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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랠리를 평정했던 전쟁의 여신


설의 랠리머신 란치아 스트라토스(Lancia Stratos)를 기억하십니까? 자동차 스타일링 회사인 베르토네(Gruppo Bertone)社의 사장 누치오 베르토네의 아이디어와 베르토네의 헤드 디자이너인 마르셀로 간디니의 디자인에 의해 탄생된 이 머신은 기획 자체가 어떤 특정한 목적이나 사업안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누치오 베르토네의 개인적인 욕구에 의해서였습니다.

고급스러우며 마니악한 모델들을 주로 만들었던 란치아社가 1969년 피아트社에 인수되기 전인 63년에 출시했던 란치아 펄비아(Fulvia)를 베이스로 하여, 새로운 드림카를 만들고 싶던 베르토네의 지시에 의해 란치아 스트라토스 제로가 처음으로 디자인됩니다. 스트라토스 제로는 제작된 70년 당시로는 몹시도 파격적이면서 샤프한 라인을 선보인 컨셉카였는데요. 람보르기니 쿤타치를 연상시키는(그럴만도 한 것이 간디니는 후에 쿤타치를 디자인 합니다) 엣지있고 슬림한 전면부와 파격적인 형태의 앞유리, 과감한 심플함과 각진 라인은 SF 영화에서 나올법한 우주선의 모습을 띄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아름다운 한 편의 예술작품이 탄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신의(High Fidelity)를 뜻하는 HF가 붙여진 스트라토스 HF는 제로의 디자인보다는 덜 파격적이지만, 여전히 미래지향적입니다. 파격적인 앞유리는 곡선형의 얌전한 디자인으로 변모했지만,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듯한 SF스러움이 살아있습니다. 스트라토스의 첫인상 중에서 가장 강렬하게 와닿는 부분이랄까요. 공기역학에 최적화된 듯한 항공기를 연상시키는 차체의 라인을 따라 넋을 잃고 끝까지 다다르면, 매혹적인 디자인을 완성시키는 아름다운 뒷태가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특히, 이 스트라토스의 뒷모습은 개인적으로 그 어떤 슈퍼카, 아니 그 어떤 멋진 모델의 뒷모습과 비교해도 스트라토스에게 손을 들어주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고나 할까요.


70년 토리노 모터쇼를 통해 관계자들과 란치아에게 극찬을 받은 스트라토스는 지속적인 디자인 업그레이드와 함께 랠리머신으로의 진화를 시작합니다. 실제로 70년 모터쇼에 등장했던 것은 스트라토스 HF가 아닌, 스트라토스 제로였었는데요. 란치아 내부에서 랠리머신으로의 개발이 결정되면서 스트라토스는 간디니에 의해 다시금 새로이 디자인 되기에 이르릅니다. 다시 말해서 스트라토스 HF의 진정한 매력은 단순히 미래지향적이고 다이나믹한 디자인 뿐만 아니라 전설적인 랠리머신으로서의 막강한 전투력을 그 아름다운 몸안에 갖고 있다는 것일 겁니다. 마치 전쟁의 여신 같이 말이죠.

페라리에 사용된 V6 엔진이 탑재되면서, 란치아의 럭셔리함과 베르토네의 혁신적인 디자인, 페라리의 막강한 전투력이 합쳐진 기이한 랠리 머신이 탄생하게 됩니다. 여기에 람보르기니의 엔지니어링까지 가세했으니 그야말로 드림카로서 적합한 진용이 아닐 수 없군요. 스트라토스 HF는 미드쉽에 후륜구동 방식으로, 순간가속형인데다가 좁은 시계와 엔진의 열이 그대로 운전석에 적용되는 최악의 승차감 등으로 인해, 강력한 전투력과 매혹적인 라인에 비해 너무도 다루기 힘든 까다로운 미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명한 나가노 마모루의 코믹스 대서사시 '파이브 스타 스토리'의 모터헤드에 비유하자면, K.O.G(Knight of Gold) 중에서 강력한 성능과 아름다움, 까다로운 밸런스를 지닌 '나이트 오브 골드 라키시스'에 비유하면 어떨지 모르겠네요. 

펄비아 엔진을 달고 랠리에 참가했던 프로토타입 머신을 거쳐 마침내 V6 엔진을 품은 스트라토스 HF는 1974년 타르카 플로리오 경주의 우승을 시작으로, 75년, 76년, 77년, 79년에 열린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우승을 차지했으며, 그 밖의 수많은 대회에서 그 가치를 증명해 보입니다. 게다가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와 한정생산될 수 밖에 없었던 제약조건 등으로 짧은 생을 마감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맙니다. 말 그대로 전설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아니메에 등장한 전설의 랠리머신

동차에는 그다지 높은 식견을 지니지 못한 엘로스가 이 차에 반하기 시작한 것은 사실 정확히 언제인지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아마도 어떤 영상매체를 통해서였지 싶은데, 도통 생각이 나지 않는군요. 그나마 스트라토스에 대해 오랫동안 잊어버리고 살다가 한 작품을 보면서 다시금 그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으니, 그 작품이 바로 카미야마 켄지 감독의 TV 시리즈 아니메, '공각기동대 SAC 1기(2002)' 입니다.

© SHIROW MASAMUNE ~ PRODUCTION I.G / KODANSHA


세번째 에피소드인 '내 사랑 안드로이드' 편에서는 공안 9과의 멤버인 바토의 애마로 등장하는 스트라토스의 모습을 잠깐 엿볼 수 있습니다. 작품에 등장한 스트라토스는 미래라는 배경 덕분에 일부 스타일링이 가해져 약간 변형된 모습이었는데요. 스트라토스 HF와 가장 잘 어울리지 않나 싶은 겨자색의 컬러와 여전히 매력적인 콕핏트 스타일의 앞유리, 그리고 매혹적인 뒷태 덕에 보는 순간 무릎을 탁치면서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스트라토스의 기억을 엘로스에게 떠올리게 해주었습니다. 비록 자주는 아니었지만 이 커스터마이즈된 스트라토스는 그 후에도 몇 번 정도 에피소드에 등장해주고 있지요.

아쉬운 것은 극장판인 공각기동대 2 이노센스나 다른 TV 시리즈에서는 이 스트라토스의 모습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랄까요. 하지만 스트라토스의 모습이 공각기동대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앞서 OVA로 제작된 레이싱 아니메 'eX Driver'에서도 스트라토스의 멋진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무인 운전되는 자동차가 널리 퍼진 근미래에 자동차를 전혀 다루지 못하는 일반인들을 위해 프로급의 운전기술과 정비기술을 가지고 자동차에 의해 발생하는 사건을 해결하는 엑스 드라이버가 등장하는 이 작품에서, 주인공 일행 중 한명인 천방지축 말괄량이 아가씨 리사가 모는 애마가 바로 이 스트라토스 HF인 것입니다.

© Kosuke Fujishima · ExD · Bandai Visual / D.G.A.


엑스 드라이버에 등장하는 스트라토스는 짙은 청색의 컬러링과 엑스드라이버의 로고가 크게 새겨져 있는데다가 바디 부분이 원 모델과는 약간 다른 스타일로 되어 있어 스트라토스 특유의 느낌이 좀 약한 듯 싶지만, 부드러운 CG와 깔끔한 컬러에 의해 HF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진한 청색계열의 컬러링 덕에 상당히 강인한 인상이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공각기동대와는 달리 자동차가 주된 소재인 작품인데다가 주인공이 모는 머신이다보니 스트라토스를 자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트라토스의 팬에게는 특별한 느낌을 줄 것 같군요.

이 외에도 스트라토스는 페노메논社에 의해 2005년 새로운 디자인의 컨셉카로 탄생되기도 했습니다. 그외에도 2011년을 목표로 V8 엔진이 탑재된 또다른 스트라토스가 준비된다고 하니 오랫동안 묻혀져 있던 이 전설의 랠리머신에 대한 사람들의 사랑이 아직도 사그러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 같네요. 하긴 문외한인 저조차도 그 존재를 알고 있던 녀석이니 말입니다.

스트라토스, 다시금 새로운 전설의 날개를 펼 수 있을까요.


☞ 아참, 그러고보니 어렷을 가장 좋아라했던 슈퍼카는 람보르기니 쿤타치였습니다. (그때는 카운타크로 잘못 알고 있었는데...) 쿤타치와 스트라토스를 공교롭게도 모두 간디니가 디자인했네요.

☞ 2011년을 목표로 제작된 스트라토스는 컨셉카 형태로 뚱뚱해지면서 실망감을 안겨주었던 페노메논 스트라토스와는 달리 과거의 매혹적인 바디라인을 그대로 간직한 모습으로 태어난다고 합니다. 스파이샷을 봤는데 정말이지... 아아~ 가슴 설렙니다!  새로운 스트라토스 보러가기 (클릭)


<참고 사이트>

[1] Lancia Stratos HF, Wikipedia
[2] Lancia Stratos HF, WikiCars
[3] Lancia(란치아), 오토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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