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imations/Normal Review 2010.09.29 18:21

             

ⓒ 畑事務所・TNHG


<스탭>

◈ 감독: 타카하타 이사오
◈ 원작: 타카하타 이사오
◈ 제작: 스튜디오 지브리


<시놉시스> 

마지역에서 다카가 숲과 스즈카 숲으로 나뉘어 살던 너구리들은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점차 숲이 없어지면서 존속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들 너구리들은 사람들이 안보일 때는 두발로 서서 다니며, 변신술과 같은 도술을 부릴 수 있는 이들이었지만, 자연을 바꿔버리는 인간들의 힘에 위기의식을 느끼게 된다. 마침내 평성 31년(평성, 일어로 헤이세이는 현재 일왕의 연호로 1988년부터 시작함. 평성 31년이면 서기로 2019년을 의미), 너구리들은 인간들에게서 자신의 삶의 터전을 지켜내기 위해 분연히 일어서기로 한다. 인간들에 맞서기 위해 너구리 장로들이 내놓은 계획은 바로 오랫동안 금지되어 있던 변신술의 부활과 인간연구 5개년 계획이었는데...


지브리의 또하나의 심장, 다카하타 이사오의 걸작 판타지

튜디오 지브리하면 대게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와 그의 주옥같은 작품들을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들은 세심한 설정, 아름다운 배경, 서정적인 음악, 거대한 스케일, 신나는 모험, 반전의식과 환경주의가 담긴 메시지, 하늘을 향한 로망, 그리고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 등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는 소재들로 가득하지요. 하지만, 스튜디오 지브리에는 미야자키에 버금가는 또하나의 거장이 자리하고 있음을 아니메를 많이 보아온 팬들이라면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일본 아니메史를 이야기 하는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거장 감독 중의 한명, 다카하타 이사오가 있음을 말입니다.

사실, 다카하타 이사오는 스튜디오 지브리가 세워진 직후에는 연출이라는 자신의 본업보다는 제작 쪽에 주로 몸을 담으면서 지브리의 안살림을 챙겨왔습니다. 그러나 다카하타와 미야자키가 처음 조우한 60년대의 도에이 동화 시절을 지나 세계명작동화로 그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되는 닛폰 애니메이션 시절까지는 오히려 다카하타가 연출을 맡았고, 후배인 미야자키는 그를 도와 설정 등에 관여했던 적이 더 많았지요. 이 때까지 그가 연출했던 작품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태양의 왕자 호루스의 모험(1968)', '팬더와 아기팬더(1972)',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1974)', '엄마찾아 삼만리(1976)', '빨간머리 앤(1979)', '첼리스트 고슈(1982)' 등 주옥같은 작품들로 가득합니다. 흥행적인 면에서 미야자키가 앞서 있다고 하지만 작품의 네임밸류만 놓고 보자면 둘은 거의 쌍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죠.

이런 그가 스튜디오 지브리에 안착하면서부터는 자신의 작품 활동 수를 줄이고 후배인 미야자키를 전면에 내세운 체 자신은 스튜디오 내의 궂은 일을 도맡게 됩니다. 그의 필모그라피가 상당부분 세계명작동화에 기반한 현실적이고 소소한 드라마(물론, 데뷔작인 태양의 왕자 호루스의 모험은 상당한 스케일의 판타지 드라마입니다만)였던 반면, 미야자키의 작품들은 대게 판타지적이고 모험이 가득한 이야기들이라는 점은 둘의 스타일이 같은 소스(세계 명작동화 스타일)에서 기반하고 있지만,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가 지브리에서 연출한 전작 '반딧불의 묘(1988)'와 '추억은 방울방울(1991)'은 이러한 현실주의적인 성격에 더해 그동안 선보였던 유럽식 배경을 벗어나 일본적인 색체를 물씬 풍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죠. 미야자키가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이국의 모험'을 그린다면, 다카하타 감독은 '현실적이고 소소한 일상의 드라마'에 능숙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둘의 성격적 차이는 지브리의 작품 스펙트럼을 폭넓게 하는 하나의 강점이라고 할 수도 있구요.

그런 그가 94년 변신술을 사용하는 너구리가 주택개발사업으로 삶의 터전을 빼앗길 위험에 처하자 인간에 맞서 싸운다는 '현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일상의 모험'을 다룬 재미있는 작품을 들고 나왔습니다. 바로 이번에 소개할 '헤이세이 너구리 대전쟁, 폼포코(이하 폼포코)'입니다.

ⓒ 畑事務所・TNHG



인간을 풍자하는 재주많고 유쾌한 너구리들의 생활

야기는 동경의 타마지역 신도시 개발사업이 시작되면서부터입니다. 주택공급 사업의 일환으로 산을 깎아 계단형태로 아파트 단지를 세우려는 개발계획이 발표되면서 두 무리로 나뉘어 서로 다투던 너구리 무리들은 삶의 터전을 빼앗길 위기에 봉착하게 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너구리들은 두발로 서서 걸어다닐 수 있으며, 사람처럼 말도 하고, 심지어는 도술을 사용하여 자유자재로도 변신할 수 있는 영험한 동물이라는 것인데요. 이들은 인간들의 도시개발계획에 맞서 자신들의 터전을 지켜내고자 인간들을 파악하기 위한 인간연구계획과 한동안 금기시 해왔던 변신술을 부활시켜 인간들에 맞서기로 결정합니다. 실로 너구리들의 반란, 아니 너구리들의 역습인 것이죠.

여기서 주목할만한 것은 너구리들이 절대 인간처럼 사악하거나 계산적이지 않은, 천성적으로 낙천적이며 놀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입니다. 비록 인간들에게 자신들의 평화가 빼앗길 위기에 처한 너구리들이지만, 심각한 고민은 그리 오래가지 않습니다. 인간들을 향한 대응방식이 결정되자 바로 모든 일이 해결된 것처럼 기뻐하는 너구리들의 모습은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한심하게 보일지도 모릅니다만, 천진스럽고 낙천적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면모를 느끼게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누구를 해코지하거나 다치게 하려는 공격적인 방식보다는 '원만하게 잘 해결되면 그걸로 좋지 아니한가'라는 순진한 너구리들의 방식은 자신들에게 닥친 위기상황을 실로 유쾌하게 희화화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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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그들 무리중에도 강경파가 있어 공사장에 진입하는 트럭을 도랑으로 떨어뜨리고 운전을 방해하여 절벽에 추락시키는 것과 같은 과격한 행동을 일삼지만, 이마저 낙천적인 그들의 성격 때문에 유야무야 되어버리고 맙니다. 인간들을 아예 멸망시켜버리자는 초강수를 계획하다가도 햄버거 때문에 인간들 일부는 살려둬야 한다며 웃음으로 마무리 지어버리는 너구리들의 모습은 가벼운 미소를 짓게 만들죠.

특히, 초반에 변신술을 익히는 그들의 일상은 타카하타 감독의 숨겨진 개그가 빛을 발하는 대목인데요. 변신술을 완벽하게 익히지 못해 하반신이나 상반신은 그대로 너구리인체로 변신하거나 아예 변신술을 하지 못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선생님 앞을 지나가는 어설픈 너구리들의 모습은 보는 이에게 폭소를 자아내게 합니다. 너구리들의 변신술은 게다가 한계가 있는데요. 막대한 체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변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스태미너 드링크를 수시로 복용해야 한다는 재미있는 제한까지 둡니다. 인간으로 변신한 뒤 한계가 다다른 너구리들은 눈밑에 진한 다크써클이 생기면서 점차 지쳐가다가 체력이 다하면 너구리로 변하고 맙니다. 이러한 설정은 실로 디테일함과 재기가 넘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로 다채로운 너구리들의 매력은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는 너구리들의 모습으로 또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사람들 앞에서는 우리들이 익히 알고 있는 동물 너구리의 모습으로, 너구리들의 세계에서는 인간처럼 웃고 떠들고 걸어다니는 환상 속 너구리로, 패기를 잃어버린 비관적인 모습일 때는 더더욱 만화적인 형태의 너구리(기획단계에서 논의되었던 스기우리 시게루의 만화 '백팔백 너구리'의 너구리를 컨셉으로 한 것)로 변하면서 상황에 따라 다채롭게 변모하게 되는데요. 너구리들을 감정과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시키는 이러한 연출방식은 리얼리즘과 판타지를 자유자재로 오고가는 이 작품의 성격과도 기막히게 맞아떨어진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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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 변신하기 위한 너구리들의 특훈장면. 미숙한 너구리들의 변신장면은 기발한 웃음을 선사한다.


개발 지상주의를 향한 비판, 현실주의가 살아있는 동화

포코가 코믹 판타지의 형태를 띄고 있으면서도 비슷한 다른 작품들에 비해 돋보이는 것은 지브리의 테마인 환경주의를 보다 더 사실주의적인 관점에서 묘사했다는 것을 하나의 원인으로 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거대한 판타지의 세상 속에서 환경주의를 묘사했던 미야자키와는 달리, 다카하타 이사오는 변신 너구리들의 판타지스러운 세상을 사실주의가 가득한 인간의 세상 한 가운데 떨어뜨려 놓음으로써 보다 더 이 메시지를 피부에 와닿게 하는 수법을 보이고 있는데요. 덕분에 이 작품은 판타지적인 연출이 돋보임에도 불구하고, 물과 기름처럼 판타지와 사실주의가 양립하는 기묘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만약, 이 작품이 변신 너구리들의 생활이 삭제된 체 인간의 관점에서 진행되었다면, 무분별한 개발사업으로 피폐해지는 자연의 모습과 이로 인해 살곳을 잃고 인간세상으로 먹을 것을 찾아나온 야생 너구리들의 이야기라는 지극히 다큐멘터리적인 이야기가 되었을 겁니다. 이 얼개를 유지하면서 여기에 생각하고 말하는 인간적인 너구리들을 등장시켜 다큐와 동화가 공존하는 보기드문 스타일의 풍자 판타지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상반된 두 스타일을 한 작품에 융화시키는 것은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실로 두 가지 장르에 모두 정통한 연출가만이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모습일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은 타카하타 감독이기에 가능한 모습인 것이구요.

덕분에 지브리 작품의 거의 공통적인 테마라 할 수 있는 환경주의는 더더욱 설득력있는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그 결말 역시 현실과 동화의 오묘한 결합을 보여주고 있지요. 결국, 너구리들은 삶의 터전을 빼앗기지만, 그것은 배드 엔딩이라고 볼 수 많은 없습니다. 너구리들은 인간들로 변신하여 인간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택하지요. 변신하지 못하는 너구리들은 그들대로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비록 쓰레기통을 뒤지고, 인간들에게 음식을 구걸하는 비참한 신세로 변하지만 말입니다.

이런 식의 결말은 낭만주의적인 미야자키의 스타일에 비해서는 굉장히 현실주의적인 관점을 보여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타카하타의 작품은 미야자키의 작품에 비해 더 성숙한 느낌이 묻어나지요. 성숙함은 동심의 결여를 의미하지만, 폼포코에서는 유쾌한 너구리들로 인해 마냥 현실적이지만은 않습니다. 현실적인 드라마라는 레시피에 판타지라는 소스를 뿌린 맛나는 요리처럼 폼포코는 담백한 현실과 달콤한 판타지가 공존하며 인간(현실)과 자연(판타지)가 상생하기 위한 물음을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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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작품 최초로 실사장면이 삽입된 컷. 맛있는 튀김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타카하타 감독이 직접 지시를 한 장면으로, 촬영 후 튀김은 모두 스탭들의 뱃속으로 들어갔다는 후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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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작품 최초로 CG를 도입한 도서관 장면. 이 장면은 작품 내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짧은 컷이었지만, 이를 위해 CG 경험이 전무한 지브리는 외주로 이 장면을 구현했다고 한다. 지브리에서 CG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작품은 3년후에 제작된 '원령공주(1997)'.
 

소소하고 잔잔한 서민적인 이야기 

포코는 다카하타 감독의 작품 중에서도 재기발랄함과 독특함이 넘쳐나는 작품입니다. 물론 '이웃의 야마다 군(1999)'과 같은 작품에서 다카하타 감독은 지브리적 스타일을 버리고 또다른 변신을 시도했지만, 사회성과 오락성을 절묘하게 조합시킨 본 작품의 매력은 역시 다카하타 감독의 작품 중에서도 유난히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지브리로 옮겨와 연출한 작품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친화도를 갖고 있기도 하구요. 한국의 극장에서 상영된 그의 유일한 작품으로, 반응도 좋았습니다.

특히, 이 작품은 일본적이면서도 향토적인 느낌을 가져다주는 굉장히 서민적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물론, 한국에서는 이러한 모습이 왜색이라는 부정적인 시각과 맞물릴 수도 있지만, 유쾌하고 우화적이면서 소시민적인 취향에 잘맞는 이 작품의 느낌은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에 더 많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습니다.

작품의 결말은 유쾌하면서도 해피엔딩이 아니며, 실패했음에도 슬픈 엔딩이 아닌 여운이 남는 결말을 보여주었지만, 전형적인 결말이었기에 해학적이면서도 기발했던 시작에 비해서는 김이 빠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기승전결이 굉장히 뚜렷한 드라마틱한 작품이라기보다는 소소하고 잔잔한 재미를 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도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과 대비되는 타카하타 감독만의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영화는 드라마틱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 이 작품 역시 영화같은 드라마틱함이 아닌 잔잔한 물결과 같은 선택을 했다고 하겠습니다.

아쉬운 것은 미야자키 감독보다도 6살 연상인 타카하타 감독의 신작을 이제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일 겁니다. 미야자키의 대를 이을 인재가 없는 것 역시 아쉬운 일이지만, 잔잔하고 서민적인 휴머니스트 거장의 대를 이을 전수자가 없다는 것 역시 지금의 아니메에서 무척이나 안타까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 畑事務所・TNHG

클라이막스의 요괴대작전에는 지브리의 인기 캐릭터들인 토토로와 키키, 붉은 돼지가 특별출연 해주셨다. 좀처럼 볼 수 없는 타카하타 감독의 서비스라고나 할까.


<참고 사이트>

[1] 헤이세이 너구리 전쟁 폼포코 (1994) by 엘로스
[2] 비극적인 환경파괴의 연대기,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by 김봉석,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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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엘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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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건 또 뭡니까? 1994년 것과의 관계는 뭐죠

    2010.09.29 13: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이거 봐야하는데..... ㅠㅠ

    2010.09.29 13: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