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예고편만으로도 기대되는 오랜만의 한국 애니메이션

ⓒ 명필름 · 오돌또기


'속(1997)', '해피엔드(1999)', '공동경비구역 JSA(2000)',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 '바람난 가족(2003)',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 '시라노 연애조작단(2010)' 등 굵직굵직한 한국영화들을 제작해온 명필름의 첫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2011)'이 마침내 6년이라는 길고 긴 제작기간을 끝내고 스타트라인에 들어섰습니다. 프로듀서 출신의 오성윤 감독의 첫 감독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감독과 제작사 모두 생소한 경험이기도 했을 텐데요. 프로듀싱은 명필름이 맡았지만, 실제 애니메이션 제작은 소규모 제작사인 오돌또기가 맡아 기대를 넘어서는 멋진 완성도의 결과물을 보여준 듯 합니다. 오돌또기는 현재 오성윤 감독이 제작이사를, 이춘백 애니메이션 감독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는 군요.

☞ 마당을 나온 암탉 공식 홈페이지 (바로가기)

황선미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 바깥세상을 동경한 암탉 잎싹(문소리 분)은 양계장을 탈출한 뒤 청둥오리 나그네(최민식 분)와 수달 달수(박철민 분)의 도움을 받으면서 야생 생활에 적응하게 됩니다. 우연치 않게 발견하게 된 부모없는 오리알, 잎싹은 오리알을 정성스레 품고 때마침 그녀를 공격한 애꾸눈 족제비를 막기 위해 나그네가 막아섰으나 그만 최후를 맞이하고 맙니다. 나그네가 목숨을 버리면서 지킨 오리알에서는 귀여운 아기오리가 태어나고, 초록(유승호 분)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아기 오리는 잎싹을 엄마로 여긴 채 자라나게 되지요.

이제까지 많은 이들과 지면을 통해 언급이 되었던 것이지만, 한국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취약점 중 하나였던 스토리의 문제를 이 작품은 드라마틱한 시놉시스를 가진 황선미 작가의 원작으로 극복해내게 됩니다. 동화의 레벨을 넘어선 이야기로 평가받는 원작으로 인해 이야기는 유쾌하고 재미있으면서도 서정적인 감동을 선사합니다. 이 자체만으로도 무척이나 고무적인 현상이 아니라 할 수 없습니다. 왜 진작 이런 멋진 이야기들을 가져다 쓰지 못했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죠.

스토리도 스토리이지만 프리프로덕션이나 제작방식에 있어서도 상당히 수준급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나 합니다. 우선 롯데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대기업의 스폰서를 받은 것은 6년이라는 긴 제작기간과 30억이라는 만만치 않은 제작비가 소요된 이 작품이 무사히 제작을 마무리하고 극장에 걸릴 수 있게 된 큰 원동력이었을 것입니다. 거기에다가 본 작품의 배경이 되는 천연기념물 524호 우포늪의 철저한 사전답사와 같은, 진작에 시도되었어야 할 의미있는 사전제작 과정들이 충실히 반영된 것 역시 본 작품의 완성도를 담보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으로서는 드물게 선녹음 후작화 방식의 프리스코어링 기법을 도입한 것은 과거 일본 아니메의 영향을 받아온 여타 한국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전통적인 디즈니의 기법을 바탕으로 한 좋은 선택으로 판단됩니다. 이로 인해 배우들의 입모양이나 제스처 등이 캐릭터들에게 십분 반영되어 더더욱 감정이입을 높여주고 있지요. 서양화를 전공한 순수미술학도 출신의 감독이라서 그런지 비주얼은 더없이 선명하고 말끔하면서도 서정적이고 아름답습니다. 2D를 베이스로 여러가지 3D 기법의 합성으로 서정적인 셀 애니메이션의 느낌과 다이나믹한 CG의 움직임이 조화를 이룬 멋진 비주얼이 만들어지게 되었죠. 단연코 이는 이제까지 만들어진 유수의 한국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탑클래스의 비주얼을 보여준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 '마당을 나온 암탉'... 20년 인생 녹아있죠, 연합뉴스 (바로가기)
☞ 국내산 닭의 6년만의 비행, 씨네 21 (바로가기)

이제 남은 것은 대중적인 평가인데... 일단 시사회에서의 반응은 굉장히 좋았던 것으로 보이는 군요. 한국에서는 7월 27일부터 상영을 시작하여 롯데 시네마와 CGV 등 한국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참으로 오래간만에 많은 상영관 수를 확보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물론, 이는 롯데와 같은 대기업의 참여가 큰 힘이 되어준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북미 만화영화를 제외하고 이런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이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외국에서도 상당히 공격적인 상영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중국의 경우 약 1,000개의 스크린을 확보하여 8월에 개봉한다고 하니 부디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역사를 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합니다. 그리고 왠지 이 작품이 그 기대에 부응하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인 기대감이 들기까지 합니다. 힘차게 날개짓하는 오리들의 모습처럼 기분좋은 예감이랄까요.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명필름 · 오돌또기에게 있습니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