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따뜻한 커피, 달콤한 간식과 함께 하는 만화영화 여행


, 내일이면 크리스마스네요. 많은 싱글(독신 혹은 이혼남녀)이나 솔로(애인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 날의 의미와는 달리 1년 중 가장 쓸쓸한 하루이기도 합니다. 날씨도 겨울이라 추운데다가 곁에 함께 하는 사람도 없고, 길에는 다정한 연인들이 손에 손을 잡고 레스토랑과 카페에 넘쳐나니 이건 뭐 거의 염장 쓰나미 수준이죠. 게다가 자칫 잘못하면 크리스마스부터 발렌타인 데이에 이르기까지 외로운 겨울을 내리 보내야 하는 아픔도 있습니다. 이해합니다. 저도 그런 적 있었거든요. (크리스마스 전에 헤어져 발렌타인 데이를 지나 봄이 되서야 새로이 여자친구가 생겼는데, 다시 그 해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에 헤어지고 뭐 그런 라이프싸이클을 가지고 있던 적이 있더랬습니다요. 아하하)

싱글이 아니라 커플이더라도 사실 이날은 참 힘든 날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모든 카페와 극장가와 식당가는 발디딜 틈 없이 북적거리죠. 차를 갖고 있어도 서울근교의 명소들은 미리 예약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고생하기 쉽상입니다. 괜히 계획없이 차끌고 나갔다가 여기저기 모두 만원이고, 차는 막히고... 남자들은 잘못하다간 로맨틱한 크리스마스는 커녕 여자친구나 와이프한테 눈총받기 쉽상입니다. 아시겠지만, 요즘 남자들 준비성 없으면 점수 제대로 못땁니다. 크리스마스를 위해 소박한 스케줄이라도 완벽하게 준비하고 있는게 좋습니다. (어이쿠 그러고보니 저도 이따가 퇴근하면서 케익이라도 사들고 들어가야...)

자, 이렇게 북적북적한 크리스마스날 이러저러한 이유로 집에서 외롭거나 무료한 시간을 보내실 분들을 위해 만화영화 블로거라는 제 정체성에 입각하여 크리스마스와 어울리는 몇 작품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DVD로 대여하시거나 구매하시면 좋을 작품들도 있구요. 이제는 구하기가 어려워 어둠의 루트(?)를 이용해야하거나 아예 구할 수 없는 작품들도 있겠습니다. 그저 크리스마스와 어울리는 분위기(정확히 말하면 겨울을 배경으로 하는)의 작품들로 골라보았으니 이 친구들과 함께 쓸쓸한 크리스마스 마음껏(?) 만끽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으하하. (때리지 마세요.)


환타지아 (1940) / 환타지아 2000 (2000)

ⓒ WALT DISNEY Pictures

클래식과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디즈니 불후의 걸작 애니메이션과 이 걸작의 속편격인 2000년 제작버전. 대사없이 그저 클래식 음악과 영상이 흘러나오는 역사상 전무후무한 이 클래식 뮤직비디오는 물론, 속성상 지루함을 유발할 수도 있지만, 클래식 음악의 애호가들에게는 음악과 애니메이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색다른 감동을 선사하고, 일반 관객들에게도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선사하는 근사한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클래식의 깊은 사운드와 따뜻한 영상미는 그야말로 추운 겨울밤에 잘 어울리지 않나 싶네요. 마침 얼마전 국내에도 DVD/BD로 출시되었으니 시간나시면 감상해보시는 것도 좋을 듯. 저도 사놓고 아직 제대로 된 감상을 못하고 있는데 이 참에 한 번 볼까 싶습니다. ^^



플란다스의 개 (1975)

ⓒ NIPPON ANIMATION Co. Ltd.

세계명작극장 시리즈로 영원히 기억 속에 남을 명작 애니메이션. 가난한 삶 속에도 희망과 꿈을 갖고 살아가는 소년 네로와 그의 곁을 영원히 지키는 충견 파트라슈의 소박한 삶의 이야기. 특히 라스트 씬의 감동과 슬픔은 지금까지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눈보라 치는 쓸쓸한 겨울밤, 외로운 소년 네로와 파트라슈의 슬픈 이야기를 보며 기아에 허덕이는 지구촌 아이들을 생각합시다. (응?)

☞ 플란다스의 개 (1975) by 엘로스, 별바다의 서고 (보러가기)



숲은 살아있다 (1980)

ⓒ TOEI ANIMATION

도에이 동화의 세계명작동화 시리즈 제3탄. 과거 KBS 신정특집으로 방영된 적도 있는 만화영화로, 계모와 계모의 딸에게 구박받고 사는 가여운 소녀가 설눈초를 찾아오라는 어린 여왕의 철없는 어명 때문에 계모에게 등 떠밀려 추운 숲속에 들어갔다가 요정들을 만나 소원을 이루게 된다는 이야기. 예전에는 비디오로 출시된 적도 있지만 지금은 기억 속에 묻혀진 추억의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영상 매체로 접하기가 거의 힘들 듯 하네요. 일본이나 북미 쪽 DVD 마켓을 뒤져보지 않는 이상 구하기는 힘들 듯 하지만 크리스마스와도 잘 어울릴 듯 하여 소개해 봅니다.

☞ 숲은 살아있다(森は生きている) 1980 by 캅셀, CAPSULE 블로그: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보러가기)


라스트 유니콘 (1982)

ⓒ PETER.S.BEAGLE / GRANADA International

세상에 홀로 버려진 유니콘이 자신의 동족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모험 이야기를 그린 영·미·일 합작 애니메이션. 동서양의 감성이 어우러져 상당히 독특한 작화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고, 미아 패로우나 제프 브리지스, 크리스토퍼 리와 같이 헐리우드에서 유명한 배우들이 성우로 참여하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과거 지상파 방송을 통해서도 방영되어 당시 많은 아이들에게 큰 인상을 남겨준 작품이기도 하죠. 역시 국내 DVD 시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놈입니다. 겨울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동족을 찾아 홀로 세상에 나온 유니콘의 쓸쓸한 여정과, 새하얗고 순결한 유니콘의 모습이 왠지 겨울과 눈을 연상시켜서 꼽아 보았습니다.

☞ 라스트 유니콘 (1982) by 엘로스, 별바다의 서고 (보러가기)


크리스마스의 악몽 (1993)

ⓒ TOUCHSTONE / WALT DISNEY

팀버튼의 독특하고 괴기스러운 동화적 감성이 그대로 살아있는 작품. 요즘은 접하기가 힘든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촬영된 작품으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등장하는 갖가지 기묘한 유령들의 모습은 섬뜩하면서도 즐거운 웃음을 팬들에게 선사해줍니다. 팀버튼의 기발하고 상상력이 넘치는 비주얼은 이 작품의 백미라 할 수 있죠. 조금은 독특한 크리스마스를 느껴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한 번 보셔도 좋을 듯. 최근에는 3D 버전으로 다시 제작되기도 했죠.

스프리건 (1998)

ⓒ HIROSHI TAKASHIGE·RYOJI MINAGAWA / SHOGAKUKAN · BANDAI Visual · TBS · TOHO

미나가와 료지/타카시게 히로시의 동명 코믹스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액션 어드벤쳐. 고대문명과 유적을 불손한 세력으로부터 지키는 초국가적 단체인 아캄과 아캄의 특수요원 스프리건 중 가장 뛰어난 인물로 평가받는 소년 유우의 모험을 다룬 이 작품은 하드하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에 고대 문명이라는 미스테리에 맞서는 주인공들의 모험 이야기를 다룬 대작 아니메입니다. '아키라(1988)'의 거장 오토모 가츠히로가 제작을 맡아 유명세를 탔던 작품이기도 한데요. 하드한 액션과 무거운 비주얼로 완성도가 높은 영상미를 자랑합니다만, 이야기의 스케일이 너무 커서 전체적으로 구성은 좀 헐거운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대작의 포스를 갖추었으나 실제 느낌은 그 정도는 아닌 셈인데요, 설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고대의 전설적인 유물 노아의 방주와 이를 둘러싼 조직간의 혈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밤을 책임질 충분한 재미를 선사해줄 듯 합니다.


바람의 검심 추억편 (1998)

ⓒ 和月伸宏/集英社・フジテレビ・SPEビジュアルワークス

바람의 검심은 한국에서도 유명한 코믹스이자 TV 시리즈인데요. '기동전사 건담 U.C (2010)'로 근래 주목받고 있는 후루카시 카즈히로가 연출한 OVA 바람의 검심 추억편은 사무라이 켄신의 유년시절과 그의 뺨에 새겨진 십자가의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슬프고 처절한 드라마로 그려낸, 드라마성이 강한 사무라이 시대물이 되겠습니다. 다소 황당무게한 사무라이 액션물을 드라마틱하게 변주해낸 후루카시 감독의 연출력은 그야말로 백미. 사무라이 장르로서 펼치는 피비린내 나는 검투도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도 살인으로 인해 피폐해져가는 켄신과 복수를 위해 그에게 다가간 토모에의 눈물나도록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는 오랫동안 잊지못할 장면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후속편으로 제작된 성상편(2001) 역시 기구한 운명을 살다간 사무라이의 마지막이 빛나는 작품이지만, 제국주의 시대의 역사적 사건들을 대충 얼버무린 역사적 모호함과, 헐거운 드라마적 구성 때문에 추억편을 더 추천하고 싶네요. 쓸쓸하고 외로운 겨울의 향기가 진하게 베어나는 작품입니다.



인랑 (1999)

ⓒ PRODUCTION I.G / BANDAI Visual

오시이 마모루의 뒤를 잇는다는 평가를 받았던(그러나 현재는 차기작을 전혀 선보이지 않는) 오키우라 히로유키 감독의 데뷔작. 우화인 빨간 두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작품이 보여주는 세계는 과도하게 우울하고 정적이며 무겁고 숨막힙니다. 과격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조직된 무장 경찰 수도경 후세가 눈앞에서 시위대 중 한명이었던 소녀의 자폭을 목격한 이후, 변해가는 삶과 그 속에서 만난 여인 케이와의 사랑과 배신을 다루고 있는 작품인데요. 작품의 계절배경은 늦가을과 초겨울 쯤으로 보이는데, 느껴지는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와 사이사이에 느껴지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고독감과 비극적인 결말은 그야말로 춥고 추운 겨울밤을 묘사하는 것 같다고 할까요. 깊고 깊은 어둠의 수렁에 빠지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제자답게 비주얼은 놀라우리만치 사실적이면서 동시에 끝장나게 지루하다는 것에 유의하세요.




러브히나 크리스마스 스페셜 (2000)

ⓒ AKAMATSU KEN·KODANSHA / Project LOVE HINA

아카마츠 켄의 빅히트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아니메로, 2000년대의 하렘계열 멜로물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작품 중 하나. 케타로라는 어리숙한 남자 주인공과 그가 관리인으로 일하고 있는 히나타 온천장에 하숙하는 다섯명의 소녀들과 벌어지는 알콩달콩하고 왁자지껄한 코믹물인데요. TV 시리즈 종료 후 OVA로 출시된 크리스마스 스페셜은 러브 히나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멜로적 구성이 돋보였던 작품 같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무대로 벌어지는 엇갈리는 케타로와 나루의 감정선. 싱글들의 옆구리에 눈덩이를 문질러 줍니다, 그냥.

☞ 러브히나 시리즈 (2000~2002) by 엘로스, 별바다의 서고 (보러가기)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난 확률 (동경대부, 2003)

ⓒ 今敏 · Madhouse/東京ゴッドファーザーズ 製作委員會

얼마전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난 故 콘 사토시 감독의 유작이자 그의 세번째 극장 아니메. 노숙자 긴,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 하나, 그리고 가출소녀 미유키가 쓰레기더미에서 버려진 아기를 주우면서 벌어지는 휴먼 드라마. 사토시 특유의 연출과 사실적인 비주얼, 그리고 매력적인 스토리가 조화를 이룬 작품입니다. 콘 사토시 감독이 남긴 작품들은 하나같이 다 완성도가 높은 명작들 뿐인데요. 그 중에서도 이 동경대부는 가장 드라마가 강한 작품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크리스마스 특선으로 더할 나위 없는 선택 중 하나. 길거리에서 방황하지 마시고 집과 가족의 소중함을 느껴보세요.



폭풍우 치는 밤에 (2006)

ⓒ あらしのよるに 製作委員会

테즈카 오사무의 제1제자인 스기이 기사부로 감독의 2006년작. 늑대와 염소의 기묘한 우정을 동화적 감성과 독특한 비주얼로 풀어낸 가슴 따뜻한 이야기. 온가족이 함께 보아도 좋을 가족영화네요. 디즈니와는 또다른 느낌에 영화 속에 푹 빠져 크리스마스를 즐기실 작품일지도 모릅니다. 겨울만이 배경은 아니지만, 뭐랄까 하얀 염소와 외로운 늑대의 우정이 왠지 이 추운 겨울에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스트레인저 무황인담 (2007)
 

ⓒ BONES / STRANGERS 2007

'지루한 것은 싫다, 화끈한 것이 좋다!'라고 하시는 분들은 겨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무라이 액션물은 어떨까 합니다. 명제작사 본즈가 제작한 스트레인저 무황인담은 스피디하고 역동적인 진검승부로 사무라이 액션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드라마적 깊이보다는 한 소년을 구하기 위해 오랫동안 검을 거두었던 떠돌이 무사가 마침내 검을 빼들고 고수들로 구성된 중국의 무사들을 맞이하여 홀로 싸운다는 단순하고 이해가 쉬운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웰메이드 B급 사무라이 액션물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듯.

☞ 스트레인저 무황인담, 박진감 넘치는 웰메이드 B급 사무라이 액션물 by 엘로스, 별바다의 서고 (보러가기)




초속 5cm (2007)

ⓒ SHINKAI MAKOTO / COMIX WAVE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대표작. 남녀간의 미묘한 감정을 아름다운 배경과 세심한 디테일적 묘사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풋풋한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가 이제는 식상할만도 한데, 이렇게 서정적으로 묘사되면 또 묘하게 사람을 끄는 맛을 보여줍니다. 자신의 학창 시절 애틋했던 추억을 떠올리시는 분들도 있으시겠군요. 1부는 겨울을 묘사로 하고 있어 특히나 크리스마스 밤과 잘 어울릴 것 같네요. 역시나 솔로들의 외로운 마음에 한가닥 날카로운 고드름을 박아넣는 작품입니다, 흐흐.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