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생뚱맞은 후반부가 공존하는 2부


국에서 최초로 정식발매된 1권으로부터 약 한달 만에 전격 발행된 데빌맨 2권입니다. 상당히 빠른 발행속도로, 팬들에게는 좋은 반응을 얻을 것 같네요. 총 352페이지의 긴 분량은 328페이지의 1권보다도 24페이지가 더 많은 분량인데요. 1권을 넘어서는 파괴와 살육의 본격적인 발동이 이번 2권부터 그 진정한 시작을 알리게 됩니다. 말 그대로 본편의 시작을 알리는 셈입니다.


이번 2권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시렌느와 데빌맨의 사투는 40년 전의 작품이라고는 믿기기 힘든 박력과 폭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근래의 호러 만화들처럼 사실적인 데생이나 세심한 묘사가 수반되지 않았을 뿐, 그에 못지 않는 잔혹함이 지면에 표현되고 있는데요. 그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데몬족과 인간들의 두려움과 투쟁심,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실감 넘치게 그려지면서 몹시도 처절한 드라마를 보여주었다 하겠습니다. 저번 1권 리뷰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이러한 모습은 베르세르크와 같은 최근의 작품에까지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지요.


클라이막스 격인 시렌느와의 사투가 막을 내린 된 뒤에는 인간의 천적설에 대한 아키라와 료의 대화, 서서히 인간계를 침범해 오는 데몬족들의 위협과 새로운 데몬과의 사투를 그리고 있습니다. 인간의 천적설과 같은 부분은 지금 관점에서도 나름 흥미로운 이야기라 하겠습니다만, 전체적으로 서사가 매끄럽지 못하고 일부에서는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설정도 등장하는 것은 역시 40년전의 작품이 가진 한계가 아닌가 싶네요. 뜬금없이 아키라에게 찾아온 예전 옆집 꼬마소녀의 이야기는 다소 비약이 심하고 생뚱맞은 느낌을 주며, 데몬들이 소녀가 탄 열차를 자신들의 뱃속으로 끌어들인 뒤 인간들을 공격하는 장면 역시 서사의 수준이 낮은 편입니다. 데빌맨이 비록 충격적인 소재와 표현을 보여준 작품이긴 하나, 소년만화의 범주에 아직 머무르고 있음을 증명하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후반부로 갈수록 작화 스타일이 변모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후도 아키라의 경우는 앳된 고교생의 모습에서 서서히 강인한 남성으로 그 외모가 변모하는 느낌이군요. 어떤 부분에서는 나가이 고의 또다른 문제작의 주인공인 그 누군가(?)를 연상시키기까지 합니다.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중반부 이후로는 아키라의 친구인 료의 능력으로 인해 시공간을 넘어 과거의 데몬과 싸우는 데빌맨의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과거의 역사적 인물들의 사건에 데몬과 데빌맨을 엮어서 에피소드를 풀어가는 것인데요. 쟌 다르크, 아돌프 히틀러, 마리 앙뜨와네뜨 같은 실존인물들이 등장하여 그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데몬들에 대한 가상의 이야기를 그리게 됩니다. 개별 에피소드로서는 나름 흥미로운 이야기들이지만, 데빌맨의 원래 이야기와는 다소 동떨어진데다가 그 이음새가 그다지 부드럽지 못해 사이사이 호흡은 매끄럽지 못하며, 본편의 이야기와는 별개로 진행되는 옴니버스 형태의 번외편과 같은 느낌을 준다 하겠습니다.

이번 2권에 대한 감상은 개인적으로는 다소 실망스러운 편입니다. 임팩트가 있었던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는 서사의 밀도가 떨어지고, 흐름도 매끄럽지 못한 느낌을 준데다가 후반부에는 번외편으로 이야기가 새면서, 흡사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될 듯 하다가 겉도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고나 할까요. 3권에서는 끊어진 흐름을 다시 이어 나가면서 명성에 걸맞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永井豪 · ダイナミックプロ / ⓒ AK 커뮤니케이션즈 (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데빌맨 2 - 6점
나가이 고 글 그림/에이케이(AK)

반응형
반응형

☞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전설의 고전, AK에 의해 한국최초 출간


'징가' 시리즈로 일본 만화와 만화영화에 한획을 그은 거장 나가이 고(永井豪)의 묵시록 호러 '데빌맨' 코믹스가 무려 4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한국에 정식발매되었습니다. 이전까지의 해적판과는 다른 정식발매라는 점에서 의의가 큰데요. 이번 데빌맨의 정식출간은 국내에서 건담관련 서적들을 비롯 마이너한 서브컬쳐 장르의 책들을 꾸준히 출시해주는 '용자' 출판사 AK 커뮤니케이션즈가 맡았습니다.

1972년 시작된 데빌맨은 아시는 분은 아시다시피 만화책과 TV 만화영화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시작된 별개의 작품입니다. 만화책을 원작으로 하여 TV 시리즈가 제작된 것이 아니라, 최초 기획은 TV 시리즈가 먼저였고, 이후 나가이 화백이 별도로 코믹스를 진행시킨건데요. 데빌맨보다 먼저 연재되고 있던 나가이 화백의 '마왕 단테(1971)'를 베이스로 TV 시리즈용 변신 히어로물이 기획되면서 각본가 츠지 마사키(辻真先)가 TV 시리즈의 이야기를 담당하게 되고, 나가이 화백은 이 아이디어를 갖고 TV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묵시록적 호러물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그로 인해 코믹스와 TV 시리즈는 그 성격을 완전히 달리 하지요. 이러한 구도는 마징가 Z도 비슷하다 하겠습니다.

초반부부터 펼쳐지는 끔찍한 지옥도는 40년 전의 작품이다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파격적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지금에 와서야 일본 코믹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코믹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고어적인 장면들이라지만 40년 전의 세상에서는 만화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인 시도였다 하겠지요. 미우라 켄타로의 '베르세르크'가 선보인 살육의 아수라장이 거의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데(물론, 이는 베르세르크가 데빌맨에게 음으로 양으로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 다만 묘사의 디테일에서 차이가 있을 뿐 상상력이나 장면 구성은 베르세르크에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가히 후대의 수많은 바이올런스 호러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선구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데빌맨의 진정한 매력은 이 그로테스크한 상상력과 시대를 뛰어넘는 폭력묘사가 아닌, 악마의 힘을 손에 넣은 인간의 고뇌, 묵시록적인 파국, 압도적인 절망, 그리고 허를 찌르는 반전과 충격적인 진실 등 실로 당대의 코믹스에서는 느끼기 힘든 서스펜스와 호러, 그리고 드라마틱한 전개가 아닐까 합니다. 데빌맨이 되는 후도 아키라와 그의 친구 아스카 료 사이의 관계가 그 대표적인 것으로, 작금의 그저그런 코믹스들과는 격을 달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데요. 이런 점에서 이 둘 또한 베르세르크에게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보니 베르세르크는 데빌맨의 오마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닮아 있군요.

물론, 근래의 만화들에 비해 장면과 장면사이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며, 다소 비약이 심한 전개가 눈에 띄긴 하지만, 그것은 데빌맨 이후 수십년에 걸쳐 발전해온 만화적 노하우를 고려하지 않았을 때 그러한 것이지 40년전에 이 코믹스를 접했다면 그러한 부분은 전혀 불편함을 느낄 요소가 아니기도 합니다. 사실 몇몇 부분을 제외하고는 지금봐도 이야기와 장면구성은 대체적으로 매끄러운 편이며, 서스펜스를 자아내는 부분도 코믹스로서 훌륭합니다.


그로테스크한 데몬의 모습들. 디테일이 떨어질 뿐 지금의 코믹스들에 등장하는 다양한 크리쳐들과 비교해서도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익숙한 나가이 고의 캐릭터들. 이런 코믹스적인 모습은 앞으로 벌어질 파괴적이고 종말론적인 이야기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아보입니다만, 나가이 화백의 캐릭터를 이렇게 실제 지면으로 한국에서 접할 수 있다는 반가움 만큼은 반감되지 않는군요.


1권은 총 330여 페이지에 달하는, 코믹스 단행본으로서는 꽤 지면이 많은 편에 속합니다. 데빌맨은 총 5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아마 이번 한국어판도 다섯권으로 발매되겠군요. 반양장본에 컬러 페이지는 없으며 가격은 8,000원으로 다소 비싼 축에 속합니다만, 어차피 나가이 고의 팬이나 코믹스 마니아들로서는 이 정도면 충분히 소화할만한 가격이지 않나 싶네요. 아, 물론 인터넷 서점에서는 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실 수 있구요. 40년전 작품이라지만 꽤나 충격적인 표현과 전개가 등장하는 작품의 무삭제판인지라 될 수 있으면 고교생 이상 관람가로 나오는 것이 한국 실정에 맞지 않나 합니다. 아, 요즘 젊은 친구들에겐 이 정도는 약과려나요? : )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永井豪 · ダイナミックプロ / ⓒ AK 커뮤니케이션즈 (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데빌맨 1 - 8점
나가이 고 글 그림/에이케이(AK)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