 세월이 흘러 다시 시작된 단쿠가 프로젝트. 작품의 배경은 원작으로부터 무려 200년 뒤의 세상. 이 시점에서 원작과의 연계점을 찾는 작품이 아닌, 별도의 스핀오프로 보는 것이 맞을 듯 하다. 원 시리즈와 같이 하드한 드라마가 아닌 모에성이 농후한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한 코믹한 이야기가 되었는데, 그에 비해 후반부는 전반부의 미소녀/개그 풍의 스타일을 벗어나 몹시 시리어스하게 전개되면서 이질적인 모습을 주기도.

단쿠가의 정체성 중 한명이라 할 수 있는 오바리 마사미가 메카닉 디자인과 감독을 동시에 맡아 의욕을 불태우고 있으며, 타다노 카즈코까지 가세하는 등, 전작의 유지를 이어가는 듯 보였으나, 기대 이하의 완성도로 인해 명성의 재현에는 실패하게 된다. 많은 천재 애니메이터가 그러하듯 오바리 마사미 역시 연출가로서의 역량은 그다지 높이 살만하지 못하며, 이 작품은 그 사실을 증명하는 작품 중 하나인 셈이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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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존 23 Part I (1985), メガゾーン23 / Megazone 23


ⓒ あいどる · AIC


<정보>

◈ 원작/감독: 이시구로 노보루
◈ 각본: 호시야마 히로유키
◈ 콘티: 이시구로 노보루, 이타노 이치로, 우메츠 야스오미, 히라노 토시키
◈ 캐릭터 디자인: 히라노 토시키, 하루히코 미키모토 (이브)
◈ 메카닉 디자인/감수: 아라마키 신지, 카기누마 히데키, 미야오 가쿠 / 쿠마다 마사요시
◈ 작화감독: 히라노 토시키, 하루히코 미키모토, 이타노 이치로, 카기노우치 나루미
◈ 미술감독: 나카무라 미츠키
◈ 음악/노래: 사기쓰 시로 / 미야사토 쿠미, 타케우치 유카
◈ 기획/제작: 스즈키 토시미치 / 스다 히데아키, 오노데라 수이치
◈ 제작사: 아트랜드, 아트믹, ㈜あいどる, 빅터 음악산업
◈ 저작권: ⓒ あいどる · AIC
◈ 일자: 1985.03.09 (OVA 발매) / 1985.03.23 (극장개봉)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 구분/등급: OVA, 극장판 / 미성년자 관람불가 (NC-17)


<시놉시스>

대규모 전쟁으로 인해 황폐화된 먼 미래의 지구. 인류는 거대한 도시형 우주선을 만들어 황폐화된 지구에서 탈출, 우주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게 되었다. 메가존 23이라 불리는 도시형 우주선도 그 중 하나. 메가존 23을 제어하는 거대한 인공지능 컴퓨터 바하무트는 도시형 우주선의 내부에 인류가 가장 동경하던 시대인 20세기의 도시환경을 구축하고 거주하는 인류의 정신을 조작하여 자신들이 도시형 우주선이 아닌 20세기의 지구에 살고 있다는 환상을 일괄적으로 심어놓게 된다. 실제로 뉴스에서 벌어지는 모든 소식과 이야기는 바하무트에 의해 가공된 것이며, 외국여행 역시 그저 바하무트의 정신조작으로 심어진 기억일 뿐이다. 이들 도시형 우주선은 지구관리 시스템이라는 프로그램에 의해 지구를 떠난 지 500년이 지나 귀환하도록 설정되어 있었으며, 재생 중인 지구에 무단으로 귀환하는 도시형 우주선을 파괴할 목적으로 달 표면에는 지구 방위 시스템 ADAM이 건설된다.

그로부터 500여년의 세월이 흘러 메가존 23의 지구귀환이 다가오던 무렵, 화성으로 이주한 인류의 후예 데쟈루구가 메가존 23을 습격하게 된다. 메가존 23의 자치군은 외계의 습격을 맞아 싸우면서 도시형 우주선과 바하무트의 정신조작의 진실을 깨닫게 되고, 자치군의 젊은 장교 BD는 이러한 상황 속에 바하무트를 무력화시키고 데쟈루구를 물린 뒤, 스스로가 메가존 23의 지배자가 되려 하고 있었다. 군은 대 데쟈루구용 병기로 바하무트가 가진 테크놀로지를 이용, 바이크에서 인간형 로봇으로 변형이 가능한 다목적 병기 가란드를 개발한다. 

하지만, 이 가란드에는 군이 모르는 비밀이 숨겨져 있었는데, 그것은 가란드에 메가존23의 아이돌 가수로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는 토키마츠리 이브, 즉 EVE와 소통이 가능한 7G 오퍼레이터를 위한 기능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EVE는 실제 인간이 아닌 바하무트가 만들어낸 가상의 존재로, 무작위로 7G 오퍼레이터로 선택된 인물에게 질문을 던져 최종적으로 인류의 지구귀환 여부를 결정하는 일종의 AI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우연치 않게 이 가란드가 BD의 손을 떠나 민간인 소년 야하기 쇼고에게 넘어가게 되는데...

<소개>

'기갑창세기 모스피다(1983)'와 함께, 마크로스의 후속 시리즈로 기획된 '초시공세기 오거스(1984)'와 '초시공기사단 서던크로스(1984)'는 빅히트를 기록한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의 컨셉을 이어받은 후속작들임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하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그 인기를 이어가는데는 실패하고 만다. TV 시리즈의 속성상 완구/프라모델 비즈니스와 연계가 생명이었던 이 작품들은 완구/프라모델 분야에서 저조한 실적을 거두면서 스폰서의 눈총을 받을 수 밖에 없었고, 운 나쁘게도 동시간대에 방영된 타방송국의 인기 프로그램을 능가할 대중적인 코드도 부족했었다. 즉, 당시 TV 시리즈로서는 마니악한 작품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모스피다의 기획에 참여했던 아트믹의 대표이자 프로듀서인 스즈키 토시미치는 이 진일보한 SF 세계관에 큰 인상을 받는다. 그는 이 마니악한 설정이 대중성은 떨어질지라도 마니아들에게는 큰 어필을 할 수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당시 아니메 시장은 질적, 양적인 팽창으로 인하여 그 몸집이 비대해지던 시기였다. 동시기에 당대 VHS 비디오를 주도하던 빅터 음악산업(이하 음산, 후일 빅터 엔터테인먼트)과 베타 비디오를 주도하던 소니는 자사의 비디오 플레이어의 대중화를 위해 서로 경쟁적으로 사업을 팽창하고 있었는데, 이를 위해서는 영상 컨텐츠의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기도 했다. 이러한 업계의 의지로 인해 아니메는 오리지널 비디오 애니메이션(OVA)라는 새로운 대안시장을 탄생시키게 된다.([5] 참조) 스즈키의 기획은 바로 OVA라는 매체에 정확히 부합되는 것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컨텐츠에 적극 구매의사를 밝히는 마니아들에게 이 하드한 SF 로봇물은 분명 좋은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크로스나 모스피다와 같은 하드 SF 로봇물로 방향을 잡으면서 아트믹은 마크로스와 모스피다에서 활약한 젊은 인재들을 대거 영입하게 된다. OVA는 극장 아니메에 비하여 소규모의 자본이 투입되는 프로젝트였기에 몸값이 비싼 중견 애니메이터보다는 커리어를 쌓고 싶은 의욕 넘치는 젊은 애니메이터들에게 안성맞춤이었다. 또한, 비디오라는 매체의 특성상 TV 시리즈나 극장 아니메보다 표현과 이야기의 자유도가 용이했기에 도전을 원하는 젊은 애니메이터들에게도 적합한 제작방식이기도 했다. 그로 인해 마크로스 시리즈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했던 젊은 애니메이터들이 대거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된다. '이타노 써커스'로 메카 액션에 새로운 지평을 연 이타노 이치로, 마크로스의 캐릭터 디자인으로 스타덤에 오른 하루히코 미키모토, 마크로스 시리즈에서 작화감독으로 활약한 히라노 토시키, 카기노우치 나루미, 여기에 모스피다에서 인상적인 라이딩 아머를 디자인한 아라마키 신지 등이 속속 아트믹의 휘하로 모여들게 된다.

여기에 '기동전사 건담(1979)'을 위시한 선라이즈의 다수의 로봇물에서 각본을 쓴 관록의 호시야마 히로유키와, 마크로스 시리즈에서 신진 애니메이터들을 효과적으로 컨트롤한 노장 이시구로 노보루의 가세로 진용은 신구의 조화를 이룬 탄탄한 모양새를 갖추게 된다. 보다 더 치밀해진 하드한 SF 스토리, 메카닉 마니아들의 욕구를 자극하는 매력적인 메카닉, 여기에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소녀와 에로틱 코드가 결합된, 마니악하면서도 상업적인 의도가 전면에 깔린 걸작 OVA가 탄생하니 이것이 바로 '메가존 23(1985)'이다. 

황폐해진 지구를 치유하기 위해 도시형 우주선 메가존에 탑승하여 지구를 떠도는 인류의 미래는 픽사의 최신작 '월 E(2008)'의 서사구조와도 상당히 유사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우주선의 메인 컴퓨터가 인간을 양육하는 절대적인 컨트롤 타워로 등장하는 부분도 마찬가지. 물론 이 설정은 몇몇 소설과 영화에서 다루어온 부분으로, 새롭고 혁신적이지는 않은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월 E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메가존 23은 만화영화로서는 상당히 이른 시기에 이를 영상화한 작품이라 하겠다. 거기에 사람들의 정신을 조작하여 그들은 자신을 우주선에 사는 먼 미래의 인류가 아닌 1980년대의 사람으로 인식하고 산다는 점은 꽤 독창적인 발상이라 하겠다. 이렇게 시스템에 의해 인류가 무의식적으로 통제당하는 설정은 후일 '매트릭스' 시리즈와 매트릭스에 영향을 받은 일부 SF 영화들이 보여준 것과 같은 방향성을 보여준다.

컴퓨터가 관리하는 통제된 사회, 실제 현실을 깨닫지 못하고 조작된 삶을 살고 있는 인류 등, 고급스러운 SF 설정 외에도 사이버 아이돌 이브의 등장은 이 작품의 가치를 빛나게 하는 또 하나의 요소이다. 아이돌 가수라는 점에서 이브는 마크로스의 린 민메이에 영감을 받았음이 분명하며, 히라노 토시키가 디자인한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이브는 하루히코 미키모토가 디자인하여 다른 캐릭터들과는 틀린 가상의 캐릭터라는 정체성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이브는 단순한 사이버 가수가 아닌 인류의 생존권을 쥐고 흔드는 가상 프로그램으로 작품의 중요한 열쇠가 될 뿐만 아니라 후일 메가존 시리즈의 상징적인 캐릭터로 자리매김한다. (사이버 아이돌이라는 컨셉은 후일 카와모리 쇼지가 연출하는 '마크로스 플러스(1994)'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 이브는 린 민메이와 함께 하루히코가 창조해낸 캐릭터로서 오랫동안 사랑받게 되며, 신인가수 미야사토 쿠미를 이브의 성우로 기용함으로써 민메이의 성우였던 이이지마 마리가 가수로서도 대성공했던 마크로스의 성공사례를 재현하게 된다. 명 작곡가 사기쓰 시로가 쓴 일련의 삽입곡들 역시 큰 사랑을 받는다.

아라마키 신지가 디자인한 바이크 변형 메카 가란드의 디자인은 전작 모스피다의 라이딩 아머 모스피다만큼 정교하며, 토시키와 나루미의 캐릭터들도 이브 못지 않은 매력을 보여준다. 특히, OVA의 상업적 기획의도로 인해 삽입된 주인공 쇼고와 히로인 유이의 베드씬은 이 작품을 감상할 성인 마니아들의 좋은 눈요깃거리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에로틱 씬의 삽입은 비디오 판매 자체가 상업적 성공의 잣대인 OVA에 있어서 일종의 안전장치로 작용하게 되는데, 이렇게 마니아들의 성적 욕구를 비즈니스에 이용하는 아니메의 시도는 후일 수많은 성인용 포르노 아니메의 양산을 가져오는데 단초를 제공하지 않나 싶다.

당시 비디오 타이틀로서는 비교적 고가인 13,800엔으로 발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메가존 23은 2만 6천장이라는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리며 85년도 일본 비디오 시장에 가장 많이 팔린 비디오로 이름을 올린다.([5] 참조) 이러한 판매호조는 곧 극장상영으로 이어져 메가존 23은 마니악한 SF 장르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상업성을 갖춘 작품으로 평가받게 된다. 각본을 쓴 호시야마 히로유키는 제3회 일본 아니메 대상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며 진일보한 작품의 SF 설정 역시 평단의 인정을 받게 된다. 이를 통해 메카닉과 미소녀의 결합이라는 일본 아니메 특유의 스타일은 당분간 아니메를 특히, OVA 시장을 주도하게 된다.


메가존 23 Part II, 비밀을 주.세.요 (1986) 


ⓒ あいどる · AIC


<정보>

◈ 원작/총감수: 이시구로 노보루
◈ 감독/메카닉 작화감독: 이타노 이치로
◈ 구성/각본: 야마다 카츠히사 / 호시야마 히로유키
◈ 콘티: 이타노 이치로, 야마다 카츠히사, 하세가와 야스오 外
◈ 캐릭터 디자인: 우메츠 야스오미, 하루히코 미키모토 (이브)
◈ 메카닉 디자인: 아라마키 신지
◈ 작화감독: 우메츠 야스오미, 카도카미 요코 (이브 작화감독)
◈ 미술감독: 아라이 카즈히로
◈ 원화: 유키 노부테루, 모리모토 코지, 오오모리 히데토시, 우루시하라 사토시 外
◈ 음악/노래: 사기쓰 시로 / 미야사토 쿠미
◈ 기획/제작: 스즈키 토시미치 / 스다 히데아키, 오노데라 수이치
◈ 제작사: AIC, 아트믹, ㈜あいどる, 빅터 음악산업
◈ 저작권: ⓒ あいどる · AIC
◈ 일자: 1986.04.26 (극장개봉) / 1986.05.30 (OVA 발매)
◈ 장르: SF, 드라마, 액션
◈ 구분/등급: OVA, 극장판 / 미성년자 관람불가 (NC-17)


<소개>

OVA로의 도전적인 시도가 크게 성공하자, 곧이어 두번째 메가존 프로젝트가 발동하게 된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AIC가 참여하면서 제작 규모가 전작에 비해 크게 상승하게 된다. 두번째 시리즈는 우선 전작에 비하여 여러면에서 파격적인 인사가 단행되는데, 우선 노장 이시구로 노보루가 감독이 아닌 총감수의 직책으로 일선에서 물러나고 대신, 이타노 이치로가 자신의 첫 연출데뷔를 이 작품을 통해 이루게 된다. 또한, 파트 1에서 콘티스탭으로 활약하던 신예 우메츠 야스오미가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으로 파격적으로 데뷔하게 된다. 이로 인해 시리즈는 전작이 보여준 아니메 스타일을 일신, 마치 미국적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극화체의 스타일로 변모한다.

애초에 해외시장을 염두에 두었던 작품이었기에 이러한 파격적 결단은 좋은 반응을 가져오게 된다. 실제로 메가존 23 파트 2는 해외에서도 높은 인기를 끌었으며, 현재까지도 우메츠 야스오미에 대한 인기는 북미 등에서 매우 높은 편이다. 이외에도 유키 노부테로, 모리모토 코지, 오오모리 히데토시, 우루시하라 사토시와 같이 젊고 유능한 작화가들이 대거 참여하여 작화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유키 노부테루는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낸 천재 작화가 우메츠 야스오미와 비견될 정도의 작화력을 가진 대기만성형의 인재로, 훗날 일본을 대표하는 캐릭터 디자이너이자 작화감독으로 성장하게 된다. 반면, 이번 작품을 통하여 첫 연출수업을 통과한 이타노 이치로는 이후 여러편의 OVA를 통해 감독에 도전하지만 메가존 23 파트2 이상의 성과를 내지는 못하면서 절정의 작화력에 비해 연출부분에서는 한계를 드러내기도. 이는 후일 감독으로 데뷔하는 본 시리즈의 메카닉 디자이너 아라마키 신지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이것이 바로 엘로스가 구입했던 지 아니메 특별부록. ⓒ あいどる · AIC / 近代映画社

우메츠 야스오미의 작화는 이 작품이 가진 마니아적 매력을 극대화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기존의 아니메 스타일과는 너무도 다른 뚜렷한 이목구비와 강렬한 명암, 사실적인 묘사는 성인취향의 애니메이션에 적합한 모습이었다. 이와 함께 하루히코가 디자인한 이브도 새로운 변화를 맡는데, 파트 1의 이브가 민메이와 유사한,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였던 반면, 파트 2의 이브는 보다 더 관능적이고 여성적인 매력을 드러내었다. 파격적인 작화의 변화는 전작의 등장인물이었던 쇼고나 유이, 그리고 BD에도 영향을 미쳐, 너무도 다른 외모의 변화 때문에 파트 1과의 매치가 잘 안되는 현상을 가져오기도.

이 작품 역시도 성인층 마니아를 공략한 OVA인 이상 필수적으로 서비스 컷이 삽입된다. 이 OVA가 특히나 마니아들 사이에서 전설적인 작품으로 회자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서비스 컷인 쇼고와 유이의 베드씬 때문이었는데, 전작의 베드씬을 넘어서는 수준의 선정성에 우메츠 야스오미의 절정의 작화력이 더해지면서, 리미티드 아니메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실사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여주어 당시 마니아들을 충격과 열광(?)에 빠뜨리게 된다. 그러나, 이 절정의 작화 덕에 후일 우메츠 야스오미는 성인 아니메의 대가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기도. 

문제의 베드씬은 북미판에서는 삭제되어 출시되었으며, 당시 국내에서 일본서적 전문 서점 등을 통해 유통된 메가존 23 설정집 '지 아니메 특별편집 메가존 23 Part II'의 경우, 베드씬을 일일이 캡쳐한 스틸 샷 페이지 통체를 검은 매직으로 칠해 판매하는 만행(?)을 벌여 국내 오덕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당시 거금 8만원을 주고 엘로스가 구입하여 애지중지 아끼던 이 서적은 책을 빌려간 뒤 자기 책도 아니면서 다른 사람에게 대여해주신 죽마고우의 선행으로 인하여 현재는 행방불명되어버린 상태이다.) 


메가존 23 Part III, 이브의 각성/해방의 날 (1989) 


ⓒ VICTOR Entertainment


<정보>

◈ 원작: 아라마키 신지
◈ 감독: 아라미키 신지, 야타가이 켄이치
◈ 각본: 아리이 에무
◈ 캐릭터 디자인: 키타즈메 히로유키, 하루히코 미키모토 (이브)
◈ 프로덕션 디자인: 유메노 레이
◈ 작화감독: 키타즈메 히로유키, 기타지마 노부유키
◈ 메카닉 작화감독: 仲盛文 (전편), 오바리 마사미 (후편)
◈ 작화감독보: 온다 나오유키 (전편), 키타지마 노부유키 (후편)
◈ 미술감독: 히가시 쥰이치
◈ 음악/노래: 우라타 케이시 / 타카오카 사키
◈ 기획/제작: 스즈키 토시미치, 아지미 토시오 / 스다 히데아키
◈ 제작사: AIC, 아트믹, 빅터 음악산업
◈ 저작권: ⓒ VICTOR Entertainment
◈ 일자: 1989.09.28 (1편 OVA 발매) / 1989.11.25 (극장개봉)
◈ 장르: SF, 드라마, 액션
◈ 구분/등급: OVA, 극장판 / 고등학생 관람가 (R)


<소개>

3년 뒤에 재부팅한 메가존 23의 세번째 시리즈. 이미 지구에 성공적으로 귀환한 메가존 23, 그리고 신천지에서 새로운 운명을 시작한 쇼고와 유이의 이야기 등 전작의 종결 시점으로부터 수백년 후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속편이다. 1편의 히라노 토시키, 2편의 우메츠 야스오미에 이어 이번 3편은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1987)'과 '역습의 샤아(1988)' 등을 통해 당대 최고의 인기 캐릭터 디자이너로 각광받고 있는 키타즈메 히로유키가 맡게 된다. 적어도 작화면에서 메가존 23 시리즈는 그야말로 당대 최고의 필력과 인기도를 자랑하는 아니메 캐릭터 디자이너가 참여한 작품인 셈이다. 그만큼 메가존 23이 OVA史에서 차지하는 네임밸류는 대단한 것이었다.

깔끔한 캐릭터 디자인은 그야말로 명불허전이었으며, 일부 작화 퀄리티는 현재의 수준과 비교해도 그다지 퀄리티 차이를 못느낄만큼 대단하다. 특히, 당대 최고의 캐릭터 디자이너로 일세를 풍미하는 키타즈메의 스타일이 더해진 이브의 스타일은 사랑스러운 파트 1의 이브와, 관능적인 파트 2의 이브와는 다른, 소녀적이면서도 아이돌 스타스러운 스타일을 맘껏 뽐내고 있다. 전작과는 다른 숏컷의 머리도 매력 포인트.

다만, 이 시리즈는 앞선 두 시리즈에 비하여 작화 퀄리티가 들쭉날쭉한 아쉬움이 있다. 일부 컷은 놀라울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주다가도 몇몇 컷에서는 기대 이하의 완성도를 보여주기도. 이는 작화감독이 키타즈메 외에 기타지마 노부유키가 참여하는 이중 작화감독 체제의 원인이 아닌가 싶으며, 1편에 비해 2편의 작화적 완성도가 다소 더 떨어져 보인다. 1편의 작화감독 보조에, 당시 키타즈메의 뒤를 이은 스튜디오 비보의 또하나의 인재 온다 나오유키가 참여했던 것은 1편과 2편의 작화적 완성도의 차이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

메가존 23 파트2와 파트3에 참여한 작화가들은 기묘하게 공통적인 라이프사이클을 보여주고 있다. 파트 2의 우메츠 야스오미는 20대이던 80년대 당시 절정의 작화력을 보여주다가 80년대말 이후 갑작스레 자취를 감춘 뒤 90년대 중반에 들어서 다시 활동을 재개했으나 예전과 같은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한 반면, 당시 원화맨으로 참여하며 이름이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유키 노부테루는 90년대 중반 이후 성장을 계속하여 이제는 아니메의 대표적인 작화가로 성장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파트 3의 키타즈메 또한 80년대의 절정의 인기를 유지하지 못한체 쇠퇴를 거듭, 현재는 아니메 업계에서 그 소식을 접하기 힘든 반면, 그의 아류로 인식되던 온다 나오유키는 성장에 성장을 거듭, 현재는 키타즈메를 뛰어넘은 미형 캐릭터 디자이너로 그 이름을 드높이고 있다. (제타 건담 원 시리즈의 작화감독이 키타즈메인 반면, 제타 건담 신역판의 작화감독은 온다라는 사실 역시 위상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메가존 23은 이들 불세출의 애니메이터들이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젊고 패기있던 시절에 그려진 의미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파트1의 이브(상), 파트2의 이브(중), 파트(3)의 이브.



<참고 사이트>

[1] メガゾーン23, Wikipedia Japan
[2] Megazone 23 (OAV), ANN
[3] Megazone 23 Part II (OAV), ANN
[4] Megazone 23 Part III (OAV), ANN
[5] 메가존 23(メガゾーン23) 1985, 1986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워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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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노 감독의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 목차>


기동전사 제타 건담 (1985), 機動戦士 Ζ ガンダム / Mobile Suit Z Gundam


ⓒ SOTSU · SUNRISE


 <정보>

◈ 원안: 야다테 하지메
◈ 원작/총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각본: 토미노 요시유키(필명 斧谷稔 사용), 오오노기 히로시, 스즈키 유미코, 카와사키 토모코, 마루오 미호 外
◈ 콘티/연출: 이마가와 야스히로, 세기타 오사무, 카와세 토시후미, 타키자와 토시후미, 이우치 슈지 外
◈ 캐릭터 디자인: 야스히코 요시카즈
◈ 작화감독: 키타즈메 히로유키, 고바야시 토시미츠, 카나야마 아키히로, 야마다 키사라카, 온다 나오유키 外
◈ 메카닉 디자인: 나가노 마모루(중도 하차), 오카와라 쿠니오, 후지타 카즈미, 무라카미 카츠시, 고바야시 마코토 外 
◈ 메카닉 작화감독: 우치다 요리히사
◈ 미술감독: 히가시 쥰이치
◈ 오프닝/엔딩 애니메이션: 우메츠 야스오미
◈ 음악/노래: 사에구사 시게아키, 닐 세다카 / 아유카와 마미 (1기 오프닝, 엔딩), 모리구치 히로코 (2기 오프닝)
◈ 기획/프로듀서: 선라이즈 / 우치다 켄지, 오니시 쿠니아키, 森山涇
◈ 제작사: 선라이즈, 나고야 TV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5.03.02 ~ 1986.02.22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50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지온공화국과 지구연방의 1년 전쟁이 지구연방의 승리로 끝난지 7년 뒤인 우주세기 0087년. 스페이스노이드(우주에서 태어난 인류)들의 재결집을 우려한 지구연방은 전쟁 종료 후 보다 효과적인 지배력 강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지온군의 잔당소탕이라는 명제를 내걸고 지구연방군 출신의 자미토프 하이만의 주도로 창설된 특수부대 티탄즈는 연방 내의 엘리트 집단으로 세력을 공고히 하며 노골적으로 스페이스노이드를 탄압하기 시작한다. 지온의 불순분자를 소탕한다는 목적으로 스페이스 콜로니 사이드1의 30반치에 독가스를 살포하여 콜로니 주민 1,500만명을 학살하는 등, 티탄즈의 행위가 도를 넘어서자 연방의 뜻있는 인물들과 스페이스노이드들은 티탄즈에 대항하여 반지구연방조직 에우고를 결성하게 된다. 이로 인해 실낱처럼 이어지던 어스노이드와 스페이스노이드들의 평화는 깨지고 다시금 전란의 불길이 우주를 불태우기 시작하니 이것이 바로 후세에 그리프스 전쟁이라 알려진 전화의 서막이다.

연방군의 기술사관으로 근무하는 부모를 따라 사이드 7으로 이주한 고교생 카미유 비단은 아버지의 외도와 어머니의 무관심, 그리고 여자같은 자신의 이름에 강한 불만과 컴플렉스를 느끼고 있었다. 어느날 길에서 마주친 티탄즈의 사관 제리드 메사로부터 여자같은 이름이라는 말을 들은 카미유는 충동적으로 치미는 화를 참지 못하고 제리드에게 일격을 가해 티탄즈의 헌병들에게 체포되고, 헌병들에게 가혹한 린치를 당하며 카미유는 티탄즈에 대해 강한 적개심을 품게 된다.

한편, 그린노아에 티탄즈가 비밀리에 제작중인 모빌슈트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에우고는 크와트로 바지나 대위를 그린노아에 침투시킨다. 티탄즈가 개발한 비밀병기 건담 MK II의 존재를 확인한 크와트로. MK II의 시운전을 하던 제리드가 조종미숙으로 지면에 불시착하며 헌병대를 덮치고 혼란한 틈을 노려 카미유는 구금장소를 빠져나와 제리드가 불시착시킨 건담 MK II에 올라탄다. 처음에는 그저 자신을 때린 티탄즈 헌병들에게 복수를 할 목적이었던 카미유는, 크와트로 대위와 조우하면서 엉겁결에 건담 MK II와 함께 에우고로 향하는데...


<소개>

6년만에 방영된 '기동전사 건담(1979)'의 후속작으로, 수많은 논란과 화제를 낳았던 작품. 원작으로부터 7년 뒤의 세계를 다루고 있는 '기동전사 제타 건담(기동전사 Z 건담/1985)'은 7년 사이 무수한 사이드 스토리를 만들어냈던 우주세기의 세계 만큼이나 6년 사이 무수한 제작 비화들이 회자되고 있다. 

건담의 후속편은 이미 '성전사 단바인(1983)'의 방영 중에 논의가 되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전설거신 이데온(1980)'과 '전투메카 자붕글(1982)'을 거쳐 단바인에 이르면서 토미노는 후속 건담에 대한 팬들의 염원, 당시의 로봇물의 프라모델 사업부진에 따른 반다이의 건담 시리즈 재개 요구 등 여러가지 외부적 압력을 받고 있었으며, 그 자신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만한 아이디어가 고갈되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로 인해 83년부터 내부적으로 진행되어가던 후속 건담의 프로젝트는 마침내 84년 2월부터 본격적인 스타트에 들어가게 된다. 이때는 토미노의 '중전기 엘가임(1984)'이 방영을 시작하던 시점이기도 했다.

프로젝트가 겹치면서 Z 건담은 다른 아니메에 비하여 상당히 긴 제작기간을 거치게 된다. 1년짜리 프로젝트였으니 과연 건담 후속작에 걸맞는 대 프로젝트라고나 할까. 게다가 퍼스트 건담을 제작했던 선라이즈의 제1스튜디오가 아닌, 자붕글 이후로 토미노가 둥지를 튼 제2스튜디오가 제작을 맡게 된다. 당시 제 2스튜디오는 엘가임을 제작하던 중으로, 이로 인해 엘가임의 제작에서 토미노의 비중이 축소되면서 작품의 전반적 분위기가 토미노 것과는 많이 달라지게 되었고, Z 건담의 제작은 엘가임과의 이중 작업으로 인해 그 진도가 더딜 수 밖에 없었다.  

1년여의 제작 기간 중 상당기간 공을 들인 것은 바로 메카닉 디자인이었다. 오카와라 쿠니오 혼자서 전담했던 퍼스트와는 달리 Z 건담에는 10명 남짓한 스탭들이 투입되는데, 이는 명실공히 Z 건담이 비즈니스적 기획의도가 십분 반영된 작품이며, 프라모델 사업의 성패를 쥔 작품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특히, 주역메카인 Z 건담의 경우에는 한명의 디자이너가 아닌 여러명의 디자이너들이 서로 아이디어를 내고 의견을 조율하며 만들어낸 디자인으로, 아니메의 메카닉 디자인을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결코 빠지지 않는 걸작 메카닉으로 지금까지 자리하게 된다. 

다만, 복잡한 변형 메커니즘의 도입에 따른 프라모델의 상품화 문제로 인해 초반부의 주역 메카는 퍼스트 건담의 디자인 컨셉을 계승한 건담 MK II가 맡게 된다. 이로 인해 Z 건담은 후반부에 MK II와 극적인 교체를 이루게 되는데, 이는 토미노의 전작 자붕글이나 단바인, 엘가임에 등장한 주역메카의 교체와 동일한 시퀀스이며, 단바인과 엘가임은 Z 건담과 마찬가지로 후반부의 주역기체가 변형기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일련의 과정은 타가하시 료스케 감독에게도 영향을 미쳐 '기갑계 가리안(1984)'에서 그는 가리안에서 합체변형이 가능한 어절트 가리안으로 주역메카를 업그레이드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캐릭터 디자인에서도 파격적인 변화가 눈에 띈다. 건담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일선에서 물러난 체 캐릭터 디자인에만 관여한 것이 그것. 총작화감독 한명이 전체 작화를 조율하지 않고 여러명의 작화감독이 로테이션 형태로 작화를 담당하게 되는데, 특히 토미노 감독의 작품에서 그동안 작화를 맡아오던 또하나의 거물 작화가 코가와 토모노리 대신 그의 제자인 키타즈메 히로유키의 활약이 눈에 띈다 하겠다. 스승인 코가와의 작화기법을 계승하면서, 야스히코의 미형 캐릭터들을 절묘하게 재창조해낸 그의 작화는 퍼스트 건담의 일부 팬들에게는 반감을 사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팬들에게는 큰 인기를 얻게 되었는데, 그로 인해 당시 절정의 인기를 끌던 아니메 잡지 뉴타입의 표지 일러스트의 상당수가 키타즈메의 손에 의해 그려지기도 했다. 키타즈메 외에도 온다 나오유키와 같은 코가와의 제자들이 다수 작화진에 가세하여 전체적인 Z 건담의 형세는 퍼스트의 잔영과 새로운 건담 스타일 사이에 위치하여 야스히코의 스타일을 기반으로 한 혁신에 가까운 모습을 취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에서 압도적인 퀄리티의 2기 오프닝을 그리며 혜성처럼 등장한 우메츠 야스오미의 등장은 또다른 천재 애니메이터의 탄생을 예고하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 SOTSU · SUNRISE

이야기 역시 후속작이라고는 하지만 기존의 건담 시리즈와 많은 차별점을 보이고 있다. 전 시리즈의 주인공 아무로가 한참 후에나 등장하며, 또다른 주역인 샤아 아즈나블은 주인공보다 먼저 화면을 장식하지만, 주인공과 같은 편으로 주인공을 보조하는 조역으로 전락한다. 대신 그 자리에는 전편의 아무로보다 더 신경질적이고 히스테릭한 소년 카미유 비단이 주인공을 맡게 된다. 전쟁 드라마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티탄즈와 에우고, 지구연방, 여기에 지온의 잔당 액시즈까지 등장하며 구도는 더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또한 정치이념을 초월하여 거대기업으로 작품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애너하임 일렉트로닉스의 등장까지, 세계관의 구성은 전작보다 더 복잡하고 얽히고 섥힌 인과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아무로와 샤아가 주역이 아닌데다가 로봇물의 수준으로서는 과하게 복잡한 세계관과 갈등관계 등은 Z 건담의 시동에 발목을 걸었다. 평균시청률 6.4%는 퍼스트 건담 수준으로 낮았는데, 퍼스트 건담이 아무런 배경없이 등장한 것임을 감안할 때, Z 건담에 걸었던 팬과 스폰서의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것이라 하겠다. 다만, 프라모델 비즈니스에 있어서는 다른 라인업의 제품보다는 월등한 성적을 보여주었는데, 이러한 프라모델 판매 호조에도 불구하고 반다이 측의 기대치에는 못미쳤다는 소리도 전해지고 있다. 이는 복잡한 변형 메커니즘의 도입과 그로 인해 복잡해진 디테일의 모빌슈트를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제작비 상승으로 인한 마진감소가 원인이라 전해지고 있으며([1] 참조), Z 건담의 모빌슈트들을 원작에 가깝게 묘사하기에는 당시 프라모델 기술력으로는 한계가 있었던 것도 원인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등장하는 수많은 주조역 캐릭터들이 죽어버리는 등, 몰살의 토미노다운 비극적인 결말은 여전하다. 주인공인 카미유가 최종화에서 시로코를 쓰러뜨린 후 자아가 붕괴되면서 폐인이 되어버린다든지, 시리즈 최고의 인기 캐릭터 샤아가 하만 칸의 큐베레이에게 무참히 패배하고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체, 대파된 그의 모빌슈트 백식의 잔해가 떠도는 상태에서 엔딩을 맞이하는 결말은 팬들로서는 충격 그 자체였다. 이는 단순히 비극적인 엔딩을 추구했다기보다는 당시 건담 시리즈에 대한 회의와 스트레스를 토미노 감독이 작품을 통해 풀어낸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도 샤아의 모습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다고도 언급한 바, 최종회에서 생사를 알 수 없이 사라진 샤아의 모습은 건담이라는 세계에서 떠나버리고 싶은 토미노의 바람을 표현한 것은 아닐까.

하지만 실망한 팬들의 분노, 비즈니스적으로 100%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한 반다이의 채근 속에 토미노는 결국 이 작품을 끝으로 건담을 접으려던 애초의 생각을 바꿀 수 밖에 없게 되었다.

☞ <기동전사 Z 건담> 1부: 79년 이후 아니메의 세대교체 by 키웰 (보러가기)
☞ <기동전사 Z 건담> 2부: 퍼스트의 그늘에서 벗어난 작화 Line-up by 키웰 (보러가기)
☞ <기동전사 Z 건담> 3부: 제타에 흐르는 '시대의 눈물' by 키웰 (보러가기)


기동전사 제타 건담 신해석판: 별을 잇는자 (2005) 

ⓒ SOTSU · SUNRISE


<정보>

◈ 원작/감독/각본/총콘티: 토미노 요시유키
◈ 캐릭터 디자인 원안: 야스히코 요시카즈
◈ 캐릭터 작화감독: 온다 나오유키
◈ 메카닉 작화감독: 나카 모리푸미
◈ 작화감독: 무라세 슈코우, 시게타 아츠시, 나카지마 토시히로
◈ 미술감독: 히가시 쥰이치, 카이 마사토시
◈ 음악/노래: 사에구사 시게아키 / Gackt (오프닝, 엔딩 작사/작곡/노래)
◈ 기획/제작: 우치다 켄지 / 요시 타카유키
◈ 제작사: 선라이즈, 스튜디오 지브리 (배경), 가이낙스/매드하우스 (동화)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2005.05.28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건담 시리즈에 대한 짙은 회의와 좌절을 '턴에이 건담(1999)'를 통해 일부분 해소한 토미노는 총집편인 '극장판 턴에이 건담 I 지구광(2002)'과 '극장판 턴에이 건담 II 월광접(2002)'으로 극장까지 다시 건담을 등장시킨다.(다만, 흥행은 대참패) 이는 건담에 대한 토미노의 트라우마가 어느 정도 극복되었음을 의미하며, 동시에 보다 긍정적으로 변화된 그의 작품세계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3년 뒤인 2005년 토미노는 마침내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을 여지없이 작품 속에 표출했던 Z 건담을 달라진 감성에 맞춰 새롭게 해석하는 시도를 선보이니 그것이 바로 기동전사 Z 건담 신해석(신역이라고 대게 부르지만, 좀 일본스러운 표현인 듯 싶어 나름 고쳐보았다.) 3부작이다.

50화에 이르는 방대한 작품이다보니 자연스레 기획은 3부작으로 흘러갔다. 그동안 지지부진 성적을 거두었던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의 극장판인지라 제작비는 충분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전 작품을 신작화로 그리지 않고 구작화를 편집하여 일부 디테일을 수정하면서 신작화를 사이사이 추가하는 형식으로 제작되었다. 사실 구작화라 하더라도 당대 이름난 작화가들이 참여했기에 일부 퀄리티는 최신 TV 시리즈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지만, 열화된 필름 사정으로 인해 선명하지 못한 화질과, 섬세한 캐릭터 디자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퀄리티의 메카닉 작화는 당연히 깔끔하게 그려진 신작화와 비교될 수 밖에 없었으며, 온다 나오유키, 무라세 슈코우, 시게타 아츠시 등으로 새롭게 꾸려진 신작화의 캐릭터 디자인이 구작화와 많은 차이를 드러내는 등 신작화와 구작화 사이의 이질감은 생각 이상으로 크게 도드라졌다.

TV 시리즈의 1화부터 14화까지를 편집한 극장판은 총집편이지만 여러면에서 아쉬움을 보여주었다. 구작화를 사용하는 한계 때문인지 이전 시리즈의 이야기를 그저 축약하기만 하는 단조로운 전개에 그쳤고, 일부 내용 중에서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생략되면서 스토리의 앞뒤가 잘 맞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러닝타임이 95분에 그친 것도 제약사항으로 작용한 듯. 다만, 3부작 중에서는 1부의 이야기가 가장 무리없이 잘 편집되지 않았나 싶다. 특히, 아우도무라를 공격하는 앗시마를 수송기로 저지하고 탈출하는 아무로 레이와, 이를 맞이하는 카미유의 MK II와 샤아의 백식, 그리고 아무로와 샤아의 극적인 재회를 신작화로 그려내면서 감동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1부인 별을 잇는자 편은 토미노의 전작 턴에이 건담 극장판의 흥행참패의 영향으로 인해 역대 건담 극장판의 개봉관수의 반 정도에 불과한 83개의 극장에서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8.6억엔의 수익을 벌어들이며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다.


기동전사 제타 건담 신해석판: 연인들 (2005) 

ⓒ SOTSU · SUNRISE


<정보>

◈ 스탭진: 1편과 동일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2005.10.29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5개월만에 재개된 TV 시리즈의 15화~32화를 편집한 기동전사 Z 건담 신해석판의 극장판 2부. 이제와 돌이켜보면 50화나 되는, 그리고 수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이야기의 진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Z 건담의 경우 100분도 안되는 러닝타임의 3부작 축약은 무리가 있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다. 그나마 신작화로 모두 새로 그린다면 컷의 구성을 새로이 하여 보다 더 유동적인 대처가 가능했으련만, 제작비의 문제로 상당부분이 구작화로 대치되었기에 한계는 더더욱 커졌다. 이러한 이야기 구성의 문제는 신작화와 구작화간의 이질감 차이 이상으로 신해석 극장판의 완성도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되었다.

연인편은 타이틀 그대로 시리즈 최고, 아니 아니메史상 가장 비극적인 히로인 중 한 명인 무라사메 포와 함께 벨토치카 일마, 사라 자비아로프, 레코아 론드, 에마 신 등 Z 건담에 등장하는 수많은 여성들과 남성들의 로맨스를 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15화부터 32화까지의 내용을 98분으로 축약하면서 내용 전개에도 급급한 상황에서 이들의 로맨스를 밀도 있게 묘사하는 것은 구작화를 사용하는 제약 상황을 감안할 때 무척이나 어려운 난제라 하겠다. 연로한 토미노 감독의 나이 또한 이러한 작업들을 세심하게 구성하는데 있어서 또 하나의 한계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쿵푸 팬더의 포와는 전혀 다르다, 잊지말자.)와 카미유의 로맨스가 밀도있게 다루어지지 않은 부분은 이번 2부 최대의 오점으로 보인다. 게다가 원체 이 2부의 이야기 속에는 포우와 카미유의 비극적인 로맨스 외에 벨토치카와 아무로의 에피소드, Z 건담의 등장, 시로코의 활약, 사라 자비아로프와 카츠의 에피소드, 제리드와 마우아의 에피소드, 에우고의 지휘자 브렉스 준장의 죽음과 같은 여러가지 굵직굵직한 에피소드가 다루어지고 있는데, 이로 인해 부제인 연인들이라는 제목과 달리 작품은 사건의 나열에 그치고 있으며, 히로인인 포의 희생이 전반부에 다루어지면서 큰 임팩트를 주는 것에 비해 뒷부분의 전개는 하만과 액시즈의 등장까지 비교적 평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포의 죽음에도 큰 감정적 변화없이 극을 이끌어 가는 카미유의 모습에서는 오히려 연인들이라는 부제가 무색할 정도. 다만, 시리즈의 후반부에 등장하여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는 하만 칸의 포스는 이번 신해석판에서도 명불허전이라 하겠다.

전작의 성공 때문이었는지 개봉관 수를 100여개로 늘려 상영했지만 흥행 수익은 6억엔에 그치며 전편보다 못한 성적을 보였다. 이는 편집된 이야기의 완성도가 기대 이하임을 반증하는 사례라 하겠다.


기동전사 제타 건담 신해석판: 별의 고동은 사랑 (2006) 

ⓒ SOTSU · SUNRISE


<정보>

◈ 스탭진: 1편과 동일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2006.03.04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3부. 33화부터 50화까지를 편집한 내용으로 액시즈의 등장, 티탄즈 집권층의 몰락, 그리고 시로코와 하만과의 최후의 결전 등이 이야기되고 있다. 신작화의 비중이 커져 비주얼 상으로는 좀 더 이질감이 덜했으며, 상당수의 주요 에피소드를 생략하여 이야기의 흐름을 매끄럽게 하였다. 다만, 포의 재등장과 카미유와의 비극적인 이별, 샤아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연설장면, 로자미아 바담의 이야기, 제리드의 최후 등, 상당히 임팩트가 강한 여러 에피소드들이 삭제되면서 결과적으로는 김빠진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3부의 에피소드는 전체적으로 하만 칸이 지배하는 느낌이 강하다. TV 시리즈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보여준 그녀지만 극장판에서는 더더욱 그 포스가 강렬해진 듯. 신작화로 그려지면서 가장 잘 이식된 캐릭터 중 한명이 아닌가 싶다. TV 시리즈에서 강렬한 포스를 자랑하던 시로코는 그 모습이 오히려 쇠퇴된 느낌. 특히 새로운 해석을 통해 그려진 라스트 엔딩에서, 시로코는 Z 건담의 일격에 쓰러지면서 카미유를 폐인으로 만들어 버렸던 원작의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시로코와 함께 샤아의 활약도 더더욱 두드러지지 못했다. 지구권에서의 연설장면도 삭제되었고, 초반부 액시즈와의 조우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지 못한 체 마지막에는 하만 칸에게 고전을 거듭하다가 패퇴하는데, 백식의 잔해를 비춰주며 마무리했던 충격의 TV 시리즈와 달리 이번 극장판에서는 라스트 엔딩을 장식하지 못한다. 다만, 생사가 확인되지 않는 점은 TV 시리즈와 동일하다.

3부의 흥행수익은 2부보다 적은 4.9억엔에 그쳤다. 극장수익 자체로는 기대 이하였으나 신해석판 3부작의 개봉과 발맞춰 등장한 반다이의 신버전 프라모델은 높은 퀄리티로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DVD 등 부가판권의 수입도 나쁘지는 않았다. 이를 통해 TV 시리즈 역시 새롭게 조명을 받는 계기가 되었으며, 결말의 수정으로 인해 후속작인 ZZ 건담의 설정이 부정되었다는 소리에도 불구하고 ZZ 건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또한 사실이라 하겠다.

개인적으로 이번 3부작은 기대에 부응하는 면모와 그 이상으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 되었다. 애초에 TV 시리즈의 종료 후 별도의 총집편 극장판으로 비슷한 시기에 제작되었다면 좋았으련만, 너무도 많은 세월이 흐른 후 등장함으로써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는 안노 감독이 에반게리온을 새롭게 재해석한 극장판을 내놓는 모습과 비교되어 더더욱 씁쓸한데, 에바는 26화의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4부작으로 구성되어 내용 전개상 여유가 있으며, 전체가 신작화로 그려지면서 새로이 묘사될 이야기를 스크린에 완벽하게 이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만약 Z 건담도 그러했다면 비록 팬들이 납득치 못할 결말을 그렸다 하더라도 지금보다는 훨씬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되지는 않았을까 싶다.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Ζガンダム, Wikipedia Japan
[2] 기동전사 Z 건담, 엔하위키 미러
[3] Mobile Suit Zeta Gundam (TV), ANN
[4] Mobile Suit Zeta Gundam: A New Translation (movies), ANN
[5] 다시 흘린 시대의 눈물.. Z 건담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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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갑계 가리안 (1984), 機甲界 ガリアン / Panzer World Galient


ⓒ SUNRISE


<정보>

◈ 원안: 야다테 하지메
◈ 원작/감독: 타카하시 료스케
◈ 각본: 토리우미 진죠, 스즈키 요시타케, 요시카와 소지
◈ 콘티/연출: 야타베 카즈요시, 아미 토모부키, 카세 미츠코 外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시오야마 노리오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 이즈부치 유타카
◈ 미술감독: 미야마에 미츠하루
◈ 음악/노래: 후유키 토오루 / EUROX
◈ 프로듀서: 하세가와 토오루, 하츠카와 노리오
◈ 제작사: 선라이즈, 니혼 TV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84.10.05 ~ 1985.03.29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판타지
◈ 구분/등급: TVA (25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크레센트 대은하에 위치한 이라스탄트 태양계의 다섯번째 혹성 아스트. 3,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아스트의 보더왕국에서 왕자 죠르디가 태어났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기갑병이라 불리는 철의 거인을 앞세운 정복왕 마달이 이끄는 마달군이 보더 왕국을 급습한 것이다. 거대한 기갑병 앞에 보더왕국은 힘도 써보지 못한체 멸망하고, 왕은 죽고 왕비는 마달군에 사로잡히고 만다. 갓난아기인 죠르디만이 충신 아즈베스에 의해 기적적으로 탈출하여 후일을 도모하게 된다.

12년의 세월이 흘러 왕자 죠르디가 아닌 아즈베스의 손자 조조로 자란 죠르디는, 아즈베스와 함께 전설의 철거인 가리안을 찾는 여행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들이 현재 몸을 두고 있는 곳은 마달군에게 반기를 세력들이 모인 하얀 계곡. 이곳에 가리안이 잠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아즈베스는 계곡사람들과 발굴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조조는 하얀계곡 족장의 딸 츄루루의 이야기를 따라 그녀가 이야기한 동굴로 가리안을 찾아 나서게 된다. 때마침 하얀계곡을 급습한 마달군에 의해 절체절명의 위기가 닥치고, 조조는 동굴 속에서 가리안을 발견하게 된다. 이제 오랜 세월동안 잠자고 있던 철거인이 망국의 왕자 조조에 의해 부활하려 하는데...


<소개>

'태양의 송곳니 더그람(1981)', '장갑기병 보톰즈(1983)'에 이은 타카하시 료스케의 세번째 로봇물. 또한 '성전사 단바인(1983)'과 '중전기 엘가임(1984)'에 이어 SF와 판타지를 세번째 로봇물이기도 하다. 오라력과 곤충형 병기라는 독특한 컨셉을 보여주었던 단바인이나 스타워즈에 가까운 스페이스 판타지를 선보인 엘가임에 비해 가리안은 정통 중세 판타지에 보다 더 가까운 중후한 느낌의 로봇 판타지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더그람과 보톰즈를 거치면서 선보인 타카하시 작품 특유의 중후함과 시리어스함이 판타지 물에 이식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당시 선라이즈는 자사의 역량을 집결한 '기동전사 제타건담(1985)'을 제2스튜디오에서 이미 제작 중이었다. 제타 건담은 새로운 모빌슈트의 디자인을 위해 신예 나가노 마모루를 필두 수많은 메카닉 디자이너가 작업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거의 메인 디자이너라 할 수 있었던 나가노 마모루의 디자인이 스폰서인 반다이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서 도중에 나가노가 강판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이로 인해 오카와라 쿠니오가 제타 건담에 긴급히 투입된다.

더그람과 보톰즈 등 자신의 작품에서 메카닉 디자인을 맡아오던 오카와라 쿠니오가 제타 건담에 투입되면서 가리안은 메카닉 디자인에 난항을 겪게 된다. 결국 오카와라 쿠니오에게 사정을 하여 주역 메카인 가리안의 디자인만을 받아내고, 나머지 서브메카닉은 단바인에서 미야타케 카즈타카의 뒤를 보조했던 신예 이즈부치 유타카가 맡게 된다. 이즈부치가 디자인한 인마병, 기갑병, 비갑병들은 실로 중세기사의 갑옷을 연상시키는 고풍스럽고 육중한 철거인으로 태어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주역메카인 가리안과 나머지 기갑병은 스타일에 있어서 많은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중세시대를 연상시키는 지구와는 다른 세계에서 철의 거인을 타고 정복군과 싸우는 망국의 왕자 죠르디의 이야기는 보기에는 중세로망문학을 연상시키지만, 그 이면에는 고도의 문명 세계에서 작품의 배경인 혹성 아스트로 쫓겨난 마달이 자신이 가진 과학기술을 동원하여 기갑병과 각종 과학기술을 사용하여 아스트를 정복하고 힘을 키워 다시 자신의 세계로 복수를 한다는 SF적 설정이 깔려있다. 이로 인해 작품의 초중반부에는 아스트에서 벌어지는 전쟁 이야기가 테마가 되고, 뒤로 가면 마달의 고향행성 렘프레이트로 이야기의 무대가 옮겨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프라모델과 완구사업의 부진이었다. 스폰서를 맡은 타카라의 프라모델과 완구사업이 기대이상의 부진에 허덕이자 타카라가 곧바로 시리즈의 조기종영을 결정한 것이다. 이로 인해 1년 정도의 분량으로 예정되어 있던 가리안의 이야기는 25화를 끝으로 종료되었으며 그 결과 뒤의 5부에서는 이전까지와는 달리 이야기의 전개속도가 너무 빨라 극의 흐름을 무너뜨리게 된다. 타카하시 감독의 로봇물 중 완구판매가 저조한 기록을 보인 것은 가리안이 최초였다. 당시 로봇으로서는 독특한 컨셉과 중후한 매력을 선보였던 메카닉 디자인이 저조한 판매실적을 보인 것은 의외이다. 당시 타카라의 프라모델은 한국에서도 금형이 건너와 발매되었는데, 디자인과 완성도는 당시 기술로서는 준수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는 당시 일본의 메카닉 트렌드가 가리안과 같은 디자인보다는 미래지향적이고 밀리터리적 취향에 치우쳐 있던 것이 원인은 아닐까 싶다. 반면, 국내에 발매된 가리안 프라모델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으며, 작품을 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가리안 팬들을 양산시키게 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멸망당한 망국의 혈통, 거기에 돌로 변해버린 부모 등 가리안의 일부 설정은 후일 타카하시 료스케가 연출협력으로 참여하는 '빨간망토 챠챠(1994)'의 설정과 유사하여 영향을 받지 않았냐하는 소리도 있지만 확인은 되지 않고 있다. 후일 선라이즈의 작품으로 고풍스러운 가이메르프 간의 육탄 전투로 깊은 인상을 심어준 판타지 로봇물 '천공의 에스카플로네(1996)'는 중세 기사를 연상시키는 철거인 가이메르프, 발달된 기술문명을 가진 자이바하 제국에 멸망당한 파넬리아 왕국의 왕자 반 파넬리아 등 여러면에서 가리안에 영향을 받았다 하겠다.

☞ <기갑계 가리안>(機甲界ガリアン)(1984) by 키웰 (보러가기)
☞ 판타지 로봇 서사시 - 단바인에서 에스카플로네까지 by 엘로스 (보러가기)

ⓒ SUNRISE



기갑계 가리안 OVA (1986), 대지의 장/하늘의 장/철의 문장


ⓒ SUNRISE


<정보>

◈ 원작/감독: 타카하시 료스케
◈ 각본: 토리우미 진죠 (철의 문장편)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시오야마 노리오
◈ 메카닉 디자인: 이즈부치 유타카
◈ 메카닉 작화감독: 요시다 토오루
◈ 음악: 후유키 토오루
◈ 기획/제작: 선라이즈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86.01.21 ~ 1986.08.05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판타지
◈ 구분/등급: OVA (3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가리안은 86년에 이르러 3부작의 OVA로 다시 제작된다. 1편인 대지의 장과 2편인 하늘의 장은 TV 시리즈의 총집편이지만, 3편에서는 전혀 다른 별개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우선 정복왕 마달의 양자로 TV 시리즈에서 마달의 수하였던 하이샬닷트가 첫째 왕자를, 주인공 죠르디를 마달의 둘째 왕자로 설정한 것은 이채롭니다. 마달은 TV 시리즈의 마달이 아닌 죠르디 왕자를 키운 보더 왕국의 신하 아즈베스가 마달 역을 맡고 있다. 행성 램프레이트에서 파견된 여성 에이전트 힐무카 또한 마달과 대치하는 새부족의 지휘관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야기를 재구성했지만 원작의 주역 캐릭터들은 각기 역할을 바꾸어 배치한 셈이다.

이야기는 전작의 SF 설정을 모두 버린체 중세 판타지적인 이야기에 충실하고 있다. 사신병의 요기에 홀린 첫째 왕자 하이샬닷트의 폭주와 이를 막기 위해 등장한 수호신 철거인을 탄 죠르디의 대결이 작품의 클라이막스. 가리안이라는 이름은 본작에서는 언급되지 않고 있으며 그저 철거인으로 불릴 뿐이다. 러닝타임의 한계상 단순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는 이 작품에서 인상적인 것은 보다 더 멋지게 변모한 기갑병들의 디자인이다. 이즈부치 유타카가 새롭게 스타일링한 기갑병은 원작의 기갑병에는 없는 세련미와 스타일링을 부여하여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작품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준 이즈부치는 이후 선라이즈 메카닉 디자인의 일익을 담당하게 되며 88년에는 단바인 OVA의 메카닉 디자인을 맡아 철의 문장편에서 보여준 세련된 메카닉 스타일링을 또 한번 보여주게 된다.

ⓒ SUNRISE (from Galient Official Website)



<참고 사이트>

[1] 機甲界ガリアン, Wikipedia
[2] 機甲界ガリアン 鉄の紋章, Wikipedia Japan
[3] 기갑계 가리안, 베스트아니메
[4] Kikou Kai Galient (OAV), ANN
[5] 機甲界ガリアン 公式Web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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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신 고그 (1984), 巨神 ゴーグ / Giant Gorg


ⓒ SUNRISE


<정보>

◈ 원안: 야다테 하지메
◈ 원작/감독/캐릭터 디자인: 야스히코 요시카즈
◈ 각본: 츠지 마사키, 츠카모토 유미코
◈ 연출/콘티: 코지카 에이키지, 키쿠치 카즈히토, 하마츠 마모루 外
◈ 메카닉 디자인: 사토 겐, 나가노 마모루
◈ 작화감독: 야스히코 요시카즈, 도키테 츠카사
◈ 미술감독: 카네코 히데토시
◈ 음악/노래: 하기타 미츠오 / TAKU (오프닝), STEAVE (엔딩)
◈ 기획/프로듀서: 선라이즈 / 요시 타카유키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84.04.05 ~ 1984.09.27
◈ 장르: SF, 로봇, 모험
◈ 구분/등급: TVA (26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남태평양의 사모아제도에서 동남쪽으로 2,000Km에 위치한 신비의 섬 오스트랄 섬. 오스트랄 섬을 탐사하다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 타카미 유우는 오스트랄 섬의 탐사에 나선다. 유우는 아버지의 조수로 오스트랄 섬을 같이 연구했던 웨이브 박사를 만나기 위해 미국을 찾아가지만, 웨이브 박사의 집에 도착하는 순간, 정체불명의 괴한에 의해 습격을 당해 집은 대파되고 웨이브 박사와 웨이브 박사의 여동생 도리스와 함께 가까스로 탈출하는 신세가 되고 만다. 글로버 거대기업인 GAIL이 왠일인지 그들을 쫓고 있었던 것으로, 이 일련의 사건에 모종의 음모가 있음을 깨달은 유우 일행은 오스트랄 섬으로 떠날 것을 결심하게 되는데...


<소개>

80년대 애니메이터로서는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가지고 있던 불세출의 작화가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연출한 두번째 아니메이자 첫번째 TV 시리즈. 전작인 '크러셔 죠(1983)'에 이어 이번에도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원작/감독/콘티/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에 이르는 원맨쇼를 펼친 작품이다. 당시 애니메이터 중에 이정도의 원맨쇼를 펼칠 수 있는 인물은 야스히코 요시카즈 외에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유일하다 하겠다. 토미노 요시유키와 호흡을 맞춰오던 2인자(?) 야스히코는 당시 대중적인 인기와 그 인기에 부합하는 걸출한 실력으로 인해 스스로도, 주변에 의해서도 일개 애니메이터로서 만족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 스튜디오와 스폰서의 지원에 의해 야스히코는 이후 토미노 요시유키의 그늘을 벗어나 크리에이터로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다.

로봇 애니메이션으로 보이지만 작품은 실제 로봇 애니메이션과는 거리가 멀다. 엄밀히 말하면 어드벤쳐 물에 가깝다고 할까. 로봇이 매회 등장하지도 않으며, 로봇 액션의 비중도 현저히 작다. 주역 메카인 고그는 무려 4화에서야 겨우 등장하며, 유우 일행이 오스트랄 섬의 비밀을 캐는 와중에 거대기업 GAIL과 레이디 링크스의 마피아 조직과의 쫓고 쫓기는 모험이 작품의 이야기의 주가 되고 있다. 이것은 야스히코가 로봇물보다는 사람 중심의 드라마를 그리고 싶어했음을 의미한다 하겠으며, 실제로 그가 연출한 네 개의 작품 중에서 거대 로봇이 등장하는 작품은 고그가 유일하다. 이는 TV 시리즈의 특성상 완구 스폰서가 필요했던 당시의 상황 때문으로 판단된다.

다만, 이 정도로 로봇의 활약상이 줄어들 경우 스폰서의 간섭이 뒤따르는 것이 그동안의 관례였음을 감안하면 고그는 이례적으로 스폰서의 간섭이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은 작품으로 풀이된다. 그것은 무언가의 이유로 83년도에 방영을 예정했던 이 작품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스폰서가 작품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고 (실제로 스폰서인 타카라는 제작진에게 그다지 간섭을 하지 않는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동안 제작진들이 묵묵히 작업을 하면서 생긴 결과인데, 이로 인해 거신 고그의 작화 퀄리티는 당시 TV 시리즈로서는 굉장히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스케쥴에 여유가 생기면서 야스히코가 일일이 작화체크를 한 결과 84년 방영 시점에서 작품은 이미 대부분의 작업량을 체운 뒤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시청률 문제로 작품이 조기종영되면서 작품의 이야기 밀도가 떨어지는 여타 작품의 전철을 밟지 않게 되었다. 한마디로 고그는 작화 퀄리티나 이야기 구성에 있어서 당대 TV 시리즈로서는 이례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로봇 액션의 비중이 현저히 줄어든 이야기 중심의 이 작품은 재미 면에서는 다른 작품에 비해 밀리는 감이 있다. 완성도는 높으나 임팩트는 없는 셈이다. 사실 이는 야스히코 작품 모두에 해당되는 이야기로, 뛰어난 퀄리티의 작품들을 만들어내면서도 야스히코의 작품은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미야자키의 그것과 같은 임팩트가 부족하다. 작화가로서는 입신의 경지에 이르렀으되 너무 많은 것을 그에게 기대하면서 오히려 그의 한계를 보여준 셈이라 하겠다.

주역메카 고그는 별도의 무기를 갖추지 않은 그저 거대한 로봇에 불과하다. 인간에 의한 수동조작이 아닌, 스스로 인공지능을 갖추고 주인공의 조력자로 싸우는 고그의 모습은 초창기 슈퍼로봇물의 잔재가 느껴지기도. 고그는 80년대 한국에서도 프라모델로 발매되었는데, 당시 프라모델로서는 뛰어난 프로포션을 보여준 제품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작품이 국내에서 소개되지 않았으면서도 그 인지도는 비교적 높은 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로봇으로 열 손가락 안에 꼽는 친구이기도 하다) 하지만, 별도의 무기 시스템이나 변형 메커니즘을 갖지 않는 싱거운 메카닉 컨셉으로 인해 실제 일본 내에서는 그다지 실적이 좋지 않았다. 관련 서브메카도 마논 타입 외에는 상품화할만한 것들이 거의 없다보니 결과적으로 완구/프라모델 비즈니스에서는 한계를 가지고 있던 셈이다. 

ⓒ SUNRISE



<참고 사이트>

[1] 巨神ゴーグ, Wikipedia Japan
[2] 巨神ゴーグ, Nico Nico Pedia
[3] 거신 고그, 엔하위키 미러
[4] 거신 고그, 베스트 아니메
[5] Giant Gorg (TV), ANN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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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전사 레자리온 (1984), ビデオ戦士 レザリオン / Video Warrior Laserion


ⓒ TOEI Animation


<정보>

◈ 원작: 얏테 사부로
◈ 감독: 모리시타 코죠
◈ 각본: 사카이 아키요시, 슈도 타케시, 우에하라 쇼죠 外
◈ 캐릭터 원안/디자인: 이무라 신지 / 모토하시 히데유키
◈ 메카닉 디자인: 무라카미 카츠시, 오하타 코이치, 히오 아키라
◈ 작화감독: 모토하시 히데유키 (1화), 오치 카즈히로
◈ 미술설정: 우치카와 후미히로
◈ 음악/노래: 와타나베 츄메이 / 미야우치 타카유키 (오프닝), 카오리 쿠미코 (엔딩)
◈ 기획: 오리타 이타루, 요시카와 스스무
◈ 제작사/협력사: 도에이 동화, ADK / 대원동화, 세영동화
◈ 저작권: ⓒ TOEI Animation
◈ 일자: 1984.03.04 ~ 1985.02.03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TVA (45화) / 초등생이상 관람가 (PG)


<시놉시스>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구 클린화 정책'의 일환으로, 산업폐기물과 불순분자들이 화성과 달로 폐기되거나 추방된다. 달로 추방된 과학자 고드하이드는 지구에 앙심을 품고 불순분자들을 모아 반란군을 결성한 뒤 지구를 향한 반격을 개시하기 시작한다. 지구군 역시 달의 반란군을 맞아 싸우기 위해 블루하임 박사의 주도로 먼 달까지 순식간에 무기를 이동할 수 있는 물질전송 시스템을 개발한 뒤 역사적인 기동실험을 전세계에 중계하기 시작한다.

한편, 컴퓨터 마니아인 카토리 타카시는 미국에 있는 친구와 네트워크(전화기로 네트워크가 되는 걸 보니 모뎀통신인가! 아, 대용량 데이터가 전송되니 vDSL?)를 통하여 컴퓨터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게임을 위하여 타카시는 자신이 직접 프로그래밍한 로봇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것이 그만 물질전송 시스템의 네트워크와 혼선되면서, 물질전송에 사용되어야할 비행기 대신 타카시가 디자인한 컴퓨터 상의 로봇이 실체화 되고 만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실체화된 환상의 로봇. 레자리온, 이것이 꿈의 로봇이다.


<소개>

'마징가 Z(1972)' 이후 12년을 지속해오던 도에이 로봇 신화의 마지막을 장식한 작품이다. 아울러, '초전자로보 콤배틀러 V(1976)'를 통해 특촬물을 넘어 로봇 아니메까지 진출했던 도에이의 프로듀서 필명 얏테 사부로의 마지막 로봇 아니메 참가작이기도 하다. 컴퓨터로 디자인한 로봇이 실체화 된다는 점에서, 요즘 흔히들 의미하는 가상현실의 컨셉이 도입된 선구적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동시기에 디즈니에서 제작된 영화 '트론(1982)'과도 비교된다고 하겠는데, 실제 인간이 컴퓨터 세계로 들어가 벌이는 트론의 이야기가 가상현실을 모티브로 했다면, 컴퓨터 속의 로봇이 현실에 나타난다는 점에서 레자리온은 엄밀히 말하면 증강현실에 보다 더 가까운 모습이라 하겠다. 이는 레자리온보다 1년 앞서 ABC를 통해 방영된 드라마 '오토맨(1983)'의 컨셉과 상당히 비슷하다. 어쩌면 레자리온의 스토리 컨셉은 오토맨의 그것에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레자리온은 그 설정에 있어서 몇가지 미래지향적인 모습이 눈에 띄는데, 우선 인터넷이나 데이터 통신은 커녕 컴퓨터에 대한 인식이 그다지 높지 않았던 84년에 네트워크를 통해 멀리 떨어진 미국의 친구와 게임을 하는 타카시의 모습이라든지, 일상 생활에서 컴퓨터를 활용하는 등의 모습은 분명 당시보다 십수년 뒤의 세상을 정확히 예측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통신이 불가능한 지역에서는 레자리온의 무기가 전송되지 않는 등, 일부 설정에서는 여러모로 현실적인 면을 고려한 점이 눈에 띈다. 스토리 역시 달로 추방된 지구인들이 지구를 위협하는 반란군으로 등장하는 등, 기존의 도에이 슈퍼로봇 아니메에 비해서는 성숙한 설정으로 무장하고 있다.

여러가지 성숙한 설정에 비하여 실제 이야기 구조는 당시의 리얼로봇에 비해서는 드라마적인 성격이 부족한 저연령대의 작품이 되었다. 시청률의 문제였는지 혹은 다른 문제였는지는 몰라도 고드하이드 박사를 주축으로 했던 반란군들의 이야기는 1부를 끝으로 퇴장하고 2부부터는 외계인 세력인 쟈크 제국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이는 도에이 동화가 지향하는 시청층이 리얼로봇 드라마를 보는 고연령대의 청소년보다는 저연령대의 아동에 한정되어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상당수 작화에서 당시 수많은 도에이 동화의 애니메이션을 하청 받아오던 한국의 대원동화(現 대원씨아이)가 맡아온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초중반부에는 아예 작화감독에도 일본 스탭이 참여하지 않고 한국 스탭만으로 해결해 나가는 등 그 비중이 이전의 참여작보다 더 컸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당시 한국의 작화수준이 이미 일본 아니메의 평균 수준에 근접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반면, 도에이 동화의 마지막 로봇 아니메에 이토록 한국 하청인력이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보아 작품의 제작 초반만 하더라도 도에이는 로봇 아니메에서 손을 뗄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 추정해 본다. 로봇 아니메에서서 손을 떼기로 결정된 중후반부부터는 다시 일본 스탭들과 작화감독들이 투입되어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 대원씨아이... 그런데, 도용작도 저작권을 줘야하는건가?

메카닉 디자인은 초합금 시리즈 등으로 일세를 풍미한 전설적인 완구 디자이너 무라카미 카츠시가 담당하였다. 무라카미 외에 오오하타 코이치, 히오 아키라 등 도에이의 전작 '광속전신 알베가스(1983)'의 스탭들도 메카닉 디자인으로 참여했는데, 여기에 무라카미가 참여했던 '우주대제 갓시그마(1980)', '기갑함대 다이라가XV(1982)'와 함께 알베가스의 복잡하고 세밀한 디자인 컨셉은 레자리온에게 음으로 양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오프닝이나 등장 씬 등 일부분에서는 CG를 활용한 뱅크샷이 사용되어 참신함을 주었고, 일반적인 기계식 조종이 아닌 컴퓨터 키보드를 활용한 전자식 조종과 같이 메카닉적 측면에서 다른 작품들을 두세발 앞선 미래지향적 모습을 보여주었다. 적어도 설정에 있어서는 지금까지도 회자 될만한 이슈를 가진 작품이라 하겠다.

반면, 레자리온의 경우는 한국과는 잊지 못할 악연을 갖고 있는데, 만화영화 팬들이라면 이제는 많이들 알고 있을 하청업체 대원동화의 셀 도용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대원동화는 원작의 컷으로 사용되던 일부 셀을 무단으로 빼돌린 뒤 이를 독자적으로 편집하여 '비디오레인져 007(1984)'이라는 제목으로 극장에 상영하는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든 일을 저지르고, 한국 극장만화영화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작화 퀄리티로 이 작품은 당시 어린이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게 된다.

결국 뒤늦게 사실을 눈치 챈 도에이 동화의 항의로 인해 소리 소문도 없이 그 자취를 감춰버린 이 희대의 사건(관련인물들이 사법처리를 받았던 것으로 들려오고 있음)은, 디자인과 설정을 일본 아니메에서 무단 도용하던 당시의 한국 애니메이션계의 현실을 감안해도 그 죄질이 상당히 나쁜 것이었다. 이로 인해 한국 창작 애니메이션계와 당시 어린 만화영화 팬들에게 끼친 악역향은 이루 말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당시 엘로스도 이 작품을 끝으로 한국 극장애니메이션을 더이상 보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물론, 이유는 이것 하나만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 괴작열전: 비디오레인져 007 by 페니웨이™, 페니웨이™의 IN THIS FILM (클릭)

한편, 레자리온을 끝으로 로봇 아니메에서 완전히 손을 뗀 도에이 동화는 자신들의 성장동력을 로봇 만화영화가 아닌 다른 장르에서 찾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80년대 출판만화계를 뒤흔들던 두 작품 '북두의 권'과 '드래곤 볼'이었다. 도에이가 손을 뗀 로봇 만화계에서는 선라이즈의 독주가 시작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84년을 즈음으로 로봇 만화영화는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게 된다.

☞ 레저리온 시리즈 by Gackd, Gackd의 고전만화 연구소 (클릭)

레자리온의 스페인판(?) VHS 커버. 스페인에서 자체적으로 그려진 일러스트라 원작과는 달리 슈퍼히어로적인 일러스트가 이채롭다.



<참고 사이트>

[1] ビデオ戦士レザリオン, Wikipedia Japan
[2] 비디오전사 레자리온, 베스트아니메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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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전기 엘가임 (1984), 重戦機 エルガイム / Heavy Metal L-Gaim


ⓒ SOTSU · SUNRISE


<정보>

◈ 원안/원작: 야다테 하지메 / 토미노 요시유키
◈ 총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연출/콘티: 토미노 요시유키, 이마가와 야스히로, 세키타 오사무 外
◈ 시리즈 구성/각본: 와타나베 유우지 / 와타나베 유우지, 토미타 스케히로 外
◈ 캐릭터 디자인/메카닉 디자인: 나가노 마모루
◈ 총 작화감독/작화감독: 코가와 토모노리 / 키타즈메 히로유키, 오오모리 히데토시 外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
◈ 음악/노래: 와카쿠사 케이 / MIO (첫번째 오프닝), 아유카와 마미 (두번째 오프닝)
◈ 프로듀서: 나카가와 히로노리, 森山涇, 大西邦明
◈ 제작사: 선라이즈, 나고야 TV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4.02.04 ~ 1985.02.23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판타지
◈ 구분/등급: TVA (53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올드나 포세이달이 지배하는 다섯개의 행성으로 이루어진 펜타고나 월드. 변방의 행성 코암 별의 두 소년 다바 마이로드와 미라우 캬오는 다바의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수제 헤비메탈(Heavy Metal: 장갑전투병) 엘가임과 헤비메탈 캐리어(Carrier: 수송차량) 웍스를 타고 청운의 꿈을 안은 체 도시로 상경하는 중이다. 미야마 리린이 이끄는 도적단의 일원이 다바 일행을 노리고 습격했지만, 다바의 능숙한 검술로 두목 미야마 리린이 부상을 입은 체 도망가게 되고, 핸섬하고 늠름한 다바에게 호의를 품게 된 도적단의 소녀 판네리아 암은 미야마 리린이 재차 습격할 것을 경고하게 된다. 기습공격을 감행한 미야마들을 맞이하여 엘가임으로 멋지게 격퇴해낸 다바 일행, 전투 중 중상을 입은 도적 한명이 수표를 건네주며 이를 죽음의 상인이라 불리는 아만다라 카만다라에게 전달해줄 것을 부탁하게 되는데...


<소개>

'성전사 단바인(1983)'에 이은 토미노 감독의 또다른 리얼로봇물. 스타워즈를 연상시키는 스페이스 판타지스러운 스타일은 단바인과는 또다른 판타지적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헤비메탈이라 불리는 새로운 개념의 메카닉 디자인과 선라이즈의 신진들이 대거 투입된 캐릭터 디자인은 후일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을 거쳐 80년대 후반기의 선라이즈를 책임지는 핵심으로 자리잡게 된다. 엘가임이 기획 중이던 당시 이미 기동전사 제타 건담의 기획에 들어가 있던 토미노 감독은 이로 인해 이 작품의 상당수 컨셉을 신인 애니메이터로서 작품의 캐릭터 디자인과 메카닉 디자인을 맡게되는 나가노 마모루에게 위임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이 작품은 토미노 감독의 작품 중에서도 상당히 이질적이고 역동적인 느낌이 들어나는 작품이 되었다. (동시에 그만큼 힘을 빼고 만든, 즉 조금 대충 만든 작품이 된 측면도 있다.)

제1스튜디오부터 제10스튜디오까지 총 10개의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압도적인 제작력을 자랑하는 선라이즈에서 토미노 요시유키와 '기동전사 건담(1979)'들의 핵심 스탭들은 대부분 제1스튜디오에 포진되어 있었다. 그로 인해 건담 이후 '전설거신 이데온(1980)', '태양의 송곳니 더그람(1981)', '장갑기병 보톰즈(1983)'과 같은 선라이즈의 대표작들은 모두 제1스튜디오에서 제작되어 왔던 것이다. 하지만 토미노 요시유키는 '전투메카 자붕글(1982)' 이후로 제2스튜디오에서 작품을 제작하기 시작했으며, '성전사 단바인(1983)'과 엘가임을 등 이후 대부분의 작품들을 제2스튜디오에서 만들어내게 된다. 이것은 자붕글 이후 토미노의 작품 방향성이 이전과는 다름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첫번째로 변한 것은 대대적인 작화 라인의 교체였다.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이끄는 제1스튜디오와 달리 제2스튜디오는 독특한 음영과 극화적인 그림체를 자랑하는 코가와 토모노리가 이끌고 있었다. 자붕글과 단바인에 이어 엘가임에서도 작화감독을 맡은 코가와였지만, 이 작품의 실제 작화는 코가와의 것이라기보다는 그의 제자들인 키타즈메 히로유키나 오오모리 히데토시 등의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특히 스승인 코가와의 기법을 발전시켜 자신만의 미형 캐릭터를 창조해낸 키타즈메의 필력은 어떤 면에서는 코가와보다 더 유려하고 매력적이었고, 이로 인해 엘가임의 일러스트의 상당수는 바로 이 젊은 인재 키타즈메의 손에 의해 그려지기도 하였다. 엘가임에서 키타즈메의 활약은 눈부신 것이어서 이후 제타 건담으로 명성을 높인 그는 후일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1986)'과 '역습의 샤아(1987)'를 통해 야스히코 요시카즈를 넘어(?) 선라이즈의 스타 캐릭터 디자이너로 거듭나게 된다.

하지만 엘가임에서 키타즈메보다 더더욱 두각을 나타낸 인물은 바로 캐릭터 디자인 원안과 메카닉 디자인, 여기에 스토리 컨셉의 상당 부분을 창안해낸 천재 애니메이터 나가노 마모루였다. 이제까지의 투박하고 전사다운 로봇과는 전혀 다른 조형미와 디테일을 갖춘 나가노의 헤비메탈들은 단바인의 오라 배틀러만큼이나 독특한 스타일을 자랑했는데, 특히 로봇의 기본 뼈대가 되는 무버블 프레임(Movable Frame)이나 버스터 런쳐, 360도 전방위 스크린과 같은 진일보한 개념들은 후일 제타 건담의 모빌슈트에 그대로 적용된다. 실제로 나가노는 제타 건담의 메카닉 디자인 스탭으로 참여하여 릭 디아스나 갈발디 베타, 백식(하쿠시키) 같은 여러 MS 들의 디자인 컨셉을 제공하게 된다.

젊은 인재들이 대거 참여한 만큼 스토리는 다분히 토미노의 작품세계와는 다소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반적으로 우울한 모습을 보여온 토미노의 캐릭터들에 비하여 엘가임의 캐릭터들은 밝고 긍정적이었으며, 여성 캐릭터들은 활기차고 성적 매력이 넘친다. 여기에 개그적인 요소도 상당히 많이 등장하여 작품의 분위기는 전쟁과 죽음의 어두운 면이 드러나는 시리어스한 SF라기 보다는 밝고 건강한 SF 어드벤처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특히, 펜타고나 은하계를 지배하는 포세이달군과 다바 등을 중심으로 한 저항군과의 대결구도,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다바, 여기에 헤어진 여동생 크와상 오리비와의 비극 등은 스타워즈 시리즈와 상당히 닮은 구석이 있다. (실제로 나가노는 스타워즈 시리즈에 큰 인상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요정 캐릭터 리리스 화우는 단바인의 요정 캐릭터 챰 화우와 생김새도 비슷하고 이름도 유사하여 두 시리즈 간의 연관성을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실제로 토미노는 엘가임의 세계관을 단바인의 세계관과 연결시킬 목적이었으나 워낙에 자신의 의도와는 다른 형태로 나아가는 나가노 마모루의 상상력 때문에 결국 이 의도를 포기하게 된다. 이후 펜타고나 월드는 나가노에 의해 보다 더 진화되고 발전하게 되었으며, 이것이 후일 나가노 마모루의 역작이자 괴작으로 자리하게 되는 '파이브 스타 스토리(FSS)'가 되는 것이다. (FSS를 통해 여성형 안드로이드 파티마와 같이 엘가임에서 미쳐 채택되지 못했던 나가노의 아이디어가 대거 채용된다.)

키타즈메 히로유키의 표지 일러스트가 인상적인 소설판 엘가임. ⓒ ソノラマ文庫 · SOTSU · SUNRISE



<참고 사이트>

[1] 重戦機 エルガイム, Wikipedia Japan
[2] Heavy Metal L-Gaim (TV), ANN
[3] 중전기 엘가임, 베스트 아니메
[4] 중전기 엘가임,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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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표류 바이팜 (1983), 銀河漂流バイファム / Ginga Hyōryū Vifam


ⓒ SUNRISE


<정보>

◈ 원안/원작: 야다테 하지메, 토미노 요시유키 / 칸다 타케유키, 호시야마 히로유키
◈ 감독: 칸다 타케유키
◈ 각본: 호시야마 히로유키, 히라노 야스시, 이토 츠네히사
◈ 콘티: 칸다 타케유키, 오쿠다 세이지, 후지와라 료지 外
◈ 캐릭터 디자인: 아시다 토요오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
◈ 작화감독: 아시다 토요오, 모토하시 히데유키, 사사카도 노부요시 外
◈ 미술감독: 미즈타니 토시하루
◈ 음악/노래: 와타나베 토시유키 / TAO
◈ 제작사: 선라이즈, 마이니치 방송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83.10.21 ~ 1984.09.08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모험, 액션
◈ 구분/등급: TVA (46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시놉시스>

지구에서 43광년 떨어진 입셀론 태양계의 제3혹성 클레이아드. 인류의 식민행성이었던 이 클레이아드는 서기 2058년, 갑작스런 아스트로게타(후일 쿠크토니안으로 불리게 됨)라 불리는 이성인의 침공에 의해 전화에 휩싸이게 된다. 난리통에 어른들과 헤어지게 된 로디와 12명의 소년 소녀들은 우주선 제이나스에 탑승하여 인간형 병기 라운드 버니안으로 외계인들의 공격을 뿌리치며 지구로의 귀환을 꿈꾸게 되는데...


<소개>

'기동전사 건담(1979)'를 통해 리얼로봇에 발을 들인 선라이즈 리얼로봇 장르의 3대 거장 중 한명인 칸다 타케유키의 작품. '태양의 송곳니 다그람(1981)'을 통해 타카하시 료스케와 공동으로 감독을 맡았던 경험이 있는 칸다 타케유키에게 있어서는 리얼로봇물로서는 첫 연출작(그의 필모그라피 중에서는 네번째 연출작)이다. 토미노 요시유키나 다카하시 료스케에 비해 연출작이 많지는 않지만, 리얼로봇물을 이야기할 때 그를 빼놓지 않게 되는 것은 바로 이 작품 '은하표류 바이팜(1983)'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15소년 표류기를 모티브로 삼았다고 보여지는 스토리는 기동전사 건담의 기획경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토미노 요시유키는 로봇물이 아닌 정통 SF 만화영화를 만들기 위해 쥴 베른의 15소년 표류기를 컨셉으로 잡게 되었지만, 기획회의를 거치면서 15소년 표류기가 작품의 방향과는 맞지 않게 되자 해당 기획을 보류하게 되는데, 이것이 후일 바이팜의 기획안으로 다시 재사용되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원안에는 토미노 요시유키의 이름이 등장하고 있다.

'요술공주 밍키(1982)' 등으로 인기를 끌던 아시다 토요오가 캐릭터 디자인을 맡으면서 바이팜의 첫인상은 아동취향의 로봇 어드벤쳐물을 연상시키게 한다. 당시까지만 해도 아시다의 캐릭터들은 귀여운 외모로 여러 인기를 얻어오고 있었는데, 이로 인해 이 작품은 스타일이나 이야기와는 별개로 여성팬들에게 크게 어필하게 된다. 하지만, 귀여운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작품치고 내용전개는 제법 시리어스한 편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계인의 공격으로 어른들과 헤어지고 스스로 생존의 길을 찾게 된 아이들이 싸움 속에서 성장하고 이해해가는 이야기는 토미노 감독의 그것처럼 비극적이고, 타카하시 감독의 그것처럼 메마르지는 않지만 오히려 공감을 자아내는 부분이 있다. 이러한 드라마적 매력이 토미노 감독이나 타카하시 감독과 차별되는 칸다 감독 만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이 작품은 선라이즈가 제작한 작품으로서는 최초로 금요일 저녁 7시라는 골든 타임에 방영된 작품이기도 하다. 그제까지 선라이즈 작품들은 대게 금요일 6시나 토요일 5시반의 시간대에 방영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바이팜에 이르러서 최초로 골든타임의 시청률 사냥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당시 금요일 7시는 아사히 TV의 도라에몽 시리즈가 방영되던 시간대였기에 선라이즈와 마이니치 방송의 모험은 그만 실패로 끝나게 된다. 마니아들의 호평과 달리 시청률에서 고전을 겪던 바이팜은 조기종영설이 흘러나오는 와중에 25화에 이르러서 토요일 5시 시간대로 방영시간을 옮기며 도라에몽에게 패배를 인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지역방송국은 바이팜을 종영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에 격분한 해당 지역의 시청자들이 방송국으로 항의 편지를 보내고 이로 인해 다시 방송이 재게된 일화는 일본 방송계에서는 꽤 유명한 일화로 남아있다고 한다.

골든타임 도전이라는 시도 외에도 당시 만화영화에서 이례적으로 예고편을 없애고, 본편 시작전에 본편의 대강의 줄거리와 키워드를 보여주는 아방 타이틀(Avant Title)을 보여준 첫 작품으로서도 유명하다. 아방 타이틀은 지금에서야 많은 작품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기법이기도 하지만, 당시로서는 신선한 시도이기도. 여기에 어린이용 만화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오프닝 송을 모두 영어로 작사를 한 것이나, 적으로 등장하는 아스트로게타의 정체가 시청자에게도 전혀 노출되지 않고 주인공들과 같이 그 정체를 알아가는 점, 주역 캐릭터인 카츄아에게 숨겨진 비밀 등 작품은 신선하고 흥미로운 시도 등이 눈에 띈다고 할 수 있다.

건담의 기획안이 재사용된 때문인지, 아니면 메카닉 디자이너인 오카와라 쿠니오의 영향 때문인지 주역기체인 라운드 버니안은 모빌슈트적인 취향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특히, 무크지 건담 센츄리 등에서 제시되었던, 인간형 로봇이 우주공간에서 자세를 제어하기 위한 자세제어 버니어나, 라운드 버니안의 복부에 도킹하는 콕핏트형 우주선 등은 음으로나 양으로나 건담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바이팜의 생김새부터도 건담의 양산형 모빌슈트 짐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다. 이외에도 라운드 버니안의 등에 옵션 형태로 장착되는 (마치 마징가 Z의 제트 스크란다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날개 달린 비행용 부스터 등은 후일 '기갑전기 드라고나(1987)'를 거쳐 '기동전사 건담 시드(2002)'에까지 사용된다.

ⓒ SUNRISE



은하표류 바이팜 OVA (1984~1985)


ⓒ SUNRISE


<정보>

◈ 감독: 칸다 타케유키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아시다 토요오
◈ 음악: 와타나베 토시유키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84.10.28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모험, 액션
◈ 구분/등급: OVA (4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시리즈 제목>

◈ 은하표류 바이팜 카츄아로부터의 소식 편 (1984.10.28)
◈ 은하표류 바이팜 집결한 13명 (1984.12.21)
◈ 은하표류 바이팜 사라진 12명 (1985.02.25)
◈ 은하표류 바이팜 '케이트의 기억' 눈물의 탈환 대작전 (1985.09.25)


<소개>

총집편 1편인 카츄아로부터의 소식 편과 총집편 2편인 집결한 13명 편에 이어 오리지널 스토리로 만들어진 사리진 12명 편, 그리고 케이트의 기억 눈물의 탈환 대작전 편이 각각 3편과 4편으로 OVA로 공개되었다. 이 중에서 사라진 12명 편은 86년 선라이즈 아니메 페스티벌에서 타카하시 료스케의 '장갑기병 보톰즈 최후의 레드 숄더(1985)'와 함께 극장 개봉되었으며, 이 작품에서 아시다 토요오는 제2회 일본 아니메 대상 작화상을 수상하기도 한다.


은하표류 바이팜 13 (1998)


ⓒ SUNRISE


<정보>

◈ 감독: 카와세 토시후미
◈ 각본: 호시야마 히로유키, 히라노 야스시 外
◈ 콘티: 카와세 토시후미, 타카마츠 신지 外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아시다 토요오 / 치카나가 켄이치, 타카하시 아키라, 사쿠마 신이치 外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 이노우에 쿠니히코 (서브메카닉)
◈ 음악/노래: 와타나베 토시유키 / KATSUMI (오프닝), 마에다 아키·마에다 아키 (엔딩)
◈ 제작사: 선라이즈, 마이니치 방송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98.03.21 ~ 1998.10.03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모험, 액션
◈ 구분/등급: TVA (26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원작의 종영이후 무려 15년만에 부활한 바이팜의 속편이다. 속편이라고는 하지만 원작의 23화부터 26화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일종의 스핀오프라 볼 수 있다. 안타깝게도 원작의 감독을 맡았던 칸다 타케유키가 96년 '기동전사 건담 제08MS 소대(1996)'를 연출하던 도중 급사하는 바람에 이 작품의 연출은 선라이즈의 후진인 카와세 토시후미가 연출을 맡게 되었다.(확실하진 않지만 칸다 감독이 살아 있었다면 이 작품의 연출은 칸다 감독이 맡지 않았을까 싶다. 실제로 이번 OVA에는 감독을 제외한 대부분의 스탭진에 원작의 스탭들이 포진하고 있다.) 원작자 중 한명인 호시야마 히로유키가 각본작업에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설정은 원작의 이야기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참고 사이트>

[1] 銀河漂流 バイファム, Wikipedia Japan
[2] Ginga Hyōryū Vifam, Wikipedia
[3] Ginga Hyouryuu Vifam (TV), ANN
[4] 은하표류 바이팜, 엔하위키 미러
[5] 은하표류 바이팜, 베스트 아니메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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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갑창세기 모스피다 (1983), 機甲創世記モスピーダ / Genesis Climber Mospeada


ⓒ TATSUNOKO Pro


<정보>

◈ 총감독: 야마다 카즈히사
◈ 시리즈 구성/각본: 토미타 스케히로 / 토미타 스케히로, 테라다 켄지 外
◈ 연출: 아키야마 카즈히토, 카사하라 타츠야, 코지마 마사유키 外
◈ 콘티: 야마다 카즈히사, 아키야마 카즈히토, 코지마 마사유키 外
◈ 캐릭터 디자인: 아마노 요시타카
◈ 메카닉 디자인/감수: 아라마키 신지, 카기누마 히데키 / 쿠보타 타카시
◈ 작화감독: 우다가와 카즈히코, 아라이 유타카
◈ 미술감독: 사토 히로아키
◈ 오프닝 애니메이션: 카나다 요시노리
◈ 음악/노래: 히사이시 조, 오가사와라 히로시 / 앤디
◈ 기획/제작: 이노우에 아키라, 스즈키 토시미치 / 요시다 켄지
◈ 제작사: 타츠노코 프로, 아트믹, 애니메이션 프렌드, 후지 TV
◈ 저작권: ⓒ TATSUNOKO Pro
◈ 일자: 1983.10.02 ~ 1984.03.25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25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서기 2050년, 정체불명의 외계생명체 인비트의 침략으로 지구는 삽시간에 전화의 불길에 휩싸인다. 지구인의 절반이 인비트의 습격을 피해 화성으로 피난을 가게 되고, 지구는 사실상 인비트의 수중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2080년, 화성에서 세력을 회복한 지구인들은 인비트로부터 지구를 탈환하기 위한 제1차 강하작전을 시행하지만, 압도적인 군사력 앞에 패퇴하고만다. 1차 강하작전의 실패를 교훈삼아 지구인들은 로봇형태로 변형이 가능한 가변전투기 레기오스와, 탑승하는 파일럿의 생존률을 올리기 위한 파워드 슈츠(Powered Suits) 모스피다를 개발한다.

마침내 3년 후인 2083년 제2차 강하작전이 개시되었다. 스틱 버나드 중위를 포함한 제2차 강하부대는 지구로의 돌입을 시도하지만 인비트의 포화 속에 두번째 강하작전 역시 실패로 끝나고 만다. 강하작전 도중 연인을 잃은 스틱 중위는 레기오스에 몸을 싫은 체 남 아메리카와 홀로 불시착하게 되는데...


<소개>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의 대히트로 카와모리 쇼지를 위시한 젊은 애니메이터들과 스튜디오 누에는 아니메의 전면에 부각되기 시작했다. 물론 이제까지도 여러 아니메에 참여하면서 그 능력을 인정받은 스튜디오 누에였지만, 그저 조연으로 만족했던 이전과는 달리, 자신들이 직접 전면에 나서게 된 마크로스의 대성공은 그들의 생각이 옳았으며 그 실력이 다른 유수의 아니메 스튜디오 못지 않음을 증명한 셈이었다. 실제 아니메 제작을 그들이 담당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기획력과 아이디어는 기존의 제작사가 갖추지 못한 무언가를 갖고 있었으며, 성인에게도 어필할 정도의 치밀한 SF 세계관, 완구의 범주를 넘어서는 스타일리쉬한 메카닉 디자인(물론, 당시 기술상의 한계로 인해 이들의 완구나 프라모델은 상업적으로 실패한 것이 상당수이기도)은 당대 SF 로봇 아니메를 이끌던 선라이즈에 필적하거나 어떤 면에서는 그 이상을 보여주었다 하겠다.
 
한편, 마크로스의 제작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스튜디오 누에 출신의 젊은 크리에이터들에 의해 철저하게 조연으로 머물러야 했던 타츠노코 프로는 초시공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 '초시공세기 오거스(1983)'의 제작을 도쿄무비신사에게 양보하게 된다. 이는 마크로스의 작화수준에 불만을 가졌던 마이니치 방송이 결정한 사항이라고도 전해지고 있는데(위키피디아 초시공세기 오거스 참조), 한 때 도에이 동화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히어로물의 본가로 명성을 드높이던 타츠노코 프로로서는 굴욕적인 경험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때문인지 타츠노코는 자사 출신의 프로듀서 스즈키 토미시치가 설립한 애니메이션 기획사 아트믹(ARTMIC)과 공동 기획으로 독자적인 리얼로봇물을 기획하게 되니, 이것이 바로 타츠노코의 첫번째이자 마지막 리얼로봇물로서 오거스보다 3개월 뒤에 후지 TV를 통해 방영된 '기갑창세기 모스피다(1983)'인 것이다.

마크로스의 주역메카 발키리의 3단 변형 컨셉을 그대로 가져다 쓴 주역메카 레기오스의 모습은 마크로스 시리즈를 계승하겠다는 타츠노코의 의지로 보인다. 어찌보면 마크로스의 진짜 후속이라 할 수 있는 오거스와 적통 경쟁을 벌인 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메카닉 이슈는 레기오스라기보다는 지구군이 착용하는 파워드 슈츠 '모스피다'가 아닌가 한다. MOSPEDA(Military Operation Soldier Protection Emergency Aviation Dive Armor), 즉 '군사작전용 병사보호 및 비상용 항공강하 장갑'이라는 거창한 명칭의 모스피다는 말처럼 비상시 비행이 가능한 병사용 아머로서, 비행용 파워드 슈츠라는 개념과 함께 아머의 일부를 분리하여 이를 모터싸이클로 활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전천후 장비였다. 파워드 슈츠의 개념은 '기동전사 건담(1979)'에서 처음 논의가 되었으나 완구적 가치에 의문을 품은 스폰서의 거부로 인해 그동안 아니메에서 사라졌던 것으로, 당시 이를 제안했던 스튜디오 누에가 아닌 타츠노코 프로와 아트믹의 손에 의해 비로소 아니메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모터 싸이클로 변형가능한 혹자는 라이더 아머(Ryder Armor)라 부르는 이 파워드 슈츠를 디자인한 인물은 아트믹 출신으로 당시 24살의 신예 아라마키 신지였다. 특히, 아라마키 신지의 라이더 아머는 이후에도 '메가존 23' 시리즈의 가란드나 '버블검 크라이시스(1987)'의 모터 슬레이브, 아라마키 자신이 직접 감독한 OVA '메탈스킨 패닉 매독스-01(1988)'의 MADOX를 거쳐, '애플시드(2004)'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등장하며 아라마키 신지의 디자인 스타일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모스피다에서 연출과 콘티를 맡은 아키야마 카즈히토는 이후 아트믹의 '갈포스' 시리즈와 버블검 크라이시스 시리즈를 연달아 맡아 OVA 史에 한 획을 긋게 되는데, 그런 연유에서인지 모스피다와 이 두 시리즈 간에는 알게 모르게 여러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하겠다.

남장여인 옐로우 버몬트의 중성적인 모습. 아마노에 일러스트 때문에 그(그녀)의 포스가 더더욱 남달라 보인다. ⓒ TATSUNOKO Pro

참신한 메카닉 디자인과 함께 캐릭터 디자인도 눈길을 끈다. 타츠노코 출신의 천재 일러스트레이터로 소설 삽화가로 활동하며 만화의 범주를 벗어난 예술적 화풍을 선보이던 아마노 요시타카는 이 작품을 위해 아니메 캐릭터 디자이너로 한시적인 복귀를 하게 되는데, 그가 디자인한 여장 남자 옐로우 버몬트는 중성적이고 기묘한 이미지로 인해 일약 인기 캐릭터로 급부상하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남자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여장 가수로 등장하는 점 때문인지 당시 잡지 '아니메디아'가 실시한 여성 캐릭터 인기투표에 상위권을 차지하기도 했다는 것. ([1] 참조) 다만, 아마노의 멋진 캐릭터 디자인을 뒷받침할 만큼 인물의 작화적 완성도가 높지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이라 하겠다.

'전설거신 이데온(1980)', '태양의 송곳니 다그람(1981)',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 '성전사 단바인(1983)', '중전기 엘가임(1984)' 등 당대를 대표하는 하드 SF 아니메의 각본을 집필한 토미타 스케히로가 참여한 스토리는 전작인 마크로스보다 더 시리어스한 세계관을 그리고 있다. 멋진 메카닉과 캐릭터, 시리어스한 SF 로봇 아니메라는 점에서 많은 장점을 가진 작품이었으나 동시간대에 도라에몽 시리즈의 원작자 후지코 후지오의 인기 TV 애니메이션 '빠만(1983)'이 아사히 TV를 통해 모스피다보다 반년 앞선 4월부터 방영을 시작하는 등 시청률에서는 넘어설 수 없는 벽이 존재하고 있었으며, 여기에 메인 스폰서인 학연(각켄)이 출시한 완구와 프라모델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는 등 상업적으로도 실패하면서 결국 25화로 조기 종영하게 된다. 이로 인해 결말부분의 흐름은 원활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학연사는 자사의 애니메이션 잡지 아니메디아까지 동원하여 적극 홍보에 나섰지만, 마크로스의 성공을 이어가지는 못했다. 다만, 미국으로 수출된 모스피다는 로보텍 시리즈로 방영되어 큰 인기를 끌게 되는데, 세번째 초시공 시리즈로 모스피다 이후에 제작된 '초시공기사단 서던크로스(1984)' 다음으로 로보텍 시리즈 3기로 방송된 모스피다는 북미에서는 마크로스와 동일한 세계관을 공유하는 속편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85년과 90년에 각각 비디오로 출시되었으나 레어 타이틀로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다. 91년도에는 SBS에서 '우주의 전설 마크로스'라는 이름으로 방영되었는데, 이 해프닝은 SBS가 일본판 마크로스의 방영을 결정한 뒤에 살펴보니 이미 마크로스를 자신들이 예전에 한 번 방영(먼저 방영한 버전은 북미판 로보텍으로 바뀐 제목으로 인해 헛갈린 듯 싶다)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부랴부랴 작품을 교체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SBS는 이 때문에 북미에서 마크로스의 후속편으로 방영되었던 모스피다로 급히 프로그램을 대체했고, 이미 방송 예고를 했기 때문인지 제목만은 그대로 마크로스를 유지하게 된다.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캅셀(송락현)님의 야후 블로그를 참고하도록 한다.

우주의 전설 '마크로스' by 송락현, CAPSULE 블로그

장갑복을 입고 활약하는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모스피다는 타츠노코의 주특기인 히어로물의 요소가 은연중에 내재되어 있지 않나 싶다. ⓒ TATSUNOKO Pro



<참고 사이트>

[1] 機甲創世記 モスピーダ, Wikipedia Japan
[2] Genesis Climber Mospeada, Wikipedia
[3] Genesis Climber Mospeada (TV), ANN
[4] 기갑창세기 모스피다,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TATSUNOKO Pro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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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코아머 고바리안 (1983), サイコアーマー ゴーバリアン / Psycho Armor Govarian


ⓒ DYNAMIC Pro · KNACK · TV TOKYO

<정보>

◈ 원작: 나가이 고, 다이나믹 프로
◈ 감독: 오쿠다 세이지
◈ 시리즈 구성: 아라키 요시히사
◈ 캐릭터 디자인/원안: 후쿠다 쿄무 / 나가이 고
◈ 작화감독: 후쿠다 쿄무, 키노시타 유우키
◈ 메카닉 디자인: たてば沢樹
◈ 미술감독: 스즈키 모리시게
◈ 음악/노래: 야노 타츠미 / 네버랜드
◈ 기획/제작: 니시노 세이이치
◈ 제작사: Knack, TV 도쿄
◈ 저작권: ⓒ DYNAMIC Pro · KNACK · TV TOKYO
◈ 일자: 1983.07.06 ~ 1983.12.18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TVA (26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이차원의 우주에서 지구로 침공을 개시한 가라다인 황제의 UFO 군단. 막강한 그들의 힘 앞에 지구는 속수무책으로 전멸의 위기에 처한다. 전쟁 통에 불길에 휩싸인 집에서 어머니와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이사무 나포토는 숨겨진 능력인 염동력을 쓰지만 가족들을 그만 잃고 만다. 오열하던 이사무는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느낌을 받게 되고 자신을 부르는 마음 속의 목소리를 따라 나서게 된다. 도착한 곳에는 이사무말고도 리사와 통가리와 같은 소년, 소녀들이 있었다. 이들 모두 알 수 없는 소리를 듣고 각지에서 모인 초능력자들이었던 것. 곧이어 그들 앞에 등장하는 거대한 우주선.

우주선의 주인은 같은 이차원 우주에서 온 과학자 재크 알버트로, 이사무들에게 염력으로 싸이코아머를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며, 가라디안 군에게 맞서 싸울 의사가 있다면 싸이코 아머를 쓰라고 한다. 가족들의 복수를 위해, 그리고 지구를 침략한 우주인을 물리치기 위해 이사무들은 초능력으로 거대한 싸이코 아머 고바리안을 만들어 내는데...


<소개>

'마징가 Z (1972)'를 통해 로봇아니메를 개척하고 TV 시리즈의 부흥과 완구 스폰서와의 비즈니스 역학을 만들어냈던 나가이 고와 다이나믹이 실로 오랜만에 원작을 맡은 로봇물. '아스트로 강가(1972)', '그로이저 X(1976)' 이후 오랜만에 Knack이 제작한 로봇 아니메이다. Knack은 '철인 28호(1963)' 이후 최초의 TV용 로봇 아니메 아스트로 강가를 제작했으나 불과 몇 개월 뒤에 방영된 마징가 Z의 인기에 밀린 아픈 추억이 있으며, 그로이저 X를 통해서는 다이나믹 프로 출신이자 나가이 고의 어시스턴트이기도 했던 오우타 코사쿠와 함께 일했던 적이 있다. 세번째 만에 로봇물의 거장과 조우한 셈이다.

애초부터 마징가의 겉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려 했던 의도였는지, 고바리안의 모양새는 마징가를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여기에 2대의 싸이코 아머가 고바리안과 팀을 이루고 있는데, 총과 같은 무기를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기동전사 건담(1979)'의 건담, 건캐논, 건탱크의 컨셉에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 다만 내용에 있어서는 슈퍼로봇물에서 리얼로봇물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드라마 강조된 어른스러운 다른 로봇물에 비하여 과거 회귀적인 성격이 있지 않나 싶다.

나가이 고와 다이마믹에 원작에 참여하고 있다지만 작품의 성격이나 여러가지 분위기 상 나가이 고의 독특한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로이저 X 때처럼 일부 설정에만 나가이 고와 다이나믹이 관여하고 이야기 등 작품방향은 Knack 독자적으로 이끌어간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이야기 구조는 아동층을 타깃으로 했다고 해도 느슨하고 엉성한 감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수준은 저연령층 로봇물인데 매 에피소드마다 여자 캐릭터의 노출씬이 서비스 컷으로 등장한다는 점. 다른 부분은 몰라도 이 부분은 나가이 고의 스타일이 느껴지지(?) 않나 싶다.

초능력을 사용하여 로봇을 만들어내고, 수리나 무기 시스템에도 초능력이 개입되는 등 일반적인 로봇물과는 다른 컨셉을 보여주고 있다. 초능력을 사용하여 로봇을 조종하는 부분은 도에이의 '초인전대 바라타크(1977)'와도 비교될 수 있으나 바라타크에 비해 보다 더 적극적으로 초능력을 활용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도 얘기한 엉성한 이야기와 수준낮은 작화는 당시 제작되는 유수의 로봇물과 비교해서는 뒤쳐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겠다.



<참고 사이트>

[1] サイコアーマー ゴーバリアン, Wikipedia Japan
[2] Psycho Armor Govarian, Wikipedia
[3] サイコアーマー ゴーバリアン (1983), Allcinema.net
[4] 싸이코아머 고바리안 (1983) by 잠뿌리, 뿌리의 이글루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DYNAMIC Pro · KNACK · TV TOKYO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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