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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토가 스타 블레이져가 되기 위해 남겨진 숙제들

2010년에 개봉된 일본의 야마토 실사영화판. ⓒ 2010 SPACE BATTLESHIP ヤマト製作委員会


시자키 요시노부/마츠모토 레이지의 '우주전함 야마토(1974)'가 헐리웃에서 실사영화화 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제작사는 스카이댄스 프로덕션(Skydance Production). 파라마운트가 투자를 한 소규모 제작사로 얼마전 북미에서 개봉한 '트루 그릿(2010)'의 제작을 맡았던 신생 제작사입니다. CEO가 배우 출신의 29살 청년 데이빗 엘리슨인데요. 이 친구 이제보니 오라클의 CEO 래리 엘리슨의 아들이라고 합니다. 헐~ 오라클이 직접 투자를 하지는 않았겠지만 파라마운트가 투자한 것에 아버지의 영향도 어느 정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긴 하네요. (너무 부정적인 관점인가요.)

현재 진행상황은 2011년 2월 21일 현재 영화판권 획득을 위한 협상에 들어가 있다고 합니다. 각본에는 '유주얼 서스펙트(1985)', '발키리(2008)', '투어리스트(2010)' 등을 집필한 크리스토퍼 맥쿼리가 선임되었다고 하는군요. 적어도 각본이 아주 망작은 아니겠다라는 생각은 듭니다. 타이틀은 예전에 북미에서 방영되었을 당시 TV 시리즈의 타이틀이었던 '스타 블레이져'가 될 듯 하네요.

☞ 'True Grit' Co-Financier Skydance Targets 'Star Blazers' For Christopher McQuarrie, Deadline (보러가기)

사실 야마토의 헐리웃 실사영화화 이야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미 1990년대에 디즈니가 판권을 사들여 실사영화의 의지를 보여준 적이 있었지요. 디즈니 애니메이션 '타잔(1999)'의 각본 스탭이었던 탭 머피가 각본을 맡아 사고뭉치 오합지졸 승무원들이 지구를 구하기 위해 우주전함 아리조나 호에 탑승하여 우주로의 모험을 시작한다는 내용이었다는데요. 재미있는 것은 미군에는 1913년에 진수한 USS 아리조나 전함이 실존했었고, 이 아리조나는 일본의 진주만 기습으로 침몰했다는 것입니다. 태평양 전쟁당시 일본의 상징이었던 전함 야마토를 소재로 한 이 작품을 헐리웃으로 각색하면서 이런 사연을 가진 아리조나 함을 소재로 한 것은 다분히 미국인들의 센스(?)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당시 디즈니의 회장직에 있던 마이클 아이스너가 회사를 떠나면서 이 실사영화 프로젝트는 무산되고 맙니다. 이후 소식이 들려오지 않다가 2006년에 이르러서 '아메리칸 파이' 시리즈나 '나비효과' 시리즈의 제작에 참여했던 벤더스프링크(Bendersprink)라는 회사와 프로듀서 조쉬 C. 클라인이 팀을 이루어 다시금 실사영화 프로젝트를 가동시키게 됩니다. 이 프로젝트 역시 예상대로 진척되지 못한 체 오늘에 이른 듯 싶군요. 현재 조쉬 C. 클라인은 데이빗 엘리슨과 함께 스카이댄스 프로덕션에서 야마토 프로젝트를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벤더스프링크가 참여하는지의 여부는 확인할 길이 없군요.

일단, 뒷배경이 든든한(?) 만큼 이번 프로젝트는 좀더 구체적으로 진행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야마토의 스토리 자체가 그다지 헐리웃 SF 영화로서는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점에서 이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헐리웃에서 실사영화한다면 군국주의적 컨셉을 갖고 있는 야마토의 디자인과 캐릭터 설정 등 당연히 거세되어 미국적인 입맛으로 바뀔텐데, 과연 그렇다면 굳이 야마토를 가져다 쓸 필요가 있냐 하는 것이죠. 캐릭터들도 전부 원 동양인이 아닌 서양인으로 바뀌면서 인물에 대한 감정이입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겠고, 함선 디자인조차 일제 전함의 모양새를 취하고 있으니 당연히 서양식 우주전함으로 새로이 디자인하게 되겠지요. 그렇다면 스타 블레이져에서 원작의 느낌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멸망의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하기 위해 머나먼 안드로메다의 별로 여행을 떠나는 우주전함의 이야기 밖에 없습니다. 그마저도 원작의 장렬한 느낌이 아닌 미국식 액션 어드벤쳐가 된다면 이 영화에게서 기대할 것은 CG 외에는 없다는 것이죠.

이제까지 아니메를 소재로 한 헐리웃 영화는 대부분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헐리웃 측 각본 스탭의 역량부족, 다시 말하면 판권을 사들인 영화사 측의 역량 부족과 작품에 대한 이해부족에 따른 로컬라이징의 실패가 원인이지 않나 싶은데요. 특히, 왜색이 짙은 야마토를 스타 블레이져로 각색하기 위한 작업은 다른 아니메보다 더더욱 어려운 작업이 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물론, 영화 소재가 부족하다보니 그럴수도 있겠습니다만 과연 이것저것이 다 거세된 야마토가 관객들에게 야마토로 받아들여질지는 의문이라 하겠습니다. 차라리 과거 SF 미드를 영화화하는 것이 낳지 않으려나 싶군요.

어쨋든 스타 블레이져 프로젝트는 시동에 들어갔습니다. 아직 각본가 외에는 캐스팅도 구체적인 연출진도 구성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고, 판권 협상도 마무리가 안된 듯 싶으니 갈 길은 여전히 멀 것 같은데요. 그 긴 시간만큼 완성도 높은 이야기의 영화가 되기를 (형식적으로나마) 기원해 봅니다.

ⓒ 東北新社 · 徳間書店


덧붙임) 개인적으로 레이지옹의 작품들, 특히 (니시자키 프로듀서가 거의 창조해낸) 야마토는 헐리웃 실사영화로 만들기에는 너무 일본색이 강하다는 생각입니다. 게다가 군국주의적 정취도 많이 느껴지구요. 이걸 헐리웃에서 실사영화로 만들면 당연히 군국주의 색체를 지워버릴텐데, 그럼 작품의 정체성이 없어지는 셈이 됩니다. 이게 나쁜 요소이긴 하지만 레이지옹의 작품을 구성하는 필수적인 요소이기도 하거든요. 레이지옹 작품 중에서 가장 실사영화화하기 좋은 건 제 생각에는 스타징가입니다. 오로라 공주의 미니스커트를 실사판으로 보고 싶기도 하고... 요.

덧붙임) 일본판 실사영화처럼 야마토의 또다른 카리스마 데스라 총통은 당연히 북미판에도 안나오겠죠. 적어도 에일리언의 모습을 한 기괴한 형상으로 나오거나.

덧붙임) 다른 건 다 바꿔도 좋은데... 여승무원 복장만큼은 어떻게 원작의 느낌 그대로 살려주시면 안되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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