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i Chronicles/1980s 2011.04.27 09:16

             

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 (1987), 王立宇宙軍 オネアミスの翼 / Wings of Honneamise


ⓒ BANDAI Visual · GAINAX


<정보>

◈ 원안/각본/감독: 야마가 히로유키(山賀博之)
◈ 각본협력: 오오노기 히로시(大野木寛)
◈ 조감독: 아카이 타카미(赤井孝美), 히구치 신지(樋口真嗣), 마스오 쇼이치(増尾昭一)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사다모토 요시유키(貞本義行)
◈ 작화감독: 안노 히데아키(庵野秀明), 이이다 후미오(飯田史雄), 모리야마 유지(森山雄治)
◈ 미술감독: 오구라 히로마사(小倉宏昌)
◈ 스페셜 이펙트 아티스트: 안노 히데아키
◈ 프로덕션/레이아웃 디자인: 마에다 마히로(前田真宏), 켄이치 소노다(園田健一), 후지와라 카무이(藤原カムイ)
◈ 음악/노래: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
◈ 기획: 오카다 토시오(岡田斗司夫), 와타나베 시게루(渡辺繁)
◈ 제작총지휘: 야마시나 마코토(山科誠) - 반다이 사장(1980~1999)
◈ 제작사: 가이낙스, 반다이 비주얼
◈ 저작권: ⓒ BANDAI Visual · GAINAX
◈ 일자: 1987.03.14
◈ 장르: SF, 드라마,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시놉시스>

지구를 연상시키는 어느 행성의 오네아미스 왕국. 왕국의 우주개발을 위해 설립된 속칭 '왕립우주군'은 거창한 명칭과는 달리 열명 밖에 안되는 인원에 매번 실패만 거듭하는 명목 뿐의 군대로, 같은 군대 내에서도 따돌림과 무시를 당하는 집단이었다. 소속되어 있는 군인들 역시 뚜렷한 목표의식 없이 무기력하고 나태한 체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으로, 어렷을 적부터 하늘을 나는 파일럿을 동경했으나 부적격자로 결정되어 낙방한 시로츠구 라닷트도 그들 중 하나.

하루하루를 아무런 목표 없이 살아가던 시로츠구는 동료들과 노닥거리던 어느날 밤 유흥가에서 헌신적인 포교활동을 하는 한 소녀를 우연치 않게 만나게 된다.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전단지를 받아든 시로츠구, 무료한 일상에 지쳐있던 그는 흥미삼아 전단지에 적힌 그녀, 리이쿠니 논데라이코의 집을 찾아가게 되는데...


<소개>

ⓒ BANDAI Visual · GAINAX

지금은 일본을 대표하는 아니메 스튜디오로 성장하게 된 가이낙스의 첫 시작을 알린 작품. 81년 일본 SF 대회 'DAICON III'의 오프닝 애니메이션의 실행위원으로서, 아마추어 대학생들을 모아 자체 제작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던 오카다 토시오는 자신이 운영하는 SF 용품 전문점 제너럴 프로덕츠를 통해 이 오프닝 애니메이션으로부터 시작된 DAICON FILM의 영상 소프트와 관련 상품을 판매하며, 전문 애니메이터가 아닌 오타쿠 기반 제작 시스템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타진하게 된다. 이후 8mm 특촬물을 제작하는 등 오카다 토시오와 다이콘 필름은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지도를 넓혀가게 되었으며, 84년에는 16mm 필름으로 찍은 독립영화 '八岐之大蛇の逆襲'을 반다이를 통해 판매하면서 거대 기업 반다이와도 인연을 맺게 된다.

그러던 중, 제너럴 프로덕츠의 멤버로 다이콘 3 오프닝 애니메이션에 참여했던 대학생 야마가 히로유키가 모종의 이야기를 구상하게 된다. 오카다와 야마가는 이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보기로 결심하고, 역시 다이콘 3 오프닝에 참여했던 안노 히데아키와 사다모토 요시유키 등이 참여하면서 초기 핵심멤버 진용이 구축된다. 그들은 이 스토리를 바탕으로 OVA를 만들 계획을 세우고 다이콘 필름에서 인연을 맺은 반다이와 접촉하는데, 프라모델사업을 넘어 영상 소프트 산업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던 반다이는 이들의 구상을 OVA가 아닌 장편 극장 만화영화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펼치게 된다. 이로 인해 거대한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 반다이와 촌티가 풀풀나는 아마츄어 오타쿠 집단의 극적인 태그 매치가 결성된다.

반다이가 제시한 극장 만화영화의 제작을 위해 오카다 토시오는 제너럴 프로덕츠와 다이콘 필름을 모체로 1984년 12월 24일, 별도의 아니메 제작 스튜디오를 설립하게 되니 이것이 바로 오타쿠 집단 가이낙스의 시작이었다. 오타쿠에 대한 좋지 않은 사회적 인식을 피부로 느끼고 있던 그들은 이 작품을 통해 정말 제대로 된 고품격 애니메이션을 만들고자 하는 열정적인 의지를 품게 되는데, 기실 이것이야말로 아마추어리즘에 입각한 정신이기도 했다. 만화영화 제작에 노하우가 전무했던 스폰서 반다이 덕에 제작은 가이낙스의 뜻대로 별 무리없이 흘러가게 되었으니 어찌보면 이 역시 상업적으로 커다란 불안요소를 내재하고 있는 것이었다. 

재대로 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자 하는 이들의 노력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작품의 세계관이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갖고 있지만 지구와는 전혀 다른 환상의 세계이기에 이 세계를 구성하기 위한 여러가지 설정들이 필요했는데, 하드코어 오타쿠 집단답게 그들은 이 세계관을 이루는 설정들을 세심한 부분까지 하나하나 재창조하게 된다. 이러한 부분은 하나도 빠짐없이 애니메이션에 적용되었고, 이로 인해 한컷 한컷 느껴지는 정보량은 실로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일본 아니메 중에서 이 정도의 치밀한 장면구성을 보여주는 작품은 '아키라(1988)'로 잘 알려진 거장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의 작품 정도를 제외하고는 지금까지도 찾아보기가 힘들다. 디테일로만 치면 근래의 CG 애니메이션을 능가하기까지 하며, 실제 이 작품에는 일부분에 CG가 사용되기도 하였다. 다만 CG로 기본 프레임을 완성하고 채색은 수작업으로 하는, 현재의 수준에서도 상당한 노력을 필요로 하는 방식이 적용되었다고 전해진다. ([4] 참조)

NASA 견학, 자위대 체험을 통해 비행씬이나 로켓발사씬 등을 재현하기 위한 스탭들의 사전조사는 어떤 면에서는 아마추어의 그것을 뛰어넘는 치밀함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이것이 철저히 상업적인 고려가 배재된 오타쿠적 마인드에서 출발하였다는 것도 문제. 누군가 제동을 걸어줄 사람이 없이 그저 최고의 작품을 만들겠다는 정열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2년이 넘어갈 정도로 장기 프로젝트가 되었고, 그로 인한 제작비 상승도 애초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반다이로부터 받은 제작비가 모두 동나자 오카다가 직접 발로 뛰면서 여기저기서 제작비를 빌려왔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문과 인터넷 상의 각종 자료에 따르면 최종적으로 제작비는 8억엔에 다다랐다고 한다. 다만, 이 제작비는 홍보비와 마케팅비도 포함되어 있는 금액이다.

ⓒ BANDAI Visual · GAINAX

마침내 집념으로 완성된 '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가 87년 3월 14일 개봉되었다. 실로 막대한 제작비가 소요된 80년대 최대의 대작 아니메는 영상미에 있어서는 일본 아니메史를 새로 쓴 기념비적인 작품이 되었으나, 이야기에서는 대중적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마니아적인 영상미로 똘똘 뭉친 이 작품에게 사실 상업적 성공을 바라는 것이 무리였다고나 할까. 로봇과 미소녀에 빠져사는 오타쿠라는 사회의 선입견을 보란 듯이 이겨보고자 했던 오타쿠들의 정공법적인 시도는 관객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사는 오타쿠의 마인드를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더불어 캐릭터의 묘사라든지 이야기의 흐름 등 작품의 전반적인 모습은 드라마틱함이 부족하여 지루함을 유발하고 있다. 극한의 영상미가 스토리에 있어서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사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왕립우주군은 지루하다, 재미없다라는 몇 마디로 평가절하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의의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특히, 수작업으로 그려낸 극한의 영상미는 다소간의 지루함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 마니아라면 반드시 두 눈에 담아야할 만큼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실제로 극장 개봉수익은 제작비의 반 수준에 그치며 참패하고 말았지만, 이후의 영상 소프트 판매에서는 지속적인 호조를 보이며 아니메의 스테디 셀러로 자리잡게 되었고, 제5회 일본 아니메 대상 작품상, 미술상, 촬영상을 수상하는 등 평단에서는 그 완성도에 상응하는 평가를 얻어내게 된다.

한편, 왕립우주군의 제작과 동시에 해산할 예정이었던 가이낙스는 작품에서 발생한 막대한 적자를 메우기 위해 오타쿠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오타쿠들의 호주머니를 노린 지극히 오타쿠적인 작품들을 만들어내게 된다. 하지만, 특유의 오타쿠적 마인드(?) 덕분에 가이낙스의 재무상황은 이후에도 수년동안 악화일로를 걷게 된다.


<참고 사이트>

[1] 王立宇宙軍 オネアミスの翼, Wikipedia Japan
[2] Wings of Honneamise (movie), ANN
[3] 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 위키피디아
[4] 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 엔하위키 미러
[5] 왕립우주군 - 오네아미스의 날개(王立宇宙軍 オネアミスの翼) 1987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BANDAI Visual · GAINAX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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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엘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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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가..... 가이낙스..... ㄱ-

    2011.04.27 09:0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아마 고등학교 1~2학년 즈음에 저 작품을 봤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첫 도입부 조금 보고 내내 졸다가 클라이막스의 전쟁씬과 로켓발사씬에 강렬한 문화적 충격을 받았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만화영화를 저 수준까지 그릴 수 있으리라고는 당시에 상상도 못하고 있었거든요.

      2011.04.27 21:54 신고 [ ADDR : EDIT/ DEL ]
  2. 정말이지 희대의 명작이지요.
    스토리 진행 방식이 다소 지루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단점을 찾기 힘들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좋은 포스팅 보고 갑니다.

    2011.04.27 09:5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네, 오늘도 좋은 댓글 감사드립니다. ^^ 좋은 작품이죠, 재미나 취향을 떠나 이 작품이 좋다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 아닐가 합니다. ^^

      2011.04.27 21:55 신고 [ ADDR : EDIT/ DEL ]
  3. 이건 오늘 봐야겠습니다!!

    2011.04.27 15: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이거 옛날 삐짜 비됴로 볼 땐 몰랐는데 나중에 부천에서 스크린으로 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지.
    정말이지 화면 한프레임 한프레임마다 미칠듯한 정보량이 쏟아지더군.....
    이거랑 <아키라>랑 <천사의 알>은 정말 블루레이로 소장할만한 가치가 있음.

    2011.04.27 15: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정말 블루레이로 보면 감동의 도가니겠는걸. 그나저나 국내에는 아직 블루레이로 출시가 안된 녀석인데, 슬슬 나올 때도 되었는데 말이지.

      아, 블루레이 플레이어 구해야 하는데, 돈은 없고 ㅠㅠ

      2011.04.27 21:57 신고 [ ADDR : EDIT/ DEL ]
  5. 대차게 말아먹었던 가이낙스의 초기작이로군요.
    하지만 흥행결과로 평가하지 말아야 하는 작품이기도 하지요.^.^

    2011.04.27 19:2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80년대에 괴물같은 작화 퀄리티를 보여주었던 대작들이 흥행에서는 거의 대부분이 참패를 당했었죠. 왕립우주군, 아키라, 비너스 전기 등등...

      2011.04.27 21:58 신고 [ ADDR : EDIT/ DEL ]
  6. 못본 애니메이션이 너무 많네요 ㅠㅠ
    다보려면 시간좀 걸리겠네요 ^^;

    2011.04.27 20:0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로켓 발사신은 할리우드 영화 아폴로 13보다 더 뛰어난 것 같더군요. 확실히 좀 지루한 애니이긴 하지만.

    2011.05.01 20: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그 라스트 씬은 안노 히데아키의 작화이기도 한데요. 그 씬 찍는 답시고 NASA 답사 뿐만 아니라 로켓 발사장면을 프레임 단위로 검토하면서 연구했다고 하더군요. 역시 안덕후.

      2011.05.01 22:50 신고 [ ADDR : EDIT/ DEL ]
  8. 가, 가이낙스....ㅠㅠ 이런 슬픈 오타쿠 놈들.... 건버스터가 대박 나기 전까진 계속 물만 먹은건가요...;;
    그렇다니 이녀석도 한번 봐야 겠네요. 엘로스님이 '이건 봐야함'이라는데.ㅋㅋㅋㅋ

    2011.05.22 23: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ㅎㅎ 가이낙스 작품 중에서는 필견이라고 하겠습니다. 사실 건버스터도 성공은 했는데, 가이낙스의 사정은 여전히 안좋았다고 들었어요. 게임 타이틀인 프린세스 메이커가 성공할 때까지 그야말로 가이낙스는 쫄쫄 굶고 있던 셈이죠. ㅠ.ㅠ

      2011.05.23 08:57 신고 [ ADDR : EDIT/ DEL ]
  9. 몇몇 국내의 오덕관련 평론에서는 왕립우주군 때문에 안노는 오타쿠들에게 실망을 하게 된다. 라는 말을 하기도 하죠. 사실 오타쿠적 이라는 그 본레의 의미에서 보면 오히려 대중성이 없는 작품일수록 오타쿠적 이라고 생각합니다.

    2011.06.08 19: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이 작품은 아니메 오덕들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바꾸고자 안노를 포함한 가이낙스의 멤버들이 시도한 작품입니다. 그래서 당시 오더들의 코드인 메카와 미소녀의 조합을 배제하고 상당히 진지한 작품으로 만들어내었던 것이죠. 그런 진지한 자세가 이 작품의 가치를 높여주긴 했습니다만, 동시에 상업적으로는 참패했고, 그로 인해 크게 실망한 안노와 가이낙스는 이후부터는 노골적으로 오타쿠적인 작품들을 만들어내었다는 것이 많이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말씀하신 오타쿠에 실망한 안노의 이야기가 위의 이야기와 연결되는 것이라 하겠네요. ^^ 아이러니한 것은 이 작품이 이제는 아니메 마니아들에게나 알려진 숨겨진 걸작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당시에는 대부분의 마니아들에게 외면받았다는 것이죠. ^^

      2011.06.08 21:43 신고 [ ADDR : EDIT/ DEL ]
  10. 정말로 글을 . 정말로 간주 ! 공개

    2012.02.29 15:4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ㅇㅇ

    순수예술의 마이너함을 오타쿠라는 단어하나로 매도해 버리시네요? 진짜 애니 장르라는 이유 하나로 제대로된 비평가가 아닌 멍청한 대중들한테 평가 받아야되는 예술가들이 불쌍하네요.

    2018.02.25 02: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원래 대중예술이란게 작가의 의도를 이해못하는 뭇 대중들의 평가를 감내해야 하는 겁니다. 마치 당신이 내 글에 오타쿠라는 단어를 부정적인 면으로 치부하여 버릇없는 댓글을 달아도 그것이 블로그를 통해 발행한 글이니 감수해야하는 것처럼 말이죠. ^^

      2018.02.26 19:54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