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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으로 하나된 민심의 위력, 소통에 소홀했던 방송사의 오판


즘 연예가 최고의 핫 이슈 중 하나는 MBC의 예능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와 관련된 논란일 겁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지난 3월 20일 방영되었던 가수 김건모의 재도전 결정 이후 촉발된 강력한 네거티브 여론은 이소라와 김건모의 인간성 논란으로까지 번지며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고, 제작진의 해명과 가수들의 해명을 거쳐 프로그램 책임자인 김영희 PD의 전격경질, 거기에 논란의 중심에 섰던 김건모의 자진사퇴 결정으로 인해 이제는 프로그램의 존폐위기라는 막다른 길까지 도달했습니다. 말 그대로 '폭풍의 4일간'이 아니었나 싶네요.

이제까지 방송 프로그램 중 이토록 드라마틱하고 강렬한 부정적 여론에 부닥친 프로그램이 있었던가요?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크고 작은 방송실수와 말실수 등이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습니다만, 이토록 큰 비난에 직면하여 PD까지 교체되는 프로그램은 그 전례가 없어보입니다. 그만큼 많은 시청자들이 큰 기대를 걸었고, 기대만큼 큰 실망을 했었다라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겠구요. 근례들어 한국 사회에서 실종된 공정사회, 원칙고수와 같은 진정성과 관련된 가치관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과 증오가 이 프로그램에 집중된 모습으로도 볼 수 있겠습니다. 전자의 관점으로 보자면 이는 해당 방송국과 프로그램 관계자들의 크나큰 실수라 할 수 있으며, 후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프로그램 기획자와 출연자들이 자신들의 실수 이상의 비난에 노출되는 안타까움과 동정심을 자아내는 부분이 있습니다. (여기서 음모론까지 들먹이기엔 좀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겠죠?)

네티즌, 블로거들이 자신의 소셜 홈페이지나 블로그, 그리고 게시판 등에 쓰기 시작한 프로그램에 대한 감상과 비난, 그리고 동정 여론(물론, 비난 여론이 너무 강해서 동정 여론은 이슈가 되지 못했습니다만)은 과거 선술집이나 모임 등에서 오고가는 산발적인 대화와는 달리 포털과 메타블로그, 소셜 네트워크 등을 통해 집중되어 강력한 파괴력과 이슈로 여론을 이끌고 있습니다. 언론사들이 앞다투어 포털 메인을 장식하며 이슈를 선점했지만 실상 이는 네티즌들이 촉발시킨 여론몰이로 인해 가능한 것이었다 하겠습니다. 즉, 이제 여론은 언론사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 의해서도 움직임이 가능한 것입니다. 수년 전부터 이런 현상들은 종종 목격되어 왔는데, 이번 나는 가수다로 인해 다시 한 번 이를 입증한 셈입니다. 새삼 여론의 무서움, 그리고 인터넷으로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재차 통감한 대목이라 하겠습니다.

현장에서 재도전을 제의한 김영희 PD, 아무 생각없이 재도전을 수락한 '것처럼 보여진' 김건모, 부적절한 행동을 보인 '것처럼 편집된' 이소라, 부적절한 제안을 한 '것처럼 묘사된' 김제동, 개인적으로는 이들 모두 이 정도의 강력한 비난을 들어야 할 이유는 없지 않나 싶습니다.(당시 정황상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도 있는데 그것을 알지 못하는 이상 섣불리 단정짖지 말자는 차원에서 '보여진', '것처럼' 등의 표현을 썼습니다.) 실제로 비난을 한 우리 자신도 그 장소에 있을 때 현명하고 올바른 행동을 할지 안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우리들 역시 살면서 저들만큼의 잘못을 저지르고 실수를 저지르지만, 방송에 나오지 않았기에 그저 조용히 넘어갈 뿐이니까요. 지하철에서 할머니에게 욕을 한 누군가는 분명 큰 잘못을 저질렀지만, 그렇다고 인터넷에 신상이 낱낱이 공개되어 전국민의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할 이유는 없듯이 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온국민이 보는 TV 프로그램에서 저지른 실수나 오판이었다 하더라도 끊임없는 비난과 조롱에 시달리는 상황은 누군가 말했듯이 마녀사냥의 21세기식 버전 같습니다.

시청자와 소통하지 못한 MBC 측이 개인적으로는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잘못이 있어 보입니다. 예능이 솔직하고 진솔한 리얼 버라이어티를 지나 이제는 감동을 주는 예능으로 바뀌어가는데, 이러한 변화의 조류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시청자와의 교감입니다. 이것은 사실 예능 프로 뿐만 아니라 대중 매체, 상품 판매, 서비스 등 사회 전반에 걸친 활동에 적용되는 작금의 테마이기도 합니다. 교감이 없는 감동은 그저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는 소통없는 감정의 전달일 뿐입니다. 작년 한 해 예능 프로로 감동과 음악을 가장 잘 매치업시켰던 '남자의 자격 - 합창단 편'은 일반인들이 출연하여 소통과 동질감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했고, 이들과 남격 멤버들, 거기에 박칼린이라는 진정한 프로페셔널이 만들어내는 음악을 향한 강한 열정과 노력이 시청자들에게 어필한 케이스입니다. 

나는 가수다는 7명의 '진짜' 가수들이 보여주는 음악을 향한 열정, 500명의 청중평가단들이 그를 통해 느끼는 감동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함으로써 발생하는 소통의 동질감, 여기에 개그맨/MC 출신의 매니저들을 활용한 웃음과 서바이벌 방식의 흥미진진함이라는 예능 코드가 조화를 이루는 프로그램인데, 소통이라는 테마를 잠시 망각함으로 인해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고, 이제 프로그램 존폐의 위기까지 내몰리게 된 것입니다. 현 사회에서 소통과 공감의 중요성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며, 그만큼 한국사회가 노블리스 오블리제, 사회 지도층이나 유명인사들의 도덕적 불감증에 대한 염증을 보여준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앞으로는 보다 더 공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예능 프로가, TV 방송이, 그리고 사회가 되기를 빌어봅니다. 동시에 비평을 비난이나 힐난과 착각하지 않는 사회가 되기도 빌어봅니다. 남을 비난하기에 앞서 그것이 일으킬 파장에 대해서도 한번쯤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이번 사태에서 일부 네티즌과 언론들이 보여준, 마치 트래픽을 목적으로 한 듯한 원색적인 글들은 우리 사회의 숙제가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타인의 실수에는 가혹하고 자신의 실수에는 관대한 것도 결국 공정한 사회라는 테마에는 부합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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